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04-29 17:30:04
May the Fourth Be With You!
2021년 5월, 디즈니+ 공개 작품!
디즈니는 5월 제4회 ‘May the Fourth Be With You’(<스타워즈>의 명대사 중 하나인 ‘may the force be with you’와 발음이 비슷해서 만들어진 5월 4일 스타워즈의 날)를 앞두고 있다.
5월 4일에는, 5월 매주 금요일에 개봉하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스타워즈: 배드 배치(Star Wars: Bad Batch)>의 방송이 시작된다. 이 시리즈는 <스타워즈: 클론 전쟁>의 스핀 오프 작품으로서, 클론전쟁 시즌 7에서 등장했던 클론 포스 99을 주연으로 하며, 오더 66, 클론전쟁 종전 이후를 배경으로 한다.
<마이티 덕: 게임 체인저스>, <빅 샷> 그리고 <하이 스쿨 뮤지컬: 더 뮤지컬- 더 시리즈>의 새로운 에피소드가 5월 14일부터 개봉할 예정이며, <마이티 덕>의 후속 시리즈는 5월 28일에 시즌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달에는 디즈니의 차기 블록버스터인 <크루엘라>를 볼 수 있을 예정이다. <크루엘라>는 ‘101마리의 달마시안’의 악당인 크루엘라에 관한 이야기이며, 크루엘라 역을 맡은 엠마 스톤과 함께 5월 28일 개봉할 예정이다. 이 디즈니 실사 영화는 재능은 있지만 밑바닥 인생을 살던 ‘에스텔라’가 남작 부인을 만나 충격적 사건을 겪게 되면서 런던 패션계를 발칵 뒤집을 파격 아이콘 ‘크루엘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트리밍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디즈니+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현재 디즈니+의 한국 상륙 날짜는 2021년으로 영화 <블랙 위도우>와 함께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단은 디즈니+에서 5월에 상영될 작품이다.
5월 4일
<스타워즈: 배드 배치> (에피소드 1)
5월 7일
<마이티 덕: 게임 체인저스> (에피소드 7)
<빅 샷> (에피소드 104)
<스타워즈: 배드 배치> (에피소드 2)
<완다가 간다> (시즌 1, 2)
<리틀 야구왕 앤디(Everyone’s Hero)>
<플리카 2(Flicka 2)>
<와일드 하츠 캔 비 브로큰(Wild Hearts Can’t Be Broken)>
<판타스틱 4 – 실버 서퍼의 위협>
5월 14일
<하이 스쿨 뮤지컬: 더 뮤지컬- 더 시리즈> (에피소드 201)
<스타워즈: 배드 배치> (에피소드 3)
<마이티 덕: 게임 체인저스> (에피소드 8)
<빅 샷> (에피소드 105)
<특수 요원 오소> (시즌 1, 2)
<특수 요원 오소: Three Healthy Steps> (시즌 1)
<엑스맨 – 최후의 전쟁>
<Life Below Zero> (시즌 15)
<Race to the Center of the Earth>
5월 21일
<Inside Pixar: Unpacked><Unpacked: About Time>
<Unpacked: Everybody Loves a Villain>
<Unpacked: The Squint Test>
<Unpacked: Inner Drive>
<Unpacked: No Small Roles>
<마이티 덕: 게임 체인저스> (에피소드 9)
<빅 샷> (에피소드 106)
<하이 스쿨 뮤지컬: 더 뮤지컬- 더 시리즈> (에피소드 202)
<스타워즈: 배드 배치> (에피소드 4)
<빅 시티 그린즈> (시즌 2)
<Mickey Mouse Mixed-Up Adventures> (시즌 1)
<Fury Files>
<Ice Road Rescue> (시즌 5)
<러닝 와일드 위드 베어 그릴스(Running Wild with Bear Grylls)> (시즌 6)
<팅커벨(Tinker Bell and the Legend of the NeverBeast)>
<Akashinga: The Brave Ones>
5월 28일
<크루엘라> 프리미어 엑세스
<런치 패드>
<마이티 덕: 게임 체인저스> (에피소드 10)
<하이 스쿨 뮤지컬: 더 뮤지컬- 더 시리즈> (에피소드 203)
<스타워즈: 배드 배치> (에피소드 5)
<빅 샷> (에피소드 107)
<Bluey Shorts> (시즌 2)
<데칼코마니, 아빠와 나(Sydney to the Max)>, (시즌 3, 에피소드 1-8)
<Kingdom of the Polar Bears>
<위키드 튜나(Wicked Tuna)> (시즌 10, 에피소드 1-7)
씨네랩 에디터 Moon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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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킹 리차드> 공식 예고편
이미 아이가 태어나기 2년전, 78페이지에 달하는 챔피언 육성계획으로 무장한 리차드 윌리엄스는 두 딸 비너스와 세레나를 역사의 주인공으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두 소녀는 아버지의 불굴의 헌신과 어머니의 균형 잡힌 시각과 면밀한 통찰력 아래서 컴튼의 형편없는 테니스 코트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습을 거듭하며 부정적 예측과 전혀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던 불리함을 극복해 나간다.
불굴의 결단력과 조건 없는 믿음으로 가장 위대한 두 명의 전설적 스포츠 선수를 탄생시킨 한 가족의 감동적인 여정. “세상은 날 무시했지만 너흰 달라, 존중 받게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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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마블스> 메인 예고편
한 팀이 되면 모든 게 바뀌고 모두가 바뀐다! 환상의 팀워크로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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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늘 삼각형 안에."
*본 게시물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받아 작성되었습니다.*
1월부터 그렇게 보고 싶었던 영화 <슬픔의 삼각형> ?
안그래도 높은 기대, 더욱 더 재밌게 보고 싶은 마음에 예고편과 줄거리도 모른 채 씨네랩 시사회에 갔다. 첫 시작부터 강렬했으며 결말을 보고선 이마 짚으면서 상영관을 나왔다는,, 이 영화를 개인적인 감상평과 함께 한 줄로 남기자면 "새롭진 않았지만 새롭다"!!
⭐삼각형, 슬픔의 삼각형
영화에서 "슬픔의 삼각형"이란 단어는 한 번밖에 안 나온다. 그러나 제목으로 대두되었을 만큼,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영화의 러닝타임은 2시간 30여분으로 1부~3부를 포함하므로 개인에 따라 '길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이 짧고도 긴 시간 동안 영화는 관객에게 늘 외치고 있다, "우리의 삼각형은 여전히 그대로야."라고. 여성과 남성 / 부와 가난 그리고 끊임없이 딸려오는 '신분'이라는 고정된 꼬리표. 2023년이 된 지금, 피상적으론 '평등'을 표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의 삼각형은 불변한다, 바뀌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1부부터 3부까지 우스꽝스럽고도 잔인하게 표현한 이야기 아닐까 싶다.
우리는 슬픔의 삼각형 안에서 살고 있다. 위로 가든, 밑으로 가든 어쨌든 삼각형 안에 갇혀있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대체 무엇을 바라고 평등함을 표하는 동시에 서로를 이렇게 미워할까. 특정 인물들에 공감을 하기도, 혐오감을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새로운 익숙함
사실 드라마 <석세션>부터 시작해서 부와 가난 등의 차별 등을 비꼬는 미디어 콘텐츠들을 수없이도 많이 봐왔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새로웠다. 이목을 집중시켰던 1부, 보는 내가 아찔했던 2부 그리고 무한한 불안감으로 끝내었던 3부. 개인적으로 3부 결말로 본 영화를 n차 돌 생각이 충분하지만...! 영화가 다소 길었다. '그들만의' 다큐멘터리를 조용하게 지켜보고 있었던 기분. 한 마디로, 무서사가 만들어낸 서사였다. 피식거리던 웃음은 곧 슬픔으로 바뀌었던 그 마지막 10분의 아찔함을 잊지 못 한다.
눈 앞에선 형체 모를 불꽃들이 남발했던 영화였다.
그러나 기묘하게도, 내가 그걸 즐기고 있었다. 익숙한 새로움에 빠지고 싶은가?
당신 안의 슬픔의 삼각형을 다시금 지각하고 싶은가? 지금 당장 <슬픔의 삼각형>을 보러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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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이 누구냐에 따라 그의 여정은 매우 쉬울수도, 고난이 될 수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사회는 모두에게 평등하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같은 세상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다른 세상이며 미지에 가까울 수 있다.
이 영화는 난치병으로 시력과 기동성을 잃은 한 남자를 통해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본 영화는 실제로 다발성 경화증을 가진 배우가 연기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에서 보여주는 연기가 정말 본인이 겪어온 경험들과 섞이는 듯 해서 정말 훌륭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화면은 계속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을 빼면 초점이 안 맞춰져 있다.
이것은 실제로 본 질병 중 거의 앞이 안 보이는 것을 관객도 직접 느낄 수 있게 의도한 연출인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관객에게 단순히 작중 상황을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러닝타임이 짧은 만큼 작중 줄거리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장소도 그리 많지 않다.
사실 생각해보면 작중에서 주인공 야코가 언급한거 처럼, 주인공의 여정은 생각보다 안 어렵게 느껴진다.
'좋은 타인' 몇명을 만나 몇번의 도움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기차를 탈 때나, 택시를 탈 때 정도 말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단순하게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 '타인'을 잘못 만나서 고난이 되버리기 때문이다.
기차역에서 지갑을 뺏기고, 그 사람이 계속 쫓아와 공장으로 데리고 가는 등, 상황은 더 이상 관객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처음에 그가 말한 좋은 타인을 만나, 시르파의 집 앞까지 도달한다.
어떻게보면 문제가 정말 쉽게 해결된건데, 단순히 내용을 편의적으로 전개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타인이 누구냐에 따라 이렇게까지 야코의 여정이 달라진다는 게 정말 현실적이면서도 슬프게 느껴진다.
만약 처음에 좋은 타인을 만났다면 애초에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와서 드디어 시르파를 현실에서 만나고, 처음으로 주인공의 얼굴을 빼고 타인의 얼굴이 선명하게 나온다.
영화에서는 마지막의 시르파를 빼면 단 한번도 다른 사람의 얼굴을 선명하게 보여주지 않는데, 마지막에야 드디어 다른 사람의 얼굴이 선명하게 나오고, 그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 전화만 했던 시르파라는 사실이, 그 장면의 힘이 정말 강력하게 느껴지게 한다.
이 영화는 장애인을 이용해 가난 포르노 같은 걸 찍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를 이러이러하게 바꿔나가야 한다 같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아주 현실적으로, 담담하게 응시한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원글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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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지를 털고 능숙하게 벼려 밝힌 영화라는 여명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 2021 | 스티븐 스필버그 | 156분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허드슨강과 리버사이드파크, 서쪽으로는 센트럴파크를 옆에 낀 뉴욕 맨해튼의 어퍼 웨스트 사이드 Upper West Side에는 미국 역사의 곡절이 담겨있다. 식민지의 역사로부터 19세기 후반 산업화 시기 노동 계급의 거처, 20세기 전쟁의 풍파로부터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혹은 생활고를 피해 희망을 찾고자 정착한 이민자의 터전으로 발전한 이곳은, 도시 재개발로 자본과 사람이 유입해 문화와 예술이 발흥하는 뉴욕을 대표하는 부촌이 되었다. 지금의 멀끔하고 반듯한 건물과 거리, 햇볕을 쬐고자 바깥에 나온 느긋한 시민의 쉼터로 자리 잡기 전, 그러니까 약 60여 년 전 도시 재개발로 링컨 센터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막 뜬 그때 삶을 일궈 온 사람들은 떠나야 할 날만을 기다려야 했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사라질 위기에 처한 백인 하층 노동 계급 지역 할렘 Harlem과 중남미 이민자의 거리 산 후안 힐 San Juan Hill을 배경으로 생존과 반목을 넘은 두 사람의 비극적인 사랑을 담았다. 시대를 넘어 여전히 사랑받는 뮤지컬을 영화화한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1961년 동명의 작품은 뮤지컬 영화의 고전으로 찬사를 받아왔다. 이 영화를 무려 스티븐 스필버그가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에 영화 애호가들은 기대와 (주로는) 우려가 엇갈렸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영화감독 중 한 사람이 만들어 낼 첫 뮤지컬 장르라는 관심과 함께, 우리는 이미 상업적 성공을 거둔 이 오래된 이야기를 지금의 관객에게 어떻게 다시 선보일 것인가에 관한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감독에게는 잘 돼야 본전, 망치면 원작을 경험한 관객의 실망만 커질 수 있다는 부담이 컸으리라. 그렇지만 노련한 거장은 결국 고전의 향수와 창작자의 정체성, 그리고 현재의 시선에서 영화 매체에 마침맞은 재구성을 이루어냈다.
셰익스피어의 오랜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티프로 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파벌 간의 갈등 속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주제인 이 뮤지컬은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과 제롬 로빈스(제리 라비노비츠)의 안무가 결합해 지금까지도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에서 사랑받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다만 1960년대 당시의 기술력이나 연출을 고려하더라도, 원작의 배우와 무대, 소품이라는 세트피스가 완벽하게 합일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유명한 오프닝 씬이나 체육관의 댄스파티 속 뮤지컬 넘버와 안무의 조화는 지금 보아도 훌륭한 장면이지만, 비교적 정적인 카메라 시선과 배우들의 대사 처리 등 뮤지컬 실황에 영화적 기법을 첨가한, 60년대 무성영화와 유성영화의 과도기적 흐름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극과 영화의 차이가 시각 매체로써 특히 공간의 무한한 변화 가능성 유무에 있다고 한다면 2021년 영화는 어퍼 웨스트 사이드라는 한 지구地區를 통째로 배경 삼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America〉는 도시 전체를 무대 삼아 거리를 누비며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연기가 포인트인 〈Gee, Officer Krupke〉에서는 경찰서의 소품들로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준다. 거기에 〈Cool〉에서의 부서진 폐건물을 중심으로 ‘토니’(안셀 엘고트)와 ‘리프’(마이크 파이스트), 제트파 사이의 갈등과 신경전, 체육관에서의 댄스파티 등 뮤지컬 넘버를 스크린에 구현하는 데 일조한 카메라 워킹도 빼놓을 수 없다. 촬영감독 야누시 카민스키는 발레와 라틴댄스 기반의 춤의 역동성을 부각한다. 공들인 정교한 합과 역동적인 집단 군무가 스크린 앞 관객에게 화려하고 멋진 장면으로 선보일 수 있게 된 이유다. 관객은 현실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을 날 선 갈등과 비극을 춤과 노래를 통해 어느 정도 희석된 버전의 모습으로 친숙하게 받아들인다.
영화는 음악만큼이나 조명을 사용하는 방식에서도 극적 상황을 조성하는 장치로 적절하게 사용한다. 체육관 뒤편에서 토니와 마리아(레이철 지글러)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 건너편 틈 사이로 빛이 스며오는 장면이나 (개인적으로는 원작의 장면이 사랑에 빠진 몽롱한 분위기를 더 살렸다고 생각하지만) 제트파와 샤크파의 패싸움이 벌어지는 소금창고 양편으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움직이며 겹치면서 발생하는 명암의 대비로 두 파벌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장면을 연출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원작이 주차장의 자동차 헤드라이트 빛을 조명 삼아 펼쳐지는 발레 대결이라면 리메이크된 작품에서는 훨씬 실감 나는 대전이 벌어진다. 지금은 박물관이 된 오래된 성당에서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동안 모자이크 사이로 비치는 아름다운 빛이나, 밤과 낮이 교차하며 달라지는 빛의 분위기도 눈여겨보게 된다. 연출을 위한 소품의 적절한 사용도 눈에 띈다. 앞서 제트파가 경찰서에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시퀀스에서 주변 소품을 활용한 앙상블은 재기 발랄하며 맹랑한 캐릭터에 잘 들어맞는다. 토니가 싸움을 말리러 갔지만 결국 베르나르도(데이비드 알바즈)를 죽인 후 마리아의 방 창문으로 들어와 바람에 날리는 커튼 사이의 장막을 사이에 둔 만남이나, 사랑을 위해 토니를 감싸주는 마리아에게 분노하는 아니타(아리아나 데보스)와의 듀엣에서 집에 걸어 둔 천으로 흔들리는 마리아의 감정을 표현하는 등의 장면들은 원작과 비교하는 흥미로운 지점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리메이크작을 관람하기 전 관객은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 번째는 뮤지컬을 어떤 방식의 영화로 만들 것인가.이고, 두 번째는 이 오래된 서사를 21세기의 관객들에게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이다. 링컨 센터 공사를 위해 곳곳이 헐린 50년대의 맨해튼에서는 불안한 젊은이들의 방황과 분노가 담겨있다. 오히려 원작의 멀끔한 세트보다 이 불안한 10대들의 감정이 잘 드러나도록 설계한 2021년의 영화는 기존의 원작을 유지하면서도 작금의 사회 현실을 반영하며 원작에 담긴 불쾌한 지점, 혹은 지나쳤던 지점을 부각하고 교정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한다. 시나리오와 노래에는 십 대 청소년의 일탈과 사회 갈등, 이민자 사회의 대립과 빈곤, 재개발 문제가 담겨있다. 그러나 당대 인식의 기반에 깔린 인종 차별과 여성 혐오 등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갈등의 중심부에 두지는 않는다. 영화는 그 원형을 일부 유지한 채 스코어의 가사들을 윤색함과 동시에 넘버를 일부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신선한 효과를 준다. 감독은 원작에서 지나쳤던 미국 사회(이지만 사실 모든 사회에 통용될)에 고착된 차별과 갈등을 이야기의 모티프나 브릿지로 만들어 시의성을 높인다. 원작에서는 ‘우리의 미국’에 들어온 이민자 집단을 별종 혹은 외부 집단으로 설정해 그들의 유입으로 두 파벌의 구도가 형성되었으며 현재의 갈등이 발생한 원인으로 지목한다. 경찰을 비롯한 어른들조차 백인 소년들의 편에 서서 이민자들을 향해 차별적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러나 리메이크작에서는 맨해튼이라는 지역의 역사의 흐름에서 자본에 밀려 탈락한 백인 하층 노동자 집단과 중남미 이민자 집단이라는 두 비주류 집단 간의 반목과 대립을 명시한다. 경찰로 상징되는 기존의 기득권 엘리트 집단의 눈에는 두 파벌 모두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골칫거리인 것이다. 여전히 미국 정치 지형에 대입할 수 있는 상황을 명확히 설정했음은 스페인어에 따로 자막을 붙이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영어가 제1 언어인 미국이나. 두 언어에 익숙지 않아 그들의 자막 설정을 따라가야 하는 한국의 관객 관점에서 불친절할 수 있겠으나 이민자라는 정체성을 그만큼 확고히 보여주는 설정도 없다. 이는 영어를 쓰도록 강제하는 주류 사회 분위기에 편입하려는 당시 이민자들의 노력을 보여주면서도 역설적으로 그들의 언어가 다문화 국가인 미국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표식과도 같다.
주인공인 토니와 마리아를 중심에 두면 영화는 대립적인 집단 간 젊은 연인의 비극적인 사랑을 노래하지만, 청소년들의 일탈을 대하는 어른들, 그리고 그들을 외곽으로 내모는 사회에 눈을 돌린다면 또 다른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상 복지서비스와 사회 안전망의 부재가 젊은이들을 어떻게 죽음으로 내모는가에 관한 이야기로 본다면 이들의 파국에 사회와 기성세대의 책임은 없는가를 질문하게 된다. 여기서 두 파벌의 중립지대인 가게(약국)의 주인인 ‘독’을 대신해 원작에는 없던 인물인 ‘발렌티나’(리타 모레노)를 추가한 점은 익숙하며 낡아 버린 서사에 새로운 결을 터 주는 탁월한 역할을 한다. 발렌티나는 이 이야기에 나오는 몇 안 되는 어른 캐릭터이자 아직 어린 청년들의 치기와 감정의 골을 봉합하고 화해하는 방향으로 인도한다. 설정상 독과 사별한 부인이며 유대인이자 코카시안과 결혼한 푸에르토리코인이라는 점에서 영화는 그에게 복합적인 감정선과 서사를 부여한다. 인종과 문화 등 다층적인 차별과 분노가 폭발하는 공간에서 발렌티나는 인종 정체성과 사회적 지위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온전히 위치하기 어려운 인물을 연기한다. 배신자 소리를 듣기까지 하는 아픔에도 이 이야기 속 유일한 ‘어른’의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지점은 발렌티나가 1961년 원작에서 아니타 역할을 맡았던 리타 모레노라는 사실이다. 영화는 원작 속 아니타의 넘버였던 〈Somewhere〉를 사실상 원곡자인 발렌티나에게 넘겨준다. 그렇게 이 넘버는 61년 작품의 아니타의 감정과는 다른, 한 노인이 끝내 안온한 삶을 바랐으나 여전히 이루지 못한 현실을 향한 회한의 노래이자, 분열로 극한 대립을 벌이는 현대 사회를 향한 기약을 알 수 없는, 하지만 이뤄야 하는 목표의식으로 변한다. 또한 여기서 그는 하나의 배역을 넘어 원작과의 가교 역할을 함과 동시에 영화의 테두리를 넘어 확장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니타는 제트파에게 마리아의 전언을 일러주려 발렌티나의 약국에 갔다가 성폭행을 당한다. 원작은 이 상황을 극화된 리듬과 안무를 부여해 단지 서사의 변곡점 역할로 넘어갔지만, 정황상 아니타가 강간을 당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어른으로서 역할을 해야 할 독은 상황을 종결시키며 충동적인 청년들의 철없는 행동으로 넘어간다. 폭력의 피해자인 아니타에게 누구도 사과와 위로는 없었다. 그리고 60년이 지나. 과거의 악몽이 그때의 아니타이자, 지금 발렌티나의 눈앞에 재현된다. 영화는 과거 리드미컬한 연출로 재현된 끔찍한 장면을 다시 보여주면서도 상황의 극화 없이 정확히 직시하는 연출로 기이하며 끔찍하게 느낄 수 있도록 보여준다. 그래서 관객에게 지금의 상황이 명백한 범죄라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또한 원작과 달리 제트파와 함께 있던 백인 여성들이 성폭력의 현장에서 함께 아니타를 보호하기 위해 항의하고, 남성들에 의해 쫓겨나는 장면은 이 사건이 단순한 인종 혐오가 아닌 더 큰 차별적 관념에서 비롯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상황을 발견한 발렌티나는 제트파를 제재하고 아니타를 내보낸 뒤 범죄를 저지른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노려보며 “너희들을 어릴 때부터 보아왔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기억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이 장면은 결국 60년 전 어린 아니타가 노인이 된 지금까지도 그때의 사건과 가해자들을 기억하며, 자신은 그 끔찍한 트라우마를 안은 채 살아남은 생존자라는 사실을 일갈하는 장면이다. 그는 60년 전 그 날에 갇힌 피해자에서, 이제는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인 여성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 젊은 남성들을 단호히 ‘강간범’이라고 호명하며 여성폭력의 피해자이자 생존자를 대변하는 어른으로서 말이다.
그밖에도 영화는 원작의 애니바디(아이리스 메나스)를 피상적인 톰보이 캐릭터에서 FTM(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로 설정해 제노포비아와 함께 성소수자 혐오로부터 집단 내에서 인정받는 서사를 부여한다. 처음에는 배제된 소수자에서 결국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애니바디는 모든 상황을 관찰하고 사건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제트파가 마련한 권총이 치노(조쉬 안드레스 리베라)로 이어져 발생하는 결말에 비중을 두어 미국 사회의 고질적인 논쟁인 총기 규제 문제를 다루는 모습도 보인다. 허가받지 않은 자의 미숙한 총기 사용으로 노출되는 범죄의 양상은 작품 중후반에 꽤 자세히 다뤄진다.
관객은 공연과 영화의 차이를 알고, 누구보다 영화를 사랑하는 감독이 만드는 뮤지컬 영화를 한 편 보았다. 거기에 감독은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소수자성과 대립에 주목하며 기존의 작품 속에 감춰있던 이야기를 발굴했다. 사랑과 생존 중 더 중요한 것을 묻는 발렌티나의 질문에 토니는 사랑을 택한다. 그러나 존엄한 삶의 소중함은 사랑과 양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끝내 알지 못한 채 영화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다. 그러나 남겨진 자들의 몫은 존재하고, 삶은 여전히 지속한다. 서로 같은 달빛 아래 다른 마음으로 밤이 오기를 바랐던 이들은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다. 모두가 각자의 길을 떠나는 원작의 마지막에 2021년의 영화는 엔딩 크레딧에 남겨진 자들의 삶을 위로하듯 새벽이 밝아 오는 맨해튼의 도시를 보여준다. 비극 안에서도 삶은 소중하고,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것을 붙드는 한 빛은 찾아온다는 사실. 어쩌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인생 사십여 년 동안 한결같이 말하던 이 명제를 살아남은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기에, 그는 여러 우려를 감수하고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넣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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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기대작으로 많이 언급되고 있는 <비상선언>의 개봉부터
수많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주원 주연의 <카터>의 공개까지!!
그럼 8월 첫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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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비상선언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40분
감독: 한재림
출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개봉: 2022.08.03
배급: (주) 쇼박스
줄거리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재난 앞에 선 사람들 각각의 감정과 드라마를 담고 있다.
관전 포인트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 모두 출연하는 <비상선언>은 칸 영화제에서 호평 세례를 받은 작품이다.
영화에서 한재림 감독이 중점을 둔 건 바로 '사실감'이다. 이를 위해 360도 회전하는 비행기 세트를 구현하고,
짐벌을 이용해 움직임을 주며 촬영하는 등 사실적이게 찍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우주소전쟁 리틀스타워즈 2021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09분
감독: 야마구치 스스무
출연: 윤아영, 김정아, 이현주 등
개봉: 2022.08.03
배급: 엠엔엠인터내셔널(주)
줄거리
여름방학 어느 날, 진구가 주운 작은 로켓 안에서 손바닥만 한 우주인 ‘파피’가 나타난다!
우주의 머나먼 곳에 있는 작은 별 ‘피리카’의 대통령인 그는 반란군에게서 도망쳐 지구에 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너무 작은 ‘파피’의 사이즈에 당황하던 도라에몽과 진구는 비밀도구 ‘스몰 라이트’로 작아져서함께 놀며 친구가 된다. 그러나 고래 형태의 우주전함이 ‘파피’를 붙잡기 위해 지구에 나타나 이들을 공격하고,
모두를 끌어들인 것에 책임감을 느낀 ‘파피’는 홀로 반란군에 맞서고자 하는데…관전 포인트
도라에몽의 41번째 시리즈인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우주소전쟁 리틀스타워즈>은
국내에서 공개하지 않은 도라에몽 시리즈 중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우주전쟁>을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어린이부터 어른이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OTT 공개 예정작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 네이버 영화
개요: 멜로 | 미국 | 120분
감독: 존 추
출연: 콘스탄스 우, 헨리 골딩, 양자경 등
공개: 2022.08.03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뉴요커 레이첼은 남자친구 닉의 절친 결혼식이 열리는 싱가포르로 향한다. 처음으로 아시아를
방문한다는 설렘도 잠시, 닉의 가족을 만난다는 사실이 걱정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닉이
싱가포르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자 모두가 선망하는 결혼 후보 1순위 신랑감이었던 것.
레이첼은 사교계 명사들의 질투와 더불어 본인을 영 탐탁지 않아하는 닉의 어머니의 타겟이 되는데…
관전 포인트
<스텝 업> 시리즈, <나우 유 씨 미 2>, 그리고 최근 <인 더 하이츠>의 연출을 맡았던 존 추 감독의 작품. 제24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코미디 영화상을 수상했으며,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1%를 차지했다.
버즈 라이트이어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05분
감독: 앤거스 맥클레인
출연: 크리스 에반스, 타이카 와이티티 등
공개: 2022.08.03
스트리밍: 디즈니+
줄거리
미지의 행성에 고립된 인류를 탈출 시키기 위한 ‘버즈’와 그의 정예 부대 요원들의 운명을 건 미션 수행을 그린 작품
관전 포인트
<토이스토리>의 인기 캐릭터 '버즈 라이트이어'의 이야기를 담아냈고, '저그'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드러나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리고 크리스 에반스가 보이스 캐스트로 참여하여 기대감을 높였다.
카터
ⓒ 넷플릭스
개요: 액션 | 한국 | 133분
감독: 정병길
출연: 주원 등
공개: 2022.08.05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의문의 작전에 투입된 `카터`가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을 되찾고 미션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리얼 타임 액션.관전 포인트
<악녀>의 정별길 감독이 새롭게 선보이는 영화 <카터>는 한층 더 커진 스케일로 화려한 볼거리와 액션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원 배우의 가장 강렬한 변신을 선보일 것으로 보여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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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의 탈을 쓰고 윤리적 딜레마를 다루는 블랙 코미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섬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최첨단 교도소에서 자타가 공인한 천재 과학자 '스티브(크리스 헴스워스)'는 실험에 자원한 재소자들에게 행복, 번뇌, 성욕, 복종 등의 여러 감정을 조절하는 여러 신약을 테스트한다. 자칫 비인간적일 수도 있는 이 실험은 죄수들이 주립 교도소에 갇히는 대신 자원해서 참여했다는 점, 그리고 상대적으로 많은 자유가 그들에게 주어진 다는 사실에 의해 정당화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음주 운전으로 아내와 친구를 사망에 이르게 한 죗값을 갚기 위해 실험에 자원한 '제프(마일즈 텔러)'는 프로젝트의 목적과 주체에 의문을 품는다.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약물을 주입하도록 시키는 스티브를 보면서 의구심이 피어난 것이다. 해당 실험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자 제프의 의심은 더욱 커지고, 사랑을 싹 틔워가던 '리지(저니 스몰렛)'에게 약물을 주입하라는 스티브의 명령에 그는 마침내 반발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스파이더헤드>는 조지 선더스의 단편 소설 <Escape from Spdierhead>를 영상화한 작품으로, <트로: 새로운 시작>, <오블리비언>, <온리 더 브레이브>에 이어 올해 <탑건: 매버릭>까지 연출한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작품이다. 줄거리나 예고편만 봐도 느껴지듯이 <스파이더헤드>는 과학 기술 발전의 명암 중 암을 집중적으로 묘사하는 영화다. 비인간적 실험을 진행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해당 실험이 인류의 발전을 위한 필요악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자유 의지 박탈당한 이들이 저항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이 영화를 SF 작품으로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블랙 미러>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SF 스릴러의 분위기를 풍기던 초반부가 지나가면 <스파이더헤드>는 과학 연구 윤리를 매개로 '무엇이 옳은 행위인가'에 대해 보다 일반적인 윤리적 논쟁이 벌어지는 블랙 코미디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각기 다른 삶의 가치를 지닌 두 인물이 있다. 우선 제약사 주인이자 실험의 기획자인 스티브는 철저한 공리주의자다. 공리주의자는 효용의 극대화를 옳은 행위라고 본다. 개개인의 행위에 깃든 본래 가치와 무관하게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 행위는 많이 이루어질수록 좋다는 것이다.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한 개인의 행동이 직접 초래한 결과와 그의 간접적인 개입이 유발한 사건의 결과가 구분되지 않는다.
실제로 공리주의자는 모든 사람에게 결과의 책임을 부여한다. 본인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물론, 다른 개인이 초래한 부정적 결과를 막지 못한 책임까지도 요구한다. 이는 개인에게 지나치게 과한 도덕적 부담을 주고, 개인을 의도와 계획을 지닌 주체로 고려하지 않으며, 그들의 정체성을 추상화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 결과 공리주의자 개개인은 자신의 신념이나 판단력에 근거하여 행동하는 대신, 효용의 극대화라는 기준을 충실히 따르며 자기 자신을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시킨다. 그래서 공리주의를 따르는 개인은 효용 극대화의 통로이자 수단에 불과해진다.
실제로 스티브는 실험에 자원한 모든 죄수들을 동등하게 대한다. 그들의 죄가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졌든 간에 그들은 사회적 이익을 감소시키는 범죄를 저질렀고, 따라서 의도적인 범죄와 실수의 차이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자신들의 죗값을 씻겠다는 도덕적인 이유로 실험에 자원했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이러한 그의 관점에서 보면 범죄자의 인권은 말살해도 마땅하며, 처벌 대신 승인한 인권침해 실험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래서 그는 모든 사람이 통제를 따를 수 있게 되면 더 큰 선의와 대의를 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며, 평화와 화합이라는 가치를 전파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가 모든 사람들을 복종시킬 수 있는, 심지어 사랑하는 이를 해치는 일까지 하게 만드는 약물인 B-6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다하는 이유다. 그 과정에서 제프의 죄책감을 자극해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으며, 자기 자신에게도 약물을 주입한다. 그렇게 죄수들과 제프, 그리고 본인까지도 수단으로 이용한다.
반면에 제프는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지극히 칸트적인 이유로 스티브의 실험에 반대한다. 인간은 이성을 지닌 존재이며, 타인들이 수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윤리 법칙을 만들고 이를 지킬 자유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존엄한 존재이고, 따라서 인간은 수단으로 사용되면 안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프에게 약물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대상이다. 사회적 맥락에서 다수의 효용을 극대화할 목적을 위해 인간을 도구로 활용하는 기제이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자유의지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때 흥미로운 것은 스티브의 신념에 비해 더 직관적으로 동의하기 쉬운 제프의 서사에 영화가 의도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야기를 덧붙인다는 점이다. 영화는 제프와 리지가 범죄자들이지만 결코 나쁜 인물은 아니라고 묘사한다. 제프의 교통사고는 한순간의 치기 혹은 실수였을 뿐이고, 리지가 딸을 살해한 것 역시 의도적인 살인이 아니라 과실치사였다면서 그들의 선함에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한다. 이 경우 본래 선한 인물인 이들의 자유의지를 핍박하는 스티브와 그의 신념을 악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제프와 리지의 과거사는 그 자체로 그들의 항변과 비판의 반례가 된다. 어찌 되었건 술에 취한 채 운전을 하기로 결정한 제프의 자유의지, 한여름에 아이를 차에 태운 채 출근하기로 한 리지의 자유의지가 그들의 비극과 범죄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프의 서사에 윤리적 정당성이 깃들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며, 이는 작중 선인과 악인을 명확히 구분하고 옹호하거나 비난할 수 없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블랙 코미디로서 <스파이더헤드> 특유의 기괴하고 암울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곧 제프의 입장은 직관적으로 옳다고 느껴진다. 사람을 도구로 쓰지 말라는 주장에 반대하기란 쉽지 않다. 과학 기술의 급격한 발달에 대한 경계심이 나날이 높아지는 형국에서는 시의적절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메신저 때문에 메시지에 잡음이 생기다 보니, 역으로 극단적인 공리주의자인 크리스의 괴변은 더 인상적이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에 의해 보육원에 버려졌고 이후 단 한 번도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는 스티브의 개인사가 간결하게 제시되면서 오히려 그의 광기에 설득력이 더해준다. 피실험자들 중 사망자가 나와도 그저 웃으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크리스 햄스워스의 소름 끼칠 정도 생생한 연기도 큰 몫을 해낸다. 이러한 제프와 스티브 사이의 불균형은 영화의 분위기를 살려내기 위해 의도된 측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원작자인 조지 선더스가 자본주의 세상에서 기존의 도덕적 가치관을 포함한 여러 기준점이 뒤틀려버린 미래의 기묘함을 글로 표현하는 데 탁월했기 때문이다. 약물에 취한 스티브가 마주하는 최후도 이러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이는 스티브의 조수인 마크의 역할이 중요성에 비해 제한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작중 스티브의 악행, 도를 넘은 광기, 극단성은 그의 논리에 내포된 자유의지의 침해라는 취약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때 스티브의 악행을 외부에 고발한 마크는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미 논변의 정당성을 잃은 제프보다도 스티브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캐릭터다. 스티브의 연구에 자발적으로 합류했기 때문에 자신의 신념에 따라 연구를 포기하고 스스로 연구 윤리를 어긴 책임을 다하는 그는 스티브의 진정한 안티테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마크의 역할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직관적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쉽사리 반박하기 어려운 스티브의 신념에서 비롯된 딜레마와 그로 인한 불쾌함이 덜 부각되고, 이는 블랙코미디로서의 매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그래서 <스파이더헤드>는 적은 인물에게만 초점을 맞춘 채 그들의 심리적인 갈등을 부각하는 데 집중한다.
문제는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전작에서 보여줬던 단점들을 반복한 나머지 영화가 전반적으로 지루하다는 점이다. 특히 <오블리비언>과 유사한 문제점을 답습한 것이 눈에 띈다. <오블리비언>에서 코신스키 감독은 여러 가지 복선을 던지면서 초반부를 다소 길게 끌다가, 특정 사건을 분기점으로 후반부에 급전개를 선보인 바 있다. <스파이더헤드>도 마찬가지다. 실험 과정과 제프의 생활상을 오가면서 서서히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제프와 스티브의 갈등이 외면적으로 분출되는 순간 절정에 도달한다.
그런데 <스파이더헤드>의 원작이 애초에 단편이었던 관계로, 긴장감을 끌어올려야 할 초반부의 에피소드들은 필요 이상으로 늘어지면서 공허하다. 한정된 공간에서 몇 안 되는 등장인물만으로 전개되고, 화면 전환의 속도도 빠르지 않아서 매 장면마다 분량에 비해 정보량이 적은 느낌이 들다 보니 더욱 그렇다. 또한 후반부는 과하게 압축되어 주인공들의 심리적 흐름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한다. 위 문제들이 한데 모인 결과 윤리적 딜레마를 지적하는 영화의 통찰은 결코 깊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블랙 코미디로서 목표 달성에 실패한 셈이다.
따라서 <스파이더헤드>는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조합에 비해 알맹이가 부족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참신한 소재로 눈을 사로잡지만, 그 시선을 2시간 동안 고정시키지 못하는 수많은 넷플릭스 영화들의 전철을 그대로 따른다. 결국 <스파이더헤드>는 팝콘 무비로서, 또 조셉 코신스키 감독과 마일즈 텔러의 <탑건: 매버릭>과 크리스 햄스워스의 <토르: 러브 앤 썬더> 사이를 잇는 가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 그치고 만다.
P(Poor, 형편없음)
소재만 그럴싸한 수많은 넷플릭스 영화의 전철을 착실히 따르는 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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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선이 아닌 연대
<나의 올드 오크>(2023)는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4), <미안해요, 리키>(2019)에 이은 영국 북동부 배경 3부작의 마지막 영화다. 기존 무대였던 뉴캐슬에서 더럼의 어느 폐광촌이라는 보다 구체적이고 상징적인 지역으로 옮겨간 영화는 마을의 유일한 펍 '올드 오크'를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과 난민 이주자들 간의 갈등을 다룬다. 켄 로치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잠정적 은퇴를 선언한 만큼 빠른 판단일 수도 있겠으나 이 영화는 켄 로치 감독의 마지막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이번 영화에서는 전작들보다도 직접적이고 직선적인 화법이 두드러지며 그와 대조되는 희망적인 분위기가 주는 대비가 인상적이다.
소란스러운 다툼 소리를 배경으로 흑백 사진이 연속되는 오프닝부터 영화에서 카메라의 존재감이 종종 눈에 띈다. 시리아 난민들이 버스를 타고 와 마을에 내리고 마을 주민들은 이를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지켜본다. 그러던 중 마을 주민 중 한 사람이 자신들을 찍던 야라를 발견하고, 그녀의 가방에서 카메라를 몰래 꺼내 마음대로 사진을 찍다가 떨어뜨리면서 카메라는 망가트리고야 만다. 꽤나 강렬한 이 오프닝 씬은 카메라의 기능에 대해 상기시키며 시작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목격과 기록의 카메라. 피사체는 촬영자의 시선에서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담긴다. 오프닝에서 연속된 사진과 다투는 소리를 통해 우리는 야라의 눈에 비치던 당시 상황을 상상하며 야라의 시선에 좀 더 기울어 영화를 보게 된다.
마을의 유일한 펍 올드 오크를 운영하는 TJ는 마을 사람 중에서도 난민들에게 비교적 호의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펍에 손님으로 와 그들에 대해 적대적으로 말하는 마을 사람들을 보면서 나서지는 않는다. 단지 작은 단체 안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생필품과 같은 것을 챙겨주고 관심 가질 뿐이다. 선한 소시민의 전형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다. 어쩌면 마을 사람들 대부분도 마찬가지다. 일부를 제외하곤 그들 대부분은 난민들을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보며 적대시하지만 특별히 그들을 괴롭히거나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괴롭히는 이들을 막거나 크게 나무라지도 않는다.
그랬던 마을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 난민들을 경계하게 되는 것은 자신들의 공적 대화의 공간이자 쉼터였던 올드 오크가 난민들에게도 열리게 되면서부터다. 이전까지는 TJ를 비롯해 난민들을 챙겨주는 이들이 탐탁지 않던 이들이었으나 그에게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TJ가 자신들에게는 빌려주지 않던 펍의 내부 공간을 난민들과 함께하는 행사의 공간으로 사용하면서 이에 반기를 들고, '올드 오크의 주인은 누구인가' 이것이 마을의 뜨거운 화두가 된다. 노동자의 입장에 대해 주로 찍던 사회주의 감독이 난민과의 갈등 속에서 또 다른 약자를 차별하는 노동자의 양상을 그려낸 것은 다소 이례적인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과 난민 집단 간의 이분법 갈등 구조로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켄 로치 감독은 비록 차별하고 적대하는 이들일지라도 결국 잘못된 선택에까지 이르게 되는 이들의 모습을 악인으로 그리지 않는다. 정부의 난민 수용지는 왜 하필 우리 마을이어야 하며, 우리도 살기 힘든데 당장 나와 관련도 없는 난민을 왜 도와야 하는지 불평하는 이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난민 수용에 대해 찬반의 입장이 갈려 토론하는 모습까지 지켜본 뒤에는 결국 이들의 입장과 사정까지도 이해하도록 만든다. 보통의 사람이 문제에 부딪힐 때, 그 구조를 따라가며 전체를 파악하기란 힘들기 때문에, 내 삶조차 여유가 없어 타인에게 눈 돌리기란 어렵기 때문에 구조의 모순을 바라보기보다 당장 눈앞의 걸림돌을 비난하는 게 쉽다.
이런 모순은 TJ의 개 마라와 관련된 일화와도 상통한다. 마을 사람 중 누구도, 심지어 TJ까지도 그런 결말이 벌어질 걸 과연 한순간도 예상하지 못했을까. 흥분했을 때는 주인조차 통제 불가능한 대형견을 불완전한 목줄 하나 채워 돌아다니는 시한폭탄 같은 상황. 이를 보며 주의를 주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더 안전한 방식으로 개를 기르는 것이 견주의 의무는 아니다. 국가의 권력과 체제 아래에서 국민은 상대적 약자로서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상승하는 물가와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최저임금, 고용난 등의 최악의 환경에서 약자들은 그들 간 우위를 겨루며 자신보다 취약한 약자를 차별하고 혐오하며 분풀이를 한다. 물론 그것이 옳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반복될 때는, 어느새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방치하다시피 한 그 주체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차별과 혐오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며 이 영화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화해의 방법은 '연대'다. 해결책이 당장 보이지 않을지라도 우리에게는 연대와 공감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선한 인간성이 있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다. 용기를 가지고 함께 연대하며 저항하기.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쉽게 행하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감독의 전작들도 사회상을 꽤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편이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사회 문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처럼 다가오면서도 소위 말하는 치트키 장면은 적은 감이 있다. 당장 앞선 두 영화의 가슴을 울리던 장면들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누군가는 이 영화를 충분히 밋밋하게 느낄 만하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제시하는 해결책이 누군가에게는 뜬구름 같은 이야기처럼 다가올지도 모른다. 모두가 당연히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사회 영화의 든든한 기둥으로 자리를 지킨 켄 로치 감독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이 영화는 그가 마지막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진심을, 여전히 남아있는 연대의 가능성을 다시금 되돌아볼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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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킹 리차드> 공식 예고편
이미 아이가 태어나기 2년전, 78페이지에 달하는 챔피언 육성계획으로 무장한 리차드 윌리엄스는 두 딸 비너스와 세레나를 역사의 주인공으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두 소녀는 아버지의 불굴의 헌신과 어머니의 균형 잡힌 시각과 면밀한 통찰력 아래서 컴튼의 형편없는 테니스 코트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습을 거듭하며 부정적 예측과 전혀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던 불리함을 극복해 나간다.
불굴의 결단력과 조건 없는 믿음으로 가장 위대한 두 명의 전설적 스포츠 선수를 탄생시킨 한 가족의 감동적인 여정. “세상은 날 무시했지만 너흰 달라, 존중 받게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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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마블스> 메인 예고편
한 팀이 되면 모든 게 바뀌고 모두가 바뀐다! 환상의 팀워크로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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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늘 삼각형 안에."
*본 게시물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받아 작성되었습니다.*
1월부터 그렇게 보고 싶었던 영화 <슬픔의 삼각형> ?
안그래도 높은 기대, 더욱 더 재밌게 보고 싶은 마음에 예고편과 줄거리도 모른 채 씨네랩 시사회에 갔다. 첫 시작부터 강렬했으며 결말을 보고선 이마 짚으면서 상영관을 나왔다는,, 이 영화를 개인적인 감상평과 함께 한 줄로 남기자면 "새롭진 않았지만 새롭다"!!
⭐삼각형, 슬픔의 삼각형
영화에서 "슬픔의 삼각형"이란 단어는 한 번밖에 안 나온다. 그러나 제목으로 대두되었을 만큼,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영화의 러닝타임은 2시간 30여분으로 1부~3부를 포함하므로 개인에 따라 '길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이 짧고도 긴 시간 동안 영화는 관객에게 늘 외치고 있다, "우리의 삼각형은 여전히 그대로야."라고. 여성과 남성 / 부와 가난 그리고 끊임없이 딸려오는 '신분'이라는 고정된 꼬리표. 2023년이 된 지금, 피상적으론 '평등'을 표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의 삼각형은 불변한다, 바뀌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1부부터 3부까지 우스꽝스럽고도 잔인하게 표현한 이야기 아닐까 싶다.
우리는 슬픔의 삼각형 안에서 살고 있다. 위로 가든, 밑으로 가든 어쨌든 삼각형 안에 갇혀있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대체 무엇을 바라고 평등함을 표하는 동시에 서로를 이렇게 미워할까. 특정 인물들에 공감을 하기도, 혐오감을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새로운 익숙함
사실 드라마 <석세션>부터 시작해서 부와 가난 등의 차별 등을 비꼬는 미디어 콘텐츠들을 수없이도 많이 봐왔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새로웠다. 이목을 집중시켰던 1부, 보는 내가 아찔했던 2부 그리고 무한한 불안감으로 끝내었던 3부. 개인적으로 3부 결말로 본 영화를 n차 돌 생각이 충분하지만...! 영화가 다소 길었다. '그들만의' 다큐멘터리를 조용하게 지켜보고 있었던 기분. 한 마디로, 무서사가 만들어낸 서사였다. 피식거리던 웃음은 곧 슬픔으로 바뀌었던 그 마지막 10분의 아찔함을 잊지 못 한다.
눈 앞에선 형체 모를 불꽃들이 남발했던 영화였다.
그러나 기묘하게도, 내가 그걸 즐기고 있었다. 익숙한 새로움에 빠지고 싶은가?
당신 안의 슬픔의 삼각형을 다시금 지각하고 싶은가? 지금 당장 <슬픔의 삼각형>을 보러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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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이 누구냐에 따라 그의 여정은 매우 쉬울수도, 고난이 될 수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사회는 모두에게 평등하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같은 세상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다른 세상이며 미지에 가까울 수 있다.
이 영화는 난치병으로 시력과 기동성을 잃은 한 남자를 통해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본 영화는 실제로 다발성 경화증을 가진 배우가 연기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에서 보여주는 연기가 정말 본인이 겪어온 경험들과 섞이는 듯 해서 정말 훌륭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화면은 계속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을 빼면 초점이 안 맞춰져 있다.
이것은 실제로 본 질병 중 거의 앞이 안 보이는 것을 관객도 직접 느낄 수 있게 의도한 연출인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관객에게 단순히 작중 상황을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러닝타임이 짧은 만큼 작중 줄거리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장소도 그리 많지 않다.
사실 생각해보면 작중에서 주인공 야코가 언급한거 처럼, 주인공의 여정은 생각보다 안 어렵게 느껴진다.
'좋은 타인' 몇명을 만나 몇번의 도움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기차를 탈 때나, 택시를 탈 때 정도 말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단순하게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 '타인'을 잘못 만나서 고난이 되버리기 때문이다.
기차역에서 지갑을 뺏기고, 그 사람이 계속 쫓아와 공장으로 데리고 가는 등, 상황은 더 이상 관객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처음에 그가 말한 좋은 타인을 만나, 시르파의 집 앞까지 도달한다.
어떻게보면 문제가 정말 쉽게 해결된건데, 단순히 내용을 편의적으로 전개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타인이 누구냐에 따라 이렇게까지 야코의 여정이 달라진다는 게 정말 현실적이면서도 슬프게 느껴진다.
만약 처음에 좋은 타인을 만났다면 애초에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와서 드디어 시르파를 현실에서 만나고, 처음으로 주인공의 얼굴을 빼고 타인의 얼굴이 선명하게 나온다.
영화에서는 마지막의 시르파를 빼면 단 한번도 다른 사람의 얼굴을 선명하게 보여주지 않는데, 마지막에야 드디어 다른 사람의 얼굴이 선명하게 나오고, 그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 전화만 했던 시르파라는 사실이, 그 장면의 힘이 정말 강력하게 느껴지게 한다.
이 영화는 장애인을 이용해 가난 포르노 같은 걸 찍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를 이러이러하게 바꿔나가야 한다 같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아주 현실적으로, 담담하게 응시한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원글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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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지를 털고 능숙하게 벼려 밝힌 영화라는 여명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 2021 | 스티븐 스필버그 | 156분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허드슨강과 리버사이드파크, 서쪽으로는 센트럴파크를 옆에 낀 뉴욕 맨해튼의 어퍼 웨스트 사이드 Upper West Side에는 미국 역사의 곡절이 담겨있다. 식민지의 역사로부터 19세기 후반 산업화 시기 노동 계급의 거처, 20세기 전쟁의 풍파로부터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혹은 생활고를 피해 희망을 찾고자 정착한 이민자의 터전으로 발전한 이곳은, 도시 재개발로 자본과 사람이 유입해 문화와 예술이 발흥하는 뉴욕을 대표하는 부촌이 되었다. 지금의 멀끔하고 반듯한 건물과 거리, 햇볕을 쬐고자 바깥에 나온 느긋한 시민의 쉼터로 자리 잡기 전, 그러니까 약 60여 년 전 도시 재개발로 링컨 센터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막 뜬 그때 삶을 일궈 온 사람들은 떠나야 할 날만을 기다려야 했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사라질 위기에 처한 백인 하층 노동 계급 지역 할렘 Harlem과 중남미 이민자의 거리 산 후안 힐 San Juan Hill을 배경으로 생존과 반목을 넘은 두 사람의 비극적인 사랑을 담았다. 시대를 넘어 여전히 사랑받는 뮤지컬을 영화화한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1961년 동명의 작품은 뮤지컬 영화의 고전으로 찬사를 받아왔다. 이 영화를 무려 스티븐 스필버그가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에 영화 애호가들은 기대와 (주로는) 우려가 엇갈렸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영화감독 중 한 사람이 만들어 낼 첫 뮤지컬 장르라는 관심과 함께, 우리는 이미 상업적 성공을 거둔 이 오래된 이야기를 지금의 관객에게 어떻게 다시 선보일 것인가에 관한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감독에게는 잘 돼야 본전, 망치면 원작을 경험한 관객의 실망만 커질 수 있다는 부담이 컸으리라. 그렇지만 노련한 거장은 결국 고전의 향수와 창작자의 정체성, 그리고 현재의 시선에서 영화 매체에 마침맞은 재구성을 이루어냈다.
셰익스피어의 오랜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티프로 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파벌 간의 갈등 속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주제인 이 뮤지컬은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과 제롬 로빈스(제리 라비노비츠)의 안무가 결합해 지금까지도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에서 사랑받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다만 1960년대 당시의 기술력이나 연출을 고려하더라도, 원작의 배우와 무대, 소품이라는 세트피스가 완벽하게 합일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유명한 오프닝 씬이나 체육관의 댄스파티 속 뮤지컬 넘버와 안무의 조화는 지금 보아도 훌륭한 장면이지만, 비교적 정적인 카메라 시선과 배우들의 대사 처리 등 뮤지컬 실황에 영화적 기법을 첨가한, 60년대 무성영화와 유성영화의 과도기적 흐름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극과 영화의 차이가 시각 매체로써 특히 공간의 무한한 변화 가능성 유무에 있다고 한다면 2021년 영화는 어퍼 웨스트 사이드라는 한 지구地區를 통째로 배경 삼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America〉는 도시 전체를 무대 삼아 거리를 누비며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연기가 포인트인 〈Gee, Officer Krupke〉에서는 경찰서의 소품들로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준다. 거기에 〈Cool〉에서의 부서진 폐건물을 중심으로 ‘토니’(안셀 엘고트)와 ‘리프’(마이크 파이스트), 제트파 사이의 갈등과 신경전, 체육관에서의 댄스파티 등 뮤지컬 넘버를 스크린에 구현하는 데 일조한 카메라 워킹도 빼놓을 수 없다. 촬영감독 야누시 카민스키는 발레와 라틴댄스 기반의 춤의 역동성을 부각한다. 공들인 정교한 합과 역동적인 집단 군무가 스크린 앞 관객에게 화려하고 멋진 장면으로 선보일 수 있게 된 이유다. 관객은 현실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을 날 선 갈등과 비극을 춤과 노래를 통해 어느 정도 희석된 버전의 모습으로 친숙하게 받아들인다.
영화는 음악만큼이나 조명을 사용하는 방식에서도 극적 상황을 조성하는 장치로 적절하게 사용한다. 체육관 뒤편에서 토니와 마리아(레이철 지글러)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 건너편 틈 사이로 빛이 스며오는 장면이나 (개인적으로는 원작의 장면이 사랑에 빠진 몽롱한 분위기를 더 살렸다고 생각하지만) 제트파와 샤크파의 패싸움이 벌어지는 소금창고 양편으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움직이며 겹치면서 발생하는 명암의 대비로 두 파벌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장면을 연출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원작이 주차장의 자동차 헤드라이트 빛을 조명 삼아 펼쳐지는 발레 대결이라면 리메이크된 작품에서는 훨씬 실감 나는 대전이 벌어진다. 지금은 박물관이 된 오래된 성당에서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동안 모자이크 사이로 비치는 아름다운 빛이나, 밤과 낮이 교차하며 달라지는 빛의 분위기도 눈여겨보게 된다. 연출을 위한 소품의 적절한 사용도 눈에 띈다. 앞서 제트파가 경찰서에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시퀀스에서 주변 소품을 활용한 앙상블은 재기 발랄하며 맹랑한 캐릭터에 잘 들어맞는다. 토니가 싸움을 말리러 갔지만 결국 베르나르도(데이비드 알바즈)를 죽인 후 마리아의 방 창문으로 들어와 바람에 날리는 커튼 사이의 장막을 사이에 둔 만남이나, 사랑을 위해 토니를 감싸주는 마리아에게 분노하는 아니타(아리아나 데보스)와의 듀엣에서 집에 걸어 둔 천으로 흔들리는 마리아의 감정을 표현하는 등의 장면들은 원작과 비교하는 흥미로운 지점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리메이크작을 관람하기 전 관객은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 번째는 뮤지컬을 어떤 방식의 영화로 만들 것인가.이고, 두 번째는 이 오래된 서사를 21세기의 관객들에게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이다. 링컨 센터 공사를 위해 곳곳이 헐린 50년대의 맨해튼에서는 불안한 젊은이들의 방황과 분노가 담겨있다. 오히려 원작의 멀끔한 세트보다 이 불안한 10대들의 감정이 잘 드러나도록 설계한 2021년의 영화는 기존의 원작을 유지하면서도 작금의 사회 현실을 반영하며 원작에 담긴 불쾌한 지점, 혹은 지나쳤던 지점을 부각하고 교정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한다. 시나리오와 노래에는 십 대 청소년의 일탈과 사회 갈등, 이민자 사회의 대립과 빈곤, 재개발 문제가 담겨있다. 그러나 당대 인식의 기반에 깔린 인종 차별과 여성 혐오 등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갈등의 중심부에 두지는 않는다. 영화는 그 원형을 일부 유지한 채 스코어의 가사들을 윤색함과 동시에 넘버를 일부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신선한 효과를 준다. 감독은 원작에서 지나쳤던 미국 사회(이지만 사실 모든 사회에 통용될)에 고착된 차별과 갈등을 이야기의 모티프나 브릿지로 만들어 시의성을 높인다. 원작에서는 ‘우리의 미국’에 들어온 이민자 집단을 별종 혹은 외부 집단으로 설정해 그들의 유입으로 두 파벌의 구도가 형성되었으며 현재의 갈등이 발생한 원인으로 지목한다. 경찰을 비롯한 어른들조차 백인 소년들의 편에 서서 이민자들을 향해 차별적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러나 리메이크작에서는 맨해튼이라는 지역의 역사의 흐름에서 자본에 밀려 탈락한 백인 하층 노동자 집단과 중남미 이민자 집단이라는 두 비주류 집단 간의 반목과 대립을 명시한다. 경찰로 상징되는 기존의 기득권 엘리트 집단의 눈에는 두 파벌 모두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골칫거리인 것이다. 여전히 미국 정치 지형에 대입할 수 있는 상황을 명확히 설정했음은 스페인어에 따로 자막을 붙이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영어가 제1 언어인 미국이나. 두 언어에 익숙지 않아 그들의 자막 설정을 따라가야 하는 한국의 관객 관점에서 불친절할 수 있겠으나 이민자라는 정체성을 그만큼 확고히 보여주는 설정도 없다. 이는 영어를 쓰도록 강제하는 주류 사회 분위기에 편입하려는 당시 이민자들의 노력을 보여주면서도 역설적으로 그들의 언어가 다문화 국가인 미국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표식과도 같다.
주인공인 토니와 마리아를 중심에 두면 영화는 대립적인 집단 간 젊은 연인의 비극적인 사랑을 노래하지만, 청소년들의 일탈을 대하는 어른들, 그리고 그들을 외곽으로 내모는 사회에 눈을 돌린다면 또 다른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상 복지서비스와 사회 안전망의 부재가 젊은이들을 어떻게 죽음으로 내모는가에 관한 이야기로 본다면 이들의 파국에 사회와 기성세대의 책임은 없는가를 질문하게 된다. 여기서 두 파벌의 중립지대인 가게(약국)의 주인인 ‘독’을 대신해 원작에는 없던 인물인 ‘발렌티나’(리타 모레노)를 추가한 점은 익숙하며 낡아 버린 서사에 새로운 결을 터 주는 탁월한 역할을 한다. 발렌티나는 이 이야기에 나오는 몇 안 되는 어른 캐릭터이자 아직 어린 청년들의 치기와 감정의 골을 봉합하고 화해하는 방향으로 인도한다. 설정상 독과 사별한 부인이며 유대인이자 코카시안과 결혼한 푸에르토리코인이라는 점에서 영화는 그에게 복합적인 감정선과 서사를 부여한다. 인종과 문화 등 다층적인 차별과 분노가 폭발하는 공간에서 발렌티나는 인종 정체성과 사회적 지위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온전히 위치하기 어려운 인물을 연기한다. 배신자 소리를 듣기까지 하는 아픔에도 이 이야기 속 유일한 ‘어른’의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지점은 발렌티나가 1961년 원작에서 아니타 역할을 맡았던 리타 모레노라는 사실이다. 영화는 원작 속 아니타의 넘버였던 〈Somewhere〉를 사실상 원곡자인 발렌티나에게 넘겨준다. 그렇게 이 넘버는 61년 작품의 아니타의 감정과는 다른, 한 노인이 끝내 안온한 삶을 바랐으나 여전히 이루지 못한 현실을 향한 회한의 노래이자, 분열로 극한 대립을 벌이는 현대 사회를 향한 기약을 알 수 없는, 하지만 이뤄야 하는 목표의식으로 변한다. 또한 여기서 그는 하나의 배역을 넘어 원작과의 가교 역할을 함과 동시에 영화의 테두리를 넘어 확장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니타는 제트파에게 마리아의 전언을 일러주려 발렌티나의 약국에 갔다가 성폭행을 당한다. 원작은 이 상황을 극화된 리듬과 안무를 부여해 단지 서사의 변곡점 역할로 넘어갔지만, 정황상 아니타가 강간을 당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어른으로서 역할을 해야 할 독은 상황을 종결시키며 충동적인 청년들의 철없는 행동으로 넘어간다. 폭력의 피해자인 아니타에게 누구도 사과와 위로는 없었다. 그리고 60년이 지나. 과거의 악몽이 그때의 아니타이자, 지금 발렌티나의 눈앞에 재현된다. 영화는 과거 리드미컬한 연출로 재현된 끔찍한 장면을 다시 보여주면서도 상황의 극화 없이 정확히 직시하는 연출로 기이하며 끔찍하게 느낄 수 있도록 보여준다. 그래서 관객에게 지금의 상황이 명백한 범죄라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또한 원작과 달리 제트파와 함께 있던 백인 여성들이 성폭력의 현장에서 함께 아니타를 보호하기 위해 항의하고, 남성들에 의해 쫓겨나는 장면은 이 사건이 단순한 인종 혐오가 아닌 더 큰 차별적 관념에서 비롯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상황을 발견한 발렌티나는 제트파를 제재하고 아니타를 내보낸 뒤 범죄를 저지른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노려보며 “너희들을 어릴 때부터 보아왔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기억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이 장면은 결국 60년 전 어린 아니타가 노인이 된 지금까지도 그때의 사건과 가해자들을 기억하며, 자신은 그 끔찍한 트라우마를 안은 채 살아남은 생존자라는 사실을 일갈하는 장면이다. 그는 60년 전 그 날에 갇힌 피해자에서, 이제는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인 여성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 젊은 남성들을 단호히 ‘강간범’이라고 호명하며 여성폭력의 피해자이자 생존자를 대변하는 어른으로서 말이다.
그밖에도 영화는 원작의 애니바디(아이리스 메나스)를 피상적인 톰보이 캐릭터에서 FTM(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로 설정해 제노포비아와 함께 성소수자 혐오로부터 집단 내에서 인정받는 서사를 부여한다. 처음에는 배제된 소수자에서 결국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애니바디는 모든 상황을 관찰하고 사건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제트파가 마련한 권총이 치노(조쉬 안드레스 리베라)로 이어져 발생하는 결말에 비중을 두어 미국 사회의 고질적인 논쟁인 총기 규제 문제를 다루는 모습도 보인다. 허가받지 않은 자의 미숙한 총기 사용으로 노출되는 범죄의 양상은 작품 중후반에 꽤 자세히 다뤄진다.
관객은 공연과 영화의 차이를 알고, 누구보다 영화를 사랑하는 감독이 만드는 뮤지컬 영화를 한 편 보았다. 거기에 감독은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소수자성과 대립에 주목하며 기존의 작품 속에 감춰있던 이야기를 발굴했다. 사랑과 생존 중 더 중요한 것을 묻는 발렌티나의 질문에 토니는 사랑을 택한다. 그러나 존엄한 삶의 소중함은 사랑과 양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끝내 알지 못한 채 영화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다. 그러나 남겨진 자들의 몫은 존재하고, 삶은 여전히 지속한다. 서로 같은 달빛 아래 다른 마음으로 밤이 오기를 바랐던 이들은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다. 모두가 각자의 길을 떠나는 원작의 마지막에 2021년의 영화는 엔딩 크레딧에 남겨진 자들의 삶을 위로하듯 새벽이 밝아 오는 맨해튼의 도시를 보여준다. 비극 안에서도 삶은 소중하고,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것을 붙드는 한 빛은 찾아온다는 사실. 어쩌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인생 사십여 년 동안 한결같이 말하던 이 명제를 살아남은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기에, 그는 여러 우려를 감수하고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넣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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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기대작으로 많이 언급되고 있는 <비상선언>의 개봉부터
수많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주원 주연의 <카터>의 공개까지!!
그럼 8월 첫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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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비상선언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40분
감독: 한재림
출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개봉: 2022.08.03
배급: (주) 쇼박스
줄거리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재난 앞에 선 사람들 각각의 감정과 드라마를 담고 있다.
관전 포인트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 모두 출연하는 <비상선언>은 칸 영화제에서 호평 세례를 받은 작품이다.
영화에서 한재림 감독이 중점을 둔 건 바로 '사실감'이다. 이를 위해 360도 회전하는 비행기 세트를 구현하고,
짐벌을 이용해 움직임을 주며 촬영하는 등 사실적이게 찍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우주소전쟁 리틀스타워즈 2021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09분
감독: 야마구치 스스무
출연: 윤아영, 김정아, 이현주 등
개봉: 2022.08.03
배급: 엠엔엠인터내셔널(주)
줄거리
여름방학 어느 날, 진구가 주운 작은 로켓 안에서 손바닥만 한 우주인 ‘파피’가 나타난다!
우주의 머나먼 곳에 있는 작은 별 ‘피리카’의 대통령인 그는 반란군에게서 도망쳐 지구에 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너무 작은 ‘파피’의 사이즈에 당황하던 도라에몽과 진구는 비밀도구 ‘스몰 라이트’로 작아져서함께 놀며 친구가 된다. 그러나 고래 형태의 우주전함이 ‘파피’를 붙잡기 위해 지구에 나타나 이들을 공격하고,
모두를 끌어들인 것에 책임감을 느낀 ‘파피’는 홀로 반란군에 맞서고자 하는데…관전 포인트
도라에몽의 41번째 시리즈인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우주소전쟁 리틀스타워즈>은
국내에서 공개하지 않은 도라에몽 시리즈 중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우주전쟁>을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어린이부터 어른이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OTT 공개 예정작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 네이버 영화
개요: 멜로 | 미국 | 120분
감독: 존 추
출연: 콘스탄스 우, 헨리 골딩, 양자경 등
공개: 2022.08.03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뉴요커 레이첼은 남자친구 닉의 절친 결혼식이 열리는 싱가포르로 향한다. 처음으로 아시아를
방문한다는 설렘도 잠시, 닉의 가족을 만난다는 사실이 걱정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닉이
싱가포르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자 모두가 선망하는 결혼 후보 1순위 신랑감이었던 것.
레이첼은 사교계 명사들의 질투와 더불어 본인을 영 탐탁지 않아하는 닉의 어머니의 타겟이 되는데…
관전 포인트
<스텝 업> 시리즈, <나우 유 씨 미 2>, 그리고 최근 <인 더 하이츠>의 연출을 맡았던 존 추 감독의 작품. 제24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코미디 영화상을 수상했으며,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1%를 차지했다.
버즈 라이트이어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05분
감독: 앤거스 맥클레인
출연: 크리스 에반스, 타이카 와이티티 등
공개: 2022.08.03
스트리밍: 디즈니+
줄거리
미지의 행성에 고립된 인류를 탈출 시키기 위한 ‘버즈’와 그의 정예 부대 요원들의 운명을 건 미션 수행을 그린 작품
관전 포인트
<토이스토리>의 인기 캐릭터 '버즈 라이트이어'의 이야기를 담아냈고, '저그'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드러나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리고 크리스 에반스가 보이스 캐스트로 참여하여 기대감을 높였다.
카터
ⓒ 넷플릭스
개요: 액션 | 한국 | 133분
감독: 정병길
출연: 주원 등
공개: 2022.08.05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의문의 작전에 투입된 `카터`가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을 되찾고 미션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리얼 타임 액션.관전 포인트
<악녀>의 정별길 감독이 새롭게 선보이는 영화 <카터>는 한층 더 커진 스케일로 화려한 볼거리와 액션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원 배우의 가장 강렬한 변신을 선보일 것으로 보여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씨네랩 에디터 r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