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롬2023-03-04 16:01:25
더 참혹하고, 가슴 아프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2022)
<서부 전선 이상 없다>라는 영화는 오리지널 영화가 아니다. 1929년 소설 원작을 비롯 이미 1930년대와 1979년에 영화화한 작품이고, 이번 2022년에 한 번 더 리메이크화 된 작품이다. 20세기 영화들과 크게 변화된 줄거리 없이 이어지는 플롯과 대비된 더 생동감 있는 미장센이 1차 세계대전 속 참담함과 잔혹함을 부각한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제1차 세계대전 프랑스 지방 동북부 지역에서 벌어지는 참호전 중 독일 병사 시선에서 플롯이 진행한다. 서로 죽고 죽이는 이 치열한 참호전의 실태와 현실을 영화에 그대로 드러난다. 고작 몇 백 미터 땅을 진전하고자 백병전과 인해전술을 동원해 몇 백만 명이 희생되는 1차 세계대전 속 참혹함을 너무나도 훌륭한 미장센을 통해 표현한다. 색조 효과는 참호전에 띄는 푸른빛은 전쟁의 차갑고 냉담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경기관총과 수류탄이 쏟아내는 난사로 푸른빛의 전장이 곳곳에서 터지는 갈색 먼지바람과 병사들이 흐르는 피로 붉그스름하게 섞이며 공기가 변화한다. 이 뿐만 아니라 오블리크 샷(oblique shot), 클로즈 업(close up)을 이용해 병사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롱 샷(Long shot)을 통해 격전으로 죽거나 다치는 병사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던가 혹은 전쟁으로 떠들썩한 환경에 맞지 않는 주변 자연경관을 조용히 보여주며, 조용하지만 늘 불안함을 안고 있는 1910년대 풍경을 보여준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2022)가 세 번째 영화화를 할 정도인 이유는 역시 뛰어난 원작의 내용 덕분이다. 참혹한 참호전의 표현, 인간의 윤리 배반, 1분에 1명 꼴로 죽어나가는 전쟁터가 익숙하듯이 사람이 죽는 게 낯설지 않다는 뉘앙스가 강렬한 영화 제목 등이 있다. 특히, 프랑스나 여타 연합국과 마찬가지로 독일 역시 전쟁 속에서는 서로가 피해자만 되는 꼴인 의미 없는 희생과 불필요한 싸움으로밖에 없는 아픔을 영화 속에서 훌륭하게 표현하기에 원작이 칭송받지 아니한가. 그러나 흑백영화와 당시에는 대단했지만 지금 들어서는 아쉬운 사운드 연출을 이번 <서부 전선 이상 없다>(2022)에서 완전히 업그레이드하여 더 강렬하게 전쟁을 느끼게 해 준다.
Relative contents
-
- 폭력을 받아들인 자에게 열리는 다음 라운드
클라우드 (Cloud, 2024)
폭력을 받아들인 자에게 열리는 다음 라운드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스릴러, 액션
러닝타임 : 124분
감독 : 구로사와 기요시
출연 : 스다 마사키, 후루카와 코토네, 오구다이라 다이켄, 오카야마 아마네, 쿠보타 마사타카
개인적인 평점 : 3/ 5
쿠키 영상 : 없음
“하여간 특이해”, “이상한 애네”
한국인들의 사랑이 시작되는 대표적인 시그널로 통하는 말이다. 나도 이렇게 사랑에 빠졌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불분명하고 의아하고 이상하다. 그런데 그래서 다시 찾게 된다. 잠시 헛웃음이 나게 하다가도 금세 진지함을 보이는 그의 영화엔 미묘한 매력이 있다.
<클라우드>는 특히 이런 미묘함과 혼탁함이 빛나는 영화다. 주인공 요시이를 맡은 배우 스다 마사키는 혼탁함과 의아함이라는 애매한 요소들을 매력으로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는 몇 수 앞의 감정을 꿰뚫어 보는 듯한 신묘한 연기를 펼치며 영화 곳곳에 느껴지는 결핍을 메꿔내고 마치 솜사탕을 만들 듯 영화의 몸집을 몇 배로 불려내는 저력을 보여준다.
솔직히 말하자면 <클라우드>는 아무에게나 추천할 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적어도 스다 마사키를 좋아하는 관객에겐 큰 고민 없이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주인공 요시이는 리셀러다. 그는 낮에는 옷을 깔끔히 세탁하고 다림질하는 세탁 공장에서 일하고 퇴근 후엔 구김살이 가득한 불법 리셀러 라텔로 활동한다. 그는 오직 감에 의지해 물건을 사재기하고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며 돈을 번다. 요시이의 물건이 비싸게 팔리는 요행이 반복될 때마다 그의 통장엔 숫자가 늘어나고 동시에 라텔을 향한 증오도 늘어난다.
세탁 공장 일과 리셀러를 병행하던 요시이는 최근에 사재기한 치료기로 크게 돈을 벌고 공장을 그만둔다. 그리고 한적한 호수 근처 저택을 임대한 후 그곳을 사무실 겸 연인 아키코와의 보금자리로 꾸민다. 요시이는 지금보다 더 큰돈을 벌길 바라며 사노라는 직원 한 명을 고용하고 더욱 본격적으로 리셀러 활동을 이어간다.
그 사이 온라인에선 리셀러, 사기꾼 라텔을 혼내주자는 피해자 모임이 생겨나고 누군가는 라텔을 향한 분노를, 누군가는 목적지가 없는 분노를 쏟아내며 하나의 팀을 조직한다. 이들은 라텔을 잡는 게임에 참가한 파티원이 되어 상식을 웃도는 폭력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요시이는 살아남기 위해 이전이라면 상상할 수 없었던 결단을 내리게 된다.
<클라우드>는 ‘액션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감독의 생각에서부터 시작된 액션 스릴러 장르의 영화로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몽롱한 꿈같은 작품이다. 이게 말이 되나 싶다가도 왜인지 말이 되는 것 같고 이런 놈들이 존재할까 싶은데 또 비슷한 놈들을 어디선가 본 것만 같다. 무지향성의 분노와 폭력, 집착이 범람하는 이 이상한 세계가 어쩐지 낯설지 않아 더 찝찝하고 흥미롭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각자의 이상한 집착을 가진 참가자들이 모인 게임
요시이, 아키코는 돈과 물건에 대한 집착, 사노는 고용주 요시이와 그의 변화에 대한 집착, 괴한 무리는 자신의 분노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다는 착각과 집착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이런 집착을 충족하기 위해 엉망으로 벌려둔 상황을 대략 ‘보상이 걸린 한 판의 게임’ 정도로 정의하고 합리화하며 곧 죽어도 자신의 폭력과 실수엔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요시이는 이 사달의 시작점인 리셀러 일을 그저 ‘아무리 말이 안 되는 물건이라도 살 사람이 있으면 팔리는 것, 그냥 도둑잡기 게임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괴한들을 자신의 업보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들을 비난하고 경멸한다.
다른 곳에서 뺨 맞고 요시이를 잡으러 온 괴한들은 정확한 이유 없이(이 무리에서 요시이에게 제대로 된 사기를 당한 사람은 없다) 요시이를 죽이려는 이 상황을 그냥 모르는 사람들과 벌이는 게릴라 게임 또는 피해자들을 위해 정의를 행하는 것이라 여기며 자신들의 폭력을 합리화한다.
이 상황에 끼어든 사노와 아키코는 사심을 채우기 위해 요시이를 새로운 측면으로 이끌거나 그를 이용할 계획을 세우며 함께 게임의 엔딩을 향해 달려간다.
요시이에게 열린 다음 라운드
평화로운 숲속과 어울리지 않는 총성이 이어지는 상황. 총을 든 괴한들과 사노는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눈다. 그런데 사노의 옆에 딱 붙은 요시이는 총을 쏘지 못하고 그저 사노의 뒤를 어색하게 따라다닌다.
요시이는 라텔로 활동하며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긴 했지만 신체적으로 누군가를 해한 적은 없었고 실제로 누굴 죽일 마음도 없었다 요시이는 이 상황에서도 누굴 죽이겠단 마음보다 물건을 챙기는 게 먼저다. 요시이가 1라운드에서 나무 막대기를 깔짝이며 상대를 기절시키고 있는 초보라면 요시이를 제외한 사람들은 다음 라운드에서 칼을 들고 상대를 죽이는 고수라고 할 수 있다. 타카모토는 가족을 죽인 살인범이고 다른 괴한들은 요시이가 숨었던 오두막의 관리인을 죽이고 유기한 동조자다. 사노는 과거를 알 수 없지만 총기를 다루는 어두운 일을 했음이 분명하고 아키코는 돈을 위해 요시이를 죽일 마음이 있다.
사노가 묶여있던 요시이를 풀어주는 순간, 요시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순간 사노의 팔을 의지하지만 바로 손을 떼고 “원래 생활로 돌아가고 싶어.”라고 말하며 사노와 한발자국 정도 떨어진다. 그리고 괴한들을 설명할 땐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인생의 패배자라고 말한다. 요시이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이유 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괴한, 사노와는 다른 사람임을 의식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자 요시이도 1라운드를 넘어 사노와 다른 이들이 머물고 있는 다음 라운드로 이동한다.
요시이는 사노를 겨누고 있는 토도야마 (이온전자 치료기 사장)를 발견하고 사노를 구하기 위해 총을 쏜다. 사노는 요시이에게 총 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냐며 가벼운 농담을 던지고 요시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 대신 타카모토를 잡기 위해 밖으로 달려나갈 때 사노의 속도에 맞춰 함께 달려가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요시이는 결국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폭력을 받아들였고 그는 이제 사노와 같은 선상에 서있다.
마지막까지 함께 상황을 정리한 요시이와 사노는 비현실적인 하늘의 입구로 달려간다. 사노와 함께 새로운 라운드에 진입한 요시이는 이제 자신이 원했던 원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 폭력에 물든 사람과 폭력에 물들지 않은 사람의 삶은 같을 수 없으니까.
비정상적인 폭력성을 쏟아내는 괴한들, 폭력을 부추기던 사노,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고 변한 요시이. 이 들의 모습이 그다지 놀랍고 낯설지 않다는 점이 이 영화가 남기는 가장 큰 찝찝함이다.
-
- [스크린 너머 세계 속으로… 스웨덴] '경계'에 의문을 던지다
*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못생긴 게 재수없게 말 섞지 말아야지 "
출입국 세관 직원 티나는 남들과 유난히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티나의 외모를 못생겼다거나, 이질적이라고 느끼며 신기하게 바라보곤 한다.
하지만 그런 티나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바로 수치심, 죄책감, 분노와 같은 인간의 감정을 냄새로 감지할 수 있는 예민한 후각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 덕분에 티나는 아동 포르노범을 검거하는 데 큰 기여를 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닮은 외모를 지녔고 정체불명의 냄새를 풍기는 인물 ‘보레’가 나타난다. 티나는 그의 냄새를 계속 맡아보지만, 쉽사리 그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다.
얼마 뒤, 출입국 수속장에서 다시 마주치게 된 두 사람.
티나는 직감적으로 보레에게 뭔가 있다고 느껴 동료에게 몸수색을 부탁하고, 그 과정에서 동료는 보레가 과학적으로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다며 여성의 성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외적인 부분에서 많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고, 점점 가까워진다. 자연스레 보레는 티나의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 남들과 다르다며, 기형이라며 "
티나는 오랫동안 자신을 염색체에 결함이 있는 ‘못난 인간’이라 여겨왔다.
어릴 적부터 외모로 인해 차별받고 살아온 티나는 자존감이 낮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깊은 상처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보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티나는 점점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이들은 서로 사랑에 빠진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여성의 외형을 가진 티나는 남성의 성기와 비슷한 것을, 남성의 외형을 가진 보레는 여성의 성기와 비슷한 것을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성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 난 누굴까요?
티나는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정체성에 관해 쭉 의문을 품고 살아왔던 듯하다.
이에 보레는 티나에게 자신들의 정체가 인간이 아닌 '트롤'이라는 존재임을 알려준다.
정체성에 대한 해답을 찾고선 티나는 보레와 함께 숲 속을 알몸으로 달리며 소리를 지른다. 단순한 해방감이 아닌, 수십 년간 품어왔던 정체성의 혼란에서 벗어난 티나의 기쁨의 포효처럼 느껴졌다.
한편, 보레에게는 어릴 적 부모님이 인간에게 의학 실험과 고문을 당한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 그 끔찍한 기억은 그에게 인간에 대한 지독한 증오와 적대감을 가지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보레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기생충처럼 지구의 모든 걸 써먹어요. 자기만 즐거우면 그만이죠.", "인류 전체가 병폐에요."
하지만 티나는 이를 부정한다. "모든 인간이 악마는 아니에요."
이후, 티나는 보레가 냉장고 안에 숨겨둔 히시트(신생아와 비슷한 생김새의 월경과 비슷한 원리의 것)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여러 정황을 통해 보레가 전에 검거했던 아동 포르노 범인과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보레는 인간 아이들을 훔쳐 팔아넘기며, 자신만큼 인간들도 고통을 느껴야 한다는 복수심에 가득 찬 논리를 펼친다. 티나는 그의 행동을 역겨운 짓으로 여기지만, 보레는 스스로 해치게 돕는 것이라며 합리화한다.
티나는 보레를 마음이 병든 이로 바라본다. 티나와 보레 모두 인간에게 고통받은 과거를 가졌지만, 그 상처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극명하게 다름을 보여준다.
이후, 보레는 여객선에서 만나자는 내용의 편지를 남겨두고 티나의 집을 떠난다. 보레는 다시 만난 자리에서 티나에게 종족을 이어나가기 위해 함께 떠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티나는 거절하며 답한다.
" 악마가 되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요. "
그러자 보레는 티나에게 묻는다.
" 인간이 되려고 하는 거에요? "
티나는 대답한다.
" 누구도 해치기 싫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인간인가요? "
잠시 후, 경찰들이 등장하지만 보레는 바다로 뛰어들며 사라진다.
티나는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 하나를 발견한다. 상자 안에는 울고 있는 아기가 있었고, 트롤임을 알려주는 꼬리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함께 들어 있던 카드에는 '핀란드에 잘 오셧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아마도 보레는 트롤 무리들과 합류한 뒤, 아이를 낳아 티나에게 보낸 듯하다.
과연 앞으로 티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이 트롤아이와 함께 인간들과 공존하며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그 카드에 적힌 대로 핀란드의 트롤 무리에 합류하게 될 것인지
영화는 의문을 남긴 채 막을 내린다.
단지 남들과 다른 생김새로 인해, 어릴 적부터 수없이 괴로워했을 티나.
그녀가 끊임없이 보여주는 자기비하적인 태도는 그간 세상으로부터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아왔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인간에게 받은 상처가 큰 만큼, 티나 역시 보레처럼 동족들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하지만 그녀는 비윤리적인 행동을 정당화하는 보레에게 분명한 선을 그으며, 끝까지 인간성을 지키고자 한다.
특이한 외모에 인간이 아닌 티나는 경계 밖에 있으면서도 인간다움을 지키는 존재이고, 멀끔한 외모에 인간인 아동 포르노범은 경계 안에 있으면서도 인간다움에서 가장 멀어진 존재이다. 극 중 인물에서 드러나는 극명한 대비는 과연 ‘경계’란 것이 정말 의미 있는가를 되묻게 한다.
<경계선>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 다양한 ‘경계선’를 허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편견을 되짚어보게 한다.
영화 초반, 티나의 외모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과 반응은 사회가 ‘외모’를 기준으로 경계선을 긋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경계에서 밀려난 티나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숲속에서 세상과 경계선을 긋고 살아간다.
그 후 영화는 트롤이라는 존재를 통해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티나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어서게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잠시 영화 바깥으로 시선을 옮겨보면 ‘인종’이라는 또 다른 경계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감독인 알리 압바시는 이란 출신으로, 현재까지 오랜 시간 북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아랍계로서 유럽 사회에서 겪었을 수많은 인종 차별과 문화적 경계선을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잠시나마 짐작해볼 수 있다. 이러한 감독의 배경은 영화의 핵심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으며, 알리 압바시 감독이 본 영화를 제작하는 데에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른다.
외모, 성, 인종, 장애 등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경계선’으로는 더 이상 누군가를 규정할 수 없다.
<경계선>은 단지 기괴한 트롤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삶 속 수많은 경계선의 허상을 드러내며, 그 경계가 만들어낸 차별과 편견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세상 사람들이 서로를 마주할 때, 조금이나마 그 경계선을 허물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이미지 : 네이버 영화 스틸컷
- 단어장에 추가
- 다음에 대한 단어 목록이 없습니다한국어 → 한국어...
- 새로운 단어 목록 생성...
- 복사
- 단어장에 추가
-
- 행복해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 걸리는 시간 318분
행복이 뭘까?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있으면 행복해질까? 아니면 맛있는 걸 먹으면? 요기요로 치킨 시켜 먹으면 행복해질까? 사고 싶은 것들을 사면 행복할까? 26년 인생 전부를 고민해서 결론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동분서주해본 바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넷플릭스를 통해 보고 있는 <퍼니셔>에서는 주인공이 '행복이란 치명타를 날리기 위해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어제 2년 만에 만난 여사친과의 대화에서의 나는 "'이만하면 됐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의 업보가 굴러들어 온다"라고 말했다. 이 두 정의를 다른 말로 한다면 '행복이란 있다가도 없는 것'이나 '행복하면 그에 맞게 좌절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런 결론을 내기까지의 나는 사람에게 있어 행복은 극히 드물다는 염세주의 때문에 이런 생각을 가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등학생 땐 버거운 학교 스케줄 때문에 힘들고. 대학생 때는 '왜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재미를 찾지 못했지' 싶어 괴롭고. 사회인이 되기 전 지금 순간은 공부하는 게 어려워서 짜증 난다. 행복한 순간이 과연 나에게 언제 찾아오나 싶다. 아니, 사실 내가 쓴 글에 의하면 인생은 절대 완벽하게 모든 걸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 애초부터 행복하다는 것은 살아있는 동안 전부 느끼기는 어려운 게 아닐까? 만족하다가도 어떤 것에 싫증이 나면 불행에 빠지기 쉬우니까. 내가 뭘 대단하게 성장해서 인격이 성숙해져도 갈등, 좌절, 실패, 불안, 뭐 그런 것들은 항상 나를 따라왔다. 행복한 인간이란 어쩌면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게 아닐까. 그럴 때마다 영화를 튼다. 내 삶의 행복했던 순간을 투영하고 또 돌아보기 위해서다. 이런 우리에게, 또 나에게 5시간 18분짜리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포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츠, 아니 '제1의 하마구치 류스케'의 데뷔작을 찾아 나서보자.
1) 어떤 것에 대한 영화인가요?
네 명의 친구가 있다. 사쿠라코. 후미코. 준. 아카리다. 이들은 사회에서 만난 친구로 여느 때처럼 호호 수다를 떨고 있다. 마음이 잘 맞았기 때문에 각자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넷. 즐거운 소풍을 마치고 후미는 자기가 아는 워크숍에 넷이 참석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다. 워크숍에 참석한 친구들. 그렇게 워크숍 강사의 프로그램을 끝마치고 뒤풀이 자리에 합류한다. 그곳에서 친구들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준이 폭탄선언을 한다. 나. 이혼을 준비 중이야. 심지어 바람도 피웠어. 네 명의 친구 중에는 불륜에 아픈 기억이 있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리액션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물론 굳이 이것 때문이 아니더라도 깜짝 놀란 반응을 선보이는 친구들. 준은 친구 네 명에게 이혼소송 재판에 오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그 재판에서 왜 준이 불륜을 해서라도 현재의 남편과 결별할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준에 대한 이해가 분기점이 되어 세명은 각자가 처해있는 상황과 결혼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영화는 이 '돌아봄'을 소재로 삼았다. 돌아봄으로써 각자의 인간관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사랑의 시작과 끝이 관찰되기도 하며 누구끼리는 싸우기도 한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고, 타인을 받아들인다는 건 무슨 뜻인지도 제시하기도 한다. 사실 이것들을 지켜보며, 주인공들이 본연의 돌아보면서 알 수 있는 건 이들의 삶이 죄다 불행함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알게 된다. 318분의 마음이 움직이는 과정을 관찰하고 보이는 엔딩신에서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이들의 인생은 불행한 순간들의 연속인데, 엔딩신에서 왠지 모를 따뜻함을 경험할 수 있다.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이는 왜 이 영화가 '러닝타임이 318분인가?'와도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시간에 관한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다 보는데 드는 소요시간이 318분이라서 그렇게 정의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주 예'다. 감독이 바보도 아니고 아무 이유 없이 영화를 5시간 넘게 설정 할리는 없겠지? 영화는 얼핏 보면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영화는 보통 경제적이다. 2시간 동안 한 사람에게 일어난 사건을 요약하거나, 누군가의 일대기를 축약하는 등 정해진 시간 안에 어떤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홍상수의 <북촌방향>이나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만 봐도 그렇다. 전자는 한 장소에서 반복해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였고 후자는 무려 다른 평행세계에서 악당들이 침입하는 영화였던 것 다들 기억할 것이다. 근데 이 영화는 다르다. 2시간을 뛰어넘어 5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나왔다. 이것은 의도가 분명하다. 천천히 감정이입의 빌드업을 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친구가 되어 함께 일상을 견디는 효과를 주고 싶어 그랬던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왜,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우리는 마음을 더 주지 않는가. 그렇게 사람들의 일상을 같이 지나며 관객들에게 똑같이 공허하고, 똑같이 외롭고, 똑같이 괴로운 일과를 더 잘 느끼게 도와준다. 그리고 단 한순간을 보여주며 완벽하진 않더라도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준다. 난 이 엔딩부로 달려가는 메시지의 힘이 마음이 변하는 시간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2번의 질문과 비슷한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장점 역시 '318분'이라는 러닝타임이다. 천천히 친구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이 영화. 영화는 시간을 길게 늘였기 때문에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이혼소송을 준비 중인 준의 심리상태를 이입할 수 있게 해 준다. 준뿐만이 아니다. 다른 세 친구가 느끼는 외로움을 또 느끼게 하기 위해 역시 1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할애했다. 근데 1시간만 할애하다 끝나는 게 아니고, 그 각자의 사연마다 얽히고설킨 게 있어 집중하는데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4)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대사가 많긴 하다. 집중하지 않으면 후다닥 넘어갈 수도 있다. 또 장점이라고 언급했던 '러닝타임 318분' 역시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근데 '해피 아워'를 보는 분들이라면 영화에 관심 있지 않을까? 지금 당장 왓챠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이해가 어려우면 되감기를 하거나 끊었다가 다시 보는 방식을 택하면 될 듯.
5) 배우들의 연기들은 어떠한가요?
여기에 나오는 배우들은 전문 배우가 아니라고 한다. 일본의 한 도시에서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가 워크숍을 열어 배우들을 모았다고 한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그런 티가 좀 난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무뚝뚝한 가 후쿠와 미사키는 뭔가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지 않았나?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좀 어색한 부분이 있다. 특히 준 역의 남편 역할 뭔가 국어책 읽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뭐 보는데 지장이 있거나 그러진 않다. 무난한 디렉팅이었다.
6)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없다. 무슨 사전 지식이 필요한 작품은 아니다. 아, 인물 간의 행보와 직업에 대해 염두하고 영화를 보면 감상하는 데 있어 폭 넓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몇몇 주인공은 자기들의 욕망을 투영하고 있다. 또 엔딩신에서 두 주인공이 '무슨 소재로 대화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자. 그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개같은 인생에서 이것이야 말로 일상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지는 않을까 뭐 그런 기분이 들지 않을까.
7)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간단하다.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 외로운 사람. 공허한 사람. 본질적인 치유가 어려운게 사람의 상처고 또 관계 아닌가. 영화는 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본다.
-
- [넷플릭스 드라마 후기] '종이의 집'으로 보는 거짓말.
종이의집으로 보는 거짓말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하는 것.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거나 왜곡하여 말하는 것이 거짓말이다.인간은 왜 거짓말을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먼 과거의 아우구스티누스에서부터 소크라테스, 볼프, 칸트 등등 많은 철학자들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고찰되어 왔다. 하루에도 혹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진실을 숨기고 있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명쾌하게 진실만을 이야기하면 답답함 없이 시원하게 흘러갈 텐데 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는 걸까?
나에게 이 드라마를 소개해준 친구가 한 말이 있다. "너는 이 드라마를 보고 암에 걸릴지도 몰라. 진짜 답답하거든." 나는 이 드라마를 보고 정말 암에 걸릴 것 같아 3화까지 본 후 포기했다. 그 이후 시즌 3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드라마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는 내가 이 드라마를 포기했던 이유가 이제는 다시 보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이 드라마를 인간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에 대한 고찰로 보았다. 드라마의 내용은 한 천재 교수가 8명의 범죄자를 데리고 조폐국을 장악해 유로를 엄청나게 찍어댄 후 경찰을 피해 도망가려고 하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스토리와 예고편만 보면 도둑들이나 오션스일레븐 같은 범죄 영화류로 보기 쉬운데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앞서 소개한 영화들처럼 계획에 맞춰 시원시원하게 돈을 훔치고 재기 넘치는 기술로 경찰을 곤혹스럽게 만들지 못한다. 종이의 집에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거짓말들로 완벽에 가까운 계획을 어긋나게 만들고 임무를 힘겹게 수행해 나간다. 친구가 나에게 이야기한 "암에 걸릴지도 몰라"라는 말은 "거짓말 때문에 열받아"라는 말과 같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거짓말 때문에 시원한 스토리 전개(예상)에서 힘겨운 스토리 전개(현실)로 변한다. 우리가 암에 걸릴 것 같다는 말도 예상과 다른 현실. 진실과 다른 거짓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의 중심인물들은 8명의 범죄자 그리고 교수, 경찰, 인질들이다. 물론 그들과 관계된 사람들도 무시하기에는 비중도가 높지만 드라마에서 계속 비추어 주고 있는 인물들이 8명의 범죄자와 교수, 경찰, 인질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등장인물들은 처음 시작부터 혹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과거에 했던 거짓말을 실토하기도 한다. 거짓말은 범죄자들뿐만 아니라 인질들, 경찰도 한다. 가령 경찰과 인질 중 한 명은 자신의 가족에게 거짓말을 하고 불륜을 저지르고 인질 중 한 명은 사랑의 감정을 이용하여 남을 속인 후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당연히 범죄자들은 작은 것에서 큰 것까지 계속 거짓말을 한다. 등장인물들의 거짓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에서 남보다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거짓말, 감정에 의한 거짓말, 양심 때문에 한 거짓말까지 다양하다. 이 거짓말들이 다양하기에 어떤 범주로 나누기는 힘들지만 결국 이 모든 거짓말은 자신을 위한 거짓말이다. 물론 이타적이라고 느껴지는 거짓말도 있겠지만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이타심을 발휘하여 하는 거짓말은 없다. 이곳에 나오는 사람들은 자신의 양심이 불편할까 봐 혹은 자신의 기분이 찜찜해질까 봐 거짓말을 한다. 그 결과가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게 되거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지만 결코 이타심 때문에 한 행동이 아니다. 거짓말을 할 때 진정 타인을 위한다면 그 거짓말은 해도 되는 것인가? 아니면 그래도 하면 안 되는 것인가? 내가 했던 거짓말이 진정 타인을 위했던 것인가? 아니면 나의 감정과 양심에 생채기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인가?
"왜 그래? 내가 네 목숨을 구했는데 불쾌하게 굴 것 없잖아"
"날 구했다고요?"
"그래"
"어떻게요?"
"아우슈비츠의 유대인처럼요? 나치가 가스실 행렬에서 열외 시키는 것처럼요?"
"난 나치가 아니야 네가 속옷에 핸드폰을 숨기는 바람에 널 죽이라는 지시를 받았잖아"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어떻게 했는데요 거절했어요? 저항했어요? 아니잖아요 내 다리를 쐈잖아요.
당신은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요. 그리고 이렇게 가두었죠. 숨도 못 쉬고 화장실도 못 가요.
그리고 착각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치 중 가장 착한 나치라고 해도 나치는 나치니까요."
- 종이의 집 시즌 1 中 -범죄자 중에 가장 착한 범죄자라 하더라도 범죄자는 범죄자인 듯. 거짓말 중에 가장 착한 거짓말이라 해도 거짓말은 거짓말이다.
이 드라마는 재밌는 장치를 하나 두었다. 가면이다. 가면인즉 거짓말이다. 범죄자들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당연히 가면을 쓰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인질들도 가면을 쓴다. 인질들이 왜 가면을 쓰지?라고 생각하면 드라마에서는 이러한 이유를 든다. 첫 번째로 인질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게 하기 위해서. 두 번째로 인질과 범죄자 간에 구분을 할 수 없게 하기 위해서. 범죄자와 인질이 구분되지 않는다면 경찰은 섣불리 범죄자들을 제압할 수 없다. 때문에 범죄자들은 인질들에게 자신들과 같은 달리 가면을 쓰게 한다. 동시에 범죄자들은 인질과 범죄자를 구분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외부와 소통이 될 만한 순간에서 인질들에게 범죄자처럼 하도록 코스프레를 시킨다. 그리고 보통 영화와 다르게 이 드라마에서는 범죄자들은 인질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가리지 않고 모두 보여준다. 외부와의 단절된 순간. 조폐국 내부에서 인질들과 범죄자들만 소통할 수 있는 순간에 범죄자들과 인질들은 가면을 벗고 서로의 맨 얼굴을 보고 이야기한다. 인간은 결국 외부에만 거짓을 들어낼 뿐 내면에서는 자신의 맨 얼굴을 드러내고 진짜 모습 보인다. 내면과 외면이라고 따지면 페르소나까지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을 텐데 여기까지 나아가면 머리가 너무 아프기 때문에 차치하도록 하자.
극 중 제일 재밌는 장면으로 뽑으면 인질 한 명이 부상을 당해 외부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고립된 조폐국으로 들어오는 장면이다. 이때 범죄자와 인질들은 같은 복장과 가면을 쓰고 총으로 의사와 간호사를 위협한다. 이 들을 보고 혼란스러워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표정은 긴장감과 불안감을 극대화 시킨다. 이 장면만 보면 다 같은 복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범죄자인지 누가 인질인지 알 수가 없다. 이 장면으로 극은 가면(거짓말)을 범죄자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인질)도 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 거짓말 혹은 범죄라는 것은 악인과 평범한 사람 구분 없이 누구나 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즉 보통 거짓말을 나쁜 것으로 규정했을 때, 범인(犯人_죄를 저지른 사람)만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범인(凡人_평범한 사람)도 거짓말을 한다. 누구나 다 거짓말을 한다.
극의 전개는 시간이 갈수록 완벽한 계획과 거짓말이 뒤섞여 혼란스럽게 흘러간다. 극 중 범죄자들의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교수가 계속 거짓말을 하는 범죄자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도대체 왜 계획대로 하지 않는 거야? 그렇게 많은 돈을 얻을 수 있는데 왜 거짓말을 한 거야?" 범죄자 중 하나는 답한다."너에게는 계획이 있지. 하지만 지금 당장 돈이 들어온 것은 아니잖아" 이것을 거짓과 진실로 치환하자면 이렇게 볼 수 있다. "왜 진실을 말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거야?" 답한다. "진실은 있지. 하지만 그게 지금 당장 좋을지 안 좋을지 모르잖아."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거짓말에 대한 정의들을 점점 더 흐릿하게 만들고 알 수 없게 뭉게버린다. 거짓말이라는 것을 과연 나쁘다고만 이야기할 수 있을지. 진실이 꼭 좋은 것이라고만 이야기할 수 있을지. 도통 알 수 없다.
인간은 왜 거짓말을 하는가? 거짓말이란 무엇인가? 거짓말이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드라마의 답이 어디에 다다를지 그리고 드라마를 통해 거짓말에 대한 답을 어디까지 생각할 수 있을지는 이 드라마의 끝을 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각자의 몫.
"난 나치가 아니야 네가 속옷에 핸드폰을 숨기는 바람에 널 죽이라는 지시를 받았잖아"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어떻게 했는데요 거절했어요? 저항했어요? 아니잖아요 내 다리를 쐈잖아요.
당신은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요. 그리고 이렇게 가두었죠. 숨도 못 쉬고 화장실도 못 가요.
그리고 착각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치 중 가장 착한 나치라고 해도 나치는 나치니까요."
"미안해.."
-종이의 집 시즌 1 中-그래도 한 가지 이 드라마에서 명확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있다. 앞서 소개한 대화에서 뒷부분에 범죄자가 하는 대답이다. "미안해.." 내가 한 거짓말이 상대방을 좀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지라도 상대방이 그 거짓말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다면 그땐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종이의 집이 시즌 3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나의 궁금증이 거짓말에 대한 물음이 시즌 3쯤에는 답을 내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나누고 싶은 것들.
1. 거짓말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2. 거짓말이 들키는 순간 느껴지는 감정은 무엇인가?
3. 가장 최근 한 거짓말은 무엇일까?
4. 이타적인 거짓말이란 존재할 수 있는가?
5. 어린아이의 거짓말과 성인의 거짓말은 어떻게 다른가?
6.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할 수 있는가?
7. 거짓말이 필요한 순간이 언제라고 생각하는가?
8. 내가 최초 했던 거짓말은?
9. 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까?
10. 거짓 없이 진실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 본 콘텐츠는 브런치 까마구의 까망책방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마거리트의 정리] 너 자신을 알라
[마거리트의 정리]
2보다 높은 짝수, 그러니까 ‘4 6 8 10 ~’는 두 개의 소수의 합으로 표시할 수 있을 것이다. 1742년, 프로이센 수학자 골드바흐는 오일러에게 편지로 자신의 추측을 전달했다. 4는 2+2로 표현할 수 있고, 6은 3+3, 8은 3+5와 같이,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1보다 큰 양의 정수로 짝수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갑자기 뜬금없이 영화 리뷰에 짧은 수학 지식을 가져온 이유는 이번 ‘마거리트의 정리’ 영화 내내 주인공 마거리트가 세계의 난제인 ‘골드바흐의 추측’을 연구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아쉬운 점은 이것이다. 관객에게 어떤 수학적 정보나 이해를 도울 예시가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마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마작을 해본 적이 없는 내게는 똑같이 어려운 비유였다. 마작이란 게임을 알고 계신 관객은 중간마다 놀라움을 표현하시기도 하셨다. 부끄럽지만 수학을 놓고 산지 아주 오래전이라 영화 속에 나오는 다양한 수학 기호와 설명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리뷰를 써야 편할지 걱정된 적은 또 처음이다. 공포영화는 온 힘을 다해 부술 텐데.
하지만 수학적 설명을 하지 않은 이유도 알고 있다. 영화에서 ‘무엇을 설명한다’는 것은 굉장히 늘어지는 작업이자 붙잡고 있던 서사의 긴장감을 끊어버리는 행위다. 영화가 굉장히 어려운 난제를 어떻게 관객들에게 보여줄지 고민을 한 흔적이 이곳에서 느껴졌다. 애초에 수학적 지식을 나열하는 단순함은 짧게 보여준다. 대신 주인공 ‘마거리트’에게 벌어지는 드라마에 가까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서사를 부여한다. 즉,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이나 평소 수학과 밀접한 연관이 없는 사람도 영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영화다.
사실 조금 걱정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확인하고 주인공 마거리트의 모든 행적을 걱정했다. 상업 영화가 아니며, 칸 영화제와 세자르영화제에서 수상을 받은 작품이라면, 주인공의 갑작스러운 돌변에 매번 긴장한다. 독특한 소재로 관심을 얻었으나 눈이 피곤할 정도로 선정적이거나 이야기와 전혀 상관없는 PC요소로 재미가 반감하는 경우가 많았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애초에 처음부터 각오하고 보았기에 놀라운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내가 말하는 건 정말 갑작스레 행동하거나 튀어나오는 억지스러움이라는 것이다.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마거리트’는 스스로 위대한 행보를 걷는다. 늦은 사춘기를 맞이한 것처럼 격정적인 감정에 휩쓸리기도, 매혹적인 상대에게 집중하기도 한다. 마치 울타리 안에서만 살아가던 암탉이 담장 밖 세상에서 다양한 생물과 환경을 만나는 것처럼 ‘마거리트’는 세상을 경험한다. 재밌는 점은 마거리트가 경험하는 일들은 이미 익히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성인인 마거리트는 이미 클럽에서 춤을 춘다는 정보는 알고 있는 상식이다. 수학 천재 마거리트는 도박은 불법이며 도박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위험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본 마거리트는 믿음, 배신, 사랑이란 감정들에 대해서 머리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모르는 것은 ‘골드바흐의 추측’을 해결할 열쇠지, 인생이 아니었다.
이 부분에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이 떠올랐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도 누구나 경험했을 일을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그저 수학과 암호 해독을 좋아해서 일반인이 자주 하는 일상을 보내지 않은 것과 똑같았다. 보통 영화에서 묘사하는 천재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강박’이다. ‘마거리트’는 수학에 대한 강박을 가졌고, 이것은 자연스레 오로지 학교 안에서 모든 생활을 하는 단순함으로 이어진다. ‘실내화 신은 수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여인이 일련의 사건으로 학교 밖을 자의적으로 나간다.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앨런 튜링이 세상에서 군부대 안으로 들어가 조안, 휴 같은 친구를 만나는 것과 반대로 말이다.
마거리트는 실내화 대신 운동화를 신으며 앞서 언급한 다양한 사건을 경험한다. 심지어 수학 천재답게 머릿속으로 마작의 모든 수를 세며 도박판의 실력자로 급부상하기도 한다. 반드시 연구 논문을 마치고 교수님의 애제자로서 성공해야 했던 그녀에게 이런 일상은 가혹한 일탈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사춘기 늦바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오로지 숫자에만 매몰된 그녀의 눈을 뜨게 해주는 휴가였다고 생각한다. 최근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먼 북소리’를 읽으며 든 생각이 있다. 제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도 정보를 알고 있지 않다면 바보와 똑같다는 것이다. 그런 경험해본 적 있을 것이다. 책이나 대중 매체로 알고 있던 미술 작품이나 자연경관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의 경이로움 말이다. 그래서 마거리트가 음습한 수학 천재 모습 대신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파리의 대학생 같은 행동을 할 때 반가웠다. 의외로 많은 관객이 그녀의 엉뚱한 행보에 웃으셨다.
드라마 ‘퀸즈갬빗’은 1950년대 체스 천재 베스가 세계 정상에 올라가는 과정을 다룬다. 천재가 어떻게 주목을 받으며, 어떻게 무너지고, 어떻게 부활하는지에 대해 주인공을 극한으로 내몰며 뼈저리게 알려준다. 이번 ‘마거리트의 정리’도 마찬가지다. 113분이라는 시간 동안 주인공 마거리트에게 무수히 많은 시련이 몰아친다. 퀸즈갬빗에서 느꼈던 ‘드라마 자체가 하나의 체스 경기’와 같이 이번에도 ‘영화 자체가 하나의 수학적 증명 과정이다’라고 느꼈다. 영화 초반부 증명에 실패한 마거리트가 몇 걸음 물러나 머리로만 알고 있던 정보를 온몸으로 경험하며 하나하나 다시 인생 전체를 증명하는 것 같았다. 관객으로서 증명 과정 전체가 독특해서 즐거웠다. 그녀에게 주어진 시련을 독특한 방식으로 하나하나 배워가며 흔들리는 것에서 인간적인 공감을 느꼈다. 비록 그녀가 어떤 난제를 풀어가는지 그 과정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미치도록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거리트의 욕망, 결심, 뛰어남을 이해했다. 마지막으로… 아마 전국에 계신 수학 선생님들이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 전, 남는 시간에 틀어주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
- 5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대부>시리즈의 감독 프란시스포드 코폴라 감독의 신작 <메갈로폴리스>의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습니다.
감독은 80년대부터 구상했던 시나리오라고 밝혔는데요. 초호화 캐스팅은 물론,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여 만든 10년 만의 신작이라고 합니다.
영화의 첫 스크리닝 이후 막대한 예산, 상업성과 거리가 먼 내용에 선뜻 나서는 배급사가 없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최근 칸 영화제 경쟁작에 초청되어 스틸컷이 공개되면서 많은 영화 팬들의 기대를 불러모았습니다.
감독님이 자비 1억 2천만 달러를 들였다는 초대형 작품. 극장에서 꼭 만나보고 싶네요 ?<범죄도시2>, <범죄도시3>에 이어 시리즈 세 번째 천만 영화가 탄생했습니다.
<범죄도시 4>는 장재현 감독의 <파묘>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천만 영화로 역대 한국 영화로는 24번째 천만 영화,한국 영화 시리즈로는 첫 ‘트리플 천만’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자비 1억 2천만 달러 들인 <메갈로폴리스> 트레일러 공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10여년 만의 신작. <메갈로폴리스>의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습니다.
애덤 드라이버, 나탈리 엠마뉴엘, 포레스트 휘태커 등 다수의 연기파 배우들이 캐스팅은 물론 제작비로 1억 2천만 달러, 한화로 1600억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 입니다. 영화는 재난으로 파괴된 뉴욕풍 대도시를 배경으로 부패한 시장 프랭크 시세로와 이상주의자 건축가 시저는 도시의 재건 방향성을 놓고 대립, 사교계 스타인 프랭크의 딸 줄리아는 둘 사이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고자 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베테랑2> 스틸 공개
베테랑 1편 개봉 이후 9년 만에 나오는 시리즈 <베테랑2>의 스틸컷이 공개되었습니다.
정해인이 새로운 강력계 형사로 캐스팅되면서 기대를 모았으며, 류승완 감독은 아주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 나올 것 이라 밝혔습니다. <베테랑2>는 올해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되었으며, 국내 시리즈물 영화로는 최초로 칸 영화제에 초청된 영화가 되었습니다.
나홍진 감독 <호프> 상반기 개봉예정
마이클 패스밴더, 알리시아 비켄데르,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주연의 <호프>가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이라고 합니다. 영화는 고립된 항구 마을 호포항 외곽에서 미지의 존재가 목격된 후, 그 실체를 수색하다 마을이 파괴될 위기에 놓인 주민들의 사투를 그립니다. 1편이 잘 되면 3부작으로 제작할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국내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대 예산이 투입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핸섬가이즈> 올해 6월 개봉
이성민X이희준 주연의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의 6월 개봉이 확정되었습니다.
<핸섬가이즈>는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재필’과 ‘상구’가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이사 온 날, 지하실에 봉인됐던 비밀이 깨어나며 벌어지는 고자극 오싹 코미디 영화입니다.터프가이 재필과 섹시가이 상구의 코믹한 티저 포스터가 공개돼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
- [영화흥신소] 15세기 미모왕 더 킹: 헨리 5세
흥해라 이 영화
더 킹 헨리 5세
- 노는 게 제일 좋을 나이에 왕이 된 헨리 5세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 모두를 마주하게 되는데...
왕권을 둘러싼 물리적 정신적 싸움을 리얼하게 그린 이 영화 흥해라!
-
- 놀라운 스토리 전개 / 인간들은 계획이 다 있구나 / 짝 시저 프록시무스 등장 / 새로운 리더 노아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
-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30초 예고편
1995년 작가를 꿈꾸는 조안나는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작가 에이전시에
CEO 마가렛의 조수로 입사한다.
출근 첫날,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J.D. 샐린저의
팬레터에 기계적으로 응대하라는 지시를 받지만,
조안나는 그들에게 진심 어린 답장을 보내려 한다.
-
- 넷플릭스 <특종의 탄생> 공식 예고편
한 시간 만에 모든 걸 바꿔놓은 TV 방송. 그 인터뷰는 어떻게 성사될 수 있었을까? 요크 공작 앤드루 왕자에게 불명예를 안겨준 뉴스나이트 인터뷰가 영화로 새롭게 탄생했다. 질리언 앤더슨, 킬리 호스, 빌리 파이퍼, 루퍼스 슈얼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