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M2025-02-28 22:23:49
매치 포인트 / Match Point (2006)
너와 나 사이의 마지막 매치 포인트
< 매치 포인트 / Match Point (2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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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가진 테니스 강사 ‘크리스’. 테니스 수강생이자 영국 부유층 자제인 ‘톰’과 친해지게 되면서 그의 여동생 ‘클로에’와 깊은 만남을 이어간다. ‘클로에’와 결혼을 약속한 ‘크리스’는 우연히 만난, 매혹적이고 섹시한 ‘톰’의 약혼녀 ‘노라’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게 되고… 안정적인 삶과 성공에 목말랐던 ‘크리스’는 차마 ‘클로에’를 떠나지 못한 채, ‘노라’와 위험한 사랑을 이어나가는데…
; 네이버 영화 ;
오랜만에 발견한 정말 괜찮은 영화.
일단, 역시 우디 앨런 영화답게 연출이 정말 좋다.
(특히, 수미상관의 연출.. 그리고 테니스 게임 메타포)
그리고 스토리도..어찌보면 흔한 스토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나한테는 꽤나 매력적이었고.
그래도 내가 이 영화를 좋다고 말하게 된 이유는 바로 배우들의 연기때문이다.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도 좋지만 남주(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연기가 최고다.
영화에서 자주 접한 얼굴은 아닌 것 같은데, 연기를 되게 잘해서 놀랐다.
약간 반쯤 미친, 유혹에 사로잡힌 눈빛과 표정의 연기를 정말 잘 표현했다.
이 글 쓰면서 또 보고 싶어진다..
간만에 추천할만한 영화가 생겨서 기쁩니다!
2시간이 넘지만, 시간 가는줄 모르고 봤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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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의 제인: 가끔씩 찾아오길
"자,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불행한 얼굴로 여기, 뉴월드에서."
이 한 줄의 대사는 꿈의 제인(2016)의 정서를 함축한다. 불행과 절망이 가득한 세계에서조차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묻는 영화, 그리고 그 속에서 한 줄기 빛처럼 존재하는 인물 제인. 하지만 그 빛마저도 실체가 있는 것인지, 단지 누군가가 만들어낸 환상인지 모호한 영화 속 세계는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구교환 = 제인, 그리고 '뉴월드'
구교환이라는 배우를 처음 각인시킨 작품이 바로 꿈의 제인이었다. 이후 그는 메기, 반도, 모가디슈, 길복순 등에서 독특한 개성과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가 가장 깊이 관객의 마음을 파고든 캐릭터를 꼽는다면, 여전히 꿈의 제인의 '제인'이 아닐까.
구교환이 연기한 제인은 트랜스젠더이자 가출 청소년들의 ‘엄마’ 같은 존재다. 그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베풀며 보호하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불안정하고 흔들린다. 그럼에도 제인은 늘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하고, 언제나 따뜻한 말과 포용으로 소외된 이들을 감싸 안는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가 베푸는 사랑과 안식이 진짜 현실인지, 혹은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상향인지조차 불분명해진다.
구교환은 제인을 단순한 ‘구원자’가 아니라 복합적인 감정을 지닌 인물로 그려낸다. 무조건적인 애정을 주는 순간에도 그의 눈빛에는 깊은 슬픔이 깃들어 있다. 말투는 부드럽지만, 때로는 날카롭고, 웃음 속에는 어떤 체념과 씁쓸함이 배어 있다. 그의 연기는 제인의 존재가 단순한 '따뜻한 엄마'가 아니라,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한 인간임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의 후반부에서 제인이 점점 더 흐려지는 듯한 존재가 되는 순간들. 그때의 구교환은 점점 더 몽환적인 분위기를 띠면서도, 여전히 현실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듯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는 제인을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위태롭게 걸어가는 존재로 만들어낸다.
꿈과 현실의 이중 구조
영화는 주인공 소현(이민지)의 시선을 따라가며 꿈과 현실이 뒤섞인 듯한 연출을 보여준다. 제인의 존재조차 현실인지 환상인지 불분명하다. 소현은 가출한 후 낯선 사람들의 손을 거치며 위험한 상황을 맞닥뜨리지만, 제인이 있는 '뉴월드'에서만큼은 안도한다. 그러나 '뉴월드'는 결코 현실적인 피난처가 될 수 없다.
박꿈이라는 감독의 연출은 이러한 이중 구조를 더욱 강조한다. 카메라는 때로는 다큐멘터리처럼 날 것의 현실을 담아내다가도, 몽환적인 색감과 음악을 활용해 마치 꿈속에 있는 듯한 감각을 만든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의 인물들이 처한 혼란을 함께 체험하게 만든다.
시시하고 불행한 인생,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유
꿈의 제인은 삶이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현실의 냉혹함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가출 청소년들은 여전히 방치되어 있고, 제인의 사랑도 결코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한 절망으로 끝맺지 않는다.
"불행하게라도 오래오래 살자."
이 대사는 체념처럼 들리지만, 한편으로는 절실한 생존의 다짐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삶이라도, 서로를 의지하며 버텨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모두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가 있는가? 제인의 존재는 그 물음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구교환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깊이 있는 연기는 꿈의 제인을 단순한 성장 영화 이상의 작품으로 만든다. 그는 제인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제인 그 자체가 되어 영화 속에서 숨 쉬고 존재한다. 덕분에 꿈의 제인은 단순한 이야기 그 이상으로, 한 편의 꿈같은 경험이 된다.
삶이 꿈인지, 악몽인지조차 불분명한 세계에서 꿈의 제인은 시시하고 불행한 인생을 견디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구교환은 그 이야기의 중심에서, 우리가 잊지 못할 얼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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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음악의 힘
혼자 산 지 오래된 사람들은 혼잣말을 잘한다. 혼잣말은 대개 말로 끝나지 않고 리듬을 부여받는데, 나이듦의 증거라고도 한다. 난 주로 '안경이 어디 갔을까'를 노래한다. 안경잽이들에게 가장 난제는 안경찾기이다. 안경이 있어야 안경을 찾는데, 안경이 없어서 안경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비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 어디에선가 이런 말을 들었다. 책 싫어하고 운동 싫어하고, 미술 싫어하는 사람은 있어도 음악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동서고금 어디에도 그들만의 음악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래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슈퍼스타K, K팝스타, 위대한탄생,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국민가수, 싱어게인... 노래 경연 프로그램만 해도 벌써 몇 개인지. 거기 나오는 사람들은 다들 어쩜 그리 노래를 잘하는지.
그덕에 내한 온 해외가수들이 감격하고, 음악영화들이 대박을 터뜨린다. 나도 음악영화들을 참 좋아하는데, 3일차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두 개의 음악영화를 보고 왔다. <코다>와 <노래로 쏘아올린 기적>이다.
이 영화들을 음악영화라고 감히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노래가 주제이니 거칠게 음악영화로 분류해본다.
장애인 가족 속 비장애인 자녀, <코다>
<코다>는 농인가정의 청인 자녀를 뜻한다. 영화를 보기 전에 아카데미에서 상 받았다 정도나 알았지, 전혀 아는 바가 없었던 터라 영화를 보는 내내 '이거 이래도 되나' 싶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와서 찾아보니 프랑스 영화인 <미라클 벨리에>의 리메이크판이었다. <미라클 벨리에>의 주인공 폴라는 초등학생이고 <코다>의 루비는 고등학생이다. 폴라 엄마랑 루비 엄마가 같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폴라의 부모는 목축업에, 루비의 부모는 어업에 종사하고 폴라에게는 남동생이, 루비에게는 오빠가 있다, 정도가 바뀐 설정이다. 주인공이 청소년으로 설정되면서 남학생과의 풋풋한 하이틴 로맨스도 한 스푼 첨가되었다.
장애인을 부모로 둔 비장애인 아이는 한 번도 아이일 수 없다. 세상으로부터 부모를 지켜야 하고, 비장애인들의 세상에 부모의 언어를 통역해주어야 한다.
농인의 가정에 청인, 게다가 노래 잘하는 자식이라니. 이건 축복일까? 자식의 목소리를 한 번도 듣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아예 노래라는 게 어떤 것인지 들어본 적이 없어 그저 물고기를 잘 잡은 것과 비슷한 기분일까. 감히 추측할 수 없지만, 그냥 영화에서 보여주는 대로 느껴본다.
영화는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태도를 보여준다. 자식인 루비마저도 부모를 도와야 할 사람, 지켜야 할 사람으로 여기고 자기 자신을 가족에게로 갈아넣고자 한다.
그러나 오빠의 말처럼, 루비가 태어나기 전에도 그의 가족들은 잘 살았다. 비장애인들과 함께 그럭저럭 살아왔다. 장애인을 보는 우리의 시선도 비슷하지 않은가. 정상인의 도움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 사회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장애도 있으면서 왜 애를 낳아서는, 거기에 속된 말들까지 덧붙여.
노래가 뜻대로 되지 않자 루비는 말한다. 한 번도 부모님 없이 해본 적이 없다고. 루비의 부모는 좋은 부모였다. 장애인은 장애를 가졌다뿐이지 스스로의 역할들을 해내며 살아간다.
장애인을 재단하고, 범주화하고, 자신만의 개념 속으로 밀어넣는 것, 즉 대상화는 혐오이고 폭력이다. 그건 장애인이 아니야, 내가 아는 장애인의 모습으로 행동해야지, 바람직한 장애인의 모습이 아니니 도울 필요도 없지, 장애인이면 착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이런 문장들이 랜선을 타고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폭력을 자행했는지 반성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음악은 <미라클 벨리에>가 좋았고, 영상미는 <코다>가 좋았다. 두 영화를 함께 보는 것도 권하고 싶다. 영화 후반부에 가서, 오디션을 볼 때 수어를 함께 사용하는 장면은 <미라클 벨리에>에서도, <코다>에서도 눈물이 났다. 다 알면서도.
폐허 속에서도 음악이 흐르네, <노래로 쏘아 올린 기적>
영화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네 명의 아이들이 냄비 따위를 들고 노래를 해서 돈을 버는데, 벌이가 영 시원치 않다. 그중 노우르는 유일한 여자아이이자 모임의 리더이다. 어지간한 남자아이들보다 배포도 크고 용감하며, 똑똑하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타고 났지만 꿈이 크지 않은 동생 무함마드에게, "유명해져서 세상을 바꿀 거야"라고 말하라며 협박하는 무서운 누나이기도 하다.
이들은 물고기를 잡아 번 돈을 밀수꾼자에게 날렸지만 사원에서 코란 성가를 불러 돈을 벌어 악기를 마련한다. 무함마드는 동네 음악선생에게 과외도 받는다. 이후 결혼식 축가 등 돈 되는 대로 일을 하다가(그 어린 아이들이) 갑자기 누나 노우르가 신부전으로 쓰러진다.
너무 비싼 수술비 때문에 신장이식을 받던 노우르는 투석 중 사망하는데, 그 이후 무함마드는 대학에 진학하여 노래가 아닌 택시기사로 학비를 번다.
그러나 우연히 음악경연대회에 원격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페이스북을 통해 옛날 누나와 함께 투석하던 아밀을 만나게 된다. 무함마드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조르는 아밀을 보고 무함마드는 다시 한번 누나를 떠올리고, 노래를 부르겠다고 다짐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TV에서 '아랍 아이돌'이라는 경연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걸 알게 된다. 장소는 이집트. 가자지구에서 이집트까지는 사실상 갈 수가 없다. 그때, 무함마드는 예의 돈 떼먹은 밀수업자를 찾는다. 비자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밀수업자도 폭탄으로 인해 다리를 잃었다. 전쟁은 선한 자와 악한 자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파괴한다. 무함마드는 가까스로, 또 여러 사람의 도움을 얻어 겨우 이집트에 도착하지만, 표를 구할 수가 없다. 절망한 무함마드는 화장실에서 노래를 부른다. 무함마드의 노래소리를 듣고 옆칸에 있던 사람이 표를 주고, 무함마드는 경연에 나간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자면, 무함마드가 노래를 부를 때 가자지구의 사람들이 열렬히 환호하는 모습이다. 폐허가 된 마을에서도 음악은 축제가 되고, 한 명의 영웅을 응원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마음을 모은다.
음악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폐허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부르는 소리, 그리고 누군가를 구원하는 소리.
<노래로 쏘아 올린 기적>은 사실 스토리라인이 허술하다. 어떤 부분에서는 클리셰가 지나치고, 또 신파적이기도 하다. 부자연스러운 대사들과 연기들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영화에 주목해야 한다.
<코다>가 헐리우드식의 전형적인 영화라면, <노래로 쏘아 올린 기적>은 우리에게 너무도 낯선 문법이다. 배우, 이름, 음악, 배경, 모든 것이 낯설다. 두 영화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화에는 상대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음악은 너무도 생경하였는데, 나는 외국의 음악이라면 팝이나 알지 그 외 문화권의 노래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무함마드가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감동 포인트를 찾는다는 것도 사실 너무 어려운 일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고, 지금도 수많은 팔레스타인, 특히 가자지구의 사람들이 학살되고 있다. 지금도 이스라엘은 신의 이름으로 백린탄 등의 미사일을 쏘며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죽인다. 한때 홀로코스트를 겪었으면서도 팔레스타인의 민간인들을 다 죽일 기세이다.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정치적인 것을 동시에 말하는 것이 상당히 꺼려지지만, 한 개인으로서 시오니즘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사랑할 수는 없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러시아의 편을 들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 관심을 가진다. 자원과 관련되기 때문이 아닐까? 러시아의 석유, 천연가스와 우크라이나의 밀 농사가 각국의 경제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반면에 아직까지도 내전이 그치지 않는 아프라카 대륙의 르완다, 최근에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내전, 그리고 수십 년째 지속되는 팔레스타인 전쟁, 미얀마의 민주항쟁에는 관심이 덜하다.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예상해 본다. 가자지구에 미사일이 날아가도 우리나라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무함마드는 자신의 목소리로 가자지구의 상황을 알렸다. 그 누구도 관심이 없는 나라일지라도 한 가수가 유명해짐으로써 가자에 대해, 팔레스타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실화여서 슬프고, 실화여서 다행이지만 또 불행이기도 하다.
폐허에서도 예술은 살아있고, 당장 집이 날아가고 사람들이 죽어도 사람들은 음악을 사랑한다. 그것이 음악의 힘일 것이다. 인류의 역사 이래 음악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일 것이고,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 영화를 어찌 기존의 문법으로 재단하고 비평하겠는가. 그건 팔레스타인에 평화가 찾아왔을 때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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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승 | 엉성한 토스와 힘이 부족한 스파이크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도자 생활 내내 10%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적이 없는 배구 선수 출신 감독 '우진'(송강호). 아내와도 이혼하고 맡은 팀도 없던 그에게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온다.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의 감독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은 것. 에이스 '성유라'가 이적하면서 오합지졸이 된 팀이지만, 우진은 기꺼이 감독 제의를 받아들인다. 1년만 버티면, 대학 배구팀 감독으로 옮겨주겠다는 이면의 약속과 함께.
의욕 없는 감독과 실력 없는 선수들이 만나 개막 후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한 핑크스톰. 하지만 자기 선수 생활을 망친 '문오성'(김홍파) 감독에게 조롱을 당한 뒤 우진은 마음을 고쳐 먹는다. 악연인 스승 앞에서 스스로를 증명하겠다고. 이에 발맞춰 안하무인 구단주 '정원'(박정민)도 핑크스톰이 1승을 하면 상금 20억을 풀겠다는 파격 공약을 걸자, 우진은 단 한 번이라도 이기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잘못된 비빔밥
대부분의 상업 영화가 그렇지만, 특히 스포츠 영화는 모범답안이 확실하다. 서사적으로는 전력이 약한 팀이나 선수가 기대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자기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초반 훈련 과정은 유머로, 후반부에는 감동으로 풀어내는 식이다. 국내에서는 <국가대표>가 가장 대표적이다. 작년에 개봉한 이병헌 감독의 <드림>이나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도 비슷한 결의 영화다.
캐릭터는 감독과 선수가 핵심이다. 균형추가 한쪽으로 쏠릴 때도 있지만, 감독과 선수는 대체로 서로의 아픔과 상실감을 위로하며 한 팀으로 거듭난다. 근래에는 <머니 볼>이나 <스토브리그>처럼 단장, 구단주 등이 중요하게 다뤄지기도 한다. 스포츠 경기 대신 스포츠 산업 종사자의 이야기를 다룬 <에어> 같은 영화도 유사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신연식 감독의 <1승>은 스포츠 영화의 공식과 트렌드를 모두 반영하고자 했다. 오합지졸 배구 감독과 선수를 묘사한 대목은 <드림>과 같은 웃음을, 그들이 한 팀이 되어 마침내 승리를 거두는 모습은 <국가대표>나 <우생순>과 비슷한 감동을 목표로 한다. 구단주가 새로운 목표에 맞는 팀을 재조직하는 과정은 <스토브리그>를 만화적으로 변형한 듯하다. 문제는 이 모든 요소가 따로 놀면서 서로의 맛을 해치고 있다는 점이다.
웃기 힘든 코미디 영화
<1승>의 초반부는 코미디를 지향한다. 구단주의 인수 사가, 단기 감독 임명, 의지 없는 선수의 조합만 놓고 보면 누가 보더라도 코미디다. 팀 내에서 쏟아져 나오는 갈등과 문제 역시 그 재료로서 적합하다. 코칭스태프와의 어떤 논의도 없이 에이스나 가장 안정적인 포지션 선수만 팔거나, 징계받은 선수를 대거 영입하고, 현금 트레이드를 하는 등.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기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런데 <1승>은 뻔뻔함이 부족하다. 코미디나 만화적인 전개로 빠지려는 찰나에 톤을 다운시키는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우진의 서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1년만 프로 감독직을 맡은 후 대학 배구팀 감독으로 넘어가려는 속물로 묘사된다. 그런데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나올 때마다 영화는 우진과 스승과의 악연, 전처와 딸과의 미묘한 관계를 거듭 삽입하면서 웃음이 나오려는 분위기를 끊어버린다.
선수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폭행을 저질렀던 선수, 마흔이 된 베테랑 선수, 분노 조절 장애 선수, 일본 교포 출신 용병 등 각자 사연이 있는 문제아들은 훌륭한 유머 재료다. <드림>만 하더라도 노숙자 축구 선수들의 개인사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면서 더욱 뭉클하게 표현한 바 있다. 하지만 <1승>은 이 모든 선수들을 단지 과거 팀의 에이스였던 성유라와의 갈등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소비하면서 여러 가능성을 스스로 제약한다.
즉, <1승>은 만화적인 분위기를 밀어붙이는 뚝심이 부족하고, 다양한 캐릭터도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했다. 꾸준히 비정상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정원 정도가 예외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나머지 인물들은 관객을 웃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면서 성급하게 대사를 한다. 이는 코믹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장애물이 된다. 뻔한 유머 포인트를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으니, 큰 웃음이 나오기 어렵다.
목적이 결여된 1승
중반부 이후에 톤이 완전히 바뀌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그토록 1승을 염원하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 일반적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려면 감독이나 선수가 진심으로 1승을 원하게 되거나, 서로 다른 생각을 하던 그들이 한 팀으로 거듭나게 되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 <국가대표>에서도 선수와 코치 모두 각자의 개인사나 비밀을 털어놓은 후에야 한 팀이 됐다. 그런데 <1승>에서는 그 전환점이 잘 안 보인다.
그래도 구단주와 감독의 목적은 유추할 수 있다. 정원은 일관적이다. 그는 문제아만 모이는 꼴등 팀이 1승을 챙겨서 반전 드라마를 썼다는 스토리텔링을 티켓 판매에 적극 활용한다. 우진의 변심도 어느 정도 근거가 보인다. 자리만 지키자는 생각을 하던 그는 고등학생 시절 선수 생활을 망쳤던 스승에게 패배한 후 조롱 섞인 비난을 듣는다. 이에 그는 어떻게든 1승을 챙겨서 자기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는 욕구로 무장한다.
문제는 선수들이다. 적당히 연봉만 받자는 태도를 보여주던 선수들은 우진의 일갈 몇 마디에 갑자기 훈련과 경기에 몰입한다. 그 계기는 따로 주어지지 않는다. 기회를 받고 싶어하는 몇몇 유망주를 제외하면, 선수들이 왜 1승을 원하는지를 좀처럼 알 수 없다. 성유라 관련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 결과 <1승>은 마지막까지도 각 캐릭터의 플롯이 하나의 목적지에서 어우러진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스포츠 영화' 중 '스포츠'는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승>은 끝까지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 매는 힘이 있다. 바로 배구라는 스포츠 자체의 힘이다. 실제로도 배구 경기 양상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구현하려 한 노력이 엿보인다. 물론 초중반까지는 배구 경기가 흥미롭다고 하기 어렵다. 선수들 자체의 실력 문제가 있다 보니 경기 장면은 맥 빠지기 일쑤다. 하지만 후반부부터는 박력 넘치고, 쫄깃한 경기 장면이 등장하면서 보는 맛도 덩달아 살아난다.
특히 그래픽과 촬영분을 적절히 배합해 가능한 코트 위에서의 긴장감과 박진감을 재현하려 한 시도가 눈에 띈다. 특히 배구공에 카메라를 달은 시점에서 코트 양쪽을 10번 이상 오가는 랠리를 롱테이크로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마치 <챌린저스>에서 테니스 공에 카메라를 단 시점으로 테니스 경기를 보여준 것을 연상시킨다. 배우들의 어설픈 움직임도 감출 수 있는 영리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특정 배구 용어와 작전이 어떻게 코트 위에서 펼쳐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연출도 흥미롭다. 사실 해당 스포츠의 열성적인 팬이 아니라면 경기 도중에 전술, 전략적인 측면을 알아챌 눈썰미를 갖추기 어렵다. <1승>은 관객의 눈썰미까지 보충해 주면서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특정 선수 교체 타이밍, 서브 공격 작전, 후위 공격과 속공 활용 시점, 포지션 변경 이유 등을 짚어주는 식이다.
그 덕분에 드라마가 공감되지 않거나, 유머 포인트가 웃기지 않더라도 <1승>은 결말은 일정 수준 이상의 감동을 보장한다. 1세트, 1점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마지막 두 세 경기 양상을 쫓다 보면 승리를 향한 집념에 자연히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영화의 힘이라고 볼 수 없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퀸의 라이브 에이드 무대를 재현했을 때의 전율을 두고 영화보다는 퀸의 노래 덕분이라는 말이 나온 것과 비슷하다.
세대교체?
배우들 상반된 모습도 특이점이다. 박정민은 다시 한번 가치를 증명했다. 자칫 유치하거나 과장되어서 어색할 수도 있는 만화적인 캐릭터에 최소한의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배우 본인이 인터넷 방송에 익숙해서인지는 몰라도, 최근 한국 영화에서 개인 방송 화면이 등장할 때 느껴지는 위화감도 최소화했다. 만약 정원을 중심으로 더 유쾌하게, 끝까지 B금 감성을 유지했다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반면에 지난 20여 년 간 국민 배우였던 송강호의 선구안은 이제 의문스럽다. 물론 <1승> 속 모습만으로 그의 연기력을 비판할 수는 없다. 애초에 그에게 주어진 우진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전형적이고, 평면적인 인물이니까. 과거의 상처 때문에 속물처럼 살던 감독이 어릴 적 열정을 되찾는 서사는 스포츠 영화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클리셰다.
다만 <기생충> 이후 <나랏말싸미>, <브로커>, <비상선언>, <거미집> 등 송강호가 명성에 걸맞은 완성도를 갖추거나 흥행에 성공한 작품을 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디즈니+의 <삼식이 삼촌>도 다른 OTT 시리즈에 비하면 반향이 크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1승>은, 아무리 개봉일에 국가적 불상사가 겹쳤다 하더라도, 송강호가 믿고 보는 배우라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를 남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Poor 형편없는
우격다짐, 뒤죽박죽으로 간신히 챙긴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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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망무제(一望無際)
구구절절히 설명하면 재미가 없다. 또 과하게 친절하면 매력이 없다. 왠지 모르게 이성관계에서 적용되는 이론을 꺼내오고 싶어진다. 과연 배때지가 불러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인가. 네 연애나 제대로 하고 이런 문장을 쓰라고 하면 사실 할 말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인간관계에도 적당한 선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던 말이지만 요즘은 그 말이 맞다고 느꼈다. 오히려 아무 연락도 안 하고 지내야 그 사람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커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것 같다. 누군가가 정말 좋았다가도 ‘별 쓰잘데기 없는 소릴 하네’라는 생각이 들면 멀어지게 된다. 너무 많이 말하면 다 알아서 상상력이 줄어드는데, 적게 알면 그만큼 사람이 생각할만한 건덕지가 넓어져 관계를 오래 유지하게 된다. 그래서 생각하게 만드는 결말이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는 경우가 많았나보다. 한 유령이 있다. 유령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이 유령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마음을 한번 열어보자.
간단하고 단촐하게
<고스트 스토리>는 살아있는 사람에 관한 영화다. 루니 마라와 케이시 에플렉이라는 할리우드의 빅 네임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근데 제작비는 10만 달러로 초초초 저예산 영화에 속한다고 한다. 이런 초저예산 영화의 특성만큼이나 줄거리는 소박하다. C와 M은 다정한 신혼부부다. 근데 갑자기 남편 C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M는 혼자 남겨졌다. 그렇게 C가 떠난 빈자리를 감당하며 일상을 보낸다. C는 이 빈자리를 조용히 관망하기만 한다. 유령이기 때문에 말도 무엇도 할 수 없다. 그가 떠난 빈 집에서 파이를 먹거나 사람들을 만나는 등 상처가 아무는 과정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다. M은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이내 집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삿짐을 준비하는걸 전부 마무리한 M. 집을 떠나며 무언가 쪽지를 쓰고 벽에 묻는다. 유령이 된 C는 M이 떠난 후 벽을 열심히 파서 쪽지를 보게 된다.
줄거리를 쓰기에 간단한 구성이다. 그 덕에 영화는 딱 두 가지 상황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C와 M이 부부였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C가 세상을 떠나고 M을 지켜본다는 것이다. 이 구분은 유령이냐/유령이 아니냐로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안에서 중요한 건 M이 유령이 되고 난 후다. 이 작품은 M의 사후를 조명하는데, 이 과정이 영화라고 할 것도 없이 굉장히 심심하다. 솔직히 루니 마라가 파이 먹는 걸 보기 위해 영화관에 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녀가 파이를 먹는 건 새삼 놀랄 일이 아니다. 파이 먹는 게 재미있는 분들은 유튜브에 '먹방' 검색하고 아무 영상이나 재생하는 것이 더 도움 될 것이다. 별 것 아닌 일상 속의 시간까지 조명하는 이 영화다. 영화는 M의 시점에서 C를 구경한다. 다만 관찰자의 입장에서 구경만 하는 것이다.
떠나간 이가 느낄 감정들에 대해
누군가의 곁을 떠난 우리. 떠난다는 건 허무함과 우울함의 연속이다. 이를 수식할 수 없을까? 아니다. 무슨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혼자가 된다는 것은 이 영화와 같이 조용하다. 바쁘게 사는 것이 그 누군가를 떠나보내기에 아주 좋은 상황이란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바쁘게 보내려고 한다. 치열했던 일상이 끝났다. 하루를 마치고 샤워를 한 후 침대에 눕는다. 그러면 알게 된다. 문득 혼자라는 걸. 난 이 사람이 없기 때문에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사람의 존재는 내 생각보다 컸었다. 그러면 무슨 행동에 전제조건이 붙게 된다. 어떤 일을 ‘그걸 이겨내기 위해’ 했었던 만큼 그 인물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는다. 그러면 일상 속에서 타인의 흔적이 강하게 박혀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사람이라고 파이를 혼자 먹고 싶어서 먹고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익숙한 상황을 즐기지 못한다는 그 지점은 인간에게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되게 별 것 아닌 순간에서 사람은 그제야 떠난 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 외로움과 허전함이라는 감정을 묘사할 때 일반적으로 다른 영화들은 주인공이 갖고있는 정서를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보여줬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해피 투게더>의 경우 왕가위는 아휘 캐릭터가 밥알을 하나씩 하나씩 먹는 장면을 통해 주인공의 감정을 드러냈다. 이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은 반대의 접근법을 가지고 있다. 관객이 인물을 지켜보며 다양한 생각을 하게끔 유도한 것이다. 롱테이크와 장면을 길게 늘이는 방식이 그 예인데, 파이를 먹는 신에서 그게 잘 드러난다. 이 장면은 4분 30초간의 한 장면으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부엌 안에 덩그러니 앉아서 파이를 먹는 M. 우리는 그걸 지켜보며 다양한 생각에 빠진다. 아무 소리도 없이 조용한 부엌. 집엔 아무것도 없고 여자 혼자만 있다. 그럼 감정이입이 된다. 주인공이 직접적으로 고독하다는 걸 나타내는 행위는 없는데도, 인물이 외로움을 느끼는 걸 지켜보는 것이다.
여태까지 없던 방식으로 삶을 돌아보다
우리는 이 외로움이란 정서를 M과 함께 공유하며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 우리, 원래 둘이 있으면 뭐든 함께했다. 혼자서 먹을때도 재미있는 이야기 해 줄 생각에 행복하고, 슬픈 일이 있어도 같이 나눌 이가 있다는 사실에 기쁘다. '함께'라는 사실에 기댔다가 누군가가 나를 떠나면 그 기분을 느낄 수 없다는 씁쓸함에 외로워진다. 근데 인간에게 있어 이 시간은 점점 누적된다. 외로움에 지치면 무엇이든 하기 싫어진다. 근데 지치면 지칠수록 시간은 너무나 길어서 사람이 더 고독을 느끼게 된다. 영화로 돌아가서, 한 장면을 4분 30초 동안 본다고 가정해보자. 외로움을 느끼며 시간이 진짜 안 간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난 이 시간이 안 가는 기분이 너무 싫었다. 함께라면 이 파이가 더 맛있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이 고개를 들었다. 금새 잊지 못했던 상처가 생각나 또 외로워진다. 그 외로움에 빠져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간 더럽게 안 간다. 같이 하면 더 많은 걸 하면 시간을 보냈는데, 혼자서 하니까 눈이 파이 먹는 것에만 집중되는 것이다. 이는 이 정서를 100% 의도한 연출이다. 일부러 잔잔하고 조용하게 설정해서 인물이 느낀 고통을 극대화시켰다. 만약 왕가위라면 나레이션에 색감보정에 이것저것 많이 넣었겠지만 데이빗 로워리 감독은 인물 하나와 파이 하나만으로도 고독감과 외로움을 표현한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는 상실의 의미와 아름다움
감독이 설정한 이 정서를 함께 느끼다 보면 우린 알게 된다. 내가 사랑했던 타인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타인의 존재감을 느낀다. 삶의 아이러니가 나타난다. 우리는 누군가를 기억하기 때문에 그 사람과 함께 있게 된다. 극 중 예언자의 말처럼 존재를 기억하는 데 있어 흔적 같은 건 필요 없다. 우리를 떠난 사람들의 흔적이 굳이 남지 않더라도 어쩌면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아름답다. 완전하게 신선한 방식으로 인간의 내면에 있는 무언가를 표현했다. 외로움은 우리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깊다. 이걸 표현한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명제일지도 모른다. 또 우리는 각자 다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어떤 이가 내 옆을 떠났고 그 인물이 나에게 무슨 느낌을 줬는지는 모두가 다를 것이다. 감독은 이에 대한 공감의 방식으로 색다른 방법을 택했다. 정해지지 않은 유령과도 같은 무언가를 보여줬다. 우리는 이 덕에 각자가 잃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무한한 상상을 우리에게 선사한 것이다.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은 인간의 이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해 우리에게 각자가 품고 있는 정서를 드러나게 했다. 일망무제가 딱 적당한 표현이다. 우리 인생은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로 이루어져 있다. 또 영화와 예술은 이런 우리의 텅 빈 무언가를 꺼내주는 아주 감사한 매개체가 아닐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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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이번 주부터는 저번 한 주에 일어났던 영화계 소식이 아닌최근 국내외 영화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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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롯데시네마 영화관람료 인상
ⓒ 롯데컬처웍스
롯데시네마가 다음 달 1일부터 영화 관람료를 1000원씩 인상한다고 밝혔다.
군인, 경찰, 장애인, 국가 유공자 등 우대 요금은 인상에서 제외됐다.
독전2, 넷플릭스에서 공개 예정
ⓒ 넷플릭스
누적 관객수 520만 명을 기록한 <독전>의 속편 영화 <독전 2>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고 한다.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한효주는 이선생의 실체를 알고 있는 큰칼 역을, 오승훈은 앞서 류준열이 연기했던
버림 받은 조직원 락 역을 맡았다.
제 11회 광주독립영화제, 23일 개막 예정
ⓒ 광주독립영화협회
각종 사회문제를 다룬 독립영화 32편이 광주독립영화제에서 공개된다고 한다.
광주독립영화제는 23일부터 26일까지 열리며, 개막작으로는 '말이야 바른 말이지'가 선정됐다.
<탑건: 매버릭>, 예매율 50% 달성
ⓒ 네이버 영화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탑건: 매버릭>이 개봉 2일 전 예매율 50%를 돌파하며 1위를 기록했다.
<탑건: 매버릭>은 6월 22일 국내 개봉 예정이다.
해외
25년만의 공식 리메이크 <큐브>, 7월 대개봉
ⓒ 디스테이션
영화 <큐브>가 25년만에 첫 공식 리메이크작으로 돌아온다.
7월 13일 개봉 예정이며, 스다 마사키, 안, 오카다 마사키 등이 출연한다.
<패딩턴 3>, 2023년 촬영 예정
<패딩턴 3>는 CF 감독 출신 듀갈 윌슨이 연출을 맡았으며,
촬영은 2023년 페루와 런던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피 데스데이 3>, 제작 논의 중
<해피 데스데이> 시리즈 제작자 제이슨 블룸과 감독 크리스토퍼 랜던이 <해피 데스데이 3>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제작에 들어간 건 아니지만, 제작할 예정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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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말란이 다시 인류에게 보내는 서늘한 경고
가족 여행
신난다! 가족 여행이야! 언제 어디를 가든 여행은 늘 설레다. 귀여운 꼬마 웬. 한적한 별장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말에 즐거운 기분이다. 노래 볼륨 크게 키우고 이동하고 있다. 적지 않은 시간을 이동하는 세 사람. 여행지에 도착했다. 짐을 꺼내고 어디서 뭘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복잡한 고민은 어른 둘이서 해도 큰 문제는 없잖아? 팔랑팔랑 뛰어 어딘가로 향하는 웬. 별건 아니다. 별장 앞에 어떤 풀숲이다. 혼자 놀고 있는데 떡대 큰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온다. “안녕!” “안녕하세요!”
성격은 좋아 보인다. 처음 보는 아저씨와 대화하는 웬. 서로 이름을 말한다. 저는 웬이에요. 난 레너드야. 사람 없는 한적한 동네였기 때문에 웬의 입장에서 이 손님이 낯설다. 왜 여기에 오셨어요? “사실 인류를 구해야 할 과제가 있거든” 갑자기 차분한 전원일기에서 sf로 장르가 바뀌고 있다. 뭔 소리지? 웬이 레너드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난 너희 가족을 만나러 왔어. 너희 가족은 이제 숭고한 결정을 해야 하거든.” 느낌이 안 좋다. 어린 나이지만 이 사람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런 느낌이 현실로 이뤄지듯 웬의 시야에서 어떤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사람들은 무기를 갖고 있다. 설마? 이거 우리 가족을 해치려고 오는 건가? 쿵쿵 다가오는 사람들의 발소리를 듣자마자 웬은 달린다. “아빠! 아빠!” 그런 웬을 보는 레너드. 레너드의 속셈은 간단했다. “웬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을 죽여 인류를 살려야 한다”라는 것이다.
믿지 못하는 이유
영화에서 핵심으로 작동하는 문장은 예고에도 나온 것으로 보인다. “내 가족을 희생시킬 것인가, 인류를 구할 것이다”다. 이 질문은 굉장히 자극적이다. 만약 여기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묻는다면 답이 쉬울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공리주의에서 타고 내려오는 인류의 고전적 떡밥이 영화에서 구현된 셈이다. 영화는 이 딜레마를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어떻게? '불신'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적으로 내세웠다. 왜 불신하게 됐을까? 영화에서 배경이 되는 가장 기본적인 세팅이 있다. 이게 시놉시스에서 구체적으로 언급이 되어 있지 않아서 뭐라고 쓸 수는 없다. 대략적으로 써보자면, 이 웬 가족은 약간 특별한 가족이다. 가족 구성원이 살짝 다른 것이다. 이 다르다는 특성은 영화에서 핵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인과관계를 갖는다.
바로 이 가족 구성원의 배치는 불신이라는 핵심으로 닿을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사회를 들여다보면, 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있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뭐 PC주의다 뭐다 해서 이 사람들을 인위적으로 뛰운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혐오 내지는 혐오범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영화는 두 이야기(가족의 탄생, 레너드 일행과의 인질극)를 축으로 끌고 줄거리를 이끈다. 이 가족이 왜 세상에게 이럴 수밖에 없는가? 의 배경을, 또 두 가지 이야기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것이다. 괜히 세상이 망해가는 이야기와 가족의 탄생을 병치시킨 것이 아니다.
이들이 소수자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불신이라는 키워드는 영화에서 굉장히 흥미롭다. 영화에서 왜 딜레마가 일어날까? 상대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믿지 못하는 이유’에 따라 주인공(들)이 설정해 놓은 장치들이 있다. 뭐 동양인 딸을 입양했다던가, 차에 뭔가가 있다던가 하는 것들이 이야기에서 중요하게 작동한다. 이 장치들이 매 번 다르고, 왜 구비했는지도 사실감이 있게 제시했기 때문에 글쓴이는 영화가 흥미로웠다. ‘아, 감독이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이 도구들을 영화에 넣었구나’ 싶은 것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인류와 가족 중 어떤 것을 고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불신할 수밖에 없는 사회’를 전개한다는 생각에 빨려 들어갔다.
현재 그리고 미래
영화에서 제시한 불신을 과거 그리고 현재에 어떻게 적용시키는가에 대해서도 흥미로웠다. 우선 영화의 현재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종말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종말을 어떻게 다루는가? 의 답은 간단하다. 주인공 일행이 이걸 믿지 않으면 그의 반작용으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샤말란은 이 현재 세태에 대해서 '단순히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가 비극이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라고 규정지었다. 이는 우리 현대 사회에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를 인과관계로 설정했다는 것이 터무니없는 영화가 되지 않았다고 느낀다. 과연 이 영화에서 제시하는 재앙들이 어느 날 갑자기 뚝딱 일어났던 걸까? 아닐 것이다. 이미 레너드와 같은 사람들이 계층을 가릴 것 없이 경고했던 것이다. 또 이런 일들이 전부 다 별개라고 볼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어떤 각도에서 보면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살짝 이루어져 있다. 물질론적 사회구성이론이 세상에 한 트럭인 것이 이 근거로 볼 수 있다. 영화는 이런 것들이 서로 별개가 아니라는 것을 항변하는 듯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이 역설을 중심으로, 좁은 공간을 설정한 후 강강강의 템포로 전개하는 영화의 서사가 강력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영화의 목표와 목적이 정해진 것이다.
이런 시대상을 반영하는 방식은 전작을 생각나게 한다. 바로 <올드>다. 이 <올드>와 <똑똑똑>이 세상을 구현하는 방식은 유사한 듯 보인다. 먼저 좁은 공간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어느 해안 <올드>, 한적한 별장 <똑똑똑>이 공간적인 비슷하다. 또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담았다는 점도 비슷하다. 공리주의를 비판하는 <올드>, 경고와 불신을 소재로 담은 <똑똑똑>이 그렇다. 또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점에서 시간을 소재로 다룬 <올드>와 인과관계를 소재로 담은 <똑똑똑>이 유사하다. 물론 이 둘은 안 좋은 지점까지도 닮은 듯하다. 그러나 이 유사하다는 특징은 인간을 바라봤던 샤말란의 관점이 느껴진다는 점, 그러니까 감독이 샤말란을 어떻게 현재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절대 그냥 넘어갈만한 세팅은 아닌 듯하다.
좀 심했어
그러나 이렇게 사회비판적인 코드를 '샤말란스럽게' 잘 소화한 듯 하지만 이 영화의 불호 포인트는 명확할 듯싶다. 우선 첫 번째, 영화 템포가 너무 강강강의 템포를 가졌다는 점이다. 이 빠른 템포에 비해서 영화의 키워드가 주인공들의 특수한 세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어떤 분에게는 영화를 부정적으로 보기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전작 <올드>는 주인공들에게 병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여러 커플이 나오기 때문에 샤말란이 품고 있을 다층적인 관점을 품을 수 있다. 넓은 영화라고 보기는 좀 어렵기 때문에 이 영화의 이야기 방식이 지루하고 기가 빨린다고 느끼기 쉬울 것 같다. 또 주인공들의 선택(들)이 합리적이었는가? 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을 수도 있다. 영화의 후반부에 박력이 갑자기 풀리기 때문이다.
또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동하는 몇 가지 반전이 있다. 그중 하나는 집단의 구성이다. 영화에서 거의 주인공격인 집단이 후반부즈음에 밝혀진다. 이 집단이 구성되는 이유가 샤말란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때려 박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를 제시하는 방식도 위에서 서술했던 '박력이 약해지는 이유'기도 했지만 글쓴이는 더 나아가 이 암시가 굳이 필요한지도 의문점이 있다. 영화에서 중요하게 작동하는 서스펜스 중 하나는 주인공들이 '일반인'이라는 점이다. 이 사람들은 전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지금 일어나는 상황이 뭔지 감 잡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인물들이 벌이는 어떤 행동들이 더 잔혹하게 느껴진다. 이걸 이야기의 긴장감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 자체가 영화에서 충분히 하고 싶은 말을 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를 하는 방식과 내용까지 아쉬운 단점이 되는 것이다. 아니 초중반부까지 '이 사람들이 과연 어떤 인간인가'를 상상하게 만드는 것, 그러니까 일반인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상상하게 만들었던 힘으로 영화가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런데 이를 후반부에서 다 너무 설명하고 넘어가니까 주인공의 입장 빼고 영화가 무뎌졌을 것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또한 이 인물구성이 이루어진 계기를 생각해 보면 좀 살짝 작위적인 느낌이 있다. 이 사람들이 크고 작게 행동하는 근거들이 힘이 떨어진다. 게다가 네 명 중 한 사람의 가장 또렷한 히스토리는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기능적으로 끼워 맞췄다는 느낌이 좀 있다. 이는 후반부가 될수록 좀 이질감이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레슬러
영화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캐스팅 둘이 있다. 바로 레너드 역을 맡은 데이브 바티스타와 레드먼드 역을 맡은 루퍼트 그린트다. 데이브 바티스타는 MCU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 출연하며 나름의 인지도를 높였다. 또 이를 바탕으로 작년 <나이브즈 아웃 : 글라스 어니언>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치를 잘 살리듯 바티스타는 영화를 끌고 가는 원 톱 주인공으로서 이야기를 이끈다. 영화에서 '안타까움'에 대한 감정적인 리액션이 좀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바티스타의 공이 크다. 그러나 후반부에 가면 갈수록 살짝 질리기는 한다. 뭐 관객 분들이 보는 데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또 '해리포터' 시리즈의 론 위즐리 역이었던 루퍼트 그린트 역시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론 위즐리' 생각이 잘 안 났다. 그렇게 좋은 연기를 보여준 두 사람과는 다르게 주인공 둘은 연기가 많이 아쉽다. 한 인물은 감정연기를 하는데 거의 똑같은 표정으로 매번 같은 억양을 보여준다. 레너드 일행이 나올 때는 몰입되지만 주인공 가족이 나올 때 루즈해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또 세 주인공 중 하나는 영화에서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는데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연기에 힘이 없었다. 이러다 보니 주인공들이 별로 기억에 안 남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역시 샤말란 영화에 절대 빠질 수 없는 깜짝 카메오가 있다. 솔직히 좀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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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가여운 것들> 메인 예고편
2024년 3월 6일 개봉 확정! 올해 아카데미 최고의 화제작 [가여운 것들] 메인 예고편 공개‼ 엠마 스톤, 마크 러팔로, 윌렘 대포의 유니크한 변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놀라운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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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이프라인> 1차 예고편
목표는 하나, 목적은 여섯!
화끈하게 뚫고, 완벽하게 빼돌려라!손만 대면 대박을 터트리는 도유 업계 최고 천공기술자 ‘핀돌이’는
수천억의 기름을 빼돌리기 위해 거대한 판을 짠 대기업 후계자 ‘건우’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에 빠져 위험천만한 도유 작전에 합류한다.
프로 용접공 '접새', 땅 속을 장기판처럼 꿰고 있는 '나과장',
괴력의 인간 굴착기 '큰삽', 이 모든 이들을 감시하는 '카운터'까지!
그러나 저마다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속고 속이면서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도유꾼들
그들의 막장 팀플레이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