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2022-06-21 09:31:29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아빠의 아픔을 인정하는 일
[리뷰] <아버지와 숲>(2020)
열다섯 살 지나(레오니 수쇼)는 아빠 지미(알반 레누아)와 친하다. 깊은 숲 속 나무 기둥에 줄을 매달고 올라가 함께 자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지나가 또래 남자애들한테 놀림을 당할 때 지미가 그 위에 물을 왕창 쏟아 쫓아내기도 한다. 지미는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다. 숲에서 관리인 몰래 장작을 훔치기도 하고 시끄럽다는 이유로 갑자기 TV를 집 밖으로 던져버리기도 한다. 자신이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밥을 먹다 갑자기 사정없이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는 지미와 마트에 갔다가 지미의 걷잡을 수 없는 행동을 목격하게 된다. 지미가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미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이후 지나는 지미를 탈출시키려고 애쓴다.
지나는 왜 무리해서까지 지미를 구하려고 할까. <아버지와 숲>(2020)을 보는 내내 물음표가 떠올랐다. 지나는 지미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도 그의 아픔을 인정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마치 다시 같이 집으로 돌아가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라는 단순한 믿음이 있는 것 같았다. 그만큼 아버지가 친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걸 증명하긴 하지만 지나의 행동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빠를 탈출시키기 위해 병원에 무단 침입하거나 자꾸 무리한 행동을 하는 일. 엉뚱하고 감정에 치우치는 지나의 그런 모습은 지미와 어떤 면에서 닮았다. 크라츠보른 감독은 이런 지나가 좀 더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영화에 담는다. 그러니까 소중한 사람의 아픔을 인정하는 것. 가까운 게 좋지만 때로는 거리를 둘 대도 있다는 것. 그걸 감당해야 한다는 것.
지미 때문에 또 한 번에 위험에 처했던 지나는 또래 남자애와 친해지면서 새로운 관계를 쌓기 시작한다. 기존에 안전했던 관계에서 벗어나 지나는 더 새롭고 단단해질 수 있을까. 냉혹하지만 성장의 중요성을 직시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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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의로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듯이
구사일생
경기 대기 중. 홍대의 머릿속에 생각이 많다. 홍대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고민이 많아 보이는 홍대. 홍대의 시선은 동료 축구선수 성찬으로 향한다. 인터뷰 중. 빅리그 입단이 확실시된 성찬에게 질문이 쏟아진다. 박성찬 선수! 이 경기는 어떻게 플레이할 생각이십니까? 뭐 빅리그도 물론 좋지만 지금 앞에 있는 경기에 집중해야죠. 겸손함을 보여주는 성찬. 그런 성찬을 바라보는 홍대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경기 시작! 주심이 호루라기를 분다. 갑자기 홍대가 이상한 행동을 한다. 성찬을 도와 팀의 승리를 이끌어야 할 홍대가 성찬이를 맨 마킹 한 것이다. 경기를 던져버리는 홍대. 당연히 라커룸에선 난리가 났다.
라커룸에서만 난리가 나면 다행일 것이다. 홍대의 역주행은 금세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빗발치듯 따라온 기자들. 난감한 질문이 들어온다. 그러나 그중에 가장 깐족거리는 사람이 있었다. 유난히 눈이 맑은 기자 하나가 유달리 거슬리게 행동한다. "경기 중 역주행 퍼포먼스는 사기 혐의로 수배 중인 어머니에게 보내는 메시지인가요?" "현재 사기 혐의 수배 중인 어머니의 도주를 돕고 계신 건 아닌가요?" 홍대의 얼굴표정에 무언가 변화가 있다. 화가 난 홍대. 도발하던 기자의 눈을 찌른다. 이 장면은 뜨거운 감자가 돼서 홍대의 커리어에 직격탄을 날렸다. 축구선수로서 은퇴 5분 전인 홍대. 아예 축구계는 접고 연예게 입문을 노리고 있다. 그런데 좋은 걸로 이슈가 된 것이 아니다.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 이때, 홍대에게 제의가 들어온다. "너 감독해라. 월드컵 나갈 건데. 홈리스 월드컵이야. 다큐 제작팀도 붙을 거다."
감동 실화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실제로 2010년에 한국 홈리스 국가대표팀이 월드컵에 출전한 바가 있다고 한다. 이 한 줄로 알 수 있는 정보는 두 개다. 하나는 '홈리스'를 소재로 했다는 것과 스포츠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이다.
영화는 홈리스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영화 표면적으로 주인공 롤을 맡은 배우는 홍대 역의 박서준과 소민 역의 이지은 배우다. 이 둘은 영화에서 밑그림이 된다. 무슨 말이냐. 홍대는 홈리스를 하나의 축으로 모으는 역할이다. 또 이 사람들을 다독여서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야 하는 임무가 있다(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홍대 내적인 성장은 보너스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홍대가 영화의 핵심에 겹쳐지는 순간이 있다. 이는 영화 내내 제시되는 홈리스들의 입장과 홍대가 처해있는 상황이 병치된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런 연출은 영화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왜? 영화가 다루는 핵심 소재는 소수자이기 때문이다. 왜 사람들이 홈리스와 같은 입장에 놓이는지, 또 어떤 이유로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지가 영화에서 직간접적으로 묘사된다. 약간 부차적인 장면이긴 하지만 홈리스들에 대한 시선이나 '빅이슈'라는 잡지사가 등장하는 방식도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들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비하하거나 희화하는 걸 지양하지만 소재를 다루는 것에 거침없었던 감독의 수가 돋보인다.
또 이 작품은 스포츠영화로서의 장르적 특성을 갖고 있다. 2부에 축구 경기장이 등장한다. 이 축구장 시퀀스의 완성도를 떠나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흥미롭게 볼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글쓴이가 생각했을 때 스포츠영화로서의 장르성을 챙겼던 것이 어느 지점에선 강점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중반부까지 홈리스들을 가르치는 홍대의 모습이 그렇다. 운동이라고 하는 것이 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에 갑자기 짠하고 잘하지 않는다. 누구는 잘하고 누구는 못하는 게 당연하다. 영화에서 홈리스들 간의 사연이 다양한 만큼 이 피지컬적인 재능도 각자 다르게 묘사되는 부분은 흥미로웠다. 홈리스들의 연령대를 생각해 보면 사실 당연한 건데 섬세한 연출방식으로 리얼리티를 더했다.
몇 명 퇴장당한 축구경기처럼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면 '착한 영화'다. 홈리스에 대해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영화는 좋은 평을 받기 충분하다. 그러나 이와 상응하는 이 영화의 단점을 뽑자면 그 나머지다. 사실 영화에서 감정적으로 뭉클한 장면이 있다. 신인류의 OST가 들어가는 장면은 역시 감독의 감각이 젊다는 걸 체감하게 한다. 전체적으로 뻔했던 경기장 시퀀스에서 이 노래가 삽입되는 장면 하나만큼은 식상하지 않았다. 또 웃긴 장면도 있다. 홈리스들의 서사를 쌓아가는 과정이 약간 전형적이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양현민 배우의 퍼포먼스는 인상 깊었다.
그런데 이 외의 지점에서 마이너스가 너무 많았다. 우선 첫 번째. 영화는 착하기만 하다. 이를 구체적으로 풀어서 써보자면 영화가 살짝 노골적이라고 느껴졌다는 점이다. 우선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생각난다. 션 베이커의 작품 세계가 그렇지만 영화에서 해결책이 없었다는 점은 우리 각자의 몫으로 설루션을 돌렸다는 점에서 그 작품의 강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단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 중에 깊이 있는 통찰을 다룬 작품은 많다. 후반부에 약간 김새긴 했지만 시스템이 만든 비극 자체를 생각한다는 점에서 훌륭하다(물론 영화가 제시한 해결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 <드림>은 중반부 즈음에 어떤 인물이 누구에게 코미디 대사와 함께 직접적으로 제시된다. 이 인물이 축구대회까지 가는 길에 굉장히 중요한데 이 장면에서 갑자기 방점이 쾅 찍히고 존재감이 옅어지는 건 차치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대사들이 너무 대놓고 들어갔다. 이병헌 감독의 진심이 느껴지긴 했다. 심지어 이 장면에 들어간 코미디 대사들 웃기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 대사 하나가 너무 템포에서 임팩트가 커서 이 장면만 기억나는 느낌? 조연 홈리스들의 도전서사가 이 장면이 내포하는 메시지로 귀결이 나는 거면 모르겠다. 어차피 이 장면을 보여주려고 후반부가 있는 거면 이다음 시퀀스들이 굳이 없어도 되지 않을까?
또 인물을 설정하는 방식에서도 꼼꼼하지 못한 것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우선 홍대 쪽 묘사다. 홍대 역을 맡은 박서준 배우는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뭔가 과한 초중반부를 이끌 만큼 본인이 갖는 스타성을 적절히 활용한다. 특히 초반부에 홍대가 사고를 치고 인터넷 밈으로서 주인공이 퍼지는 영상이 있다. 이런 건 배우가 박서준이고 그의 역할에 이입되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영상이다. 그러나 이 인물이 약간 과시적으로 묘사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쌍쌍바가 등장하는 시퀀스다. 음.. 모르겠다. 박서준과 이병헌이라는 이름을 보고 극장을 가는 사람 중 이런 방식의 연출을 원했던 분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또 이 홍대는 중후반부 지점을 지나 터닝포인트를 맞이한다. 이 시퀀스는 좀 나사가 빠진 듯하다. 소민이의 직업적 역량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던 건가 싶다. 뭐 비단 홍대라는 캐릭터 자체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도 이야기 몰입에 지장을 준다. 바로 홍대 어머니 캐릭터다. 이 홍대 어머니 캐릭터가 이야기에 있어서 기본 바탕이 된다. 이 인물의 어떤 행동들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 의 문제는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으니 차치하기로 한다. 이 사람은 이야기의 핵심과도 영 닿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심지어 어떤 장면에선 몰입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 홍대가 갖고 있는 내적인 문제는 초반부에 나온다. 홍대가 갖고 있는 이 문제를 영화는 후반부까지 계속 이어지게 장면을 구성했다. 이 부분에 집중하고 보는 게 부담스럽지 않고 깔끔한데 어머니의 이야기까지 들어오니 좀 난잡해진다. 하려고 했던 것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또 홍대와 홍대 어머니의 연출뿐만 아니라 홈리스와 소민 캐릭터도 영 아쉽게 느껴진다. 우선 소민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좀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지점이 많다. 소민이가 하는 대사도 약간 예전 영화들 같다. “약 먹을 시간 됐어”같은 대사들 뭔가 아쉽다. 대사를 떠나서도 인물의 동선이나 움직임들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는 것은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실 소민 캐릭터에게 별로 마음에 드는 점이 없다. 그나마 이지은 배우의 미모 빼면 굉장히 전형적인 캐릭터와 평범한 대사들만 반복한다. 안 그래도 상투적인 화법을 더 진부하게 만든 것이다. 글쓴이가 이지은 배우의 팬임에도 불구하고 소민이라는 인물이 대사 할 때마다 눈을 감게 됐던 것도 여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지은 배우를 캐스팅했다는 점에서 오는 단점이 이 영화에서 느껴졌다. 가수와 배우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카메라 드는 폼이 좀 이질감이 들었다. <브로커>에서 가수 커리어 내내 한 적 없는 쌍욕을 하는데 어색하지 않았던 것과는 정반대다.
홈리스 쪽 캐릭터에서도 아쉬운 지점이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전부 아쉽다. 그중에서도 장점과 단점을 뽑아보자면 양현민/고창석 배우는 이 작품의 윤활유가 된다. 소수자 다음으로 중요한 영화의 소재는 가족이다. 고창석 배우는 가족영화로서 가져야 할 뭉클함을 치트키라도 쓴 것 마냥 다 만든다. 또 양현민 배우는 비주얼과 말투부터 코미디적 요소를 잘 살린다. 글쓴이가 가장 많이 웃었던 부분이 이 양현민 배우 캐릭터에 있기도 하다. 그러나 홈리스 서사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건 이현우 배우가 맡은 인선 역이다. <영웅>에 대한 글을 쓰면서도 비슷한 문장을 썼었던 것 같다. 이 배우가 처음 등장할 때 '아마 이럴 거야' 생각했다. 그리고 정확히 다 맞아떨어져 갔다. 예상과 단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 배우는 커리어에서 확실한 전환점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게 아니라면 이 영화에서 인선 역의 입지처럼 이 배우의 등장만으로도 모든 줄거리가 예상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거 실화냐
그렇게 아쉬운 인물연출은 영화의 줄거리와도 이어진다. 1부 홈리스들을 모으는 장면에서 나타나는 불균일함은 뭐 어쩔 수 없다고 치자. 2부는 약간 당황스럽다고 느껴질 정도다. 일단 실제 홈리스 월드컵의 규칙이 어땠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규칙의 여부를 떠나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 있어 각색이라는 부분은 연출가의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몇몇 장면들은 영화 감상에 있어 내적인 모순을 스스로 보여주는 듯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홍대 일행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자 어떤 사람들과 대화하는 신이 있다. 이 사람들은 영화 후반부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이야기를 쉽게 푸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인물들에게 더 쉬운 접근법을 만들어준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사람들은 영화에서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동한다. 없어도 되는 존재를 떠나 팀의 조직력과 완성도의 측면에서도 강한 유효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영화의 최고 단점이다.
또 이 축구경기를 중계하는 중계진들은 영화의 리얼리티성을 떨어트린다는 악영향을 끼친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실화를 찾아보니 해설자들이 실제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들을 실제로 했는지 안 했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그 상황이 있기 전까지 영화에서 한국의 홈리스에게 감정이입할 요소들을 넣었어야 했던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는 영화 전체적으로 '굳이 말 안 해도 알 걸 두 번 세 번 반복하는 습관'의 연장선상같이 느껴져서 이병헌 감독의 단순한 실수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포기하지 않는 홈리스들의 모습. 강박적으로 느껴지는 균형감각. 현실적인 어려움. 이런 큼지막한 덩어리들은 대놓고 때려 박았다. 그걸 잘 이어 붙이면 뭐 아무 문제없었을 텐데 은근슬쩍 딱 갖다 놓아서 영화가 끊기는 듯한 느낌은 아쉽다. 이렇게 예상이 가는 장면들의 연속이라는 점은 영화 후반부에 있어 '언제 끝나나' 싶게 생각하는 지점이기도 했다.
좋은 영화는 맞지만 재밌지는 않았어
사실 이 <드림>을 기대했다. 글쓴이는 그냥 웃긴 영화, 재밌는 영화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품고 있는 좋은 시선에 대한 강박이 템포를 끊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하나의 이야기 같지 않게 들린다는 것. 상황을 전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나 이병헌이라서 이런 거 잘한다 다들 알지??' 같은 것들은 감독의 전작 <극한직업>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지게 한다. 분명히 재기 발랄한 무언가가 있었는데 말이다. 박서준의 열연, 이지은의 사랑스러움도 이병헌이라는 감독이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단점을 받쳐주지는 못했다. 좋은 의도로 착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완성도에 생긴 구멍을 메워주지는 않는데 말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박서준과 이지은 배우, 하현상과 신인류의 팬이라면 볼만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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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작은 시인에게> - ‘너를 위해서라는 가장 단단한 변명’
나의 작은 시인에게 (The Kindergarten Teacher)
개봉일 : 2019.04.04 (한국 기준)
감독 : 사라 코랑겔로
출연 : 메기 질렌할, 파커 세바크,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마이클 체너스, 로사 살라자르
‘너를 위해서라는 가장 단단한 변명’
꿈을 꾸었지만 양지가 아닌 음지에 내려앉은 사람에게 빛나는 재능을 가진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나의 작은 시인에게>는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유치원 교사 ‘리사’와 가만히 있다가도 별안간 아름다운 시를 읊어내는 5살 소년 지미의 이야기다. 크게 성공하지 않는 이상 돈을 벌기 힘든 ‘작가’라는 꿈 대신 유치원 교사가 된 리사는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바쁘게 일을 하고,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들을 고등학생 졸업반까지 키우고 나니 이제야 조금 숨을 돌릴 틈이 난다. 리사는 이제야 깊게 한숨을 내쉬어본다. 그리고 그녀의 한숨 속으로 짙은 공허함이 파고든다.
남편은 바쁘게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도 아이들은 또래와 어울리기 바쁘다. 리사는 붕 떠버린 시간과 접어두었던 꿈을 붙잡기 위해 글쓰기 수업을 등록하지만, 리사의 글에 대한 수업 교사와 동료들의 반응은 영 시원찮다. 열의는 있으나 딱히 눈에 띄진 않는 실력. 한마디로 ‘타고난 재능과 센스’는 없는 사람인 리사는 어딘가 모자란, 아쉬운 글만 써 내려가고 있다. 그런 그녀 앞에 마치 신이 보낸 신호 같은 천재 소년 지미가 나타난다.
힘없는 걸음을 떼다가도 별안간 감정을 담은 시를 창조해내는 소년. 리사는 지미를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자 자신이 가공해야 할 의무를 진 소중한 원석처럼 느끼게 된다. 부러움과 질투, 애정.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집착. ‘너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서 너를 지키기 위함이야’라는 단단한 변명과 함께 시작된 리사의 엇나간 애정은 결국 이해할 수 없는 집착으로 번지기 시작한다. 천재성을 타고난 아이를 대상으로 질투와 집착을 느낀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지만,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면 반쯤은 이해가 갈 것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빛나는 것을 가진 아이. 그 반짝임은 누군가의 눈을 멀게 만든다.
사회의 그늘에 가려져 꿈을 빛내본 적 없는 어른이 재능을 가진 아이를 만나며 대리만족에 대한 집착, 질투심을 느끼는 과정이 지나치게 인간적이라 더욱 슬프고 애잔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되바라진 집착을 가진 어른 한 명마저도 없어진다면 아이의 재능을 마음에 담아줄 어른이 없을지도 모르는 이 사회의 모습에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의 작은 시인에게 시놉시스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리사’는 따분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시를 통해 예술적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하지만 재능이 따라주지 않는다. 우연히 자신의 학생 다섯 살 ‘지미’가 시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아이의 시를 자신의 시수업에서 발표하게 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나 자신을 더 투영해야 해.”
영화의 주인공 리사는 이제라도 꿈을 이뤄보겠다고 다짐하며 시 쓰기 수업을 신청한다. 하지만 그녀의 시는 어딘가 모자라다.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어디선가 들어본 그럴싸한 단어의 집합. 딱 거기서 그쳐버리는 애매한 시. 그게 리사의 시다. 본인도 알고 있다. 나의 시가 어딘가 부족하다는 것을, 당당하게 손을 들고 발표할만한 대단한 시는 아니라는 것을. 열정과 꿈을 안고 수업에 들어왔지만 리사에게 수업은 즐거움과 두근거림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명분, 딱 그 정도로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지미라는 아이가 리사의 눈에 들어온다. 좀비처럼 어슬렁 어슬렁 걷다가도 감정이 가득 담긴 시를 읊조리는 5살 아이. 태양의 반짝임과 사랑의 두근거림을 담아낼 줄 아는 5살 아이라니. 사랑이 뭔지는 알까? 싶은 나이지만 지미의 시는 그 안일한 생각을 모두 물리칠 만큼 아름답다. 리사는 지미의 시를 적어 수업에서 발표한다. “정말 좋았어요.” 리사를 향해 여러 형태의 칭찬들이 쏟아진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시에 대한 칭찬. 내가 쓴 것이 아님에도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몰려오는 순간이다. 리사는 그 아름다운 시를 어떻게 썼는지 설명할 수 없지만, 어떻게 만들어내야 할진 알고 있다. 작은 시인, 지미를 통하면 된다.
그 후로 리사는 지미에게 더 큰 기대와 집착을 갖게 된다. 새로운 시선으로 글을 써야 할 땐 지미를 번쩍 들어 높은 곳에서의 시선을 만들어주고, 지미가 나쁜 말을 쓸 때면 아이의 언어습관을 관리한다. 낮잠을 자는 아이를 흔들어 깨우는 그녀의 모습에서 옅은 집착과 열망의 냄새가 풍겨온다. 리사는 아이를 위해 시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녀의 행동이 지미를 위한 것인지, 자신을 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분명 리사도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떳떳한 행동은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 시가 떠오르면 보모인 베카에게 말하지 말고 나에게 말하고, 휴대폰 번호를 저장해 주겠으니 전화하라는 약속. 그리고 이름 전체가 아닌 L로 저장된 전화번호. 보모의 자격을 얻기 위해 꿈이 있는 젊은 보모를 몰아내려 행한 이간질. 리사는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어른들로부터 아이를 지키겠다는 괘변 아래 자신의 집착을 합리화한다.
무대 위 마이크보다 작은, 너무도 여리고 작은 나의 시인. 리사는 지미의 빛나는 재능이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 지미의 아빠는 밤낮없이 바쁘게 일하고, 가족들은 아이에게 무관심하다. 모차르트급의 천재적 재능이 있는 아이지만 그 누구도 아이의 재능을 알지 못하고, 발견하려 하지도 않는다. 무관심한 세상 속에서 아이의 재능은 언제 지워질지 모른다. 리사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녀는 지미의 재능을 빛내주기 위해 낭독회에 지미를 데려가지만 지미의 아빠는 아이의 재능엔 관심이 없다. 물론 리사가 아빠의 의사를 제대로 묻지 않고 아이를 데려간 것부터 잘못된 행동이었지만.
“세상이 널 지워버리려 해. 나 같은 그림자가 되면 안 돼.”
리사가 지미를 향해 처음으로 가진 감정은 놀라움이었고 애정이었다. 그리고 선을 넘은 애정은 집착이 되어버린다. 지미의 등굣길을 뒤따라간 리사는 잠겨진 문을 열고 아이를 품에 안는다. 그녀는 철창 안에 갇혀있던 작은 시인을 품에 안고 드넓은 호수로 향한다. 불안감이 가득 차오르는 오후를 보내고 몸에 붙은 것들을 씻어내는 순간. 지미는 기지를 발휘해 욕실의 문을 잠근다. 리사는 욕실 문에 붙어 앉아 지미에게 가졌던 애정과 집착을 풀어낸다.
아이와 어른이기 이전에 같은 시를 창작해내는 사람으로서 리사는 지미를 질투하고 또 사랑했다. 리사는 지미의 입을 떠나 공중에서 분해되는 아름다운 시들을 받아 적으려 노력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지미의 주변 어른들은 지미의 시를 그저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 또는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뱉어내는 몇 마디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지만, 리사는 달랐다.
“시가 떠올라요”
지미는 리사를 만나고 “시가 떠오른다”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새로 떠오른다 한들 누군가에게 알릴 필요가 없었던 작은 시인의 시. 그것을 진심으로 존중해 주는 사람은 리사뿐이었다.
리사는 지미의 재능에 집착한 유치원 선생님이자 납치범이지만 그녀만큼 지미를 진심으로 바라보는 어른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납치범을 벗어나 안전한 경찰차 안에 앉게 된 아이가 말한다. “시가 떠올라요. 시가 떠올랐다고요.” 하지만 경찰은 아이의 말을 궁금해하기보단 아이스크림을 갖다주겠다며 무심하게 차 문을 닫는다. 두꺼운 유리창을 뚫지 못한 아이의 말은 그대로 분해되어 사라진다. 그 자리에서 지미가 아름다운 시를 읊는다 해도 그것은 아무도 듣지 않는, 그 순간 사라질 운명에 처해질 것이 분명하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 마음속 어딘가에 묻어둔 깊은 열등감과 집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인물에 조금씩 동화되어 갔던 시간이었다. 빛나는 것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차가운 세상에서,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리사는 나쁜 어른이었던 걸까. 완벽한 잘못도, 완벽한 애정도 아니었기에 더욱 인간적이고 마음 아픈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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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황홀한 탐욕과 종교의 만남
황홀경/Rapture
Hong Kong, China/2023/127min
도미닉 상마 감독/ '아시아 영화의 창' 세션'
영어로는 'rapture(랩처)'라고 하며, 이는 개신교에서는 휴거를 의미하는 어휘이기도 하다. 사람이 황홀의 경지에 이른 것을 황홀경(恍惚境)이라고 한다. <나무 위키 참고> '황홀경'이란 제목은 영화 전반에 흐르는 어둠이란 단어와 실제 영상에서도 밤과 어두움의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시선을 대비시키는 단어이다.
빛과 어둠, 황홀의 경지와 죽음의 순간을 대비 시키며 풀어가는 영화 <황홀경>은 홀연히 사라진 망쿤치를 찾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그를 찾기 위해 카산의 아버지와 마을 남자들은 밤마다 찾으로 다니지만 좀처럼 찾기 어려운 상황. 이런 가운데 마을 사람들은 망쿤치가 장기 밀매 업자들이 납치했다고 믿는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경계하며 밤마다 마을을 지킨다.
이런 마을 사람들이 완전 무장해제 되어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게 있다. 바로 종교다. 외부인들은 그토록 경멸하며, 경계하는 마을 사람들. 그들에게 종교는 외지인들과 자신들을 구별하는 힘이요, 다른 마을 사람들과 다른 특별함을 지니게했다.
그것을 주도한 교구 목사는 기적의 성모마리아 행렬이 지난후, 40 밤과 40일 낮동안 종말의 어둠을 대비한다며 임박한 종말을 위한 '종말 구호 헌금'을 실시한다. 그러면서 마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공포와 불안으로 몰아 넣는다.
그러면서 이미 충분히 어둠이 찾아온 마을속에 서로의 욕망이 최고조에 다다르고 결국 종교와 정치가 권력을 악용하는 장면속에서 주인공 소년 카신의 시선을 통해 감독은 신비로이 우리를 초대한다.
<황홀경>의 도미닉 상마 감독은 어릴적 주민 대다수가 크리스천 마을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 기억을 바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 영화 <황홀경>은 우리에게 종교와 정치가 탐욕을 만났을때의 폭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
영화 전반에 흐르는 어둠과 짙게 깔리는 음향의 효과는 영화를 몰입하기에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끊임없이 사라진이들을 찾아다니는 장면과, 성모마리아 상이 마을에 있는 예배당에 들어오는 과정을 아주 느리고, 천천히 묘사하는 장면, 그러나 성모마리아 상이 들어왔음에도 여전히 어둠속에 있는 마을과 그안에 자신들의 탐욕을 이루려는 자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의 종교와 권력, 그리고 그 사이에 흐르는 황홀경을 경험하고 싶은 탐욕을 치밀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10월 13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biff.kr/kor/html/program/prog_view.asp?idx=63072&c_idx=385&sp_idx=&QuerySte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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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 앳 love at second sight
오랜만에 로맨스 영화를 찾아보았습니다.
최근에 액션, 판타지, 스릴러 영화를 주로 봐서인지 사람이 죽거나 우울하게 끝나지 않는 밝은 영화가 보고 싶었거든요.
밝은 로맨스 영화가 기분을 상큼하게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말이죠.
넷플릭스에 최근에 새로 올라온 영화 중에 <러브 앳>이 눈에 띄었습니다.
프랑스의 로맨스 영화였는데 예고편도 나쁘지 않았고, 정보를 찾아보니 평점도 높았습니다.
마블에서 많이 나오는 평행세계 개념을 로맨스 영화로 가져온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다른 평행 세계로 간 한 남자가 이전 세계에서 부인이었던 여자와의 사랑을 다시 찾기 위한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영화 <러브 앳>은 남녀 주인공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남자 주인공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Story
아내 올리비아(조세핀 자피)와 다투고 만취 상태로 잠에서 깨어난 베스트셀러 작가 라파엘(프랑수아 시빌)은 평행세계에서 눈을 뜬다.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라파엘은 중학교 선생님이고, 베프 펠릭스(벤자민 라베른헤)는 탁구광이고, 아내 올리비아는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어 있다. 라파엘은 올리비아와 다툰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녀의 사랑을 얻으면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고 올리비아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올리비아에게는 마크라는 애인이 있지만, 친구 펠릭스의 도움으로 그녀를 공략한다. 하지만, 원인이 그것이 아님을 알고 라파엘은 다시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과연 라파엘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 Positive.
1. 전체적으로 밝고 유쾌한 영화입니다.
두 사람의 로맨스를 아름다운 배경과 좋은 분위기, 거기에 적당한 유머까지 곁들여서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2. 여주인공 조세핀 제피의 상큼한 매력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현재까지는 주로 조연으로 출연한 신인급인데,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3. 예상과 다르게 마무리된 마지막 장면은 깔끔합니다.
보통 이런 영화는 원래로 돌아가는 방식으로 마무리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서 약간 의외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마무리 또한 좋았습니다.
4. 두 주인공의 로맨스는 특별한 이벤트 없이 평범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자극적이거나 극단적으로 몰아가는 것 없이 잔잔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5. 영화의 배경이 아름답습니다.
파리의 풍경도 시골 마을의 풍경도 예쁘게 그려집니다. 집도 예쁘고 소품들도 예쁩니다.
6. 영화의 코미디는 과하지 않고, 적절한 유머는 미소 짓게 합니다.
보통 코믹을 담당하는 주인공의 친구 캐릭터는 오버하거나 과장되는 경우가 많은데, <러브 앳>에서 친구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적절한 위트와 진지함을 함께 보여주는 멋진 사람입니다.
<노팅힐>에서의 주인공 친구와는 천지차이죠.
| Negative.
1.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는 조금 짜증나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하고 자신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친구에게 하는 상처를 주는 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 프랑수아 시빌 Francois Civil - 라파엘 역
1990년생 프랑스 파리 출신 배우입니다.
2005년 영화 <Le cactus>로 데뷔했고, 영화 <프랭크>(2014)에서는 직접 연주도 합니다.
주요 출연작으로는 영화 <프랭크>(2014), <프랑스 대테러>(2016),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2017), <러브 앳>(2019), <트루 시크릿>(2019) 등이 있습니다.
| 조세핀 자피 Josephine Japy - 올리비아 역
1994년생 프랑스 배우입니다.
| 벤자민 라베른헤 Benjamin Lavernhe - 펠릭스 역
1984년생 프랑스 배우이다.
주요 출연작으로는 <러브 앳>(2019), <큐리오사> (2019),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2020) 등이 있다.
| 카미유 룰루슈 Camille lellouche - 멜라니 역
1986년생 프랑스 파리출신 배우, 코미디언 및 가수이다.
유투브에서 유머러스하고 음악적인 공연과 프랑스어 버전의 The Voice에 참여하면서 알려졌다.
| Amaury de Crayeoncour - 마크 역
1984년생 프랑스 베르사유 출신 배우이다.
| 총평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밝고 사랑스럽고 유쾌한 로맨스를 그리고 있는 기분 좋은 프랑스 영화입니다.
배우들의 호흡이 좋이서 진부한 스토리지만 영화가 좋습니다. 추천합니다.
영화를 보게 되면 여주인공 조제핀 자피의 매력에 빠질 겁니다.
러브 앳 평점 8.0 (작품 8, 재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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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납작해진다고 네가 튀어나오진 않는다
까놓고 말해 <분노의 추격자>는 새로울 것이 없는 서사에, 이제는 티켓파워를 많이 잃은 주연배우 제라드 버틀러를 얹어 가소로운 액션을 담아낸 진부하기 짝이 없는 영화다. 원제(<Last Seen Alive>)는 둘째치고라도 번역된 제목부터 80년대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여성 캐릭터에 있어 발전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몇 안되는 여성은 대부분 아내로 그려지고 남성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감정적으로도 무기력한 상태다. 평면적이고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와 더불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남성 캐릭터들조차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좋은 평가를 받아온 남성 중심의 서사는 입체적인 남성 캐릭터를 보완하는 평면적인 여성 캐릭터를 발판삼곤 했다. 하지만 <분노의 추격자>가 얄팍한 긍정 평가조차 받을 수 없는 이유는 여성 캐릭터를 희생시키고도 메인 캐릭터 전부가 개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경찰로 보이는 한 남성과 범죄자로 보이는 다른 남성의 대화로 시작된다. 경찰은 범죄자의 목을 조르고 있고, 대낮에 겁도 없이 여자를 납치했다고 상대방에게 겁을 주고 폭력을 휘두른다. 언뜻 보아서는 선악을 가르기 힘든 두 남성 간의 알력 싸움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플래시 포워드 장면임이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이 첫 장면 때문에 관객은 패터슨 경감(러셀 혼스비 분)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상태에서 관람을 시작하는데, 패터슨 경감이 극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거의 없음을 상기해보면 관객에게 강제된 혼란은 무쓸모에 가깝다. 패터슨 경감에게 폭력을 당하는 너클스(이선 엠브리 분) 또한 첫 장면만을 별도로 보았을 때 리사 납치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잔가지에 불과하다. 즉 강렬한 인상을 줄 수도 있었던 첫 플래시 포워드가 시간낭비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조연인 패터슨 경감과 너클스마저 진부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운 플래시 포워드 장면이 끝나면 윌(제라드 버틀러 분)과 리사 부부가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관객은 어렵지 않게 리사가 납치될 것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는 히치콕이 말했던 서스펜스 효과와는 정반대로 기능한다. 플래시 포워드 장면을 제외하고라도 서스펜스가 증발한 이유는 이 단순한 장면에서조차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이 윌이고 아내인 리사는 조수석에 앉아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부부의 대화가 진행되며 부부의 문제점이 드러나지만 납치 사건과는 무관하다. 즉 안됐지만 부부가 차 안에서 나누는 대화 장면은 여전히 대부분 서사를 위해 기능하지 못한다. 오히려 플래시 포워드 장면에서 이어지는 긴장감을 떨어트리고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며 오로지 종종 인서트되는 플래시백 장면을 위해서만 기능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장면의 존재 이유는 서사의 중심인 윌과 윌의 보조 캐릭터로서만 활용되는 리사를 소개하는 것이 전부다.
단순히 리사가 무기력한 캐릭터이고 윌이 그런 리사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캐릭터라는, 다분히 구시대적인 성 이분법적 역할 분배는 차치하고라도 여성인 리사에게 불화의 책임마저 떠넘기는 것은 그야말로 무책임한 서사다. 리사는 우울했지만 그 원인이 제시되는 대신 우울감으로 인한 외도라는 결과만이 제시되고 아마도 원인 제공자였을 윌은 순수한 구원자로서 자리매김한다. 윌은 부동산 중개업자로서 가난하지도 않고, 플래시백 장면으로 미루어 리사에게 소홀한 남편도 아니다. 심지어 리사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리사의 외도조차 외면하는데다 우울한 리사를 처가에 데려다주기까지 한다. 인물 설정을 성별에만 기대어 한 것도 통탄스럽지만 한쪽 성별에 갈등의 원인을
전가하는 것은 그 이상의 문제가 된다. 단순히 여성을 무기력하면서 모든 문제의 원인 제공자로 묘사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리사를 굳이 구하려는 윌의 서사가 주저앉기 때문이다. 아내이지만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외도까지 한 여성을 목숨을 걸고 구하려는 윌의 캐릭터 또한 설득력을 잃고 무너진다.몰빵직업조차 묘사되지 않고, 아니 직업의 유무조차 묘사되지 않고 완벽해 보이는 남편 뒤로 외도하는 리사를 발판삼는 윌이 리사를 희생해서 얻는 것은 무엇일까. 리사가 스크린에서 사라지고 카메라는 윌에게만 포커스를 맞춘다. 액션이 중점이 되었어야 할 이후 시퀀스들은 <테이큰>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브라이언 밀스(리암 니슨 분)는 전직 요원이었지만 윌은 부동산 중개업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라곤 건강한 신체뿐인 브라이언이 사력을 다해 가족을 구원하고 구시대적 가부장으로 회귀하는 것이 <테이큰>의 셀링 포인트이자 한계였다면 <분노의 추격자>는 양쪽 어딘가에도 미치지 못한다. 윌은 납치된 아내를 찾을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며 가진 것이라곤 분노뿐이다. 윌의 액션은 거칠고 투박하며 많은 것을 가지고도 처가로부터 무시당한다. 브라이언의 전 아내 레노어(팜케 얀센 분)는 딸 킴(매기 그레이스 분)을 제발 찾아달라고 브라이언에게 기대지만 윌의 장인과 장모는 윌조차 의심한다. 윌이 아내를 되찾아온다고 해도 가부장의 권위를 세우기는 어려워 보이며, 이는 구시대적인 사고를 가진 관객에게조차 영화가 소구할 구석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꼴이다.
(아마도 제라드 버틀러의 팬을 제외한) 어느 관객에게도 소구점이 없어 보이는 <분노의 추격자> 혹은 이와 비슷한 영화가 계속해서 양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 서사가 힘을 얻고 인기를 얻어가는 이 시대에도 낡은 가부장의 권위를 어떻게든 세우고 싶어하는 이들이 자본의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인 건 아닐까. 자본을 쥔 이들이 영화를 어떻게 제작할지는 그들의 자유지만,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배우와 캐릭터성을 희생시키는 건 투자한 예산에 대한 무책임이다. 이제는 낡은 서사에 남성 캐릭터를 몰아넣고 어설픈 액션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팔리는 시대는 한참 지났기 때문이다. 납작한 남성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여성 캐릭터들을 더 납작하게 누른다고 해서 남성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는 건 아니다.
*이미지는 씨네랩 제공 및 네이버영화입니다.
*본 글은 씨네랩 시사회 초청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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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과 혼란이 충돌해 탄생한 칼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에서 이례적으로 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알겠다. 모니터나 TV화면으로만 시청하기엔 아까운 퀄리티 높은 작품이 나왔다.
'전쟁으로 인한 난리통'이라는 의미를 담은 단어를 제목으로 삼은 영화 '전, 란'은 두 차례 왜란을 겪으며 양반의 아들 이종려(박정민)와 몸종 천영(강동원)이 빚는 오해와 갈등을 그린다.
'전란'이라는 단어 한가운데 쉼표를 찍어 나눈 것이 눈에 띄는데,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메시지를 상징한다. 먼저 싸움 전(戰), 이는 두 주인공 종려와 천영의 개인적인 갈등을 의미함과 동시에 이 영화의 장르가 액션 영화인 점을 상징한다. 이어 어지러울 란(亂), 영화 속 패러다임을 둘러싼 혼란한 시대를 담아낸다. 그리고 숨어있는 단어인 다툼 쟁(爭)을 통해 다툼이 벌어짐을 암시한다.
그러면서 정작 전란이라는 말을 담고 있는 전쟁에 대해 비중 있게 그리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시대적 배경인 임진왜란 7년을 과감하게 생략했다. 대신 무서운 기세로 북진하는 왜군 부대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허겁지겁 피난 가는 선조(차승원) 일행과 아비규환에 빠진 백성들, 불타는 경복궁, 종전 후 처참한 상처만 남은 조선 전역의 모습 등으로 전란이 얼마나 처참했는지를 대변한다.
'전, 란'은 액션 영화로서 본질을 잊지 않고 100% 재현한다. 영화 속 액션의 지분 1위를 차지하는 천영 역의 강동원이 극 전체를 이끄는 선봉장으로 맹활약한다.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화려한 검술 액션을 펼치는 그의 존재감은 영화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형사 Duelist', '전우치', '군도: 민란의 시대'에 이어 '강동원의 사극액션영화=맛집' 공식을 다시 한번 인증한다.
동시에 신분 차이로 엇갈리는 두 남자의 운명과 이들이 살아가는 혼란스러운 시대상 또한 볼만했다. 신분제 사회에서 '평등'을 꺼낸 정여립의 난과 임진왜란으로 인해 기존 체제가 흔들리고, 전쟁이 끝난 뒤 다시 세워야 할 조선의 체계를 둘러싸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충돌한다. 기존 패러다임을 수호하려는 자와 파괴하려는 자, 그래도 인정하려는 자와 어쩔 수 없이 포기해 버린 자, 그리고 탈출하려는 자와 전환을 시도하는 자를 그들이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될 운명을 향해 밀어붙이며 전진한다.
그 과정에서 아쉬움도 있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하긴 하나, 이들이 가진 생각이나 변화 과정까지 정교하게 담아내진 못했다. 아무래도 천영과 종려, 속칭 '혐관 서사'로 일컫는 비극적인 브로맨스에도 무게를 둬야 하기에 어떤 부분은 얼렁뚱땅 넘어가거나 급정리되기도 했다. 평등을 담은 메시지를 대중에 전달할 힘이 조금 부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전, 란'의 단점을 상당 부분 상쇄하는 게 배우들의 열연이다. 박정민,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등이 출연해 존재감을 뽐내는데, 그중에서 선조 역할을 맡은 차승원이 도드라진다. 시대의 변화와 민중의 요구를 외면하며 시대착오적인 관념과 행동을 취하는 선조를 왕조의 위엄을 뺀 채로 연기하며 분노를 유발한다. '무능함의 아이콘' 선조를 연기하는 데 새로운 지침서를 마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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