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31 14:36:17
2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기예르모 델 토로 <프랑켄슈타인> 첫 공개

기예르모 델 토로가 연출한 <프랑켄슈타인>의 윤곽이 드러났습니다. 오스카 아이작이 연기한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첫 모습이 공개되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올해 11월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 예정인 해당 작품은 델 토로가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작품이라고 밝혀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델 토로는 2008년 ComingSoon과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부터 ‘프랑켄슈타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으며, 보리스 칼로프의 프랑켄슈타인 관련 수집품을 소장하는 등 오랜 시간 이 프로젝트를 구상해 왔습니다. 2018년 유니버설 픽처스가 해당 프로젝트를 취소하며 무산될 뻔했으나, 이번에 넷플릭스를 통해 마침내 실현되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에는 오스카 아이작을 비롯해 제이콥 엘로디, 크리스토프 왈츠, 미아 고스, 찰스 댄스 등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출연할 예정이며, 촬영 감독 댄 로스텐이 <미믹>, <크림슨 피크>, <셰이프 오브 워터>, <나이트메어 앨리>에 이어 다섯 번째 협업을 이어갑니다.
로버트 로드리게스 <패컬티> 리메이크 확정

1998년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이 연출했던 <패컬티>가 리메이크를 확정 지었습니다. 새로운 <패컬티>는 장편 데뷔작 <컴패니언>으로 현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드류 핸콕이 각본을 쓸 예정입니다. 제작은 <바바리안>의 제작사인 볼더라이트(BoulderLight)가 맡습니다.
<패컬티>는 어느 한 고등학교의 교사들이 외계 기생 생물에 의해 조종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이, 학교가 완전히 점령당하기 전에 힘을 합쳐 저항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조다나 브류스터, 클리어 듀발, 일라이저 우드, 조쉬 하트넷, 셀마 헤이엑 등이 출연한 바 있습니다.
미이케 다카시 <오디션>, 할리우드 리메이크되나

포커스 피처스가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오디션> 리메이크 제작을 추진 중입니다. 공포영화 <스픽 노 이블>로 호평받았던 덴마크 감독 ‘크리스티안 타프드럽’이 각본과 연출을 맡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디션>은 무라카미 류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아내를 잃은 한 남성이 새로운 배우자를 찾기 위한 가짜 오디션을 열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공포영화입니다.
선댄스영화제, 2027년부터 볼더로 이전 유력

영화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영화제 중 하나인 선댄스영화제가 유타를 떠나 2027년부터 유타를 떠나 콜로라도 볼더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볼더 측은 약 3,400만 달러에 달하는 세금 공제와 토론토, 칸 영화제처럼 보다 중앙 집중형 영화제 운영 방안을 제시한 것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오래된 소규모 극장들과 영화제를 오가는 셔틀
버스가 선댄스의 매력이었기에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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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더 체어 (2021)
* 본 리뷰는 <더 체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더 체어 (2021)
출연: 산드라 오, 제이 듀플라스, 홀런드 테일러 등
장르: 코미디, 드라마
공개일: 2021.08.20
방송 횟수: 6부작
유색인종 최초의 여성 학과장 '지윤'
미국의 명문 펨브로크 대학교의 영문학과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학과장이 된 '지윤(산드라 오)'. 부푼 마음을 껴안고 승진해 높은 자리에 앉았으나 그녀가 학과장이 된 것은 사실상 독이 든 성배를 손에 쥔 것과 다름 없었다. 영문학과는 수강생이 날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었고, 학장은 노년의 교수들을 잘라 비용 삭감을 하기 위해 지윤을 학과장 자리에 앉힌 것이다.
지윤이 학과장이 된 직후부터 마치 예고했다는 듯이 사건사고가 시한폭탄처럼 터진다. 연인과 친구 사이를 애매하게 유지하는 동료 '빌(제이 듀플라스)'는 학생들의 영상 조작으로 인해 나치 신봉자가 되어 학교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지윤이 한때 존경했던 노교수 '조앤(홀런드 테일러)'은 쫓겨나듯 학교 지하로 연구실을 강제로 옮기게 되면서 학교에 울분을 터뜨린다. 이와 같은 다양한 갈등의 요소들은 모두 지윤을 향해 화살을 돌리고, 학과장으로서 적응할 시간조차 없었던 지윤은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벅찬 상태다. 학과장이 된 '지윤'의 소소한 교내 에피소드와 승승장구 스토리가 이어질 줄 알았지만, 실상은 거지 같은 유리절벽을 마주한 그가 고군분투하며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긴박한 과정을 그린다.
독이 든 성배, 유리절벽에 내몰리다
명문대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학과장, 에밀리 디킨슨을 가르치는 영문학과의 한국계 미국인 교수. 한국인이라면 쉽게 끌릴 수밖에 없는 소재다. 인물의 신선한 설정을 통해 구태의연하고 낡아빠진 학과를 뜯어 고치는 개혁가의 모습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 누가 오더라도 살릴 수 없을 정도로 기피 학과가 되어버린 영문학과의 문제를 모두 떠안기기 위해 유색인종 여성을 앉혔다는 점에서 <더 체어>는 '유리절벽'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사실 학과장이라는 자리는 비백인 여성 교수로서 커리어를 쌓기 위해 혹할 수 밖에 없는 제안이고, 대학 입장에서는 이를 빌미 삼아 학과의 문제를 쉽게 떠넘길 수 있다. 지윤이 학과장이 된 이후 중요한 책임은 모두 그에게 물으면서 학과장의 자율적인 권한은 학교 측에서 통제하려는 모습에서 그를 학과장에 발탁한 의도가 다분히 드러난다. 1화에서 지윤이 학과장실 의자에 앉자마자 의자가 부서진 것은 곧 학과장으로서의 그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하는 사건이며 지윤을 벼랑 끝으로 모는 사건들이 연달아 찾아오며 그의 자리를 위태롭게 만든다. 유색인종 여성 교수의 성공사를 그린 것이 아닌 현실적인 고난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지윤의 모습들은 특히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무려 K-돌잔치 문화까지 등장, 한국인만 느낄 수 있는 재미
주인공을 맡은 '산드라 오'는 극중 한국계 미국인 역할로 등장하는데, 배역명이 '김지윤'이라 캐릭터가 더욱이 한국적으로 느껴진다. 미국 드라마에서 한국의 문화를 표현하는 경우는 최근 들어 적잖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지만, 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스테레오타입에 가까운 모습일 뿐 한국의 제대로 된 문화를 담아낸 작품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간간이 한국어를 쓰는 '산드라 오'부터 아예 한국말로만 대화하는 그의 아버지 '하비', 그리고 미드에 등장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던 K-돌잔치 문화와 한국인 아주머니들 특유의 뒷담화까지.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면, 만들어낼 수 없었을 디테일한 요소까지 반영하였다. 타 국가의 문화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극에 녹여내면서 현실 고증에도 충분한 신경을 기울였다는 게 다른 작품들과의 차별점으로 느껴져서 인상적이었다. '산드라 오'가 직접 제작에도 참여한 작품이기 때문에 한국 문화을 담은 각본에도 추가적인 검증을 세세하게 거쳤을 것이라 본다.
몰락해가는 순수문학 학과의 현실
유색인종 여성 교수의 역경과 극복이 일차적으로 중요한 스토리라면, 주인공 지윤을 비롯한 그의 주변 인물들, 즉 영문학과에 속한 교수들에 관한 이야기에 이차적으로 주목해볼만 하다. 영문학과의 위기는 다름 아닌 IT 기술의 중요성이 팽배해져 가는 시대에 순수문학 학과가 겪고 있는 몰락의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송합니다'로 알려져 있는 문과생들의 취업난은 이미 현실이 된 지 오래이고, 당연히 이들은 순수문학을 학문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는데 큰 관심이 없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은 노년의 교수와 젊은 교수들 간의 강의 방식에 차이를 일으키고 , 학문을 향해 상이한 견해를 가지게 됨으로써 또 한 번의 갈등 관계를 만든다. <더 체어>는 이와 같은 순수문학을 다루는 학과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기보다는 해당 교수진들의 고민과 갈등들을 현실적으로 제시하는 정도로 마무리한다. 주인공의 이야기뿐 아니라 다양한 접근법을 통해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셈.
간결하고 빠른 호흡, 적절한 유머
<더 체어>는 한 회당 30분 정도 되는 분량이 6회차까지 이어지는 드라마인데, 호흡이 짧고 전개가 빠르며 사건의 발단과 갈등의 심화까지의 과정들이 휙휙 지나간다. 사회적으로 꽤나 심각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음에도 시트콤적인 연출과 이색적인 한국식 유머를 더하며 무겁지 않게 해당 소재들을 담았다. '산드라 오' 특유의 단단하고 고혹적인 저음 보이스는 학과장 역할과 상성을 일으키며 티격태격하는 딸 '주주'와의 관계도 사랑스럽게 그려진다. 그리고 다양한 갈등이 오가는 속에 백인 노교수 '조앤', 젊은 흑인 교수 '야즈', 그리고 동양인 학과장 '지윤' 세 사람만큼은 서로를 존중하고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끈끈한 유대감 또한 느껴진다. 짧은 분량의 작품에 많은 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결말이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메이저한 소재의 작품이 아님에도 가볍고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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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국내 누적 관객 수131만 명, 북미 누적 수익 약 1억 4,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국내와 북미 모두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순위는 유지하였으나,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지난주와와 비교하여 수익이
약 68%가 하락해 우려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약 1억 8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한 <더 몽키>는 <기생충>, <아노라>를 배급했던 네온의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작품으로,
<롱레그스>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오즈 퍼킨스 감독의 신작입니다.
스티븐 킹의 1980년대 단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쌍둥이와 그들의 어린 시절 장난감인 원숭이가 사람들에게
죽음을 초래하는 이야기를 다룬다고 합니다. 작품의 원작자인 스티븐 킹은 다른 그의 작품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강조하며
"미친 듯이 독창적"이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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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이였지만 더 나빠지는 순간을 조명하다
우리라는 덩어리 속에 그저 그런 보통의 사람인 아람과 강이, 그들과는 약간 다른 소영이지만 세 명은 마음 맞춰 웃으며 같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함께한다. 자라온 환경, 성격도 각각 다르지만 떠나고 싶은 마음만큼은 같았던 그들은 ’서울‘로 가출을 감행한다. 바라왔던 일들이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가며 점점 위태해지는 그들의 삶은 눈앞의 최선의 선택할수록 최악으로 치닫게 되고 큰 눈덩이는 그들을 덮친다. 약한 무언가를 계속 주워오는 아람, 풍요로운 삶을 가지고 있지만 일탈하는 소영, 가진 게 많으면서도 많지 않은 강이. 누구보다 친하지만, 누구보다 먼 사이의 그 세 명 감정 안에서 표류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 투박하면서도 섬세한 표현이 잘 와닿아 강이의 그 표정이 내내 생각난다. 같은 감정을 느꼈지만 그 묘한 기분으로 인해 멀어지는 두사람이, 세사람이 단 한 순간에 멀어지는 게 덧없게 느껴진다. 인스턴트처럼 즐겼던 짧았던 행동으로 마주한 책임감은 눈꺼풀이 눌려 눈을 뜰 수조차 없게 만들었다. 앞으로 함께 나아가던 그들이 세 갈래로 나누어진 길로 흩어지며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걷는다. 같아진 듯 달라진 강이의 학교생활은 익숙했던 것들이 무섭고 불안감으로 가득 차고 그 덩어리에서 홀로 나와버린 삐쭉거리는 가시가 튀어나와 보호하기 위해 누군가를 상처입힌다. 그런 깨진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주워 담게 만드는 게 최선이라면, 나아지기 위해 나빠진다.
"칼은 누굴 죽이려고 있는 게 아니라 보호하려고 있는 거지.“
강이를 중심으로 펼쳐짐에도 ’자신‘이 중심이 아닌 ’주변‘을 중심으로 하는 강이의 순간들을 투영한다. 그저 웃어 보이는 강이에게도 쥐어지는 선택의 순간들은 다소 충동적이다. 주로 소영과 함께 하는 순간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의 순간들에서 강이가 생각하는 소영에 대한 혼란스러운 마음이 드러났다. 결국에는 피하려고 했던 감정들을 마주하며 꾹 눌러왔던 마음을 자신만의 최선의 선택으로 드러내고 만다. 그때만큼은 최선의 선택이라면 그걸로 된 게 아닐까.10대를 다루는 영화들 대부분이 ’청소년 관람 불가’고 청소년이 주인공이지만 정작 청소년들이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서늘하고 삭막하게 이어지는 영화의 분위기와 배우들이 등장인물에 확실히 스며든 덕분에 아람, 소영, 강이 사이에 펼쳐지는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세세한 그들의 ’사정’을 영화에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오히려 그 부분 덕에 그들의 혼란스러움이 영화 속을 유영한다. 영화를 본 후에 만난 소설과 맞닿는 곳이 꽤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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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함으로부터의 구원
*본 영화의 내용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끼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더 웨일> 줄거리
처음 시작부터 강렬하다. 우연히 들른 집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찰리의 모습을 본 토마스에게 찰리는 종이에 적힌 글을 읽어달라고 한다. 그 글이 도대체 뭐길래 곧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응급조치가 아닌 읽어달라는 부탁을 한 것일까?
자신의 친구이자 간호사인 리즈가 도착하고 나서야 진정된 찰리에게 토마스가 왜 이 글을 읽어달라고 했는지 물었을 때 그 의문이 해결된다.
'이것을 들으며 죽고 싶었다.' 찰리는 이렇게 말한다.
그럼 여기서 죽음을 목도에 둔 찰리를 발견한 토마스를 살펴보자. 토마스는 왜 연고도 없는 찰리의 집 문을 두드린 걸까?
그는 새생명 교단의 선교사이다. 집들을 방문하며 자신들의 교리를 전파하려는 다르게 말하면 타인을 '구원'시키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찰리라는 인물이 눈에 띄었다.
곧 죽을 것 같은 모습을 하면서도 자신을 살려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 에세이 하나를 읽어달라고 하는 인물이 말이다. 그래서 찰리는 그를 '구원'해주기로 한다.
하지만 구원에 회의적인 찰리의 태도뿐만 아니라 찰리의 친구인 리즈는 새생명 교단에 적대적이까지 해 그의 구원은 순탄치 않다.
그들의 태도는 언뜻 보면 평범한 사람들의 반응 같지만 자세히 들여보면 사연이 있다.
리즈의 오빠이자 찰리의 연인이었던 이는 새생명 교단에 속해 있었지만 내쳐졌고 결국 끝은 죽음이었다. 이런 상황을 봤을 때 오히려 토마스를 반기는 찰리가 이상할 정도이다.
하지만 리즈의 적대적인 태도에도 토마스는 계속해서 찰리를 찾아오고, 찰리는 친절하지만 선을 긋는 듯한 태도를 유지한다.
이런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지며 토마스의 '구원'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찰리의 딸, 엘리이다. 찰리에게 소중한 존재 중 하나인 엘리의 등장은 곧 그에게 ‘구원’이 내려올 것이라는 생각을 자아내게 만든다.
엘리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찰리를 증오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엘리가 가장 솔직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찰리는 에세이를 쓸 때 솔직함을 강조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절대로 드러내지 않고, 리즈는 찰리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의 의지와는 반대로 그가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토마스는 사실 교단의 돈을 훔치고 도망친 자신의 의견대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모순 투성이인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솔직함을 가지고 있는 엘리는 파란을 가져온다.
엘리는 끊임없이 찰리의 가장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는 부분을 건드렸고, 종국에는 찰리를 비롯한 리즈, 메리(리즈의 엄마), 토마스까지 파멸로 이끈다. 아니, 이끄는 듯하다.
엘리에 의해 찰리와 다시 만난 메리는 찰리에게 숨기던 엘리의 탈선을 들켜버린다. 또한 리즈는 자신을 속이고 엘리를 위한 돈을 모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엘리는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토마스의 말을 녹음해 토마스의 부모님과 교단에 보낸다. 이런 행동은 이들을 파멸로 이끄는 듯 보이지만 메리는 찰리와의 대면을 통해, 리즈는 실망하여 떠나지만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면, 또 토마스가 흥분한 듯 찰리에게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도리어 엘리의 솔직한 행동이 그들을 구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찰리의 모습을 자신의 SNS에 올리는 엘리의 행동을 시작으로 찰리는 각종 외부에서 오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온몸으로 받게 된다. 자신이 자주 시키던 피자집의 배달원의 놀라 달아나는 모습을 보며, 토마스가 자신에게 구원을 내리기 위해 찰리의 사랑을 부정하다 끝내 숨겨놨던 찰리에 대한 혐오감을 내비치는 모습을 보며 결국 자기혐오를 터뜨려 버린다. 자신의 강의를 듣던 학생들에게 카메라를 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지나가는 새들에게도 먹을 것을 나눠주던 심성을 가진 이었다. 즉, 찰리는 다들 악마라고 하는 엘리의 행동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엘리의 솔직함이 다른 이들에게 구원이 됐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자신 역시 남에게 가감 없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도리어 솔직함을 드러냈다는 것을 깨닫는다.
깨달은 찰리는 엘리에게 계속해서 그가 완벽하다 말해주고, 끝끝내 엘리가 읽어주는 엘리 자신이 쓴 '모비딕'에 대한 에세이를 들으며 자기혐오를 버리고 엘리에게 직접 걸어감으로써 스스로를 구원한다.
이 영화 속 찰리는 '모비딕' 속 에이허브 선장이 되기도 하고 모비딕이 되기도 한다. 에이허브 선장이 복수심에 불타는 것처럼 자신(모비딕)에 대한 혐오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결국 엘리가 지신의 에세이 속에서 불쌍하다 평했던 에이허브 선장(찰리)은 결국 솔직하게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모비딕(찰리)에 대한 혐오를 버리며 스스로를 구원하게 된다. <더 웨일>은 결국 구원은 누구에게서 내려오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솔직함에서 나오게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본 영화의 내용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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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브리 정주행 특집 ①] 귀를 기울이면 (Whisper of the Heart, 1995)
- 지브리 정주행 특집 첫번째 영화 -
"컨트리 로드, 이 길이 고향으로 이어진다 해도
나는 가지 않아. 갈 수도 없지"
귀를 기울이면, 1995
우리들의 꿈과 사랑의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지브리가 보여주는 그 시절 몽글몽글한 첫사랑의 기억!
<귀를 기울이면>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SYNOPSIS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중학생 시즈쿠는 어느 날 도서카드에서 '아마사와 세이지'라는 낯익은 이름을 발견한다. 요 며칠간 빌려 본 책들의 도서카드를 전부 확인해 본 시즈쿠는 세이지가 매번 자신보다 먼저 책을 빌려간 소년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세이지라는 인물에 대해 '그는 어떤 아이일까?' 혼자 상상하며 호기심을 갖는다.
한편,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아버지의 도시락을 배달하러 지하철에 오른 시즈쿠는 혼자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고양이를 보게 된다.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고양이를 따라간 시즈쿠는 처음 보는 마을, 신비롭게 생긴 골동품 가게에 들어간다. 그 골동품 가게의 자상한 주인 할아버지를 만난 시즈쿠는 할아버지의 손자가 다름 아닌 세이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세이지는 바이올린 장인이라는 확고한 꿈을 가지고 이탈리아 유학까지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도전적이고,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소년이었다. 시즈쿠는 자신의 꿈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세이지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고, 또 한편으로는 그의 그런 모습에 자극을 받아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작가로서의 꿈에 한 걸음 도전하기 시작한다.
▶ REVIEW
1. 90년대의 일상과 아날로그적인 감성
지브리 영화를 꽤 보긴 했지만, 주로 누구나 알만한 판타지 위주의 작품들만 보아온 나로서는 이런 일상물이 생소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졌다. 사랑과 꿈에 대한 성장을 다루었으며, 일본의 서민적인 가정집 모습과 학교생활, 그리고 90년대 작품인만큼 아날로그적인 감성 충만한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도서카드를 보면서 영화 <러브레터> 생각이 많이 났는데, 다른 작품 어딘가에서도 본 듯 한 걸 보니 일본에서는 흔한 소재인가보다. 일본 여행 갔을 때 현금을 쓰면서 느낀 거지만 나는 이렇게 너무 빠르게 흘러가지 않는 모습들이 오히려 좋더라.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히 좋아할 작품! 주인공도 지금까지 지브리 작품 중 손에 꼽을 정도로 귀엽다.
2. Take Me Home, Country Road
영화를 다 보고나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Country road~
세이지의 바이올린 연주와 시즈쿠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작품 내에서도 단연 꼽게 되는 명장면인데, 시즈쿠가 작사한 노래 가사가 너무 좋다.
「 홀로됨을 두려워하지 않고
힘내서 살기로 꿈을 정했네
외로움을 억누르고
강한 자신을 지켜 나가자
컨트리 로드, 이 길을 계속 걸어가면
고향으로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컨트리 로드
아무리 외롭더라도
절대 눈물은 보이지 말자
마음이 급한 건지
발걸음이 빨라지네
추억을 지우기 위해
컨트리 로드, 이 길이 고향으로 이어진다 해도
나는 가지 않아
갈 수도 없지
컨트리 로드, 내일이 와도
변함없이 나는 나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네
안녕, 컨트리 로드 」
3. 오하요!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귀여웠던 장면!
친구였던 스기무라의 당황스러운 고백에 시즈쿠가 그냥 친구로 지내자!고 거절한 뒤, 등교길에 어색하게 만나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다. 일본어로 "오하요(안녕)!" 하는 두 사람의 딱딱한 입모양이 포인트다 ㅋㅋㅋㅋ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꼭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장면을 놓치지 마시길!
4. 꿈을 찾는 사람에게, 길을 잃은 사람에게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였다. 그리고 꼭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시작과 도전이, 꿈을 꾼다는 자체가 얼마나 빛나고 의미있는 일인지 말해주는 영화. 조금 부족하면 어때? 너무나 당연한 과정인데! '이 작품을 10대 때 봤으면 좋았겠다'는 네이버 평점이 너무나 와닿았다. 처음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사람들, 아직 길을 찾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길을 준비하려는 사람들 모두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 일본 애니를 통해 꿈꾸고 위로받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지브리에서 이렇게 직접적으로 '꿈'과 '위로'를 다룬 건 처음이라서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5. 우리들의 세이지는 누구일까?
사람들은 누구든 그들의 성장에 꼭 필요한 사건들을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든 반드시 경험하고 지나간다고 생각한다 나의 세이지는 누구였는지, 그 시절 나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무엇에 분해하고 또 무엇에 열광했으며 나의 어떤 미래 모습을 그리고 원했었는지 하나하나 대입해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 시절의 나는 시즈쿠보단 세이지에 가까웠다. 꿈과 목표가 명확했고, 친구들은 그런 나를 보며 확실한 꿈을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나는 그 시절 꾸었던 꿈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고, 지금은 잠시 멈춰서서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변하는 것처럼 꿈도 변하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닐까? 충실한 현재에 사는 것이 후회없는 과거와 미래를 만드는 길이라고 믿는다.
▶ BEST QUOTES
1.
- 둘이 사랑하는 사인가요?
- 사랑하지만 사는 세계가 달라. 남자는 드워프의 왕이거든.
여자는 12시 종이 울릴 때만 양에서 원래대로 돌아온단다.
그래도 왕은 매시간 나탄서 공주를 기다린단다.
이 시계를 만든 장인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했겠지.
2.
- 이대로 단숨에 탑을 넘자
- 저렇게 높은데?
- 가까이 있는 것은 작게, 멀리 있는 것은 크게 보이는 법이지
3.
너도 귀엽진 않구나. 나랑 똑같아.
왜 변하는 걸까?
나도 전엔 밝고 귀여운 애였는데
이젠 책을 봐도 예전처럼 설레지 않아
머릿 속에서 누가 항상 현실은 다르다고 말해
우울한 일이지?
4.
남들과 다른 방식의 삶이란 그만큼 어려운 거란다.
무엇이 일어나도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으니까.
5.
- 시즈쿠, 다 읽었다. 고맙다. 아주 고마워.
- 거짓말! 솔직히 말해 주세요. 원하는만큼 못 썼어요.
뒷 부분은 엉망이고요. 저도 알아요.
- 그래, 거칠고 덜 다듬어진 게 세이지의 바이올린 같더구나.
시즈쿠의 원석을 보게 돼서 기뻤다.
수고했다. 넌 멋진 아이야.
서두를 필요 없다. 천천히 다듬어가렴.
6.
널 빨리 보고 싶었어.
속으로 네 이름을 불렀거든
'시즈쿠!' 하고.
그랬더니 정말 네가 나타난거야.
우리들 정말 굉장하지?
-
- 젊은 다이애나 스펜서의 슬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아주 어렸을 때 아이가 사람들의 손을 타면 안 좋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누구나 너무 예뻐하고, 예쁘다고 쓰다듬고 한 번 볼 걸 두 번 보게 되는 아이는 명이 짧다나. 그리고 그들은 익명의 죽은 아이들이 얼마나 예뻤으며 주변에서 얼마나 예쁘다고 난리였는지 회상했다.
이제는 무슨 말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모두에게 관심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 어떻게 무너지는가. 우리는 그런 케이스들을 자주 확인했다. 영화를 보면서 몇몇 사람들을 떠올렸다. 관심이라는 포장을 씌우면 비수도 무디어지는지 모를 일이다.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영국에서는 당연하고,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평범한(사실 귀족 출신이지만) 유치원 교사 여자가 왕자님과 결혼하는, 말 그대로 신데렐라와 같은 러브스토리로 비추어졌다. 레이디 다이애나의 결혼식부터해서 패션까지 유행했고 그 스타일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한편으로는 모나코 공국의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와도 비교할 수 있겠다. 그들은 다 떠났는데 디올의 레이디백, 에르메스의 켈리백은 아직까지 사랑받는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사흘간의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이다. 다이애나는 기사도 없이 별장으로 향한다. 지도를 보아도 대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내비게이션은 정말 대단한 발명품이다). 한참을 헤매다 보니 어릴 적 살던 동네이다. 아버지의 외투로 만든 허수아비를 발견하고서야 깨닫는다. 그걸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결국 여왕보다 늦게 별장에 도착한 다이애나는 별장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삐걱거린다. 크리스마스를 즐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별장에 들어왔을 때의 몸무게와 나갈 때 몸무게를 재는 것.
이 관습은 단지 '재미'로 시작되었다. 몸무게를 다는 것이 재미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몸무게의 족쇄로부터 벗어나 있는 사람뿐이다. 대상화되지 않는 쪽, 관찰자인 쪽이다. 관찰자는 누구인가. 권력을 쥐고 있는 쪽이다. 영국의 제레미 벤담이 설계한 판옵티콘처럼, 보는 자는 권력을 쥔 자이다.
웨일즈의 공주, 왕세자비, 신데렐라인 레이디 다이애나는 안타깝게도 언제나 대상화되었다. 궁 안에서는 궁의 예절와 법도를 어기지 않는지 감시받아야 했고, 궁 밖에서는 파파라치들의 카메라에 비친 관찰자였다. 어디를 가도, 무엇을 해도 기자들과 파파라치들이 따라붙는 삶, 매일 얼굴이 신문 1면에 대문짝하게 나오는 삶, 뭘 입고 뭘 했는지 모두가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자신은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삶이란 얼마나 끔찍한가.
그때 한 명이라도 자기의 편이 있다면, 아주 작은 진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나마 거기에 기대어 살겠다. 다이애나에게 남편 찰스 왕세자가 그 역할을 해주었어야 했으나 찰스는 그럴 수 없었다. 그에게는 다이애나와 결혼하기 전부터 만나왔고, 결혼 후에도 정리하지 못한 여자가 있었으니, 아내는 그저 왕실에 맞는 허울을 뒤집어 쓴 껍데기에 불과했다. 심지어 내연녀와 똑같은 진주목걸이를 선물받았다는 걸 아는데도 그 목걸이를 크리스마스 내내 걸어야 하니, 지옥이 달리 지옥이 아니다.
다이애나도 그렇지만, 왕실 역시 다이애나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인들의 모든 관심은 다이애나에게 쏠려 있었다. 왕자인 찰스가 가장 당황스럽지 않았을까. '찰스 왕자의 비(妃) 다이애나'가 아닌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남편 찰스가 되어버린 꼴. 게다가 딱딱하고 절제되어 있던 왕실의 분위기와 다이애나의 다정한 이미지 사이의 괴리 때문에 영국 사람들은 다이애나에게 더욱 열광했다.
영화에서 찰스의 역할은 미미하다. 찰스뿐만 아니라 왕실의 누구도 돋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악역도 없고 다이애나에게 직접 위해를 가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하지만 가장 나쁜 것은 방조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자신을 쳐다보지만, 왕실에서 다이애나는 있으면서도 없는 사람으로 존재한다. 그렇기에 크리스마스 이브 밤, 아이들과 함께하는 놀이에서 '엄마는 왜 슬픈지' 묻는 큰아들 윌리엄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먹은 것을 다 게워내는 다이애나에게, 남편 찰스는 위로는 커녕 요리사들을 생각해서 토하지 말라는 말을 할 뿐이다. 그나마 다이애나의 친구가 되어주었던 시종 매기까지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자 다이애나의 불안은 극에 달한다. 사방에 믿을 사람 하나 없는 다이애나는 앤 불린의 책을 읽으며 불안에 떨기 시작한다. 앤 불린은 엘리자베스 1세의 어머니이다. 숱한 여자들과 바람을 피운 헨리 8세는 오히려 앤 불린에게 외도의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앤 불린은 참수형으로 죽는다.
다이애나는 아마도 앤 불린에게 자신을 투영한 것 같다. 정작 바람은 본인이 피우고 있으면서도 다이애나를 단속시키는 찰스의 모습은 헨리 8세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하다. 그러지 않아도 다이애나는 임신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몇 번의 자해가 있었고, 거식증과 폭식증도 있었다. 그럴 때 누구라도 다이애나의 곁에 있어주었더라면 사정이 좀 나아졌을까.
먹지도 못하고, 행사에 참여도 하지 못하던 다이애나는 자꾸만 어릴 때 살던 집으로 가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저지당한다. 기어코 폐허가 된 옛날집에 들어갔을 때, 다이애나의 눈앞에 유년시절이 환영처럼 떠오른다. 웨일즈의 공주, 왕세자비, 레이디 다이애나가 아닌 '다이애나 스펜서'로서의 삶.
크리스마스 연휴 마지막날에는 꿩 사냥이 관습인가 보다. 꿩은 아름다운 깃털을 가졌지만 사냥용으로 길러질 뿐이다. 죽임을 당하기 위해 사는 존재. 작은아들 해리는 아직 꿩 사냥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는데, 왕실의 법도에 의해 꿩사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이애나는 꿩 사냥터에 나타난다. 그리고 아들들을 데리고 별장을 떠난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며, 최고급 셰프가 만든 복숭아 수플레가 아닌 KFC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KFC 점원이 주문자의 이름을 묻자 다이애나는 말한다. '스펜서'
*
<스펜서>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삶을 새롭게 써보고자 했다. 다이애나에 관한 영화는 이미 몇 편 나와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다이애나의 사랑, 안타까운 이별 등이 아니라 왕실의 일원으로서 다이애나의 슬픔과 불안, 우울 등의 감정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비운의 왕세자비' 같은 타이틀 말고, 인간 다이애나 스펜서에 관하여.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이혼 후 활발하게 사회운동을 해나간다. 아프리카 빈민구조, 지뢰제거, 적십자 활동 등을 해나가며 '대상'이 아닌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이혼 후에도 파파라치의 눈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파파라치를 피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모자라, 즉사가 아니었음에도 파파라치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쳐 죽고 말았다. 영국 국민들은 슬픔에 잠겼으나 왕실은 끝까지 냉정했다. 그러다 블레어 총리까지 추모를 할 것을 촉구하여, 왕실장으로 장례식을 치른다. 그때 윌리엄, 찰스 왕자는 고작 10대 초중반이었다. 엄마가 죽었는데도 왕실의 법도를 따르며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그 심정을 가늠이나 할 수 있을까.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비극은 어쩌면 현대와 어울리지 않을 만큼 뻣뻣한 왕실 체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해리 왕자와 결혼한 매컨 마클은 신문사의 횡포에 참지 않고 사생활침해 소송을 꾸준히 하고 있다. 물론 왕실의 인종차별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모두의 관심 속에 사는 사람에게는 진심으로 자신을 생각하는 한두 사람의 사랑이 지지대가 되어 줄 것이다. 우리는 관심이라는 무기로 너무 많은 사람들을 보냈다.
관람 포인트
* 다이애나 역을 맡은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목소리와 발성이 거의 다이애나 그 자체였다. 영화 상영 전에 잠시 크리스틴의 인터뷰를 보여주는데, 다이애나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찾아보고 연구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목소리도, 제스추어나 표정도 옛날 다이애나비의 영상 속의 그 모습 같다. 영화를 보기 전후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영상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찍은 클레르 마통이 촬영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도 보여주었지만 그가 보여주는 미술적 감각은 정말 아름답다. <스펜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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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미 오브 더 데드」 넷플릭스 제작비 1,000억원의 좀비영화ㅣ새벽의 저주 결말포함 영화리뷰ㅣ저스티스 리그 잭 스나이더컷ㅣ넷플릭스 오리지널ㅣ건데ㅣ
? "아미 오브 더 데드(2021, 넷플릭스Netflix)" 예고편 분석
"새벽의 저주(2004)" 영화리뷰 결말포함-영화 정보
장르: 액션, 공포, 범죄
감독: 잭 스나이더
각본: 잭 스나이더, 조비 해롤드, 셰이 해튼
제작: 웨슬리 콜러, 데보라 스나이더, 잭 스나이더
출연: 데이브 바티스타, 엘라 퍼넬 외
촬영: 잭 스나이더
음악: 정키 XL
촬영 기간: 2019년 7월 15일 ~ 2019년 10월 20일
제작사: 미국 국기 스톤 쿼리
배급사: 넷플릭스
공개일: 넷플릭스 2021년 5월 21일
화면비: 1.85:1
상영 시간: 2시간 11분
제작비: 9,000만 달러
독점 스트리밍: 넷플릭스 N아이콘 (넷플릭스)- 잭 스나이더의 첫 장편 영화 촬영 감독 데뷔작
- 새벽의 저주 정보
감독: 잭 스나이더
각본: 제임스 건, 조지 로메로
출연: 사라 폴리, 빙 레임스, 케빈 지거스 등
장르: 공포, 스릴러, 액션- 조지 A. 로메로의 1978년작 동명 좀비 영화 리메이크작
- 시체들의 새벽
#아미오브더데드 #새벽의저주 #넷플릭스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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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글 크루즈> 와일드 액션 60초 예고편
<캐리비안의 해적> 디즈니 제작! 이번엔 아마존이다!
미지의 세계 아마존에서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스릴을 선사하는
재치 넘치는 크루즈 선장 프랭크(드웨인 존슨).
고대 아마존의 전설을 쫓아 영국에서 온 식물 탐험가 릴리 박사(에밀리 블런트)가
의학의 미래를 바꿀 치유의 나무를 찾는 여정에 함께 할 것을 제안하면서,
순탄치 않은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아름답지만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열대우림으로 함께 모험을 떠나고
수많은 역경과 초자연적인 힘을 마주하게 된다.
고대 나무에 얽힌 비밀이 드러날수록 릴리와 프랭크는 더욱더 커다란 위험에 처하고
인류의 운명도 위태로워지는데…
전설을 믿는다면 저주도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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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블랙 백> 메인 예고편
"날 위해 누굴 죽일 수도 있어?" 서로를 속고 속이는 갓벽한 스파이 부부가 온다. [블랙 백] 메인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