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5-09-19 21:50:32
[30th BIFF 데일리] 죽음의 결합으로 태어난 사랑의 비극.
영화 <프랑켄슈타인> 리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 <프랑켄슈타인>이 오는 10월 22일 제한 상영을 거쳐 11월 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델 토로가 30여 년간 구상해온 작품인 만큼, 기괴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이 공존하는 독창적 연출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욱 사랑스러운 존재의 탄생이다.
영화는 배의 선장, 창조주, 그리고 피조물 세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어머니의 죽음에서 비롯된 빅터의 영생에 대한 집착은 죽음을 통해 생명을 창조하겠다’는 오만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그 결과 태어난 존재는 이름조차 주어지지 않은 채 세상에 버려지게 된다. 피조물이 바란 것은 단지 사랑과 인정이었지만 창조주의 외면으로 인해 내면의 분노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빅터와 피조물의 시선을 치밀하게 오가며 몰입감을 높인다. 기존 <프랑켄슈타인>과는 다른 각색을 통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는 동시에 인간의 욕망과 결핍, 책임의 무게라는 보편적 주제를 파고드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시선이 인상깊다. 인간이 만든 존재와 그를 외면한 사회가 서로를 비추는 이야기다. 기예르모 델 토로가 펼쳐낸 이 야심 찬 시도가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을 남길지 주목된다.
상영 스케줄
09-18 19:30 CGV센텀시티 IMAX관
09-20 15:30 CGV센텀시티 IMAX관
09-25 20: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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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을 찾는 과정 |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그동안 너무 때리고 부수고 사기 치는 화끈한 영화만 보다가
오랜만에 잔잔하면서 울림이 넘쳐났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보고 왔어요!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결과만 중요시하는 이 사회에서
결과를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이 왜 아름답고 훌륭한지에 대하여
함축적으로 잘 나타내서 더욱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오늘은 최민식 배우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리뷰 시작해 보겠습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드라마, 음악, 학원
감독 : 박동훈
각본 : 이용재
출연진 : 최민식, 김동휘, 박병은, 박해준, 조윤서
개봉일 :2022년 03월 09일
평점 : 7.89
스트리밍 :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기획 의도
"정답보다 중요한 건 답을 찾는 과정이야"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 '리학성'.
그는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아간다.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학생들의 기피 대상 1호인 '리학성'은
어느 날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뒤 수학을 가르쳐 달라 조르는 수학을
포기한 고등학생 '한지우'를 만난다.
정답만을 찾는 세상에서 방황하던 '한지우'에게 올바른 풀이 과정을
찾아나가는 법을 가르친 '리학성'역시 뜻하지 않은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여담
대체적으로 수학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믿고 보는 최민식 배우와 김동휘의
조합이 신선하면서 재미있는 소재로 많은 사람들에게 평이 좋았다.
그동안 최민식 배우의 연기를 보자면 주로 강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면
이번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경우 평범하지만 따뜻하고, 감성이 넘쳐났던
캐릭터 설정을 잘 해내서 신선하게 또 다른 의미의 연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후기 및 결말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결말을 살펴보자면
시험지 유출 사건에 힘도 빽도 돈도 없는 한지우(김동휘)를 희생양으로 삼아
모든 일을 꾸민 것은 학교 선생 김근호(박병은)이였다.
리학성(최민식)은 모든 사실을 강당에서 폭로 하면서
한지우를 학교에 계속 다닐 수 있게 해줬다.
이후 자신을 감시하던 정부 요원 안기철(박해준)의 도움으로
수학의 성지 독일로 떠나게 되며,
시간이 흘러 지우와 학성은 독일에서 재회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결과만 중시하는 지금 이 시대에서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 과정을
한 번 더 설명해 주며, 결과만 중시하는 이 사회를 꼬집는 게 아닌가 싶다.
담백하면서 울림이 강했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한번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한줄평 : 정답을 찾기위한 아름다운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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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아주고 싶은 등짝
SYNOPSIS.
"나는 쓸모없는 사람일까?"
한 고등학교 교실의 쓰레기통에서 주인 모를 유서 내용의 편지가 발견된다. 대입 시험을 앞두고 교감은 이 일을 묻으려고 하고, 정 선생은 우선 이 편지를 누가 썼는지부터 찾아보자고 한다.
"일기야, 안녕? 오늘부터 매일 일기를 쓰기로 했어"
편지와 학생들의 글씨 모양을 비교하던 정 선생은 편지 속 한 문장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 든다. 열심히 쓰다 보면 바라던 어른이 될 거란 믿음으로 써 내려간 열 살 소년의 일기. 정 선생은 일기를 읽으며 묻어뒀던 아픈 과거와 감정들을 마주하고, 학생들을 위해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POINT.
✔ 홍콩 금마장영화제 신인감독상 수상작
✔ 독특하게도 부산국제영화제 리퀘스트시네마로 첫 선을 보였는데, 평이 좋았습니다
✔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이 길 잃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되는 영화, 감정의 에너지가 커다랗게 전해지는 영화. 전 요즘 이런 영화가 참 좋더라고요.
✔ 경쟁을 일상으로 여겨 온 한국인이라면, 다소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이 있어요
✔ 10살 소년을 연기하는 황재락 배우의 얼굴이 오래 아른거릴 거예요
✔ 11월 13일 개봉
영화 <연소일기>는 계단을 올라가는 아이의 이미지에서 시작한다. 높이를 가늠해 보며 계단을 오르고, 옥상에서 소리를 질러 보는 아이의 등짝. 영화는 이제부터 아이 삶을 따라가며 몇 번의 상승과 하강을 그려낼 것이다.
또 한편에는 '정 선생'이 있다. 영화는 현재의 정 선생과 과거의 아이를 교차해 보여준다. 기억과 현실 사이, 과거와 현재 사이 매개가 되는 것은 어느 날 정 선생의 학교에서 발견된 유서 비슷한 편지이다. 스스로가 쓸모 없는 사람인 것 같다는, 그래서 사라져도 빨리 잊힐 것이라는 말. 그 말은 정 선생을 10살 아이의 일기장으로 데려간다.
정 선생을 잡을 때마다 카메라는 계속해서 불안하게 흔들거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턱을 괴거나 엎드리거나 칠판을 보고 있는 학생들의 마음에는 어떤 생각들이 고여 있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10살 아이는 폭력적인 세계를 살아간다. 이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터져 나갈 것 같은 외로움과 괴로움의 시기 안에 있다.
(언제든 우리의 현재가 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신의 현재가 괴롭든 괴롭지 않든) 우리는 과거에 누구나 한 번 이상 괴로움을 겪었다. 형태와 깊이는 제각각이지만, 어떤 것은 금방 잊히고 어떤 것은 영영 생채기로 남지만, 그래서 오늘 우리의 얼굴에서 어제의 괴로움이 다 읽히지는 않지만,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 정 선생의 동료 교사들만 보아도 그렇다. 그들에게 유서 비슷한 편지는 공허한 문장으로만 읽힌다. 어릴 때 한번쯤은 하는 생각이라면서. 그들에게도 익숙한 문장이라는 뜻이다. 기억 속에 문장의 기표는 남아 있지만, 그 뒤에서 터져 나갈 것 같았던 기의들은 잊혔다.
그러나 정 선생은 10살 아이의 일기장이 떠올라 버린 이상 그렇게 쉽게 놓을 수 없어, 상담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본다. 유서 편지의 문장과 똑같은 일기장 속 문장을 끈으로 삼아, 교차 편집된 과거에서 10살 아이가 연필로 써내려간 일기장의 기억을 펼쳐 보여준다.
일기를 쓰게 된 계기도, 일기 속 문장들도... 10살 아이의 세상은 녹록지 않다. 필연적으로 부모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 나이다. 남들 눈에 비춰지는 성과에 집착하는 아버지와 그 옆에서 히스테릭해져 가는 어머니, 아이와 다르게 뭐든 잘 해내는 동생의 모습은 다소 도식적으로 그려졌지만, 10살 아이의 캐릭터가 선명하여 그 단점을 상쇄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황재락이 연기하는 10살 아이 요우제를 사랑하게 된다. 아이는 비록 공부를 잘 못하지만,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데에 재능이 있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문구를 좋아하는 걸로 보아, 공부 아닌 다른 데 재능이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버지는 10살 요우제의 재능을 헤아려 보지 않는다. 그에게는 메트로놈에 딱딱 맞는 것만이 올바른 음악이다. 정해진 박자 바깥의 풍성함은 그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정답이 아니라면 모두 틀렸다는 그의 독선은 가족을 차별과 폭력으로 물들인다. 그 독선적 세계 또한 카메라에서 계속해서 흔들린다.
부모의 편협한 시야 안에서, 10살 아이의 세상은 조금씩 쪼그라들고 무너진다. 보고 있노라면 이 일기가 10살 아이의 세상이 무너져간 기록이라는 생각도 든다. 정 선생이 유서의 주인공을 찾아 헤매는 순간에도 일각에서는 폭력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세계를 보며, 얼마나 많은 세상이 이렇게 무너지고 쪼그라들고 있을까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요우제라는 10살 아이에게 맞춰진 소실점은 수많은 아이들에게로 투사된다.
그 구도 안에서, 이 영화가 관객에게 실어 나르고자 한 감정이 묵직하게 전달되어 온다.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특히 골목 사이로 아이들이 뛰는 장면에서, 카메라 앵글을 따라 세상이 뒤집힐 때, 우리는 비로소 메트로놈 박자 바깥의 세상을 느낀다. 무너지지 않은 세상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느낀다. 거기에는 기꺼이 손 내미는 다정함, 함께 보내는 시간, 솔직하게 터놓은 마음이 있다. 그것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고 절절한 마음을 담아 던지는 영화다.
영화를 보며 심규선의 <살아남은 아이>가 떠올랐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살아남은 아이인지 모른다. 유서를 발견해도 어린 시절 한번쯤 해보는 생각 아니냐고 말하는 교사들도, 독선적인 형태의 성취만을 인정하는 아버지도, 그런 아버지에게 맞추는 데 눈물도 인생도 쏟아낸 어머니도... 사실 그들 또한 과거의 어느 순간, 터져 버릴 것 같은 외로움과 괴로움을 넘어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른다.
불쏘시개처럼 나를 자꾸만 헤집어대는
어린 시절의 아름답지만은 않던 기억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라 지금의 네가 되는지
들춘 기억에 귀엣말처럼 속삭여주고 싶다 (...)
너는 살아남은 아이 미움과 무관심 속에서
이 어둠은 너의 별빛을 더 환하게 할 뿐 꺼트릴 순 없어
너는 살아남은 아이 눈물의 반짝임 모아서
저 은하수처럼 흐르며 또 살아갈 거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영화는 영화일 뿐인데, 자꾸 현실의 아이들이 떠오른다. 우리 모두가 그런 시기를 넘어 바라던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다면. 가끔은 뒤늦은 후회의 눈빛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해도, 그럼에도 다시 시작해볼 수 있는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다면. 그런 소망을 품고, 옥상에 선 아이의 등짝을 끌어안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마 내 안의 <연소일기>에는 그런 문장들이 적힌 페이지가 있을 것이다. 차마 끌어안지 못하고 놓쳐버린 등짝들이. 지금이라도 끌어안고 싶은 등짝들이.
이 영화를 마주한 당신의 <연소일기>에서는 어떤 페이지가 펼쳐질까. 이 영화는 누군가의 어린 시절 일기인 동시에, 당신 내면의 일기장을 부드럽게 펼치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겨줄 것이다. Time still turn the page라는 이 영화의 영어 제목 그대로. 과거에 덮어두고 온 상처 투성이 일기더라도, 오랜 시간 흐른 후에 다시 페이지를 고이 넘길 수도 있는 법이니까. 넘어간 페이지에서 다정한 마음을 가득 끌어안고 상영관을 나올 당신의 모습을 그려 본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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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스스로 화산에 걸어간 부부 이야기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불 속의 연인: 카티아와 모리스 크래프트를 위한 진혼곡
(The Fire Within: A Requiem for Katia and Maurice Krafft)
France, UK, Switzerland, US/2022/86min/베르너 헤어조크 감독 작품
프랑스 출신의 화산학자 부부 카티아 크래프트와 모리스 크래프트. 그들은 1991년 화산 폭발을 연구하러 방문한 일본에서 사망했다. 대피하라는 당국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폭발을 앞둔 산에 너무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망하기 전까지 부부는 세계 곳곳의 폭발 중인 화산을 찾아 200시간 분량의 영상을 남겼는데, 〈불 속의 연인〉은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이 부부에게 바치는 헌사를 담아 이를 편집한 영화다.
폭발 중인 화산재는 내부 온도가 500도 이상이고 시속 600킬로미터로 이동한다. 극도로 위험하다. 하지만 부부는 화산 폭발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혹을 느낀다. “화산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카티아의 말에서 알 수 있듯 화산은 부부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화산에 대한 부부의 매혹은 곧 죽음에 대한 매혹이다. 웅장하고 경건한 음악과 함께 나오는 화산 폭발 장면은 극장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부부가 촬영한 영상을 감상하는 관객에게 숭고함을 선사한다. 말을 잃게 하는 압도적 경관 앞에서 한없이 위축되고 겸손해지는 성찰적 감정인 숭고 말이다.
화산 폭발의 장엄한 이미지는 우리가 현실에서 애착을 느끼는 모든 것의 의미를 지극히 하찮게 만든다. 강렬한 죽음의 이미지를 대면하는 순간에야, 우리는 삶의 본질적 소탈함을 자각하고 모든 번잡스러운 욕망에서 초탈한다. 부부가 화산에 느끼는 순수한 매혹은 아마 여기서 생겨나는 것일 테다.
그러나 죽음에의 매혹은 생명에 대한 애착으로 재탄생한다. 부부는 화산 폭발을 그저 숭고한 스펙터클로만 다루지 않는다. 붉고 검은 용암과 하늘 높이 솟은 화산재를 향하던 부부의 카메라는 이내 재난의 현장으로 방향을 튼다. 수많은 사람과 동물의 삶 터전이 화산 앞에서 모두 회색빛으로 변했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과 자연에 존재하던 것은 잿빛 죽음 아래서 비로소 평등해진다. 화산재에 뒤덮여 헐떡이는 소와 천천히 감기는 새의 눈 그리고 또다시 이어가야만 하는 살아남은 자의 삶. 아이들은 화산재를 모아 빨대를 꽂고 바람을 불며 논다. 마치 그 화산재가 자기 삶의 터전을 초토화시켰다는 사실을 잊은 듯이 말이다. 부부의 관심이 학술 연구에서 인도주의적 관점으로 확장된 것은 필연이었다.
요컨대 부부는 화산 폭발에서 죽음과 삶을 동시에 봤다. 적어도 화산 폭발의 현장에서는 죽음과 삶이 대립하지 않는다. 모두를 일깨우는 둘 만의 현장. 〈불 속의 연인〉은 이 놀라운 확장의 계기를 선사한다.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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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며드는 것은 막을 길이 없지.
이 글은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말 많음 주의)
빌런의 새로운 챕터를 열다;숀펜
사진 출처:다음 영화
강인함과 당당함에 내려오지 않을 것만 같은 어깨. 그리고 그 위에 꼿꼿하게 존재하는 고개. 바쁘게 내딛지만, 배어있는 위엄과 여태껏 지나온 전투들의 흔적을 짐작할 수 있는 걸음걸이까지. 꿈속에서라도 군인이 아니었던 순간을 찾아보기 힘들 것만 같은 강직함. 그러나 동시에 오만함을 장착한 스티븐 J 록조(숀 펜)를 보면서. 영화 역사 속에 존재한 빌런의 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또 하나의 캐릭터가 탄생했음을. 그리고 여태껏 존재한 악역들과는 필적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음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토록 그를 완벽하게 차별화된 경지에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현실성이었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그는 잔인함으로 혀를 내두르게 하지도. 그렇다고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며 누구를 협박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의 일을 한다. 마치 이런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그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묵묵히,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 평범성이 현실과 너무 맞닿아 있는 바람에. 그를 보는 내내 두려움에 나도 모르게 몇 번이고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으니까.
그는 영화의 모든 순간을 장악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정말로 한 번쯤은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을 하고서. 그의 절룩거리는 걸음걸이에 소름이 끼치는 순간을 몇 번이고 맞이하다 보면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것을 숀 펜에게 빚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조차 없는 순간을 반드시 느끼게 될 것이다.
역사상 가장 느슨한 카 체이싱;마치 주제를 담은 듯한 장면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영화 거의 모든 부분이 버릴 곳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마지막 카 체이싱(?) 장면은 이 부분 때문이라도 다시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이 보석 같은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장대한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카 체이싱 장면은 속도감이나 규모 면에서는 오히려 소박하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윌라(체이스 인피니티)와 살인자, 그리고 후발주자인 밥 퍼거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으로 이어지는 소소한 차 세대(three cars in a row)의 행진은(?) 마치 영화 [죠스]의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충분한 제작비가 없어서 상어의 지느러미를 보여주는 것 만으로 상어의 등장을 암시하는. 그로 인한 서스펜스를 관객의 입장에서 상상하고 느낄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성공을 거두었던 방식 말이다.
에스파가 서 있어야만 할 거 같은 허허벌판 광야 위의 도로에서. 윌라와 살인자의 이 숨 막히는 긴장감은 백미러로 보이는 뒷 차의 간격으로 만들어진다. 분명 점 정도로 보였던 뒤차가. 이제는 백미러의 뒤꽁무니에 걸리기 시작하더니 두 고개 차이로. 그리고 한 고개 차이로 좁혀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발이 동동 굴러지는 것은 당연하고 윌라가 훔쳐 탄 차가 엔진 오일을 언제 갈았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할 정도로 차 두 대 사이의 좁혀지는 거리가 야속하게 느껴진다.
이 와중에 세 사람이 연신 넘어가는 작은 굴곡들을 볼 때마다. 영화의 제목을 왜 그렇게 지었어야만 했는지를 어렴풋이 느끼게 한다. 하나를 넘었더니 또 하나가 존재하고. 따라잡았다 생각했더니 그것이 장애물이었고. 부딪치고 추락할 때도 있지만 끝까지 나아가는 것 또한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느끼다 보면. 안 그래도 갈길 바쁜 관객들은 발을 더 빠른 속도로 구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Can't fight the moon light:스며드는 것은 막을 길이 없지.
사진 출처:다음 영화
총각 시절 잘 나갔던 폭탄 제조자 시절을 보여주는 퍼거슨의 모습을 제외한다면. 영화가 혁명의 진전을 보여주는 방식도 조금은 독특하다. 그들의 혁명은 연기(smoke)로, 그리고 그 연기가 퍼져나가는 방식으로 대변할 수 있다.
극 중에서 록조는 하얀 최루탄 가스로 반란을 저지하려 한다. 희고 뿌연 매캐한 억압은 뿌리는 사람의 눈에도. 그것의 피해자가 되어야만 하는 사람들의 눈에도 명백히 보이기에, 혁명단원들은 그 연기에 닿지 않으려 사력을 다해 도망친다. 행여나 그 압력에 발끝이라도 닿는다면 숨을 잠시 참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꼼수라도 쓰며 일단 살아남으려 기를 쓴다.
그러나 퍼거슨(혹은 윌라)으로 대변할 수 있는 집단의 혁명은 다르다. 그들의 혁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연기가 되어 뻗어나간다. 자신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과 단어들로 조용히. 그리고 은밀하게 서로의 살 길을 터준다. 이들의 혁명 방식은 그들을 제압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기에, 록조 역시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여지없이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그들의 복수 혹은 혁명은 마치 달빛과도 같아서. 싸울 수도 그렇다고 만져질 수도 없다. 스며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것처럼. 그들의 혁명은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퍼져나가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의 TMI]
먼 훗날. 인생을 통틀어 가장 값지게 쓴 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내 늙고 녹슨 머리를 굴려서 찾아낸 순간들 중에 오늘 이 영화를. 위해 쓴 세 시간은 반드시 후보군에 오를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반지의 제왕]을 보았을 때와 비슷한 전율이었다고나 할까. 영화에 나온 모든 배우들의 모습을 내가 지켜봐 왔다는 사실에 자부심마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더 쓰고 싶은 말이 많은데 휴가 첫 날이라 영화 두 편 보기로 해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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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만난 시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단 하나의 선택
컨택트 (Arrival, 2016)개봉일 : 2017.02.02 (한국 기준)
감독 : 드니 빌뇌브
출연 : 에이미 아담스, 제레미 러너, 포레스트 휘태커, 마이클 스털버그
새롭게 만난 시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단 하나의 선택
2021년 하반기, 최대 기대작 <듄>의 개봉을 한 달쯤 앞두고 앞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작품을 찾아보던 중, 이 영화를 만났다.
<컨택트>는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 <블레이드 러너 2049>, <그을린 사랑>등 언젠가 관람해 봤거나 화제작이라는 소문을 한 번쯤 들어봤을 커다란 존재감을 가진 작품들로 가득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드니 빌뇌브 감독의 색다른 시선이 담긴 작품이다. 외계 생명체가 등장한다는 소재만 생각한다면 SF 장르처럼 보이지만 SF 장르의 큰 특징인 환상적인 비주얼과 쾌감을 기대한다면 이 영화는 조금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SF보단 드라마<컨택트>는 다소 잔잔하고 느리게 흘러가며 처음 미지의 외계 생명체를 마주하는 장면을 제외하면 시각적 자극은 크게 없는 편이다. 인물들이 격렬한 감정을 표출하는 장면도 없으며 살 떨리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마주하는 장면도 거의 없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에 아주 천천히 말려들어갔다. 주인공 루이스의 결단과 함께 나도 외계 생명체에 대한 경계를 한 꺼풀 내려놓고 나니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선 이것이 선물인지 재앙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컨택트>의 원래 제목과 뜻
이 영화의 원제목은 도착, 도착한 자, 도입 등의 뜻을 갖고 있는 Arrival다. 이야기는 어느 날 전 세계 곳곳에 커다란 비행 물체가 도착하며 시작된다. 위협을 느낀 지구인들은 이것이 어디서, 왜 나타났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비행 물체에 접근한다. 지구인들과 다른 행성에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살아온 외계 생명체들은 짐승과 같은 소리를 내며 지구인들의 물음에 답한다. 지구인들은 외계 생명체들이 내는 소리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 연구하기 위해 언어학 전문가 루이스와 과학자 이안에게 도움을 청한다.
지구인과 외계 생명체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루이스는 그들에게 지구의 언어를 학습시키며 소통하려 노력하고, 이안은 루이스의 행동에 힘을 싣는다. 루이스는 보호막을 사이에 두고 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외계 생명체를 조금씩 이해하고 그들이 살아가는 시간을 공유하게 된다. 하지만 외계 생명체들에게 지구의 언어를 가르치는 건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서툰 언어의 전달 중에 생긴 오해는 지구인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
서로 다른 모양새의 언어가 다른 문명을 이해하는 초석이 될 수도 전쟁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루이스는 이해를 택하고,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그가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된 시간을 통해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가. 끝을 안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외계 생명체가 가져온 변화는 선물인가, 또 다른 고통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컨택트 시놉시스
12개의 외계 비행 물체(쉘)가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 상공에 등장했다. 웨버 대령(포레스트 휘태커)은 언어학 전문가 루이스 뱅크스 박사(에이미 아담스)와 과학자 이안 도넬리(제레미 레너)를 통해 외계 비행 물체(쉘) 접촉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18시간마다 아래쪽에서 문이 열리는 외계 비행 물체(쉘) 내부로 진입해 정체 모를 생명체와 마주하게 되고, 이들은 15시간 내 그들이 지구에 온 이유를 밝혀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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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생명체를 경계하며 방호복을 입는 지구인들과
지구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유리벽을 친 외계 생명체들
12개의 외계 비행 물체가 지구 상공에 나타났다. 그들은 어떠한 물질도 전파 같은 것도 뿜지 않고 아주 조용히 그 자리에 떠있다. 그리고 마치 지구인들을 환영한다는 듯 18시간마다 문을 열고 유리 벽 앞에서 그들의 방문을 기다린다.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들은 꽤나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구인들은 유리벽을 보며 어쩌면 외계 생명체들이 외계 공기를 내뿜지 않기 위해 쳐놓은 ‘지구인을 위한 보호막’이 아닐까 추측한다.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며 지구인들에게 줄 선물을 들고 왔다는 외계 생명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유리벽의 존재는 외계 생명체들을 위한 게 아닌 지구인들을 위한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외계 생명체들과 반대로 지구인들은 처음 보는 물체와 생명체의 등장에 바짝 긴장하고 혹시 모를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면역 주사를 맞고, 여러 겹의 방호복을 껴입는다. 경계와 불신, 긴장감 등으로 가득 찬 방호복은 퍽 무거웠고, 그 무게는 비행 물체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어색하게 만든다.
벽으로 막혀있는 우주선의 밑부분에서 이뤄지는 만남. 외계 생명체에게 질문을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루이스는 그간 사람들이 하지 않았던 대범한 선택을 한다. 그는 “날 보여줘야 돼요.”라고 외치며 망설임 없이 방호복을 벗고 지구인의 그대로의 모습으로 외계 생명체들을 마주한다. 외계 생명체들과 지구인 사이에 있는 경계의 막(방호복)한 겹이 사라지고, 루이스는 처음으로 유리벽에 손을 맞대고 외계 생명체들과 인사를 한다.
경계를 내려놓고 이해를 시작하다
루이스는 미지의 생명체를 경계하기보단 그들이 살아가는 시간과 문명, 언어를 이해하려 한다. 그는 이안과 함께 아직은 이름을 알 수 없는 생명체들에게 애봇과 코스텔로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루이스와 이안은 반복적으로 지구의 언어를 교육하고, 애봇, 코스텔로가 내뿜는 단어들을 기록하고, 이름을 부르며 그들에 대해 알아간다.
대화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코스텔로의 손을 통해 언어를 직접적으로 전달받은 루이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기억에 시달리다가 이내 코스텔로가 남긴 말을 이해하고 자신이 보고 있는 건 기억이 아닌 미래의 일이란 걸 깨닫게 된다. 외계 생명체들은 문장의 앞, 뒤 규칙이 없는 특징을 가진 언어를 사용하고, 자신들이 사용하는 언어처럼 앞, 뒤 구분이 없는 시간을 살아간다. 원하면 미래를 볼 수도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다. 이들은 3000년 후 지구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지구인들에게 이 특별한 능력을 선물하기 위해 지구에 도착한 것이다.
그들의 시간을 선물받다
유일하게 선물을 받게 된 루이스는 딸 한나와 함께하는 미래를 보게 된다. 눈물 나게 행복한 시간들이 이어지고, 행복했던 만큼 버거웠던 이별의 순간까지. 루이스는 결국 때 이른 비극으로 끝날 미래를 알면서도 한나를 만나기 위해 이안과 가정을 이루는 선택을 한다.
HANNAH. 앞부터 읽어도, 뒤부터 읽어도 똑같은 대칭어 한나. 코스텔로가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선물한 첫날부터 시작된 한나와의 기억. 루이스는 행복했던 기억의 끝에서 다시 첫날로 돌아와 똑같은 선택을 반복한다. 그는 시간의 끝에서도 한나를 선택할 것이고, 기억이 시작된 시점(영화의 마지막)에서도 한나를 선택한다. 시작과 끝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루이스는 당연하게도 똑같은 미래를 선택한다. 이르고 슬프게 끝날 걸 알면서도 행복을 위해 커다란 고통을 감수하는 것이 사랑이고 인생인 걸까.
루이스는 새로운 모습의 언어로 전한 시간의 흐름을 통해 미래를 보고 섕 장군을 설득해 커다란 전쟁을 막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한나와의 비극적 마지막을 함께 보게 된다. 외계 생명체가 전해준 시간의 흐름은 선물일까 아니면 슬픈 미래를 미리 알게 만드는 새로운 저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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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성탈출 4 | 아직은 오지 않은 '새로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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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한 유인원과 퇴화한 인간들이 살아가는 땅. 성년식을 기다리던 '노아'(오웬 티그)와 독수리 부족은 갑작스레 '프록시무스 시저'(케빈 듀랜드) 군대의 습격을 받는다. 노아는 혈투 끝에 간신히 살아남지만, 아버지는 죽고 모든 부족은 프록시무스 시저의 왕국으로 끌려간다. 이에 노아는 부족을 구출하고 아버지의 복수를 이루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여행길에서 고생하던 노아는 우연히 두 친구를 만난다. 유인원 '라카'(피터 메이컨)는 노아에게 전설적인 유인원 지도자 '시저'의 가르침을 알려준다. 또 자신처럼 프록시무스 시저에게 쫓기던 인간 소녀 '메이'(프레이아 앨런)는 노아에게 유인원과 인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알려준다. 이러한 도움을 토대로 노아는 시저의 가르침을 기만하는 프록시무스를 무찌르고 유인원과 인간 모두를 구할 전투에 나선다.
4편의 저주에 걸리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2024년 봄 극장가는 4편으로 가득하다. <쿵푸팬더 4>가 긴 공백을 깨고 돌아왔고, <범죄도시4>는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다만 성과는 기대 이하다. <쿵푸팬더 4>는 지난 시리즈의 매력과 캐릭터에만 기댈 뿐이었다. <범죄도시4> 역시 여전한 흥행 파워를 과시했지만, 장기 시리즈의 피로감은 가중됐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이하 <혹성탈출4>)는 올봄의 세 번째 '4편'이다. 2011년에 리부트 된 시리즈의 4편이고, <혹성탈출: 종의 전쟁> 이후 7년 만의 속편이다. 그런데 제목이 퍽 흥미롭다. 지난 삼부작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속편인데도 불구하고, 제목에서 '4'라는 넘버링을 활용하지 않았다. 이로부터는 시리즈의 새 출발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난 주인공인 '시저'(앤디 서키스)를 등장시키지 않듯이.
하지만 <혹성탈출4>도 '4의 저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시리즈의 메시지와 주제의식을 적절히 계승한 전개를 보여주지만, 비주얼을 제외한 대부분이 오리지널리티가 부족하다. 그 결과 4편까지 이어진 시리즈에 신선한 피를 수혈할 작품이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선뜻 끄덕이기는 어렵다.
시리즈의 정수를 계승하다
<혹성탈출>의 핵심은 유인원과 인류의 대립이다. 하지만 거대한 스케일의 전쟁만 화두가 되지는 않았다. 시저에게는 인간 친구가 여럿 있었다. 자기를 키워준 윌. 아내를 치료해 준 말콤. 인간을 향한 복수심과 증오심을 꺾어 준 소녀 노바. 의견이 다른 유인원 및 인간과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시저가 인류와의 공존을 추구한 이유였다. 이처럼 사적 감정을 공적 책무로 승화하는 시저의 여정은 <혹성탈출>의 드라마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전편으로부터 300여 년 후를 다루는 <혹성탈출4>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종족 간의 전쟁 사이에서 싹을 틔우는 두 유인원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다. 인류를 무시하는 유인원 노아와 유인원에게 사냥당하던 인간 메이는 우연히 같이 여행을 떠난다. 노아는 프록시무스 시저에게 붙잡혀 간 자기 부족을 구출하기 위해. 메이는 인류의 미래를 건 임무를 수행하던 중에.
물론 둘은 서로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 자기 종족의 존속이라는 목표가 언제나 최우선이기 때문. 하지만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조금씩 덜어내면서 둘은 우정 비슷한 관계까지 나아간다. 친구는 아니지만, 차마 서로를 죽이지는 못하는 관계로.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미래의 화근을 잘라낼 수 있는데도. 그렇게 <혹성탈출4>는 재개될 유인원과 인류의 전쟁을 미묘한 애증의 감정선 속에 포함시키는 데 성공한다.
아이디어는 좋았다
앞선 시리즈의 계승만큼 프랜차이즈를 일신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유인원 대 인간의 대립 구도뿐만 아니라 유인원 간의 갈등에도 초점을 맞춘다. 노아와 프록시무스 시저는 인간과 공존할지, 아니면 인간을 제거하고 지구를 차지할지를 두고 다툰다. 이는 2편 <반격의 서막> 속 시저와 코바의 대립을 극대화한 듯 보인다.
이름만 봐도 두 주인공의 대립은 필연적이다. 성경에서 노아는 신의 뜻에 충실한 유일한 인간이었다. 그래서 그는 방주를 만들어 대홍수로부터 모든 생명체를 구할 수 있었다. 영화 속 노아도 마찬가지다. 그는 "유인원은 뭉치면 강하다"와 "유인원은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라는 시저의 말을 제대로 이해한 유일한 유인원이다. 그래서 그는 나름의 방주를 만들어 시저의 뜻대로 인간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리더로 거듭난다.
반면에 프록시무스 시저는 시저를 사칭한다. 인간과 유인원을 모두 지배하는 왕국을 만들고, 인간의 기술력을 손에 넣기 위해서 "유인원은 뭉치면 강하다"라는 가르침을 악용한다. 그 과정에서 죽어가는 유인원은 신경 쓰지 않는다. 라틴어로 '가장 가까운'이라는 의미를 지닌 '프록시마(Proxima)'를 이름으로 쓰지만, 정작 시저가 가장 지양할 선택만 지향한다.
이에 더해 노아와 프록시무스 시저의 대립은 종교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에 더욱 흥미롭다. 여러 세대가 지난 뒤 시저는 숭배의 대상이 됐고, 노아와 프록시무스 시저는 시저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다툰다. 마치 예수의 가르침을 두고 여러 교파가 싸웠듯이. 또 무함마드의 후계자 자격을 두고 수니와 시아가 전쟁을 벌였듯이. 이렇게 보면 <혹성탈출4>는 <혹성탈출> 버전 <듄>이 될 수도 있었다.
스토리텔링의 한계
그러나 기존 삼부작과 차별화될 가능성은 미처 꽃 피우지 못했다. 제작진의 스토리텔링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 영화는 두 주인공의 본질적인 차이를 보여줄 다양한 맥락과 복합적인 함의를 외면한다. 일례로 프록시무스 시저의 왕국을 묘사할 때는 정복 전쟁, 노예제, '시저'라는 호칭처럼 고대 로마를 연상케 하는 요소를 활용한 반면, 노아와 프록시무스 시저의 대립은 단순히 부족의 생존과 탈출 차원으로 국한시킨다.
그러다 보니 여러 장치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 독수리 부족의 통과 의례가 대표적이다. 노아의 부족에게는 독수리 알을 훔쳐 키우는 성년식이 있다. 이때 둥지마다 최소한 알 하나는 남겨둬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이는 독수리 부족이 본질적으로 타 생명체와의 공존을 추구한다는 점을 암시한다. 하지만 영화는 노아와 독수리의 관계를 개인적 차원에만 국한한다. 노아에게 독수리는 부족의 리더로 거듭나고 아버지의 복수를 완수하는 도구일 뿐이다. 결국 미묘한 함의는 끝내 전해지지 않는다.
스토리텔링 문제는 메이의 묘사에서도 드러난다. 노아 혹은 유인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메이는 철저히 인간중심적이고, 노아의 행보를 방해하는 빌런처럼 보인다. 인류와 유인원의 대립은 극대화되지만, 둘 사이에 작게나마 피어난 우정의 싹은 더욱 작아진다. 그 결과 서사는 다소 평면적이고, 지난 삼부작에 비해 인간 캐릭터의 매력도 찾아보기 어렵다.
뒷심 부족한 볼거리
볼거리 역시 아쉬움이 적지 않다. 물론 <메이즈 러너> 시리즈의 웨스 볼 감독이 새로 메가폰을 잡은 만큼 전체적인 스타일의 변화는 인상적이다. 이전 감독인 맷 리브스가 전반적으로 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다가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분출하는 연출력을 과시한 반면, 이번에는 유인원과 인간의 추격전처럼 역동적인 카메라워크가 눈길을 끈다.
이에 더해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 제작 경험을 살려 수풀로 뒤덮인 도시와 철골구조, 녹슨 배와 무너진 부두로 만든 프록시무스 시저의 왕국 등의 디스토피아 세계관도 유려하게 펼쳐 보인다. 그뿐만이 아니다. <라이온 킹> 실사 영화가 사자를 비롯한 동물의 표정을 효과적으로 구현하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유인원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도 놓치지 않고 포착한 CG 기술력은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스펙터클은 약해진다. 이전 시리즈에 비해 스케일이 소소하다 보니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를 보는 것 같은 실망감이 밀려들 수 있다. 특히 클라이맥스의 구성이 아쉽다. 노아와 프록시무스 시저의 대결은 공격도 반격도 일방적이라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노아와 결속된 독수리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암시가 너무 많아서 반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공은 속편에게
결과적으로 <혹성탈출4>의 결말은 아쉬움이 크다. 독립된 작품이면 모르겠지만, 네 번째 시리즈에서도 인간과 유인원의 전쟁을 다시 한번 암시하는 결말은 신선함이 부족하다. 돌고 돌아 시저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게 아닌가 싶기 때문. 여러 프랜차이즈가 같은 실수를 범했기에 특히 우려스럽다. 시리즈 리부트 후에도 매그니토와 프로페서 X의 갈등 구도를 마지막까지 되풀이 한 <엑스맨>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결국 공은 속편에게 넘어간 듯하다. 속편의 전개에 따라 <혹성탈출4>가 새로운 시대를 위한 한 걸음일지가 결정될 테니. 달리 말해 어떤 의미로든 속편을 기다리는 재미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Acceptable 무난함
진짜 무대는 다음으로 미루는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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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브 투 헤븐」 넷플릭스 19금 드라마 솔직리뷰(*스포없음)ㅣ무브투헤븐
? "무브 투 헤븐" 넷플릭스 드라마 리뷰영상(*스포없음)
- 솔직한 한줄평: 스위트홈보다 낫다야, 진작에 좀 이렇게 만들지- "무브투헤븐" 정보
장르: 드라마
공개일: 2021년 5월 14일
러닝 타임: 시즌 1 (총 10화, 505분)
제작: 넘버쓰리픽쳐스, 페이지원필름
채널: 넷플릭스
제작: 김미나, 정재연
연출: 김성호
극본: 윤지련
원작: 김새별, 전애원의 논픽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출연: 이제훈, 탕준상, 홍승희 외
시청 등급: 영등위 18세이상 청소년 관람불가- 시놉시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김새별, 전애원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원작으로 한다
감옥에서 갓 출소한 상구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조카
그루의 후견인이 되고 유품정리업체 '무브 투 헤븐'을 운영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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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주 최신 개봉영화(건파우더 밀크셰이크, 쇼미더고스트, 리스펙트, 좋은 사람, 내가 날 부를때)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9월 2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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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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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낫아웃> 메인 예고편
고교 야구부 유망주 광호는 프로야구 드래프트 선발에서 탈락한다.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대학 진학을 원하는 광호.
하지만 광호의 선택은 동료들과 보이지 않는 갈등을 만들고,
기댈 곳이 없어진 광호는 친구 민철과 함께 가짜 휘발유를 판매하는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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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공조2 : 인터내셔날> 티저 예고편
삼각 공조로 더 강력하게! 짜릿하게! 돌아왔다!?? 현빈X유해진X임윤아의 뜨거운 재회부터 다니엘 헤니X진선규의 신선한 에너지까지!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