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5-10 14:48:31
[JIFF 데일리] 떠오를 때마다 외워두고 싶어
<지상의 시>
지상의 시(Terrestrial Verses)
알리 아스가리, 알리제라 하타미
Iran | 2023 | 77min | DCP | Color | Fiction | 전체관람가 | Korean Premiere
<지상의 시>는 각계각층의 평범한 사람들을 따라가면서, 사회 당국이 그들에게 부과한 문화적, 종교적, 제도적 제약을 맞닥뜨리는 순간을 보여준다. 삽화의 모음과 같이 구성된 이 영화는 얽히고설킨 사회에 대한 미묘한 초상화이다.
'테헤란'은 어쩌면 국내에서 이란의 수도라는 사실보다 서울 강남구의 온갖 기업들이 몰려있는 메인 도로로 더 많이 알려져 있을 것이다.
"Terrestrial Verses"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지구에서,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하나의 주제를 외치는 에피소드들이 '시'의 연처럼 이어진다.
인구의 99.4%가 (통계상으로는) 이슬람을 믿는 '이란'은 현지에서 술을 마실 경우 징역까지 살아야 할 정도로 이슬람 근본주의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1세기를 살아가는 비이슬람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억압과 차별이 국가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나라이다.
좌 - <축구광 자흐라> / 우 - <노 베어스>
지난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이었던 이란의 다큐멘터리 <축구광 자흐라>는 테헤란의 축덕 '자흐라'가 축구 경기장에 들어가기 위해 '남장'까지 하는 비극을 웃프게 보여주었고, 최근 개봉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노 베어스>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유명 감독이 그로 인해 자국에서 출국금지를 당한 비극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지상의 시> 역시 자국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이를 매우 풍자적으로 연출하였다. (돌려 깐다)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데이비드'로 짓고 싶었던 남자가 영어(그것도 기독교식) 이름이라는 이유로 출생신고를 거부당하며, 이란의 위대한 이름들을 강요받는 에피소드로 영화는 시작된다.
© 전주국제영화제
운전면허 갱신을 위해 공무원을 마주한 한 남자는 온몸에 문신을 했다는 이유로 매년 운전면허 갱신을 강요받고, 경찰을 마주한 한 여자는 운전자 본인밖에 없던 '자동차' 안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형에 처한다. (심지어 카메라에 찍힌 사람은 본인도 아니었다)
77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9개의 에피소드가 짜임새 있게 구성된 영화는 자국 감독이 작품으로 인해 출국금지까지 당한 선례를 목격하였음에도 적폐를 적나라하게 까는 작품을 내놓았다는 사실만으로 그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냥 '까는' 영화가 아니라, 재미까지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세계 3대 영화제의 수상작을 다수 배출한 국가임에도,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이 작품의 국내 개봉을 더욱 소원하는 이유이며,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람한 19편의 작품 중 이 영화를 콕 집어 소개하는 이유이다.
Salam.
프론트라인 - <지상의 시> -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스케쥴
2024.05.02(목) 14:00 |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127)
2024.05.04(토) 21:30 |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378)
2024.05.10(금) 14:30 | 메가박스 전주객사 4관 (927)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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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나병의 영화정보 #14? ?국내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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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탕웨이의 연기가 돋보이는 원더랜드 속 감정 🌟 #영화원더랜드 #탕웨이 #영화리뷰
안녕하세요! 레빗구미입니다!
🐰✨ 오늘은 김태용 감독의 신작 '원더랜드'에 담긴 세 가지 감정을 알려드립니다. 🎥🍿
이번 원더랜드의 평가가 좋지는 못한 상황인데요. 😢🔍
영화 속에 담긴 감정은 잘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저와 함께 영화 속에 담긴 감정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
#탕웨이 #영화리뷰 #원더랜드 #영화감성 #레빗구미 #감정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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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남색대문> 메인 예고편
단짝 친구 ‘위에전’에게 사랑을 느끼는 ‘커로우’
같은 학교 남학생 ‘시하오’를 짝사랑하는 ‘위에전’
그리고 ‘커로우’의 비밀을 알지만 사랑을 멈출 수 없는 ‘시하오’
“이 여름이 지나고 나면, 내 마음이 선명해질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에 어쩔 줄 몰랐던 열일곱
가슴 아린 짝사랑과 설레는 첫사랑 사이에서
한 여름의 성장통을 지나는 세 청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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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챌린저스> 30초 예고편
모든 관계는 그녀로부터 세 사람의 긴장감 넘치는 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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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메이커> 빛과 그림자로 빚는 정치의 본뜻
수 차례 국회의원에 출마했지만 낙선만 거듭하던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어느날 그 앞에 약방을 운영 중이던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찾아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그의 뜻에 동참하고 싶다고 밝힌다. 고민 끝에 선거 캠프에 합류한 서창대는 객관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도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선거 전략을 펼치며 김운범에게 연이어 승리를 선사한다. 마침내 김운범을 강력한 경쟁자 '김영호(유재명)'까지 제치고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 자리에 올려놓는 데 성공한 서창대. 그러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동료이자 사제지간이라 할 수 있던 김운범과 서창대의 정치적 신념이 충돌하기 시작하고, 중앙정보부 '이 실장(조우진)'의 견제까지 더해지자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변성현 감독의 신작 <킹메이커>는 1960-70년대 야당 국회의원 ‘김대중’ 전 대통령과 선거 전략가였던 ‘엄창록’의 이야기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작품이다. 엄창록은 공권 선거와 금권선거 반발해 당시 기준으로 획기적이고 전략적인 방식과 유권자 심리를 이용하는 선거 전략을 수립한 인물이다. 그는 상대편 후보 캠프 사람인 것처럼 꾸며 비호감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등의 교묘한 선거 전략을 실행에 옮겼고, 이러한 전략은 중앙정보부가 그를 눈여겨봤을 정도로 대단했다.
중요한 것은 영화가 제목답게 엄창록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캐릭터인 서창대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이다. 이는 <킹메이커>가 단지 실제 사건을 영상화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역사를 벗어나 새로운 영화로 태어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승리의 수단을 취우선으로 고민하는 한 선거 기획자의 딜레마를 통해 정치의 본질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영화는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이 수반된 승리만 의미가 있다고 믿는 ‘김운범’(설경구)'과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서창대의 갈등을 중심축으로 삼는다. 이때 두 주인공의 충돌은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두 접근법의 차이를 함축하는 듯 보인다. 거칠게 말해 운범은 민주주의 정치에 규범적으로, 창대는 실증적으로 접근한다. 운범은 고전적인 이상을 지닌다. 그는 공공선을 추구하는 시민들이 선거를 통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 사회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반면에 창대는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가 정당, 후보가 공공선을 추구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정당과 후보는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데에, 시민들도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 몰두한다. 그에게 선거는 철저히 권력 투쟁이 게임의 장일뿐이고, 이데올로기는 정보가 부족한 유권자가 표를 선택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지름길일 뿐이다.
두 주인공의 차이는 그들에게 국민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창대는 국민은 허상이라고 말한다. 그저 이익을 좇아 움직이는 존재이기에 자신과 같은 선거 기획자가 계획하는 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그에게 운범은 국민이야말로 정의를 이루고 사회를 움직여 나갈 주역들이라고 일갈한다. 영화는 이와 같은 장면을 다채롭게 변주해 러닝타임을 두 주인공의 대담으로 채워 나간다. 표를 얻는 것이나 돈을 버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는 창대에게 운범은 그 둘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충고한다. 선거 전략에 있어서도 철저히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써 정책에 접근하는 창대와 달리, 운범은 국민들의 진심과 열망을 정책에 녹여내야 한다며 맞선다.
이때 <킹메이커>는 빛과 그림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출을 통해 정치의 의미에 대해 한 단계 더 깊이 숙고한다. 일견 빛과 그림자를 대비시키는 연출은 김운범의 방식이 옳고, 서창대의 방식은 틀렸다고 답을 내리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창대의 방식이 이전까지의 통념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의 정의와 이상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정치의 냉혹하고도 불편한 현실을 전면에 내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는 서창대의 선거 운동을 철저히 그림자 속에 가두면서 다른 캐릭터들의 대사대로 그에게 협잡꾼의 이미지를 덧씌운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의 표현에는 다른 의미도 숨어있다. 실과 바늘처럼 빛과 그림자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사이이고, 또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더 짙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빛과 그림자가 대비된다는 이미지와 빛과 그림자는 함께 한다는 심상을 모두 영리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달리 말해 서창대와 김운범의 신념은 서로 상극이고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만, 바로 그렇기에 둘은 아이러니하게도 하나 될 수밖에 없다. "정치란 때로는 짐승이 되는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의 탐욕과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일"이라는 유시민 작가의 표현대로,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려는 운범과 짐승이 되는 비천함을 견딜 줄 아는 창대는 함께할 때 비로소 정치를 할 수 있다. 그래서 김운범은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믿으면서도 서창대를 멀리하지 못하며 선거 때만 되면 다시금 그를 불러올린다.
특히 이러한 빛과 그림자의 관계는 서창대라는 그림자와 중앙정보부의 이 실장이라는 그림자가 대비되는 장면 덕분에 더욱 돋보이기도 한다. 오로지 표를 획득하는 데에만 몰두하는 이들이지만, 둘은 결정적인 차이를 지닌다. 창대는 승리를 통해 획득해야 할 김운범의 대의인 민주화라는 궁극적인 믿음과 낭만을 지니고 있지만, 이 실장에게는 승리 그 자체가 곧 목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같은 그림자이지만 둘은 빛이 있는 그림자와 어둠만이 가득한 그림자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는 김운범과 서창대가 외적으로는 대비되는 빛과 그림자 관계인데도 불구하고 동료 내지는 사제지간처럼 느껴지는 반면, 서창대와 이 실장은 같은 그림자인데도 정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영화는 빛과 그림자의 모티브와 연출을 단지 정치적 신념과 논쟁의 영역뿐만 아니라 정서적 경험으로 전환시킨다. 그 중심에는 서창대의 인생사가 위치한다. 그림자라는 별명을 본인도 싫어한다는 점에서 그의 내면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때 마음속에서 빛이 우선인지 그림자가 우선인지에 따라 영화의 감정선에는 또 다른 축인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축이 더해지고, 선거 기획자의 내적 딜레마가 전면에 나타난다.
창대는 목포에서 운범을 만나 그의 그림자가 될 기회를 잡는다. 이때 그들이 독대하는 방은 어둠으로 가득 하나, 순간적으로 밝은 빛이 들어왔다가 다시 그림자와 어둠으로 가득해진다. 이때 그 빛은 두 가지 의미로 보인다. 우선 자신이 믿는 대의를 위해 싸우고 함께 하고 싶다는 순수함이 엿보인다. 그러나 그 빛이 순간적으로 있다 없어진다는 점에서는 보일 듯 말 듯 꽈리를 틀고 있는 욕망과 야심이 기회를 잡은 모습을 묘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서창대의 선거 전략 덕분에 빛이 강해질수록 순수한 대의는 공천에 대한 야심과 충돌하고, 초라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그의 마음속에서는 원망과 좌절이 차오른다.
더 나아가 창대의 내적 갈등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어 전달된다. 김운범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어도 기념사진 속에 같이 서 있을 수 없는 아픔, 빛나는 김운범을 보면서 언제나 군중 속에 있어야 하는 씁쓸함, 혼자 있으면 빛나고 함께 있으면 기쁜 김운범과 달리 혼자 있으면 고독하고 함께 있으면 존재감 없어야 하는 그의 자격지심. 이 복합적인 감정들이 스크린을 가득 메우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설경구는 물론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김영호로 분한 유재명, 이실장 역을 맡은 조우진까지 배우들의 앙상블이 빛나는 가운데 이선균의 퍼포먼스는 유달리 돋보인다. 다른 캐릭터들이 러닝타임 내에 별다른 변화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준비가 되었는지 거듭 고민하는 서창대의 감정선이 영화 전반에 흐르는 것이다.
사실 <킹메이커>는 본래 작년 12월에 개봉하려 했으나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공개 일정이 미루어진 작품이다. 그러나 정치의 이상과 현실, 목적과 수단, 정치를 바라보는 태도의 차이에 대해서 넓게 또 좁게 들여다보는 영화라는 점에서 <킹메이커>는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더욱 뜻깊은 작품으로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단지 영화가 시작부터 자막을 통해 실화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재창작한 작품임을 강조하는 만큼, 주요 연도나 배경이 되는 도시와 장소 등에 대해 조금 더 과감하게 상상력을 발휘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변성현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이 될 <킹메이커>는 이러한 일말의 아쉬움만 제외하면 흠잡을 틈이 보이지 않는 품격 있는 대담이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정치의 본질에 대한 빛과 그림자의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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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이번 설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작품은 <웡카>입니다. <웡카>는 개봉일이 지난달 31일부터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달리고 있습니다. <시밈ㄴ더그히>는 설연휴를 노리고 나온 신작 영화들을 제치고 역주행에 성공하면서 2위를 기록,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예상 밖의 흥행을 이어가며 3위를 기록했습니다.
<아가일>이 개봉 첫 주에 이어 둘째 주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2억 달러라는 거액의 제작비를 들여 오프닝 성적이 3,700만 달러에 그치면서 최종 박스오피스 성적이ㅣ 1억 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보여 흥행 실패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2위는 호러 코미디 <리사 프랑켄슈타인>이 3위는 제이스 스타뎀 주연의 <더 비키퍼>가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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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남들보다 더 빨리 비상해야 하는 작은 새들의 이야기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작은 새들(Fledglings)
Poland/2022/84min/리디아 두다 감독 작품
상상력이 풍부한 조시아, 예민한 오스카, 독립적인 킹가는 또래 아이들보다 더 빨리 성인이 되어야 했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아이들의 동정심, 예술적 표현, 유머 센스 및 캐릭터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들의 우정과 사랑, 타인과의 관계는 마치 공기와 같아서 역경을 헤쳐 나갈 발판을 마련한다.
이 세상은 너무나도 넓다. 넓고, 또 위험하다. 무수히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큰 세상이지만 동시에 무수히 많은 위험과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는 그런 곳이다. 이렇게 넓고 큰 세상에서 유난히 더 일찍 어른이 되어야 하는 '작은 새들'이 바로 여기 있다.
영화 <작은 새들>은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 3명이 시각장애 기숙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부모님을 잡지 않고서는 단 몇 초밖에 서 있을 수 없던 이 어린 작은 새들은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이 세상에 적응해야 했기에 부모와의 힘든 이별을 겪게 되었다. 어미 새들로부터 놓여진 이 작은 새들은 기숙학교에서 서로에게 말을 걸고, 서로를 도와주고, 서로를 사랑해주며 우정과 공감을 바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 어린 아이들에게 주어진 낯선 환경으로 인해 처음에 이들의 움직임은 미숙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기숙학교를 떠날 때에는 마치 이 세상을 탐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 있는 작은 새의 활발한 날갯짓처럼 강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흑백으로 표현되었으며, 그리고 관객들은 아이들과 똑같은 시선에서 그들을 바라본다. 나는 최근 들어 영화를 볼 때 영화 속 인물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이 관객에게 참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메라의 시선이 다정하면 관객도 저절로 다정한 시선으로 해당 인물을 바라보게 되고, 또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는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서 그들을 바라봄으로써 그들의 움직임과 행동, 표정 등에 더 집중하게끔 만든다. 그래서 저절로 우리가 이 작은 새들의 활발한 비상을 희망하고 응원하게끔 만든다.
작은 새들이 모여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며, 또 동시에 자기들만의 세상을 살아간다. 초반에 아이들은 서투르고 조심스러웠다. 자신의 앞에 주어진 피아노 건반을 천천히 만져보고, 또 복도를 걷기 위해 손을 마구 흔들며 손잡이를 찾아보고. 누군가에게는 어릴 때부터 그저 쓱- 보고 지나쳤을 공간이나 물건을 이들은 조심스럽게 만져보고, 또 집중해서 탐구해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이들간의 사랑, 우정, 공감, 교감, 그리고 서로에게 건네는 다정한 말과 행동들이었다. 서로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는 선뜻 도와주고, 서로를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같은 상황에 주어진 서로에게 그 무엇보다 힘이 되는 응원을 보내고, 기숙학교를 먼저 떠나는 이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렴'과 같은 따스한 말을 건네고. 아이들의 시선에서 자연스레 영화를 따라가다보면 부서질 것 같이 연약해 보이던 초반의 작은 새들이 어느덧 내면적으로나 외면적으로나 강인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2022.09.26(월) 20:30 메가박스 백석점 7관
2022.09.29(목) 11:00 메가박스 백석점 7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 기간: 09월 22일 - 0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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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하는 것, 도리를 찾아서
'남다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남다르다'라는 말은 '보통 사람들보다 유난히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다르다'의 다른 말은 '같지 않다'이며, 반댓말은 '같다'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같음'과 '다름'을 대하는 태도는 과연 어떨까?
‘그 애는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어.’
가령 어떤 사람을 두고 위와 같은 말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여기서 말하는 '남다르다'는 '특출나다'의 다른 말로 쓰였을 확률이 높다.
이 문장의 뒤에는 "그 애는 공부며 운동이며 뭐 못하는 게 없었지." 같은 말이 이어지리라.
혹은 포털 사이트에 '남다른' 이라는 말을 검색해보라.
그것은 대개 '평균 이상' 혹은 '잘남'이라는 의미로 쓰였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소위 말하는 '보통', 혹은 '평균 이상'의 대상에 한하여 '남다르다'라는 말을 다소 남발한다.
우리 사회는 많은 사람들의 '같음'을 보통, 평균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말미암아 우리의 기준에 부합하는 '남다름'만을 선호한다.
그래서 '남다르다'라는 술어의 주어가 될 수 있는 대상은 무척 한정적이다.
노인, 어린이, 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을 생각해보라.
혹은 '일반적이지 않은' 취미를 가진 '괴짜'들이나, 그 밖에 우리 사회의 '다수'가 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을 떠올려보라.
대중은 그들에게 쉽게 '남다름'의 칭호를 부여하지 않는다.
많은 경우 이들은 그저 '남'이다. 그들의 개성은 독특한 것이 아니라 이상하고 저급한 것으로 치부된다.
그로써 그들은 '다른' 존재가 아니라 '틀린' 존재가 된다.
영화 <도리를 찾아서>는 우리 사회에서 쉽게 간과되곤 하는, 다른 차원에서 '남다른' 자들의 이야기다.
도리를 찾아서
주인공 도리는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고, 니모는 한쪽 지느러미 왜소증을 앓고 있다.
도리의 친구 행크는 바다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고, 고래상어 데스티니는 심각한 근시로 고생하며,
그들의 벨루가 친구 베일리는 본인이 초음파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들의 또다른 우루우루 조력자인 베키, 끊임없이 바위를 탐내는(그래서 다른 물개 플루크 등이 끊임없이 경계하는) 물개도
'보통' 물고기가 보기에는 '제 정신이 아니다'.
이러한 이들의 모습은 우리 인간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는 소수자들을 연상케한다.
많은 경우 이들은 놀림거리, 골칫덩이, 제대로 되지 못한 존재로 취급되고,
다수의, 다수를 위한, 다수에 의해서만 굴러가는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전락한다.
<도리를 찾아서>의 위대한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아웃사이더들이 위와 같은 아픔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여정을 해내고 말았으니까.
아주 작은 물고기가 두 번씩이나 바다를 횡단하고, 지상을 넘나들고 하늘을 날았다.
이를 어찌 위대하지 않다고 할 수 있으랴.
물론 이런 '남다른'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서사는 숱하게 많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이 영화 속에서 약자를 바라보는 인물들의 따뜻한 시선 때문이 아닐까 한다.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다른 예로, 인기있는 디즈니 영화 시리즈 중 라이온킹3의 사례를 살펴보자.
티몬과 품바는 문제나 일삼고 냄새나 풍기는 골칫덩이로 여겨진다.
그들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그들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니라
'가치있는 인물'임을 증명하고 나서야 가족과 사회로부터 비로소 인정받는다.
'약자를 주인공으로 한 서사'의 대부분이 대체로 이러하다.
즉, 대다수의 이야기에서 마이너리티에 해당하는 주인공들은
그들이 속한 사회에 자신의 가치를 검증하고나서야 비로소 사회에 받아들여지게 된다.
그러나 <도리를 찾아서>의 인물들은 다르다.
주인공들이 만나는 숱한 엑스트라 해양생물만 보아도 그렇다.
도리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다정하고 따뜻하다. 많은 경우, 그들은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길 잃은 어린 도리를 돕고자 했던 녹색 물고기 부부,
성인 도리가 아쿠아리움을 빠져나갈 때 '파이프를 따라 가라'고 일러줬던 해초 깎는 게 부부를 떠올려 보라.
도리를 찾아 나선 말린 부자에게 기꺼이 등을 내어주었던 바다거북 크루크네 무리와
길 잃은 도리가 탈출할 수 있게 온 힘을 다해 도왔던 아쿠아리움의 해양생물들도!
그들은 도리네가 특출나서 도운 것이 아니다.
그저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했기에 도왔다.
말린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그는 우리가 '보통'이라고 감히 규정하는 인물의 전형인 것처럼 보인다.
다소 소심하고 경계심많은 그는 언제나 걱정스러워하고 곤란해한다.
도리의 기억상실증에 곧잘 신경질도 내고, 심지어는 실언도 하고 만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잘못을 금세 뉘우치며, 도리가 부모님을 찾게 도와주는 가장 큰 조력자이자, 동반자가 되어준다.
이는 도리의 부모님도 그렇다.
그의 부모님은 도리의 단기 기억 상실증을 걱정하지만,
그럼에도 아이 앞에서 밝은 모습을 유지하며 아이가 밝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그들은 아이를 바꾸는 대신 아이가 길을 잃었을 때 집을 찾아올 수 있도록 조개 길을 만든다.
이처럼 영화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장애는 숨겨야 되는 것이 아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결코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또하나의 개성이다.
도리와 친구들은 도리/기억을 찾아나서는 일련의 여정을 통해 성장한다.
타인과 자신의 '남다름'을 찾아 나가면서. 누군가를 기꺼이 위하는 과정에서.
도리의 방식!
초반의 도리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캐릭터처럼 그려진다.
그녀에겐 말린이 필요해 보였고, 그래서 말린은 최대한 그녀를 '자신의 눈이 닿는 곳'에 두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것이 도리를 진정 위하는 일이 아니었음은 극이 전개되면서 차츰 밝혀진다.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도리는 스스로 부모님을 찾아가고, 말린을 구하고, 행크를 설득한다.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수백마리의 물고기들을 바다로 돌려보낸 것 역시 그녀였다!
그리고 그들은 집으로 돌아와, 이렇게 말한다.
"네가 해냈어."
"그래, 내가 해냈어!"
이 무모하고도 용감한 해양생물들은 그래야 할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래서 이 대단한 모험을 했다.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것은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이므로.
***
한번 생각해보자.
나는 나의 '다름'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는가?
타인의 '다름'에 대해서는 어떠했는가?
나는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등을 내어주고 '조개길'을 만들 수 있는가?
아직 그러지 못했다고 해도 괜찮다.
우리는 언제든 우리 자신과 우리 이웃을 찾아나설 수 있다.
자, 도리와 친구들처럼 기꺼이 지느러미, 아니 손을 내밀어 보자. 그들의 남다름을 찾아보자.
당신이 보내는 따뜻한 시선은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누군가의 폭풍이 될 것이다.
*본 콘텐츠는 브런치 토리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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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속에서 숨쉬는 여자들의 연대는 뜨겁다
* <밀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밀수 (2023)
감독: 류승완
출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장르: 범죄, 액션, 코미디
개봉일: 2023.07.26
상영시간: 129분
평화롭던 1970년대의 작은 도시 군천, 해녀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은 동료들과 함께 물질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바다 근처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자 어패류가 대량으로 폐사하는 사태에 이르고, 해녀들은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는다. 어려서부터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던 '춘자'는 밀수가 돈이 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진숙'과 해녀들을 밀수판에 끌어들인다. 물 속에 들어가 물건만 건져 올리면 끝인 밀수 작업은 반평생을 바다에서 살아온 해녀들에게 천직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게 돈맛을 막 보려던 찰나, 세관 단속에 걸려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진숙'은 눈앞에서 모든 것을 잃는다.
혼란을 틈타 홀로 탈출에 성공한 '춘자'는 서울로 상경해 밀수업을 이어가며 돈을 벌어들인다. 괄괄하고 대담한 성격 탓에 전국구 밀수왕 '권상사(조인성)'를 만나 죽을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절박한 그녀는 기지를 발휘해 다시금 해녀들에게로 향하는 방편을 모색한다. '권상사'를 만나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밀수판, '춘자'는 또다시 '진숙'과 해녀들을 밀수판으로 끌어들인다. '진숙'은 여전히 '춘자'와의 앙금을 풀지 못했지만, 동료들을 위해 리더로서 큰 결심을 내린다. 이제 그 누구도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되는 곳이 된 바닷가에서,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서로를 믿기로 해본다.
<밀수>는 한국형 범죄액션의 대가로 불리는 '류승완' 감독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여성 투톱 영화이자 해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범죄액션활극이다. 대중성을 노린 텐트폴 작품인만큼 플롯은 제법 익숙하다. 돈을 벌기 위해 주인공들이 범죄에 손을 대고,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위험에 휩싸이며, 배신과 협력을 오가다 결국 악의 세력에 맞서 고군분투 하게 된다는 이야기. 할리우드 케이퍼 무비나 여름 시즌을 노린 한국 범죄영화에 숱하게 등장했던 형식의 이야기 구성이다.
뻔한 스토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건 단연 여성 캐릭터들이다. 언제나 남자들이 메인으로 나섰던 한국 범죄액션오락물에서 여자들이 주축으로 나섰다는 것, 뿐만 아니라 그들의 직업이 생계형 해녀라는 것만으로 <밀수>는 같은 장르의 영화들 사이에서 신선한 포지션을 차지하게 된다. 몸소 밀수 작업을 수행하는 것도, 힘 있는 남자들 사이에서 두뇌싸움을 벌이는 것도, 끝에 승리를 손에 쥐는 것도 모두 여성들이다. 새롭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식상함을 탈피할 수 있던 건 캐릭터의 서사를 통해 흥미로운 변화를 꾀했기 때문일 것이다.
<밀수>를 관통하는 여성 서사에 설득력을 부여한 건 개연성 있는 갈등 해결 구조와 적절한 캐릭터 활용법이다. 19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 그리고 '춘자'와 '진숙'의 사회적 위치를 생각하면 이들이 밀수판에서 전면적으로 활약하기란 쉽지 않다. 밀수왕 '권상사'는 누구보다 이 바닥을 잘 아는 베테랑 꾼이며 '장도리(박정민)'는 믿음직스럽지 못하긴 해도 졸개 수십 명을 줄줄이 끌고 다닌다. 물리적 힘과 권력에서 모두 열세인 해녀들이 이 잔혹한 범죄 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해녀들에겐 '권상사'의 '쿠엔틴 타란티노'식 무쌍 액션신도, '이장춘(김종수)'와 '장도리'의 엽총과 칼자루도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들에겐 투쟁의 근거지로 삼아왔던 바다가 있고, 배신과 의심으로 똘똘 뭉친 남자들에게 없는 뜨거운 연대가 있다. 후반부 수중액션 장면이야말로 끝까지 이들을 얕잡아 본 남자들을 상대로 해녀들의 힘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물론 물 속에서 맨손으로 남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해녀들의 반격은 살짝 어설퍼 보이기도 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해녀들이 '아쿠아맨' 마냥 물 속에서 수준급 액션을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판타지가 아니었을까. 오히려 완벽해 보이지 않아서 현실적이었고, 돈에 대한 탐욕보다는 서로를 지키려는 해녀들의 끈끈한 동료애가 엿보여서 좋았다. '춘자'와 '진숙', 그리고 해녀들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주도권을 차지하고, 혈투 끝에 승리를 쟁취한 것으로 여성 서사의 깔끔한 완결을 이뤄냈다.
여성 서사를 이끈 주역 '김혜수'와 '염정아'는 상반된 스타일의 연기로 작품의 중심을 잡아주며 콤비로서의 호흡도 뛰어나다. 초반부 '춘자'의 연기 톤이나 과장된 표정연기는 오버액션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점차 안정감이 더해지자 '김혜수'가 해석한 '춘자' 캐릭터에도 조금씩 적응이 된다. 가볍고 만화적인 캐릭터들이 판을 치는 와중 유일하게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연기를 펼친 '염정아'는 밸런스 면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을 점했으며 '김혜수'와의 캐릭터 대비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조연이지만 가장 뛰어난 존재감으로 엄청난 매력을 보여준 '고민시'의 감초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박준면', '김재화', '박경혜' 등 동료 해녀들을 연기한 배우들도 마치 실제 그곳에 존재할 것 같은 실감나는 표현력을 보여주며 극중 최고의 액션신을 남긴 '조인성'과 '박정민', '김종수'의 캐릭터 변신도 훌륭하다. 말로만 내세운 여성 서사가 아닌 여배우들이 역량을 맘껏 표출할 수 있는 판을 제대로 깔아주었으며 남배우들과의 적절한 케미스트리도 극에 매끄럽게 녹아들었다.
손익분기점 돌파를 확정지으며 2023 여름 텐트폴 영화 중 가장 먼저 흥행에 성공한 <밀수>. 이렇게 여성 주연 영화는 투자 받기 힘들다는 한국 영화의 고리타분한 편견을 깨부수고, 앞으로 여성이 주축으로 활약하는 텐트폴 영화도 다양하게 개봉하는 날이 올 수 있기를.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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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금쪽이만 문제이던가
6★/10★
딸이 죽었다. 혜영의 사랑스러운 딸 유리는 다른 시체 2구와 함께 한적한 호숫가 바로 옆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를 동반자살 사건으로 본다. 그러나 혜영은 경찰의 수사가 어처구니 없다. 혜영은 유리가 자살했을 리가 없다고 확신한다. 유리는 아침까지만 해도 평소와 같이 웃는 얼굴로 등교했다. 평소에 공부도 곧잘 했고, 학교에서도 반장을 맡는 드 모범적 생활을 이어갔다. 혜영은 유리의 ‘불량스러운’ 친구 예나가 딸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 거라 본다. 어딘가 못 미더운 담임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사건의 비밀을 오래 숨기지 않는다. 유리가 엄마 혜영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음이 금세 드러난다. 갑자기 선한 표정을 거두고 살벌한 표정으로 친구에게 욕을 한다거나, 아이돌 연습생 친구 예나가 전해준 우울증 약을 엄마 몰래 복용한다거나, 엄마 몰래 세컨폰을 사용한다거나. 혜영은 유리를 위해 모든 것을 마련해준다. 그리고 자신이 유리에게 주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100퍼센트 확신한다. 그래서 혜영은 유리의 반항을 허용하지 않는다. ‘널 위해서’, ‘너 좋으라고’ 하는 통제가 끝도 없이 반복된다. 아주 자그마한 반항의 시도만 있어도 날 선 통제가 가해진다.
혜영이 미리 확정해둔 유리의 세계가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유리가 자살한 이유 역시 조금씩 ‘납득’된다. 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혜영이 유리의 친구 예나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었다. 혜영이 보기에 아이돌 연습생 예나는 유리에게 도움이 될 친구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이 딸을 위해 설계해둔 미래를 결정적으로 훼손할 방해꾼이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유리를 통제하려 든다. 문제는 예나가 유리의 유일한 숨구멍이었다는 것. 유리는 엄마 앞에서는 방긋 웃는 착한 딸을 연기하고, 뒤돌아서는 엄마를 경멸‧증오하는 얼굴로 동반자살을 계획한다. 경찰의 수사로 사건의 진실을 마주한 혜영은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무너져내렸지만, 사랑하는 딸 유리를 죽인 건 혜영 자신이었다.
혜영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을지 모른)다. 결혼 정보회사에서 일하는 그녀는 우리 사회가 사람에게 등급을 매긴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등급이 낮게 매겨진 사람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유리를 높은 등급의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혜영 딴에는, 유리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진정한 ‘사랑의 실천’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혜영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았을까? 예나는 유리의 죽음 이후 큰 상실감에 빠진다. 선생님은 유리를 추모하면서도 내심 자신에 대한 혜영의 고소가 취하됐다는 데 더 큰 안도를 느끼는 것 같다. 혜영은 유리에게 했던 짓을 어린 아들에게 반복한다. 아들은 악을 쓰며 죽은 누나를 데려오라고 소리친다. “누나가 없으니까 이제 엄마가 나를 괴롭히잖아!” 결국 죽은 유리를 진정으로 애도하고 추모한 건 혜영이 그토록 미워했던 예나뿐이다.
혜영을 악마화‧병리화하는 방식으로 〈독친〉을 읽어내는 시도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혜영이 유별나다고는 할 수 있겠지만, 동시대의 부모는 모두 혜영이 자식을 사랑하는 방식의 자장 안에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상이나 행동의 정수는 본래 이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였을 때 선명하게 드러나는 법이다. 금쪽이도 문제지만, 금쪽이를 자기 소유로 여기는 양육자도 문제다. 그들이 ‘아이를 위해’ 통제를 사랑이라 생각한다는 건 더 큰 문제다. 우리 사회가 굴러가는 방식을 고려했을 때, 이런 유의 사랑이 지극히 합리적인 사고의 결과물이라는 건 더더욱 큰 문제다. 혜영의 눈과 마음은 우리 모두에게 깃들어 있다. 〈독친〉은 장르에서나 메시지에서나 스릴러일 수밖에 없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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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탕웨이의 연기가 돋보이는 원더랜드 속 감정 🌟 #영화원더랜드 #탕웨이 #영화리뷰
안녕하세요! 레빗구미입니다!
🐰✨ 오늘은 김태용 감독의 신작 '원더랜드'에 담긴 세 가지 감정을 알려드립니다. 🎥🍿
이번 원더랜드의 평가가 좋지는 못한 상황인데요. 😢🔍
영화 속에 담긴 감정은 잘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저와 함께 영화 속에 담긴 감정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
#탕웨이 #영화리뷰 #원더랜드 #영화감성 #레빗구미 #감정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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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남색대문> 메인 예고편
단짝 친구 ‘위에전’에게 사랑을 느끼는 ‘커로우’
같은 학교 남학생 ‘시하오’를 짝사랑하는 ‘위에전’
그리고 ‘커로우’의 비밀을 알지만 사랑을 멈출 수 없는 ‘시하오’
“이 여름이 지나고 나면, 내 마음이 선명해질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에 어쩔 줄 몰랐던 열일곱
가슴 아린 짝사랑과 설레는 첫사랑 사이에서
한 여름의 성장통을 지나는 세 청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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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챌린저스> 30초 예고편
모든 관계는 그녀로부터 세 사람의 긴장감 넘치는 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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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메이커> 빛과 그림자로 빚는 정치의 본뜻
수 차례 국회의원에 출마했지만 낙선만 거듭하던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어느날 그 앞에 약방을 운영 중이던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찾아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그의 뜻에 동참하고 싶다고 밝힌다. 고민 끝에 선거 캠프에 합류한 서창대는 객관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도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선거 전략을 펼치며 김운범에게 연이어 승리를 선사한다. 마침내 김운범을 강력한 경쟁자 '김영호(유재명)'까지 제치고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 자리에 올려놓는 데 성공한 서창대. 그러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동료이자 사제지간이라 할 수 있던 김운범과 서창대의 정치적 신념이 충돌하기 시작하고, 중앙정보부 '이 실장(조우진)'의 견제까지 더해지자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변성현 감독의 신작 <킹메이커>는 1960-70년대 야당 국회의원 ‘김대중’ 전 대통령과 선거 전략가였던 ‘엄창록’의 이야기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작품이다. 엄창록은 공권 선거와 금권선거 반발해 당시 기준으로 획기적이고 전략적인 방식과 유권자 심리를 이용하는 선거 전략을 수립한 인물이다. 그는 상대편 후보 캠프 사람인 것처럼 꾸며 비호감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등의 교묘한 선거 전략을 실행에 옮겼고, 이러한 전략은 중앙정보부가 그를 눈여겨봤을 정도로 대단했다.
중요한 것은 영화가 제목답게 엄창록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캐릭터인 서창대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이다. 이는 <킹메이커>가 단지 실제 사건을 영상화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역사를 벗어나 새로운 영화로 태어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승리의 수단을 취우선으로 고민하는 한 선거 기획자의 딜레마를 통해 정치의 본질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영화는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이 수반된 승리만 의미가 있다고 믿는 ‘김운범’(설경구)'과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서창대의 갈등을 중심축으로 삼는다. 이때 두 주인공의 충돌은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두 접근법의 차이를 함축하는 듯 보인다. 거칠게 말해 운범은 민주주의 정치에 규범적으로, 창대는 실증적으로 접근한다. 운범은 고전적인 이상을 지닌다. 그는 공공선을 추구하는 시민들이 선거를 통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 사회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반면에 창대는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가 정당, 후보가 공공선을 추구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정당과 후보는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데에, 시민들도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 몰두한다. 그에게 선거는 철저히 권력 투쟁이 게임의 장일뿐이고, 이데올로기는 정보가 부족한 유권자가 표를 선택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지름길일 뿐이다.
두 주인공의 차이는 그들에게 국민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창대는 국민은 허상이라고 말한다. 그저 이익을 좇아 움직이는 존재이기에 자신과 같은 선거 기획자가 계획하는 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그에게 운범은 국민이야말로 정의를 이루고 사회를 움직여 나갈 주역들이라고 일갈한다. 영화는 이와 같은 장면을 다채롭게 변주해 러닝타임을 두 주인공의 대담으로 채워 나간다. 표를 얻는 것이나 돈을 버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는 창대에게 운범은 그 둘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충고한다. 선거 전략에 있어서도 철저히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써 정책에 접근하는 창대와 달리, 운범은 국민들의 진심과 열망을 정책에 녹여내야 한다며 맞선다.
이때 <킹메이커>는 빛과 그림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출을 통해 정치의 의미에 대해 한 단계 더 깊이 숙고한다. 일견 빛과 그림자를 대비시키는 연출은 김운범의 방식이 옳고, 서창대의 방식은 틀렸다고 답을 내리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창대의 방식이 이전까지의 통념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의 정의와 이상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정치의 냉혹하고도 불편한 현실을 전면에 내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는 서창대의 선거 운동을 철저히 그림자 속에 가두면서 다른 캐릭터들의 대사대로 그에게 협잡꾼의 이미지를 덧씌운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의 표현에는 다른 의미도 숨어있다. 실과 바늘처럼 빛과 그림자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사이이고, 또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더 짙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빛과 그림자가 대비된다는 이미지와 빛과 그림자는 함께 한다는 심상을 모두 영리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달리 말해 서창대와 김운범의 신념은 서로 상극이고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만, 바로 그렇기에 둘은 아이러니하게도 하나 될 수밖에 없다. "정치란 때로는 짐승이 되는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의 탐욕과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일"이라는 유시민 작가의 표현대로,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려는 운범과 짐승이 되는 비천함을 견딜 줄 아는 창대는 함께할 때 비로소 정치를 할 수 있다. 그래서 김운범은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믿으면서도 서창대를 멀리하지 못하며 선거 때만 되면 다시금 그를 불러올린다.
특히 이러한 빛과 그림자의 관계는 서창대라는 그림자와 중앙정보부의 이 실장이라는 그림자가 대비되는 장면 덕분에 더욱 돋보이기도 한다. 오로지 표를 획득하는 데에만 몰두하는 이들이지만, 둘은 결정적인 차이를 지닌다. 창대는 승리를 통해 획득해야 할 김운범의 대의인 민주화라는 궁극적인 믿음과 낭만을 지니고 있지만, 이 실장에게는 승리 그 자체가 곧 목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같은 그림자이지만 둘은 빛이 있는 그림자와 어둠만이 가득한 그림자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는 김운범과 서창대가 외적으로는 대비되는 빛과 그림자 관계인데도 불구하고 동료 내지는 사제지간처럼 느껴지는 반면, 서창대와 이 실장은 같은 그림자인데도 정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영화는 빛과 그림자의 모티브와 연출을 단지 정치적 신념과 논쟁의 영역뿐만 아니라 정서적 경험으로 전환시킨다. 그 중심에는 서창대의 인생사가 위치한다. 그림자라는 별명을 본인도 싫어한다는 점에서 그의 내면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때 마음속에서 빛이 우선인지 그림자가 우선인지에 따라 영화의 감정선에는 또 다른 축인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축이 더해지고, 선거 기획자의 내적 딜레마가 전면에 나타난다.
창대는 목포에서 운범을 만나 그의 그림자가 될 기회를 잡는다. 이때 그들이 독대하는 방은 어둠으로 가득 하나, 순간적으로 밝은 빛이 들어왔다가 다시 그림자와 어둠으로 가득해진다. 이때 그 빛은 두 가지 의미로 보인다. 우선 자신이 믿는 대의를 위해 싸우고 함께 하고 싶다는 순수함이 엿보인다. 그러나 그 빛이 순간적으로 있다 없어진다는 점에서는 보일 듯 말 듯 꽈리를 틀고 있는 욕망과 야심이 기회를 잡은 모습을 묘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서창대의 선거 전략 덕분에 빛이 강해질수록 순수한 대의는 공천에 대한 야심과 충돌하고, 초라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그의 마음속에서는 원망과 좌절이 차오른다.
더 나아가 창대의 내적 갈등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어 전달된다. 김운범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어도 기념사진 속에 같이 서 있을 수 없는 아픔, 빛나는 김운범을 보면서 언제나 군중 속에 있어야 하는 씁쓸함, 혼자 있으면 빛나고 함께 있으면 기쁜 김운범과 달리 혼자 있으면 고독하고 함께 있으면 존재감 없어야 하는 그의 자격지심. 이 복합적인 감정들이 스크린을 가득 메우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설경구는 물론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김영호로 분한 유재명, 이실장 역을 맡은 조우진까지 배우들의 앙상블이 빛나는 가운데 이선균의 퍼포먼스는 유달리 돋보인다. 다른 캐릭터들이 러닝타임 내에 별다른 변화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준비가 되었는지 거듭 고민하는 서창대의 감정선이 영화 전반에 흐르는 것이다.
사실 <킹메이커>는 본래 작년 12월에 개봉하려 했으나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공개 일정이 미루어진 작품이다. 그러나 정치의 이상과 현실, 목적과 수단, 정치를 바라보는 태도의 차이에 대해서 넓게 또 좁게 들여다보는 영화라는 점에서 <킹메이커>는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더욱 뜻깊은 작품으로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단지 영화가 시작부터 자막을 통해 실화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재창작한 작품임을 강조하는 만큼, 주요 연도나 배경이 되는 도시와 장소 등에 대해 조금 더 과감하게 상상력을 발휘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변성현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이 될 <킹메이커>는 이러한 일말의 아쉬움만 제외하면 흠잡을 틈이 보이지 않는 품격 있는 대담이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정치의 본질에 대한 빛과 그림자의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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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이번 설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작품은 <웡카>입니다. <웡카>는 개봉일이 지난달 31일부터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달리고 있습니다. <시밈ㄴ더그히>는 설연휴를 노리고 나온 신작 영화들을 제치고 역주행에 성공하면서 2위를 기록,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예상 밖의 흥행을 이어가며 3위를 기록했습니다.
<아가일>이 개봉 첫 주에 이어 둘째 주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2억 달러라는 거액의 제작비를 들여 오프닝 성적이 3,700만 달러에 그치면서 최종 박스오피스 성적이ㅣ 1억 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보여 흥행 실패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2위는 호러 코미디 <리사 프랑켄슈타인>이 3위는 제이스 스타뎀 주연의 <더 비키퍼>가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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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남들보다 더 빨리 비상해야 하는 작은 새들의 이야기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작은 새들(Fledglings)
Poland/2022/84min/리디아 두다 감독 작품
상상력이 풍부한 조시아, 예민한 오스카, 독립적인 킹가는 또래 아이들보다 더 빨리 성인이 되어야 했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아이들의 동정심, 예술적 표현, 유머 센스 및 캐릭터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들의 우정과 사랑, 타인과의 관계는 마치 공기와 같아서 역경을 헤쳐 나갈 발판을 마련한다.
이 세상은 너무나도 넓다. 넓고, 또 위험하다. 무수히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큰 세상이지만 동시에 무수히 많은 위험과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는 그런 곳이다. 이렇게 넓고 큰 세상에서 유난히 더 일찍 어른이 되어야 하는 '작은 새들'이 바로 여기 있다.
영화 <작은 새들>은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 3명이 시각장애 기숙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부모님을 잡지 않고서는 단 몇 초밖에 서 있을 수 없던 이 어린 작은 새들은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이 세상에 적응해야 했기에 부모와의 힘든 이별을 겪게 되었다. 어미 새들로부터 놓여진 이 작은 새들은 기숙학교에서 서로에게 말을 걸고, 서로를 도와주고, 서로를 사랑해주며 우정과 공감을 바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 어린 아이들에게 주어진 낯선 환경으로 인해 처음에 이들의 움직임은 미숙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기숙학교를 떠날 때에는 마치 이 세상을 탐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 있는 작은 새의 활발한 날갯짓처럼 강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흑백으로 표현되었으며, 그리고 관객들은 아이들과 똑같은 시선에서 그들을 바라본다. 나는 최근 들어 영화를 볼 때 영화 속 인물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이 관객에게 참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메라의 시선이 다정하면 관객도 저절로 다정한 시선으로 해당 인물을 바라보게 되고, 또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는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서 그들을 바라봄으로써 그들의 움직임과 행동, 표정 등에 더 집중하게끔 만든다. 그래서 저절로 우리가 이 작은 새들의 활발한 비상을 희망하고 응원하게끔 만든다.
작은 새들이 모여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며, 또 동시에 자기들만의 세상을 살아간다. 초반에 아이들은 서투르고 조심스러웠다. 자신의 앞에 주어진 피아노 건반을 천천히 만져보고, 또 복도를 걷기 위해 손을 마구 흔들며 손잡이를 찾아보고. 누군가에게는 어릴 때부터 그저 쓱- 보고 지나쳤을 공간이나 물건을 이들은 조심스럽게 만져보고, 또 집중해서 탐구해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이들간의 사랑, 우정, 공감, 교감, 그리고 서로에게 건네는 다정한 말과 행동들이었다. 서로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는 선뜻 도와주고, 서로를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같은 상황에 주어진 서로에게 그 무엇보다 힘이 되는 응원을 보내고, 기숙학교를 먼저 떠나는 이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렴'과 같은 따스한 말을 건네고. 아이들의 시선에서 자연스레 영화를 따라가다보면 부서질 것 같이 연약해 보이던 초반의 작은 새들이 어느덧 내면적으로나 외면적으로나 강인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2022.09.26(월) 20:30 메가박스 백석점 7관
2022.09.29(목) 11:00 메가박스 백석점 7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 기간: 09월 22일 - 0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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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하는 것, 도리를 찾아서
'남다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남다르다'라는 말은 '보통 사람들보다 유난히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다르다'의 다른 말은 '같지 않다'이며, 반댓말은 '같다'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같음'과 '다름'을 대하는 태도는 과연 어떨까?
‘그 애는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어.’
가령 어떤 사람을 두고 위와 같은 말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여기서 말하는 '남다르다'는 '특출나다'의 다른 말로 쓰였을 확률이 높다.
이 문장의 뒤에는 "그 애는 공부며 운동이며 뭐 못하는 게 없었지." 같은 말이 이어지리라.
혹은 포털 사이트에 '남다른' 이라는 말을 검색해보라.
그것은 대개 '평균 이상' 혹은 '잘남'이라는 의미로 쓰였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소위 말하는 '보통', 혹은 '평균 이상'의 대상에 한하여 '남다르다'라는 말을 다소 남발한다.
우리 사회는 많은 사람들의 '같음'을 보통, 평균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말미암아 우리의 기준에 부합하는 '남다름'만을 선호한다.
그래서 '남다르다'라는 술어의 주어가 될 수 있는 대상은 무척 한정적이다.
노인, 어린이, 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을 생각해보라.
혹은 '일반적이지 않은' 취미를 가진 '괴짜'들이나, 그 밖에 우리 사회의 '다수'가 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을 떠올려보라.
대중은 그들에게 쉽게 '남다름'의 칭호를 부여하지 않는다.
많은 경우 이들은 그저 '남'이다. 그들의 개성은 독특한 것이 아니라 이상하고 저급한 것으로 치부된다.
그로써 그들은 '다른' 존재가 아니라 '틀린' 존재가 된다.
영화 <도리를 찾아서>는 우리 사회에서 쉽게 간과되곤 하는, 다른 차원에서 '남다른' 자들의 이야기다.
도리를 찾아서
주인공 도리는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고, 니모는 한쪽 지느러미 왜소증을 앓고 있다.
도리의 친구 행크는 바다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고, 고래상어 데스티니는 심각한 근시로 고생하며,
그들의 벨루가 친구 베일리는 본인이 초음파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들의 또다른 우루우루 조력자인 베키, 끊임없이 바위를 탐내는(그래서 다른 물개 플루크 등이 끊임없이 경계하는) 물개도
'보통' 물고기가 보기에는 '제 정신이 아니다'.
이러한 이들의 모습은 우리 인간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는 소수자들을 연상케한다.
많은 경우 이들은 놀림거리, 골칫덩이, 제대로 되지 못한 존재로 취급되고,
다수의, 다수를 위한, 다수에 의해서만 굴러가는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전락한다.
<도리를 찾아서>의 위대한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아웃사이더들이 위와 같은 아픔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여정을 해내고 말았으니까.
아주 작은 물고기가 두 번씩이나 바다를 횡단하고, 지상을 넘나들고 하늘을 날았다.
이를 어찌 위대하지 않다고 할 수 있으랴.
물론 이런 '남다른'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서사는 숱하게 많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이 영화 속에서 약자를 바라보는 인물들의 따뜻한 시선 때문이 아닐까 한다.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다른 예로, 인기있는 디즈니 영화 시리즈 중 라이온킹3의 사례를 살펴보자.
티몬과 품바는 문제나 일삼고 냄새나 풍기는 골칫덩이로 여겨진다.
그들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그들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니라
'가치있는 인물'임을 증명하고 나서야 가족과 사회로부터 비로소 인정받는다.
'약자를 주인공으로 한 서사'의 대부분이 대체로 이러하다.
즉, 대다수의 이야기에서 마이너리티에 해당하는 주인공들은
그들이 속한 사회에 자신의 가치를 검증하고나서야 비로소 사회에 받아들여지게 된다.
그러나 <도리를 찾아서>의 인물들은 다르다.
주인공들이 만나는 숱한 엑스트라 해양생물만 보아도 그렇다.
도리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다정하고 따뜻하다. 많은 경우, 그들은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길 잃은 어린 도리를 돕고자 했던 녹색 물고기 부부,
성인 도리가 아쿠아리움을 빠져나갈 때 '파이프를 따라 가라'고 일러줬던 해초 깎는 게 부부를 떠올려 보라.
도리를 찾아 나선 말린 부자에게 기꺼이 등을 내어주었던 바다거북 크루크네 무리와
길 잃은 도리가 탈출할 수 있게 온 힘을 다해 도왔던 아쿠아리움의 해양생물들도!
그들은 도리네가 특출나서 도운 것이 아니다.
그저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했기에 도왔다.
말린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그는 우리가 '보통'이라고 감히 규정하는 인물의 전형인 것처럼 보인다.
다소 소심하고 경계심많은 그는 언제나 걱정스러워하고 곤란해한다.
도리의 기억상실증에 곧잘 신경질도 내고, 심지어는 실언도 하고 만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잘못을 금세 뉘우치며, 도리가 부모님을 찾게 도와주는 가장 큰 조력자이자, 동반자가 되어준다.
이는 도리의 부모님도 그렇다.
그의 부모님은 도리의 단기 기억 상실증을 걱정하지만,
그럼에도 아이 앞에서 밝은 모습을 유지하며 아이가 밝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그들은 아이를 바꾸는 대신 아이가 길을 잃었을 때 집을 찾아올 수 있도록 조개 길을 만든다.
이처럼 영화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장애는 숨겨야 되는 것이 아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결코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또하나의 개성이다.
도리와 친구들은 도리/기억을 찾아나서는 일련의 여정을 통해 성장한다.
타인과 자신의 '남다름'을 찾아 나가면서. 누군가를 기꺼이 위하는 과정에서.
도리의 방식!
초반의 도리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캐릭터처럼 그려진다.
그녀에겐 말린이 필요해 보였고, 그래서 말린은 최대한 그녀를 '자신의 눈이 닿는 곳'에 두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것이 도리를 진정 위하는 일이 아니었음은 극이 전개되면서 차츰 밝혀진다.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도리는 스스로 부모님을 찾아가고, 말린을 구하고, 행크를 설득한다.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수백마리의 물고기들을 바다로 돌려보낸 것 역시 그녀였다!
그리고 그들은 집으로 돌아와, 이렇게 말한다.
"네가 해냈어."
"그래, 내가 해냈어!"
이 무모하고도 용감한 해양생물들은 그래야 할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래서 이 대단한 모험을 했다.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것은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이므로.
***
한번 생각해보자.
나는 나의 '다름'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는가?
타인의 '다름'에 대해서는 어떠했는가?
나는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등을 내어주고 '조개길'을 만들 수 있는가?
아직 그러지 못했다고 해도 괜찮다.
우리는 언제든 우리 자신과 우리 이웃을 찾아나설 수 있다.
자, 도리와 친구들처럼 기꺼이 지느러미, 아니 손을 내밀어 보자. 그들의 남다름을 찾아보자.
당신이 보내는 따뜻한 시선은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누군가의 폭풍이 될 것이다.
*본 콘텐츠는 브런치 토리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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