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글다2025-09-25 14:47:34
[30th BIFF 데일리] 장미의 가시는 무엇을 지킬 수 있는가
영화 <말리카(Malika)> 리뷰
Director: Natalia UVAROVA 나탈리아 유바로바
Cast: Izabella KHAMPIEVA, Marena KHARSIEVA
Program Note
이혼한 엄마와 함께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고 있던 12세 소녀 말리카는 어느 날, 엄마의 연애 소식을 듣고 들이닥친 아빠로부터, 엄마가 재혼하면 말리카의 양육권이 아빠에게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는다. 엄마와 함께 여름을 보내기 위해 시골의 할머니 집으로 가게 된 말리카는, 대가족과 자연 안에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엄마의 재혼이 현실화되면서, 말리카의 불안도 고조된다. 카자흐스탄의 잉구셰티아계 소수민족이면서 보수적인 이슬람교도인 말리카의 가족들에게, 여성의 재혼과 양육권 문제는 전적으로 남성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 말리카의 실존적 불안은,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듯 보이지만 결국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엄마의 무기력감에 맞닿아 있는 것이기도 하다. 나탈리아 유바로바 감독은 아름다운 영상미를 통해 말리카의 고난과 성장의 서사를 솜씨 좋게 풀어냈다. (박선영)
재혼하면 아이를 강제로 뺏겨야 한다니, 2025년에 가당키나 한 것인가. 영화 <말리카>는 여자가 재혼하면 자식의 친권은 아빠에게 가는 (한국인 아니 대부분의 사람에게 터무니없는) 무슬림 율법 때문에 이별을 겪는 ‘말리카’와 엄마 ‘로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법이 카자흐족은 해당되지 않고, 잉구셰티아족에는 적용되는 나름 아주 세세한 기준이 있는 이슬람교 문화에서, 오랜만에 만난 12살짜리 딸에게 “차 좀 내와라.”라고 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곳에서 여성을 둘러싼 분위기를 단번에 알 수 있게 한다.
친권에 대한 회의에서도 여성은 참여할 수 없다. 두 모녀는 유리 중문을 넘지 못한 채, 코란과 남성들이 정한 통보가 나오길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다. 그들을 회의에서 밀어내는 반투명한 유리 중문은, ‘유리천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만들며 여성에게 결정권과 발언권조차 허락하지 않는 벽이 된다. 얇디얇은 유리 하나를 뚫지 못하고 실 양육자와 당사자의 목소리는 무시된다. 목소리를 빼앗긴 데서 비롯된 분노와 울분은, 수세대를 거쳐 두 사람에게 오직 무력감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엄마의 재혼이 가까워지면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 둘의 관계는 극에 달한다. 말리카는 옥수수밭에 휴대전화를 버리기도 하고, 남자 친구와의 관계를 틀어지게까지 했음에도 재혼을 선택하려는 엄마가 밉기만 하다. 재혼이라는 선택이 자신을 버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엄마는 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고 말썽을 일으키는 말리카의 모습을 보며 마음의 짐만 늘어나기만 한다. 자신을 버리는 듯한 엄마와 주변 사람들의 시선들을 참다못한 말리카는 결국 어린 마음에 엄마에게 “내 엄마는 죽었어”라 말하기까지 한다. 모녀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은 근원에 다가가지 못하고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는 사회의 어두운 사각지대를 비판한다.
영화 속 장미는 말리카가 어설픈 거짓말로 지켜주려 하고, 분노에 휩싸여 불태운 대상이자, 엄마 로자(Rosa)이다. 쉴 새 없이 꼬이는 벌들 사이에서 장미는 사랑하는 곰 젤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가시를 날카롭게 한다. 말리카도 그저 장미를 사랑하는 서툴고 과격한 사춘기 소녀이다. 그러기에 소녀는 성장한다. 소녀가 버려진 장미를 주워 가시를 자르고, 다듬는 과정과 선택은 지켜보는 모두의 눈시울을 붉힌다. 이제 장미는 가시가 없어도 되는 화병 속에서 안전하고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남아있는 장미의 꽃내음을 기억하며 말리카도 계속 자라날 것이다.
상영 스케줄
09-21 20:2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
09-23 12:00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09-24 13: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7관
09-25 17:30 CGV센텀시티 4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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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부하다고 하기엔 그저 웃긴
공포영화, 그닥 좋아하지도 않아 영화관에서 볼일은 없는 장르라 여겨왔다. 그런데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했던가. 동행자의 추천으로 이 영화를 보게되었다. 결말은 처참했지만.
1. 서론이 너무 길다
이 영화 처음부터 무섭진 않다. 오히려 가족갈등을 보여주느라 한 15분가량을 질질 끈다. 무서운 장면 1도 없이. 아, 언제쯤 무서워지는건가 싶을 때 그제서야 악령이 등장한다. 그런데 무섭긴 한데 뭐랄까 임팩트가 없는 공포랄까. 그저 놀래키는 데에 목적이 있는 듯하다. 그것만이 목적이었다면 충분히 놀랐으니 이 영화의 필요가치는 끝난걸까.
2. 간헐적 공포에 가족애 한 스푼
이 영화의 소재는 유체이탈이다. 유체이탈이라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어떤 사람들은 유령들에게 쫓긴다는 것이다. 흥미롭지만 대단히 충격적이지는 않았고 모든 장면이 예상가능한 떡밥인데다가 '나 지금부터 너 놀래킬 거니까 준비 단단히 하라'고 대놓고 말하는 듯하다. 그래서 항상 눈감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언제 놀래킬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있어서 오히려 공포영화 쪼랩인 나는 보기 편했던 영화였다. 공포영화 만렙이신 분들은 이런 포인트들이 보기 불편했을까.
그리고 이 영화는 공포영화라기 보다는 모든 떡밥 장면들이 가족애로 귀결되는, 가족애로 가득한 휴먼 드라마였다고 해야 맞다. 뜬금없지만 주인공 아들이 그려낸 과거 아버지의 모습이 약간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속 괴물이 되어가는 주인공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3. 모든 것이 애매한, 그래서 더 웃긴
공포영화라면 사실 무서워야 하는데 오히려 웃긴 포인트들이 많았다. 결말을 가족애로 덮어버리니, 이제 좀 끝나나 싶으면 신파가 공격해 와서 헛웃음이 나온다. 나는 가뜩이나 심각한데 관객들 입장에서는 코미디인 게 이런 걸까.
심지어 어떤 관객 분은 영화 막판에 호탕하게 웃으시더라. 그 분덕에 공포영화 관람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 공포영화가 코미디로 기억된다니, 너무나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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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밀한 해방에 관한 탐구생활
사람들이 누구나 상상해 볼 수 있는 성적 호기심에 대한 근본을 숨김없이 까발리는 날카로운 이야기를 보여주며 매 순간마다 쾌락에 대한 상호 간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시키는 두 주인공의 끊임없는 대화에 가벼운 조소와 비아냥거림을 녹여낸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리뷰입니다. 2013년 데뷔작 ‘52번의 화요일’로 30회 선댄스 감독상과 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정곰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소피 하이드 감독 신작으로, 영국에서 주로 TV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자이자, 각본가로 알려진 케이티 브랜드가 각본을 맡았습니다. 예고편이나 공개된 정보들의 경우에는 성에 대한 메시지인 듯한 분위기를 내지만 완전히 성적인 방향이 아닌 소재를 활용해 사회에 뿌리 깊은 고정관념과 사회의 틀에 얽매인 삶을 탐구하듯, 이런저런 이야기로 따뜻한 포용과 위로를 통한 치유와 해방이라는 포인트를 향해가는 미묘함이 있습니다. 더불어 지금 세대의 많은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기도 한 개인의 해방을 기본적인 욕망과 연결한 지점이 꽤 흥미로워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네요.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정보
난 평생 재밌거나 놀랄 만한 일을 못 해봤어요
중학교 종교 교육 과목 교사로 재직 후 은퇴한 낸시는 31년간 함께 한 남편을 2년 전에 떠나보냈습니다. 장성한 자식들은 모두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사느라 곁에 아무도 없는 삶이 무료하다고 느끼죠.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자신이 단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껴보지 못한 것이 억울하다 생각이 든 그녀는 오랫동안 고민을 한끝에 퍼스널 서비스를 예약하고 호텔에서 상대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방으로 찾아온 매력적인 남자 리오 그랜드를 만나게 되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 Good Luck to You, Leo Grande
감독 : 소피 하이드│각본 : 케이티 브랜드
출연진 : 엠마 톰슨, 다릴 맥코맥, 이사벨라 래플랜드
장르 : 드라마, 코미디│상영 시간 : 97분│국가 : 영국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평점 : 로튼 토마토 신선도 94% 팝콘 85%, IMDB 7.1, 메타 스코어 78점
수입 : (주)퍼스트런│배급 : (주)무비다이브
개봉일 : 2022년 8월 11일
#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평점
온전한 나를 해방시켜주는 퍼스널 서비스?!
배경은 거의 연극처럼 단순해서 호텔방 안의 소파, 침대에 앉거나 창문으로 보이는 날씨가 전부이지만, 마치 다른 객실인 것처럼 매번 다른 주제의 대화를 통해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이러한 단순함은 주의를 산만하게 할 것이 없어 두 사람이 구축해가는 관계에 더 집중하게 만들고, 그저 바뀌는 날씨와 자연광, 조명 등만이 네 번에 걸친 만남으로 인한 변화를 대변합니다. 그리고 성에 대해 솔직해진 이들은 더 이상 관계의 복잡성에 연연하지 않지만, 재미있게도 육체적 관계에만 집중해 실망스러울 수 있을 흐름으로 가지 않고 두 사람을 통해 다른 숨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각자의 삶에 녹아있는 성향의 차이이자 사회가 만들어낸 틀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표면적으로 보여주며 그것이 어떻게 우리에게서 기쁨과 성취감을 빼앗는지 우회적으로 드러냅니다. 결국 리오는 낸시가 진정으로 편견에 귀를 기울이고 변화할 수 있도록 해주지만, 그녀는 리오의 직업에 대해 노골적인 무시로 감정적인 상처를 입히며 이 같은 대립을 극명히 보여주죠.
(남자배우 눈 색깔이... 원래 노란색인가 -0- 너무 매력 있는..)
신인에 가까운 다릴 맥코맥은 친절하고 개방적이며 재미있고 자신감 있는 비범한 캐릭터 리오 그랜드를 맡아 자기혐오, 과잉 감정, 편협하고 히스테리가 있을지도 모를 낸시의 엠마 톰슨과 미묘한 관계의 티키타카를 이어갑니다. 이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은 시놉시스대로 성적인 것이지만, 언뜻 보기에도 두 사람은 친밀감, 노화, 성적 쾌락의 중요성 등 매혹적인 철학적인 대화들로 장면을 꽉 채웁니다. 결국 욕망에서 비롯된 상호 쾌락의 주제를 서로 간의 계약으로 시험하지만, 성관계에 있어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묘하고 장난스러운 욕구, 필요, 동정심 등 여러 감정들을 탐구해 변화되는 자신들을 마주합니다.
작품은 단지 쾌락에 한정된 것을 말하지 않고 보다 확장된 개인의 행복, 치유, 해방이라는 부가적인 요소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31년이란 시간 동안 교사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가진 사회적 무게감에 이루지 못한 섹슈얼 판타지 때문이 아니라 그로 인해 억누르고 감추는 게 당연했던 잊힌 자신을 레오로 인해 마주하는 일이었습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 부끄러운 신체를 떠나 감정적인 또 다른 헐벗음으로 거듭나는 과정, 결국 틀어진 관계에서 다시금 재회하는 두 사람이 제한되고 폐쇄된 공간이었던 호텔방을 떠나 개방된 호텔 카페에서 마주한 것은 그렇게 감추고 싶었던 자기 자신을 이제 보여줄 용기가 생겼다는 것이겠죠. 그렇기에 그들의 마지막 만남은 꽤나 유쾌하고 뭉클한 여운도 있어 제목처럼 행운을 빌어주고 싶었습니다. 낸시와 레오가 관객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처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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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치 포인트 / Match Point (2006)
< 매치 포인트 / Match Point (2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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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가진 테니스 강사 ‘크리스’. 테니스 수강생이자 영국 부유층 자제인 ‘톰’과 친해지게 되면서 그의 여동생 ‘클로에’와 깊은 만남을 이어간다. ‘클로에’와 결혼을 약속한 ‘크리스’는 우연히 만난, 매혹적이고 섹시한 ‘톰’의 약혼녀 ‘노라’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게 되고… 안정적인 삶과 성공에 목말랐던 ‘크리스’는 차마 ‘클로에’를 떠나지 못한 채, ‘노라’와 위험한 사랑을 이어나가는데…
; 네이버 영화 ;
오랜만에 발견한 정말 괜찮은 영화.
일단, 역시 우디 앨런 영화답게 연출이 정말 좋다.
(특히, 수미상관의 연출.. 그리고 테니스 게임 메타포)
그리고 스토리도..어찌보면 흔한 스토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나한테는 꽤나 매력적이었고.
그래도 내가 이 영화를 좋다고 말하게 된 이유는 바로 배우들의 연기때문이다.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도 좋지만 남주(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연기가 최고다.
영화에서 자주 접한 얼굴은 아닌 것 같은데, 연기를 되게 잘해서 놀랐다.
약간 반쯤 미친, 유혹에 사로잡힌 눈빛과 표정의 연기를 정말 잘 표현했다.
이 글 쓰면서 또 보고 싶어진다..
간만에 추천할만한 영화가 생겨서 기쁩니다!
2시간이 넘지만, 시간 가는줄 모르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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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2차 송환(The 2nd Repatriation)
South Korea/2022/156min/김동원 감독 작품
북한에서 지령을 받고 남한에 파견되었다 검거되어 오랫동안 전향하지 않은 사람을 비전향 장기수라 한다. 수십 년간 감옥 생활을 한 이들 중 일부는 양국의 협의를 거쳐 북한으로 돌아갔다(1차 송환).
〈2차 송환〉의 주인공 김영식은 ‘전향 장기수’다. 즉 그는 오랜 수감 생활 끝에 북한의 사회주의 사상을 ‘버렸고’ 이후 석방되어 쭉 남한에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김영식이 정말 전향한 것은 아니다. 모진 고문과 끝을 알 수 없는 수감 생활이 그를 지치게 해 전향서를 썼을 뿐이다.* 김영식이 2000년에 발표된 6‧15 남북 공동 선언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내용의 어깨띠를 매고 지하철을 돌며 선전 활동을 하고, 자신을 촬영한 감독의 이전 영화가 민족의 아픔을 다루지 않았다며 혀를 차는 모습에서도 그가 여전히 외세에 의한 민족 분열에 커다란 분노를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십 년의 수감 생활과 그 이후 또 수십 년의 남한 생활. 영화는 남북한의 경계에 선 장기수들의 이야기를 천천히 펼쳐낸다. 언젠가 북한에 돌아갔을 때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을 강제 전향시킨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놓은 노인, 송환을 위해 남한에서 만난 부인과 이혼 절차를 진행 중인 노인,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동시에 어느새 익숙해진 남한 생활에 마음이 복잡한 노인, 남편이 ‘계속 남아서 싸워라’라고 말할지 ‘얼른 고향으로 돌아와라’고 말할지 상상해보는 노인 등등. 한 시민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는 김영식의 주장에 혀를 찬다. ‘쓰라린 고통을 겪어보지 못한 놈만 저런 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장기수가 상상조차 어려운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는 점에서 이 비난은 공허하다.
2차 송환을 신청한 장기수 46명의 복역기간을 합치면 898년이다. 장기수들은 죽기 전 고향 땅을 밟아보겠다는 마지막 바람으로 이 시간을 버텼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절에도, 엄혹했던 시절에도 이들의 기다림은 늘 뒷전으로 밀렸다. 남북한의 위정자들이 늘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를 먼저 고민했기 때문이다.
2차 송환 운동은 20년 넘게 이어졌다. 그사이 많은 장기수가 세상을 떠났고 생존자 대부분은 90대가 되었다. 장기수 문제는 도대체 언제쯤 남북관계의 시급한 의제로 취급될 수 있을까? 영화의 내레이션이 말하듯 누군가는 장기수를 ‘빨갱이’라 부른다. 다른 누군가는 ‘국가와 민족을 운운하는 국수주의자’, ‘그저 불쌍한 노인네’라고 말한다. 하지만 감독은 장기수를 당당하고 치열하게 삶을 살아간 사람으로 보자고 제안한다. 공감한다. 나 역시 ‘민족의 아픔’과 ‘미제‧일제 척결’을 외치는 김영식보다 오랜 세월 집요함으로 자기 삶을 꾸려온 김영식이 더 좋았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장기수 2차 송환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길 바란다.
*사회주의 여성운동가 김진언의 구술사를 담은 《선창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양경인, 2022)에는 남한 당국이 비전향 장기수를 어떻게 고문했는지가 잘 나와 있다.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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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의 캐릭터 인디아나 존스의 은퇴식
늘 밝은 이미지로 기억되는 캐릭터가 있다. 크고 작은 위기에도 재치 있게 그 상황을 넘기고 위협적인 상황에서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여러 가지 유머를 던지는 캐릭터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는 허당 같지만 어떤 상황도 재치 있게 넘기며 다양한 모험을 펼치는 인물이다.
<인디아나 존스>는 1984년 첫 번째 영화가 개봉했다. 이후 2편부터 4편까지 인디아나 존스는 주로 유쾌한 모습을 중심으로 화면에 등장했다. 여러 가지 위기 속에서도 유머를 던지고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넘기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무엇보다 여러 역사적인 유물들의 비밀을 추론하고 유물을 찾아 여러 장소를 종횡무진하는 그의 모험이 무척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그런 그의 임기응변과 밝은 모습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부담 없이 영화를 즐겼다.
늘 밝은 캐릭터로 기억되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속 인디아나 존스는 온갖 수모를 겪지만 무척 밝은 캐릭터로 기억된다. 그래서 더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랜 시간 동안 남아있는 지도 모른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들어낸 <인디아나 존스>는 다양한 모험을 보여주며 경쾌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스필버그는 4편까지 연출하면서 인디아나 존스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보물을 쟁취하려고 서로를 속이고 다양한 고대 부비 트랩을 피해 종횡무진 달리는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의 추격 장면은 모든 시리즈에 여지없이 담겼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과거 시리즈보다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네 번째 시리즈인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도 무척 즐겁게 관람했을 것이다. 모든 시리즈에 등장하는 존 윌리암스의 <인디아나 존스>의 주제가도 관객들을 어드벤처의 분위기로 끌어당긴다.
2008년 <인디아나 존스>의 네 번째 시리즈를 끝으로 꽤 오랜 시간 동안 후속편이 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08년 인디아나 존스 역의 해리슨 포드의 나이가 6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다양하고 빠른 액션을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극 중 인디아나 존스의 아들인 머트 역을 맡은 샤이아 라보프가 해리슨 포드의 뒤를 이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배우 개인의 돌발행동들로 인해 그 가능성은 사라져 버렸다.
이후 오랜 시간 동안 후속편이 나오지 않아 더 이상의 <인디아나 존스>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제작자인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는 다른 감독인 제임스 맨골드를 고용해 다섯 번째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감독은 새로운 인물에게 맡겼지만 주인공인 인디아나 존스는 80대가 된 해리슨 포드를 그대로 출연시켰다.
80대의 주인공이 다시 등장하는 다섯 번째 시리즈
다섯 번째 시리즈인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의 성공은 80대의 주인공이 얼마나 과거와 같은 몸놀림을 보여주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과거부터 경쾌한 분위기로 빠르게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미 노인의 몸이 된 배우 해리슨 포드의 액션 연기가 크게 관심을 모았다.
한국에서 지난주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 운명의 다이얼>은 지난 주말까지 56만 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아주 큰 흥행은 아니지만 이 시리즈의 팬이라면 모두 극장에서 인디아나 존스의 마지막 활약을 지켜봤을 것 같다.
영화는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는 인디아나 존스 박사에게 대녀인 헬레나(피비 월러 브리지)가 찾아가면서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된다. 인디아나 존스는 헬레나와 함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아르키메데시의 다이얼을 차지하기 위해 나치 추종자 위르겐(매즈 미켈슨)과 추격전을 벌이고, 오래된 유적지의 구석으로 들어가 수수께끼를 풀며 보물을 찾는 모험을 벌인다.
과거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충분히 즐길만한 액션 장면들이 담겼다.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슬랩스틱에 가까운 액션을 보여주고 인디아나 존스 특유의 채찍 액션도 등장한다. 비록 80대의 나이이고 행동은 조금 느려졌지만 영화 속에서 만큼은 여전히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위기 상황에도 임기응변으로 극복하고 적절하게 특유의 유머도 던진다. 그야말로 명불허전인 밝은 캐릭터 인디아나 존스가 여전히 화면에 특유의 에너지를 뽐내고 있는 것이다.
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은퇴식
이렇게 훌륭하게 시리즈의 뒤를 잇고는 있지만 이 영화를 아쉬워할 팬들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는 과거 <로건>이나 <포드 V 페라리> 같은 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는데, 그가 연출한 영화 속 인물들은 조금 어둡고 심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번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속 인디아나 존스 역시 아들을 잃은 상실감과 아내와 별거 때문에 심리적으로 우울함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설정은 인디아나 존스라는 캐릭터를 좀 더 복합적이게 만들고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과거 원작 팬들에게 기억되는 밝은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
또한 액션 장면들 역시 과거에 보여주던 다양하고 박진감 넘쳤던 것에 비해서는 다소 힘이 빠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원작의 느낌 그대로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반면 이번 영화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처음 만나는 젊은 관객들에게는 이미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미 많은 영화들이 <인디아나 존스>에서 보여줬던 어드벤처 장르 특유의 분위기와 액션을 선보였기 때문에 그런 영화들을 먼저 접한 젊은 관객들에게는 이번 5편에서 과거에 본 듯한 기시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런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은 인디아나 존스 캐릭터의 모험을 끝맺는 훌륭한 영화다. 기존 시리즈보다 약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이번 영화에도 신나는 어드벤처가 담겨있고 신비로운 보물도 등장한다. 무엇보다 여전히 다양한 임기응변을 발휘하는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는 80대의 나이에도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많은 사랑을 받던 인디아나 존스라는 캐릭터를 보내는 은퇴식으로 보인다. 그의 마지막 모험이 마무리되고 다시 밝은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젊은 시절의 모험부터 노인의 보험까지 어떤 나이에도 똑같이 모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인디아나 존스는 오랜 시간 동안 팬들의 마음에 남아있을 것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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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미>, 진득하게 배어 있는 누군가의 체취들
우리의 삶은 누군가 묻혀놓은 체취들로 가득하다.
그 누군가는 우리의 가족일 수도 있고, 연인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 또한 다른 많은 이들에게 우리의 체취를 남긴다.
그 체취는 제법 여운이 짙다. 진득하게 배어 있다.
개인적으로 <리멤버 미>는 '타일러(로버트 패틴슨)'의 삶 속의 다양한 체취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형의 자살, 부모의 이혼, 아버지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내면에 깊은 상처가 있고, 자주 깊은 사색에 잠기곤 하는 타일러에게는 타인의 체취가 유난히 더 깊게 배곤 한다. 그리고 타일러는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진한 체취를 남기고선 떠난다.
"아등바등 사는 건 부질없는 짓이다.
하지만 열심히는 살아야 한다."
형에게 쓰는 편지이자, 타일러의 독백이다.
- 형이 전에 그랬지. 누군가 묻혀놓은 체취들이 우리 삶에 배어있다고.
누구에게나 그럴까?
아니면 그럴싸한 말일 뿐일까?
타일러에게는 아직 자살한 형의 체취가 진득하게 배어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삶에도 진한 체취를 남겨놓고 간 사람이 있다.
이 체취는 평생 남아있을 것 같다. 안 지워질 것 같다. 그리고 문득문득 생각나겠지.
항상 형과 함께 가서 아침을 먹던 식당,
형이 자살하던 날 마지막으로 그를 본 곳,
형이 떠난 후에도 꾸준히 가서 형에게 편지를 쓰는 곳,
자신처럼 마음 속에 상처를 지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형에게 들려주러 가는 곳,
형의 체취가 진득하게 배어 있는 그런 곳.
- 생각보단 덜 갔을지도 모르겠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말이 내 마음 속을 후벼파는 것 같다.
왜 떠난 이의 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지는 걸까.
왜 그가 남긴 체취는 날이 갈수록 더 짙어지는 걸까.
타일러가 아버지의 컴퓨터 화면에서 발견한 가족 사진들.
자식들에게 무관심하고, 무심하다고만 생각한 아버지는 사실 모든 자식들을 보고 싶어하고,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화면 속에서 더 이상 나이가 들지 않고 멈춰 있는 형 '마이클'.
먼저 떠난 이의 체취는 유난히 더 짙고 무겁게 느껴지곤 한다.
아마 타일러와 그의 가족에게 마이클의 체취는 제법 묵직했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아버지는 자식들을 사랑하고 있었고, 형도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 당연한 사실을 타일러는 이 화면을 보기 전까지 몰랐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표현을 안 했으니까. 알 턱이 없다.
나는 가족에게 제일 필요한 것이 바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실을 최근에 더욱 절실히 느꼈고, 선명하게 깨달았다.
사랑한다는 표현이 꼭 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서로의 오해가 쌓이지 않도록, 이 정도만이라도 표현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오해는 또다른 오해를 낳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처를 남기게 되니까.
- 아등바등 사는 건 부질없는 짓이다. 하지만 열심히는 살아야 한다.
왜냐하면, 소중한 인생이니까.
누가 우리 인생에 들어오면 우리 반쪽은 말한다. 넌 준비가 안됐다고.
하지만 다른 반쪽은 말한다. 영원히 네 것으로 만들라고.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테러단체에 의해 자살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미국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고,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이 공격을 받았다.
이 순간, 타일러는 아버지의 회사인 이 건물에 있었다.
타일러는 씁쓸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사랑한다고.
너무 보고 싶다고.
그리고 용서한다고."
이제는 타일러의 인생에 들어왔던, 남은 이들이 간직할 말들.
왜 용서한다는 말을 타일러가 했을지 한참을 생각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자살한 형을 미워했던 것에 대한 용서라고.
형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텐데, 힘든 결정을 내린 것일텐데. 더이상 미워하지 않을 거라고.
영화의 초반에 나왔고, 영화를 마무리하며 나왔던 타일러의 독백은 마음을 참 아프게 만드는 것 같다. 마음 속을 후벼파는 것 같다.
혼자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던 사람인 타일러의 끝이 참 허망하기 그지없어서 더 슬펐다.
영화를 보며 참 많은 영화 속 인물들의 끝을 지켜보았지만, 타일러의 마지막은 유독 더 아프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 영화를 다시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너무 아파서.
타일러가 그 누구보다 속이 깊은 사람이라는걸 알기에 이제 이 영화를 생각하면, 그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
911 테러로 인해 많은 이들이 아파했을 생각을 하니 더 씁쓸해졌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영화를 곱씹을수록 마음이 많이 무겁다.
'리멤버 미',
남은 이들의 몫은 그를, 그가 남겨놓고 간 체취를 기억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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