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3-24 13:34:35
3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3월 넷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존 윅' 촬영 중 실수로 사람 머리를 벤 키아누 리브스

키아누 리브스가 <존 윅> 시리즈의 액션 씬을 촬영하던 중 실수로 누군가의 머리를 베어 버린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액션이 많은 <존 윅> 촬영장에서 어떤 종류의 사고가 발생했는지 묻자 키아누 리브스는 "실수를 한 적이 한 번 있는데요, 어떤 남성분의 머리를 제가 그만 칼로 잘라 버렸어요. 정말 끔찍했죠... 그리고 또 차에 치인 사람도 있었어요. 바로 병원에 갔고, 다행히도 괜찮았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존 윅 4>와 관련해서는 그가 그동안 찍었던 영화들 중 가장 육체적으로 힘든 촬영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12주 간의 훈련 과정을 거친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액션이었다고 말하며 특히 쌍절곤을 활용한 액션이 매우 어려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한 <존 윅 4>는 4월 12일 국내 개봉 예정에 있습니다.
박성웅 주연의 '웅남이', 평론가 혹평 논란 속에 박스오피스 2위 등극

지난 수요일 개봉한 한국 영화 <웅남이>가 23일 목요일 기준 누적 관객 수 5만 4783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습니다. 개봉 이후 이틀 연속 2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좌석판매율과 좌석점유율이 현재 상영작 가운데 1위로 실 관람객 수치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해당 현상에 대해서 이용철 평론가가 씨네21을 통해 공개한 20자평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가 낳은 개그맨 폄하 논란에 의한 반사이익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아닌 연출자인 개그맨 박성광을 직접적으로 저격한 평가란 점에서 해당 평가가 뭇매를 맞았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관객들 사이에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라는 분위기가 퍼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11편 공개

올해 4월 27일에 시작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한국경쟁 부분 선정작 11편을 공개했습니다. 한국경쟁 부문은 연출자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을 선보이는 섹션으로 국내 신인 창작자들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데요,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올해 총 111편의 작품이 출품되었으며 이 가운데 심사를 거쳐 극영화 8편, 다큐멘터리 2편, 실험 다큐멘터리 1편이 각각 선정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심사를 맡았던 관계자는 다양한 색채의 영화들이 출품된 와중에 퀴어 장르가 특히 대세로 떠올랐으며 SF 장르의 영화, 영화 또는 예술 제작 과정을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선정된 작품으로는 박수연, 이유미 주연의 청춘 퀴어 드라마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어른이 되어가는 두 소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한소희 주연의 <폭설>, 여성 소리꾼 정의진의 이야기를 다룬 <수궁>, 탈북민 여성의 삶을 연대기 순으로 묘사한 <믿을 수 있는 사람>, 뇌졸중으로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사시회에 참석할 수 없게 된 여배우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와 상관없이> 등이 있습니다.
'듄', '닥터 스트레인지' 각본가 넷플릭스 영화 '기어즈 오브 워' 합류

영화 <프로메테우스>, <닥터 스트레인지>, <듄>의 각본을 집필한 것으로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 존 스페이츠가 넷플릭스 영화 <기어즈 오브 워>에 합류했다는 소식입니다. 영화 <기어즈 오브 워>는 무려 4천만 장이 팔렸던 동명의 유명한 비디오 게임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존 스페이츠는 해당 게임에 대해 역대 최고의 액션 게임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자신이 이번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어 무척 기쁘고 흥분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홍콩에서 돌연 상영 취소된 '곰돌이 푸: 피와 꿀'


23일 홍콩에서 개봉 예정이었던 영국의 공포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이 돌연 상영 취소되는 사태가 발발했습니다. 기술상의 이유로 상영이 취소되었다고 보도되었지만 배급사 측은 당혹감을 표하며 자신들 역시 취소 사유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의식한 검열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그간 중국 정부는 시진핑 주석이 '곰돌이 푸'와 닮았다는 이유로 관련 콘텐츠를 제한해 왔으며 2021년 홍콩에서는 '국가 안보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이 통과돼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한편, <곰돌이 푸: 피와 꿀>은 4월 중에 국내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며, 일각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친근하고 귀여웠던 이미지의 곰돌이 푸를 저작권이 만료되자마자 일순간에 잔혹하고 끔찍한 캐릭터로 변모시켰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폴 메스칼 주연 '글래디에이터2'에 배리 키오건 합류 논의 중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을 맡은 <글래디에이터 2>에 배리 키오건이 출연할 수도 있다는 소식입니다. <글래디에이터 2>는 12개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상을 비롯해 총 5개의 상을 수상했던 200년 블록버스터 히트작 <글래디에이터>의 속편인데요, 앞서 영화 <애프터썬>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폴 메스칼이 전작에서 사망한 주인공 '막시무스'의 연인 '루실라'의 아들이자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루시우스'를 맡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편 <킬링 디어>, <덩케르크>, <체르노빌>, <그린 나이트>로 유명한 배리 키오건은 최근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에서의 연기로 올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트레이 에드워드 슐츠 감독의 신작 영화에 제나 오르테가, 위켄드와 함께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영화팬들의 기대감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현기증> 리메이크작 출연 논의 중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걸작 <현기증>이 리메이크된다는 소식과 함께 주연 배우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영화는 BBC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의 작가 스티븐 나이트가 대본을 쓰고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그의 아내이자 영화 제작자인 수잔 다우니가 함께 제작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합니다. 한편, 원작인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은 고소공포증을 앓는 형사와 미스터리한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스릴러 영화로 2012년 영화 전문지 '사이트 앤드 사운드'에서 <시민 케인>을 제치고 역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올해 7월 개봉 예정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로 먼저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며, 박찬욱 감독의 HBO 드라마 <동조자>의 주연 배우로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년 크리스마스에 개봉하는 조던 필 감독의 4번째 영화

<겟 아웃>, <어스>, <놉>으로 연달아 호평을 받고 있는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영화가 내년 크리스마스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에 있다고 합니다. 이는 <아바타 3>와 <소닉 3>가 개봉하는 2024년 12월 20일보다 일주일 늦은 날짜인데요, 조던 필 감독은 그가 앞서 발표했던 세 편의 영화 때와 마찬가지로 영화에 대해서는 그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작품의 제목도, 장르도, 출연 배우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인데요, 그가 과연 어떤 작품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아올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씨네랩이 들려드리는 오늘의 씨네뉴스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느덧 휴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따뜻한 봄날씨와 함께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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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마라맛 이야기' 시켰는데 순한 맛을 받았어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마라맛 이야기>는 코로나19가 창궐했던 팬데믹 기간에 벌어진 한 가족의 칠리소스 판매기를 영화로 만든 작품입니다. 감독의 경험을 토대로 만든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하는데요. 코로나19가 바꿔놓았던 삶의 풍경이 어떻게 코미디 영화로 재탄생했을지 궁금해 이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네, 여기까지는 있어 보이는 답변이었고요. 이 영화를 고른 진짜 이유는 다름 아닌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그제는 마라샹궈, 어제는 마라 떡볶이, 오늘은 마라 토스트를 먹은 제가 어떻게 <마라맛 이야기>라는 제목을 못 본 체하겠습니까. 누가 번역했는지 모르겠지만, 참 매력적인 번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칠리소스'를 만드는 가족에 관한 영화이고 영어 제목도 <Chilli Laugh Story>인 만큼, 사실 '칠리맛 이야기'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타당했을 텐데 말이죠. 아마도 저뿐만 아니라 마라맛에 열광하는 수많은 전주국제영화제의 관객들이 이 제목에 홀려 극장에 들어서지 않았을까 예측해 봅니다.
마라맛 이야기
Chilli Laugh Story
팬데믹 이후 늘어난 집밥 수요를 노려 사업을 시작하고 싶은 아들 '코바'와 칠리소스를 만드는 탁월한 솜씨를 가진 엄마 '리타'는 온라인으로 칠리소스를 판매하기로 합니다. 돈을 모아 집을 사고 싶었던 엄마와 코로나19로 직장에서 잘릴 위기에 처한 아들은 가족 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하죠.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자 이런 걸로 돈을 벌 수 있겠냐며 콧방귀를 뀌던 아빠 '앨런'도 자연스럽게 사업에 합류했습니다. 그렇게 '코바'네 가족은 봉쇄령이 내려진 도시의 한 가정집 식탁에서 매일같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고추를 손질하고 칠리소스를 만들어 포장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봉쇄, 재택근무, 비대면 사회 등 공통된 경험을 갖게 됐습니다. 어느새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한 지 4년째가 된 지금,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낯선 사회 풍경을 영화로 재현하는 움직임이 하나둘씩 눈에 띕니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일상은 모두가 겪은 일이기에 국적, 인종, 성별, 나이를 막론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는 면에서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마라맛 이야기>도 코로나19 이후 오손도손 한 집에 모여 사는 가족의 일상을 다룸으로써 관객의 공감과 웃음을 유발하는 작품 중 하나죠.
영어 제목이 'Chilli Story'가 아니라 'Chilli Laugh Story'인 것만 봐도, 이 작품이 지향하는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는데요. <마라맛 이야기>에는 '코로나19 유머'라고 부를 법한 코미디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천 명이 넘게 온 파티에서는 감염되지 않았는데, 쓰레기 줍기 봉사하러 갔다가 코로나19에 걸렸다는 한탄이라든가, 직장에서 잘리면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 된다는 농담을 주고받는 젊은 커플의 모습 같은 것들이 그렇죠. 마트에 간 남편이 여자 종업원이 끼워준 비닐장갑을 그대로 착용한 채 귀가하자, 아내에게 바이러스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비닐장갑을 낀 것이라는 변명을 내뱉는 모습도 우리 모두에게 코로나19라는 공통된 경험이 있기에 웃을 수 있는 장면입니다. 영화를 끝까지 감상하면 한때 스마트폰을 왱왱 울려댔던 코로나19 재난 문자를 활용한 재치 있는 엔딩 크레딧 디자인을 볼 수도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재난 문자의 당황스러움을 정말 오랜만에 느껴 보았어요. 이렇듯 <마라맛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인의 공통 분모를 사용한 재치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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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네 가족은 칠리소스 사업을 꾸려가면서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는 가족 간의 갈등과도 마주합니다. 맹목적으로 집을 사고 싶어 아들의 명의로 대출까지 신청한 엄마 '리타', 허세와 수다를 멈추지 못하는 눈치 없는 아빠 '앨런', 대기업의 속셈에 부당하게 사업 아이디어를 빼앗긴 아들 '코바', 무관심한 아들 대신 동생 가족에게 관심을 쏟는 고모 '웬디'까지. <마라맛 이야기>는 성행하는 가족 사업의 뒤편에서 빼꼼 고개를 내미는 가족 간의 갈등들을 묘사합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가족과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커뮤니티 등에 평소엔 몰랐던 가족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도 했죠.
하지만 이 영화는 또 금세 갈등과 긴장을 감싸 안아줍니다. 기복이 있고 때로는 주저앉을 수도 있는 게 인생이지만, 그럴 때일수록 함께 뭉쳐 이겨내는 것이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통해서 말입니다. 가족의 사랑과 변화무쌍한 인생의 길흉화복이라는 뻔한 주제는 코로나19라는 시대적 배경을 만나 색다른 방식으로 그려집니다. 이러한 영화의 메시지는 엔딩곡에도 그대로 담겨 있는데요.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이니,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꼭 한 번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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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과 중국 문화권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유머들도 있고, 오직 웃기기 위해서 넣은 19금 개그나 불필요한 대사들도 많아서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했는데요. 그렇지만 가족의 사랑과 코로나19가 바꾸어 놓은 일상을 연결하여 재치 있는 영화로 재현해 냈다는 데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제목에 이끌려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물씬 드네요. 그러나 이름값 하는 작품은 아니라는 점, '마라맛'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순한 맛'에 가까운 이야기라는 점, 잊지 마세요!
Summary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전세계 사무직 노동자들은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코바는 어머니가 직접 만든 소스를 온라인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가족 간의 갈등이 다시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 간의 일상적인 줄다리기는 칠리 소스보다 매운 맛으로 변한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Cast
감독: 코바 쳉
출연: 정중기, 양영기, 러이적온, 오군여
Schedule in JIFF
2023.04.29(토) CGV전주고사 2관 11:00
2023.05.01(월) CGV전주고사 1관 10:00
2023.05.05(금) CGV전주고사 1관 17:30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 04월 27일 - 05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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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주변에서 다양한 사건사고들을 본다. 대중매체의 발달로 개인이 겪은 끔찍한 일들도 아주 세세하게 전달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도 대중적으로 급속히 퍼지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다시 그것을 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과정에서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다. 아마도 현대 사회의 매체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것이고 인간이 가진 호기심이 더더욱 그것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사건사고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일이고 완전히 외면하기 어려운 문제들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어떤 사고나 참사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그 끔찍한 일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면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다. 그 진실을 찾아낼 때 영상이나 음성 같은 물리적인 증거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일을 직접 경험했거나 옆에서 보게 된 사람들의 증언은 중요하다. 수사기관들이나 기자들이 관련자들을 만나고 그때의 일을 들으려고 하는 노력은 진실을 찾으려는 가장 보편적인 노력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 증언을 하는 사람의 말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밀실 살인 사건 피의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영화
영화 <자백>은 어떤 사건과 관련 있는 한 남자와 그가 고용하려는 변호사가 주고받는 대화로 구성된 이야기다. 한 호텔 방 안에서 세희(나나)가 살해당한 채로 발견된다. 방에 같이 있던 민호(소지섭)는 범행을 부인하지만 그 방 안에는 두 사람만 있었고 다른 문은 없었다. 그 상황에서 민호는 실력 좋은 변호사인 신애(김윤진)를 고용해 자신의 상황을 돌파하려고 한다. 영화는 민호와 신애가 한 별장 안에서 나누는 대화를 바탕으로 사건 이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차근차근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의 알리바이나 증언을 말하고 있는 민호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다. 민호는 사건의 처음부터 세희와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영화의 초반에는 민호가 하는 증언은 한줄기뿐이다. 그래서 민호의 말은 아주 강한 신뢰를 가진다. 그러다 중반부부터 증언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민호의 이야기는 점점 신뢰를 잃어간다. 그러니까 영화는 대부분을 민호가 이야기하는 증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말의 힘이 점점 빠져가는 과정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 힘을 빼는 건 숨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변호사 신애의 힘이다. 정곡을 짚어내며 이야기의 약점을 보강하려는 신애의 노력은 고객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파악하여 변론에 활용하려는 것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는 힘이 된다.
진실이 바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그것은 아주 깊숙이 숨겨져 있다. 민호가 가지고 있는 진실도 마찬가지다. 그가 하는 이야기들은 무척 생동감 있고 설득력 있지만 진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이야기의 허점이 보일 수밖에 없다. 관객들은 일단 민호가 하는 이야기에 집중하며 볼 수밖에 없다. 관객들에게는 일차원적인 정보가 먼저 주어지고 영화 상영시간에 순차적으로 제공되는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최종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실과 겹쳐지는 영화의 이야기
최근 한국에 큰 참사가 있었다. 모든 국민들이 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매체에서 보게 되었다. 그 참사가 왜 일어났고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양한 증언과 재구성된 이야기들을 접하게 된다. 영화 <자백> 속에서 증언하는 사람은 한 명이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많은 순간 혼란스럽다. 참사 일어난 직후 그런 증언이나 정보들이 적었다. 그 순간에는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다행히도 현실에서는 다양한 목격자와 증언들이 공존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 일의 이면에 있는 일들을 좀 더 정확하게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영화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현실에서는 그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책임지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진실이 드러나고 명확하게 책임져야 할 사람이 나온다. 영화 <자백>의 이야기도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 영화의 초반에는 진실이 모호하고 어떤 사람이 그 사건에 죄가 있는지 알 수없다. 하지만 서서히 그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그 진실의 대가를 누군가가 치른다. 여전히 모호한 현재의 상황과 무척 상반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는 스페인 영화는 <인비저블 게스트>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과 동일하게 진행되는 초반과 중반은 크게 다른 점을 느낄 수 없다. 적절히 어울리는 한국 배우들을 각 캐릭터에 캐스팅했고, 그들의 연기가 주는 생동감도 영화에 힘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는 조금 더 박진감이 넘치게 재구성되었다. 이야기의 반전을 일찍 공개하고 그 이후에 다른 작은 반전을 추가하면서 관객의 시선을 꽉 끌어당긴다. 원작에서 다소 약했던 권선징악의 강도를 좀 더 센 방식으로 재구성하면서 관객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좀 더 극대화시켰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스페인 원작의 담백하지만 임팩트 있는 결말을 좋아했던 관객들에게는 한국식 스릴러의 긴박하고 박진감 있는 결말이 너무 나갔다거나 다소 번잡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한국식 클라이막스로 변형된 리메이크 영화
대체적으로 이 영화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역할에 잘 맞는데, 특히 세희 역을 맡은 나나의 연기가 무척 좋다. 민호의 이야기에 따라 인물의 성향이 상반된 형태로 화면에 등장하게 되는데 그 분위기에 따라 딱 맞는 연기 변화로 극에 설득력을 높여준다. 가해자 또는 피해자의 연기 모두를 소화하는데 전혀 이질감이 없이 훌륭하게 연기하고 있다. 최근에 시리즈 [글리치]에서도 자연스럽고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나나는 향후에 다양한 작품에서 활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봉한 지 한 주가 지난 영화 <자백>은 한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통쾌함이 있다. 10.29 참사 이후 벌어지는 일들 때문인지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만 이 영화에서의 민호가 하는 행동이 현실에서 다른 증언을 하고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에서는 가해자가 그가 한 짓의 대가를 치루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누구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다. 아직 진행 중인 현실의 이야기도 영화의 결말처럼 진정한 사과와 대가가 내려지길 기원한다. 그것이 그 일에 희생당한 사람들과 유가족들, 그리고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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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리의 별빛 아래>, <가버나움>의 울림 이을까? 2월 개봉 확정!
-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제작진이 내놓은 새로운 감동 드라마 <파리의 별빛 아래>가 2월 개봉을 확정하며 영화 <가버나움>의 울림을 이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 <파리의 별빛 아래>는 파리의 홈리스 '크리스틴'과 아프리카 난민 소년 '술리'가 출신, 국경, 언어의 벽을 넘어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가는 감동 드라마로,'프랑스의 아카데미상'으로 유명한 세자르 시상식에서 주연상과 조연상을 모두 석권한 프랑스의 국민 배우 카트린 프로가 마음 둘 곳을 잃은 파리의 홈리스 ‘크리스틴’ 역을 맡아 진정성 있는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다. 또한 ‘크리스틴’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아프리카 출신 난민 소년 ‘술리’ 역에는 <가버나움>의 ‘자인’을 이을 보석같은 아역 배우 마하마두 야파가 캐스팅되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파리의 별빛 아래>는 국경과 출신, 언어의 벽을 넘어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는 두 사람을 통해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와 함께 유럽의 난민 문제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관객들을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파리의 별빛 아래>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언노운 걸>, <미안해요 리키>처럼 사회에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전해준 웰메이드 영화들을 탄생시킨 프로듀서 필립 로기가 참여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아비뇽 영화제의 최고 유럽영화상부터 시카고 국제 영화제의 골드 휴고상, 데살로니키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국제 비평가협회상을 휩쓴 차세대 거장 클로스 드렉셀이 연출을 맡아 영화에 깊이를 더했다. 여기에 <카페 벨에포크> 촬영팀과 <미라클 벨리에>, <걸> 음악팀까지 합류해 코로나19로 지친 관객들에게 슬픔을 위로하고 더 나아가 희망을 심어줄 영화가 될 것으로 보여 기대감을 더욱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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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성애라는 금기에 갇힌 욕망을 마주하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로스트 도터>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그리스로 혼자 휴가를 떠난 대학 교수 '레다(올리비아 콜맨)'. 바닷가에서 유유자적하던 그녀의 눈에는 마찬가지로 해변에 놀러 온 젊은 엄마 '니나(다코타 존슨)'가 계속해서 들어온다. 딸 엘레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딸과 잠시 떨어진 사이에 꽤나 힘들어하는 니나의 모습을 보면 레다는 자신의 두 딸을 떠올리기 시작하고, 그렇게 평화롭던 레다의 휴가에 조금씩 균열을 생긴다. 그러던 어느 날, 늘 그렇듯이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던 차에 갑자기 엘레나가 실종되고, 레다는 해변가 숲에서 그녀를 찾아 니나에게 되돌려 보낸다. 그리고 레다는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과거의 자신(제시 버클리)'을 니나와 겹쳐 보면서 상념과 혼란에 빠져든다.
<다크 나이트>, <크레이지 하트>, <나의 작은 시인에게> 등에 출연한 배우 매기 질렌할의 연출 도전작인 <로스트 도터>. 소설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잃어버린 사랑>을 영상화한 작품인 <로스트 도터>는 감독의 데뷔작인 것을 고려할 때 상당히 화려한 실적을 자랑한다. 이 영화는 2021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후,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다만 수상실적이 주는 강렬한 인상에 비해 <로스트 도터>의 도입부는 좋게 말하면 평이하고, 나쁘게 말하면 재미가 없다. 그리스로 휴가를 온 레다가 숙소에 짐을 넣고, 바닷가에서 햇살을 쬐며 책을 읽고, 바다를 보며 식사하는 장면들은 대체 왜 이 작품이 찬사를 받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평화롭고 또 지루하다. 그나마 몇몇 관광객들과의 불화, 해변가 카페 아르바이트생인 '윌(폴 메스칼)'과의 대화만이 그 지루함을 견딜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러나 평이함이 폭풍전야의 고요함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제목에 걸맞은 사건이 발생함과 동시에 영화는 마치 이 순간을 위해 감추어 왔다는 듯이 강렬한 서스펜스가 자아내는 격랑의 소용돌이 속으로 관객을 빠뜨린다.
그 중심에는 인형이 있다. 해변가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니나는 딸 엘레나를 잃어버리고, 레다는 다른 해변가 관광객들과 함께 그녀를 찾아 나선다. 해변 옆 숲에서 그녀를 발견한 레다. 그녀는 니나에게 엘레나를 돌려보내는 한편, 엘레나가 들고 다니던 인형을 남몰래 가져간다. 흥미로운 것은 엘레나의 인형이 레다의 현재와 과거 사이를 이어주는 가교가 된다는 점이다. 레다가 충동적으로 훔친 후 극진히 돌보는 이 인형은 수십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던 그녀의 죄책감과 모성을 포기했던 과거에 대한 회한을 스크린으로 불러온다.
젊은 시절 교수가 되기 위해 학업에 열중해야 했던 레다는 첫째 딸 비앙카에게 자신이 아끼던 인형 미니 마마를 물려준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가 일반적으로 인형에 담긴 긍정적인 의미가 아닌 부정적인 의미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보통 인형은 부모의 사랑이 담긴 선물이다. 그러나 인형에는 동시에 부모를 괴롭히거나 방해하지 말고 알아서 시간을 보내라는 속뜻도 담겨 있다. 사랑의 증표로 보이면서도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단절됨을 의미하는 이중적인 물건인 것이다. 실제로 엄마의 속뜻을 알아챈 비앙카는 서운함과 미움을 인형에게 표출한다. 이에 레다는 인형을 아끼지 않는 비앙카에게 오히려 화를 내며 인형을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고, 인형은 도로 위에서 산산이 부서진다. 이렇게 부서진 인형은 아이와의 관계를 끊어버린 엄마 레다의 모성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바로 이 순간을 기점으로 <로스트 도터>는 단순히 '딸을 잃어버린' 이야기가 아닌, '딸을 포기하는' 이야기가 된다. lost가 lose의 과거형인 만큼, 단지 딸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딸을 포기했던 이야기에 관한 것으로 읽어낼 수도 있다. 엘레나의 인형이, 그리고 부서져 버린 레다와 비앙카의 인형이 바로 그 계기다. 실제로 인형을 만남과 동시에 레다는 막 엄마가 되어야 했던 과거의 자신을 회상하고 마찬가지로 처음 엄마가 된 니나와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그리고 옛 기억과 새로운 만남 사이에서 영화는 모성애라는 이름의 금기가 숨기고 있던 여성의 욕망을 가감 없이 스크린에 펼쳐놓으며 평화롭던 이야기에 긴장감과 불편함을 불어넣는다.
이때 <로스트 도터>에서 긴장감과 동시에 불편함이 느껴지는 것은 세 엄마의 교집합이 고루한 엄마의 이미지를 다방면에서 파괴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제시 버클리의 젊은 레다는 딸들과의 전화가 그녀를 지루하게 하고, 그녀 또한 딸들을 재밌게 만들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다정다감한 어머니의 이미지를 파괴한다. 올리비아 콜맨의 레다는 아이들을 떠날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며 펑펑 울고, 이런 그녀는 희생적인 어머니 상과는 거리가 멀다. 다코타 존슨의 젊은 엄마 니나는 결혼 후 가족과 완전히 어울리지 못하다 보니 자신의 존재감을 잃은 채 방황한다. 그녀는 아이를 낳고 육아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는 어머니상에 들어맞지 않는다. 이때 세 엄마의 교집합은 희생 대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이기심이며, 그렇기에 그들은 고정된 이미지 안에서 각자의 이유로 괴로워한다.
이처럼 다른 것을 욕망하면서 동시에 어머니가 될 수 없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것은 레다와 니나의 관계 쉬이 형성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니나의 고모를 필두로 니나의 가족들은 레다를 의심한다. 그들은 자신이 타고난 엄마가 아니란 걸 인정하고, 어머니가 희생정신으로 무장해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하는 레다가 니나를 추동할 수 있음을 안다. 그래서 니나의 가족은 그녀가 레다와 함께 있는 매 순간을 방해하며 레다를 유달리 이상한 사람으로 만든다. 일례로 레다는 영화관에서 난동을 부리는 남자들에게 항의하지만, 그들은 관리인이 올 때만 조용히 하며 그녀가 유달리 예민한 인물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레다는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과거의 자신을 니나와 겹쳐보기 시작한다. 니나 또한 레다에게 결혼과 육아에 지친 자신을 고백한다. 여기서 영화는 외도라는 소재를 이용해 그들의 연대에 임팩트를 준다. 물론 외도와 불륜 그 관계 자체를 긍정하지는 않으며, 젊은 레다와 니나 모두 이것이 잘못된 관계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애인의 존재는 단순히 섹스가 아니라 아이들과 육아로 인해 사라질 듯한 자신들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기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레다가 자신의 학문적 능력과 업적을 알아주는 하디 교수와 사라에 빠지고, 니나가 자신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인정해주는 윌과 눈이 맞는 이유다. 이렇게 레다는 휴가지 바닷가에서 만난 한 여성과의 관계 안에서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딸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사연을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모성애의 가치와 중요성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당장 레다가 만들어낸 니나와의 연대와 관계는 분노, 질투, 회한, 죄책감이 뒤얽힌 레다의 감정 때문에 붕괴된다. 피 흘리는 레다가 두 딸과 통화하는 마지막 장면은 이기적인 엄마였던 레다마저도 결국에는 완전히 모성애에 담긴 의미를 온전히 파괴하거나 거부하지는 못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 영화의 가치는 비록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일시적으로나마 모성애를 둘러싼 금기를 파괴하는 데 성공한 것 그 자체에 있다. 사실 모성애는 그간 인류를 지탱해 온 신화 중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당장 그리스 신화의 가이아를 비롯해 수많은 고대적 여신들의 역할이 출산을 통한 우주와 생명의 창조로 여겨졌다. 이처럼 인간에게 여성의 출산, 그리고 이후 어머니가 되어가는 여성의 변화는 항상 신성시되었고,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되는 질서로 여겨졌다.
이때 모성애가 성스럽고 거룩하게 여겨진 것은 그것이 그 자체로 금기이기 때문이다. 부정하고 위험하거나 성스럽고 거룩한 금기의 대상은 인간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금기가 특정한 의미 체계와 사회 질서를 설정하기에, 카오스(Chaos)를 초래하려는 욕망은 통제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사회적 금기는 범람하는 강물을 제어할 둑을 쌓듯이 인간의 삶을 추동하는 욕망이 표출될 통로였다. 아이를 기르는 데 최선을 다하기를 바라는 모성애라는 금기가 자신만의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욕망을 통제하며 희생을 요구하듯이. 대신 모성애라는 금기가 만든 통로 안에서 여성은 엄마가 되어 새로이 정체성을 획득하고, 그 안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듯이. 이렇게 금기는 욕망으로 인한 일상의 해체를 막으며, 이는 모성애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러한 안정성은 일시적으로 파괴될 때 역설적으로 재확인되고 강화된다. 금기를 위반하는 것은 안정적으로 구축되었던 일상을 헤집어놓으며 그간 허용되지 않은 경험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위반은 안정된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일상의 근간이 되는 금기의 존재에게 더 강한 권위를 부여한다. 강렬한 축제를 통해 일탈을 맛본 후에 일상적 삶에 더 집중할 수 있듯이 금기를 일시적으로 깨고 표출된 욕망은 도리어 삶을 안정적으로 만든다. 이는 불륜의 장소로 낙점된 레다의 휴가 숙소에서, 엄마로서의 자격을 던져버리고자 했던 니나와 그런 니나에게 공감해주던 레다 간의 연대가 깨어지고, 레다의 휴가도 끝나며 그들이 다시금 각자의 엄마로서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로스트 도터>는 여성이 고통 속에서 자녀를 포기하더라도 죄책감에 빠지는 대신 온전한 행복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렇기에 희생적인 모성애가 지탱하던 안정된 세계가 주던 평화로움은 이기적인 모성애와 일탈로 인한 불안정성과 긴장감을 거쳐 다시금 회복된다.
이는 매기 질렌할 감독이 “엄마, 연인, 여성으로서 느낀 은밀한 감정들이 책 속에 표출되었다. 기이하고 고통스럽지만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을 느꼈다”라고 말한 것과 맞닿아 있다. 영화는 특정한 모습의 엄마를 묘사하지 않는다. 처음으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숨 막히는 압박을 느끼는 엄마의 모습도 긍정하고, 그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찾는 엄마도 긍정하며, 그 순간들을 견뎌낸 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하고 자부하기도 하는 엄마의 모습도 긍정한다. 그래서 <로스트 도터>는 성별에 따라, 아이의 유무에 따라, 육아 경험의 정도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서로 다른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는 영화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어떤 모습의 엄마에 자신이 가깝든 간에, 모성애라는 금기를 깨는 이들의 용기를 부정할 수는 없을 거라는 점이다. 이렇게 <로스트 도터>는 모성애를 둘러싼 신화에 도전하며, 그 금기에 숨겨져 있던 격동의 현실을 스크린 위로 끄집어 올린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모성애라는 금기의 명암 사이에 숨어 있는 폭풍우를 끄집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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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하필 인간이라서, <팟 제너레이션>
* 본 리뷰에는 영화의 자세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팟 제너레이션 The Pod Generation, 2023
영국 / 109분
감독: 소피 바르트우리가 하필 인간이라서, <팟 제너레이션>
적당한 공포와 적절하게 배합된 연민과 침묵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섬세하고 감각적인 장치로 사람들이 향하는 방향이 순뱡향이든 역방향이든 상관없이, '멈춰 있는 순간'에만 발동한다. 절대 피할 수 없으며, 강제적으로 작동해 기어이 멈춰 선 이의 발을 지면에서 떼게 한다. 인간에게 '정지' 행위는 죽음이 다가오는 걸 알면서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는 어리석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이 필수조건은 철저한 계획하에 만들어진 거창한 방책이 아니다. 직접 경험으로 얻은 교훈과 지식을 축적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한다고 믿게 된 이른바 생존 본능이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인간을 위해 비극을 적극적으로 생산하며 사는 일이 자연의 순리와 같다는 점에서 우린 매 순간 죽음을 향해 가지만 절대 죽지 않기 위해 애쓰는 존재다.
인간은 단순하다. 생존을 우선시하는 본능이 나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고, 우린 각자 자기만의 방법을 정립하며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여러 방식이 존재하지만, 그중 세 가지 방식이 공통적으로 포함되어있다. '나와의 분리', '조건 없는 수용', '맹목적인 믿음'. 앞서 언급한 공포와 연민, 침묵이 인간의 내면에 박힌 생존용 고정핀이라면 분리와 수용, 믿음은 생을 향한 원초적인 욕구가 실행되는 길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 덕분에 인간인 우린 계속 길을 걷는다.
영화 <팟 제너레이션> 스틸컷(다음)
소멸을 부정하기 위해 시작된 인간의 생존 본능은,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개인의 가치관, 신념, 취향,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단순히 숨이 끊어지는 순간만이 아니라 현재 내가 누리고 바라고 원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때도 죽음은 물론이고, 죽음이 주는 극단적인 감정까지 느끼게 됐다. '어떻게 죽음을 피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중요해졌고, '앞으로 있을 죽음'보다 '지금 당장 없는 무언가'를 더 갈망하게 됐다. 흥미로운 건, 삶의 태도와 관점이 변화되었어도 고정핀은 여전히 박혀있으며 공통 방식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떠한 위협 속에서도 온전히 '나'를 따로 분리해 보호하고,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에 적응하며, 그 선택을 진실하다 믿는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린 어떠한 상황에도 머뭇거리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스릴 있게 투쟁하는, '격렬하게 애쓰는 존재'가 됐다.
어쩌면 당연한 흐름이다. 인간은 더 이상 살고 죽는 간단한 문제에 속한 동물이 아니니까. 자연의 순환 속에서 경계 없이 자기 세상을 확장하면서 그에 따른 온갖 난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활용까지 하며 살고 있으니까. 그렇게 보면, 우린 참 뭐라 설명하기 힘든 존재다. 예측불허하면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정말 단순하면서 그만큼 복잡한 인간. 죽음과 생존을 같다고 여기며 끊임없이 삶을 욕망하는 인간. <팟 제너레이션>은 이 모든 걸 담고 있다.
영화 <팟 제너레이션> 스틸컷(다음)
레이첼은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회사에서 똑똑하고 능력이 뛰어난 여성 임원이다. 아침에 눈을 떠 저녁에 눈을 감기까지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의 힘을 사용하며 합리적으로 편하게 산다. 하지만 앨비는 다르다. 그는 자연을 사랑하는 식물학자다. 인간이라면, 인간이 만든 과학 기술적 세계가 아닌 자연 속에서, 자연과 상호작용하며 진정한 인간다움을 가꾸며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두 사람은 다르다.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체크해 주는 행복 지수가 말해준다. 앨비는 늘 낮거나 측정 불가이지만 자기만의 자연(섬에 있는 집)을 갖고 있어 진짜 미소를 지으며 산다. 레이첼은 인공지능의 행복 지수 관리를 신뢰한다. 적당한 지수를 유지하면서 간혹 높지 않은 날엔 거짓 미소를 짓기도 하지만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아침마다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바다가 보고 싶으면 대중교통으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할 필요 없이 공원에 설치된 '네이처팟'에 들어가면 된다. 굳이 자연을 현장 체험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현재, 레이첼이 사는 곳은 쓸모보다 편리함이 더 귀한 가치로 여겨지는 아주 좋은 세상이다.
레이첼에겐 '이 환경'이, 앨비에겐 이 환경이 아직 정복하지 못한 '생존한 자연'이 존재하기에, 부부의 삶은 안정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첼이 인지능력이 더 높은 인공지능 '마샤'를 성공적으로 출시하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진다. 회사가 그녀에게 승진 혜택으로 인공 자궁(팟)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부부에게 인기몰이 중인 페가수스의 자궁 센터는 팟이란 플라스틱 알 모양의 기기로 임신과 출산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사실 레이첼도 아기를 갖고 싶은 마음에 남편 몰래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놨었다. 예상대로 자연 임신을 원했던 앨비는 아내에게 논의 없이 아기가 알에서 나오게 하는 대가를 지불했다며 화를 낸다. 그러나, 결국 그는 사랑하는 아내의 선택을 받아들이기로 '선택'한다.
영화 <팟 제너레이션> 스틸컷(다음)
선택. 앨비와 레이첼이 함께 쌓아온 규칙이 다시 재정립되는 순간인데, 그 공은 두 사람이 아니라 레이첼의 심리치료사 일라이저, '인공지능'에 있다. 거대한 눈, 일라이저는 훌륭한 아이를 갖는 것뿐이라며 레이첼이 내면 깊숙이 원했던 말을 대신해 줬고, 인공지능이기에 인간의 영혼을 못한다고 믿는 앨비에겐 최고 등급의 사생활 보호 서비스를 제공했다. 남편의 반대와 자연을 반하는 행위를 한다는 죄책감에서 해방된 레이첼과 자연만을 믿고 살면서도 혼자 남모를 속앓이를 했던 앨비는 일라이저의 한 마디 처방에 그동안의 문제를 '나'에게서 분리하고 누구보다도 빠르게 생각을 전환한다. 이제 두 사람의 목적은 혼란스럽고 낯설어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는 우리의 팟을 잘 돌보는 일이다.
팟은 정말 엄마 배 속에 있는 것처럼 그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영양분을 달라며 알람을 울려대고, 자기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이며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앨비와 레이첼은 각자의 속도로 팟을 받아들인다. 팟을 먼저 품기 시작한 건 예상과 달리 식물학자 앨비다. 팟 캐리어(유모차 같은)를 메던 친구를 이해하지 못했던 그는 어느새 캐리어 달인이 되어 팟을 자기가 일하는 온실에 동행한다. 나아가 집 밖에서도, 집 안에서도 끊임없이 팟과 교감한다. 팟은 자연을 사랑하는 그의 예외적 선택으로 자연이 됐다. 임신과 출산에서 자유로워진 후 계속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성으로 살던 레이첼은 백팔십도 달라진 남편의 모습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아빠가 어떻게 엄마보다 더 아기와 가까워질 수 있지? 그도 그럴 것이 자연대로라면 태아와의 강력한 교감은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엄마만이 체감할 수 있는 감정들을 인공 자궁을 선택한 레이첼이 무슨 수로 경험할 수 있단 말인가. 사실 레이첼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임산부의 배에 손을 올리고 태동을 느끼며 자신도 임신 중이라고, 당신처럼 아기를 품고 있다고, 아무리 되뇌어도 '나'의 임신과 '그녀'의 임신은 절대 같을 수 없다는 진실을 말이다. 더는 견딜 수 없었던 레이첼은 팟과 남편을 데리고 다시 일라이저를 찾아간다.
영화 <팟 제너레이션> 스틸컷(다음)
레이첼은 팟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부터 볼록하게 나온 자기 배를 만지며 평화로운 모래사장을 걷는 꿈을 꿨었다. 팟이 생긴 이후엔 조그만 알을 출산하는 섬뜩한 꿈을 꿨었는데, 일라이저는 꿈은 자의적이며 구시대적인 산물일 뿐이라며 더 이상 인간은 꿈을 해석하거나 이해하지 않는다고 그녀를 안심시켰었다. (자궁 센터 원장도 인간은 꿈을 꾸지 않는 게 정상이라고 당당히 말했고, 한술 더 떠서 아기에게 부모가 원하는 꿈도 꾸게 할 수 있다며 신제품 드림팟을 선전한 바 있다) 즉, 자연과 여자의 자궁, 이젠 인간의 꿈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세상에서, 엄마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며 걱정하는 레이첼의 우려는 불필요한 고민이었다. 그런데도 쉽사리 고민을 떨쳐내지 못하는 그녀에, 일라이저는 팟 안에 든 태아와 자신을 연결해 달라고 말한다. 그 순간 레이첼과 앨비는 처음으로 멈칫하며 거대한 눈에게서 빠르게 도망친다.
그동안 그들은 숱하게 합리화를 해왔다. 여성의 자궁 대신 팟에서 태아가 자라는 것뿐이며, 자연임신으로 부모가 된 부부와 똑같은 경험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레이첼의 말처럼, 중요한 건 플라스틱 알이 아니라 태어날 '우리 아기'니까. 분명 자연의 선물로 받은 축복이라 생각했는데, 인간의 기술로 태어나 조작으로 만들어지는 뭐라 정의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무언가' 같은, 이 불쾌감과 거북스러움이 그들을 덮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동안 해왔던 분리와 수용, 믿음 방식을 계속 유지한다. 레이첼은 남편처럼 회사에 팟을 들고 다니면서, 아기와 유대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오로지 자신에게 올 '아기'만을 생각하면서.
팟의 대기 명단이 길어지자, 자궁 센터는 부부에게 유도분만을 제안한다. 광고할 때만 해도, 아기가 스스로 나오고 싶은 순간에 신호를 주면 출산 과정을 돕는다며, '자연이 결정'한다고 온갖 위대한 척은 다 하더니 결국 자본의 흐름에 아기를 다루고 있던 것이다. 레이첼과 앨비는 거부한다. 팟은 페가수스의 자산이지만, 그 안에 든 아기는 우리 전부니까. 앨비는 곧바로 팟을 몰래 집으로 데려오고, 아기를 백화점에서 골라 사는 꿈을 꾼 레이첼은 섬에서 가정 분만을 하자고 선언한다. 부부는 진짜 자연 속에서 진짜가 된 팟을 품고 자연과 온전히 동화된 시간을 보낸다. 원격으로 팟의 기능을 꺼버린 페가수스의 저급한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아기를 믿고 기다린다. 드디어 온 아기의 신호. 앨비는 플라스틱 알을 강제로 개봉해 아기를 꺼내 품에 안는다. 감격스러워하는 앨비와 레이첼 그리고 그들의 축복, 팟 제너레이션의 탄생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팟 제너레이션> 스틸컷(다음)
분리, 수용, 믿음. 두 사람은 부단히 노력해 아기를 얻었다. 그럼 된 것일까? 해피엔딩인가? 태어난 아기는 부부의 사랑 안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레이첼은 내가 정말 듣고 싶은 말을 듣기 위해, 더 편한 선택을 하기 위해, 자신의 복제품(일라이저)을 만들었다. 그리고 일라이저를 통해 팟 서비스가 좋은 선택임을 객관적으로, 이성적으로 확인받았다. 그러나 부부가 사는 세상이 오직 지금, '현재에 사는 이들만'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인 것처럼, 그들의 선택 역시도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 아니라 '아기를 욕망하던 오늘의 나만'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 결과 꿈꾸지 않는 팟 제너레이션을, 아니 '꿈꿀 수 없는 인간'을 탄생시켰다. 꿈은 영화 속에서 인간이 인간임을 확인시켜 주는 유일한 장치였다. 꿈이 인간다움이라면, 팟 제너레이션 이후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들의 아이는 정말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그 아이들이 계속 태어난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의 미래엔 무엇이 살아남을까.
<팟 제너레이션>은 우리가 얼마나 변덕을 부리면서도, 카멜레온처럼 나란 존재를 끊임없이 긍정하며 사는지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나아가 이를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는다. 그저 부부의 새로운 도전을 평범한 일상 안에 평이하게 녹여내는 데 집중한다. 인간의 생존 본능과 변화무쌍한 능력들도 악인의 횡포처럼 풀지 않는다. 단지 잔잔하게 흘러가는 부부의 개인사가 끝을 향해 갈수록 우리가 스스로 알아차리게 되는 것뿐이다. 점점 더 무겁게 짓누르는 위기감과 섬뜩함에 생존 본능이 발동되는 순간, 페가수스 사장이 쿠키 영상으로 등장한다. 그는 자궁 센터의 고객은 부모가 아닌 아기임을 확인시키며 언젠가는 아기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부디, 그들이 현명한 부모를 선택하길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친다. 결코 해피엔딩이 될 수 없는 이유다. 분명 팟으로 합리적으로, 더 안전하게 아기를 얻으려는 부부의 이야기가 전부일뿐인데, 물음 하나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역시 어쩔 수 없겠지? 우리가 하필 인간이라서."
참신하고 흥미롭지만, 여러모로 행복 지수를 높이는 영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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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설공주> 실사판, 캐스팅은?
dc의 원더우먼, 갤 가돗을 이번에는 디즈니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지난 2014년, dc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원더우먼 역으로 발탁되며 큰 화제를 모았던 배우 갤 가돗은 이후부터 지금까지 dc의 '원더우먼'으로 활약해왔는데요. 실제 이스라엘군에 입대하여, 2년간 군 복무까지 했던 배우인 만큼, 캐스팅 논란을 잠재우며 이제 '원더우먼' 하면 갤 가돗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하였습니다.
사진 출처 : ew
하지만, 원더우먼 이외에 뚜렷한 활동이 많지 않던 배우 '갤 가돗'이 이번에 디즈니의 <백설 공주> 실사 영화의 '여왕'역에 거론되며 최종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고 하는데요. 올해 12월 개봉할 디즈니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레이첼 지글러가 '백설공주' 역으로 일찌감치 캐스팅되었기에, 만약 갤 가돗이 여왕 역으로 캐스팅 확정될 경우 둘의 조합 역시 기대되는 바입니다.
1937년 제작된 <백설공주>는 디즈니의 첫 애니메이션으로, 사악한 여왕이 백설공주의 외모를 질투하여 '독사과'를 먹이는 내용인데요. 백설공주를 비롯하여 일곱 난쟁이 캐릭터, 그리고 유명한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는 대사까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애니메이션이기도 합니다. 1937년 12월 개봉 당시, 800만 달러가 넘는 대박 흥행을 기록한 <백설공주>는 디즈니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며 이후 8차례나 극장에서 다시 상영되기도 하였습니다.
<500일의 썸머>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감독으로 유명한 마크 웹이 메가폰을 잡게 될 <백설공주> 실사판은 2022년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디즈니가 2016년부터 제작 의사를 밝혀온 작품이기에, 더욱 기대가 큰 작품이기도 한데요. 디즈니는 현재, 할리 베일리 주연의 <인어공주>, 톰 행크스 주연의 <피노키오>, 그리고 존 M 추 연출의 <릴로와 스티치>를 제작 중에 있습니다.
그림 동화를 원작으로 한 <백설공주>의 실사화를 기다리며,
더욱 강력한 여왕의 탄생을 기다려보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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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편견, 선입견 타파
13:39 별점 및 한 줄 평
13:55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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