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5-13 17:38:37
엠파이어 디자인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한국 작품 포스터 모음
<파묘>,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
[엠파이어 디자인 스튜디오]는 영화 포스터, 예고편, 클립등을 제작하는
영국 회사로 감각적이고도 강렬한 포스터를 제작합니다.
해외 작품으로는 <007 노 타임 투 다이> <서부전선 이상없다> <스펜서> <가여운것들>등의
대표작들이 있는데요. 등장인물을 살린 한국 영화 포스터와 달리 엠파이어 디자인 스튜디오는 영화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려 표현해 내는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2024 천만영화 <파묘>의 캐릭터의 표정을 가득 담은 포스터가
큰 이슈가 되기도 했죠. 엠파이어에서 제작한 한국 영화, 시리즈 포스터들 같이 보아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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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 리차드> 능력주의의 현실을 환기시키는 부성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시기에 거리를 다닐 때도 목숨을 위협받는 빈민촌에서 살아간 '리차드 윌리엄스(윌 스미스)'. 어느 날 TV에서 테니스 대회 우승자가 막대한 상금을 받는 장면을 본 그는 자신의 두 딸 '비너스(사니야 시드니)'와 '세리나(데미 싱글턴)'를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로 키우기로 결심한다. 테니스 코치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그는 균형 잡힌 시각과 면밀한 통찰력을 지닌 아내 '오레이슨(안저뉴 엘리스)'의 도움을 받아 두 자매의 육성에 몰두한다. 캘리포니아 컴튼의 형편없는 테니스 코트에서 시작된 여정은 주변인의 부정적 예측과 불리함을 모두 극복해 나가고, 성공을 눈앞에 둔 두 딸에게 리차드는 마지막 교훈을 가르친다.
현대 축구를 논하는 데 있어 메시와 호날두를 빼놓을 수 없고, 농구를 논하는 데 조던을 빼놓을 수 없듯이, 테니스를 논하는 데 있어서 윌리엄스 자매를 빠뜨릴 수는 없을 것이다. 5번의 윔블던 오픈을 포함해 수 차례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차지한 비너스와 슈테프 그라프를 제외하면 4대 메이저 대회 우승과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모두 차지한 유일한 커리어 골든 슬램 달성자인 세리나는 문자 그대로 테니스계의 전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두 자매의 성공 신화가 미디어에서 다루어지는 것은 결코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또 성공 신화를 알고 있는 한,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윌리엄스 자매의 신화를 묘사하는 <킹 리처드>의 접근 방식은 예상을 벗어난다. 수많은 스포츠 전기 영화와는 결이 다소 다른, 신선한 접근법을 선택했다. 그 중심에는 자매의 아버지인 리차드 윌리엄스가 있다. 영화는 성공을 일구어 낸 당사자들이 아니라 조력자의 시선으로 신화를 들여다본다. 신선한 뉘앙스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킹 리차드>는 스포츠 전기 영화의 흔한 공식을 넘어선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결과 <킹 리차드> 보다 보편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입장에서 자칫 신화에 가려질 수도 있었던 현실을 끄집어낸다. 특히 영화는 '능력주의'라는 이름의 현실이 지닌 여러 모습을 흑인으로서의 리차드, 코치로서의 리차드, 아버지로서의 리차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흑인으로서의 리차드
매일 같이, 또 비가 오는 날에는 젖은 코트에 대한 적응력을 높인다고 딸들을 훈련시키는 리차드를 두고 주변 이웃들은 그가 딸들을 학대한다고 비난하며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한다. 또 부유층도 쉽사리 뒷바라지해주기 힘든 테니스를 굳이 할 필요가 있냐며 다른 종목을 추천하는 이들의 권유에도 리차드의 결심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단순히 딸들의 재능을 봐서가 아니다. 그에게 테니스는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나 불우하게 자란 자신과는 다른 삶을 딸들이 살고, 더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세상은 날 무시했지만 너흰 달라, 존중받게 할 거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리차드와 비너스, 세레나의 이야기는 흑인으로서의 꿈을 이루어낸다. 비너스가 처음으로 참가한 프로 무대에서 그녀의 플레이를 보는 흑인, 여성 관중들의 표정과 반응은 호기심에서 열광과 팬심으로 변해간다. 세 부녀가 ‘백인 스포츠’인 테니스에 낸 균열은 그들을 보고 테니스 선수를 꿈꾸기 시작한 흑인들로 인해 점점 더 커진다. 그 덕분에 흑인이라는 이유로 과잉진압 당하거나 총에 맞지 않고 마약에 빠지지 않는 삶의 가능성도 덩달아 커진다. 흑인에게도 다른 미래가 있음을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리차드의 결심은 특히 그가 흑인 사회에 만연한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장면에서 강조된다. 공용 테니스 코트에서 딸들을 훈련시키는 리차드는 코트가 있는 지역의 갱들에게 숱한 모욕과 폭행을 당한다. 전설적인 NBA 선수였던 찰스 버클리도 지적한 바 있는, 학교를 제대로 다니고 좋은 성적을 받아서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는 흑인의 노력을 폄하하는 잘못된 관념과 리차드는 흑인이었기 때문에 맞서 싸워야 했던 것이다. 이는 리차드가 흑인으로서 지니고 있던 트라우마를 아내에게 위로받는 장면, 또 비너스에게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고백하는 대목이 더욱 뭉클한 이유이기도 하다.
코치로서의 리차드
이때 그가 같은 흑인들 사이에서도 팽배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뚫고, 빈민촌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철저한 능력주의다. 미리 짜 놓은 계획대로 딸들에게 능력을 증명하기를 요구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스티브 잡스를 보는 듯하다. 불가능할 것 같은 프로젝트를 끈질기게 설득하고, 때로는 협박으로 성공시킨 잡스처럼 현실을 왜곡한 게 아닌가 싶은 능력을 끌어내는 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 챔피언이 될 거라는 거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혀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굳은 믿음을 딸들과 공유하면서 그저 열정이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불가능을 가능으로 뒤바꾸는 자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끄집어낸다.
그러면서도 리차드는 결코 막연한 기대나 예측, 그리고 호의와 혜택의 힘에 기대려 하지 않는다. 능력을 확실하게 증명하고, 또 보여준 능력으로서만 가치를 인정받으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부유하지 않은 흑인으로서 비너스와 세리나를 지도해 이루어낸 성과와 업적이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에이전트들의 말에 크게 분노하고, 그들의 계약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마찬가지로 비너스의 프로 데뷔 직전에 거대한 계약금을 제시한 나이키와의 협상에서도 아직 능력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능력과 증명이라는 잣대에 충실했기 때문에 작중 비너스는 리차드가 누누이 말했던 대로 테니스계의 스타이자 롤모델로 자리 잡는 데 성공한다. 누군가에 의해 주어진 자리를 차지하거나 외부의 평가에 의해 매겨진 가치에 안주하는 대신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자신을 둘러싼 차별과 편견을 진정으로 하나하나 깨부순다. 이처럼 작고 좁은 문틈을 뚫어서 스스로를 증명했기에 그녀의 성공은 유사한 처지에 있고 동질감을 느끼는 모든 사회적 약자에게 힘과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다. 리차드는 단순히 테니스뿐만 아니라 인생을 가르친 코치인 셈이다.
아버지로서의 리차드
흥미로운 것은 코치로서의 리처드가 철저히 능력주의에 입각한 사고로 딸들을 성공까지 이끄는 와중에도, 아버지로서의 리처드는 능력주의가 낳을 수 있는 병폐를 경계하고 예방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능력주의의 폐해를 지적한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은 능력주의의 승리자들이 두 가지 문제를 겪게 된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오만함이다. 성공이 자신의 능력에 대한 보상이고, 노력에 따른 대가로만 여기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 이들을 무시하고 조롱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스스로를 갉아먹는 피폐함이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이나 삶의 가치를 숙고하는 대신 계속해서 능력을 증명하고 성공해야 하기에 완벽주의에 빠져들고, 그로 인해 정신적으로 쇠약해진다.
이러한 문제점은 작중 아버지 리차드의 시선이 오랫동안 머무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는 주니어 대회에서 연전연승하는 비너스와 세리나, 그리고 다른 딸들이 패배한 경쟁자들을 조롱하는 모습에 크게 분노한다. 또 어려서부터 수많은 대회에 참가해 큰 성공을 거둔 스타 유망주가 마약에 빠지고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모습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코치와 싸우는 한이 있어도 겸손과 평범함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신데렐라>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면서 신데렐라의 성공이 아닌 그녀의 내면을 가득 채운 바른 품성을 보고 느끼게끔 한다. 나날이 유명해지는 딸들에게 그들이 갖는 영향력을 일깨우고, 엔딩 크레디트 속 내레이션에서도 언급하듯 사회로 그들의 능력과 성공을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두 딸을 끝없는 경쟁에서 떼어 놓으려고 한다. 주니어 대회에 참가해 커리어를 쌓아야 한다는 에이전트와 코치의 의견을 무시하는 한이 있어도, 언론과의 접촉을 통제하면서 독선적이라는 비판을 듣더라도 평범한 학생이자 청소년으로서 필요한 모든 경험을 보장해주려 한다. 이처럼 능력주의적 성공관으로 인해 오만해진 승자와 굴욕을 느낀 패자 간의 긴장관계를 풀기 위해 사회적 연대와 유대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센델의 주장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특히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고 그로 인해 피폐해지는 청소년들을 현실이나 미디어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회적 맥락 안에서 보면, 그 위험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아버지의 진심은 더욱 감동적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아버지 리차드의 모습은 영화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해준다. 사실 세 부녀의 성공을 온전히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하면 된다'는 능력주의의 구호가 모두에게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성공을 움켜쥐는 이들은 언제나 소수이고, 다수는 공허한 빈손에 그쳐야만 한다.
그러나 깔끔하고 세련됐지만 무난한 할리우드의 문법과 방식으로 풀어낸 세 부녀의 이야기는 결코 ‘하면 된다’는 명제의 반복에 그치지 않는다. 리차드와 윌리엄스 자매가 걷지 않은 길, 정반대의 길에 대한 경계와 의심이 영화 전반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킹 리차드>는 기적을 보여주지만 기적의 결과가 아닌 과정을 보여주고, 그 기적에 속하지 않는 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할지를 되짚어 보게 만드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상술하였듯이 신화의 주인공이 아닌 조력자인 리차드의 관점에서 성공 신화를 바라본 신선한 접근법이다. 그래서인지 전반적인 완성도가 준수하나 평범한 영화에서 윌 스미스의 연기가 유달리 인상적인 것도 사실이다. 문자 그대로 리차드 윌리엄스의 현현이 되어버린 그는 흑인으로서, 코치로서, 아버지로서 리차드가 느꼈을 모든 것을 미소 하나에, 웃음 한 번에, 눈물 한 방울에 고스란히 담아서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록 시상식에서의 논란으로 인해 의미와 가치가 퇴색된 감이 있기는 하나 윌 스미스에게 돌아간 남우주연상 오스카 트로피 자체는 정당해 보이는 이유다.
A(Acceptable, 무난함)
능력주의의 명과 암 사이에서 균형을 잡은 부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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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 게임 3 | 다음 딱지치기를 위해 희생된 완결편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마침내 드러난 공허한 큰 그림
<오징어 게임 2>는 '성기훈'(이정재)의 반란으로 끝맺었다. 오징어 게임 자체를 중단하기 위한 그의 반란은 처절히 실패했다. 인원도 부족하고, 탄알도 부족한 채로 시도한 무모한 반란이 유발한 참혹한 대가였다. 그는 게임장 밖에서부터 친구였던 '정배'(이서환)를 비롯해 봉기에 가담한 이들을 모두 잃었다. 이 반란의 실패는 단순한 물리적 패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기훈의 신념과 소신이 완전히 패배했음을 방증하는 결과물이었다.
시즌 2 초입에 기훈과 '프론트맨'(이병헌)은 각자의 신념을 명확히 밝힌다. 프론트맨은 거대한 이익과 가혹한 환경 앞에서 사람들의 가치 판단은 달라지기 마련이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자발적으로 선택한 결과라면 악한 행위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징어 게임을 중단하고 상금을 나눠 가질 수 있도록 변경된 투표 규칙은 선택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장치이자 그의 신념이 반영된 제도였다.
반면에 기훈은 설령 오징어 게임처럼 극단적인 환경이라 해도 지켜야만 하는 선이 있다고, 타인이 그 선을 넘도록 부추기는 것 또한 그 자체로서 악하다고 믿는다. 따라서 그가 프론트맨과의 대립에서 승리할 방법은 두 가지였다. 참가자들을 설득해서 투표로 게임을 끝내거나, 투표 자체의 진행을 막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참가자들을 설득하지 못했고, 투표 진행 자체를 막기 위해 반란을 획책했으나 게임의 진행을 막지 못했다.
이제 기훈에게는 무슨 목표가 있을까? <오징어 게임 3>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그의 목적은 더 이상 참가자들을 살리는 것도, 프론트맨에 맞서 이기는 것도 아니라고. 설령 프론트맨에게 패배했어도, 결코 그와 같은 사람은 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기훈은 사투를 벌여야 한다고. 문제는 '증명'이라는 테마가 서사적으로도, 장르적으로도 악수라는 점. 결국 <오징어 게임 3>는 공허한 큰 그림과 욕망만 남긴 채 막을 내린다.
성기훈의 마지막 반격
반란에 실패한 뒤 혼자만 살아남은 기훈은 절망한다. 게임 진행 여부를 묻는 투표에서 열변을 펼치던 지는 시즌과는 달리 아예 투표 자체를 포기할 정도로 목표를 잃어버린다. 자기 때문에 친구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죄책감을 회피하려고도 한다. 탄창을 가져오려다가 겁에 질려 도망친 '대호'(강하늘)를 원망하고, 술래잡기 게임에서 그를 찾아내 죽이고, 그러고도 죄책감이 사라지지 않자 자살까지 시도한다.
발버둥 치던 기훈에게 실패를 만회할 기회가 찾아온다. 비록 반란이 실패했어도 기훈의 선한 의도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금자'(강애심)가 그에게 '준희'(조유리)와 준희가 술래잡기 도중 낳은 아이를 지켜달라고 부탁한 것. 유언이 된 부탁을 들은 기훈은 게임과 아무런 관련도 없고 죄도 없는 아기를 끝까지 보호하기로 결심한다. 게임 안에서 프론트맨을 이길 수 없다면, 모든 사람이 그와 같지는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
결승전 전날 밤, 프론트맨은 칼을 건네며 다른 참가자들을 다 죽이고 아기와 함께 우승자가 되라고 제안하지만, 기훈은 유혹을 끝내 뿌리친다. '오일남'(오영수)이 똑같은 제안을 했을 때 수용한 프런트맨과는 다른 선택을 한다. 이에 더해 고공 오징어 게임에서도 기훈은 목숨을 희생하는 한이 있어도 아기를 보호한다. 이렇게 그는 모든 인간이 자신과 같을 거라는 프론트맨의 믿음에 금을 내고, 가능한 유일한 반격을 가한다.
이 반격은 유효했다. 무엇보다도 돈이 우선시되고, 생명과 같은 가치도 돈으로 환원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추기는 세태에 대한 비판이자, 인간성의 각성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다시 한번 결말을 장식한다. 게임장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프론트맨이 아기를 챙겨서 상금과 함께 동생인 '준호'(위하준)에게 맡긴 것, 기훈의 유품을 LA에 있는 그의 딸에게 전해주는 것은 프런트맨이 패배를 인정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다수의 폭거'라는 진짜 적수
이렇게 보면 <오징어 게임 3>는 기훈의 서사를 잘 갈무리한 듯싶다. 문제는 이 마무리가 첫 번째 시즌의 결말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 즉, <오징어 게임 3>는 기훈을 다시 한번 오징어 게임에 던져 놓은 근본적인 동기와 물음에 답하지 못한 채 출발선으로 U턴한 셈이다. 심지어 기훈이 넘어서야 할 난관과 장애물을 짚어내고 직시하는 데 성공했는데도 답을 회피했기에 <오징어 게임 3>의 끝은 더 실망스럽다.
<오징어 게임 3>는 프론트맨과의 갈등에서 최후의 승리를 거둔 기훈을 조명한다. 그러나 시즌 2와 3에서 그의 적수는 사실 프론트맨이 아니었다. 바로 다른 참가자들이었다. 애초에 기훈이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하고, 자기 신념을 증명하는 데 집착하게 된 원인은 투표로써 이뤄진 다수의 폭거이기 때문. 만약 기훈이 투표에서 한 번이라도 더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었다면, 그는 아기를 지키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었다.
기훈은 왜 투표 결과 앞에서 무기력했을까? 민주주의 사회에서 유권자 중 과반이 찬성한 투표 결과에는 누구도 부정 못 할 절대적인 권위가 깃든다. 설령 상금을 위해 인명을 죽이는 비윤리적인 일이 그 결과라 하더라도. 이는 게임 진행 요원이 매번 참가자들의 자유로운 투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다. 시즌 2에서 기훈은 이처럼 투표 결과가 권위를 낳고, 권위가 오징어 게임을 지지하는 메커니즘을 한 번도 논파하지 못했다.
시즌 3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눈앞에서 악한 일이 저질러져도 다수가 악을 지지하는 한, 기훈은 무력이 아닌 방법으로는 그 결과를 뒤집지 못한다. 고공 오징어 게임 도중에 참가자 9명 중 6명이 아기를 죽이고 상금을 나눠 갖는 데에 찬성으로 투표해도 기훈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 '다수의 폭거'라는 의사 결정 방식을 파괴하지 못하는 이상 그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게임은 중단되지 않는다"라는 프론트맨의 말을 부정할 수 없다.
칼은 뽑았는데 무를 안 썰었어
즉, <오징어 게임> 시즌 2와 3가 기훈을 다시 게임에 참여시킨 동기는 위와 같은 '다수의 폭거'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사회 비판물이라는 <오징어 게임>의 정체성에도 부합한다. '다수의 폭거'는 거부할 수 없는 미래의 사회적 모순이니까. 실제로 세계 각국에서는 숫자가 많은 중노년층의 정치적 의사나 이익이 초과 반영되는 실버 민주주의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오징어 게임 3>는 투표라는 규칙을 통해 화두에 올린 이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해 답을 제시해야만 했다. 다수결이라는 형식의 논리가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내용을 압도하며 본말이 전도된 상황에 대해 기훈의 입을 빌려 첫 시즌보다 진일보한 해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완전히 해결하거나 대안을 제시할 수 없으면 새 판을 짜기 위해서 오징어 게임을 완전히 파괴하는 식으로라도.
하지만 <오징어 게임 3>의 결말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환상에서 '새벽'(정호연)이를 본 뒤 다른 참가자 목에 겨눴던 칼을 거두고, 자기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아기를 살리는 선택. 이 장면들은 첫 시즌 결말의 반복에 불과하다. 그가 돈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인간의 선함을 믿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이미 새벽이의 동생을 챙겨주고 남은 상금은 사적으로 한 푼도 쓰지 않은 시즌 1의 결말이 보여준 바 있다.
결국 기훈은 프론트맨에게 승리했을지언정 그의 논리와 세계는 못 이겼다. 기훈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오징어 게임은 언제든지 열릴 테니까.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인정한 채 고고히 자기 소신을 지키려고 은둔하는 역사 속 지식인들과 자기 증명에 집착한 기훈이 겹쳐 보이기도 하다. 그러니 <오징어 게임 3>은 사회 비판물로써 얻은 명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비겁한 완결판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다
사회비판적 주제 의식이 쳇바퀴를 헛도는 사이, <오징어 게임 3>은 장르물로서의 쾌감도 놓치고 말았다. 데스 게임 장르의 본질적인 재미는 각 게임의 규칙을 역이용하거나,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합종연횡을 거듭하는 과정에 있다. 그러한 장면들이 없지는 않다. 줄넘기 게임을 먼저 통과한 참가자가 다른 참가자들이 통과할 길목을 막고 그들을 제거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고공 오징어 게임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인 참가자들이 기훈과 명기를 설득하려고 가장 약한 참가자를 급습한 뒤 이른바 '도시락' 작전을 제안하는 순간도 유사한 대목이다. 기훈이 무기를 꺼내자 아기 친부임을 밝히며 동맹을 맺고, 그들만 살아남자 다시 기훈과 아기를 위협하면서 우승을 노리는 '명기'(임시완)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이 장면들은 극이 늘어지려는 찰나에 긴장감과 몰입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린다.
문제는 그럴 때마다 기훈이 그들의 전략을 방해하거나 제지하는 나머지 극의 흐름이 다시 끊긴다는 것. 시즌 3의 첫 게임인 술래잡기 이후 기훈은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게임에 참여한다. 아기를 보호할 수만 있다면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선택도 불사한다. 그런데 정작 기훈의 서사에 담긴 의미가 안 돋보이다 보니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맞춘 기훈의 행적이 늘어날수록 도리어 생존 게임의 재미는 저해될 수밖에 없다.
즉, <오징어 게임 3>는 기훈의 드라마를 살리기 위해 데스 게임이라는 장르물의 쾌감을 의도적으로 줄인 작품인 셈이다. 시즌 1과 2에 비해 유달리 시즌 3에서 인상적인 게임이 없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다만 전쟁마저도 또 하나의 생존 게임 형태로 묘사하면서 메시지와 장르물의 정체성을 모두 살리는 데 성공했던 <헝거게임> 시리즈의 사례를 고려하면, 최선의 수단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너무 많고 무의미한 곁가지
그렇다고 기훈의 서사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지도 않다. 불필요한 곁가지가 너무 많기 때문. 준호의 섬 수색극은 없어도 스토리 전개에 영향이 없다. '민수'(이다윗)의 플롯도 마찬가지다. '세미'(원지안)를 못 지킨 자책감은 공감할 수 있으나, 다른 생존자와의 접점이 전혀 없다 보니 캐릭터의 필요성을 어필하지 못했다. 또 과거사가 안 밝혀졌던 대호, 게임마다 활약을 펼친 '현주'(박성훈)처럼 필요한 곁가지도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남은 곁가지도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 금자와 '용식'(양동근) 모자가 대표적이다. 금자는 준희와 아기를 지키려고 용식을 직접 죽이고, 본인은 자살한다. 이 전개는 부모-자식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설득력이 없다. 인간성의 회복과 중요성을 역설하는 작품치고는 도리어 인간성에 대한 공감과 고찰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시즌 2부터 예측한 아들과 엄마의 가슴 절절한 신파극을 피하려다가 둔 악수인 셈이다.
'노을'(박규영)과 '경석'(이진욱)의 서사도 필요한 만큼 제대로 보여주지는 못했다. 특히 노을은 비록 기훈과 직접적인 접점이 없어도 그의 플롯에 담긴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경석의 절박한 상황을 아는 이상, 자신에게 돌아오는 손익과 무관하게 경석을 살리는 게 옳은 일이라서 옳은 일을 실천하는 또 다른 사람이 바로 노을이기 때문. 그들이 해피엔딩을 맞이한 몇 안 되는 인물 중에 포함된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억지스럽다. 노을과 '부대장'(박희순)이 싸울 때, 부대장은 노을을 완전히 제압하지도 않은 채로 시가를 태우며 여유를 부린다. 또 몇 분 전까지 노을이 겨눴던 총의 존재를 잊었다가 허무하게 총살당한다. 이에 더해 앞뒤도 안 맞는다. 마지막에 경석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 딸 치료비를 구했다고 말한다. 이는 애초에 그가 목숨 걸고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동인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뱀의 꼬리도 아쉽다
결과적으로 <오징어 게임 3>는 근본적인 의문과 메시지에 힘을 실을 정도로 과감하지 못했고, 한 편의 독립된 작품으로서도 장점마저 못 살린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시즌 2의 첫 에피소드에서 공유가 죽을 때의 전율과 충격을 생각하면 용두사미라는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다.
심지어 <오징어 게임>의 상징성을 스스로 불태워버렸기에 이 뱀의 꼬리도 실망스럽다. <오징어 게임>의 열풍은 게임의 재미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시스템을 고발하는 메시지에서 비롯됐다. 돈을 좇아 인간성을 포기하고, 그 인간성을 포기하는 것을 다수의 이름으로 정당화하고, 이 메커니즘을 구조화해서 더 많은 돈을 창출하는 체계를 비판하는 드라마가 바로 <오징어 게임>이었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 3>의 끝은 자신이 칼날 세워 비판한 그 시스템의 일부였음을 당당히 자백한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갈라드리엘, <토르> 시리즈의 헬라인 케이트 블란쳇이 딱지녀로 등장하는 순간, 작품성과 완성도 이전에 세계관 확장 IP 수익 극대화에 힘을 쏟았다는 정황은 너무나도 명백해진다. 케이트 블란쳇이 딱지치기를 하고, 상대방 뺨을 때리는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을 보면서도 실망감이 놀라움을 앞서는 이유다.
Dreadful 끔찍한
쌓아 올린 유산을 불태우고 새출발할 준비를 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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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당신을 사랑했더라면.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당신을 사랑했더라면 사랑이라는 단어가 최악의 다른 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수많은 선택 속에서도 또 다른 선택을 하는 율리에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의 이상향과 사랑은 빠져들었다고 생각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그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에는 많은 문제에도 포기하지 않는 성격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실제가 아닌 정신과 감정을 좇던 율리에는 사람 자체를 담는 일을 선택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사랑에 빠진다. 무엇이든 해내며 끊임없이 변화를 마주하는 율리에 와 그를 아우르고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로 하여금 최악의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큰 힘을 싣는다. 좀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한 여자와 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랑은 왜 그에게 있어서 최악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율리에는 정착하지 못한 채 지나간 시간 앞에서 더욱 혼란스러워한다. 편안함 앞에서 족쇄를 느끼기도 하고 낯섦에서 자유를 느끼며 또 다른 선택을 한다. 율리에는 현재의 감정과 지금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감정으로 남겨두어야 하는 것들을 남겨둔 채 세상이 멈춘 것처럼 끊임없이 달린다. 그렇게 도착한 사람과 사랑 앞에서 망설이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이 놀라우면서 동시에 부러웠다. 도저히 쉽지 않은 그 선택은 자신을 위해, 자신에 의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것 중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 없기에 더더욱 그랬다. 현실을 생각하면 과거와 현재를 제쳐두며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선택할 수 없었을 텐데 그는 온몸으로 혼란에 부딪힌다.
그가 지나쳤던 것들에 의해 다시 배우기도 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나아가고 생각으로 그치지 않는 행동은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 자신의 본질을 찾아간다. 받아들이는 의연함과 현재에서 비롯된 미래를 잃었을 때, 찾아오는 감정이 내가 사라지면 내가 기억하는 너도 사라질 거라는 말로 남는다는 것도 그가 했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가 했던 선택이 결코 쓸모없는 행위가 아녔음을 방증한다. 수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후회하면서도 끊임없이 사랑하는 이유인가 보다.하지만 그 사랑에도 끝은 존재한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람들이 흩어져 사라지고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을 마주한다. 사랑할 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고 최악이었던 내가 보였다. 사랑할 땐 최악이 되었던 '나'는 '나'를 사랑하기에 더 최악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수많은 챕터를 넘기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가 했던 선택과 사랑은 그저 치기 어린 것에 불과했을지도 모르나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욕심, 누군가에겐 상처였던 율리에의 사랑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며 진정으로 원하던 사랑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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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니 선녀였다
나이를 먹으면 봤던 영화도 다르게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유가 뭔지 생각해 본다면,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영화가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은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똑같은 감상만 되풀이될 것이라는 생각에 재개봉되더라도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 시간에 한 편이라도 새로운 영화를 보며 얻어걸릴 또 다른 특별한 영화를 기다렸지만, 사실은 핑계에 불과하다. 아무런 근거도, 기준도 없이 보냈던 시간은 한 번도 본 적 없으며 어딘가에 존재하지도 않을 이상적인 영화에 대한 동경의 크기만큼 길었으리라. 이런 생각을 깨게 해준 영화가 최근에 재개봉한 <시네마 천국>이었다.
확실히 예전보다 다른 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과거에는 잘려 나간 무수한 키스 씬 필름으로 토토와 알프레도의 절절한 사랑, 그리고 남겨진 사랑의 흔적에 감동하는 어른들이 기억에 남았는데, 다시 보니 <시네마 천국>은 완전한 로맨스 영화였다. 토토가 성장하며 만끽한 사랑 그리고 그들과의 이별에서 특히 느꼈는데, 이때 알프레도가 꺼낸 사랑 이야기. 공주를 100일간 기다리던 남자 이야기에서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이해할 수 있다. 그 모든 기다림과 절심함도 결실을 맺지 못한 채 마무리된다는 걸.
시골에서 자란 토토는 고향이 세상의 전부라고 느끼며 살아갔다. 마냥 행복한 앞날만 보장되지는 않지만, 부족한 것도 없었다. 그저 알프레도와 애인 그리고 가족들만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계속, 계속. 하지만 영원할 줄 알았던 시간도 언젠가 끝을 맺는다. 토토는 알프레도의 설득으로 더 큰 세계를 향해 나아갔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자연스럽게 애인과의 관계도 마무리되고 가족마저 소원해진다. 그런데 토토가 더 넓은 세계에서 성공은 할 수 있어도 사랑을 찾을 수는 없었다. 일회적인 관계들로 빈자리를 채우지만,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가 있을까. 작고 우스운 사랑이더라도 사랑인데 한번 내다 버린 사랑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후회가 쌓이고 방황은 커간다. 어디에서도 사랑을 하지 못하는 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차갑게 내보낸 알프레도의 사망 소식이었다.
알프레도는 사랑이 뭔지 알고 있었다. 일평생을 한 자리에서 영사만 하던 그가 줄곧 마주한 것은 영화 속 세계였다. 가난하고 죽음이 도사리던 이곳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보았고, 큰 세계에 대한 열망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열망을 어린 친구 토토를 위해 남겨두었다. 알프레도는 사랑하는 사람이 더 행복해질 길을 알면 주저하지 않고 그 길을 보내줄 수 있는 어른이었다.
그 화룡점정은 엔딩 씬에서 이뤄진다. 토토가 알프레도가 남긴 필름을 돌려보며 눈물을 훔치는 유명한 장면이다. 토토는 마지막 모습이 차가웠던 알프레도의 사랑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려 나간 무수한 키스 컷들처럼 자신의 사랑과 추억들이 좌절되더라도 마음 속에 영영 남을 수 있음을 그는 깨닫는다.
여기서 나는 100일간 공주를 기다린 남자 이야기의 의미를 수정해 본다. 그 이야기는 '사랑은 언젠가 끝이 난다'라는 뜻보다 '사랑에는 때가 있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이처럼 나는 결과에 상관없이 후회 없는 사랑을 만끽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믿어본다. 한 번 끝낸 이야기들에도 다름을 느끼고, 언젠가 그 이야기들에 토토처럼 눈시울을 붉히는 날이 다가올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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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히어로에게도 행복과 일상을 묻다.
이 글은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목이 너무 길어서 아래의 글들에서는 모두 닥스 2로 줄여서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Phase4로 향하는 마블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새로운 히어로를 앞세운 영화들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익숙한 히어로들의 빈자리는 새삼 크게만 느껴졌다. 모든 영화가 다음 편을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하다는 마블 시리즈의 최대 불만은 적시타를 맞은 공처럼 튀어 올라 마블 관계자들이 하늘만 쳐다보게 하기 충분한 것만 같았다. 게임이 끝난 것 마냥 허망한 눈으로.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살얼음판 같던 마블의 명성은 스파이더맨의 거미줄로 겨우 현상 유지를 할 수 있었다. 갖은 방법을 동원해 리셋해놓은 판이었지만. 이 판의 우세한 승자가 마블이 될 것이라는 것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마블의 구원투수가 되어야 한다는 중압감과 동시에, 코로나로 인해 거리 두기까지 끝난(?) 시점에 침체된 영화계의 부흥이라는 기대까지도 어깨에 얹은 채 5월의 징검다리 휴일에 개봉했다.
그가 부리는 마법이 이번에도 모든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만큼의 위력을 발휘했을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포 영화의 형식을 접목한 접근법도 꽤나 신선하고, 멀티 버스라는 장점을 십분 살려 볼거리도 가득하다.
마블 유니버스에서 닥스의 어깨에 놓인 책임감.;다시 생각해도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명배우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역은 마치 캐스팅부터 마블의 운명을 짊어진 것만 같다. Phase3까지는 아이언맨 등의 걸출한 영웅들에 가려져 할당된 분량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능력이 출중한 캐릭터임을 드러냈을 때 이 점을 관객들이 받아들이기에 큰 무리가 없어야 하는 아이러니가 존재했다.
제작진은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베네딕트 컴버배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모든 촬영 일정 등을 그에게 맞추는 등의 공을 들인 덕에 그를 캐스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여태 배우가 쌓아온 커리어 덕에 솔로 영화 한 편만으로도 관객들에게는 충분히 강한 힘을 가진 히어로로 각인될 수 있었던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새로운 마블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해내야 함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런 히어로에게도 마블의 현재 상황은 꽤나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멀티 유니버스라는 특성상 1인 다역을 소화해야 하는 것도 경험과 부담을 동시에 가진 작업이었을 테고.
그러나 영화 속 베니를 보고 있자면.
제작진의 직감이 절대 틀리지 않았음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그는 멀티버스에 존재하는 각각의 도플갱어들을 완벽히 다른 인물들로 재연해 내고. 피터 파커에 이은 아메리카의 훈육(?)도 완벽하게 해 낸다. 자신이 애써 피했던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인정하고 일상생활의 불안함을 즐기는 연기까지 보고 나면. 다시 한번 그가 얼마나 위대한 배우였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어마어마한 중압감에 눌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배우의 모습은 언제 봐도 응원하고 싶을 뿐이다.
왜 하필 공포인가;남은 자들에 집중하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제작 단계에서부터. 마블은 이번 작품이 공포영화가 될 것이라 말해왔다. 대형 프랜차이즈 히어로 영화에 공포라는 장르가 언뜻 매치가 되지 않을 듯 보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마블이 취하는(혹은 바뀐) 자세와 공포가 그 어떤 때보다도 잘 맞아떨어진 선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마블 영화에서 가장 큰 사건은 누가 뭐라 해도 타노스의 블립이었다."5년전 그 일"이라는 단어로 불리며 제대로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는 인물들이 늘 존재했고. 떠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장면들을 매 영화마다 넣어 희생자들에 대한 생각으로 고개를 떨구는 히어로들을 그리곤 했다. 하지만 이 "의식"은 마블의 침체기와 맞물리면서 팬들에게 떠난 영웅들에 대한 아쉬움을 계속해서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가져왔다.
그러나 마블은 이제. 혹은 "드디어".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남은 자들은 여전히 누군가의 부재로 가끔 긴 한숨을 몰래 쉬어야 하고. 다시는 누구를 잃지 않겠다는 마음과 지키겠다는 마음이 뒤엉켜 늘 불안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일상으로 돌아와 내 몸 하나 있을 자리를 겨우 유지해야만 했다.
이 불안함과 공포는 히어로들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수많은 희생 위에 쌓아올린, 아직은 위태로운 평화를 위해 각자 다른 목표를 가진 인물들이 영화에서 충돌하지만. 모든 히어로 영화에서 그렇듯 반드시 한 쪽은 패하게 되어 있고, 그들의 염원이 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순간들에서 공포를 느끼기 충분한 장면들이 만들어진다.
생소하다고 생각한 공포는 요소는 영화에서 크게 겉돌지 않는다. 가끔 이게 진짜 마블 영화가 맞을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들도 만들어 낸다. 공포를 순수한 무서움이라는 좁은 의미보다 두려움이라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영화는 정말 성공적인 시도를 해낸 셈이고. 마블이라는 이름 하에 조금은 격하되었던 영화의 "격"도 함께 올라갔음을 느낄 수 있다.
히어로에게도 행복은 존재한다.;행복은 환상이 아닌 현실에 존재한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케이크는 한 조각만 먹을 때 제일 맛있는 거예요.
스쿼트를 몇백 개(?) 하고, 울기 직전의 상태로 주저앉아있는 내게 트레이너 선생님이 해준 말이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인바디를 측정할 때마다 그 말이 조금씩 마음에 와닿았다. 고난이 없으면 케이크가 달게 느껴질 리가 없고. 그 감정을 느껴보지 못하면 고난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을 돌려 말해주신 것이었다.
완다는 케이크 한 판을 한 번에 먹는 것이 행복이라고 착각했다. 그녀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우주에 있는 것이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이라고 부르는 것은 늘 케이크보다는 쓰디쓴 맛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완다는 인정할 수 없었다. 애초에 이뤄질 수 없는 꿈을 꾼 셈이다.
영화는 완다의 행복을 향한 불가능한 여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히어로들에게도 행복하냐는 질문을 던진다.
예전의 마블 영화들은 정체성과 하늘을 찌를 듯한 의무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Phase 4에 다다른 마블은 이제 히어로에게도 능력에 대한 질문보다는 일상에서의 삶과 행복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던진다.
불안함과 두려움을 가지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딛어야 하는 삶이지만. 그럼에도 행복하냐고 묻는 것을 보니. 이제 진정으로 마블이 새로운 세대를 열 준비가 되었나 보다.
마치면서
마블 관계자들은 이제서야 안도의 한숨이라 부르는 것을 내쉴 수 있을 것 같다.
보는 내내 케빈 파이기와 샘 레이미 감독을 향한 찬사를 멈출 수 없을 만큼 즐거운 영화였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야 뭐 당연하고.) 애써 되찾은 마블의 명성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이기적으로 바라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 영화의 최애 장면]
단연코 자비에 교수가 완다의 의식을 구해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샘 레이미 감독을 썼던 이유에 대해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음. 그 장면 때문에 영화를 두 번 세 번은 다시 보고 싶을 정도.
[이 글의 TMI]
1. 오이 오빠 소처럼 일해줘서 고마워요.
2. 오이 오빠 제발 내 시간과 돈과 사랑을 받아.
3. 우리나라 사람들 마블에 진짜 진심임. 개봉날 조조영화가 매진이라니.
#마블영화 #닥터스트레인지대혼돈의멀티버스 #베네딕트컴버배치 #샘레이미 #엘리자베스올슨 #베네딕트웡 #레이첼맥아담스 #영화리뷰 #영화리뷰어 #최신영화 #네이버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브런치작가 #Munalo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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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충격적인 '반전' 결말의 외국 영화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충격적인 '반전' 결말의 외국 영화들
안녕하세요, 영소남입니다. 요즘같이 추운 겨울날씨 속에선 충격적인 반전 영화를 보며 스릴감을 느끼는게 딱 좋은데요. 그래서 오랜만에 준비해보았습니다. 제가 살면서 본 외국 반전 영화들 중에 가장 최고였고 인상깊었던 20편의 반전 영화 모음집을요. 반전 영화를 찾으신다면 본 리스트 속 20편의 영화 어떠신가요? 아마도 굉장한 만족감을 느끼며 여러분도 충격을 받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서는 개봉 순서대로 나열 해보았습니다 !
• 본 글엔 스포일러가 자체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 여러분이 생각하는 영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반전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야곱의 사다리, 1990
감독/ 애드리안 라인 출연/ 팀 로빈스 등
드디어 이 영화를 소개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거의 반전 영화의 시초라고 보시면 될 듯한 <야곱의 사다리>인데요. 정말 영화의 반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핵심 공포는 자꾸 사람처럼 생기지 않은 일그러진 얼굴의 환상, 환각 같은 걸 현실처럼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결말과 반전을 위해 정신 이상자들이 경험하는 것들을 주인공이 경험을 한다던지, 환상과 꿈, 현실을 오고가며 무엇이 진짜인지 헷갈리게 한다던지 등의 다양한 볼거리를 쌓아가며 특별함을 선사해주는데요. 좀 오래된 영화이지만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긴장감 하나는 일품인 영화이니 꼭 한번 보시는걸 추천합니다.
세븐, 1995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브래드 피트 등
여러분은 이 영화 <세븐>의 반전이 다른 영화들에 비하여 약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7대 죄악에 맞춰 범죄를 실행하는 어느 살인마의 치밀함과 그 살인마를 쫓는 두 형사의 쫄깃한 이야기가 잘 버무러지고, 후반부에 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반전까지 더해져 완벽한 미스터리/스릴러 영화가 탄생했다고 생각했는데요. 하지만 이 결말을 예상한 분들도 조금 있었습니다. 저는 마지막 케빈 스페이시의 대사를 듣고 굉장히 충격이었던 기억이 있는데 혹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영화 <세븐>의 반전이 많이 약했던 것 같나요?
유주얼 서스펙트, 1995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스티븐 볼드윈 등
90년대에 이런 말이 있었죠. 90년대 최고의 반전 영화는 <유주얼 서스펙트>와 <식스 센스> 두 영화 중에 한 편이다. 저는 이 두 편의 영화를 접하기 전 이 말을 듣고 "에이 그래도 요즘 반전 영화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 옛날 영화들을 보면서 충격을 먹겠어?"라고 생각한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난 뒤에 저는 요즘 반전 영화들을 볼 때보다 더 충격을 먹고야 말았죠. 영화를 아직 안보신 분들이라면 주인공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어보시고, 영화 속 인물들과 함께 추리해보거 생각하시며 보시면 더 재밌을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범인을 알고 보아도 충격을 먹었다는 영화가 바로 이 영화..!
더 게임, 1997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숀 펜 등
<세븐>, <파이트 클럽>을 모두 본 후, 여운이 너무 길게 남아서 두 편의 영화 감독인 데이빗 핀처의 다른 영화들은 무엇이 있을까 하다가 찾아보게 된 영화 <더 게임>. 처음부터 끝까지 끝나도 끝난 게 아닌 영화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릴 것 같은 영화인데요. 영화는 제목과 같이 인생이 바뀌게 되는 위험한 게임에 뛰어들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반전이라는 큰 재미도 있으나 <더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갑자기 맞이하게 되는 게임으로 인해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 과정을 보는 사람의 호기심을 유발 시키는 연출로 심리를 자극하는 점이 아닐까 생각하네요. 하지만 이 영화 <더 게임>의 결말은 약간의 호불호 갈릴 수도 있습니다.
식스 센스, 1999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브루스 윌리스 등
<식스 센스>, 이 영화를 모르는 사람도 모든 사람들이 반전의 내용을 알고 있는 작품이죠. 아마 반전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을 찾는게 더 힘들겁니다. 저 역시 반전을 알고 보았고요. 앞서 <세븐>과 <유주얼 서스펙트>, <야곱의 사다리>, <혹성탈출> 등의 영화가 나왔을 때에도 '반전'이 하나의 장르가 되진 않았는데 이 영화가 나오고 나서 하나의 장르가 탄생하게 되었는데요. 저는 반전과 결말 자체가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감동까지 주었기 때문에 이 영화가 지금까지 유명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과 브루스 윌리스의 감정적인 연기가 환상적이었죠.
파이트 클럽, 1999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브래드 피트
<세븐>부터 시작하여 <파이트 클럽>까지 90년대 중 후반을 사로 잡은 데이빗 핀처 감독의 작품들..! 정말 관객들을 상대로 반전 게임을 진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무엇보다 사물을 이용하지 않고 인물의 심리를 이용한 반전을 일으킨다는 점이 데이빗 핀처 감독 영화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단순한 두 남자가 만나 열정을 불태우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결말은 상당히 큰 충격을 안겨주었는데요. 초반 부와 후반 부의 분위기와 이야기 흐름이 극과 극이라 굉장히 긴장감 있게 본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에드워드 노튼의 데뷔작 추리 범죄 반전 영화 <프라이멀 피어>도 보시는걸 추천해드리고 싶군요.
메멘토, 2000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가이 피어스 등
<인터스텔라>, <인셉션>도 좋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중 가장 많이 보고 많이 접했던 영화 <메멘토>, 이 영화의 결말을 알고 보아도 되냐고요? 됩니다. 색다른 촬영방식과 특이한 영화적 구성, 그리고 결말로 향하는 궁금증이 새로운 재미를 보여주니까요. 아마 첫번째 보았을 때랑 두번째 보았을 때 바라보는 자세와 느낌은 다를 것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은데요. 처음엔 이 점이 충격이었다면 다음엔 또 이 점이 충격적일 겁니다. 한번 보고는 절대 모든 걸 알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거든요. 이게 바로 놀란 감독의 장점이죠. 그저 관람이 아닌 내가 영화에 직접 들어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또한 별로 아는 사람이 없지만 역시 충격적이었던 <프레스티지>도 꼭 보시는걸 추천합니다.
디 아더스, 2001
감독/ 알레한드로 출연/ 니콜 키드먼 등
빛을 보지 못하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두 아이와 그런 아이들을 홀로 지키며 어둠 속에서만 살아가는 여인에게 3명의 새로운 하인이 찾아오면서 벌어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디 아더스>. 많은 분들이 말하는 것과 같이 <식스 센스> 이후에 최고의 반전 영화라고 불리울만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비록 신선한 소재에 비하여 생각보다 지루한 점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 부분도 나중엔 떡밥이 되면서 마지막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는 작품입니다. 왜 최우수 호러상을 받은지 알게 될거에요. 또한 이 작품이 리메이크 되어 재탄생 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디 아더스>만의 어둠을 현대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살짝 걱정되군요.
엑스텐션, 2003
감독/ 알렌산드르 아야 출연/ 마이웬 등
누가 살인자고, 누가 피해자 인가? 벗어날 수 없는 두 소녀와 한 남자, 세 사람의 이야기 속 비밀을 파헤쳐가면서 최고의 긴장감을 보여주는 영화 <엑스텐션>, 이 영화는 마냥 살인자가 나와 사람들을 찔러 죽이는 슬래셔 무비가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알 수 없는 숨막히는 긴장감을 선보여 주면서 관객들도 영화에 완전히 몰입시켜주는 작품입니다. 정말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다른 스릴러 영화들 속 스릴감은 별거 아니다 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데요. 영화에 너무 몰입하다 보니까 마지막 결말에서 더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본지 오래 됐어도 반전은 아직도 새록새록한..!
아이덴티티, 2003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존 쿠삭 등
반전 영화들 중에 최고의 광기를 보여주는 영화인 <아이덴티티>. 영화를 보다보면 후반 부에 반전이 여럿 나오게 되는데 몇 개는 예상이 되지만, 마지막 반전 만큼은 예상하기 힘든 영화이죠. 영화 속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주는 재미와 그 사람들이 한 장소에서 만나게 되는 과정, 그리고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부터 일어나는 살인 사건들, 그 모든 것들이 초 중반 부를 이끌어 나가고, 후반 부터는 도대체 이 살인사건은 어떻게 끝을 맺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결말을 추리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걸 예상해도 진정한 끝은 예상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여러분도 꼭 한번 이 영화를 보면서 결말을 예측해보시길 바랍니다.
나비 효과, 2004
감독/ 에릭 브레스 출연/ 애쉬튼 커쳐 등
얼마 전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콜>. 저는 그 영화를 보면서 바로 이 <나비 효과>라는 작품을 가장 먼저 떠올렸습니다. 자신의 행동으로 바뀐 과거로 인해 미래가 바뀐다?라는 게 굉장히 비슷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영화를 오늘 다시 보았습니다. 역시 명작이더군요. 여러분도 가끔 다시 그때 그 과거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나요? 영화 <나비 효과>는 그에 대한 즐거운 답변을 주지는 않지만 과거로 돌아가 내가 잘못한 부분을 바꾼다 해도 미래에선 새로운 잘못된 부분이 생겨난다는걸 깨닫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이 영화의 결말을 보며 제대로된 소름을 겪어보셨으면 좋겠고, 메세지 역시 느껴봤으면 합니다.
스켈레톤 키, 2005
감독/ 이안 소프틀리 출연/ 케이트 허드슨 등
"뒷통수 한방 세게 후린 것 같은 결말이다"라는 영화의 평만 보아도 궁금증에 한번 보고 싶게 만들어주는 영화 <스켈레톤 키>. 영화 내에서 주어지는 정보와 떡밥으로는 절대 이 영화의 반전을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정말 아무리 추리를 해보고 아무리 예상을 해보아도 모두들 단 한가지를 놓치고 아예 다른 길로 반전을 예상을 한다고 하더군요. 영화를 볼때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른 예상을 하면서 보는게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자칫하면 화가날 수도 있는 엔딩을 이리 안정적이게 표현했다는 것에 감탄하고 싶네요. 영화 <겟아웃>을 재미있게 보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스릴러 영화입니다
미스트, 2007
감독/ 프랭크 다라본트 출연/ 토마스 제인 등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추리 영화랑은 거리가 먼 영화 <미스트>. 이 영화 속에 추리할만한 요소는 안개는 어디서 나온 것이며, 안개 속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정도 뿐이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결말 부분에 있습니다. 아주 그냥 관객의 멘탈, 주인공의 멘탈, 모두의 멘탈을 휘어잡으면서 머리가 띵 해지는 결말이었죠. 아마 오늘 소개하는 영화들 중에 이 영화만큼이나 안좋는 충격을 준 영화는 없을 겁니다. 그정도로 찝찝한 영화이고 결말로 인해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린 영화이기 때문에 아직 못보신 분들은 각오 단단히 하고 보셔야 될겁니다. 허무하고 죽고싶은 그 짧은 순간.. 주인공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트라이앵글, 2009
감독/ 크리스토퍼 스미르 출연/ 멜리사 조지 등
이해가 안가는게 있어도 일단 끝까지 봐야되는 영화 <트라이앵글>. 그 끔찍한 결말과 마주하게 된다면 그 진실이 밝혀지게 된 순간에 다가오는 미친 공포는 어떤 영화와도 비교하기가 힘들죠. 무엇보다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봐야하는 영화입니다. 만약 자식들이 있다면, 여러분이라면 영화 속 주인공처럼 선택할 수 있었을까요? 마주하기 싫은 일을 계속 맞이하게 된다면 그보다 큰 악몽이 어디있을까요? 타임루프물 안에 공포가 들어간다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는 영화인 만큼 기존의 영화들과 다른 신선함을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트라이앵글', 제목 진짜 잘 지은듯!
오펀: 천사의 비밀, 2009
감독/ 자움 콜렛 세라 출연/ 베라 파미가 등
'비밀은 꼭 지켜드리겠습니다', 밝혀지면 너무 강한 스포일러가 되거든요. 영화를 보면서 정말 이 결말만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한 결말을 보여주어 더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영화 <오펀: 천사의 비밀>. 누구에게나 다 비밀은 있지만, 이토록 놀라운 비밀을 가진 사람은 존재하지 않겠죠?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깊었기 때문에 더 몰입하며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쩜 그 상냥하게 생긴 얼굴에서 그런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영화를 본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서늘하네요. 군대에서 전역하고 나면 이 영화 꼭 한번 다시보며 그때 그 충격에 빠져보고 싶습니다.
셔터 아일랜드, 2010
감독/ 마틴 스콜세이지 출연/ 마크 러팔로 등
미쳐가는, 미쳐있는 사람들만 존재하는 셔터 아일랜드, 여러분이라면 사건 수사를 위해 이 끔찍한 곳을 들어갈 수 있으신가요? 돋보이는 반전과 돋보이는 이야기 구성, 그 두가지 장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사람까지 미치게 만들어주는데요. 영화를 다 보고난다면 정말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천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처음보면서 그저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 환자로 몰아가는 듯한 이야기인줄만 알았는데 결말을 보고 큰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있는데요. 최근에 개봉한 '판타지 아일랜드'..? 그 영화랑은 전혀 다른 아일랜드로 구성되어 있으니 혼자서 이 섬으로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그을린 사랑, 2010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루브나 아자발 등
반전도 훌륭하지만 절대 이 영화가 반전만으로 훌륭한건 아니죠. 영화를 다 보고난다면 탈진할 정도로 미친 몰입감을 선사해주는 연출과 충격으로 두 번 보고싶지는 않지만 절대로 잊혀질리가 없는 영화 <그을린 사랑>인데요. 전개 속도는 느리지만 그 느린 전개 속도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강력하고도 슬픈 이야기를 몸소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컨택트>와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연출한 드니 빌뇌브 감독.. 당신은 천재적인 감독이자 예술적인 감독인 것 같아요. 현재 제작 중인 <듄>은 어떤 충격을 주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나를 찾아줘, 2014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벤 애플렉 등
이 영화는 단순한 납치 영화가 아닙니다. 단순한 영화였으면 본 리스트에 올라오지도 않았겠죠. 저는 처음에 이 영화를 보며, 제목이 '나를 찾아줘'라길래 또 무슨 자아로 인해 반전을 주려나?하기도 하고 남자 주인공에 시선을 따라 이야기 전체적인 흐름을 보았는데, 전혀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영화를 다 보고난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결말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보았던 저는 큰 충격이었던 기억이 남아있는데요. 예상할 수는 있지만 너무 뻔하기 때문에 아예 생각도 안하고 있던게 결말인 게 너무 놀라웠습니다. 벤 에플렉의 인생작이 아닐까 생각하네요.
타임 패러독스, 2014
감독/ 마이클 스피어리그 출연/ 에단 호크 등
진짜 영화내내 뒤바뀌는 이야기 구성, 그리고 휘몰아치는 반전으로 인해 충격의 충격을 주는 영화 <타임 패러독스>. 에단 호크와 사라 스누크의 두 시점을 집중해서 영화를 바라보면 더욱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데요. 무엇보다 스토리 라인을 잘 잡아놓았기 때문에 이처럼 많은 반전들이 나와도 납득이 가고 충분히 이해가 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초반은 지루할 수 있어도 그 지루함을 견뎌낸다면 그 지루했던 과정이 나중엔 퍼즐조각으로 이어진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 아, 처음부터 집중해서 봐야 더 큰 충격을 느낄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실겁니다. 영화를 보며 입을 몇번 막았는지 모르겠네요.
인비저블 게스트, 2016
감독/ 오리올 파울로 출연/ 마리오 카사스 등
드디어 마지막 반전 영화입니다. 미친 연출력으로 인하여 마지막까지 휘몰아쳐 긴장감을 주는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인데요. 초반에 반전 한번, 중반에 반전 한번, 마지막에 큰 반전 한번까지 탄탄한 과정과 짜임새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입니다. 영화가 약 106분의 러닝타임이지만 비록 느껴지는건 체감상 1시간 정도 영화를 본 것만 같이 엄청난 흡입력을 자랑하는 영화이죠. 아마 오늘 소개한 영화들 가운데선 가장 인지도가 낮은 영화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더 바디>에서는 아쉬웠던 연출 부분을 잡아내는 센스까지 보여주어 더 소름돋는 영화가 탄생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소개하지 못해서 아쉬운 반전 영화는 <쏘우>, <더 바디>, <베리드>,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등의 굉장히 많습니다. 위 20편의 영화가 재미있었다면 저 영화들도 한번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콘텐츠는 네이버블로거 영소남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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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자단의 마지막 여정 엽문4 :더 파이널 [영화리뷰 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결말포함된 영상이니 시청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엽문4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의 사용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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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아미 오브 더 데드> 예고편 ?♂️
[2021년 5월, 넷플릭스 공개]
이 영화의 배경은 좀비들의 출몰로 폐허가 되고 완전히 고립된 라스베이거스.
한때 좀비와의 전쟁에서 영웅으로 활약했던 스콧 워드(데이브 바티스타)는 이제 자신이 발붙인 마을 외곽에서 버거를 구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스콧에게 카지노 사장 블라이 다나카(사나다 히로유키)가 접근해 엄청난 제안을 한다.
32시간 뒤 정부가 핵무기로 라스베이거스를 공격하기 전, 좀비가 들끓는 격리 구역의 금고 속 2억 달러를 회수하는 것.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스콧은 제안을 받아들이고 전문가들을 수소문해 팀을 꾸린다.
이제부터 제한 시간 내 침투 불가능한 금고에서 돈을 꺼내고, 더 빠르고 강한 알파 좀비 무리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사상 최악의 의뢰에서 기억해야 할 룰은 단 한 가지.
'살아남아라. 그리고 모든 걸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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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청춘선거> 메인 예고편
제주 최초 여성 도지사에 출마한 만 32세 고은영.
바꾸고 싶어서, 바뀌고 싶어서 선거에 뛰어든 사람들.
맨땅에 헤딩하면 어떤가. 맨날 후달리면 어떤가.
‘청춘’을 유일한 ‘선거전략’으로 삼았다?
무모하지만 판타스틱했던 청춘들이 온다
판타스틱 청.춘.박.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