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2-19 14:16:41
유난히 짧은 2월, 러닝타임 짧은 영화 -9-
러닝타임 90분 미만
❣️[Cinelab Curation]❣️
이번 주 씨네랩 뉴스레터 씨네-뉴스에서는 짧은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들을 소개해 드릴 예정인데요!
2월.. 너무 짧아 아쉽진 않나요?
그런 여러분들께 짧지만 마음에 오래 남을 영화 몇 편 소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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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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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비티>의 사운드 미학
영화 <그래비티>(2013)의 우주 비행사 라이언 스톤(산드라 블록)은 우주 쓰레기 잔해 충돌로 인해 동료로부터 멀어진다. 우주에서의 고립은 무인도에서의 조난과 매우 다르다. <캐스트 어웨이>(2000)의 무인도 속 조난자에겐 소통의 대상이 있다. 살아 있지 않아도 괜찮다. 배구공에게 얼굴을 그려주고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여 소통하면 된다. 이상해 보이겠지만 적어도 그 조난자에게 배구공은 삶을 유지하는 데 있어 매우 소중한 존재다. 세상과 분리된 채 경험하는 철저한 고립, 완벽한 배제는 개체의 삶을 파괴시킨다. 그래서 <그래비티>의 우주는 무서운 공간이다. 스톤이 떠다니는 공간은 배구공은커녕 그 어떤 것도 없는 황량한 무(無)의 상태다. 이때 스톤이 의지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몇몇 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스톤이 소리에 반응하는 몇몇 중요한 지점들이 있다.
홀로 남은 스톤이 모든 걸 포기하려는 때마다 등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동료 코왈스키(조지 클루니)의 목소리다. 우주 쓰레기 파편이 휩쓸고 지나간 뒤 혼자 남은 스톤이 좌절에 빠질 때 코왈스키의 목소리가 스톤을 붙잡는다. 프레임 중앙으로 멀어져 가는 스톤의 모습이 희미해질 때 즈음 지지직대는 소음과 함께 코왈스키의 목소리가 삽입된다. 코왈스키의 목소리, 이어서 그에 반응하는 스톤의 격양된 목소리는 깜깜한 우주 공간을 보며 희미하게 일렁이는 스톤을 찾으려는 관객이 그 순간 의지할 수 있는 가장 특징적이고 명확한 음향 표지이다. 이때 피어나는 스톤의 안도감은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게 전이된다.
스톤이 연료가 바닥난 소유즈에서 우주 관제 센터와 교신을 시도하는 장면도 떠오른다. 이때 스톤은 교신에 성공하지만, 상대는 우주 센터가 아닌 지구의 이누이트 통신사 아닌강이다. 서로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스톤과 아닌강은 소통에 실패한다. 하지만 스톤은 개 짖는 소리와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서로 다른 문화권일지라도 이런 소리는 특징적인 표지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때 스톤과 아닌강은 불완전하면서도 모종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특별한 소통을 경험한다. 영화를 보는 상당수의 관객이 아닌강의 언어보다는 스톤이 구사하는 영어에 익숙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관객은 스톤처럼 아닌강의 말을 이해할 수 없지만, 개 짖는 소리나 아기의 울음소리는 관객들도 역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이렇게 <그래비티>는 우주에 고립된 스톤과 지구 어딘가에서 그와 교신하는 아닌강 간의 시공간을 초월하는 특별한 유대감을 사운드를 매개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다시 코왈스키의 목소리다. 코왈스키는 스톤을 다시 한번 구해낸다. 아닌강과의 교신 이후 산소를 줄여 죽으려 했던 스톤은 정신을 잃어가다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이후 제시되는 코왈스키의 환영과 스톤의 대화 신이 끝나는 지점은 스톤을 부르는 프레임 바깥에서 코왈스키의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이다. 극중 코왈스키의 목소리는 내재 공간에서뿐만 아니라 프레임 바깥에서의 외재적인 음향으로 자주 동원된다. 처음 스톤이 고립된 상황에서도 같은 내재 공간인 우주 속 어딘가에 있는 코왈스키의 목소리는 외재적 음향 표지로 등장해 스톤이 처한 고립된 상황을 강조하고 다음 플롯으로 넘어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스토리 공간 속의 인물이 내는 소리를 내재적/외재적으로 적절히 변주하는 방식은 관객이 스톤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서사적으로 중요한 지점을 강조하는 수단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그래비티>는 이처럼 사운드가 유발하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선보인다.
평자와 대중들은 공통적으로 <그래비티>가 훌륭한 우주 체험 영화라고 말한다. 우주 공간을 그려낸 수많은 영화와 <그래비티>를 비교했을 때, <그래비티>만의 영상미, 시공간 묘사와 촬영 기법 등은 분명히 이 영화를 매력적인 우주 체험 영화로 가공한다. 이때 여기에 사운드가 빠져서는 안 된다. 내가 말하는 사운드는 삽입된 사운드트랙, 작곡된 스코어, 믹싱으로 첨가된 음향 효과, 녹음된 인물의 대사 등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코왈스키가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트는 팝송이나, 고증이 완벽하게 된 효과음 등도 물론 중요하고 우주의 공간감을 살리는 특수한 스코어나 음향 효과 역시 영화를 지탱하는 주요한 요소이다. 이 영화의 사운드는 서사 전개의 스타일적 패턴이나 도구로 극을 이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사운드 미학은 거기서 더 나아간다. <그래비티>는 사운드만으로 관객이 인물과 시공간적 배경에 동화될 수 있도록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음향이 영화에 어떤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래비티>는 매력적인 사운드가 존재감을 뽐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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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찰에서 믿음으로, 성장하기
! 이 글은 영화 <와일드 투어>에 대한 약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감독) 미야케 쇼
출연) 이토 호노카, 야수미츠 류타로, 쿠리바야시 오스케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영화감독을 뽑으라면 ‘미야케 쇼’라는 이름은 세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새벽의 모든>은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에 발 맞춰 최근에는 그의 이전 작품들인 <와일드 투어>와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가 국내에서 정식 개봉하기도 하였다.
흔들리는 청춘에 대해
그의 작품들은 흔들림에 대해 얘기한다. <새벽의 모든>에서는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에서는 시각 장애인 복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보다 직관적으로 방황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그가 그려내는 캐릭터는 누구보다 인간적이며 동시에 흔들린다. 그럼에도 인물들은 천천히 중심을 잡아간다. 그것이 미야케 쇼의 시선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와일드 투어>에는 대학생 ‘우메’와 중학생 ‘타케’, ‘슌’이 등장한다. 그들은 워크숍의 일종으로 한 팀이 되어 식물 채집에 나선다. 새로운 종을 찾아 비닐 속에 밀봉하고, 센터에 돌아와 DNA를 분석한다. 그렇게 DNA 도감을 완성해간다. 그런 와중 그들의 마음에는 또 다른 감정이 피어난다. 타케와 슌은 우메에게 좋아하는 감정이 생긴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서툴며, 표현의 방법을 모른다. 우메는 반대로 헤어진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한다. 세 사람의 마음은 흔들리며, 그렇게 삼각 관계가 시작된다.
관찰에서 얻을 수 있는 것
미야케 쇼 감독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관조하는 카메라’를 뽑을 수 있다. 익스트림 롱샷은 주로 설정샷으로 사용된다. 앞으로 사건이 발생할 이곳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마블 영화처럼 다양한 로케이션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주로 사용된다. 물론 감독의 연출에 따라 의도되어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에서는 말을 타고 달려오는 인물을 굉장히 멀리서 찍어내 Z축을 활용한 화면의 깊이감과 공간감을 높였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는 캡틴 아메리카와 타노스 군단의 대치 장면을 멀리서 잡아 무너진 힘의 균형을 보여주면서도, 신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미야케 쇼가 사용하는 익스트림 롱샷은 다른 영화들과는 무언가 다르다. 먼저, 그의 이야기는 작은 공동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공간의 이동 또한 많지 않다. 게다가 씬의 초반이 아닌 중간중간에 삽입하는 형식으로 샷을 사용한다. 이에 대한 해석은 <와일드 투어>에서 조금은 찾을 수 있었다. 우메와 타케, 슌이 식물 채집을 나서는 것은 사실상 세상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과 같다. 새로운 DNA를 발견하고, 채집하고, 보존하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방식,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그들이 새로운 식물을 구별하기 위해선 관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관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감독은 우리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다. 우리가 관찰한 인물들에 대해, 우리가 마주한 사건들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시간 말이다. 동시에 그는 작은 이야기가 작은 이야기로 머물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 도시의 원경을 통해 이 이야기는 어느 곳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다.
믿음으로 향하는 마음
그렇다면 그의 이야기의 종착지는 어디인가? 세 인물의 채집 활동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다. 하지만 그들의 개인적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속에 순수한 희망의 감정이 남는다. 그 이유는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감독의 시선에 있다. 감독은 과정 속에서의 성장이 값진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성장은 대화와 유대를 통해 이루어진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의 세 청춘은 방황하지만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간다. <새벽의 모든> 속 두 인물은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한다. <와일드 투어> 속 유메, 타케, 슌은 협력을 통해 세상을 알아간다.
미야케 쇼의 영화는 관찰에서 믿음으로 향한다. ‘남’이었던 관계가 ‘우리’가 되는 유대의 과정에서 인물들은 성장한다. 동시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연대의 과정에서 관객들 또한 성장한다. 이 감독에게는 소년의 순수한 믿음이 남아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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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란의 칼춤 속 보이는 작금의 현실
혼란의 시대! 말 그대로 <전, 란>은 혼란스럽다. 7년 동안 이어진 임진왜란이 아닌 그 이후를 본격적으로 다룬 이야기에는 전쟁보다 더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이 그려진다. 그래서일까. 왜란이 벌어진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놓인 조선의 현실을 마주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낯설지 않다. 지금과도 별반 차이 없는 암울한 사회상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 시절, 조선에서 벌어진 혼란의 칼춤으로 소환된 작금의 현실은 무엇일까?
양민이었지만 빛 때문에 노비가 된 천영(강동원)은 콧대 높은 무신 집안의 종으로 들어간다. 그가 하는 일은 그 집 귀하디 귀한 아들 종려(박정민)가 검을 잘못 다를 때마다 대신 맞는 것. 너무 많이 맞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천영은 어떻게든 살기 위해 밤마다 종려를 불러 검술을 연습한다. 이후, 천영은 회초리의 위협에서 벗어나 종려의 검술 스파링 상대가 된다. 시간은 흘러, 매번 무과 시험에 낙방하는 종려를 대신해 천영은 무과 시험에 합격하면 면천(免賤, 천민의 신분은 면하고 평민이 됨)을 해주겠다는 약조를 받고, 당당히 장원급제를 한다. 하지만 종려 아비는 면천 대신 천영을 죽이려 한다. 오해의 또아리를 풀지 못한 채 시간은 흐르고 이들은 임진왜란을 맞는다.
<전, 란>은 시작부터 “조선시대 양민과 천민은 친구가 될 수 있는가?”란 물음을 던진다. 이 질문의 무게감을 더하듯 영화는 신분과 계급을 떠나 누구든 평등하다는 의미의 ‘대동(大同) 사회’를 꿈꿨던 정여립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대동의 의미는 곧 왕권을 향한 반란으로 해석한 선조(차승원)는 정여립의 목을 광화문 시장에 전시하고, 공포감을 조성한다. 그리고 그곳에 추노에게 붙잡힌 천영이 등장한다.
영화는 초반부터 철저한 계급사회가 존재했던 조선 시대에서 양반과 천민의 우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못 박는 듯하다. 천영과 종려는 어렸을 때부터 쌓아온 유대감을 통해 한 때 동무를 꿈꿨던 이들이긴 하지만 왜란을 겪고, 오해와 불신을 거듭한 이들에게 남은 건 분노와 후회가 점철된 칼부림뿐. 계급과 처한 위치에 따른 둘의 대립은 조정과 의병들의 싸움으로 번진다. 이는 생각과 이념이 다른 이들의 싸움처럼 보이고, 결은 다르지만 지금도 이곳 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과도 흡사해보인다. 청과 적의 싸움 등 입는 옷 색깔, 손에 쥔 환도의 모양만 봐도 영화의 제목처럼 이들이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인지 잘 알 수 있다.
앞서 소개했듯이 <전, 란>의 주요 이야기는 왜란 이후의 이야기다. 선조를 위시한 기존 세력은 무너진 왕권과 사회를 정립해 나가려하고, 천영을 대표로 한 새로운 세력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투쟁한다. 마치 보수와 진보의 싸움과도 같아 보인다.
극 중 왜장 겐신(정성일)이 등장하지만, 영화 속 주적은 배가 고파 시체를 먹는 민중들은 거들떠보지 않고, 의병 활동으로 왜놈들을 물리친 이들에게 공을 인정하기지도 않은 채 무너진 경복궁(왕권) 재건에만 힘쓰는 선조다. 이 왕은 최악의 지도자다.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 궁을 버리고 도망가는 건 물론, 피난길에 부실한 음식 투정을 하고, 살기 위해 나룻배에 매달린 백성을 처참히 죽이라 명하는 등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편의 블랙코미디처럼 희화화 하는 선조의 모습은 백성을 일개 종으로 생각하는 인물로 보인다. 이는 누가 지도자를 맡느냐에 따라 변모하는 왕권사회의 헛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부분. 여기에 한 술 더 떠 자신이 가진 권력을 어떻게든 지속하기 위해 친일파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의 등장과 백성들의 고혈을 빼먹는 이들의 행동은 울분과 침통함을 곱절 느끼게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영화는 천영의 성장 서사를 굳건히 다진다. 이는 이름을 통해 드러난다. 자신의 이름에 뜻이 없었던 천영은 종려를 통해 ‘따를 천’, ‘그림자 영’을 받는다. 이후 의병장 자령(진선규)은 ‘하늘 천’, ‘빛날 영’이란 이름을 받는다. 아무 의미 없었던 평민이 세상과의 대립과 싸움을 거쳐 비로소 자신의 진정한 이름을 얻는 과정은 양민도, 노비도, 창의검신도 아닌 본인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이후 함께 의병 활동을 했던 범동(김신록)의 이름을 따서 그 의미를 부여하는 위치까지 이른다.
다만, 흥미롭게 진행되는 역사적 이야기에 비해 극 중 인물들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주요 인물은 천영과 종려는 역사라는 무게감에 짓눌렸는지 다소 평면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머리로는 울분과 비통함을 알겠으나, 마음까지는 설득되지 못한다. 차승원, 김신록의 연기는 돋보였지만, 이 또한 마음을 이끌어내는 데는 다소 약하다. 대신 알고 있었지만 영상화된 좌절의 역사를 보는 것 자체는 그 의미가 깊다. 극화된 부분임에도 고난의 연속이었던 민중의 삶을 두 눈으로 담을 수 있는 계기는 영화의 큰 의의다. 수위가 높음에도 학생들에게 널리 보여주고 싶은데 특히 마지막 선조가 열라하는 궤짝 장면은 시청각교재로 꼭 쓰고 싶다.
아쉬움을 달래듯, 영화의 가진 주제의 무게감을 덜어내듯 화려한 검술 액션 눈길을 사로잡는다. <군도: 민란의 시대>만 봐도 강동원이 검을 들면 엑션이 산다는 건 당연지사. 이번에도 그의 검술 액션은 멋진 감상 포인트다. 박정민과 정성일의 검술 액션도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마지막 해무가 가득한 해변에서 이들이 검술 대결은 그 자체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전, 란>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본디 영화제의 개막작이라고 한다면 그 시대를 반영하는 주제를 갖고 있거나 영화제가 지향하는 주제가 담겨 있기 마련.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OTT 오리지널 영화로서 첫 개막작 선정이라는 의미로 그치지 않는다. 보면 안다. 왜 영화제가 이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했는지를 말이다. 멋진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역사를 통한 정치, 사회적 이슈를 활용했는지, 아니면 그 반대였는지는 보는 이들에게 갈리겠지만, 이 영화를 통해 작금의 현실을 떠올리는 건 모두다 마찬가지일 터. 미국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는 이렇게 말했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한 자,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사진제공: 넷플릭스
평점: 3.0 / 5.0
한줄평: 혼란의 칼춤 속 보이는 작금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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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손익분기점을 넘긴 한국영화 모음
1070만 명을 돌파하면서 올해 최고 흥행 영화가 된 <서울의 봄>!
오늘은 한국의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들을 모아왔는데요. 높은제작비를 들인 영화는 흥행에 실패하고 비교적 적은 제작비를 들인 영화들이 큰 흥행에 성공했네요
그 중에서도 <범죄도시 3>의 기록은 어마어마할 정도... 입소문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늘어나면서 한국 영화관의 올해 키워드는 '역주행'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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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룩 업> 진짜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제니퍼 로렌스)'와 담당 교수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박사는 한 혜성이 100% 확률로 지구와 직접 충돌할 것이라는 경악스러운 사실을 발견한다. 이에 두 사람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대통령 '올리언(메릴 스트립)'과 그녀의 아들이자 비서실장 '제이슨(조나 힐)'의 집무실 방문부터 '브리(케이트 블란쳇)'와 '잭(타일러 페리)'이 진행하는 인기 토크쇼 출연에 이르기까지 불편한 진실을 전달하고 납득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대통령과 거대 IT 기업의 회장 '이셔웰(마크 라이런스)'를 포함한 모든 이들은 각자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진실을 곡해하며 극심한 갈등을 빚고, 그 사이 지구와 인류는 하루하루 종말에 가까워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돈 룩 업>의 겉모습은 애덤 맥케이 감독의 전작인 <빅쇼트>와 <바이스 중 후자와 매우 유사하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 부통령(vice president)이었던 딕 체니를 '악(vice)'으로 규정하고 신랄하게 비꼬았던 <바이스(Vice)>처럼 <돈 룩 업>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당장 올리언 대통령이 철저히 표에 따라 혜성에 대비하는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것이나 정치적 능력이 전무한 아들 제이슨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은 트럼프의 포퓰리즘 정책과 가족 인사에 대한 풍자라고 할 수 있다. 올리언이 명백한 자연재해인 혜성의 접근을 부정하는 것도 지구온난화를 부정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력을 평가절하했던 그의 실책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 룩 업>을 정치 풍자 영화로만 이해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정치 비판은 외관과 달리 단순히 한 개인의 실정을 비난하거나 좌우 진영 논리에 빠지는 대신, 더욱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하기 때문이다. <돈 룩 업>이 진정으로 문제시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부재한 사회상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각각의 기능에 따라 분화된 현대 사회의 시스템들 사이에 가교가 부재한 현실의 결점을 날카롭게 찌르고 있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각자 고유한 기능을 전담하는 시스템의 공존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중세 시기만 하더라도 사회의 모든 기능은 종교와 도덕의 영역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정치와 법, 경제, 문화에 이르는 모든 영역에서 신성하지 못하거나 악마적이라고 여겨지는 대상은 배척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그렇지 않다. 현대 사회에서 종교나 도덕은 부정선거, 주가 조작, 논문 표절, 스포츠 선수의 도핑처럼 정치, 경제, 법의 시스템이 온전히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만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렇지 않은 경우 각각의 시스템은 철저히 자신의 영역 내에서만 작동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권력의 크기와 경제적 이윤이 직접 연관될 수는 없으며, 돈이 많다고 재판에서 무조건 이기지는 못하며, 정치적 이유로 예술 창작 자유를 침해하면 안 된다.
문제는 이처럼 독립된 시스템들이 각자 영역 내에서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만 몰두할 뿐 전체 사회 구조의 유지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협력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현재 경제나 과학기술의 영역에서는 암호화폐의 등장과 같은 새로운 혁신이 발생하고, 학문이나 문화의 영역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각 시스템 간의 소통의 부재는 법과 정치의 시스템이 그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게 하며, 더 나아가 빠르게 발전한 시스템이 뒤처진 시스템의 기능을 침범하게 한다. 그 결과 현실에서는 자본이 사회적으로 유일한 진리가 되거나, 정책 설계에 있어서 전문가의 의견보다도 정치적 유불리가 중시되는 등 사회 전체의 구조가 무너진다. <돈 룩 업>은 바로 이 대목을 풍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환기하려 한다.
실제로 <돈 룩 업>은 사회적 시스템 간 소통 부재와 그로 인한 문제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가득하다. 혜성을 처음으로 발견한 게이트와 민디 박사가 올리언 대통령에게 그 사실을 전달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민디 박사가 천문학적 용어를 동원해 혜성이 지구에 충돌할 것이라는 끔찍한 사실을 말해도 정작 해당 언어를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 전무한 백악관 대통령실의 분위기는 그저 평온하다. 참다못한 케이트가 지구와 혜성이 부딪히면 모든 생명체가 죽을 것이라고 가장 쉬운 방식으로 경고해도 대통령과 비서실장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대신 과학적 발견은 정치의 시스템 안에서 철저히 득표를 위한 수단으로 치환되고, 실질적으로 정치인과 과학자 간의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과학자는 언론인과도 소통하지 못한다. 대통령의 반응에 실망한 케이트와 민디 박사는 차선책으로서 언론을 통해 진실을 알리고 여론을 움직여 보려 한다. 그러나 토크쇼에서는 그들의 발견을 그저 수많은 가십 중 하나로 취급할 뿐이다. 정작 토크쇼에서 건져낸 것은 아무도 그 진실과 미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 경악하고 분노한 케이트를 조롱하는 각종 밈과 짤, 그리고 랜들의 외모에 주목하는 인기에 불과했다. 신문사에서도 자체적인 팩트 체크를 이유로 그들의 과학적 발견을 기사화하는 것을 거절한다. 이에 더해 과학과 경제, 정치와 시민사회 사이에서도 시스템의 소통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다. 혜성 충돌마저도 경제적 효용으로 계산하는 거대 IT 기업의 회장 이셔웰은 민디 박사를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들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는다. 정부가 좀처럼 혜성 관련 정책 변화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의심이 자라나고, 이는 폭동으로 이어진다.
과학의 영역 안에서도 세부 분과별로 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케이트의 발견을 두고 나사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이나, 이셔웰이 혜성을 파괴하고 혜성에 존재하는 여러 광물 자원을 활용할 대책으로 제시한 신기술이 동료평가(peer review)도 거치지 않은 결과물이라는 사실은 진정한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다. 심지어 종말이 임박한 순간 올리언 대통령이 아들인 제이슨 비서실장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상황은 위에서 열거한 모든 문제점을 한 장면에 함축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렇기에 영화가 후반부에 종교적 심성으로 회귀하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민디 박사의 가족과 친구가 모두 모여 마지막 식사를 할 때, 그들은 모인 이들 중 종교를 믿는 이가 없는데도 케이트의 남자 친구인 '율(티모시 샬라메)'의 도움을 받아 신에게 기도한다. 이는 기도하는 방법도 모를 만큼 과거와 달리 탈종교화된 현대 사회의 일면을 보여줌과 동시에,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를 개선하지 않으면 현대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모든 체계가 실패하고 끝내 종교에 기댈 수밖에 없는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지구를 멸망시키는 것은 혜성이나 지구온난화 같은 자연재해나 특정한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막을 수 있는데도 막지 못하는 현대사회의 체계적 문제라고 일침을 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돈 룩 업>은 애덤 맥케이 감독의 장점이 잘 발휘된 작품이자 <바이스>보다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을 착실하게 추적한 <빅쇼트>에 가까운 영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빅쇼트>는 비판의 대상을 철저히 미국 경제 시스템의 모순과 병폐에 국한한 영화였다. 애덤 맥케이 감독은 특정 개인의 사악함이나 불행함에 초점을 두고, 악한 인물들을 보여주면서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거나 분노를 터뜨리며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는 손쉬운 길을 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케이트 블란쳇이나 티모시 샬라메처럼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타들을 제각기 언론인, 정치인, 과학자와 같은 조연으로 캐스팅한 선택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여러 스타 배우의 존재가 특정 캐릭터에게 쏠릴 시선을 분산시키는 사이, 영화는 친숙한 스타의 얼굴을 통해 정치, 언론, 과학, 경제와 같은 서로 다른 시스템 간의 단절된 관계성을 직관적으로 제시하고 메시지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다만 몇몇 단점으로 인해 사회적 시스템 자체를 풍자하려는 <돈 룩 업>의 의도는 다소 희석되는 감이 있다. 일단 과학자들이 재난을 경고하며 울분을 토한 뒤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무시하는 전개가 몇 차례에 걸쳐 반복되는 것은 결코 짧지 않은 영화의 러닝타임(139분)을 고려할 때 다소 과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애덤 맥케이 감독이 SNL 작가로 일한 경력이 있는 만큼 이는 SNL의 한 코너를 가능한 길게 늘여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토크쇼 출연처럼 전체적인 흐름에 어울리지 않는 장면으로 인해 극의 집약도와 완성도를 전체적으로 하락시킨다.
또한 앞서 보았듯이 지나치게 일차원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풍자의 방식도 호불호가 갈릴 여지를 남겨놓는다. 해당 묘사 자체는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영화의 주제와 통찰에 쏠려야 할 주의와 관심이 분산되면서 영화의 의도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의 메시지에 공감하면 공감할수록 그 전달 방식은 역으로 더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애덤 맥케이 감독 특유의 코미디 연출 센스, 시간선을 꼬아놓는 식의 화려한 편집과 날카로운 사회적 메시지가 만난 케미스트리보다 크지는 않기에 <돈 룩 업>은 여전히 호평이 아깝지 않을 작품이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바보야 진짜 문제는 정치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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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 인연 / デジモンアドベンチャー LAST EVOLUTION 絆, 2020
보수와 진보가 오랜 시간 동안 으르렁거리듯이 필자와 같은 90년대생들에게 "디지몬"과 "포켓몬"의 대립은 여전히 회자되는 주제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과연, 디지몬은 아는지?'를 되묻게 할 만큼 그들의 입지는 많이도 달라졌는데요.
그런 점에서 2015년에 들려온 <디지몬 어드벤처 트라이>의 6부작 소식은 기대를 많이 했지만 아시다시피,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트라이>가 성공했다면 나오지 않았어도 될 작품이었으니 이번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은 기대보단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럼에도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을 보게 된 이유에는 '어드벤처'라는 4글자를 무시할 수는 없더군요.
과연,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은 <트라이> 6부작의 아쉬움을 달랠만한 작품이었는지? - 영화의 감삼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는 디지털 월드로부터 세상을 구한 "신태일"과 친구들은 종종 디지털 월드의 균열로 침범하는 디지몬들로부터 세상을 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 졸업반인 "태일"과 "매튜"는 디지몬뿐만 아니라 자신의 미래에 슬슬 결정할 순간이 다가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 세계에 존재하는 선택받은 아이들이 쓰러지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이번 일에 "에오스몬"이라는 디지몬이 연관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이에 "타이치"와 "야마토"는 오메가몬을 내보내지만, 도중에 진화가 풀리고 마는데...
막상, 마지막이라고 하니 아쉽네.
1. 트라이의 문제점들이 개선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번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은 이전 <트라이>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비교 대상이 <트라이> 6부작이기에 한없이 좋게 볼 수도 있겠지만, 나쁘게 볼 수도 있으니 피아식별을 잘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은 <트라이> 6부작이 아니더라도 잘 만든 극장판입니다.
먼저, <트라이> 6부작과 비교하자면 각 캐릭터들의 분량이 눈에 띕니다.
많은 캐릭터들 중에서 누가 있을까?
기존 <트라이> 6부작에서 아쉬운 점은 <파워 디지몬>에서 나왔던 인물들의 활용이었습니다. 극 중 이들이 갇혀있는 듯한 캡슐을 보여주나 이에 대한 해명은 존재하지 않은 채 끝나고 마는데요.
이외에도 <어드벤처>시리즈의 주인공들이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보여주나 이마저도 각기 1장으로 그치고 맙니다.
그렇기에 이야기는 이어진다는 시리즈임에도 똑같은 도돌이표를 반복하며 앞서 언급한 <파워 디지몬>의 캐릭터들에 대한 떡밥도 해소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은 1편뿐이니 무엇을 남기는 거 없이 시원시원하게 전개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파워 디지몬> 캐릭터들도 이번에는 나와주니 팬들에 대한 서비스도 챙기는 모습이고요.
2. 오직, 시리즈만 선보일 수 있는 퍼포먼스
팬들에 대한 서비스에 대한 말처럼 이번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는 <트라이> 6부작뿐만 아니라 기존 극장판들에 대한 오마주들이 상당히 많이 존재합니다.
이번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의 구조는 <우리들의 워 게임!2000>을 연상케합니다.
디지털 월드에 등장한 "에오스몬"을 "오메가몬"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은 "디아블로몬"에서 바뀌었을 뿐 크게 다르지도 않고 백업 멤버들도 "리키"와 "한솔이"로 똑같으니까요.
여기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 캐릭터들이 "태일"과 "매튜"이니 이를 보는 관객들에게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는 낯선 작품은 더 이상 아닐 겁니다.
어드벤처 팬들은 지금 모이세요!
이외에도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는 또 하나의 작품을 떠오르게 만드는데, 그건 <운명적 만남1999>입니다.
극 중 초반 디지몬이 현실 세계로 나와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디지몬이 그때의 디지몬이고, "태일"이 부르는 호루라기까지 올드팬들이라면 잠시 추억에 잠길만한 장면들입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오마주"에 그쳤다면 추억 회상으로 끝났을 겁니다.
특히, 외부 영화들을 그대로 따온 것이니 이 극장판만의 새로움을 기대한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를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결합했으며, 무엇보다 "시리즈"만이 할 수 있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3. 그저, 짜깁기만 한 영화는 아닙니다.
이를 본다면, 이번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는 그저 예전 극장판을 짜깁기해 좋아할법한 영화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은 <토이 스토리 32010>에서 "우디"와 "버즈"가 "앤디"를 보내는 '안녕... 파트너'를 떠오르게 만듭니다.
이 말인즉슨, 이번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은 시청자들과 함께 성장해온 작품으로 바라볼 수 있는데요.
결국, 이번 극장판의 제목인 "라스트"가 진짜 마지막이라는 것이죠.
많이 컸네?
이번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에서 다뤄야 할 설정은 "어른이 된다면 디지몬과의 파트너십은 해제된다"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이번 악역으로 나오는 "메노아"도 이와 관련된 동기를 가진 캐릭터로 주인공 캐릭터들과 반대 입장이니 "디아블로몬"보다 더 인상적인 악당인데요.
그런 점에서 "메노아"가 만들어낸 "네버랜드"는 아이들만 올 수 있는 <피터팬>의 "네버랜드"를 연상케합니다. (여기에 "메이코(디지몬 어드벤처 트라이)"도 있더라...)
특히, 유리로 만들어진 이곳은 깨질 것만 같은 인상도 있지만 투영된다는 이미지도 존재합니다.
이로써 "메노아"의 반전도 있겠지만, 깨지고 싶지 않은 관계임을 투영시킨 공간도 상당히 잘 어울렸습니다.
4. 진화와 성장에 대해서...
이쯤 하면, 굉장히 재밌는 작품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에게도 아쉬운 점은 존재합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태일"과 "매튜"의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나가기에 다른 캐릭터들의 분량이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여기에 디지몬들의 진화도 오리지널 에피소드들에서는 나름 최고치를 찍었지만, 엔젤몬과 니드몬, 원뿔몬 등 성숙기에 그치고 맙니다.
그렇기에 액션에 대해서 아쉬움도 생기는데요.
무엇보다 "오메가몬"이 아닌 새로운 진화체의 등장은 호불호가 생길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저는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에 "에오스몬"의 파워 인플레도 초반과 후반부에는 달라지니 94분으로는 이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싸움이 전부는 아니니까
그럼에도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에게 눈물이 핑 도는 것은 "아구몬"이 일어난 "태일"을 향해 고개를 드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아구몬"은 "태일아, 많이 컸네?"라는 대사를 하고는 "태일"은 "나는 컸고, 너는 그대로네"라는 대사로 대답을 이어나갑니다.
이는 "태일"뿐만 아니라 이를 보는 저를 비롯한 시청자들을 꿰뚫는 대사처럼 들리는데요.
분명히, 디지몬은 숱한 진화를 겪는데도 도와주는 파트너인 인간들은 도리어 성장을 무서워하니 영화는 이런 아이러니를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디지몬"을 비롯하여 많은 만화들을 놓지 못했고, 이를 놓는다고 해서 성장할지는 모르지만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 대사와 장면임은 분명했습니다.
나오는 데 있어 <트라이>때문에 고생한 극장판이지만, 결과는 디지몬 최고의 극장판이라고 손색없을 만큼 잘 나와주어서 이렇게 헤어질 수 있어서 행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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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이 영화 어렵게 승인 받았습니다. 극찬 받은 이 영화 꼭 보세요.[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 콜드스킨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배급사)의 사용 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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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배꼽주의※
원조 스우파 배윤정과 함께 풀어보는
영화+댄스+토크쇼!!!!!! 1석3조!!!!!
"리뷰야 댄스가 하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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