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8-28 11:43:07
제12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온라인상영관 오픈 안내 (9/5~9/10)
SICFF Online Screening
제12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SICFF)가
9/5(목) ~ 9/10(화), 총 6일간 개최되는데요,
이번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온라인상영을 저희 씨네랩에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9/5(목) 오후 7시에 오픈되는 'Online Screening' 페이지에서
수상한 영화모음집, 거인의 작은 발자국
위 2개 부문의 상영작을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상영작 리스트>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의 우수한 작품들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
그 외 온&오프라인, 야외 상영에 대한
자세한 사항 및 티켓 예매 안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 제12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티켓 안내 (바로가기)
감사합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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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당신에게
! 이 글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감독) 오시야마 키요타카
주연) 카와이 유미, 요시다 미즈키
작년 9월, 57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개봉한다. 만화 천재 ‘후지노’와 그녀를 따르는 ‘쿄모토’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룩백>이다. 일본 현지 반응이 심상치 않았으며, 국내에서도 성공한 애니메이션인 <체인소맨>의 원작자 ‘후지모토 타츠키’의 작품이기 때문에 <룩백>은 개봉 전부터 꽤나 큰 기대를 받았다. 개봉 직후부터 입소문을 탄 <룩백>은 탄탄한 팬층을 형성하며 30만 관객을 모집하는 큰 성과를 거둔다.
그렇다면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이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룩백>은 학교에서 네컷 만화를 연재하는 ‘후지노’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그녀에게 만화는 ‘잘하는 것’ 정도이다. 친구들의 칭찬을 받으면서도 만화가가 되는 것을 열망하진 않는다. 그러던 그녀의 삶에 ‘쿄모토’가 등장한다. 쿄모토의 만화는 이렇다 할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구도와 묘사를 보았을 때 대단한 실력자가 그린 것만은 확실했다. 자극을 받은 후지노는 만화 그리기에 열중하지만 좁혀지지 않는 간격에 만화를 그만두어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후지노는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쿄모토의 집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열성팬인 쿄모토를 마주한다.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찾는 일은 누군가에겐 평생의 과제일 것이다. 찾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두 가지가 일치하기는 더욱이 어렵다. 재능이 있다고 믿은 분야에서 진짜 재능을 만나 벽을 느끼기도 하며, 좋아하는 일이 싫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후지노에게는 만화가 그러했을 것이다. 쿄모토의 만화를 본 그녀는 충격을 받는다. 그녀는 노력하지만 쿄모토를 따라잡지 못한다. 만화를 그만두는 후지노의 선택은 현실과의 타협이었다. 그러던 그녀의 앞에 나타난 쿄모토가 그녀의 오래된 팬임을 밝혔을 때, 후지노는 지금까진 없었던 새로운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후지노와 쿄모토는 공동 작업을 시작한다. 쿄모토는 후지노가 짜놓은 이야기 속의 배경을 그린다. 그들의 포지션은 그들의 관계성과도 닮아있다. 쿄모토는 후지노의 배경이다. 쿄모토는 후지노를 선망해왔다. 후지노의 방에서의 그들의 위치 또한 의도되어있다. 바닥에 앉아있는 쿄모토가 책상 앞 의자에 앉아있는 후지노의 등을 바라보는 구조인 것이다. 후지노의 입장에서 쿄모토는 자신을 빛내주는 사람이며, 든든한 지원자이자 팬이자 동기부여의 대상이다. 그녀는 이제 만화에만 몰두할 수 있다. 그녀의 배경은 풍요롭게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점차 성장해간다. 그러면서 각자의 꿈을 키워나간다. 결국 후지노와 쿄모토는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자연스럽게 쿄모토의 시선으로 시작된 Look Back의 주체는 후지노에게 넘겨진다. 쿄모토의 Look Back이 후지노의 등을 보는 것이라면, 후지노의 Look Back은 뒤를 돌아보는 것이다. 허나 책상 앞에 앉아있는 그녀에게 뒤쪽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 부분이다. 쿄모토는 항상 뒤에 있을 것이며 지금 집중해야하는 것은 눈 앞의 만화이다. 그런 그녀에게 쿄모토와의 이별은 아쉽지만 이겨낼 수 있는 사건이다. 그녀는 더이상 뒤돌지 않는다. 이젠 뒤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인기 작가가 된 후지노는 어느 날 한 가지 사건을 전해 듣는다. 쿄모토가 괴한의 습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다. 충격에 빠진 후지노는 죄책감을 느낀다. 그녀가 그 날 쿄모토의 집에 가지 않았더라면, 쿄모토는 지금 살아있을 것이다. 그녀는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고 자책한다. 어쩌면 그녀가 뒤를 돌아보지 않은 건, 쿄모토가 신경쓰지 않아도 될 존재가 아닌 등을 내어줄만큼 믿을 수 있는 존재였고, 떨어진 후에도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고 믿고 싶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후지노의 Look Back은 공간적 차원에서 시간적 차원으로 넘어간다.
후지노의 배경이 되어준 쿄모토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쿄모토와 함께한 시간들은 후지노의 삶에 생생히 남아있다. 후지노는 깨달았을 것이다. 쿄모토가 그린 배경은 훨씬 장대하고 아름다웠다는 것을. 이제 그녀는 쿄모토를 위해 만화를 그린다. 쿄모토가 그려준 배경에 어울릴만한 솜씨를 갖기 위해서, 그리고 쿄모토가 채워준 삶의 배경에서 씩씩하게 살아갈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 후지노의 작업실 창문에는 네컷만화가 붙어있다. 그리고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시선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한 번 뿐인 인생에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 앞에 놓인다. 그 선택의 결과는 당장은 알 수 없으며, 우연과 필연 사이의 운명과 같은 사건들은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다. 통제할 수 없는 삶은 가혹하며,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고통을 수반한다. 그때 그 선택을 했더라면 또는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는 후회는 먼지보다도 작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의 눈은 앞만 볼 수 있어서, 뒤를 돌아보면 다시 앞을 볼 수 없다. 정확히는 원래는 앞이었던 뒤를 볼 수 없다. 그리고 그 시간이 오래 지속되면 내가 보는 방향이 앞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그렇게 역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 집착하며 스스로를 갉아먹으면서도 그것을 멈출 수 없다.
<룩백>은 공교롭게도 ‘룩백(Look back)’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가 담긴 작품이다. 등을 본다는 의미에서의 <룩백>은 누군가의 뒤를 지켜준 이들에 대한 감사 표시일 수 있겠다. 부모님, 배우자, 은인 등 각자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쿄모토가 그 대상일 것이다. 뒤를 돌아본다는 의미에서의 <룩백>은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 그리고 놓친 것들에게 대해 후회하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이다. 우리가 볼 수 없었던 뒷편의 모습들을 충분히 사유하고 기억하되, 그것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다가왔다. 앞을 보고 살아왔기에 이룰 수 있었던 것들이 있었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다. 후지노는 자신이 쿄모토를 구하는 이야기를 만화를 통해 그려냈다. 후지모토 타츠키는 <룩백>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위로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57분간의 짧은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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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다섯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추석 영화 3파전 승자는? 두구두구두구!!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주말 관객수 80만명을
넘어서고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1위에올라섰습니다.강동원의 두 번째 퇴마 이야기와 그 뒤를 잇는 실화 바탕의 마라토너 이야기까지 극장을 달군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같이 알아보아요 ✍.
[국내 박스오피스]
강동원 주연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개봉 5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추석 연휴를 겨냥해 나온 한국 영화 3편 가운데 가장 먼저 누적 관객수 100만명을 돌파하고 1위에 올라섰으며그 뒤로 <1947 보스톤> <거미집>이 각각 2위, 3위에 올랐습니다. ‘천박사’가 높은 예매율을 유지하고 있어 남은 연휴에도 1위를 지킬것으로 보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전 세계가 사랑하는 파라마운트 인기 TV시리즈 ‘퍼피 구조대’의 두 번째 극장판 <퍼피 구조대: 더 마이티 무비>가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습니다. '퍼피 구조대'는 지난 2013년 첫 방영 이후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 TV 시리즈로 다양한 직업과 능력을 가진 각기 다른 강아지 캐릭터들이 등장해 위험에 빠진 이들을 구해내는 히어로 애니메이션으로 한국에서는 오는 10월 6일 개봉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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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음, 가장 손쉽게 불안을 감추는 방법
<독립시대>는 인상적인 자막으로 시작한다.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겠다는 공자의 다짐과 그 이후엔 무엇을 해야 하냐는 제자의 물음. 곧바로 영화의 배경이 될 타이페이가 가난을 극복하고, 세계 부자 도시로 거듭났음이 텍스트를 통해 전해진다. 이어지는 이미지는 직전의 묵직한 말과는 상반된다. 빠르게 움직이는 롤러스케이트를 비추는 클로즈업. 그리고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인물이 롱샷으로 비춰진다. 잘 나가는 연극의 연출가로 유추되는 한 남자는 롤러스케이트에 의지한 채 끊임없이 움직이며 기자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는다. 입도 발도 멈추지 않는 그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사진 기자 또한 끝없이 몸을 움직인다. 언뜻 보기에 그는 무척이나 자유로운 예술가로 보인다. 기자들과 함께하는 공적인 자리에서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돌아다니는 모습이라니. 그러나 나는 어쩐지 그 모습에서 그의 불안을 읽었다. 정박된 카메라, 끝없이 움직이는 인물. 풍요를 맞이한 대만 사회는 평온해 보이나, 실상은 혼란스럽다. 제자의 질문을 곱씹게 된다. 풍요, 그 다음엔 무엇이 오는가. 다음 컷은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 준다. 표절 의혹에 휩싸여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절망한 인물. 그의 친구인 몰리는 묻는다. “그런 비극적인 몰골로 희극을 하겠다고?” 거창한 공자의 말로 시작한 이 작품은 전례 없던 풍요의 시대에도 여전히 불안한 청년들의 일상을 비추며, 본격적으로 당시의 대만 사회로 시점을 이동시킨다.
이 작품의 시작을 장식하는 인물은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버디이나, 사실 작품에서 그의 비중은 크지 않다. 대신 이 작품은 부잣집 딸로 태어나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는 몰리, 그녀와 약혼을 앞두고 있는 재력가의 아들 아킴, 몰리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비서인 치치, 그리고 그녀의 보수적인 애인 샤오밍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이 작품을 얄팍하게 요약하기는 쉽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중심으로 흔들리는 네 사람의 일과 사랑, 그리고 우정의 이야기.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 갈등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 이 정도로 이 작품을 요약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그 너머의 이야기가 있다. 네 명의 주인공 중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인물은 치치다. 치치는 몰리의 비서로서 표절 사건의 해결사이자, 겉보기에 모난 데 없는 호감형의 인물로 모두의 환심을 사는 인물이다. 게다가 뛰어난 미모로 극중에서 말하는 ‘보조개 미소’를 항상 장착하고 다니는 치치는 언제나 화제의 중심이다. 언제나 친절한 그녀에게 수많은 남자들은 관심을 표하고, 몰리를 비롯한 여자들은 그녀에게 크게 의지한다. 이런 다정한 성격 탓에 그녀는 수많은 갈등 상황의 중재자가 된다. 그렇게 자신의 잘못도 아닌 갈등 상황들에 휘말려 들어가는 그녀. 어느새 그녀의 매력적인 ‘보조개 미소’는 타인에 의해 ‘위선’적인 미소로 재단 당한다. 표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간 몰리의 형부에게 그런 가식적인 미소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정도는 그녀에게 익숙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친한 친구인 몰리마저 그녀에게 비슷한 말을 건넨다. “그 미소로 눈길은 끌겠지만, 미소 속에 숨겨진 속은 모르겠어.” 사실 이런 치치의 태도는 영화의 태도와 닮아있다. 치치가 언제나 ‘보조개 미소’를 달고 사는 것처럼, 이 영화는 웃음기를 잃지 않는다. 잠깐 진지한 생각을 해볼라치면 그런 시간은 사치라는 듯 관객을 웃긴다. 물론 몰리와 치치, 치치와 샤오밍의 관계에도 어두운 면은 있다. 그러나 작품은 주인공들의 얽히고설켜있는 관계를 이용해 진지한 순간을 손쉽게 빠져나간다. 가끔 인물들이 자신들의 고뇌를 논하느라 진지해질 법하면, 아킴과 버디를 필두로 한 인물들이 등장해 웃음을 주는 식이다. 뼈가 있는 웃음이더라도 웃음은 웃음이다. 참으로 희극적인 영화가 아닌가.
웃음은 사실 불안을 숨기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다. 나 또한 그에 능한 사람이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나에게는 어떤 불행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능력, 심지어는 그 불행을 그저 웃음거리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그것은 나의 재능 중 하나다. 이렇게 불안을 끝없이 통제해 온 나는 내 삶이 내가 연출하는 영화이길 바랐다. 노력한다면 원하는 결과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삶은 연극에 가까웠다. 아무리 불안을 웃음으로 감추어 봐도 변수는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등장하고 NG가 난다. 영화라면 다시 찍으면 될텐데 연극은 그렇지 못하다. OK컷만을 건져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자꾸 많은 것이 어긋난다. 오프닝 시퀀스에 버디는 말한다. “인생은 연극이고, 연극이 곧 인생이에요.” 그의 말은 단순히 연극인으로서 자신의 삶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인생은 연극이다. 매일을 연기하고, 매일을 실패한다. 그리고 실패를 감당하고 사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희극 같은 이 작품을 잔뜩 웃으며 즐기고 나면, 아름다운 엔딩이 우리를 반긴다. 서로에게 고마웠다는 말을 건네며 헤어짐을 말하는 두 사람. 두 사람의 얼굴에 아쉬움이라곤 없어 보인다. 치치는 말한다. “모두가 타인에게서 안정감을 찾는다면 자기 자신은 누가 지키겠어?” 이때 실질적인 주인공인 치치가 어떤 ‘독립’을 하는 엔딩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아름답게 어긋난다. 엘리베이터 안에 남겨진 샤오밍에겐 어쩐지 후회가 느껴진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을 열자, 치치가 그를 반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커피를 마시러 가자고 산뜻하게 말하는 치치. 샤오밍은 그녀를 꽉 안는다. 꽉 닫힌 해피엔딩 같은 결말. 그러나 이 아름다운 엔딩은 영화 <아사코>의 엔딩과 겹쳐 보였다.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음에도 함께 하기로 결정하는 두 사람.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를 택했던 여자 주인공을 남자 주인공은 내치지 못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구한 집의 베란다에 선다. 처음 집을 계약할 때는 아름답다고 말했던 강을 보며 남자는 다른 말을 한다. “더러운 강이네.” 여자는 답한다. “그래도 아름다워.” <독립시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둘 사이는 나아질까. 그것은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치는 엘리베이터 앞에 섰고 샤오밍은 엘리베이터의 문을 열었다. 실패를 각오하고 닫힌 엘리베이터 문을 사이에 두고 서있던 두 사람은 최소한 지금만은 함께하기를 선택한다. 매일을 연기하고 매일을 실패하는 나이고, 우리이다. 그럼에도 함께라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 나는 실패에 대해서라면 기억상실증에 걸린 듯 굴 것이다. 또 바보같이 능숙한 연기를 하며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문 앞에 서겠지. 풍요도 관계에 대한 갈증과 불안은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독립’ 없는 ‘독립시대’의 흥미로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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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씩 네 거 만들면 돼
씨름. 이 얼마나 낯선 운동인가. 영화 관람 전, 그런 생각을 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종목인데 다큐멘터리로 보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의문을 알고 계시는지 영화 상영 전, 감독님이 짤막한 코멘트를 덧붙이셨다. 운동 종목으로 보면 낯선 스포츠일지언정 그 단어는 우리 일상 깊은 곳에 뿌리내렸다며.
힘들고 어려운 일이나 사건을 마주할 때 '문제와 씨름한다'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힘이 아주 센 사람에게 '천하장사' 수식어를 붙인다. 우습게도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은 이토록 작고 사소한 지점이다. 우리네 삶이 어찌나 평탄치 못한가. 몇 번이고 머릿속이나 입 밖으로 튀어나왔던 단어의 뿌리를 아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무척 반가웠다.
그렇게 씨름, 특히나 여자씨름을 했었고, 하고, 앞으로도 할 사람들의 이야기에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소재 특성상 특별한 스포일러는 없다지만, 영화 내용 상당 부분을 담았다.
영화의 첫 장면을 명확히 기억하긴 어렵지만, 도입부는 떠오른다. '씨름'을 보여주는 몇 가지 이미지들. 그리고 씨름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인터뷰 형식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나같이 한 선수의 실력에 저마다의 방식으로 감탄하고 존경하는 모습이었다. 여자천하장사 타이틀을 최초로 걸고, 2대, 5대, 6대, 7대, 13대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진 선수, 임수정. 일반인이 보기에도 대단한 횟수인데 같은 선수가 보기엔 또 얼마나 대단할까.
그의 초대 수상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화면이 무척 조악한 화질을 갖고 있어서, 눈으로도 체감했다. 모자이크 처리한 것처럼 무척 깨지던 화질부터 기술의 발전으로 해상도가 훨씬 큰 화면에 닿을 때까지 같은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을. 무언가 한 가지 일을 오래도록 해온 사람도 신기하지만, 최정상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건 더욱이 놀라울 일이다.
임수정 선수의 일대기만 해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쌓이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영화의 재미나 가치는 훨씬 덜했을 것 같다. 씨름은 본디 상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스포츠 아닌가. 씨름판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무릎을 꿇고, 샅바를 붙든 채 한 사람이 먼저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반대편 사람도 뒤따라 몸을 일으킨다. 상대를 자신의 품에 들이는 자세이니만큼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만치 가깝다.
나의 숨소리가 상대의 귓가를 울리고, 상대가 내 귓가에 숨을 쉬고 뱉는다. 숨과 땀, 그리고 힘을 서로의 귓가에서 나누는 스포츠는 처음 보았기에 퍽 다정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선수들의 관계도 자매처럼 비친 것 같다. 투닥대는 말투나 장난기 넘치는 표정은 2000년대의 생활형 예능처럼 소박하고도 자연스러웠다.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만큼 인물이 중요한 장르는 없다고 본다. 사람들을 들여다보며 기록하는 것 자체로 의미가 만들어지기에 진솔한 모습을 속속들이 담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물이 자신의 자취를 좇는 카메라를 어려워하거나 숨기려 드는 순간, 그가 풍기는 거부감이 일순 화면 너머로도 전해진다. 그 흔적이 보일수록 몰입은 어려워지고 만다.
<모래바람>을 유쾌하게 즐길 수 있었던 건 이 영화에 담긴 사람들이 유쾌해서다. 그들 각자가 그러하고, 그들이 서로 주고받는 것이 그러하다. 쉽게 말해 케미가 있다. 어찌 보면 물 흐르듯 넘치는 자연스러움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아침에 눈 뜨고 밤에 잠들기 전까지 하루종일 시간을 함께 하고, 쉬는 날에도 함께 놀러 다니다 보면 눈빛만 봐도 척척 알아듣는 사이가 될 수밖에 없다.
하물며 우리가 가족과 척하면 척하고 서로의 선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쌓인 관계에서 나오는 일종의 노하우다. 하물며 훨씬 머리가 커진 때에 이토록 친밀한 관계가 된다는 건 그만큼의 시간을 함께한 것이고, 다른 말로 하면 그만큼 오래 씨름을 해왔단 의미이다.
운동하고, 시합 준비하고, 시합하고, 피드백을 주고받고, 다시 운동하고. 매일을 켜켜이 쌓는 작업을 고작 몇 시간 혹은 몇 분 안에 담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인물들의 말과 행동에서 묻어 나오는 그 자연스러움을 통해 착실히 쌓아온 매일을 얼핏 예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엇비슷한 방향을 똑같이 걷는 듯해도 종래엔 자신의 길을 개척하러 가는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다. 여자씨름팀 '콜핑'을 주축으로 선수들이 자라나다가 또 다른 도전을 할 곳을 찾아 떠나는 게 정해진 수순으로 보일 정도로.
그들이 그려간 궤적은 우리네 삶을 엿보는 듯했다. 인생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라서, 내가 걷는 길을 함께할 사람이 주변에 모여들고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그들 각자만의 길로 갈라진다. 앞서 말했듯 삶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므로.
이게 맞는 길인지, 내가 잘하고 있는지 아리송한 순간은 언제든 한 번씩 찾아온다. 순간이 길어지면 시기가 된다. 그 시기엔 몇 가지 이름표가 있고 말이다. 슬럼프 혹은 번아웃. 어딘가 구렁텅이에 빠졌거나 홀로 걸음을 멈춘 상태라는 예감이 들 테지만, 그런 이에게 주저 없이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길이 맞다. 당신이 선택해서 걷고 있으므로. 과정에서 확신은 없어도 좋다. 흔들리면 흔들리는 채로 그저 자신의 것을 만들어 가면 된다. 결코 외롭진 않을 거다. 함께, 각자, 때로는 같이할 사람들이 언제든 있기 마련이니까. 물리적으로든 심적으로든.
종목에 상관없이 스포츠 경기를 볼 때면 종종 이런 맥락의 이야기를 응원으로서 건넨다.
괜찮아, 네 거 해.
하나씩 네 거 만들면 돼.어느 판에, 어느 길에 들어섰듯 내가 가진 걸 믿고 하나씩 해나가기. 과정으로서 완성하기. 씨름하는 우리 모두의 한판 승부를 응원하며, 글을 마쳐본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 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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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타닉의 운명은 아직 모른다
영화 <앵그리 애니>
영화는 짐을 들어준다
영화 리뷰를 남기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만큼 무거운 질문들과 고민들을 조심스레 전해주던 영화였다. 운이 좋게도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이 영화를 관람했고, 상영 내내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이 흘러갔다. 영화가 나에게 쉽게 다룰 수 없는 주제를 이야기할 때는 나도 영화에게 매우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내가 영화를 많이 사랑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직장, 학교, 아니면 그냥 수다 떨고자 만난 카페에서도 다루기 힘든 주제를 영화는 멋지게 해낸다. 무거운 짐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이야기하는 영화는 그렇게 사람들 입에 오르기 시작한다. 무거웠던 주제는 영화를 통해 더욱 순화되거나 다루기 부드러워진다. 고양시에서 열린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만났던 다큐멘터리 영화들도 그랬고, ‘킴스비디오’나 ‘프리 철수 리’ 같은 영화들도 그러했다. 그런 면에서 앵그리 애니는 만족스러웠다.
어머니와 아들
영화 ‘앵그리 애니’는 1974년 프랑스 교외 지역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워킹맘 ‘애니’가 임신 중절 수술을 받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애니’는 당시 프랑스에서 불법이던 시술을 진행하기에 아무도 모르게 안전하지 않은 공간에서 피를 흘리거나 자신을 도울 비밀 단체를 찾는 방법, 두 가지 중에 하나를 고른다. 문제는 ‘애니’만이 앞서 이야기한 선택의 도전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 중반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슬픔의 감정을 머금고 단체를 방문한다.
우리나라에서 개봉하며 12세 관람가를 받은 까닭도 비밀 단체를 방문하는 사람들 중 어린 학생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나에게 많은 충격을 준 영화였지만, 1974년에도 피임의 중요성과 성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시사회를 참석한 분들 중 엄마와 아들이 함께 온 것이 다시 생각났다. 어머니께서 자제분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셨을지는 모르지만 분명 70년대 보다 나은 성교육을 하셨을 거라고 믿는다.
첫번째 화두가 이것이다. 한국에도 올바른, 현실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언제나 존재했다. 남성, 여성을 떠나서 부끄러워하고 수치스러워야 하는 논쟁의 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른이 된 나도 돌이켜 보면 재학생 시절에 어떤 성교육을 받았었는지 돌이켜 보게 됐다. 그런 면에서 영화 ‘앵그리 애니’는 교육 자료로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습하게 배우는 것 보다 영화를 통해 임신과 성에 대한 진중함을 느끼는 것이 훨씬 나을 테니 말이다.
두번째는 악의 순환이다. 영화 속에서 정확한 피임과 성교육이 부족한 상황에서 갑작스레 찾아온 임신은 반가움보다는 안타까움과 슬픔을 낳았다. 그러다 보니 점점 임신 중절을 원하는 가정이 많아졌으나 법과 권력에 의해 수술은 규제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불법이기에 수면 아래에서 진행되는 아무도 모르는, 의사나 간호사가 진행하지 않는 터무니없는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의학에 대한 어떤 지식 없이 된장을 바르면 상처가 낫는다는 속설처럼 낙태 수술은 그렇게 진행된다. 그러다 여인이 잘못되어 과다출혈로 세상을 떠나면 악은 다시 움직였다.
법과 규제를 바꾸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영화는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고된 일인지 설명한다. 정책의 변화는 분명 필요한 것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국민들에겐 분명 큰 결정이자 파장이다. 이미 지하에서 무수하게 많은 여성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있다는 대사가 참 가슴 아팠다. 그리고 한국을 바라보며 내가 모르는 어떤 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을지 상상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될 분들이라면
두 가지 말고도 씨네랩의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영화 ‘앵그리 애니’는 나에게 굉장히 많은 충격과 고민들을 쏘았다. 무엇이 맞고 틀리고, 얼마나 영화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영화가 다룰 수 있는 범위를 넓혀 준 것이 가장 놀라웠다.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70년대 스타일을 설명하는 대신 이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난 이 영화는 아버지가 될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보았으면 도움이 될 영화라고 생각한다. 수술대 위에는 누구나 올라갈 수 있으니 말이다. 쉽지 않은 영화였으나 관람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씨네랩 관계자분께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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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디> -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
웬디 (Wendy, 2020)
개봉일 : 2021.06.30 (한국 기준)
감독 : 벤 제틀린
출연 : 데빈 프랑스, 야수아 막, 게이지 나퀸, 개빈 나퀸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
<웬디>는 피터팬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피터팬이 아닌 웬디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네버랜드 모험기를 담은 영화다. 등장인물들과 아이들의 세상 네버랜드라는 공간, 늙지 않는 소년 피터팬이라는 설정은 그대로 가져왔지만, 원작 동화, 2003년작 영화 <피터팬>과 <웬디>는 닮은 점보다 서로 다른 점이 더 많다. 재해석한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원작 그대로의 분위기나 동심과 환상의 나라를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 피터팬과 환상적인 모험을 바라는 소녀 웬디와 오빠 더글라스, 제임스. 그리고 해적이 될 거라며 장난감 칼을 휘두르는 순수한 소년들은 깊은 밤, 유령 기차에 올라탄다. 작은 식당 안에서만 지내던 웬디와 더글라스, 제임스에게 기차는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였다. 아이들은 피터팬과 함께 세상의 끝에 위치한 네버랜드에 도착하는데, 여기까진 정말 환상적이었다. 궁금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하고.. 저 깊은 곳에 눌러뒀던 동심이 기차 기적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듯했다.
근데, <웬디>에서 보여주는 아이들의 모험은 예상외로 현실적이고 험난하다. 이전에 봤던 <피터팬> 영화에서는 아이들이 무기를 들고 뛰어다녀도 그다지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조금 다르다. 네버랜드가 어째 환상의 나라라기보다는 길들지 않은 정글처럼 느껴졌고 소년들은 어딘가 어른들의 손길이 필요한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피터팬은 그런 아이들을 네버랜드로 이끄는데.. 이 모험이 환상적이고 특별하기만 하면 참 좋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 아이들에게 어른이 된다는 건 웬디의 엄마처럼 로데오 타기에 대한 꿈을 버리고 아이들에게 모든걸 걸게 되는, 결국은 꿈을 잃는다는 의미인 걸까. 유난히 작은 그림자를 가진 소년 피터팬과 모험을 꿈꾸는 소녀 웬디의 또 다른 모험이 담긴 이 영화가 반갑고도 아쉽게 느껴진다.
웬디 시놉시스
기찻길 옆, 작은 식당이 세상의 전부인 소녀 ‘웬디’는 내면에 차오르는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매일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가 나타나고 ‘웬디’와 쌍둥이 형제 ‘더글라스’, ‘제임스’를 이끌고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어린이로 살 수 있는 신비로운 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대걸레와 빗자루 따윈 들지 않겠어!
기찻길 옆, 작은 식당에서 엄마를 도우며 새로운 모험을 꿈꾸는 소녀 웬디와 천방지축 쌍둥이 오빠 더글라스와 제임스는 깊은 밤, 소문으로만 듣던 유령 기차를 만나게 된다. 창문을 가득 비추는 붉은빛과 알 수 없는 강렬한 이끌림에 웬디와 더글라스, 제임스는 급하게 신발을 신고 기차를 따라잡는다. 유령 기차 위엔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 피터팬이 누워있다.
눈에 빛을 품은 아이들은 그곳을 벗어난다.
아이들은 세상의 끝, 네버랜드로 떠난다. 네버랜드엔 피터팬과 그를 따르는 몇 아이들, 그리고 실종된 친구 토마스가 있었다. 작은 식당 속 세상에 만족하지 않고 해적이 되어 세상을 누비겠다던 꼬마는 웬디보다 먼저 기차에 올라타 네버랜드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었다.
네버랜드는 어른들의 마을과 아이들의 마을로 나누어져 있다. 원작에서는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섬으로 표현되는데 <웬디>의 네버랜드는 언제 폭발할지 알 수 없는 화산과 거친 정글을 품고 있다. 사실 환상의 섬이라기보단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 가까운 모습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절대 늙지 말자’고 다짐하며 밤낮없이 아이다운 놀이와 장난을 반복한다.
아이들은 어떤 것도 걱정하지 않는다. 다음 끼니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내일 비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오늘 밤은 어떤 자리에 누워 몸을 보호해야 할지.. 어른들이 말하는 현실적인 고민같은 건 하나도 하지 않는다. 네버랜드에서는 고민과 슬픔의 감정을 갖는 순간 빠르게 늙어버리기 때문에 어떠한 문제를 직면했을 때 머뭇거리거나 다시 생각하는 건 금지된다. 아이는 고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인 걸까.
네버랜드의 대장 피터팬은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이다. 그는 나이 드는 것을 안 좋은 것이라고, 어른들은 가까이해선 안될 존재라고 생각한다. 피터팬은 웬디가 오기 전,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어른이 되어버린 버조를 어른들의 마을로 내쫓고, 더글라스를 잃고 변해버린 제임스의 손을 가차 없이 자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바다 밑에 있는 알 수 없는 존재를 어머니라 믿으며 오랜 시간 네버랜드를 지켜온 <웬디>속 피터팬의 모습은 동화에 나오는 요정 같다기보단 다가온 위험과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고집쟁이의 모습과 가깝다.
사실 이 부분에서 내가 생각했던 ‘피터팬’의 이미지가 깨져버리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원작과 이전에 나왔던 영화들에서 비친 피터팬은 순수하며, 거칠고 공격적이기보단 어린 고집이 있는 소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웬디>에서 만난 피터팬은 다소 독단적이고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피터팬의 생각을 바꿔주는 사람은 바로 웬디다. 원작에서의 웬디는 피터팬에게 의지하고, 후크에게 잡혀가 피터팬이 구해주길 기다리는 인물이었으나 이번 영화에서는 조금 다르다. 피터팬은 아이들에게 닥친 문제를 외면하고 어른들을 피하기만 하지만 웬디는 제임스를 구하기 위해 어른들의 마을로 향하고 숨겨진 상상력을 발휘하라며 어른들의 손을 이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먼지 쌓인 바에서 어른들에게 상상 속 술을 내놓고, 춤을 추는 웬디의 모습은 어른이 된 후, 오래 묵혀두었던 상상력을 가볍게 자극한다.
상상력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아이들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다. 그리고 동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보단 옆자리에 앉아있는 다른 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아이들은 그렇게 환상이 아닌 현실로 스며들며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게 된다. 피터팬과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늙어가는 건 상상력을 잃는 것이며 해적이 아닌 식당 주인이 되는 것이며 즐거움을 잃는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웬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웬디는 늙어가는 건 잘못이 아니며 나이와 상관없이 상상력은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늙어가는 건 꿈과 상상력을 잃는 게 아닌 어릴 적 꿈과 상상력을 품고, 가끔은 아픈 감정도 함께 느끼며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다.
피터팬과 아이들, 그리고 네버랜드에서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은 다 함께 기찻길 옆 식당에서 들었던 엄마의 자장가를 부르며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 그리고 어른이 된다고 모든 동심과 상상력을 잃는 것이 아님을, 늙어가는 것 또한 위대한 모험임을 알게 된다. 원작에서는 요정을 믿는 것으로, <웬디>에서는 잊지 않은 자장가를 통해 어른들의 사라지지 않은 동심을 표현한다.
아이들은 모두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어른이 되고, 빠른 시일 내에 오겠다고 했던 피터는 시간이 지나 ‘잠자리에 들기 전 읽는 동화 속에서 나오는 인물’로 변한다. 피터는 결국 네버랜드에 남았고, 웬디의 딸을 네버랜드로 데려간다. 네버랜드에서 몇 아이들과 피터팬의 그림자가 벽에 드리울 때, 피터팬의 그림자는 유난히 더 작게 표현되는 장면이 있다. 실제 덩치는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피터팬의 그림자가 유난히 더 작게 표현된 건 피터가 가진 ‘늙지 않겠다’는 마음이 그만큼 강력하며 피터는 결국 네버랜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 아니었을까싶다.
아픔과 상실의 슬픔을 모르는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을 유지하고 영원히 맑은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것만이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슬픔과 눈물, 망설임을 알게 되고 어른이 된다 해도 내 안에 있는 어린아이를, 피터팬을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 꿈처럼 피터팬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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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 드림 - 소심한 강아지와 순수한 반려로봇의 우정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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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에서 홀로 외롭게 살던 ‘도그’는
TV를 보다 홀린 듯 반려 로봇을 주문하고
그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해수욕장에 놀러간 ‘도그’와 ‘로봇’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휩쓸려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데···
“기다려, 내가 꼭 다시 데리러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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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th JIMFF 최자영 감독님 interview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 #나의여신 의 #최자영 배우님 본격 탐구! ?♀️
? JIMFF X HISTRANGER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HISTRANGER가 떴다!
JIMFF 공식 웹 데일리팀이 직접 취재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현장을
지금부터 살펴볼까요?
한국경쟁 상영작 [나의 여신]의 최자영 감독님을
하이스트레인저 웹 데일리 팀이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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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데모닉> 티저 예고편
오래전 실종된 엄마가
코마상태로 병원에서 발견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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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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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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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새로운 강력한 히어로 ‘샹치’의 탄생과 베일에 싸여 있던 전설의 미스터리 거대 조직 ‘텐 링즈’의 실체를 다룬 첫 번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