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1-03-11 00:00:00
언뜻 보이는 허술함도 코미디로 커버 친 <오케이 마담>
바닷길 선발대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 중 해당 프로그램의 구성원들이 박성웅 배우가 출연한 영화 <오케이 마담>을 함께 모여서 보고 있었다. 그런데 필자가 팬인 김남길이 카메오로 나온다기에, 영화 출연시간을 다 합해봤자 2분이 채 되지 않는 김남길을 보기 위해 2시간 짜리 영화를 보았지만 정말 재미있게 본 작품이었다.
영화 [오케이 마담] 시놉시스
극강의 쫄깃함으로 빠른 완판을 기록하는 꽈배기 맛집 사장 '미영'은 컴퓨터 수리 전문가 '석환'의 남다른 외조로 하와이 여행에 당첨되고, 난생 처음 해외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비밀 요원을 쫓는 테러리스트들도 같은 비행기에 오르고 꿈만 같았던 여행은 아수라장이 된다. 난데없는 비행기 납치 사건의 유일한 해결사가 되어버린 부부. 평범했던 과거는 접어두고, 숨겨왔던 내공을 펼치며 인질이 된 승객을 구하기 시작한다.
현실성 없는 허술함이 포인트인 작품
솔직히 말하면 영화 [오케이 마담]은 영화 자체가 웰메이드 작품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허술한 부분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허술함이 영화의 장르인 코미디와 결합하면서 영화의 몰입도를 방해하거나 분위기를 와장창 깨트리기보다는 코믹한 부분을 더욱 강조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피식피식 어이없어서 웃고, 그래그래~ 하면서 넘어가게 되었다.
비행기 문이 뚫렸는데 그 뚫림 상태로 하와이까지 아주 무사 착륙을 하다든지, 하와이의 바닷가 장면이 누가 봐도 CG인 것이 티가 나서 제작비로 이렇게 웃음을 선사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엄정화의 액션 소화력과 연기력
필자는 사실 엄정화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엄정화가 나오는 작품을 챙겨 보는 편이 아니었고, 엄정화라는 이미지가 필자에게는 아직까지 가수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에 연기를 잘한다고 여겨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망가지는 연기를 잘하다니..! 정말 억척스러운 연기와 그 속에서 느껴지는 사랑스러움. 그리고 액션 연기를 할 때의 카리스마와 딸을 생각하는 모성애까지 오케이 마담에서 웬만한 감정 연기는 다 선보인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 연기에 있어서 과장된 느낌은 없고, 코믹스러운 와중에도 그 감정선이 다 연결되고 부담스럽지 않아서 엄정화가 정말 배우구나, 연기를 잘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배역에 물드는 그런 배우구나 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김남길은 1분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재밌었다..!
사실 영화 [오케이 마담]은 김남길 때문에 본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작품이다. 김남길은 비행 공포증으로 인해 신경 안정제를 다량으로 섭취하고 비행기 하이재킹 상황에서 아주 꿀수면에 취한다.
비행 내내 어딜 끌려가도 맞아도 정신을 차리지를 못한다. 그렇게 상황이 일단락 되고, 하와이에 와서야 정신을 차린 김남길은 핸드폰에 와있는 대량의 문자와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다. 비행기에 타고 있었던 국정원 요원이 바로 김남길이었기 때문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아무 쓸모가 없었던 국정원 요원에 대한 풍자가 너무나도 잘 이뤄졌던 장면이었다. 끌까지 국정원 요원에 대한 언급이 없다가 마지막 스크롤이 올라갈 때 쿠키 영상처럼 김남길의 상황이 등장해서 마지막 반전 코믹 요소를 선사한다. 이처럼 영화 [오케이 마담]은 마지막 코믹 요소까지 잘 갖춘 작품이었다.
작품성과 개연성이 잘 갖춰지진 않은 작품이지만 주말에 킬링타임용으로 피식피식 웃으며 보기 좋았던 코미디 작품이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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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잃은 딸들의 긴 우울
- 영화 <로스트 도터(2021)>는 배우 매기 질렌할의 감독 데뷔작이며, 제78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러한 권위적인 수식은 개개인의 솔직한 판단에 침묵을 강요하는 듯하여 썩 즐기지는 않으나, 영화를 감상한 후엔 각종 수상 이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로스트 도터>가 시의적절하게 제작 및 공개된 작품이라는 데엔 이견을 갖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딸을 잃어버린 어머니조차 '잃어버린 딸'이라는 미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을 그려내니, 이 작품은 어쩌면 세상이 잃어버린 모든 딸들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리라.포스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영화의 캐치 프레이즈 “딸을 버렸어요. 그리고 집을 나왔죠.”는 <로스트 도터>가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물론 영화계에서 신화화된 모성을 해체하려는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예컨대 우리는 <케빈에 대하여(2011)>를 경험했고,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역시 보았다. 다만 앞선 두 작품은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모성의 불안정성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매기 질렌할의 작품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하기사, <케빈의 대하여> 혹은 <마더>에서 제시한 아들은 모두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이기도 하니 대립적 관계 형성이 더 쉬웠을 수도 있겠다만.어머니와 딸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서는 <레이디 버드(2017)> 등과 같은 영화를 통해 재현되었지만, 대개는 딸의 성장 서사를 기반으로 하는지라 세대갈등으로 해석하거나, 모녀관계는 본디 복잡하기 마련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잦았다. 엔딩에서 미적지근한 화해라도 내비쳤단 뜻이다(<크루엘라(2021)의 경우 생물학적 어머니와 양어머니의 구분을 둠으로써 이러한 질문을 피해 간다). 이러한 점에서 <로스트 도터>는 적지 않게 유의미한 영화이다. 딸을 버린, 아니 가정에 소원한 어머니의 시점에서 영화가 전개되며 딸인 비앙카와 마사의 서사를 삭제하였고, 주인공인 레다(올리비아 콜먼)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적절한 발화를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정을 버린 어머니에 대해 고운 눈길을 보내지 않는 사회에 대해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끈질기게 살아남는 것, 시대와 사람 앞에 이러한 자신이 존재하노라고 보여주는 방법 밖엔 없다.※ 스포일러 주의레다라는 개인우선적으로 레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레다는 이탈리아 비교문학을 전공한 학자이자, 그리스의 해변가로 휴가를 보내러 온 교수이다. 젊었을 적부터 빛나는 능력을 발휘한 그는 외모 역시 아름답다고 묘사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레다가 매력적인 여성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로스트 도터>의 레다는 마흔여덟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매력적이라고 평가하며 본인 역시 반짝이는 젊은이들의 생기를 전혀 잃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레다는 한 두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이다. 해변가에서 조우한 니나(다코타 존슨)와 그의 가족들과 껄끄러운 첫인상을 남겼음에도 다음 만남에서 곧바로 화해하며, 니나의 가족이 위험한 사람이라는 경고를 받았음에도 굳이 그 무리와 거리감을 만들지 않는 담대함을 보인다. 영화관에서 소동을 피우는 남자를 강하게 비난하며 안내원을 부르는 장면은 레다가 어떤 인물인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렇듯 레다는 대체로 여러 계산을 한다기보단 자신의 직감이 따르는 선택을 하는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인지 그의 선택이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레다가 늘 자상하기만 한 단편적 인물이 아님에도 짧은 휴가 기간 동안 다양한 사건에 얽히게 된 데에는 타인의 오해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지 생각하게 된다. 지적인 직업여성이라는 데에서 오는 확실한 정체성과 마흔이 넘은, 딸 두 명을 키운 어머니라는 이미지에서 흔히 연상하는 푸근함 따위로 레다를 해석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 아니겠는가.당연하지만 시선은 언제나 주관적인 것인지라 레다 역시 해변가에서 만난 니나에게 자신을 투영한다. 딸을 사랑하고, 남편과의 관계에서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도망치고 하는 니나, 딸이 자신을 미치게 만든다고 털어놓는 니나는 레다의 젊은 시절과 몹시 유사하다. 또한 영화 초반, 해변가에서 니나는 딸을 잃어버리는데 이를 통해 레다는 오래전 바다에서 비앙카를 잃어버렸던 자신을 떠올린다.잃어버린, 아니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딸영화의 제목은 <로스트 도터>로 잃어버린 딸을 뜻한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 이 영화는 어머니의 시선에서 전개된다는 점에서 어머니가 딸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묻는다. 어머니란 대체 무엇이기에 그들은 딸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을까? 젊은 레다(제시 버클리)가 남편 조(잭 파딩)에게 숨이 막히는 듯하다고 표현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니, '어머니 됨'이란 대체 무엇이며, 레다는 어째서 모성의 거부를 외칠 수밖에 없었을까?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어머니 됨'은 기본적으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일인데,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진 요즈음이라지만 이 부담은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다. 아무리 함께 가정을 꾸렸다 하더라도 돌봄 부담은 여성에게 부과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이미 다수의 논문에서 기혼여성들은 일과 가정의 양립에서 비롯되는 부담과 지나친 역할 요구로 인해 정신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혀진 바 있다(윤명숙, 유현경, 이수비. 2022). 영화 <로스트 도터>에서는 여성이 부딪히는 현실을 뚜렷하게 그려낸다. 레다는 남편 조와 마찬가지로 공부와 가정을 양립시키고자 하지만 뜻대로 일을 할 수 없다. 조는 교수로부터 전화를 받으며 아내에게 가사와 양육을 미루고 출장을 가지만 레다는 출장을 가기 직전까지 가사도우미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내야 한다. 남편이 집을 비운 동안엔 둘째 딸의 울음에 몇 초만 기다려달라는 레다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첫째 딸은 무한히 애정을 갈구하니 육체적/정신적으로 한계에 몰린다. 논문, 혹은 번역과 같은 작업에 필요한 기간은 너무나 촉박하다. 모든 것이 그를 옥죄어온다. 이때 밝혀지는 한 가지 사실은, 레다 역시 그리 좋은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역시도 친정을 버리고 뛰쳐나온 딸 - 로스트 도터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이기지 못한 여성/어머니에게 배려와 도움을 내밀긴커녕, 억압만을 지속적으로 부여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기에 레다의 우울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아름, 정정희(2021)에 따르면 양육스트레스가 지나치게 높아진 어머니의 경우 방임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레다 역시 한동안 가정을 떠나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가 일시적으로 돌아간 순간에조차 잭은 레다에게 당근을 건네지 않는다. 그는 레다가 가정으로 돌아올 때 누릴 수 있을 생활의 안정을 제시하거나 양육 부담을 나눠줄 계획을 공유하긴 커녕 '자꾸 이렇게 행동한다면 아이를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인 레다의 어머니에게 두 딸을 보내겠다'라고 협박한다. 비앙카와 마사는 레다만의 딸이 아니라, 본인의 딸임에도 불구하고 돌봄 노동은 여전히 어머니의 몫이다.아울러 세상이 여성을 어떻게 프레이밍하려 하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은 하디 교수(피터 사스가드)와 레다가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일 것이다. 하디는 유부녀를 유혹하면서도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자 레다에게 당신이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며, 딸과 전화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고 고백하는 레다에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선 안된다고 훈계하기까지 한다. 정리하자면, 자신은 완전무결하다고 합리화를 끝낸 하디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가정을 버리고 자신을 유혹하는 팜므파탈로서의 레다'라기보다는 '딸을 버리는 어머니로서의 레다'인 셈이다. 가족을 저버린 생활이 어떠했느냐고 묻는 니나에게 상상 이상이었다(It felt amazing.)고 대답했던 레다의 말엔 펼쳐놓기 어려운 감정과 시절이 모두 압축되어 있었으리라.길 잃은 딸들의 긴 우울레다가 젊은 자신을 회상하게 된 인물인 니나는 젊은 레다보다도 코너에 몰린 생활을 하고 있다. 남편은 집을 자주 비우고, 시누이는 니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딸은 사랑스럽지만 인형 하나에 세상이 사라진 것처럼 행동하고 니나와 분리불안이 있는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니나는 레다에게 묻는다. 이 감정, 우울증인지 무엇인지 모를 절망감이 끝내 지나가기는 하느냐고. 레다는 질문을 들은 순간에는 답하지 않다가, 영화 후반부에서야 대답한다. 지나가지 않으리라고.실제로 레다는 영화 내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함으로써 영화 내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니나의 딸 엘레나(아테나 앤더슨)가 잃어버린 인형에 대해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집착을 보인다. 영화는 이런 레다의 행동에 대해, 그리 편안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년 시절을 함께 이겨낸, 레다의 애착 인형 '미나(mini-mama)'가 비앙카와의 실랑이 사이에서 산산이 부서졌던 것이 주요한 원인일 것을 암시한다. 다만 문제는, 이러한 그의 과거를 니나와 라일(에드 해리스) 등과 같은 제삼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는 것이며, 레다 역시 자신의 행동을 뚜렷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계에서 인정받는, 이토록 놀라우리만큼 똑똑한 여자가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설명하지 못하는 원인은 무얼까. 사회가 여성의 우울을 너무도 오랜 기간 방치하고 개인의 잘못으로 떠밀었기 때문이진 않을까. 세상은 지금껏 여성의 심리에 대해 적절한 언술을 하지 않았다. 마련된 단어가 없으니 레다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적합한 설명을 해낼 수 없다. 목을 조르는 듯한, 숨을 쉴 수 없는 듯한 갑갑함을 남편에게 이해시킬 수 없으며 엘레나의 인형을 숨겼다가 급작스레 니나에게 되돌려주는 이유를 마련하지 못한다.그러나 니나의 질문에 답함으로써 자신의 우울이 쉽사리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입 밖으로 꺼낸 레다는 영화 말미에서 스스로를 껴안는 데에 성공한다. 깊게 찔리며 상처입었더라도 말이다. 딸을 잃어버리며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중압감에 시달렸던 바닷가에서 쓰러지고, 파도가 오가는 틈 속에서 눈뜨며 딸과 연락하지만 그저 그뿐이다. 그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과중한 책무를 느끼지 않는다. 과거로의 회귀를 갈망하지도 않으며 보편적 인식 속 모성애를 다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지도 않는다. 모래사장에 몰아치다가도 물러나는 파도처럼 감정과 삶은 동적인 연속체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파도가 바위에 가닿고 동굴이 깎여나가는 것과 같이 인생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지점들은 언제든 있기 마련이다. 그 시점에 맞추어 마땅히 물러나야 하는 때가 다가온다면 물러나는 것이 옳은 선택일 터다. 영화 중반에 등장한 여성 히치하이커의 말처럼, 우리의 일생엔 너무나 바보 같은 의무라는 이름의 일들이 산재해 있다("We are obliged to do so many stupid things.").나는 레다의 모든 족적에 대해 '옳았다'라고 말하진 않겠지만, '어머니'라는 역할을 깊은 고려 없이 무작정 관습적으로만 재생산해내고, 가정의 일엔 깊게 개입할 수 없다는 스탠스를 유지하는 사회 문화만큼은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문정(2021)은 자신의 논문을 통해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대해, 생물학적 양육과 정서적 안정을 주는 것 그 이상이라 표현했다. 어머니란 존재는 가사와 양육을 담당하는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욕망하는 딸을 키워내고, 가정에 소홀하더라도 사회의 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용인받는 아들을 키워내며 기존의 젠더 관습을 공고히 하는 강력한 매개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모성은 사회적 산물에 불과함에도 '본능'이란 단어와 함께 쓰이는데, 이러한 무책임한 모습은 버릴 때가 왔다(아니, 버릴 때가 한참 지났다. 지금은 21세기이다.). 올바른 양육법/어머니의 의무/모성의 바람직한 모습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으며,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다시 로크먼은 자신의 저서 『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을 통해 '엄마가 접하는 사회적 세계가 엄마의 행동을 형성한다'고도 썼다. 사회 관습적 어머니 역할을 거부하는 여성을 젠더 질서를 교란시키는 문제적 인물로만 낙인찍을 때가 아니다. 우리는 그들의 말을 듣고, 이렇게 돌이켜보아야 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딸들을 편안한 말로 외면하고 억압해왔는가?참고문헌김문정 "『여자의 전부』에 나타난 모성의 거부와 젠더 질서의 교란" 어문론집 85 pp.239-261 (2021)윤명숙, 유현경, 이수비 "미혼 성인자녀 둔 여성의 돌봄 부담과 스트레스, 우울의 관계 : 남편 돌봄분담 만족의 조절된 매개효과" 정신건강과 사회복지 50.2 pp.145-169 (2022) : 145.이아름, 정정희. "어머니 양육스트레스와 유아 문제행동의 관계에서 어머니 우울의 종단적 매개효과".열린유아교육연구,26(3),37-62. (2021)★★★★*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한 후, 주관적 견해에 따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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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작은 시인에게> - ‘너를 위해서라는 가장 단단한 변명’
나의 작은 시인에게 (The Kindergarten Teacher)
개봉일 : 2019.04.04 (한국 기준)
감독 : 사라 코랑겔로
출연 : 메기 질렌할, 파커 세바크,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마이클 체너스, 로사 살라자르
‘너를 위해서라는 가장 단단한 변명’
꿈을 꾸었지만 양지가 아닌 음지에 내려앉은 사람에게 빛나는 재능을 가진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나의 작은 시인에게>는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유치원 교사 ‘리사’와 가만히 있다가도 별안간 아름다운 시를 읊어내는 5살 소년 지미의 이야기다. 크게 성공하지 않는 이상 돈을 벌기 힘든 ‘작가’라는 꿈 대신 유치원 교사가 된 리사는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바쁘게 일을 하고,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들을 고등학생 졸업반까지 키우고 나니 이제야 조금 숨을 돌릴 틈이 난다. 리사는 이제야 깊게 한숨을 내쉬어본다. 그리고 그녀의 한숨 속으로 짙은 공허함이 파고든다.
남편은 바쁘게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도 아이들은 또래와 어울리기 바쁘다. 리사는 붕 떠버린 시간과 접어두었던 꿈을 붙잡기 위해 글쓰기 수업을 등록하지만, 리사의 글에 대한 수업 교사와 동료들의 반응은 영 시원찮다. 열의는 있으나 딱히 눈에 띄진 않는 실력. 한마디로 ‘타고난 재능과 센스’는 없는 사람인 리사는 어딘가 모자란, 아쉬운 글만 써 내려가고 있다. 그런 그녀 앞에 마치 신이 보낸 신호 같은 천재 소년 지미가 나타난다.
힘없는 걸음을 떼다가도 별안간 감정을 담은 시를 창조해내는 소년. 리사는 지미를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자 자신이 가공해야 할 의무를 진 소중한 원석처럼 느끼게 된다. 부러움과 질투, 애정.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집착. ‘너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서 너를 지키기 위함이야’라는 단단한 변명과 함께 시작된 리사의 엇나간 애정은 결국 이해할 수 없는 집착으로 번지기 시작한다. 천재성을 타고난 아이를 대상으로 질투와 집착을 느낀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지만,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면 반쯤은 이해가 갈 것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빛나는 것을 가진 아이. 그 반짝임은 누군가의 눈을 멀게 만든다.
사회의 그늘에 가려져 꿈을 빛내본 적 없는 어른이 재능을 가진 아이를 만나며 대리만족에 대한 집착, 질투심을 느끼는 과정이 지나치게 인간적이라 더욱 슬프고 애잔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되바라진 집착을 가진 어른 한 명마저도 없어진다면 아이의 재능을 마음에 담아줄 어른이 없을지도 모르는 이 사회의 모습에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의 작은 시인에게 시놉시스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리사’는 따분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시를 통해 예술적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하지만 재능이 따라주지 않는다. 우연히 자신의 학생 다섯 살 ‘지미’가 시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아이의 시를 자신의 시수업에서 발표하게 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나 자신을 더 투영해야 해.”
영화의 주인공 리사는 이제라도 꿈을 이뤄보겠다고 다짐하며 시 쓰기 수업을 신청한다. 하지만 그녀의 시는 어딘가 모자라다.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어디선가 들어본 그럴싸한 단어의 집합. 딱 거기서 그쳐버리는 애매한 시. 그게 리사의 시다. 본인도 알고 있다. 나의 시가 어딘가 부족하다는 것을, 당당하게 손을 들고 발표할만한 대단한 시는 아니라는 것을. 열정과 꿈을 안고 수업에 들어왔지만 리사에게 수업은 즐거움과 두근거림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명분, 딱 그 정도로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지미라는 아이가 리사의 눈에 들어온다. 좀비처럼 어슬렁 어슬렁 걷다가도 감정이 가득 담긴 시를 읊조리는 5살 아이. 태양의 반짝임과 사랑의 두근거림을 담아낼 줄 아는 5살 아이라니. 사랑이 뭔지는 알까? 싶은 나이지만 지미의 시는 그 안일한 생각을 모두 물리칠 만큼 아름답다. 리사는 지미의 시를 적어 수업에서 발표한다. “정말 좋았어요.” 리사를 향해 여러 형태의 칭찬들이 쏟아진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시에 대한 칭찬. 내가 쓴 것이 아님에도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몰려오는 순간이다. 리사는 그 아름다운 시를 어떻게 썼는지 설명할 수 없지만, 어떻게 만들어내야 할진 알고 있다. 작은 시인, 지미를 통하면 된다.
그 후로 리사는 지미에게 더 큰 기대와 집착을 갖게 된다. 새로운 시선으로 글을 써야 할 땐 지미를 번쩍 들어 높은 곳에서의 시선을 만들어주고, 지미가 나쁜 말을 쓸 때면 아이의 언어습관을 관리한다. 낮잠을 자는 아이를 흔들어 깨우는 그녀의 모습에서 옅은 집착과 열망의 냄새가 풍겨온다. 리사는 아이를 위해 시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녀의 행동이 지미를 위한 것인지, 자신을 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분명 리사도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떳떳한 행동은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 시가 떠오르면 보모인 베카에게 말하지 말고 나에게 말하고, 휴대폰 번호를 저장해 주겠으니 전화하라는 약속. 그리고 이름 전체가 아닌 L로 저장된 전화번호. 보모의 자격을 얻기 위해 꿈이 있는 젊은 보모를 몰아내려 행한 이간질. 리사는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어른들로부터 아이를 지키겠다는 괘변 아래 자신의 집착을 합리화한다.
무대 위 마이크보다 작은, 너무도 여리고 작은 나의 시인. 리사는 지미의 빛나는 재능이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 지미의 아빠는 밤낮없이 바쁘게 일하고, 가족들은 아이에게 무관심하다. 모차르트급의 천재적 재능이 있는 아이지만 그 누구도 아이의 재능을 알지 못하고, 발견하려 하지도 않는다. 무관심한 세상 속에서 아이의 재능은 언제 지워질지 모른다. 리사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녀는 지미의 재능을 빛내주기 위해 낭독회에 지미를 데려가지만 지미의 아빠는 아이의 재능엔 관심이 없다. 물론 리사가 아빠의 의사를 제대로 묻지 않고 아이를 데려간 것부터 잘못된 행동이었지만.
“세상이 널 지워버리려 해. 나 같은 그림자가 되면 안 돼.”
리사가 지미를 향해 처음으로 가진 감정은 놀라움이었고 애정이었다. 그리고 선을 넘은 애정은 집착이 되어버린다. 지미의 등굣길을 뒤따라간 리사는 잠겨진 문을 열고 아이를 품에 안는다. 그녀는 철창 안에 갇혀있던 작은 시인을 품에 안고 드넓은 호수로 향한다. 불안감이 가득 차오르는 오후를 보내고 몸에 붙은 것들을 씻어내는 순간. 지미는 기지를 발휘해 욕실의 문을 잠근다. 리사는 욕실 문에 붙어 앉아 지미에게 가졌던 애정과 집착을 풀어낸다.
아이와 어른이기 이전에 같은 시를 창작해내는 사람으로서 리사는 지미를 질투하고 또 사랑했다. 리사는 지미의 입을 떠나 공중에서 분해되는 아름다운 시들을 받아 적으려 노력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지미의 주변 어른들은 지미의 시를 그저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 또는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뱉어내는 몇 마디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지만, 리사는 달랐다.
“시가 떠올라요”
지미는 리사를 만나고 “시가 떠오른다”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새로 떠오른다 한들 누군가에게 알릴 필요가 없었던 작은 시인의 시. 그것을 진심으로 존중해 주는 사람은 리사뿐이었다.
리사는 지미의 재능에 집착한 유치원 선생님이자 납치범이지만 그녀만큼 지미를 진심으로 바라보는 어른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납치범을 벗어나 안전한 경찰차 안에 앉게 된 아이가 말한다. “시가 떠올라요. 시가 떠올랐다고요.” 하지만 경찰은 아이의 말을 궁금해하기보단 아이스크림을 갖다주겠다며 무심하게 차 문을 닫는다. 두꺼운 유리창을 뚫지 못한 아이의 말은 그대로 분해되어 사라진다. 그 자리에서 지미가 아름다운 시를 읊는다 해도 그것은 아무도 듣지 않는, 그 순간 사라질 운명에 처해질 것이 분명하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 마음속 어딘가에 묻어둔 깊은 열등감과 집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인물에 조금씩 동화되어 갔던 시간이었다. 빛나는 것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차가운 세상에서,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리사는 나쁜 어른이었던 걸까. 완벽한 잘못도, 완벽한 애정도 아니었기에 더욱 인간적이고 마음 아픈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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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쏘았다> 리뷰
씨네랩의 시사회 초대로 아내와 함께 용산 CGV에서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를 감상했다. 영화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브라질의 천재 피아니스트 테노리오 주니오르의 실종과 비극적 죽음을 중심으로 그려진 다큐 작품이다. 테노리오의 음악적 유산과 남미 우익 독재시대에 음악과 예술인, 그리고 역사가 교차하는 드라마틱한 서사를 영화는 섬세하게 전개해 보여준다.
20세기 중반,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국가들은 수많은 쿠데타와 계엄령, 그로 인한 인권의 억압과 폭력으로 점철되었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 칠레, 볼리비아,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중남미의 우익 군부독재정권과 협력하여 좌파 척결을 공동 목표로 삼으며 ‘콘도르 작전’을 벌였다. 군인들은 매일 밤 골목에서 시민들을 감시하고 체포하였다. 체포된 사람의 대부분을 군부대의 조사실에서 고문하고 살해하였다. 남미의 군사독재 체제하에서 자유로운 예술과 표현은 억압되었고, 많은 예술가들이 좌파 혹은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혀 실종되거나 살해당했다.
영화는 이 역사적 맥락 속에서 브라질의 천재 피아니스트 테노리오 주니오르의 삶과 죽음을 조명하며, 한 천재 피아니스트가 어떻게 역사의 희생물이 되었는지 드러낸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적 비극이 아니라, 우익 군부독재정권 치하의 무자비한 폭력 속에서 인권과 개인의 자유가 어떤 식으로 침해되고 탄압받는지 보여준다. 영화는 한 예술가의 흔적도 없이 사라진 실종과 죽음을 그리면서 무참하게 짓밟힌 예술혼을 조명하며, 민주주의 체제와 독재와 계엄 체제의 상반된 가치를 묵직하게 전달한다.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선으로 테노리오의 삶과 예술 세계를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를 통해 감성적이고 시각적인 몰입감을 제공하여 깊은 여운을 남긴다. 기록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전개는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로서의 무게감을 더한다.
영화는 애니메이션이 실제 영상으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며 역사적 진실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에 더하여 AI가 결합되면 과거에는 재현하기 어려웠던 사건과 인물들을 더욱 정교하게 재현할 수 있을 터이다.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만들어낼 새로운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이 영화는 음악, 예술, 그리고 역사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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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WIFF 데일리] 개별성을 뭉뚱그리지 않는 가족 모델
귀환/Homecoming
카트린 코르시니/프랑스/2023/108min/'새로운 물결' 세션
케이디자는 부유한 파리지엥 가족의 아이들의 보모로 여름 동안 코르시카섬에 머물게 된다. 10대인 두 딸 제시카와 파라를 데리고, 케이디자는 15년 전 비극을 피해 도망쳐 나온 그 섬으로 돌아간다. 2023년 제76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서울국제여성영화제)
어린이 한 명은 손에 잡고 갓난아이 하나는 품에 안은 흑인 여성 케디자. 그녀는 긴장된 표정으로 자동차를 타고 이동 중이다. 차가 선착장에 도착한다. 그때 전화가 온다. 케디자는 무너져 내린다. 눈물을 흘리며 두 아이를 끌어안는다. 그리고 15년이 흘렀다. 유람선에 오른 케디자의 옆에는 그새 성장한 두 딸 제시카, 파라가 있다. 파리에서 보모로 일하는 케디자의 고용인이 코르시카 섬으로 휴가를 떠나며 케디자와 그녀 가족에게도 동행을 권했기 때문이다. 케디자에게는 출장과 휴가를 겸한 여정이다. 15년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코르시카섬을 떠났던 케디자와 마냥 들뜬 두 딸. 15년 전 그들이 떠나온 장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관한 호기심을 촉발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셋은 코르시카에서 나름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흑인을 모욕하는 현지의 백인 남성, 고용인의 별장에 초대받아 즐거운 한때를 보내다가도 케디자가 보모 일을 해야 하는 순간으로 인해 긴장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가난한 흑인 가족인 세 모녀에게 이 정도는 그냥 넘길 수 있을 만한 일이다. 꽤나 즐길 만한 휴가가 이어진다. 제시카와 파라 역시 나름의 방식으로 휴가를 즐긴다. 제시카 고용인의 딸과 연인이 되고, 파라는 자신에게 못되게 굴었던 백인 남자와 미움과 애정이 뒤섞인 기묘한 관계를 형성하는 중이다.
그러던 중 사건이 생긴다. 첫째는 엄마가 죽었다고 말한 친할머니가 실은 코르시카섬에서 멀쩡히 살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파리의 좋은 대학에 들어간 제시카가 엄마와 동생을 부끄러워하며 그들로부터 탈출하고 싶다는 내용을 적은 일기를 파라가 발견한 일이다. 즐거운 한때를 보내던 세 모녀는 갈가리 찢기고 각자에게 위안을 주는 사람들에게로 향한다. 엄마의 비밀과 문화/계급 상승 욕망이 단란하고 단단했던 세 모녀 사이의 틈을 파고들어 헤쳐 놓는다.
그리고 위기 끝에 세 모녀는 다시 한 자리에 모인다. 케디자는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했으나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견딜 수 없었고, 이를 딸에게 물려주기 싫어 코르시카를 떠났다. 제시카는 자신이 동경하던 세계가 그리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엄마의 진심을 확인한 후 다시 돌아온다. 파라 역시 말썽을 부리고 멋대로 굴면서도 자신이 엄마, 언니와 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2023년 제76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귀환〉은 세 모녀의 개별 서사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동시에, 이들을 뭉뚱그리지 않고 관계성으로 다시 엮어낸다. 즉, 개별성과 관계성을 동시에 지닌 존재로서의 여성 가족의 모습을 그려낸다. 누구의 서사도 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고 존중되기에 그들이 엮였을 때의 감동도 배가 된다. 〈귀환〉은 강요된 희생과 역할이 아닌 이타적 욕망과 서로 다른 존재의 결을 품는 가족 모델을 상상하는 데 훌륭한 밑절미가 되어주는 영화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8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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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겨진 명작] 권력의 뒷면을 가감 없이 드러낸 명작
바이스
감독 아담 맥케이
출연 크리스찬 베일
네이버 평점 : 8.50 / 10 (네티즌 평점 기준 참여인원 300명)
왓챠 평점 : 3.7 / 5 (참여인원 4175명)
개인 평점 : ★★★★★ (5 / 5)
바이스 리뷰 3줄 요약
1. 미국 정치에 관한 블랙 코미디 영화
2. 아카데미 8개 골든글로브 6개 노미네이션으로 작품성, 연기력 등 모두 검증된 영화
3. 쿠키 영상 있음
<바이스>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바이스>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마지막은 만우절 포스터
Vice
1. 악덕, 부도덕, 악(opp. virtue); 비행, 부패, 타락 행위; 악습, 악벽(惡癖)
2.(조직·제도·문체·성격상의) 결함, 약점
Vice-president
1. 부통령
네이버 영어사전Vice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 제목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미국 부통령 딕 체니의 이야기라는 것
두 번째는 부도덕적이고 부패한 정치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영화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후 부시 대통령으로 축약) 집권 당시 부통령으로 활동했던 딕 체니라는 인물에 대한 영화이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미국 정치에 대해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딕 체니라는 이름조차 처음 들어봤었다.
이때까진 이렇게 파국으로 치닫는 영화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지....
표면적으로는 딕 체니의 생애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사실 딕 체니의 미국 정치 대 환장 파티를 보는 느낌이다.
본격적으로 내용을 소개하기에 앞서 감독과 배우들을 살펴보면
감독은 아담 맥케이로 전작 빅 쇼트에서도 미국을 금융위기로 몰아넣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역시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전적이 있다.
보통 정치, 경제 관련 내용은 기반 지식이 없으면 어렵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은데
아담 맥케이 감독은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으로 영화 속에 내레이션을 첨가하여 영화 진행 도중에 어려운 용어나 관련 지식들을 친절히 설명해준다.
바이스에서도 역시 완전히 같은 방식의 연출이었으며 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아담스, 스티브 카렐은 전작 빅 쇼트에서도 출연했던 배우들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 외에도 쓰리 빌보드에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셈 록웰이 합류하며 짱짱한 배우 진을 자랑했는데
사실 빅 쇼트 때 라이언 고슬링에 브래드 피트까지 출연했던걸 생각하면 배우 섭외력이 미쳐 날뛰는 감독이 아닐까 생각된다.
화려한 배우진과 검증된 감독 외에 바이스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점은 바로 아카데미 분장상 수상이다.
물론 훌륭한 배우들이 소름 돋는 연기력을 뽐내고 있는 것도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주지만
현실과 구분이 안될 정도의 분장은 이 영화가 실화라는 점을 강하게 인지시킨다. 영화 중간중간에 실제 연설 장면들을 넣어두었는데 몇몇 장면은 전혀 구분할 수 없었다.
아래 주요 출연 배우들의 사진과 실제 인물사진을 직접 보고 비교해보면 얼마나 대단했는지 한눈에 보인다.
특히 부시 대통령 역할의 샘 록웰은 부시 대통령이 직접 와서 찍었다고 했어도 믿었을 정도의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딕 체니 / 크리스찬 베일 [출처: 구글 이미지]
조지 W. 부시 / 샘 록웰 [출처: 구글 이미지]
린 체니 / 에이미 아담스 [출처: 구글 이미지] 도널드 럼즈펠드 / 스티브 카렐 [출처: 구글 이미지]
그 외 배우들과 실제 모습 / 부시 행정부 주요 인사 [출처: 익스트림 무비]
그 외 배우들과 실제 모습 / 딕 체니의 두 딸 [출처: 익스트림 무비]
할리우드 대표 고무줄 몸매로 유명한 크리스찬 베일은 역시 이번에도 큰 체중 변화로 완벽히 딕 체니가 될 수 있었는데 이제 살을 찌우고 삭발하는 건 기본 세팅인가 보다.
이전에도 아메리칸 허슬에서 20KG을 찌우고 탈모 있는 졸부 역할을 하더니 이 형은 맛 들인 게 분명하다.
바이스 촬영 직후 모습 / 최근 골든 글로브 시상식 모습 [출처: 구글 이미지]
심지어 이번 촬영 때는 5번의 심장마비를 겪은 딕 체니를 연기하기 위해 심장마비에 대해서 분석해두었다가 촬영 도중 감독인 아담 맥케이에게 자세히 설명해주었는데
감독이 실제로 운동 중에 이상한 증상을 느끼고 크리스찬 베일의 설명이 떠올라 빠르게 병원으로 가는 덕에 위험을 피했다고 하니 그의 치밀한 연기 준비가 어디까지 뻗어나가는 건지 무서울 지경이다...
이렇듯 맛깔난 연출과 싱크로율 100%의 분장, 혼을 갈아 넣은 듯한 연기로 완성된 바이스에 대해 본격적으로 리뷰를 시작해본다.
※스포 주의※
(약 스포) 바이스 메인 예고편
(이후 이어지는 내용에는 무자비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작성자의 생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이스는 크게 2개의 챕터로 나뉜다. 딕 체니의 생애를 다룬 영화 전반부와 부통령직을 제안받으면서 시작되는 후반부이다.
첫 번째 챕터를 보고 나면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오는데 이후 후반부 스토리는 거대한 쿠키 영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때문에 영화관 포스터에는 바이스에 2개의 쿠키 영상이 있다고 적어두었더라.
후반부까지 모두 끝난 뒤 나오는 진짜 쿠키 영상 또한 영화의 핵심적인 내용을 품고 있어서 다 보고 나면 매우 알차게 관람한 느낌이 든다.
사실 부통령이 되기 이전의 딕 체니는 꽤나 괜찮은 인물처럼 비친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전형적인 입지전적인 인물이랄까.
그는 고등학교 시절 잘 만난 여자 친구를 따라 예일대에 입학했으나 방탕한 생활로 두 번의 낙제와 함께 학교를 그만둔다.
이후 전봇대에 올라타 일하며 하루 벌고 하루 사는 엉망진창인 딕 체니의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만나 결혼까지 이어진 아내 린 체니가 그런 딕 체니를 바꿔놓았다.
사실 딕 체니가 처음에 정치에 입문해서 권력과 명예를 얻은 것은 대부분 린 체니에게 권력자의 아내라는 권위를 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실제로 딕 체니 또한 자신이 부통령까지 올라가는 데에 있어 린 체니의 역할이 컸음을 인정했다.
그는 이렇듯 아내의 인정과 가족의 안정을 위해서 모든 노력을 쏟는 사람이었다. 일례로 공화당임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인 둘째 딸 메리 체니를 위해 동성 결혼에 대한 찬성 입장을 펼쳤으며 이후 차기 대권 주자로 나오려다 포기하게 되는 배경에도 메리 체니에게 쏟아질 질타를 걱정해서 스스로 물러나는 자세를 취한다.
이렇듯 성공한 삶과 행복한 가정을 모두 이룬 딕 체니는 글로벌 석유회사 홀리 버튼의 CEO로서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었는데...
부시 대통령이 갑자기 그를 러닝메이트로 영입하며 무지막지한 권력자로 탈바꿈한 것이다.
(예고편에서는 편하게 갈비나 뜯으면서 물어보던데 부시도 이때까진 몰랐겠지...)
이후 부통령으로서 딕 체니는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위해 매우 강경한 입장을 펼치는 그야말로 강인한 이미지로 표현된다.
그렇지만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그가 이렇듯 모든 권력을 손에 쥐고 있었음에도 전면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인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는 진짜 권력이 무엇인지 알고 있던 인물이라 생각된다.
그는 부시 위에 있었지만 부시를 무시하지 않고 존중했으며 모든 권력을 부시와 함께 나누었다.
다만 대통령의 주변 인물을 모두 자신의 인사로 채움으로써 부시를 전면에 내세우고 본인의 권력을 맘껏 휘두른 것으로 여겨진다.
그뿐만 아니라 마케팅 전문가를 기용해 여론에 대한 반응을 조사함으로써 언론은 이렇게 다루는 것이라는 언론의 마술사 급 행보를 보인다.
이런 딕 체니의 야망이 터져나가는 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9.11 테러가 터지던 순간인데...
9.11 테러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선과 의견이 있겠지만 딕 체니는 거기서 외부의 적을 이용한 미국 내부 여론의 결집과 비상시 행정부의 강한 권력 강화를 보았나 보다.
영화 속에서 보이는 딕 체니의 행보를 보면 아마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강대국이라는 미국의 힘을 그것도 대통령이라는 강력한 권한을 이용해 최대한 있는 힘껏 휘두를 때 어디까지 부수고 빼앗을 수 있는지 궁금했던 인물이었던 것 같다. (부통령이라지만 아무도 안 믿는다. 아마 부자 대통령이라 부통령인가 보다)
실제로 막강하게 휘둘러댄 힘은 강대국인 미국이 휘청거릴 정도였지만 끝끝내 버텨낸 것을 보고 역시 강대국임을 입증했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이라크전과 사담 후세인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데 딕 체니 눈에 가장 만만하고 맛있어 보이던 나라가 이라크였나 보더라.
9.11 테러로 광분한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이 있던 아프가니스탄과 전쟁까지 이어지게 되는데 여기까지는 별문제 없는 보복 전쟁이었다.
다만 아프간 옆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이라는 독재자가 세상모르고 독재 정치에 정신이 팔려서 많은 헛짓거리를 하는 중이었는데
이에 딕 체니는 이라크까지 오사마 빈 라덴과 엮어서 악의 축으로 지정해버린다.
그때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담 후세인은 UN까지 받아들이며 미국이 주장하던 대량 살상 무기가 없음을 피력했지만
전쟁은 원래 일으키는 게 더 쉽다고 UN 승인 없이 미국은 이라크 침공에 나선다.
이 사건이 이후 수많은 이라크 파병 미군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딕 체니를 권력의 정점에서 끌어내렸으며 새로운 테러단체인 ISIS 탄생까지 영향을 끼치는 무지막지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생각해보면 악의 축 악의 축 하더니 진정한 악의 축 IS를 만들어내셨다.....
이런 국제적인 사건들 외에도 딕 체니 행정부는 다양한 법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재해석해서 상식 밖의 행동들을 감행하는데.
영화 속에서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마치 입맛에 맞는 메뉴를 고르는듯한 장면으로 풍자한다.
그들은 재해석을 통해 써먹기 좋은 다양한 법들을 입맛대로 모두 주문하고 맛보며 권력을 즐긴다.
이를 통해 모든 미국인의 개인 정보와 이메일을 수집하고 위험인물들은 잡아서 무자비하게 고문하였고, 심지어 무고한 시민들도 테러리스트로 의심하고 잡아서 고문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 사건에 관해서 영화 마지막에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딕 체니는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조금의 후회도 죄책감도 없었다.
그는 테러로 희생당한 사람들이 있고 무고한 사람 한 명을 희생시켜서 그런 테러를 막을 수 있다면 자신을 몇 번이고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말을 한다.
이를 보고 딕 체니는 철저하게 강경한 공화당의 대변인이었고 그러한 사람들의 최정점이면서 최전방에 있었던 인물이었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든 생각은 정치인은 좋은 정치인 나쁜 정치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각자 어떤 무리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딕 체니가 정말 뛰어난 정치인이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펼쳤던 다양한 정책들의 여파가 아직까지 공화당 내에 남아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는 철저하게 남을 위한 힘을 최선을 다해 휘두르던 인물이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이로써 영화 바이스의 리뷰를 끝마치며 한 작품에서 이렇게 연기력, 사회문제, 재미를 모두 만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기에 기회가 된다면 꼭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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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한 시도로 가린 곱씹을수록 아쉬운 퀄리티
이 세상에 각자가 부여받은 임무란 게 있다. 어떤 사람은 영화를 만들고, 또 어떤 사람은 빵을 만든다. 비슷한 맥락으로 나는 글을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누가 먼저 협박한 게 아닌 솔선수범의 글쓰기지만 어쩔 때는 의무감과 비장함에 근거해서 글을 쓰는 셈이다. 그런 나지만 가끔 그런 고민을 마주한다. '어떻게 써야 하지?' 조회수와 금전적인 문제로 설명할 수 없는 나만의 뿌듯함을 찾기로 한지 거의 1년이 지났다. 청년실업이 들이닥친 현재 자기가 재밌어하는 일이 하나라도 있으면 축복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면서, 그렇게 재미없는 사회복무요원 생활을 하루하루 흘려보내고 있다.
그렇게 일상을 살다 축복 같은 날을 마주한다. 바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같은 영화를 보는 것이다. 그럼 정말 문화생활 제대로 한 것 같다. 역시 잘 만든 예술이 세상을 구한다. 다음 날은 금요일이다. 극장으로 향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것이 신이 점지해준 일이라고 생각하고 했을까? 돈 얼마 안돼도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 가끔 무당이 나의 미래를 예견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잡생각도 무색하게 극장에서 거의 2시간가량을 보냈다. 괜찮은데? 새로운 스릴러 같은데? 그러나 집에 오니 생각이 바뀌었다. 마치 영화의 신이 홀렸던 것처럼, 돌이키면 돌이킬수록 단점이 느껴져 왠지 모르게 별점을 깎게 된다. 이는 반은 성공했고 반은 실패했다는 의미가 되지 않을까? 세 명의 무당이 신을 불러 모은다. 이 사람은 각기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대무가>다.
무당 학원
신남은 오늘도 바쁘다. 동분서주하는 신남. 바쁘다 못해 엄마한테 전화를 건다. 띠리리리링. 엄마. 나 신남인데. 천만 원만 보내줘. 엄마가 ATM기도 아니고 갑자기 천만원이 튀어나올 리는 없다. 신남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신남은 학원을 다니고 있다. 코딩학원이나 제빵학원 같은 학원이 아니다. 좀 특별하다. 학원의 이름은 무당학원이다. 아니 무당학원이 있어? 싶지만 실제로 있다. 좁은 공간에 수강생들을 몰아넣고 신내림에 대해 강의하는 강사가 있다. 심지어 꽤나 진지해 보인다. 사실 신남은 요즘 취업이 도통 안 돼 무당학원에 들어왔다. 무당은 정년이 없다는 말에 혹했다. 천만원도 학원에서 보내라고 해서 필요한 돈이다. 여러모로 궁상맞은 신남. 학원에서 가르치는 수업 내용을 전부 다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난데없이 열린 프리스타일 굿에서도 청담 도령에게 압도적으로 털린다. 누가 봐도 초짜 무당인 신남이지만 그에게도 일거리는 들어온다.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열심히 바이럴 마케팅을 한 덕에 어떤 사람이 의뢰를 요청한 것이다.
의뢰의 주인공은 정윤희라는 여자였다. 얼마 전 돌아가신 윤희의 아버지. 사인은 자살이었다고 한다. 윤희의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딸을 때렸다고 한다. 술만 들어가면 사람이 난폭하게 변하는 것이다. 이 난폭함이 자살의 간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윤희는 이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다시 보고 싶어 신남을 찾았다. 의뢰를 받아들이는 신남. 신남은 자신이 없다. 신내림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도 없는데 엄마한테 빌린 돈 천만원을 갚기 위해 무작정 받아들였다. 어떡하지? 발만 동동 구르기엔 경찰서에 가게 생겼다. 무당학원의 원장님에게 달려가는 신남. 신남은 원장님에게 '대무가'라는 것의 존재를 알게 된다. 대무가를 연마하는데 힘쓰는 신남. 원장은 신남에게 대무가를 깨우친다면 신내림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전한다. 신남은 과연 윤희의 의뢰를 무탈하게 끝마칠 수 있을까?
재미는 있었어
영화를 보기 전에 그렇게까지 기대를 하고 간 편은 아니었다. 금요일 바로 전 목요일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봐서 그런 것도 있다. 그냥 단지 웃기기만 해도 만족하지 않았을까? 그에 걸맞게 일단 초반부는 웃기는 데 성공했다. 일단 무당학원이 있는 게 신기했다. '목사학원'이나 '스님학원' 이 있지는 않잖아? 이 특이한 소재를 미술로 구현하는 방법도 신기했다. 극에서 학원 원생 역을 맡은 배우들을 보면 진짜 그곳에 다니는 사람 같다. 또 이 학원에서 강의하는 것도 웃기다. 무슨 굿이 아니고 무슨 길거리 버스킹 같다. 무엇이든 간에 학문이면 그 안에 짜여있는 체계라는 것이 있다. 그런 거 다 무시하고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갈기는 이 모습이 웃기긴 웃기다. 특히 여기서 양현민 배우는 진짜 프로 같다고 느꼈다. 실제 직업인 무당 같기도 하지만 하나의 어색함도 없이 그 퍼포먼스를 소화한다. 어디서 저런 배우가 나왔지? 후에 많은 영화에서 조우진 배우처럼 많은 쓰임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깔깔 웃을 수 있는 초반부가 지나면 이야기의 핵심으로 들어간다.
이야기는 신남에게 일어난 어떤 사건을 기점으로 아예 바뀐다. 뻔뻔한 맛으로 살리는 코미디에서 스릴러로 톤이 바뀐다. 일단 영화에서 중요하게 자주 나타나는 문서가 있다. 또 정경호 배우가 맡은 손익수는 한 동네의 소위 '통'으로서 마을을 접수하고자 한다. 이 손익수가 이 마을 7구역을 접수하고자 하는 이유가 있다. 이 이유를 중심으로 마을의 재개발 권리를 하나씩 수거하는 것이 극의 과제라고도 볼 수 있다. 대무가가 왜 필요해? 바로 이런 손익수의 야심을 채우기 위해서다. 무당이라는 존재가 그의 야심을 채우는데 주요한 역할을 맡는다. 이 손익수의 야심이 이야기에서 장르를 바꾸는 변곡점이 된다. 이후 이 스릴러로 장르가 바뀐 후로 극의 몰입감이 뛰어나다. 몰입감이 좋으니까 극을 보는 도중에는 크게 걸리는 것이 없다. 물 흐르듯이 전개되는 이야기. 이 이야기에서 지적하는 사회문제도 있다. 신남이 부딪힌 청년실업 문제, 이권다툼을 앞둔 인물들의 갈등, 가정폭력 이야기 등등. 연출 능력 자체는 좋기 때문에 단점이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는 곧 작품 자체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게 된다. 이 영화가 지금 CGV 에그 지수가 알이 깨져서 그렇지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클래스는 영원해
박성웅이 맡은 마성준 캐릭터는 입체적이다. 극의 후반부까지 이 사람은 과연 어느 쪽에 속하는 사람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사실 까고 보면 너무나도 인간적인 동기부여기 때문에 이 사람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하기 쉽다. 이 이점을 먹고 가는 인물 설정 덕에 신남이 갑자기 비중이 줄어드는 이야기를 마성준 중심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박성웅 배우는 이렇게 더하고 빼는 강약 관리를 매우 잘했다. 어쩔 때는 순수한 모습을, 또 그 모습 이면에 깔려있는 우월의식을 드러내는 연기를 잘 수행했다. 일례로 마성준과 청담 도령이 첫 대면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박성웅 캐릭터가 했던 말투 하나, 제스처 하나가 상대방을 기 싸움에서 찍어 누른다. 하나하나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개인기로 직조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또 이 사람은 세계관에서 가장 강력한 무당들 중 하나다. 그럼 무당으로서 굿을 펼치는 부분도 류경수/양현민 두 배우와는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도 메이크업과 의상, 말투만으로도 입체감을 부여하며 극에서 가장 선명한 캐릭터로 자리 잡는다.
또 양현민의 뛰어난 퍼포먼스는 이에 기름을 붓는다. 극에서 이야기를 이끄는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청담 도령. 청담 도령은 과거에 어떤 트라우마가 있고, 이것이 자격지심으로 발현되며 인물의 동기부여를 이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손익수라는 인물에 대한 리액션을 보여주며 빌런이 얼마나 악랄한 인간인지를 보여준다. 이에 대한 설계가 오롯이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청담 도령이 어떤 공간에 잠입해서 중요한 정보를 빼내는 시퀀스가 있다. 이때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청담 도령 같은 일반인들에겐 충격적인 장면이다. 여기서 충격받는 리액션이 카메라에 중심으로 잡힌다. 안 그래도 반응을 유심히 볼 수 있는 장면 세팅에 생동감 있는 연기까지 더해지니 극의 리듬을 변환하는 중요한 시퀀스에 힘이 실린다. 또 중반부와 후반부 하이라이트 신에서 굿 하는 거 보면 몸 자체를 잘 쓰는 배우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극의 분위기를 이 인물의 화장법과 손발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배우들 연기도 좋았고. 이야기도 영화를 볼 땐 괜찮았다. 애초에 힙합이랑 굿이랑 융합해서 무언가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이런 형식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별점을 매겨보자. 3.5점? 3점? 3.5점을 줬다. 재밌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영화에 대해 생각해봤다.
맥 빠지는 이야기
우리가 어떤 영화를 볼 때 힘이 부족하면 보는 재미가 줄어든다. 영화는 하이라이트 굿으로 이를 피했다 뿐이지 돌이켜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우선 극의 이야기 구성은 하이라이트 신에서 굿을 펼치는 것 말고 인물 간의 서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럼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볼 때 후자에 대해 돌이켜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서가 있다. 사회비판적인 맥락에서도 읽을 수 있고, 이야기의 측면에서도 이것이 없으면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극을 볼 때 이 문서가 중요하게 읽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심심할 때면 강한 템포의 무언가가 개입해서 연출력으로 이야기를 넘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서의 행방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완성도의 높은 평가를 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 그 많은 인물 중에 '아예 그 문서를 찾지 않는 법'을 고민하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심지어 이 문서에 대해서 두 번 반복되는 지점이 있다. 이 반복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딸 '윤희'라는 점이 중요할 것이다. 그녀가 무당들을 섭외해서 불렀으니 말이다. 그런데 윤희 입장에서 인물들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에 대해 묘사가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이 인물이 어떤 행동을 믿으면 이야기가 굉장히 쉽게 풀린다. 그런데 그냥 후반부에 이야기를 펼치기 위해 갈등구조를 만들었다는 분명한 단점이다. 이 때문에 윤희라는 배역의 서사가 훼손된 것이다.
그리고 <대무가>라는 소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 <대무가>의 제목에서 내포하는 것이 그렇게 넓지 않다. 인물 간의 각성이 이뤄지는 소재가 <대무가> 긴 해도 극에서 정말 중요한 건 따로 있으니까. 인물이 각성하게 되는 계기? 그게 정말 대무가 때문인가? 잘 따지고 보면 대무가가 극에서 어떤 영향을 구체적으로 줬는지 묘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것이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극에서 제시되는 신남의 사연인 청년실업 문제, 청담 도령의 과거 문제, 마성준이 갖고 있던 인간관계 문제와 엔딩은 사실 큰 연관이 없다. 이 사람들은 대무가를 단지 불렀을 뿐 어떻게 보면 안 불렀어도 그런 결과를 맞이핳 수 있었다. 단지 후반부에 하이라이트를 그렇게 만들어서 무당이라는 속성을 부여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소재가 끌고 가는 원동력이 약했던 것이다.
또 마성준 캐릭터가 동기부여가 중요했던 것만큼 신남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신남이도 이유가 굉장히 중요했다. 본인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가 있고. 이 음모에 의해 많은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 그것 치고 이 굿판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이 지나치게 소박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불분명한 인과관계는 극 전부를 겉돈다. 다른 예로 윤희는 극에서 변환점이 되는 어떤 선택을 한다. 초반부에 나오는데, 여기서도 굳이 이럴 이유가 없는데 너무 과장해서 행동한다. 또 극의 중반부를 넘어가서 굿을 벌이는 장면이 있다. 이 부분에서도 '이 영화는 초자연적인 것을 다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간다. 또 있다. 중반부 지점에서 경찰을 불러야 하는 장면이 있다. 캐릭터 입에서 직접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 캐릭터가 목격한 광경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벌어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한국이 벌컥 뒤집힐만한 일인데 그냥 어물쩡 넘어간다. 이 낡은 각본은 후반부에 모든 상황이 마무리될 때로 이어진다. 이야기의 행방이 결론이 나면 허무하다. 솔직히 그 전부터 확인할 수 있던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황을 인물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도 이상했다. 그에 힘입어 경찰이 인물들에게 묻는다. '오늘 뭐 하셨어요?'라고. 이 오늘 '뭐 하셨어요?'라는 질문은 영화의 모든 이야기를 함축한다. 사실 간단하다. 이 영화는 아무것도 아니다. '오늘 뭐 했냐?'라는 말에 '아무것도 안 했다'로 답할 수 있는 영화가 되는 셈이다.
철저한 개인기로
영화에서 화려한 연출은 많이 쓰였다. 군데군데 화면에 사람 얼굴을 크게 보이는 쇼트가 몇 번 찍혔다. 이는 영화에서 분출하고 있는 요란한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쓰였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연출법은 <럭키 몬스터>가 연상된다. 철저한 B급 연출법으로 맹수의 흑화를 표현했던 감독의 역량이 코미디로, 스릴러로 기능한 부분이 흥미로웠던 영화. 이 <대무가>는 전체적으로 기이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스릴러로서의 장르적인 재미는 충분히 챙긴다. 또 정경호, 박성웅, 양현민 세 배우의 호연 덕에 극이 흥미진진하게 잘 굴러간다. 이런 이유로 재미있는 영화가 나왔다. 그래서 극장을 나오고 바로 직후에는 '어 괜찮네?' 싶다가도 책상 앞에 앉아 다시 생각하면 '..?' 싶은 영화가 되는 셈이다. 감독이나 배우들의 능력은 좋은데 각본이 아쉬웠던 영화였다. 추천은 한다. 그런데 정말 할 일이 없으면 보시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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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휴가#택시운전사#518광주민주화운동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여 영화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1.25배속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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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가수:서영은
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oWj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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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드라마, 액션
감독: 류승완
각본: 류승완
제작: 강혜정
출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김소진, 정만식, 구교환, 김재화, 박경혜 외
촬영: 최영환
조명: 이재혁
편집
미술
음악
의상
주제곡
촬영 기간: 2019년 11월 ~ 2020년 2월
제작사: 대한민국 외유내강, 덱스터 스튜디오, 필름케이
배급사: 대한민국 국기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대한민국 국기 2021년 7월
화면비
상영 시간: 121분
제작비: 240억 원
- 시놉시스
내전으로 고립된 낯선 도시, 모가디슈
지금부터 우리의 목표는 오로지 생존이다!대한민국이 UN가입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시기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는 일촉즉발의 내전이 일어난다.
통신마저 끊긴 그 곳에 고립된 대한민국 대사관의 직원과 가족들은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북한 대사관의 일행들이 도움을 요청하며 문을 두드리는데…목표는 하나, 모가디슈에서 탈출해야 한다!
- 캐릭터
대한민국 대사관
한신성 대사 (김윤석 분)
강대진 참사관 (조인성 분)
김명희 (김소진 분)
공수철 서기관 (정만식 분)
조수진 대사관 사무원 (김재화 분)
박지은 대사관 막내 사무원 (박경혜 분)
북한 대사관
림용수 대사 (허준호 분)
태준기 참사관 (구교환 분)
2021년 개봉예정인 대한민국의 영화. 류승완 감독의 11번째 연출작.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인해 고립되어 버린 남북대사관 공관원들이 목숨을 걸고 함께 탈출했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영화 제목이 캐스팅 과정에서는 '탈출' 이라는 가제로 알려졌으나, 이후 '모가디슈'로 확정되었다.
2020년 여름 성수기 개봉작품으로 준비중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개봉이 1년 가까이 지연되었다.
영화의 배경은 소말리아 모가디슈지만 현재까지도 위험이 발발한 지역인지라 실제 촬영은 모로코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모가디슈 #모가디슈예고편 #모가디슈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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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위키드> 1차 예고편
장르: 뮤지컬 영화 출연: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데 그란데, 미셸 여, 제프 골드브럼, 조나단 베일리, 에단 슬레이터, 마리사 보데가, 보웬 양, 브론윈 제임스, 케알라 세틀 감독: 존 추 각본: 윈니 홀즈만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소설 원작, 작곡 작사 스티븐 슈워르츠, 윈니 홀즈만이 각본을 맡은 뮤지컬 위키드를 원작으로 한다. 제작: 데이비드 닉세이, 스티븐 슈워르츠, 자레드 르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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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빅토리> 티저 예고편
빅토리적 사고 💭 세상이 멸망해도 우리는 "춤"춘다💃. 모두를 들썩이게 할 #빅토리 티저 예고편 대공개🎶 이혜리 X 박세완 X 이정하 X 조아람 🍿 [빅토리] 8월 14일 극장 대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