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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머티리얼리스트> 사랑이 사라져 가는 현실에서
  • 순수한 사랑에 대한 낭만은 멸종해 버렸다. 사람들은 더는 사랑의 애정과 열정을 순수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2000년대 초 같은 로맨스 코미디 영화를 요즘 극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랑 노래도 자기 성장보다 연애를 우선시하는 세상 물정 모르는 낭만 서사가 되었다. 사랑에 대한 낭만은 한심한 환상 따위로 치부되는 현재가 도래해버리고 말았다. 나이를 먹으며 주변 사람들은 점차 앞으로 다가올 연애에 조건, 배경을 따지기 시작했다. ‘나 정도면 이 정도 조건의 사람을 만나고 싶어.’ ‘결혼하려면 이런 배경의 사람이면 좋겠어.’ 이렇게 사랑에 조건이 더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어른의 현실인 걸까? 순수한 사랑은 어린아이의 상상에 불과할까? 이런 고민이 한참이던 때, 셀린 송 감독이 영화 <머티리얼리스트 Materialists>를 들고 나타났다. 지난해,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Past Lives>(2024)를 선보임으로써 ‘사랑’으로부터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들었던 셀린 송 감독이 이번에는 <머티리얼리스트>를 가지고 나타났다. 지난 영화는 과거의 아련히 반짝이던 사랑에 대한 향수를 갖게 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를 과거로써 빛나는 채 남겨둘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번 영화는 오늘날 현대인이 마음속 깊이 품고 있던 사랑에 대한 욕망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 본 콘텐츠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머티리얼리스트>의 한국판 포스터와 주인공 루시 (C) 소니픽처스코리아 영화 <머티리얼리스트>는 뉴욕의 잘 나가는 중매 회사 커플매니저인 주인공 루시(다코타 존슨)가 동시에 나타난 두 남자 사이에서 갖게 되는 고민을 그린다. 한 남자는 연봉도 높고, 키도 크고 잘생긴 해리(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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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누가 욕망만을 이토록 섬세하고도 담대하게 담아낼 수 있는가
  •  우린 흔히 사랑을 양 당사자가 모두 같은 마음으로 이뤄지는 경우를 생각하기에 단 방향성 감정을 사랑이라 칭하지 않는다. 짝사랑이라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극단적으로 생각한다면 상대방을 쟁취하고자 하는 마음, 다시 말해 욕망이라 칭할 수도 있겠다. 대개 욕망이라는 단어를 불쾌하거나 불건전한 경우에 많이 사용하지만, 사랑만큼이나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감정이다. 수많은 영화가 감정에 대해 다루고, 그 감정들에 욕망도 포함된다. 그러나 그 어떤 영화도 사람에 대한 욕망을 다른 감정들과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저 악한 인물이 가진 가치관 내지는 악한 정서 정도로 치부한다. 행복, 슬픔 혹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인간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그 인간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수많은 영화가 다룬 만큼 욕망도 영화적으로 다루어질 차례가 되었다. 어쩌면 영화 <미세리코르디아>가 이를 해낸 것은 아닐까. 영화 <미세리코르디아>는 욕망에 대해 섬세하고도 담대하게 다룬다. 어떤 장면에서는 그 욕망으로 인해 웃기기도, 끔찍하기도 또 의문스럽기도 하지만 그 모든 게 욕망이라는 하나의 감정에서 파생되었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 인상적인 것은 감독이 이토록 치밀하게 설계한 욕망을 관객에게 교훈이랍시고 가르치려 들지 않고 그저 제시한다는 점에 있다. 어쩌면 그게 본인이 생각한 욕망의 의의를 본인답게 답하려는 듯 자기만의 독보적인 길을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대단하게 선보인다.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대도시에서 잠시 고향으로 온 제레미가 일련의 일들을 겪다 그만 고향 친구였던 뱅상을 몸다툼 끝에 죽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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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의 나를 위한 단 하나의 요리
  • 영화 <아메리칸 셰프> 존 파브로 감독 일류 레스토랑의 셰프 칼 캐스퍼는 레스토랑 오너에게 메뉴 결정권을 뺏긴 후 유명 음식 평론가의 혹평을 받자 홧김에 트위터로 욕설을 보낸다. 이들의 썰전은 온라인 핫이슈로 등극하고, 칼은 레스토랑을 그만두기에 이른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는 쿠바 샌드위치 푸드트럭에 도전, 그동안 소원했던 아들과 미국 전역을 일주하던 중 문제의 평론가가 푸드트럭에 다시 찾아오는데! 과연 칼은 셰프로서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까? 요리로 사람들의 삶을 위로하고, 나도 거기서 힘을 얻어. - 칼 캐스퍼, <아메리칸 셰프> 중 언젠가 한 번쯤,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지치고 힘들더라도 이것만은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 다 포기하고 싶더라도 이것만 계속할 수 있다면 됐다고 생각할 만큼 나에게 소중한 것에 대해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 각자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존재가 있다. 때로는 가족이, 친구가, 혹은 내가 사랑하는 무언가가 되기도 한다. 그 당시 나에게는 '글'이 그런 존재였다. 글을 통해 내 세계를 다시금 매만져 나가는 일이 좋았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더라도 그저 글만 계속 쓸 수 있다면 뭘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요리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어떤 운명에 처하더라도 그저 '요리'가 하고 싶을 뿐인 셰프, 칼 캐스퍼가 있다. 과거 유명했던 스타 셰프이자, 자신의 요리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남자. 그는 결코 완벽한 인물이 아니다. 이혼한 전 아내의 아들 퍼시와는 늘 '바쁘다'는 이유로 함께 시간을 보내주지 못하고, 레스토랑에서는 메뉴 선정을 사이에 두고 식당 오너와 갈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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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비와 매미
  • 이 글은 영화 [첫여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순(허진)의 가슴팍에 달린 나비 브로치를 볼 때만 해도. 나는 그녀가 나비인 줄 알았다. 아니, 나비가 되길 바랐다. 그러나 30분 남짓의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가 정말 나비가 될 것인지. 아니면 한 철 울다 사라져 버리는 매미인지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혼란이었다. 그녀가 나비같이 훨훨 나는 순간, 화면은 반드시 그녀의 손톱을 비다. 고급스럽지도, 그렇다고 세련되지도 않았지만 마치 그녀의 반항심을 보여주는 듯 불타오르는 매니큐어가 투박하게 발린 손을. 그러나 그녀가 사회와 관습이라는 것에 묶여 땅 속에 갇힌 매미 같은 모습을 보여줄 땐 그저 늙고 주름진 얼굴만이 화면에 동동 떠 있을 뿐이었으니까. 동시에 존재하는 나비와 매미를 마치 서로가 대체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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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록빛 청춘에게 스민, 아픈 사랑 이야기
  •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대만표 청춘 영화들이 있다. 올래는 어떤 작품이 국내에 들어올까 궁금하던 차에, 〈나의 아픈, 사랑이야기(Love sick)〉를 만났다. 우연히 보게 된 포스터 속 태그라인이 가장 먼저 눈길을 잡아 끌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어, 영원히 이 문구가 과연 무슨 의미일까. 머릿속에 작은 물음표를 띄운 채 극장 안으로 들어섰다. 시놉시스 꾀병이 사랑병이 되었다… 오진으로 암 선고를 받은 남쯔제. 퇴학을 피하기 위해 계속 연기하면서 반장 여쯔제의 특별 케어를 받게 되고, 식단부터 공부까지 관심과 감시가 시작된다. 그땐 몰랐다. 티격태격 꾀병이 가장 아픈 사랑병이 될 줄은. 본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동명이인으로 시작된 인연  같은 반, 같은 이름. 하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두 사람이 있다. 사고를 몰고 다니는 문제아 남쯔제와, 원칙과 규율을 중시하는 모범생 스타일의 반장 예쯔제. 서로의 세계에 발을 들일 이유가 없던 두 사람은, 남쯔제가 교장 차를 들이받는 황당한 사고를 계기로 얽히게 된다. 그 사고로 병원행이었던 남쯔제는 병원에서 '위암'이라는 오진을 받는다. 그 오진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퇴학 위기에서 구해주었다.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몸을 챙기지 않는 위암 환자. 도시락 대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며 여전히 천덕꾸러기처럼 구는 그가 못내 신경 쓰였던 걸까. 담임의 권유로 예쯔제는 남쯔제의 케어를 맡게 된다. 그날 이후 매일 같은 자리에서 먹는 도시락이 두 사람 사이의 작은 다리가 됐다. 예쯔제가 가져다 주는 도시락은 늘 밍밍하고 소박한 음식이었지만, 그 속에는 환자를 향한 정성과 원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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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 행복을 스스로 창조한 예술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
  • 애플 워치를 사용하는가? 혹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랑’을 다룬 영화 〈그녀〉를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제프 맥페트리지의 예술을 접한 적이 있다. 제프 맥페트리지가 애플 워치에 뜨는 애플페이스를 디자인했고, 〈그녀〉에서 인공지능 인터페이스를 시각화하는 디자인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영화, 글로벌 브랜드, 예술……. 이 남자의 예술 영역은 넓고 그 경계는 모호하다. 예술성과 상업성을 두루 챙기는 성공적인 21세기 예술가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제프 맥페트리지의 예술 여정을 차분히 짚어나가는 이 영화는 그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반복해서 묻는다. 한 예술가가 사회에서 인정받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예술가의 재능이 사회적 분위기, 정치적 국면과 맞물리는 것은 그중 하나다. 저항이 사회 곳곳에서 분출하는 들끓는 분위기에서 ‘순수예술’을 하는 사람은 영 대접받기 어렵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것만이 예술가가 탄생하는 조건은 아니다. 모든 재능 있는 사람이 자기에게 알맞은 때를 만나는 것도 아니다. 예술가는 그와 별개로 자신만의 기예를 다듬어야 한다. 대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인장이 담긴, 언젠가 때를 만나면 더 많은 사람의 영혼을 홀릴 솜씨를 갈고닦으며, 자신과 자신의 예술을 펼칠 순간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제프는 오랫동안 자기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길을 다듬어왔다. 먼저, 그는 흔히 생각하는 ‘난봉꾼 예술가’가 아니다. 머리를 맑게 하는 걸 중요시하는 그는 적절한 자기관리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술과 약물에 탐닉하는 예술계 인사와 거리를 뒀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은 것이다. 더불어 그는 자신이 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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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이 내게 꽃을 내밀 때
  • DIRECTOR. 마이크 리 CAST. 마리안 장 밥티스트, 미셸 오스틴 외 SYNOPSIS.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할 말 다 하는 '팬지'. 집, 길거리, 마트... 그녀가 가는 곳에는 언제나 트러블이 생긴다. 그런 그녀를 유일하게 보듬는 사람은 여동생 '샨텔'뿐, 남편과 아들은 귀를 닫은 듯 그저 무심할 뿐이다. '어머니의 날'을 맞아 '팬지'와 '샨텔'의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 '팬지'가 무슨 말을 할지 조마조마하던 가족은 그녀의 뜻밖의 반응에 당황하는데... POINT. ✔️ 70년대부터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 온 거장 마이크 리 감독의 컴백입니다. ✔️ 특히 <비밀과 거짓말>을 함께한 명배우, 마리안 장 밥티스트와의 조우! 마리안 장 밥티스트의 연기가 너무 훌륭합니다. 연기를 통해 팬지의 얼굴에서 그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를 다 가늠해 보게 만듭니다. 역시나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네요. ✔️ 보고 나면 세상에 친절한 마음으로 꽃 한 송이를 내밀고 싶어지는 영화 ✔️ 특히 K-장녀들에게는 꽃을 다발로 주고 싶어지는 영화... ✔️ 가족 상담 사이코드라마로 써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비전공자 비전문가 주제에) 해보았습니다. 당신은 팬지의 가족 중 누구에게 가장 마음이 가나요? 당신을 화나게 혹은 슬프게 하는 인물이 있나요?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인가요? #1. 가족 상담의 사이코드라마 이 영화는 러닝타임의 상당 시간을 할애애 팬지가 세상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준다. 방을 지저분하게 해 놓은 아들에게, 남편에게, 마트에서 장 보다 마주친 여자에게, 치과 의사에게... 팬지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은 대개 고슴도치 같다. 팬지는 신랄한 말투로 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도끼날처럼 떨어지는 말을 가만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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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걸 주었지만 끝내 하늘에 닿지 못한 생에 대하여
  •  과거 찰리 채플린의 영화들에는 물론 코미디가 주되지만, 그 안의 미묘한 슬픔과 비애도 엿볼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특히 영화 <모던타임즈>를 관람하면 이를 더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찰리 채플린의 분장을 떠올려본다면 우리가 왜 그의 유머에도 슬픔을 발견할 수 있는지 깨닫는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표정 그리고 축 처진 눈과 입은 광대를 모티프로 삼은 캐릭터라기엔 '광대스러움'이 묻어있지 않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행복의 눈물>을 생각한다. 분명 웃는 듯한 그녀의 눈망울엔 눈물이 고이다 못해 한 방울 떨어지고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가득한 전체 배경에 눈물의 푸른색은 대비되어 알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렇듯 전체 배경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전체 속 무언가의 존재는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배경이 행복과 환희에 가득 차 있는 반면 슬픔과 비극이 서려 있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각종 빛과 환희, 사랑과 환락이 넘치는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사실상 이야기하는 것은 그런 세계관 속 비극이다. 비극을 조명하면서 단 한 번도 허락되지 않는 희망에 집중한다. 인생에 있어 희망과 빛이 얼마나 모순적인지를 말한다.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선택이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선택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선택할 수 없는 필연(必然)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는 유달리 빛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보통의 작품들은 관객의 눈 피로감을 위해 빛의 양을 설정하거나 조명하고자 하는 부위에만 빛을 쬐는 등 조절한다. 그러나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해가 뜬 오전이나 오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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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룻밤의 시간이 전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사랑
  • 영화 <비포 선라이즈>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주연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하던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제시와 셀린. 알 수 없는 감정에 끌린 두 사람은 아무런 일정도 없이 기차에서 하차한다. 그리고 단 하루, 꿈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난 우리가 지금 마치 꿈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 짧은 하루의 우연은 영원이 된다. <비포 선라이즈> 속, 파리로 향하고 있던 학생 셀린이 대뜸 말을 건 옆자리 남자, 제임스(제시)를 따라 파리에 도착하기도 전에 기차에서 내린 이유는 단순하다. 그 순간, 제시에게 이끌렸기 때문에. 호텔 숙박비도 없이 하루 동안 거리 곳곳을 오가면서 그들에게 벌어지는 사건은 딱히 스펙타클하지 않다. 갑자기 지갑을 도난당한다거나, 마약 밀매 사건에 휘말린다거나,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된다거나, 그런 '영화 같은' 사건은 없다. 이들은 오로지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할 뿐이다. 나이 든 노파와 같은 셀린과, 열세 살 꼬마와 같은 제시가. 그럼에도 우리는 이 영화 속 사랑이 정말 영화 같다고, 그리고 운명 같다고 느낀다. 제시는 셀린을, 셀린은 제시를 완전히 알지 못한다. 이들이 아는 건 이들이 각자 털어놓은 '이 순간'의 정보들 뿐. 그리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감정에 이끌려 충동적으로, 그리고 꽤나 대담하게 행동한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나 또한 잘 모르는 이곳에서. 순간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내 감정을 이끈 상대와 함께. 와인잔을 몰래 가져오고, 앉아 있다 손금 점을 보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를 두고 이야기하고, 서로의 옛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커다란 사건 없이도, 그리고 상세한 정보 없이도 그들은 '지금 이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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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를 보면서 커피를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 하루하루 바쁘게 시간을 보내는 현대인들에게 ‘영화’가 갖는 의미는 꽤나 크다. 상영시간이 끝날 때까지 외부로부터 단절된 채로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영화와 함께 시간을 흘려보낸다는 부분에서 많은 현대인들은 육체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위로를 받기도 하고, 마모된 감정이 회복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좋은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은 꽤나 많은 부분에서 삶의 질을 높여주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간을 향유하며 복합적인 향과 맛을 음미하며 마시는 커피 한 잔 역시 영화 못지않게 높은 만족감을 주는데, 그래서 오늘은 커피 하면 떠오르는 영화 세 가지를 추천해볼까 한다. <커피 오어 티> 감독 : 데렉 후이 / 출연 : 류호연, 팽욱창, 윤방 줄거리 : 도전하는 스타트업마다 10전 10패! 번아웃 직전의 이과형 창업덕후 ‘웨이 진베이’ 대륙 횡단 새벽 배송을 꿈꾸며 고향으로 컴백한 무한 긍정의 예체능형 배달덕후 ‘펑 시우빙’ 2천 년 보이차 고장에서 나홀로 스X벅X! 마이웨이 바리스타 문과형 커피덕후 ‘리 샤오췬’ 깡시골 윈난에서 의기투합한 극과극 세 청춘의 난리법석 스타트업이 시작된다! <커피 오어 티>의 배경은 독특하게도 ‘커피’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중국의 깡시골 ‘윈난’이다. ‘잎 차’ 점유율 부동의 1위 중국. 특히 녹차 점유율은 압도적이고, 윈난지역의 ‘보이차’는 최상의 품질로 유명한 고급차이다. 하지만 작품의 주인공(진베이, 시우빙, 샤오췬)들은 이 윈난에서 저마다의 꿈과 열정을 쏟아 청년들이 모두 떠난 윈난의 저물어가던 ‘잎 차 사업’을 ‘커피 사업’으로 탈바꿈시킨다. 스타트업 덕후지만 10전 10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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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가 선사하는 삶의 파노라마
  • 올해로 개봉 35주년을 맞은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명작 <시네마 천국>은 단순히 한 소년의 성장담을 넘어, 영화와 인생, 그리고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영화에 미쳐 살던 어린 토토가 영사기사 알프레도를 만나 평생의 스승이자 친구로 삼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필름처럼 이어지는 삶의 순간들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영화 속 극장이 토토에게 환상의 공간이었다면, 스크린 밖 현실은 전쟁 직후의 폐허와도 같다. 아버지의 부재, 홀로 자식을 키워야 하는 어머니의 서러움, 그리고 예상치 못한 비극적 사건들은 어린 토토의 삶을 짓눌린다. 영화는 이러한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인생의 런닝 타임을 비극적이지만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토토는 사랑과 이별을 겪으며 청년으로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영화가 인생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유일한 안식처이자 동시에 또 다른 삶의 교훈을 얻는 공간이었음을 깨닫는다. 영화의 핵심은 알프레도와 토토의 관계에 있다. 알프레도는 토토의 재능을 일찍이 알아보고, 그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 꿈을 펼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뒤돌아보지 말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는 그의 냉정한 말은, 토토의 성공을 위한 알프레도의 지극한 사랑과 희생의 표현이었다. 고향을 떠나 성공한 영화감독이 된 토토가 알프레도의 부고를 듣고 비로소 돌아왔을 때, 모든 것이 변해버린 고향과 사라진 극장은 그에게 낯선 동시에 지울 수 없는 기억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폐허가 되어 폭파되는 극장은 단순한 공간의 소멸을 넘어, 지나간 시간과 추억의 일단을 정리하는 듯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의 마지막, 토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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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맨이지만 또 다른 이름으로 살아갈 사람.
  • 제임스 건의 새로운 DC 유니버스가 펼쳐진다. 영화 <슈퍼맨>이 2025년 7월 9일 개봉했다. 슈퍼히어로의 상징, 슈퍼맨의 등장이다. 너무 많은 매체에서 등장했던 만큼 익숙한 캐릭터이기에 자칫하면 진부할 수 있는다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마블유니버스와의 완전한 작별에 성공했던 제임스 건이 어떤 신선한 슈퍼맨을 탄생시켰을지 기대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줄거리 슈퍼맨은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위협에 맞서 싸운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리는 상황이다. 한편, 렉스 루터는 슈퍼맨을 무너뜨릴 비밀을 손에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슈퍼맨에 총공격에 가세한다. 처음으로 패배한 슈퍼맨은 위기에 놓이게 되는데.... 외부의 침략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 자한푸르를 침략하려는 보라비아의 상황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전쟁들이 떠오르게 만들었다. 생명의 존엄보다는 자국의 이익, 개인의 욕망으로 의도적인 전쟁을 일으키고 그들만이 이익을 보는 상황은 기괴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도와주려 하지 않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만큼 복잡한 국제 정치가 이러한 현실을 만들어낸 것이지만 강대국을 위주로 한 국제적 이해관계이기에 더욱 어려운 일이다. 렉스 루터는 개인적인 욕망을 위해 권력을 악용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그의 과거나 서사는 드러나지 않지만 슈퍼맨에 대한 시기와 질투에 휩싸여 강박적인 집착을 보이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그의 심기를 거스르는 이들은 얼마든지 사적 제재를 가하는 (전여자친구가 연락했다고 우주주머니에 가두는 모습). 그의 앞에만 서면 비합리적인 선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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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터 피그, 당신의 따뜻한 시선
  •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스터 피그 2016 제작 멕시코 / 드라마 / 95분 감독 : 디에고 루나 미스터 피그, 당신의 따뜻한 시선 미스터 피그, 유뱅크스는 전 재산인 농장이 팔릴 위기에 처해있다. 몸도 성치 않은 그가 유일하게 다 쓰러진 농장에서 키우고 있는 동물은 돼지 한 마리, 하위다. 하나밖에 없는 딸의 걱정과 원망 속에 지칠 대로 지친 유뱅크스는 죽기 전 딸에게 목돈이라도 남겨주려 하위를 도살장에 데려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그는 하위를 도살장에 팔지 못하고 도망치듯 달아난다. 도살장을 점령하고 있는 최신식 기계들을 보곤 불같이 화를 내며 이런 곳에 하위를 죽게 놔둘 수 없다고 소리치면서. 최신식 기계들은 그의 눈에 야만적이며 모든 것을 망쳐버리는 망할 기계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유뱅크스는 하위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난다. 그렇게 <미스터 피그>의 진정한 여행기는 시작한다. 영화 초반 유뱅크스와 하위의 관계가 흔한 농장 주인과 동물의 관계가 아님을 알 수 있다면, 영화 중반 이후로는 그의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나면서 꼬여있던 매듭이 점점 풀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유일한 말동무이자 삶의 동반자인 하위를 친한 친구에게 데려가는 내내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어 산소통을 찬 자신보다 더. 나아가 그는 모텔까지 찾아온 딸을 설득해 하위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 위한 여정을 이어간다. 출처: 영화 <미스터 피그> 중 <미스터 피그>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돋보이는 영화다. 아무 말 없이 떠나버린 아버지를 어떻게든 이해하려는 딸과 굳이 진실을 말하지 않고 혼자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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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각과 외면 사이
  • <퀴어(Queer)>(루카 구아다니노, 2024) * 작품의 장면과 결말 포함 * 본문의 원작 인용들은 윌리엄 S. 버로스의 <퀴어> 2020년 번역본과 <정키> 2009년 번역본에서 가져옴 (모두 펭귄클래식 코리아 발행, 조동섭 옮김) 윌리엄 리와 윌리엄 리 안드레 예치먼이 <그해 여름, 손님>에서 엘리오 일인칭으로 서술하는 경험, 생각과 감정은 편견과 혐오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부모님도 완전한 안전지대는 아니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엘리오의 심리나 올리버의 퀴어쉐임 등을 모호한 비언어적 표현에 함축하고 나머지는 미화하는 각색을 택한다. 영화의 엔딩, 모닥불 앞에 있는 엘리오가 회상하는 기억을 재현함에 가까워 보인다.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화면에는 풍화된 그대로 아름다운, 그 여름 두 사람이 본 유물 사진이 흐른다. 리와 유진의 흔적이 남은 소품을 나열하는 오프닝을 연출하는 <퀴어>는 언뜻 그와 유사한 방향을 따르려는 듯하다. 허나 그 사이에는 -윌리엄 버로스가 리의 공포를 은유하는 상징으로 사용했던- 지네가 기어다닌다. 실제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미화된 기억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환상과 환각을 구현해 수면 아래의 모순된 상태와 정서를 드러내는 <퀴어>는 어쩌면 처음부터 나란히 두고 보기 어려운 영화들인지도 모른다. “너 퀴어 아니지? You’re not queer, right?” 화면에 등장한 리가 가장 처음 뱉는 대사다. 이미 스스로 부정의 답을 짐작하는 의문문에 담긴 단어, “queer”, 영화 <퀴어>에 대해 말하려면 이 표현에 대해 먼저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퀴어> 속 “퀴어”는 일단 게이를 일컫는 당시 멸칭, ‘남성을 사랑하는 남성’보단 ‘남성과 늘 자고 싶어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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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태만이 감각할 수 있는 찌르르한 전율의 영화
  • 도입부에서뿐만이 아니다. 〈미세리코르디아〉에는 구불구불한, 포장되지 않은 산길과 시골길을 달리는 운전자의 시선 장면이 곳곳에 들어 있다. 길이 올곧지 않고 제대로 포장되지 않았다는 건 목적지가 불분명하거나 다다르기에 쉽지 않은 곳이란 의미일 테다. 나아가 시도 때도 없이 운전석에 앉아 어딘가로 향해야 한다는 건 어쩌면 운전자 자신조차 그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모를 수 있다는 의미일 테다. 그리고 이 미로의 끝에서, 우리는 욕망이라는 두꺼운 커튼이 만들어준 안전한 가림막의 뒷공간을 마주한다. 제레미는 자신이 일하던 빵집 사장의 장례식에 참여하기 위해 오랜만에 고향 마을에 온다. 제레미는 장례가 끝나고도 마을에 계속 머무는데, 그를 향한 고인의 아들 뱅상의 시선이 곱지 않다. 제레미의 옛 친구이기도 한 뱅상은 제레미가 어머니의 침대 옆자리, 즉 자기 아버지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의심한다. 그래서 자꾸 제레미를 윽박지르고, 남몰래 해코지한다. 그러던 중 뱅상과 몸싸움을 하던 제레미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그리고 그의 시신을 몰래 매장한다. 사라진 뱅상을 찾기 위한 사람들의 탐문과 취조가 시작된다. 경찰, 신부, 뱅상의 어머니, 또 다른 친구 왈테르. 제레미는 마을에 머물며 이들과 조우를 이어가고, 점점 압박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에게 ‘자비(miséricorde)’의 순간이 찾아온다. 뱅상의 어머니는 제레미를 의심하면서도 그가 계속 자기 집에 머물기를 바란다. 종내에는 그에게 자기 침대 옆자리를 허락한다. 왈테르는 죽은 빵집 사장을 욕망했으나(제레미는 수영복을 입은 젊은 시절의 고인 사진을 하염없이, 여러 번 쳐다본다) 고백하지는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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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하지 못한 어른들의 당당함과 성장한 아이들의 처연함
  • '어른'이라는 단어는 '얼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남녀의 육체적 사랑을 뜻하는 '얼다'라는 결국 어른이란 결혼을 맺은 남녀 성인을 의미하게 한다. 이에 유추해 본다면 '어린이'란 곧 결혼을 맺지 않은 나이가 다소 낮은 아이를 뜻한다. 현대 사회로 넘어와 어른과 어린이의 의미적 구별은 단순히 성교 여부로 나뉘지 않는다. 나이를 기준으로 표현을 달리하지만, 그 안에는 의식과 지적 성장 그리고 성숙도가 함축된다. 우린 흔히 어른을 어린이보다 더욱 성숙한 존재라 생각하고 그렇기에 어린이를 종속의 대상 혹은 피교육의 대상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소위 몸만 큰 어른', '전혀 성장하지 못한 어른'이라는 말이 있듯 숫자만으로 성숙도를 판단하기란 모순이다. 어쩌면 개구리의 문제의 답을 아는 건 높이 뛰지만 결국 듬성듬성 찾는 개구리보다 낮은 자세로 꼼꼼히 찾아다니는 올챙이일지 모른다. 영화 <이사>는 이혼한 가정이 겪을 가정의 불화를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어떠한 사유로 별거를 시작했고, 이혼하게 되었는지가 아니라 그렇게 별거된 상황 속 아이의 관점에서 바라본 어른들의 비굴한 모습을 비춘다. 그러면서 여껏 어른의 결정만이 정답이라 생각했던 우리의 편협했던 지난 생각들을 반성하게끔 한다. 삼각형 테이블에 모여 식사 중인 주인공 가족을 비추며 영화는 시작한다. 보통의 영화들이 한 가정의 식사 장면을 촬영한다면 아버지 역할의 남성을 테이블의 중앙에 위치시키거나 혹은 대개 어른을 상석에 위치시킨다. 그러나 영화 <이사> 속 중앙 자리는 주인공 '렌'으로 채워져 있고, 양옆으로는 엄마와 아빠가 자리한다. 영화는 구도로서 갈등이 해결될 방식과 방향을 넌지시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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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친 일상 속 가장 필요한 한마디 <STOP MAKING SENSE>
  •  감독: 조너선 드미 (Jonathan Demme) 주연/밴드: 토킹 헤즈 (Talking Heads) 개봉 연도: 1984년 장르: 콘서트 다큐멘터리 - STOP MAKING SENSE - “이해하려 하지 마” 또는 “의미를 만들려 하지 마” 로 직역할 수 있는 오늘의 영화는 바로 《Stop Making Sense》 입니다. 국내에서는 최초 상영인만큼, 더욱 애정을 갖고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영화 시사회에 참여했습니다. 이 영화 제목도 굉장히 재밌습니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는 제목이라고 느꼈는데요 이는 영화를 논리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그냥 느껴보라고 말하거나, 규칙과 질서, 합리성에 기반한 사회에 대한 풍자로도 읽힐 수 있고 결국 관객에게 why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에게 익숙해진 콘서트 영화 그 전엔 어떤 콘서트 영화가 있었을까요? 현재의 콘서트 영화를 있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탑 메이킹 센스에 대해 이야기 전달 드립니다 ㅡ 그 이상한 제목의 영화 ㅡ 《Stop Making Sense》는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1983년 공연을 담은 콘서트 영화로, 단순한 콘서트 영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연극, 퍼포먼스, 자아 탐험이라고 보는 편이 맞아요. 공연은 전기줄 하나, 기타 하나, 그리고 무표정한 데이빗 번의 'Psycho Killer'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곡이 하나씩 더해질 때마다 조명, 악기, 밴드 멤버가 차례차례 무대 위로 ‘등장’해요. 이 말도 안 되는 구성은 음악이 쌓이고, 자아가 태어나고, 집단 에너지가 폭발하는 뮤지컬 같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ㅡ Big Suit, Bigger Impact ㅡ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데이빗 번이 거대한 정장을 입고 등장하는 그 순간, 우리는 느낍니다 "뭔가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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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입한 것을 묻혀가며 배설하기
  • <발코니의 여자들(Les Femmes au balcon)>(2024, 노에미 메를랑) * 영화의 장면과 결말 포함 <발코니의 여자들>에는 어지러운 클로즈업으로 가득하던 섹슈얼 코미디의 톤이 돌연 끊기는 순간이 있다. 어두운 화면, 정적 속에서 카메라 플래시와 셔터음만 터지는 숏. 이 연출이 서늘하게 와닿으며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까닭은 단지 분위기 전환으로 고요한 쇼크를 주어서가 아니다. 실제와 흡사한, 누군가는 겪어 알고 있을 공포를 불러일으켜 관객을 단숨에 현실로 끄집어내기 때문이다. <발코니의 여자들>은 영화 밖 현실, 구체적으론 감독의 경험에서 비롯됐고 현실에 닿으려 하는 영화다. 그렇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은 ‘과감하고 지저분하고 터무니없어지기’다. 로맨틱코미디에 범죄스릴러, 코미디호러까지 넘보며 이 영화는 일부러 온갖 분비물 속에서 나뒹군다. 엘리즈는 자주 방귀를 뀐다. 친구들과 있을 때는 물론 그날 처음 보는 마냐니나 의사 앞에서도 가스를 내보낸다. 그의 몸에서 나오는 것은 가스만이 아니다. 시체를 보고 토하고, 임신중절 약을 먹고 낙태를 한다. 배우인 엘리즈에겐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요구되는 외형에 끼워맞춰야 하는 일이 자주 있다. 남편은 사랑을 속삭이며 시도때도 없이 성관계를 요구하지만, 매번 동의 없이 엘리즈의 몸을 만지고 콘돔을 끼우지 않고 삽입하는 그의 관심은 자신의 만족에만 있다. 엘리즈의 낙태는 그러한 원치 않는 관계에서 이루어진 임신을 중지하는 것, 그동안 몸에 강제로 주입되어 쌓인 것들을 해독하는 과정의 일환이다. 마침내 남편에게 쏟아내는 말과 루비와 나란히 의자 팔걸이 위에 앉아서 하는 자위, 꼭 맞는 드레스에 욱여넣었던 가슴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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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고로는 거들 뿐
  • 스포일러 주의! <명탐정 코난: 척안의 잔상>(이하 <척안의 잔상>)은 10개월 전, 국립천문대 노베야마에 침입한 괴한을 추격하다가 눈사태로 인해 왼쪽 눈을 잃은 야마토 칸스케의 사연을 들려주며 시작한다. 그렇게 10개월이 지난 어느 날, 모리 코고로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의 주인은 '와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사메타니 코지라는 인물로, 형사 시절의 코고로의 동료였다. 와니는 코고로에게 나가노현에 있었던 눈사태 사고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며 급하게 약속을 잡게 된다. 약속 당일, 공원에서 코고로를 기다리던 와니는 누군가에 의해 총상을 입고 사망하고 만다. 이로 인해 코고로는 친구를 잃은 슬픔과 분노에 차오르면서 다른 형사들과 함께 필사적으로 범인을 추격하려 한다. 그와 동시에 코고로를 따라 현장에 있었던 에도가와 코난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공안의 도움을 받아 범인을 밝혀내려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명탐정 코난>의 28번째 극장판이다. 시즈노 코분이 떠난 이후, <명탐정 코난> 극장판은 회복기에 들어선 모양새다. 본격적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알린 <명탐정 코난: 할로윈의 신부>(이하 <할로윈의 신부>)를 시작으로 <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이하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까지 최근에 나온 극장판들은 과거에 비해 나쁘지 않은 완성도를 이어왔다. 이번에 개봉한 <척안의 잔상> 역시 비슷하다. 이번에도 무난하게 잘 만들었다. 가장 긍정적인 지점은 추리 부분에서 많은 향상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전까지의 극장판들, 그중에서도 완성도가 좋은 영화들조차 추리에서 약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척안의 잔상>의 경우에는 추리에 상당한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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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 세계를 빚어가는 사람에게
  • DIRECTOR. 이지은 CAST. 문승아, 임선우, 장선, 강길우, 장재희 외 SYNOPSIS. "가족은 무엇일까요? 저에게 가족은 물음표에요"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5학년 소녀 ‘명은’이 글쓰기 대회에 나가 숨기고 싶었던 진실과 마주하는, 그 시절 나만 아는 이 여름 우리가 꺼내 보는 비밀스러운 이야기 POINT. ✔️ 유년기를 담은 성장영화로 한국 영화 계보에 길이 남을 사랑스러운 수작 ✔️ 주인공 명은을 맡은 문승아 배우부터 엄마아빠의 장선/강길우 배우, 선생님 임선우 배우... 세상의 톤을 말갛고 자연스럽게 영화에 투영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나 훌륭합니다 ✔️ 들꽃영화상,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부일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과 각본상을 쓸어담은 이지은 감독의 다음 또한 너무나 기대됩니다. 어떤 장르의 어떤 작품으로든 멋지게 뻗어나갈 수 있을 힘! ✔️ 자기 이야기로 자기 세상을 쌓아 올린, 당당하고 사랑스러운 소녀들에게 마음을 빼앗긴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영화입니다. 조 마치, 빨간머리 앤, 주디 애버트, 마틸다, 레이디 버드... 그리고 명은이! 명은이에게. 명은아. 그거 알아? 수전 손택이라는 작가가 있어. 미국의 20세기를 대표하는 엄청난 작가거든. 검색해 보면 알겠지만 그냥 사진만 봐도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야. 이런 사람은 위대하게 타고나는 걸까 싶을 만큼 카리스마가 넘쳐. 근데 그 작가가 뭐랬게. "일기에서 나는 나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창조한다"라고 했대. 그토록 위대한 작가조차, 사실 '보여지는 내 모습'을 고민하고 있었다는 거야. 책에서 그 얘기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좀 웃었어. 이렇게 멋진 말을 잔뜩 하고, 현실 세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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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railers

Awesome trailers from cinLab
    • 영화 <슈퍼소닉> 메인 예고편
    • “가능성에 한계를 두지마, 우리가 했다면 너도 할 수 있어” 도심 외곽의 변두리 지하 연습실에서 시작해 영국 인구 1/20을 들끓게 한 넵워스 공연까지 불과 3년 만에 한 도시를 넘어 국가를 그리고 전 세계를 뒤흔든 ‘오아시스’ 정신의 모든 것 Today's the day that all the world will see 오늘이 바로 온 세상이 보게 될 그 날이야 All your dreams are made 너의 모든 꿈들은 현실이 될 거야 OASIS, [Morning Glory] 중
    • 영화 <어글리 시스터> 메인 예고편
    • “최근 10년 간 최고의 호러 영화” “신데렐라 스토리의 파격적이고 강렬한 변주” [어글리 시스터] 메인 예고편 공개! 당신의 예상을 뛰어넘을 최고의 바디호러🩸 [어글리 시스터] 2025.08.20 극장 대개봉 #어글리시스터 #THEUGLYSTEPSISTER #선댄스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BIFAN2025 #신데렐라 #바디호러 #공포영화 #8월20일대개봉
    • 영화 <얼굴> 메인 예고편
    • 🎉[얼굴] 9월 11일 개봉 확정! 🎉 40년간 지워진, 진실이 민낯을 드러낸다 [얼굴] 메인 예고편 공개! #얼굴 #연상호감독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 #영화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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