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4-12-24 08:46:46
하얼빈 | 자욱한 담배 연기로 써 내려간 참회록
<하얼빈>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 대한의군은 일본군을 기습해 승리를 거두지만, '안중근'(현빈) 장군은 일본군 소좌 '모리 다쓰오'(박훈)를 비롯해 사로잡은 포로를 풀어주라고 명령한다. 만국공법에 따른 의로운 선택이었으나 이 결정은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풀려난 모리가 곧바로 일본군을 이끌고 역습을 가해 안중근의 부대원을 전멸시킨 것. 그로 인해 안중근은 대한의군 동료들에게도 의심받고, 본인도 자책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안중근은 좌절하지 않고 두만강을 건너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우덕순'(박정민), '김상현'(조우진), '공부인'(전여빈), '최재형'(유재명), '이창섭'(이동욱) 등 각자의 이유로 독립운동을 포기하지 못한 동료들도 모은다.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를 사살해 먼저 죽은 동료들의 몫까지 해내기 위해. 하지만 일본군은 밀정을 통해 의거 계획을 입수하고, 모리 소좌가 안중근을 필사적으로 추격하기 시작한다.
안중근의 참회록
독립운동과 참회. 두 단어를 합치면 한 인물이 떠오른다. 윤동주 시인이다. 흔히 그의 시는 자기반성과 성찰의 시로 불린다. 일제 강점기에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적극 항거하지 못하는 자기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과 더 떳떳한 삶을 향한 열망으로 가득하니까. '참회록'의 끝이 대표적이다.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슬픈 사람의 뒷모양이/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사실 두 단어는 연관성이 곧바로 보이는 조합이 아니다. 독립운동은 보통 뜨겁게 느껴진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할 준비가 된 의사와 열사의 용기로 가득한 단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윤동주 시인의 참회록은 오히려 공감하기 쉽다. 다른 독립운동가들이 선망의 대상일 때, 그는 그들처럼 되지 못한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기 때문. 때로는 슈퍼맨보다 스파이더맨 같은 히어로가 더 필요한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우민호 감독의 신작 <하얼빈>은 일반적이지 않다. 가장 유명한 독립운동가인 안중근 장군이 주인공인데, 애국심을 고취하거나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는다. 안중근을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윤동주 시인처럼 약점이 많은 인간으로 묘사한다. 그의 내면에 가득한 부끄러움과, 부끄러움을 원동력 삼은 의거를 쫓는다. 그렇기에 <하얼빈>은 연말 상업영화로서는 다소 의아하면서도, 쉬이 잊지 못해 곱씹어 볼 영화다.
뭉게뭉게 피어나는 참회
참회. 윤동주의 <참회록>처럼 <하얼빈>을 관통하는 감정선이다. 모든 캐릭터는 각자 뼈 깊숙이 후회하는 순간이 있다. 우덕순은 어릴 적 자기 자신의 언행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 '박점출'(정우성)과 공부인은 동생, 남편 대신 전사하지 못한 자기 자신에 대한 후회가 있다. 김상현은 눈앞의 쾌락을 이기지 못한 스스로가 한스럽다. 마지막으로 안중근은 누구도 지키지 않는 국제법을 따른 대가로 동료들을 죽게 만들었다는 회한이 있다.
<하얼빈>은 크고 작은 서로 다른 후회와 회한이 모여 어떻게 독립운동의 밑거름이 되었는지를 밝힌다. 전반부에서는 제각기 연해주와 만주의 추위만큼 뼈아픈 한을 토해낸다. 후반부에서는 그들이 어떻게 일본군과 일제에게 그 한을 되갚아 주는 지를 보여준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죽일 때, 다른 인물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총성을 울린다.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울수록, 독립운동가들에게 더 크고 중요한 일을 해낸다.
이러한 참회의 서사는 한 소품에 집약되어 있다. 바로 담배다. 정확히는 담배의 연기라고 할 수 있다. 극 중 독립운동가들은 끝없이 담배를 피운다. 두 명 이상이 실내에서 모이면 그 순간 바로 라이터나 담뱃불부터 찾는다. 기차 1등석에서도, 회의실에서도, 안가에서도, 기차역에 숨어서도 그들은 연달아 담배를 피운다. 4D 영화가 아닌데도 스크린에서 담배 냄새가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카메라는 흡연하는 사람보다 담배 연기 그 자체에 집중한다. 실내 공간에서는 햇빛, 전등 같은 광원을 카메라 정면에 위치시킨다. 자연히 배우 얼굴은 잘 안 보인다. 모자도 쓰고, 머리도 길다 보니 대부분 검은 실루엣처럼 보일 뿐이다. 이때 어두운 배경과 여러 실루엣 사이로 담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마치 지난 전투에서, 지난 임무에서 남은 후회와 반성을 담배에 담아 태워 날려 보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는 듯이.
인간 안중근과 장군 안중근
담배 연기처럼 인물들 사이를 떠도는 참회는 때로는 답답하지만, 그만큼 절절하고, 또 뭉클하다. 참회가 모이고 모여 인간 안중근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때문. 신아산 전투가 끝난 직후, 안중근은 대한 의군 동료들 사이에서 밀정으로 의심받는다. 승전 후 사로잡은 일본 소좌 모리를 포함해 전쟁포로 모두를 만국공법에 따라 석방했기 때문. 모리는 풀려나자마자 안중근 부대의 은신처를 기습해 독립군을 학살해 버린다.
겉보기에 안중근의 선택은 이상적이거나, 순진하거나, 어리석다. 힘겹게 찾아낸 밀정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밀정을 처결하지 않는다. 대신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이창섭의 말마따나 고결하다. 그의 신념이 결국 이토 히로부미 저격이라는 나비효과를 낳았기 때문.
안중근 덕분에 목숨을 건진 모리는 군인답게 죽지 못했다는 수치심에 시달린다. 또 민간인을 학살한 자신과 다른 안중근을 보면서 더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 결과 모리는 안중근 추격에만 열을 올리고, 결국 이토를 제때 지키지 못한다. 밀정에게 베푼 자비도 일견 지나치게 순진해 보이지만, 종국에는 이 선택이 또 다른 독립운동가의 목숨을 구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즉, 인간 안중근이 선택이 장군 겸 독립운동가 안중근을 돕는 셈이다.
이처럼 안중근의 신념이 끝내 보상받는 전개는 그의 삶을 압축해 보여주는 듯하다. 후대가 보기에 그는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고결하다. 수감생활 중 일부 집필한 '동양평화론'에서 한중일 3국이 상호 주권을 존중하며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하지만 <하얼빈>은 그의 일생 중 가장 중요한 참회의 시기를 살펴보면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그의 사상과 신념까지도 감정적으로 감싸 안는다.
차갑게, 관찰하듯이
이처럼 이야기의 주제부터가 참회이다 보니, <하얼빈>은 타오르지 않고 냉정하다. 시작만 보더라도 차갑다. 안중근은 얼어붙은 두만강 위를 걸어서 연해주로 넘어가던 중, 얼음 위에 쓰러져서 못 일어날 정도로 고통스러워한다. <하얼빈>은 이런 안중근을 그저 관찰한다. 별다른 부연 없이, 두만강 위에서 마치 삶의 의지를 잃은 듯한 안중근을 비춘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앞뒤 상황을 설명해 준다.
달리 말해 <하얼빈>은 관객이 주인공에게 몰입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들의 선택과 임무를 따라가기를 원한다. 그렇기에 영화는 정적이고, 멀게 느껴진다. 우선 한번 구도를 잡은 카메라는 웬만해서 위치를 바꾸지 않는다. 고정된 구도 안에서 인물의 동선을 담아낸다. 일본군과 추격을 벌일 때도, 만주 벌판을 누빌 때도 컷의 전환이 빠르지도, 많지도 않다.
또 멀리서 관찰한다. 때때로 클로즈업도 활용하지만, 감정적인 대목마다 일부러 한 발씩 뺀다. 절대 관객이 주인공과 함께 불타오르도록 만들지 않는다. 죽은 동료들 사이에서 안중근이 통곡하면서 괴로워할 때도, 마침내 이토를 쏴 죽이는 순간에도 카메라는 거리감을 유지한다. 원거리에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앵글로 안중근을 관찰할 뿐이다. 이는 과거 회상을 흑백으로 처리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냉정하게 타오르다
그 결과 <하얼빈>은 특유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인물의 감정과 서사를 곱씹게 하는 힘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일본군과의 전투 시퀀스만 봐도 그렇다. 독립군과 일본군의 육박전을 관찰하면서 승리의 쾌감보다는 생존을 위한 처절함을 느끼게 한다. 이는 결국 자기 선택 때문에 겨우 살아남은 동료들이 모두 죽었다는 안중근의 죄책감, 속죄와 참회로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겠다는 결심 모두에 강력한 설득력과 당위를 불어넣는다.
이는 장르와도 조화를 이룬다. <하얼빈>은 액션이 강렬한 <007>, <제이슨 본> 시리즈보다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같은 클래식한 첩보물에 가깝다. 속마음을 파악하기 어려운 여러 인물의 관계 속에서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아리송하게 만들며 서스펜스를 쌓는다. 기차 안에서 밀정을 찾아내고, 그를 역이용해서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막으려는 일본군을 떨쳐내는 순간이 대표적이다.
이는 김지운 감독의 <밀정>을 연상시키는 시퀀스이면서도, 참회라는 모티브를 장르적으로 영리하게 풀어낸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밀정은 누구인지. 그 배신자는 어떤 이유로 동료들을 버렸는지. 그리고 과연 그는 다른 동료들처럼 참회할 수 있을지. <밀정>에 비하면 투박한 듯 우직한 연출 곁들여지면서 이 장면은 강렬한 서스펜스와 반전을 동시에 선사한다.
그렇기에 관객 입장에서는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다. 같은 위인과 사건을 영상화한 <영웅>과는 정반대 되는 경험이다. <영웅>이 당장 안중근과 함께 하얼빈역으로 떠나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다면, <하얼빈>은 나라면 안중근처럼 선택할 수 있었을까 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혹여 밀정이 된 인물처럼 행동하지는 않았을까 하고 곱씹게 만드는 힘이 있다.
모난 영화의 매력
위 장점이 모두 더해진 결과 <하얼빈>은 2시간 동안 힘 빠지거나 지루한 순간 없이 긴장감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고 나간다. 먹먹할 때도, 엄청난 흡입력을 뽐내는 순간도 있다. 다만 이는 상업영화로서 마냥 장점이라고 하기 어렵다. 달리 말하자면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힘이 부족하다는 의미이기 때문.
감독의 전작과도 대조적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1시간 반 넘게 쌓아 올린 긴장감을 박 대통령 시해 시퀀스에서 모두 터뜨린다. 그에 반해 <하얼빈>은 그 긴장감을 터뜨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끌고 가면서 가슴에 응어리지게 만드는 식으로 마무리한다. 이토를 죽인 후 곧바로 사형 집행 장면으로 넘어간다. 죽음은 두렵지만, 내심 홀가분한 안중근이 참회록에 마침표를 찍는듯한 인상을 남긴다.
배우들의 연기도 도드라지는 작품은 아니다. 눈에 띄는 캐릭터도 부족하다. 그나마 박정민의 우덕순 정도가 생동감 있다. 나머지 인물들은 예상할 수 있는 독립운동가와 일본군 캐릭터의 전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즉, 배우들이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역할 그 이상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하얼빈>의 흥행 성적은 더 궁금해진다. 의도한 분위기와 메시지를 살리기 위해 익숙한 클리셰나 흥행 공식은 과감히 내려놓은 영화이니까. 겨울을 배경으로 유사한 화법과 톤을 구사한 <남한산성>이 극찬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했던 사례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오징어 게임 2>와 거의 동시에 개봉되는 <하얼빈>은 과연 관객들을 집밖으로 이끌 수 있을까?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어둠 속 담배 연기가 총구에서 피어오르기까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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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포 기억의 소재만 부유한다
장기 기증자의 성격이나 습관이 수혜자에게 전이된다는 이른바 ‘셀룰러 메모리’라는 독특한 소재로 만든 한국 액션 스릴러 영화 나는 여기에 있다를 미리 감상하고 왔습니다. ‘불량남녀’, ‘브라더’ 등을 내놨던 신근호 감독이 연출을 맡고 그의 전작에도 출연했던 정진운이 최근 ‘리바운드’에 이어 배우 커리어를 이어 갑니다. 관객들의 호기심을 유발해 줄 흔치 않은 소재에서 비롯된 살인사건 속 범죄자와 형사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그럼 시사회를 통해 미리 만난 작품은 어땠는지, 짧게나마 후기를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심장 이식 수술 이력이 있다는데?”
과거, 살인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칼에 폐를 찔린 후 장기 이식을 통해 기적적으로 살아난 형사 ‘선두’(조한선) 수사 일선에 복귀한 그는 연쇄 살인범 ‘규종’(정진운)을 쫓던 중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아승’(노수산나)을 통해 ‘규종’이 자신과 같은 공여자의 장기를 이식받은 것은 물론, 공여자가 과거 자신이 검거했던 살인자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예고편│Trailer
영제: I AM HERE│감독·각본: 신근호
출연진: 조한선, 정진운, 정태우, 노수산나, 정인기 외 多
장르: 범죄, 액션, 스릴러│상영 시간: 82분
국가: 대한민국│등급: 15세 관람가│평점: 평론가 2.0
제작: (주)미학인우주선│배급: 와이드 릴리즈
개봉일: 2023년 4월 12일
“번뜩이는 소재만이 존재한다”
‘셀룰러메모리’, 일명 세포 기억설로 불리는 장기 이식 수혜자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공여자의 성격이나 습관이 수혜자에게 전이된다고 주장하는 유사과학을 바탕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중반부가 되어서야 형사 선두와 살인범 규종이 같은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받았고 과거 선두 자신이 붙잡았던 살인자였다는 사실까지 이어지며 혼란을 야기합니다. 공여자가 같다는 동질감 속에 극명하게 갈리는 두 인물의 이질감으로 긴장 요소를 유발하고자 합니다. 배우로서 자리 잡아가는 정지운이나 ‘스토브리그’로 되살아난 조한선, 아역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한 정태우, 최근 ‘신성한, 이혼’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린 노수산나는 그 사이에서 나름의 역할들을 이행합니다.
맹점은 같은 공여자의 장기 기증에서 비롯된 사건이지만, 이야기의 깊이가 너무 얕게 깔려 있습니다. 저예산 제작의 문제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짧은 러닝 타임에 결말로 달려가는 모양새가 조각난 퍼즐처럼 흩어집니다. 세포 기억설을 가정한 유사 연대감의 드라마틱 함으로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범죄나 미스터리의 장르적 재미가 많이 무너져 몰입감이 좋지 않습니다. 현재 연기를 못하는 배우들을 찾기 힘든 충무로에서 시나리오상의 문제라고 볼 수 있겠는데, 특히 장기 기증 전문 코디네이터가 의학 서적이라도 뒤져서 실제 사례를 언급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고 디테일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분명 침체된 극장가에 활기를 넣어줄 다채로운 매력의 배우들을 자주 만나기 위해선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불분명한 장르 색채를 가지고 있다면, 관객들이 더 실망하고 외면할지도 모릅니다. 시사회로 먼저 감상하며 제작진과 배우들의 노력이 보임에도 아쉬움보다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던 것도 그런 부분이겠죠. 아무리 따져봐도 액션 대작 블록버스터 시리즈와 맞붙기에는 힘이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ps. 시사회에서 어떻게든 재미를 찾아 전해드리고 싶은데, ;ㅅ;
한 줄 평 : 무색무취하게 이식된 장르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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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의 침묵은 피해의 고발이 되어,
과거의 과오는 현재의 과실로, 가해의 침묵은 피해의 고발로.
누군가의 목소리로 영화가 시작한다. 평범한 대화인 듯 싶더니 점차 실랑이로 번진다. 앞뒤맥락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혼란한 상황을 대변하는 듯한 카메라 워킹이 이어진다. 우리가 보고 있는 화면은 흐리지만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이 명확하게 귀에 꽂힌다.
<케이 넘버>는 첫 장면부터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를 요약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이야기들이 어떤 장벽을 넘고자 하는지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여 돕는다. 대화의 주체는 '해외 입양인'과 '어느 기관의 직원'이다. 해외 입양을 갔던 사람이 자신에 대한 공적인 서류를 요구하는데 이를 들어주지 않으며 각종 변명을 댄다. 일처리가 수월하지 않다. 왜? 여느 국가들보다 공공기관과 빠른 일처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이, 왜 우리 국민이었던 사람들을 적대시할까? 여기서부터 관객의 입장은 시작된다. 해외에 나간다는 것 자체를 성공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입양갔던 사람들에게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흔히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들 한다. 더 좋은 환경에서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었으리라 생각한 그들은 근본적인 부분부터 침해당하고 있었다. 이제서야 그 목소리가 우리에게 닿기 시작했다. 그리고 들려온 소식은 처절한 고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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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rage of Korean
평범한 한국인들은 입양에 대해 알고 있나요?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걸 어떻게 생각해? 영화에 등장하는 해외 입양인이 문득 던지는 질문이다. 그러자 ‘배냇(해외 입양인을 돕는 사회적협동조합)’ 활동가는 ‘평범한 한국인’이란 무엇이냐고 되묻는다. 해외 입양에 관련되지 않은 사람. 나와 같은 사람들. 사실 나는 해외 입양에 대해 조금이나마 인식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다. 평소 여러가지 사건에 대해 파악하는 걸 좋아해서,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채널을 즐겨본 시기가 있었다. 그때 해외 입양인이 오랜 시간이 지나 본인의 친부모님을 찾고 싶어 관련 서류를 받아보러 한국에 들어와 여러 기관을 돌아다녀보지만 그들은 서류를 공개하지 않고 여러가지 변명을 대며 불친절하게 대응하다가 급기야 문을 열어주지 않고 없는 척 했다. 창문에 움직임이 얼핏 보이는데도 없는 척 하던 그들의 전화 너머 목소리가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해외 입양인들의 ‘일부’가 향수로 인해 생부모를 찾는데 기관에서 협조도 안 해주고 인수인계도 제대로 안 하는구나, 싶은 얄팍한 감상 뿐이었다. 그들은 단순 피해자가 아니라 국가적, 세계적 인신매매 희생자였음을 <케이 넘버>를 통해 비로소 알게된 것이다.
*케이 넘버 : 부랑자 청소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은 이름이 아닌 숫자로 각인되어 있다. 그들에게 부여되었던 코드처럼 해외 입양인들에게도 정체 모를 코드가 있다. 코드란, 이름을 불러줄 가치가 없으며 대량의 인물을 편리하게 다루기 위해 사용되고는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가 체계가 바로 잡히기 전, 혼란했던 시기에 그 어린 아이들에게 ‘케이 넘버’가 붙여졌다. 심지어 중간에 번호를 매기는 기준이 바뀌었다.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던 사건, ‘형제복지원’에 대한 이야기는 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올림픽 시즌과 맞물려 길거리에 보이는 사람들을 납치하여 감금, 폭행 등을 자행했던 부랑자 청소와 같은 개념으로 해외 입양의 발판이 마련되었다. 실제로 형제복지원에 아동방이 있었고, 아이들에게 입양 감사편지를 쓰게 만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방이 비워지고 새로운 아이들이 들어오는 목격담을 보아 입양센터와 연계가 있었음이 자명하다. 실제로 당시 해외 입양을 보내는 카테고리가 3가지 있었고, 그중 하나가 고아였다. 고아를 만들기 위해서 서류를 만들어내고, 머리 수 대로 돈이 떨어졌고, 한 명을 해외로 보내게 되면 당시 돈으로도 3천만원이, 기관의 한 직원의 연봉을 지급해줄 수 있는 자본이 마련되는 악순환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해외 입양'은 한국이 세계에 준 선물이다. 근본부터 잘못된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스템, 해외 입양은 우리나라에서 시작되어 그대로 해외에서 차용하기까지 이르렀다. 국가 차원의 이해관계가 어린 아이들을 빌미로 이루어진 것이다. 당시 교류가 활발했던 국가들 중 스웨덴과 덴마크는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있든 없든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국민이 있다면 그들에게 키울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해줘야 했다. 그래서 한국의 입양아들을 원했다. 입양아들에 대한 수요는 계속되고 심지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아이에 대해 사랑을 줄 수 있는 구조도 구축되어 있지 않고, 미혼모에게는 모든 처벌을 내리는 사회 속에서 잘못된 처벌의 영향이 무고한 아이들에게 도달했다. 자신이 태어난 땅에서 추방되는 박해와 차별을 온몸으로 받게 된 것이다.
*사과하라
올림픽 시즌과 맞물려 한국의 세계적인 위상이 낮아질 수 있다는 공식 문건이 제시된다. 화면에 나오는 해외 입양인 수를 합산하는 도표는 비공식 입양아까지 합쳐지며 숫자가 끝없이 올라간다. 우리가 감히 셀 수 없을 해외 입양인들은 항상 친부모들을 향한 레이더가 세워져 있다고 한다. 코로나 사망자 숫자를 보며 '혹시 생모가 살아 있을까?' '저 사람이 내 엄마아빠는 아닐까?' '혹시 저 노숙자처럼 살아가는 건 아닐까?' 불필요한 상상을 그만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부모를 알아가야 하는 목표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해외로 매매되었던 아이들은 자신의 뿌리를 찾아 돌아오고 있다. 한국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가서 돌아오지 않아야 할 존재이니까. 이후의 리액션은 예상에도 없었으니까. 이제 우리나라가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주목해야 한다. 해외 입양인들이 당한 일들을 가늠해보면, 그들이 원하는 대응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대대적으로 행해졌던 불법 인신매매에 대한 인정, 현재까지 이어지는 서류 왜곡에 대한 개선, 친부모님 혹은 형제자매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 하지만 그들은 모든 것을 인내하고 한 마디를 강하게 내뱉었다.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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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은 분들, 혹은 영화를 보고난 분들은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지? 열악한 환경에서 본인의 뿌리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지? GV에서 같은 질문이 나왔으며 감독님, ‘배냇’ 대표님, 교수님은 각 입장에서 다양한 답변을 주셨지만 그 맥락은 같았다. ‘관심’이 필요하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갈수록 잔혹한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세상 속에서 어떤 사건은 판도를 뒤흔들기도 하고 또 다른 사건은 아예 묻히기도 한다. 그 차이는 대중이 관심으로 갈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함께 목소리를 내주느냐가 관건이다. 사건에 직접 개입되어 있는 분들은 우리, 대중, 관객들이 보이는 움직임에 힘입어 해결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해당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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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이브 마이 카
흩어지며 죽어가는 이야기들에 숨을 불어넣는 손길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
이야기를 읊듯 시작되는 극 전반의 이야기는 누군가의 상실감에서 시작되었거나 혹은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되고 있다. 그 이야기들은 방에 자신의 증표를 남기는 것처럼 남자의 마음에도 점점 쌓인다. 뭔가 잘못되고 있는 상황들이 나도 그 사람도 볼 수 있지만 나만 보고 있는 그 거울을 빗겨나간 채 자리를 비우고 고개를 돌리며 독백이 자기 생각처럼 스며든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내를 위한 것인지도 모른 채 테이프는 계속 같은 음성을 뱉어낸다.
그렇게 마음을 숨긴 채 세상에 하나 남은 소중한 차를 운전하는 가후쿠는 새로운 연극에 들어가며 의도치 않게 기사를 두게 되면서 기사 미사키를 만나게 되고 미사키를 비롯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국적 / 성별 / 나이,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없는 사람들과의 조우로 그의 무미건조한 삶에 약간의 파도가 친다. 다른 언어로 같은 뜻의 말을 해도 연극이 진행되는 것처럼 인생도 달리는 자동차처럼 누군가가 사라져도 계속된다. 그리고 그 말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을 마주 보게 되고 뒤늦게 감정이 휘몰아친다.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타인이지만 왠지 모르게 닮아있는 그를 안으며 살아갈, 살아 숨 쉴 자신을 향해 달린다.
상영 시간이 길어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테이프처럼 늘어지지도 않고 꽤 따뜻하고 단단하게 이야기를 끌어내는 작품이라 좋았다. 상영 시간이 더 길었어도 좋을 '드라이브 마이 카'는 시작점을 어디서 잡느냐에 따라 또 다르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서 굉장히 좋은 영화였다. 다른 언어로도 소통할 수 있지만, 사람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쓰는 언어를 알아야 그에 대해서 다가갈 수 있는 첫걸음에 닿을 기회가 주어진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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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3월 넷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존 윅' 촬영 중 실수로 사람 머리를 벤 키아누 리브스
ⓒ Esquire
키아누 리브스가 <존 윅> 시리즈의 액션 씬을 촬영하던 중 실수로 누군가의 머리를 베어 버린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액션이 많은 <존 윅> 촬영장에서 어떤 종류의 사고가 발생했는지 묻자 키아누 리브스는 "실수를 한 적이 한 번 있는데요, 어떤 남성분의 머리를 제가 그만 칼로 잘라 버렸어요. 정말 끔찍했죠... 그리고 또 차에 치인 사람도 있었어요. 바로 병원에 갔고, 다행히도 괜찮았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존 윅 4>와 관련해서는 그가 그동안 찍었던 영화들 중 가장 육체적으로 힘든 촬영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12주 간의 훈련 과정을 거친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액션이었다고 말하며 특히 쌍절곤을 활용한 액션이 매우 어려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한 <존 윅 4>는 4월 12일 국내 개봉 예정에 있습니다.
박성웅 주연의 '웅남이', 평론가 혹평 논란 속에 박스오피스 2위 등극
ⓒ 네이버 영화
지난 수요일 개봉한 한국 영화 <웅남이>가 23일 목요일 기준 누적 관객 수 5만 4783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습니다. 개봉 이후 이틀 연속 2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좌석판매율과 좌석점유율이 현재 상영작 가운데 1위로 실 관람객 수치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해당 현상에 대해서 이용철 평론가가 씨네21을 통해 공개한 20자평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가 낳은 개그맨 폄하 논란에 의한 반사이익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아닌 연출자인 개그맨 박성광을 직접적으로 저격한 평가란 점에서 해당 평가가 뭇매를 맞았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관객들 사이에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라는 분위기가 퍼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11편 공개
ⓒ 나인아토엔터테인먼트, 바로엔터테인먼트
올해 4월 27일에 시작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한국경쟁 부분 선정작 11편을 공개했습니다. 한국경쟁 부문은 연출자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을 선보이는 섹션으로 국내 신인 창작자들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데요,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올해 총 111편의 작품이 출품되었으며 이 가운데 심사를 거쳐 극영화 8편, 다큐멘터리 2편, 실험 다큐멘터리 1편이 각각 선정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심사를 맡았던 관계자는 다양한 색채의 영화들이 출품된 와중에 퀴어 장르가 특히 대세로 떠올랐으며 SF 장르의 영화, 영화 또는 예술 제작 과정을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선정된 작품으로는 박수연, 이유미 주연의 청춘 퀴어 드라마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어른이 되어가는 두 소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한소희 주연의 <폭설>, 여성 소리꾼 정의진의 이야기를 다룬 <수궁>, 탈북민 여성의 삶을 연대기 순으로 묘사한 <믿을 수 있는 사람>, 뇌졸중으로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사시회에 참석할 수 없게 된 여배우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와 상관없이> 등이 있습니다.
'듄', '닥터 스트레인지' 각본가 넷플릭스 영화 '기어즈 오브 워' 합류
ⓒ The Coalition
영화 <프로메테우스>, <닥터 스트레인지>, <듄>의 각본을 집필한 것으로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 존 스페이츠가 넷플릭스 영화 <기어즈 오브 워>에 합류했다는 소식입니다. 영화 <기어즈 오브 워>는 무려 4천만 장이 팔렸던 동명의 유명한 비디오 게임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존 스페이츠는 해당 게임에 대해 역대 최고의 액션 게임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자신이 이번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어 무척 기쁘고 흥분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홍콩에서 돌연 상영 취소된 '곰돌이 푸: 피와 꿀'
ⓒ BloodDisgusting
ⓒ CNN
23일 홍콩에서 개봉 예정이었던 영국의 공포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이 돌연 상영 취소되는 사태가 발발했습니다. 기술상의 이유로 상영이 취소되었다고 보도되었지만 배급사 측은 당혹감을 표하며 자신들 역시 취소 사유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의식한 검열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그간 중국 정부는 시진핑 주석이 '곰돌이 푸'와 닮았다는 이유로 관련 콘텐츠를 제한해 왔으며 2021년 홍콩에서는 '국가 안보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이 통과돼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한편, <곰돌이 푸: 피와 꿀>은 4월 중에 국내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며, 일각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친근하고 귀여웠던 이미지의 곰돌이 푸를 저작권이 만료되자마자 일순간에 잔혹하고 끔찍한 캐릭터로 변모시켰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폴 메스칼 주연 '글래디에이터2'에 배리 키오건 합류 논의 중
ⓒ Metro UK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을 맡은 <글래디에이터 2>에 배리 키오건이 출연할 수도 있다는 소식입니다. <글래디에이터 2>는 12개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상을 비롯해 총 5개의 상을 수상했던 200년 블록버스터 히트작 <글래디에이터>의 속편인데요, 앞서 영화 <애프터썬>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폴 메스칼이 전작에서 사망한 주인공 '막시무스'의 연인 '루실라'의 아들이자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루시우스'를 맡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편 <킬링 디어>, <덩케르크>, <체르노빌>, <그린 나이트>로 유명한 배리 키오건은 최근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에서의 연기로 올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트레이 에드워드 슐츠 감독의 신작 영화에 제나 오르테가, 위켄드와 함께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영화팬들의 기대감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현기증> 리메이크작 출연 논의 중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Looper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걸작 <현기증>이 리메이크된다는 소식과 함께 주연 배우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영화는 BBC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의 작가 스티븐 나이트가 대본을 쓰고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그의 아내이자 영화 제작자인 수잔 다우니가 함께 제작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합니다. 한편, 원작인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은 고소공포증을 앓는 형사와 미스터리한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스릴러 영화로 2012년 영화 전문지 '사이트 앤드 사운드'에서 <시민 케인>을 제치고 역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올해 7월 개봉 예정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로 먼저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며, 박찬욱 감독의 HBO 드라마 <동조자>의 주연 배우로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년 크리스마스에 개봉하는 조던 필 감독의 4번째 영화
ⓒ NPR
<겟 아웃>, <어스>, <놉>으로 연달아 호평을 받고 있는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영화가 내년 크리스마스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에 있다고 합니다. 이는 <아바타 3>와 <소닉 3>가 개봉하는 2024년 12월 20일보다 일주일 늦은 날짜인데요, 조던 필 감독은 그가 앞서 발표했던 세 편의 영화 때와 마찬가지로 영화에 대해서는 그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작품의 제목도, 장르도, 출연 배우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인데요, 그가 과연 어떤 작품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아올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씨네랩이 들려드리는 오늘의 씨네뉴스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느덧 휴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따뜻한 봄날씨와 함께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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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떠오를 때마다 외워두고 싶어
지상의 시(Terrestrial Verses)
알리 아스가리, 알리제라 하타미
Iran | 2023 | 77min | DCP | Color | Fiction | 전체관람가 | Korean Premiere
<지상의 시>는 각계각층의 평범한 사람들을 따라가면서, 사회 당국이 그들에게 부과한 문화적, 종교적, 제도적 제약을 맞닥뜨리는 순간을 보여준다. 삽화의 모음과 같이 구성된 이 영화는 얽히고설킨 사회에 대한 미묘한 초상화이다.
'테헤란'은 어쩌면 국내에서 이란의 수도라는 사실보다 서울 강남구의 온갖 기업들이 몰려있는 메인 도로로 더 많이 알려져 있을 것이다.
"Terrestrial Verses"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지구에서,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하나의 주제를 외치는 에피소드들이 '시'의 연처럼 이어진다.
인구의 99.4%가 (통계상으로는) 이슬람을 믿는 '이란'은 현지에서 술을 마실 경우 징역까지 살아야 할 정도로 이슬람 근본주의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1세기를 살아가는 비이슬람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억압과 차별이 국가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나라이다.
좌 - <축구광 자흐라> / 우 - <노 베어스>
지난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이었던 이란의 다큐멘터리 <축구광 자흐라>는 테헤란의 축덕 '자흐라'가 축구 경기장에 들어가기 위해 '남장'까지 하는 비극을 웃프게 보여주었고, 최근 개봉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노 베어스>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유명 감독이 그로 인해 자국에서 출국금지를 당한 비극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지상의 시> 역시 자국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이를 매우 풍자적으로 연출하였다. (돌려 깐다)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데이비드'로 짓고 싶었던 남자가 영어(그것도 기독교식) 이름이라는 이유로 출생신고를 거부당하며, 이란의 위대한 이름들을 강요받는 에피소드로 영화는 시작된다.
© 전주국제영화제
운전면허 갱신을 위해 공무원을 마주한 한 남자는 온몸에 문신을 했다는 이유로 매년 운전면허 갱신을 강요받고, 경찰을 마주한 한 여자는 운전자 본인밖에 없던 '자동차' 안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형에 처한다. (심지어 카메라에 찍힌 사람은 본인도 아니었다)
77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9개의 에피소드가 짜임새 있게 구성된 영화는 자국 감독이 작품으로 인해 출국금지까지 당한 선례를 목격하였음에도 적폐를 적나라하게 까는 작품을 내놓았다는 사실만으로 그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냥 '까는' 영화가 아니라, 재미까지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세계 3대 영화제의 수상작을 다수 배출한 국가임에도,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이 작품의 국내 개봉을 더욱 소원하는 이유이며,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람한 19편의 작품 중 이 영화를 콕 집어 소개하는 이유이다.
Salam.
프론트라인 - <지상의 시> -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스케쥴
2024.05.02(목) 14:00 |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127)
2024.05.04(토) 21:30 |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378)
2024.05.10(금) 14:30 | 메가박스 전주객사 4관 (927)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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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때마다 아픈 이야기지만, 우리는 계속 해야만 한다.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것은 특별할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방송국에 입사한 뒤, 처음으로 스텝스크롤에 내 이름이 나갔던 순간의 떨림과 기쁨 그리고 무엇보다 다큐멘터리의 무게감을 느꼈던 그 때의 마음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해 결과물을 만들어 조연출의 이름을 달고 공중파로 송출 되었던 나의 첫번째 작품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에 관한 다큐멘터리였다.
신입인 내가 그 작품에 함께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었고, 또 행운이었다. 기획과 섭외가 모두 끝나고 이미 팀이 꾸려져 사전 촬영이 진행되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연출팀은 모두 남자였는데, 현장에서 할머니들의 생활을 영상에 담고, 그 어려운 이야기들을 인터뷰 할 때, 조금 더 부드럽고 다정하게 이끌어갈 여자PD가 있으면 좋겠다는 선배들의 의견이 있었지만, 여유없이 꽉차게 프로젝트가 돌아가던 터라 지원 나갈 사람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이제 막 입사한 신입인 내가 참여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방송의 ㅂ도 모르는 나였지만, 그 때의 나는 할머니께 어떤 이야기를 들어야 할지, 그래서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전해야 할지 마음을 많이 나누기로 했다. 다큐멘터리가 진행되는 동안 촬영이 없는 날에도 매일 안부 전화를 드리고, 살뜰히 살림을 돌보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시다 하면 집에 들렀다. 손녀처럼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인터뷰는 더 힘이 들었다. 아니, 할머니는 힘을 내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데, 그걸 듣고 있는 게 힘이 들었다. 온 몸의 힘을 다 끌어내 아픈 이야기를 하시는 할머니께, 더 깊게, 더 자세히 물어봐야 하는 내가 미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고통 스러운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모두가 어금니를 꽉 물고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할머니와 얼굴과 마주보고 편집을 할 때 마다 울었다. 이야기를 할 때마다 상처가 나는 마음은 영원히 아물지 못할 것 처럼 아플 것 같은데… 듣기만 해도 괴로운 이 이야기를 이제껏 몇 천번을 해오신 걸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나의 인생을 모두 바치고 계신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어떻게 해야 나는 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 까 고민했던것 같다.
위안부를 다룬 영화는 많다. <낮은 목소리> <귀향> <아이캔스피크> 그리고 <허스토리>까지 다큐멘터리부터, 가볍게 시작해서 무겁게 끝나는 드라마 타이즈의 영화들까지…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제작 되는 것은 한번이라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라면, 그 때의 나와 같은 고민때문일거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알아야 할텐데.
영화<허스토리>는 1992년 12월 부터 1998년까지 6년이라는 시간동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야마구치 지방재판소 시모노세키 지부레 조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3명과 근로정신대 피해가 할머니 7명 총 10명의 할머니들이 원고가 되어 약 6년동안 진행된 재판에 관한 이야기다.
김학순 할머니의 용감한 고백을 바탕으로, 부산 여성 경제인 연합회가 부산 내에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신고센터’를 설립하면서 시작한다. 연합회의 회장이었던 문정숙은 자신의 여행사에 신고센터를 열어 운영하면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게 된다. 특히 자신의 집에서 16년간 함께 햇던 할머니 마저 끔찍한 가해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문정숙은“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살아온 것이 부끄럽다.“는 말과 함께 할머니들을 위해 기나긴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재판 과정은 험난했다. 할머니의 존재를 알리고 일본 정부를 기소 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자 같은 나라의 국민들 마저 할머니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모른다.’ ‘돈 받아 처물라꼬 저런다’며 비난 했다. 변론의 기회를 얻어 할머니들과 함께 도착한 일본에서는 차별적 시선에 상처를 입고, 숙박을 거부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차별은 재판에서도 이어져 일본은 아무 이유없이 4년이나 선고를 미루며 무대응 전략을 펼친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6년간 일본 재판부와 끈질긴 사투를 벌여 다시 재판을 열게 된다. 할머니들의 증언은 결국 일본 재판부의 양심을 흔들고, 결국 1998년 1심 재판에서 “종국 위안부 제도가 현재도 극복해야할 인권 문제로서 일본국 헌번 13조에서 인정하는 기본적인 권리의 침해임을 인정한다.” 며 정부의 책임을 인정 받는다. 하지만 배상에 대한 명령뿐, 사과는 할 수 없다는 일본 재판부의 말에 원고들은 모두 법정을 박차고 나간다.
영화는 일부 승소 후 끝이 났지만, 안타깝게도 2001년, 2003년 열린 2심 및 3심 재판에서 선고가 뒤집혔고 결국 패소가 확정됐다.일본은 다시 할머니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문정숙’의 실제 인물인 ‘김문숙’은 200년 부산에 ‘민족과 여성 역사관’을 설립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알리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니 하나 힘 보탠다고 세상이 바뀌드나?”라고 묻는 사람에게 문정숙은 말한다. “세상은 안 바뀌어도 우리는 바뀌겠지예”라고.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도록 이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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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리뷰/소개]시간이 흘러도 이 영화가 좋은 이유
#집으로#집으로리뷰#추석개봉영화
추석을 맞이하여 재개봉하는 영화입니다. 시간이 흘러도 좋은 영화는 좋은 영화인가 봅니다. 여러분의 기억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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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7월 4주 신작 영화
[WEEKEND CHOICE MOVIE] #왓챠영화 #왓챠신작 #왓챠
#비와당신의이야기 #오문희 #아웃포스트 #라이더스오브저스티스 #손오공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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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으랏차차 스모부> 공식 예고편
졸업을 위해 시작한 스모에서 진짜 인생을 알아가는 청춘 스토리 [쉘 위 댄스]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으랏차차 스모부] 12월 21일 디즈니+ 단독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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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 메인 예고편
“이 재앙이 우리 가족을 집어 삼킬 줄은 몰랐네요“ 제7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신성한 나무의 씨앗] 6월 3일 개봉 확정! 예측할 수 없는 서스펜스의 대서사시 #신성한나무의씨앗 #모함마드라술로프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