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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oDAY2025-04-28 19:49:56

마인크래프트 무비 | 게임 원작 영화의 전철을 답습하다

<마인크래프트 무비>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락실 게임 챔피언이었지만 지금은 폐업 직전의 게임 샵 주인이 된 '개릿'(제이슨 모모아). 엄마를 잃고 동생 '헨리'(세바스찬 유진 헨슨)를 책임지고자 낯선 동네로 이사 온 '나탈리'(엠마 마이어스). 나탈리 남매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던 부동산 중개업자 '던'(다니엘 브룩스). 이들은 개릿의 가게에서 헨리가 우연히 발견한 큐브의 빛을 따라가다가 폐광 속에 열린 포털을 통해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네모난 세상 '오버월드'에 도착한다. 

 

밤이면 시작되는 좀비의 공격을 힘겹게 막아내며 오버월드에 적응하는 네 사람. 그들은 좀비와 싸우던 중 일찍이 오버월드에 도착한 '스티브'(잭 블랙)를 만나 현실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묻지만, 그는 지하 세계 ‘네더’를 다스리는 마법사 ‘말고샤’(레이첼 하우스)의 침공으로부터 먼저 오버월드를 구해야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고 답한다. 이에 네모난 세상에 빠진 다섯 '동글이'는 오버월드를 구하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게임 원작 영화가 실패하는 이유

게임 원작 영화의 제작 소식이 들리면 게임 팬도, 영화 팬도 걱정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어쌔신 크리드>,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언차티드> 등 많은 게임 원작 영화가 완성도 관련해 혹평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 그러면 왜 유독 게임 원작 영화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캐릭터 역할과 활용 방식의 차이를 안 짚고 넘어갈 수 없다.

 

영화 속 캐릭터는 스토리텔링의 주체다. 관객은 캐릭터와의 공통점을 찾아서 몰입하거나 그의 경험을 거부하는 등 소극적 반응만 할 수 있다. 게임은 다르다. 게임의 캐릭터는 스토리텔링의 주역이자 '아바타'다. 관객과 달리 게임 플레이어는 캐릭터를 또 다른 자아처럼 조작하고,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즉, 게임 플레이어에게 캐릭터는 감정 이입의 대상이자 직접 행위를 하는 주체다.

 

물론 게임 원작 영화는 본질적으로 관객에게 능동성을 부여할 수 없다. 대신 게임의 플레이 과정을 구체적으로 재현하며 게임을 하는 듯한 인상은 줄 수 있다. 문제는 이 차선책을 못 취하는 작품도 많다는 것. 일례로 <어쌔신 크리드>는 원작 게임의 핵심인 목표를 암살하는 과정보다는 캐릭터의 서사와 세계관 설정에 집중하면서 게임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지 못했다. 게임 특유의 재미를 기대하는 관객이 실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마인크래프트 무비>도 마찬가지다. 사실 예고편을 보고 예상한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의외로 깊이가 있다. 마인크래프트를 플레이한 적 있거나 게임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각 캐릭터의 서사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아바타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위한 장치로만 기능하다 보니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다른 게임 원작 영화처럼 낙제점을 피하지 못한다. 온갖 밈과 B급 유머에도 불구하고. 

 브런치 글 이미지 2

 

어른이 되는 캐릭터

<마인크래프트 무비>의 깊이는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한 고찰에서 비롯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곧 포기해야 하는 것이 늘어난다는 말과도 같다. 어릴 적 품었던 꿈이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니까. 그렇게 많은 사람은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맞춰 눈을 낮추고, 실망감을 억누르면서 어른이 되어간다. 

 

주인공들도 같은 경험을 지니고 있다. 어릴 때 게임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오 개릿. 하지만 계속해서 세계 챔피언이 되고 싶었던 그의 꿈은 차가운 현실 앞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오락기 시장이 침체에 빠진 현재, 그는 폐업 직전의 게임 샵 사장일 뿐이다. 스티브 또한 광부라는 꿈을 접고 일반 기업 사무직으로 일한다. 나탈리 역시 부모님 없이 동생과 살기 위해 원치 않은 일자리를 위해 원치 않은 동네로 이사한다. 

 

빌런이자 네다의 독재자인 말고샤도 마찬가지다. 말고샤가 타락한 계기는 다른 주인공들과 다를 바 없다. 댄서가 꿈이었던 그녀는 무대에서 철저히 조롱당한 나머지 꿈을 포기했다. 다만 그다음 행보가 달랐다. 꿈을 가슴 한편에 밀어 두고 현실을 수용한 주인공들과 달리 그녀는 꿈을 지니거나 창의적인 삶을 사람을 제거하거나 통제하려 들면서 자기 좌절감과 실망감을 외부에 투사했다.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말고샤를 제압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극단적인 절망과 타락 대신 다른 길도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려 한다.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좌절과 실망을 딛고 일어서서 말고샤와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현실 세계로 돌아와 각자의 방식으로 꿈을 현실화하는 데 성공한 주인공들처럼. 오버월드에서의 경험을 살려 새로운 게임을 출시한 개릿처럼. 또 격투기 재능을 발견해서 자기 진로로 삼은 나탈리처럼.  

 브런치 글 이미지 3

 

관객과 캐릭터의 접점 

혹자는 <마인크래프트 무비>의 교훈이 다른 아동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 익숙한 교훈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특히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격려가 다소 나이브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일리 있는 비판이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다. 바로 원작 게임의 출시 시점이다. 이를 영화의 교훈과 결부하면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게임과 함께 성장한 세대를 대변하는 영화로 의미가 확장되고, 깊어진다. 

  

마인크래프트는 2011년에 정식 출시됐다. 청소년기에 마인크래프트를 처음 접했을 이용자들은 이제 20대 중후반, 취업 준비생이거나 사회 초년생이다. 달리 말해 그들 중 일부는 생계를 위해 원치 않는 일을 선택하거나, 자기 꿈과 잠재력을 만개하기보다는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하거나, 혹은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으 실패하는 한가운데에 있을 수 있다. 개릿, 스티브, 나탈리, 헨리와 던이 그러했듯이. 

 

이처럼 마냥 밝지 않은 현실과 미래가 불안한 '어른이'들에게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게임의 특징을 살린 격려를 건넨다. 마인크래프트는 게임의 범주에 국한되지 않고, 하나의 플랫폼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 게임 내외적으로 이용자가 자기 취향에 맞게 변형하면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것. 바로 이 특징이 <마인크래프트 무비>의 격려와도 직결된다.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오버월드에서 말고샤와 싸워서 이긴 뒤 꿈을 이룬 주인공들처럼 정해진 세상의 틀에 꺾이지 말라고 당부한다. 즉, 게임에서 발휘했던 창의성과 자유로움을 잊지 말라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재충전시켜 주는 셈이다.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실사 영화도 아니라서 어중간하게 유치한데도 <마인크래프트 무비>에서 의외의 깊이감과 매력이 발견되는 이유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아바타 기능을 포기한 대가

관객이 공감할 수 있고, 자기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캐릭터는 분명 <마인크래프트 무비>의 장점이다. 전반적으로 유치한 분위기를 중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문제는 그들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주인공들의 행적에서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의 묘미를 살렸다고 볼 수 있는 장면이 부족하기 때문. 즉, 캐릭터만 살리고 아바타는 포기한 나머지 게임 원작 영화라는 정체성이 부각되지 않는다.

 

일로 주인공들이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장면은 초반부와 후반부에만 집중되어 있다. 스티브가 오버월드에 해 설명해 주는 오프닝 시퀀스, 처음 오버월드에서 밤을 보내는 주인공들이 좀비를 피하려고 작은 성을 만드는 장면, 후반부에 말고샤의 군대와 전투를 치르기 위해 골룸과 무기를 만드는 장면이 전부다. 그 외에는 이미 존재하는 세계관을 캐릭터가 돌아다니는, 일종의 게임 튜토리얼에 가까운 장면으로 가득하다. 

 

심지어 다른 게임 원작 영화를 연상시키는 대목도 많다. 말고샤의 군대가 포털을 열고 오버월드로 쳐들어오는 클라이맥스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에서 오크 군대가 포탈을 열고 인간 세상에 진입하는 장면을 똑 닮았다. 주요 아이템을 찾으러 여러 광산을 돌아다니는 장면도 <언차티드>와 유사하다. 그러니 마인크래프트라는 IP를 기대한 관객이 <마인크래프트 무비>를 보고 실망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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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과 유머의 한계

그렇다고 문제를 영화적 장치로 보완하지도 못했다.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포탈을 열 수 있는 아이템을 찾으려고 오버월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중반부 전개는 평범한 트레저 헌터물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처럼 목숨을 건 위기가 찾아오지도 않으니, 스릴과 서스펜스도 부족하다. 이처럼 예측가능한 위기와 탈출을 보다 보면 성인 관객 시점에서는 지루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잭 블랙과 제이슨 모모아의 슬랩스틱과 b급 유머로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 두려는 노력이 엿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이 역시 큰 도움은 못 된다. 북미에서는 밈화가 된 예고편 대사를 상영 도중에 따라 하는 관객으로 인해 폭력 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켰을지 모르지만, 영화적으로 봤을 때는 과도한 유머가 흐름을 끊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결국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게임 원작 영화의 징크스를 피해 가지는 못했다. 그래도 1편 이후 제작이 취소된 선배들의 전철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월드와이드 10억 달러도 돌파할 것 같은 흥행 추세 덕분에 벌써 속편 제작을 논의 중이라는 뉴스가 들리고 있으니까. 만약 아바타를 포기한 과오를 바로잡고, 마인크래프트만의 특성을 부각할 수 있다면, 이름값이 아깝지 않은 속편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6

 

Poor 형편없음

캐릭터만큼 아바타도 챙겼더라면 

작성자 . KinoDAY

출처 . https://blog.naver.com/potter1113/22384911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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