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유2023-11-15 15:22:56
멜로 없는 멜로 영화
<당신을 사랑하는 동안에>를 보고서
사랑은 이기적이다 못해 잔인하기까지하다. 누군가를 미치도록 좋아하던 때에는 세상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나의 세상 역시, 그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 이러한 사랑의 속성을 이기적이라 부르는 이유는 어쩌면 이 모든 일말의 행동들이 ‘사랑에 빠진 나’를 위해 행하는 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돌고 돌아 기어코 만난 주연들이 아닌, 그 들 주위에 허우적대는 조연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뉴욕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돌아온 매튜는 사업차 홍콩으로 가기 전, 우연찮게 한 호텔에서 2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 리사의 흔적을 찾는다. 아무 말없이 사라진 그녀를 찾기 위해 그는 그녀의 발자취를 뒤쫓던 중 리사의 아파트를 찾게 되나 자신이 리사와 다른 여자를 착각했음을 깨닫는다. 심지어 이름마저 같은 그녀에게서 매튜는 도무지 리사의 흔적을 지울 수 없고, 결국 그는 자신의 추억을 더듬어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리사를 찾기에 이른다.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주연으로 시작하여 조연으로 끝이 나는 영화다. 대개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오르며 두 주인공에 감정이입한 관객들이 그 들의 사랑을 축복하는 것과 다르게 이 영화는 반대로 사랑 이면에 있는 그 잔인함에 절로 마음이 갑갑해진다. 엔딩크레딧이 오르고 나서도 여전히 매튜를 사랑하고만 또 다른 리사(알렉스)가 끝까지 머릿속에 맴돌기 때문이다.
게다가 메튜를 향한 애잔하고도 처절한 알렉스의 짝사랑 탓에 그의 친구 루크 역시 자신의 사랑을 철저히 외면당한다. 순식간에 주연에서 조연들로 전략해버린 사람들의 처량함에 결말이 야속하기까지하다. 그러므로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미치도록 한 여자를 잊지 못하는 한 남자의 순애보가 아닌 그토록 이기적이고도 씁쓸한 사랑 그 이면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동안에 자행되고 마는 수많은 이기적인 선택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받는 사람들, 상처 주는 사람들. 행복하면서도 불행하고, 불행하면서도 행복한 사랑의 이중성.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그 이중성에 대한 잔인하고도 씁쓸한 멜로 아닌 멜로 영화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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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통파 배우 송요셉이 직접 푸는 단대 동문썰 (유지태, 조승우, 김준호)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영화 럭키부터 범죄도시2의 베트남 형사 트란까지!
감초연기 전문가 배우 송요셉님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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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eople Say - dy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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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aradise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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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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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lov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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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ummer - Julian Av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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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Need Someone - dy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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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Free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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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Palm Trees (feat. Joey Edwin)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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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Back To Summer - Nekz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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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Luvly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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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ay After Day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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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Blue Sky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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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Bay - Vlad Glusch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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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Nu Island - Day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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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Road Trip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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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Relax - Peyru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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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Lif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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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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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lor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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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dawn - Vlad Glusch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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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의 기대에 못미친 오컬트 블록버스터 / 퇴마록 애니메이션 / 원조 퇴마소설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퇴마록"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엔드크레딧 전에 하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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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로스트 시티> 버라이어티 모험 예고편
놀라지 마요! 뒤에....! ? #로스트시티 급 스릴러 모먼트? 보물 찾는 소설을 썼을 뿐인데... 거머리 무서워하는 허당 근육맨과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어드벤처라니? 로스트 시티 보물을 향해 쫓고 쫓기는 대유잼 어드벤처에 함께할 여러분(N명) 4월 20일, 극장에서 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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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로스트 시티> 티저 예고편
#로스트시티 #티저예고편 공개! 지금 바로 감상하러 Go Go! [로스트 시티] 티저 예고편 대공개! 지금부터 찐 으른들의 서바이벌 어드벤처에 초대합니다. 거절은 거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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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에겐 닿을 진심이 누군가에겐 닿지 않을 동감으로.
2000년도를 뜨겁게 울렸던 로맨스 판타지 영화 '동감'(유지태 강하늘 주연)의 리메이크 작품이 22년만에 영화 '동감'(조이현 여진구 주연)으로 돌아왔다. 과거의 사람을 만나게 된 '무늬'와 인생 스포를 당하게 된 '용'의 우연한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상당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시사회를 통해 미리 보고 온 이 영화는 11월 16일 개봉 예정이며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라는 말이 어울린다. 낯선 것에서 마주하는 진심과 동감을 느끼며 꿈과 사랑, 그리고 문득 지나가버린 세월 속의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동감'을 소개한다.
"응답 바랍니다. 씨큐 씨큐" 라는 말이 닿기 전부터 사랑은 시작되고 있었다. 다만 확인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인해 망설이고 두려워하고 있었을 뿐. 그렇게 시작된 1999년과 2022년의 우연한 만남은 다른 시대에 존재하지만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시간을 뛰어넘은 만남은 어떤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우정이 된다. 오해로 시작했던 대화가 솔직하고 진심 어린 마음을 내뱉을 수 있는 용기로 변한 것이다. 서로의 모습을 볼수는 없었지만 서로의 진심을 털어놓으며 점차 가까워지는 두 사람은 다른 지점에서 같은 곳을 바라본다. '용'은 보았고 '무늬'가 보지 못한 것과 '무늬'가 보았고 '무늬'가 보지 못한 것이 엇갈리며 형용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용'은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는 것에서 사랑이라는 확실한 감정을 첫사랑 '한솔'을 통해 느끼게 된다. 꿈도 자신도 어느 하나 이루어낸 것이 없는 그가 끊임없이 좌절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의 힘은 내면의 변화를 가져온다. 그들이 다시 만날 그 날엔 알 수 없었던 그의 이야기가 문득 궁금해진다. 시대를 넘나드는 설정에 비해 미처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가 아쉬움을 가득 채운다. 누군가에겐 닿은 진심이 누군가에겐 닿지 않을 동감으로 다가서며 이들의 인연이 동감을 이뤄내지는 못하지만 사랑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안겨주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끊임없이 방황하는 이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알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알 수 있게 만드는 그 감정은 미묘함 만큼이나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다양한 감정을 지니고 있는 만큼 사랑은 언제나 어렵게 느껴진다. 어떤 시대에서나 어렵지만 유독 각박하게 느껴지는 이 사회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중압감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감정과 같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랑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우리가 제일 잘 알고 있는 감정 중 하나다.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한 숭고한 사랑의 힘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하고 만나고 이별하고 또 다시 사랑한다. 어쩌면 우리는 낯설다는 핑계로 사랑을 멀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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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데일리] 같은 땅에 발붙인 마음
같은 땅에 발붙인 마음
영화 ‘나의 여신’ 리뷰감독] 최자영
출연] 손수현, 윤선우
시놉시스]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교수 임용을 준비하는 무속연구자 이선호. 세 번 연속 교수 임용에서 탈락하자, 새로운 연구 대상을 찾아 제주도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무형 문화재 소리를 듣는 여자 심방(무당) 안해리를 만난 선호는 그녀를 연구하기 위해 모영리당 소미로 들어가게 된다. 해리는 그런 선호에게 점점 마음을 연다.***
어린 시절 비디오를 틀면 호환, 마마보다 무섭고 어쩌고저쩌고하는 인트로 영상이 나왔다. 불법 비디오를 시청하다가 비행 청소년이 될 수 있다는 경고 영상인데, 지금 보니 좀 어이없을 만큼 개연성이 없다. 아무튼 경계심을 기르는 목적의 영상이다 보니 호랑이가 나오고 무당이 옷자락을 펄럭거리는 그림이 좀 무서웠다. 그게 무당에 대한 내 첫 기억이다.
무당을 찾아가 신점을 보거나 굿을 한 적이 없음에도, 무당의 얼굴은 내게 다양하게 추가된다. 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소화의 말간 얼굴로, 홍칼리 작가의 무당 일기 에세이 ‘신령님이 보고 계셔’로… 그리고 지금 여기, 영화 ‘나의 여신’이 있다.
‘나의 여신’ 주인공 해리는 무당이 아니라 심방으로 불린다. 제주도에서는 무당 대신 심방이라는 말을 쓰기 때문이다. 심방을 따르면서 악기 연주, 제물 진설, 각종 심부름을 하는 도제를 소미라고 부른다. 내게는 생소했지만, 어감이 예쁜 말들이었다. 단어만큼이나, 그들을 담아낸 영화 또한 마음에 쏙 들어왔다.
우는 너를 다 태우는 버스가 되고 싶어
심방과 소미들은 전형적인 무당처럼 보이지 않는다. 긴 머리를 풀어 헤친 해리의 무심한 표정, 타투가 새겨진 근육질 팔로 북을 치는 ‘계석’, 새빨갛게 머리를 염색한 ‘미영’은 얼핏 멋진 오리엔탈 밴드처럼 보일 정도다. 귀신의 기척을 느끼는 것도 “스펙”이라는 말이나 비트코인 같은 단어도 거침없이 입에 올리는 “MZ세대”다. “버스가 되고 싶어 빵빵!”하고 노래 부르며 웃는 모습은 해맑기까지 하다.
한편 많은 이들이 해리가 보통 무당이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해리는 범상치 않은 아우라도 뿜어낸다. 오프닝 시퀀스에서는 흰옷을 입은 해리가 바다로 걸어가는데, 단순한 행위임에도 기묘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붉은 옷을 입고 기어가며 길흉을 점치는 모습 또한 그렇다. 신과 인간의 중재자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신처럼 보인다.
더없이 인간 같아 보이다 또 더없이 신 같아 보이던 해리가 정말 심방, 인간과 신의 중재자 같다고 느껴졌던 건,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마음이 담기는 순간들이었다. 웃고 울고 만나고 헤어지고 배우고 가르치고…
인간, 신, 인간과 신의 중재자. 오묘한 경계가 모두 해리의 안에 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사람의 마음이고, 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신의 조화일까? 보는 이마다 답이 다르겠지만, 끌어안는 존재가 신이고 안기는 존재가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해리가 말갛게 웃으며 부른 노래. 나는 그 경쾌한 노래에서 해리의 경계를 읽는다. “너의 모든 슬픔의 정류장에 빼놓지 않고 정차하는, 우는 너를 다 태우는 버스가 되고 싶어!” (신승은의 노래 ‘헝’) 때로는 간절히 빌고 때로는 무너져 우는 존재인 인간, 그를 다 태워 가는 버스 같은 신. 그리고 그 버스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정류장을 찾아다니는, 버스 기사 같은 존재인 심방을.
두 세계의 융합일까 침범일까
심방의 세계를 매력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에는, 또 한 축의 사람들이 있다. 무당을 연구해서 논문을 쓰려는 민속학자들이다. 해리와 선호의 만남은 어쩌면 종교와 세속의 대통합 같기도 하고, 잘못된 만남 같기도 하다.
정확한 근거와 문헌을 바탕으로 논문을 써야 인정받는 학술의 세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신줄”이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무속의 세계. 성당에 다닌다는 윤 교수나, 굿판을 믿지도 않는 선호가 그 세계를 평가하고 재단하는 게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이는 두 세계의 융합일까, 아니면 침범일까?고민하다 보면 우리 사는 세상이 과연 두 세계이긴 한 건지 의아하다는 생각이 따라온다.
어쩌면 이렇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세계와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세계를 이분하는 시선이야말로, 어떤 것도 융합할 수 없는 시선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애초에 융합하거나 침범할 두 세계가 존재하기는 했던 것일까? 무속의 세계는 예부터 민초의 마음 바로 곁에 있었다. 풍요를 바라는 마음, 무운을 간절히 비는 마음, 설움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마음… 그 바로 옆에. 우주 너머 아스라이 반짝이는 마음이 아니라, 바로 여기 같은 땅에 발붙인 마음이었다.
마음이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주하는 것
영화에서도 교수가 선호에게 “무당과 연애하지 마라”고 말하고, 소설 ‘태백산맥’을 봐도 그렇지만, “무당과의 관계”란 예부터 참 수많은 말에 휩싸여 있다. 거기에는 무당의 힘에 대한 동경과 공포, 금기에 대한 이중적인 욕심이 스며 있다. 금기 아래 보호받고 싶은 마음과 금기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
각양각색의 시선이 스며 있지만, 공통점은 무당을 볼 때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보기보다 능력을 갖춘 존재라는 점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이 영화 안에도 ‘유네스코 심방’이 별명일 만큼 용한 해리의 무속 능력에 초점을 두고 해리를 주목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심방이 우리에게 삶을 다해 던지는 메시지는 그렇지 않다. 심방은 예술과 위로의 영역에 서 있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행위의 힘을 아는 존재들이다. 서로 나란히 서서 마음이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주하는 것. 모든 종교가 인간을 그렇게 다독이는 일을 하고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무속의 한 장면을 통해 그 마음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준다.
바로 서우젯소리 장면이다. 실제 이 영화의 자문을 맡은 제주 큰굿 무형문화재 보유자 서순실 심방까지 모두 출연하여 함께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장면으로, 최자영 감독의 표현을 빌자면 “관객에게 보내는 선물 같은” 순간이다.
서우젯소리란 제주도의 무가인데, 널리 알려지면서 여흥이나 노동요 목적의 민요로도 자리 잡았다고 한다. 굿판에서도 마지막에 모두가 함께 부르는 노래. 게다가 이 영화에서는 피아노를 얹어, 그 어디서도 들어볼 수 없는 특별한 버전으로 완성된, 화합의 노래다.
오래전 들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까지 공부에 공부를 거듭했던 최자영 감독의 시간이, 최근 출간된 에세이에 촬영을 마치고도 “왜인지 서러움을 잊을 수 없”다고 쓴 손수현 배우, 선호의 마음을 깊이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던 윤선우 배우, 관광지 제주 이면에 슬픔의 역사도 있음을 말하며 눈을 빛내던 황동희 배우 등 배우들의 정성과 노력이, 영화를 만든 모든 이들의 공이 서우젯소리에서 함께 원을 그린다.
둥글게 도는 서우젯소리 장면을 보며, “너의 모든 슬픔의 정류장에 빼놓지 않고 정차하는, 우는 너를 다 태우는 버스”를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리가 부르던 노래를 끝까지 이어 불러본다. “두통은 우리 집에 두고 가 내가 이따 가서 치울게!”
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시간표
‘나의 여신’
2022-08-12 19:30
메가박스 제천 3관
1282022-08-14 16:30
CGV 제천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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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씩 네 거 만들면 돼
씨름. 이 얼마나 낯선 운동인가. 영화 관람 전, 그런 생각을 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종목인데 다큐멘터리로 보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의문을 알고 계시는지 영화 상영 전, 감독님이 짤막한 코멘트를 덧붙이셨다. 운동 종목으로 보면 낯선 스포츠일지언정 그 단어는 우리 일상 깊은 곳에 뿌리내렸다며.
힘들고 어려운 일이나 사건을 마주할 때 '문제와 씨름한다'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힘이 아주 센 사람에게 '천하장사' 수식어를 붙인다. 우습게도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은 이토록 작고 사소한 지점이다. 우리네 삶이 어찌나 평탄치 못한가. 몇 번이고 머릿속이나 입 밖으로 튀어나왔던 단어의 뿌리를 아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무척 반가웠다.
그렇게 씨름, 특히나 여자씨름을 했었고, 하고, 앞으로도 할 사람들의 이야기에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소재 특성상 특별한 스포일러는 없다지만, 영화 내용 상당 부분을 담았다.
영화의 첫 장면을 명확히 기억하긴 어렵지만, 도입부는 떠오른다. '씨름'을 보여주는 몇 가지 이미지들. 그리고 씨름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인터뷰 형식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나같이 한 선수의 실력에 저마다의 방식으로 감탄하고 존경하는 모습이었다. 여자천하장사 타이틀을 최초로 걸고, 2대, 5대, 6대, 7대, 13대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진 선수, 임수정. 일반인이 보기에도 대단한 횟수인데 같은 선수가 보기엔 또 얼마나 대단할까.
그의 초대 수상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화면이 무척 조악한 화질을 갖고 있어서, 눈으로도 체감했다. 모자이크 처리한 것처럼 무척 깨지던 화질부터 기술의 발전으로 해상도가 훨씬 큰 화면에 닿을 때까지 같은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을. 무언가 한 가지 일을 오래도록 해온 사람도 신기하지만, 최정상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건 더욱이 놀라울 일이다.
임수정 선수의 일대기만 해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쌓이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영화의 재미나 가치는 훨씬 덜했을 것 같다. 씨름은 본디 상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스포츠 아닌가. 씨름판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무릎을 꿇고, 샅바를 붙든 채 한 사람이 먼저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반대편 사람도 뒤따라 몸을 일으킨다. 상대를 자신의 품에 들이는 자세이니만큼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만치 가깝다.
나의 숨소리가 상대의 귓가를 울리고, 상대가 내 귓가에 숨을 쉬고 뱉는다. 숨과 땀, 그리고 힘을 서로의 귓가에서 나누는 스포츠는 처음 보았기에 퍽 다정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선수들의 관계도 자매처럼 비친 것 같다. 투닥대는 말투나 장난기 넘치는 표정은 2000년대의 생활형 예능처럼 소박하고도 자연스러웠다.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만큼 인물이 중요한 장르는 없다고 본다. 사람들을 들여다보며 기록하는 것 자체로 의미가 만들어지기에 진솔한 모습을 속속들이 담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물이 자신의 자취를 좇는 카메라를 어려워하거나 숨기려 드는 순간, 그가 풍기는 거부감이 일순 화면 너머로도 전해진다. 그 흔적이 보일수록 몰입은 어려워지고 만다.
<모래바람>을 유쾌하게 즐길 수 있었던 건 이 영화에 담긴 사람들이 유쾌해서다. 그들 각자가 그러하고, 그들이 서로 주고받는 것이 그러하다. 쉽게 말해 케미가 있다. 어찌 보면 물 흐르듯 넘치는 자연스러움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아침에 눈 뜨고 밤에 잠들기 전까지 하루종일 시간을 함께 하고, 쉬는 날에도 함께 놀러 다니다 보면 눈빛만 봐도 척척 알아듣는 사이가 될 수밖에 없다.
하물며 우리가 가족과 척하면 척하고 서로의 선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쌓인 관계에서 나오는 일종의 노하우다. 하물며 훨씬 머리가 커진 때에 이토록 친밀한 관계가 된다는 건 그만큼의 시간을 함께한 것이고, 다른 말로 하면 그만큼 오래 씨름을 해왔단 의미이다.
운동하고, 시합 준비하고, 시합하고, 피드백을 주고받고, 다시 운동하고. 매일을 켜켜이 쌓는 작업을 고작 몇 시간 혹은 몇 분 안에 담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인물들의 말과 행동에서 묻어 나오는 그 자연스러움을 통해 착실히 쌓아온 매일을 얼핏 예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엇비슷한 방향을 똑같이 걷는 듯해도 종래엔 자신의 길을 개척하러 가는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다. 여자씨름팀 '콜핑'을 주축으로 선수들이 자라나다가 또 다른 도전을 할 곳을 찾아 떠나는 게 정해진 수순으로 보일 정도로.
그들이 그려간 궤적은 우리네 삶을 엿보는 듯했다. 인생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라서, 내가 걷는 길을 함께할 사람이 주변에 모여들고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그들 각자만의 길로 갈라진다. 앞서 말했듯 삶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므로.
이게 맞는 길인지, 내가 잘하고 있는지 아리송한 순간은 언제든 한 번씩 찾아온다. 순간이 길어지면 시기가 된다. 그 시기엔 몇 가지 이름표가 있고 말이다. 슬럼프 혹은 번아웃. 어딘가 구렁텅이에 빠졌거나 홀로 걸음을 멈춘 상태라는 예감이 들 테지만, 그런 이에게 주저 없이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길이 맞다. 당신이 선택해서 걷고 있으므로. 과정에서 확신은 없어도 좋다. 흔들리면 흔들리는 채로 그저 자신의 것을 만들어 가면 된다. 결코 외롭진 않을 거다. 함께, 각자, 때로는 같이할 사람들이 언제든 있기 마련이니까. 물리적으로든 심적으로든.
종목에 상관없이 스포츠 경기를 볼 때면 종종 이런 맥락의 이야기를 응원으로서 건넨다.
괜찮아, 네 거 해.
하나씩 네 거 만들면 돼.어느 판에, 어느 길에 들어섰듯 내가 가진 걸 믿고 하나씩 해나가기. 과정으로서 완성하기. 씨름하는 우리 모두의 한판 승부를 응원하며, 글을 마쳐본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 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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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약함은 연대한다 ‘디피컬트’
블랙 프라이데이, 환경 단체가 대형 쇼핑몰을 점거하며 외친다. “1도, 2도, 3도, 오르는 기후. 소비는 반인륜적 범죄” 싼값에 물건을 사고 싶은 사람들과 소비를 막으려는 사람들은 과격하게 대치한다. 격렬한 시위 장면으로 시작하는 <디피컬트>는 기후 위기와 환경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러나 원제 ‘A difficult year’가 암시하듯 이 영화는 삶의 힘듦과 우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환경 운동가 캑터스는 기후 우울증으로 무력감을 느낀다. 브루노와 알베르는 대출을 반복하다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올라 거주지도 불분명한 신세가 됐다. 브루노는 우울증으로 자살 시도까지 했고, 알베르는 공항 저임금 노동자로 일하며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한 물건을 되팔아 근근이 돈을 마련한다. 환경 운동가와 리셀러, 전혀 다른 세계를 사는 세 사람이 환경 운동으로 엮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미있는 것은 환경 운동과 가난이 맞닿는 지점들이다. 알베르와 브루노는 공짜 맥주와 음식에 혹해서 환경 단체 모임에 참여하게 된다. 이들은 기후 위기에 코웃음 치지만, 자선 바자회가 물건을 빼돌려 되팔 수 있는 기회라는 걸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환경 운동에 가담한다. 환경 운동에서 떨어지는 콩고물과 캑터스에 대한 알베르의 호감, 시위 현장이 주는 묘한 흥분 등은 이들로 하여금 환경 운동에 가담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이유가 된다.
빈곤과 환경 운동은 또한 같은 해법을 제시한다. 캑터스는 최소한의 소비를 실천한다. 하나의 물건을 들일 때는 하나의 물건을 버리는 식으로 자신의 한계를 유지한다. 알베르와 브루노에게 도움을 주는 경제 전문가는 물건을 사기 전에 세 번 생각해 보라고 강조한다. ‘꼭 필요한가? 정말 필요한가? 지금 당장 필요한가?’ 최소한의 소비는 환경 문제와 재정적 문제에 봉착한 개인들의 실천이자 투쟁이다.
이는 기후 위기와 빈곤이 끊임없이 달리는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루노가 자본의 중심지인 프랑스 은행을 점거하자고 설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이 화석 연료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기후 재난을 가속화한다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사실 그는 채무 변제 서류에 접근하려는 속내를 갖고 있다.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환경 운동과 연결되는 의외의 상황들은 삶의 취약함이 여러 지점에서 우연히 연결됨을 보여준다. 우리의 우울이 결코 멈추지 않는 자본주의와 맞닿아 있음을 발견할 때 취약함은 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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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거 하나 없었던,,, 다만 박정민만 존재했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액션 영화 장르였기 때문에 잔인할 것은 예상했지만 그래도 영화 홍보를 할 당시에 뻔한 액션 장르물은 아니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기에 은근히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 은근한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왜 제목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였을까... 필자를 악으로 보내버린 작품이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시놉시스
태국에서 충격적인 납치사건이 발생하고,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을 끝낸 암살자 인남은 그것이 자신과 관계된 것임을 알게 된다. 인남은 곧바로 태국으로 향하고, 조력자 유이를 만나 사건을 쫓기 시작한다.
한편, 자신의 형제가 인남에게 암살당한 것을 알게 된 레이. 무자비한 복수를 계획한 레이는 인남을 추격하기 위해 태국으로 향한다. 처절한 암살자 VS 무자비한 추격자. 멈출 수 없는 두 남자의 지독한 추격이 시작된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마주도 패러디도 아닌 그 경계 어딘가
액션영화의 문법이라고 봐야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왜 항상 다른 액션이라고 홍보하면서 같은 것일까? 스토리라인이 다 한 번씩을 봤던 내용이었다. ‘테이큰’, ‘아저씨’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상할 정도로 아주 빼다 박아놓았다. 테이큰과 아저씨가 엄청난 걸작이어서 이 작품들을 생각나게 만들려는 오마주였던 것일까?, 나 이장면 어디서 봤는데!! 하며 재미있게 풀어내려는 패러디였던 것일까? 아니면 원본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주지 않길 바라는 표절인 것일까? 이 세 가지의 줄타기를 한 작품이었다.
줄타기를 잘했다고 칭찬을 해줘야하는 것인지 아주 의문스러운 작품이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만의 특색이 있다기 보다는 어디서 다 한 번씩 본 장면과 스토리라인들이 얼기설기 짜여진 채로 그 엉성함을 화려한 액션으로 무마하는 것처럼 보여서 아쉬웠다. 뭐 그래도 액션을 훌륭했다.
갑자기 부성애?
작품을 보는 내내 굉장히 불편했던 이유는 납치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인데요. 납치를 하지 않으면 액션 영화는 진행이 되지 않나 봅니다. 그리고 한 번도 본적 없던 딸이 납치가 됐다고 해서 저렇게 갑자기 부성애가 발현해서 스토리라인이 생성된다는 것이 이 어쩜 머리 하나 안 굴린 스토리인가 싶었다.
보는 내내 아가는 얼마나 연기하면서 힘들었을까? 이런 감정이 들다가도 아니 도대체 왜 납치를 스토리라인에 넣었을까? 마지막 대사도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니? 몰라,,, 기억이 안나,,,”라는 대사를 넣을 거였으면 그저 폭력이 일상이 되고 폭력이 없는 세상에서 살기 힘든 악의 존재들을 보여주면서 그 싸움을 벌일 수 있는 소재를 좀 다르게 찾아도 좋았을텐데,,, 굉장히 아쉬웠던 선택이었다.
그래도 박정민이 있었다
그래도 박정민 덕분에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아직 트렌스젠더 수술을 하지 못한 남성이지만 여성이 되고 싶은 유이 역할을 너무나도 잘 소화해냈다. 입 벌리고 감탄했던 것 같다. 눈 질끈 감고 보다가 박정민만 나오면 눈이 떠졌달까?
극 속에서 유일한 개그캐였고, 극의 분위기가 무겁게만 흘러가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자 결과적으로 박정민이 없으면 영화의 결론이 나지 않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었다. 정말 영화를 다 편집하고 박정민이 나온 부분만 살려서 다시 제작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솔직히 박정민이 나오는 영상만 봐도 영화의 흐름과 주제는 완벽히 파악할 수 있다. 그 말은 영화 스토리라인이 정말 단순하고 오로지 액션을 위한 작품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스토리 건개에 상관 없이 그저 죽고 죽이는 추적 영화를 좋아한다면 추천하지만 개연성과 연결 흐름이 중요한 관객들에게는 그닥 추천하지 않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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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 속에 목을 내건 그 밤이여
이 글은 영화 <씨너스: 죄인들>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독) 라이언 쿠글러
출연) 마이클 B.조던, 마일스 케이턴, 잭 오코넬
환상적인 밤이었다. 노인이 된 새미(마일스 케이턴)는 그날 밤을 잊지 못할 최고의 날로 기억한다. 그 밤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씨너스 : 죄인들>(이하 <씨너스>)은 <블랙팬서>를 연출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신작이다. 북미에서는 이미 흥행에 성공했으며, 국내에서도 여러 입소문을 타고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장르의 콜라주
<씨너스>의 초반부는 서부극과 유사하다. 시카고에서 큰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온 스모크와 스택. 그들은 술집을 운영하고자 조카 새미와 함께 술집에서 일할 사람들을 구하러 다닌다. 이 과정에선 여러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코미디를 곁들인 드라마 장르로도 느껴진다. 그러나 중간중간 벌어지는 오컬트적 사건들을 통해 이 영화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며, 실제로 중후반부 술집에서는 여러 장르가 뒤섞여 기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는 마치 여러 재료를 사용해 하나의 화면을 구성하는 콜라주 기법과 유사하다. 서부극, 음악, 액션, 오컬트, 사랑 등의 개성 있는 장르들을 하나로 어울러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이다. 최근의 영화들에서 장르 구분이 모호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자칫하다가 밋밋해질 수 있는 장르의 융합을 <씨너스>에서는 되려 시너지 효과를 낼 만큼 잘 활용하였다.
규칙을 활용한 서스펜스
히치콕을 통해 유명해진 ‘서스펜스’란 관객과 인물 사이의 정보 차이로 인해 발생한다. <씨너스>의 중반부, 인종차별주의자 부부의 집에 낯선 이가 찾아온다. 몸에 화상을 입은 듯한 그는 자신을 살려달라며 부부의 집에 몸을 숨기고, 잠시 후 인디언 무리가 그 집을 찾는다. 어느 이가 찾아오지 않았냐고 묻는 인디언에게 없다며 돌려보내는 부부. 그러자 인디언은 조심하라는 당부와 함께 돌아선다. 그 순간 집에 들어온 남자는 다시 ‘낯선 사람’의 위치로 돌아간다. 그리고 영화 초반, 음악은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며 그 사이에 악이 나타날 수 있다는 내레이션이 다시금 떠오른다.
예상과 같이 낯선 이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정체는 뱀파이어. 그렇게 부부는 그와 같은 뱀파이어가 된다. 그리고 술집의 파티가 시작된다. 기타를 연주하는 새미를 알아차린 뱀파이어. 그때부터 서스펜스는 시작된다. 파티가 무르익던 중, 뱀파이어 삼총사가 멀리서 천천히 걸어온다. 그들은 음악을 연주하러왔다며 들어가도 되는지 정중히 묻는다. 백인을 경계하는 쌍둥이는 단호히 거절한다.
뱀파이어는 순순히 돌아간다. 알고 보니 그들이 집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내부 사람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것이 이 영화 속 뱀파이어의 규칙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벌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된 스택의 여자친구 ‘메리’가 그들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밖을 나선다.
죄인들, 그리고 예술가
이 영화의 제목인 Sinners는 죄인이라는 뜻의 복수형이다. 여기서 죄인은 종교와 관련이 되어있다. 스모크스택 형제의 조카인 새미는 목사의 아들이다. 새미의 아버지는 음악을 ‘악’으로 생각한다. 음악은 유흥, 타락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새미는 죄인이다. 그렇다면 제목은 왜 죄인이 아닌 ‘죄인들’일까? 결국 술집 안에 모여든 사람들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도피라고 볼 수 있는 그들은 현실 속 패배자다. 본능 앞에 몸을 내놓는 것이다. 실제로 술집 안에서는 섹슈얼한 행위도 일어난다. 그리고 그들은 또 다른 악인 뱀파이어에게 공격당한다.
그럼에도 새미는 기타를 놓지 않는다. 그리고 영생할 수 있다는 뱀파이어의 꾀에 넘어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새미는 음악, 그리고 죽음을 택했을까? 아무래도 그에게 음악은 새로운 자유의 형식이었을 것이다. 억압되어있는 사회 속에서도 기타줄 위의 손은 자유롭다. 그가 부르는 노래, 그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 그 순간에 과거, 현재, 미래는 연결되고 그들은 살아 숨쉰다.
이것은 영화에도 적용된다. 라이언 쿠글러는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 1930년대 현실을 담아냈다. 그리고 영화는 현재 개봉했다. 그리고 이후의 누군가가 이 영화를 꺼내볼 것이다. 결국 영화라는 매체도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도구이다. 어떻게 보면 새미는 감독의 생각이 투영된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미래의 어느 순간, 뱀파이어가 찾아온대도, 과거의 한 지점을 떠올리며 죄인이었기에 영생이라는 구원을 거부하고, 자유인이었기에 영생이라는 저주를 거부하는 그런 삶을 살 것이다. 이것이 예술가의 숙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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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통파 배우 송요셉이 직접 푸는 단대 동문썰 (유지태, 조승우, 김준호)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영화 럭키부터 범죄도시2의 베트남 형사 트란까지!
감초연기 전문가 배우 송요셉님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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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ay - dy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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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dise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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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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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lov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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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 Julian Av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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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ed Someone - dy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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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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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m Trees (feat. Joey Edwin)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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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Summer - Nekz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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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vly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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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After Day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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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y - Vlad Glusch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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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wn - Vlad Glusch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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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의 기대에 못미친 오컬트 블록버스터 / 퇴마록 애니메이션 / 원조 퇴마소설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퇴마록"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엔드크레딧 전에 하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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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로스트 시티> 버라이어티 모험 예고편
놀라지 마요! 뒤에....! ? #로스트시티 급 스릴러 모먼트? 보물 찾는 소설을 썼을 뿐인데... 거머리 무서워하는 허당 근육맨과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어드벤처라니? 로스트 시티 보물을 향해 쫓고 쫓기는 대유잼 어드벤처에 함께할 여러분(N명) 4월 20일, 극장에서 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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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로스트 시티> 티저 예고편
#로스트시티 #티저예고편 공개! 지금 바로 감상하러 Go Go! [로스트 시티] 티저 예고편 대공개! 지금부터 찐 으른들의 서바이벌 어드벤처에 초대합니다. 거절은 거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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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에겐 닿을 진심이 누군가에겐 닿지 않을 동감으로.
2000년도를 뜨겁게 울렸던 로맨스 판타지 영화 '동감'(유지태 강하늘 주연)의 리메이크 작품이 22년만에 영화 '동감'(조이현 여진구 주연)으로 돌아왔다. 과거의 사람을 만나게 된 '무늬'와 인생 스포를 당하게 된 '용'의 우연한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상당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시사회를 통해 미리 보고 온 이 영화는 11월 16일 개봉 예정이며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라는 말이 어울린다. 낯선 것에서 마주하는 진심과 동감을 느끼며 꿈과 사랑, 그리고 문득 지나가버린 세월 속의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동감'을 소개한다.
"응답 바랍니다. 씨큐 씨큐" 라는 말이 닿기 전부터 사랑은 시작되고 있었다. 다만 확인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인해 망설이고 두려워하고 있었을 뿐. 그렇게 시작된 1999년과 2022년의 우연한 만남은 다른 시대에 존재하지만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시간을 뛰어넘은 만남은 어떤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우정이 된다. 오해로 시작했던 대화가 솔직하고 진심 어린 마음을 내뱉을 수 있는 용기로 변한 것이다. 서로의 모습을 볼수는 없었지만 서로의 진심을 털어놓으며 점차 가까워지는 두 사람은 다른 지점에서 같은 곳을 바라본다. '용'은 보았고 '무늬'가 보지 못한 것과 '무늬'가 보았고 '무늬'가 보지 못한 것이 엇갈리며 형용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용'은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는 것에서 사랑이라는 확실한 감정을 첫사랑 '한솔'을 통해 느끼게 된다. 꿈도 자신도 어느 하나 이루어낸 것이 없는 그가 끊임없이 좌절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의 힘은 내면의 변화를 가져온다. 그들이 다시 만날 그 날엔 알 수 없었던 그의 이야기가 문득 궁금해진다. 시대를 넘나드는 설정에 비해 미처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가 아쉬움을 가득 채운다. 누군가에겐 닿은 진심이 누군가에겐 닿지 않을 동감으로 다가서며 이들의 인연이 동감을 이뤄내지는 못하지만 사랑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안겨주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끊임없이 방황하는 이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알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알 수 있게 만드는 그 감정은 미묘함 만큼이나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다양한 감정을 지니고 있는 만큼 사랑은 언제나 어렵게 느껴진다. 어떤 시대에서나 어렵지만 유독 각박하게 느껴지는 이 사회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중압감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감정과 같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랑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우리가 제일 잘 알고 있는 감정 중 하나다.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한 숭고한 사랑의 힘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하고 만나고 이별하고 또 다시 사랑한다. 어쩌면 우리는 낯설다는 핑계로 사랑을 멀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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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데일리] 같은 땅에 발붙인 마음
같은 땅에 발붙인 마음
영화 ‘나의 여신’ 리뷰감독] 최자영
출연] 손수현, 윤선우
시놉시스]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교수 임용을 준비하는 무속연구자 이선호. 세 번 연속 교수 임용에서 탈락하자, 새로운 연구 대상을 찾아 제주도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무형 문화재 소리를 듣는 여자 심방(무당) 안해리를 만난 선호는 그녀를 연구하기 위해 모영리당 소미로 들어가게 된다. 해리는 그런 선호에게 점점 마음을 연다.***
어린 시절 비디오를 틀면 호환, 마마보다 무섭고 어쩌고저쩌고하는 인트로 영상이 나왔다. 불법 비디오를 시청하다가 비행 청소년이 될 수 있다는 경고 영상인데, 지금 보니 좀 어이없을 만큼 개연성이 없다. 아무튼 경계심을 기르는 목적의 영상이다 보니 호랑이가 나오고 무당이 옷자락을 펄럭거리는 그림이 좀 무서웠다. 그게 무당에 대한 내 첫 기억이다.
무당을 찾아가 신점을 보거나 굿을 한 적이 없음에도, 무당의 얼굴은 내게 다양하게 추가된다. 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소화의 말간 얼굴로, 홍칼리 작가의 무당 일기 에세이 ‘신령님이 보고 계셔’로… 그리고 지금 여기, 영화 ‘나의 여신’이 있다.
‘나의 여신’ 주인공 해리는 무당이 아니라 심방으로 불린다. 제주도에서는 무당 대신 심방이라는 말을 쓰기 때문이다. 심방을 따르면서 악기 연주, 제물 진설, 각종 심부름을 하는 도제를 소미라고 부른다. 내게는 생소했지만, 어감이 예쁜 말들이었다. 단어만큼이나, 그들을 담아낸 영화 또한 마음에 쏙 들어왔다.
우는 너를 다 태우는 버스가 되고 싶어
심방과 소미들은 전형적인 무당처럼 보이지 않는다. 긴 머리를 풀어 헤친 해리의 무심한 표정, 타투가 새겨진 근육질 팔로 북을 치는 ‘계석’, 새빨갛게 머리를 염색한 ‘미영’은 얼핏 멋진 오리엔탈 밴드처럼 보일 정도다. 귀신의 기척을 느끼는 것도 “스펙”이라는 말이나 비트코인 같은 단어도 거침없이 입에 올리는 “MZ세대”다. “버스가 되고 싶어 빵빵!”하고 노래 부르며 웃는 모습은 해맑기까지 하다.
한편 많은 이들이 해리가 보통 무당이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해리는 범상치 않은 아우라도 뿜어낸다. 오프닝 시퀀스에서는 흰옷을 입은 해리가 바다로 걸어가는데, 단순한 행위임에도 기묘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붉은 옷을 입고 기어가며 길흉을 점치는 모습 또한 그렇다. 신과 인간의 중재자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신처럼 보인다.
더없이 인간 같아 보이다 또 더없이 신 같아 보이던 해리가 정말 심방, 인간과 신의 중재자 같다고 느껴졌던 건,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마음이 담기는 순간들이었다. 웃고 울고 만나고 헤어지고 배우고 가르치고…
인간, 신, 인간과 신의 중재자. 오묘한 경계가 모두 해리의 안에 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사람의 마음이고, 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신의 조화일까? 보는 이마다 답이 다르겠지만, 끌어안는 존재가 신이고 안기는 존재가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해리가 말갛게 웃으며 부른 노래. 나는 그 경쾌한 노래에서 해리의 경계를 읽는다. “너의 모든 슬픔의 정류장에 빼놓지 않고 정차하는, 우는 너를 다 태우는 버스가 되고 싶어!” (신승은의 노래 ‘헝’) 때로는 간절히 빌고 때로는 무너져 우는 존재인 인간, 그를 다 태워 가는 버스 같은 신. 그리고 그 버스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정류장을 찾아다니는, 버스 기사 같은 존재인 심방을.
두 세계의 융합일까 침범일까
심방의 세계를 매력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에는, 또 한 축의 사람들이 있다. 무당을 연구해서 논문을 쓰려는 민속학자들이다. 해리와 선호의 만남은 어쩌면 종교와 세속의 대통합 같기도 하고, 잘못된 만남 같기도 하다.
정확한 근거와 문헌을 바탕으로 논문을 써야 인정받는 학술의 세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신줄”이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무속의 세계. 성당에 다닌다는 윤 교수나, 굿판을 믿지도 않는 선호가 그 세계를 평가하고 재단하는 게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이는 두 세계의 융합일까, 아니면 침범일까?고민하다 보면 우리 사는 세상이 과연 두 세계이긴 한 건지 의아하다는 생각이 따라온다.
어쩌면 이렇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세계와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세계를 이분하는 시선이야말로, 어떤 것도 융합할 수 없는 시선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애초에 융합하거나 침범할 두 세계가 존재하기는 했던 것일까? 무속의 세계는 예부터 민초의 마음 바로 곁에 있었다. 풍요를 바라는 마음, 무운을 간절히 비는 마음, 설움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마음… 그 바로 옆에. 우주 너머 아스라이 반짝이는 마음이 아니라, 바로 여기 같은 땅에 발붙인 마음이었다.
마음이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주하는 것
영화에서도 교수가 선호에게 “무당과 연애하지 마라”고 말하고, 소설 ‘태백산맥’을 봐도 그렇지만, “무당과의 관계”란 예부터 참 수많은 말에 휩싸여 있다. 거기에는 무당의 힘에 대한 동경과 공포, 금기에 대한 이중적인 욕심이 스며 있다. 금기 아래 보호받고 싶은 마음과 금기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
각양각색의 시선이 스며 있지만, 공통점은 무당을 볼 때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보기보다 능력을 갖춘 존재라는 점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이 영화 안에도 ‘유네스코 심방’이 별명일 만큼 용한 해리의 무속 능력에 초점을 두고 해리를 주목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심방이 우리에게 삶을 다해 던지는 메시지는 그렇지 않다. 심방은 예술과 위로의 영역에 서 있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행위의 힘을 아는 존재들이다. 서로 나란히 서서 마음이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주하는 것. 모든 종교가 인간을 그렇게 다독이는 일을 하고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무속의 한 장면을 통해 그 마음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준다.
바로 서우젯소리 장면이다. 실제 이 영화의 자문을 맡은 제주 큰굿 무형문화재 보유자 서순실 심방까지 모두 출연하여 함께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장면으로, 최자영 감독의 표현을 빌자면 “관객에게 보내는 선물 같은” 순간이다.
서우젯소리란 제주도의 무가인데, 널리 알려지면서 여흥이나 노동요 목적의 민요로도 자리 잡았다고 한다. 굿판에서도 마지막에 모두가 함께 부르는 노래. 게다가 이 영화에서는 피아노를 얹어, 그 어디서도 들어볼 수 없는 특별한 버전으로 완성된, 화합의 노래다.
오래전 들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까지 공부에 공부를 거듭했던 최자영 감독의 시간이, 최근 출간된 에세이에 촬영을 마치고도 “왜인지 서러움을 잊을 수 없”다고 쓴 손수현 배우, 선호의 마음을 깊이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던 윤선우 배우, 관광지 제주 이면에 슬픔의 역사도 있음을 말하며 눈을 빛내던 황동희 배우 등 배우들의 정성과 노력이, 영화를 만든 모든 이들의 공이 서우젯소리에서 함께 원을 그린다.
둥글게 도는 서우젯소리 장면을 보며, “너의 모든 슬픔의 정류장에 빼놓지 않고 정차하는, 우는 너를 다 태우는 버스”를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리가 부르던 노래를 끝까지 이어 불러본다. “두통은 우리 집에 두고 가 내가 이따 가서 치울게!”
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시간표
‘나의 여신’
2022-08-12 19:30
메가박스 제천 3관
1282022-08-14 16:30
CGV 제천 2관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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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씩 네 거 만들면 돼
씨름. 이 얼마나 낯선 운동인가. 영화 관람 전, 그런 생각을 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종목인데 다큐멘터리로 보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의문을 알고 계시는지 영화 상영 전, 감독님이 짤막한 코멘트를 덧붙이셨다. 운동 종목으로 보면 낯선 스포츠일지언정 그 단어는 우리 일상 깊은 곳에 뿌리내렸다며.
힘들고 어려운 일이나 사건을 마주할 때 '문제와 씨름한다'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힘이 아주 센 사람에게 '천하장사' 수식어를 붙인다. 우습게도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은 이토록 작고 사소한 지점이다. 우리네 삶이 어찌나 평탄치 못한가. 몇 번이고 머릿속이나 입 밖으로 튀어나왔던 단어의 뿌리를 아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무척 반가웠다.
그렇게 씨름, 특히나 여자씨름을 했었고, 하고, 앞으로도 할 사람들의 이야기에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소재 특성상 특별한 스포일러는 없다지만, 영화 내용 상당 부분을 담았다.
영화의 첫 장면을 명확히 기억하긴 어렵지만, 도입부는 떠오른다. '씨름'을 보여주는 몇 가지 이미지들. 그리고 씨름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인터뷰 형식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나같이 한 선수의 실력에 저마다의 방식으로 감탄하고 존경하는 모습이었다. 여자천하장사 타이틀을 최초로 걸고, 2대, 5대, 6대, 7대, 13대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진 선수, 임수정. 일반인이 보기에도 대단한 횟수인데 같은 선수가 보기엔 또 얼마나 대단할까.
그의 초대 수상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화면이 무척 조악한 화질을 갖고 있어서, 눈으로도 체감했다. 모자이크 처리한 것처럼 무척 깨지던 화질부터 기술의 발전으로 해상도가 훨씬 큰 화면에 닿을 때까지 같은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을. 무언가 한 가지 일을 오래도록 해온 사람도 신기하지만, 최정상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건 더욱이 놀라울 일이다.
임수정 선수의 일대기만 해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쌓이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영화의 재미나 가치는 훨씬 덜했을 것 같다. 씨름은 본디 상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스포츠 아닌가. 씨름판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무릎을 꿇고, 샅바를 붙든 채 한 사람이 먼저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반대편 사람도 뒤따라 몸을 일으킨다. 상대를 자신의 품에 들이는 자세이니만큼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만치 가깝다.
나의 숨소리가 상대의 귓가를 울리고, 상대가 내 귓가에 숨을 쉬고 뱉는다. 숨과 땀, 그리고 힘을 서로의 귓가에서 나누는 스포츠는 처음 보았기에 퍽 다정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선수들의 관계도 자매처럼 비친 것 같다. 투닥대는 말투나 장난기 넘치는 표정은 2000년대의 생활형 예능처럼 소박하고도 자연스러웠다.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만큼 인물이 중요한 장르는 없다고 본다. 사람들을 들여다보며 기록하는 것 자체로 의미가 만들어지기에 진솔한 모습을 속속들이 담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물이 자신의 자취를 좇는 카메라를 어려워하거나 숨기려 드는 순간, 그가 풍기는 거부감이 일순 화면 너머로도 전해진다. 그 흔적이 보일수록 몰입은 어려워지고 만다.
<모래바람>을 유쾌하게 즐길 수 있었던 건 이 영화에 담긴 사람들이 유쾌해서다. 그들 각자가 그러하고, 그들이 서로 주고받는 것이 그러하다. 쉽게 말해 케미가 있다. 어찌 보면 물 흐르듯 넘치는 자연스러움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아침에 눈 뜨고 밤에 잠들기 전까지 하루종일 시간을 함께 하고, 쉬는 날에도 함께 놀러 다니다 보면 눈빛만 봐도 척척 알아듣는 사이가 될 수밖에 없다.
하물며 우리가 가족과 척하면 척하고 서로의 선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쌓인 관계에서 나오는 일종의 노하우다. 하물며 훨씬 머리가 커진 때에 이토록 친밀한 관계가 된다는 건 그만큼의 시간을 함께한 것이고, 다른 말로 하면 그만큼 오래 씨름을 해왔단 의미이다.
운동하고, 시합 준비하고, 시합하고, 피드백을 주고받고, 다시 운동하고. 매일을 켜켜이 쌓는 작업을 고작 몇 시간 혹은 몇 분 안에 담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인물들의 말과 행동에서 묻어 나오는 그 자연스러움을 통해 착실히 쌓아온 매일을 얼핏 예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엇비슷한 방향을 똑같이 걷는 듯해도 종래엔 자신의 길을 개척하러 가는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다. 여자씨름팀 '콜핑'을 주축으로 선수들이 자라나다가 또 다른 도전을 할 곳을 찾아 떠나는 게 정해진 수순으로 보일 정도로.
그들이 그려간 궤적은 우리네 삶을 엿보는 듯했다. 인생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라서, 내가 걷는 길을 함께할 사람이 주변에 모여들고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그들 각자만의 길로 갈라진다. 앞서 말했듯 삶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므로.
이게 맞는 길인지, 내가 잘하고 있는지 아리송한 순간은 언제든 한 번씩 찾아온다. 순간이 길어지면 시기가 된다. 그 시기엔 몇 가지 이름표가 있고 말이다. 슬럼프 혹은 번아웃. 어딘가 구렁텅이에 빠졌거나 홀로 걸음을 멈춘 상태라는 예감이 들 테지만, 그런 이에게 주저 없이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길이 맞다. 당신이 선택해서 걷고 있으므로. 과정에서 확신은 없어도 좋다. 흔들리면 흔들리는 채로 그저 자신의 것을 만들어 가면 된다. 결코 외롭진 않을 거다. 함께, 각자, 때로는 같이할 사람들이 언제든 있기 마련이니까. 물리적으로든 심적으로든.
종목에 상관없이 스포츠 경기를 볼 때면 종종 이런 맥락의 이야기를 응원으로서 건넨다.
괜찮아, 네 거 해.
하나씩 네 거 만들면 돼.어느 판에, 어느 길에 들어섰듯 내가 가진 걸 믿고 하나씩 해나가기. 과정으로서 완성하기. 씨름하는 우리 모두의 한판 승부를 응원하며, 글을 마쳐본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 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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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약함은 연대한다 ‘디피컬트’
블랙 프라이데이, 환경 단체가 대형 쇼핑몰을 점거하며 외친다. “1도, 2도, 3도, 오르는 기후. 소비는 반인륜적 범죄” 싼값에 물건을 사고 싶은 사람들과 소비를 막으려는 사람들은 과격하게 대치한다. 격렬한 시위 장면으로 시작하는 <디피컬트>는 기후 위기와 환경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러나 원제 ‘A difficult year’가 암시하듯 이 영화는 삶의 힘듦과 우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환경 운동가 캑터스는 기후 우울증으로 무력감을 느낀다. 브루노와 알베르는 대출을 반복하다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올라 거주지도 불분명한 신세가 됐다. 브루노는 우울증으로 자살 시도까지 했고, 알베르는 공항 저임금 노동자로 일하며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한 물건을 되팔아 근근이 돈을 마련한다. 환경 운동가와 리셀러, 전혀 다른 세계를 사는 세 사람이 환경 운동으로 엮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미있는 것은 환경 운동과 가난이 맞닿는 지점들이다. 알베르와 브루노는 공짜 맥주와 음식에 혹해서 환경 단체 모임에 참여하게 된다. 이들은 기후 위기에 코웃음 치지만, 자선 바자회가 물건을 빼돌려 되팔 수 있는 기회라는 걸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환경 운동에 가담한다. 환경 운동에서 떨어지는 콩고물과 캑터스에 대한 알베르의 호감, 시위 현장이 주는 묘한 흥분 등은 이들로 하여금 환경 운동에 가담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이유가 된다.
빈곤과 환경 운동은 또한 같은 해법을 제시한다. 캑터스는 최소한의 소비를 실천한다. 하나의 물건을 들일 때는 하나의 물건을 버리는 식으로 자신의 한계를 유지한다. 알베르와 브루노에게 도움을 주는 경제 전문가는 물건을 사기 전에 세 번 생각해 보라고 강조한다. ‘꼭 필요한가? 정말 필요한가? 지금 당장 필요한가?’ 최소한의 소비는 환경 문제와 재정적 문제에 봉착한 개인들의 실천이자 투쟁이다.
이는 기후 위기와 빈곤이 끊임없이 달리는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루노가 자본의 중심지인 프랑스 은행을 점거하자고 설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이 화석 연료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기후 재난을 가속화한다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사실 그는 채무 변제 서류에 접근하려는 속내를 갖고 있다.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환경 운동과 연결되는 의외의 상황들은 삶의 취약함이 여러 지점에서 우연히 연결됨을 보여준다. 우리의 우울이 결코 멈추지 않는 자본주의와 맞닿아 있음을 발견할 때 취약함은 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