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2-03 12:20:20
정월대보름에 보기 좋은 '달' 관련 영화 추천
<달세계 여행>부터 <더 배트맨>까지
안녕하세요 여러분!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바쁘게 달려온 한 주를 뒤로하고, 어느새 기다리던 주말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혹시 이번주 일요일이 어떤 날인지 알고 계셨나요?
저는 깜박 잊고 있었는데, 이번주 일요일은 바로 한국의 전통 명절 중 하나인 정월대보름이에요!
음력 1월 15일을 의미하는 정월대보름은 오늘날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 존재감이 많이 약해졌지만, 우리 조상들은 정월 대보름 이튿날을 실질적인 한 해의 시작으로 여겼을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명절이라고 해요.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운수를 점쳤던 것도 설이 아닌 정월 대보름이었다고 하네요.
오늘은 그래서 정월대보름에 보기 좋은 '달'과 관련된 영화들을 추천해 드리려고 해요.
달을 배경으로 했거나 달을 소재로 한 영화들, 지금 바로 만나 보실게요~!
1. 달세계 여행(1902)
감독 | 조르주 멜리에스
출연 | 조르주 멜리에스, 빅토르 안드레, 블로에 베논 등

시놉시스
바르방퓨이 교수는 어느날 과학의회를 통해 대포를 타고 달 탐사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설득 끝에 다함께 달 탐사를 떠나게 되고, 마침내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는 달에 착륙하게 된다. 그러나 달에는 셀레나이트라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고, 교수와 일행은 그들에게 납치를 당하게 되는데...
CINE PICK!
인간이 달에 최초로 착륙하기 무려 60년 전에 제작된 <달세계 여행>은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원작으로 하여, 프랑스 영화계의 거장 조르주 멜리에스가 감독, 각본, 주연을 모두 맡아 만든 영화입니다. 마술사였던 멜리에스는 뛰어난 상상력과 손재주를 바탕으로 합성화면이나 디졸브와 같이 후에 널리 사용하게 되는 편집방법들을 컴퓨터 작업 없이 연극 장치만으로 만들어 냈는데요, 그 결과 영화는 최초의 낭만주의 영화, 최초의 SF 영화, 방향의 일치를 통한 연속 컷팅을 최초로 사용한 영화 등 각종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며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개봉 당시에는 2분 정도의 단편영화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14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또한 매우 큰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2. E.T.(1984)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 헨리 토마스, 드류 베리모어, 로버트 맥노튼 등

시놉시스
식물학자 외계인들이 평화적인 연구 목적으로 지구를 방문한다. 그러나 인간들이 나타나자 서둘러 지구를 떠나게 되고, 뒤쳐진 한 외계인이 홀로 남는다. 방황하던 외계인은 엘리엇이라는 이름의 꼬마와 만나게 되고, 엘리엇은 외계인에게 E.T.(Extra-Terrestrial)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E.T.는 엘리엇과 함께 지내며 끈끈한 우정을 쌓아 나가지만, 길어지는 지구에서의 생활로 인해 그만 병에 걸리고 만다.
CINE PICK!
<E.T.>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1982년 SF 영화입니다. 홀로 지구에 남게 된 외계인 E.T.와 미국 소년, 소녀들과의 우정어린 교류를 감동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는데요, 자전거를 타고 만월을 가로지르며 하늘을 나는 장면은 두고 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이지요. 개봉한 지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친근한 이미지의 외계인, 혹은 인간과 교류하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를 떠올렸을 때 바로 생각나는 작품입니다. 아카데미에서 음악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잘 맞춘 OST 또한 <E.T>의 큰 매력이랍니다.
3. 문라이트(2017)
감독 | 베리 젠킨스
출연 | 알렉스 R. 히버트, 에쉬튼 샌더스, 트래반트 로즈, 마허샬라 알리 등

시놉시스
"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 달빛 아래 검은 소년들은 푸르게 보인다."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 흑인 아이가 소년이 되고 청년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푸르도록 치명적인 사랑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CINE PICK!
2017년에 개봉한 영화 <문라이트>는 베리 젠킨스 감독이 전작 <멜랑콜리의 묘약> 이후 8년만에 연출한 작품으로, 터렐 앨빈 매크레이니의 희곡 '달빛 아래서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를 원작으로 했다고 합니다.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마약과의 전쟁이 한창이었던 1970년대~80년대에 태어난 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샤이론의 생애를 어린 시절, 청소년기, 성인기 세 부분으로 나눠 묘사했으며, 아카데미 작품상, 각색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감각적인 연출과 인물에 대한 섬세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에요.
4. 퍼스트맨(2018)
감독 | 데이미언 셔젤
출연 | 라이언 고슬링, 클레어 포이 등

시놉시스
이제껏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도전한 우주비행사 닐(라이언 고슬링)은, 거대한 위험 속에서 극한의 위기를 체험하게 된다. 전 세계가 바라보는 가운데, 그는 새로운 세상을 열 첫 발걸음을 내딛는데… 이제, 세계는 달라질 것이다.
CINE PICK!
영화 <퍼스트맨>은 <위플래쉬>, <라라랜드>, 그리고 최근 개봉한 영화 <바빌론>의 감독 데미언 샤젤이 연출한 닐 암스트롱의 전기 드라마 영화입니다. 제임스 R. 한센의 전기 소설 《First Man: The Life of Neil A. Armstrong》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다녀왔던 우주인 닐 암스트롱의 1961년~1969년까지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각효과상을 거머쥐기도 했는데요, 과학영화라기보다는 인간 암스트롱의 이야기와 심리가 샤젤 감독 특유의 뛰어난 연출력과 각본을 통해 탄생한 완성도 높은 드라마 영화입니다. 감독의 전작인 <라라랜드>의 음악을 감독했던 저스틴 허위츠와 다시 한 번 협업하여 OST 또한 큰 호평을 받았으며, 주연 배우인 라이언 고슬링이 그리는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이니 잔잔하지만 울림 있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5. 더 배트맨(2022)
감독 | 맷 리브스
출연 | 로버트 패틴슨, 폴 다노, 조 크라비츠, 앤디 서키스 등

시놉시스
고담의 시장 선거를 앞두고 고담의 엘리트 집단을 목표로 잔악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수수께끼 킬러 리들러가 나타나자, 최고의 탐정 배트맨이 수사에 나서고 남겨진 단서를 풀어가며 캣우먼, 펭귄, 카마인 팔코네, 리들러를 차례대로 만난다. 사이코 범인의 미스터리를 수사하면서 그 모든 증거가 자신을 향한 의도적인 메시지였음을 깨닫고, 리들러에게 농락 당한 배트맨은 광기에 사로잡힌다. 선과 악, 빛과 어둠, 영웅과 악당, 정의와 복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CINE PICK!
어두운 밤에 활동하는 히어로 배트맨! 달과 관련된 영화를 떠올렸을 때 빼놓을 수 없죠. 배트맨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최근 작품인 <더 배트맨>은 <렛 미 인>, <혹성탈출: 종의 전쟁> 등을 감독한 맷 리브스가 연출하였으며, 각종 예술영화와 블록버스터를 넘나들며 필모를 쌓고 있는 로버트 패틴슨이 브루스 웨인을 맡은 <더 배트맨 시리즈>의 첫번째 영화입니다. <더 배트맨>은 일반적인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의 전개와 차별되는 느긋하고 묵직한 누아르식 전개가 특징인데요, 배트맨 원작이 갖고 있는 추리물로써의 정체성, 배트맨 캐릭터에 대한 미숙하면서도 희망을 지키려는 인물로써의 재해석이 호평을 얻었습니다. 영화의 음울한 분위기와 꼭 맞아떨어지는 OST 또한 인기였습니다. 시작과 끝에 흘러나오는 미국의 전설적인 락밴드 너바나의 <Something in the Way>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는 것!
정월대보름을 맞아 달과 관련된 영화를 여러 편 소개해 드렸습니다!
마침 이번주 일요일은 하늘도 무척 맑다고 하니 소중한 사람과 달구경도 하고,
정월대보름이니 만큼 팝콘 대신 부럼을 까먹으며 화면 가득 둥근 달을 감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랄게요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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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뜻 보이는 허술함도 코미디로 커버 친 <오케이 마담>
바닷길 선발대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 중 해당 프로그램의 구성원들이 박성웅 배우가 출연한 영화 <오케이 마담>을 함께 모여서 보고 있었다. 그런데 필자가 팬인 김남길이 카메오로 나온다기에, 영화 출연시간을 다 합해봤자 2분이 채 되지 않는 김남길을 보기 위해 2시간 짜리 영화를 보았지만 정말 재미있게 본 작품이었다.
영화 [오케이 마담] 시놉시스
극강의 쫄깃함으로 빠른 완판을 기록하는 꽈배기 맛집 사장 '미영'은 컴퓨터 수리 전문가 '석환'의 남다른 외조로 하와이 여행에 당첨되고, 난생 처음 해외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비밀 요원을 쫓는 테러리스트들도 같은 비행기에 오르고 꿈만 같았던 여행은 아수라장이 된다. 난데없는 비행기 납치 사건의 유일한 해결사가 되어버린 부부. 평범했던 과거는 접어두고, 숨겨왔던 내공을 펼치며 인질이 된 승객을 구하기 시작한다.
현실성 없는 허술함이 포인트인 작품
솔직히 말하면 영화 [오케이 마담]은 영화 자체가 웰메이드 작품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허술한 부분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허술함이 영화의 장르인 코미디와 결합하면서 영화의 몰입도를 방해하거나 분위기를 와장창 깨트리기보다는 코믹한 부분을 더욱 강조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피식피식 어이없어서 웃고, 그래그래~ 하면서 넘어가게 되었다.
비행기 문이 뚫렸는데 그 뚫림 상태로 하와이까지 아주 무사 착륙을 하다든지, 하와이의 바닷가 장면이 누가 봐도 CG인 것이 티가 나서 제작비로 이렇게 웃음을 선사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엄정화의 액션 소화력과 연기력
필자는 사실 엄정화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엄정화가 나오는 작품을 챙겨 보는 편이 아니었고, 엄정화라는 이미지가 필자에게는 아직까지 가수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에 연기를 잘한다고 여겨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망가지는 연기를 잘하다니..! 정말 억척스러운 연기와 그 속에서 느껴지는 사랑스러움. 그리고 액션 연기를 할 때의 카리스마와 딸을 생각하는 모성애까지 오케이 마담에서 웬만한 감정 연기는 다 선보인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 연기에 있어서 과장된 느낌은 없고, 코믹스러운 와중에도 그 감정선이 다 연결되고 부담스럽지 않아서 엄정화가 정말 배우구나, 연기를 잘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배역에 물드는 그런 배우구나 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김남길은 1분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재밌었다..!
사실 영화 [오케이 마담]은 김남길 때문에 본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작품이다. 김남길은 비행 공포증으로 인해 신경 안정제를 다량으로 섭취하고 비행기 하이재킹 상황에서 아주 꿀수면에 취한다.
비행 내내 어딜 끌려가도 맞아도 정신을 차리지를 못한다. 그렇게 상황이 일단락 되고, 하와이에 와서야 정신을 차린 김남길은 핸드폰에 와있는 대량의 문자와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다. 비행기에 타고 있었던 국정원 요원이 바로 김남길이었기 때문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아무 쓸모가 없었던 국정원 요원에 대한 풍자가 너무나도 잘 이뤄졌던 장면이었다. 끌까지 국정원 요원에 대한 언급이 없다가 마지막 스크롤이 올라갈 때 쿠키 영상처럼 김남길의 상황이 등장해서 마지막 반전 코믹 요소를 선사한다. 이처럼 영화 [오케이 마담]은 마지막 코믹 요소까지 잘 갖춘 작품이었다.
작품성과 개연성이 잘 갖춰지진 않은 작품이지만 주말에 킬링타임용으로 피식피식 웃으며 보기 좋았던 코미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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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3주 차 개봉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 <늑대사냥>의 개봉부터
세기의 명작 <아바타>와 <사랑은 비를 타고>의 재개봉까지!
그럼 9월 셋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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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늑대사냥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한국 | 121분
감독: 김홍선
출연: 서인국, 장동윤, 성동일 등
개봉: 2022.09.21
배급: TCO(주)더콘텐츠온
줄거리
동남아시아로 도피한 인터폴 수배자들을 이송할 움직이는 교도소 ‘프론티어 타이탄’.
극악무도한 이들과 베테랑 형사들이 필리핀 마닐라 항구에 모이고
탈출을 꿈꾸는 종두(서인국),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도일(장동윤)을 비롯해
이들은 각자의 목적과 경계심을 품고 탑승한다.
한국으로 향하던 중, 태평양 한 가운데에서 이들에게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극한의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데…관전 포인트
강렬한 장르인 <공모자들>, <기술자들>, <변신>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의 신작이다.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뿐만 아니라 유수의 영화제에서 공식 초청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그간 한국에서 보기 힘든 하드보일드 액션으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프린세스 아야
ⓒ 네이버 영화
개요: 판타지 | 한국 | 90분
감독: 이성강
출연: 백아연, 진영 등
개봉: 2022.09.21
배급: CJ CGV
줄거리
동물로 변하는 저주를 가진 아이들이 태어나는 연리지 왕국.
연리지의 공주 ‘아야’(백아연)는 어린 시절 엄마가 남겨주신 신비로운 힘을 가진 팔찌로 정체를 숨기며 산다.
이웃나라 바타르가 강력한 군사력으로 영토를 확장하며 주변국들을 위협하자
‘아야’는 연리지를 지키기 위해 얼굴도 모르는 바타르의 왕자 ‘바리’(박진영)와 정략결혼을 결심한다.
한편, 바타르의 장군 ‘섭정’은 왕자를 제거하고 전쟁을 일으키려는 음모를 꾸미는데…관전 포인트
세계 최초 Full Screen X 애니메이션으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제21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마리 이야기>, <천년여우 여우비>를 연출한 이성강 감독의 신작으로
<서울역> <돼지의 왕> <사이비>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아바타
ⓒ 네이버 영화
개요: SF | 미국 | 162분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등
개봉: 2022.09.21
배급: 해리슨앤컴퍼니
줄거리
지구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도라 행성으로 향한 인류는 원주민 ‘나비족’과 대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가
‘아바타’ 프로그램을 통해 ‘나비족’의 중심부에 투입되는데…관전 포인트
개봉 당시 1333만 명을 동원했던 <아바타>가 4K 고화질로 개선한 버전이 재개봉한다.
이번 재개봉까지 합쳐 총 3번 재개봉을 할 정도로 국내에서 팬이 많은 영화이다.
올해 12월에 개봉할 <아바타: 물의 길>을 보기 전, 전편인 <아바타>를 극장에서 관람하면 좋을 것이다.
애프터: 에버 해피
ⓒ 네이버 영화
개요: 멜로 | 미국 | 95분
감독: 캐스틸 랜던
출연: 조세핀 랭포드, 히어로 파인즈 티핀 등
개봉: 2022.09.21
배급: 판씨네마(주)
줄거리
런던에서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엄청난 과거를 알게 된 하딘은
자신의 불행 속에 테사를 끌어들이기 싫어서 애써 밀어낸다.
계속 제자리만 맴도는 관계에 지친 테사는 새로운 삶을 꿈꾸며 뉴욕으로 향하고,
떨어진 동안 그의 소중함을 깨달은 하딘은 뉴욕에서 테사와 재회하여 서로의 숨결과 살결을 탐한다.
다시 미래를 꿈꾸던 테사는 하딘이 집필한 소설 ‘애프터’에 자신의 첫 키스부터 첫 경험뿐만 아니라
감추고 싶던 아픈 기억까지 모두 담겨 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데…관전 포인트
미국 최대의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에서 15억 뷰를 기록한 [애프터]를 영화화하며,
1편의 경우 제작비 대비 400%의 월드 와이드 수익을 창출하였다. 2,3편 역시 1편에 이어 많은
관심을 받았고, 현재 4편이 열렬한 지지 속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사랑은 비를 타고
ⓒ 네이버 영화
개요: 뮤지컬 | 미국 | 103분
감독: 진 켈리, 스탠리 도넌
출연: 진 켈리, 도널드 오코너 등
개봉: 2022.09.21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줄거리
아마츄어 쇼 코미디언인 돈 록우드와 코스모는 공연을 하며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다
뜻대로 되지않자 새 일자리를 얻기위해 헐리우드로 온다. 그런데 우연찮게 돈 록우드는 마뉴멘탈 영화사의
스턴트맨역을 따내게 되고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여배우인 리나 레이먼트와 함께
다수의 영화에 출연함으로써 단연 스타로 급부상하게 된다. 그러나 화려한 영광도 잠시, 헐리웃 영화계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 체제로 전환됨으로써 목소리 연기가 너무나 형편없는 리나 레이먼트 때문에 영화를 완전히 망치게 된다.
그 때문에 돈 록우드와 그의 영화는 완전히 인기를 잃게 된다. 그러던 중 록우드는 파티장에서 우연히 만난 캐시라는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연극 배우를 꿈꾸는 아름답고 재능있는 캐시에게서 결정적인 도움을 받게 된다.
그 도움이란 영화를 새롭게 각색한 뮤지컬 ‘노래하는 기사’를 살리고자 리나의 입을 빌려 캐시의 목소리를 내보내기로 한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리나는 나중에 사실을 알고 분을 참지 못하고 캐시를 영화계에서 완전히 생매장시켜 버리려 한다.
하지만 리나는 자기의 비열한 속임수에 자기가 말려들어 많은 관중들 앞에서 모욕을 당하게 되고,
캐시와 돈 록우드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관전 포인트
개봉 70주년을 맞은 고전 명작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가 4K 리마스터링을 통해 개봉된다.
현재 대여를 제외한 구독형 OTT에서 볼 수 없는 작품인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영화관에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90분
감독: 부지영
출연: 공효진, 신민아 등
개봉: 2022.09.22
배급: 스폰지 , (주)엣나인필름
줄거리
외모, 성격, 취향은 물론 사고방식도 너무 다른 자매 명주(공효진)와 명은(신민아).
아버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미 두 사람 사이에는 오래전부터 좁힐 수 없는 거리가 있다.
서로 남보다 못한 자매로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명주와 명은은 다시 만나게 되고 이미 오래전에 자취를 감춘 명은의 아버지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데…관전 포인트
12년만에 재개봉을 하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유명 배우 공효진과 신민아가 출연하는 작품이다.
현재 대여뿐만 아니라 감상할 수 있는 OTT가 없기 때문에 이 기회를 통해 극장에서 감상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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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인’이라는 은유, 그 미친 사랑의 노래
7★/10★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17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전 세계적 호평을 이끌어낸 루카 구아다니노의 차기작은 1977년 개봉한 〈서스페리아〉를 리메이크한 동명의 공포·스릴러 영화였다. 반응은 엇갈렸다. 누군가는 ‘마녀’에 대한 영화의 재해석과 감각적인 연출에 호평을 보냈지만, 다른 누군가는 지나친 난해함과 인위적 기괴함에 거부감을 느꼈다. 그리고 몇 편의 영화를 거친 후, 루카 구아다니노는 두 영화의 특장점인 로맨스와 기괴함을 버무려 〈본즈 앤 올〉로 돌아왔다.
아버지와 함께 사는 매런은 소심한 성격이기는 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기도 한 여성 청소년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매런은 자신의 집에서 자고 가라는 친구의 초대를 받는다. 매런은 당장이라도 응하고 싶지만 아버지가 문제다. 아버지는 매런이 잠을 자러 방에 들어가면 문 밖에서 방문을 걸어 잠근다. 창문도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만들어두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친구와 놀고 싶었던 매런은 몰래 연장을 활용해 창문을 뚫고 친구네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매런의 아버지는 권위적이거나 통제욕이 강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매런이 남에게 피해를 끼쳐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밤마다 매런을 가둔 것이었다. 매런은 식인 식성을 갖고 태어났다. 세 살 때 유모를 물어뜯어 죽게 했고, 아버지는 그런 매런을 데리고 도망쳤다. 너무도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 아버지는 매런을 사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혐오할 수도 없었다. 어떻게든 잘 교육하면 끔찍한 식성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여겼고 매런을 학교에 보냈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매런은 그날 밤 자신에게 다정히 대해주는 친구의 손가락을 물어뜯어버린다. 결국 아버지는 매런을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그녀를 혼자 남겨둔 채 몰래 도망간다. 그래도 자신이 보듬어야 할 딸이라는 괴로움과 선량한 시민이라는 자의식 사이에서 타협한 결과였을 테다.
아버지는 매런을 떠나며 그녀의 어머니에 관한 단서를 남긴다. 매런은 자신의 식성과 어머니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으리라 짐작하고 아버지가 남긴 단서를 따라간다. 어머니를 향한 여정에서 매런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식성을 가진 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자신이 남들과 다른 존재라는 사실 앞에서 큰 혼란을 느끼던 매런은 리와의 관계에서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운다. 자신 역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 역시 깨닫는다. 그리고 여러 위기를 겪은 후에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려준 리와 ‘하나’가 됨으로써(죽어가는 리를 먹음으로써) 자신의 사랑을 완성한다.
매런이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하고 끝내 사랑으로 구원받는다는 영화의 서사는 퀴어 정치와 닮은 데가 있다. 아버지가 떠나 혼자가 된 후, 매런은 설리라는 이름의 나이든 남자를 만난다. 설리는 매런에게 식인 식성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점을 알려주고, 사람을 먹는다는 죄책감을 넘어서야만 진입 가능한 세계가 있음을 일깨워준다(퀴어 역시 이성애와 성별 이분법이 규범인 세상에서 혼란스러워하다가 선배들이 먼저 구축한 세계를 만나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핵심은 죄책감의 극복이다. 이들은 자신의 본성이 도덕적, 윤리적이지 못하다는 죄책감을 떨쳐내야만 계속 살아갈 수 있다.
매런이 리와의 사랑으로 절망을 딛고 미래를 상상한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매런이 그러하듯, 퀴어들은 내가 남들과 다른 괴물, 괴짜라는 수치심과 고립감에 자신을 혐오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기존 도덕과 규범을 거스르는 존재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그들 역시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있는 존재임을 일깨워준다.
기존 사회에 충격과 공포, 두려움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퀴어와 식인 습성은 공통점을 지닌다. 〈본즈 앤 올〉의 식인 소재는 용인 가능한 정도에 관한 선을 파격적으로 넘었을 뿐이다. 그리하여 〈본즈 앤 올〉, 이 미친 사랑의 영화가 끝내 도달한 곳은 수용할 수 없는 자들의 존재론이다. 모든 배제된 자들의 가장 극단적인 은유인 식인 습성을 지닌 자들은 사랑으로 스스로를 구원했다. 남은 것은 ‘공존’*이다.
*식인 습성을 가진 부족을 조사한 문화인류학 연구를 보면, 식인 풍습은 사냥하듯 누군가를 먹어치우는 게 아니라 공동체의 존속, 사회적 유대 차원의 의례로 수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본즈 앤 올〉에서는 식인을 은유의 차원에서만 다루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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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기를 어긴 자, '이것'을 벗어날 수 없다
- 저는 머리를 감을 때 절대 눈을 감지 않습니다. 눈을 감고 머리를 감으면 귀신이 자기 머리카락을 갖다 댄다는 속설을 믿거든요. '죽을 사'를 떠올리게 하는 숫자 4와도 거리를 두는 편입니다. 혹시 모를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서죠.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괜히 흠칫하게 되는 금기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받은 <세이레>는 바로 이러한 금기에서 출발한 작품입니다. 금기를 어긴 자는 과연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까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11월 17일(목)에 진행된 <세이레>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세이레>는 2022년 11월 24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세이레Seire언뜻 다른 나라 말처럼 보이는 영화의 제목 '세이레'는 아이를 낳고 21일째 되는 날을 이르는 삼칠일의 순우리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아이가 이 세상에 무사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삼칠일 동안 외부인의 침입을 막는 금기를 지켜 왔습니다. 외부와의 통로에 고추와 숯을 엮은 금줄을 쳐 두고선 말이죠.'우진'의 부인 '해미'는 이 금기를 철석같이 믿고 따르지만, 이를 미신이라고 여기는 '우진'은 대수롭지 않게 금기를 어깁니다. 그리고 금기를 깬 '우진'의 주변에서는 자꾸만 불길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죠. 정말 그가 금기를 깼기 때문에 불길한 기운이 '우진'의 근처를 맴도는 걸까요? <세이레>의 서스펜스는 미신을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의 간극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금기를 깬 인물 주변에서 발생하는 기이한 일들은 알게 모르게 수많은 민속 신앙을 믿으며 사는 우리에게 신선한 공포를 선사합니다.⊙ ⊙ ⊙사실 '우진'에게는 비밀이 있습니다. '우진'의 전 연인 '세영'이 임신한 후 아이를 유산했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죠. 과거 '우진'은 아이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심경의 변화였는지, '우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의 아내 '해미'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습니다. '세영'과의 아이는 그토록 거부했으나 '해미'와는 아이를 낳은 '우진'. '해미'의 만류에도 금기를 깨고 기어코 '세영'의 장례식장에 다녀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다름 아닌 '세영'을 향한 죄의식 때문이었습니다.'우진'은 표면적으로 삼칠일에는 장례식장에 가서는 안 된다는 금기를 어겼습니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자신의 금기를 깼죠. 금기를 어기고 파멸에 이르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는 흔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금기를 어긴 자에게 내려지는 징벌이 아닙니다. <세이레>는 금기를 어긴 자가 겪는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죠. 사람들은 금기를 어긴 대가를 피하고자 금기를 지킵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금기를 어긴 자는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금기의 대가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금기를 깨고 두려움에 사로잡힌 '우진'은 착시와 착란을 겪으며 현실과 비현실의 섬뜩한 교차를 경험합니다.영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과는 '우진'에게 내재한 죄의식을 상징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윤기가 나는 멀쩡한 사과지만, 그가 자르는 사과는 모두 속이 까맣게 썩어있습니다. 단순히 썩은 수준이 아니라 끈적끈적한 피를 머금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영화 속에는 '세영'의 유산이 '우진'의 책임이라는 암시도 슬쩍 엿보입니다. '우진'은 자주 건강원에 방문해 즙을 사 먹거나 선물하는데요. 건강원 주인 내외의 대화를 통해 '애를 붙이는 약'과 '애를 떨어뜨리는 약'이 있고, 두 약이 실수로 바뀌기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임신한 '세영'은 '우진'이 준 즙을 먹었고, 훗날 '세영'은 유산 소식을 전하죠. '우진'은 그 소식에 안도하는 듯한 한숨을 내뱉었고요. '우진'이 어긴 금기가 또 있는 걸까요? 해석의 여지를 두는 이러한 장치들은 영화의 미스터리함을 한층 더 높여줍니다.⊙ ⊙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민속 신앙에 관한 색다르고 신선한 접근은 좋았으나, 그 과정에서 '해미'가 다소 비이성적인 인물로만 그려진 것은 씁쓸했습니다. 또 죄의식에 사로잡힌 '우진'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며 울먹이며 죽은 '세영'의 목을 조르는 장면은 눈을 질끈 감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두려움의 절정을 꼭 건장한 남성이 죽은 여성의 목을 조르는 것으로 표현했어야 할까요? '우진'이 '세영'의 유산에 일말의 책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로 인해 이 장면은 더욱더 견디기 어려웠습니다.하지만 배우들의 호연은 아쉬움을 초월하는 만족감을 선사했습니다. 죄책감, 두려움, 혼란에 점점 더 강하게 사로잡히는 '우진' 역의 서현우 배우, 그의 비밀을 쥔 쌍둥이 자매 '세영'과 '예영' 역의 류아벨 배우, 민속 신앙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아내 '해미' 역의 심은우 배우는 영화 <세이레>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냈습니다. 민속 신앙과 미신을 흥미롭게 풀어낸 영화 <세이레>를 통해 오싹한 겨울이 오기 전 극장에서 서늘한 기운을 먼저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Summary아기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초보 아빠 우진(서현우)은 현관문에 금줄을 쳐서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금기사항을 철저히 지키는 아내가 이해되지 않는다. 회사 다니면서 틈틈이 육아를 도와주며 바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우진에게 과거의 연인 세영(류아벨)의 부고 문자가 도착한다. 아기가 태어나고, 21일 동안은 장례식장에 가면 안 된다는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레 다녀온 우진. 그날 이후, 아기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불안과 두려움이 커져가는데… (출처: 씨네21)Cast감독: 박강출연: 서현우, 류아벨, 심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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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나로 자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벚꽃이 만개하고 하늘엔 몽실한 구름이 떠다니는, 어엿한 봄이다. 다만 그 봄이 조금 과하게 느껴진다. 한낮의 온도는 거의 30도에 육박하고, 꽃잎은 쉴 새 없이 흩날리다가 떨어진다. 바닥에 물든 분홍과 빨강들. 이제 실감한다. 계절 또한 순간이다. 금세 지나갈 것을 알기에 그리 구경 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순간을 붙잡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니까.
봄이면서도 초여름. 애매한 중첩을 보니 주인공의 이름이 떠오른다. 춘희. 기쁠 희, 좋을 희, 즐거울 희. 온갖 의미 중에서도 그의 이름 말은 봄 춘春, 계집 희姬. 봄의 계집이다. 출생등록을 할 때 잘못 입력한 한자. 동시에 탓하기 좋은 변명거리다. 일이 꼬이고 꼬여 문제만 생길 때에 문득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가. 시작부터 잘못되었다고. 원래 이렇게 되었으리라고.
자기 자신을 운명이란 이름에 가둬둠으로써 탄식하고, 연민하고, 모순적이게도 위로받는다. 춘희의 삶도 엇비슷한 것 같다. 사람들이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하여 세상 모든 것이 그렇게 보이던, 누구에게나 있을 처연한 시기. 다만 춘희에게는 그 시간이 꽤, 길었을 뿐이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는 춘희의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중학생 춘희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고, 사촌의 집에 얹혀살게 된다. 동갑내기 여자애는 쌀쌀 맞고, 그의 보호자들은 교묘하게 차갑다. 마치 떠안기 싫은 짐을 어쩔 수 없이 진 것처럼. 몸만 겨우 누일 수 있는 자그마한 다락방. 여러 이불을 켜켜이 쌓아 올리는 게 최선인 독방. 춘희에게 허용된 크기와 위치는 딱, 그 정도다.
지금의 춘희는 어떨까. 여전히 같은 방에서 생활한다. 하지만 알록달록한 전구도 놓고, 창가와 벽에 사진도 붙이고, 나름 아늑한 공간이다. 춘희는 살면서 많은 것을 갖지 못했을 테지. 특별히 안타깝다거나 불쌍하다는 둥 가치판단을 멋대로 내리고 싶진 않다. 단지 그 공간에 대한 춘희의 애착이 느껴졌을 뿐이다.
춘희의 일과는 퍽 단순했다. 일어나서 수경을 끼고, 마늘을 한 알씩 까고, 2kg는 족히 되는 것 같은 양을 어깨에 이고 식당을 찾아간다. 사촌 오빠가 운영하는 식당. 노동의 대가는 3만 원. 이런 일 말고 홀서빙을 하라는 제안에도 춘희는 고개를 젓는다.
춘희는 하루 3만 원을 통장에 차곡차곡 모으는 중이다. 이 같은 성실함은 간절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다한증 수술. 땀이 많아 금세 손이며 발이며 축축해지는 것이 춘희에겐 오래된 스트레스였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모든 공간엔 자신의 흔적이 남았다. 사람들은 그 흔적을 불쾌하게 여겼고, 춘희는 찌푸린 얼굴이나 날 선 목소리 따위를 빼곡히 기억했다. 어릴 때야 무덤덤한 표정에 가려 잘 드러나진 않았겠지만.
벼락과 천둥이 치던 날, 춘희는 평소처럼 할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중에 벼락을 맞는다. 검댕이가 묻은 얼굴로 집에 들어가 쓰러지듯 잠들었는데 웬걸. 제 몸 위로 이불이 덮였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이 없는 집인데 말이다. 의아한 상황은 곧 믿을 수 없는 일로 이어진다. 어린 춘희, 그러니까 중학생 춘희가 지금의 춘희 앞에 나타났다.
그렇게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같이 마늘을 까고, 라면을 먹고, 대화를 나눈다. 춘희의 기억과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지금의 자신에게 있는 손의 흉터가 중학생 춘희에겐 없었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 다한증인 자신이 싫고 미워서 소각장 앞에 불씨에 손바닥을 가져다댔는데 말이다.
춘희가 깊게 생각하지 않은 건 또 다른 일상의 변화 때문이겠다. 얼결에 참여한 모임에서 주황을 만났다. 말을 더듬는 주황과 땀이 흥건한 춘희. 자기 자신의 결점이라고 생각하는 점을 그대로 드러낸 관계. 솔직해서인가,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춘희는 술김에 말도 안 되는 일을 들려주겠다며 중학생 춘희 이야기를 스리슬쩍 꺼낸다. 과거의 자신을 만난다면, 무얼 하겠느냐고.
주황은 아버지의 폭력에 매번 맞기만 하지 말고 한 번은 덤비라,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반면 춘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던가. 그 애에게 무엇을 해주고 싶은지, 무엇이 필요할지 모르는 눈치였다.
모든 것이 나름 순조롭게 흘러갈 무렵 사건은 하나둘씩 생겨난다. 하나, 중학생 춘희가 사라졌다. 둘, 사촌오빠가 춘희에게 새로운 집을 구하라고 통보한다. 그 집을 매물로 올려놨다고. 셋, 모임 세미나에서 거금을 사기당했다. 다한증을 치료하려고 모아두었던 돈이 몽땅 사라진 셈이다. 모든 것을 잃기만 한다.
그러나 춘희는 침묵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이 집이 어떤 의미인지, 자신의 어머니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목소리를 낸다. 물론 사촌에겐 얼토당토않는 얘기다. 집에 누가 거주하느냐에 따라 임대인 자격을 얻고 잃는 건 아니니까. 사실을 바꿀 만한 힘은 없었다. 애초에 그건 춘희의 목적이 아니기도 했다.
그저 중학생 춘희가 꾹꾹 눌러 두었을 진심을, 집에 대한 애착을, 자신의 보호자들을 향한 그리움을 발화하고 싶었을 테다. 수수깡으로 정성스레 만든 집이 제 허락도 없이 망가져 버려진데도 오히려 사과를 건네야 하는 시절에서 벗어나, 자신의 상처를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지금의 춘희로.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이런 대사가 나왔다. 어린 시절 학대받은 아이는 그때로부터 자라나지 못한다고. 10년이든 20년이든 시간만 흐를 뿐이라고. 몸만 커져서 어른처럼 보이지, 여전히 아이라고. 춘희는 자라지 못한 자신을 알아주기로 한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다 싫어하고, 미워하고, 불쾌하게 여긴다고 생각하며 오롯이 견뎌온 상처들 또한 끌어안는다. 자신에게 남은 손바닥의 화상을 어린 춘희에게 되물려주지 않기 위하여,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말과 행동으로 지켜내기 위하여.
영화에서도 내내 보였다. 춘희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공통점이자 기이한 지점. 춘희를 진심 어린 눈으로 걱정했다가 날카로운 말씨로 돌변했다. 순식간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 여기서 카메라의 담긴 시선이 달랐다. 부드러운 상황을 보여줄 땐 상대방의 모습을, 춘희를 비난할 땐 춘희의 상처받은 얼굴이 보였다.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춘희가 기억하는 타인의 모습은 일부일 뿐이라고. 모두 춘희를 미워하고 싫어한 게 아니라, 아끼는 마음도 존재했다고.
나 자신을 다독여준 후에야 춘희는 새 집으로 새 출발을 한다. 이제는 사촌 집의 다락방이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갈 춘희. 자신의 점액질로 흔적을 남기는 민달팽이처럼 꿋꿋이 제 길을 걸어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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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에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참석 후 기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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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살아가는 건 머리보단 끈기라는 걸
누구나 진학하고 싶어하는 명문고에 진학했지만 명문고 안에서는 수학 9등급에 빛나는 지우. 그런 처참한 성적인 것도 서러워죽겠는데, 학교 담임은 지우의 미래를 걱정하는 척하며, 사회배려자 전형으로 들어온 지우를 계속 학교에서 치워버리려고 한다. 최고 명문고인만큼 사교육도 당연시되는 이 곳에서 변변찮은 사교육 하나 받지 못해 성적이 바닥을 기는 바람에 지우의 자존감도 하루가 다르게 하락한다. 자존감이 하락한 사람에게 세상은 한없이 친절하질 않는데, 그 친절하지 않은 세상에는 학교 경비 인민군도 있다. 그 인민군 때문에 지우의 녹록치 않은 학교 생활은 점점 꼬여만 가는데.......... 하지만 우연히 인민군이 수학 천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인민군 아저씨에게 수학 과외를 요청하는데, 과연 지우는 인민군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수학 점수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1. 수학과 음악의 상관 관계
이 영화는 음악을 정말 적재적소에 잘 사용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가 수학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는데, 음악 악보는 사실 수학 공식이 담긴 그림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수학을 깨쳐야 작곡을 할 때 용이하다. 음악을 좋아하던 북한 소년(리학성)이 수학의 길로 빠져들어간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수학을 공식으로만 외우고, 외운 공식에 숫자만 대입하면 되는 과목으로 이해했던 뼛 속 깊이 문과인 나에게 수학의 세계는 누군가에겐 하나의 언어를 배우는 일임을 깨닫게 했다. 영어는 알파벳으로 움직이는 말의 세계라면, 수학은 숫자로 움직이는 하나의 언어 체계인 것이다. 파이송도 똑같다. 파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숫자 배열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숫자 배열을 음으로 치환하면, 하나의 곡이 된다는 사실이 수학은 이과생에게는 언어 체계와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파이는 그저 단순히 숫자를 나열해 놓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악보로 기능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왜 이과생들이 수학의 세계에 심취할 때, 눈이 반짝거리는지 알 것도 같았다.
파이송을 피아노로 치는 장면을 통해서 수학이 가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지만 북한에서의 리학성이 음악을 포기하고, 수학을 선택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왜 수많은 음악가들 중에서도 바흐를 좋아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단조로운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오히려 음악을 일종의 수학의 언어체계라고 이해한 리학성에게 그 단조로운 바흐의 음악은 조화로움을 끝을 달리는 음악이었을 것이다.
2. 수학과 인생은 머리가 아닌 끈기로 하는 것
이 영화의 메시지는 굉장히 단순하다. 수학 점수를 올리고 싶다면, 나는 머리가 나쁘다고 자책하고 있을 시간에 끝까지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고로 비단 수학 뿐만이 아니라 우리네의 인생은 머리로 사는 것이 아니라 끈기로 살아남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것이다.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야. 문제가 안풀릴 때, 화를 내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뭐가 이렇게 어렵담, 내일 다시 풀어봐야지 하는 용기가 필요한 거야. 문제가 안 풀린다고 머리 싸매지 말고, 내일 다시 풀어봐야 겠다고 생각하는 게 수학적 용기다. 용기를 내라."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대사였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대사였던 것 같은데, 마음 속에 남아서 영화를 보는 내내, 수학적 용기를 어떤 단어로 치환할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 나름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수학적 용기를 인생에 비유한다면, 그것은 끈기일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끈기있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걸 누가 모르는가.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네의 삶에서 우리는 끈기가 가진 위력을 무시하고, 몇 번 해봐서 안된다고 많은 것을 지레 포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난 학벌도 별로고, 얼굴도 안 예쁘고, 키도 별로 안 크고, 찌질한데다가 인기도 별로 없어."
이런 자기비하 중 단 하나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이 모든 자기비하를 다 해본 사람이다. 나는 자기비하가 좀 심한 편이고, 자책도 많이 하는 편이며, 그 자책에 파묻혀 삶의 동력을 잃어 노력하기를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수많은 자책의 굴레 속에서 요즘 느끼는 바가 있었다. 단번에 결과가 나오지 않아 좌절하고, 나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게 될 때, 무너저 가는 중심을 어떻게든 붙잡고, 나의 길을 가다보면, 좋은 답이든 나쁜 답이든 생길 것이다. 그 답에 따라 인생을 다시 재구성하면 된다. 인생은 한 순간이 아니라 순간들을 모아놓은 필름이기 때문이다.
수학을 풀어내는 데에 필요한 것은 공식도 아닌, 좋은 머리도 아닌 끈기라면, 인생이라는 수학 퍼즐을 푸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도 결국 끈기일 것이다. 그래서 인생도 결국 수학 퍼즐같은 것이라서 리학성도 허구헌 날 스도쿠 퍼즐 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수학과도 같은 인생을 어떻게든 풀어보고자 하는 몸부림 같은 것이랄까. 내가 인생이라는 문제를 풀어가면서 부딪혔던 슬럼프를 기억하고, 그 슬럼프를 극복했던 과정을 기억한다면, 지금 당신의 인생에 닥친 두려움도 타파할 수 있지 않을까.
3. 총평
사실 독자분들께 위로를 건네는 것처럼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 이 글은 나를 위한 글이다. 나는 지금 슬럼프를 겪고 있다. 슬럼프의 이유는 다르 사람들이 나에게 내리는 평가들로 촉발된 것은 맞지만 사실 그것보다 큰 문제는 그 평가들을 받아들이고, 대처해나가는 내 행동의 미숙함, 어리숙함에서 비롯된 실수들 때문이다. 그래서 요새 내가 나에게 거는 주문은 "내가 이 미안함, 창피함을 기억하자. 그리고 다음에는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하자."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이런 메시지를 전해주는 영화를 보니, 영화 내용이 마음이 동할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내 자존감의 하락이 내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던 시기였기에 지우를 보면서 공감할 수 밖에 었었다. 그리고 지우에게 수학의 본질을 가르친 리학성에게서 인생은 단기 레이스가 아니라 장기 레이스라는 것을 배웠기에 기대 수명까지 산다면, 이제 삶의 절반도 안와본 내가 너무 오버액션이 가미된 자책과 절망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다시 힘내서 앞으로 나가볼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클리셰와 클래식은 한 끗 차이"
특별하게 신기한 내용적 신선함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비주얼적으로 정말 화려한 영화도 아니었지만 평소에 실패 때문에 자책을 많이 하는 나같은 사람들, 자존감이 낮아서 살면서 안해도 될 실수들을 많이 저질러놓고, 머리 쥐어싸매는 사람들 등이 이 영화를 보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다분히 클리셰스럽지만 클리셰도 감정을 잘 만져줄 수 있으면, 그런 클리셰는 성공한 클리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클리셰는 부정적인 단어로 많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한 끗 차이로 클리셰는 클래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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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리뷰 - 누군가의 혁신이 불법으로 되버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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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금지법 이후 6개월 간의 악전고투 이야기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한국의 우버로 불리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TADA).
출시한 지 9개월 만에 100만 유저를 확보하며 승승장구하던 중 택시업계의 반발로 법적 공방에 휘말린다.
뜨거운 논란 속 치러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날, 모든 팀원들은 함께 모여 ‘종이컵 와인 파티’로 자축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단 14일 뒤, ‘타다금지법’이 통과됐다는 청천벽력의 소식이 들려오는데...
그들은 이 최악의 위기를 뚫고 타다를 새롭게 부활시킬 수 있을까?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의 이야기로 세상에 공개되는
‘스타트업’에 대한 국내 최초의 다큐멘터리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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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백스피릿> 공식 예고편
"도수가 좀 높은데 괜찮으시겠어유?" 한국 최고의 셀럽들 X 백종원의 인생 한잔! 맛있는 대화에 취하는 순간 《백스피릿》,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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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울림의 탄생> 3차 예고편
소아마비 고아. 한쪽 귀의 청력마저 상실한 그를 품어 준 북 만드는 장인.
이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북을 만들어야 한다는
스승의 가르침을 새기며 이 악물고 버텨 온 60년.
이제 일흔을 앞둔 임선빈 악기장은 다른 한쪽 귀의 청력마저
잃게 될 거라는 비보를 접하고,
어린 시절 처음 들었던 그 북소리를 담은 대작을 만들기 위해
23년을 아껴 두었던 나무를 꺼낸다.
그러나 날씨도, 몸도, 전수자인 아들 동국과의 협업도 마음 같지만은 않은데...
60년 동안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첫 북소리의 울림.
그 울림이 담긴 북을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