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5-04-28 19:49:56
마인크래프트 무비 | 게임 원작 영화의 전철을 답습하다
<마인크래프트 무비>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락실 게임 챔피언이었지만 지금은 폐업 직전의 게임 샵 주인이 된 '개릿'(제이슨 모모아). 엄마를 잃고 동생 '헨리'(세바스찬 유진 헨슨)를 책임지고자 낯선 동네로 이사 온 '나탈리'(엠마 마이어스). 나탈리 남매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던 부동산 중개업자 '던'(다니엘 브룩스). 이들은 개릿의 가게에서 헨리가 우연히 발견한 큐브의 빛을 따라가다가 폐광 속에 열린 포털을 통해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네모난 세상 '오버월드'에 도착한다.
밤이면 시작되는 좀비의 공격을 힘겹게 막아내며 오버월드에 적응하는 네 사람. 그들은 좀비와 싸우던 중 일찍이 오버월드에 도착한 '스티브'(잭 블랙)를 만나 현실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묻지만, 그는 지하 세계 ‘네더’를 다스리는 마법사 ‘말고샤’(레이첼 하우스)의 침공으로부터 먼저 오버월드를 구해야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고 답한다. 이에 네모난 세상에 빠진 다섯 '동글이'는 오버월드를 구하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게임 원작 영화가 실패하는 이유
게임 원작 영화의 제작 소식이 들리면 게임 팬도, 영화 팬도 걱정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어쌔신 크리드>,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언차티드> 등 많은 게임 원작 영화가 완성도 관련해 혹평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 그러면 왜 유독 게임 원작 영화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캐릭터 역할과 활용 방식의 차이를 안 짚고 넘어갈 수 없다.
영화 속 캐릭터는 스토리텔링의 주체다. 관객은 캐릭터와의 공통점을 찾아서 몰입하거나 그의 경험을 거부하는 등 소극적 반응만 할 수 있다. 게임은 다르다. 게임의 캐릭터는 스토리텔링의 주역이자 '아바타'다. 관객과 달리 게임 플레이어는 캐릭터를 또 다른 자아처럼 조작하고,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즉, 게임 플레이어에게 캐릭터는 감정 이입의 대상이자 직접 행위를 하는 주체다.
물론 게임 원작 영화는 본질적으로 관객에게 능동성을 부여할 수 없다. 대신 게임의 플레이 과정을 구체적으로 재현하며 게임을 하는 듯한 인상은 줄 수 있다. 문제는 이 차선책을 못 취하는 작품도 많다는 것. 일례로 <어쌔신 크리드>는 원작 게임의 핵심인 목표를 암살하는 과정보다는 캐릭터의 서사와 세계관 설정에 집중하면서 게임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지 못했다. 게임 특유의 재미를 기대하는 관객이 실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마인크래프트 무비>도 마찬가지다. 사실 예고편을 보고 예상한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의외로 깊이가 있다. 마인크래프트를 플레이한 적 있거나 게임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각 캐릭터의 서사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아바타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위한 장치로만 기능하다 보니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다른 게임 원작 영화처럼 낙제점을 피하지 못한다. 온갖 밈과 B급 유머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는 캐릭터
<마인크래프트 무비>의 깊이는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한 고찰에서 비롯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곧 포기해야 하는 것이 늘어난다는 말과도 같다. 어릴 적 품었던 꿈이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니까. 그렇게 많은 사람은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맞춰 눈을 낮추고, 실망감을 억누르면서 어른이 되어간다.
주인공들도 같은 경험을 지니고 있다. 어릴 때 게임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오 개릿. 하지만 계속해서 세계 챔피언이 되고 싶었던 그의 꿈은 차가운 현실 앞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오락기 시장이 침체에 빠진 현재, 그는 폐업 직전의 게임 샵 사장일 뿐이다. 스티브 또한 광부라는 꿈을 접고 일반 기업 사무직으로 일한다. 나탈리 역시 부모님 없이 동생과 살기 위해 원치 않은 일자리를 위해 원치 않은 동네로 이사한다.
빌런이자 네다의 독재자인 말고샤도 마찬가지다. 말고샤가 타락한 계기는 다른 주인공들과 다를 바 없다. 댄서가 꿈이었던 그녀는 무대에서 철저히 조롱당한 나머지 꿈을 포기했다. 다만 그다음 행보가 달랐다. 꿈을 가슴 한편에 밀어 두고 현실을 수용한 주인공들과 달리 그녀는 꿈을 지니거나 창의적인 삶을 사람을 제거하거나 통제하려 들면서 자기 좌절감과 실망감을 외부에 투사했다.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말고샤를 제압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극단적인 절망과 타락 대신 다른 길도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려 한다.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좌절과 실망을 딛고 일어서서 말고샤와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현실 세계로 돌아와 각자의 방식으로 꿈을 현실화하는 데 성공한 주인공들처럼. 오버월드에서의 경험을 살려 새로운 게임을 출시한 개릿처럼. 또 격투기 재능을 발견해서 자기 진로로 삼은 나탈리처럼.
관객과 캐릭터의 접점
혹자는 <마인크래프트 무비>의 교훈이 다른 아동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 익숙한 교훈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특히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격려가 다소 나이브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일리 있는 비판이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다. 바로 원작 게임의 출시 시점이다. 이를 영화의 교훈과 결부하면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게임과 함께 성장한 세대를 대변하는 영화로 의미가 확장되고, 깊어진다.
마인크래프트는 2011년에 정식 출시됐다. 청소년기에 마인크래프트를 처음 접했을 이용자들은 이제 20대 중후반, 취업 준비생이거나 사회 초년생이다. 달리 말해 그들 중 일부는 생계를 위해 원치 않는 일을 선택하거나, 자기 꿈과 잠재력을 만개하기보다는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하거나, 혹은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으 실패하는 한가운데에 있을 수 있다. 개릿, 스티브, 나탈리, 헨리와 던이 그러했듯이.
이처럼 마냥 밝지 않은 현실과 미래가 불안한 '어른이'들에게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게임의 특징을 살린 격려를 건넨다. 마인크래프트는 게임의 범주에 국한되지 않고, 하나의 플랫폼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 게임 내외적으로 이용자가 자기 취향에 맞게 변형하면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것. 바로 이 특징이 <마인크래프트 무비>의 격려와도 직결된다.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오버월드에서 말고샤와 싸워서 이긴 뒤 꿈을 이룬 주인공들처럼 정해진 세상의 틀에 꺾이지 말라고 당부한다. 즉, 게임에서 발휘했던 창의성과 자유로움을 잊지 말라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재충전시켜 주는 셈이다.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실사 영화도 아니라서 어중간하게 유치한데도 <마인크래프트 무비>에서 의외의 깊이감과 매력이 발견되는 이유다.
아바타 기능을 포기한 대가
관객이 공감할 수 있고, 자기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캐릭터는 분명 <마인크래프트 무비>의 장점이다. 전반적으로 유치한 분위기를 중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문제는 그들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주인공들의 행적에서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의 묘미를 살렸다고 볼 수 있는 장면이 부족하기 때문. 즉, 캐릭터만 살리고 아바타는 포기한 나머지 게임 원작 영화라는 정체성이 부각되지 않는다.
일로 주인공들이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장면은 초반부와 후반부에만 집중되어 있다. 스티브가 오버월드에 해 설명해 주는 오프닝 시퀀스, 처음 오버월드에서 밤을 보내는 주인공들이 좀비를 피하려고 작은 성을 만드는 장면, 후반부에 말고샤의 군대와 전투를 치르기 위해 골룸과 무기를 만드는 장면이 전부다. 그 외에는 이미 존재하는 세계관을 캐릭터가 돌아다니는, 일종의 게임 튜토리얼에 가까운 장면으로 가득하다.
심지어 다른 게임 원작 영화를 연상시키는 대목도 많다. 말고샤의 군대가 포털을 열고 오버월드로 쳐들어오는 클라이맥스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에서 오크 군대가 포탈을 열고 인간 세상에 진입하는 장면을 똑 닮았다. 주요 아이템을 찾으러 여러 광산을 돌아다니는 장면도 <언차티드>와 유사하다. 그러니 마인크래프트라는 IP를 기대한 관객이 <마인크래프트 무비>를 보고 실망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밈과 유머의 한계
그렇다고 문제를 영화적 장치로 보완하지도 못했다.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포탈을 열 수 있는 아이템을 찾으려고 오버월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중반부 전개는 평범한 트레저 헌터물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처럼 목숨을 건 위기가 찾아오지도 않으니, 스릴과 서스펜스도 부족하다. 이처럼 예측가능한 위기와 탈출을 보다 보면 성인 관객 시점에서는 지루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잭 블랙과 제이슨 모모아의 슬랩스틱과 b급 유머로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 두려는 노력이 엿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이 역시 큰 도움은 못 된다. 북미에서는 밈화가 된 예고편 대사를 상영 도중에 따라 하는 관객으로 인해 폭력 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켰을지 모르지만, 영화적으로 봤을 때는 과도한 유머가 흐름을 끊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결국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게임 원작 영화의 징크스를 피해 가지는 못했다. 그래도 1편 이후 제작이 취소된 선배들의 전철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월드와이드 10억 달러도 돌파할 것 같은 흥행 추세 덕분에 벌써 속편 제작을 논의 중이라는 뉴스가 들리고 있으니까. 만약 아바타를 포기한 과오를 바로잡고, 마인크래프트만의 특성을 부각할 수 있다면, 이름값이 아깝지 않은 속편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Poor 형편없음
캐릭터만큼 아바타도 챙겼더라면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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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톺아보기] 김보라 배우 출연작 파헤쳐 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의 톺아보기 주인공은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출연할 예정이며,
오늘이 바로 생일인 배우인데요. 바로 배우 '김보라'입니다!!
그럼, 바로 김보라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톺아보러 가볼까요?!
배우 '김보라' 프로필
ⓒ sidusHQ
이름 | 김보라
출생 | 1995년 9월 28일
소속사 | 엠씨엠씨
데뷔 | KBS2 드라마 <웨딩>
배우 '김보라' 데뷔 과정
ⓒ sidusHQ
배우 김보라는 10살이던 2005년에 KBS2 드라마 <웨딩>으로 데뷔를 했다. 이후 지금까지 17년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안정된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배우 '김보라' 활동
ⓒ sidusHQ
아역 시절부터 배우로 활동하며 주조연으로 연기를 펼쳤고, 학업과 병행하다 인하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2014년도 수시 전형에 응시를 하였고, 수석으로 합격하게 되었다. 아역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성인이 된 이후에도
주로 학생 역을 맡았고, 2016년 작품 <삼례>에서 처음으로 성인 연기를 하였다.
배우 '김보라' 대표작
천국의 아이들 - 성아
ⓒ 네이버 영화
김보라 배우는 친구들에게 담배를 공급하며 말투가 거친
문제아 학생 역할인 '성아' 역을 맡았다.
삼례 - 희인
ⓒ 네이버 영화
삼례를 떠나고 싶어하는 신비롭고 당돌한 매력을 가진 '희인'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웨이브, 티빙, 왓챠
소년, 소녀를 만나다 - 큰 하진
ⓒ 네이버 영화
김보라 배우는 통일 준비를 위해 북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홈스테이가 시행되어,
남한 소년 우영의 집으로 홈스테이를 가게 된 '큰 하진'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웨이브
스카이 캐슬 - 김혜나
ⓒ JTBC
김보라 배우는 예서와 전교 1,2등을 다투는 라이벌이자, 뛰어난 두뇌와 성취욕을 지니며 영악하고
영특한 신아고 학생 '김혜나'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
그녀의 사생활 - 신디
ⓒ Tving
김보라 배우는 남자 아이돌그룹 화이트 오션의 멤버 차시안의 홈마로,
남들이 찍지 못하는 사진을 올리며 시나길의 라이벌 홈마로 떠오른 '신디'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굿바이 썸머 - 수민
ⓒ 네이버 영화
김보라 배우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내비치는 사람이며,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수험생인 '수민'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U+ 모바일tv
SF8-우주인 조안 - 조안
ⓒ MBC
김보라 배우는 평균 수명 30세인 N과 고가의 항체 주사를 맞은 C로 나뉜 세상에서
학교 안의 유일한 N이며, 일분일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 대학생 '조안'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웨이브
도둑잠 - 홍주
ⓒ KBS
김보라 배우는 집도 없고 돈도 없어 1년 전 헤어진 전남친의 원룸에서 도둑잠을 자기로 한
헤어샵 어시스턴트 4년차 '홍주'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왓챠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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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미장센 빼고는 모두 실망스러운 영화
일제 강점기에는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암암리에 활동했다. 하지만 정치적인 상황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일반인들의 입장에선 이름이 알려진 유명한 독립투사를 제외하면 그 외의 운동가들을 알기 어려웠다. 어쩌면 그렇게 독립 운동가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활동해야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고 일본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중국 상해 같은 도시 중심부에서 활동하던 독립 운동가들이 어떤 처지에 있었고, 의심받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그저 추정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영화 <유령>은 일제 강점기 독립 운동가들이 겪었음직한 일을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보여준다. 영화의 처음부터 정체를 알려주는 인물은 박차경(이하늬)이다. 그는 상해의 한 극장에서 티켓이나 포스터를 통해 암호화 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활동하는 흑색단의 스파이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첫 암살 시도 장면은 박차경과 친분이 있는 난영(이솜)이 주도하는 작전이다. 이 작전은 실패로 끝나고 그 이후 박차경은 주변의 몇몇 한국인과 함께 외딴 호텔에 갇히게 된다. 일본인 카이토(박해수)가 이끄는 일본군은 그 호텔에 모인 천계장(서현우), 무라야마(설경구), 유리코(박소담), 백호(김동희) 등의 한국인들을 모아 놓고 숨어있는 스파이인 유령을 색출하기 시작한다.
일제 강점기 스파이 유령의 존재를 다루는 영화
영화는 시작하면서 한 명의 유령을 공개했다. 바로 박차경이다. 영화에서 초점을 맞추는 건, 박차경의 정체가 밝혀지는지와 또 다른 유령이 존재하는 지다. 악랄해 보이는 카이토와 함께 등장하는 일본군 소속의 무라야마는 한국계라는 이유로 의심받지만 그 역시 일본 조직 내에 스며든 유령을 찾으려 노력한다. 박해수가 연기하는 카이토는 무시무시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의 진짜 목적이 뻔히 보이는 일차원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좀 더 복합적인 과거와 목적을 가지고 있는 무라야마가 더 영화 속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무라야마의 등장은 유령을 찾는 과정을 조금은 더 흥미롭게 만든다.
한정된 공간인 호텔 안에서 서로를 의심하며 유령을 찾는 과정은 아주 치밀하게 짜여 있지는 않다. 배경은 호텔과 각 방에 구성된 미장센은 아름답고 깨끗하지만 각 인물들의 행동은 그렇게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일단 모든 인물들이 호텔 내외부를 꽤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많은 일본군이 건물 내외부에 배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차경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물들은 호텔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누가 유령인지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한 인물과 관련하여 관객들을 헷갈리게 하는 함정을 던지지만 그것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만한 것이다. 또한 영화에는 불필요하게 보이는 인물도 등장한다. 천계장은 관객을 혼란스럽게 하지도 않고 자신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이상한 인물이다. 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영화는 스파이를 찾아내는데 필요한 긴장감을 없애버린다. 영화는 중반에 박차경 이외에 또 다른 유령이 공개된 이후 액션 장르로 완전히 전환된다. 그러니까 추리 서스펜스를 주려하던 영화는 엉거주춤하게 긴장감을 주려다가 완전한 액션영화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추리 장르에서 액션 장르로 바뀐 영화는 조금 더 힘 있고 과장된 액션을 통해 통쾌함을 전달하려 한다. 여기에 여성 중심의 서사와 액션이 추가되면서 힘을 잃어간다. 이건 꼭 여성 서사가 중심이 되어서가 아니다. 이야기의 전개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나오게 되는데, 예를 들면 두 인물이 탈출 계획을 급하게 이야기하고 나서 갑자기 한 인물이 아주 쉽게 일본군에 잡혀버린다. 그 이후 남은 인물인 박차경은 도망가지 않고 다시 동료를 구하기 위해 호텔에 삽입하게 된다. 굳이 붙잡히지 않고 두 인물이 같이 탈출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인물들은 스스로를 위험한 상황에 밀어 넣는다. 그래서 영화 속 액션이 주는 통쾌함이 많이 사라져 버린다.
이쁜 미장센만 기억에 남는 실망스러운 영화
영화 후반부에 한 강당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과장된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흑색단 단원들과 그 대장을 구하려는 박차경의 액션이 계속 이어지는데 그저 멋진 액션 장면들의 나열이 이어진다. 이런 과장된 액션은 전반부의 오밀조밀한 추리의 재미를 완전히 날려버리고, 일제 강점기에 있을법한 독립 운동가들이 겪었음직한 일들일 거라는 이야기의 강점도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영화 속 독립 운동가들의 노력에 어떤 현실감도 느낄 수 없다. 그런 점들이 영화 속 인물들에 공감하기 어렵게 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아름다운 미장센이다. 특히 호텔에서 보이는 배경과 배치가 무척 세련된 느낌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이해영 감독은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에서 비슷한 시대 배경을 다룬 적이 있다. <경성학교>가 학교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였는데, <유령>도 호텔에서 벌어진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느낌을 준다. 또한 직전 연출작인 <독전>처럼 누가 스파이이고 범인인지를 추리하게 만드는 느낌도 있다. 그런데 <유령>은 전작들에서 활용했던 점들을 끌어와 만들어낸 영화이기 때문인지 이 영화만의 독창적인 완성도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비슷하게 흉내만 내다가 어영부영 멋을 부리며 마무리한다.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무라야마 역의 설경구와 카이토 역의 박해수가 보여주는 연기는 인상적이다. 다른 인물들보다는 이 두 인물의 연기가 극의 흐름을 바꾸고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상대적으로 주인공 박차경 역의 이하늬는 이 배역에서 특별한 그만의 느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액션에 강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영화 전반을 끌어나가는 힘은 약한 편이다. 유리코 역의 박소담이 오히려 좀 더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전반부의 연기와 후반부의 연기톤이 완전히 바뀌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유령>은 중국영화 <바람의 소리>를 원작으로 한다. 비슷한 시대 배경을 한국식으로 변주했지만 성공적인 리메이크라고 하기 어렵다. 시각적으로 무척 훌륭해 보이지만 이야기 전개나 캐릭터들의 특성 그리고 다소 과장된 액션 장면이 실망스럽게 느껴진다. 오히려 전반부 호텔에서 벌어지는 추리극에 집중하여 연출했으면 어땠을까. 유령이라고 불렸던 이름 없는 항일 독립 운동가들을 떠올리게 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영화는 그저 그런 액션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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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이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여행. 나그네 려(旅), 다닐 행(行).
나그네처럼 다닌다는 뜻의 이 짧은 한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힘은 엄청나다.
이 단어는 우리에게, 여행을 가기 전에는 앞으로 다가올 여행을 기다리면서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해 주고 여행을 다녀와서는 즐거운 추억을 돌아보며 또 다른 시간을 살아갈 수 있게 해 준다. 나 포함 수많은 직장인들이 1년에 한 번 떠나는 해외여행을 위안삼아 또다시 출근해내는 것을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않다. 2020년 한 해가 참 힘들었기에 다들 더욱더 어디로든, 잠시일지라도 떠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요즘엔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로 누구나 헤매지 않고 여행을 잘 다녀올 수 있다. 어느 도시에 가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위치에서 어떤 포즈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어야 하며, 어느 식당에 가서 현지 음식을 맛봐야 하는지. 그런데 그런 것들이 정말 여행을 ‘잘’ 다녀오는 게 맞을까? 그런 것들에 집착하는 순간, 우리의 여행은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이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여행’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는지. 여행이 무조건 교육적이며 의미가 있어야 하고 배울 점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곳을 가서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는 그런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여행은 한 개인에게 어떤 일말의 영향도 미치기 어려워 보인다. 여행지에서 생긴 좋은 기억들을 남기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 것인지, 사진을 찍기 위해서 여행을 가는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많이 목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여행이 개인에게 그의 인생을 바꿀만한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여기에 아주 좋은 사례가 있다. 누군가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한 여행기를 따라가 보자.
아르헨티나의 평범한 의대생 청년 두 명은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남미를 일주하는 여행을 시작한다. 이 낡은 오토바이는 고된 여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망가져 버리고 만다. 그들이 오토바이를 버리고 걸어서 여행을 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둘의 여행은 180도 바뀌어버린다. 단순한 유람이 아니라 피폐해진 남미인들의 애환을 듣는 다큐멘터리가 되었다. 대대로 농사짓던 땅을 빼앗겨 광산으로 일하러 가는 부부를 만나고, 나환자촌에서 진심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등 우리가 생각하는 여느 여행과는 달랐던 그들의 여행은 23세 순수한 의대생 청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20대 초에 다녀왔던 80일간의 중남미 배낭여행은 나의 인생에도 정말 많은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그에게 미친 영향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아 보인다. 바로 영원한 혁명의 상징, 체 게바라의 인생을 바꾼 여행에 관한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이 이야기이다.
처음부터 에르네스토(체 게바라의 본명)와 그의 친구 알베르토는 무슨 혁명의 선봉장이 되기 위해서 이 여정을 떠난 게 아니다. 단지 알베르토의 30살을 기념하는 동시에, 중간에 의대생으로서 나환자촌에서 봉사를 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났었다. 그런데 빈부격차와 각종 억압으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만나 그들의 아픔에 깊게 공감하게 되었고 결국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누군가가 되기에 이른다. 피폐한 남미의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면서 그들의 가치관과 신념이 바뀌게 된 것이다. 여행이 한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출처: 넷플릭스, 여행이 끝날 때 친구에게 이전의 내가 아니라며 뭔가 변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체
탄성을 자아내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칠레의 사막, 페루의 마추픽추 등 남미 곳곳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은 충분했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숨겨진 부조리들을 깨닫고 이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한 체. 여행은 체의 인생을 바꾸었고 체는 또다시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쳐 그들의 인생을 바꾸었다.
출처: 넷플릭스, 쿠스코의 원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체와 알베르토
출처: 넷플릭스, 마추픽추를 배경으로 편지를 쓰는 체
체가 활동하기 약 150년 전 중남미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헌신했던 라틴아메리카의 해방자 시몬 볼리바르(Simon Bolivar, 1783~1830)와 같은 혁명가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그 자신이 평생 천식을 앓은 환자로, 환자들을 위해 헌신하려던 순수한 청년 에르네스토는 본인이 마주한 현실을 빠르게 바꾸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사회의 투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혁명에 뛰어든 체는 라틴아메리카에서 특정 한 국가에만 머무르지 않으며 어느 한 국가 국민이 아니라 중남미 전체의 Latin American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다가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는다. 젊은 나이에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어 살아남은 혁명 동지들과 비교가 되기 때문에 그가 다른 혁명가들보다 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체 게바라의 활동과 삶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끊기지 않고 있다. 그의 능력이 부족했다거나, 작전이 효과적이지 못했다거나 하는 비판점도 있겠지만 그가 남들을 모른 척하며 편하게 살 수 있는 엘리트의 삶을 버리고 라틴아메리카의 자유를 위해 본인의 삶을 바친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의 희생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한 번의 여행의 한 개인의 인생을 바꾸고, 또 그 개인의 삶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었다면 이 여행이 가진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한가 생각해보게 된다. 앞으로의 여행은 짜인 코스를 가거나 인스타그램에 자랑할 사진을 찍는 것 말고도 다른 의미를 가지는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 물론 나부터. 그런 의미에서 해외로 여행을 떠나기 전,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조금씩 알아볼 때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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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최고의 전투씬, <한산: 용의 출현>
2022년 최고의 전투씬, <한산: 용의 출현>
ⓒ 네이버 영화
정보
개요 액션, 드라마 | 한국 | 129분
감독 김한민
출연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등
줄거리
1592년 4월. 조선은 임진왜란 발발 후 단 15일만에 왜군에 한양을 빼앗기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조선을 단숨에 점령한 왜군은 명나라로 향하는 야망을 꿈꾸며 대규모 병역을 부산포로 집결시킨다.한편, 이순신 장군은 연이은 전쟁의 패배와 선조마저 의주로 파천하며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조선을 구하기 위해 전술을 고민하며 출전을 준비한다. 하지만 앞선 전투에서 손상을 입은 거북선의 출정이 어려워지고,거북선의 도면마저 왜군의 첩보에 의해 도난당하게 되는데…왜군은 연승에 힘입어 그 우세로 한산도 앞바다로 향하고, 이순신 장군은 조선의 운명을 가를 전투를 위해 필사의 전략을 준비한다.누가 출연하나요?
이순신 | 박해일
@ 네이버 영화
박해일 배우는 굳건한 신념과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지혜로운 성정을 지닌 조선 최고의
장군이자 조선의 바다를 지키는 전라좌수사 '이순신' 역을 맡았다.
와키자카 | 변요한
@ 네이버 영화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도 마다하지 않는 대담함과 잔혹함, 실전을 통해 다져진 탁월한 지략을 갖췄으며,
모두가 두려워하는 이순신과의 전쟁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냉철한 모습으로 거북선의 약점을 철저하게 조사하며
조선군을 위기에 몰아넣는 '와키자카' 역을 맡았다.
어영담 | 안성기
@ 네이버 영화
조선 남해의 물길을 책임지는 수군 향도. 물길만 봐도 흐름을 읽는 노련한 장수이자 충직하고
깊은 성품을 지녔으며,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이순신 장군과 함께하는 '어영담' 역을 맡았다.
원균 | 손현주
@ 네이버 영화
조선 경상우수사. 수세에 놓인 조선의 위기 상황에서 방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번번이 이순신과 의견이 부딪치는 '원균' 역을 맡았다.
준사 | 김성규
@ 네이버 영화
이순신의 신념을 보고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자 항왜 군사가 된 왜군 병사.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목숨을 걸고
왜군의 결정적인 정보와 작전을 빼내 이순신 장군에게 전하고자 하는 '준사' 역을 맡았다.
최대한 스포를 뺀 리뷰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영화이다. 영화는 당항포 해전 이후
약 한달 간, 한산해전이 일어난 후일까지 그린다. 김한민 감독은 “임진왜란은 전대미문의 사태였고, 사변이었다.
조선이 굉장한 수세에 처해있던 상황에서 전라좌수사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전체적인 전황을 반전 시키는
전투가 바로 한산해전이다”라며 한산해전이 그 어떤 전투보다 벅찬 승리의 전투임을 설명했다.
ⓒ 네이버 영화
영화에는 이미 연기력으로 인정 받은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옥택연,
공명, 박지환, 조재윤 배우가 출연한다. 박해일 배우는 전작인 <명량> 속 이순신 장군과 달리 조용하고
신중한 이순신을 연기했다. 절제된 연기를 펼쳤지만, 그 안에서 에너지는 잃지 않고 눈빛만으로도 감정이 전달되는
연기를 선보였다. 변요한 배우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작품 중 가장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였는데, 극의 긴장감을
증폭시켜주었다. 왜군 최고 장군의 힘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 증량을 시도하고, 실제 일본에서 사용했던 사극 톤을 공부해서인지
와키자카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무언가 압도 당하는 분위기가 느껴졌으며 극의 무게감을 더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베테랑 배우인 안성기 배우, 손현주 배우와 팬데믹 시즌동안 활발한 활동을 펼친 김성균 배우,
그리고 라이징 스타인 김성규, 김향기, 옥택연, 공명, 박지환, 조재윤 배우가 출연하여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몰입감을 높였다.
ⓒ 네이버 영화
전작인 <명량>보다 더 커진 스케일, 더욱더 발전한 VFX 기술 그리고 극의 분위기를 돋우는 음악까지!
2022년 가장 강렬하고 기억에 남을 전투씬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제작진이 학익진 연출과 거북선 디자인 작업에 공을 들였다고 하였는데 그 노력이 여실히 보이는 장면이었다.
거북선의 활약을 스크린으로 직접 보는 순간,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역사이기에 모두 다 이 영화의 결말을 알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를 넘어 자긍심, 위로, 용기까지 얻을 수 있는 영화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스케일이 큰 영화는 무조건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꼭 영화관에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한산: 용의 출현>의 간단한 정보를 살펴보고, 리뷰를 해봤는데
어떠셨나요?! <한산: 용의 출현>은 바로 내일 개봉할 예정이니 다들 관람하시고 어떻게 느끼셨는지 남겨주세요:)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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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종류의 눈물
네 가지 종류의 눈물
<위대한 개츠비>, <토니 타키타니>, 그리고 <여수의 사랑>, <성경>
어떤 눈물은 느닷없이 흐른다. 다 잠근 줄 알았던 수도꼭지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처럼, 내가 인지하기도 전에 속을 이미 적셔놓고 밖으로 흐르는 눈물이 우리 삶에는 있다. 그런 눈물을 삶의 누수라고 하면 좋을까. 그런 눈물은 그야말로 새어 나오는 것이어서, 눈물이 흐른 흔적만큼 우리 삶에 빈 공간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늘 어리둥절하다가 뒤늦게 알아차린다. 내 삶이 이만큼 비어있던 것이구나. 이 공간만큼 내가 결여를 느꼈던 것이구나. 흘려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내 삶의 여백을, 눈물은 증거한다. 라캉은 이렇게 말한 적 있다. 그는 앎(knowledge, 지식)을 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그건 ‘스스로를 알고 있는 앎’과 ‘스스로를 알지 못하는 앎’이 있다는 것.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자신 스스로 ‘알고 있는’ 앎과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모르는’ 앎이 있다. 삶의 누수 같은 눈물을 라캉 식의 구분법으로 해석해보자면, 그건 단연 후자다. 나는 내가 왜 눈물이 흐르는지 모른다. 그러나 안다. 그 순간만큼 나는 그동안 (알면서도) 몰랐던 삶의 진실을 마주했고, 그랬기 때문에 눈물이 흘렀다는 것을.
삶에서 그런 순간은 느닷없이 찾아오므로, 나는 대신 영화와 책에서 그런 사례를 추려봤다. 네 종류의 눈물이 있다. 네 가지 눈물이 흐르게 된 상황적인 요인, 맥락은 제각기 다르지만, 근원은 같다. 그들은 그 순간 자신의 삶에 진실했고 또 그래서 그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그런 눈물은 주체를 수동적으로 만든다) 영화에서 두 편, 문학에서 두 편이다. 영화에서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바즈 루어만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2013)와 마찬가지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이치카와 준 감독의 <토니 타키타니, Tonu Takitani, 2004>가 있고, 문학에서는 한강의 <여수의 사랑, 2012>과 오래된 책인 <성경>의 ‘이사야서’의 말씀이다.
<위대한 개츠비>
먼저 <위대한 개츠비>. 첫사랑인 데이지를 잊지 못한 개츠비가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부자가 되어 나타나 다시 사랑을 고백하지만 개츠비의 사랑도, 자신도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토록 바라던 데이지와 재회한 개츠비는 자신의 집에 그녀를 데려와 구경하게 한다. 데이지의 감탄이 터질 때마다 그는 속으로 자신 스스로가 무척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스러운 장면이 나온다. 개츠비는 복층 위로 올라가 자신의 영국제 셔츠 수십 벌을 꺼내 장난스럽게 데이지에게 건네는데, 그녀는 셔츠들을 보면서 돌연 울음을 터뜨린 것. 데이지는 왜 울었을까.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번역한 김영하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요컨대 데이지는 인간 개츠비가 아니라 영국제 셔츠를 사랑하는 여자다. 개츠비도 그것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가 없다. 사랑할 가치가 없는 여자를 지독하게 사랑한다는 것, 아니, 그 여자를 지독하게 사랑하는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사랑한다는 것.”(김영하, <위대한 개츠비>, 문학동네, 2009, 241쪽) 그러니까 데이지의 눈물은 그야말로 허영에 가까운 눈물이었다는 것. 마치 아름다운 것을 보면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의 무구한 반응처럼 데이지의 눈물은 그런 반응의 극치라고 할 수 있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자체를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허영으로 자신 삶의 허망을 견디고 있으니까.영화 <토니 타키타니>에는 <위대한 개츠비>를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 있다. 자신을 끔찍한 고독에서 건져내 준 아내를, 사고로 잃은 토니는 아내가 생전에 입었던 옷을 대신 입어줄 사람을 구한다. 간신히 찾은 여자(히사코)에게 아내의 드레스룸을 보여주는데, 그녀는 돌연 울음을 터뜨린다. 울음소리를 들은 토니가 방으로 들어가 왜 우는지 물었는데,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죄송해요.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이렇게 많은 옷을 처음 입어봐서 그런가 봐요.” 이 눈물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데이지의 경우에서처럼, 허영이 깃든 무구한 반응의 극치인 걸까. 무수한 오해로부터 그녀를 구할 길은 먼저 그녀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토니가 찾은 여자는 실직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무슨 일이든 해야 하는 곤란에 처해있었다. 하루 먹고사는 고민으로 하루를 버티던 그녀가, 한순간 거대한 아름다움과 대면했던 것이다. 자기 삶의 남루함과 세상의 거대한 아름다움 사이의 차이로부터 오는 기묘한 정서,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이 이렇게 많은데 내 삶은 이토록 남루하구나 라는 쓸쓸한 자기 인식. 그러니까 속에서 얼음처럼 차갑던 감정들이 아름다운 것을 마주하고는 이윽고 응결되어 새어 나온 것은 아닐까.
<토니 타키타니>
굳이 새삼스럽게 적지 않아도, <위대한 개츠비>와 <토니 타키타니>의 유사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는 여기에다가 하나를 덧붙이고 싶다. 한강의 단편소설 <여수의 사랑>을. 자신의 부모가 누군지, 또 고향이 어딘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로 그저 여러 도시들을 떠돌던 자흔은, 다만 명료한 증거 하나만을 토대해 유추할 뿐이다. 자신이 2살 때, 여수발 서울행 열차에서 발견되었으며 그때부터 보호기관에서 자랐다는 것으로부터. 그러니까 자신의 고향은 여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그녀는 하는 중이다. 그녀는 ‘나’에게 언젠가 자신의 고향(이라 추측되는) 근처를 갔을 때의 일을 말한다.
“여수 앞바다의 해안을 따라 한없이 동쪽으로 가면 소제라는 이름의 시골 마을이 있어요. (중략) 그때가 저녁 무렵이었는데…… 완만한 뒷산 등선에는 해가 지고 있었고 그 주위로 새 깃털 같은 구름이 노다지처럼 노랗게 번쩍이고 있었어요. 그 풍경이 어쩐지 마음에 들어서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대신 마을 길을 따라 올라가 봤지요. (중략) 마을 아래를 내려다보니까 둥그런 만과 다도해 섬들이 파란 바다를 둘러싼 모양이 꼭 가느다란 푸른 실 하나하나를 촘촘히 엮어놓은 것 같이 잔잔했어요. 그런데 이상하지요…… 그냥 ‘아름답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길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자흔은 왜 그 광경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걸까. 자흔은 이어 이렇게 말한다. “…… 바로 거기가 내 고향이었던 거예요. 그때까지 나한테는 모든 곳이 낯선 곳이었는데, 그 순간 갑자기 가깝고 먼 모든 산과 바다가 내 고향하고 살을 맞대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흔의 눈물은 자신의 고향에 왔다는 아늑함에서 비롯된 것일 테고, 그 아늑함의 이면에는 단순히 고향에 왔다라는 차원을 초월해, 불분명했던 ‘자기 정체성’이 그제서야 비로소 명료하게 인식되는, 자기 존재의 의미마저 거기 배어 있었을 것이다.
<토니 타키타니>
세 가지 목록에 나는 마지막으로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성경>의 ‘이사야서’다. 세 종류의 경우처럼 눈물을 흘린 것은 아니지만 정서상의 감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이사야서 6장에는 하나님이 이사야에게 환상을 보여주시는데, 이사야에게는 하나님이 계신 성전과 앉으신 보좌, 그리고 둘러싼 천사들의 모습이 형언하기 어려울 만큼 압도적이었을 것이다. 이사야는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부르짖었다. ‘재앙이 나에게 닥치겠구나! 이제 나는 죽게 되었구나! 나는 입술이 부정한 사람인데, 입술이 부정한 백성 가운데 살고 있으면서, 왕이신 만군의 주님을 만나 뵙다니!”(표준새번역 <성경>, ‘이사야서 6장 5절) 이사야는 눈물 흘리지는 않았지만 세 종류의 눈물만큼이나 선뜻 헤아리기 어려운 종류의 반응을 한다. 어째서 이사야는 하나님의 거룩과 신성에 감탄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비참한 운명을 탄식한 걸까.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그는 경이 앞에서 자신의 죄를 마주한 것이라고. 그래서 난감한 사태가 발생했다. 나는 이렇게나 누추하고 얼룩처럼 죄가 묻어있는데, 깨끗하고 아름다운 경이가 내게 찾아오다니. 두 번째의 눈물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반응이다.
나는 네 종류의 반응이, 우리가 예술을 대할 때 대체로 보이던 반응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예술을 허영으로 여기기도 하고(데이지), 또 어떤 사람은 아름다움이 각인시켜주는 자신의 남루한 처지를 쓸쓸해하면서(히사코), 누군가는 예술이 나 자신의 존재의 결핍을 깊이 헤아려준다는 느낌에 위로와 안도감을 감각하기도 하면서(자흔), 눈부신 경이 앞에서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절망하기도 하던(이사야), 저마다 흐른 삶의 누수들. 우리는 왜 눈물이 흐르는지 몰랐다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대체로 알고 있던 이유들이기도 하다. 그러니 라캉의 말이 옳다. 우리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스스로 몰랐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는 우리 자신을 겨우 알아간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이정식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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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으로 빚어진 비극과 희극 그리고 단절감에 대한 무력함
시놉시스
피에트로는 12살 무렵 브루노를 처음 만났다. 둘은 금세 친해졌지만 피에트로가 토리노로 가게 되면서 사이는 멀어진다. 10년의 시간이 흐르고 브루노는 벽돌공이 되어있었고 대학생이 된 피에트로와 만나지만 인사는 하지 않는다.
한편 피에트로의 아버지와 피에트로의 사이가 멀어진다. 진정한 친구인 브루노와 함께 있었던 시절이 좋았던 걸까? 피에트로는 자신의 아버지와 마음을 굳게 닫힌 채 살아간다. 하지만 피에트로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사망하게 되고 31살이 된 피에트로는 브루노와 다시 만나게 되는데...
과연 어떤 모습이 변해있을까?
브루노는 삼촌과 낙농업을 하며 살고 있었다. 왜냐하면 브루노의 아버지는 벽돌공이었고 술주정뱅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처럼 되지 않으려고 했지만 브루노는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과 닮아가게 된다.
반면에 피에트로는 자신의 아버지가 공장의 엔지니어이면서 친구가 없다는 걸 알게 되고 아버지처럼 되지 않으려고 대들며 자신이 택했던 전공을 포기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피에트로는 12살에 아버지와 함께 친구인 브루노를 데리고 빙하와 산을 올라갔다.
고산병이 있었던 피에트로는 아버지가 왜 그렇게 자신을 산에 데리고 갔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리고 성인이 되고 난 후 자신이 이룬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브루노를 다시 만나면서 집을 같이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부탁을 받은 후에 피에트로는 벽돌에 시멘트를 발라 집을 만드는 걸 배우게 되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작가의 일을 하기 시작한다.
만약 피에트로에게 브루노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그래서 친구의 우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이 영화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친구가 있으면 서로 조언도 해주고 덕담도 오갈 수 있다.
그렇지만 친구 사이에도 희극과 비극이 존재한다. 피에트로는 먼저 직장을 가지고 비전이 있는 브루노를 동경했지만 브루노도 실패를 경험하면서 오히려 장기적으로 더 성공한 피에트로를 동경하게 된다..
브루노는 우연히 피에트로의 친구들 중에 라라와 인연을 맺지만 낙농업을 준비하다가 빚만 늘어나서 허덕이게 된다. 결국 가정도 파멸하게 되어 산에서 홀로 살아간다. 그러고는 처참한 비극의 주인공이 돼버린다.
피에트로도 친구를 잃은 아픔을 꽤 오래 기억할 것이라고 영화는 말해준다. 사실은 피에트로가 네팔 여행을 하면서 히말라야 산도 가보고 네팔에서 거주하기도 한다. 그곳에서 여덟 개의 산이라는 네팔인들의 세계관을 보고 어이가 없어하지만
진정 자신이 깨닫게 된 건
브루노와의 단절이 자신에게 큰 단절로 되돌아온 것이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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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 로맨틱 청불 코미디 / 소프트한 19금 영화 / 박지현 최시원 성동일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엔드크레딧 전에 1개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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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가족의 색깔> 메인 예고편
남편 ‘슈헤이’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그의 아들 ‘슌야’와 단둘이 남게 된
‘아키라’는 오랜 시간 왕래가 끊긴
슈헤이의 아버지 ‘세츠오’를 찾아간다.
세 사람은 어색한 동거를 시작하고,
아키라는 철도를 좋아하는 슌야를 위해
기관사가 되기로 결심하는데···
우리는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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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블레이드 퍼피 워리어> 티저 예고편
위대한 워리어가 되고 싶은 댕댕이 등장!
<블레이드 퍼피 워리어> 티저 예고편 대공개!
고양이 마을에 강아지의 등장이라.. 재밌어지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