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2025-05-18 23:38:48
경계가 무너진 세계에서
<소년의 시간>을 보고
2010년대부터 스마트폰의 이용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며, 인류의 삶은 예전과 달라졌다. 이 시대에 태어난 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스마트폰으로 고화질의 사진과 영상을 찍히고, 보호자는 자신들이 아이에게 눈길을 주지 못하는 시간엔 패드를 쥐어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만의 스마트폰을 가지는 이들. 직전 세대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시대를 경유한 세대라면,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태어난 알파 세대의 인생에 있어 스마트폰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다.
<소년의 시간>은 13살 소년 제이미를 주인공으로 삼는 시리즈이다. 마시멜로우가 들어간 핫초콜릿을 좋아하는 소년은 동급생 여자 아이 케이티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이기도 하다. 4편의 리미티드 시리즈로 제작된 작품은 범인이 누구인가를 밝히는 데 긴 시간을 소요하지 않는다. CCTV에는 명백한 물증이 남았고, 제이미는 사건의 범인임이 틀림없다. 누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가는 이미 밝혀진 바, 이제 질문은 ‘왜’ 제이미가 살인을 저질렀는가이다.
살인의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관계자들은 제이미와 케이티가 맺어온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그러나 10대의 소년 소녀가 맺어온 관계는 기존의 문법과는 다르다. 둘 사이에 있어 오프라인 상의 교류는 쉽게 찾아볼 수 없으나, 온라인 상의 SNS에는 두 사람이 나눈 소통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이들에게 SNS란 무엇인가. 알파세대에게 있어 SNS의 의미를 온전히 파악할 수는 없으나, 학창시절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해온 앞세대로서 SNS의 의미에 대해서는 논할 수 있을 것 같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까지. 친구들이 사용하는 SNS의 계정을 자연스레 만들었다. 일상을 담은 사진을 올리고, 온갖 생각들을 기록했다. 친구들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고, 친구들에게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성인이 되었다. 페이스북의 시대는 어느새 저물어갔고, 인스타그램은 대세가 되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을 찍고, 친구들을 태그하고, 태그당한 스토리를 리그램한다. 인스타그램은 하나의 연락처가 되기도 한다. 지인들과 번호 대신 계정을 교환하는 일도 왕왕 있다. 카톡은 하지 않아도 댓글을 달고 dm을 나누는 사이도 있다. 현시대에 SNS를 이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를 넘어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러나 작품에 등장하는 사건의 관계자들은 이같은 문법을 이해하지 못한다. CCTV에 남은 물증을 제외하면, 두 사람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인스타그램의 댓글뿐인 상황에서 이들의 분석은 끝없이 현실과 어긋난다. 첫 번째 면담의 시간, 경찰은 케이티가 제이미의 게시물에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로 두 사람을 친구라고 유추한다. 임상 심리학자도 SNS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그녀는 제이미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가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물으며, 여럿이 찍어 올린 사진 속 태그의 의미에 대해 묻기도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에겐 그저 일상에 불과한 일들이 기성 세대에겐 의문이 되고, 제이미와의 소통은 끝없이 실패한다.
태어나자마자 디지털과 연결된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는 흐릿하기 그지없다. 어쩌면 오프라인에서 배제된 이들의 삶에 있어서는 온라인의 삶이 더욱더 선명한 삶일 수도 있다. 케이티에게 ‘인셀’로 칭해지고, 또래 집단에서 따돌림을 받았던 제이미의 삶이 그랬을 것이다. 제이미는 인스타그램의 세계에서 노출이 심한 여성 모델들의 사진을 리포스트하고 댓글을 남겼다. 스냅챗을 통해서는 남학생들과 함께 케이티를 비롯한 같은 학년 여자애들의 반나체 사진을 돌려보기도 했다. 그는 이같은 디지털 성폭력에 대해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모두 동참한 일이라며 자신의 잘못을 흐리고, 사진을 유출한 동급생은 안쓰러워한다. 한 번 사진을 유출했으니, 신뢰를 잃어 다시는 그런 사진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온라인 세계에서 그가 습득한 여성의 모습은 편향적이기 그지없다. 성인 여성들은 과도하게 성적 대상화된 이미지로 비춰지며, 또래 여자를 바라보는 모습 또한 인셀의 논리와 맞닿아있다. 그는 자신이 인셀이 아니라 주장하나, 여성을 일부 남자만 얻을 수 있는 ‘트로피’ 같은 것으로 여긴다. 그런 그에게 연애와 살인은 게임 같은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케이티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사진이 유포된 뒤 마음이 약해졌을 그녀를 얻을 ‘영리한 전략’을 세웠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그러자 홧김에 그녀를 죽인 것이다. 명백한 물증에도 무죄를 주장하는 제이미. 여성을 소유물이자 트로피 정도로 생각하는 그는 실제로 자신의 행동이 큰 죄가 아니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다행이라 해야할까. 결말부에 이르면 제이미는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 어떤 과정을 거쳤기에 그가 유죄를 인정하게 되었는지 작품은 보여주지 않는다. 변한 것은 현실세계와 분리되어 스마트폰을 잃은 채 몇 달을 보냈다는 것 정도일테다. 어쩌면 그는 스마트폰이라는 ‘연결된 신체’를 벗어나, 비로소 오롯한 자신으로 사유하게 되었을 때 죄를 인정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문화비평가 마셜 맥루언은 “미디어 메시지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미디어가 다루는 내용이 메시지로 기능하는 것은 사실이나, 내용을 담는 그릇인 미디어 자체도 메시지로 기능한다고 주장한다. 언제나 손에 쥐고 있는, 어쩌면 신체의 일부라 보아도 무방한 스마트폰을 켜면 여성혐오적인 메시지는 시청각적으로 체화된다. 그렇게 소년들은 자연스레 여성혐오를 배운다. 그리고 이는 온라인 세계를 넘어 오프라인 세계에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소년의 시간>은 단순한 픽션이라 보기엔 현실과 닮아있는 작품이다. 오늘도 수없이 많은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고 있다.
최근 호주에서는 16세 미만의 아동, 청소년에게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과연 이같은 조치가 무엇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이들은 우회하는 경로를 발견하거나,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건설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특정 연령이 지나면 SNS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즉,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나아가 미디어 자체가 메시지라고 할지언정, 미디어는 진공상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제이미 이전에 직간접적으로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해온 가부장적인 제이미의 아버지가 있었고, 여성 임상심리학자를 낮잡아보는 남성 경비원이 있었다. 미디어는 사회가 이야기하는 메시지를 품고 발화한다. 기성 세대가 새로운 세대의 관계의 문법을 넘어, 삶의 문법을 이해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노력만으로는 우리는 함께할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여성혐오적인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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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 2023>
<더 스퀘어>에 이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신작 <슬픔의 삼각형>을 보고 왔습니다. 다소 충격적인 포스터처럼 이런저런 괴소문이 자자한 영화 중 하나인데, 오늘 리뷰에서는 영화는 어떤지부터 시작해서 영화가 담고 있는 것들과, 또 이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볼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들을 다뤄볼 예정입니다.
우선 전작인 <더 스퀘어>가 예술가의 위선과 특권의식을 다뤘다면 <슬픔의 삼각형>은 조금 더 넓은 범위의 젠더와 계층을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목의 삼각형은 마치 계급을 나타날 때 삼각형을 떠올리게 하는데, 영화는 내내 이것을 전복시키면서 대담하고 강렬한 풍자를 이어갑니다. '온갖 위선과 무지로 뒤덮인 상류층이 계급이 전복된 사회가 찾아온다면 과연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독특하고도 과감하게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이 인상적입니다. 더불어서 영화는 마르크스 등의 어록을 언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개념을 직접적으로 이용해서 현대 사회의 아이러니를 탁월하게 드러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매우 심오하다거나 이해하기 어려워서 재미없지 않습니다. 저도 영화 내내 몇 번이나 웃었던 것 같은데, 그 정도로 굉장히 독특하고 흥미로워서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영화 러닝타임이 세 개의 챕터로 나누어진 2시간 반으로 꽤나 긴 편인데,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게 됩니다. 시사회에서도 정말 많은 분들이 웃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는데, 영화 중반부에 그 유명한 구토 장면이 나옵니다. 이 구토는 상류층의 위선을 가장 강렬하게 풍자하는 요소로 영화적으로 굉장히 중요하지만 비위가 약하신 분들이라면 보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저도 반쯤 스크린을 바라보지 못한 것 같은데, 빈속에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 장면만 주의하신다면 영화 전체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보실 수 있어요.
배우들의 연기도 굉장히 훌륭합니다. 우디 해럴슨부터 시작해 해리스 디킨슨, 샬비 딘 모두 훌륭하지만 영화 3장부터 등장하는 돌리 데 레온의 연기가 특히나 인상 깊습니다. 스포일러로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영화가 어떠한 지점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말로는 형용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는데, 그 장면에서 이어지는 엔딩은 강렬합니다.
영화가 함유하고 있는 주제가 최근 많은 영화들에서 다뤄지고 있기도 하고, 본 영화에서 어떠한 독특한 지점이 있는 것도 아니라 그리 색다르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많이 다뤄진 것뿐이지 여전히 유효한 주제기 때문에 독창적인 변주만 있다면 저는 만족이네요. 감독의 전작인 <더 스퀘어>를 보고 가는 걸 추천드립니다. 루벤 외스틀룬드 특유의 유머 스타일이 있는데, 그걸 알고 보면 더 재밌어요.
이 영화도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작인 <더 스퀘어>보다 좋았네요. 시사회에서 나눠준 굿즈도 전부 마음에 들었고요. ㅎ
+) 샬비 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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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르고 느리고를 떠나서 그 기억은 오래 남아있다.
시놉시스
스메라기 하지메는 남들보다 빠른 사람이었다. 시험을 볼 때나 달리기를 할 때도 먼저였으며 어른이 된 후에 교토의 우체국에서 직원으로 일한다. 한편 초소카베 레이카는 남들보다 느린 사람이었다. 시험을 볼 때도 달리기를 할 때도 느렸으며 모기도 잡지 못했다. 그런 그녀가 잘할 수 있는 건 사진을 찍는 것이다. 이 둘의 만남은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흘러가게 되는데... 과연 어떤 운명을 맞이할까?
둘의 인연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
스메라기 하지메와 초소카베 레이카는 어린 시절에 만났던 인연이다. 하지만 스메라기 하지메는 초소카베 레이카를 잊고 지냈고 교토에서 쭉 살았다. 초소카베 레이카는 어렸을 때 부모님과 교토로 여행을 가다가 연쇄 추돌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자신은 병원에서 입원했으며 그때 스메라기 하지메를 만났는데 스메라기 하자메의 다정함에 살 용기를 얻는다.
시간이 흐른 후에 초소카베 레이카는 그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지만 스메라기 하지메는 그 기억을 잊고 살았는데 둘이 다시 만난 건 우체국에서 우연의 사건들의 연속에서 시작되었다. 그 우연의 사건들은 손님이 왕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대학교수가 스메라기 하지메가 일하는 우체국에 와서 난동을 부린 것과 사쿠라코라는 여자 버스킹 가수가 스메라기 하지메에게 도시락을 건네고 오는 순간부터였다. 사실은 초소카베 레이카가 그 사건들이 일어났을 때 우표를 사러 갔었는데 스메라기 하지메는 단순히 손님으로 본 것이다.
스메라기 하지메가 좋아한 사쿠라코라는 여성의 본심은?
사쿠라코라는 버스킹 여자 가수를 좋아하느라 정신이 팔린 스메라기 하지메는 그녀에게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주겠다며 애정 공세를 펼치는데 사실 사쿠라코의 이면에는 남자들을 등쳐먹고 자신의 친구들을 불러 협박하고 거금을 뜯어내는 나쁜 여자였다. 그런 사쿠라코에게 넘어가버린 스메라기 하지메를 구하기 위해 초소카베 레이카는 뒤에서 사진을 찍으며 미행했다.
미행을 당한 걸 들킨 사쿠라코는 초소카베 레이카에게 왜 미행을 했냐며 따지는데 둘은 주점에 가서 얘기를 나눈다. 그런데 싹수가 없는 사쿠라코에게 초소카베 레이카는 스메라기 하지메를 이용하면 안 된다는 경고를 하고 내일 만나지 말라고 한다. 왜냐하면 사쿠라코가 스메라기 하지메를 찌질이라며 비아냥 꺼렸기 때문이다. 또한 40만 엔의 거금을 스메라기 하지메에게 뜯어내려고 했었고 자신은 이제 데뷔를 한다며 거만하게 굴었다.
갑자기 시간이 멈춰버린다면?
이 영화에서는 판타지적인 요소도 들어가 있는데 바로 이름의 획이 길거나 느린 사람들에게 신들이 시간을 되돌려 주려고 시간을 멈추어준다는 것이다. 스메라기 하지메의 아버지는 가족을 버리고 죽으러 가려고 했지만 시간이 멈춰버리자 그게 마음대로 안됐다고 한다. 초소카베 레이카와 버스 기사만 시간이 멈춘 걸 인식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스메라기 하지메의 아버지도 두 번이나 겪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정작 자신은 가족을 사랑했고 버리고 간 게 아니라는 스메라기 하지메의 아버지는 시간이 또 한 번 멈추자 자신의 아들과 아내에게 할 일을 하고 사라진다.
스메라기 하지메에게 무슨 일들이 벌어졌던 것일까?
스메라기 하지메의 사진이 사진관에 떡 하니 붙어있는 걸 보고 스메라기 하지메는 의심을 품는다. 그뿐만이 아니라 항상 7시 정각에 일어나 출근을 하던 그가 알고 보니 하루 건너 뛴 월요일에 일어났고 사쿠라코에게 줄 40만 엔이 전자레인지에 있었고 자신은 피부가 새빨개 탄 채로 있었는데 그건 시간이 멈춘 날에 초소카베 레이카가 자신을 기억하게 만들려고 스메라기 하지메가 자주 타는 버스에 가자 40만 엔이 든 봉투를 훔치려는 괴한을 막고 3시간이 되는 거리를 버스 기사에게 가달라고 한다. 그곳은 스메라기 하지메가 초소카베 레이카를 기억할 만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초소카베 레이카는 멈춘 스메라기 하지메를 끌고 가 해변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이 영화는 대만의 영화 진옥훈 감독의 마이 미씽 발렌타인의 원작을 하고 있다. 남들보다 빠른 남자와 남들보다 느린 여자가 어린 시절에 만났지만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여자와 그 기억을 간직하지 못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딱히 로맨스 장면이 크게 나타나지 않지만 그때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고마운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남들보다 빠른 남들보다 느린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기억을 훑어보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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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새로운 방식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새로운 방식
넷플릭스 오리지널 <퀸메이커> 리뷰감독] 오진석, 문지영
출연] 김희애, 문소리, 류수영, 서이숙, 이경영, 진경
시놉시스]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던 황도희가 정의의 코뿔소라 불리며 잡초처럼 살아온 인권변호사 오경숙을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스포일러 유의#
이토록 여성을 강조하는 정치물이 있었던가
퀸메이커를 보는 내내 상당히 이질감을 느꼈던 부분이 바로 ‘여성’에 대한 강조였다. 과연 현실 정치판에서 여성에 대한 공약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선거가 어디에 있었을까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그만큼 현실 정치에서는 여성의 인권을 앞세운다기 보다는 보통의 인권을 주력하고, 당장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개발 및 유치와 같은 경제 중심의 정책이 앞세우곤 한다. 하지만 퀸메이커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여성’에 초점을 맞춘다. 공약 설명이나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의 1분 발표 시간에는 여성을 위한 서울시라는 문장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부분이 기존 정치물과 상당히 달랐던 요소였다.
기존 정치물에서는 남성 중심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정경유착을 주로 보여주면서 현실과 너무나도 비슷한 모습을 보며 관객에게 깨달음을 주었다면, 퀸메이커에서는 현실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여성’이라는 키워드가 정치의 주요한 쟁점이 되면서 오히려 시청자들이 이렇게까지 쟁점화되고 전면에 나올 수 있는 요소들이 왜 현실에서는 부각되지 않는 것일까? 그저 편을 가르고 서로를 비난하는 위치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황도희의 복수는 왜 시작되었을까은성그룹의 전략기획실장 황도희. 그녀는 여론을 주무르는 이미지 메이킹 전략의 귀재다. 기업의 골치 아픈 일을 매끄럽게 처리하면서 오너 일가의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그토록 충성을 바쳐왔던 은성그룹을 배신하고, 그들의 적이었던 오경숙 인권변호사를 서울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 캠프의 단장을 도맡는다. 황도희는 그간 오너 일가의 수많은 범죄행위들을 무마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해왔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었던 적이 없진 않았으나 한이슬의 죽음은 그녀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왜일까?
그 동일한 궁금증을 은성그룹의 사위 백재민 상무도 황도희에게 물어본다. 이제까지 수많은 리스크들을 처리해왔으면서 왜 갑자기 이젠 못하겠다고 하는지. 자신 역시 활도희 당신이 지켜야하는 오너그룹의 일가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작품을 보는 내내 활도희가 왜 은성그룹을 돌아섰는지, 이제껏 이보다 더한 일들도 해온 그녀가 이 일로 돌아설만큼 정말 큰 일이고, 충격적인 일이었는지 의문을 가졌었는데 작품에서 직접적으로 백상무라는 캐릭터를 통해 짚고 넘어가주고 있었다.
백상무는 어찌보면 오너일가로 편입된 사람이다. 본인도 그것을 느꼈기에 항상 황도희와 개인적으로 술을 마실 때면 자신은 황도희와 같은 입장이고 상황이라며 우리는 이 은성그룹 안에서 유일한 동지와도 같다는 표현을 자주한다. 외부에서 보기엔 은성그룹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위치에서 권력을 누리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실질적인 힘을 크게 가지고 있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자신의 은성그룹의 사위라면서 저지른 성폭행을 무마해달라고 황도희에게 노골적으로 요청했고, 그 과정에서 저지른 살해 행위에 대해 거짓으로 황도희에게 말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황도희에게 들키게 되고, 황도희는 이런 백상무에게 윤리적인 경멸과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고 믿었던 배신감이 동시에 작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은성그룹 일가에게서는 느끼지 않았던 배신감이 기폭제가 되었고, 성폭행이라는 같은 여성으로서의 모멸감이 작용하여 백상무에 대한 복수심으로 은성을 떠나 오경숙에게 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실이 승리하는 사회를 희망하며
전략가 황도희를 잃은 은성그룹은 사위의 과오를 덮고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전설적인 킹메이커로 유명한 칼 윤을 섭외해 온다. 그 과정에서 아주 다양한 음모와 범죄행위가 발생하는데, 황도희는 이 과정에서 아버지를 잃고 만다. 그저 백재민 상무를 시장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 은성그룹을 망하게 만들고야 말겠다는 복수로 확장된다.
아내 은채령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백재민은 회사 주변의 여성들을 성적인 대상으로 이용했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더 높은 자리에 앉혀주면서 그에 대한 보답을 했다. 국지연은 이러한 관계에 만족하면서 임신을 하게 되고, 이를 무기로 백재민을 잡고자 하지만 권력에 눈이 먼 백재민은 국지연을 살해하려고 한다. 정치인으로서 불륜과 혼외자는 너무나도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국지연을 자살로 위장하려 하지만 이를 알아챈 황도희와 오경숙은 결국 국지연을 살려내며 백재민의 추악한 모습을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만천하에 알린다.
어쩌면 드라마기에 짜릿한 권선징악으로 끝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현실이었다면 권력과 자본을 가진 백재민과 같은 캐릭터가 국지연이라는 인물을 자살로 위장하는 것은 너무나도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퀸메이커는 계속해서 백재민이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더 큰 잘못을 선택할 때마다 그 모든 행위를 하나씩 하나씩 벗겨나가면서 결국에는 진실이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론을 통해서 우리 사회 속에서도 시간이 걸릴지라도 결국에는 진실이 승리한다는 희망을 넌지시 심어주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퀸메이커는 남성이 강조되었던 기존 정치물과 달리 캐릭터와 소재 모두 여성을 내세우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현실 정치와 비교할 수 있게 만들어준 웰메이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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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고아성이 좋아, <삼진그룹영어토익반>넷플릭스 리뷰
상고 고졸출신인 자영(고아성)과 유나(이솜), 그리고 보람(박혜수)은 삼진그룹의 입사8년차 말단 동기들이다.
1995년대를 배경으로 '여성'과 '학벌'등의 요인으로 인한 차별로 이들에겐 '대리'라는 어느 평범한 직급을 따기까지는 고난의 과정이다.
그리고 이들이 대리가 되기 위해서는 토익 600점의 점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커피타기와 잔심부름이 연속인 회사생활에서 이들이 진짜 '일'을 하려면 대리의 직급이 절실하다.
그렇게 회사와 토익 공부를 병행한다. 생산관리3부 소속의 자영은 어느 날, 잔심부름을 하기위해 삼진그룹의 공장을 방문했다가 검은 폐수가 유출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침묵과 보고 사이에서 고민하던 자영은 결국 상부에게 보고하게 되지만, 회사에는 왠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폐수의 정체인 즉 ' 페놀'의 검사수치는 조작되고 만다
자영은 평범한 회사생활을 원하지만,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지 못하고 해고의 위험을 무릎쓰고도 진실을 파헤치기로 한다.
그리고 자영과 늘 함께하는 동지이자 동기인 유나와 보람도 동참하게 된다. 과연 이들은 회사의 진실을 파헤치고도, 무사히 대리로 진급할 수 있을 것인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혹여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의 영어강사 역할의 '타일러 러쉬'
왼쪽부터 자영, 유나, 보람 역의 고아성, 이솜, 박혜수
톡톡 튀는 영화의 연출도 보기 좋았지만
무엇보다 극 중의 배우들이 이끌어가는 연기 앙상블이 좋은 작품이었던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연기 구멍'이라고 할만한 주.조연들이 없었고
독립영화, 작은 영화에서 보았던 배우들을 발견하는 소소한 기쁨까지...
극 중 고졸출신 사원의 표식과도 같은 자주색 유니폼을 착용하는 직원들
대리 역의 '조현철'배우
주연 역의 캐릭터를 제외하고 영화 초반의 흡입력 있는 전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역할을 꼽자면,,
나는 최동수 대리 역의 '조현철' 배우 인 것 같다.
코믹하지만 마냥 가볍지 않은 연기와 독특한 보이스.
그리고 모션이 크지는 않지만 오밀조밀한 영화적 표정들.
상업적. 다양성 영화를 막론하고 여기저기 러브콜을 받는다는 것은 분명히 매력적인 배우임을 보여주는 것 같다.
부장 역의 김종수 배우(위) 낙하산 상무 역의 백현진(아래)
암 말기 환자로 삼진그룹 회계부의 부장자리를 떠난 봉현철 부장 역의 김종수 배우는
극 중의 따뜻한 아저씨 같은 인물로, 보람의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이다.
물론 키다리 아저씨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생략되거나 절제된 캐릭터의 모습들이 많지만.
오히려 절제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따뜻한 마음, 자연스러운 자상한 온기들이 더욱 감동적인 법이다.
김종수 배우는 그런 어려운 연기를 잘하는 말 그대로 < 연.기.잘.하.는. 배우>인 것 같다.
그리고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많이 출연했던 오태영 상무 역의 '백현진' 배우.
최근에는 올해 개봉했던 남궁선 감독의 '십개월의 미래' 라는 작품에서 산부의과의 의사역할로 보게 되었는데.
정말 유니크하고 개성있는 목소리와 연기가 눈에 띄었던 배우이다.
크지 않은 역할인데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개성있는 배우라는 점을 상기한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분명히 아쉬운 점은 있지만 (어느 정도 결말이 예상되거나 하는 진부한 설정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은 2020년 개봉 당시에 극장에서 봤던 작품이다.
최근 고아성 배우에게 관심이 생겼는데 마침 넷플릭스에 공개되었길래 얼른 팬심으로 다시 챙겨봤다.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은 충분히 재밌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작품이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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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10월 첫 주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조커: 폴리 아 되>가 차지했지만,
개봉 수익은 4,000만 달러에 그치며 1억 9천만 달러의 막대한 제작비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로튼 토마토에서 사용자 평점 37%, 평론가 평점 33%를 받았고,
IMDb에서도 5.4/10의 점수를 기록하는 등 관객과 평론가 모두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반응은 향후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는 어느새 700만 관객을 돌파한 <베테랑 2>가 10월에도 1위를 지키며
여전한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위인 <조커: 폴리 아 되>는 누적 관객 수 약 45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에서도 전작에 비해 다소 아쉬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묘> 김고은, <파친코> 노상현의 호연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대도시의 사랑법>이
박스오피스 3위에 등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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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년 전, 개봉한 영화 모아보기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신청 받은 주제는 바로 '위로와 용기를 주는' 영화입니다.
이 게시물 혹은 씨네픽 인스타그램에 올라간 동일 내용의 콘텐츠 게시물에
자신이 보고싶은 영화에 대해 적어주신다면 다음 콘텐츠를 올릴 때 여러분들의 댓글을 바탕으로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작해볼까요?٩( ᐛ )و
러빙 빈센트 (2017)
ⓒ 네이버 영화
synopsis
빈센트 반 고흐의 미스터리 한 죽음을 바탕으로 기획부터 완성까지 총 10년이 걸린 전 세계 최초 유화 애니메이션
cine pick!
도로타 코비엘라 감독이 제작한 2분 가량의 짧은 단편으로 시작된 <러빙 빈센트>는 기획부터 제작까지 총 10년이 걸린 작품이다. 캔버스와 동일한 스크린 비율로 제작하여 더욱더 특별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스플릿 (2016)
ⓒ 네이버 영화
synopsis
과거 볼링계의 전설이라 불리며 이름을 날리던 ‘철종’은 불운의 사고로 모든 것을 잃고 낮에는 가짜석유 판매원, 밤에는 도박볼링판에서 선수로 뛰며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살지만 볼링만큼은 천재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영훈’을 우연히 만난 후, ‘철종’은 ‘영훈’을 자신의 파트너로 끌어들이게 된다. ‘철종’의 조력자이자 도박판의 브로커 ‘희진’의 주도 아래 드디어 큰 판이 벌어지게 되고, ‘철종’과 끈질긴 악연의 ‘두꺼비’까지 가세해 치열한 승부가 시작 되는데…cine pick!
단골 소재인도박을 그동한 한번도 보지 못했던 '볼링'과 연결 지어 새로운 도박 영화를 만들었다. 긴장과 스릴감 넘치는 영화로 배우들의 캐릭터 변신 또한 새로운 재미 요소이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2016)
ⓒ 네이버 영화
synopsis
하루 아침에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남자가 하루를 더 사는 대신 세상에서 무언가 한 가지씩 없애겠다는 의문의 존재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특별하고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
cine pick!
가와무라 겐키가 처음으로 집필한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일본 현지 개봉 당시 5주 만에 흥행 수입 100억 원을 돌파하며 흥행했다.
사랑따윈 필요없어 (2006)
ⓒ 네이버 영화
synopsis
최고의 호스트 줄리앙은 클럽 퇴출과 28억7천만원의 엄청난 빚을 지게 된다. 우연히 자신의
운전사 류진의 핸드폰을 손에 넣은 줄리앙은 그의 유일한 혈육이 상속녀라는 사실을 알고,
그의 행세를 하기 시작하는데...
cine pick!
2002년 일본 TBS에서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원작의 설정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안정된 연기력으로 사랑을 받아온 배우 김주혁과 문근영이 만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뉴니스 (2017)
ⓒ 네이버 영화
synopsis
데이팅 어플을 통해 만나게 된 마틴과 가비. 가벼운 만남으로 시작했지만 서로의 매력에 빠져
이내 새로운 연인이 된다. 하지만 사랑이 깊어질수록, 서로를 좀 더 알아갈수록 애증도 함께
깊어지고…
cine pick!
다양한 멜로 장르에서 독보적 연출력을 선보여왔던 드레이크 도리머스가 메가폰을 잡아
새롭고 또 섬세한 로맨스 영화를 보여준다. 감각적인 영상으로 뛰어난 영상미와 영화의
몰입감을 한 층 높여주는 음악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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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2차대전 독일군에 의해 고립된 연합군 병사들의 최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한 전쟁영화 덩케르크(2017)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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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소희 한 사람의 죽음이 드러낸 현실
?Rabbitgumi 입니다!
영화 다음 소희가 개봉했어요.
과거 전주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요.
가슴아픈 현실을 볼 수 있는 영화에요.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콜센터 직원들의 노동 현실과 고등학교 현장 실습의 현실이 잘 표현되어 있어요.
누가 죽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지금의 현실이 무척 답답하게 느껴지는 영화에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저의 간단한 리뷰를 영상에서 말씀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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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 닮은 역사 예고편
산 자여 기억하라!
5월의 ‘광주’를, 5월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1980년 5월 18일 좋은 빛(光州, Good Light)이라는 뜻을 가진 ‘광주’의 시민들이 신군부 세력에 의해 7천여 명이 무고한 희생을 당하고 있을 때, 좋은 공기(Buenos Aires, Good Air)라는 뜻을 가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국가 권력 또한 3만여 명의 시민들을 실종자로 만들었다.
지구 반대편,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두 도시의 같은 이름처럼 놀랄 만큼 닮은 학살의 고통. 아직도 아픈 역사 속 시대를 겪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남편과 자식을 지키기 위해 나섰던 광주의 어머니들은 오늘도 그날의 진상을 규명하고, 사라지고 있는 항쟁의 흔적을 복원하라고 투쟁한다. 강제 실종된 자식을 찾고자 77년부터 시작된 부에노스아이레스 어머니들의 5월 광장 침묵 행진은 지금까지도 같은 마음으로 계속된다.
평범했던 그들을 움직이고, 깨닫고, 투쟁하게 했던 국가 폭력의 기억은 이제 시대를 넘어 우리 다음 세대에게 전달돼 추모와 애도의 현재적 의미를 다지고, 우리가 정립해나가고자 하는 미래로 향해, 분명 더 좋은 빛과 더 좋은 공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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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잃어버린 아이들> 메인 예고편
어린 아들의 사진이 담긴 깃발을 오토바이에 꽂고
15년째 중국 전역을 누비는 레이저콴.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선 그는
이제 그만 포기하라는 사람들의 만류도 아랑곳하지 않고
크고 작은 도움을 전해준 사람들의 마음을 노트에 빼곡히 기록하며
언제나처럼 다시 길을 나선다.
잃어버린 것이 아이인지 자신인지 모를 만큼
그저 묵묵히 아이를 찾으러 다니던 어느 날,
레이저콴은 우연히 오토바이 수리점에서
4살 때 유괴를 당했다는 청년 쩡솨이의 도움을 받게 되고,
오랜 시간 아들을 찾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본 쩡솨이는
자식처럼 레이저콴을 따라와 그의 여정에 동행한다.
삐걱거리는 듯해도 부자의 정을 보상받듯 마음이 통하는 두 사람은
단편적인 기억을 단서 삼아 쩡솨이의 가족을 함께 찾기로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