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혁2022-12-04 15:25:30
루피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원피스 필름 레드 / ワンピース フィルム レッド, 2022
무슨 말이 필요할까?
2022년 기준. <원피스>는 단행본 역대 누계 부수 5억 1000만 부로 일본 만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만화가 되었다.
이번 <원피스 필름 레드>은 일본 박스오피스 11주 연속 1위와 북미 박스오피스 2위 등. 역대 일본 박스오피스 9위에 이름을 올릴 만큼의 흥행과 반응을 얻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대해적 시대.
노래 하나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디바 ‘우타’를 보기 위해 밀짚모자 "루피"와 해적단, 그리고 해군들이 모여든다.
하지만, 이 콘서트에는 그들도 모르는 ‘우타’만의 속내가 드러나는데...
1. 원피스를 모르진 않겠죠?
제목에는 없지만, "극장판"에 속하는 <원피스 필름 레드>는 "원피스"라는 이름만으로도 진입장벽이 높은 영화이다.
"극장"이라는 곳에 맞게 제작된 영화이나 예습이 반강제적으로 필요한데, 그게 새로운 관객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존 작품의 주인공 "루피"외에도 이번 극장판에 "우타"라는 캐릭터가 새로이 등장한다!
이런들 저런들 공부가 필요한데, "우타"의 등장에 "시리즈"만이 누릴 수 있는 쌓여있는 설명들로 이해하게 만든다.
단도직입으로 말하면, "우타"는 "샹크스의 딸"이다! - "샹크스"는 "루피"가 해적을 결정하게 된 동기를 만든 캐릭터이다.
이로 "우타"에게 필요한 이목은 채웠지만, "왜?"라는 동기가 남았다.
기존 작품에서도 다뤄지지 않은 <필름 레드>만의 오리지널 스토리인만큼 어설프게 말한다면, "기존 캐릭터(샹크스)"를 끌어들인 팬들의 원망도 만만치 않을 거다.
그런 점에서 이번 <원피스 필름 레드>는 "디즈니 프린세스"를 앞세운 "뮤지컬"이 떠오른다!
2. 노래는 좋은데, 말이지!
<101마리 달마시안, 1996>의 악당 "크루엘라"를 연상시키는 머리도 있겠지만, 노래를 부른다는 설정이 가장 크다!
극 중. "EDM"를 비롯해 "댄스 - 록발라드"까지 폭넓은 장르의 음악들을 "우타"의 노래만으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가 설명된다.
이외에도 큰 스크린으로 보는 퍼포먼스는 "공연 실황"이라는 이름으로 개봉하는 "팬무비"와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고 말이다!
다만, 이 부분이 가장 해당 작품의 호불호를 가리는 기준이 되지 않을까?
결국, <필름 레드>는 "원피스"라는 작품을 기반하여 만들어진 작품으로 그 기대치는 "뮤지컬"이 아니라 "액션"에 있다.
소위, "갈아 넣었다"라는 표현을 쓰기에 부족하기도 했고 분량 자체도 후반부에 몰려있어 적기도 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아쉬운 점은 이번 <원피스 필름 레드>에 맞춰 자신 있게 내놓은 "뮤지컬"에 있다.
많이 언급되고, 지적되는 "뮤지컬"의 고질적인 문제는 기존 캐릭터들의 대사를 노래의 가사로 변환시키는 "사운드"에 있다!
이번 <필름 레드>에서도 이 점이 지적되는 게 "우타"의 대사 톤과 노래를 부르는 톤이 급격한 게 달라진다. - 그도 그럴 것이 노래는 기존 성우 "나즈카 카오리"가 아닌 "Ado"가 부른다!
결국, 매번 좋은 노래들이 시작하는 데에 관객들은 늘 손발을 쥐게 만든다.
3. 디즈니 프린세스에서 더 벗어나서...
그럼에도, <원피스 필름 레드>는 재밌는 작품이다!
"우타"의 노래가 처음 소개되는 과정에는 현재,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들이 보이고, "전쟁"으로 피해 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공감대를 쌓아가 위로하는 모습은 스크린 너머 우리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영화가 선택한 "노래"는 여타 매체들에서 차용했던 "화합"으로 활용되나 <필름 레드>는 이보다 한 발 더 앞서나간다!
여기, 관객들을 설득시킬 "우타"의 동기에 "플래시백"까지 사용하나 관객들을 설득하는 데에 일부 과한 연출들도 눈에 보인다!
극 중. "해군"이 능력에 조종되는 민간인들을 향해 총을 쏘는 모습과 다르게, 해적 "샹크스 패밀리"는 보호하는 장면이 그러한데, 의도적으로 '선과 악'의 구도로 만들려는 단순한 서사에는 아쉬움이 생긴다. - 해군 측의 "아카이누"가 공격을 허락하고, "키자루"는 이를 시도하니...
· tmi. 1 - 쿠키 영상 1개가 있다.
· tmi. 2 - "코요테"가 부른 <우리의 꿈>은 국내에서 만든 창작곡으로 인기는 다 아시죠?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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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선언 - 이 작품이 신파로 느껴지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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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선언’: 재난 상황에 직면한 항공기가 더 이상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능하여,
무조건적인 착륙을 요청하는 비상사태를 뜻하는 항공 용어
베테랑 형사 팀장 인호(송강호)는 비행기 테러 예고 영상 제보를 받고 사건을 수사하던 중
용의자가 실제로 KI501 항공편에 타고 있음을 파악한다.
딸의 치료를 위해 비행 공포증임에도 불구하고 하와이로 떠나기로 한 재혁(이병헌)은
주변을 맴돌며 위협적인 말을 하는 낯선 이가 신경 쓰인다.
인천에서 하와이로 이륙한 KI501 항공편에서 원인불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비행기 안은 물론 지상까지 혼란과 두려움의 현장으로 뒤바뀐다.
이 소식을 들은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는 대테러센터를 구성하고
비행기를 착륙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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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흥신소-라떼극장] 부산행 새마을호 열차를 타고 '라이터를 켜라'
영화 흥신소 - 라떼극장 EP.02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에서 발견한 소중한 기억들
탑골 부산행 '라이터를 켜라'과 함께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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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울림의 탄생> 메인 예고편
소아마비 고아, 한쪽 귀의 청력마저 상실한 그를 품어준 북 만드는 장인. 이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북을 만들어야 한다는 스승의 가르침을 새기며 이 악물고 버텨 온 60년. 이제 일흔을 앞둔 임선빈 악기장은 다른 한쪽 귀의 청력마저 잃게 될 거라는 비보를 접하고, 어린 시절 처음 들었던 그 북소리를 담은 대작을 만들기 위해 23년을 아껴 두었던 나무를 꺼낸다. 그러나 날씨도, 몸도, 전수자인 아들 동국과의 협업도 마음같지만은 않은데 ...
60년 동안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첫 북소리의 울림. 그 울림이 담긴 북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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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첫눈이 사라졌다> 30초 예고편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 속 슬픔과 갈망을 들여다보는 최면술사 ‘제니아’.
그의 능력은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고 폴란드 바르샤바의 한마을이 떠들썩해진다.
모두가 그를 만나고 싶어 혈안이 된 가운데, 미스터리에 감추어진 ‘제니아’의 최면술이 사람들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당신의 불행과 고통을 몰아내는 중입니다. 제가 셋을 세면 눈을 뜹니다. 하나, 둘, 셋,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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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반의 칼은 백성에게, 백성의 칼은 적에게
과거 한국 사회는 양반과 노비로 철저하게 나뉜 계급 사회였다. 이런 계급적 대비는 많은 한국 영화에서 주요 소재로 사용되곤 했다. 예를 들어 <사도>는 왕과 그의 일족이 주인공이 되어 왕권의 억압과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야기를 다루며, <관상>은 다양한 계급의 인물들이 얽히며 당시 사회 구조의 이면을 드러낸다. 또 <변호인>은 권력자와 일반 국민의 대립을 현대적 맥락에서 보여주면서, 권력과 억압 속에서 국민들의 삶이 얼마나 억눌려 있는지 조명한다. 이런 계급적 대립 구도는 한국 사회의 역사적 맥락을 기반으로 하여 관객들에게 친숙한 주제를 다루며,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극적인 이야기를 제공한다.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전, 란> 역시 양반과 백성 간의 대립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의 불일치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양반과 노비의 갈등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양반과 노비가 서로 이해하고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도 포함이 되어 있으며, 그 과정에서 진정으로 서로가 섞일 수 있는지, 친구가 될 수 있는지를 계속 고민하게 한다. 영화 속에서는 양반인 종려(박정민)와 노비인 천영(강동원)이 등장하여 그들의 관계가 변화해가는 과정을 통해 당시 임진왜란 시기의 복합적이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조명한다. 양반과 왕, 그리고 노비들이 각기 다른 선택을 하며 서로 엇갈리는 모습은 전쟁의 혼란 속에서 계급과 권력이 어떻게 얽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첫 번째 감정: 노비 천영의 허망함
천영은 억울하게 노비가 된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는 양인이었지만, 가난 때문에 어머니가 노비로 팔려가면서 천영도 덩달아 노비가 되고 만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억압된 삶을 살게 된 천영은, 아버지의 자살을 목격하면서 삶의 허망함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그는 모든 것을 잃은 상태에서 자라왔기에, 그가 느끼는 세상은 차갑고 무의미한 곳이었다. 모든 행동에 감정이 없는 듯 보이는 천영은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쌓인 허무함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차가운 인물로 그려진다.
천영은 양반 계급에 대한 분노를 내면에 쌓아가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는 다른 노비들과 깊은 연대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처지를 부정하고 싶어하며, 자신이 노비라는 사실에 대한 억울함과 허무함 속에서 끊임없이 어디론가 도망치고자 한다. 천영은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이를 통해 양반인 종려에게 무술을 가르치고 대신 과거 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천영의 내면에 있는 허망함은 더욱 커진다. 그는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압박감을 느끼는 종려에게 연민을 느끼지만, 결국 자신의 노력이 종려를 왕의 최측근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되면서 더욱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
천영의 삶은 그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만 흘러간다. 그는 자신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수록 그 결과가 다른 사람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점점 더 깊은 무력감에 빠져든다. 천영에게 삶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며, 그의 존재는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진다. 그의 허망함은 단순히 억울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고 이용당하는 현실 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점에서 천영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며, 그의 내면은 점점 더 차갑고 어두워져 간다. 변해가는 그의 모습에서 점점 어둡고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일반 백성과 노비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두 번째 감정: 종려의 분노
종려는 계급적 위선이 없는 인물로, 천영과 더 가까이 지내고 싶어한다. 양반으로 태어났지만 권력욕이 많지 않은 종려는, 백성이나 노비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과 공감하고자 노력한다. 영화 전체에서 종려는 양반 중에서도 비교적 순수하고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양반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노비와 함께하고 싶어하며, 그들에 대한 인식 개선을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종려의 태도는 천영과의 관계에서도 드러나며, 그는 천영을 단순한 노비로 보지 않고 진심으로 친구로 대하려고 한다.
그러나 시대적 강요에 의해 종려의 삶은 달라지게 된다. 그는 원치 않게 벼슬을 가지게 되고, 왕의 곁에서 권력자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종려는 자신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그는 권력자들의 위선을 보면서도 특별히 노비나 백성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에 대한 연민과 인식 개선을 바라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이상은 점점 현실의 무게에 눌리게 되고, 그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진다.
노비들의 반란이 일어나면서 종려의 상황은 급격히 바뀐다. 반란 속에서 그의 가족들이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종려는 그 충격과 슬픔 속에서 결국 권력자들의 위선을 받아들이게 된다. 특히 왜군이 쳐들어오면서 왕과 권력자들을 호위하며 도성을 떠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이 장면에서 종려는 처음으로 제대로 칼을 휘두르게 되는데, 그 칼끝은 모두 백성들을 향하고 있다. 분노에 사로잡힌 종려는 자신도 모르게 권력자들과 같은 길을 걷게 되며, 백성들을 억압하는 데 일조하게 된다. 그의 변화는 시대의 무게에 짓눌려 원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리 선한 마음과 좋은 의도를 가졌던 인물이라도, 하나의 오해와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백성들에게 해를 가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세 번째 감정: 왕의 위선
<전, 란>에서 천영과 종려의 관계가 중심에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왕 선조(차승원)의 위선이다. 영화 속 선조는 당시 백성들의 고통과 왜군의 침략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불타버린 왕궁을 다시 화려하게 재건하는 것이며, 백성들이 따르는 장군이나 영웅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다. 그는 백성들이 자신 이외의 영웅을 따르는 것을 극도로 혐오한다. 그는 백성들이 오직 자신만을 우러러보기를 원하며, 그들이 다른 누군가를 영웅으로 여기면 그것을 견디지 못한다. 전쟁 중에도 그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것에만 몰두하며, 전쟁의 영웅들과 백성들의 목숨을 가볍게 여긴다.
왕의 모습은 전쟁 속에서 백성들을 위해 싸우는 다른 인물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천영과 종려가 각자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는 동안, 왕은 오직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며 백성들의 고통을 외면한다. 이러한 왕의 위선적인 모습은 종려와 같은 양심적인 벼슬아치들조차 악당으로 변하게 만든다. 왕은 자신에게 반대하는 신하가 있으면 쉽게 그들을 처형해버리며, 백성들을 위한 정치가 아닌 자신을 위한 정치를 펼친다. 이는 결국 권력이 어떻게 사람들을 변하게 만들고, 그 권력이 백성들에게 어떤 고통을 가져오는지를 보여준다.
왕의 위선은 현재의 정치 상황과도 연결될 수 있다. 여전히 많은 권력자들이 백성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은 과거와 다르지 않다. 영화 속 선조의 모습은 권력의 본질이 얼마나 쉽게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권력자들의 위선이 백성들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의 모습은 시대를 초월해 반복되는 권력의 어두운 면을 상징하며, 관객들에게 권력의 본질과 그로 인한 고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양반과 노비는 친구가 될 수 있는가?
영화 <전, 란>은 나라를 위해 싸우는 노비 천영과 백성들을 베는 양반 종려를 대비시키며, 역사와 사회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 천영은 노비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고, 나라를 위해 싸우겠다고 나선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사회가 그를 그런 방향으로 몰고 갔다. 종려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스스로 양반이라는 계급을 선택한 것이 아니며, 권력을 원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관직을 얻고, 계급적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상황은, 마치 임진왜란이라는 혼돈의 시대 속에서 아무도 얻은 것이 없다는 것을 상징하는 듯하다.
특히 천영과 종려는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친구로서 서로를 바라보며, 그 관계는 매우 애틋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향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서로를 이해하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적이 되어야 했던 그들의 눈빛은 영화의 마지막까지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는 김상만 감독의 연출로, 당시 시대의 혼란과 인간 사이의 복잡한 감정을 뛰어난 색감과 캐릭터 대비를 통해 잘 표현해냈다. 강동원과 박정민, 그리고 차승원 등의 배우들은 각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액션 장면들은 그들 간의 갈등과 시대적 배경을 잘 반영하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영화 속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과 시대적 상황은 현대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권력과 억압,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 간의 연대와 고뇌를 진지하게 성찰하게 만드는 이 작품은 역사적 배경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길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XqTnCGpfn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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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의 결말을 찾기 위한 정글 어드벤처
로스트 시티 (The Lost City, 2022)
“이야기의 결말을 찾기 위한 정글 어드벤처”
등급 : 12세 관람가
장르 : 액션, 코미디, 멜로/로맨스, 모험
러닝타임 : 111분
감독 : 애덤 니, 아론 니
출연 : 산드라 블록, 채닝 테이텀, 다니엘 래드클리프, 브래드 피트
개인적인 평점 : 3/5
쿠키영상 : 1개 (엔딩 크레딧 초반)
로스트 시티 줄거리
전설의 트레저를 차지하기 위해 재벌 페어팩스(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유일한 단서를 알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로레타(산드라 블록)를 납치하게 된다. 어쩔 수 없는 비지니스 관계로 사라진 그녀를 찾아야만 하는 책 커버모델 앨런(채닝 테이텀)은 의문의 파트너(브래드 피트)와 함께 위험한 섬에서 그녀를 구하고 무사히 탈출해야만 하는데… 적과 자연의 위험이 도사리는 일촉즉발 화산섬 대환장 케미의 그들이 생존하여 섬을 탈출할 수 있을까?
의자에 묶인 반짝이 우주복을 입은 산드라 블록과 열심히 수레를 미는 채닝 테이텀, 이들 뒤로 터지는 불꽃과 광기 어린 눈의 다니엘 래드클리프. 그 옆으로 보이는 브래드 피트. 이 포스터 이미지 하나만으로도 “아 이건 재밌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 영화 <로스트 시티>
남편의 부재 후 일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린 베스트셀러 작가 ‘로레타’와 책의 커버모델 ‘앨런’은 억지로 마무리 지은 모험 소설을 홍보하기 위해 북투어를 시작한다. 전설의 보물을 찾기 위해 눈이 돌아있던 재벌 ‘페어팩스’는 새로 나온 로레타의 소설에서 자신이 찾고 있던 보물의 단서를 발견하고 로레타를 납치해 섬으로 데려간다. 앨런은 로레타를 구하기 위해 의문의 파트너와 함께 섬으로 향하고, 두 사람은 페어팩스와 부하들의 손을 피해 섬을 탈출하기 위한 여정을 벌인다.
잃어버린 보물과 결말을 찾아서
<로스트 시티>의 주인공 로레타와 앨런은 목표를 찾아 달리다 나도 모르는 새 옆길로 빠져버린다. 그나마 앨런은 고민을 거쳐 지금 자신이 걷고 있는 길도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알고 열심히 커버 모델 일을 하지만, 로레타는 의무감에 밀려 억지로 소설을 마무리짓는다. 소설에 대한 작은 애정도 남지 않은 작가의 손에서 만들어진 소설은 당연하게도 매가리가 없다. 무기력증에 빠진 로레타는 페어팩스의 손에 끌려온 섬에서 자신의 소설과 똑같은 전설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고, 새로운 결말을 찾기 위해 페어팩스의 단서에 손을 댄다.
이 모험은 페어팩스가 말한 고대의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이자 로레타가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모험 소설의 진짜 결말과 잃어버린 열정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모험인 온갖 위험과 고난이 도사리고 있지만 두 사람은 함께 고난을 거치며 달달한 결말을 찾아간다.
아쉬웠던 정글 어드벤처
정글 어드벤처, 보물 찾기라는 컨셉을 보면 최근에 개봉했던 <언차티드>가 생각나기도 하고, 작년에 개봉했던 <정글 크루즈>가 생각나기도 한다. 보물 찾기는 <언차티드>와 모험 중에 피어나는 두 사람의 사랑은 <정글 크루즈>와 닮았다. 두 작품을 적절하게 섞은 듯,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로스트 시티>는 소재가 보장하는 기본 재미는 챙겼으나, 훌륭한 배우진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아쉬운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제일 기대했던 캐릭터는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악역 페어팩스와 브래드 피트의 파트너 역할이었는데 페어팩스의 매력이 크게 다가오지 않았고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의문의 파트너는 너~무 매력적이어서 오히려 그가 빠지는 순간 분위기가 팍 식어버리는 느낌이었달까.
주연을 맡은 산드라 블록은 여전히 아름답고, 채닝 테이텀은 푼수 같은 커버 모델 앨런을 귀엽게 소화했지만 이 캐릭터들만으론 채울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영화의 자막이다. 물론 번역이라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란 걸 알지만, 가끔은 물음표를 떠올리게 하는 애매한 줄임말 같은것들이 등장하는데, 그런 단어들 때문에 당장 웃음이 나야 할 장면에 웃음이 아닌 “이게 뭐야?”하는 말이 먼저 나왔다.
가볍게 보긴 좋지만, 꼭 극장에서 볼 이유는…
매력이 넘치는 배우들과 그들의 환장하는 케미를 중점으로 밀고 나가는 이 영화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ㅎㅎ..ㅎ” 이상의 큰 웃음을 유발하기엔 모자란 느낌이 있다. 그래도 초중반부까지는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재미가 있는데 중반부 이상을 넘어가면 어느 순간 결말이 그려지게 된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끝까지 본건 오로지 배우들과 분위기 덕분이었다. 가볍고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좋은 영화라서 정말 머리를 비우고, 그 어떤 질문도 하지 않으면서 관람했다.
비중이 많진 않았지만 영롱한 눈에 광기를 가득 담은 다니엘 래드클리프와 느끼한 캐릭터지만 묘하게 매력적이고 너무 잘생겨서 계속 쳐다보게되는 브래드 피트의 캐릭터만 봐도 한 번쯤은 아무 생각 없이 감상할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다만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일까? 묻는다면 섣불리 답하기 어렵다. 잠시 등장하는 잃어버린 도시 외엔 큰 볼거리가 없기도 하고, 압도적인 음향/음악…이라기에도 애매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관객들의 눈도 높아지고, 영화 관람료가 너무 비싸져서… 이벤트나 할인 가격이 아닌 이상 정가 15,000원을 전부 다 내고 본다면, 관람료가 아깝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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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칠갑 대잔치 말고는 좀 아쉽지 않았나
내가 극장에서 본 최초의 공포영화는 <고사 : 피의 중간고사>였다. 엄청 어릴 때 본 것이라 그런지 난 이거 되게 무서웠다. 지금이야 <고사 : 교생실습>과 함께 세트로 묶여 졸작이라는 평을 듣는 것 같긴 하지만 뭐 견문이 좁으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때 반전도 지금 생각하면 뻔하지만 꼬맹이 시절의 나에게는 어려웠다. 성적대로 학생들을 처형한다는 콘셉트이나 당시에 문제 될 수 있는 중요한 사안들을 잘 녹인 건 맞다고 생각한다. 편집이나 연기 디렉팅이 좀 오그라들 뿐.
그리고 난 지금 사회복무요원 일을 하고 있는 26살이 됐다. 영화 많이 봤다. '나 영화 좋아해!'라고 자주 말하고 다닌다. 시간이 지나니 나에게 많은 것들이 생긴 셈이다. 또 거의 10여 년이 지난 지금 <고사> 시리즈의 후속작은 나왔다. 다행히도 3편은 나오지 않았지만 어쨌든 시리즈가 이어지긴 했다. 또 난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견문이 생겼다. 책도 다시 읽기 시작해서 '오잉?' 하는 개연성을 따지기에 충분하다. 이제 자극적인 비주얼에 내가 깔아뭉개 져 지는 그런 일은 드물다는 뜻이다. 이 뿐만 아니라 웬만한 잔인한 것에 막 트라우마가 생기거나 그러진 않으니까 내가 무뎌지긴 한 것 같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이런 세월의 흐름 속에서 나만 나이 먹지 않았다. 넷플릭스에서 <텍사스 전기톱 학살> 시리즈의 신작을 발표했다. 러닝타임은 82분. 홍상수의 영화를 방불케 하는 짧은 영화다. 원래는 야심 차게 이번 주 신작으로 다루려고 했지만 난 좀 별로였다. 이 장르영화의 팬 분들은 좋아할 만한 요소가 있는 것 같긴 했는데, 아무래도 허술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스포일러 없이 쓸 것이니 이런 슬래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의 시청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1. 어떤 것에 대한 영화인가요?
요즘 유투버, 그러니까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생겼다. 아니 사실 생긴지는 꽤 됐다. 그에 따라 많은 사회의 병폐들이 생겼다. <밀양>을 무슨 성접대에 관한 영화로 둔갑시키거나 <중경삼림>을 마약 중매업자와 경찰의 위험한 하룻밤으로 둔갑시키는 둥 유튜브는 조회수 장사에 최적화된 매체가 되어버렸다. 감독은 이러한 세태를 반영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멜로디 자매는 크리에이터다. 자매와 친구들은 텍사스의 한 마을로 도착한다. 한 집을 취재하려고 하는데, 그 집의 주인은 사실 그곳에서 취식하면 안 되는 사람이다. 보육원을 운영하고 있는 듯한 할머니. 계약서상의 문제로 그 집에서 내쫓기고, 그 보육원장에게 신세를 졌었던 과거의 연쇄살인마 레더 페이스가 살육극을 벌이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사랑하는 이를 해쳤던 몰염치들에게 복수극을 벌이는 작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물론 영화가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매체인 건 맞다. 그동안 이 탭으로 글을 써오던 건 그냥 '아 이 영화가 이래서 좋구나'를 이해시키기 위한 나의 연출 장치(?)였다. 또한 영화가 무슨 메시지를 가져야 할 의무도 없다. <리코리쉬 피자>나 <펀치 트렁크 러브>만 봐도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좋은 로코 영화 아닌가. 근데 이런저런 걸 떠나서 생각해도, 이 영화는 대체 뭘 만들고 싶었던 걸까 의심이 든다. 소재는 1번에서 썼다. 1974년의 레전드 호러영화를 컴백시킨 것 까진 좋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작품의 기획의도에 의문이 생기는 작품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말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는 뜻이다. 이는 분명히 각본상의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1974년의 전작을 안 본 것도 맞지만 일단 범죄자 레더 페이스의 설명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또 무슨 초능력자인가 의심이 드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일단 주인공이 너무나도 멍청하다. 너무 멍청해서 이해가 안 될 정도다. 뭐 공포 상황에 놓이면 그렇게 행동할 수도 있다. 또 이런 호러영화가 그런 고구마 캐릭터 보는 맛으로 보는 게 근본 유지인 것도 잘 알고 있다. 근데 좀 인물 간의 인과관계가 초중반부터 삐걱대니 공포에 집중되는 게 아니라 일관성이 분산되는 느낌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보이는 분위기에 치여야 하는데 집중이 안되니 끔찍한 이미지들만 눈에 띄일 뿐이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 텍사스의 비주얼 구현 좋았다. 텍사스 가본 적은 없지만 실제로 가면 저럴 것 같다. 두 번째. 비주얼을 잘 구현했다. 목 잘리고 손 꺾이고 이런 거 되게 사실적으로 연출했다고 생각한다. 또 레더 페이스의 성격 묘사와 액션 좋았다. 아무튼 이런 장점도 분명하긴 하니 장르영화의 팬들이 좋아할 구석은 분명히 있다.
4.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무난하게 볼 수 있다.
5.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슬래셔 무비에 익숙한 분들은 그냥 보고, 잔인한 거 잘 못 분들은 그냥 안 보는 걸 추천한다. 좀 많이 고어하다.
6. 정확히, 어떤 점이 문제라고 생각하나요?
일단 2번에서 쓴 바와 같이 인물 간의 인과관계가 너무나도 약하다. 만약 길거리에서 당신이 전기톱 하나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어떨 것 같은가? 또 사람을 살인하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목격한다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하는 게 우선 아닌가? 학살극이 꽤나 긴 시간 동안 벌어지는데 주인공 둘만 외로운 싸움을 펼쳐야 한다는 게 좀 납득이 안 됐다. 보안관이 오기 힘든 장소로 퉁치기엔 난 이 설정이 꽤나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레더 페이스를 막을 수 있는 인물이 나오는데, 이 사람의 선택지가 그냥 납득이 안 된다. 너무 납득이 안돼서 오히려 클리셰를 따른 느낌? 내가 만약에 그 입장이면 난 선택을 두 번 세 번 할 필요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엔딩부다. 인물의 처지 자체를 그렇게 설정한 건 좋았지만 거기에 이르기 위해 선행해야 할 전제조건이 있겠지? 이 선행되어야 할 사건이 좀 이해가 안 됐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2번에 쓴 것처럼 인물 간의 설명도 너무 약하다. 주인공 멜로디-라일라 자매가 굳이 할로의 지니 할머니를 쫓아낼만한 이유가 없다. 그냥 무리에 자연스레 휩쓸려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 굳이? 이 사람에게 돈이 급하다거나 관심이 필요하다거나 그런 서사 없이 굳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선택지를 골라야 할 이유가 있는가? 또 라일라는 영화의 초중반부에 테러를 당했던 인물로 묘사된다. 난 이거 왜 굳이 넣었는지 모르겠다. 전기톱 들고 다니는 미친놈의 피칠갑 잔치가 영화의 주요 플롯인데, 그거 없으면 극이 전개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일단 분량이 너무 짧다. 영화의 주요 지점을 넘어갔는데 러닝타임 30여분 남았다. 뭐 하려니까 끝난 셈이다. 굳이 러닝타임을 80여분으로 할 필요가 있나 싶은 플롯이었다.
물론 이런 요소들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쓸데없는 것 잘랐고 무섭다라는 장점을 어느정도는 타고 있는것도 맞으니까. 또 3번에 썼던 바와 같이 비주얼적인 묘사는 좋아서 슬래셔 무비의 팬들은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인간적으로 각본의 구멍이 너무나도 많다. 전 시리즈들의 레더 페이스의 악랄함을 승계했다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그 외에는 좀 많이 헐거웠다.
7.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1974년의 <텍사스 전기톱 학살>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영화의 공식적인 속편이기 때문이다. 그거 외에는 딱히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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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I'll Take Care of You
원하든 원치 않든 삶은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고
거기엔 아주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김지연, 「마음에 없는 소리」 p.194그냥 무난하게 살아도 공들일 것이 참으로도 많은 삶. 여기, 양쪽의 세계를 넘나들다 어느 한쪽도 놓지 못하고 더욱더 지극하고 괴로울 공들임을 자청한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SYNOPSIS
한 무리의 친구들과 함께 여름을 보내고 있는 10대 네지마. 그런 네지마의 인생이 라이벌 패거리의 지나를 만나면서 꼬이기 시작한다. 적으로 보이는 두 사람은 비밀리에 연인 관계를 맺는다. 네지마는 조직원으로서의 자아와 지나를 향한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데, 그 누구도 이를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이제 네지마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 본 작품은 감독의 창작 의도에 따라 2:1 화면비로 제작되어 상영 시 스크린 상하좌우에 여백(윈도박스)이 포함됩니다.
감독
마리옹 드세뉴라벨
출연
리나 엘 아라비, 에스테르 베르네-롤랑드 등
노랗고 어둑한 상영관 안이 까맣게 물들고, 까만 화면이 빛을 품은 이미지로 발현한다. 귓전을 때리는 음악과 화면 중앙을 크게 채운 이름들. 인물의 뒷모습을 바스트 샷으로 잡은 첫 씬이자 첫 컷, 그리고 엔딩크레딧 같은 롱테이크를 보며 생각했다. 어, 나 이거 좋아할 거 같아. 동시에 용두사미로 끝날까 봐 커지는 기대만큼 괜히 조마조마해지는 마음. 간단한 시놉시스만 읽고 보는 영화의 묘미는 이런 게 아닐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 무리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네지마. 서로를 굉장히 잘 아는 듯 얼굴만 봐도 웃음부터 나오는 사이였다. 여름 바캉스를 어디로 떠날 작정으로 일상을 평화롭게 보내던 중 네지마의 시선이 문득 멈춰 선다. 복도에 가득한 짐. 짐의 크기나 규모로 보아서는 이사를 온 것 같다. 왠지 모를 호기심인지 네지마는 짐의 주인이 내는 소리를 홀린 듯 따라간다. 그리고 보았다. 앞으로 자신에게 온갖 혼란을 안겨줄 여성, 지나를.
학교. 반주 소리만 듣고 무슨 노래인지 맞추는 게임에 학생들은 치기 어린 경쟁심을 부렸다. 네지마도 눈을 반짝이며 소리에 집중하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도발에 은근히 응한다. 그 공간에는 지나도 있었는데, 네지마는 그와 슬쩍슬쩍 눈을 맞춘다. 그러다 완전히 지나에게로 시선이 쏠리게 된다.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그 목소리에.
이미 엘리베이터 안에서 엇갈리듯 끝없이 닿았던 시선. 둘은 대화를 나누지 않고도 눈빛으로 모든 게 통하는 것 같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호기심을 드러내고 천천히 서로에게 다가설 수 있으면 좋았으련만, 애석하게도 지나가 속한 무리는 네지마와 사이가 좋지 않다. 하지만 네지마는 지나에게 사적인 마음을 품었고, 양쪽에서 티 나지 않게 줄타기를 하려 든다. 네지마 무리가 늘 차지하던 벤치에 떡하니 누워있는 지나를 말로 설득해 내쫓으려는 식으로, 친구들이 지나와의 접점을 만들지 않게.
그러나 네지마는 서툴다. 설명이 불충분했다. 무작정 나오라고, 여기 있으면 안 된다고, 우리 자리라고 하면 누가 설득이 될까. 애석하게도 네지마의 마음을 모르는 친구들은 지나를 위협하면서까지 그 자리에서 쫓아낸다.
문제는 여기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사촌 지나가 다쳤으니 지나 무리도 가만있을 리 없다는 게. 두 집단의 사이는 점점 나빠지기만 한다. 친구들의 도 넘은 행동에 지나는 크게 상처받고, 둘 사이는 시작도 하기 전에 갈라선 것 같지만 풍덩, 시원한 물이 둘의 갈라진 틈을 메운다. 서로 한 번씩 아픔을 주고받은 셈이다.
네지마는 아파트 복도에서 저도 모르게 지나에게 입을 맞추고, 그 자리를 도망친다. 샤워하면서 입술을 벅벅 문질러봤자 마음에 새겨진 흔적이 사라질 리 없다. 자꾸만 걷잡을 수 없이 깊어가다가 둘은 자신들만의 비밀 아지트를 옥상에 만든다. 비치 타월 같은 러그를 깔고, 가볍게 먹고 마실 음식물을 두고. 우리가 자유롭게 누비는 땅에 비해서는 협소한 공간이지만, 사방이 뻥 뚫렸기에 마냥 자유로워 보인다. 둘만의 바캉스 같기도 하고.
아지트 안에서의 안전함이 현실에서도 무난히 넘어갈 줄 알았는지, 순간 넋이 팔렸는지, 그들은 처음 입맞췄던 복도와 비슷한 파티장에서 입을 맞춘다. 시작은 몰래였지만 계단에서 올라오는 네지마의 친구들은 둘이 무얼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목격하고, 네지마를 힐난한다. 배신이라고.
이 배신은 단순히 사랑을 숨긴 것에 대한 말이 아니었다. 네지마는 알제리에서 온 사람이고, 알제리는 국교가 이슬람교이니 주변의 매몰찬 반응은 당연하기도 하다. 동생마저 언니인 네지마를 외면해서 완전히 홀로 고립된 네지마, 유치원 때부터 함께 알고 지낸 남자인 친구만이 네지마를 두둔하는 동시에 네지마를 공격했다.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며.
네지마는 스쳐가는 말처럼 지나에게 말했다. 사람들은 내가 다 쿨한 줄 안다고. 그래서 그런 척을 해야 하는데 너한텐 솔직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지나를 택하는 순간 삶을 지속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 그래서 꽉 막힌 틀 밖에서 자신을 기다려주는 유일한 사람인 지나를 외면하고 만다. 앞서 말한 것처럼 네지마는 서툴다. '남들이 알고 있는 네지마'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외면하고 욕구를 참아왔으니.
도무지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겨우 10대인 이 두 사람이 뭘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갈 수 있겠는가. 한 사람은 도망치는 것으로, 한 사람은 계속 연락을 시도하는 것으로 각자의 방향만 추구하다가 뜻밖에도 지나의 사촌 언니가 홀로 있는 네지마를 찾아온다. 겁주거나 경계하려는 게 아니고 조언을 하고자. 이렇게 도망만 다니지 말고 선택을 하라고.
그리고 끝내 네지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정반대인 양쪽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옥상에 자그마한 텐트를 설치하고, 지나를 불러다가 이곳을 보여주고, 밖에선 서로를 싫어하는 것처럼 굴어도 이곳에서만큼은 솔직하게 있자고.
아파트 복도에서 옥상, 그리고 옥상의 작은 텐트까지. 그들이 솔직해질 수 있는 자유의 범위는 점점 좁아져만 갔다. 그럼에도 현실과 바람 어느 한쪽을 버리지 않고 최대한 융화하고자 했던 네지마의 노력이 잔상에 남는다.
아직은 아늑하고 비좁은 세계일지라도 소중한 둘의 세계가 현실과 맞닿을 수 있기를. 희망을 버리기엔 네지마의 선택이 무척 희망차므로, 나 또한 그 희망에 물들고 싶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IWFF
8/25(THU) ~ 9/1(THU)
2022-08-28 | 17:00 - 18:21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2022-08-31 | 16:30 - 17:51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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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SICFF)를 알아보자
출처 :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가 어린이날 100주년과 더불어 개막 소식을 알렸습니다.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SICFF)는 오는 6월 15일부터 22일까지 총 8일간 진행됩니다.
영화제 규모는 국제영화제 명성에 걸맞게 47개국 157편으로 진행되며, 해외 80편, 국내 77편입니다.
영화제는 온라인 중계(SICFF 유튜브 공식 계정), 씨네Q 신도림, 신도림 오페라하우스, 온피프엔(온라인), 문화철도 959(야외상영), 서울생활문화센터 신도림 다목적홀A(예스키즈존), 서울생활문화센터 신도림 다목적홀B(키즈포스터 전시), 신도림 테크노마트 11층(폐막식)에서 진행됩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SICFF)의 시작을 알릴 개막작은 '울야는 못말려'가 선정되었습니다.
영화는 울야가 관측한 소행성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로 그리지만, 동시에 종교나 전통을 빙자하여 권위로 어린이들의 생각을 억압하고 존중하지 않는 부모와 동네 어른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꼬집고 있습니다. '가족'과 '마을' 단위로 어린이와 어른이 공존해야 할 때 어떻게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또 들려주며 존중 할 수 있을지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영화 '울야는 못말려'는 6월 15일 18:30에 씨네Q 신도림 2관에서 상영됩니다.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SICFF)는 10회를 맞이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프로글매은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SICFF)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며, 그 중에서 씨네랩이 기대하고 있는 영화제 프로그램을 몇 가지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액터스 토크 '안녕하세요'
출처 :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홈페이지
프로그램 노트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의 크로스 아이콘 '김환희' 배우가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영화에 한 발 더 다가갑니다. 어린이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김환희 배우의 영화 세계를 이야기합니다.
06월 18일(토) 15:00 영화 <안녕하세요> 상영 후 액터스 토크가 진행되며, 게스트로는 '김환희' 배우가, 모더레이터는 '이화정' 영화전문기자가 초대되어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안녕하세요> 시놉시스
: 보육원에서 자란 고3 학생 수미. 어느 한 곳 기댈 데 없는 수미가 희망을 등지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순간, 호스피스 간호사 서진이 이를 극적으로 막아선다. 이후 갈 곳 없는 수미는 죽는 법을 찾으려 서진이 일하는 호스피스 병원을 찾아가고, 삶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곳 사람들에게서 처음으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위로를 받는데..2. 우리가 외치는 '아동권리선언'
출처 :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홈페이지
프로그램 노트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이해 아동 권리를 외칩니다. 영화 <태일이>를 본 뒤 '아동권리'를 배워보고, 오늘날 필요한 아동권리를 외치는 '아동권리선언 행진'에도 함께 참여해보아요. 2022년을 살아가는 어린이와 어른들이 말하는 어린이 인권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 행동 - 영화 <태일이> 속 아동권리
6월 18일 토요일 14:00 <태일이> 상영 후 진행되며, 씨네Q 신도림 2관에서 상영합니다. <태일이> 무료 관람 뿐만아니라 세이브더칠드런 기념 뱃지도 받아가실수 있습니다.
두 번째 행동 - 아동권리선언 행진(with 어린이 권리 탐험단)
6월18일 토요일 16:00 도담도담극장(신도림 오페라하우스 지하소극장)에서 진행되며, 첫 번째 행동 프로그램 '아동권리 교육'을 진행한 뒤 도담도담극장으로 함께 이동하여 진행합니다.3. 키즈 도슨트
출처 :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홈페이지
프로그램 노트
"어린이영화는 어린이가 제일 잘 알죠!" 키즈 도슨트는 어린이의 시각으로 어린이영화를 해설합니다. 영화를 관람하기 전 키즈 도슨트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영화 내용을 상상해 볼까요?
키즈 도슨트 1 :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마주하는 가족 이야기
6월 17일 금요일 16:00에 씨네Q 신도림 9관에서 진행되며, 씨네키즈 5플러스 1 <건전지 아빠>, <나쁜 친구>가 상영됩니다. 키즈 도슨트로는 김한나(개웅초 4학년), 정민규(개봉초 4학년)이 맡아 진행될 예정입니다.
키즈 도슨트 2 : <비스트 오브 아시아>로 보는 신화이야기
6월 18일 토요일 12:00에 씨네Q 신도림 10관에서 진행되며, <비스트 오브 아시아 1,2,4부>가 상영됩니다. 키즈 도슨트는 지은률(천왕초 6학년), 최홍원(구일초4학년)이 맡아 진행될 예정입니다.소개해드린 프로그램 외에도 씩씩한 토크 : 경계 존중하기, 비중러 리터러시 : 영화&그림수업, 기찻길 옆 극장 (야외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니 자세한 사항은 아래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https://www.sicff.kr/kor/default.asp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오는 6월 15일(수) ~ 6월 22일(수) 총 8일간 개최됩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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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두 멍청한 놈들이 만든 영화'라고?
7★/10★
괴상하고, 황당하고, 어이없게 웃기고, 그럼에도 감동적인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본격적으로 논하기 전에 언급할 내용이 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는 영화만큼이나 흥미로운 뒷이야기가 넘쳐난다.
•-제작사가 ‘A24’다. 〈문라이트〉, 〈킬링 디어〉, 〈더 랍스터〉, 〈미나리〉, 〈애프터 양〉을 제작한 바로 그 제작사 말이다. A24가 역량 있는 제작사인 건 분명하지만 기존 포트폴리오의 연장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논하면 곤란하다. 이전 영화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2022년 3월에 미국의 단 10개 극장에서만 개봉했다. 그런데 극장 당 5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역대 극장 당 수입 기준 전체 3위에 해당하는 무시무시한 기록이다. 관객의 성원에 힘입어 3,000개 극장으로 상영을 확대했고,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냈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연출한 루소 형제가 제작했다. 멀티버스 소재를 활용한다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결이 완전히 다르다. '정통 블록버스터' 멀티버스와 'B급 코미디' 멀티버스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화양연화〉, 〈라따뚜이〉 등을 오마주한 장면은 덤이다.
•-양자경이 할리우드 진출 20년 만에 단독 주연을 맡았다. 원래 성룡을 주인공으로 낙점한 후 양자경을 그 부인 역에 캐스팅하려 했으나 각본 과정에서 서사를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여성 주인공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씨네필이 주로 활동하는 영화 평론 사이트 레터박스에서 ‘올타임 베스트 250’ 1위에 올랐다. 이전에는 〈대부〉, 〈기생충〉이 차지했던 왕좌다.
이제 영화 이야기. 그러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매력을 글로 설명하기는 영 어렵다. 줄거리가 있고, 설정이 있고, 웃음과 감동 포인트도 있지만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직접 봤을 때만 확인 가능하다. 블록버스터의 소재인 양자역학과 멀티버스를 B급 감성 가득한 코미디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거창한 설정 속에서 조금씩 웃음 타율을 높여나가다가 장대한 드라마로 결론 짓는 식이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중국계 여성 에블린은 여러 모로 퍽퍽한 삶을 살아간다. 깐깐한 아버지와 유약하기만 한 남편, 레즈비언 반항아 딸만으로도 괴로운데 세무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로 그나마 운영해오던 세탁소마저 문을 닫을 판이다. 심지어 자기가 먹여 살린다고 여겼던 남편이 이혼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스트레스가 절정에 다다른 순간 멀티버스가 열린다. 무한한 다중 우주에는 절대 악 조부 투파키가 있고, 에블린이 그에 대항할 유일한 인물이란다. 그녀가 최후의 희망인 이유가 가관이다. 그녀는 멀티버스의 수많은 에블린 중 가장 불행한 에블린, 즉 최악의 에블린이라는 이유로 저항의 아이콘이 된다. 더는 물러설 곳 없는 엉망진창 현실이 에블린에게 준 ‘깡’이 그녀의 무기인 셈이다. 그러나 아직 최악은 아니다. 조부 투파키가 사실은 에블린의 딸 조이라는 사실이 남았기 때문. 에블린이 딸 조이에게 권위적으로 굴며 윽박질렀기에 조이가 흑화해 조부 투파키로 변했단다. 이제 에블린은 선택해야만 한다. 우주의 운명을 위해 딸을 무찌를 것인가, 형편없는 엄마였지만 뒤늦게나마 제대로 된 ‘엄마 노릇’을 하며 다른 미래를 만들 것인가.
에블린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B급 코미디 요소도 폭발한다. 딜도와 애널 플러그, 장난감 눈깔, 베이글, 쇼킹한데 고급스러운 비주얼 등등이 적극 활용된다. 여기에 심각하고 진지한 의미는 ‘없다.’ 영화를 연출한 다니엘스의 말마따나 “농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에블린의 싸움은 진지하고, 그녀가 가족과 우주 중 그 무엇도 포기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우당탕탕 대모험 끝에 에블린이 도달한 그곳에서는 마침내 감동이 피어난다. 억척스런 사업가이자 가장이었던 에블린은 웃음을 되찾고 주변 사람과 이를 함께 나눈다. 무한히 넓은 멀티버스의 모든 것(에브리씽)과 모든 장소(에브리웨어)가 모두 함께(올 앳 원스) 어우러진다.
만약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코드가 자신과 맞을지가 고민이라면, 2016 선댄스영화제 감독상을 차지한 다니엘스의 전작 〈스위스 아미 맨〉으로 취향 테스트를 해봐도 좋다.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방귀만 뀌는 언데드로 나오는 이 황당한 영화는 B급 웃음과 감동이라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공식을 그대로 갖고 있다. 두 영화 모두 호불호가 갈릴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누군가의 가슴에 꽂힐 영화임도 분명하다. 모든 진지함은 잠시 내려놓고 다니엘스의 상상력을 따라가보시기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두 멍청한 놈들이 만든 영화"일 뿐이라는 다니엘스(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의 말은 다소 과한 겸손이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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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선언 - 이 작품이 신파로 느껴지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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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선언’: 재난 상황에 직면한 항공기가 더 이상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능하여,
무조건적인 착륙을 요청하는 비상사태를 뜻하는 항공 용어
베테랑 형사 팀장 인호(송강호)는 비행기 테러 예고 영상 제보를 받고 사건을 수사하던 중
용의자가 실제로 KI501 항공편에 타고 있음을 파악한다.
딸의 치료를 위해 비행 공포증임에도 불구하고 하와이로 떠나기로 한 재혁(이병헌)은
주변을 맴돌며 위협적인 말을 하는 낯선 이가 신경 쓰인다.
인천에서 하와이로 이륙한 KI501 항공편에서 원인불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비행기 안은 물론 지상까지 혼란과 두려움의 현장으로 뒤바뀐다.
이 소식을 들은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는 대테러센터를 구성하고
비행기를 착륙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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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흥신소-라떼극장] 부산행 새마을호 열차를 타고 '라이터를 켜라'
영화 흥신소 - 라떼극장 EP.02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에서 발견한 소중한 기억들
탑골 부산행 '라이터를 켜라'과 함께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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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울림의 탄생> 메인 예고편
소아마비 고아, 한쪽 귀의 청력마저 상실한 그를 품어준 북 만드는 장인. 이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북을 만들어야 한다는 스승의 가르침을 새기며 이 악물고 버텨 온 60년. 이제 일흔을 앞둔 임선빈 악기장은 다른 한쪽 귀의 청력마저 잃게 될 거라는 비보를 접하고, 어린 시절 처음 들었던 그 북소리를 담은 대작을 만들기 위해 23년을 아껴 두었던 나무를 꺼낸다. 그러나 날씨도, 몸도, 전수자인 아들 동국과의 협업도 마음같지만은 않은데 ...
60년 동안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첫 북소리의 울림. 그 울림이 담긴 북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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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첫눈이 사라졌다> 30초 예고편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 속 슬픔과 갈망을 들여다보는 최면술사 ‘제니아’.
그의 능력은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고 폴란드 바르샤바의 한마을이 떠들썩해진다.
모두가 그를 만나고 싶어 혈안이 된 가운데, 미스터리에 감추어진 ‘제니아’의 최면술이 사람들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당신의 불행과 고통을 몰아내는 중입니다. 제가 셋을 세면 눈을 뜹니다. 하나, 둘, 셋,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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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반의 칼은 백성에게, 백성의 칼은 적에게
과거 한국 사회는 양반과 노비로 철저하게 나뉜 계급 사회였다. 이런 계급적 대비는 많은 한국 영화에서 주요 소재로 사용되곤 했다. 예를 들어 <사도>는 왕과 그의 일족이 주인공이 되어 왕권의 억압과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야기를 다루며, <관상>은 다양한 계급의 인물들이 얽히며 당시 사회 구조의 이면을 드러낸다. 또 <변호인>은 권력자와 일반 국민의 대립을 현대적 맥락에서 보여주면서, 권력과 억압 속에서 국민들의 삶이 얼마나 억눌려 있는지 조명한다. 이런 계급적 대립 구도는 한국 사회의 역사적 맥락을 기반으로 하여 관객들에게 친숙한 주제를 다루며,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극적인 이야기를 제공한다.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전, 란> 역시 양반과 백성 간의 대립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의 불일치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양반과 노비의 갈등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양반과 노비가 서로 이해하고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도 포함이 되어 있으며, 그 과정에서 진정으로 서로가 섞일 수 있는지, 친구가 될 수 있는지를 계속 고민하게 한다. 영화 속에서는 양반인 종려(박정민)와 노비인 천영(강동원)이 등장하여 그들의 관계가 변화해가는 과정을 통해 당시 임진왜란 시기의 복합적이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조명한다. 양반과 왕, 그리고 노비들이 각기 다른 선택을 하며 서로 엇갈리는 모습은 전쟁의 혼란 속에서 계급과 권력이 어떻게 얽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첫 번째 감정: 노비 천영의 허망함
천영은 억울하게 노비가 된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는 양인이었지만, 가난 때문에 어머니가 노비로 팔려가면서 천영도 덩달아 노비가 되고 만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억압된 삶을 살게 된 천영은, 아버지의 자살을 목격하면서 삶의 허망함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그는 모든 것을 잃은 상태에서 자라왔기에, 그가 느끼는 세상은 차갑고 무의미한 곳이었다. 모든 행동에 감정이 없는 듯 보이는 천영은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쌓인 허무함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차가운 인물로 그려진다.
천영은 양반 계급에 대한 분노를 내면에 쌓아가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는 다른 노비들과 깊은 연대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처지를 부정하고 싶어하며, 자신이 노비라는 사실에 대한 억울함과 허무함 속에서 끊임없이 어디론가 도망치고자 한다. 천영은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이를 통해 양반인 종려에게 무술을 가르치고 대신 과거 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천영의 내면에 있는 허망함은 더욱 커진다. 그는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압박감을 느끼는 종려에게 연민을 느끼지만, 결국 자신의 노력이 종려를 왕의 최측근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되면서 더욱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
천영의 삶은 그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만 흘러간다. 그는 자신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수록 그 결과가 다른 사람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점점 더 깊은 무력감에 빠져든다. 천영에게 삶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며, 그의 존재는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진다. 그의 허망함은 단순히 억울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고 이용당하는 현실 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점에서 천영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며, 그의 내면은 점점 더 차갑고 어두워져 간다. 변해가는 그의 모습에서 점점 어둡고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일반 백성과 노비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두 번째 감정: 종려의 분노
종려는 계급적 위선이 없는 인물로, 천영과 더 가까이 지내고 싶어한다. 양반으로 태어났지만 권력욕이 많지 않은 종려는, 백성이나 노비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과 공감하고자 노력한다. 영화 전체에서 종려는 양반 중에서도 비교적 순수하고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양반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노비와 함께하고 싶어하며, 그들에 대한 인식 개선을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종려의 태도는 천영과의 관계에서도 드러나며, 그는 천영을 단순한 노비로 보지 않고 진심으로 친구로 대하려고 한다.
그러나 시대적 강요에 의해 종려의 삶은 달라지게 된다. 그는 원치 않게 벼슬을 가지게 되고, 왕의 곁에서 권력자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종려는 자신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그는 권력자들의 위선을 보면서도 특별히 노비나 백성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에 대한 연민과 인식 개선을 바라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이상은 점점 현실의 무게에 눌리게 되고, 그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진다.
노비들의 반란이 일어나면서 종려의 상황은 급격히 바뀐다. 반란 속에서 그의 가족들이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종려는 그 충격과 슬픔 속에서 결국 권력자들의 위선을 받아들이게 된다. 특히 왜군이 쳐들어오면서 왕과 권력자들을 호위하며 도성을 떠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이 장면에서 종려는 처음으로 제대로 칼을 휘두르게 되는데, 그 칼끝은 모두 백성들을 향하고 있다. 분노에 사로잡힌 종려는 자신도 모르게 권력자들과 같은 길을 걷게 되며, 백성들을 억압하는 데 일조하게 된다. 그의 변화는 시대의 무게에 짓눌려 원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리 선한 마음과 좋은 의도를 가졌던 인물이라도, 하나의 오해와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백성들에게 해를 가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세 번째 감정: 왕의 위선
<전, 란>에서 천영과 종려의 관계가 중심에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왕 선조(차승원)의 위선이다. 영화 속 선조는 당시 백성들의 고통과 왜군의 침략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불타버린 왕궁을 다시 화려하게 재건하는 것이며, 백성들이 따르는 장군이나 영웅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다. 그는 백성들이 자신 이외의 영웅을 따르는 것을 극도로 혐오한다. 그는 백성들이 오직 자신만을 우러러보기를 원하며, 그들이 다른 누군가를 영웅으로 여기면 그것을 견디지 못한다. 전쟁 중에도 그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것에만 몰두하며, 전쟁의 영웅들과 백성들의 목숨을 가볍게 여긴다.
왕의 모습은 전쟁 속에서 백성들을 위해 싸우는 다른 인물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천영과 종려가 각자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는 동안, 왕은 오직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며 백성들의 고통을 외면한다. 이러한 왕의 위선적인 모습은 종려와 같은 양심적인 벼슬아치들조차 악당으로 변하게 만든다. 왕은 자신에게 반대하는 신하가 있으면 쉽게 그들을 처형해버리며, 백성들을 위한 정치가 아닌 자신을 위한 정치를 펼친다. 이는 결국 권력이 어떻게 사람들을 변하게 만들고, 그 권력이 백성들에게 어떤 고통을 가져오는지를 보여준다.
왕의 위선은 현재의 정치 상황과도 연결될 수 있다. 여전히 많은 권력자들이 백성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은 과거와 다르지 않다. 영화 속 선조의 모습은 권력의 본질이 얼마나 쉽게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권력자들의 위선이 백성들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의 모습은 시대를 초월해 반복되는 권력의 어두운 면을 상징하며, 관객들에게 권력의 본질과 그로 인한 고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양반과 노비는 친구가 될 수 있는가?
영화 <전, 란>은 나라를 위해 싸우는 노비 천영과 백성들을 베는 양반 종려를 대비시키며, 역사와 사회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 천영은 노비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고, 나라를 위해 싸우겠다고 나선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사회가 그를 그런 방향으로 몰고 갔다. 종려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스스로 양반이라는 계급을 선택한 것이 아니며, 권력을 원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관직을 얻고, 계급적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상황은, 마치 임진왜란이라는 혼돈의 시대 속에서 아무도 얻은 것이 없다는 것을 상징하는 듯하다.
특히 천영과 종려는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친구로서 서로를 바라보며, 그 관계는 매우 애틋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향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서로를 이해하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적이 되어야 했던 그들의 눈빛은 영화의 마지막까지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는 김상만 감독의 연출로, 당시 시대의 혼란과 인간 사이의 복잡한 감정을 뛰어난 색감과 캐릭터 대비를 통해 잘 표현해냈다. 강동원과 박정민, 그리고 차승원 등의 배우들은 각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액션 장면들은 그들 간의 갈등과 시대적 배경을 잘 반영하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영화 속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과 시대적 상황은 현대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권력과 억압,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 간의 연대와 고뇌를 진지하게 성찰하게 만드는 이 작품은 역사적 배경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길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XqTnCGpfn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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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의 결말을 찾기 위한 정글 어드벤처
로스트 시티 (The Lost City, 2022)
“이야기의 결말을 찾기 위한 정글 어드벤처”
등급 : 12세 관람가
장르 : 액션, 코미디, 멜로/로맨스, 모험
러닝타임 : 111분
감독 : 애덤 니, 아론 니
출연 : 산드라 블록, 채닝 테이텀, 다니엘 래드클리프, 브래드 피트
개인적인 평점 : 3/5
쿠키영상 : 1개 (엔딩 크레딧 초반)
로스트 시티 줄거리
전설의 트레저를 차지하기 위해 재벌 페어팩스(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유일한 단서를 알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로레타(산드라 블록)를 납치하게 된다. 어쩔 수 없는 비지니스 관계로 사라진 그녀를 찾아야만 하는 책 커버모델 앨런(채닝 테이텀)은 의문의 파트너(브래드 피트)와 함께 위험한 섬에서 그녀를 구하고 무사히 탈출해야만 하는데… 적과 자연의 위험이 도사리는 일촉즉발 화산섬 대환장 케미의 그들이 생존하여 섬을 탈출할 수 있을까?
의자에 묶인 반짝이 우주복을 입은 산드라 블록과 열심히 수레를 미는 채닝 테이텀, 이들 뒤로 터지는 불꽃과 광기 어린 눈의 다니엘 래드클리프. 그 옆으로 보이는 브래드 피트. 이 포스터 이미지 하나만으로도 “아 이건 재밌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 영화 <로스트 시티>
남편의 부재 후 일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린 베스트셀러 작가 ‘로레타’와 책의 커버모델 ‘앨런’은 억지로 마무리 지은 모험 소설을 홍보하기 위해 북투어를 시작한다. 전설의 보물을 찾기 위해 눈이 돌아있던 재벌 ‘페어팩스’는 새로 나온 로레타의 소설에서 자신이 찾고 있던 보물의 단서를 발견하고 로레타를 납치해 섬으로 데려간다. 앨런은 로레타를 구하기 위해 의문의 파트너와 함께 섬으로 향하고, 두 사람은 페어팩스와 부하들의 손을 피해 섬을 탈출하기 위한 여정을 벌인다.
잃어버린 보물과 결말을 찾아서
<로스트 시티>의 주인공 로레타와 앨런은 목표를 찾아 달리다 나도 모르는 새 옆길로 빠져버린다. 그나마 앨런은 고민을 거쳐 지금 자신이 걷고 있는 길도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알고 열심히 커버 모델 일을 하지만, 로레타는 의무감에 밀려 억지로 소설을 마무리짓는다. 소설에 대한 작은 애정도 남지 않은 작가의 손에서 만들어진 소설은 당연하게도 매가리가 없다. 무기력증에 빠진 로레타는 페어팩스의 손에 끌려온 섬에서 자신의 소설과 똑같은 전설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고, 새로운 결말을 찾기 위해 페어팩스의 단서에 손을 댄다.
이 모험은 페어팩스가 말한 고대의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이자 로레타가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모험 소설의 진짜 결말과 잃어버린 열정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모험인 온갖 위험과 고난이 도사리고 있지만 두 사람은 함께 고난을 거치며 달달한 결말을 찾아간다.
아쉬웠던 정글 어드벤처
정글 어드벤처, 보물 찾기라는 컨셉을 보면 최근에 개봉했던 <언차티드>가 생각나기도 하고, 작년에 개봉했던 <정글 크루즈>가 생각나기도 한다. 보물 찾기는 <언차티드>와 모험 중에 피어나는 두 사람의 사랑은 <정글 크루즈>와 닮았다. 두 작품을 적절하게 섞은 듯,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로스트 시티>는 소재가 보장하는 기본 재미는 챙겼으나, 훌륭한 배우진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아쉬운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제일 기대했던 캐릭터는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악역 페어팩스와 브래드 피트의 파트너 역할이었는데 페어팩스의 매력이 크게 다가오지 않았고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의문의 파트너는 너~무 매력적이어서 오히려 그가 빠지는 순간 분위기가 팍 식어버리는 느낌이었달까.
주연을 맡은 산드라 블록은 여전히 아름답고, 채닝 테이텀은 푼수 같은 커버 모델 앨런을 귀엽게 소화했지만 이 캐릭터들만으론 채울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영화의 자막이다. 물론 번역이라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란 걸 알지만, 가끔은 물음표를 떠올리게 하는 애매한 줄임말 같은것들이 등장하는데, 그런 단어들 때문에 당장 웃음이 나야 할 장면에 웃음이 아닌 “이게 뭐야?”하는 말이 먼저 나왔다.
가볍게 보긴 좋지만, 꼭 극장에서 볼 이유는…
매력이 넘치는 배우들과 그들의 환장하는 케미를 중점으로 밀고 나가는 이 영화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ㅎㅎ..ㅎ” 이상의 큰 웃음을 유발하기엔 모자란 느낌이 있다. 그래도 초중반부까지는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재미가 있는데 중반부 이상을 넘어가면 어느 순간 결말이 그려지게 된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끝까지 본건 오로지 배우들과 분위기 덕분이었다. 가볍고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좋은 영화라서 정말 머리를 비우고, 그 어떤 질문도 하지 않으면서 관람했다.
비중이 많진 않았지만 영롱한 눈에 광기를 가득 담은 다니엘 래드클리프와 느끼한 캐릭터지만 묘하게 매력적이고 너무 잘생겨서 계속 쳐다보게되는 브래드 피트의 캐릭터만 봐도 한 번쯤은 아무 생각 없이 감상할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다만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일까? 묻는다면 섣불리 답하기 어렵다. 잠시 등장하는 잃어버린 도시 외엔 큰 볼거리가 없기도 하고, 압도적인 음향/음악…이라기에도 애매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관객들의 눈도 높아지고, 영화 관람료가 너무 비싸져서… 이벤트나 할인 가격이 아닌 이상 정가 15,000원을 전부 다 내고 본다면, 관람료가 아깝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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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칠갑 대잔치 말고는 좀 아쉽지 않았나
내가 극장에서 본 최초의 공포영화는 <고사 : 피의 중간고사>였다. 엄청 어릴 때 본 것이라 그런지 난 이거 되게 무서웠다. 지금이야 <고사 : 교생실습>과 함께 세트로 묶여 졸작이라는 평을 듣는 것 같긴 하지만 뭐 견문이 좁으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때 반전도 지금 생각하면 뻔하지만 꼬맹이 시절의 나에게는 어려웠다. 성적대로 학생들을 처형한다는 콘셉트이나 당시에 문제 될 수 있는 중요한 사안들을 잘 녹인 건 맞다고 생각한다. 편집이나 연기 디렉팅이 좀 오그라들 뿐.
그리고 난 지금 사회복무요원 일을 하고 있는 26살이 됐다. 영화 많이 봤다. '나 영화 좋아해!'라고 자주 말하고 다닌다. 시간이 지나니 나에게 많은 것들이 생긴 셈이다. 또 거의 10여 년이 지난 지금 <고사> 시리즈의 후속작은 나왔다. 다행히도 3편은 나오지 않았지만 어쨌든 시리즈가 이어지긴 했다. 또 난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견문이 생겼다. 책도 다시 읽기 시작해서 '오잉?' 하는 개연성을 따지기에 충분하다. 이제 자극적인 비주얼에 내가 깔아뭉개 져 지는 그런 일은 드물다는 뜻이다. 이 뿐만 아니라 웬만한 잔인한 것에 막 트라우마가 생기거나 그러진 않으니까 내가 무뎌지긴 한 것 같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이런 세월의 흐름 속에서 나만 나이 먹지 않았다. 넷플릭스에서 <텍사스 전기톱 학살> 시리즈의 신작을 발표했다. 러닝타임은 82분. 홍상수의 영화를 방불케 하는 짧은 영화다. 원래는 야심 차게 이번 주 신작으로 다루려고 했지만 난 좀 별로였다. 이 장르영화의 팬 분들은 좋아할 만한 요소가 있는 것 같긴 했는데, 아무래도 허술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스포일러 없이 쓸 것이니 이런 슬래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의 시청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1. 어떤 것에 대한 영화인가요?
요즘 유투버, 그러니까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생겼다. 아니 사실 생긴지는 꽤 됐다. 그에 따라 많은 사회의 병폐들이 생겼다. <밀양>을 무슨 성접대에 관한 영화로 둔갑시키거나 <중경삼림>을 마약 중매업자와 경찰의 위험한 하룻밤으로 둔갑시키는 둥 유튜브는 조회수 장사에 최적화된 매체가 되어버렸다. 감독은 이러한 세태를 반영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멜로디 자매는 크리에이터다. 자매와 친구들은 텍사스의 한 마을로 도착한다. 한 집을 취재하려고 하는데, 그 집의 주인은 사실 그곳에서 취식하면 안 되는 사람이다. 보육원을 운영하고 있는 듯한 할머니. 계약서상의 문제로 그 집에서 내쫓기고, 그 보육원장에게 신세를 졌었던 과거의 연쇄살인마 레더 페이스가 살육극을 벌이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사랑하는 이를 해쳤던 몰염치들에게 복수극을 벌이는 작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물론 영화가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매체인 건 맞다. 그동안 이 탭으로 글을 써오던 건 그냥 '아 이 영화가 이래서 좋구나'를 이해시키기 위한 나의 연출 장치(?)였다. 또한 영화가 무슨 메시지를 가져야 할 의무도 없다. <리코리쉬 피자>나 <펀치 트렁크 러브>만 봐도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좋은 로코 영화 아닌가. 근데 이런저런 걸 떠나서 생각해도, 이 영화는 대체 뭘 만들고 싶었던 걸까 의심이 든다. 소재는 1번에서 썼다. 1974년의 레전드 호러영화를 컴백시킨 것 까진 좋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작품의 기획의도에 의문이 생기는 작품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말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는 뜻이다. 이는 분명히 각본상의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1974년의 전작을 안 본 것도 맞지만 일단 범죄자 레더 페이스의 설명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또 무슨 초능력자인가 의심이 드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일단 주인공이 너무나도 멍청하다. 너무 멍청해서 이해가 안 될 정도다. 뭐 공포 상황에 놓이면 그렇게 행동할 수도 있다. 또 이런 호러영화가 그런 고구마 캐릭터 보는 맛으로 보는 게 근본 유지인 것도 잘 알고 있다. 근데 좀 인물 간의 인과관계가 초중반부터 삐걱대니 공포에 집중되는 게 아니라 일관성이 분산되는 느낌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보이는 분위기에 치여야 하는데 집중이 안되니 끔찍한 이미지들만 눈에 띄일 뿐이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 텍사스의 비주얼 구현 좋았다. 텍사스 가본 적은 없지만 실제로 가면 저럴 것 같다. 두 번째. 비주얼을 잘 구현했다. 목 잘리고 손 꺾이고 이런 거 되게 사실적으로 연출했다고 생각한다. 또 레더 페이스의 성격 묘사와 액션 좋았다. 아무튼 이런 장점도 분명하긴 하니 장르영화의 팬들이 좋아할 구석은 분명히 있다.
4.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무난하게 볼 수 있다.
5.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슬래셔 무비에 익숙한 분들은 그냥 보고, 잔인한 거 잘 못 분들은 그냥 안 보는 걸 추천한다. 좀 많이 고어하다.
6. 정확히, 어떤 점이 문제라고 생각하나요?
일단 2번에서 쓴 바와 같이 인물 간의 인과관계가 너무나도 약하다. 만약 길거리에서 당신이 전기톱 하나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어떨 것 같은가? 또 사람을 살인하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목격한다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하는 게 우선 아닌가? 학살극이 꽤나 긴 시간 동안 벌어지는데 주인공 둘만 외로운 싸움을 펼쳐야 한다는 게 좀 납득이 안 됐다. 보안관이 오기 힘든 장소로 퉁치기엔 난 이 설정이 꽤나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레더 페이스를 막을 수 있는 인물이 나오는데, 이 사람의 선택지가 그냥 납득이 안 된다. 너무 납득이 안돼서 오히려 클리셰를 따른 느낌? 내가 만약에 그 입장이면 난 선택을 두 번 세 번 할 필요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엔딩부다. 인물의 처지 자체를 그렇게 설정한 건 좋았지만 거기에 이르기 위해 선행해야 할 전제조건이 있겠지? 이 선행되어야 할 사건이 좀 이해가 안 됐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2번에 쓴 것처럼 인물 간의 설명도 너무 약하다. 주인공 멜로디-라일라 자매가 굳이 할로의 지니 할머니를 쫓아낼만한 이유가 없다. 그냥 무리에 자연스레 휩쓸려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 굳이? 이 사람에게 돈이 급하다거나 관심이 필요하다거나 그런 서사 없이 굳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선택지를 골라야 할 이유가 있는가? 또 라일라는 영화의 초중반부에 테러를 당했던 인물로 묘사된다. 난 이거 왜 굳이 넣었는지 모르겠다. 전기톱 들고 다니는 미친놈의 피칠갑 잔치가 영화의 주요 플롯인데, 그거 없으면 극이 전개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일단 분량이 너무 짧다. 영화의 주요 지점을 넘어갔는데 러닝타임 30여분 남았다. 뭐 하려니까 끝난 셈이다. 굳이 러닝타임을 80여분으로 할 필요가 있나 싶은 플롯이었다.
물론 이런 요소들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쓸데없는 것 잘랐고 무섭다라는 장점을 어느정도는 타고 있는것도 맞으니까. 또 3번에 썼던 바와 같이 비주얼적인 묘사는 좋아서 슬래셔 무비의 팬들은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인간적으로 각본의 구멍이 너무나도 많다. 전 시리즈들의 레더 페이스의 악랄함을 승계했다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그 외에는 좀 많이 헐거웠다.
7.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1974년의 <텍사스 전기톱 학살>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영화의 공식적인 속편이기 때문이다. 그거 외에는 딱히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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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I'll Take Care of You
원하든 원치 않든 삶은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고
거기엔 아주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김지연, 「마음에 없는 소리」 p.194그냥 무난하게 살아도 공들일 것이 참으로도 많은 삶. 여기, 양쪽의 세계를 넘나들다 어느 한쪽도 놓지 못하고 더욱더 지극하고 괴로울 공들임을 자청한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SYNOPSIS
한 무리의 친구들과 함께 여름을 보내고 있는 10대 네지마. 그런 네지마의 인생이 라이벌 패거리의 지나를 만나면서 꼬이기 시작한다. 적으로 보이는 두 사람은 비밀리에 연인 관계를 맺는다. 네지마는 조직원으로서의 자아와 지나를 향한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데, 그 누구도 이를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이제 네지마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 본 작품은 감독의 창작 의도에 따라 2:1 화면비로 제작되어 상영 시 스크린 상하좌우에 여백(윈도박스)이 포함됩니다.
감독
마리옹 드세뉴라벨
출연
리나 엘 아라비, 에스테르 베르네-롤랑드 등
노랗고 어둑한 상영관 안이 까맣게 물들고, 까만 화면이 빛을 품은 이미지로 발현한다. 귓전을 때리는 음악과 화면 중앙을 크게 채운 이름들. 인물의 뒷모습을 바스트 샷으로 잡은 첫 씬이자 첫 컷, 그리고 엔딩크레딧 같은 롱테이크를 보며 생각했다. 어, 나 이거 좋아할 거 같아. 동시에 용두사미로 끝날까 봐 커지는 기대만큼 괜히 조마조마해지는 마음. 간단한 시놉시스만 읽고 보는 영화의 묘미는 이런 게 아닐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 무리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네지마. 서로를 굉장히 잘 아는 듯 얼굴만 봐도 웃음부터 나오는 사이였다. 여름 바캉스를 어디로 떠날 작정으로 일상을 평화롭게 보내던 중 네지마의 시선이 문득 멈춰 선다. 복도에 가득한 짐. 짐의 크기나 규모로 보아서는 이사를 온 것 같다. 왠지 모를 호기심인지 네지마는 짐의 주인이 내는 소리를 홀린 듯 따라간다. 그리고 보았다. 앞으로 자신에게 온갖 혼란을 안겨줄 여성, 지나를.
학교. 반주 소리만 듣고 무슨 노래인지 맞추는 게임에 학생들은 치기 어린 경쟁심을 부렸다. 네지마도 눈을 반짝이며 소리에 집중하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도발에 은근히 응한다. 그 공간에는 지나도 있었는데, 네지마는 그와 슬쩍슬쩍 눈을 맞춘다. 그러다 완전히 지나에게로 시선이 쏠리게 된다.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그 목소리에.
이미 엘리베이터 안에서 엇갈리듯 끝없이 닿았던 시선. 둘은 대화를 나누지 않고도 눈빛으로 모든 게 통하는 것 같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호기심을 드러내고 천천히 서로에게 다가설 수 있으면 좋았으련만, 애석하게도 지나가 속한 무리는 네지마와 사이가 좋지 않다. 하지만 네지마는 지나에게 사적인 마음을 품었고, 양쪽에서 티 나지 않게 줄타기를 하려 든다. 네지마 무리가 늘 차지하던 벤치에 떡하니 누워있는 지나를 말로 설득해 내쫓으려는 식으로, 친구들이 지나와의 접점을 만들지 않게.
그러나 네지마는 서툴다. 설명이 불충분했다. 무작정 나오라고, 여기 있으면 안 된다고, 우리 자리라고 하면 누가 설득이 될까. 애석하게도 네지마의 마음을 모르는 친구들은 지나를 위협하면서까지 그 자리에서 쫓아낸다.
문제는 여기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사촌 지나가 다쳤으니 지나 무리도 가만있을 리 없다는 게. 두 집단의 사이는 점점 나빠지기만 한다. 친구들의 도 넘은 행동에 지나는 크게 상처받고, 둘 사이는 시작도 하기 전에 갈라선 것 같지만 풍덩, 시원한 물이 둘의 갈라진 틈을 메운다. 서로 한 번씩 아픔을 주고받은 셈이다.
네지마는 아파트 복도에서 저도 모르게 지나에게 입을 맞추고, 그 자리를 도망친다. 샤워하면서 입술을 벅벅 문질러봤자 마음에 새겨진 흔적이 사라질 리 없다. 자꾸만 걷잡을 수 없이 깊어가다가 둘은 자신들만의 비밀 아지트를 옥상에 만든다. 비치 타월 같은 러그를 깔고, 가볍게 먹고 마실 음식물을 두고. 우리가 자유롭게 누비는 땅에 비해서는 협소한 공간이지만, 사방이 뻥 뚫렸기에 마냥 자유로워 보인다. 둘만의 바캉스 같기도 하고.
아지트 안에서의 안전함이 현실에서도 무난히 넘어갈 줄 알았는지, 순간 넋이 팔렸는지, 그들은 처음 입맞췄던 복도와 비슷한 파티장에서 입을 맞춘다. 시작은 몰래였지만 계단에서 올라오는 네지마의 친구들은 둘이 무얼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목격하고, 네지마를 힐난한다. 배신이라고.
이 배신은 단순히 사랑을 숨긴 것에 대한 말이 아니었다. 네지마는 알제리에서 온 사람이고, 알제리는 국교가 이슬람교이니 주변의 매몰찬 반응은 당연하기도 하다. 동생마저 언니인 네지마를 외면해서 완전히 홀로 고립된 네지마, 유치원 때부터 함께 알고 지낸 남자인 친구만이 네지마를 두둔하는 동시에 네지마를 공격했다.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며.
네지마는 스쳐가는 말처럼 지나에게 말했다. 사람들은 내가 다 쿨한 줄 안다고. 그래서 그런 척을 해야 하는데 너한텐 솔직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지나를 택하는 순간 삶을 지속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 그래서 꽉 막힌 틀 밖에서 자신을 기다려주는 유일한 사람인 지나를 외면하고 만다. 앞서 말한 것처럼 네지마는 서툴다. '남들이 알고 있는 네지마'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외면하고 욕구를 참아왔으니.
도무지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겨우 10대인 이 두 사람이 뭘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갈 수 있겠는가. 한 사람은 도망치는 것으로, 한 사람은 계속 연락을 시도하는 것으로 각자의 방향만 추구하다가 뜻밖에도 지나의 사촌 언니가 홀로 있는 네지마를 찾아온다. 겁주거나 경계하려는 게 아니고 조언을 하고자. 이렇게 도망만 다니지 말고 선택을 하라고.
그리고 끝내 네지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정반대인 양쪽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옥상에 자그마한 텐트를 설치하고, 지나를 불러다가 이곳을 보여주고, 밖에선 서로를 싫어하는 것처럼 굴어도 이곳에서만큼은 솔직하게 있자고.
아파트 복도에서 옥상, 그리고 옥상의 작은 텐트까지. 그들이 솔직해질 수 있는 자유의 범위는 점점 좁아져만 갔다. 그럼에도 현실과 바람 어느 한쪽을 버리지 않고 최대한 융화하고자 했던 네지마의 노력이 잔상에 남는다.
아직은 아늑하고 비좁은 세계일지라도 소중한 둘의 세계가 현실과 맞닿을 수 있기를. 희망을 버리기엔 네지마의 선택이 무척 희망차므로, 나 또한 그 희망에 물들고 싶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IWFF
8/25(THU) ~ 9/1(THU)
2022-08-28 | 17:00 - 18:21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2022-08-31 | 16:30 - 17:51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3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