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4-17 09:44:33
당신이 사랑하는 스웨덴 영화
스웨덴영화
❣️[Cinelab Curation]❣️
씨네랩에서 진행되고 있는 챌린지 [스크린 너머 세계속으로…]는 스웨덴편을 진행 중인데요!
이를 기념해 특별 큐레이션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 스웨덴 영화들을 모아 봤어요❣️
소개해 드린 영화 외에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스웨덴 영화는 무엇이 있나요?
씨네랩과 함께 나눠주세요!🧡
아직 챌린지에 참가하지 않은 분들은 하단 링크를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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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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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 학교는'부터 '킹덤: 아신전'까지,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시리즈 라인업
'지금 우리 학교는'부터 '킹덤: 아신전'까지,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시리즈 라인업
이래서 넷플릭스는 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라인업을 보고도 끊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데요. 넷플릭스에서 2021년에 공개되는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시리즈의 라인업과 함께 해당 작품들의 공식 스틸 이미지들을 공개했습니다. 하나같이 다 기대되는 작품들인데,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더 가슴이 뛰는데요. 넷플릭스가 마음먹고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 넷플릭스의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총 9개의 오리지널 시리즈의 공식 스틸 이미지가 공개되었는데요. 아직까지 구체적인 공개일자가 공개된 작품은 없기 때문에 표기는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2021년 말 혹은 늦어도 2022년 초에는 9개의 작품들 전부 공개될 것 같네요. 그럼 올해 어떤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시리즈들이 팬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줄 준비를 하고 있는지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미지 출처: Netflix Korea
<킹덤: 아신전>
연출: 김성훈 감독
출연: 전지현, 박병은
K-좀비, 한국 드라마의 우수함을 본격적으로 세계에 알리는 작품이었죠. <킹덤> 시리즈의 외전이라고 할 수 있는 <킹덤: 아신전>입니다. 지난 <킹덤> 시즌2 엔딩에 잠깐 등장한 것만으로도 그 존재감을 뽐냈던 배우 전지현이 맡은 캐릭터 '아신'이 이번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북방 여진족 부락의 후계자 아신과 생사초의 비밀을 다루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연출: 이재규 감독
출연: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또 하나의 넷플릭스, 한국, 좀비 조합입니다. 웹툰을 즐겨보시는 20~30대 분들이라면 아마 이 작품도 많이들 기억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바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연재됐던 네이버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입니다. 개인적으로 웹툰 입문을 이 작품으로 하게 됐고, 좀비라는 장르에 본격적으로 재미를 느끼게 해줬던 작품이라 실사화가 확정됐을 때 정말 기뻤던 기억이 있습니다. 메가폰은 <베토벤 바이러스>, <더 킹 투 하츠>, <완벽한 타인> 등을 연출한 바 있는 이재규 감독이 맡았다고 합니다. 부디 잘 나와줬으면 좋겠네요.
<마이 네임>
연출: 김진민 감독
출연: 한소희, 박희순, 안보현, 김상호
이번에 공개된 스틸 중에서 가장 강렬한 스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해 최고 시청률 28.4%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종영했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여다경' 역을 맡으며 존재감을 뽐냈던 배우 한소희가 그때와는 180% 다른 이미지로 돌아왔는데요. 한소희는 이번 작품에서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히기 위해 언더 커버가 되는 주인공 '지우' 역을 맡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4월 공개됐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의 김진민 감독이 이번 작품의 메가폰을 잡으면서 넷플릭스와의 호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
연출: 김성호 감독
출연: 이제훈, 탕준상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청년 '그루'와 어느 날 갑자기 그의 후견인이 된 '상구'가 유품정리업체를 운영하면서 죽은 이들이 남긴 마지막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을 그렸다는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입니다. 안정감 있는 연기력으로 베테랑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제훈과 <사랑의 불시착>으로 눈도장을 찍은 탕준상이 각각 상구와 그루를 연기했는데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김성호 감독이 이번 작품의 메가폰을 잡았다고 합니다. 마음 따뜻해지는 그런 힐링 드라마가 나올 것 같습니다.
<D.P.>
연출: 한준희 감독
출연: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또 다른 드라마 <D.P.>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품인데, 김보통 작가님의 웹툰 <D.P. 개의날>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라고 하네요. <D.P.>는 대한민국의 여느 평범한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군복무를 하던 이등병 '준호'가 어느 날 군무이탈 체포조가 되어 탈영병을 쫓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그리는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군대를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군복무를 하고 오신 분들이라면 공감 가는 부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대세 배우 정해인이 주인공 준호 역을 맡았고, 김성균, 손석구, 구교환 등 작품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습니다. 연출을 <차이나타운>, <뺑반>의 한준희 감독이 맡았다고 합니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연출: 권익준 PD, 김정식 PD
출연: 박세완, 신현승, 영재, 민니, 한현민
이번에는 시트콤입니다. <남자 셋 여자 셋>, <논스톱>의 권익준 PD와 <하이킥>, <감자별>의 김정식 PD가 공동 연출을 맡은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인데요. 서울의 한 대학 국제 기숙사에 살고 있는 다국적 학생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청춘을 담은 시트콤이라고 합니다. 시트콤 장인들이 참여한 작품인 만큼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그런 한국형 시트콤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지옥>
연출: 연상호 감독
출연: 유아인, 박정민, 김현주, 원진아, 양익준
이 작품도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요. 바로 <부산행> 연상호 감독과 <송곳>의 최규석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지옥>입니다. 연상호 감독은 직접 메가폰을 잡기도 했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 그리고 그들과 마주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합니다. 원작을 모르는 분들이라도 캐스팅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할 것 같은데요. 유아인을 필두로 박정민, 김현주, 원진아, 그리고 양익준이 출연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30대 남자 배우들 중에서 최근 가장 좋은 폼을 보이고 있는 유아인과 박정민이 주연을 맡았네요. 거기에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까지 있고요. 공개 전에 원작 웹툰도 챙겨 봐야겠습니다.
<오징어 게임>
연출: 황동혁 감독
출연: 이정재, 박해수
오징어와는 거리가 먼 두 미남 배우 이정재, 박해수가 출연한 <오징어 게임>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이정재가 실직한 가장 '기훈' 역을, 박해수가 회사 자금을 유용하다 위기를 맞게 된 '상우' 역을 맡았다고 합니다. 참가자들은 어마어마한 상금이 걸려있는 만큼 목숨 역시 내걸어야 하는 극한의 서바이벌 게임 참여하게 된다고 하네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을 연출한 바 있는 황동혁 감독이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았습니다.
<고요의 바다>
연출: 최항용 감독
출연: 공유, 배두나, 이준
마지막까지도 엄청난 캐스팅이네요. 공유, 배두나, 이준이 주연을 맡았고 정우성이 제작을 맡은 드라마 <고요의 바다>입니다. 이 작품은 최항용 감독이 지난 2014년에 발표한 동명의 단편 영화를 장편 시리즈로 확장한 것인데요. <고요의 바다>는 사막화로 인해 물이 부족해진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에 의문의 샘플을 회수하러 가는 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고요의 바다>는 지금까지 소개한 작품들 중에서 가장 도전적인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한국에서도 우주를 배경으로 한 멋진 SF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공유님은 점점 더 멋있어지는 것 같습니다.
"본 콘텐츠는 네이버 블로거 리쓰남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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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두사와 싸우는 법
이 글은
영화 [놉]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퍼가거나 인용 시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조던 필 감독의 작품은 어딘가 불편하다.
차마 건드리지 못했던 주제에 대해 과감하고 가감 없이 시선을 주는 면에서 그렇다.
그러나 그저 고발의 목소리에서 그치지 않고. 이 불쾌감의 근원을 관객들의 마음속에서 끄집어 내 양지로 가져오는 역할도 자처한다. 덕분에 우리는 스스로의 마음에 묻은 음습함이 얼마나 짙고 추했는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알 수 있게 되었고. 이 마음이 뙤약볕에 잘 말려진 후 다시 제모습을 찾은 것을 보는 데서 오는 기시감도. 다시 품 속으로 마음을 돌려 넣을 때 오는 안도감도 함께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겟 아웃]과 [어스]에서는 인종 차별적인 문제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 영화 [놉]은 그 어떤 알 수 없는 존재가 주는 공포로 관객들을 마주하려 한다. 영화 개봉 직전까지 알려진 정보가 없어 이로 인해 관객들의 추측만 난무했다는 점도 이번 영화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데 한몫했다.
한국에서 자신의 작품이 흥행한 것이 너무 기뻐 조동필이라는 애칭을 sns에까지 박제해버린 감독의 이번 작품은. 얼굴도 안 보고 그냥 데려간다는 셋째 딸 같은 영화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죠스의 재현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감독이 천재성을 드러내는 방법
사진출처:다음 영화
창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물이라는 말이 영화 [죠스]처럼 잘 어울리는 작품은 없을 것이다.
제아무리 스필버그 감독이라 해도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해 맞부딪칠 수밖에 없었을 기술적(혹은 금전적) 한계는. 달랑 지느러미를 보여주며 상어를 연상시키는 쪽으로 영화의 방향을 수정하게 만들었다. 아직 트이지 않은 길 때문에 목표 지점을 눈앞에 두고 돌아가야 했을 감독의 눈물이 바다처럼 차올랐으리라.
그러나 그 “달랑”지느러미 하나는 감독이 눈물로 쌓은 바다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영화 한 편의 서스펜스도 바닷물처럼 차오르게 하는 일등 공신이 되었고. 제목만큼이나 강인한 턱뼈로 블록버스터 영화의 시초라는 전리품 같은 타이틀을 확신에 찬 채 우적우적 씹어 삼킬 수 있었다.
그 기념비적인 영화 이후로 몇십 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오히려 기술의 발달을 영화 전반에 내세워 뭐든 "보여주려"라는 시대가 당도했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으로 화려함을 강조하는 트렌드가 이제는 영화의 장애물이라고 판단했는지. 감독은 슬그머니 뒷걸음치는 것을 전략으로 삼은 듯하다.
[놉]은 영화 속 지느러미의 역할을 음향(음악)과 색채에 맡겼다. 그리고 그 미끼들의 효과는 영화계의 시초가 그랬던 것처럼 확실하고 효과적이다. 죠스의 움직임을 상징하는 소리들 만으로도. 영화 속의 긴장감은 저 멀리서부터 흩어지지 않고 끌어 모인 채 쌓이고.[놉]의 죠스는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고도 생생하게 관객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몇 번에 걸쳐 영화계의 시초에 대해 강조하는 것도 이런 점에서 맞물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제아무리 컴퓨터 그래픽이 눈을 사로잡는다 해도. 결국 본질은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없는 것에서 오는 공포라는 점을 감독은 진작에 간파한 셈이다.
바다만큼이나 끝과 속을 알 수 없는 하늘을 유유히 유영하는 UFO(라고 하자)를 바라보며, 죠스의 재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감독의 짠 내 나는 눈물바다가 아닌. 기술과 시초(초심)의 결합으로 한계 없이 하늘을 훨훨 날고 있다는 점이 다행으로. 그리고 감사함으로 다가왔다.
UFO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그리고 그것을 대하는 두 사람의 태도
사진출처:다음 영화
이번 영화에서 공공의 적 역할을 하는 것은 다름 아닌 UFO이다. 전작들에 비하면 조금 SF 적이고 간접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UFO의 본질을 생각해 본다면. 이보다도 더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영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름에 걸맞게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는 미확인 비행물체이며.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으면 믿음의 영역에 들어올 수 없는 실체가 불확실한 것에 가깝다. 하지만 정확한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관심은 물론 음모론까지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면에서 보았을 때. 작품 속의 UFO가 가짜 뉴스, 혹은 비정상적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당기고 있는 그 무언가(헛소문,찌라시 등등)로 해석한다 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들 그것이 유명해서, 혹은 궁금해서 맹목적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광기로 그것을 쫓지만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정확한 실체조차 알 수 없다는 면에서 보아도. 또한 (앞 주제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아주 직접적이지 않고 간접적인 방법으로 공포의 대상을 그린 것마저도 헛소문의 실체나 퍼지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이 UFO가 반응하는 방식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 정체불명의 괴물은 말 그대로 별 영양가 없어 보이는 관심에만 반응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어느 정도 관음의 마음이 있어 눈길을 주는 자들만을 삼킨다.
목마와 깃발만을 성심성의껏 골라 내뱉는 것에서도 관심에 있어서의 가짜, 혹은 자신에게 반응하지 않는 것은 충실히 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을 감싸고 있는 기본 정서인 "알 수 없는" 감정과 실체 없이 공포를 조성하는 데 있어 이런 것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리키(스티븐 연)로 대변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가짜 뉴스의 존재 자체에 사로잡혀 호기심을 드러내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 UFO를 기회로 생각하며 어떻게든 실체 없이 달리는 말위에 올라타려는 태도를 보인다. 마치 그 뉴스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처럼.
결국 카더라 뉴스가 가진 비정형성에 관심이라는 독을 품은 사람들은, 모두 외눈박이 괴물에게 삼켜지는 형벌을 받고야 말았다.
나쁜 기적이란 무엇인가.;메두사와 싸우는 방법
사진출처:다음 영화
OJ(다니엘 칼루 유야)가 UFO와의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는 과정은 마치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와의 전투를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신(God)들에게 페르세우스가 받은 것은 전투에서 실제로 쓸 "장비"들이었지만. OJ가 가진 무기들은 물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성품에 가깝다는 것이 차이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OJ는 영화 속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 UFO에게도 이름을 붙인다. 하나하나 특별하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특성들도 함께 떠올리려는 듯이. 영화에서 이름이 붙은 것들의 대부분이 짐승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길들일 수 있다.는 의미도 함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UFO에게 진 재킷이라는 이름을 지은 것도 이해가 가능하다. 여동생에게는 오빠에게 뺏겼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 이름이었지만. OJ에게는 첫 번째 말(Horse)임과 동시에 조련에 있어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이름이었을 것이다. 가장 낯설었고, 가장 힘들었지만. 자신의 직업 철학에 있어 근간을 세우게 해 준.
OJ가 이 사태를 스스로 나쁜 기적이라 불렀다는 것에서도 그의 작지만 확실한 신념을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찬찬히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성품 탓에. 결국 이 진 재킷의 성격을 파악하면 이 사태도 마무리될 것이라 믿었을 테니 말이다.
그에게 "길들인다"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그 생물이 가진 고유한 성격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응한다는 것이었을 것이고. 어쩌면 이번 기회에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는 자신의 철학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여동생에게 이 낯설고 큰 위험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도 함께 얹은 채로. 마치 내 실력을 지켜 보라는 듯 동생에게 수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OJ는 페르세우스가 그랬듯 진 재킷에게 등을 돌려 접근한다. 거울을 대신하는 그림자와, 소리만으로 진 재킷의 위치를 짐작하면서. 이 고집스럽고. 그 어떤 소란에도 성급하지 않던 OJ의 태도는 결국 진 재킷의 목을 베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다.
그는 끝까지 현혹되지 않았고. 한 번쯤은 궁금증에 고개를 돌릴 법한 자신의 마음마저도 다잡았다. 이름의 무거움과 사물의 본질을 아는 자는 그렇게 끝까지 꼿꼿하게. 자신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웃을 수 있었다.
마치면서
영화의 후반부는 발견했을 땐 이미 피하기 늦은 눈사태를 보는 것 같다. 제아무리 달려 도망친다 해도 발목을 잡아 끄는 눈덩이들에 잡아먹히고도 남을 듯한 압박감이 굉장하다.
그러나 영화 초반부는 제법 눈싸움을 할 수 있을 법한 그 덩어리를 만드는 것조차 힘들다고 느껴질 만큼의 지루함이 꽤 길다. 그마저도 조각조각 나 있다는 인상이 들어 과연 이게 먹히기는 할까.라는 의문이 애써 만들어 놓은 작은 눈덩이마저도 녹이는 것만 같다.
이런 단점을 제외하면 영화는 꽤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몇 번이고 하게 한다.
또한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알아채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우연이겠지만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 바이럴 등의 이슈들에 대한 생각이 곧바로 떠올랐다.
마케팅을 비롯한 대다수의 관객들, 혹은 평론가들의 말들을 무시할 수 없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대다수의 의견에 그저 휩쓸리듯 선동되는 것은 대중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닌 것을 늘 알아야 한다. 그러니 자신의 취향에 당당해지는 것. 또한 타인의 취향도 존중하는 목소리를 낼 줄 아는 것이 관객이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였다.
시종일관 꼿꼿한 OJ의 태도가 유달리 마음에 남는다.
[이 글의 TMI]
1. 점프 스케어는 거의 없는데도 영화 분위기가 너무 무서움.
2. 그리스 로마 신화 덕후라 그런가 뭘 봐도 하나씩은 연상이 되는 듯.
3.휴가 중에도 영화 보고 리뷰 쓰는 나 칭찬해.(?)
4. 미키7 다 읽었다. 봉준호 감독님이 어떻게 이걸 영화로 만드실지 궁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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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컨트랙터> 군인의 삶과 의미를 되짚는 액션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모두 복무한 경험이 있는 특수부대 베테랑 중사인 ‘제임스 하퍼(크리스 파인)’. 숱한 전투로 인해 엉망이 된 몸으로도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에 충성하고자 했던 그는 예상치 못하게 불명예 전역을 명 받는다. 당장 다음 달 관리비와 보험료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그는 생사고락을 함께한 예전 동료 '마이크(벤 포스터)'의 도움 덕분에 고액의 계약료를 약속 받고 법의 테두리 밖에서 국가에 충성하는 극비 PMC에 합류한다.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릴 바이러스 테러를 막으라는 임무를 받아 베를린으로 향한 제임스. 그러나 타깃인 생명 과학자를 만난 그는 그의 조직과 미션이 숨기고 있던 음모를 깨닫게 되고, 그의 애국심과 충성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찾기 위한 새로운 미션에 나선다.
영화와 드라마를 막론하고 전쟁과 액션이 소재인 작품에서 PMC(Private Military Company, 민간군사기업)는 이미 낯선 존재가 아니다.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수상한 드라마 <아이리스> 속 빌런 아이리스는 그 자체로 거대 PMC이고, <아바타>와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PMC는 이야기의 중심에 위치한다. 다만 많은 작품에서 PMC는 철저한 악의 편으로, 돈이라면 금기도 없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몰개성한 집단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금전적 이익뿐만 아니라 군사학 연구개발과 훈련,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어 하는 바람도 PMC의 구성원인 PMC 컨트랙터(private military contractors)의 동기마저 평면화되는 것이다. 크리스 파인이 주연을 맡은 <더 컨트랙터>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간 간과되어 왔던 PMC 컨트랙터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한 영화다.
<더 컨트랙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액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액션이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시작 후 40여분이 지나야 본격적인 액션씬이 등장할 정도이고, 액션의 구성도 화려하기보다는 단단하지만 절제된 인상을 남긴다. 지하 하수도에서 전등을 부수어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처럼 상황마다 가장 필요한 행동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액션을 펼치는 주체들이 특수부대 출신 군인이라는 점을 반영해서인지는 멋들어지게 총알을 피하거나 화려한 격투 실력을 뽐내는 장면도 많지 않다. 실제로 독일 경찰과의 총격전에서 주인공 일행은 순식간에 무력화된다.
이에 더해 첩보 영화의 요소가 두드러지는 것에 비하면 장르적 재미가 두드러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베를린에서 비밀 임무를 수행하던 제임스는 미션 진행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흐르기 시작하자 그 임무의 진짜 목적에 대해 서서히 의문을 갖는다. 문제는 제임스가 소속된 PMC의 진짜 정체와 그가 수행 중인 임무의 진짜 목표와 이유를 추론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데에 있다. 그의 임무가 공익 또는 국익이 아닌 기득권층의 사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반전은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액션의 분량과 비중 모두가 많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이는 액션 영화에게 분명 득이 되지 않는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액션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액션을 통해 제임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더 컨트랙터> 진짜 목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절제된 액션이나 예측 가능한 전개 모두 군인에서 PMC에 소속된 한 개인이라는 변화를 마주한 제임스의 내면에 주목할 수 있게 한다. 일례로 영화는 화기애애한 저녁식사 장면에서 단숨에 전투씬으로 넘어가는 대목처럼 신속한 장면 전환과 편집을 통해 템포를 살리며 제임스 하퍼의 이야기 그 자체의 몰입도를 제고하는 데 집중한다.
그 중심에는 군인에서 프리랜서가 된 제임스가 느껴야 하는 정체성의 고민이 위치한다. 이는 단 하나의 액션 시퀀스도 없이 제임스의 일상을 쫓는 첫 40여분의 속에 잘 녹아들어 있다. 특수부대 중사인 그는 일전의 임무로 인해 무릎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금지 약물을 복용하며 겨우 버티지만, 규정 위반으로 인해 강제 전역당하게 된다. 제임스는 국가가 자신을 도구처럼 필요할 때 쓰고, 가치가 없게 되자 버려버렸다고 분노한다. 당장의 생계가 막막해진 그에게 수많은 PMC들이 연락을 보내오지만, 그는 일의 위험성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진다. 당장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 아들과 다시 수영장을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제임스는 결국 전 동료였던 마이크가 속한 회사와 계약한다. 중요한 것은 제임스의 결단이 단지 친분 때문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비록 국가가 자신을 소모품처럼 폐기 처분했다는 점에 분노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라도 국가에 합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설득되어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실제로 영화는 제임스의 근처에 항상 성조기를 가져다 놓는다. 불명예 전역 명령 직후에도, 아들인 잭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장면에서도, 그의 집에서도 성조기는 항상 뒷배경을 장식하며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모두 복무한 경력에서 비롯된 자부심, 군인으로서의 명예, 그리고 철저한 애국심이 제임스를 휘감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아버지와의 기억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도 아들에게 생일선물로 성조기 문신을 새겨줄 만큼 철저한 애국심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며, 그는 군에서 불명예 전역을 당하자 인생이 부정당했다고 느낄 만큼 좌절한다.
이처럼 투철했던 군인 제임스의 애국심 덕분에 <더 컨트랙터>는 다양한 질문과 생각거리를 관객에게 던질 수 있다. 군인 제임스가 PMC 컨트랙터가 된다는 것은 곧 그의 애국심, 자부심, 명예 등에 값을 메길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단지 제임스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와 가치에도 값을 메기는 세상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국가를 위한 일이라 믿고 기꺼이 임무에 참여했던 그는 사실 자신의 미션이 바이러스 테러를 막는 것이 아니라, 획기적인 치료제의 개발을 막아 기득권층의 이익을 지키려는 시도였음을 알게 된다. 그러자 제임스는 PMC의 리더인 '러스티(키퍼 서덜랜드)'와 동료였던 마이크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는 이러한 임무가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그 수많은 사람들의 기회를 뺏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냐고 반문한다.
이는 하버마스의 자본주의 비판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자본주의적 근대화 과정에서 화폐와 권력을 매체로 하는 체계의 논리가 인격의 존엄성 같은 인간 고유의 사회적 차원에 침입한다고 지적했다. 그 때문에 자본과 권력으로 치환되어서는 안 되는 고유한 질서가 파괴된다는 것이다. 그의 비판은 당장 영화 초반부에 제임스가 고통에 시달리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숱한 전투에 참여한 베테랑인 제임스는 국가의 소모품으로 쓰이고 버려져서 극심한 PTSD를 겪는 수많은 군인들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는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는 군인과 개인들에게 냉정하고 무감각한 현실과 현재의 사회가 얼마나 큰 상처와 아픔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군인의 아픔은 PMC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도 낳는다. 사실 군대라는 존재는 근대적 주권 국가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이다. 국가 내의 무력을 온전히 장악하여 내부에서의 분쟁 가능성을 현저히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구성원들을 보호해줄 수 있을 때만 온전한 형태의 국가가 형성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군대라는 조직을 애국심의 표출로 치환시키는 작업은 강력한 무력이 국가에게 종속되어야 하는 감정적인 동기를 제공해 왔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성조기 문신을 새겨주듯이 애국심과 군인의 명예라는 가치를 학습함으로써 군이 유지되고, 더 나아가 국가가 유지되며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이 보장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PMC의 등장은 이러한 기본 가정과 전제를 모두 파괴하는 듯 느껴진다. 영화는 이러한 변화를 애국심, 명예, 자긍심이 효율과 이익 앞에 무의미하고, 제임스와 그의 아버지가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혼란을 겪는 장면으로 그려낸다. 이를 통해 영화는 PMC의 본질적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비록 고증과 현실성의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던 작품이었지만,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는 군인의 신념과 관련해 인상적이었던 대사를 만날 수 있다. "아이와 노인과 미인은 보호해야 한다는 믿음,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고딩들을 보면 무섭긴 하지만 한 소리할 수 있는 용기, 관자놀이에 총구가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닌 상식, 그래서 지켜지는 군인의 명예. 내가 생각하는 애국심은 그런 겁니다"라는 대사가 대표적이다.
<더 컨트랙터>가 던지는 질문과 위 대사와 다르지 않다. 무력을 국가가 독점하여 개개인들을 보호하던 세상은 합리적 개인의 선택과 시장 논리 안에서 달라지고 있고, 애국심과 명예로 포장되었던 군인의 신념은 계좌에 들어오는 숫자에 의해 움직이고 또 바뀔 수 있는 세상이 찾아오고 있다. 영화는 이 과정 안에 속한 개개인은 어떠한 선택을 내리고, 어떠한 가치를 우선적으로 지키고 보호해야 할지에 대해 묻고 있으며 또 나름의 답을 보여준다. 변화하는 세상 앞에서 그대로 좌절하고 방황한 아버지와 달리, 자신의 아들과 가족에게 돌아가는 제임스의 모습은 개개인들에게 희망을 품는 <더 컨트랙터>가 내놓은 자신만의 답처럼 보인다.
A(Acceptable, 무난함)
액션을 기대했다면 실망을, 드라마에 집중했다면 쌉쌀한 희망을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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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종된 순수에 대하여
이 글은
영화 [9명의 번역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퍼가거나 인용 시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코로나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던 불과 1년 전 그때.
많은 국민들은 코로나로 인해 불철주야 일하던 의료진들을 향한 <덕분에 챌린지>를 펼쳤었다.
터진 댐에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방대한 물을 맨몸으로 막는 듯한 불가항력을 느꼈던 의료진들에게, 이 수줍지만 진심을 담은 챌린지는 아주 잠깐 숨을 돌릴 수 있는 도피처가 되어 주었다.
그러나 이 챌린지의 뒤에는 간접적으로 코로나의 종식에 힘쓰고 있지만 그 어떤 혜택이나 칭찬에서도 한 발짝씩 멀어져 있었던 연구원들도 있었다.
냉정한 잣대를 들이밀자면 의료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의 기세를 꺾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기에. 늘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보다는 그림자 안이 더 편하다며 씁쓸하게 웃어야만 하는 연구진들의 알 수 없는 섭섭함은 지금도 풀지 못한 숙제처럼 마음속에 쌓여있을 것이다.
영화 [9명의 번역가]들은 출판업계에서 독자들에게 가장 원색적인 모욕을 많이 들으면서도 늘 영광의 중심에서는 슬그머니 멀어진. 마치 영화처럼 벙커 속에 있는 듯한 번역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심지어 그런 푸대접을 받는 것도 억울한데 아직 출간되지도 않은 신간의 원고를 누출시켰다는 누명까지 쓴 채로.
해커의 정체를 밝혀가는 과정은 고전적인 밀실 추리 방식을 지니고 있고. 9명의 용의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는지 살펴보는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다.
2인자의 삶;숨어 있는 것들을 향해.
사진출처:다음 영화
번역가들은 신간 <더덜리스>의 번역을 완성할 때까지 계약서의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벙커 밖으로 나올 수 없다.이 갑갑한 벙커 안에서 번역가들이 받아야 하는 대우는 사실 사는 데는 아무 지장 없지만, 한편으로는 참 서운하고 비참하다 불러도 할 말은 없어 보인다.
절대 빛이 들지 않을 것만 같은 벙커(지하)에서 영원히 2인자의 삶을 살아야만 할 것 같은 번역가들의 처지는 그들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숨겨놓은 욕망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그 욕망이 헬렌의 경우는 작가가 되는 것이고. 카테리나(올가 쿠릴렌코)는 작가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 로즈메리에게는 아름다운 문학의 정점에서 일하는 것. 그리고 알렉스(알렉스 로더)에게는 에릭의 멸망.
이들 마음속에는 자신 안의 욕망이 벙커에서 빠져나와 빛을 보기를 바라면서도. 자격 미달이라거나. 혹은 아직 때가 아니었다는 말을 들을까 봐 두려워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비밀스러운 장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최소한의 선은 지키려 하지만. 에릭(램버트 윌슨) 만은 다르다.
에릭은 이 영화를 통틀어 거의 완벽하게 자신의 속과 겉이 같고. 스스로의 모습을 숨기는데 가장 적은 힘을 들이는 사람이므로. 번역가들이 안전하게 숨겨 놓은 마음속의 비밀스러운 욕망을 맘껏 비웃는다.
자신의 위치가 물리적인 장소인 벙커 안의 번역가들을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생각과 동일하게. 그들의 꿈마저도 휘두를 수 있다고 착각해 무차별적 폭언을 일삼는다.
그러나 자신의 꿈을 해석하고 곰곰이 들여다볼 장소가 없었던 에릭의 행동은 그 누구보다도 성급하고 깊이가 없었으며 예측 가능했기에. 악인에게 허락된 예정된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꿈은 실패할 가능성도 많지만. 그만큼 성공할 가능성도 많다는 것은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자신이 그렇게 무시해 마지않던 알렉스의 꿈은 보기 좋게 에릭을 추락시켰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순수한 것들은 모두 죽었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영화에는 크게 두 부류의 집단이 등장한다.
한 집단은 문학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상징하고 있다. 에릭의 비서이자 책임감 외에는 인간적인 면을 많이 볼 수 없는 로즈메리와,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책 속 인물인 레베카처럼 꾸미고 다니는 카테리나. 번역가로서의 삶 이외에도 작가로서의 삶을 꿈꾸며 몰래 소설을 쓰던 헬렌이 이 집단에 속한다.
악, 혹은 속세로 대변되는 인물은 두말할 것도 없이 에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가는 곳마다 존재하는 순수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죽이거나 해를 가한다.
충실한 로즈메리는 에릭을 결국 가장 필요한 순간에 떠났고. 헬렌은 에릭의 차가운 말에 스스로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으로 벙커 안에서 목숨을 거두었다. 카테리나의 생사는 에릭의 총알에 의해 알 수조차 없게 된다.
거침없는 에릭만큼이나 참을성이 없는 총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기어코 <더덜러스> 원작자의 가슴팍에도 한 발의 총알을 명중시킨다.
카테리나보다도 먼저 사경을 헤매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위치였지만. 알렉스는 자신이 가슴팍에 품었던 책으로 인해 목숨을 건진다. 마지막 순간까지 알렉스의 목숨을 구해준 책은. 알렉스에게도. 또한 <더덜러스>의 창조주에게도 마지막 순수를 상징하는 책(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었다.
결국 에릭은 자신의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 있는 순수의 존재를 모조리 말살시켜 버렸다.
결말에 대하여;처벌은 합당한가.
사진출처:다음 영화
표면적으로 봤을 때 모든 죄를 뒤집어쓰는 쪽은 에릭이다. 첫 장면에서 강렬하게 타오르는 서점의 살인마저도 에릭의 짓인 것이 자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벌이라는 면에서 보면 알렉스도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단지 두 사람의 처벌이 그들의 처지와 살아온 모습에 맞게 변형된 것일 뿐이다.
에릭에게 내려진 처벌의 형태는 그 어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세속적이며. 벗어날 수 없고. 또한 적절하다. 에릭은 감옥에서 소위 하는 말처럼 썩게 될 것이고. 자신이 한없이 견고하다 생각하며 쌓아올린 명성은 녹슬다 못해 삭아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알렉스에게 내려진 처벌은 이에 비하면 형태가 없어 보이지만. 오히려 더 가혹해 보인다.
작가로서의 삶으로 본다면, 이 가명을 쓰는 작가는 두 번 다시는 <더덜러스>같은 책을 쓸 수 없을 것이다. 아니. 다시는 글을 쓰지 못할 것이라 말해도 좋다. 이 베일 속의 작가는 늘 숨어 있을 누군가가 필요했고. 자신에 대한 용기가 없었다. 그는 스승의 뒤에 숨어있을 때야 자신의 모습을 겨우 드러낼 수 있었고. 그 뒤에서의 삶에도 겨우 만족했다. 그러나 이제 자신을 위한 방파제가 사라진 지금. 글을 쓸 베짱이 있었다면.이라는 말이 평생 그의 벙커 속에서 메아리처럼 울려 퍼질 것은 명약관화하듯 뻔하다.
또한 알렉스로서의 삶도 비참하다.
알렉스의 가장 큰 자부심이자 스스로를 감추는데 적합했던 투명 망토인 <더덜러스>의 원작자라는 사실은. 에릭의 총알 한 발에 의해 숨통이 끊어져 버렸다. 그는 이제 맨 얼굴인 채 세상을 살아가야 하지만. 이미 불법 번역을 했다는 사실로 인해 경찰서에 출입한 경력이 있고. 이번 사태로 인해 경찰의 의심을 일정 기간 동안은 받으며 살아야만 한다.
멀고 먼 인생의 종점을 바라보며 현재의 알렉스 상태를 진단해 본다면. 에릭의 미래보다도 암울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치면서
많은 반전을 두고 있는 영화는 좋다. 관객들이 가진 고정관념을 깨는 것도 좋다.
에릭에게서 원고를 뺏기 위해 벙커에 갇히기 전부터 계획을 세워왔다는 설정이 기발하긴 하지만. 그 후반부는 전반부의 정통 추리와는 결이 달라 많은 감정을 깨뜨린다.
또한 해커의 이메일에 대한 설정 추리도 조금 아쉽다. 물론 에릭의 바보 같음, 혹은 후반부의 결이 달라지는 장면을 위한 것이었겠지만. 그 상황에서 이메일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외부밖에 없으므로 가장 먼저 의심했어야 한다.
또한 에릭의 경우는 자신이 저지른 죄에 있어서는 모조리 처벌을 받았지만(혹은 이제 받겠지만) 알렉스의 경우는 마음이 매우 복잡해진다.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다른 번역가들을 모두 이용했다는 점에서 보면. 주인공도 결국은 번역가들을 가장 앞장서서 도구로 사용했음에는 틀림이 없고. 이것이 과연 에릭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은 알렉스가 울컥이며 외롭게 길을 걷는 모습을 비춘다.
그 복잡한 표정에 담긴 감정은 다행이라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에릭의 여생을 성공적으로 감옥에 저당잡혔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뉘우침과 참회의 감정이 지배적이다. 알렉스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에릭의 총알이 책에 박혀 목숨을 구했을 때. 분명 자신은 살았다고 안도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자신의 비극이 시작될 것이란 걸 알았을까.
에릭의 형벌과 함께 스스로의 형벌도 그의 생을 관통하며 시작된다는 것을. 알렉스는 그 길을 걸으며 어렴풋이 느꼈으리라.
[이 글의 TMI]
1. 보는 내내 속도감이 꽤 빨라서 긴장이 많이 되었음.
2. 두 시간짜리 영화가 귀해지는 마법이라니.
3. 이제 추워져서 슬슬 가을 옷 정리도 해야 할 듯.
4. 친구랑 보러 가기로 했는데 얘 늦잠 자서 인생 하직할 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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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공감, 그리고 연대와 저항의 상징이 되기까지. 종이의 집: 신드롬이 된 드라마 (2020)
<종이의 집>은 어쩌면 지금까지 본 넷플릭스 드라마 중 손에 꼽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나도 이 드라마에 빠져 이렇게 까지 공감하고, 열광하게 될 줄이야. <종이의 집 : 신드롬이 된 드라마>는 종이의 집의 성공 비결뿐만 아니라 그들의 땀과 열정, 뒤이어 일종의 '레지스탕스'의 아이콘이 된 그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처음 Parte 1을 접했을 때 느꼈던 신선한 충격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여섯 도둑의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독특함과 특유의 긴장감이 보는 이를 꽉 쥐고 놓아주지 않는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언급한 <종이의 집>의 매력에 대해 알아보자.
- Parte 1. '공감'은 가장 큰 소통의 언어이자, 강력한 힘이다 -
<종이의 집>은 처음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 드라마가 아니다. 스페인 단독으로 방영되는 드라마였지만, 생각보다 저조한 시청률에 Parte 2가 마지막임을, 배우들을 포함한 모든 제작진들이 예상했다고 한다. 그랬던 그들이 넷플릭스의 손을 잡게 되며 '로또'를 맞는 순간이 오게 된다. 예상보다 높은 시청률이 연이어 나오고, 현재는 전 세계 스트리밍 순위 2위에 빛나는 성과를 거둔 드라마가 바로 <종이의 집>이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가장 큰 역할은 바로 '등장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뻔하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렇게 서사가 매력적이고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 과연 있을까. 보편적으로 생각했을 때, 조폐국 그리고 스페인 은행을 터는 도둑과 이를 쫓는 경찰이 있을 때 우리는 과연 누구의 편이 될까? 망설일 필요 없이, 바로 경찰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이 도둑들을 열렬히 응원하게 된다. 이들에게는 우리와 다름없이 개개인의 사연이 있고, 인생이 있다. 이들의 '범행 계획'또한 보는 재미가 있지만, 여러 인물이 얽히면서 발생하는 감정들을 따라가는 것 또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그 감정에 대해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것, 공감은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 비록 스크린이라는 벽이 있지만, 이는 금세 허물어지고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이, 진솔하게 소통하게 된다.
무엇보다 '스페인'이라는 국가의 특색이자 아이덴티티를 살린 것 또한 포인트이다. 정열과 사랑의 국가에 걸맞게, 여러 감정들 중 '사랑'이 가득한 드라마이다. 범죄물에 사랑이라니, 조금은 대조되는 조합이지만, 이렇기에 더욱 이들의 관계성이 돋보인다. 이는 인물 간의 사랑이기도 하고, 이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사랑이기도 하다. 인물들의 경우를 먼저 살펴보자. 예정되어 있던 사랑도 존재하지만,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누군가가 자신을 흔들어놓는 순간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우리는 이들의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바라보며 같이 마음 아파하고, 설레어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우리들의 사랑을 말하자면, 극 중 흔히 말하는 '민폐 캐릭터'또한 존재하고, 당최 걷잡을 수 없는 행동으로 보는 이들에게 불안감과 공포를 안기는 인물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들도 미운 구석이 있을 뿐, 나름의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게 된다.
- Parte 2. 유연한 제작 과정,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 -
<종이의 집>은 대본을 미리 짜고 한꺼번에 촬영에 들어가는 방식이 아닌, 촬영을 함과 동시에 다음 각본을 짜는 방식으로 드라마를 이어간다. 그렇기에 좀 더 유연한 사고와 매 상황에 맞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선보인다. 이들의 제작 과정 또한 등장하는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오고 가는 그들 대화의 결과물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게 될지, 그들은 몰랐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건 바로 이들의 '시간 전개 방식'이다. 보통은 계획에서 행동의 옮기기까지의 시간 흐름대로 내용 전개가 이루어지는 반면, 이 드라마는 첫 화부터 사건 당일을 바로 보여준다. 범행 시작을 보여줌과 동시에 중간중간 그들이 아지트에서 했던 계획 동기와 과정을 보여주며 과거로 돌아가는 시점 또한 존재한다. 이렇게 두 시점이 동시에 흘러감을 보여주면서 <종이의 집>만의 차별화된 개연성을 보여주고 있다. '범죄'라는 장르에 맞게, 반전 또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특히 매 시즌의 마지막 장면은 놀라움의 연속.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의 가담과 희생은 서스펜스물로서의 강점을 충분히 보여준다.
- Parte 3. 이들이 주는 메시지 -
아마 이것이 <종이의 집>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이자, 긍정적인 변화일 것이다. 극 중 그들이 입는 붉은 점프슈트와 달리 가면, 이것은 이제 '저항'그리고 '연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내용 중간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시위 모습은 여성 인권, 자유를 위해 맞서는 사람들의 현재를 담아낸 실제 상황이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붉은색이 자주 등장함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저항군'이라는 그들의 투쟁에 걸맞은 색이다. 이에 사람들은 영향을 받아,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는 맞서나가기 위해, 빨간 점프슈트를 입고 달리 가면을 쓴 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주제곡인 'Bella Ciao' 또한 파급력이 엄청난데, 실제로 세계 2차 대전 때 이탈리아 저항군이 사기를 높이기 위해 불렀던 노래이다. 제작진들도 자신들의 일종의 노동요였던 이 노래를 결국 메인 테마곡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이 노래는 변화의 불씨가 되었고, 75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평화를 외치며 Bella Ciao로 그 순간을 기념하고 있다.
<종이의 집>을 간단히 말하자면 공감과 사랑, 그리고 저항이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었고, 사람들은 거리로 나가 자신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 드라마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종이의 집>의 팬이라면 충분히 공감하고, 그렇기에 더 경이로운 다큐멘터리이다. 미디어 매체의 좋은 영향력이자, 본보기가 되는 작품으로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 본 콘텐츠는 브런치 JW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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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지만
SYNOPSIS.
“행복을 찾아 새롭게 시작하기로 했다” 내가 왜 한국을 떠나느냐고? 두 마디로 요약하자면 ‘한국이 싫어서’.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계나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좇아 떠나기로 했다.
POINT.
✔ 통찰력 있는 작가 장강명의 동명 소설 원작이자,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 <한여름의 판타지아>,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등 결이 뚜렷한 감성을 가진 장건재 감독 작품
✔ 믿고 보는 배우 고아성을 비롯해, 하나하나 빛나는 배우들이 현실감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는 영화
✔ 한국 사회에서 입시와 취업 준비를 차곡차곡 거쳐 직장인이 된 사람들이 쉽게 공감하고 각자의 마음을 돌아보기 좋은 작품, 누군가와 같이 보고 나와서 함께 대화하면서 더욱 풍성해질 영화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 남들이 다 이렇게 살고 있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생각, 정말이지 뭐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
출퇴근 시간 9호선에 오를 때마다 하는 생각이다. 9호선을 타면 좀더 빨라도 다른 노선을 이용하던 시절을 지나, 이사 갈 동네를 고를 때 9호선 라인을 피해 이사를 했음에도, 어쩌다 출퇴근 시간에 9호선을 이용해야 하는 날은 마음의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내가 사방이 탁 트이고 초록빛인 시골에서 자라서 더 그런 건가? 남들은 정말 이게 아무렇지도 않은가? 살아지나?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누구도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힘들기야 하지만, 그걸 그냥 일시적인 몸의 힘듦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람과, 영혼 어딘가가 덜그럭거리는 느낌을 받는 사람이 나뉜다는 걸. 그리고 이런 기준선이 9호선 말고도 너무 많다. 계나가 코트 안에 꼬박꼬박 받쳐 입는 경량 패딩이 한국에서 잘 팔리는 이유이자 원작에서 "농담이 아니라 매일 동상의 위기를 겪었다"고 언급되는 이 극단적 날씨, 과장님이 마음대로 골라버린 동태찌개가 자연스럽게 4인분 주문되어도 따라야만 하는 것, 매뉴얼에 따라 업체를 선정할 것이냐 작년 업체를 무조건 고르라는 상사의 말을 들어야만 하나 싶은 순간...
이 모든 기준선에서 우리는 나뉜다. 누군가에게는 그럭저럭 눈 딱 감고 넘길 만한 것이, 누군가에겐 도저히 넘길 수 없는 것이 된다. 후자의 사람들은 한번쯤 눈을 돌린다. 트랙에서 벗어난 삶을 그려본다. 결국 수많은 기준선들은 하나로 귀결된다. 제때 입시를 치르고 제때 직장에 정규직으로 들어가 제때 결혼을 하는 삶, 거기서 어긋나면 나이에 따라 결이 다른 말을 듣게 되는 삶, 그 정해진 트랙 밖의 삶을 상상하고 실현에 옮긴 적이 있는지 아닌지.
<한국이 싫어서>는 얼핏 한국에서의 삶에 잘 적응한 것처럼 보이는 계나(고아성 분)가, 대한민국에 살면서 겪는 실낱 같은 기준선들이 쌓이고 쌓인 끝에, 그는 떠난다. 뉴질랜드로.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지만
사실 계나가 한국을 떠나게 만든 이유들은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가장 잘 안다. 그럼에도 계나와 같은 선택은 한국에서 크게 지지받지 못한다. 계나 어머니의 말마따나 그만하면 책임감도 있고 괜찮은 사람인 계나의 남자친구 지명(김우겸 분) 또한, 한국에서 정해진 트랙을 차곡차곡 쌓아 왔고 앞으로도 쌓아갈 시간의 안정감을 이야기하며 계나를 말리려 한다. 계나는 자신을 무슨 외국 병 걸린 취급하냐며, 자신은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명과 같은 사람의 시각에서 계나의 선택은 그다지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계나가 내린 선택의 시간을, 몇 개 장면만으로도 손쉽게 관객에게 다가오게 만든다. 하필 추운 날씨, 겨울이라 해도 뜨기 전부터 달려야만 하는 출근길 장면 하나만 보아도. 길지 않은 사무실 장면, 부모님과 나누는 대화의 몇몇 장면만으로도.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고, 물 위의 오리인지 백조인지처럼 발을 버둥거려야 하는 삶은 누군가에게는 뿌듯한 노력의 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다지 맞고 싶지 않은 시간이다.
원작 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이런 계나의 선택은 더욱 더 드세고 유난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을 기억한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을, 실제로 그 시절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한 친구들은 참 많이 들었다. 그러나 낙원을 꿈 꾸며 도망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무튼 지금 있는 곳을 도저히 견딜 수 없으니 일단 벗어나 보겠다고 박차고 일어나는 것이 도망이다. 배가 불러서 도망치는 사람은 없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지만, 그게 뭐요. 새로운 시작점은 있을 수 있다. 영화는 그 지점을 콕 짚지 않음으로써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누구도 쉽게만 사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 영화의 빼어난 점 중 하나는 인물들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계나뿐 아니라 다소 수상쩍고 가까이 해도 될지 의심스러운 몰골로 등장하는 재인(주종혁 분), 뉴질랜드 정착 지원으로 먹고 사는 태은(김지영 분)과 상우(박성일 분) 부부, 계나와 가치관의 차이가 분명한 지명이나 엄마(오민애 분), 성실하게 사는 계나와 다소 대비되는 삶으로 영화에 들어오는 미나(김뜻돌 분) 등... 어느 인물을 보아도 다정하고 섬세한 시선이 얹혀 있다. 위치의 차이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만으로 남을 빌런 취급하기 너무 쉬운 시대의 현실에서, 이런 시선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하다.
엄마가 계나에게 원하는 행복과 계나가 생각한 행복은 다르고, 지명이 계나와 그리고 싶었던 삶과 계나가 추구하는 삶은 분명 다르지만, 엄마나 지명의 방식을 영화는 비난하거나 폄하하지 않는다. 성실한 직장인 계나와 집에서 노는 미나 느낌으로 보여지지 않게, 미나와 계나가 함께하는 시간이나 대화하는 장면을 통해 관객이 미나를 알아가게 한다. 혹시나 유려한 말 솜씨로 계나를 등쳐먹을까봐 불안한 눈으로 지켜본 태은과 상우 부부는 그냥 계나와 좋은 파트너였다. 한국이 싫어서 한국을 떠난 계나가 유난스러운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각자의 고민이 있다는 것을, 교차 편집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안에서 펼쳐 보여준다.
하긴 그렇다. 누구도 쉽게 사는 사람은 없고, 각자 몫의 고민이 있지. 산다는 건 나와 다른, 그렇다고 해서 꼭 나쁜 것은 아닌 사람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서로를 알아가고 어우러지고 그렇게 만나고 또 헤어지는 것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영화가 인물들을 보여주는 방식이 더없이 자연스러워 마음에 들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고아성이 연기하는 계나의 모습은 점차로 변해간다. 긴 머리를 정갈하게 내려 묶고 적당한 오피스룩에 코트 차림으로 추워 보였던 한국에서와 달리, 뉴질랜드에서는 화장이나 태닝, 입은 옷으로 계나의 적응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계나의 삶은 점차로 달라져 가고, 교차 편집 속에서도 계나의 시간을 가늠해볼 수 있어, 마치 계나의 여정을 함께하는 기분마저 든다.
그 순간의 온도가 늘 따뜻하지만은 않다. 부당한 일에 맞서 주는 친구도 생기고 함께 달려간 바다에서 모래에 꼼질꼼질 발가락을 묻는 순간은 분명 따끈따끈하다. 뉴질랜드에 막 도착한 계나가 야자나무를 바라볼 때, 낯선 나무를 낯선 바람이 스치는 낯선 소리가 날 때는 조금 스산하다. 원하지 않는 일들이 찾아오거나 가족과 영상 통화가 갑자기 끊긴 후 뺨에 흐르는 눈물은 분명 차가운 쪽일 것이다. 더 차갑고 안타까운 눈물 또한 이 영화에는 등장한다.
그러나 계나가 걱정되지 않는 것은, 자기가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분명히 알았기 때문이다. 그걸 알면 지금 선 곳의 지축이 뒤흔들려도 또 나아갈 곳을 찾아갈 수 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렇게 흔들려도 자신의 행복이 어떤 모양인지를 알고 또 일어날 힘만 있으면 된다.
그래서 내게 이 영화는 끝나고 나서 다시 시작되는 영화였다. 보고 나오자마자 친구에게 물었다. 계나가 처한 상황을 하나하나 끄집어내면서, 떠날 것인지 말 것인지. 그러면서 우리는 깨달았다. 우리도 꽤나 트랙을 벗어난 삶을 살고 있는데, 이제 이렇게 짚어보지 않으면 그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가 되었다는 걸. 모든 선택이 그렇듯 득과 실이 있지만, 지금 삶에서 주어지는 선택들이 좋아서 트랙 속의 안온한 행복이 크게 아쉽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계나와 꽤나 닮은 인생들 같았다. 우리는 이제 트랙에서 이렇게나 멀어졌는데, 계나는 지금쯤 어디쯤에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더 이상 춥지 않은 곳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한 잔 들이키는 기쁨만큼은 분명히 계나 곁에 있을 것이다. 그 모습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토록 현실과 밀착되어 있는 영화는, 영화로만 볼 수가 없다. <한국이 싫어서>를 본 후에 옆 사람과 꼭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행복을 느끼는 지점들을 되짚어보기 대국민 운동이라도 벌이고 싶다. 그렇게 우리 모두가 각자의 행복을 조금씩 더 찾아가길, 너무 춥지 않길 바라게 된다. 따뜻한 영화였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 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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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팬서의 죽음 이후 과연 매력적인 영웅이 탄생했을까
?Rabbitgumi 입니다!
채드윅 보스만의 죽음으로 영화 블랙팬서에도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어요.
1편에서 겨우 세팅이 되었는데, 다시 2편에서 재세팅이 필요한 상황이죠.
이번에 2편이 개봉을 하게 되었는데 이번 영화가 마블 페이즈4의 마지막 영화에요.
그래서 더욱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던 영화였죠.
마블 페이즈4가 스파이더맨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고만고만 했거든요.
이번에 개봉한 블랙팬서도 아주 좋다고 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나쁘지 않은 영화인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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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케일이 커진 홈즈가 온다. 《에놀라 홈즈 2》, 곧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 첫 번째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고 기쁨에 찬 에놀라 홈즈(밀리 바비 브라운). 유명 인사인 오빠 셜록(헨리 카빌)의 발자취를 따라 탐정 사무소를 연다. 그런데 여성 탐정으로 사건을 따내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냉혹한 어른의 세계를 받아들이고 사무소의 문을 닫으려던 찰나, 돈 한 푼 없는 성냥 공장 소녀가 에놀라에게 첫 정식 사건을 맡긴다. 바로 사라진 자매를 찾아달라는 것. 하지만 사건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것으로 드러난다. 런던의 부패한 공장과 화려한 음악 공연장, 초상류층의 사교계, 그리고 셜록이 사는 베이커 스트리트 221B까지, 위험천만한 새로운 세상에 던져진 에놀라. 치명적인 음모의 불길이 번지기 시작하는 가운데, 에놀라는 친구들, 그리고 셜록의 도움으로 미스터리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게임은 다시 시작됐다! 해리 브래드비어와 잭 손이 원안을 작성하고 해리 브래드비어가 연출을, 잭 손이 각본을 맡은 《에놀라 홈즈 2》. 새로운 아군과 적군이 등장할 이번 작품에는 밀리 바비 브라운, 헨리 카빌, 데이비드 슐리스, 루이 파트리지, 수전 워코마, 아딜 액터, 샤론 던컨 브루스터, 헬레나 본햄 카터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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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서로 스쳐 지나갈 때 ‘기적’이 일어난대~
그래서 소년이 바라는 건.. 화.산.폭.발?!!나는 엄마랑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삽니다. 동생 류랑 아빠는 저기 멀리서 따로 삽니다. 엄마랑 아빠랑 맨날 싸우더니, 이런 꼴이 될 줄 알았습니다. 나의 소원은 우리 가족들이 다시 함께 사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저기 저 위에 있는 화산이 폭발해서 아빠랑 류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면 됩니다. 형은 화산이 꼭 폭발하게 해달라고 매일매일 기도하는데 철부지 내 동생은 가면라이더가 되고 싶다고나 하고, 정말 어린이 같은 소원입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하는 말이 새로 생기는 고속열차가 반대편에서 서로 달려오다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아싸~ 그럼 거길 가서 소원을 빌면 되겠네! 그래서 좋아하는 선생님이랑 결혼하고 싶은 친구랑,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친구랑 거길 가려고요. 동생도 오라고 해서 나랑 같은 소원을 빌라고 해야겠어요. 난, 우리 가족이 꼭 같이 살았으면 좋겠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