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1-12-29 17:02:56
드라이브 마이 카
상실과 우연한 만남
흩어지며 죽어가는 이야기들에 숨을 불어넣는 손길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
이야기를 읊듯 시작되는 극 전반의 이야기는 누군가의 상실감에서 시작되었거나 혹은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되고 있다. 그 이야기들은 방에 자신의 증표를 남기는 것처럼 남자의 마음에도 점점 쌓인다. 뭔가 잘못되고 있는 상황들이 나도 그 사람도 볼 수 있지만 나만 보고 있는 그 거울을 빗겨나간 채 자리를 비우고 고개를 돌리며 독백이 자기 생각처럼 스며든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내를 위한 것인지도 모른 채 테이프는 계속 같은 음성을 뱉어낸다.
그렇게 마음을 숨긴 채 세상에 하나 남은 소중한 차를 운전하는 가후쿠는 새로운 연극에 들어가며 의도치 않게 기사를 두게 되면서 기사 미사키를 만나게 되고 미사키를 비롯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국적 / 성별 / 나이,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없는 사람들과의 조우로 그의 무미건조한 삶에 약간의 파도가 친다. 다른 언어로 같은 뜻의 말을 해도 연극이 진행되는 것처럼 인생도 달리는 자동차처럼 누군가가 사라져도 계속된다. 그리고 그 말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을 마주 보게 되고 뒤늦게 감정이 휘몰아친다.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타인이지만 왠지 모르게 닮아있는 그를 안으며 살아갈, 살아 숨 쉴 자신을 향해 달린다.
상영 시간이 길어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테이프처럼 늘어지지도 않고 꽤 따뜻하고 단단하게 이야기를 끌어내는 작품이라 좋았다. 상영 시간이 더 길었어도 좋을 '드라이브 마이 카'는 시작점을 어디서 잡느냐에 따라 또 다르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서 굉장히 좋은 영화였다. 다른 언어로도 소통할 수 있지만, 사람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쓰는 언어를 알아야 그에 대해서 다가갈 수 있는 첫걸음에 닿을 기회가 주어진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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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의 해방만이 답은 아니다.
경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결론: 실패한 피카레스크
넷플릭스 드라마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약칭: 무라니시)의 주인공은 무라니시 도루라는 실존인물이다. 그는 1980년대 ~ 1990년대에 일본 안에서 AV 산업을 주름잡았었던 인물이었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제작자들은 넷플릭스를 통해 그의 행적을 되살리려고 했던 걸까. 그리고 그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무라니시>는 무라니시 도루(야마다 타카유키)의 명암을 드러내는 피카레스크를 표방한다. 흡사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처럼 말이다. 그에 맞게 <무라니시> 시즌 1은 무라니시의 빛나는 성공을, 시즌 2는 무라니시의 잘못과 몰락을 그린다. 무라니시뿐만 아니라 AV 산업에 숨어 있는 명암도 드라마가 다루는 소재다.
하지만 <무라니시>가 놓쳐버린 것이 있다. 바로 피카레스크가 전달해줘야 하는 감정이다. 피카레스크는 악인들의 이야기를 그려야 한다. 그런 만큼 평면적인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작품들보다 만들기 더욱 어렵다. 이들은 보통의 주인공들에게 느끼는 공감과 악인들의 잘못으로 인해 몰락하는 결말을 동시에 선사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시학>에서는 등장인물의 불행이 그의 악행 때문에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불행이 실수나 판단 착오 때문에 일어나야 등장인물들에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인이 주인공이라면 이 감정과 함께 그의 몰락으로 인한 카타르시스도 같이 선사해야 한다.
무라니시란 캐릭터의 문제점
<무라니시> 속 무라니시에게는 주인공으로서 선사하는 공감이 있다. 하지만 악인으로서 선사하는 카타르시스는 없다. 무라니시는 드라마 내내 인간의 욕망을 해방시키겠다는 목표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욕망에 동조한 주변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시즌 1의 매력은 마침내 그 욕망을 성취하는 데 성공한 무라니시의 모습으로 만들어진다.
분명 무라니시의 목표는 잘못되었다. 그럼에도 무라니시에게 공감을 했던 이유는 그 목표를 이루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인공 프랜시스(케빈 스페이시)에게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다. 그래서 시즌 1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무라니시의 성공은 성취감과 씁쓸함을 동시에 전달했다.
하지만 시즌 2가 되면 이러한 모습은 정반대의 감정을 전달한다. 드라마가 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그의 실책을 드러내면서도 그 실책이 출발부터 잘못된 목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애써 회피하려 한다. 그 이중성이 드라마를 혹평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요소다.
그 이중성은 결말에서 격화된다. 무라니시는 몰락한 뒤 길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거지로 전락한다. 어느 날 그는 예전 동료와 함께 바다로 가게 된다. 무라니시의 폭주를 보다못해 그와 결별했던 사람이었다. 무라니시는 그에게 해변가의 돌을 파는 퍼포먼스를 한다. 그리고 다시 재기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이 모습은 무라니시의 불행이 그의 욕망을 알아주지 못했던 세상 때문이라는 뉘앙스를 전달한다. 무라니시가 가지고 있는 욕망은 순수했지만 세상이 그걸 알아주지 않아 몰락했다는 이야기다. 이 탓에 카타르시스는 완전히 증발해버리고 말았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도 표면적으론 악인의 승리로 끝나지만 이 카타르시스는 확실히 챙겼다.
의혹
결국 <무라니시>의 어정쩡한 태도는 욕망을 해방시키면 안 된다는 기괴한 결말로 끝나버렸다. 어쩌면 <무라니시>는 무라니시의 여러 면을 보여주는 척하면서 그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게 아닐까. 물론 그의 욕망이 실현될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여전히 올바른 삶을 살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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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어보> 믿고 보는 이준익, 사극, 흑백의 조화
정조의 총애를 받던 '정약전(설경구)'은 그가 죽고 터진 신유박해와 황서영 백서 사건으로 인해 외딴섬, 흑산도로 유배된다. '동생 정약용(류승룡)'과 이별한 슬픔에 빠진 그의 눈에 문득 글공부를 하는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가 들어온다. 어류와 조개류, 해초류와 바닷새들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꿰뚫고 있는 그를 보면서 약전은 오랜만에 호기심이 샘솟는다. 이에 그는 창대에게 서로의 지식을 거래하자고 제안하고, 죄인을 도울 수 없다던 창대도 못 이기는 척 동의한다. 갈등을 빚다가도 좋은 추억을 쌓으면서 사제의 연을 맺는 둘. 그러나 서로 추구하는 공부와 학문의 길과 목표가 다르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뒤 창대는 약전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흑산도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한다.
이준익 감독은 한국사를 영화화하는 데 특출난 능력이 있다. 그의 영화는 통념을 벗어나는 이야기를 한다. 예를 들어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이 생존을 위해 전쟁을 펼치는 장면을 담은 <황산벌>, 무정부주의자와 일본인의 독립운동을 다룬 <박열>은 민족주의적 시각을 배제한다. 또 그의 영화는 주로 조명되지 않았던 개인들의 이야기와 관계를 스크린으로 불러온다. <왕의 남자>에서는 연산군, 장생, 공길의 미묘한 애정, <사도>에서는 정치투쟁과 권력 다툼 기저에 깔린 애증의 부자관계를 들여다본다.
<자산어보>에서도 그의 능력은 빛난다. 우선 사극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세상 물정 모르고 이상향을 꿈꾸는 양반(혹은 귀족) 주인공과 현실의 냉혹함을 일갈하는 백성의 구도를 탈피한다. 약전이 조선 사회의 한계를 체감하고 현실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에 비해 창대는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의 가르침을 직접 실천하려는 이상주의적 태도를 보여준다. 자연주의적, 경험주의적 관점에서 실학을 추구하는 약전과 달리 창대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존재와 의미를 탐구하는 추상적인 성리학을 추구한다. 이는 입에 '상놈'이라는 표현이 붙어버린 양반과 물고기만 잡던 상민의 만남으로부터 흔히 기대할만한 구도는 아니다.
또한 신유박해, 황사영 백서 사건, 세도 정치와 같은 굵직한 사건은 철저히 배경으로 밀려난다. 대신 흑산도로 시선을 돌려 정약용이라는 동생의 이름에 가려진 정약전과 신분의 벽에 막혀 역사에 몇 줄 남기지 못한 창대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영화는 이들의 서사를 정반대로 흐르는 물결 위에 띄어 놓는다. 약전은 뛰어난 학식을 지녔으나 천주교를 믿었던 과거가 빌미가 되어 신유박해와 황사영 백서 사건의 가담자로 몰려 옥고를 치르고 유배를 떠나 흑산도로 향한다. 반대로 창대는 흑산도에서 육지로 나가 뛰어난 학식을 인정받고 꿈에 그리던 벼슬길에 나가지만 이내 옥고를 치른다. 이처럼 상반된 인생이 흑산도에서 조우한 결과, 둘이 우여곡절 끝에 사제 간의 연을 맺는 과정과 끝은 행복, 뿌듯함, 연민, 안타까움 등을 자아낸다.
이때 영화 전반에 걸친 백과 흑의 조화는 상반된 태도 사이에서 스승과 제자가 공유하는 접점을 강조한다. 흰색은 둘이 맛본 실패의 경험을 함축한다. 흰 옷이 대표적인 예시다. 함께 자산어보를 완성하자는 스승의 제안을 무시하고 뭍으로 나간 창대는 유달리 새하얀 옷을 입은 채 백성을 우선하고 부패를 근절하려는 목민관의 이상향을 실현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지방관과 아전들의 탐욕과 부패를 막으려던 그는 이내 상관의 심기를 거슬러 옥에 갇히고, 그의 옷은 더럽혀진다. 그렇게 더럽혀진 그의 흰 옷은 만민이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꿈꿨지만 실현시키는 못한 약전이 흑산도에 첫 발을 내딛을 때 입은 옷과 겹쳐 보인다. 창대가 직접 생선의 배를 갈라서 연구하는 약전에게 흰 옷을 더럽히면서까지 양반이 왜 그런 짓을 하느냐고 물었던 것과 이어 보면 묘한 울림을 주며, 조선의 지배층이라는 집단에 대한 실망을 표한다.
한편 흑은 현실의 벽에 막힌 두 사람의 이상적인 시도를 실패로 규정하지 않는다. 시대라는 파도를 타는 개인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드러내며,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경험으로 승화한다. 약전은 창대가 자신처럼 이미 부패한 관료제를 개혁하지 못할 것임을 안다. 창대가 끝까지 신뢰의 끈을 놓지 못한 성리학이 더 이상 한 국가의 이데올로기로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사실도 뼈저리게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오징어) 먹물을 취하여 글씨를 쓰면 색이 매우 윤기가 있다. 그러나 오래되면 벗겨져서 흔적이 없어진다. 바닷물에 넣으면 먹의 흔적이 다시 살아난다고 한다. 그 뼈는 곧잘 상처를 아물게 하고 새 살이 나게 한다"면서 제자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마음으로 그가 자신에게 전해준 지식을 목숨을 다해 책으로 묶는다. 이는 "학처럼 사는 것도 좋으나 구정물 흙탕물 다 묻어도 마다하지 않는 자산 같은 검은색 무명천으로 사는 것도 뜻있지 않겠느냐"는 스승의 유언을 본 창대의 눈물 속에 담긴 참회, 후회, 반성이 더욱 뼈저리게 느껴지는 이유다.
흥미로운 것은 흑백영화인 이 작품에 순간적으로 색채가 드러나는 대목이 있다는 사실이다. 스크린에는 파란색이 순간적으로 세 번 등장한다. 한 번은 별이 비치는 밤하늘이 검푸른 빛을 띠고, 또 한 번은 성게를 비롯해 새조개, 누비 조개, 새꼬막 등에서 새끼 새가 나온다는 약전의 내레이션과 함께 작은 파랑새가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푸른 바다에 자리 잡은 흑산도의 풍경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영화를 끝낸다.
이때 가장 눈길이 가는 존재는 파랑새다. '자산어보'가 철저한 관찰과 자료 조사를 통해 집필된 책인 만큼, 바다 생물이 새로 변한다는 설명은 생뚱맞기도 하고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신화적인 상상력에 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신화가 현실의 대안으로써 사람들 사이에서 생명력을 유지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파랑새에는 창대와 약전의 꿈과 바람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을 구속하는 바닷일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어서고자 하는 한 청년의 의지와 희망, 과거의 자신과 같은 꿈을 꾼 청년에게 전하는 앞 세대의 격려와 응원이 파랑새로 태어나는 것이다.
이 맥락에서 보면 첫 장면은 창대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되찾는 순간이며, 마지막 장면은 두 사람의 꿈과 희망이 단지 과거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지금의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파란색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의 서'를 쓴 중세 화가 첸니노 첸니니가 "다른 모든 색을 뛰어넘는 빛나고 아름답고 완벽"하며 "여전히 독보적으로 뛰어난" 색이라고 평가한 파란색의 진가가 흑백을 뚫고 드러난다. 이렇게 <자산어보>는 백색에 담긴 실패와 비관, 흑색에 담긴 낙관과 깨달음을 거름 삼아 파란색을 통해 희망을 노래하며 창대와 같은 이에게 힘을 보탠다.
<자산어보>를 보다 보면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특히 <동주>가 뇌리를 스치는 순간이 적지 않다. 단지 흑백영화라서가 아니다. 모순된 시대를 서로 달리 바라보는 정약전과 창대의 사제관계는 독립운동에 대해 가치관의 차이를 보여줬던 윤동주와 송몽규의 우정을 보는 듯하다. 이에 더해 윤동주의 시인의 시가 흑백의 필름을 수놓으면서 마치 시집을 영상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것처럼, <자산어보>도 정약용과 정약전, 그리고 창대의 한시가 어우러지며 한 편의 수묵화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수묵화는 <동주>와 또 다른 멋이 있다. 배우들의 표정, 제스처, 연기는 물론 영화 속 배경이 되는 공간으로부터도 뿜어져 나오는 힘까지 흑백 필름과 찰나의 파란색에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안개로 뒤덮인 섬으로 향하는 정약전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씁쓸함과 고독함, 검은 하늘에 홀로 떠 있는 달을 바라보며 서로를 그리워하는 형제의 우애, 약전에게 학문을 배우려는 절실함과 열정을 증명하려는 창대를 괴롭히는 거친 바다가 담겨 있다. 이처럼 역사에 희미하게 남은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가 스크린 위에 담백하게 펼쳐지자 그들의 고동소리는 현재를 사는 이들에게 크고 감동적인 울림을 선사한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시대에 가려진 개개인의 아픔과 희망을 흑, 백, 청 삼색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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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노이즈에 피곤할 때 집중하기 좋은 영화
거대한 소음에 둘러 쌓인 기분이 든다. 원치 않아도 들리는 시끄러운 세상 소식과 행동 없는 불평불만에 점점 지쳐간다. 도망치듯 나만의 공간인 휴대전화를 만지작 거리지만, 계속 지워도 쉴 새 없이 쌓이는 광고 알림에 다시 피곤해진다. 외부의 소란함을 타고 불쑥 떠오른 내면의 고민이 더해져 머릿속이 터질 것 같다. 예전에 좋아했던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다시 틀어본다. 주인공의 흘러가는 일생을 바라보면 영화 소리에만 집중하게 될 테니까.
영화 <포레스트 검프>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불편한 다리와 남들보다 조금 부족한 지능을 지닌 소년 '포레스트 검프(톰 행크스)'의 성장과 사랑을 다룬다. 1994년에 개봉하여 수십 억 달러를 넘는 수익을 거두며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제6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13개 부문에 후보로 선정되었으며 남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등 6개의 부문에서 수상했다.
하지만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지닌 의미를 흥행과 수상 같은 결과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주인공을 연기한 '톰 행크스' 역시 최근 인터뷰(22년 6월)를 통해 영화가 여전히 상업적 성공만 부각되는 사실에 아쉬움을 전하며, 주인공의 인간적인 면모를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답했다.▼예고편을 통해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만나보세요!
https://tv.kakao.com/v/78600342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바람에 날린 깃털을 따라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는 '포레스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는 옆 사람을 힐끔 보더니 갑자기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과거 회상이라는 이야기 구조를 활용해서 그의 인생을 빠르게 표현하는데, 대략 8가지의 굵직한 사건으로 나눌 수 있다.
1. 어린 시절 : 인생의 첫 달리기
2. 대학교 럭비 선수
3. 베트남 전쟁 참전
4. 국가대표 탁구팀
5. 새우잡이배 선장
6. 어머니의 죽음으로 돌아온 고향에서의 생활
7. 3년 2개월 14일 16시간의 달리기
8. 첫사랑과의 재회
예측 불가능한 주인공의 삶을 따라 격변하는 미국의 시대가 방대하게 펼친다. 권력과 명예의 중심인 대통령이 총격을 받는 사건을 묘사하고 베트남 전쟁, 인종차별 등 무거운 역사를 재해석한다. 그 과정에서 '미국 우월주의'가 담긴 영화라는 비판도 있지만, 오늘은 오로지 '포레스트'의 관점으로 굴곡진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려 한다.Q. 무슨 말을 듣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포레스트'는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 충실히 따른다. 럭비 선수가 되었을 땐 감독님이 뛰라고 하면 뛰었고 군대에서 훈련받을 땐 신호에 따라 순식간에 총을 분해하고 조립한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그는 옳고 그름을 생각하지 않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바보'같다.
하지만 그의 행동에 피식 웃음이 나는 동시에 정신이 번쩍 든다. 진짜 바보는 '포레스트'가 아니라 이기적인 사람들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생긴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대립과 갈등이 누군가의 인생에서 잠시 스쳐갈 찰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포레스트'는 동료를 살리고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무공훈장을 받는다. 마침 그곳엔 수많은 히피가 모여 반전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그는 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우연히 연설 행렬에 끼게 된다. 영문을 모른 채 사람들 앞에 선 포레스트와, 그에게 잘했다며 칭찬하는 사람들의 관계는 그 자체로 모순이다.그토록 덧없이 흘러가는 게 인생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포레스트'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일지라도 그가 내린 선택에 따라 매일을 충실히 살았다. 그를 향한 비난에 집중하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했다. 결국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가꿀 수 있는 어엿한 어른이 되었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보듬어줄 수 있는 존재로 성장했다. 상처받은 친구를 위로하고 이름 모를 존재에게 영감의 원천이 된다.
이제 영화 속 도망을 끝낼 시간이 다가오고 다시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그 사이로 '포레스트'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귓가를 맴돈다.
"I don't know if we each have a destiny, or if we're all just floating around accidental-like on a breeze, but I think maybe it's both. Maybe both is happening at the same time."
"모두가 운명이 있는 건지 바람처럼 떠다니는지 모르겠어.
근데 둘 다 인 것 같아. 동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운명과 바람 사이 어디를 지나는지 알 수 없는 시간 속에서 그의 선택을 기억한다. 불필요한 소음에 귀를 막고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속마음에 집중한다. 언젠가 세상의 소란을 담담히 받아들일 용기와 다정한 소리로 채울 아량을 가질 수 있길. 오늘 밤엔 모든 마음을 다해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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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2월의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넷플릭스 <지금 학교 우리는> 박스오피스 예측(결과) 콘텐츠'도 같이 알아보도록 할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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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해적: 도깨비 깃발>(-)
▶<해적: 도깨비 깃발>이 설 연휴에 이어 계속해서 2주 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말동안 (2월 4일~6일) 관객 수 16만 482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00만명을 돌파, 현재 108만 6274명입니다.
지난 주에는 박스오피스에 진입한 신작 없이 설 연휴 순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번 주에는 할리우드 대작
<나일 강의 죽음>, <355>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박스오피스 1위를 계속 차지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대목입니다.
2위. <킹메이커>(-)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킹메이커>입니다.
주말동안 (4일~6일) 주말 관객 수 10만 8906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61만 6497명입니다.
<해적: 도깨빗 깃발>과 같은 날 개봉한 국내 기대작이었는데 다소 아쉬운 스코어를 보이고 있습니다.
<킹메이커> 역시 이번 주는 할리우드 대작들이 개봉함에 따라 다소 순위 유지는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3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입니다.
같은 기간(4~6일)동안 주말 관객 수 4만 5304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744만 9338명입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정말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놀라운 작품입니다.
어느 덧 누적 관객 수 75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요.
지금처럼 꾸준히 관객 동원을 한다면 750만명 돌파도 가능하리라 짐작됩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6회 예측 이벤트는 화제의 작품인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입니다.
<지금 학교 우리는> 1월 28일 공개 차주 후에 과연 총 몇 개 국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 예측해보는 이벤트인데요.
그럼 제86회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지금 우리 학교는> 이벤트에"에 한 주동안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씨네픽 제 86회 <지금 우리 학교는> 이벤트에 많은 분들이 참가하여
과연 몇 개국에서 1위를 할지 예측해주셨습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의 평균 수치는 총 28개국 1위였습니다. 과연 실제 결과는 어땠을까요?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7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씽2게더>(-)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씽2게더>입니다.
<씽2게더>는 주말 관객 수 3만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82만 8908명을 기록했습니다.
<씽2게더>는 박스오피스 상위권에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같이 꾸준한 관객 동원을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상위권의 작품들보다는 오히려 좌석 판매율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것은 아직도 <씽2게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위. <극장판 안녕 자두야: 제주도의 비밀>(-)
▶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극장판 안녕 자두야: 제주도의 비밀>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1만 8426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8만 9109명을 기록했습니다.
<씽2게더>와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또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인데요.
<씽2게더>와 약간 작품의 결은 달리 하지만 국내 어린이들의 취향에는 오히려 더 잘맞는 영화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 연휴, 어린이를 동반한 꾸준한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의 영향으로 계속해서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새롭게 진입한 작품 <Jackass Forever> 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4~6일) 북미기준 $23,500,000 (한화 약 281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Jackass Forever>는 북미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던 전설적인 TV쇼인데요.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심지어 영화마저도 대히트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액션 코미디 다큐멘터리라는 2000년 10월 1일 MTV에서 시작한 리얼리티 쇼부터 출발했으며,
기상천외한 리얼리티 쇼로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북미 박스오피스 2위는 국내에서도 3월 개봉 예정인 <Moonfall>입니다.
영화 <Moonfall>은 '롤랜드 에머리히' 연출, '할리 베리', '패트릭 윌슨' 주연의 지구에 달이 추락한다는 소재로 한 영화로
달이 궤도를 벗어나 지구로 떨어지는 사상 초유의 재난 속 인류의 마지막 생존기를 다룬 재난 블록버스터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2월 4일 ~ 2022년 2월 6일)
1. <Jackass Forever> 2350만 달러 (박스오피스 첫 진입)
2. <문폴> 1000만 달러 (박스오피스 첫 진입)
3.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960만 달러 (누적 7억 4895만 달러)
4. <스크림> 473만 달러 (누적 6894만 달러)
5. <씽2게더> 417만 달러 (누적 1억 3957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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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2월 첫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씨네픽은
다음 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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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과 함께 추락한 영화
우리는 많은 재난을 접한다. 교통사고 같은 인간의 실수나 기계의 오작동으로 일어나는 일들도 있지만 자연이 주는 여러 가지 재해들을 피할 수 없다. 태풍, 홍수, 가뭄, 지진 등 다양한 자연재해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기술의 발전으로 여러 가지 재해를 예측하고 그것에 대비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는 다양한 자연재해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많이 대비되어있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 피해를 받고 있고, 다시 극복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써야만 한다. 지구 온난화까지 가속화되면서 극지방의 빙하가 녹고 폭우나 가뭄이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것도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재해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런 재해가 일어나면 인간들은 힘을 쓰기 어렵다. 재해를 피해 이동하는 방법밖에 없고, 그렇게 재해가 한 번 휩쓸고 간 터전은 복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돕고 어떤 사람들은 기부를 하기도 하지만 그중에도 나쁜 사람들은 존재한다. 이들을 이용해서 자신의 살길을 찾으려 하는 사람들은 늘 있어왔다. 어쩌면 이런 재해들이 인간이 가진 광기를 직접적으로 드러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의를 가지고 있지만 혼란의 틈을 노린 일부는 다른 사람의 생명줄을 뺏거나 훔치면서 자신들의 삶만을 바라본다.
달이 지구로 추락하는 재난을 다룬 영화 <문폴>
영화 <문폴>은 달이 지구로 추락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겪는 재해를 화면으로 옮긴 영화다. 주인공 브라이언(패트릭 윌슨)은 유능한 우주비행사다. 자신의 파트너 조(할리 베리)와 함께 십 년 전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괴물체를 만나게 되고, 신입 동료를 잃는다. 브라이언은 괴물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나사 고위층에서는 믿지 않았고, 동료 조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브라이언은 불명예 퇴직을 하게 된다. 그 사건 이후 10년이 지난 시점의 그는 이혼한 상태이고, 자신의 삶을 제대로 이어가고 있지 못하다. 나사에서는 불명예스럽게 해직되었고 우주에 대한 특강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조는 여전히 나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임무를 지시하고 있다. 영화는 이 두 사람의 멀어진 관계가 다시 동료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게 되는데 몰락한 영웅과 현재의 영웅이 재난 앞에 협력하는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
영화 속 달은 지구 주변을 돌던 궤도를 벗어나 점점 지구 쪽으로 다가온다. 그것을 발견한 음모론자 KC 하우스먼(존 브래들리)은 우연히 브라이언과 만나 나사로 향하게 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브라이언과 KC 하우스먼은 세상에서 배척되거나 소외된 사람들이다. 자신의 말은 사람들에게 음모론으로 인식될 뿐이고, 소수를 제외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믿거나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건 그들의 삶에도 영향을 주는데 브라이언은 아내와 이혼하고 아들과의 관계도 좋지 못하다. KC브라이언의 주변 역시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의 아픈 어머니를 제외하면 그의 주변에는 의지할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 이렇게 소외된, 버려진 영웅이라고 부를법한 인물들이 완전한 전문가 영역인 나사에 가서 그들의 지식으로 재난을 해결하는 모습은 한편으론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과거 여러 재난 영화들이 집중했던 건 바로 스케일 큰 재난 장면이다. 재난 자체가 이런 영화를 만드는 목적이고 주인공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도 도시가 파괴되고 달의 중력 영향 때문에 벌어지는 재난 장면들이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재난 영화를 좀 더 긴장감 있게 만드는 건 그런 재난 장면 자체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그러질 때 더욱 고조된다. <문폴>에서는 브라이언과 재혼한 아내 가족들의 관계, 그리고 KC하우스먼과 주류 나사 직원들 간의 갈등 관계가 보여지고, 이에 더해 조와 그의 전 남편과 아들의 이야기가 덧붙여진다. 그러니까 여느 재난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큰 재난을 배경으로 한 가족영화 형식을 이 영화도 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재해 속에서 나쁜 마음을 드러낸 약탈자들까지 등장해 긴장감을 높이려고 한다.
과거 재난영화들의 특징을 그대로 다시 재활용하는 영화
달이 지구로 떨어진다는 설정 자체는 신선하다. 새로운 재난에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할지, 어디로 피난 가야 할지 고민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꽤 긴장감이 느껴진다. 또한 우주 비행사들은 우주에 가서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고, 지구의 가족들은 좀 더 안전한 지역으로 탈출하는 모습이 그려지며 긴장감을 높이려고 한다. 그리고 이런 혼란한 틈 속에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해 자신의 안위를 챙기려는 사람들도 등장시켜 영화를 더욱 극적으로 구성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 모든 조합이 그렇게 성공적으로 안착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영화 속 재난 장면들은 꽤 스케일이 크다. 이 영화를 연출한 롤랜드 에머리히는 과거 <인디펜던스 데이>나 <투모로우>, <2012> 같은 재난 영화에 자신이 재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감독이고 이 세 영화들은 꽤 많은 흥행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 <문폴>에서 그가 연출한 재난 모습은 긴 시간 동안 관객들이 이미 많은 영화에서 여러 번 보아온 것들이다. 그래서 화면의 재난 상황에 집중해서 보게 되지만, 도시의 파괴나 여러 장면들이 이미 과거 재난 영화들에서 본 것들이라 기시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것이 몇 번 반복되는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은 크게 약해진다.
또한 영화가 집중하는 가족의 탈주극도 <2012>에서 이미 수차례 본 적이 있고 그것을 다루는 방식 자체도 2020년에 개봉했던 <그린랜드>의 혜성 충돌 위기 상황에서 사회 시스템에서 버려진 가족의 이야기 보다도 대충 묘사되어 있다. <그린랜드>에서 겪는 가족의 이야기가 <문폴>에서 벌어지는 가족의 탈주극보다 훨씬 긴장감이 높고 공감이 간다. 그러니까 이번 <문폴>은 달의 추락이라는 아이디어 이외에는 이미 본 재난 이미지와 인물 구도를 가지고와 다른 방식으로 짜짓기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브라이언을 연기한 배우 패트릭 윌슨과 조를 연기한 배우 할리 베리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나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와 이야기의 아쉬운 구성 때문에 빛을 발하지 못한다. 그래도 KC 하우스먼을 연기한 배우 존 브래들리의 연기는 눈에 들어온다. 모든 인물 중 가장 마이너 한 감성을 가진 그가 우주까지 나아가 그만의 농담을 보여주고 또 진지한 모습까지 보여주기 때문에 다른 누구보다 관객이 감정 이입할만한 캐릭터가 되었다.
영화 <문폴>의 전반적인 완성도는 아쉽지만 달이 지구로 가까워지면서 지구에 벌어지는 재난들을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약하게나마 재난 상황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도 다루고 있어 극장에서 아무 생각 없이 즐길만한 킬링타임용 영화로서의 기능은 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재난 블럭버스터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문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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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의 탈을 쓰고 윤리적 딜레마를 다루는 블랙 코미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섬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최첨단 교도소에서 자타가 공인한 천재 과학자 '스티브(크리스 헴스워스)'는 실험에 자원한 재소자들에게 행복, 번뇌, 성욕, 복종 등의 여러 감정을 조절하는 여러 신약을 테스트한다. 자칫 비인간적일 수도 있는 이 실험은 죄수들이 주립 교도소에 갇히는 대신 자원해서 참여했다는 점, 그리고 상대적으로 많은 자유가 그들에게 주어진 다는 사실에 의해 정당화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음주 운전으로 아내와 친구를 사망에 이르게 한 죗값을 갚기 위해 실험에 자원한 '제프(마일즈 텔러)'는 프로젝트의 목적과 주체에 의문을 품는다.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약물을 주입하도록 시키는 스티브를 보면서 의구심이 피어난 것이다. 해당 실험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자 제프의 의심은 더욱 커지고, 사랑을 싹 틔워가던 '리지(저니 스몰렛)'에게 약물을 주입하라는 스티브의 명령에 그는 마침내 반발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스파이더헤드>는 조지 선더스의 단편 소설 <Escape from Spdierhead>를 영상화한 작품으로, <트로: 새로운 시작>, <오블리비언>, <온리 더 브레이브>에 이어 올해 <탑건: 매버릭>까지 연출한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작품이다. 줄거리나 예고편만 봐도 느껴지듯이 <스파이더헤드>는 과학 기술 발전의 명암 중 암을 집중적으로 묘사하는 영화다. 비인간적 실험을 진행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해당 실험이 인류의 발전을 위한 필요악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자유 의지 박탈당한 이들이 저항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이 영화를 SF 작품으로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블랙 미러>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SF 스릴러의 분위기를 풍기던 초반부가 지나가면 <스파이더헤드>는 과학 연구 윤리를 매개로 '무엇이 옳은 행위인가'에 대해 보다 일반적인 윤리적 논쟁이 벌어지는 블랙 코미디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각기 다른 삶의 가치를 지닌 두 인물이 있다. 우선 제약사 주인이자 실험의 기획자인 스티브는 철저한 공리주의자다. 공리주의자는 효용의 극대화를 옳은 행위라고 본다. 개개인의 행위에 깃든 본래 가치와 무관하게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 행위는 많이 이루어질수록 좋다는 것이다.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한 개인의 행동이 직접 초래한 결과와 그의 간접적인 개입이 유발한 사건의 결과가 구분되지 않는다.
실제로 공리주의자는 모든 사람에게 결과의 책임을 부여한다. 본인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물론, 다른 개인이 초래한 부정적 결과를 막지 못한 책임까지도 요구한다. 이는 개인에게 지나치게 과한 도덕적 부담을 주고, 개인을 의도와 계획을 지닌 주체로 고려하지 않으며, 그들의 정체성을 추상화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 결과 공리주의자 개개인은 자신의 신념이나 판단력에 근거하여 행동하는 대신, 효용의 극대화라는 기준을 충실히 따르며 자기 자신을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시킨다. 그래서 공리주의를 따르는 개인은 효용 극대화의 통로이자 수단에 불과해진다.
실제로 스티브는 실험에 자원한 모든 죄수들을 동등하게 대한다. 그들의 죄가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졌든 간에 그들은 사회적 이익을 감소시키는 범죄를 저질렀고, 따라서 의도적인 범죄와 실수의 차이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자신들의 죗값을 씻겠다는 도덕적인 이유로 실험에 자원했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이러한 그의 관점에서 보면 범죄자의 인권은 말살해도 마땅하며, 처벌 대신 승인한 인권침해 실험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래서 그는 모든 사람이 통제를 따를 수 있게 되면 더 큰 선의와 대의를 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며, 평화와 화합이라는 가치를 전파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가 모든 사람들을 복종시킬 수 있는, 심지어 사랑하는 이를 해치는 일까지 하게 만드는 약물인 B-6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다하는 이유다. 그 과정에서 제프의 죄책감을 자극해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으며, 자기 자신에게도 약물을 주입한다. 그렇게 죄수들과 제프, 그리고 본인까지도 수단으로 이용한다.
반면에 제프는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지극히 칸트적인 이유로 스티브의 실험에 반대한다. 인간은 이성을 지닌 존재이며, 타인들이 수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윤리 법칙을 만들고 이를 지킬 자유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존엄한 존재이고, 따라서 인간은 수단으로 사용되면 안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프에게 약물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대상이다. 사회적 맥락에서 다수의 효용을 극대화할 목적을 위해 인간을 도구로 활용하는 기제이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자유의지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때 흥미로운 것은 스티브의 신념에 비해 더 직관적으로 동의하기 쉬운 제프의 서사에 영화가 의도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야기를 덧붙인다는 점이다. 영화는 제프와 리지가 범죄자들이지만 결코 나쁜 인물은 아니라고 묘사한다. 제프의 교통사고는 한순간의 치기 혹은 실수였을 뿐이고, 리지가 딸을 살해한 것 역시 의도적인 살인이 아니라 과실치사였다면서 그들의 선함에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한다. 이 경우 본래 선한 인물인 이들의 자유의지를 핍박하는 스티브와 그의 신념을 악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제프와 리지의 과거사는 그 자체로 그들의 항변과 비판의 반례가 된다. 어찌 되었건 술에 취한 채 운전을 하기로 결정한 제프의 자유의지, 한여름에 아이를 차에 태운 채 출근하기로 한 리지의 자유의지가 그들의 비극과 범죄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프의 서사에 윤리적 정당성이 깃들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며, 이는 작중 선인과 악인을 명확히 구분하고 옹호하거나 비난할 수 없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블랙 코미디로서 <스파이더헤드> 특유의 기괴하고 암울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곧 제프의 입장은 직관적으로 옳다고 느껴진다. 사람을 도구로 쓰지 말라는 주장에 반대하기란 쉽지 않다. 과학 기술의 급격한 발달에 대한 경계심이 나날이 높아지는 형국에서는 시의적절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메신저 때문에 메시지에 잡음이 생기다 보니, 역으로 극단적인 공리주의자인 크리스의 괴변은 더 인상적이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에 의해 보육원에 버려졌고 이후 단 한 번도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는 스티브의 개인사가 간결하게 제시되면서 오히려 그의 광기에 설득력이 더해준다. 피실험자들 중 사망자가 나와도 그저 웃으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크리스 햄스워스의 소름 끼칠 정도 생생한 연기도 큰 몫을 해낸다. 이러한 제프와 스티브 사이의 불균형은 영화의 분위기를 살려내기 위해 의도된 측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원작자인 조지 선더스가 자본주의 세상에서 기존의 도덕적 가치관을 포함한 여러 기준점이 뒤틀려버린 미래의 기묘함을 글로 표현하는 데 탁월했기 때문이다. 약물에 취한 스티브가 마주하는 최후도 이러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이는 스티브의 조수인 마크의 역할이 중요성에 비해 제한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작중 스티브의 악행, 도를 넘은 광기, 극단성은 그의 논리에 내포된 자유의지의 침해라는 취약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때 스티브의 악행을 외부에 고발한 마크는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미 논변의 정당성을 잃은 제프보다도 스티브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캐릭터다. 스티브의 연구에 자발적으로 합류했기 때문에 자신의 신념에 따라 연구를 포기하고 스스로 연구 윤리를 어긴 책임을 다하는 그는 스티브의 진정한 안티테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마크의 역할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직관적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쉽사리 반박하기 어려운 스티브의 신념에서 비롯된 딜레마와 그로 인한 불쾌함이 덜 부각되고, 이는 블랙코미디로서의 매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그래서 <스파이더헤드>는 적은 인물에게만 초점을 맞춘 채 그들의 심리적인 갈등을 부각하는 데 집중한다.
문제는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전작에서 보여줬던 단점들을 반복한 나머지 영화가 전반적으로 지루하다는 점이다. 특히 <오블리비언>과 유사한 문제점을 답습한 것이 눈에 띈다. <오블리비언>에서 코신스키 감독은 여러 가지 복선을 던지면서 초반부를 다소 길게 끌다가, 특정 사건을 분기점으로 후반부에 급전개를 선보인 바 있다. <스파이더헤드>도 마찬가지다. 실험 과정과 제프의 생활상을 오가면서 서서히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제프와 스티브의 갈등이 외면적으로 분출되는 순간 절정에 도달한다.
그런데 <스파이더헤드>의 원작이 애초에 단편이었던 관계로, 긴장감을 끌어올려야 할 초반부의 에피소드들은 필요 이상으로 늘어지면서 공허하다. 한정된 공간에서 몇 안 되는 등장인물만으로 전개되고, 화면 전환의 속도도 빠르지 않아서 매 장면마다 분량에 비해 정보량이 적은 느낌이 들다 보니 더욱 그렇다. 또한 후반부는 과하게 압축되어 주인공들의 심리적 흐름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한다. 위 문제들이 한데 모인 결과 윤리적 딜레마를 지적하는 영화의 통찰은 결코 깊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블랙 코미디로서 목표 달성에 실패한 셈이다.
따라서 <스파이더헤드>는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조합에 비해 알맹이가 부족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참신한 소재로 눈을 사로잡지만, 그 시선을 2시간 동안 고정시키지 못하는 수많은 넷플릭스 영화들의 전철을 그대로 따른다. 결국 <스파이더헤드>는 팝콘 무비로서, 또 조셉 코신스키 감독과 마일즈 텔러의 <탑건: 매버릭>과 크리스 햄스워스의 <토르: 러브 앤 썬더> 사이를 잇는 가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 그치고 만다.
P(Poor, 형편없음)
소재만 그럴싸한 수많은 넷플릭스 영화의 전철을 착실히 따르는 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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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몽(幻夢) CINE 리뷰 2화_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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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윅4 #키아누리브스 #영화리뷰 #johnwick4 #keanuree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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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윅 챕터4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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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더욱 즐길 수 있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스페셜 예고편 공개 [Spinning Globe - 요네즈 켄시]를 풍부한 극장 사운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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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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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삶의 유일한 낙인 디저트 카페 ‘크림’까지 잃을 위기에 처한다.
카페를 되살리기 위해 타개책으로 ‘가족 사업 대상 지원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도라’는 치과 의사 ‘마르시’, 이웃집 꼬마 ‘라시카’와 계약 가족을 급조해
상금을 획득하기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한다.
전 남친과 그의 부인이 경쟁자로 등장하는
웃픈 상황 속에서 ‘도라’는 ‘마르시’에게 점점 끌리기 시작하는데…
우리의 달콤한 사랑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