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 K2022-03-26 02:50:46
파편화된 기억들이 재조립되는 황홀한 경험
<카일리 블루스> REVIEW
비간 감독은 필자가 생각하기에 반드시 주목해야하는 신세대 영화감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의 장편은 카일리 블루스, 지구 최후의 밤 이렇게 두 편 이지만, 이 두 편 만으로 그는 전세계 유수 영화제에서의 러브콜을 받았을 만큼 훌륭한 영화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에 카일리 블루스에 대해 논하고 싶다. 카일리 블루스는 비간 감독의 최신작인(2022년 기준) 지구 최후의 밤보다 더 시적이고, 해체적이다. 영화에서 다양한 중국 고전 문학과 감독이 쓴 시들이 나오는데, 단어나 문장 형식 때문인지 어렵게 느껴졌다. 그리고 2부가 온전히 롱테이크는 아니라 1부 2부가 완전 대조되는 지구 최후의 밤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앞에서 파편화 된 요소들이 롱테이크로 재조립되는 과정은 너무 황홀하다. 지구 최후의 밤에 비해 원테이크씬이 흔들리고 어지러운 등 미숙한 면이 보이긴 하지만, 이게 장편 대뷔작인 것과 추후 만든 지구 최후의 밤 원테이크를 미려하게 보여주는 걸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걸작 지구 최후의 밤이 탄생하기 위한 포석이 궁금하다면 꼭 봐야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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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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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넷 - 더 탐닉하거나 도망치거나. 선택은 당신의 몫
코로나로 인해 많은 영화가 개봉을 연기하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개봉을 강행하는 경우로 나뉘어졌다. 개봉을 강행하는 경우는 대부분 저예산이나 독립 영화였는데, 블록버스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개봉을 강행한 영화가 있었다.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테넷'이다. 감독의 전작들의 평과 흥행에 과연 코로나 시국에도 흥행을 할 수 있을까, 극장가를 살릴 구원자가 될 것 인가 라는 의견들이 나왔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테넷이 의미 없는 영화는 절대 아니다. 흥행과 평가는 별개이기에, 테넷 또한 감독의 전작들과 함께 주목할만한 영화이다.
필자는 이 영화를 유료 시사회로 개봉 전에 관람했는데, 당시에 영화가 어렵다는 평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나오는 주요 용어들에 대해 개념을 숙지하고 관람을 하러 갔으나, 결국 영화에게 패배했다. 여기에서의 패배란, 이해를 못 했다는 것이다. 분명 초반부까지는 문제가 없는데, 중반부부터 난이도가 갑작스럽게 상승한다. 비유를 들어보자면, 수학 문제를 푸는데 처음에는 기초 맛보기 문제 한 두문제 설명하다가 갑자기 블랙라벨 몇권을 통째로 갖고와서 무작정 설명하는 느낌이랄까. 예고편에서 중심적으로 보여주는 인버전이라는 개념 자체는 어려울 것이 없다. 다만 그것이 응용되면서 어려워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관객은 둘로 나뉘어 질 것이다. 더 파고들어 테넷을 탐닉하거나, 아니면 포기하고 도망치거나.
테넷은 일반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랑은 다르다. 통상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는 많은 관객들을 포용해야 하기에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테넷은 그렇지 않다. 영화를 본 관객이 테넷 관계자이거나 천재가 아닌 이상 첫관람에 완벽한 이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처음봤는데 다 이해했다고 하는 사람은 천재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영화를 재관람함으로서 이해하는 재미, 공부하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맞춰지지 않는 퍼즐이, 다시 볼 수록 테넷이라는 이름의 퍼즐이 맞춰지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일반적인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매우 힘든 특성이기에, 대부분의 관객들은 둘로 나뉘어지는 것이다. 탐닉하는 자는 영화를 다가가기를 원하는 이들이고 도망치는 자는 영화가 다가오기를 바라는 이들일 것이다.
영화 평론가들은 관객이 다가가는 영화를 통해 진보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나도 그것을 동의하는 이들중 한 명이지만), 그렇다고 다가오기를 바라는 이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란 보편적인 잣대도 존재하지만, 취향으로 갈리는 영역임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둘로 나눠지기에, 테넷은 더더욱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탐닉한자와 포기한자, 두 그룹의 대조. 다만 확실한 것은 이번 영화도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영화들 답게 본인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문제는 이번의 '매력'을 탐닉하는 자와 쟁취하지 않는 자로 나뉨으로서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것이다. 또 확실한 것은 이렇게 갈리기는 하지만,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이 한번 봐볼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확실하게, 또 강력하게 매혹한다는 것이다. 어딘가 모를 은밀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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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함과 익숙함으로 똘똘 뭉친 로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집, 회사, 집, 회사만 오가는 제과 연구원 ‘치호’(유해진). 그는 과자밖에 모르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세상에서 가장 어려워한다. 어느 날, 염치없는 형 ‘석호’(차인표)의 부탁으로 대출 보증을 서 주기 위해 캐피탈사를 찾은 치호 앞에 세상 밝고 직진밖에 모르는 '일영'(김희선)이 나타난다.
밥친구를 핑계 삼아 매일 같이 일영을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에 눈을 뜨기 시작한 치호.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 치는 형, 형의 도박 친구인 ‘은숙’(한선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제과회사 사장 ‘병훈’(진선규)도 치호의 삶에 끼어들기 시작하고, 쳇바퀴 같던 치호의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휩싸인다.
화려한 이름값과 흥미로운 결과물
23년 여름 시장의 마지막 주자인 <달짝지근해: 7510>(이하 <달짝지근해>)는 근래 극장에서 보기 힘든 로맨티 코미디다. 이 로코에서 눈길이 가는 대목은 역시나 이름값이다. 유해진, 김희선,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 자기 영역을 구축한 배우들이 한 데 모였다. 제작진도 화려하다. <완득이>, <증인>의 이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각본은 <스물>,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 <드림>의 이병헌 감독이 담당했다.
사실 배우와 제작진의 명성에 비해 <달짝지근해>의 완성도는 실망스럽다. 상업 영화, 팝콘 무비의 본분에는 충실하다. 가볍게 즐기기 충분한 영화인 것도 맞다. 다만 코미디는 올드하고, 로맨스는 익숙하다. <비공식작전>처럼 배우들의 기존 이미지를 똑같이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전체 스토리를 풀어낼 때 완급조절도 부족하다. 즉, 이름값에 기대할 수 있는 신선함이나 새로움은 찾기 힘들다.
그런데 <달짝지근해>의 결과물은 아쉬움보다는 흥미를 유발한다. 조금만 뜯어봐도 정확히 의도한 타깃이 있고, 철저히 계획대로 만든 영화라는 티가 곳곳에서 나기 때문. 동시에 한 가지 의문도 같이 불러일으킨다. <달짝지근해>와 같은 접근법은 부진한 한국 영화를 회생시킬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요'다.
익숙한 코미디
<달짝지근해>는 웃긴 영화다. 코미디로서 강점이 확실하다. 곳곳에 포진한 아재 개그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뻔뻔하다. 슬랩스틱은 나름 효과적이다. 정우성과 같은 카메오가 출연하는 장면에서는 유머의 타율이 순간적으로 더 높아진다. 치호의 캐릭터도 아슬아슬하게 이용한다. 공개 코미디 프로에서 동네 바보 캐릭터를 활용하듯이 치호의 유치하면서도 순수한 면모를 웃음으로 바꿔낸다.
앞에서 웃기고 뒤에서 울리라는 기본 공식도 착실히 따른다. 웃음을 눈물로 전환하는 방식은 올드하다. 주인공에게는 가슴 아픈 사연이 하나씩 있다. 그런데 그 사연이 전부 가족과 관련돼 있다. 교통사고로 엄마가 죽거나, 남편에게 버림받거나, 부모에게 버려지거나, 아빠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 이들은 즉각적으로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 낸다. 달리 말해 지극히 한국적인 코미디다.
배우들의 이미지도 코미디의 재료로 활용한다. 각 배우의 이미지에 맞는 임무를 제각기 맡긴다. 유해진의 코믹 생활 연기는 지나가는 행인과 말다툼하는 장면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김희선은 흥 많고 오지랖 넓은 엄마 역할에 안성맞춤이다. 철저히 도구적으로 활용되는 조연도 존재감이 확실하다. 차인표의 어딘가 모자란 조폭 연기, 한선화의 푼수 연기는 분위기를 띄우는데 딱이다.
의도한 올드함
이토록 익숙하고, 올드하고, 공식에 들어맞는 코미디는 일견 의아하다. 이한 감독, 이병헌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생각해 보면 너무 안전한 선택이기 때문. 철저히 레트로 감성을 의도한 소품과 아이디어 때문에 더 의심스럽다. 옛날 차나 통닭 장수 같은 옛날 사람들이 나오고, 스마트폰과 SNS는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는 듯한 사랑의 세레나데 장면은 그 정수다.
하지만 몇몇 대목에서는 독특한 시도도 엿보인다. 이병헌 감독의 스타일이라는 게 보일 정도로 클리셰를 비트는 지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넘어지는 여성을 남성이 받쳐주는 대신 몸을 피한다거나, 기절한 여성을 병원에 데려다주다가 자기도 같이 쓰러지는 식으로. 전체적인 틀을 바꾸는 대신 익숙한 프레임을 유지하되 세부적인 내용만 살짝 손보려는 지점이다.
이병헌만의 말맛도 살아있다. 약국에서 치호와 약사(염혜란)가 티키타카를 주고받는 장면, 치호네 회사 회의 시간에서는 특유의 센스 있는 대사를 맛볼 수 있다. 치호의 형인 석호가 일영을 만나서 으름장 놓는 대목도 뻔한 대사를 어떻게든 피하려는 의지로 가득하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찾기 어려운 극장 상황과 이병헌의 이전 각본을 함께 고려하면, 한 가지 합리적인 추정을 할 수 있다. 이 올드한 코미디는 철저히 의도된 결과물이라는 것. <극한직업>의 대성공과 <멜로가 체질>의 상업적 실패 이후, 안정적인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 일례로 <드림> 역시 선 웃음, 후 감동이라는 공식에 충실했다. 즉, <달짝지근해>는 과거의 향수를 시대에 맞게 살려내려는 도전인 셈이다.
로맨스마저 올드하다
그런데 <달짝지근해>는 도전의 목적지를 잘못 정한 듯하다. 코미디뿐만 아니라 로맨스 파트에서도 비슷한 연출 스타일을 유지한 선택이 역효과를 낸다. 이는 <드림>과 유사한 문제다. 초중반부에 코미디를 잘 쌓아 올리다가 후반부에 급작스러운 감동 코드로 분위기를 깨버린다. 그 결과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하려는 시도는 무위에 그친다.
로맨스 파트는 정석대로 흘러간다. 남녀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고, 썸으로 발전하고, 연애를 시작하지만 외부 사정이 겹쳐서 이별을 고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진심이 전해지면서 재결합에 성공하고, 행복한 연애를 이어간다. <달짝지근해>의 문제는 진심을 확인하는 클라이맥스에 있다. 과자 전문가로 100분 토론에 나간 치호. 사회자는 그에게 주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그는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대신 생방송에서 일영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물론 영화는 그다음 장면에서 여러 변주를 준다. 옛날 방식을 어떻게든 센스 있게 포장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다. 급하게 생방송을 끊은 PD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일영은 공개 고백을 한 발짝 늦게 접하고, 일영과 치호가 서로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도 클리셰를 살짝 비틀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는 못한다. 공개 고백이 극 중 몇 안 되는 진중한 장면이다 보니 사족처럼 느껴지기 때문.
완급조절에 실패하다
이에 더해 공개 고백 장면은 은은하게 녹아 있던 따뜻한 메시지를 갑자기 수면 위로 끄집어내기도 한다. 이한 감독은 <달짝지근해>를 통해 “사람은 알고 보면 누구나 다 비슷하고, 또 동시에 모두가 각자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달짝지근해> 사회적 약자 혹은 소수자 간의 로맨스를 보여준다. 어릴 적 교통사고를 당한 치호는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계선 지능인처럼 묘사된다. 영일은 미혼모라서 어려움을 겪는다. 직장 상사가 집적 거리기도 하고, 혼자서 딸을 키우느라 힘겨워한다. 이때 영화는 치호를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 순수한 사람으로, 영일을 쉽거나 문란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여성이자 엄마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로맨스를 통해서.
이러한 의도가 잘 드러나지 않아서 문제다. 영일이 술자리나 다른 장소에서 모욕당하고, 치호가 주변인에게 살짝 무시당하는 장면에서나 언뜻 느껴질 정도다. 그러니 치호가 카메라에 대고 사람 한 명 한 명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하고 영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은 급작스럽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코미디에만 열중하다가 뒤늦게 로맨스 파트를 챙기려는 형국이다. 후반 추가 시간, 장신 공격수를 넣고 롱볼만 노리는 축구경기처럼. 이는 영화가 '착하다'는 인상을 주는 데는 성공했지만, 세련되지는 않은 이유다.
과연 이게 최선일까
사실 <달짝지근해>의 성적은 준수하다. 아직 손익분기점(165만 명)을 넘을 거라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일일 박스오피스 3위는 놓치지 않고 있다. 무거운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오펜하이머>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틈새를 노린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
<달짝지근해>의 흥행은 한국 영화계의 현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손익 분기점은커녕 관객수 100만 명도 넘기기 어렵다 보니 익숙한 맛에 새로운 양념을 살짝 더해서 생존을 도모하는 전략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특히 이번 여름 영화 시장을 기점으로 레트로, 올드함이 한국 영화계의 돌파구가 됐다. 당장 <밀수>가 70년대 레트로 감성을 내세워 여름 시장 승자가 됐듯이.
다만 이 트렌드가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이다. 관객의 니즈 변화는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 감지됐기 때문. 2019년에 흥행한 작품만 봐도 전통적이 흥행 공식을 따른 작품은 많지 않다. 외려 뭔가 하나 독특한 면이 있는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알라딘>, <기생충>, <엑시트>, <극한직업>처럼. 올해 <범죄도시 3>나 <엘리멘탈>도 마찬가지다. 중독적인 음악, 파격적인 스토리, 경쾌한 액션, 우직한 코미디처럼 뭐라도 특이점이 있는 영화에 관객은 반응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달짝지근해>의 접근법은 우려스럽다. 전략이 지나치게 근시안적이지 않나 싶다.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아직 변할 생각이 없다는 신호로 읽힐 여지가 다분하다. 즉, 익숙함을 유지하되 약간의 변주만 주겠다는 의도가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 올드함이나 이름값에 비해 부족한 완성도보다. 설령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해도.
Poor 형편없음
영화의 완성도보다 걱정되는 의도와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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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피커] 촬영팀 세컨드 / 학생에서 현장으로
촬영 5년 차, 막내에서 시작해 이제는 촬영팀 세컨드가 되어 열심히 현장을 누비고 있는 촬영팀 형정훈님. 지난 인터뷰 이후, 7월 6일에 방영을 시작한 tvN 드라마 <감사합니다>에서 촬영팀 세컨드로 참여 중이라고 하는데요. 드라마를 보면서 괜히 더 반갑고 가깝게 느껴지더라구요.
오늘은 촬영팀을 꿈꾸는 많은 분이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를 여쭈어보았어요. 영화를 만드는 일을 꿈꾸던 학생에서 OTT 제작 현장에서 실제 작품을 만드는 것에 참여하기까지 형정훈님의 지난 시간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Q. 요즘은 독학으로 시작하는 1인 크리에이터도 많지만, 제작팀으로 촬영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 같아서, 꼭 촬영 혹은 영화 전공을 해야 하는지 궁금하더라구요.
A. 만약 제대로 내가 이 일에 관심이 있다, 이 일이 해보고 싶다면 전공 관련된 공부나 대학교 이런 곳에서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 이 일에 관심이 있어서 학교가 아니라 현장으로 바로 투입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전공을 거치지 않고 오시는분 중에 저보다 더 일찍 시작하고 어린 나이에 워크플로를 이해하시고 뛰어난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0에서 시작한다고 봤을 때 저는 전공을 하면서 카메라에 관해 공부하고, 직접 촬영감독으로써 앵글을 잡고 작품을 만들어 본 경험이 좋았어요. 제 말이 정답이 아닐 수 있는데, 저는 정말 많은 도움을 느껴서 전공하는 걸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Q. 사실 영화 제작에 많은 분야가 있잖아요. 그런데 특별히 ‘촬영’을 선택한 계기가 있으실까요?
A. 우선 대학교 진학할 당시에는 연출 전공이었어요. 연출 전공을 희망해서 글도 써봤는데 ‘ 아 나는 연출은 하고 싶은데 글은 못 쓰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누군가 작가가 있다면 내가 그 글을 받아서 연출하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너무 어린 나이에 그런걸 생각했던 것조차 너무 웃겼던 것 같아요. (웃음) 제가 현장을 봤을 때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촬영 감독님이었던 것 같더라구요. 연출 감독님은 배우들과 디렉팅이라던지 모든 분야에 신경을 쓰고 있어서, 오히려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촬영 감독님이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걸 보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저거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보다 촬영이 재미있고, 작품을 할 때마다 저의 실력이성장하는 걸 보면서 촬영 감독을 꿈꿨던 것 같아요.
Q. 학교에서 여러 경험을 하면서 길을 구체적으로 그리게 된 거네요. 그래서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는 전공을 추천했군요. 시간을 거슬러 영화전공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도 궁금해요.
A. 학생 때 ‘정말 이 직업을 하고 싶다’라는 뚜렷한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공부하고 성적에 맞춰서 대학을 가는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스펙도 열심히 쌓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게 없었던 거죠. 고등학교 3학년이 되니까 이제 슬슬 장래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는데...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기도 한데, 그 당시에는 전공보다 ‘학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교가 어디 있을까 고민하는 상황이었어요. 그즈음에 인천 아시안 게임 자원봉사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기자분께 느껴지는 에너지가 좋더라구요. 그래서 ‘아, 기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신문방송학과를 검색해 보니까 커트라인이 너무 높은거예요. 그래서 조금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영화를 공부하는 친구가 “내신 성적 비율보다 면접 비율이 높은 영화과가 낫지 않아?”라는 말을 해서, 자연스럽게 영화과를 준비하게 되었어요. 그때는 저는 신문방송학과나 영화 영상학과나 비슷한 계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부터 영화 좋아했잖아. ‘ ‘아버지와의 추억이 어렸을 때부터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거였잖아’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는 나름 영화관의 에티켓을 어린 나이부터 알고 있었다는 자부심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영화라는 게 어린 나이에 멋있어 보였어요. ‘나 영화해.’ ‘나 예술해.’ 이런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게 멋있어 보여서 그렇게 시작했던 것 같아요. (웃음) 돌아보면 우연히 운 좋게 시작한 직업이 저에게 잘 맞고 행복을 느끼며 일을 해서요. 그 당시에 저에게 영화과를 제안해 준 친구에게 정말 고맙네요.
Q. 그럼, 엄청 영화가 하고 싶었던 시네필은 아니었겠네요
A. 네, 어릴 때는 시네필은 전혀 아니었어요. 그냥 아버지가 보고 싶은 영화를 따라가서 보는 정도. <해운대> <디 워> 그런 영화 있잖아요. 누구나 보는 영화들.
Q. 그럼, 영화는 대학교에 가서 많이 보게 된 건가요?
A. 대학교 입시 준비를 할 때 영화를 진짜 많이 봤고 대학교 가서는 처음에는 찍느라 바빠서 영화를 안 봤는데 찍기 시작하다 보니까 레퍼런스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느꼈기에 그 당시에는 영화를 찾아서 봤던 것 같아요.
Q. 입시 준비하면서 보는 영화나, 연출 공부에 도움이 되는 영화는 일반 관객이 봤을 때 좋은 영화랑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혹시 촬영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영화를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A. 어려운 질문이네요. 촬영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영화는 정말 많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봉준호 감독님의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굉장히 좋게봤습니다. 로저 디킨스 감독의 <1917>,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버드맨> 작품도 좋은데, 저는 기술력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감히 제가 따라 할 수 없는 영화다’ 그런데 특히 <기생충>이 좋았던 점은 촬영이 보이지 않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관객들이 ‘와 이 영화 촬영 진짜잘했다’라고 생각이 드는 영화도 좋지만, 제가 원하는 영화는 관객들이 촬영이 보이지 않는 영화를 찍는 게 목표였거든요. <기생충>에서수많은 무빙이 있고 수많은 앵글이 바뀌는데 이 무빙들이 ‘어? 카메라가 이렇게 움직인다’가 아니라 관객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이동시켜주는 무빙들이 정말 많은 거예요. 그걸 보고, 제가 많이 착안했던 것 같아요. 아, 보여주고 싶은 장면들을 컷이나 이런 게 아니라 무빙이나포커스 이동으로써 관객들의 시선을 이동시켜 줄 수 있는 게 좋은 촬영인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 홍경표 촬영 감독님 작품을 그때 찾아봤던 것 같아요.
Q. 촬영 감독이 가져야 할 덕목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제가 졸업 영화도 찍고 그 외 작품들도 찍으면서 느꼈던 건 ‘포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는 것이었어요. 저는 포기를 잘하는 사람이 촬영을잘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항상 컷마다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건 맞지만 모든 현장이 그렇듯이 시간에도 쫓기고 어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본인이 계획한 게 무너져 내리는 상황이 생기는데, 그럴 때 본인이 이건 포기하면 안 된다. 이건 포기해도 된다. 라는 결정을빨리 내릴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인물에 대한 바스트샷을 찍는데, 무빙이 살짝 못 따라온 거예요. 근데 사실 찍는 사람만 보이는 정도의 실수인데 예전이었으면 ‘아, 이거 안 된다’라고 연출 감독님이나 배우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 무빙이 지금 마음에 안 들었다. 한 번만 더 가자’라고 이야기했을 텐데, 연차가 쌓이면서는 전체를 조금 더 보게 된 것 같아요. 제작 시간을 고려해 보면 이 영화, 작품을 완성 시키는 게 더 우선이기 때문에 ‘이 바스트샷보다 내가 그 뒤에 힘써야 할 부분이 있으니까, 거기에 더 집중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그 컷에 대한 욕심을 포기를 했는데 나중에 편집을 붙여놓으니까 괜찮은 거예요. 그 부분을 사용하지도 않았고 그 부분을 만약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배우들의 감정을 따라가는 걸 원했기 때문에 어느 순간 집중을 하다 보니까 그게 안 보이는 거예요. ‘아, 내가 이걸 포기를 한 게 잘한것 같다’라고 생각을 했던 거죠. 그 이후에도 포기를 하냐 안 하냐에 대한 결정을 빨리 내리고 했던 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Q. 포기에 대한 결정을 빨리 내려야 한다니, 어렵고 책임감이 따르는 선택이네요. 혹시 감독님의 MBTI는 뭔가요?
A. 대학생 때는 ENFP가 나왔었는데 졸업하고 일을 하면서 INTJ로 바뀌었어요. (웃음) 아무래도 객관적이어야 하는 시선들도 많이 필요하고, 촬영 현장에서는 항상 모든 상황에 대해 계획을 해야 하거든요. 제가 지금 모시고 있는 감독님한테도 항상 듣는 게 이런 상황이 놓였을 때연출 감독님한테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라고, 말할 때, 그것 말고도 두세 가지의 대안을 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항상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계획적으로 사람이 변한 게 아닌가 싶어요. (웃음)
우연히 관심을 가지게 된 일이 즐겁고 행복해서, MBTI마저 바뀌어 버린 형정훈님.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열심히 영화를 보고, 원하는 촬영 방법에 관해 공부하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위해 촬영감독으로써 해야 할 일과 책임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이제 영화를 볼 때 기술적으로 잘 찍은 촬영과 관객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촬영이 어떻게 다른지 눈여겨보게 될 것 같아요. 다음 주엔 실제 촬영 현장에서 겪은 에피소드들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다음 주도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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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켈리 갱> - '거짓과 진실을 거둬낸 네드 켈리의 이야기'
켈리 갱 (True History of the Kelly Gang, 2019)
개봉일 : 2021.08.31 (한국 기준)
감독 : 저스틴 커젤
출연 : 조지 맥케이, 러셀 크로우, 니콜라스 홀트, 에시 데이비스, 토마신 맥켄지, 찰리 허냄, 션 키넌
거짓과 진실을 거둬낸 네드 켈리의 이야기
혹시 Ned Kelly(네드 켈리)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지 모르겠다. 19세기 후반 오스트레일리아(이하 편의상 호주로 표기)에서 활동했던 은행강도인 네드 켈리. 네드 켈리가 왜 유명한가 하면 그는 단순한 도둑이 아닌 가난하고 핍박받는 사람들을 위해 핍박하는 자들의 물건을 훔치던 의적이자 공권력에 저항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호주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 영국의 막강한 힘에 눌려 폭력과 불평등함으로 점칠 된 사회에서 시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저항했던 영웅이자 공권력이 가장 제거하고 싶어 했던 범죄자 네드 켈리. 그는 호주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홍길동과 임꺽정과 같은 인물이라고 한다.
교과서에서도 만나본 적 없는 네드 켈리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조지 맥케이 배우 덕분이었다. 그가 영화 <1917>의 히로인으로 주목받던 해, 자연스레 조지의 진중한 연기에 빠져들어 그의 필모그래피를 훑던 중, 내 시선을 순식간에 빼앗은 작품이 몇 개 있었다. 거친 표정과 단단하게 다져진 몸, 날카로운 눈빛. 지금껏 봐왔던 조지의 이미지와는 조금 달라 강렬하게 다가온 네드 켈리의 모습을 보고 순식간에 온갖 물음표가 떠올랐다. “이 영화는 대체 어떤 영화일까.”, “네드 켈리란 인물은 어떤 사람일까?”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처음 알았을 땐 영화가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던 때였고, 솔직히 무자막으로 볼 용기는 또 없었다. 그래서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사진들을 찾아보며 속칭 존버-를 했다. 그리고 존버는 승리한다더니, 2021년 여름의 끝자락. 네드 켈리를 만났다.
<켈리 갱>엔 위에서 소개한 인물, 네드 켈리의 불안정했던 유년시절과 저항 정신을 가득 담은 켈리 갱을 창설하고 마지막 전투를 벌이던 26살까지. 그의 생애가 담겨있다. 투박한 글체로 적어내려간 네드 켈리의 편지를 바탕으로 재해석된 소설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우선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딘가 아쉬웠다. 아무래도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소설과 2시간으로 일부 압축된 영화는 근본적인 정보량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영화 <켈리 갱>은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의 변화가 너무 갑작스러웠다고 해야 할까.
조지 맥케이의 내레이션과 함께 천천히, 아주 깊게 훑고 지나간 유년시절 부분까지는 정말 좋았다. 어린 네드 켈리를 연기한 배우 올란도 슈워드의 연기도 훌륭했으며, 그 위에 얹어지는 조지 맥케이의 정갈한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매력에 빠진 채 “이제 그토록 궁금해했던 네드 켈리의 이야기를 듣는 건가.”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초반부를 감상했다. 하지만 네드 켈리가 성장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조금 갑작스럽게 느껴졌고 그의 전투엔 비장함과 결의보단 흥분이 조금 앞서는 느낌이었다.
지배받고 있는 나라에서 태어나 지배자들에게 억압을 받으며 슬픔과 분노를 안고 자란 아이가 어떠한 계기로 각성을 했다기보단 갑자기 어느 날 폭발해버린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별로였다, 재미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네드 켈리라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 공들인 티가 역력했고, 배우들 또한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롭고 놀라운 액션들을 보여줬으며 카메라 안에 담아낸 광활한 배경 또한 정말 멋졌다. 결말까지도 참 좋았는데, 많은 기대를 해서 그런지 기승‘전’.. 전에 해당하는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쉽게 가시질 않는다. 만일 이 영화를 볼 예정이라면 네드 켈리라는 인물 또는 시대 배경에 대한 정보를 조금 훑어보고 가는 걸 추천한다. 그가 왜 이토록 분노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포인트를 미리 알고 간다면 감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억압의 시대에 온몸으로 부딪히며 평범한 시민이 되기 위해 거칠게 저항한 네드 켈리.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전설처럼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켈리 갱>은 용감한 시민 네드 켈리와 그의 동료들에게 보내는 존경과 박수갈채를 담은 작품이다.
아쉬운 시점을 지나고 나면 약간의 벅찬 감정이 밀려오는데, 그 순간 정말 희한하게도 아쉬웠던 감정이 모두 날아가 버렸다. 아쉬운 점은 분명 있었지만 조지 맥케이, 러셀 크로우, 니콜라스 홀트, 에시 데이비스와 같은 굵직한 배우진들의 연기 조합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누군가에겐 범법자로 낙인 되었던 그의 거칠지만 용감하고 진실된 일대기가 궁금하다면, 조지 맥케이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면 <켈리 갱>을 추천한다.
켈리 갱 시놉시스
폭력과 부패로 가득했던 시대
온갖 범죄로 세상을 더럽히는 무법자 ‘해리’와 부패경찰 ‘알렉스’에 맞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인들을 단죄한 전설적 영웅이자 세상이 버린 위대한 범죄자 ‘네드 켈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이야기는 1867년 호주. 네드 켈리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진실과 거짓으로 뒤섞여 범법자 또는 영웅으로 불리는 그의 일대기에서 진실과 거짓이란 이분법을 거둬낸 후 깨끗하게 다듬어 내놓은 인생의 시작점은 다소 휑하고 뻐근하게 다가온다.
나의 비를 막는 지붕이 되어줄 거라 생각했던 어머니 엘렌은 아무리 파내려 가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해리 파워에게 네드를 제자로 팔아넘겼고 해리 파워와 함께 다니며 이 넓은 세상에서 나를 지켜줄 자는 나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도 빨리 알아버린 네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한 마리 짐승 같은 남자로 자라게 된다.
무능하게 살다 감옥에서 갑작스레 생을 마감한 아버지, 여러 남자들을 거치며 서서히 네드를 지키길 포기한 어머니. 아직 어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동생들. 먼지만 날리는 땅에 살고 있는 네드 가족을 억압하는 영국 경찰들까지. 어린 네드가 감당하기엔 세상은 너무 거칠고 불공평했다. 그의 어린 시절은 빠르게 막을 내렸고 희망 또한 보이지 않았다.
신이 버린 땅에서 아버지를 잃고, 남은 가족들의 일부는 볼모로 잡힌 채 공권력 밑에 무조건 수그려야 하는 불합리한 삶. 네드는 이 삶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다. 억압된 사회의 진실을 감추면 숨이 막힐 것이고 편안한 길을 찾아 거짓을 숨기면 삶이 서서히 부패할 것이니 그는 진실된 사회를 되찾기 위해 거친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네드는 원망스럽지만 잊지 못했던 가족들과 사랑에 빠진 여인 매리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이들의 삶을 위협하는 경찰들에게 대항한다. 그는 어릴 적에 발견한 아버지의 드레스에 담긴 저항정신을 그대로 물려받은 동생 대니와 친구 스티브, 오래된 절친 조니와 함께 흐드러지는 드레스를 입고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네 명의 청춘들은 이 조직의 이름을 ‘켈리 갱’이라고 명했다.
네드는 부패한 공권력 대신 진실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지만 소수의 힘으로 거대한 권력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끝없는 도망 대신 맞서 싸우기를, 조용히 입을 닫기보단 우리의 역동적인 삶을 글로 남기기를 선택한다. 그는 평범한 시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죽음도 불사한 자신들의 피로 쓴 역사를, 신이 버린 땅이라지만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소중한 땅을 되찾기 위해 겪어야 했던 거친 여정을 틈틈이 적어나간다. 네드는 두서없고, 문법과 문장 규칙 따위는 하나도 배우지 못한 티가 역력하지만 후세에 전달할 가치가 있는 이 글을 자신의 미래인 아이에게 바친다.
광기와 날것의 분노가 가득했던 마지막 전투를 마친 네드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그 후 사람들은 네드가 남긴 기록을 보며 손뼉을 치고, 형장에 매달려 있는 네드의 모습에 박수 소리가 얹어진다. 이 박수는 네드의 후손들이 네드와 그의 삶에 보내는 박수갈채를 의미하려는 연출이 아니었을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고, 사랑하는 아들에게 보다 좋은 세상을 남겨주고 싶었던 남자 네드 켈리. 거짓에 물들지 않은 진실된 그의 삶은 예상보다 더욱 거칠었고 어쩐지 버거워 보였다. 그는 자신이 남긴 기록이 후손들에겐 낯선 이야기가 되기를 바랐다. 핍박받던 나의 삶이 나의 후손에게도 익숙한 이야기라면, 이 억울하고 답답한 현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이어져선 안될 역사지만 여전히 잊히기만 하고 사라지진 않고 있는 강자의 압제와 폭력들. 안타깝지만 그가 원하던 세상은 아직 완전하게 도래하지 못한 것 같다. 남은 건 그가 미래라고 칭했던 우리의 몫이니 우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피로 물든 저항의 역사를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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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을 수 없는 운명일까
이 글은 넷플릭스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구글 Chan's Note/
한때 넷플릭스와 후발주자였던 왓챠를 죽어라 비교해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같은, 혹은 비슷한 돈을 내고서 가장 효율적으로 이 OTT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방법이 공식처럼 나돌던 시절도 있었죠. 각각의 서비스가 가진 장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그 어떤 것이 좋다.라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넷플릭스가 가진 오리지널 시리즈의 힘 덕분에 아주 약간 더 넷플릭스에 손을 들어주고 싶은 심정이긴 합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날 때마다 저는 넷플릭스에서 가장 먼저 오리지널 시리즈를 훑어보곤 합니다. 위시 리스트는 늘어만 가고 지워갈 수 없음이 조금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그 위시 리스트를 보면 휴가를 받았을 때 심심하지는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오늘처럼 찰나의 시간이 날 때도 그 작품들 중 하나를 택하면 성공할 확률도 많고요.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보는 내내 마치 불교의 윤회 사상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돌고 도는 같은 운명의 굴레에 갇힌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죠. 그 어떤 주제 의식도 없어 보일 수 있을 만큼 처음엔 이게 뭐야. 싶지만. 다 보고 나니 명작이었구나.를 깨달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좋은 기분으로 리스트 중 하나를 지워낼 수 있어서 기분 좋은 토요일입니다.
주인공이 없어 보이는데 다 주인공이네
적절한 균형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진짜 이 캐스팅 실화냐.
이 영화에는 이미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처음에 캐스팅을 흘깃 보고는 와... 피 튀기겠는데?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경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이 영화에 대한 내용을 상상했을 땐, 미친 연기력의 향연 같은 영화일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조금 다른 방향을 선택합니다. 마을 자체에서 반복되는 운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그리고 그 안에서 인물들은 알 수 없는 힘에 등 떠밀려 자신은 알지 못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운명을 살아야 하는 부속품처럼 느껴집니다.
바꿔 말하면 인물들은 이 영화 안에서 큰 조명을 받지 못합니다. 이 쟁쟁한 스타들 중 누구 하나 톡 튀게 하이라이트를 받는 일은 없다는 것이죠. 두드러진 주인공이 없어 보이는데, 다 주인공인 셈인 영화랄까요.
이야기는 정말 큰 틀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 인물들을 가지고 뜨개질을 해 갑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인물을 엮어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표현일 것 같네요.
뜨개질을 해 가는 속도 역시 정말 일품입니다. 이게 이렇게 연결된다고?라는 생각이 적절한 타이밍에 들 수 있게끔 너무 느슨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빠르지도 않습니다. 그저 그 속도대로 따라만 가면 됩니다. 그러면 어느새 이 영화는 우리에게 끝매듭을 마무리하고 있는 시간으로 데려갑니다.
얼굴만 잘 생긴 줄 알았더니. 이것들이.
연기도 잘하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진짜.. 나쁜 역할도 이렇게 잘 어울리는구나.
우리의 마음속에는 덕질을 하게 만드는 많은 배우들이 들어차 있을 겁니다. 그들은 신체적인 뛰어남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죠. 소위 말하는 것처럼 키가 크고 잘 생긴 경우를 여기서는 말합니다.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보면 스타들의 "미덕"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배우들의 경우 자신의 이미지가 잘 생겼다.라는 것으로 국한되어버리면. 그걸 오히려 깨기가 정말 힘들다고 합니다. 비슷한 역할만 들어오거나. 혹은 자신의 외모가 보이지 않는 쪽으로 오히려 힘을 더 많이 써야 된다고 하죠. (참고 1)
그랬기에 저 역시 엘리오가 더 킹 헨리 5세에서 연기자가 되었을 때 기뻐했습니다. 그의 포효 안에는 스스로의 힘으로 우뚝 서겠다는 열망이 담겨있는 듯했죠. 그것을 지켜보며 저 또한 희열을 느꼈던 이유 역시 또 다른 연기자 탄생의 순간에 내가 함께 했다.라는 기분을 느꼈기 때문일 테니까요.
이 영화에서는 거의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굴레를 벗어던지기 위해 서로 자기주장을 하느라 바쁩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대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대표적인 영국 배우들은 자신의 악센트를 너무도 감쪽같이 버렸고. 세바스찬 스텐은 처음엔 못 알아볼 정도로 살을 찌운 채 영화에 등장했습니다. 어디서 봤는데 봤는데 하다가 출연 배우 리스트를 보고 그제서야 알아볼 정도로 말입니다.
자신들의 연기 리즈를 갱신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그 노력이 빛을 뿜다 못해 섬광처럼 쏟아져내리는 그 자리에서 저는 그들의 진정성에 또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과 악은 과연 무엇인가.
과연 답이 있을까?
사진 출처:다음 영화/ 빌 스카스가드조차 여기서 이런 역할이라니.
전설의 영화 타짜에서. (1편임. 2편도 3편도 아니고 1편임) 평경장은 고니에게 세상이 아름답다고 평등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을 던집니다. 고니는 마치 녹음한 것처럼 그래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평경장은 그런 세상에선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사느냐며 면박을 주죠. (참고 2)
우리가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쁜"것과 "착한"것이 부딪치고, 끝에는 선한 것이 이긴다.를 원하죠. 물론 저 역시도 만약 어벤저스 마지막에 벌크업한 보라돌이 농사꾼이 이겼다면 루소 형제 나오라고 소리쳤을 테니까요. 그렇기에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어느 편에 서 있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그 어떤 사람도 나쁘다. 혹은 착하다.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 단지 이해한다.는 말 외에는요. 그나마 이 뜨개질에서 가장 굵고 독특한 색을 가진 실에 가까운 톰 홀랜드 역시도 그러합니다. 복수 혹은 죽어 마땅한 놈이라는 이유로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데. 속이 마냥 시원하지만은 않더군요. 분명 그는 감옥에서 생의 일부분을 보낼 것이고. 그 일부분 역시 순탄치만은 않을 테니까요. 이 복잡한 우리의 마음을, 마지막 부분의 내레이션이 대변한다고나 할까요.
그만 말해. 이제.
토요일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냐.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를 보면서 최근에 썼던 다크 히어로 관련한 글이 다시 한번 떠올랐습니다. 아주 근소하게나마 시대를 앞서간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고. 선과 악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 수 있었죠. 소비하는 책이나 영화마다 요새 제게 많은 생각을 안겨줘서 감사함과 동시에 여태 대체 어떤 우물 안에서 살았던 것일까.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러닝 타임이 두 시간이 훌쩍 넘지만. 정말 시간 순삭 하게 만드는 영화이니. 꼭 한 보셨으면 합니다.!!
참고 1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그랬다고 함. 연기를 안 봐주고 자꾸 얼굴만 봐서 교정기를 끼고 연기했다고 하는데. 아니 그래봐야 교정기 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잖아.
참고 2
진짜.. 거짓말 아니라 타짜 대사 거의 다 외움.
[ 이 글의 TMI]
1.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타이밍이 왔다.
2. 이제 왜 주중에 휴일 없죠?ㅠ 추석까지 존버인가ㅠ
3. 선풍기를 꺼내야 할까.
4. 과일 먹고 싶다. (요새 과일 끊음)
5. 나중에 잠시 회사 가야 하는데. 너무 가기 싫다.
6. 요새 무가당 두유 먹고 있는데(당류 1%, 진짜 그냥 콩물) 그거 먹고 2주일 만에 식욕을 잃음.
7. 그러나 그러기엔 너는 아직도 너무 많이 먹고 있지.
함께 읽으면 좋을까?
https://blog.naver.com/virgonmalta/222244860880
엘리오, 헨리 5세로 왕위에 스스로 앉다;넷플릭스 더 킹 헨리 5세 리뷰
#악마는사라지지않는다 #로버트패틴슨 #세바스찬스탠 #톰홀랜드 #빌스카스가드 #넷플릭스 #넷플릭스추천
* 본 콘텐츠는 블로거 Rigo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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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길거리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며
H
카를로스 파르도 로스|Carlos PARDO ROS
Spain|2022|68min|DCP|Color|Fiction|12|Asian Premiere
시놉시스
1969년 7월 12일, 산 페르민 축제의 황소 몰이 행사 도중 H는 황소에게 심장을 찔려 죽는다. 오늘, H의 유령들은 죽음을 앞둔 육신에서 벗어나려 애쓰며 바로 그 거리에서 웃고, 마시고, 춤을 춘다.
프로그램 노트
“이 영화는 머리가 아닌 뱃속에서 경험해야 합니다.” 카를로스 파르도 로스 감독이 영화를 소개하며 언급한 말이다. 영화는 스페인 팜플로나에서 개최되는 산 페르민 축제를 배경으로 감독의 삼촌인 H가 황소 돌진으로 사망한 사건을 조사하는 내용이다. 가족 구성원이 사건을 추적하는 전형적인 다큐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전혀 다른 상황을 배치해 감독의 소개말이 사실로 증명됨을 보여준다. H는 기억의 공백을 채우는 영화이자,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교차하며 서로의 공간을 완성하는 미스터리에 대한 탐구이다. 다양한 스토리텔링과 영화의 형식이 쌓여 마침내 우리는 하나의 삶과 밤의 끝으로 향하는 진정한 탐험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문성경)
우주 속을 부유하듯, 길거리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듯
H는 황소 몰이 행사 중 갑자기 돌진한 황소에게 심장을 찔려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런 H의 영혼을 찾아 축제의 현장으로, 취한 사람들이 잔뜩 있는 길거리로 나선다. 이 영화는 단순히 줄거리를 보고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삼촌의 죽음에 대해 파헤치는 작품이 아니다.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우리는 주인공을 따라 우주 속을 부유하듯 조금은 붕 뜬 느낌으로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고, 술 취한 사람들이 잔뜩 있는 축제 현장의 길거리를 정처 없이 돌아다닌다. 단순히 축제 속의 사람들을 지켜 보는 것을 넘어서서 관객인 '내'가 이 축제의 현장에 있는 느낌을 준다. 시각적인 것을 넘어서 체험적인 작품이다. 영화제에서 먼저 접할 수 있는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영화이다.
시놉시스에서는 H의 유령들이 죽음을 앞둔 육신에서 벗어나려 애쓰며 축제의 광란의 현장에서 웃고, 마시고, 춤을 춘다며 이 작품을 소개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은 폭력적이다. 왜냐면, 그 모든 것은 자기 자신의 몸을 벗어나기 위한 행동들이기 때문이다.
<H> 상영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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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17시간 시리즈 37분 요약(*액션위주)ㅣ결말포함 영화리뷰ㅣ분노의 질주 시리즈 정리 요약ㅣ분노의질주9 리뷰ㅣ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리뷰ㅣ
?「분노의 질주9 더 얼티메이트」 리뷰 보기 전, 필수로 봐야하는
분노의 질주 1~8 시리즈 결말포함 요약 정리 영상(*액션위주)
*외전 "홉스앤쇼"(2019) 제외- "분노의질주9" 정보
감독: 저스틴 린
제작: 저스틴 린, 빈 디젤, 닐 H. 모리츠,제프 커센바움, 조 로스, 클레이튼 타운센드, 사만다 빈센트
각본: 저스틴 린, 다니엘 케이시
원안: 저스틴 린, 다니엘 케이시, 알프레도 보텔로
장르: 액션
출연: 빈 디젤, 미셸 로드리게즈, 조다나 브루스터, 존 시나 등
음악: 브라이언 타일러
제작사: 원 레이스 필름스, 오리지널 필름, 로스/커센바움 필름스
배급사: 미국 유니버설 픽처스, 대한민국 UPI 코리아
개봉일:미국 2021년 6월 25일, 대한민국 2021년 5월 19일
상영 시간: 142분
#분노의질주더얼티메이트 #분노의질주_스토리 #분노의질주_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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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이 가득한 범죄 액션 / 마약 브로커 야당 / 믿고보는 배우들 / 유해진, 강하늘, 박해준
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야당" 후기입니다.
*엔드크레딧 전 쿠키영상 하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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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학교 가는 길> 티저 예고편
전국 특수학교 재학생의 절반은
매일 왕복 1~4시간 거리를 통학하며
전쟁 같은 아침을 맞이한다
장애 학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특수학교
아이를 위해 거리로 나선 엄마들은
무릎까지 꿇는 강단으로 맞서는데…
세상을 바꾼 사진 한 장,
엄마들의 용기 있는 외침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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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탑건 : 매버릭> 메인 예고편
하늘에서 펼쳐지는 스펙타클 액션✈ 톰 크루즈의 항공 액션 블록버스터 '탑건: 매버릭' 6월 22일, 극장에서 고공 레이스에 합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