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M2025-09-17 18:54:52

증오와 상처 위에 희망과 용서를 입힌다.

영화 [모노노케 히메] 리뷰

이 글은 영화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8d54ad0a3db3a38cd06ea0a4a62cfcee15463b0a

사진출처:다음 영화

 

 

미야자키 하야오 영감님(?)의 작업 방식이 뒤떨어졌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그런 고집스러움을 누군가는 장인정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쉬운(?)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방식을 밀어붙이는 게 미련하게 보였다. 쉬이 대체될 것이라고. 이번만은 망할(?) 것이라고. 빛이 바래다 못해 바스라 질 것이라 믿었던 그의 왕국은 탄탄함을 넘어 경이로움을 선사하더니. 기어코 이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는 자의 무릎까지 꿇린 채 마음속에서 몇십 년이고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의 방식은 구식이 아니었다. 자신이 추구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그 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그 덕에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원령공주가 물어다 주는 메시지를 마치 갓 만들어 낸 것처럼 따스한 채로 가슴 위에 올려둘 수 있게 되었다. 

 

 

 

 2ff435be199eb482fc6e526c3f601e98fca87122

사진 출처:다음 영화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면.

 

세월이 흐른 지금, 현실이 되어 버린 것 같은 작품 속 상황에 좀 더 마음이 아프다는 점 일 것이다.

 

 

 

그저 우리 편과 다른 편을 나눠 이해하기 바빴던 예전의 나와는 달리. 같은 생각을 가졌다고 여겼던 무리 속에서도 갈등이 생기는 것을 보며 마음이 쿡쿡 찔려왔다. 이런 분열을 주도하는 포인트가 증오라는 점에서 이들의 마지막이 벌써 보이는 것 같아 슬펐다. 그 증오로 덮으려 한 것이 결국 서로에 의해 만들어진 상처라는 점은, 서로의 행동을 이해하는 포인트 이면서도. 화합으로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여정의 고단함에 힘이 빠졌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변해가는 숲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괴로웠던 것은 덤 정도로 느껴질 만큼, 영화는 내게 예전과는 완벽하게 다른 깊이로 다가왔다. 

 

 

 

 a3675066341b1a4163cb90268d26c2fd5db12aa6

사진 출처:다음 영화

 

 

이렇게 관객을 손발 동동 구르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해 놓은 뒤. 이 영감님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아니,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전혀 들어맞을 것 같지 않은 상처와 증오 위에. 가만히 가만히. 희망과 용서를 입혀간다. 상대편이 내민 호의에 처음엔 맹렬히 저항하다가도. 조금 늦게 전해진 진심의 온도를 느끼는 순간에 이뤄지는 화합이자 공생의 순간은 그것이 언제이던 관객을 눈물짓게 한다. 그리고 말한다. 여전히 삭막한 지금도 아직은 방법이 있다고.

 

 

 

그때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의 방식은 구식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이 추구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그리고 오래도록 전달할 수 있기 위한 작업이었다. 그것을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의심할 여지 하나 없게 만드는 그의 집요함에 감사하다는 말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겠지. 

 

 

 

모든 게 폐허가 된 그라운드 제로에서도, 두 번째 기회를 조용히 선사하는 그의 위로 방식에, 여전히 상처를 가지고 사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그 속에서도 아무것도 잃지 않는 법을 배운다. 영감님 고마워요. 

 

 

 

 

 

[이 글의 TMI] 

 

1. 영화관 가는 길에 너무 비 많이 와서 운동화를 잃음

 

2.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영화 장면을 사진 찍는 건 진짜 매너 없는 거 아닌가. 아저씨. 정신 차려요.

 

3. 야쿠르랑 코다마 너무 귀여워.

 

 

 

#모노노케히메 #원령공주 #미야자키하야오 #모리미츠코 #모리시게히사야 #니시무라마사히코 #마츠다요지 #이시다유리코 #애니메이션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영화꼰대

작성자 . M

출처 . https://brunch.co.kr/@iltallife/366

  • 1
  • 200
  • 13.1K
  • 123
  • 10M
Comments

Relative content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