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2-18 12:01:44
2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1
크리스토퍼 놀란 <오디세이> 첫 모습 공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 역을 맡은 맷 데이먼의 첫 모습이 공개되었습니다.
공개된 모습으로 비추어 볼 때, 놀란은 현대적인 해석보다는 전통적인 그리스 배경을 선택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디세이>는 2026년 7월 17일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통해 극장 개봉될 예정이며,
맷 데이먼, 톰 홀랜드, 앤 해서웨이, 젠데이아, 루피타 뇽오, 로버트 패틴슨, 샤를리즈 테론 등 유수의 많은 배우가 출연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우 케이트 윈슬렛, 영화감독 데뷔 앞뒀다

수식어가 필요 없는 배우인 케이트 윈슬렛이 영화 <Goodbye June 굿바이 준>으로 감독 데뷔를 앞뒀습니다.
케이트 솔로몬과 윈슬렛이 공동제작하며, 워킹 타이틀이 총괄 제작자로 참여하는 <굿바이 준>은 윈슬렛의 아들 조 앤더슨이 각본을 썼고,
현재 영국을 배경으로 갑작스럽게 겪게 되는 힘든 현실을 계기로 함께 뭉치게 되는 붕괴된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고 합니다.
토니 콜렛, 조니 플린과 더불어 윈슬렛 본인도 영화에 출연할 예정입니다.
폴 메스칼, 조쉬 오코너 주연 퀴어 영화 <역사의 소리> MUBI 판권 구매

연기력과 스타성을 인정받고 있는 신예 폴 메스칼과 조쉬 오코너가 출연하는 퀴어 영화 에 MUBI가 합류했습니다.
벤 샷턱이 쓴 단편 소설을 기반으로 한 이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 동안, 리오넬(메스칼)과 데이비드(오코너)가
나라의 이야기와 노래를 녹음하며 사랑에 빠지는 역사적 로맨스 드라마로 알려졌으며, 2025년 칸 영화제에서 첫 상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배우 해리스 딕킨슨의 감독 데뷔작 <Urchin>

<베이비걸>, <슬픔의 삼각형> 등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배우 해리스 딕킨슨이 첫 장편영화 연출에 도전했습니다.
그가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장편 영화 <Urchin 부랑아>는 베를린 유럽 필름 마켓(EFM)에서 판매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영화는 런던에서 자멸의 고리에 갇혀 자신의 삶을 바꾸려는 노숙자 마이크의 이야기를 다루며,
“거칠고 어처구니없으며, 우리를 다시 끌어당기는 이상한 패턴에 관한 이야기”라고 알려졌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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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파민 시대에 찾아온 으른의 로맨스
한국의 워킹타이틀. 개인적으로 명필름의 로맨틱 코미디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접속>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후아유> <광식이 동생 광태> <시라노; 연애조작단> <건축학개론> 등 우리나라의 굵직한 로코물은 다 명필름에서 나왔다. 심재명 대표 또한 한 때는 한국의 워킹 타이틀을 꿈꿨다고 했을 정도라고 하니 이건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11년 만에 명필름에서 내놓은 <싱글 인 서울>은 그래서 기대한 작품이다. 이번엔 어떤 사랑 이야기를 가져왔을까? 뚜껑을 열어보니 첫사랑에 관한 달콤 쌉싸름한 퍼즐 맞추기를 하듯 명필름 표 으른의 현실 로맨스가 담겨있었다.
얼굴은 말끔하고 호소력 있는 보이스 소유자 논술학원 강사 영호(이동욱)는 혼자다. ‘싱글에게 썸은 불륜이다’라고 가차 없이 말하는 그는 혼자가 좋아서 싱글로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출판사 동네북 대표 진표(장현성)로부터 서울에서 혼자 사는 남자의 삶을 다룬 에세이를 써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는다. 에세이 ‘싱글 인 더 시티’ 중 서울 편을 맡아달라는 것. 동네북 편집장 현진(임수정)은 대표와 생각이 다르다. SNS만 봐도 까칠함이 느껴지고, 바르셀로나 편의 이야기와 톤앤매너가 잘 맞지 않을 것 같아 그녀는 영호와의 작업을 마냥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그러질 뻔한 책 출판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손을 잡는다. 책을 만들기 위해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들은 점점 가까워지고, 그동안 잊고 지냈던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출판사 직원들은 영호의 글과 바르셀로나 편을 집필하는 홍 작가(이솜)의 일부 에피소드가 겹친다는 걸 알아챈다.
<싱글 인 서울>을 보면 휴 그랜트, 드류 베리모어 주연의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을 떠올리게 한다. 음악이 책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하나의 공동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남녀가 가까워진다는 로맨스 공식은 동일하다.
이처럼 서로 상극처럼 보이는 영호와 현진의 공통점은 딱 하나, 바로 싱글이다. 물론, 자의적, 타의적 싱글이라는 건 다른점. 특히 영호는 아팠던 첫사랑의 기억을 다시금 겪지 않기 위해 싱글을 자처하는 인물인데, 원문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편집자처럼 현진은 과거 그의 아픔을 확인하고, 그 외로움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결국 이들은 싸우고, 대립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책도 사랑도 완성한다.
<싱글 인 서울>이 흥미로운 지점은 이 부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는 점이다. 감독은 영호가 가진 첫사랑의 기억은 과연 누구를 위한 기억인가를 밝힌다. 당시 여자의 입장은 어땠는지, 그녀 또한 상처를 받지 않았는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헤어진 이유는 무엇인지를 영호가 아닌 첫사랑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소개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영호의 기억은 자신의 아픔을 감추려는 게 아닌 지질하고 이기적이었던 과거의 본모습을 감추려는 방어기제로 쓰였다는 걸 알게 된다. 이 작은 반전은 대부분의 첫사랑을 경험한 이들에게 낯 뜨거움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이는 공감대를 전한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과거 왜곡된 사랑의 민낯을 마주하고 이를 잘 봉합해야 그다음 사랑을 아름답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이 부분은 명필름이 만든 로코물 또한 한 단계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광식이 동생 광태> <건축학개론> 등의 작품에서 첫사랑은 남자의 시각으로 펼쳐져 왔다. 그 자체로서 사랑에 울고 웃었던 이들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다가왔지만, 결국 사랑이라는 게 혼자가 아닌 둘이 한다는 점에서 그 아쉬움은 존재했다. 명필름은 오랜만에 내놓는 로코물인 이 작품을 통해서 그 단점을 메우고 새로운 시각으로 사랑을 바라보게 한다.
로맨틱 코미디는 서로 다른 이들이 사랑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자신 또한 한 단계 성장한다는 이야기를 담는다. 사랑이 사치인 시대에서 이 공식은 점점 그 설자리를 잃어가는 게 현실. <싱글 인 서울>은 이 부분을 반영하듯 싱글 라이프를 전면에 내세우고 현실 로맨스를 그린다. 하지만 도파민 중독의 시대에서 이들의 현실 로코는 아무래도 밋밋해 보인다.
가장 아쉬운 건 후반부 사랑과 성장의 엣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광식(김주혁)의 축가 장면,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바닷가 고백 장면 등 과거 철없던 첫사랑의 매듭을 짓고, 사랑했던 이를 보내며 자신 또한 한 단계 성장하는 극적인 장면은 눈에 띄지 않는다. 과거 영호가 읽은 책의 실체를 확인하고 홍작가와 서로 응원 및 화해를 하지만 임팩트는 약하다.
여기에 후반부 영호의 첫사랑 에피소드가 주를 이루면서 현진의 캐릭터가 다소 축소되고, 그동안 견고히 쌓았던 이들의 로맨스 감정이 분산된다. 윤문으로 방향을 살짝 튼 이야기가 도리어 초안의 맛을 앗아간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이 작품이 마음을 부여잡는 건 과하지 않고 담백한 현실 로맨스를 그린 임수정, 이동욱의 연기다. 현실 싱글 라이프를 보여주는 동시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모습은 없던 호감도 생긴다. 여기에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서울의 아름다운 명소가 분위기를 만든다. 영호의 카메라에 담기거나 이들의 배경이 되는 서울의 낭만적인 장소, 김현철의 ‘오랜만에’, 악뮤의 ‘오랜 날 오랜 밤’ 등 극의 분위기를 살리는 음악 등은 판타지는 덜하지만 현실적인 으른의 로맨스를 살리는 일등공신! 사랑의 아픔 때문에 주저하는 이들이라면, 이 작품을 보고 깨달음과 용기를 얻길 바란다. 싱글에게 썸은 더이상 불륜이 아니라 ‘사랑’이니까!
사진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평점: 3.0 /5.0
한줄평: 애들은 가라~ 명필름 표 으른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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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대한 공감으로 만들어낸마블 영화
인생에서 진정한 사랑을 만나는 것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아주 형편없는 생활을 하던 사람도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면서 생각을 다시 잡고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아가려 노력한다. 그렇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전체 인생에서 보면 아주 짧은 순간이다. 그 기쁜 순간을 지나고 화학물질이 만드는 인체의 사랑 호르몬 분비가 끝나는 시기가 되면 열정적인 사랑도 시들어간다. 하지만 그 사랑을 위해 뛰어든 두 사람의 삶은 이미 꽤 많은 변화를 이룬 후일 것이다. 정말 상대방을 위하는 존재를 만났다면 두 사람은 자신의 바뀐 삶에 적응하며 열정적인 사랑 대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 자신의 동반자의 손을 잡고 같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두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가족을 통해 그들의 삶의 에너지를 그다음 세대로 서서히 내린다. 그렇게 아주 완벽한 모습의 가족이라고 해도 그 안에는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서로 불만이 쌓여 다투기도 하고, 서로에게 아쉬움을 토로하는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부가 된 두 사람 중 한 명이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그로 인한 그늘은 다른 어떤 상황에서보다 어두울 것이다. 남은 사람은 그 자신이 운명을 다할 때까지 상대방을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면서, 또 남은 가족들을 챙겨갈 것이다. 두 사람이 만들었던 그 가족이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할지 아니면 깨져버릴지는 순전히 남은 가족들의 몫으로 남는다.
한 가족의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마블 영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마블 히어로 영화지만 한 부부의 사랑이야기에서 파생된 이야기다. 웬우(양조위)는 수세기 동안 텐 링즈를 이끌며 세상을 자신의 의지대로 이끌었던 인물이다. 열 개의 팔찌를 낀 그는 팔찌의 힘으로 다양한 조직과 싸우면서 자신의 조직인 텐 링즈를 운영하고 있다. 어찌 보면 세상의 어두움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갔던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탈로라는 신비한 세계의 힘을 빼앗기 위해 그곳에 갔다가 입구에 지키고 있던 여인 리(진법랍)을 만난다. 팔찌의 힘을 이용해 싸우는 웬우를 막기 위해 맞서 싸우는 리는 아주 부드럽고 우아하게 웬우를 막아선다. 그 둘은 한동안 매일 서로 만나며 대결을 벌이다가 결국 사랑에 빠진다.
웬우와 리는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들의 기존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웬우는 팔찌를 빼고 악행을 하지 않았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지 않았다. 리는 탈로에서 나와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그들은 아들 샹치(시무 리우)와 딸 샤링(장멍)을 낳았고 행복한 삶을 이어가는 듯했지만 아내 리의 죽음으로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그들이 만들었던 사랑은 아주 따뜻하고 밝은 에너지를 만들어냈지만 한 순간에 큰 그늘이 지고 말았다. 영화는 이렇게 뿔뿔이 흩어진 가족 가운데 아들 샹치의 시점을 중심으로 하여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어쩌면 마블 영화 시리즈 중에서 가장 사랑에 집중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주인공 샹치의 가족 이야기가 기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모든 일이 발생한 것은 웬우가 가진 아내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때문이다. 그는 영화의 가장 강력한 빌런이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그가 가진 감정을 완전히 공감할 수 있게 되어 있어 그가 행하는 악행은 결국에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웬우는 영화의 초반에 잠깐 등장하고 중반 이후에 본격적으로 다시 등장하게 되는데 그가 등장하는 장면들에 그의 표정은 우리가 흔히 보던 악당의 모습이 아닌 우울하고 의욕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다. 그가 행하는 악행의 이유가 드러나는 후반부가 되면 관객은 더욱 그의 감정에 공감하고 몰입하게 된다.
주인공 상치보다 공감 가는 캐릭터 웬우
물론 영화의 주인공은 샹치다. 영화 초반은 샹치가 미국에서 일을 하며 혼자 생활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케이티(아콰피나)와 자유로운 생활을 하던 그는 아버지 웬우가 보낸 괴한들의 습격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예전 삶에 대한 기억들을 더듬어 나간다. 동생 샤링과 다시 만나고 결국에는 웬우와 다시 재회하게 되는데, 다시 만난 아버지 웬우와 같이 앉은 샹치와 샤링의 모습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영화는 한 가정의 그늘이 만들어진 이후, 각자가 짊어지고 있던 그늘이 그들을 어떤 식으로 변하게 했는지를 재회한 그날 이 가족의 식사 장면으로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웬우는 자신에게 들리는 목소리를 따라가며 좋지 않은 선택을 하지만 자신의 자녀인 샹치와 샤링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웬우가 샹치와 샤링을 볼 때 나타나는 단호한 눈빛에는 따뜻한 연민이 잠깐 머물다 사라진다. 웬우가 샹치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은 애증일 것이다. 아내의 죽음의 순간에 함께 있었던 아들에 대한 원망과 그래도 사랑했던 아들에 대한 애정을 가진 웬우의 감정은 배우 양조위의 눈빛과 몸짓으로 훌륭하게 표현된다. 그래서 적어도 샹치 캐릭터의 첫 영화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샹치가 아닌 웬우가 진정한 영화의 주인공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격투 액션 장면은 마치 중국 무협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빠른 속도감과 타격감을 통해 중국 무협 영화들에서만 보던 화려한 격투 액션을 마블 세계관 안에 훌륭하게 가지고 왔다. 때론 빠르게, 때론 부드러운 액션 장면으로 강약 조절을 해나가던 영화는 후반부에는 마블 히어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CG 액션과 화려한 무기들을 등장시켜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이번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액션 장면들은 그동안 마블 영화들에서 볼 수 없는 종류의 무협 액션이 다채롭게 담겨있다는 것이다.
샹치가 활용하는 무술은 강력한 동작으로 강하게 타격하는 형태다. 이는 아버지인 웬우와 텐 링즈의 고수들에게 배운 스타일이다. 반면에 어머니인 리와 탈로를 지키는 사람들이 쓰는 무술은 부드럽게 상대의 힘을 이용해 반격을 가하는 스타일이다. 완전히 상반되는 격투 스타일은 캐릭터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 초반 웬우와 리가 만나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서로 완전히 상반된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상대방의 스타일에 끌려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는데, 상반된 스타일의 두 사람이 만나 어찌 보면 완벽한 가족이 될 수 있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샹치도 아버지의 격투 스타일로 시작했지만 탈로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무술을 배우면서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의 스타일을 모두 받아들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정통 무협 스타일과 마블 히어로 액션 스타일의 성공적인 조화
마블은 새로운 페이즈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얼마 전 개봉했던 <블랙 위도우>에서는 러시아 국적이나 배경을 가진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이번에는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또한 많은 대사를 실제 중국어로 구사하게 하여 더욱 해당 문화를 표현하려 노력했다. 아마도 향후 개봉하게 되는 마블 영화들에는 더욱 다양한 국적의 히어로나 인물들이 포함되고 해당 문화권의 특징들도 영화에 담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마블 영화에서 한국어가 들리거나 그 외의 나라 언어들이 높은 비중으로 포함된다면 마블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샹치가 처음 소개되는 영화다. 그래서 샹치의 캐릭터의 특성과 격투 스타일이 어디서 왔는지, 그 근원에 대해 알려주고자 구상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샹치가 대부분의 장면에 등장하지만 이번 영화는 샹치의 윗 세대의 이야기가 끝맺어진다. 샹치의 아버지 웬우와 어머니 리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두 사람의 죽음으로 그 사랑이 끝나는 순간까지가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격적인 샹치 캐릭터의 모험은 그가 등장할 다음 마블 영화부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대사가 중국어로 이루어지지만 정작 중국 본토에서는 이 영화의 개봉이 금지되어있는 상황이다.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개봉을 하지 못하는 이 영화는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극장 개봉에 들어갔으며 꽤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마블 영화를 보여준 마블 스튜디오는 이 영화를 시작으로 새로운 페이즈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11월에는 <이터널스>, 12월에는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이 시리즈의 이야기를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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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죽었다 | SNS 사이로 진짜 범인을 찾아줘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고객이 맡긴 열쇠로 남의 집을 훔쳐보는 취미를 지닌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 그는 우연히 편의점에서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를 만난 후 그녀의 삶을 지켜본다. 소시지 핫바를 사 먹으면서 비건 샐러드 사진을 포스팅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본능적으로 흥미를 느꼈기 때문. 때마침 이사를 결심한 한소라는 구정태에게 집 키를 맡기고, 구정태는 자유로이 그녀 집을 드나든다.
그러던 어느 날, 구정태는 소파에 죽은 채 늘어진 한소라를 발견한다. 그는 의심스러운 자기 행적을 지우기 위해 애쓰지만, 약점을 쥔 범인이 자기를 협박해 오자 그는 패닉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강력반 형사 ‘오영주’(이엘)의 수사망도 그를 향해 좁혀진다. 이에 구정태는 억울함을 밝힐 증거를 찾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소라의 SNS 속을 떠돌기 시작한다.
바뀐 시대와 인간을 담은 스릴러
스릴러는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장르다.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부터 <추격자>와 <끝까지 간다>, 그리고 <잠>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관객을 사로잡았다. 다만 높은 인기만큼 스릴러는 정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다. 서스펜스가 중심인 플롯만 있으면 스릴러의 자격이 있으니까. 그나마 도망자 대 추적자의 구도가 한 기준점이 될 뿐이다.
이처럼 구분이 애매하다는 말은 곧 범용성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러 사건과 이야기를 자유롭게 결합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다 보니 스릴러는 신선함을 유지하기 어렵다. 다루지 않은 사건, 인물, 구도와 전개가 없으므로. 그래서 가장 쉽게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임시완과 천우희 주연의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나 손석구의 <댓글부대>처럼.
<그녀가 죽었다>는 그 연장선상에 위치한 작품이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SNS의 영향력을 활용한 범죄 사건을 중심에 둔 스릴러다. 특히 단순히 범죄 수단이나 도구의 변화뿐만 아니라 시대에 발맞춰 달라진 사람들의 심리와 내면까지 통찰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 덕분에 <그녀가 죽었다>는 기시감과 개연성 부족 등 적지 않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힘 있게 달리는 데 성공했다.
내가 만든 '나'를 지키는 싸움
SNS의 파급력이 커지면서 우리는 이제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주는 내 모습대로 '가상의 나'를 꾸며낸다. 때로는 '현실의 나'보다 '가상의 나'를 가꾸고 유지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 허상은 내 본모습을 대신하기도 한다. 현실의 내가 어떻게 살고, 어떤 사람인지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진다.
<그녀가 죽었다> 속 두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몸을 팔아 하루하루 살던 한소라는 선행으로 가득한 SNS 피드가 관심을 끌고,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에 유기견과 길고양이 입양, 보육원과 요양원 봉사로 피드를 가득 채운다. 실상은 후원금을 빼먹는 사기꾼이지만, 그녀는 점점 그 허상 속에 빠져든다.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이 자기를 버렸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는 피해자라고 굳게 믿으면서.
구정태 역시 방패막이를 앞세워 본모습을 숨긴다. 그는 대한민국 최대의 부동산 카페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강사로서 받은 관심을 먹고 산다. 공인중개사로서 뛰어난 평판은 그가 범죄를 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키를 맡기는 집주인이 많아질수록 집에 침입하기 쉬워지니까. 그래서 그는 평판과 겉모습을 유지하는 데만 애쓸 뿐, 자기 취미가 어디서부터 잘못되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녀가 죽었다>는 각자가 꾸며낸 세계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남의 관심을 받기 위해 활짝 열어둔 문은 자기 인생을 파괴할 지름길이 되니까. 남을 향한 관심은 자기를 찌르는 칼이 되어 돌아오고. 구정태와 한소라 둘 다 결국에는 자기가 판 자기 무덤에 빠지지 않으려 발버둥 칠 뿐이다.
붕 떠버린 캐릭터
다만 <그녀가 죽었다>가 이면에 숨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힘은 충분하지 않다. 이 이야기는 캐릭터가 핵심이다. 그들이 돋보일수록 갈등도 분명해진다. 각 인물의 세계에 관객이 공감을 많이 할수록, 그들에게 SNS와 타인의 관심이 갖는 의미나 그 세계가 무너질 때 닥쳐오는 위기감이 명확히 모습을 드러낼 테니까.
그런데 영화는 정작 캐릭터에게 그리 공을 들이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콘셉트만 있을 뿐, 콘셉트를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은 부족하다. 자연히 주연을 포함한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생동감이 없다. 그나마 개인사가 일부 밝혀진 한소라의 행적은 따라갈 수 있다. 피해망상이 섞인 사이코패스라고 본다면 큰 문제가 없다.
반면에 구정태라는 캐릭터는 최소한의 설명도 없다.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관음증 환자, 스토커를 한 인물에게 몰아준 설정만 있는 격이다. 그가 자기 기질을 깨닫게 된 계기나, 악취미를 갖게 된 동기 등은 조금도 설명되지 않는다. 결국 구정태라는 인물은 그가 소유한 거대한 창고만큼이나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그가 마지막에 얻은 깨달음이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러닝타임 내내 흘러나오는 내레이션이 의도와는 달리 몰입을 방해하는 원인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내레이션은 두 주인공이 자기가 만든 세계와 현실 간의 괴리를 합리화하는 기제를 보여준다. 구성태와 달리 한소라가 자기 문제를 끝내 깨닫지 못하는 모습도 내레이션의 온도 차이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런데 캐릭터가 설득력이 없다 보니, 특히 구정태의 내레이션은 붕 뜬 채 영화 분위기와 좀처럼 융화되지 않는다.
미처 지우지 못한 기시감
몰입감이 떨어지는 대목에서는 애써 감추려던 기시감도 흘러나온다. 예를 들어 <그녀가 죽었다>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와 매우 흡사하게 전개된다. 두 주인공의 관계나 직업만 다를 뿐, 피해자가 사실 가해자라는 플롯은 다를 게 없다. 자연히 <그녀가 죽었다>가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데 필연적으로 한계가 따른다. 스릴러를 좋아할수록, 예상이 쉽기 때문이다.
경찰을 활용해 한계선을 늘리려는 시도는 엿보인다. 영화는 피해자 한소라까지 의심하는 오영주와 기존 수사 관행에 의지하는 다른 경찰 간의 갈등을 은연중에 거듭 암시한다. 가리키는 방향이 충돌하는 가설과 증거를 보여주면서 관객을 조금이라도 더 현혹하고, 반전의 충격을 키워보려는 노력인 셈이다. 다만 경찰에게 주어진 분량이 절대적으로 적다 보니 큰 효과는 없다.
반면에 예측가능한 전개 덕분에 오히려 세밀하고 현실적인 아이디어가 힘을 발휘하는 대목도 있다. 공인중개사에게 도어록 비밀번호를 알려주거나 열쇠를 맡기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일이지만, 범죄에 활용될 수 있다며 신뢰를 잃는 순간 이는 예상 못한 스릴로 전환된다. 딥페이크와 유사한 범죄가 스쳐 지나가는 대목 역시 같은 맥락에서 꽤 흥미롭다.
배우의 힘
또 신혜선과 변요한, 두 주연 배우의 힘을 빌려 단점을 순간적으로 감추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소라가 피해자 행세를 하며 광기를 발산하거나, 어머니 유골함에서 범인이 숨긴 증거를 꺼내며 구정태가 오열하는 순간이 대표적이다.
이는 두 캐릭터의 시점으로 나뉜 편집에도 힘을 불어넣는다. 각 파트를 책임진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두 이야기가 하나로 겹쳐지는 지점에서의 폭발력만큼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그 덕분에 <그녀가 죽었다>는 숱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SNS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스릴러로서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Acceptable 무난함
인생샷과 댓글 사이로 '나를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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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서울의 봄> 열기를 이어받아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 6일만에 200만 명의 관객수를
돌파했습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오는 25일까지 성탄절 연휴 동안 관객 몰이를 이어갈것으로 전망됩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노량: 죽음의 바다>는 12월 25일 오전 10시를 넘어가면서 누적 관객수 2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2위로 오른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수를 기록하면서 황정민은 <국제시장> <베테랑>에 이어 <서울의 봄>으로 3번째
천만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해양 액션 블록버스터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이 개봉 첫날 전체 외화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습니다. 전 세계 흥행 수익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호평받았던 <아쿠아맨>과 달리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의 흥행 전망이 밝지 않아보입니다. 북미에서 1위에 올랐지만 레드 카펫이나 프리미어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았고, 만듦새도 아쉽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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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922억이란 숫자
- 근현대사는 관련 인물들이 실존해 있을 정도로 현재와 밀접한 역사이기에 교과서의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글로만 읽었던 1212사태가 지금의 60대들이 청년기에 겪은 일이라 생각해 보면 자못 놀랍기까지 하다. 불과 2년 전에 사망한 전두환이 신군부세력으로 정권을 장악하고 훗날 광주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까지의 시발점이 된 1212사태가 교과서의 한 줄로 남기에는 애석하다. 영화 <서울의 봄>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아로새겨야 할 역사를 예술을 도구삼아 설파한다.영화 <서울의 봄>은 1212사태를 배경으로 주요 인물들을 실제 인물들의 이름을 조금씩 바꾸어 마치 픽션처럼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줄거리와 주인공들의 이름들을 보노라면 이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기초하였음을 누구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한 마디로 영화 같은 일을 영화로 만든 것인데 주로 아름답게 표현되던 수식어가 이토록 소름끼치는 것이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이 역사적 실화를 기초하여 만들었다는 것이 한탄스럽기까지 하다. 관련인들이 지금까지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1212사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영화 <서울의 봄>은 그 현재진행형을 교과서 한편에 문장으로 남겨두지 않도록 애쓰는 노력이자 운동이라 볼 수 있겠다.실화를 기초로 각색한 영화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온갖 신파를 끼얹어서 마치 눈물을 억지로 뽑아내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영화의 기능을 충실히 만들기만 했을 뿐인데도 피가 거꾸로 솟아날 것 같은 공감을 자아내는 것이다. 영화 <서울의 봄>은 가히 후자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데, 영화가 꽤나 박진감 넘치지만 실은 담백하게 그려내려 애썼다는 것(오진호소령의 이야기는 놀랍지만 실제로도 총을 쏜 박종규 중령과 막역한 사이였다)이 그 이유이다. 배우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 것과 화면분할 연출을 통해서 통화내용임에도 마치 액션장면과 같이 박진감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것 등에서 영화적 재미와 문법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다만 극 중 야망과 자격지심 등이 고루 보이던 악역에 비하여 선역으로 표현되는 이태신의 캐릭터가 다소 단편적인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긴 러닝타임 내에 주인공들이 수행해야 할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분명히 나아감에 있어 지체할 시간이 없는 것을 보아 이는 실수보다는 감독의 선택에 가깝다. 더불어 이태신을 이순신에 투영한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는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가져왔을 뿐 이태신은 그 당시 존재했어야 하는 올바른 인간상을 함축하였다고 볼 수 있다.영화는 대중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술이다. 영화 <도가니> 등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를 통하여 법이 개정되기도 하며 <남산의 부장들>들과 같은 영화들을 통해 근현대사를 다시 조망하기도 하고 <명량>을 시작으로 한 이순신 프로젝트 등을 통해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인물을 다시금 관객들에게 각인시키기도 한다. 다만 영화는 대중예술이라는 점에서 작품의 완성도가 방해가 되지 않을 때 비로소 관객은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고, 그러한 점에서 보자면 영화 <서울의 봄>은 기능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잘 만든 영화라 할 수 있겠다.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각각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는 이태신과 전두광은 선악으로 대비되면서도 그 시대의 인간군상에 대한 적나라한 분류로도 보인다. 더군다나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에서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김희성(변요한)이 카메라 셔터를 마치 총성처럼 누르던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극 중 인물들의 이름은 실제 인물들과 다르지만서도 그들의 이력은 실제로 알림으로써 영화 <서울의 봄>은 자신의 마지막 기능을 다하고 막을 내린다.파주에 전두환의 유해가 안치되는 것과 관련하여 파주시장과 시민들은 학살자가 누울 곳은 없다며 적극 반대하는 입장을 내세웠다. (갈 곳 없는 '서울의 봄' 전두광…파주시장 "전두환 유해 안장 결사 반대" - 뉴스1 (news1.kr)) 전두환에게 채 받아내지 못한 922억의 추징금을 가히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화 <서울의 봄>이 쏘아 올린 포탄이 1212사태를 잘 모르는 연령층에게 불씨로 남아 선대가 미처 다 청산하지 못한 과오를 잊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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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직 그녀만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하여
‘이건 콘서트가 아니라 시네마잖아!’ 라고, 아이맥스 상영관을 걸어나오면서 생각했다. 다른 가수들이 같은 시도를 해본다면 과연 그녀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영화관은 무엇이 될 것인가. 영화의 제목이 ‘투어’라는 아이러니에도 불구하고, <테일러 스위프트 : 디 에라스 투어>는 영화에 관한 길고 긴 질문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그 원천은 분명히 개인적인 팬심과는 다른 것이었다. 상영관 안에서, 테일러 스위프트는 무대가 아닌 스크린 위에 이미지와 목소리, 내러티브를 마음껏 펼쳐 놓았다. 그리고 가사에 따라붙는 제스처와 디자인을 관객의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마치 시네마처럼!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악은 알게 모르게 나를 키웠다. 마일리 사이러스, 케이티 페리, 셀레나 고메즈,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 십대인 내게 유튜브로 보고 듣는 팝송의 매력을 처음으로 알려 주었고, 완벽히 꾸민 세트장에서 칼군무를 추는 2010년대 아이돌과는 달리 드라마를 함께 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파티 걸’이 아니라 솔직한 마음들, 가령 방에 틀어박혀 짝사랑하는 소년이 자신을 바라봐주기를 원하는 마음, 그리고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 경험하게 되는 두근거림을 노래하는 소녀였다. 그럼에도 내겐 그녀는 재능으로 충만한 채 연애담을 쓰고, 인기 많은 배우와 가수를 사귀고, 다리에 수백 억의 보험을 들어 둔, 금발의 비쩍 마른 팝스타였다. 스위프트가 마침내 디바로 거듭난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그녀는 아름다움과 무해함으로 무장한 스무 살 걸그룹 멤버들과는 달리 무대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십대에 컨트리 앨범으로 데뷔한 이후 스위프트가 대중에게 얻은 관심은 의심의 형태였다. 십대 소녀가 앨범을 혼자서 쓰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레드카펫에서 성추행을 당했지만 자신이 돈을 위한 재판을 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려 최소 금액을 걸고 소송을 해야 했고, 수상소감 도중 동료 가수가 난입해 ‘이 상은 비욘세가 받았어야 한다’고 소리치는 모욕까지 겪어야 했다. 연애담을 가사에 썼다가 연인을 이용한 사랑 노래밖에 쓸 줄 모른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수많은 남성 가수들이 같은 소재로 낸 앨범에 쏟아지는 찬사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그녀는 루머에 대응하던 끝에 결국 1년간 음악계와 모든 미디어에서 사라졌고, 자신의 경력 전부를 걸고 완전히 새로운 장르로 돌아오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앨범(Reputation)은 홍보도, 방송 출연도, 그 어떤 설명도 없이 가공할 만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 행보를 통해 테일러 스위프트가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사라지지 않은’ 여성 아티스트였다. 그녀는 언론과 대중이 만들어낸 수많은 해프닝을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기회로 삼았다. 그리고 해명 대신 가사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동료들 사이의 갈등이나 연애사가 너무나 많은 대중에게 노출되는,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매우 큰 심리적 부담감을 수반하는 상황 자체를 자신의 세계관으로 만들었다. 그 세계관은 첫번째부터 마지막 트랙, 앨범과 앨범을 엮는 서사가 되면서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대중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쌓은 경력과 영향력을 정치적 발언을 하기 위한 연단으로 삼기도 했다. 기타와 피아노,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 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을 이용해 자신의 삶 자체를 세계관으로 변환하는 것까지가 그녀의 빛나는 재능이다. 그 재능으로 그녀는 30대가 되어도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고 끝없이 성장하는 여성 아티스트가 되었다.
<테일러 스위프트 : 디 에라스 투어> 또한 그녀의 이 파란만장한 세계관 안에 있다.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은 단순한 ‘공연 실황 영상’과는 달리 영화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차용했다는 것, 그리고 박스오피스를 뒤흔드는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촬영의 완성도와 박스오피스 성적, 지금까지 영화를 평가하는 지표로 작용했던 이 두가지 조건을 이 콘서트 필름은 모두 성공적으로 만족했다. 하늘을 날아서 관객들의 머리 위로 스타디움에 입장하는 오프닝에 이질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영화는 음향과 촬영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서서히 카메라의 존재를 잊게 만드는 기묘한 힘을 발휘한다. <테일러 스위프트 : 디 에라스 투어>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쌓아올린 서사, 그것을 바탕으로 창조한 매력적인 세계관과 음악, 그리고 또 한번 성장한 그녀의 퍼포먼스 실력과 연출이 한데 모여 자그마치 세 시간의 러닝타임을 빈틈없이 채운다. 영화는 그라운드석부터 4층까지 옮겨 가며 객석에 함께 있는 듯한 음향을 들려주었다가도 가수의 코앞까지 다가간다. 심지어는 지금까지 할리우드에서 완전한 성공을 거둔 적 없는 것처럼 보이는 요소, 바로 다양성을 카메라에 담는 데에 성공했다. 공연 자체와 영화 모두의 완성도 높은 연출, 가수의 성장을 그대로 보여 주는 여러 장르의 앨범, 끊임없이 흐르는 히트곡들이 맞물리면서 <테일러 스위프트 : 디 에라스 투어>는 그야말로 영화관만이 줄 수 있는 스펙터클과 감동을 전달한다. 그래서 OTT 서비스에 던져온 회의적인 시선과 극장의 가치를 굳게 믿는, 어쩌면 다소 보수적인 관점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새로운 장르의 탄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이면서 거장 감독인 마틴 스코세이지의 신작보다 높은 성적을 낸 이 영화는 앞으로 어떤 현상을 불러올까? 많은 가수들이 OTT 서비스를 통해 콘서트 실황 영상을 공개했고, 개중에는 <아리아나 그란데 : 익스큐즈 미, 아이 러브 유>처럼 다큐멘터리와 결합한 형태도 있다. 또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한 <올리비아 로드리고 : 네가 있는 집으로>와 같이 앨범 제작기와 라이브 세션을 함께 담은 형태도 있다. 그러나 <테일러 스위프트 : 디 에라스 투어>는 새로운 형식적 요소를 시도한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계에 경제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기록을 남겼다. 또 접근성이 매우 좋은 장소에 100여명 이상의 관객이 모여 공연을 즐기는 모습은 어떤 가수라도 탐이 날 법하다. 누가 이런 시도를 또 할 것인지, 어떤 기대와 우려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차치하고, 이 궁금증을 통해서 대번에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이 이루어낸 성과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영화를 통해, 관객은 그녀가 관심과 자산을 더 나은 음악과 퍼포먼스에 쏟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 한편 그녀는 ‘팝 컬쳐’, ‘셀럽 문화’에서 과감히 탈출하기를 선택함으로써 선망의 이미지가 넘치는 이 시대에 자신의 얼굴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있는 아빠들, 우정 팔찌를 교환하는 소녀들이 모이도록 했다. 그렇게 <테일러 스위프트 : 디 에라스 투어>는 새로운 문화 현상을 이끌어냈다. 박스오피스에 찍힌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동시대 팝스타 중 누가 이 시도를 하고, 또 누가 영화관을 경유해 이런 형태의 경제적, 문화적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테일러 스위프트의 이 영향력은 수만 명의 관객들이 ‘내가 그 년을 유명하게 만들어 줬으니까 I made that bitch famous’라는 가사를 연호하며 그녀를 희롱했던 가수가 발휘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고, 감히 예상해 본다. 또 그녀의 공연은 폭력과 광기를 ‘쿨한 것’처럼 연출해 어린이 관객이 목숨을 잃는 사고로 변했던 콘서트는 해낼 수 없는 무형의 성과라고 감히 예상한다. 그녀는 ‘전 남자친구들의 이야기는 그만 쓰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아티스트도, 뱀 이모티콘으로 트위터를 도배했던 수많은 대중들도 발휘할 수 없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힘이 세진 기분이에요, 마치…소파이 스타디움을 매진시키는 느낌?’이라며 너스레를 떨 만큼, 다시 말해 겸손을 떨 필요도 없을 만큼의 큰 성공을 거둔 뒤에도 그 선함을 믿는 예술가로 남았다. 그래서 수만 개의 시선 앞에 그녀가 등장하는 떨리는 순간부터 카메라가 다시 하늘을 날아 스타디움을 나갈 때까지 펼쳐지는 모든 시대들(eras), 이야기를 감상하면서 마음 속으로 이렇게 외칠 수밖에 없다. “맙소사, 테일러가 또 해냈잖아! Oh my gosh, she nailed it again!”
* <테일러 스위프트 : 디 에라스 투어>가 국내 개봉하고 이 글이 쓰인 지 약 한달 후인 12월 6일, 타임(TIME)지는 그녀를 ‘2023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그녀는 타임지 표지를 두 번 장식한 역사상 첫번째 여성이 되었고, 타임지는 기사를 통해 그녀가 스타 가수 그 이상의 성과를 냈음을 강조하며 이렇게 썼다.
“예술가로서 테일러 스위프트의 문화, 비평, 상업적 성과는 너무나 많아서 논하는 것 자체가 요점을 벗어나는 것 같다. 팝 스타로서 그녀는 엘비스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 마돈나 같은 희소성 있는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음악가로서 그녀는 밥 딜런, 폴 매카트니, 조니 미첼에 비견된다. 사업가로서는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로 추산되는 제국을 쌓아올렸다. 그리고 연애사, 패션 등 모든 것이 낱낱이 평가당하는 여성 셀럽으로서 그녀는 지속적인 관심을 통제해 왔고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스티브 닉스는 “저는 테일러에게 유명인으로 사는 것에 대한 조언을 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녀에겐 필요 없는 거에요.”) 그런데 올해는 무언가 변했다. 그녀의 행보에 관해 논하는 것은 거의 정치나 기후에 관해 논하는 것 같다. 매우 널리 쓰이는 언어와 같아서 말하기 위한 맥락조차 필요 없다는 뜻이다. 그녀는 그렇게 세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Swift's accomplishments as an artist-culturally, critically, and commercially—are so legion that to recount them seems almost beside the point. As a pop star, she sits in rarefied company, alongside Elvis Pres-ley, Michael Jackson, and Madonna; as a songwriter, she has been compared to Bob Dylan, Paul McCartney, and Joni Mitchell. As a businesswoman, she has built an empire worth, by some estimates, over $1 billion. And as a celebrity —who by dint of being a woman is scrutinized for everything from whom she dates to what she wears-she has long commanded constant attention and knows how to use it. ("I don't give Taylor advice about being famous," Stevie Nicks tells me. "She doesn't need it.") But this year, something shifted. To discuss her movements felt like discussing politics or the weather—a language spoken so widely it needed no context. She became the main character of the world.
– from article ‘2023 Person of the Year : Taylor Swift’ written by Sam Lan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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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감정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긴 영화! 스펜서!
다이애나 황태자비에 대한 영화 스펜서가 개봉했습니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재구성한 영화라기보다는 실제 그녀가 이혼 전 느꼈을 감정을 압축해서 담은 영화라고 할 수 있어요.
고독과 외로움이 영화 전반에 강하게 묻어나고 있죠.
그 외로움이 이렇게 제대로 표현된 건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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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프리 가이> 스페셜 예고편
“내 안의 히어로가 깨어난다!”
평범한 직장, 절친 그리고 한 잔의 커피.
평화로운 일상 속 때론 총격전과 날강도가 나타나는
버라이어티한 ‘프리 시티’에 살고 있는 ‘가이’.
그에겐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우연히 마주친 그녀에게 한눈에 반하기 전까지는…
갖은 노력 끝에 다시 만난 그녀는
‘가이’가 비디오 게임 ‘프리 시티’에 사는 배경 캐릭터이고,
이 세상은 곧 파괴될 거라 경고한다.
혼란에 빠진 ‘가이’
그러나 그는 ‘프리 시티’의 파괴를 막기 위해
더 이상 배경 캐릭터가 아닌, 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한다.
시원하게 터지는 상상초월 엔터테이닝 액션 블록버스터!
인생의 판을 바꿀 짜릿한 반란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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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플레이 <가족계획> 1차 예고편
삐리하네✨ 이 가족 대체 정체가 뭐야? [가족계획] 1차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