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8-24 11:08:18
8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원작의 주인공들과 소름돋는 싱크로율로 큰 이슈를 모았던 <마스크걸>이 한국에서1위, 전세계 2위를
기록했습니다! 또 호불호가 갈리지만 여전히 일주일 넘게 1위를 지키고 있는 <오펜하이머>와 강
동원 주연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캐릭터분석 비하인드까지
8월 4주차 씨네뉴스 시작합니다
강동원 가짜 퇴마사 캐릭터, 무당 유튜브 보며 연구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귀신을 듣지도 보지도 못하지만 통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가짜 퇴마사 ‘천박사’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강력한 빙의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로 강동원은 “사기꾼에 가까운 캐릭터다. 주문을 랩처럼 외우면 재밌을 것 같아서 준비했고 무당 유튜브를 많이 봤다”라고 밝혔습니다.
<오펜하이머> 일주일 연속 1위
<오펜하이머>가 200만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개봉 6일만에 150만 관객에 돌파한 작품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명작으로 꼽히는 <인셉션><다크 나이트>보다 빠른 속도로 관객을 모으고 있습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내년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미국 아카데미에 도전한다고 합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내년 3월 열리는 제 96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출품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에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선정되었습니다.
<이 별에 필요한>넷플릭스 첫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이 별에 필요한>은 우주인 난영과 뮤지션 제이의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의 롱디 로맨스를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로 넷플릭스의 한국 첫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배우 김태리와 홍경이 목소리 연기를 맡아 기대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마스크걸> 전 세계 2위 출발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이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 시청 시간 순위 2위에 올랐습니다. 또 공개 후 3일 만에 280만 뷰를 기록하며 대한민국을 비롯해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14개 국가 톱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고합니다.
미국에서 재개봉한 <올드보이>
미국에서 20년만에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한 <올드보이>가 첫 개봉당시 거둔 누적 수입을 넘어서면서 흥행하고 있어 미국 매체에서는“매우 드문 사례”라고 밝혔습니다.박찬욱 감독의 대표작 <올드보이>는 한국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작품 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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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잘 지내나요, 조제.
영화의 국경이 없다는 말이 있듯 개인적으로 로맨스 영화는 나라를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다. 대표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로맨스를 즐겨보는 편인데 양국의 로맨스 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 한국 로맨스는 빠른 전개속도를 가진 현실적인 맛으로 본다면, 일본 로맨스는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이나 특별한 소재들을 보는 맛이 있다. 다만, 2000년대 로맨스는 양국을 불문하고 조금씩 닮아있다. 좀 더 간단명료하고 편안하고 담백하지만 깊은 후유증을 남긴다는 것. 영화의 전개 속도는 느릿한 반면, 인물들이 세세한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전달하려고 노력한다는 것. 때문에, 2000년대 일본 로맨스 영화도 국내 영화만큼이나 좋아하는 편인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그 중 가장 좋았던 영화로 꼽을 수 있겠다.
일본 로맨스가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조금 특별하다는 데에서 시작된다. 불치병이라던가 환상이라던가 같은 것들 말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이런 소재들을 활용하는데 조금 유난하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2000년대 일본 로맨스는 이런 유난함의 적절한 균형을 잘 맞추는 듯 하다. 주인공 조제(이케와키 치즈루 분)또한 마찬가지다. 배경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조제는 걸을 수 없다. 영화 전반적으로도 이유는 알 수 없다. '걸을 수 없다' 라는 전제 조건에서 이미 영화는 시작되어있다. 다만, 유난한 소재에 비해 사건진행은 사소하게 진행된다. 연출상 일본 특유의 문화가 보여 조금 당황스럽지만 뚜렷한 자극 없이 천천히 로맨스의 전개 방식을 따라간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그런 면에서 매력적인 영화였다. 자칫하면, 로맨스 영화라는 틀을 벗어나 뒤죽박죽이 될 수도 있는 표현하기 어려운 소재를 두고 관객으로 하여금 완전한 한 편의 로맨스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뒤로 미뤄놓고 ... 영화 속 첫번째 관람포인트는 영화 속 여백에 있다. 배경음악과 필름화된 사진들의 적절히 교차시켜 영화 사이에 짧은 여백을 만들어낸다. 전반부에서는 오프닝의 느낌을 살려주려 한 것이 느껴지지만, 후반으로 돌입하며 감정선을 길게 이어주는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둘째로, 당시 년도의 시대상과 배경을 보는 것에 재미가 있다. 국내 정서와는 다른 모습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함에서 오는 재미도 영화가 주는 특별한 요소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전반적인 배치와 연출에 있다. 영상미는 둘째치고, 전개속도와 더불어 시점의 큰 변화 없이 영화를 끌어가는 것이 흥미롭다. 영화 속 인물들의 양상은 다양하고 시점은 츠네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이것이 영화를 후반부까지 잘 이끌어간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제목부터 아이러니한 조합에 이끌려 영화를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제목의 의미는 영화만큼이나 특별하다. 주인공인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와의 만남에서 그녀는 자신의 본명인 '쿠미코'라는 이름을 숨기고 '조제'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현실에선 움직일 수 없고 무엇도 할 수 없는 몸이지만 소설 속 '조제'라는 이름을 통해 사랑을 하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영화 전반적으로 그녀는 '조제'로 남아있다. 무엇을 하든 어떤 삶을 살든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쿠미코는 어디에도 갈 수 없기에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인 '호랑이'는 그녀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다만, 츠네오를 만난 뒤 츠네오와 함께라면 볼 수 있었다. 그녀에게 츠네오는 상쇄시킬 수 있는 사랑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제는 아주 외로운 곳에서 살았다. 그녀의 공간은 몇 평 되지 않는 방안이었고 만나는 사람은 할머니가 전부였으며 그녀에게 탈출구는 오직 이른 아침에 나가는 산책이 전부였을 뿐이다. 그런 그녀의 삶에 불쑥 등장한 츠네오였다. 함께 밥을 먹고, 외출을 하고, 시간을 나누며 둘은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한다. 그녀의 할머니가 나타나 조제에게 이런 삶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를 다시끔 찾아간다. 어쩌면 물고기는 그녀의 삶을 간접적으로 비추는 소재가 아니었을까. 일정한 공간과 틀에서 제 몸을 벗어나지 못한 채 한정적인 삶만을 살아야 했던 그녀 스스로를 물고기에 투과했을 수도 있고, 결국 츠네오 덕분에 한계에서 벗어나 바다로 떠나게 되어 그녀의 삶이 한층 더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일 수도 있고, 그와 함께 묵은 숙소에서 물고기를 바라보며 스스로를 물고기라 칭하며 쓸쓸함에 오는 동질감이었을 수도 있다. 앞선, '조제'와 '호랑이'에 비해 '물고기'의 의미는 어느 쪽으로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내용으로 돌아와, 전반적으로 재미있었던 점은 츠네오가 그녀를 단순 장애인으로써 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녀를 '장애인'으로써 동정하는 것이 아닌 '한 여자'로써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와 함께한다. 그의 행동에 특별한 배려는 없다. 그녀를 업어주는 것 외에는 가끔 그녀가 걷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도 어렵다. 영화 전반적으로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평범히 연애하는 남녀' 그렇게 느껴지게끔 연출을 이어가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렇기 떄문에 오히려 사랑의 평범함에 대해서 잘 드러나지 않았을까. 주인공 둘 다 극적인 가상의 인물이기는 하나 둘의 행동에 큰 변화를 두지 않음으로써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꽤나 적나라한 베드씬을 넣어놓은 이유도 여기 있지 않나 싶다.
영화에 대해 알아보면서 조금 아쉽게 느껴졌던 건 이 영화가 마치 '장애'에 관한 사회적 문제를 다룬 영화처럼 비춰진다는 것이다. 물론 놓칠 수 없는 부분이고 감독의 주제의식이 어느정도 엿보이는 장면들도 여럿 볼 수 있다. 다만, 본질이 로맨스인 이 영화에서 더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사랑'에 관한 고찰이었을지도 모른다. 조제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장애에 대한 극복으로 당당한 삶' 같은 것들이라기 보다 '사랑으로 이루어진 변화와 여정'이라고 이야기 하고싶다. 무엇보다 영화 속 조제의 설정이었던 '장애'가 사실 신체적인 불편함 그 자체를 의미하기 보다 '일상 속 일반인들이 사랑하며 마주하는 일종의 장애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사람을 만나며 우리가 겪는 장애는 신체, 감정, 불안, 재력, 환경 등 어떤 요소도 될 수 있다. 영화 속 설정에서는 신체를 토대로 장애물을 구축해, 사랑하는 사람끼리 마주칠 수 있는 차이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 츠네오를 누구도 탓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츠네오는 진심으로 오열한다. 아무것도 아닌 순간에 담백하게 이별을 말하고서 말이다. 누가 있든 개의치 않고 그저 울기만 할 뿐이다. 그런 그의 모습은 조제를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동정으로서 그녀를 배려한 것이 아닌 짧고도 길었던 1년하고도 몇 달간의 연인 관계였던 조제를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 담담한 이별이었지만 조제를 두고 돌아서야 했던 츠네오가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조제를 데리고 가족들에게 인사하러 가는 길에 고민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랑에 대한 책임감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진 츠네오의 모습도 이해가는 슬픈 양면성이 가슴에 남는다.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난 두 번 다시 거기로 돌아가진 못할 거야. 언젠가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난 길 잃은 조개껍질처럼 혼자 깊은 해저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겠지.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아' 라는 무기력한 말과 다르게 전동휠체어를 타고 일상을 보내는 조제의 모습이 한편으론 마음이 놓였다. 넘치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이 아닌가 싶다.
영화를 보고나서 깊은 후유증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그건 남아있는 조제를 위하는 마음이자 둘의 사랑을 옆에서 직관한 후에 오는 상실감일지도 모르겠다. 둘이 결국 이별했으니 비극적인 엔딩이라고 말해야할까? 어쩌면, 우리가 바랬던 것 처럼 '둘은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 그 후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와 같은 엔딩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원하던 엔딩에 도달한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 꼭 영화가 결말이 나야만 엔딩이 아닌 것처럼 주인공 둘도 결국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고 또 다른 사랑의 과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 몇 평짜리 공간에서 발을 뗀 조제의 앞에도 어떤 날들이 기다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또 다른 삶을 기대할 수 있다. 조금 억지스러울지도 모르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해피엔딩이 아닐까. 사랑에 대한 본질과 동시에 사랑이 가진 연약함을 깊게 엿볼 수 있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아쉬움을 달래고 글 몇자로 영화를 담아낸다. 영화 속 츠네오가 그랬듯 조제같은 여자는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것만 같다.
사진 출처 : <ジョゼと虎と魚たち .> In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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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시간과 장소, 영화
씨네랩의 초대를 받아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
서늘하고 건조한 헬싱키의 풍경이 유머와 사랑으로 따뜻하게 물든다.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낯선 두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두말할 나위 없는 로맨스 영화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감정의 진폭은 절제되어 있다. 이름도 모르는 여자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여자는 남자의 연락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카우리스마키 감독 특유의 아주 덤덤한 말투와 무표정한 얼굴로. 설사 감독의 웃음 코드와 맞지 않을지는 몰라도 이 영화가 사랑스럽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안사(알마 포이스티)는 다소 피곤한 표정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에 스티커를 붙이고 분류한다. 경비원의 눈길은 시종일관 안사를 향한다. 그 눈빛은 애정과 호감이 아닌 감시의 눈이다. 경비원은 직원들이 스티커를 붙이고 제품을 폐기하는 모습을 경직된 모습으로 응시한다. 결국 안사는 폐기 제품을 챙기고 노숙자에게도 음식을 나눠줬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사회에 만연한 비정규직의 서러움은 동료들과 함께 매니저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끝난다. 안사는 곧바로 다른 일을 찾아 나선다. 삶의 어려움은 근무 환경의 팍팍함만이 아니다. 안사는 전기세 고지서를 보다가 콘센트를 뽑고 이내 차단기까지 내려버린다.
홀라파(주시 바타넨)는 우울과 과음의 순환에 빠진 건설 현장 노동자다. 노후된 장비로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 홀라파는 높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빌미로 해고당한다. 고독을 좋아하지만 사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홀라파는 술을 통해 우울한 현실을 잊는다. 동료 한네스는 이런 그를 이끌고 가라오케로 향한다. 그곳은 노래를 부르고 들으며 현실의 고단함을 잠시 뒤로 하는 곳이다. 가라오케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안사와 홀라파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가 흘러나오는 동안 사랑에 빠진다. 세레나데와 함께 안사와 홀라파의 얼굴 클로즈업이 짧게 교차되며 서로를 향한 마음을 드러낸다.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여지없이 사랑은 시작된다.
안사와 홀리파의 사랑은 무미건조하면서도 따뜻하다. 겨우 전달한 번호를 적은 쪽지는 바람에 날아가 버리고 서로의 이름도 모른다. 연락할 방도가 없기에 무작정 영화관 앞에서 상대를 기다린다. 빠른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현실이 무색하게 이 영화의 사랑은 느리다. 안사는 타인을 걱정할 줄 아는 사람이다. 고주망태로 버스 정류장에 잠든 홀리파가 불량 청소년들에게 에워싸인 것을 보고 다가가고, 그의 얼굴을 고쳐주고 쓰다듬어준다. 그의 사랑은 안락사를 당할 뻔한 강아지에게도 이어진다. 하루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내일의 삶이 곤궁해지지만 자신과 다른 존재에게 관심을 쏟고 보살피려는 노력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의 시대적 배경은 안사의 새로운 직장인 ’캘리포니아 펍‘에 걸린 달력에서 알 수 있듯이 2024년이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80년대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데, 인물들이 TV는커녕 라디오로 뉴스와 음악을 듣고 유선 전화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디오에서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의 속보는 퇴보한 현대를 충분히 설득한다. 감독은 전쟁의 여파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사람들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마저 뛰어넘으려 한다. 분명 배경은 헬싱키지만 각 가게에는 특정 나라의 도시 이름이 쓰인다. 초점 없는 눈으로 연거푸 맥주만 들이켜는 사람들이 모인 ‘캘리포니아 펍’의 사장은 마약 거래를 하다 적발된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카페’의 음료는 과연 알록달록하다. 두 사람의 첫 데이트 장소인 낡은 극장은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시대의 영화가 모여있는 곳이다. 두 사람은 짐 자무시의 좀비영화 <데드 돈 다이>를 함께 보고 나온다. 극장에는 로베르 브레송과 장 뤽 고다르의 영화 포스터가 걸려 있다. 극장에서 나온 사람들은 브레송과 고다르를 언급하며 소감을 전한다.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사랑을 말하는 영화인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음악은 사랑의 시간이요, 영화는 사랑의 장소임을 일깨운다. 나라와 나라를 넘나들며, 시간을 초월하여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것이 영화와 음악임을 유쾌하게 고백한다. ‘채플린’이라는 강아지와 함께 두 사람이 걸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모던 타임즈>가 연상되는 마지막이다. 자본주의의 굴레 속에서 하나의 사랑을 찾는 망명자를 대변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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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감정의 파노라마
정말 마음이 아팠던 순간을 만나면 누구나 울음을 터뜨린다. 마음껏 눈물을 흘리면서 그 슬픔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면 마음속에 있는 무거움과 압박이 조금 해소된 느낌을 가지게 된다. 매 순간이 기쁨으로 가득 차있다면 물론 행복하겠지만, 실제 인생에선 기쁨을 느낄 시간보단 아픔과 슬픔을 느끼는 시간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슬픔의 감정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 영화가 바로 <인사이드 아웃> 1편이다.
2015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기쁨, 슬픔, 까칠, 분노, 소심이라는 감정들이 11살 라일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무척 흥미롭게 보여줬다. 디즈니의 픽사는 한 사람의 머릿속에 감정들과 기억을 처리하는 공간을 진짜 존재하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창조해 냈다. 기쁨을 담당하는 조이가 조종간을 잡으면 라일리도 기쁨을 느끼고, 분노를 담당하는 버럭이가 조종간을 잡으면 화를 낸다. 실제 라일리가 느끼는 상황에 따라 감정이 변화하는 모습을 무척 자연스럽고 이해하기 쉽게 화면으로 담아냈다.
[첫 번째 감정] 불안
이번 <인사이드 아웃2>는 사춘기가 된 라일리의 감정들을 다룬다. 더 확장된 감정에 어찌해야 할지를 알지 못하는 라일리의 모습과 감정들을 보여준다. 특히나 불안은 라일리의 행동을 흔드는 가장 큰 감정이다. 라일리는 새로운 학교와 친구들, 그리고 학업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불안은 라일리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불안으로 인해 라일리는 자주 예민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영화는 라일리가 시험 성적에 대한 불안으로 밤잠을 설치고, 친구 관계에 대한 걱정으로 식사도 제대로 못 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는 사춘기 청소년들이 겪는 공감할 만한 상황이다.
영화는 라일리의 불안이 어떻게 그녀의 성격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세심하게 그려낸다. 불안한 감정에 휩싸인 라일리는 종종 자기 자신을 의심하고, 작은 실수에도 크게 자책한다. 이러한 모습은 불안이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두 번째 감정] 당황, 따분, 부럽
불안만 있는 건 아니다. 불안이 주로 영향을 주긴 하지만 중간중간 당황이나 부끄러움을 느끼는 포인트도 늘어난다. 라일리가 학교에서 발표를 하다 실수를 하거나,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말을 더듬는 순간들이 그 예이다. 특히나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줄 알고 반응했다가 실수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상황이다.
따분함을 느껴 누군가를 비꼬거나 무시하는 감정도 자주 찾아온다. 라일리는 수업 중에 딴짓을 하거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청소년들의 전형적인 태도로, 영화는 이를 통해 라일리의 감정 변화를 더욱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부러움도 청소년기에 많이 나오는 감정이다. 라일리는 반에서 인기 많은 친구나, 학업 성적이 우수한 친구들을 부러워한다. 이는 사춘기 시절 많은 이들이 겪는 감정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면서 생기는 부러움이 자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다.
[세 번째 감정] 자아 형성
영화 초반 자아의 모습은 하얀색이거나, 빨간색이다. 단색으로 이루어질 거라 생각했던 자아는 영화 후반에는 다채로운 색깔로 변화한다. 상황에 따라 색깔이 이리저리 변화되며, 이는 다양한 감정들이 섞여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을 상징한다.
자아 형성의 과정을 사회심리학적 이론과 연결해 보면, 이는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과 관련이 깊다. 에릭슨에 따르면, 사춘기 시기는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라일리는 영화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며 자신의 자아를 찾아간다. 이는 에릭슨의 이론이 제시하는 자아 정체성 확립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이 과정을 통해 라일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점점 더 명확히 하게 된다. 이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아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영화는 이러한 자아 형성의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내며, 라일리가 성장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담아낸다.
결론적으로 1편의 신선함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훌륭한 픽사의 감정 세계와 감정의 작용 방식을 영상으로 무척이나 쉽고 감동적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라일리의 감정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사춘기를 겪는 모든 이들에게 큰 위로와 공감을 줄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감정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다양한 감정들이 조화를 이루며 우리의 자아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사이드 아웃2>는, 감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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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세대 조경가 정영선
도심 속 선물과도 같은 선유도공원부터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과거와 현재를 잇는 경춘선 숲길까지··· 우리 곁을 지키는 아름다운 정원을 탄생시키며 한국적 경관의 미래를 그리는 조경가 정영선 공간과 사람 그리고 자연을 연결하는 그의 사계절을 만나다.
<땅에 쓰는 시> 줄거리
영화의 시작은 뛰어노는 아이들이다. 초록의 공간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 영화가 담고자 한 것의 전부이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자연을 물려주는 것이 소원이라는 정영선 조경가의 제프리 젤리코상 수상소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인 셈이다.
<땅에 쓰는 시>는 봄부터 겨울까지, 그리고 다시 봄으로 돌아오는 계절의 조경을 보여준다. 새순 돋고 꽃 피어 모두가 자연을 즐기러 나오는 봄, 푸르른 식물들의 생명력이 가장 돋보이는 여름, 단풍에 의해 세상이 전부 알록달록 물드는 가을, 그리고 다시 돌아올 봄을 위해 잠시 쉬어가는 겨울까지. 영화에서는 정영선 조경가님이 참여하셨던 곳의 사계절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개중에는 가본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었다. 가봤던 곳이라면 이곳을 조성한 분이 이런 생각을 갖고 만드셨구나, 거기에 있던 식물이 이거였구나 등의 생각이 들며 처음 보는듯한 새로운 공간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가보지 않았던 곳이라면, 여러 생각과 손이 거쳐 만들어진 곳이 있었구나 라는 발견을 할 수 있다.
조경은 사실 잘 티가 나지 않는 일이다. 우리 주변에 조성되어 있는 풀과 나무들이 모두 조경가의 손을 거친 것일 테지만 우리는 이를 체감하면서 살아가진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더욱 기꺼웠는지도 모른다. <땅에 쓰는 시>를 보고 나오면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보기 전과는 다르게 보인다. 잠깐 생겼다 사라지는 팝업스토어조차도 브랜드에 맞춰, 우리나라 생태에 맞춰 조경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앞으로 어느 곳을 갈 때마다 그곳의 식물들을 유심히 살펴볼 것 같다.
또 영화에서는 나오는 식물들의 이름을 꼭 하나하나 언급하고 지나갔는데, 이 부분이 매우 마음에 들었었다. 잠깐 걷는 거리에서도 우리는 정말 다양한 식물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이름은 대부분 모르고, 알려 하지도 않았다. 영화에서는 이런 식물들로 공간을 조성하는 조경가를 비추기 때문인지 이들 일에서 가장 중요한, 어쩌면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식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다 일러준다. 물론 영화에서 모든 식물이 나오지도 못했고, 한번 본 걸로 이들을 전부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땅에 쓰는 시>에서 식물 하나하나를 조명해 줌으로써 우리 근처에 존재하는 이들의 존재를 인지하게 만든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무엇이 외래종이고 무엇이 토종 식물인지 구분하지 않기 시작했다. 예쁘면 옆에 두고 원래 있던 식물들도 뽑아내고 심었다. 이런 와중에 정영선 조경가는 한반도 자생 식물들을 다시 우리 곁에 가져다 놓았다. 산수유나무, 미나리아재비 등의 식물들은 정영선 조경가의 손이 거친 어디든 존재한다.
정영선 조경가가 한국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을 많이 쓰는 만큼 그중 하나인 생강나무도 영화에 종종 등장했는데, 이덕에 이름도 모른 채 그저 스쳐 지나갔던 나무의 이름이 생강나무이고, 한 번도 아름다울 거라 상상하지도 않던 생강나무가 이토록 아름답다는 것을 깨칠 수 있었다.
잎이 다 떨어지고 가지만이 앙상하게 남은 겨울의 풍경도 아름답게 조성하는 것이 조경가의 일이라고 한다. 황량한 겨울의 식물들을 가꾸며 다시 돋아날 새잎들을 기다리는 모습은 정영선 조경가가 가꾸어낸 조경이 우리 세대 그리고 그다음 세대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정영선 조경가가 가꾸는 정원에서 아이가 자신의 손으로 새로운 식물을 심는 마지막 장면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우리의 자연을 넘겨주고 싶다는 정영선 조경가의 뜻이 담겨있다. 영화를 통해 우리나라 1세대 조경가 정영선의 정신을 엿보며 우리가 보는 풍경이 어떠한 생각을 거쳐 나왔는지 알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조경이 한국의 것, 우리의 것을 지키고 우리와 우리 다음의 세대에게 계속 자연을 사랑하고 늘 존재하는 당연한 것이 되게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땅에 쓰는 시>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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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체성을 찾기 위한 네 친구의 모험
*개봉 전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십 대 시절을 지나면서 조금씩 만들어진다. 부모과 가족의 영향을 받고, 더 크게 보면 국가의 영향을 받는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성장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은 한국 부모 밑에 자란 한국 사람이 된다. 너무나 당연한 정체성 인식과정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가족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을지 몰라도 국가적인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에서 살다가 다른 나라로 간 경우나 다른 나라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온 경우에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생기게 된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 다른 나라인 미국으로 건너갔다면 그 사람은 한국 사람일까. 아니면 미국 사람일까. 과거와 달리 다른 나라로 간 이민자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그 이민자의 자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확립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이도저도 아닌 자신에 대해서 더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 끝에, 결국에는 인생의 어느 순간에 자신의 뿌리가 어디인지 찾아가게 된다.
아시아계 미국 입양인 오드리의 이야기
영화 <조이 라이드>는 어린 시절 미국 부모에게 입양된 오드리(애슐리 박)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오드리는 아주 어린 시절 중국에서 미국 부모님에게 입양된다. 어린 시절에 우연히 만나게 된 중국계 이민자 가정의 롤로(셰리 콜라)는 오드리와 중국계 아시아인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더욱 가깝게 지내게 된다. 가장 친한 친구가 된 두 사람은 주변의 인종차별적인 상황을 같이 이겨내고 의지하면서 성공적인 성장을 만들어낸다.
영화는 이 두 사람의 학장시절의 주요 순간을 짧은 편집을 통해 보여주면서 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경쾌하게 보여준다. 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시아계 미국인이로서 겪게 되는 일들이 어떤 것인지, 그 모든 경험이 결국 그들을 어떤 어른으로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면서 두 인물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영화에서 가장 중심이 된 인물은 오드리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변호사가 된 그는 직장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알파걸이다. 그런 그는 상사로부터 중국에 있는 고객과의 계약을 따오라는 지시를 받고 친구 롤로와 함께 중국으로 향한다. 여기에는 롤로의 친척인 데드아이(사브리나 우)와 오드리의 대학 친구인 캣(스테파니 수)도 동행한다. 오드리의 중국 고객은 가족의 존재를 강조하며 며칠 뒤에 있을 파티에 오드리의 엄마와 같이 참석하라는 요구를 하게 되고, 그 일이 실행되었을 때 계약서에 서명을 하겠다는 답을 듣게 된다.
하지만 오드리는 아주 어린 시절에 입양되어 생모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이때부터 오드리와 세 친구들은 오드리가 입양될 때 관여된 입양기관에 찾아가는 것을 시작으로 생모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영화가 보여주는 네 친구의 여정은 무척 경쾌하다. 영화는 입양 기관에 가는 것을 시작으로 중국과 한국, 미국을 오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코믹한 설정과 약간의 성적인 코드를 이용한 웃음코드가 오드리의 무거운 상황을 희석시킨다. 또한 그들이 중국의 문화나 분위기를 관찰하고 본인들이 끌리는 이성과 어울리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도 다른 인종과 관계없이 자신의 욕구를 표현할 수 있는, 다르지 않은 존재라는 것도 보여둔다.
네 아시아계 미국인의 로드무비
이들은 모두 아시아계 미국인들이다. 그중에서 오드리는 입양되어 진짜 부모를 모르는 인물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그동안 무시했거나 신경 쓰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인 다른 친구들보다 더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미국인 부모 밑에서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 표현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오드리는 그 사실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 중반 그가 중국의 문화나 한국의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왠지 모를 친숙함을 느끼는 모습에선 그가 가지고 있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궁금증이 드러나게 된다.
오드리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오드리와는 다르게 자신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는 확고하게 알고 있다. 중국에 친척이 있고 중국어도 꽤 능숙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드리는 중국어를 하지 못하고,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도 낮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모습은 그의 부모가 어떤 모습일지, 그 부모를 만난 오드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영화의 전반부는 미국에서, 중반부는 중국에서, 후반부는 한국에서 진행된다.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되는데, 미국에서의 오드리는 그야말로 미국인처럼 사고하고 행동한다. 그런데 그가 중국으로 넘어가 중국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왠지 모를 친근함을 느낀다. 그렇게 그는 중국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중국인의 사고와 행동을 받아들인다. 그가 느끼는 친근함 때문인지 중반부의 친구들은 모두 마음이 한없이 풀어져 어떤 행동도 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상태가 된다. 그러다 한국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오드리의 생모에 대한 비밀이 드러나면서 중국 친구들과의 갈등이 심화된다. 그렇게 나쁜 일들이 연속으로 벌어지는 후반부에서의 오드리는 한국인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오드리가 느끼는 정체성이 변화할 때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변하고, 그가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찾은 이후에 그 모든 혼란은 정리된다. 영화 <조이 라이드>는 그런 이야기 구조를 통해서 오드리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진정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한편으로 영화 중반부에 포함된 성인 코미디 장면이 조금은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시아계 미국인이면서 여성인 그들이 당당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고 행동한다는 측면에서 그들의 당당함이 긍정적으로 느껴진다.
오드리의 정체성에 따라 변하는 친구들과의 관계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은 네 친구가 파리로 함께 여행을 가서 밥을 먹는 장면이다. 그 마지막 식사가 인상적이다. 프랑스 파리의 식당에서 중식과 한식 요리를 먹으며 한국 맥주와 소주를 마시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세계 어느 곳에서도 각자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세계 어느 곳에 있든 자신만의 정체성을 언제든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온갖 종류의 인종과 국가가 뒤섞여 사는 현대 사회에서는 그런 정체성을 알고 드러내면서 사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를 연출한 아델 림 감독은 과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과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각본을 썼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아시아계 인물들이 중심이 되는 영화를 계속 작업해 온 것이다. 자신도 경험했을 정체성의 혼란을 영화 <조이 라이드>에 그대로 담았고, 그 혼란을 우울하게만 보여주지 않고 경쾌한 코믹 로드무비 형태로 설정하여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오드리 역을 맡은 애슐리 박은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으며, 캣 역의 스테파니 수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주연을 맡았었다. 이 두 배우를 포함해 코미디언으로 알려진 롤로 역의 셰리 콜라와 데드아이 역의 사브리나 우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아시안계 미국인 네 명이 주연을 맡아 이끌어가는 영화라는 점이 영화를 더 흥미롭게 만든다.
영화 속 오드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정체성의 진짜 모습을 알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내면 깊숙이 가지고 있던 정체성에 대한 궁금증을 생모를 찾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고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내고 만다. 영화에서 그가 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과 발견 이후의 모습이 무척이나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미국 이민자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조이 라이드>는 다양한 웃음코드를 보여주고 있어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따뜻하고 경쾌한 영화다.
*본 포스팅은 배급사로부터 소정의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내용은 주관적인 의견을 반영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영화의 스틸컷은 [배급사]로부터 전달받았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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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스포라들의 뿌리 내리기, <미나리>
※ 이 글은 영화 <미나리>의 내용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1. 국경을 넘어 씨를 뿌리는 자들
디아스포라(diaspora)란 '~넘어', '경유'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전치사 'dia'와 '씨를 뿌리다'라는 의미의 동사 'spora'가 합쳐져 생긴 말이다. 다시 말해, '국경을 넘어 씨를 뿌리는 자'들을 가리킨다. 이 단어는 본래 이스라엘 밖을 거주하는 유대인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시간이 흘러 자신의 태생지를 벗어나 다른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주민, 난민, 이주노동자, 소수민족 공동체 등을 모두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디아스포라들이 만든 작품들을 두고 디아스포라 문학, 디아스포라 영화 등이라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아이작 정 리의 영화, <미나리>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는 이민 1세대들의 이야기를 그렸으니 디아스포라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확실히 해야 하는 것은 이 영화가 단순히 '재미 디아스포라'들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우리가 영화 <미나리>에서 '한국'과 '한국적인' 것에만 초점을 둔다면, 우리는 이 영화가 전하는 많은 메시지들을 놓치게 될 것이다.
분명히 이 영화는 곳곳에서 한국적인 요소들을 탁월하게 드러낸다. 그것은 한국인들에게는 한국적인 공감을, 백인 중심의 할리우드 영화계에 있어서는 '보기 드문' 독자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면 <미나리>가 이토록 주목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공감받지 못하는 영화는 그 생명력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나리>는 누구의 공감을 받았을까? 다름 아니라, 또 다른 '디아스포라'들이다.
그렇다. 디아스포라들의 땅인 미국에서, 이 영화가 각광받는 것은 이상할 일이 없다. 시기는 다르지만 그들은 저마다 고향 땅을 떠나 새로운 삶의 터전에 씨를 뿌리고 뿌리를 내린 사람들이다. 그 과정은 때론 희망적이고, 때론 처절하다. <미나리>의 가족들의 모습은 재미 동포들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지극히 미국 시민적인 모습이기도 하다는 소리다.
디아스포라의 의미를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한다면, 이 이야기는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나아간'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바야흐로 2021년. 고향에서 평생을 사는 사람은 이제 그리 많지 않다. 누구나 한 번쯤은 혹독한 타향살이를 경험했고, <미나리>는 그때의 뼈아픈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보편적이다.
<미나리>가 '제이콥'이 낯선 아칸소에 한국 작물의 '씨를 뿌리는' 이야기라는 점을 생각해 보았을 때, 이 이야기는 정말이지, 기가 막힌 디아스포라 영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2. 새로운 땅에 뿌리내리기
자, 이제 본격적으로 <미나리>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이 영화는 디아스포라들이 '씨를 뿌리고' '뿌리를 내리고자' 분투하는 이야기이자, 이성과 감성, 현대적 사고와 전통적 사고의 대립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러분은 화분을 분갈이해 본 적이 있는가? 아주 건강한 식물을 아무리 조심스럽게 옮겨도 식물은 본래 있던 화분에서 뿌리째 뽑혀 낯선 흙에 심기는 것을 버거워한다. 그들의 뿌리는 이질적인 흙에 적응하기 위해 분투한다. 잔뜩 움츠러든다. 어떨 때는 잎이 죄 시들기도 한다. 새로운 흙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그만큼 고달프다.
그것은 디아스포라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이고, <미나리>의 주인공, 제이콥 가족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바퀴 달린 집이다!"
그들의 바퀴 달린 집은 언제든지 토네이도에 휩쓸려갈지 모른다. 낯선 아칸소 땅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제이콥 가족의 심정과 마찬가지로.
제이콥 가족은 이미 미국에 이민 온 지 10년이 지났다. 그들은 저마다 스스로를 증명해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제이콥은 그들의 '에덴 정원'을 일구어 성공을 이루어내야 한다. 10년 동안 유능한 병아리 감별사로 일했으나 뾰족하게 가계를 성장시키지 못한 그에게 농장은 마지막 보루이다. 모니카는 심장이 약한 데이빗이 늘 걱정이다. 아칸소의 병원은 집에서 너무 멀리 있고, 그것은 언제 닥칠지 모를 아이의 위험에 대비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아이의 안전과 가정의 안정을 지키는 것이 그녀의 사명이자 목표다. 앤은 매일 같이 싸우는 부모님과 아픈 남동생을 둔 장녀이다. 그렇기에 그녀 역시 어린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또래보다 먼저 성숙해야 한다는 마음의 굴레를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데이빗은 심장에 구멍이 나 있다. 그는 언제나 연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여겨진다. 아이답게 한창 뛰어 놀 나이지만 그러지 못한다. 아이는 죽음을 두려워한다. '연약한 아이'라는 말을 멍에처럼 쓰고서.
수평아리는 쓸모가 없어. 그래서 폐기되는 거야.
그러니까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병아리 감별소에서 제이콥은 데이빗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들의 처지는 병아리 감별소의 병아리들과 다를 것이 없다. 쓸모가 있으면 살아남지만, 쓸모가 없으면 '폐기된다'. 그래서 그들은 더욱 절실해진다. 살아남고 싶기 때문이다. 잘 살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3. 우물 찾기의 여정
"나는 여기에 가든을 하나 만들 거야"
제이콥은 절실한 만큼 자수성가의 꿈을 키워나간다. 이렇다 할 밑천도 없이 빛으로 시작한 농사일이었지만 그는 이 일에 꽤 자신이 있었다. 해마다 한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이민자들만 3만여 명이라고 하니, 한국 농작물을 파는 일은 썩 전망이 좋은 일이었다. 그는 '멍청한 미국 놈들'이나 '약삭빠르고 제 잇속만 챙기는 도시에 사는 한인들'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아무것도 없는 들을 일구고 우물을 판다. 그는 아들에게 말한다.
한국 사람은 말야, 마음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거야.
그의 이런 생각은 꽤 그럴싸해 보인다. 이웃의 폴은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기독교에 심취해 있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찾아간 교회에서는 무지가 낳은 인종차별 발언을 쉽사리 내뱉는다. 우물을 찾아달라고 사람을 불렀더니 나뭇가지로 물을 찾겠단다. 명석한 제이콥으로서는 기가 찰 수밖에.
그러나 삶은 뛰어난 머리 계산만으로 꾸려 나가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뿌리 없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제이콥의 가정에는 혼란과 평화의 올리브 가지를 물고 날아올 사람이 필요했고, 그것은 다름 아니라 모니카의 어머니, '순자'다.
4.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 순자
어린 데이빗이 보기에 순자는 할머니답지 않은 할머니다. 맛있는 쿠키를 굽기는커녕, 요리는 통 할 줄 모르고, 텔레비전이나 보면서 화투 치는 것을 낙으로 삼는다. 남자아이인 자기를 '프리티 보이'라고 하질 않나, 밤새 오줌을 좀 쌌기로서니 고추가 망가졌다고 '딩동 브로큰'이라고 하질 않나. 그녀가 그에게 건네는 것은 달콤한 케이크가 아니라 쓰고 고약하기 짝이 없는 한약이다.
데이빗은 생각한다. 이런 할머니는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고. 정도의 차이가 좀 있을 뿐이지, 그 사정은 앤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자란 두 아이에게 지극히 한국적인 '순자'는 너무나 낯설다. 이 할머니라는 존재는 당최 납득이 안 간다. 그래서 처절하게 저항한다. 나는 할머니가 싫어요!
"아팠을 텐데도 잘 참아냈구나. 스트롱 보이네, 스트롱 보이!"
앤과 데이빗에게 순자는 '틀'을 깨는 사람이다. 미국 할머니라면 하지 않을 법한 일을 스스럼없이 하고, 엄마(모니카)라면 하지 말라고 했을 일을 해도 좋다고 한다. 합리적이지 않다. 전통적이며 감성적이다. 머리로 생각하는 일에 익숙한 그들에게 순자의 모든 행각은 낯설고 불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순자에게 물들어 간다.
순자는 '아이들은 원래 아프면서 크는 거'라며 심장이 아픈 데이빗에게 뛰어도 좋다고 말한다. 만약 뛰기 힘들다면 걸어가자고 한다. 다친 아이에게 너는 연약하고 아픈 아이라고 하지 않고, 그 아픔을 이겨냈으니 강한 아이라고 한다. 그녀에게 데이빗은 언제든 죽을지 모르는, '쓸모없는' 아이가 아니라, 더없이 착하고 강한 아이다.
그녀가 보내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는 이성과 합리로는 이해될 수 없다. 그러나 데이빗은 그녀의 비합리적인 믿음을 받아들이면서 더욱 견고해진다. '스트롱 보이'이라는 순자의 말은 주술처럼 힘을 입어 데이빗을 강하게 만든다.
제이콥 가족은 순자의 등장을 시작으로 서서히 깨달아 나간다. 현대적인/도시적인 합리주의에 대한 그들의 견고한 믿음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어느 땅에든 사람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들은 광신도처럼 보이는 폴에게서 숭고한 지지를 얻고, 안 맞는 옷 같던 교회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 제이콥은 농작물 판매처를 찾았고, 데이빗은 심장 건강이 더 좋아졌다. 이대로만 간다면 그들의 삶은 좋을 것만 같다.
4. 인생은 새옹지마라
운명의 장난일까. 제이콥 가족이 꿈에 그리던 '온전한 자립'에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운명의 주사위는 그들을 두 발짝 뒤로 물러서게 하는 것 같다. 그렇게나 열심히 살았는데 세상은 야속하기만 하다. 데이빗의 몸이 좋아졌는데 순자는 뇌졸중에 걸려 몸을 가누지 못한다. 농작물이 훌륭히 자랐으나 부부간의 감정의 골도 자라났다. 기껏 한국 농작물을 팔 거래처를 찾았는데, 바로 그날, 자식같이 기른 농작물들은 한 번의 화재로 불 타 사라진다.
영화는 단순한 해피엔딩을 보여주지 않는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생기고, 나쁜 일이 있으면 그 너머에는 다시 좋은 일이 있다. 흔히 아메리칸드림하면 떠올리는 성공 신화와는 썩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파도치는 삶의 곡선 속에서 관객들은 제이콥 가족의 삶이 마냥 불행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불행의 순간은 언제나 닥쳐오지만 그 너머에는 다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므로.
뱀이 나온다는 수풀 사이에 발견한 샘에서는 순자가 한국 땅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앗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려 밭을 이루었다. 제이콥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그 미나리. 그토록 근사하게 자란 농작물들이 불타 사라진 후 남은 것도 바로 그 미나리였다. 제이콥이 데이빗과 미나리를 캐러 가며 '할머니가 참 좋은 자리를 찾으셨네.'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가 그간 품고 있던 고집을 버리고 그가 '비합리'적인 것으로 생각한 세계를 수용하였으며, 그로 말미암아 한 발짝 더 성장할 것임을 알게 해 준다.
5. 시련의 극복을 통한 성장 서사
다시 말하자면 이 한 편의 영화는 지독한 시련을 통해 성장통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동시에 구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시련은 뼈 아프나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 혹은, 성장을 확인하게 한다. 제이콥은 애지중지 기른 작물들이 모두 불타는 그 헛간에서 비로소 모니카를 구한다. 자식 부부의 한 해 수확을 모두 불타게 한 자신을 자책하여 물가로 향하는 순자를 불러 세운 것은 다름 아닌 앤과 데이빗이다. '할머니 가지 마세요. 우리랑 같이 집에 가요.' 심장이 아파 뛰지 못하던 데이빗은 할머니를 향해 달려간다. 손을 내민다. 심장이 아파 뛰지 못한다던 자신에게 할머니 순자가 기꺼이 손을 내밀어줬던 것처럼.
이러한 일련의 서사들을 통해 '쓸모를 증명하고자' 했던 제이콥 가족은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으며', '쓸모 있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배운다.
그들의 뿌리내리기는 여전히 때론 즐겁고, 때론 고달플 것이다. 그러나 예전만큼 처절하거나 고독하지는 않으리라.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 남은 희망처럼 그들의 삶 속에는 푸른 미나리가 밭을 이루고 있을 것이므로.
+) 알면 재미있는 기독교적 관람 포인트
1. 제이콥은 히브리어로는 '야곱'이다. 약삭빠른 야곱은 신의 사자와 씨름을 하여 신의 인도와 번영된 삶(땅)을 약속받았다.
2. 데이빗은 히브리어로 '다윗'이다. 소년 다윗은 골리앗이라는 거인과 싸워 이겼고 이후 이스라엘의 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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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주얼과 흥이 살아있는 모아나 2 / 전작보단 별로인듯 / 열정적인 음악과 춤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모아나 2" 후기입니다.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쿠키영상이 엔드크레딧 전에 1개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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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개봉 예정 독립, 예술 영화 Best 7 - ( #프렌치수프 #이소룡들 #니자리 #양치기 #다섯번째방 #생츄어리 #다우렌의결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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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영화등대 채널을 사랑해주시고 봐주시는 구독자 및 시청자 여러분들 모두 잘 지내셨나요. 오늘은 오랜만에 돌아온 영화등대 채널이 선정한 [6월 개봉예정 영화] 소개 영상을 준비해보았는데요. 해당 작품들은 상황에 따라 개봉 일정이 변경될수 있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정하였으니 작품성이나 별다른 기준이 없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또한 해당 작품들의 관계자나 투자 및 배급사의 어떠한 대가를 제공받고 제작된 영상이 아님을 밝힙니다. 그럼 바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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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임 유어 맨> 티저 예고편
페르가몬 박물관의 고고학자 ‘알마’는 연구비 마련을 위해
완벽한 배우자를 대체할 휴머노이드 로봇을 테스트하는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오직 ‘알마’만을 위해 뛰어난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래밍된
맞춤형 로맨스 파트너 ‘톰’과
3주간의 특별한 동거를 시작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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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서울의 봄> 티저 예고편
1979.12.12 군사반란 발생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 9시간 대사 하나 없이 압도적인! [서울의 봄] 티저 예고편 대공개 ? 11월 22일 극장 대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