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2-03 12:20:20
정월대보름에 보기 좋은 '달' 관련 영화 추천
<달세계 여행>부터 <더 배트맨>까지
안녕하세요 여러분!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바쁘게 달려온 한 주를 뒤로하고, 어느새 기다리던 주말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혹시 이번주 일요일이 어떤 날인지 알고 계셨나요?
저는 깜박 잊고 있었는데, 이번주 일요일은 바로 한국의 전통 명절 중 하나인 정월대보름이에요!
음력 1월 15일을 의미하는 정월대보름은 오늘날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 존재감이 많이 약해졌지만, 우리 조상들은 정월 대보름 이튿날을 실질적인 한 해의 시작으로 여겼을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명절이라고 해요.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운수를 점쳤던 것도 설이 아닌 정월 대보름이었다고 하네요.
오늘은 그래서 정월대보름에 보기 좋은 '달'과 관련된 영화들을 추천해 드리려고 해요.
달을 배경으로 했거나 달을 소재로 한 영화들, 지금 바로 만나 보실게요~!
1. 달세계 여행(1902)
감독 | 조르주 멜리에스
출연 | 조르주 멜리에스, 빅토르 안드레, 블로에 베논 등

시놉시스
바르방퓨이 교수는 어느날 과학의회를 통해 대포를 타고 달 탐사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설득 끝에 다함께 달 탐사를 떠나게 되고, 마침내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는 달에 착륙하게 된다. 그러나 달에는 셀레나이트라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고, 교수와 일행은 그들에게 납치를 당하게 되는데...
CINE PICK!
인간이 달에 최초로 착륙하기 무려 60년 전에 제작된 <달세계 여행>은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원작으로 하여, 프랑스 영화계의 거장 조르주 멜리에스가 감독, 각본, 주연을 모두 맡아 만든 영화입니다. 마술사였던 멜리에스는 뛰어난 상상력과 손재주를 바탕으로 합성화면이나 디졸브와 같이 후에 널리 사용하게 되는 편집방법들을 컴퓨터 작업 없이 연극 장치만으로 만들어 냈는데요, 그 결과 영화는 최초의 낭만주의 영화, 최초의 SF 영화, 방향의 일치를 통한 연속 컷팅을 최초로 사용한 영화 등 각종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며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개봉 당시에는 2분 정도의 단편영화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14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또한 매우 큰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2. E.T.(1984)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 헨리 토마스, 드류 베리모어, 로버트 맥노튼 등

시놉시스
식물학자 외계인들이 평화적인 연구 목적으로 지구를 방문한다. 그러나 인간들이 나타나자 서둘러 지구를 떠나게 되고, 뒤쳐진 한 외계인이 홀로 남는다. 방황하던 외계인은 엘리엇이라는 이름의 꼬마와 만나게 되고, 엘리엇은 외계인에게 E.T.(Extra-Terrestrial)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E.T.는 엘리엇과 함께 지내며 끈끈한 우정을 쌓아 나가지만, 길어지는 지구에서의 생활로 인해 그만 병에 걸리고 만다.
CINE PICK!
<E.T.>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1982년 SF 영화입니다. 홀로 지구에 남게 된 외계인 E.T.와 미국 소년, 소녀들과의 우정어린 교류를 감동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는데요, 자전거를 타고 만월을 가로지르며 하늘을 나는 장면은 두고 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이지요. 개봉한 지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친근한 이미지의 외계인, 혹은 인간과 교류하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를 떠올렸을 때 바로 생각나는 작품입니다. 아카데미에서 음악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잘 맞춘 OST 또한 <E.T>의 큰 매력이랍니다.
3. 문라이트(2017)
감독 | 베리 젠킨스
출연 | 알렉스 R. 히버트, 에쉬튼 샌더스, 트래반트 로즈, 마허샬라 알리 등

시놉시스
"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 달빛 아래 검은 소년들은 푸르게 보인다."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 흑인 아이가 소년이 되고 청년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푸르도록 치명적인 사랑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CINE PICK!
2017년에 개봉한 영화 <문라이트>는 베리 젠킨스 감독이 전작 <멜랑콜리의 묘약> 이후 8년만에 연출한 작품으로, 터렐 앨빈 매크레이니의 희곡 '달빛 아래서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를 원작으로 했다고 합니다.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마약과의 전쟁이 한창이었던 1970년대~80년대에 태어난 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샤이론의 생애를 어린 시절, 청소년기, 성인기 세 부분으로 나눠 묘사했으며, 아카데미 작품상, 각색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감각적인 연출과 인물에 대한 섬세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에요.
4. 퍼스트맨(2018)
감독 | 데이미언 셔젤
출연 | 라이언 고슬링, 클레어 포이 등

시놉시스
이제껏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도전한 우주비행사 닐(라이언 고슬링)은, 거대한 위험 속에서 극한의 위기를 체험하게 된다. 전 세계가 바라보는 가운데, 그는 새로운 세상을 열 첫 발걸음을 내딛는데… 이제, 세계는 달라질 것이다.
CINE PICK!
영화 <퍼스트맨>은 <위플래쉬>, <라라랜드>, 그리고 최근 개봉한 영화 <바빌론>의 감독 데미언 샤젤이 연출한 닐 암스트롱의 전기 드라마 영화입니다. 제임스 R. 한센의 전기 소설 《First Man: The Life of Neil A. Armstrong》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다녀왔던 우주인 닐 암스트롱의 1961년~1969년까지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각효과상을 거머쥐기도 했는데요, 과학영화라기보다는 인간 암스트롱의 이야기와 심리가 샤젤 감독 특유의 뛰어난 연출력과 각본을 통해 탄생한 완성도 높은 드라마 영화입니다. 감독의 전작인 <라라랜드>의 음악을 감독했던 저스틴 허위츠와 다시 한 번 협업하여 OST 또한 큰 호평을 받았으며, 주연 배우인 라이언 고슬링이 그리는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이니 잔잔하지만 울림 있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5. 더 배트맨(2022)
감독 | 맷 리브스
출연 | 로버트 패틴슨, 폴 다노, 조 크라비츠, 앤디 서키스 등

시놉시스
고담의 시장 선거를 앞두고 고담의 엘리트 집단을 목표로 잔악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수수께끼 킬러 리들러가 나타나자, 최고의 탐정 배트맨이 수사에 나서고 남겨진 단서를 풀어가며 캣우먼, 펭귄, 카마인 팔코네, 리들러를 차례대로 만난다. 사이코 범인의 미스터리를 수사하면서 그 모든 증거가 자신을 향한 의도적인 메시지였음을 깨닫고, 리들러에게 농락 당한 배트맨은 광기에 사로잡힌다. 선과 악, 빛과 어둠, 영웅과 악당, 정의와 복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CINE PICK!
어두운 밤에 활동하는 히어로 배트맨! 달과 관련된 영화를 떠올렸을 때 빼놓을 수 없죠. 배트맨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최근 작품인 <더 배트맨>은 <렛 미 인>, <혹성탈출: 종의 전쟁> 등을 감독한 맷 리브스가 연출하였으며, 각종 예술영화와 블록버스터를 넘나들며 필모를 쌓고 있는 로버트 패틴슨이 브루스 웨인을 맡은 <더 배트맨 시리즈>의 첫번째 영화입니다. <더 배트맨>은 일반적인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의 전개와 차별되는 느긋하고 묵직한 누아르식 전개가 특징인데요, 배트맨 원작이 갖고 있는 추리물로써의 정체성, 배트맨 캐릭터에 대한 미숙하면서도 희망을 지키려는 인물로써의 재해석이 호평을 얻었습니다. 영화의 음울한 분위기와 꼭 맞아떨어지는 OST 또한 인기였습니다. 시작과 끝에 흘러나오는 미국의 전설적인 락밴드 너바나의 <Something in the Way>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는 것!
정월대보름을 맞아 달과 관련된 영화를 여러 편 소개해 드렸습니다!
마침 이번주 일요일은 하늘도 무척 맑다고 하니 소중한 사람과 달구경도 하고,
정월대보름이니 만큼 팝콘 대신 부럼을 까먹으며 화면 가득 둥근 달을 감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랄게요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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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걸음 뒤, 한걸음 앞에서 기록한 분열의 시대
시빌 워: 분열의 시대 (Civil War, 2024)
한걸음 뒤, 한걸음 앞에서 기록한 분열의 시대
개봉일 : 2024.12.31.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액션, 전쟁, 드라마
러닝타임 : 109분
감독 : 알렉스 가랜드
출연 : 커스틴 던스트, 케일리 스패니, 와그너 모라, 스티븐 헨더슨, 제시 플레먼스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믿고 보는 제작사 A24의 첫 블록버스터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모종의 이유로 두 갈래로 나뉜 세상’이 주는 공포와 긴장감을 동력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거대한 동력을 선택한 것치고는 움직임이 다소 방어적이다.
이 영화는 자신이 얘기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내보이지 않는다. 그저 배경과 몇 개의 시선을 제시할 뿐이다. 이러한 태도는 최종에 이르러 애매한 감상을 남기게 만드는데, 이 싸움에 있어 확실한 선을 원한 관객에게는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래서 영화 예고편과 시놉시스를 보고 거대한 전쟁 블록버스터 또는 정확한 저격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이 전쟁에 뛰어드는 것을 조금 더 고민해 보길 권하고 싶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흔히 생각하는 전쟁 블록버스터가 아닌 전쟁 한가운데 서있는 한 기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과묵한 드라마에 가까우니 말이다.
극 중 미국은 최악의 내전을 겪고 있다. 이 혼란한 정세 속에서 종군 기자인 리, 조엘, 새미. 그리고 저널리즘에 관심을 가진 청년 제시는 아수라장이 된 도시를 누비며 끔찍한 순간들을 생생히 담아낸다. 이들은 정부와 반대 세력 사이 힘의 무게 추가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마지막 특종 기회를 잡기 위해 대통령이 숨어있는 워싱턴에 가기로 결정한다.
기자들은 총을 든 군인과 반대 세력들 사이에 제대로 된 무기 하나 없이 카메라 한 대만을 들고 달려든다. 이들은 죽음이라는 공포를 바로 옆에 두고서도 좋은 사진을 건지기 위해 카메라의 뷰 파인더만을 쳐다본다. 빗발치는 총성 사이에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가 섞여들리고, 각자의 무기를 든 군인과 기자들의 비슷한 실루엣이 보인다.
리와 기자들은 자발적으로 뛰어들었던 전투에 이어 원치 않은 사건에도 휘말리며 몇 번의 위기를 맞이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비현실과 현실이 뒤섞인 상황과 오래 외면해왔던 공포들을 흠뻑 체감한다.
무엇을 위한 분열인가
워싱턴으로 향하던 네 사람은 한 테마파크 입구에서 총을 맞고 쓰러진 군인 시체를 발견한다. 이상함을 느끼고 차를 돌리려는 순간 갑자기 총알이 빗발치고 새미를 제외한 세 사람은 차에서 내려 바닥에 엎드린 군인 옆에 자리를 잡는다. 조엘은 군인에게 묻는다. 저 안에 누가 있냐고, 지휘관은 누구냐고. 군인은 답한다. 저 안에 누가 있는지 모르고 지휘관은 없고 그저 저들이 우리를 죽이려고 해서 쏘는 것이라고.
군인의 대답은 현재 내전 상황을 한 번에 설명한다. 이들은 누구와 왜 싸우는지 모른다. 그저 살기 위해 총을 쏠 뿐이다. 기자들도 군인들과 다르지 않다. 처음엔 내전의 참혹함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건 영웅처럼 보이지만 나중엔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지 정확히 느껴지지 않는다. 이들은 무엇을 찍고 그 사진 아래 어떤 말을 적고 싶었던 걸까?
시간이 지날수록 두 무리의 Shooting(총격, 촬영)이 가진 의미는 점점 흐릿해지고 이들은 더 이상 이 전쟁에 대해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쟁 또한 이들에게 명확한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모든 걸 흐리게 만드는 피
피와 뷰 파인더에 가려진 제시의 시선
공포와 피는 뚜렷했던 것을 점점 흐려지게 만든다. 특히 처음으로 전쟁을 가까이서 겪은 된 제시가 이에 크게 반응하고 변화한다. 주유소에서 처음 고문 당한 사람을 봤던 날, 제시는 밤이 되었음에도 요동치는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다. 하지만 피 흘리는 사람을 다시 눈으로 보고 카메라로 담고 또 거대한 시체 구덩이에 떨어져 본 후 도착한 워싱턴에서 제시는 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탱크에 따라붙으며 사진을 찍는다. 심지어 리가 총알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까지도 그는 카메라를 놓지 않는다.
사진 현상액에도 자신의 체온을 담던 따뜻한 소녀는 어디로 가고 백악관 복도엔 징그럽다 싶을 만큼 사진을 찍어대는 기자 제시가 남는다. 제시의 눈에 가득 맺혔던 누군가의 피는 결국 그의 시야를 흐리게 만들고 그의 눈앞을 가로막은 뷰 파인더는 소중한 이(리)의 죽음마저 가려버린다.
뷰 파인더를 벗어난 리의 시선
제시는 주유소 사건을 겪고 리에게 묻는다. 저는 왜 사람들을 죽이지 말라고 말하지 못했을까요?. 제시는 이 이상한 상황에 대해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리는 제시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우린 묻지 않고 기록하지. 다른 사람이 묻도록.”
리는 오랜 시간 모든 물음을 지운 채 뷰 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보며 사진을 찍었다. 그 덕에 리는 공과 사를 구분하는 수준을 넘어 거의 냉혈한에 가까운 종군기자로 여러 전쟁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등장한 제시와 그가 던진 질문이 리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 새미는 주유소에서 충격을 받고 공포에 떨던 제시의 모습과 어린 리의 모습이 다르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의 말을 들은 리는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은 채 제시의 모습을 관찰한다.
주유소 사건 다음날. 리, 조엘, 제시는 시내에서 벌어진 소규모 격전에 참여한다. 제시는 어제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죽어가는 이를 찍는다. 이때 리는 셔터를 누르는 걸 멈추고 사진을 찍는 제시를 가까이서 바라본다. 그때부터 리는 제시를 통해 자신을 본다. 피에 벌벌 떨던 어린 소녀였던 자신과 뷰 파인더 뒤에 숨어 아무렇지 않게 죽음을 찍는 종군기자인 자신을.
리는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연이어 터진 동료 새미와 토니의 죽음은 왜 이들이 죽어야만 하는지 이 전쟁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오래도록 외면해왔던 질문을 떠올리게 만든다.
결국 리의 마음은 무너지고, 워싱턴에 도착했을 때쯤 그의 종군 기자로서의 자아는 거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리는 커다란 탱크 뒤를 따라가지 못하고 몸을 웅크린다. 이제 뷰 파인더를 벗어난 리의 눈엔 누군가의 죽음이 보인다. 그래서 그는 제시의 죽음을 막기 위해 스스로 몸을 던진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카메라 뷰 파인더 뒤에 가려진 제시의 눈엔 리의 죽음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내가 총 맞는 순간도 찍을 거예요?”라는 제시의 질문에 리는 온몸으로 답을 내놨지만 그걸 알아줄 소녀 제시는 이제 뷰 파인더 뒤로 사라졌다.
<시빌 워:분열의 시대>는 기자들의 눈과 뷰파인더를 통해 이 이상한 전쟁을 기록하며 은근하게 묻는다. “우리의 눈은 어디에 있는가. 뷰파인더 뒤, 아니면 앞?”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왜 전쟁이 일어났는가?’ ‘누가 무너져야 하고 누가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아니다. 영화가 은근슬쩍 던진 ‘이 커다란 분열 속에서도 놓쳐선 안 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스스로 답하고 깨닫는 것이다.
아무리 분열과 죽음이 익숙해진 시대라 해도 우리는 뷰파인더 뒤에서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 승, 패와 잘잘못이라는 결과 밑에 쌓인 수많은 죽음과 희생을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어린 리처럼, 처음 여정을 시작했을 때의 제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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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 Verdens verste menneske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씨내랩으로부터의 초청을 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여 이번 달 최대 기대작이었던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를 개봉 전에 보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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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의학을 공부하던 스물아홉 율리에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걸 찾아 세상으로 나온다. 파티에서 만난 만화가 악셀과 사랑에 빠진 율리에, 하지만 삶의 다른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걸 원했고 조금씩 어긋난다. “내 삶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율리에는 인생의 다음 챕터로 달려나간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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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
영화를 보기 전, 영화의 제목만 보고 주인공이 처절한 사랑을해서 최악의 모습이 되는 내용일거라 예상했지만, 실제 줄거리는 내 예상을 빗겨갔다.
이 영화에서 말하는 '사랑'을 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말에서의 '사랑'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이해되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녀가 행한 모든 선택은 사실 고고한 연인간의 사랑을 위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성적을 증명하기에 흥미에도 없는 의대를 들어간 모범생이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다른 학문들에 이것저것 발을 딛고,
자신의 자유를 사랑하기 때문에 가벼운 원나잇도 즐기고,
자신의 사랑을 사랑하기 때문에 악셀이랑 교제를 하고,
그리고 이어서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택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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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운 부분 /
영화의 앞부분은 흡입력이 좋았는데 뒤로 갈수록 뒷심이 딸린다.
마지막 11장과 12장은 어느정도 예상가능한 부분이라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 영화를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12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한 8장 정도로 컴팩트하게 만들었다면 감독이 말하고 싶은 의미도 관객들에게 더 잘 다가오고, 영화도 힘있게 전개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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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짤막한 평 /
본인을 사랑하기에 의대를 포기하고 사진을 시작했고,
본인을 사랑하기에 내 옆의 연인을 버리고 새로운 사람에게 갔고,
본인을 사랑하기에 내 몸 속의 아기가 떨어진 후 미소가 나왔다.
사랑하면 누구나 최악이 된다.
'나'를 사랑하면 누구에게나 '최악'으로 비춰질 수 있다.
별점은 10점 만점에 6.5점 드립니다.
그래도 좋은 영화이니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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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뒤섞인 난맥상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법정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승패를 가리는 장소라고 믿으며 각종 꼼수와 편법에 능통한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그는 감옥에서 암에 걸린 아버지의 가석방을 약속받자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이선균) 대령의 변호를 맡기로 결정한다.
군인 신분 때문에 재판 기회가 한 번 밖에 없는 박태주. 하지만 그는 변호인에게 쉽사리 협조하지 않는다. 원칙주의자인 그의 눈에 정인후는 양아치니까. 그가 내란을 사전에 공모했는지, 아니면 위압에 의해 명령을 따랐는지가 재판의 쟁점인 가운데 박태주는 거짓 혹은 편법 증언을 요구하는 정인후와 거듭 부딪힌다.
한편, 10.26 사태를 계기로 박정희의 후계자가 되어 권력을 잡겠다는 야욕을 품은 합수부장 '전상두'(유재명). 박 대령 재판을 자기 발판으로 삼기로 결정한 그는 실시간으로 재판관에게 쪽지를 전달하고 재판을 도청 및 녹음하며 정인후의 노력을 물거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무위에 그친 역발상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그의 경호원들은 박정희 대통령 외 5명을 사살했다. 이 사건의 재판을 다룬 <행복의 나라>는 시간적으로도, 영화적으로도 어중간하다. 사건의 전후사정이 이미 영화화돼 대성공을 거뒀기 때문. <남산의 부장들>은 김재규의 동기를, <서울의 봄>은 사건 이후 12.12 군사반란을 영화화했다. 심지어 둘은 장르도 달랐다. 전자는 누아르를, 후자는 전쟁 영화의 속성을 강조했다.
이에 <광해, 왕이 된 남자>와 <7년의 밤>을 연출한 추창민 감독은 역발상을 했다. 10.26 사태나 주동자인 김재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대신 상대적으로 관심을 못 받은 공범 박흥주 육군 대령과 그를 변호한 태윤기 변호사에게 주목했다. 특히 그들의 인생사를 각색해 극명하게 반대되는 삶을 살아온 두 인물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위하게 되는 과정을 법정물로 포장해 감동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행복의 나라>는 역발상의 힘을 스스로 포기했다. 신념과 규칙에 충실한 삶 대 생존을 위해 유연해야 하는 삶이라는 대립 구도를 깊게 파고드는 대신 쉬운 길을 간다. 무조건적인 악역 전두환을 전면에 내세워 스케일을 키우고 군사 정권과 민주 시민의 대립을 강조한다. 문제는 같은 이야기로 천만이 넘는 관객의 뇌리에 각인된 선배들이 있다는 것. 결국 노선을 바꾼 순간 <행복의 나라>는 자기 자리를 잃고 말았다.
거대한 사건 속 개인적인 이야기
장르만 놓고 보면 <행복의 나라>는 <변호인>과 비슷해 보인다. 둘 다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법정물이니까. 하지만 두 영화의 지향점은 전혀 다르다. <변호인>은 분노를 연료로 삼아 달리는 작품이었다. 무고한 피고인을 간첩으로 조작하는 군사정권의 무도함과 그에 맞서는 변호인의 투쟁. 이 명확한 선악 구도에 송강호라는 배우의 연기력을 더하니 마치 들끓는 불과도 같은 영화가 만들어졌다.
<행복의 나라>는 다르다. 선악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동등한 위치에서 마주 보고 있는 변호인과 피고인의 관계성이 핵심이다. 살인을 저지른 피고인의 행위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 두 주인공은 첨예하게 대립한다. 정인후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성공을 꿈꾸며 판검사가 되려다가 실패한 변호사다. 법정은 옳고 그름을 가르는 곳이 아니라 이기고 지는 곳이라는 대사에는 그의 인생이 축약되어 있다.
그 반대편에는 박태주 대령이 앉아 있다. 그는 중앙정보부 비서실장인데도 판자촌에 집이 있을 정도로 청렴한 군인이다. 요직에 있지만 권력을 마다하고 최전방 전출을 거듭 요청한 참군인이기도 하다. 영화는 10.26 사태를 매개로 완전히 다른 두 삶을 충돌시킨다. 배경은 대한민국의 향배를 뒤바꾼 거대한 사건이지만, 정작 내용은 철저히 개인적인 이야기인 셈이다.
감독의 전작인 <광해, 왕이 된 남자>와도 유사하다. <광해>도 중심 사건은 광해군을 축출하기 위한 정치극이었다. 하지만 정작 주된 내용은 개인적인 이야기였다. 충(忠)으로 무장한 유학자 '허균'(류승룡)이 광해군으로 위장한 광대 '하선'(이병헌)과 지내면서 자기 신념과 사상의 문제를 깨닫고 새 나라와 새로운 왕을 꿈꾸게 되는 티키타카야말로 천만 관객을 휘어잡은 원동력이었다. <행복의 나라>도 마찬가지다.
두 인생의 충돌로 빚은 법정극
전혀 다른 삶의 궤적과 신념을 지녔다 보니 정인후와 박태주의 첫 만남은 엉망이었다. 정인후는 철저한 원칙주의자 군인 박태주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관등성명, 상명하복이 권위주의의 발현에 불과하다며 비웃는 사람이니까. 박태주도 다르지 않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법정에서 온갖 편법을 써가며 승리를 추구하고, 정의가 아니라 돈과 이익을 위해 변호를 맡는 정인후는 단지 변호사일 뿐, 신뢰할만한 변호인이 아니다.
1차 공판만 해도 정인후는 자기 의도대로 재판에 임한다. 군인이니 군법에 따라 단심제 군사 재판을 받겠다는 박태주. 정인후는 그를 설득하는 대신 자기 의견을 관철시키려 한다. 군사 재판은 받지만, 단심제는 3심제로 바꿔달라며 위헌심사요청을 한다. 위헌심사요청이 기각되자 재판관을 교체해 달라며 재판을 여론 싸움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2차 공판부터는 다르다. 정인후는 점차 피고인의 입장과 신념이 녹아든 전략을 수립한다. 군인에게 명령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저 명령을 따른 박태주의 책임을 부정하는 식이다. 대통령을 살해한 후 정보부가 아니라 육군본부로 가자는 의견을 박태주가 냈다는 진술에 착안해 내란죄 혐의를 부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태주도 정인후를 만나 변한다. 동료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재판을 포기하려던 그. 그는 군인이고 원칙주의자면 규칙대로 재판장에서 최선을 다해 싸워서 책임을 지라는 정인후의 일갈에 마음을 다잡는다.
이는 법정극 특유의 쾌감으로 이어진다. 감정 호소로 일관한 <변호인>과 달리 <행복의 나라> 속 재판씬은 판세가 거듭 뒤집히다 보니 꽤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이에 더해 흐름을 가져오려고 머리를 쥐어짜면서 변호인과 피고인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한 팀이 되는 이야기가 병행되니 복합적인 재미가 만들어진다. 진정한 인권변호사가 되어가는 정인후를 보면서 박 대령이 웃음과 하이파이브로 화답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익숙한 맛으로 돌파하는 고구마
정인후와 박태주가 한 팀이 되어가는 과정은 자칫 고구마일 수 있다. 비록 역사를 반영한 것이기는 하나, 박태주라는 캐릭터가 다소 과하게 올곧은 인물로 묘사되기 때문. 자기는 죽고, 아내와 두 아이만 남아 험난하게 살아야 할 상황에서도 그는 자기 신념을 좀처럼 꺾지 못한다. 상관도 못 버리고, 명령에 충실한 군인이라는 자부심도 저버리지 못하고, 대통령을 살해했지만 옳은 일을 했다는 확신도 내려놓지 못한다.
추창민 감독은 고구마를 익숙한 맛으로 뚫어버린다. 정인후의 아버지와 박 대령을 겹쳐 보이게 한다. 개척 교회 목사로서 시위하는 학생들을 돕다가 수감되고, 가족을 돌보지 못한 아버지. 정인후는 자기 신념대로 살아야 하는 아버지를 머리로는 받아들이지 못해도 가슴으로 이해해 간다. 그리고 이 과정은 그가 박태주를 만나는 장면과 이어진다. 그 덕분에 자칫 답답할 뻔한 전개는 가족애로 변환되어 더 큰 감동을 자아낸다.
물론 다소 양식적인 스토리텔링이기는 하다. 사건과 무관한 인물을 통해 시대적 사건에 접근하면서 특히 감정선을 자극해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유발하는 전형적인 한국 영화의 화법이니까. 야매 변호사였다가 사건을 맡은 후 진정한 인권 변호사로 거듭나는 성장 서사는 정인후나 <변호인>의 송우석이나 다를 바 없다. 또 정인후와 아버지의 관계성도 이러한 맥락에서는 신파를 의도한 구조 배치로 보일 수밖에 없다.
과욕과 함께 무너지다
하지만 과욕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행복의 나라>는 이내 본연의 색을 잃는다. 의외로 초중반부까지 이 작품은 10.26 사태의 배경이나 실체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 부마 민주 항쟁이 대학살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 민주화를 앞당기기 위한 김재규의 결단 정도로 언급할 뿐이다. 애초에 핵심 플롯 자체가 정인후와 박태주 둘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이는 의도적인 공백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12.12 군사반란을 필두로 실제 사건에 가까워진다. 그러니 역사적 맥락의 공백이 서서히 두드러지면서 영화의 만듦새도 무너진다. 배경이어야 할 사건이 돌연 주인공이 되다 보니 묻어 두었던 의문점이 한 번에 터져 나오기 때문. 일례로 중반부까지만 해도 매력적이었던 입체적인 인물상은 중심점을 잃고 흩어진다. 정인후의 경우 단지 박태주를 살리려는지 민주주의 투사가 되려는지 알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박태주도 명령에 의한 피해자인지,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투사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가 청렴한 군인이고 신념에 맞는 명령을 따랐으니 민주주의 투사로 여겨야 하는지, 군사 정권에 협력한 군인을 살리는 게 과연 민주주의를 위한 항거인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10.26 사태의 본질과 맥락을 외면한 채로 시작한 미시적인 이야기를 무리하게 거시적으로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에 더해 장르적으로도 균형을 잃는다. 12.12 군사반란이 시작되는 순간부터는 <서울의 봄>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으니까. 그렇다고 <서울의 봄>처럼 쿠데타 과정을 자세하거나 긴장감 넘치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결국 10.26 사태는 지우고 12.12 군사 반란을 부각한 선택은 법정극이라는 장점도 희석시키고, <행복의 나라>만의 개성을 깎아먹는 악수가 되고 만다.
전두환이라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마지막으로는 극 중 전상두, 곧 전두환을 다루는 방식도 <서울의 봄>과 비교를 피할 수 없다. 황정민의 전두광과는 달리 유재명의 전상두는 상대적으로 일차원적이다. 전자는 들끓는 성공욕,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보스 기질, 위기 때마다 빛나는 간교함이 어우러진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였다. 반면에 전상두는 그저 권력을 잡기 위해 살인도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절대악으로만 묘사된다.
그 결과 전상두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영화는 편의적으로 느껴진다. 전두환이 의문의 여지없는 악역이기는 하나, 그를 덮어두고 비난하면 메시지가 뻔해지고 재미도 덜해지기 때문. 정인후가 전상두 면전에서 욕을 하는 골프장 시퀀스가 통쾌하거나 희열이 느껴지는 대신 지루하고 늘어진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슈퍼맨처럼 압도적인 힘을 지닌 히어로를 잘못 활용해 액션의 긴장감과 쾌감을 모두 놓친 <저스티스 리그>와 비슷하다.
그렇기에 <행복의 나라>가 전두환이라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포기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유독 짙다. 악명 높은 한 인물 대신 비교적 덜 알려진 이들의 서사에 우직하게 집중했다면 한국 현대사를 다룬 이전 시대극들과는 또 다른 한 편의 드라마가 탄생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었으니까. 조정석과 이선균, 다시는 재회할 수 없는 두 주연의 연기도 함께 빛이 바래기에 더욱 안타깝다.
Acceptable 무난함
시대의 그림자에 가려진 개인을 비추기에는 조명이 너무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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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엄사는 진정으로 '존엄'한 것인가
글로벌 프로젝트인 10년 프로젝트를 아는가?
2015년 홍콩에서 시작되어 대만, 태국, 일본에서 진행된 글로벌 제작 프로젝트이며 10년 후의 각자의 나라를 감독들이 단편으로 만들어 엮은 옴니버스 영화이다.
전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이 프로젝트 중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일본이 수입 및 개봉되었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 <플랜 75>는 이 중 동명의 단편을 동일한 감독이 장편화한 영화이다.
멀지않은 미래,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75세가 되면 국가에서 안락사를 권장 및 지원하는 "플랜 75"라는 제도가 생기게 된다.
플랜 75 제도를 활용해 안락사를 준비하는 노인들과 속에서 근무하는 청년들의 이야기이다.
안락사, 존엄사는 현재 일부 국가에서 불치병이나 말기 환자에 한해 실행되기도 하는 만큼 현실에 대입해 많은 고찰을 하게 만든다.
동시에 국가 체제에서 엄연한 죽음을 권장하고 지원하며, 그로 인해 무언으로 안락사를 떠미는 사회적 분위기는 그야말로 공포영화 그 자체이다.
영화는 관객에게 "존엄사가 진짜 존엄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글은 원글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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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타란티노 입문기
이은경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이하 <원스... 할리우드>)는 나를 쿠엔틴 타란티노의 세계에 처음 입문하게 해준 작품이다. 작년 어느 날, 동아리 단체 톡방에서 한 회원이 이 영화를 추천해주기 전까지는 감독과 그의 영화에 대해서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나름 유명한 영화들은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내가 <원스... 할리우드>를 보게된 결정적인 요인은 주연 배우들이다. 무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의 조합은 안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특히 나는 중년이 된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무척 궁금했다. 나에게 디카프리오는 여전히 파릇파릇한 20대 청년의 모습으로 멈춰있었고 그가 30세의 나이에 찍은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내가 본 그의 마지막 연기였다. 어쩌면 일부러 안 찾아봤을 수 있다. 전설로 기억되고 있는 그의 유년시절을 나는 아직 보내줄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원스... 할리우드>는 넷플릭스에 이미 공개되어 있었던 덕분에 쾌적한 환경(좋은 화질과 좋은 자막)에서 바로 감상할 수 있었다.
러닝타임은 2시간 40분으로 꽤 길었고 후반 전까지 전개가 빠르지 않고 여유롭게 진행된다. 감독의 몇몇 팬들의 리뷰를 보면 타란티노답지 않게 지루하다라는 말이 나왔으나 나는 감독이 연출한 60년대 미국 할리우드 모습을 마치 전시회 온듯 감상하다보니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믿고 보는 두 주연배우의 농익은 연기력은 역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었다. 작품 속 릭 달튼(디카프리오)과 클리프(브래드 피트)의 케미도 의외로 굉장히 좋았다. 둘이 같이 있는 장면보다 각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더 비중있게 나오기는 하지만 둘이서 연기할 때나 혼자 연기할 때나 영화를 이끄는 힘이 똑같이 강하게 느껴졌다. 대배우들의 롱런은 다 이유가 있는듯 싶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69년의 할리우드다.
영화 극초반부터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언급되면서 벌어질 사건을 암시해준다. 그 사건의 모티브는 할리우드 역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꼽히는 맨슨 패밀리의 폴란스키 가 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을 바탕으로 둔 대신 실제와 허구를 적절하게 섞어서 역으로 살인범에 복수하는 통쾌한 이야기로 변신했다. 일종의 '대체역사극'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국의 사건을 예로 들면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영화로 만들되, 피해자 옆집의 두 남자가 범인을 잡아 죽이는 이야기로 각색한 셈이다.
극과는 달리 샤론 테이트가 살해당한 사건이라는 걸 알게 되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현실감없는 끔찍한 사건이었기에 이것이 실화라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그녀의 죽음으로 사건이 정리된 매정한 현실에 그저 슬퍼할 따름이었고 50년 늦게나마 마음 속으로 애도를 표했다.
영화 속 샤론 테이트의 모습은 항상 행복하게 그려졌다.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할리우드의 풍경은 평화롭다. 그녀가 거리를 거니는 아름다운 모습과, 극장에서 그녀가 나오는 영화를 보며 박장대소하는 관객들의 모습 등, 당시를 살아보지않은 사람이라도 향수가 생기는 듯한 장면들이었다. 자신의 출연 장면을 보고 웃는 관객들을 보며 진심으로 뿌듯해하는 샤론 테이트의 모습은 보는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이처럼 타란티노는 그녀를 그저 억울한 희생자가 아닌 재능과 열정을 갖춘 '배우'로 보여주길 원했다고 한다. 그가 영화인을 얼마나 진중한 자세로 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맨슨 패밀리라는 범죄집단은 찰스 맨슨과 그의 추종자들로 구성되어있다. 맨슨에게 살인 명령을 받은 추종자들은 ‘히피’들이다.
1960년대의 미국 히피 운동은 가존 사회 질서를 부정하고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며, 물질 문명을 부정하고 자연을 중시하는 운동이다.
온갖 좋은 이야기들은 다 포함되어있지만 막상 그들의 문화를 들여다보면 반항이라고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영화 속 히피도 문란하고 퇴폐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 우리나라에서의 반항과 미국에서의 반항은 그 레벨이 달라보인다.
정신나가보이는 찰스 맨슨의 모습도 잠깐 나오지만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살인자에게 분량을 내주지 않은 것은 감독의 성향을 고려하면 이해가 된다.
맨슨 패밀리가 릭 달튼의 집을 습격하는 장면부터 사건이 극단으로 치닫는다.
극 중 맨슨 패밀리의 표적은 폴란스키의 집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끌고 온 자동차 소음에 짜증이 난 릭이 이들에게 고함을 지르자 릭의 집으로 타깃을 변경한다. 여기서 영화 <이웃사람>에서 주차 문제로 마동석과 살인자인 이웃이 대면하는 장면이 떠올라서 섬뜩함을 한번 느꼈다.
결국 맨슨 패밀리 일당은 타깃을 잘못 골라서 클리프와 그의 개, 릭의 화염방사기로 죽임을 당한다.
잔잔하게 흘러가더니만 영화 전반에 억제돼있던 피칠갑의 본능이 후반에 몰아서 터져나왔다. 하지만 액션이라기보다 그냥 내키는대로 패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온갖 비명과 피범벅과 무언가 뜯기고 찔리는 소리가 난무한 장면은 보는 나까지도 고통스러웠다.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맨슨 패밀리가 그토록 잔인하게 살해당해야 할 명분이 없어보여 과격하게 느껴지겠지만 사건을 아는 사람들은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다.
실제 사건에서 맨슨 패거리가 저지른 범행은 그보다 더 극악무도했기에 이제보니 감독이 오히려 화를 많이 참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폭력 장면을 만들내는 것이 바로 타란티노 감독의 특기다. 그러나 그의 폭력 장면은 눈에 보이는 잔혹함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속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그 맥락을 이해했다면 그의 영화를 단순히 폭력적이라고 비난하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할 것이다.
릭과 클리프를 동원한 복수전을 다 치룬 후 영화는 완전히 무사한 폴란스키 가의 샤론 테이트 부부와 릭 달튼의 만남으로 막을 내린다. 타란티노는 할리우드를 훼손한 그 날 밤을 지우고, 대신에 릭이 샤론을 만나 꼭 안아주는 전개를 이어갔다. 릭과 스피커로 대화하는 그녀의 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오면서부터 다시 할리우드에 평화가 찾아왔다. 폭풍같던 복수전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샤론을 재등장시켜서 그녀와 그녀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위로를 담아냈다.
비록 영화는 감독이 지어낸 판타지 세계였지만 영화를 보는 3시간 동안 만큼은 아름답지도, 재밌지도 않은 현실에 벗어나 이상적인 세계를 경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물론 실제 사건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 한해서 말이다.
비록 배경 지식이 전무한 상태로 봐서 더 재밌게 못 본게 아쉽지만 꼭 아는 지식이 없더라도 명배우들의 연기와 연출과 재밌는 대사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는 통쾌하고 유쾌하지만 워낙 잔인해서 호불호가 갈린다. 나는 다행히 극호였고 넷플릭스와 왓차를 병행해가면서 시중에 올라온 감독의 작품들을 모조리 찾아봤다. 그래서 비위가 좋고 ‘재밌는’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타란티노의 모든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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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고 도는 탄실을 대화와 미장센으로 장전하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꿈에 그리던 새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던 경찰 '하수영'(전도연). 하지만 그녀는 연인이자 상관인 '임석용'(이정재)으로부터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는다. 뒤로 몰래 관리하던 마약 밀 조직이 검거됐고, 그녀 이름이 담긴 녹취 파일이 검찰에게 넘어갔다는 것. 이에 그녀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면 현금 7억과 자기 아파트를 보장하겠다는 '앤디'(지창욱)의 제안을 받아들여 감옥에 간다.
2년이 지나 마침내 출소한 하수영. 하지만 그녀는 교도소 앞에 생전 처음 보는 '정윤선'(임지연)만 자기를 마중 나오자 일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한다. 임석용의 부사수였던 '신동호'(김준한)와 과거 자기가 관리하던 조폭 '조 사장'(정만식)을 찾아가 사건의 전말을 들은 후 하수영은 결심한다. 약속을 어긴 앤디, 그리고 앤디의 뒷배인 '그레이스'(전혜진)와 전면전을 벌이는 한이 있더라도 약속받은 보상을 받아내겠다고.
약속을 깬 대가가 없다
흔히 장르를 관객과의 약속이라고 한다. 스토리텔링과 미장센, 연출 등의 영역에서 어느 정도 변하지 않는 선이 있다는 말이다. 특히 이 약속은 상업영화에서 중요하다. 관객이 특정 장르에 특정 재미와 쾌감을 기대하는 한, 장르 영화는 이를 충족할 때 흥행하기 때문. 전투기 시퀀스로 중무장해 액션 블록버스터의 자격을 뽐낸 <탑건: 매버릭>과 슈퍼히어로 영화답지 못한 서사, 빌런, 액션을 보여준 <더 마블스>의 차이가 그 방증이다.
물론 모든 영화가 언제나 장르의 관습을 따르지는 않는다. 과감하게 규칙을 깨부수기도 한다. 그런 작품은 종종 신선하다는 호평을 받는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대중적이지 않은 내용의 전기 영화였다. 그러나 오펜하이머의 인생을 두 개의 시간선으로 나눈 후 교차하는 과감한 시도로 관객과 비평가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다만 도전과 위험은 한 쌍이다. 규칙을 파괴하고도 대중을 매료하려면 그 관습을 깬 이유와 효과를 명확히 보여주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오승욱 감독의 신작 <리볼버>는 이 리스크를 간과했다. 익숙한 한국 누아르 영화의 틀을 벗어나기 위한 여러 노력으로 가득하지만, 그 시도가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을 가시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했다. 그 결과 <리볼버>는 고이 숨겨 놓은 진의를 보여주기도 전에 관객으로부터 외면받고 말았다.
단순하지만 기대한 맛도 아니다
사실 <리볼버>는 복잡하지 않다. 등장인물은 많지만, 이야기는 간단하다. 전직 경찰이 약속받은 돈을 찾아다니는 게 전부다. 한국형 누아르 요소도 많아서 익숙하다. 기업처럼 보이는 거대 범죄 조직은 마약 사업을 하고, 부패 경찰은 그들 뒤를 봐주면서 이득을 챙긴다. 그 덕분에 몰입도 쉽다. 하수영이 출소한 직후와 그녀가 감옥에 간 2년 전 전말이 드러나는 초반까지는 한국 영화에서 볼 법한 폭발적인 복수극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초반부를 지나자마자 오승욱 감독은 예상을 뒤엎는 결정을 내린다. 자극적이고 빠른 전개 대신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주먹싸움이나 총격전 대신 그저 대화가 이어진다. 그렇다고 각 캐릭터의 사연이나 전사를 넋두리하지도 않는다. 창문 같은 오브제나 절 같은 배경을 강조하면서 각 인물의 행동에만 초점을 맞춘다. 절제된 폭력 속에서 돈이라는 목적을 바라보는 이들의 선택을 천천히 감상하도록 유도한다.
이 특징은 한 작품을 연상시킨다. 박훈정 감독이 넷플릭스로 공개한 <낙원의 밤>이다. 복잡하거나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를 누아르 장르에서 흔히 기대하지 않는 템포와 분위기로 담아냈기 때문. 약간의 허술함이 느껴지는 캐릭터들이 펼치는 블랙 코미디, 그리고 차가운 영상미로 공간적 배경의 힘을 극대화하는 연출 역시도 공통점이다.
대화가 유독 많은 이유
특히 <리볼버>에는 유달리 마주 보고 대화하는 장면이 많다. 그 장면들만 모아 봐도 이 작품이 어떻게 규칙을 깨려 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사실 누아르 영화에서 가장 쉽고 흔한 대화법은 무력과 폭력이다. 총이나 칼로 협박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고, 그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면 죽이겠다고 경고하는 식이다.
<리볼버>는 다르다. 총이 있지만, 쓰지 않는다. 하수영은 계속해서 대화로 정보를 찾는다. 약점을 쥐고 협박할 수 있는 상대에게도, 과거에 안 좋은 인연이었던 사람에게도 가급적 힘을 쓰지 않는다. 만악의 근원이자 출소하면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깬 앤디와도 평화롭게 일을 끝내려 한다. 피 섞인 술을 마시면서까지. 이 대목에서 이미 <리볼버>는 기존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가겠다고 암시한 듯하다.
그런데 막상 대화를 통해 주어진 정보는 많지 않다. 하수영, 정윤선, 신동호, 앤디 등이 주고받는 대화는 말맛이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지만, 그와 동시에 항상 물음표를 남긴다. 겉보기에는 명료한 지시 아래로 진짜 속내와 욕망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자들 사이에서 줄 타는 정윤선이 의외로 하수영을 진심으로 돕고, 앤디에게 의외로 아픔이 있고, 신동호가 아닌 척하면서 진짜로 하수영을 좋아했듯이.
이처럼 말과 행동이 어긋나고 무엇을 진짜로 원하는지 헷갈릴 때, 힌트가 슬며시 드러난다. 바로 공간이다. <리볼버>는 화종사라는 절에서 모든 사건이 갈무리된다. 이때 화종사에는 여러 함의가 동시에 깃든다. 하수영에게는 그녀가 찾고 있던 모든 것이 숨겨져 있던 장소다. 다른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등장하기 전까지는 스쳐 지나가는 복선에 불과했지만, 이 절은 극 중 모든 인물의 욕망과 개인사가 한데 모이는 접점이다.
유달리 절이 눈에 들어올 때
그 공간이 하필이면 '절'이라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클라이맥스는 화종사를 배경으로 한 소동극이다. 그런데 구조가 묘하다. 누군가의 선의, 악의, 그리고 욕망이 뒤엉킨 코미디다. 그 끝에서 각 인물은 마땅한 보상 혹은 대가를 받는다. 하수영에게는 옛 연인의 진심과 돈이, 정유선에게는 위기를 무릅쓴 선의의 보상이 주어진다. 다른 이들은 하수영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기 위한 계략을 되돌려 받는다.
이 시퀀스를 보다 보면 한 단어가 뇌리에 떠오른다. 바로 '업(業)'이다. 불교에서 업은 미래에 일어날 일의 원인이 되는 행동과 그 인과를 뜻한다. 한 사람이 경험한 기쁨 혹은 슬픔은 업의 원리에 따라 결과로써, 필연적으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즉, 자기가 행한 행위가 선한지 악한지 여부에 따라 미래의 운명도 결정된 셈이다. 선의를 베푼 자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자의 운명이 극명히 엇갈린 클라이맥스를 함축하기에 제이다.
모든 사건의 원점이 밝혀지는 순간에도 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레이스와 하수영은 화종사 마당에서 처음 대면한다. 그 순간 왜 그레이스가 앤디를 통제하지 못했는지, 왜 사고는 앤디가 치고 그레이스는 뒤치다꺼리하기 바빴는지 이유가 드러난다. 그들이 남매가 아닌 모자 관계라는 업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것. <리볼버>에서 유달리 자연광을 활용한 촬영법과 화종사의 영상미가 눈에 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영화 제목이 '리볼버'여야만 하는 이유와도 이어진다. 하수영은 가급적 총을 쓰지 않으려 하지만, 결국에는 리볼버로 사람들을 죽이고 만다. 업의 관점에서 보면 죄를 짓지 않으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보상을 갈구하지만, 끝내 다시 업을 쌓은 셈이다. 그래서일까? 마지막 순간 하수영의 표정은 홀가분함 대신 씁쓸함과 처연으로 가득하다. 마치 리볼버의 탄실처럼 돌고 도는 그 순환 고리를 온몸으로 느낀 것처럼.
메뉴판과 달라서 실망스러운 맛
문제는 상술한 해석이나 메시지가 설령 <리볼버>의 실제 의도였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쉽사리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장르적 클리셰를 재해석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독보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일을 보여주지도 못한 애매한 결과물인 셈이다. 일례로 <리볼버>는 임석용 자살 사건의 진실을 황정미, 그레이스, 신내림, 화종사 등 몇 단어로 압축하며 제 발로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포기해 버린다.
캐릭터도 문제다. 뭔가 있어 보이는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보면 볼수록 그들은 매력이 없다. 별다른 서사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 팜므파탈 같던 정윤선은 남이 시킨 일을 처리하기 바쁘다. 현직 경찰인 신동호는 자기가 부패 경찰인 것도, 구애를 거절한 하수영에게 원한을 품은 것도 숨기지 않는다. 치밀한 사이코패스 같던 앤디도 애정 결핍일 뿐이다. 그러니 아무리 인물들의 서사를 뒤섞어도 특별한 재미를 느낄 수가 없다.
클라이맥스인 화종사 시퀀스는 모든 문제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의도대로라면 이 장면은 블랙코미디여야 했다. 그러나 각 인물의 동기도, 서사도 명확히 보이지 않다 보니 그들의 욕망과 선택이 업보로 되돌아온다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그 결과 클라이맥스는 어디서 웃어야 할지 애매한 시퀀스로 귀결된다. 그렇다고 강렬한 액션이 등장하지도 않다 보니 장르적인 관점에서는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리볼버>을 위한 변명이 한 가지 남아있기는 하다. 배급사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가 개봉일과 플랫폼을 잘못 선택한 책임도 적지 않기 때문. 의도나 메시지, 연출만 보더라도 이 작품이 여름 시장에 통하는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다. 그러다 보니 OTT에서 공개하거나, 1달 먼저 개봉한 <탈주>와 개봉일을 맞바꾸는 게 더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리볼버>의 완성도가 받쳐 줬다면 이 모든 악조건도 어렵지 않게 넘겼겠지만.
Acceptable 무난함
액션과 스릴 대신 대화와 미장센으로 장전한 누아르. 지루하거나 묘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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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 촬영장소는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서울 로케이션 답사영상
? 기생충 촬영지 (로케이션) 답사영상
음... 어르신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카데미의 기운을 받으러 갔습니다!!- 로케이션ㅣ주소
1. 자하문 터널ㅣ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219
2. 돼지 쌀 슈퍼ㅣ서울 마포구 손기정로 32
3. 기택 동네 계단ㅣ서울 마포구 손기정로 6길
4. 기사식당ㅣ서울 마포구 희우정로 72
5. 스카이 피자ㅣ서울 동작구 노량진로 6길 86
6. 올가홀푸드 방이점ㅣ서울 송파구 양재로 71길4
7. 박사장 집ㅣ서울 성북구 선잠로 8길"이 영화는 악인이 없으면서도 비극이고, 광대가 없는데도 희극이다."
- 봉준호, 텐아시아 인터뷰, 2019.05.31.- 기생충의 의의
한국 영화사 최초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두 번째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각본상 수상작, 비영어 영화 최초 SAG 미국 배우조합상 앙상블상, 그리고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영화상 수상작- 스태프
감독: 봉준호
각본: 봉준호, 한진원
윤색: 김대환
원작: 봉준호
제작투자: 이미경, 허민회
제작: 곽신애, 문양권
프로듀서: 장영환
조감독: 김성식
출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박명훈 외
촬영: 홍경표
미술: 이하준
음악: 정재일
음향: 최태영
편집: 양진모
장르: 드라마, 블랙코미디, 스릴러
제작 기간: 2018년 5월 18일 ~ 2018년 9월 19일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기생충촬영지 #봉준호수상소감 #봉준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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