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4-11-14 10:45:57
정년이는 왜 금쪽이가 되었나
드라마 [정년이] 리뷰
이 글은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정년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3년. 드라마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국극 장르를 위해 소리부터 배우며 보낸 시간. 제아무리 다른 사람의 인생으로 사는 삶을 업으로 삼고 있다고 해도 쉽지는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극 속의 정년이가 그랬듯,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연습에 임했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 덕에 극 중 가장 큰 시간을 할애한다고 봐도 무방할 국극 장면에서 립싱크(?)의 이질감 없이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시청자의 입장에서 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
OTT다이어트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신규 작품들이 쏟아지는 이 시점에서,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고 가정한다 해도, 국극 장면을 제외한 이 드라마의 큰 줄기는 식상하다는 말조차도 먼지를 툴툴 털어내야 쓸 수 있을 만큼 낡아빠졌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식상하다는 이야기는 여태까지는 잘 “먹혔다”는 말이기도 한데, 어째서인지 이 엉뚱한 데다 국극밖에 모르는 주인공 정년이는 달갑거나 기특하기는커녕 금쪽이에 가깝게 느껴져 분통이 터질 때가 많다. 연기자들의 피땀눈물이 이렇게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시대가 변했다.
생각해 보면, 정년이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하늘이 내린 재능. 그리고 그 재능을 발휘하는 찰나에 정년이의 잠재력을 단박에 알아봐 준 사람들. 게다가 언제나 정년이를 믿고 도와줄 수 있는 주변인들. 게다가 알고 보니 출생의 비밀까지(?) 안성맞춤으로 갖추었다. 우리를 스쳐 지나간 다른 주인공들처럼. 정년이 역시 원석 같은 존재인 것이다.
이 원석을 보석으로 세공하는 과정을 다루는 것이 보통 드라마의 여정이며, 최종회에서는 그것이 명성이든 돈이든, 권력이든. 심지어 사랑이든. 원하는 것을 손에 가득 쥔 채 웃는 주인공을 보며 박수를 치는 것이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러나 마치 동화 같은 정해진 결말인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의 저주는 중간의 모든 세공과정을 망쳐놓았다.
천방지축에 씩씩한 것이 정년이라는 인물을 감싸고 있는 가장 큰 골자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정년이는 그 발랄함, 혹은 무지에서 오는 열정이라 불리는 용기를 자신 앞에 다가온 힘든 고난들을 극복하는데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정년이는 시종일관 자신 앞의 장애물들에게 화를 나거나 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냐고 떼쓴다. 덕분에 드라마의 모든 룰과 일부 등장인물들은 정년이의 민폐에 가까운 행동들을 커버해 주기 위해 존재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뒤처리가 깔끔하지 못해 ”주인공 버프“ 혹은 주인공 특혜라는 단어가 단박에 머릿속에서 떠올라버린다.
수많은 드라마에서의 여주인공들은 극이 진행되면서 결국에는 클리셰라는 지독히 두껍고 미끄러지지 않는 레드카펫을 밟을지언정 최소한 그 어떤 작은 벽이라도 넘어보려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정년이는 소리 잘한다는 그 능력 하나만 내세워 모든 일에서 프리패스를 받아버린다. 주인공에게서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천부적인 능력뿐만이 아니다.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동안 일어나는 일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그 간극 사이에서 발생하는 고뇌와 인간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년이에게서는 그 어떤 매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여성서사라고?
한창 “조폭영화”가 유행할 때가 있었다.
당연히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남자였고. 간혹 가다 등장하는 여성인물들은 그마저도 신나게 ”이용당하다 “ 죽거나 사라지곤 했다. 여성 서사.라는 말 자체가 현재에 들어서야 겨우 조금씩 나오고 있는 지금. 거의 모든 역을 여성들이 꿰차고 있는 이 드라마에도 여성 서사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그다지 부자연스럽지는 않다.
물론 여성들이 애초에 “제대로 된 역으로”출연하는 작품들 자체가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여성들이 많이 나온다 해서. 또는 주요 인물로 나온다고 해서. 우리는 과연 그런 작품들을 여성 서사라는 이름을 붙여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유행했던 조폭영화들에서 다루려 노력했던 것이 “의리”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있다면, 드라마 [정년이]에서도 꽤나 비중이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동성애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원작에 있는 부용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삭제해 버림으로써 애초에 이 작품에서는 그에 대해 다루지 않거나. 겉만 핥고 지나가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물론 방대한 원작을 한정된 시간에 담아내려면 삭제해야 할 것들이 반드시 있어야 했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다른 인물들도 아니고 부용 캐릭터를 삭제함으로 인해 드라마의 서사는 한 없이 헐거워지고. 채울 수 없이 늘어져버린 감정선과 공간들은 정년이의 금쪽이 쇼로 모조리 채워야만 했다. 그 덕에 정년이는 자기 지분 이상의 욕을 들어먹으며 금쪽력을 더 키우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여성들이 떼거지로 나오니 여성서사다.라는. 말을 붙이기보다는 여성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도 가감 없이 다룰 수 있는 작품에 그 단어를 뿌듯하게 붙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모든 서사가 아름다운 이야기만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과연 드라마 [정년이]는 나쁜 작품인가.
그렇다면 과연 드라마 [정년이]는 나쁜, 혹은 실패한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나는 전설이다]라는 작품을 떠올려보라고 말할 것이다.
영화가 먼저 떠오르는지, 책이 먼저 떠오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두 작품을 모두 감상한 사람이라면 절대 동명의 책과 영화가 “같은”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물론 나에게는 원작이 압승을 거두는 시시한 질문이다) 특히 영화의 경우, 미국에서 있었던 9.11 테러 이후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에서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골적으로 그라운드 제로라는 단어가 몇 번이고 반복된다. 그렇기에 주인공 윌 스미스는 그 누구보다 인류의 구호에 앞장서고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인다.
고로 한 번의 각색을 거친 작품이라면, 제2 창작물은 원작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있다. 다행히(?) 영화판 [나는 전설이다] 작품도 그다지 나쁜 오락영화는 아니었기에 두 작품에 대한 호불호 테스트정도는 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원작과 창작물을 올려놓은 저울의 한쪽이 처참하게 망가진 경우라면 애초에 게임 자체가 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드라마 [정년이]는 내게는 후자에 속한다. 이 드라마를 위해 수많은 시도와 노력을 했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 노고를 깎아내리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그러나 더 이상 지금의 우리에게 “먹히는”이야기는 되지 못했다. 오늘도 나는 연습생 주제에 단체 연습도 말없이 나오지 않은 아이패드 속 정년이를 보며 이를 뿌득 뿌득 갈 뿐이다.
마치면서
다니엘 레드클리프가 해리포터 오디션장을 들어서자마자. 심사위원들이 무릎을 탁 쳤단다. 그래 바로 이 아이다.라고 말하면서.
그 배우(와 스타일을 담당하시는 분들) 덕에 우리는 해리포터 시리즈 내내 마치 “책을 찢고 나온”것 같은 주인공을 보며 황홀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모든 원작에서 인물들이 “찢고 “ 나와야 하는 것은 싱크로율이 아니다. 그 인물이 전하려는 이야기(메시지) 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 앞에 만화를 찢고 나타난 정년이는 너무도 변해버린 시대에, 단 하나도 발전하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나버렸고. 그 결과 원작을 사랑하는 이들의 애꿎은 마음만 벅벅 찢고 있다.
이 글의 TMI
1. 어휴, 영서야 니가 고생이 많다.
2. 요새 피티하느라 손바닥에 굳은살 박힘
3. 사워도우 오픈 샌드위치에 꽂혀가지고 아주 통장에 펑크날 때까지 이것만 만들어 먹는 중.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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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미간 펴고 웃을 순 없을까
영화 관람 전 봉투를 하나 받았고
적혀 있는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주의※ 이 봉투는 구토용이 아닙니다. 웃음만 담을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봉투 속에 웃음을 담아야 할 지 구토를 담아야 할지 헷갈렸고
동시에 저 봉투는 완벽하도록 재치있게, 그 어떤 포스터보다 영화를 더 잘 설명하고 있음을 느꼈다.
영화의 초반부터, 우리는 영화 제목으로 쓰이는 ' triangle of sadness' , 즉 슬픔의 삼각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다. 이는 바로 얼굴을 찌푸리면 생기는 미간의 주름을 의미한다는 것을 말이다. 주인공 칼은 슬픔의 삼각형을 핀 채 포즈를 취하라고 요구 받는 모델이고, 시키는 대로 걷고, 또 표정을 지어야만 한다. 또한 그는 잘 나가는 모델인 야야의 연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요트에서 만나게 되는 애비게일이라는 존재와 함께 완벽한 삼각형을 이루게 된다.
야야에게 주어진 협찬으로 요트에 타게 된 두 사람은, 그 속에서 많은 부자들을 만난다. 비료 사업을 하는 남자, 무기사업을 하는 부부, 사진 속의 모습으로 돈을 버는 인플루언서 야야와 칼 커플까지,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상관없이 결국엔 돈이 많은 부자들이 요트 위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료 사업을 하는 부자 부부의 아내는, 샴페인을 따라주던 여자 직원과 역할 놀이를 하자며 요구를 한다. 그리고 이 막무가내의 요구는 요트 안의 모든 직원들이 모두 수영을 해야한다는 말도 안되는 명령으로 이어지게 된다. 부자의 선한 의도이건 말도 안되는 억지이건 상관없이, 요트 속 본래의 규칙과 벗어나는 상황이 이어질수록 요트는 더욱 심하게 흔들린다.
요트의 흔들림은, 수 많은 승객들의 구토 증상으로 이어지고, 곧 요트는 아비규환 그 자체가 된다.
수많은 토사물과 배설물로 인해 전복되어버린 승객들의 위엄과 우아함은 곧, 요트의 전복으로 이어진다.
요트가 전복되는 순간, 모든 것은 함께 전복된다.
요트 청소부였던 애비게일은 무인도라는 새로운 요트의 선장이 되고,
태초의 원시시대로 돌아가듯 모계사회가 형성된다.
초호화 요트의 승객이었던 사람들은 애비게일의 명령 아래 몸을 움직이고, 애비게일만이 그들의 추위와 허기를 달랠 수 있다.
또한
칼과 야야, 애비게일 이 세 사람의 관계는 완벽한 삼각형 모양을 이루며
그들의 관계적 우위는 완전히 달라진다.
영화는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장면을 곳곳에 배치하고 있지만,
마냥 미간펴고 웃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 우리는 슬픔의 삼각형이
과연 어떤 모양으로 남을지 고민해 보게 된다.
결국 슬프게도,
한번 생겨버린 삼각형 모양의 피라미드는
쉽게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하며.
※해당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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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주차 개봉작, 공개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4월, 꽃들이 만개하는 날이죠.
4월에는 꽃구경하면서 더 행복한 한 달 되시길 바랍니다.
그럼 4월 첫 번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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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수퍼 소닉 2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22분
감독: 제프 파울러
출연: 제임스 마스던, 짐 캐리, 벤 슈와츠 등
개봉: 2022.04.06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줄거리
도시의 악당들을 물리치며 바쁘게 지구를 지키고 있는 초특급 히어로 ‘소닉’. 버섯 행성으로 쫓겨나 ‘소닉’에게 복수를 계획하던 천재 악당 ‘로보트닉’은 엄청난 힘을 지닌 신비의 에메랄드를 차지해 세상을 지배할 야망을 꿈꾸며 지구로 돌아온다! 최강 파워로 업그레이드된 ‘로보트닉’과 강력한 펀치 파워 ‘너클즈’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소닉’은 하늘을 나는 꼬리를 가진 귀여운 파트너 ‘테일즈’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되는데…
관전 포인트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과 차원을 넘나드는 액션으로 다양한 재미를 줄 것으로 보이는데요. <수퍼 소닉2>는 돌비 시네마, 4DX, SUPER 4D 등 여러 포맷으로 개봉하여 영화를 더욱 몰입감 넘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짐 캐리가 <수퍼 소닉>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생각 중이라 밝혔기 때문에, 짐 캐리 배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챙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스텔라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코미디 | 한국 | 98분
감독: 권수경
출연: 손호준, 이규형, 허성태 등
개봉: 2022.04.06
배급: CJ CGV
줄거리
막다른 인생 제대로 한 번 달려본 적 없는 차량담보업계 에이스 ‘영배’(손호준). 보스 ‘서사장’(허성태)이 하룻밤 맡긴 슈퍼카가 절친 ‘동식’(이규형)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지고 영배는 범인으로 몰려 서사장 일당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믿을 사람 하나 없고, 도망칠 곳도 없는 그의 앞에 나타난 건 바로 1987년식 오래된 자동차 ‘스텔라’.
관전 포인트
<스텔라>는 <맨발의 기봉이>와 <형>의 권수경 감독의 신작입니다. 각본에는 <킹콩을 들다>, <미나문방구>, <완벽한 타인>의 각본을 맡은 배세영 작가가 참여했습니다. 권수경 감독 X 배세영 작가의 조합, 그리고 배우에는 손호준, 이규형, 허성태의 조합으로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레트로 감성이 담긴 영화로 부모님과 함께 보기도 좋을 것 같습니다.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영국 | 112분
감독: 윌 샤프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클레어 포이 등
개봉: 2022.04.06
배급: CJ ENM
줄거리
모든 동물이 행복해지길 바랐던 엉뚱한 천재 화가 ‘루이스’(베네딕트 컴버배치). 그림 말고는 모든 게 서툴렀던 그의 앞에 어느 날 운명 같은 사랑이 찾아온다.
관전 포인트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는 총 7개의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된 작품인데요. 작품마다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은 클레어 포이가 만나 어떤 케미를 보여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불도저에 탄 소녀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12분
감독: 박이웅
출연: 김혜윤, 박혁권, 오만석 등
개봉: 2022.04.07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줄거리
이제 스무 살이 될 혜영은 팔에 새긴 용 문신처럼 무엇 하나 두려울 게 없었다. 아빠 본진의 자동차 사고 전까지는. 어느 밤, 본진은 남의 차를 훔쳐 달아나다 의식불명으로 뇌사상태에 빠진다. 피해자는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급기야 집이자 유일한 삶의 터전인 중국집이 2주 후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게 된다. 어린 동생 혜적과 둘만 남게 된 혜영은 이 모든 일들에 의문을 품고 홀로 사건을 되짚어가는데…
관전 포인트
<불도저에 탄 소녀>는 배우 김혜윤의 첫 장편영화 주연작입니다. 분노가 가득하고 두려움 없는 19살 소녀 '혜영' 역을 김혜윤 배우가 맡으면서 기대감을 증폭시켰는데요. 그뿐만 아니라 이미 탄탄한 연기력으로 자리 잡은 배우 박혁권과 오만석, 그리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슈퍼주니어 예성의 출연으로 영화의 시너지를 더하였습니다.
야차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한국 | 125분
감독: 나현
출연: 설경구, 박해수, 양동근, 이엘 등
공개: 2022.04.08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스파이들의 최대 접전지 중국에서 일명 ‘야차’가 이끄는 국정원 비밀공작 전담 블랙팀과 특별감찰 검사, 그리고 각국 정보부 요원들의 숨막히는 접전을 그린 첩보 액션.
관전 포인트
넷플릭스의 공무원이라고 불리는 배우 박해수가 또다시 넷플릭스의 작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야차>는 배우 박해수뿐만 아니라 설경구, 양동근, 이엘, 송재림, 진영 등 작품마다 존재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배우가 다수 출연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조금 낯설 수 있는 도시인 중국의 선양을 배경으로 하여 색다른 매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메탈 로드
출처: Rotten Tomatoes
개요: 코미디 | 미국 | 97분
감독: 피터 솔렛
출연: 제이든 마텔, 아이시스 헤이스워스 등
공개: 2022.04.08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아웃사이더이지만 메탈에 모든 것을 건 고등학생 ‘헌터’와 ‘케빈’이 밴드 경연 대회 우승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
관전 포인트
음악 영화 <닉과 노라의 인피니트 플레이리스트>의 감독 피터 솔렛의 새로운 음악 영화 <메탈 로드>. <그것>, <나이브스 아웃.에 출연한 제이든 마텔과 드라마 <레미제라블>에 출연한 아이시스 헤이스워스가 만나 어떤 케미를 보여줄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특송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범죄 | 한국 | 108분
감독: 박대민
출연: 박소담, 송새벽, 김의성 등
공개: 2022.04.08
스트리밍: 웨이브
줄거리
예상치 못한 배송사고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 어쩌다 맡게 된 반송 불가 수하물에 출처를 알 수 없는 300억까지! 경찰과 국정원의 타겟이 되어 도심 한복판 모든 것을 건 추격전을 벌이게 된다.
관전 포인트
올해 1월에 개봉했던 <특송>이 8일부터 쿠팡 플레이에서 제공됩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파격적인 카체이싱 액션으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 것 같은데요. 박소담 배우의 새로운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영화라고 합니다. 킬링타임용으로 주말에 휴식을 취하시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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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김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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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마법 같은 기적을 불러 일으키는 색
* 이 글은 씨네랩 크리에이터 기자단으로 부산국제 영화제에 참석하여 작성한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포스터>
<감독>
피에트로 마르첼로
<출연진>
Juliette JOUAN, Raphaël THIÉRY, Louis GARREL, Noémie LVOVSKY
<시놉시스>
<마틴 에덴>(2019)의 피에트로 마르첼로는 본인만의 서정적이고 낭만주의적인 필모그래피를 이어간다. 알렉산드르 그린의 러시아 콩트 <스칼렛 세일즈>(1923)를 각색한 영화는 1차 세계대전 직후에 노르망디의 어느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마을에서 배척받는 라파엘과(라파엘 띠에리) 그의 딸 줄리엣은(줄리엣 주앙) 외롭지만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한다. 어느 날 한 마법사가 훗날 줄리엣이 하늘을 나는 주홍 돛을 단 배에 납치될 거라는 예언을 하고, 줄리엣은 이 예언을 굳게 믿으면서 왕자를 기다린다. 그녀가 자신의 감정을 노래하는 장면은 자크 드미의 <당나귀 가죽>(1970)에 대한 오마주다. 하지만 <스칼렛>에서 불굴의 용기와 상상력의 힘을 소유한 자는 왕자가 아닌 공주이며,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왕자를 구하는 사람 역시 줄리엣이다. 피에트로 마르첼로는 황금빛 석양과 두꺼비가 사는 연못으로 시골의 마법을 포착하면서 올해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 영화 한 편을 완성했다. (서승희)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우리는 때론 고되고 잔인한 현실 속에서 마법과도 같은 일을 꿈꾸곤 한다. 누군가는 그것이 터무니 없는 이라고 생각하지만, 때론, 당신이 간절히 염원한다면 삶은 당신에게 기꺼이 마법을 선물해줄 것이다. 이 마법의 다른 이름은, 다름아닌 '사랑'이다. 영화 <스칼렛>은 이러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1. ‘주홍색’의 마녀들
목공인 라파엘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죽은 아내의 집으로 돌아간다. 아내가 머문 곳은 어느 부랑자촌. 그곳에는 아들렌 부인이라는 '마녀'와 대장장이 가족, 그리고 홀로 남겨진 라파엘과 마리의 딸, '쥘리에트'가 있었다. 그들은 그 마을의 이방인이었고, 전후의 인심은 팍팍하기 그지 없어서, 언제나 핍박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팍팍한 인생 속에서 나름대로의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어느 일상의 틈에 마법이 깃들기를 염원하면서 말이다.
<스칼렛>이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연상된 것은 너대니얼 호손의 <주홍글자>(Scarlet letter)였다. 이방인으로써 마을 사람들로부터 배척받는 라파엘 가족들의 모습은 어쩐지 '주홍글자'가 쓰인 표식을 가슴에 달고 다니며 박해받던 헤스터 프린을 닮아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인물들이 유난히 붉은 옷을 자주 입는 다는 점도 이러한 가설을 세우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의 '주홍색'은 '낙인'의 이미지를 가지는 호손의 소설에서와는 다소 의미가 다른 것처럼 보인다. 딸인 쥘리에트와 아들렌 부인은 탁월한 언변과 재치로 라파엘의 일자리를 구해주는 등 어떤 고난의 상황을 타파해나갈 때마다 붉은 색을 입고 있는데,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여기서의 주홍색은 시련 그 자체를 의미하기보다는 시련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어떤 마법과도 같은 힘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마법! 단조로운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잔잔한 마음에 격정을 불러 일으키며, 마침내는 간절히 염원하던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 이것을 달리 말하면, 어쩌면, 이 마법의 다른 이름은 사랑일지도 모른다.
라파엘이 자신이 사랑해 마지 않던 마리의 초상을 붉은 배경의 액자에 넣어두고, 사랑하는 남자에게 달려가는 쥘리에트가 새빨간 원피스를 입은 것처럼. 그리고 마침내, 숲속의 마녀가 예언한대로 '붉은 돛을 단 배가 하늘에서 내려와' 그토록 기다리던 연인과 재회하던 날, 온 세상이 붉게 물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 곳곳에서는 마녀에 대한 비유를 발견할 수 있는데, 점을 보고 마녀의 노래를 부르는 아들렌 부인이 그렇고, 동물들과 벗하며 맨발로 숲을 드나드는 자유로운 여인인 쥘리에트와 그런 그에게 신비로운 조언을 해주는 숲속의 여인에게서 그러한 '마녀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아주 노골적인 '마법'이 나타나지 않는데, 영화는 오히려 아주 절묘하게 색상과 상황의 변화를 활용하여 '마법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해낸다.
2. 고된 삶 속에서 푸른 희망을 찾는다는 것
또 인상 깊었던 것은 푸른 색의 절묘한 활용이다.-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절대적으로 옳은 해석은 아님을 밝힌다!- 푸른 색은 붉은 색과 더불어 많은 장면에서 돋보였는데, 가령 귀로에 오른 라파엘의 군복, 성장하는 쥘리에트의 옷과 장성한 그의 머리에 달린 푸른 리본, 작업에 착수한 라파엘과 쥘리에트 부녀의 푸른 앞치마 등이 그렇다. 아, 라파엘과 아들렌의 푸른 눈이라든가, 사랑하는 이의 장례식에서 아들렌과 쥘리에트가 입은 짙푸른 의상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푸른색은 양가적인 의미를 가진 색이다. 그것은 때론 우울의 색이기도 하고, 희망의 색이기도 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슬픔이'라든가, '피노키오'에서 피노키오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푸른 요정'의 이미지를 생각해보라!- 전후 죽은 아내가 머물던 곳으로 향하는 라파엘의 푸른색은 지치고 쓸쓸한 기운을 풍기는가 하면, 그의 장례식에서 보이는 푸른색은 사랑하는 이에 대한 상실감을 적절히 나타내준다. 그러나 우울과 환희는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양면적인 법. 이 푸른색은 라파엘 가족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간직하고 그들의 삶을 꿋꿋이 이어나갈 때 빛을 발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노라 말하는 아들렌과,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사랑하는 아내의 모습을 본딴 선수상 제작에 매진하는 라파엘, 그리고 그런 라파엘의 유지를 이어 받아 푸른 앞치마를 입는 쥘리에트의 모습은, 사람을 비로소 살게하는 희망과 그것의 계승을 보여준다.
이처럼 영화 <스칼렛>은 생생한 색의 대비를 통해 잔잔한 시골 마을에서 이방인으로써 살아가는 이 독특한 가족-소위 정상 가족의 범주를 벗어난-의 삶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 안에는 사랑과 낭만이 있다.
3. 그 밖의 관람포인트!
그밖에 관심을 가지면 재밌을 듯한 관람 포인트는 아래와 같다.
첫째, 화면 연출. 이 영화는 특히 붉은 색감이 두드러진다. 비단 의상 뿐만 아니라, 붉은 노을과 붉은 얼굴 등 전반적인 화면의 색감이 붉게 연출되어 있는데, 이러한 붉은색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에 대해 상상해보며 감상하는 것도 즐거운 관람법이 되리라. 또 이 영화는 최근의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약 4:3의 화면비를 채택했는데-필자는 숫자에 약하므로 정확하지는 않을 수 있다ㅎㅎ- 이 때문에 좀 더 고전적인 인상을 준다.
둘째, 다양한 아카이브 영상의 차용이다. 피에트로 감독은 영화감독이자 아카이비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세계1차대전 당시의 여러 영상들을 활용하여 좀더 생생한 장면을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이다. 이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또다른 점은 다름아닌 음악이다. 탄탄한 오리지널 사운드 트렉 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함으로서 뮤지컬 영화는 아니면서 마치 뮤지컬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실제로 배우인 라파엘과 쥘리에트-실제 배우와 배역의 이름이 동일하다-는 악기 연주에도 상당한 일가견이 있다고 한다.
자, 우리 인생이 너무나 팍팍하다면, 우리도 어떤 마법과도 힘을 가져다줄 주홍색을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영화관에서 영화 <스칼렛>을 관람하는 것도 이런 마법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2022.10.08. 15:30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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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그라들 줄 알면서도 영원함을 바라게 되는
좋아하는 가수로 주저 없이 스다 마사키를 말하던 때가 있었다. 장발, 넥타이, 통기타를 들고 목소리를 긁어가며 부르는 ‘사요나라 엘러지’ 영상을 족히 50번은 본 듯하다. 그의 노래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에 대해서 알기 싫었던 마음이 있었다. 노래에 대한 감상이 그 가수의 사생활이나 성격으로 인해 영향을 받아 변질되는 것이 싫었다. 그가 배우로 더 유명하다는 사실은 곧 죽어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마치 오늘의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의 주인공 키누(아리무라 카스미)처럼 말이다.
“아무 말도 하지 마. 내 감정을 덮지 마. 어젯밤의 여운 속에 있고 싶단 말이야.” 우연히 지하철 첫 차를 기다리며 가까워진 무기(스다 마사키)의 집에서 돌아온 후 키누가 한 생각이다. 같은 신발을 신고, 같은 가수를 좋아하고, 내가 읽고 싶었던 소설을 이미 그가 읽고 있다. 너무나도 닮은 그들은 서로를 속절없이 사랑하게 되었다. ‘전철을 탄다’라는 말 대신 ‘전철 속에서 흔들린다’라는 말을 쓰는 무기를, 평생을 의문스러워 한 가위바위보의 규칙을 똑같은 이유로 이상하다 여기는 키누를 말이다. ‘운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자연스레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 일. 무기와 키누의 첫 만남이었다. 21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는 나이에 만난 그들은 싱그러운 사랑을 나눈다.
비록 지하철역에서 30분 동안 걸어가야 하지만, 강이 한눈에 보이는 작은 빌라에서 같이 살게 된 그들은 20대 중반을 함께 마주한다. 녹록지 않은 현실 앞에 덩그러니 놓이게 되어도, 울고 있는 나의 앞에 슬리퍼를 신고라도 달려와 줄 당신이 있기에 그래도 괜찮은 날들이 이어진다. 인생의 목표가 ‘키누와의 현상 유지’였던 무기. 그러나 본격적으로 취업 전선에 나선 후, 그의 다짐은 어딘가 어긋나게 된다. 재미없는 인생은 살고 싶지 않은 키누와, 인생은 책임이라는 무기. 서로가 점점 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만 느끼고 있다는 생각에 키누는 점점 메말라간다.
끝내 헤어짐을 택한 그들은 함께 골랐던 커튼을 정리하고 가구를 옮기며 차근차근 서로의 흔적을 덜어낸다. 그 과정이 너무 아프지만은 않은 이유는, 매 순간 서로를 후회 없이 사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남김없이 모든 것을 다 준 이들은 뒤돌아보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별하고, 누군가는 사람들 앞에서 그들의 미래를 약속하며 축하를 받기도 한다. 어떤 것이 좋은 결말이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알 수 없다고 얘기하고 싶다. 촘촘하게 얽혀있는 서로를 인생에서 분리해 내기란 당연하게 어려운 일이고, 함께했던 일상에서 혼자로 돌아가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그러나 세상에 나의 젊음을 함께 나눴던 이가 있다는 것, 함께한 시간들이 나의 궤적이 되는 것 역시 값진 일일 것이다.
“시작이란 건 끝의 시작. 만남은 항상 이별을 내재하고 있고 연애는 파티처럼 언젠가는 끝난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이들은 좋아하는 것을 가져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수다를 떨면서 그 애달픔을 즐길 수밖에 없다.” 주인공 키누가 즐겨보던 블로그의 한 문장이다. 살아있는 꽃은 꺾는 순간 그 생명을 잃고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시들어간다. 메말라 버릴 미래를 그리며 안타까워하기에는 그 당장 눈앞에 놓인 싱싱함은 너무나도 아름다울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언젠가 사그라들 줄 알면서도 영원함을 바라게 되는 사랑이 있기를, 찾아오기를, 있었기를 바란다.
Editor. I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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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영속하는 사랑의 힘
DIRECTOR. 에밀리 므크르티치안
CAST. 시라누시 사르크샨, 스베틀라나 하루투냔, 가야네 함바르줌얀, 소세 발라사냔
SYNOPSIS. <사라진 공화국>은 전쟁의 여파와 또 다른 위협에 직면해 있는 미승인 국가 아르차흐의 네 여성을 따라간다. 그들이 새로운 삶을 일구어 가던 중 다시 발발한 전쟁은 그들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는다. 이 영화는 그들의 생존과 회복력뿐 아니라 잃어버린 조국을 지키기 위한 스토리텔링의 영속적인 힘을 포착한다.
이 영화 제목을 처음 인지한 건 뉴스 기사를 통해서였다. 영화 상영을 중단하라는 메일이 수백 통씩 전주국제영화제로 날아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대체 뭐길래? 프로그램 노트에 "아르메니아의 시각을 일방적으로 반영했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던 영화였다. 다시 말해 이 영화를 보기 전후로 많은 조사와 공부가 필요하다는 의미였으므로, 한정된 시간 안에 볼 영화를 고르다 보니 일단 지나쳤던 영화였다.
두 번째로 인지한 건 이 영화를 보고 나온 지인들이 A4용지 한 장씩을 쥐고 착잡한 표정으로 다가왔을 때였다.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당연히) 상영을 중단하지 않았다. 민성욱 집행위원장의 말마따나 "팔레스타인의 관점에서 만든 영화를 상영한다고 이스라엘 국민들이 이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여러 분쟁 지역의 영화를 상영할 때도 상대국에서 이처럼 행동했던 적은 없었다". 아제르바이잔 대사관과 잘 조율하겠다는 말이 결국 입장문 한 장을 배부하는 선으로 결정된 모양이었다. 친구들이 보여준 A4용지에는 다소 묵직한 단어들이 적혀 있었다.
이 영화는 아제르바이잔의 영토 보존과 주권을 훼손하고 아르메니아의 영토적 주장을 지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아르차흐’라는 명칭으로 언급되는 아제르바이잔 영토에 대해 말하자면, 이는 국제법의 기본 규범과 원칙에 위배되며, 가라바흐 지역을 아제르바이잔의 불가분의 영토로 인식해 온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도 맞지 않습니다. 이는 심지어 아르메니아에 의해 불법 점령되었던 시기에도 일관되었던 입장이었습니다.
더욱이 이 영화는 반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선전내용을 담고 있으며, 민족주의, 분리주의, 극단주의, 군국주의, 복수주의 등을 조장합니다.대체 뭘 어떻게 하면 '민족주의, 분리주의, 극단주의, 군국주의, 복수주의'를 조장할 수 있나? 굉장한 영화다. 그래서 봤다. 알지도 못하는 국가의 이야기를 그렇게 보게 되었다. 1991년,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나서 나보다 일찍 저물어 버린 나라. 그리고 거기 살아가는 놀라운 여자들의 이야기를.
감독은 처음 이 영화를 기획할 때 어떤 생각이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 완성물과 꼭 같은 형태는 아니었을 것이다. 영화 촬영 도중에 전쟁이 터졌고 나라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촬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미래를 맞이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극영화보다 더 극적인 현실이다.
영화는 여성 4명을 따라간다. 지뢰와 불발탄을 제거하는 NGO에서 일하면서 두 딸을 키우는 스베타. 시장 출마에 처음 도전하는 정치인 시라누쉬, 여성 센터를 운영하는 가야네,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꿈꾸는 유도선수 소세. 네 사람의 삶은 각자의 방식으로 분주하고 또 아름답다.
스베타는 비록 업무 현장에서 매일 죽음의 공포를 맞닥뜨리지만 (불발탄 제거 작업은 기계로 할 수 없다. 하나하나 수작업이다.) 딸들과 함께 농담을 하고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낸다. 시라누쉬는 카메론 디아즈 닮은 미소를 환하게 지으며 선거 팸플릿을 나눠주고 사람들을 만나지만, 해당 선거에서 당선된 여성은 0명이다. 가야네는 의자 뺏기 게임으로 아이스브레이킹을 하고 있는 행사 현장에서도 심각한 내용의 여성 사례 상담 전화를 받고 있으며, 이따금 협박의 공포를 느끼기도 하지만 계속할 거냐는 물음에는 채 눈물도 못 닦은 얼굴로 '그럼요'라고 답한다. 줄줄이 달린 메달과 함께 슬플 때 꼭 함께한다는 인형을 보여주는 소세의 모습은 그의 굳건한 정신이 동시에 섬세하고 소소한 것들에도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 괴로움과 불안이 섞여들어 있어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유영하는 강인함이 보인다. 강철 같은 강인함보다는 강물 같은 강인함이다. 하지만 이들의 그 강인한 일상은 전쟁으로 휘청인다.
아르차흐 공화국이라는 이름을,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정리해 보자. 아르차흐는 고대부터 아르메니아 왕국의 일부로 존재해 왔던 땅이다. 그러나 소련은 아르차흐를 아제르바이젠의 지방으로 편입해 버린다. 거대한 소련의 붕괴가 다가올 즈음, 그러니까 1988년부터 아르메니아계 주민들과 아제르바이젠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1991년 아르차흐 공화국은 독립을 선언했고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았다. 1994년 이제 더이상 소련이 아닌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이 되었으며, 이후 아르차흐 지역은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기를 쥔 지역이 되었다.
이들은 아르차흐 공화국을 선포했고, 정부, 군대, 선거 제도를 별도로 운영했다. 여기에는 아르메니아의 실질적 지원도 있었다. 그러다 이 영화가 촬영되던 중인 2020년, 또 다시 전쟁이 시작됐다. 아제르바이잔의 공격과 러시아 평화유지군의 주둔으로, 수많은 주민들이 아르메니아로 피난 길에 올랐다. 2022년 아제르바이잔은 수도를 봉쇄했고, 거의 1년에 가까운 봉쇄 끝에 2023년 9월 군사작전이 마무리되었다. 2024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모든 헌법과 기관들이 해체된다는 선언이 나왔고, 2023년 아르차흐는 더이상 국가가 아니게 되었다.
많은 경우 분쟁의 씨앗은 당사자가 아닌 타의, 주로 거대한 힘에 의해 뿌려지는 듯하다. 이 경우에도 아르메니아 입장에서는 소련이 멋대로 그은 선에 당한 셈이고, 아제르바이잔도 한번 국경선에 들어온 지역을 포기할 의사가 없었다. 그러나 소련은 붕괴되었고 러시아는 여전히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르차흐는 현실 주체로서 힘을 잃었다.
삶과 사람과 도시를 사랑했던 여자들의 삶은 많이 바뀌었다. 죽음의 가능성을 가까이서 느꼈기에 소중한 이들을 잃을까봐 약해져 있던 스베타는 다시 딸들을 지키기 위해 직업을 찾고 있고, 시라누쉬는 대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며 마이크를 들다가 이제는 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집회에서 외치는 첫 마디가 전쟁 규탄이 아닌, 우리의 존재를 인지recognize하라는 명령인 것은 마음이 아프다.) 가야네는 여전히 여성 센터를 운영하지만, 상담 상대들의 반응은 달라졌다. 가정 내 차별과 여성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내담자의 첫 문장이 "도시를 그렇게 잃어버리고 나서..."인 경우가 많아졌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가장 많이 달라진 건 소세의 삶이다. 인형과 메달을 가까이 하던 유도선수, 메달리스트를 꿈꾸던 여자는 이제 총을 가장 가까운 친구 삼은 군인이 되었다. 과거를 회상하던 얼굴에 눈물이 흐를 때, 감독은 소세를 깊이 끌어안는다. 그 모습은 마치 영화의 역할처럼 보였다. 아름다웠던 과거를 되돌려 보여주고, 우리가 갈 미래가 그 과거와 닮아 있길 바라며 길을 보여줄. 그렇게 끌어안아 위로해줄. 현실 주체의 힘은 약해져도 이야기는 영속한다. 여자들의 삶도 이야기 안에서 사랑의 빛을 덧입을 것이다.
그 사랑이 눈에 보이는 순간이 영화에 있었다. 노란 양초였다. 스베타가 착잡한 얼굴로 하나하나 불을 밝혀 컵에 넣던, 노랗고 길다란 양초. '더 이상 기도하고 싶지도 않고, 꿈도 없다'고 말하는 소세가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던 장소에도 똑같은 양초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촛농과, 그럴 때마다 하나씩 더해지는 빛. 거기서 느껴지는 곡진한 사랑. 세상 곳곳에서 분쟁 소식이 매일 더해지는, 이 야만의 시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는 어쩌면 더없이 촛불을 닮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미친 세상에서 우리는 나날이 기억해야 한다. 파워게임의 주체가 아닌, 사랑이 담긴 이야기만이 영속한다는 사실을.
2025.05.02 메가박스 전주객사 5관
2025.05.03 CGV전주고사 8관
2025.05.07 CGV전주고사 8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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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마크 러팔로가 <스파이더맨: 브랜뉴 데이>에서 브루스 배너로 복귀한다고 합니다!
MCU 10번째 등장으로, 단순 카메오가 아닌 주요 역할로 참여 예정입니다.배너가 헐크로 변신할지는 미정이지만,피터 파커의 과학적 멘토 역할이 유력하며 <쉬헐크>이후 첫 복귀이자,향후 <어벤져스: 둠스데이>와도 이어질 흐름이라고 합니다.
이번 헐크의 등장은… 단순한 팬서비스가 아닐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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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불호는 있어도 실패는 없다
#날씨의_아이 #스포일러_없는 #리뷰
최신 일본 영화를 리뷰하고 추천합니다
영화 '날씨의 아이'를 소개합니다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제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작가 슈라 원칙
1.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2. 어그로를 끌지 않는다
3. 수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4. 함부로 남을 비방하지 않는다※ 연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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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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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이혼 좀 합시다> 공식 예고편
일본 TV 드라마계의 최정상급 각본가 쿠도 칸쿠로와 오오이시 시즈카. 사상 처음 넷플릭스에서 성사된 이들의 콜라보! 남편은 정치인, 아내는 배우, 결혼 5년 차 쇼지 부부.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지금 위기에 빠졌다. 바람, 불륜 그리고 이혼까지! 둘만의 문제에 주변 사람들이 휘말리며 대소동이 벌어지는데. 이 좌충우돌 이혼극은 어떤 결말을 맞을 것인가? 주연인 마츠자카 토리, 나카 리이사를 비롯해 니시키도 료, 이타야 유카, 야마모토 코지, 후루타 아라타 등 초호화 출연진이 모여 선사하는 울고 웃는 이혼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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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원더랜드> 메인 예고편
'언제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극장에서 봐야 할 독보적 감성 & 비주얼 [원더랜드] 메인 예고편 공개! 6월 5일 극장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