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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4주차 신작 개봉 영화
2022년 3월 4주 개봉영화!
뜨거운피 Hot Blooded , 2020
정우와 느와르의 만남!
영화 "뜨거운 피"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영화입니다.
1990년대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이후 건달들의 표적이 된 부산의 작은 포구 구암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치열한 생존 싸움을 다룬 스토리인데요
정우를 비롯해 김갑수, 최무성, 지승현, 이홍내 등 인생 캐릭터로 폭발적인 연기 시너지를 기대하게 하고 있습니다.
영화 "뜨거운 피"는 베스트셀러 작가 천명관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한국형 스릴러의 대가인 김언수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원작이 갖고 있는 강렬한 스토리와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에 천명관 감독의 섬세한 표현력과 특유의 통찰이 더해져
근래 본 적 없는 웰메이드 작품을 탄생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2022년 가장 치열한 액션 느와르!
첫번째 추천영화 "뜨거운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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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밍 러브 Redeeming Love , 2022
로맨스 소설의 대가 프랜신 리버스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원작!
영화 "리디밍 러브"는 로맨스 소설의 대가 프랜신 리버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원작은 15년간 소설 부분 베스트셀러에 올라 300만 부 이상이 팔렸고,
전 세계 30개 이상의 언어로 출판돼 화제가 됐었죠
프랜신 리버스는 미국 최고 로맨스 소설 작가에게 수여 되는 리타상 3회 연속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번 영화에 직접 각본 작업에 참여한 것은 물론 캐스팅 과정까지 함께한 것으로 알려져 높은 완성도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1850년대 캘리포니아의 골드 러쉬를 배경으로 희망 없는 삶을 살던 엔젤이 한 남자를 만나며
조건 없는 사랑에 대해 배우고 성장하는 완성형 감성 로맨스 영화!
두번째 추천영화 "리디밍러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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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 Eiffel , 2021
타이타닉, 노트북, 이프 온리, 이터널 션샤인을 이을 또 한편의 영화
영화 "에펠"은 전세계가 몰랐던 에펠의 또 다른 이야기로 천재 건축가 구스타브 에펠의 운명적인 사랑과 에펠탑의 완성을 그린 멜로 드라마 입니다.
첫사랑이었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함께 서로에게 전부가 되어버린 두 사람 그리고 애절함까지,
자유의 여신상, 에펠다리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을 설계한 실제 인물, 구스타브 에펠의 사랑이야기!
'무드 인디고', '사랑은 타이핑 중!'의 로망 뒤리스와 '나일강의 죽음',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의
에마 매키가 세기의 멜로 로맨스 펼치는데요
실화를 바탕으로 가슴 아픈 로맨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에펠탑이 완공된 1889년 당시의 프랑스 사회, 파리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낸
세번째 추천영화 "에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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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리차드 King Richard , 2022
세계 최강 테니스 제왕 윌리엄스 자매 실화
영화 '킹 리차드'는 무려 20여년간 세계 최강의 테니스 제왕으로 군림한 비너스,
세레나 월리엄스 자매와 딸들을 키워낸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
그리고 기꺼이 한 팀이 되어준 가족들의 감동적인 여정을 그린 실화 가족 드라마입니다.
이번 작품에는 비너스와 세레나 윌리엄스를 비롯해 윌리엄스 가족들이 제작에 참여해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과시하며 완성도를 높였는데요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2년 전 78페이지 가량의 챔피언 육성계획을 짠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
백인 스포츠로 불렸던 테니스 를 빈민가에서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이야기
네번째 추천영화 "킹리차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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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파스트 Belfast , 2021
전 세계가 응답한 가장 사랑스러운 가족 영화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영화 "벨파스트"는 1969년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를 배경으로 집 앞 골목과 짝사랑하는 소녀,
사랑하는 가족이 전부였던 소년과 사랑스런 가족의 이야기를 흑백 화면 위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천주교와 개신교의 갈등으로 가족의 안전이 위협받게 되고, 마침내 삶의 일부이자 하나였던 벨파스트를 떠나야 할 것인지
그 기로에 선 이들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사랑과 유대, 그리고 시대의 낭만과 변화의 순간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습니다.
제94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음악상, 음향상까지
총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가장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주목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75회 영국 아카데미에서 영국 작품상 수상 소식을 전하며 2022년 가장 사랑스런 영화의 탄생을 알리고 있습니다.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담긴 가족영화!
다섯번째 추천영화 "벨파스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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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오마이뉴스에서 [영화 속 감정 읽기] 라는 연재를 합니다. 영화리뷰안에 각 인물이 대표하는 감정을 적고 그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상황을 바라볼 때, 그 안의 모든 것을 다 고려해서 판단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건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어떤 다툼이나 논쟁이 벌어졌을 때, 제3자의 입장에서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듣긴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판단을 한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그리고 지시도 한다. 너는 어떤 식으로 해야 하고 또 너는 다른 식으로 해야 한다는 식의 조언들. 하지만 아무리 모든 것을 이해하고 판단했다고 생각한다고 해도 우리의 판단에는 빠지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 자체가 삶의 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내면에 일어나는 모든 전후 사정을 다 알 수는 없다. 오직 그 안에 들어가 있던 당사자만이 그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제3자적 입장에서는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해도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런 한계가 우리가 흔히 오해라고 부르는 판단을 낳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오해는 눈덩이 같이 커져 누군가를 괴물로 만들기도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은 이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들에게 세 번에 걸쳐 묻는다. 과연 누가 괴물인가?
첫 번째 감정 - 엄마의 걱정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싱글맘이다. 남편의 사고사 이후 혼자 아이를 키우는 그는 아들을 잘 키우기 위해 무척 애쓴다. 초반에 등장하는 엄마와 아들의 모습은 큰 문제없이 평범해 보인다. 맨 첫 장면에서 멀리 떨어진 한 건물에서 불타는 것을 같이 바라보는 사오리와 미나토의 모습에서 어떤 걱정이나 불안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그 장면 이후, 미나토의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이 이어진다.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리거나,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동은 엄마 사오리의 걱정을 조금씩 끌어올린다.
사오리의 물음에도 미나토는 특별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씻거나 앉아 있을 뿐이다. 사오리는 더 캐묻지 못하고 마음속의 걱정을 그냥 쌓아둔다. 그러다 어느 날 사오리는 미나토의 학교에 상담차 방문하게 되고 조금은 이상한 학교 교장선생님과 주변 선생님들의 반응에 걱정이 더욱 커진다. 이런 사오리의 걱정은 그 상황을 선생님들, 그중에서도 미나토의 담임 선생님인 호리(나가야마 에이타)를 의심하게 만든다.
사오리는 왜 이렇게 걱정을 내려놓지 못할까. 혼자 아이를 키우지만 본인의 아이를 잘 알지 못한다는 조바심이 그 걱정을 더욱 크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오리의 걱정이 폭발하는 장면이 있다. 미나토가 다쳐 병원 갔던 날, 병원을 나서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아들을 대하지만, 아들이 별 반응이 없자 갑자기 폭발하듯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영화 속에서 사오리의 감정이 가장 폭발하는 장면이자 그가 가지고 있던 마음속의 걱정이 겉으로 온전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사오리는 아들에게 직접 답을 찾지 못하자 학교 선생님에게서 그 답을 찾는다. 그 답은 걱정이라는 감정에서 나온 것이고, 엄마 사오리의 관점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여기서 영화는 첫 번째로 묻는다. 선생님은 괴물이 맞을까?
두 번째 감정 - 선생님의 답답함
미나토의 담임인 호리는 미나토의 학교에 새로 부임한 선생님이다. 그의 시점에서도 시작은 화재가 난 건물 근처다. 그는 꽤 좋은 마음을 가진 선생님이다. 아이들에게 다정하고 최대한 이해해 보려 노력하는 모습이 그의 이야기에 담겨있다. 자신의 반 아이들을 모두 세심하게 챙기지만, 그중에서도 미나토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가 자꾸 그의 눈에 들어온다. 때론 미나토가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하고, 요리는 화장실에 갇히기도 한다. 그걸 이해해보려 하지만 아이들은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호리의 시점에서 그는 잘못한 것이 없다. 하지만 미나토와 의도하지 않은 충돌로 그의 엄마 사오리를 만나게 되면서 그는 조금씩 억울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자꾸만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 같은 미나토를 유심히 관찰하고 주변 아이들에게도 물어보지만 그의 답답함을 풀어줄 학생을 만나지 못한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폭력적이고 편향적인 선생님이라는 판단을 받고 학교에서 잠시 떠나는 일이다. 그런 답답한 상황 속에서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곱지 못하고, 여자친구도 그를 떠난다.
아마도 이 영화에서 가장 답답하게 느껴지는 파트가 선생님 호리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는 이 이야기 속에서 걸스바에 다니는 선생님이라는 나쁜 소문의 주인공이 되고도, 특별한 변명조차 할 기회가 없다. 미나토의 엄마 사오리에게도, 교장선생님에게도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그의 답답함은 풀리지 않는다. 괜히 미나토나 다른 아이를 다그쳐보지만 아이들은 입을 꾹 닫고 있다. 답답한 그가 학교 건물 옥상에 올라가는 모습에서 그의 답답한 마음이 무척이나 측은하게 느껴진다. 그의 허탈하고 답답한 표정을 짓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두 번째로 묻는다. 호리를 억울하게 만든 학생 미나토는 괴물이 맞을까?
세 번째 감정 - 아이들의 사랑
마지막 파트의 이야기는 두 아이의 이야기다. 미나토와 요리의 감정이 영화의 후반부를 꽉 채우고 있다. 사오리와 호리의 시점에서는 이 두 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 영화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의도적으로 감췄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단편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무언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사오리는 아들에 대한 걱정으로 제대로 된 사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잃었고, 호리 역시 자신의 답답함 때문에 진짜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영화 속 인물들처럼 우리도 진실이 무엇인지 보단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바탕으로 사안을 볼 수밖에 없다.
이야기 속에서 요리는 여자 아이들과는 잘 지내지만, 남자아이들에게는 놀림의 대상이 된다. 자신을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는 요리는 집에서도 아버지에게 나쁜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요리는 특별히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평온해 보이는 그의 표정이 더욱 미나토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도 모르겠다. 미나토는 어느 순간부터 요리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하고 그 주변에서 맴돌다가 결국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버린다. 두 사람이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들의 마음엔 친구로서 좋아하는 것 이상의 감정이 시작된다. 그건 미나토에게 엄청난 혼란을 가져온다.
그럼 그걸 보는 관객들은 말할 수 있다. 미나토는 괴물이 아니다. 요리도 괴물이 아니다. 같은 남자인 두 사람은 그저 서로를 사랑한 것뿐이다. 그것이 비정상이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미나토에게 강력한 반발심과 혼란을 가져다준다. 그것은 미나토의 학교 생활과 가정생활에 영향을 주었고, 그것에서 파생된 감정이 바로 엄마 사오리의 걱정과 선생님 호리의 답답함이다. 그 모든 소용돌이 안에서 미나토는 그 모든 감정(걱정, 답답함, 혼란 그리고 사랑)을 홀로 감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그럼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훌륭한 이야기 구조가 만들어내는 강력한 울림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영화가 묻는 질문에 답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쉽게 대답할 수 없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미나토와 요리가 밝은 햇살 아래에서 웃고 뛰어가는 장면이다. 그것이 행복한 결말인지 아니면 그들의 상상 속에서만 있는 일인지는 보는 관객들의 판단에 달렸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모든 이야기를 보고 나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두 아이들의 마음과 사오리의 마음, 호리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 자체가 행복한 결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총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관객이 각 인물을 오해하게 만드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건물의 화재에 대한 소문이나, 선생님 호리에 대한 소문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종종 나온다. 결국 누구도 그 당사자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쉽게 오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 <괴물>은 실제로 관객에게 주는 정보를 이야기에서 조금씩 빼면서, 그런 오해와 잘못된 정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나쁜 감정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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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그리는 가족이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돌아왔다. 스토커는 관객의 눈치를 본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최근 영화 '괴물'을 다시 보면서 떠올랐던 그의 영화, 서사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보고자 한다.
1. 담백한 이야기의 매력
그의 이야기에 빠진 이유는 담백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이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울어달라는 뉘앙스를 풍기지 않게 한다. 관객을 말 그대로 관찰자로서 기능하게 한다.
그의 영화의 인물들은 처한 상황과 상관없이 소소한 행복들을 추구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멀리 떨어져서 보면 그들의 행복은 이질적으로 비춰진다. 어느 가족에서는 훔친 물건으로 한 가족의 밥상을 차려내 하하호호 웃음짓고 있고,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자매들도 복잡한 가정사를 가졌지만 누구보다도 따뜻한 밥상을 함께 한다. 하지만 그들은 사람들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담백하게, 하지만 밝게 서로의 상태를 살필 뿐이다. 그들이 가진 특유의 멋이라고나 할까.
2. 그들과 대비되는 사회의 무심함
그의 영화를 보고 있자면 주류 사회의 허망함을 느낀다. 사회 속에 속하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이 무의미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한 사회의 일원이 되면 누군가는 낙오되는 생존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면 난 이긴 자라는 오만 아래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반성과 함께. 그들은 주류 사회에서 낙오되었지만 행복에 가장 가까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류 사회는 여전히 중요하다. 주류 사회에 편입되어야 가장 최악이 상황에서 구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도 배다른 여동생과 오래 함께하려면 호적이 중요하고, 나의 가족 속 가짜 가족들도 그들을 증명할 호적이 없어 사회에서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내가 사회에 속해있다는 호적의 존재, 그것으로 모든 것을 판단내리는 인간의 무정함도 알 수 있다. 그의 영화들은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지못하는 현대인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류의 관점에서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타인의 관심이 가있지 않는 것을 미끼로 범죄자가 되어 있거나 어딘가 사회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처럼 보인다.
이런 걸 보고 있자면 혈육이라는 개념의 무의미함을 그의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피를 나누었다고 해서 가족이라고 할 수 없고 타인이어도 가족이 될 수 있다'가 그의 작품 세계 속 공통 키워드이다. 가족은 피가 아니라 관계성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게 그의 영화가 가진 무심함 속 따뜻함이다. 주류 사회가 혈연 중심의 가족을 외칠 경우, 가족 안의 관계성이 모두 좋을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가식적인 가족애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관계성이 빛나는 경우 나이, 직업, 사회적 위치에 관계없이 진실된 가족애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에서도,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도, '어느 가족', 그리고 기타 다른 영화에서도 그가 그리는 가족이 그렇게 따뜻해 보였던 게 그런 이유 때문 아니었을까. 그래서 요란하지 않지만 보고나면 힐링이 되는 그의 영화가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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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놈 2> 부전자전인 속편에 희망을 주는 마지막 2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베놈'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지내던 '에디 브룩(톰 하디)'. 통제된 삶을 답답해하는 베놈과 충돌하고, 기자로서도 실패했으며, 전 여자 친구인 '앤(미셸 윌리엄스)'의 결혼 소식을 접하며 괴로워하던 그의 앞에 어느 날 수감된 연쇄살인범 '클리터스 캐서디(우디 해럴슨)'가 만남을 요청한다. 캐서디는 자신의 말을 기사로 쓰면 숨겨진 이야기를 독점으로 제공하겠다며 에디에게 거래를 제안하고, 거래에 응한 에디는 그가 던져준 단서를 통해 미해결 살인사건을 추가로 밝혀내 기자로서 재기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에디는 인터뷰 도중 의도치 않게 캐서디가 빌런 '카니지'로 거듭나는 빌미를 제공하고, 세상 밖으로 나온 카니지는 옛 연인이자 돌연변이인 '프랜시스 배리슨/슈리크(나오미 해리스)'를 구함과 동시에 자신을 사형의 길로 인도한 에디를 향해 복수의 칼날을 세운다. 이에 에디와 베놈은 카니지에 맞서 다시 한번 안티 히어로의 여정에 나선다.
2018년에 개봉했던 <베놈>은 혹평과 호평을 동시에 들은 작품이었다. 주인공 에디와 베놈이 한 몸을 공유하게 되는 과정에서의 개연성 부재, 흥행을 위해 관람 등급을 내리려는 수단으로 자행된 분량 편집은 비판의 대상이었다. 반면에 스파이더맨의 숙적이라는 유명세, 톰 하디의 열연, 그리고 외계 괴물에 걸맞은 강렬한 비주얼과 독특한 액션 연출은 시리즈의 성공적인 시작을 알리는 발판이기도 했다. 이에 베놈의 자식이라고 할 수 있는 빌런 카니지의 등장을 예고한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에게는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발전시켜서 시리즈를 안정적으로 확장시켜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그러나 수 차례의 개봉 연기 끝에 3년 만에 공개된 속편 <베놈 2>는 그저 전편을 답습한 범작에 그치고 말았다.
당장 <베놈 2>의 구성은 같은 스케치에다가 색만 검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꿔 칠한 그림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전편과 유사하다. 전편의 세 가지 플롯인 에디 브룩과 베놈의 관계 형성, 베놈과 빌런과의 대결, 연애와 커리어에서 실패를 겪는 에디의 개인사에 카니지의 탄생 경위만 더하면 정확히 <베놈 2>의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는 달리 말해 결국 베놈의 자식이자 숙적인 카니지와 그의 숙주인 캐서디의 매력과 완성도에 따라 영화의 만족도가 좌우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베놈 2>는 결정적인 문제를 노출한다.
사실 캐서디라는 인물 자체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피에 집착하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라를 캐릭터는 정형화된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우디 해럴슨의 열연 덕분에 이 빨간 괴물은 개성과 생동감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 클리터스 캐서디와 에디 브룩 사이에 가정 학대와 폭력의 피해자라는 공통의 유년 시절을 위치시킨 것도 카니지와 베놈의 대결을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둘 모두에게 반사회적 동기를 심어주면서 빌런과 안티 히어로의 대결에 부합할 만한 감정선과 당위성을 안기기 때문이다. 이는 에디와 베놈이 공유하는 소외감과 패배감을 부각해 최소한의 개연성을 확보했던 전편의 스토리텔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그 외에 카니지에게 부여된 서사와 그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이 들려주는 불협화음은 위의 장점을 모두 잊게 만든다.
작중 캐서디의 이야기는 또 다른 빌런 슈리크와 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학창 시절부터 이어져 온 둘의 비극적인 로맨스는 캐서디의 중요한 심리적 동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로맨스가 진부함으로 가득하다는 점이다.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슈리크를 캐서디가 구하러 간다는 전개, 두 연인이 결혼식을 올리고 슈퍼카를 타고 도심을 질주하는 장면들은 2016년 작품인 <수어사이드 스쿼드> 속 조커와 할리퀸을 보는 듯한 기시감으로 가득하다.
캐서디와 슈리크의 이야기가 작위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도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는 초반부에 둘이 헤어진 후 한 명은 정신병원에 갇히고 다른 한 명은 살인범의 길에 들어서는 과거를 팀 버튼의 영화와 같은 그로테스크한 표현주의적 스타일로 간략히 보여준다. 그런데 이 짧은 오프닝에는 우연히도 추후에 일어날 사건들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 모두 등장하며, 이들은 또 우연히 한 데 모이기도 한다. 이처럼 과도하게 운과 우연에 기대는 전개는 몰입도를 헤칠 뿐만 아니라 카니지 및 그와 관련된 캐릭터들이 단지 이야기 진행을 위한 도구로 소비되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영화는 캐서디의 여러 과장된 시적 대사를 통해서 연인의 행보를 암시하는데, 정작 해당 대사들이 복선이라는 사실이 너무 또렷하다 보니 어떤 사건이 벌어져도 충격이나 긴장감 등이 고조되지 않는 문제도 나타난다.
그렇다고 주인공의 서사가 진일보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전편에서 베놈과 에디는 관계성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각자의 공동체와 인생에서 실패자와 패배자로 낙인찍혀 소외당한 이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의기투합해서 사회에 존재감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충분히 감정적으로 어필할 만한 힘이 있었다. 문제는 <베놈 2>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데 그친다는 사실이다. 물론 에디와 베놈을 분리하여 각자의 심리나 내적 고민을 한층 깊이 살펴보려는 시도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기는 한다. 그러나 이 대목조차 희화화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둘의 갈등과 이별, 그리고 재회의 과정은 그저 중재자 역할을 하는 앤의 분량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평면적이고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래도 이미 호평받았던 액션의 경우 한층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며 오락 영화로서의 본분을 다한다. 카니지는 베놈과 차별화되는 비주얼과 능력을 앞세워서 감옥에서의 탈옥 장면처럼 다양한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늘어난 제작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한 CG를 통해 꾸며진 액션씬도 눈을 즐겁게 해주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전편과 달리 베놈과 카니지가 끝까지 박력 있고 육중하며 강렬한 액션을 유지하는 것이나, 배경 장소의 디자인 등에서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을 연상시키는 클라이맥스에서의 마지막 대결도 인상적이다.
다만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15세 등급으로 개봉했기 때문에 외양에 비해 액션의 강도가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하며, 정확히 초점을 잡지 못한 카메라 움직임으로 인해 두 캐릭터가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장면도 몇몇 눈에 띈다. 또한 전편의 액션씬 진행을 반복하며 스스로 긴장감을 낮추는 문제도 있다. 자신보다 압도적인 적을 만나 위기에 몰린 베놈이 심비오트 종족의 약점인 고주파의 소리를 이용해 숙주와 심비오트를 분리하고 상황을 반전시킨다는 틀에 박힌 패턴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영화 속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산만한 인상을 안기던 단점도 답습한다. 1시간 반 가량 되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에디와 베놈의 좌절과 각성, 카니지의 탄생, 에디와 캐서디 각각의 로맨스까지 챙겨야 하다 보니 필수적인 장면들을 삽입하기에도 바쁜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앞서 나열한 모든 문제점의 근원이기도 하다. 스크린에 누가 등장하느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급격하게 달라지는 것이 이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학적인 대사를 주로 건네는 캐서디와 카니지의 장면은 대체적으로 무겁고 극적이며 기괴한 느낌을 자아내면서 진중한 인상을 주는 반면, 에디의 집이나 클럽에서 주로 진행되는 베놈과 에디의 이야기에서는 코미디적 요소가 두드러져서 한없이 가볍다. 이처럼 상반된 분위기를 오가다 보니 광기와 잔혹함으로 가득 차야 할 카니지는 그저 폼 잡는 것을 좋아하는 악당으로 보이기도 하고, 안티 히어로와 빌런의 대결을 그려내야 하는 영화도 러닝타임 내내 목적을 잃고 방황하는 듯 느껴진다.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어느 대목이 편집되었는지 보일 정도로 영화의 완성도가 하락하며 앞뒤 장면조차 이어지지 않는 갑작스러운 전개가 등장하는 것도 같은 문제를 드러낸다. 예를 들어 슈리크는 에디가 앤에게 선물하려던 반지를 훔치는데, 그 이후로 반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보니 클라이맥스에서 슈리크와 앤의 행동과 대사에는 이유와 일관성이 없어지고 그들의 비중과 역할도 애매해진다. 민간인이나 경찰을 공격하는 데 거리낌 없던 슈리크가 돌연 자비를 호소하거나, 갑작스럽게 암시되는 다음 빌런의 존재도 당혹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그 결과 전편을 빼닮은 장단점이 한 데 모여 만든 혼란으로 가득 채운 90분 간의 이야기에게는 부전자전이라는 말만큼 적절한 표현도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놈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은 전적으로 엔딩 크레디트에 삽입된 쿠키영상의 임팩트 덕분이다. 이미 앤디 서키스 감독이나 톰 하디의 인터뷰에서 언급되었듯이 2분이 되지 않는 이 영상은 12월 개봉 예정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더 나아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속 베놈을 예상케 한다. 특히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에서 베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을 들었기에, 원작 코믹스에서부터 숙적이었던 스파이더맨과 베놈의 두 번째 조우에 대한 암시는 기대와 희망을 부풀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쿠키 영상을 보고 느끼는 만족감 자체가 결국 앞선 본편 내용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그렇게 <베놈 2>는 길어진 부제와 쌓여간 개봉 연기일만큼 커진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간신히 시리즈의 존속과 확장을 기대할 한 줄기 희망만 남긴 채 아쉬움 속에서 마무리된다.
P(Poor, 형편없음)
쿠키 영상이 없어도 과연 베놈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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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인사이드 아웃2>가 전 세계 총매출액 1조원을 넘기며 올해 최고 흥행작에 올랐습니다.
국내는 개봉 2주차 400만 명을 넘겼고, 북미 누적 매출액 3억 돌파, 북미 외 전세계에서 7억 달러를 넘기며
기록 경신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수요일 개봉 관례를 깨고 금요일 개봉한 <하이재킹>은 48만 명의 관객 수를 모으며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고,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원더랜드>를 밀어내고 3위에 올랐습니다.
한편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나쁜 녀석들: 라이드 오어 다이>가 장기 흥행을 이어가며 2위,
조디 코머, 오스틴 버틀러, 톰 하디 주연의 미국 중서부 오토바이 바이크 모임의 이야기를 다룬 <더 바이크라이더스>가 3위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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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 선율 속 폭력
천재 피아니스트,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 보사노바 황금기를 책으로 담으려던 기자 ‘제프 해리스’. 우연히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를 듣고, 그 주인공 ‘테노리우 주니오르’에 매료된다. 하지만 30년 넘게 음악 활동을 멈춘 그의 삶은 미스터리로 가득했다. 제프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여러 음악가들과 인터뷰를 거듭하며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데... 밝혀진 충격적인 사실은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아르헨티나 투어 중 실종되었다는 것!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줄거리
제프 해리스는 우연히 한 앨범에 실린 테노리우 주니오르(Francisco Tenório Júnior)의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된다. 귀를 사로잡는 음악에 연주자를 살펴보지만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보사노바 황금기를 기억하는 음악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던 그는 점차 음악인들의 기억 속에 한 조각씩 존재하는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삶으로 빠져든다. 테노리우 주니오르는 여느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어느 순간 잊혀지다 명대로 죽은 걸까? 영화는 1960년대 보사노바를 이끌었던 음악인들 취재에서 점점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행적에 대한 조사로 태를 바꾼다.
페르난도 트루에바 감독 역시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속 제프 해리스처럼 우연히 듣게 된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연주를 듣게 되고 그에 홀려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행적을 조사하게 된다. 그는 150명가량을 인터뷰하며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삶과 실종 이후의 행적을 낱낱이 밝혀낸다.
'보사노바(bossa nova)', 포르투갈어로 새로운 물결을 뜻하는 이 단어는 1960년대 브라질에서 탄생한 음악의 한 형식이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Antonio Carlos Jobim)이 작곡하고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Vinicius de Morais)가 작사한 카에타노 벨로주(Caetano Veloso)의 'Chega de Saudade'를 최초의 보사노바 노래라 일컫는다. 보사노바는 미국 내에서도 열풍이었는데, 1960년대에 뉴욕 카네기 홀에서 콘서트가 열리고 주앙 지우베르투가 스탄 게츠와 함께 제작한 보사노바 앨범 [Getz/Gilberto]가 미국 빌보드 차트 2위를 기록하며 미국 곳곳에서 보사노바 음악이 울려 퍼졌었다.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는 보사노바 황금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제프 해리스는 보사노바 음악인들을 인터뷰하고 애니메이션은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당시를 살았던 이들의 향수를 생생하게 그려내며 우리를 보사노바 황금기의 한가운데로 불러들인다. 보사노바를 영화관으로 데려온 이 영화는 재즈를 사랑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잘 모르던 사람들까지 황금기를 그리워하며 보사노바를 음미하게 만든다.
제프 해리스는 보사노바 황금기에 함께 존재했던 테노리우 주니오르도 조사하는데,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실종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며 영화는 미스터리로 장르가 바뀐다. 제프 해리스는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지인들을 인터뷰하며 실종된 그날에 대해 한 발자국씩 다가간다. 보사노바 황금기를 담은 재즈 영화를 기대하고 온 관객들이라면 이때부터 자신이 생각했던 장르와는 달라 당황할 수 있으나 영화는 그 황금기를 살아온 하지만 곧 사라진 테노리우 주니오르 개인의 이야기로 집중된다.
테노리우 주니오르는 1976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비니시우스와의 공연 후 사라진다. 그의 친구들은 테노리우 주니오르를 찾지만 현재까지도 그는 발견되지 못한 채 영영 실종 상태로 남고 만다. 그런데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실종된 지 10년이 지난 1987년, 그의 행적이 아르헨티나 병장 클라우디오 바예호스의 증언에서 발견된다. 그는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그날 그 밤에 군 순찰대에게 체포를 당했고 고문을 당하다 그로부터 9일 뒤 살해당했다고 말한다. 그저 피아노 연주를 하러 온, 브라질 사람인 그가 어째서 아르헨티나에서 살해당한 것일까.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실종된 1976년부터 아르헨티나에서는 군사정권의 독재가 시작된다. 이 시기에 최소 9천 명에서 최대 3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실종되거나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당시 남아메리카 전역이 군사독재로 뒤덮였고,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협동하여 위험분자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민간인들을 탄압한다. 아르헨티나 병장의 인터뷰, 그리고 비니시우스를 비롯한 많은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지인들이 행방을 찾다 발견한 정황증거들이 테노리우 주니오르 역시 이 독재정권의 피해자임을 보여준다. 영화는 이제 군사정권 시절을 조명하며 그 시기에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를 비춘다.
보사노바에 큰 획을 그었을지도 모르는 이 피아노 연주자의 삶은 재즈 영화가 아니라 미스터리, 이제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되었다. 이는 독재정권이 관련 없는 민간인에게까지 얼마나 잔혹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영화는 군사독재에 대해 상세히 다루며 주변국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협력했고 군사독재가 지난 후에도 가해사실을 어떠한 방식으로 숨겨왔는지 등에 대해 생존자들의 목소리와 재구성한 애니메이션으로 상세하게 보여준다. 보사노바 황금기의 피아노 연주자였던 테노리우 주니오르 한 개인의 삶은 결국 거대한 독재정권의 희생양으로 끝이 난다.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는 강렬한 색채를 이용한 애니메이션으로 화려했던 보사노바 황금기와 폭력이 난무했던 군사독재 시절을 담아냈다. 동시에 이젠 지인들의 말과 사진으로밖에 남아있지 않은 테노리우 주니오르를 움직이는 영상으로 살려내며 그의 음악을 귀만으로 듣는 것이 아닌 연주하는 모습과 함께 볼 수 있게끔 만들었다. 테노리우 주니오르라는 개인의 삶으로 재즈, 미스터리, 다큐멘터리 이 모든 장르를 아우른 이 영화는 결국 한 인간이 국가에 의해 어떻게 희생당했고 이 실종으로 남은 희생이 남은 이들에게도 그리고 보사노바 음악에도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전한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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