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8-05 11:50:28
안도 사쿠라, 어디까지 봤어?
안도 사쿠라의 존재감이 빛나는 작품 6편
“연기하지 않고, 그저 살아내는 배우”
안도 사쿠라 좋아하시는 분 🕺🏻🕺🏻🕺🏻🕺🏻🕺🏻
<백엔의 사랑>으로 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어느 가족>으로는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의 극찬을 받은 그녀는
늘 작품 속 인물 그 자체로 존재하며 과장됨 없이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배우죠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배우인데요,
그런 안도 사쿠라가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의 신작 <도라>에 출연합니다!
한국 영화에서의 안도 사쿠라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씨네픽지기의 사심 가득 담긴 안도 사쿠라의
필모그래피 저장해두고 함께 기다려볼까요?
❶ <가족의 나라>, 양영희
❷ <백엔의 사랑>, 타케 마사하루
❸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❹ <한 남자>, 이시카와 케이
❺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❻ <브러쉬 업 라이프>, 드라마, 바카리즈무 각본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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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섭섭하게 끝난 그들의 복수극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기대와 불안함 속에 <더 글로리>의 남은 이야기를 기다렸다. 권선징악을 향해 맹렬하게 질주하는 복수극의 끝, 동은과 그녀의 조력자가 되찾을 행복, 죄책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다섯 악인의 발악이 궁금했다. 걱정했다.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친부와 생부의 대립. 복수의 칼날 앞에서 맥없이 당하기만 하는 평면적인 악역. 주제의식을 강조한다 해도 과해 보이는 적나라한 가혹 행위 묘사. 1부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단점이 더 커지면서 마무리를 방해하지 않을까 우려스러웠다.
베일을 벗은 <더 글로리>의 모습은 반반이다. 기대도 우려도 절반만 충족하고, 절반은 덜어냈다. 주제의식은 일관성을 잃지 않았다. 모든 일의 시발점이었던 연진은 "그 누구도 옆에 남지 않는" 고통을 맛봤다. 사라, 혜정, 재준도 욕망에 매몰돼 차례대로 파멸했다. 중심 내용을 변주하지 않고 묵직하게 끌고 가며 복수극은 나름대로 깔끔하게 끝맺었다. 그러나 달콤한 복수의 끝은 쌉쌀했다. 동은의 복수에 담긴 쾌감이 온전히 살아있냐고 묻으면 그렇다고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유는 두 개다. 우선 파트 1에서 부각되지 않았던 로맨스가 극에 잘 녹아들지 못했다. 또 느리고 우연에 기대는 전개 때문에 복수의 칼을 제대로 갈지도 못했다.
신뢰를 불신으로 바꾼 동은의 복수
동은의 목적은 명백했다. '연진에게 직접 복수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킨다. 딸과 남편을 포함한 세상 모든 사람에게 그녀가 버림받게 만든다.' 동은이 선택한 방법도 간접적이다. 그녀는 굳이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대신 훌륭한 조력자의 손을 빌린다. 연진, 명오, 혜정, 사라, 재준의 손이다. 동은의 사주대로 명오가 연진을 협박하자, 연진은 명오를 폭행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 대가로 연진은 동은이 조작한 증거에 걸려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살인죄의 누명을 쓴다. 사라도 동은의 덫에 빠진다. 그녀가 마약사범이라는 사실은 온 세상이 안다. 동은에게 약점을 잡혀 친구들을 이간질하던 혜정은 사라의 연필에 목이 꿰뚫여 말을 할 수 없다. 하나같이 몰락하는 친구들을 조롱하던 재준도 혜정의 활약 덕분에 시력을 잃는다. 동은이 심은 자그마한 불신의 싹 때문에 그들은 자승자박한다.
이러한 전개는 작위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 다섯 친구가 힘을 합쳐 문동은에 맞설 생각을 하지 않는 건 비상식적이다. 연진만 동은의 어머니를 조종해 동은을 괴롭히려 할 뿐, 다른 이들은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동은의 계략에 걸러 무너진다. 그러나 이들이 몰락하는 과정은 고구마가 아닌 사이다다. 그들 내부의 갈등은 단순히 심리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준, 사라, 연진이 혜정과 명오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다섯 사이에도 돈과 지위로 쌓은 벽이 있다. 그런데 혜정과 명오가 동은의 칼이 된 순간, 이 벽은 무너진다. 시청자가 좁게는 동은의, 넓게는 혜정과 명오의 처지에도 공감하며 위계가 역전되는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이유다.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욕망이 영리하게 투영한 결과인 셈이다.
시원함을 넘어 스산한 '그들의' 복수
<더 글로리>의 사이다는 단순히 시원하지 않다. 스산하기까지 하다. 한 장면 때문이다. 동은의 협박을 받아 마치 윤소희의 혼이 접신한 것처럼 굿을 펼치던 무당. 그녀는 갑자기 진짜로 윤소희의 영혼이 보이는 듯한 말들을 늘어놓다가 벌전을 받아 목숨을 잃는다. 윤소희의 죽음과 관련해 동은도 모르는 사실에 대해 말하던 걸 보면 이때 무당은 실제로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 벌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정작 동은은 그 존재를 믿지 않는다. 그녀는 신이 자신을 돕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절, 교회, 점집 등 종교적인 장소에서 신을 대신해 직접 협박하고 벌을 준다. 복수극의 끝에 ‘영광’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은의 생각과 달리 신은 그녀를 도왔다. 다른 사람도 아닌 무당이, 왕년에는 놀라운 신기를 보여줬던 무당이 돌풍이 부는 기이한 상황에서 급사했으니. 신을 믿을 수 없는 사람도 '신'이라는 존재 말고는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졌으니. 윤소희의 모습을 빌어 하늘이나 신이 천벌을 내리고 권선징악을 행한 장면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신은 왜 이 순간에 동은의 복수를 도왔을까? 드라마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답은 하나다. 연대다. 소희의 시신이 아직 병원 냉동실에 있다는 걸 알고 난 뒤, 동은은 자기뿐만 아니라 소희의 복수를 위해서도 온몸을 던졌다. 밀려 있던 시신 안치 비용을 내기 위해 병원을 찾은 것만 보더라도, 그녀의 복수가 개인적인 만족감 그 이상의 것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연대는 <더 글로리>가 학교 폭력 외의 '악'을 처단하는 드라마인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형태의 악행에 시달린 피해자가 등장하고, 그들과의 연대가 동은의 복수를 완성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정폭력과 살인범죄의 피해자인 '현남'과 '여정'과 대화할 때는 언제나 따뜻하고 웃음이 꽃핀다. 이는 동은의 빌라 월세가 더 싸고, 각자 삶을 살 것처럼 보였던 이들이 다시 손잡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더 글로리>는 큰 고통을 겪은 피해자가 연대하고 서로 아껴줄 때 권선징악이라는 신의 위로와 도움에 가까워진다고 말하는 듯하다.
최소한의 역할만 해낸 로맨스
하지만 동은의 복수극은 못내 아쉽다. 더 짜릿할 수 있을 텐데 싶은 실망감이 남는다. 특히 로맨스가 부자연스럽다는 인상이 지워지지 않는다. 이 미련은 주여정이라는 캐릭터의 역할로부터 비롯된다. 여정은 동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조력자다. 그의 직업, 집안, 재력과 사회적 지위 등은 동은의 부족함을 메꾸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그가 없었다면 동은인 버려진 장례식장 건물을 통째로 구입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연진이 시술받는 동안 그녀의 표피를 떼내지도 못했을 터. 뒤집어 말하면 여정은 '그가 없어도 동은의 복수극이 과연 성공했을까?'라는 의문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이때 로맨스는 도구적으로 소비되는 주여정 인물을 극에 자연스레 녹여내는 도구여야 했다. 그가 자기만의 복수를 마음에 품고 있는 게 그 일환이다. 복수의 열망이 있었기에 설령 동은이 자기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도 그녀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로맨스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기인한다. <더 글로리>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동은과 여정이 한 장면에 등장하면 드라마는 순간적으로 뻔한 로맨스 작품이 되어 버린다. 분위기에 맞지 않는 달달한 OST의 사용이 대표적이다. 이는 로맨스와 역사적 비극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은 작가의 전작, <미스터 션샤인>과 대조된다. 그 결과 몰입감이 떨어진 <더 글로리> 속 로맨스는 자꾸만 '앞으로 가기'를 누르게 만든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로맨스는 극의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역할에는 충실하다. <더 글로리>는 많은 복수극과 달리 해피엔딩으로 끝맺는다. 복수를 끝내고 허망해하는 동은. 하지만 그녀에게는 새로운 삶의 이유가 생긴다. 주여정이다. 동은과 달리 여정은 아직 아버지의 살인범에게 복수하지 못했다. 여전히 고통스러워하는 여정을 보면서 그의 엄마는 동은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동은은 계속해서 살아갈 이유를 찾고, 그동안 못 누린 행복을 누릴 기회를 잡는다. 즉, 동은과 여정의 로맨스 덕분에 동은도 해피엔딩을 누릴 수 있고, 여정도 트라우마를 극복할 새 기회를 잡았고,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는 마지막까지 강조될 수 있다.
우연과 운에 의존한 전개
마지막으로 2부의 전개가 1부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운과 우연에 의지한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동은의 엄마인 정미희의 재등장이 대표적이다. 2부에서 그녀의 활약은 눈부셨다. 바둑을 잘 못 두는 연진이 예상치 못한 신의 한 수를 뒀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 때문에 동은이 학교에서 쫓겨나는 과정을 자세히 보면 의아한 대목이 많다. 학부모들이 외관부터 알코올 중독자라는 사실이 명백한 정미희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이나, 그 대가로 거액의 명품 가방 등을 건네는 것 모두 쉽사리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학생들이 얼마 되지 않는 선물도 학교 선생님에게 주기 어렵다는 걸 고려하면 더욱 이상하다. 동은이 정미희와 모녀지간이라는 점을 이용한 복수의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소 작위적으로 상황을 조성했다고 보이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2부에서 조연 캐릭터가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활용되는 듯한 인상이 짙다. 물론 조연이 본래 극 중 사건이나 계기를 만드는 장치이기는 하지만, 우연적인 전개가 반복되자 그들의 역할이 도구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일례로 동은의 동료 교사인 추 선생은 몰카 범죄자였던 것으로 밝혀진다. 이는 놀랍지 않다. 이미 1부에서 그가 추잡한 인물이라는 점이 꾸준히 암시됐으므로. 하지만 그의 실체는 재준과 도영이 갈등을 빚으면서 조명 밖으로 밀려난다. 그는 단지 재준과 도영의 대조적인 부성애를 강조하고, 이들의 갈등을 키우며, 주먹다툼을 벌이는 계기로 활용될 뿐이다. 이 장면 이후 추 선생은 조용히 모습을 감춰버린다.
여정의 엄마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복수를 끝마친 동은이 자살하려는 순간 등장한다. 동은의 자살을 막고, 여정을 도와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 그런데 이 장면은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작중 동은과 여정의 어머니는 별다른 접점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장면 역시 동은과 여정의 로맨스를 다시 이어주고, 아직 남은 복수가 있다는 걸 상기시키기 위해 여정의 엄마라는 캐릭터를 수단으로 활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복수극 아니라 블랙코미디인 현실
최근 <더 글로리>만큼 많은 이슈를 낳은 작품은 찾기 힘들다. 요즘 따라 길거리에 많은 정당 현수막이 <더 글로리>를 활용한 세태만 보더라도 그 파급력을 느낄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학교폭력을 넘어 교사 폭력도 이슈화되는 걸 보면 <더 글로리>의 메시지가 때마침 우리 사회에 필요했던, 시의적절한 울림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연출을 맡은 안길호 PD의 학교 폭력 논란은 <더 글로리>의 현실성을 역설적으로 방증한다. 학교 폭력 가해자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피해자는 오랜 기간 가슴속에 응어리를 품고 살다가 힘겹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는 현실. 연진과 동은이 드라마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손수 증명한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 비록 몇몇 대목의 완성도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더라도, <더 글로리>가 오래도록 기억될 드라마라는 사실에 이견이 없을 이유다.
A(Acceptable, 무난함)
어쨌든 무사히 항해를 마쳤다는 안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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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옆엔 누군가가 필요해
개봉 전 시사회에서 먼저 관람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누구나 홀로서기를 꿈꾼다.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나면서 가장 원하는 건 자유일 것이다. 부모나 선생님으로부터 잔소리를 듣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은 수많은 구속된 상황 속에서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목표다. 자유에 대해 바라보다 보면 주변의 도움이나 지원이 별거 아닌 듯 느껴질 때가 있다. 아무 도움이 없어도 스스로 해나갈 수 있다는 느낌은 어떤 사람의 도움도 거절하게 만든다.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특히나 아주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면 더욱 그 도움은 받기 어려울 것이다. 한참을 보이지 않거나 옆에 없었던 사람이 나타나 도움을 주려한다면 당연히 그 사람의 진의를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가능하면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노력할 것이다. 나이가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그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데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 조지
영화 <스크래퍼>의 주인공 조지(롤라 캠벨)는 얼마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면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조지는 아주 어릴 때 엄마 곁을 떠난 아빠의 존재를 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주변에 바로 도와줄만한 어른이 없다는 의미다. 정부의 지원으로 성인 보호자를 지정받아야 하지만 조지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우면서 손쉽게 정부의 관리에서 벗어난다. 그렇게 십 대 초반의 아직 어린 조지는 혼자 모든 걸 관리하며 생활을 이어나간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조지는 친구와 함께 자전거를 훔쳐 용돈과 생활비를 해결하고 있다. 영화는 그 모습을 심각하게 보여주기보단 경쾌하면서도 조금은 건조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것 자체는 범죄지만 그 일은 조지가 어쩔 수 없이 생활을 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지의 독립적인 생활이 이어지던 어느 날 집으로 아빠 제이슨(해리스 디킨슨)이 찾아오면서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영화가 집중하는 건 조지와 제이슨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것이지만, 제이슨의 등장으로 혼란을 겪는 조지의 감정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조지는 아직 엄마를 잊을 수 없는 나이다. 그는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보고 싶은 엄마를 보기 위해 집 밖을 나와 작은 골목에 들어가 휴대폰에 저장된 엄마의 동영상을 본다. 마지막으로 저장된 엄마의 모습에는 조지의 모습과 엄마의 모습이 함께 담겨있다. 그 동영상을 보는 순간은 조지에게 엄마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다. 그렇게 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는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 아무렇지 않게 해야 할 일을 한다.
갑작스러운 아빠의 등장
갑작스러운 아빠의 등장은 조지에게 굉장한 혼란을 준다. 아빠 제이슨도 마찬가지다. 조지가 커가는 걸 보지 못했고, 시간을 보낸 적이 없는 딸의 앞에 나타나 어떤 것을 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한다. 제이슨은 조지에게 따뜻한 모습을 할 수도, 잔소리하는 모습을 할 수도 없다. 아빠지만 사실은 아빠 노릇을 할 수 없는 입장인 것이다. 그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지난 과거에 대한 사과다. 영화 속 제이슨은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것을 깨닫는다.
제이슨이 선택한 건, 잔소리하는 아빠도 아니고 따뜻한 아빠도 아니다. 좀 더 다가가기 위해 친구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조지가 자전거를 훔치러 갈 때 슬쩍 따라가 같이 그 도둑질에 동참한다. 그리고 경찰로부터 도망가고 기차역에서 한참을 어린아이처럼 조지와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두 사람의 거리감은 조금씩 줄어든다.
엄마와 아내를 잃은 두 사람은 서로 교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 두 사람이 만나서 가까워지는 과정이 <스크래퍼>가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다. 무척 우울한 이야기일 것 같지만 영화는 이 두 사람의 모습을 우울하게 그리지 않는다. 어떤 때는 경쾌하게 또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아주 슬픈 일을 경험하고 나서도 누군가에게 의지할 존재가 있다는 것을, 어쨌든 서로 의지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영화의 맨 처음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그 문구는 혼자서도 자랄 수 있다는 식의 문구로 수정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아이가 자라는데 누군가는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지에게 아빠 제이슨이 나타났고 제이슨은 주변 이웃들과 교류도 시작한다. 완전히 혼자 있던 조지는 조금씩 마을 속으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그 시작은 제이슨의 등장이었고, 그 끝은 제이슨이 조지의 집에 살기로 결정한 순간이었다.
우울하지 않고 따뜻한 이 영화의 정서
조지와 제이슨이 좋은 부녀 관계가 되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은 서로가 어떤 결핍이 있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각자에게 서로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첫 만남에서 서로의 마음을 긁으며 속을 썩였지만 두 사람은 이내 상대방을 품어 안는다.
영화에는 조지가 방에 온갖 잡동사니를 모아 탑을 쌓는 장면이 나온다. 하늘에 있는 엄마에게 닿으려는 듯 쌓아 올린 작은 탑은 조지가 우울할 때마다 누워서 쉬는 방이다. 그 방은 일종의 치유의 공간이다. 제이슨이 그 방을 처음 본 순간, 아마도 그때가 제이슨이 조지의 아빠가 되기로 결심한 시점일 것이다. 그 공간은 추억의 공간이면서 위로의 공간이다. 조지가 만든 그 추모의 탑은 마치 조지의 마음속에 있는 잡다한 추억들의 집합소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조지의 마음이 바로 그때 제이슨의 마음에 닿았다.
영화 <스크래퍼>는 무척 따뜻한 영화다. 태어나 처음 만난 아빠와 딸이 조금씩 서로를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이 무척 잔잔하게 담겨있다. 영화를 연출한 샬롯 리건 감독은 이번 영화가 첫 장편 데뷔작이다. 이 따뜻한 이야기로 39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영화는 결국 아이가 자라나는데 누군가가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무척 따뜻한 방식으로 조지의 삶을 비추는 영화는 슬픔을 억누르고 있는 조지가 다시 누군가의 도움으로 따뜻한 가족이 함께하는 삶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무척 경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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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편화된 기억들이 재조립되는 황홀한 경험
비간 감독은 필자가 생각하기에 반드시 주목해야하는 신세대 영화감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의 장편은 카일리 블루스, 지구 최후의 밤 이렇게 두 편 이지만, 이 두 편 만으로 그는 전세계 유수 영화제에서의 러브콜을 받았을 만큼 훌륭한 영화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에 카일리 블루스에 대해 논하고 싶다. 카일리 블루스는 비간 감독의 최신작인(2022년 기준) 지구 최후의 밤보다 더 시적이고, 해체적이다. 영화에서 다양한 중국 고전 문학과 감독이 쓴 시들이 나오는데, 단어나 문장 형식 때문인지 어렵게 느껴졌다. 그리고 2부가 온전히 롱테이크는 아니라 1부 2부가 완전 대조되는 지구 최후의 밤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앞에서 파편화 된 요소들이 롱테이크로 재조립되는 과정은 너무 황홀하다. 지구 최후의 밤에 비해 원테이크씬이 흔들리고 어지러운 등 미숙한 면이 보이긴 하지만, 이게 장편 대뷔작인 것과 추후 만든 지구 최후의 밤 원테이크를 미려하게 보여주는 걸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걸작 지구 최후의 밤이 탄생하기 위한 포석이 궁금하다면 꼭 봐야할 영화.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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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영화/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은 날씨가 정말 좋았는데요, 다들 즐거운 시간 보내셨나요?
그럼 오늘은 3월 셋째 주 주말 동안의 박스오피스 분석 결과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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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3월 셋째 주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3월 셋째 주 주말에는 총 112만 2천여 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는데요, 한 주간 총 163만 9천 명의 관객이 다녀가 지난주(175만 2천 명) 대비 93% 수준의 관객 수를 기록했습니다. 신작들의 개봉에도 불구하고 지난주에 이어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이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였으며, <더 퍼스트 슬램덩크> 역시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박스오피스 2위를 지켜냈습니다. 뒤를 이어서 지난 15일 개봉한 김다미, 전소니 주연의 <소울메이트>가 3위에, DC 유니버스의 신작 <샤잠! 신들의 분노>가 4위,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가 5위에 올랐습니다. 이로써 주말 박스오피스 1위~5위 중 세 편이 모두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차지가 되어 극장가 앨본 애니 열풍의 위력을 다시 한번 증명하였습니다.
1. <스즈메의 문단속>(-)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고등학생 스즈메가 재난을 부르는 문을 닫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이 개봉 이후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내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1456개 스크린에서 71만 2천여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누적 관객은 195만 1106명을 기록하였는데요, 개봉 첫 주 주말 관객수였던 69만 4251명보다 높은 결과치입니다. 이로써 <스즈메의 문단속>은 흥행 독주를 이어갈 뿐만 아니라 예상보다 빠른 흥행 속도로 개봉 12일 만에 2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게 되었습니다.
2. <더 퍼스트 슬램덩크>(-)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 역시 <스즈메의 문단속>과 마찬가지로 지난주보다 8.0%가량 증가한 관객 수를 기록하였습니다. 주말 관객 10만 7515명으로 누적 관객 수는 415만 5087명을 돌파하였는데요, 일본 역대 애니메이션의 국내 흥행 순위 1위의 기록을 갈아치운 뒤에도 멈추지 않는 흥행 질주에 과연 500만 관객 유치까지 가능할 지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3. <소울메이트>(NEW)
지난 15일 개봉한 <소울메이트>는 개봉 첫 주말 관객 7만 2662명, 누적 관객 11만 8661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3위로 데뷔하였습니다. 영화 애호가들로부터 사랑받은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7)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배우들의 호연과 섬세한 연출에 힘입어 ‘성공적인 리메이크’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창 흥행 열풍에 탑승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들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4. <샤잠! 신들의 분노>(NEW)
청소년 히어로를 앞세운 성장 히어로물이자 DC 유니버스의 신작인 <샤잠! 신들의 분노> 역시 개봉 첫 주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들의 강세에 밀려 주말 관객 수 4만 1661명, 누적 관객 6만 3135명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9년 개봉한 전편 <샤잠!>과 비교하였을 때는 대동소이한 성적으로,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1위로 데뷔해 국내에서 유난히 주목받지 못하는 느낌이 크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5.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1)
개봉 이후 팬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관객몰이 중에 있는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는 이번 주말 3만 1405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순위 5위를 기록, 누적 관객 수는 49만 4853명을 달성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1. <샤잠! 신들의 문노> 3,050만 달러 (누적 3,050만 달러)
2. <스크림 6> 1,750만 달러 (누적 7,602만 달러)
3. <크리드 3> 1,537만 달러 (누적 1억 2,770만 달러)
4. <65> 580만 달러 (누적 2,242만 달러)
5.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407만 달러 (누적 2억 583만 달러)
국내에서는 외면받고 있는 <샤잠! 신들의 분노>가 북미에서는 개봉 첫 주 오프닝 수익 약 3050만 달러(한화 약 398억 원)를 기록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하였습니다. 그러나 개봉수익은 거의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성적으로, 2019년 개봉했던 1편의 수익보다 44%가량 감소할 전망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지난주 1위와 2위를 기록했던 <스크림 6>와 <크리드 3>는 샤잠에 밀려 이번 주말 각각 2위와 3위로 한 계단씩 떨어지게 되었는데요, 두 작품 모두 누적 매출액 7600만 달러, 1억 2770만 달러로 시리즈 내 최고 수익을 거둔 작품으로 거듭날 예정일 정도로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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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3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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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의 '섬'에서 완벽한 짝 찾기
우리는 나에게 잘 맞는 완벽한 짝을 찾는다. 단순히 성욕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는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된다. 요즘은 연인을 찾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 속에서 그 존재를 찾기도 하고 인터넷의 커뮤니티나 채팅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이메일이나 전화로 많은 것이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메신저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좋은 사람을 찾는다.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자신에게 정말 잘 맞는 사람을 어떤 식으로 잘 찾아낼 수 있을까.
처음 볼 수 있는 정보는 상대방이 등록해 놓은 프로필을 통해서다. 간단한 문장과 나이, 정보와 사진을 바탕으로 이 사람이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를 판단한다. 그 사람이 나에게 완벽한 짝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까 그 사람과 맞을 확률은 반반이라는 의미다. 누군가를 찾고 싶다는 욕구는 그 낮은 확률에 기꺼이 도전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누가 나올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건 위험을 감수하는 도박과 같다. 오늘 이 사람과 잘 안되더라도 내일 또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기회의 가능성은 무한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 더 완벽한 사람을 찾는 노력을 시도하는 것 같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앱 개발자의 이야기
넷플릭스에 공개된 시리즈 [썸바디]는 데이팅 앱 개발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김섬(강해림)이라는 캐릭터는 천재적인 앱 개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썸바디라는 데이팅 앱을 개발해 회사에서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 그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의 양상 중 하나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김섬은 개인주의 성향이 있고, 공감능력이 조금 떨어지게 묘사되어 있다. 특히나 다른 사람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감정을 잘 캐치하지 못해 어린 시절부터 엄마로부터 조금 다른 교육을 받아 훈련해왔다.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조금 떨어지지만 자신이 가진 능력을 이용해 사회생활을 해오고 있었지만 그에게도 누군가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짝을 찾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만든 데이팅 앱 썸바디에서 계속 채팅 상대를 찾는다. 우연히 연쇄살인범 윤오(김영광)와 채팅을 시작하고 실제로 만나게 되면서 서로에게 이끌리고 결국 가까워지는 과정이 이야기 내내 이어진다.
이야기 속 김섬은 이름처럼 수많은 동료와 친구 사이에서 '섬' 같은 존재다. 일반 사람과는 조금 다른 특성 때문에 직장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조금은 멀리 떨어져 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그는 채팅 AI를 개발해 그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긴다. AI이긴 하지만 유일하게 그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가 자라면서 엄마를 제외하면 그를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지는 못한 것 같다. 기원(김수연)이라는 친구가 있기는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들이 완전히 서로를 이해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기원은 친구로서 김섬을 걱정하긴 하지만 원래 성향과 성격을 그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김섬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완전히 친구에게 드러내지는 못한다.
연쇄살인범인 윤오는 우연히 앱을 통해 만난 여자를 살해하게 되면서 남을 속여 살인하는 행위를 즐기게 된 인물이다. 첫 살인 전에는 평범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살인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는 누군가를 죽이는 행위를 즐기는 사이코패스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지만 철저히 자기 자신을 '섬'으로 만든다. 스스로 만든 그 섬에서 자신만의 취미인 살인을 계속해나가고 꽤나 완벽하게 뒤처리를 해낸다. 그가 그런 어둠의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든 매개체가 바로 김섬이 만든 썸바디라는 앱이다. 썸바디를 통해 누군가를 만나면서 자신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꽤 긴 시간 동안 살인을 계속할 수 있었다.
각자의 '섬'에서 맞는 짝을 찾는 과정과 그 안의 기묘한 분위기
원래 성향 때문에 사회적으로 '섬'에서 따로 살았던 김섬이 우연히 후천적으로 '섬' 속에 살고 있는 윤오를 만나면서 동질감을 느끼는 건, 아마도 당연할 것이다. 각자의 섬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던 두 사람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리고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벗어나 자신을 한껏 드러낼 수 있는 완벽한 짝을 만난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리는 건 무척 자연스러운 것이고 영화 중반 이 둘이 실제로 만나 대화를 하고 에로틱한 관계를 맺게 되는 과정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영화가 스릴러의 외피를 쓴 멜로처럼 보인다.
영화에는 목원(김용지)이라는 무당도 등장한다. 기원의 친한 언니인 이 캐릭터는 레즈비언인데 어찌 보면 이 캐릭터 역시 남들에게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섬'에 살고 있다. 그래서 김섬과 친구인 기원은 김섬이라는 인물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목원은 김섬의 성향과 하고자 하는 바를 꽤 명확하게 이해하고 도움을 준다. 여기에는 자신만의 '섬'에 살고 있는 김섬을 측은하게 바라보는 목원의 감정이 꽤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시리즈는 <해피엔드>, <은교>, <유열의 음악앨범>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의 작품이다. 특이한 캐릭터인 김섬이라는 캐릭터를 천천히 설명하고 연쇄살인범 윤오와 가까워지는 과정을 독특하게 그려냈다. 특히나 여배우인 강해림을 주연으로 등장시키면서 김섬이라는 인물을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꽤나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김섬의 특성과 성향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첫 주연을 맡은 강해림도 과감한 연기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연쇄살인범 윤오 역을 맡은 김영광은 무척 어둡고 무서운 인물을 무척 잘 소화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김영광의 이미지와 완전히 상반된 배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시리즈의 이야기 전개 속도는 다소 느리다. 그만큼 각 인물들의 서사를 쌓아나가는 과정을 차분하게 보여준다는 의미다. 각자의 '섬'에 살고 있어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는 인물들의 서사를 각각 보여줌으로써 인물들이 가는 방향을 보여주면서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이 인물들은 모두 완벽한 짝을 찾으려 노력한다. 이야기 안에서도 그들은 데이팅 앱에서나 바에서 자신이 원하는 짝을 찾으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찾은 짝과 어떤 결말이 지어질지 궁금해하며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게 된다.
초반 에피소드에서 느린 전개 속도로 조금 따라가기 힘들기도 하지만 후반부에는 영화가 가진 기묘한 느낌이 이야기 끝까지 따라가게 만든다. 일반적인 멜로나 스릴러보다는 조금 독특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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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열하고 애잔하고 기특한 동휘
메소드연기 (Method Actiong, 2024)
치열하고 애잔하고 기특한 동휘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코미디
러닝타임 : 92분
감독 : 이기혁
출연 : 이동휘, 강찬희, 윤경호, 김금순, 윤병희, 공민정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국가 : 대한민국
주인공 동휘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고 싶다. 단, 코미디 연기만 빼고.
<메소드연기>의 주인공 동휘는 배우다. 알계인이라는 코미디 영화로 강력한 임팩트를 남기며 데뷔한 그는 여전히 알계인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전부 코미디뿐이고 사람들은 그에게 알계인만을 기대한다.
답답해진 동휘는 정면 돌파를 선언한다. 이제 더 이상 코미디 연기를 하지 않고 메소드연기만을 할 것이라고. 동휘는 알계인 영상을 틀고 깔깔대는 탤런트 킴에게 귀싸대기를 날리고, 쌓여있는 코미디 대본들을 냉동실에 밀어 넣으며 의지를 다진다.
그런데 문제는 ‘알계인 이동휘’가 아닌 ‘메소드연기 이동휘’를 찾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냉정한 현실을 마주한 동휘는 방안에 박혀 고민한다. 그때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러브콜이 들어오고 그가 갈망했던 정통 연기, 메소드연기를 펼칠 드라마 현장이 준비된다. 동휘는 이미지 변신을 위해 열심히 연기를 준비하는데.. 촬영 현장은 그를 놀리듯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배우의 애환과 촬영 현장 이야기가 중심이었던 동명의 단편 영화에 집안의 막내라는 이기혁 감독의 정체성, 가족 이야기를 더해 만들어진 장편 영화 <메소드연기>는 이전보다 더욱 풍부해진 스토리를 자랑하며 영화와 연기, 인생에 대한 투덜거림과 깨달음을 동시에 이야기한다.
영화는 카메라 앞에 선 배우 동휘와 카메라 뒤에 선 인간 동휘를 번갈아 비추며 그가 직업인과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겪는 다양한 애환과 고민을 적절한 비율로 담아낸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이동휘가 그저 스크린 너머 캐릭터가 아닌 정말 실존하는 배우이자 어느 집 막내 이동휘처럼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메소드연기>는 아기자기한 가족영화이자 치열한 우리의 인생을 담고 있는 영화다. 옹기종기 모여 정을 나누는 가족의 모습은 웃음과 눈물을,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성장하는 동휘의 모습은 찡한 감동을 선사한다.
동휘는 처음엔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을 탓한다. 동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하고 싶은 연기만을 골라 하는 멋진 배우가 되고 싶다. 그는 내가 우스워지는 것 같아 코미디 연기는 하기 싫다고 힘껏 세상에 저항한다. 하지만 저항할수록 문제는 더 커지기만 하고 동휘는 다시 고민한다. 그리고 그저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인생을 다시 알아간다.
시간이 지나며 어색했던 배우 동휘의 연기는 점점 진실되게 변하고 과묵한 아들 동휘는 마음에 고여있던 진심을 드러낸다.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저 살아가야 하는 삶, 동휘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배우 이동휘, 막내아들 이동휘로서 느껴온 비통함과 슬픔을 정직히 표현하는 경지에 이른다. 이동휘 배우는 마치 그 한순간만을 기다려온 사람처럼 막힘없이 가장 영화롭고 진실한 장면을 완성해낸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메소드연기가 아닌 사람에 대해 알아야만 할 수 있는 메소드연기
“코미디 연기가 아니면 무슨 연기를 하고 싶은 거죠?” 토크쇼 MC인 탤런트 킴이 묻는다. 동휘는 “메소드연기요.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서요.”라고 답한다.
동휘는 메소드연기가 하고 싶다. 그것이 코미디보다는 훨씬 멋있어 보여서,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서. 그런데 막상 판이 깔리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 정극, 그것도 사극에 도전하게 된 동휘는 백성들과 함께 단식하는 왕을 표현하기 위해 일단 냅다 굶어본다. 하지만 열심히 굶어봐도 동휘의 연기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고 ‘네가 나를 의심하다니, 비통하다’하는 대사엔 비통함보단 어색함이 느껴진다.
동휘는 정말 메소드연기를 하고싶었던 걸까? 나는 동휘가 진심으로 메소드연기를 하고 싶었다기보단 코미디 연기가 싫어 그것과 가장 멀 어보이는 메소드연기를 하고 싶어 했다고 생각한다.
동휘는 자신이 코미디 연기만을 하는 우스운 배우라고 느낀다. 그래서 그는 코미디 연기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웃거나 만족하기보단 불편함을 느낀다. 반대로 동휘의 주변인들은 동휘의 코미디 연기와 배우 이동휘를 좋아한다.
엄마는 동휘의 알계인을 인생 영화로 꼽으며 동생 동태와 소속사 사장 철우는 동휘의 코미디 연기, 사극 연기를 모두 지지한다. 입시 실패 이후 연기를 놓은 미정은 연기를 하는 동휘를 대단하다 생각하며 부러워하고 동휘와 함께 영화를 찍었던 태민은 동휘를 미워하면서도 그를 위해 꽃다발을 들고 묘소를 찾아온다. 동휘가 좌절을 경험할 때마다 가족, 친구들은 항상 그의 곁을 지켜준다.
동휘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얼마나 좋은 배우인지, 동휘만 모른다. 이동휘를 모르는 이동휘는 이동휘 다운 연기를 하지 못하고 그저 메소드연기라는 연기 기법만을 쫓아간다.
동휘가 카메라 너머에 있는 인간 이동휘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그를 사랑하는 이들, 그중에서도 엄마가 큰 몫을 한다. 엄마, 형 동태와 함께 떠난 바다 여행. 함께 저녁을 먹고 대화를 나누던 엄마는 동휘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가장 재밌게 본 영화는 알계인이고 여기선 영화 속 캐릭터만 보였다고, 역할은 역할이고 너는 너니까 웃긴 연기를 한다고 우스워지는 게 아니라고. 이동휘는 변치 않는다고. 동휘는 이때 인간 이동휘와 배우 이동휘의 분리 지점을 찾는다. 웃긴 연기를 하더라도 인간 이동휘는 엄마의 소중한 아들이고 결코 우스운 사람이 아니다.
이후 동휘는 다시 용기를 얻고 치열하게 드라마 촬영을 이어간다. 동휘는 배우 이동휘가 가장 잘하는 코미디 연기를 최선을 다해 선보이고 인간 이동휘가 겪은 상실의 아픔을 그 위에 녹여낸다. 동휘는 이번에도 왕이 비통함을 표현하는 장면을 연기하는데, 이번에 보여주는 비통함 연기는 지난번과는 차원이 다르다. 동휘는 메소드연기를 통해 사람, 자신에 대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와는 반대로 그는 자신을 알아가고 인정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 그토록 원했던 메소드연기를 해낸다.
마지막으로 동휘는 ‘무뚝뚝한 막내아들 동휘’라는 어색한 캐릭터를 내려놓고 선글라스 아래로 눈물 한줄기를 흘리며 이별의 슬픔을 받아들인다. 동휘는 배우 이동휘를 인정하며 연기적 성장을, 막내아들 이동휘의 아픔을 인정하며 인생의 성장을 이뤄낸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굴러가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바라봐 줄 수는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과 세상의 시선을 전부 내 입맛대로 바꾸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럴 땐 세상을 탓하지 않고 의연하게 살아가는 자세도 필요하다. 다만 내가 나를 알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혹시 모른다. 배우, 아들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받아들이며 결국 인정받게 된 동휘처럼 그렇게 나를 받아들이고 열심히 살다 보면 진짜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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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영화 후기 / 일본영화다운 제목 / 로맨스 멜로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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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싱크홀> 2차 예고편
사.상.초.유! 도심 속 초대형 재난 발생!
서울 입성과 함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가장 ‘동원(김성균)’
이사 첫날부터 프로 참견러 ‘만수’(차승원)와 사사건건 부딪힌다.
‘동원’은 자가취득을 기념하며 직장 동료들을 집들이에 초대하지만
행복한 단꿈도 잠시, 순식간에 빌라 전체가 땅 속으로 떨어지고 만다.
마주치기만 하면 투닥거리는 빌라 주민 ‘만수’와 ‘동원’
‘동원’의 집들이에 왔던 ‘김대리’(이광수)와 인턴사원 ‘은주’(김혜준)까지!
지하 500m 싱크홀 속으로 떨어진 이들은 과연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
“한 500m 정도는 떨어진 것 같아”
“우리… 나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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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일 강의 죽음> 티저 예고편
행복한 신혼부부를 태운 나일 강의 초호화 여객선. 그곳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위태롭고 불길한 부위기의 선상에서 탑승객들을 심문하는 탐정 '에르큘 포와로' 모두가 범인으로 의심되는 가운데, 연이어 발생한 살인 사건은 그의 영혼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관객은 마지막 순간까지 예기치 못한 반전으로 놀라운 결말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