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31 11:55:36
3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제이슨 스타뎀 주연 <어 워킹 맨> 예상외 선전으로 1위 등극

제이슨 스타뎀의 <어 워킹 맨>이 디즈니의 <백설공주>를 밀어내고 박스오피 1위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실베스터 스탤론과 데이비드 에이어가 공동 집필한 이 작품은 은퇴 후 조용히 살아갔던 요원이
인신매매 조직이 상사의 딸을 납치하자 다시 싸움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다루며, 척 딕슨의 소설 시리즈를 원작으로 했습니다.
그에 반해 <백설공주>는 지난주에 비해 약 66% 폭락하며 1,42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더구나, <마인크래프트: 더 무비>가 오는 4일 북미 개봉을 앞두고 있어,
가족 관객층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아 흥행 전망은 어두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수와 제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더 초츤>의 5번째 시즌 일부를 극장에서 상영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인
<더 초즌: 라스트 서퍼 - 파트 1>이 주말 수익 1,129만 달러로 3위에 오르며 신앙 영화의 여전한 강세를 증명했습니다.

국내 박스오피스 역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입니다.
주연 배우의 이슈로 인해 흥행에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승부>가 주말 관객 수 54만 명, 누적 관객 수 70만 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영화의 준수한 완성도로 인한 호평이 입소문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기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의 극장판인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 역시 지난주에 이어 2위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누적 관객 수 53만 명을 돌파하며, 그 인기를 실감시키고 있습니다.
3위는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가 차지하였으나, 누적 관객 수 300만 명의 벽을 넘지 못하며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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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폐한 인간의 엇갈리는 역사, 닮고도 다른 찬란한 외면
※영화 〈피닉스〉의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1945년 베를린, 칠흑 같은 밤 검문소를 지나는 차의 조수석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넬리가 앉아있다. 군인들은 레네의 만류에도 끝까지 붕대에 감춰진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자 한다. 회유와 설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붕대 속 넬리의 얼굴을 본 군인은 사색이 되어 그제야 빗장을 열고 두 사람을 보내준다. 넬리를 포함한 그의 모든 가족이 죽은 줄만 알았던 레네는 재산을 대신 관리하던 중 생존한 넬리를 데려와 돌본다. 소식을 알 수 없는 남편 조니를 찾아 도시를 헤매던 중 클럽 ‘피닉스’에서 잡일을 하는 그를 발견한다. 하지만 전쟁이 아니었다면 살아있었을 다른 사람의 얼굴을 가진 넬리를 알아보지 못하는 조니, 혹은 요하네스는 아내의 재산을 노리고 넬리에게 아내인 척 연기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넬리는 이를 수용한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궤적에는 익숙한 몇 개의 발자국이 반복된다. 간절한 사랑은 누군가의 정처 없는 방황을 이끌고, 오인과 엇갈림, 배회의 이미지는 일관된 메시지를 내포하면서도 과거와 현재, 인간과 시간에 관한 우화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정중동의 서사가 진행되며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뻗어가는 영화의 생명력은 독일 영화의 부흥기를 이끄는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매김했다. 기꺼이 자신을 던져버릴 듯 간절한 사랑의 감정과 알아보지 못하는 상대방 사이의 불협은 과거의 표면에서 배회하는 인간과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한 공간에 들여놓으며 경계를 흐리게 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역사의 고통을 돌아보지 못하고 과거의 인간으로 남은 군인들은 현존의 외형만으로 세상을 판단한다. 영화에서 넬리가 처음 마주하는 이들이 과거의 흔적인 전쟁을 암시하는 군인인 점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넬리는 다르다. 영화 속 가장 연약한 존재에서 빛을 따라가 모든 경계와 고민을 응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된 그는 외면 外面을 외면한 채 과거의 역사와 사랑, 억압을 모두 껴안은 채 당당히 해방의 길로 나서는 가장 강한 인간이 되어 세상을 박차고 나간다.
공포와 불신의 혼돈을 파고드는 악의 정체
인류를 혼돈에 빠뜨린 구체제를 청산하기 위한 법정에 선 아이히만을 바라본 한나 아렌트는 희생자를 향한 증오와 분노가 집단 학살의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악한 의도나 동기가 없었고, 단지 수직적인 명령에 불복종했을 때의 ‘잘못’을 하지 않기 위한 일이므로 ‘잘못’이 아니다.
자신에게는 누군가를 죽일 배짱도 없을뿐더러 그러한 끔찍한 일을 막을 어떠한 힘도 가지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공무를 수행하는 하급 관료의 평범한 책임의식으로부터 끔찍한 살인이 벌어질 수 있다는 모순을 아렌트는 ‘생각 없음’으로 초래한 ‘악의 평범성’이라고 명명했다. 근대적 이성의 준칙으로 완성된 정언명령은 그 본래 목적과는 달리 인간이 만든 ‘보편적 입법’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히틀러는 주어진 절차에 따라 집권당 총수가 되고, 헌법을 고쳤고, 법질서를 준수하며 20세기 가장 잔혹한 독재자가 되었다. 그리고 무해한 사람들은 기계적 순응과 제한된 선택지로 합리적인 악의 탄생을 함께 만들고 손뼉 쳤다. 관료주의의 폐해는 여기에 있다. 시민들은 자신의 행동에 어떠한 감정적 인식도, 이성의 비판도 없이 주어진 절차에 맞으면서도 가장 바람직한 변수의 배열을 찾아내는 데 급급하다. 영화 속 넬리는 왜 자신을 연기해야 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을까. 남편 조니가 그의 재산을 획득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은 죽은 줄만 알았던 넬리가 살아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으로 정한 순위와 절차와 재산상 이득을 모두 취하기 위해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아이러니는 최고 수준이라고 여겨졌던 근대 관료제의 합리성과 효율성이 만드는 공백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진리로 믿었던 우리의 근대적 이성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히틀러가 아우슈비츠를 만들 때도 그랬다. 타인의 적당한 고통과 불편으로 다수가 행복하다면 그 희생은 별 저항 없이 용인되었다. 그렇게 인간이 만든 악은 같은 인간을 향해 극악한 범죄와 살인이라는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폭격을 맞은 베를린의 거리는 어느 하나 성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광기의 나치즘에 휘말려 피해자와 가해자, 동조자와 방관자로 구분되었다. 유대인을 비롯한 소수자의 박해와 인종주의적 차별은 시민들이 오늘의 생존을 위해 어제의 이웃을 신고하고, 이분법적 논리에 사로잡혀 비인간적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도록 만들었다. 영화는 전쟁 이후 독일 사회의 인간 단면을 멜로드라마의 형식에 녹여낸다. 〈피닉스〉의 의도적인 기억의 공백은 방관자와 공모자가 가해자로 변모하는 과정이 상처받은 신뢰로 터져 나온 공포를 극복하거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가른다.
전쟁이 끝나자 독일의 시민들은 모든 걸 잊은 것처럼 행동한다. 얼굴을 되찾은 넬리를 마주 선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방관, 침묵, 동조를 해명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얼버무리며 그를 위로하고, 자신도 피해받았음을 성토하고, 더는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에 자리를 피한다. 그들은 나치의 통치에 얽힌 시대의 가해자이며 피해자이다. 잡혀가는 유대인을 묵인하며 신고하는 대신 일상을 평온하게 유지했던 끔찍한 시절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굴레는 베를린의 전 시민에게 씌워진 비극이다. 적어도 공포를 당당히 대면하지 못하는 영화 속 사람들은 지배구조의 억압에 동참하는 행위자들이라는 과거로부터 능동적인 자기 형성을 이루지 못한다. 조니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를 잊고 과거의 영광에 남겨진 나치의 부역자와 피해자의 현현처럼 보이는 조니와 넬리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를 허물고 더 깊은 이해의 단계로 넘어선다.
영화에서 전쟁의 피해와 고통을 이야기하는 주체는 넬리와 레네 뿐이다. 하지만 같은 유대인으로 둘의 인식은 사뭇 다르다. 넬리는 끔찍한 수용소의 삶에서 겨우 벗어난 생존자다. 조니가 일반화된 대상으로서의 피해자성을 주장할 때 넬리는 자신이 겪은 경험을 전달하며 과거의 기억을 딛고 스스로의 정체성과 가치를 찾아간다. 하지만 레네는 박해를 피해 베를린을 떠나 영국으로 이주하여 살아남았다. 인간의 처참한 기억을 간직한 넬리와 같은 처지에 놓이지 않았던 레네의 선택은 기억의 공백에 스미는 새로운 악의 탄생을 예고한다. 1945년 그는 유대인이라는 피해자 정체성을 늘 강조하면서도 넬리와 함께 팔레스타인으로 가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계획을 세운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땅을 차지한 유대인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스라엘을 세웠는지 알고 있다. 그들은 민족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성경의 가르침을 빌미로 팔레스타인을 침공한다. 학살과 억압을 되돌리는 미래의 결론은 위치만 바뀐 전쟁범죄의 반복이다. 전쟁이 초래한 불신의 벽에서 좌절하는 레네는 목표를 채 이루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외출할 때마다 핸드백 안에 늘 권총을 지니던 레네는 평범한 악의 공포를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자주와 민족주의로 승화한다. 나치 정권과 그 부역자를 향한 강한 저항과 분노에도 외로움을 이기지 못했던 레네는 타인과 자신마저 신뢰하지 못했다. 누구든 아무 이유 없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는 이렇게 또다시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든다.
삶을 향해 걸어가는 찬란한 외면의 커튼콜
조니가 법의 허점을 악용해 과거의 배우자를 가장한 연극을 꾸미는 범죄를 저질렀다면, 아이히만은 자신의 평안과 태만, 일상적 행위의 반복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었다. 전자와 달리 후자의 행위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겠지만, 법적으로 책임을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렌트가 간과한 본질이 빠져있다. 그는 아이히만의 범죄사실을 사유 능력의 상실이라는 책임의 부재에도 반인륜적 범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죄를 주장했지만. 실제로 아이히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범죄사실을 숨기기 위해 평범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관료로 자신을 변호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그는 유대인 학살에 능동적인 임무를 수행했고, 반유대주의 신념을 철저히 지켰던 인물이었다. 최소한 아렌트가 보았던 법정 연극은 그를 속이기에 충분했다. 인간이 만든 악이라는 불가항력은 들키지만 않는다면 언제든 자신의 행동을 숨길 수 있다. 다수가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언제든 악은 모습을 감추고 서서히 몸집을 불릴 것이다. 넬리는 조니와 함께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가며 거짓으로 조니가 원하는 넬리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걸음걸이와 필체를 연습하고, 새로운 알리바이를 만들며, 기차에 내리고 지인들을 만나는 장면을 만들고자 그 전날 다른 지역에서 하룻밤을 묵는 정성까지 들인다. 누군가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많은 진실이 가려지고 거짓은 커진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난 부분에서만 유효하다. 영화는 외면의 교체와 상실을 경험한 주인공을 내세워 역설적으로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크리스티안 페촐트가 보여주는 오인의 테마는 이름이나 얼굴과 같은 외적 표상을 부정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자기인식의 도달을 유도한다. 넬리는 집도의에게 자신의 원래 얼굴로 복원해 주기를 요청했지만, 의사는 아무리 똑같이 얼굴을 고치려고 해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며 거절한다. 이미 영화는 덧씌워진 얼굴에 남겨진 시간을 망각하려는 어떤 시도도 무의미하다는 예고된 결말을 암시한다. 어떤 얼굴이든 그것이 시간의 궤도 안에 들어선 인간의 것이라면 누구나 과거의 기억에 머무를 수 없다. 조니는 과거의 기억 속 넬리의 대상화된 이미지를 제시하여 이를 이용해 앞으로의 미래를 살아가고자 한다. 겉치레의 변화만으로 타인과 제도를 속일 수는 있더라도 인간의 기억과 내면, 그 안의 본질을 바꿀 수는 없다. 틀어지는 계획을 인정하지 못하는 조니는 점차 과거의 넬리와 겹쳐 보이고 마는, 살아있는 넬리를 의식하면서도 외면한다.
아이히만의 가짜 연극의 피해자가 된 아렌트처럼, 넬리 역시 조니가 제작하는 연극의 공동주연이 되어 그의 배역이 진정한 자신의 얼굴이라고 착각한다. 재산을 차지하려는 목적하에 그들은 연극의 배우이자 관객이 된다. 브레히트는 서사적 연극론에서 관객이 연극을 이해하는 세 단계의 과정을 제시한다. 처음은 연극과 배우를 가장 가깝게 동일시하고, 다음은 관객과 배역을 냉정한 자세로 소외시키며, 마지막으로는 둘 사이의 통합적 인식의 발현으로 연극의 사회적 의미를 포착하는 것이다. 〈피닉스〉는 연극의 변증법적 작품해석론을 달성한 넬리와, 그렇지 못한 조니를 나란히 세운 뒤 과연 인간은 역사를 딛고 넘어설 수 있는가를 질문한다. 그리고 그 안에 작지만 강력한 희망을 숨겨놓는다. 계획의 주 무대인 조니의 방은 한정된 공간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등장인물 간의 합으로 연극적 상황을 연출한다. 넬리 본인을 연기해야 하는 넬리는 조니의 상상 속 자신의 이미지를 연기하며 조니의 상상 속 대상에 깊이 이입한다. 넬리의 인식이 바뀌는 순간은 남편이 자신을 고발하고 대신 풀려난 것이라는 의심에서부터 시작한다. 감추어진 진실이 드러나면서 배역과 끊임없는 소외를 통해 대상과 조니, 그리고 자신에게까지 거리를 둔다. 이 과정을 통해 인간 상호 간의 관계와 그 관계를 둘러싼 사회적 상황을 직시하고 억압받는 자신을 발견한 넬리는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마지막 시퀀스에서 스스로 무대와 관객을 만들어 ‘세 번째 연극’을 거행한다.
조니의 패착은 첫 단계를 의도적으로 건너뛰어 버렸다는 점에 있다. 그는 처음부터 넬리의 재산을 갖는 것이 목적이었으므로 어차피 이만 달러 정도 주고 떠나보낼 생각이었을, 죽은 넬리를 연기하는 이 여자와 깊은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된다. 배우의 첫 번째 조건인 몰입을 애초에 상정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 관객에게는 저 여자는 넬리처럼 보여야 한다. 넬리는 대상화된 본인을 연기하면서도 끊임없이 조니에게 자신이 그의 진짜 넬리라는 사실을 드러내고자 한다. 하지만 조니는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넬리의 존재를 의심하고 인지하면서도 그가 넬리가 아님을 애써 상기해야 하는 이상한 관계를 형성한다. 그리하여 이 몰입 없는 연극의 거리 두기를 계속한다면, 세상은 절대 조니의 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했다.
마지막 순간, 이 연극에서 넬리는 처음으로 제작자의 자리에 선다. 조니의 극본대로 만들어진 자신의 삶을 자신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던 그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벗어나, 조니가 지휘하던 연극의 지휘봉을 빼앗아 자신이 깨달은 바를 게스투스적으로 표현한다. 영화 속 연극은 낯선 나와의 대면으로 역사를 직시하게 만든다. 넬리가 전하는 마지막 노래 ‘Speak Low’는 너무 빠른 순간을 한탄하다 어느 순간 너무 늦어버린 시간을 이야기한다. 넬리와 조니에게는 자신을 돌아보고 멀어지는 모든 순간을 받아들일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한 사람은 이를 성실히 이겨냈고, 다른 한 사람은 피하기만 급급했다. 그리고 커튼콜의 시간은 그렇게 그들에게 다가왔다. 넬리는 진정으로 자신을 발견하며 조니를 떠난다. 두렵고 낯선 나와의 대면은 지배적 담론에 고착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완벽한 장면인 마지막 시퀀스는 배우로 하여금 무대 위의 말과 몸짓으로 스스로 깨어있음을 강조하는 자기 반영적 메타 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성경 속 욥은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에 이유를 찾고자 했다. 그러나 신은 명확한 근거 대신 믿음이라는 무기로 모든 상황을 이해하라고 말한다. 모든 것을 바꾸는 결정은 너무 신속하고, 예측할 수 없다. 자연이라는 이름의 악은 그렇게 인간의 삶을 어떤 의도도 없이 바꾼다. 욥은 끊임없이 내 삶의 고통을 일으키는 원인에 관해 질문한다. 하지만 완벽한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인류의 역사에는 수많은 우연이라는 악이 존재한다. 전쟁 역시 그중 하나다. 인간이 증오와 분노로 같은 인간을 살해하는 끔찍한 행위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주어지지 않은 평범한 이들에게 마치 자연재해와도 같이 아픔을 남긴다. 한 사람의 얼굴을 바꾸는 선택 또한 레네의 단순한 실수로 우연히 만들어진다. 피아노를 치던 조니가 마침내 넬리를 알아보는 순간은 그의 노랫소리와 팔뚝의 일련번호, 겉으로 드러난 옷가지나 얼굴이 아닌 감춰져 있던 것들이었다. 자신과 타인, 그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역사를 아우른 후에야 비로소 인간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들, 예를 들자면 상대를 외면할 수 있는 넬리의 용기 같은 것들이 삶에 다가온다. 과거에 매여 현실을 외면한 채 주어진 삶을 바꿔보려 했던 조니에게는 절대 찾아올 수 없는 순간을, 넬리는 밝은 빛을 향해 걸어가며 당당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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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는 가족과 함께
안녕하세요. 무더운 여름을 지나 선선한 바람이 추석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저는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보내야 알찬 추석을 보낸 느낌인데요.
거기에 넷플릭스 가족 영화까지 더해진다면?
정말 기분 좋은 연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씨네랩이 추천하는 가족 영화와 함께 따뜻한 명절 보내세요 :-)
1. 원더 - 스티븐 크보스키
드라마 ㅣ113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평범하지 않은 얼굴을 가진 어기. 헬멧 속에 숨은 채 매일을 살아간다.
그런 아들에게 진짜 세상을 보여주고팠던 부모님은 어기를 학교에 보내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도리어 상처가 되는데.
이 작은 소년의 위대한 한 걸음은 어디를 향할까.
★ 관람 point
영화 <원더>는 베스트셀러 소설로 선정된 <아름다운 아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원작 소설의 작가가 안면기형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소설로 썼기에,
가슴이 더욱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는데요.
세상의 편견에 맞선 영화로, 가족들과 함께 본다면 그 감동이 두 배가 될 거라고 보장합니다!
2. 아이 - 김현탁
드라마 ㅣ112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돈을 벌기 위해 아이를 맡긴 싱글맘. 그 아이를 돌보며 돈을 버는 학생.
상처뿐인 세상에서 둘의 만남은 서로에게 조금씩 의지가 된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이 안정에 금이 가기 전까지는.
★ 관람 point
영화 <아이>는 김향기, 류현경, 염혜란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로, 싱글맘
그리고 사회,가족에게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영화 보는 내내 색감도 따뜻하고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3. 마틸다 - 대니 드비토
코미디,가족,판타지 ㅣ98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한심한 부모와 사악한 교장에 시달리던 어린 소녀가
새롭게 발견한 능력을 활용하여 자신을 괴롭힌 이들에게 귀여운 복수를 시작한다.
★ 관람 point
앞에 두 영화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를 소개해드렸다면,
영화 <마틸다>는 좀 더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정말 이런 캐스팅을 어떻게 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틸다'역의 마라 윌슨은 찰떡 연기를 선보여주었습니다.
4. 펭귄 블룸 - 글렌딘 어빈
드라마 ㅣ 95분
출처 : 다음 영화
synopsis
다시는 걸을 수 없다. 가족도 힘이 되지 못한다. 사고로 장애가 생긴 여자.
그 삶에 상처 입은 까치 한 마리가 찾아든다.
작은 날개에 희망을 싣고. 실화에 기반한 영화.
★ 관람 point
제목이 펭귄 블룸이었기에, 저 역시 펭귄이 나오는 영화인줄 알았지만 펭귄이라는 이름을 가진
까치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영화 <펭귄 블룸>은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로
영화 러닝 타임 내내 잔잔하고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
5. 닥터 두리틀 - 스티븐 개건
코미디,가족,판타지 ㅣ101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세상과 단절된 채 동물들과 지내던 닥터 두리틀.
어느 날, 여왕에게 불치병이 생겼다는 소식을 접한다.
이 병을 고칠 수 있는 건 자신뿐.
아직 세상에 나가긴 무섭지만, 바다 건너 모험을 떠나기로 한다.
든든한 동물 조수들과 함께.
★ 관람 point
디즈니가 제작에 참여하였고, 주인공이 우리의 영원한 아이언맨! 로다주이기에 영화는
따뜻하면서도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가는데요.
로다주와 마이클 쉰의 능청스러운 티키타카로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습니다!
가족들과 가볍게 웃으며 볼 영화를 고르신다면 <닥터 두리틀> 추천드립니다.
6. 블라인드 사이드 - 존 리 행콕
드라마 ㅣ 128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이야기로,
부유한 가정에서 살게 된 집 없는 흑인 소년이
보살핌을 받게 되면서 훌륭한 풋볼선수로 거듭난다.
★ 관람 point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는 미식축구 선수인 '마이클 오어'의 실화를 다룬 영화입니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이 볼 수 없는 사각지대를 뜻하는 용어라고 하는데요.
산드라 블록이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기에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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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금주에는 다가올 설 연휴에 어울리는 영화들이 개봉합니다.
그중 최대 기대작은 송혜교 배우의 첫 오컬트 영화인 <검은 수녀들> 일 텐데요.
송혜교 배우는 영화 속 흡연 장면을 위해 촬영 6개월 전부터 실제 흡연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중요한 장면인 만큼 거짓으로 담배를 피우고 싶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전했습니다. 또한 드라마 '더 글로리' 이후, 장르물에 본격적인 흥미를 느껴 <검은 수녀들>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인만큼 '최부제'를 연기했던 강동원 배우가 특별 출연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개봉 당시 2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속편으로 돌아온 <히트맨2>, 실사에 애니메이션을 덧입혀 제작하는 '로토스코프' 기법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고스트캣 앙주>, 제시카 차스테인의 특별한 멜로영화 <메모리>까지!
과연 긴 연휴 기간에 우리의 마음을 빼앗을 영화는 무엇일까요?
검은 수녀들
Dark Nuns
개요: 미스터리 | 대한민국 | 114분
감독: 권혁재
주연: 송혜교, 전여빈, 이진욱, 문우진
개봉: 2025.01.24.
배급: (주)NEW
줄거리
금지된 곳으로 갈 준비가 되었습니다.
‘유니아’ 수녀(송혜교)는 ‘희준’(문우진)의 몸에 숨어든 악령이 12형상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 당장 올 수 없는 구마 사제를 기다리다가 부마자가 희생될 것이 분명한 상황. 결국 ‘유니아’는 소년을 구하기 위해 ‘서품을 받지 못한 수녀는 구마를 할 수 없다’는 금기를 깨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담당의는 ‘희준’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오직 의학이라 믿는 ‘바오로’ 신부(이진욱). 우연한 기회에 그의 제자 ‘미카엘라’ 수녀(전여빈)의 비밀을 알아챈 ‘유니아’는 ‘희준’을 병원에서 빼내기 위해 막무가내로 도움을 요청한다. ‘미카엘라’는 거침없는 ‘유니아’ 에게 반발심을 느끼지만, 동질감이 느껴지는 ‘희준’을 위해 힘을 보태기로 한다.
마침내 두 수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소년을 살리기 위한 위험한 의식을 시작하는데...
원칙은 단 하나, 무조건 살린다!
히트맨2
HITMAN2
개요: 코미디 | 대한민국 | 118분
감독: 최원섭
주연: 권상우, 정준호, 이이경, 황우슬혜, 김성오, 이지원
개봉: 2025.01.22.
배급: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줄거리
욱해서 그린 웹툰 '암살요원 준'의 성공으로 잠깐 흥행 작가가 된 '준'은 시즌2 연재 시작과 동시에 '뇌절작가'로 전락하고, 망작이 된 시즌2는 되려 '준'을 노리는 글로벌한 악당들의 내한 열풍을 일으킨다.
아무것도 모른 채, 다시 한번 대히트를 꿈꾸며 신작 웹툰 연재에 돌입한 '준'.
그러나 그의 웹툰을 모방한 테러가 발생하고, 국정원은 다름 아닌 '준'을 범인으로 지목하는데…
과연 ‘준’은 예언자인가, 테러리스트인가.
고스트캣 앙주
Ghost Cat Anzu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95분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 쿠노 요코
주연: 모리야마 미라이, 고토 노아, 아오키 무네타카
개봉: 2025.01.22.
배급: 와이드 릴리즈㈜
줄거리
꾹꾹이 알바하는 고양이 실존?! 귀여운 동안 외모지만 37세다냥~
한적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소세지절’ 아빠 ‘테츠야’는 엄마 기일 전까지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고, 11세 소녀 ‘카린’만 혼자 남는다. 그런 ‘카린’의 무료한 일상에 37살 고양이 요괴 ‘앙주’가 등장한다.
귀차니즘 아재 고양이 ‘앙주’와 한집살이를 시작한 까칠한 소녀 ‘카린’. 투닥거리는 사이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버린 둘은 ‘카린’이 그리워하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저승으로 함께 떠나게 되는데...
37살 아재 고양이 요괴 ‘앙주’와 시니컬한 11살 젠지 소녀 ‘카린’의 아주 특별한 저세상 여행이 시작된다!
메모리
Memory
개요: 드라마 | 미국 | 103분
감독: 미셸 프랑코
주연: 제시카 차스테인, 피터 사스가드
개봉: 2025.01.22.
배급: 티캐스트
줄거리
뉴욕에서 딸과 단둘이 사는 실비아는 고교 동창 파티에서 사울을 만난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실비아의 집까지 따라온 사울은 말없이 집 앞에서 밤을 새우고 실비아는 그가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며칠 후, 과거에 사울을 만난 적이 있다고 확신한 실비아는 그를 찾아가서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사울은 혼란스러워하고 실비아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며 그와 점점 가까워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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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롤 (2016)
-줄거리를 포함한 글입니다.-
영화 <캐롤>은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우아한 시선으로 가득 채워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시선으로, 섬세한 손짓으로, 작은 표정의 변화로 뜨거운 열애의 감정과 열애가 동반하는 열병을 묘사한다. 잘 만든 영화들은 이렇듯 말하지 않는 것으로 작품을 이야기한다. 이야기꾼의 구구절절한 이야기 대신, 영상에서 보여지는 수많은 미쟝센들로 관객 각자의 감상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영상의 힘이 느껴진다. 시각적인 요소들로 이야기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이 영화 특유의 방식뿐만 아니라, 만듦새 또한 훌륭하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붙이고,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의 여운과 깊이를 더하는 사운드, 그리고 촘촘하게 꿰어 흠잡을 데 없는 서사까지. <캐롤>은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멜로 영화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섬세한 시선과 작은 손짓까지 집중하여 영화가 다루는 사랑의 깊이와 여운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이야기의 매력 또한 깊고 진하다.
섬세한 시선과 작은 손짓까지 집중하여 영화가 다루는 사랑의 깊이와 여운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이야기의 매력 또한 깊고 진하다. 어린 여성 테레즈를 사랑하는 캐롤과 우아하지만 자신보다 연상의 여성 캐롤에게 빠져버린 테레즈. 언뜻 고등학생 소녀들의 철없는 이야기처럼 들리는 사랑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는 결말을 도출해낼 수 있고, 이렇듯 촘촘하게 꿰어낸 영화의 서사 속에서 건져 올린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는 영화의 가정(假定)을 통해 우리가 이를 수 있는 기품있는 삶의 모습을 ‘캐롤’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테레즈의 시선은 온전히 테레즈의 것이 분명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 역시 테레즈의 시선에서 캐롤을 홀린듯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또 다른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영화 <캐롤>이다.
1. 시선과 손짓, 목소리, 그 작은 뉘앙스들까지 집중하다.
영화 <캐롤>은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여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 캐릭터들의 말보다 시선이나 손짓과 같은 비언어적 수단들을 통해 사랑의 감각, 특히 오랜 첫사랑과 옛사랑의 감각을 자극한다. 테레즈와 캐롤의 첫만남에서 테레즈가 보여준 시선,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오로지 한명을 향한 그 묵묵한 시선과 사라진 그녀를 찾는 시선과 그녀를 찾은 후에 테레즈의 얼굴레 떠오르는 미소와 애정어린 시선은 마치 오래전 첫 사랑에게 시선을 빼았겼던 우리의 한 때를 떠올리게 만든다.
시선이나 손짓과 같은 비언어적 수단들을 통해 사랑의 감각, 특히 오랜 첫사랑과 옛사랑의 감각을 자극한다.
캐롤을 위한 선물세트를 세심하게 추천해주는 테레즈의 모습, 자신이 빠져버린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재차 상관에게 선물세트의 배송여부를 묻는 모습, 캐롤과의 약속자리에서 그녀를 계속해서 힐끗힐끗 바라보는 테레즈의 모습 등, 영화의 초반에 보여지는 테레즈의 모습에선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젊은 이의 열렬한 시선을 느낄수 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언젠가 우리들이 가졌을 시선이기도 하다. 이렇듯, 캐롤을 쫓는 테레즈의 시선으로 쓰여진 영화 <캐롤>은 그 시선을 따라가는 것으로 관객들이 갖고 있는 오래된 첫사랑의 기억과 감각들을 자극하는 한편으로, 영화속 테레즈의 시선을 같이 하다보면 캐롤에게 반할 수밖에 없다.
2. 열정은 열병을 동반하고
2-1. 망설이는 테레즈
이렇듯 테레즈의 시선을 따라가며 캐롤과 테레즈의 사랑을 다루는 영화 <캐롤>속 캐롤을 향한 테레즈의 열렬한 마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열기를 더해간다. 첫만남에서 캐롤에게 분명한 호감을 느낀 테레즈이지만, 테레즈는 다소 망설인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캐럴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에게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캐럴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에게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조금만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존재하는 리처드와, 리처드와 함께 하는 일반적인 삶을 두고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캐롤의 점심식사 제안을 망설이며 수락하는 모습이나, “여자를 사랑하기라도 하는”지 묻는 리처드의 대답에 아니라고 분명히 대답하는 모습을 통해서 테레즈가 주저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테레즈가 리처드와 캐럴에게 한 “결정하지 못했다”는 그 말은 리처드와의 결혼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의미인 동시에 캐롤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 역시 아직 확신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2-2. 망설이는 테레즈를 이끄는 캐롤
반면, 캐롤은 테레즈를 거침없이 이끈다. 점심 약속을 사양하려는 테레즈의 말을 자르고 약속을 잡는 캐롤, 자신의 집으로 테레즈를 초대하고, 테레즈가 촬영한 사진들을 보여달라고 요청하고, 혼자 떠나는 여행에 테레즈를 데려가는 캐롤. 테레즈가 망설일 때마다 캐롤은 테레즈를 자신에게로 이끈다.
테레즈가 망설일 때마다 캐롤은 테레즈를 자신에게로 이끈다.
자신을 끊임없이 이끌어가는 캐롤을 따라가는 테레즈는 어느덧 긴장한 표정과 머뭇거리는 태도를 버리고 편안한 표정과 그윽한 시선으로 캐롤을 바라본다. 캐롤이 내민 손을 잡고, 이젠 캐롤의 세계에 흠뻑 빠진 테레즈는 더이상 망설이지 않는다.
2-3. 열정은 열병을 동반한채로
문제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곳에서 터진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루어질수록 위험해지는 기이한 관계다. 이 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캐롤이 테레즈를 사랑하는 것으로 자신의 딸 린디의 양육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남편과의 이별은 캐롤에게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딸과의 이별은 캐롤에게 너무 큰 문제다. 이혼 소송중인 캐롤은 소송중에 테레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이를 알아챈 캐롤의 남편인 하지의 변호인들은 캐롤의 동성애적 성향과 외도를 지적하며 캐롤에게서 양육권을 박탈하고, 접근 금지 명령을 요구한다. 캐롤은 딸의 양육권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한 통의 편지를 남겨 놓고 테레즈를 떠난다.
캐롤은 딸의 양육권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한 통의 편지를 남겨 놓고 테레즈를 떠난다.
-내 사랑에게.
세상에 우연은 없어요. 그리고 언젠가 하지도 알게 될 일이었어요. 모든 건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에요. 차라리 일찍 이렇게 된 걸 감사히 생각해요. 이렇게 말하는 날 모질다 하겠지만, 당신을 납득시킬 말이 없어요. 내가 당신에게 당신은 젊기 때문에 해결책과 해명에 매달리는 거라 말하더라도 화내지 말아요. 언젠가 내 마음을 이해하게 될 거에요. 그날이 오면, 그곳에서 당신을 반겨줄게요. 영원한 일출처럼 우리 앞에 펼쳐진 삶을. 하지만, 그때까진 만나지 않기로 해요. 나는 해야 할 일들이 많아요. 당신은 나보다 더 많겠죠. 당신의 행복을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어요. 해줄수 있는 게 이것 뿐이에요. 당신을 ‘놓아’줄게요.
3. 품위있는 삶을 위하여.
캐롤은 테레즈를 떠나보내고, 한동안 홀로 시간을 보내고 양육권 분쟁의 자리에 선다. 법정싸움은 진흙탕 싸움이다. 상대방의 변호인은 캐롤의 외도와 동성애적 기질을 문제삼아 양육권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캐롤의 변호인은 외도의 증거가 불법촬영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그간의 결혼 생활에서 남편 하지의 행실이 이혼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적정선을 모르고 서로를 끌어내리는 말들 속에서 캐롤은 모든 말들을 멈추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C : “우린 서로에게 린디를 줬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왜 서로에게 못 뺏어 안달을 해야 돼? 테레즈와의 일은...내가 원했던 거야.”
C : “난 순교자도 아니고, 날 위한 최선이 뭔지도 모르지만... 내 딸을 위한 최선이 뭔지는 본능적으로 알아. 하지만, 방문권은 얻어야겠어.”
C : “날 부정하면서 살아간다면... 린디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
캐롤은 양육권 분쟁에서 한 발 물러선다. 그것은 단순히 린디보다 테레즈를 사랑하는 이유가 아니라, 테레즈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어떤 이유에서든 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캐롤은 테레즈와의 만남이 신경쇠약으로 인한 외도가 아닌, 진실한 사랑의 감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증명하고 싶은 것이며, 그 증명을 통하여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고자 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캐롤이 얻는 것은 ‘자존’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 세상이 신경쇠약이라고 함부로 단정짓지 않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하는 것. 그리고, 이 자존을 지켜내는 과정,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또 다른 존엄한 사랑의 방식임을 깨닫는다.
한편, 캐롤이 떠나고 백화점 종업원이었던 테레즈는 뉴욕타임즈에 취직했다. 캐롤의 말처럼, 테레즈는 안정적인 자리를 되찾은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지금 테레즈의 이 자리가 바로 캐롤이 말한 ‘제 자리’일지도 모른다. 캐롤은 테레즈의 소식을 듣고 그녀에게 저녁 약속을 제안한다. 저녁 약속자리에서 만난 캐롤과 테레즈. 캐롤은 테레즈에게 잠시후에 있을 저녁 식사에 와줄 수 있겠냐고 묻는데, 테레즈의 동료 잭이 나타나서 테레즈에게 또 다른 저녁 약속을 제안한다. 캐롤은 이전과는 다르게 테레즈의 마음을 존중하며, 테레즈와의 관계에서도 한 발 물러선다. 캐롤은 이제 사랑하는 이들을 소유하는 것, 린디의 양육권을 얻는 일이나 테레즈를 자신의 곁에 두고자 하는 마음을 접어놓는다. 캐롤은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사랑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도 사랑이 가능함을 알게 된다. 캐롤은 여지껏 이 영화에서 보여진 남성들의 ‘갖는 것’으로 얻게 되는 사랑의 방식에서 벗어나 그저 주는 것으로 테레즈와 린디를 사랑하고자 한다.
캐롤은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사랑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도 사랑이 가능함을 알게 된다.
4. 먼 길을 돌고 돌아, 나의 자리는 당신의 곁임을.
캐롤이 자신을 사랑하고자 하는 그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테레즈는 잭의 제안을 수락하고 필의 파티에 참석한다. 그곳에는 테레즈와 같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술과 음악, 춤을 추며 젊음을 누리고 있다. 캐롤의 말처럼 그곳은 이제야 활짝 핀 꽃과 같은 젊음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테레즈에게 ‘제 자리’란 바로 그 곳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테레즈의 귀에 이들의 목소리는 소음처럼 들리며 스쳐지나갈 뿐이다. 파티에서 테레즈가 목격한 것은 그곳이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뿐이다. 한때 자신이 전부라고 말했던 리처드는 이제 다른 여자와 춤을 추고 있고, 테레즈에게 키스를 하려고 했던 대니는 다른 여자를 품에 둔 채 여전히 영화를 보며, 대사들을 필사하고 있다. 테레즈는 이 파티에서 자신의 '자리'가 그곳에는 없음을 확인하고, 캐롤에게 돌아간다.
5. 뜨겁던 열기는 다소간 식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잔열(殘熱).
두 사람은 첫 만남 때처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거리를 둔 채로 재회한다. 다만, 첫 만남과는 달리 먼 곳에 있는 캐롤을 응시하는 테레즈의 표정은 좀처럼 읽을 수 없다. 표정의 미세한 변화가 있 는듯 하지만, 너무도 미세해서 그것이 어떤 감정을 담은 미세한 떨림인지 추측하기 어렵다. 반면, 테레즈의 시선이 닿는 곳에 있는 캐롤은 테레즈를 발견하고는 천천히 여유롭고 분명한 미소를 짓는다. 첫만남에서 테레즈가 캐롤에게 미소로 응대한 것과 반대로, 마지막 만남에선 캐롤이 테레즈를 미소로 맞이한다. 그리고 테레즈의 미소가 열정이 녹아있는 열띤 미소였던 것과 달리, 캐롤의 미소는 열병을 다 앓고 난 후 지을법한 여유로운 미소로 읽힌다.
자신을 찾아온 테레즈를 보고 짓는 캐롤의 따뜻한 미소를 통해 사랑의 잔열(殘熱)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여전히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테레즈의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이유로 그 후의 이야기를 추측하기 어렵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두 사람의 뜨겁던 열정도 지나갔고, 그 열정이 가져온 열병도 지나갔다는 점이다. 즉 이제는 뜨거웠던 처음의 열기는 찾을 수 없을테지만, 엔딩씬에서 캐롤을 끈덕지게 좇는 테레즈의 시선과 그녀를 찾아 황급히 가는 그 발걸음, 자신을 찾아온 테레즈를 보고 짓는 캐롤의 따뜻한 미소를 통해 사랑의 잔열(殘熱)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여전히, 그리고 충분히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삶과 사랑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도 이런 따뜻한 잔열들이 이어지면서 계속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두 사람의 미래가 다시 이전처럼 뜨거운 온기를 되찾지는 못하더라도, 따뜻한 잔열들로 그 관계가 계속되리라는 기대감과 깊은 여운을 남기는 멜로 영화 <캐롤>이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데미안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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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서울의 봄> 열기를 이어받아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 6일만에 200만 명의 관객수를
돌파했습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오는 25일까지 성탄절 연휴 동안 관객 몰이를 이어갈것으로 전망됩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노량: 죽음의 바다>는 12월 25일 오전 10시를 넘어가면서 누적 관객수 2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2위로 오른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수를 기록하면서 황정민은 <국제시장> <베테랑>에 이어 <서울의 봄>으로 3번째
천만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해양 액션 블록버스터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이 개봉 첫날 전체 외화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습니다. 전 세계 흥행 수익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호평받았던 <아쿠아맨>과 달리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의 흥행 전망이 밝지 않아보입니다. 북미에서 1위에 올랐지만 레드 카펫이나 프리미어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았고, 만듦새도 아쉽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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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들 하십니까
SYNOPSIS.
원주에 60년 된 단관극장이 있다. 극장 주위엔 극장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극장을 부수려는 원주시장이 있다. 아카데미극장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때 아카데미극장밖에 모르던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전주국제영화제)
가까운 상영 일정.
6월 8일 (토) 서울아트시네마 (2024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6월 22일 (토) 메가박스 남춘천 3관 (춘천영화제)
어떤 나라 어떤 도시의 어떤 시장님께 씁니다. 10년쯤 전 유행했던 인삿말로 안부를 여쭙고 싶습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저는 별로 안녕하지 못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또 하나의 '안녕하지 못한' 면을 느껴 버렸으니까요. 시장님라도 꼭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재산 축소해서 발표하고, 불통 행정으로 귀 막으셨고, 극장의 가치를 인정받아 보존하라고 내어준 예산까지 반납하시면서 꽤나 많은 걸 절약하셨는데 뭐 그러고도 안녕하지 못하신 건 아니겠지요.
하지만 그 덕분에 저는 어이가 없어서 103분 동안 입을 다물지 못하느라, 턱 관절조차도 안녕하지 못하답니다. 하지만 얼얼한 턱 관절을 움직여서 꼭 한 번은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대체 왜 그러셨어요? 꼭 그래야만... 속이 시원하셨습니까?
원주 아카데미 극장은 1963년에 지은, 현재까지 원형을 보존하는 단관 극장 중 가장 오래된 공간이'었'습니다. 물론 오래됐다고 다 좋은 건 아니죠. 건물의 안전을 점검하는 것 또한 시정을 두루 돌보아야 할 시장님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암요. 하지만 그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적어도 그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민들과 대화 정도는, 아니 대화하는 척만이라도 좀 할 수는 없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제가 시장님이었다면 최소한의 듣는 '척'이라도 했을 것 같아요. 그 정도 정치적 액션 정도는 취해주는 게 시장님께도 유리하지 않나요?
원주 아카데미 극장은 시민들의 애정 어린 손길을 받아 다시 숨결을 부여받은 건물입니다. 오래된 건물도 흔치는 않지만, 오래된 건물 중 이렇게 되살아나는 건물은 더더욱 드물죠. 오고가는 사람들이 늘상 마주치는, "늘 그 자리에" 있는 건물인 동시에, 멈춰있던 시간이 사람들의 애정으로 다시 흘러가게 된 공간. 이런 공간은 전국을 뒤져도 흔치 않을 겁니다. 게다가 이 애정은 진행형이었죠. 누군가의 애정이 깃든 곳을 부수다니, 어떻게 그렇게 잔인하실 수 있었는지요. 그러고 짓는 게 고작 주차장이라니.
물론 저는 극장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극장을 좋아하는 관객이기 이전에 같은 나라의 행정 체계 안에 사는 시민으로서 심각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예술 공간 어쩌구 하면서 상상력과 미학적 관점 부족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님으로서 실무 능력이 좀 있으셔야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에요. (근데 보통 실무 능력이 없는 분들은 미학적 감각도 같이 없으시더라고요. 정말 신기하게도 말이에요. 이번 결정 또한 미학적으로 너무 구려요. 다 떠나서 일단 구려... 그래서 얼굴이 찌푸려집니다.)
주민들은 무조건 극장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한 게 아닙니다. 어거지를 쓴 게 아니었다고요. 토론을 요청했죠. 대화의 장을 열자고 했습니다. 그런 주민들한테 하신 말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그냥 시민 누구도 배려하지 않은 발언이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음악 활동 하라구요? 음악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들어가는 건 '고립'이라구요? 이게 뭔... 그런 논리대로라면 버스커버스커였던 장범준도 고립된 겁니까? 그런 논리대로라면, 시정 업무를 보기 위해 시청에 들어가시는 것도 고립일까요?
급기야는 공무원을 우르르 보내셨죠. 공무원들은 무슨 죄인지 참. 지방자치법 55조, 문화재보호법 13조, 산업안전보건법 123조를 위반하시고, 아무 준비되지 않은 막무가내 해체를 통해 석면 관련하여 시민 안전도 위협받았습니다. 아카데미 극장의 붕괴가 필수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하실 필요는 정말로 없었습니다. 적당한 단계를 순차적으로 밟으며 사람들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으실 수 있었을 거예요. 그랬다면 시장님의 리더십이 좋은 방향으로 평가 받았겠죠? 선출직이신데 대체 뭘 믿고 이런 막무가내 위법 행위까지 저지르시는지... 딱히 시장님께 유리하지도 않은 이 모든 행위들의 이유가 무엇인지... 저는 정말로 이해가 안 가서 그렇습니다. 막말로 뽑혔으니 시장이지 임기 끝나면 그냥 동네 아저씨십니다.
만약 아카데미 극장 유지보수를 위해 새로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 금액이 너무 막대했다면, 시정을 두루 돌보시기 위해 전체 예산을 고려하고자 큰 그림을 그리셨나 보다 하고 이해하겠습니다. 그러나 모든 비용이 확보가 되어 있었죠. 국비도 도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 받겠다 하셨다면서요.
생각할수록 이해가 안 가는 행위들이 계속되니, 처음에는 토론을 요청하던 시민들의 모임 또한 계속해서 어떤 '저항'에 가까워집니다. 그러니까 시민들이 그냥 청소하고, 모임하고, 기록할 때... 그들이 그냥 그렇게 살 수 있게 잘 좀 해보시지 그러셨어요. 왜 선출직 주제에 이런 저항 받는 자리에 놓이려고 하세요. 이렇게 한 치 앞의 미래를 톺아볼 수 있는 창의력도 상상력도 부재하시면서, 무슨 지방 정치의 일원이 되려고 하세요. 있는 관광 자원도 무너뜨리는 사람이, 없는 자원을 육성하여 지역을 키울 힘이 있겠습니까?
제가 이 영화에서 본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아카데미 극장의 아름다운 면면. 옛날 영사기, 램프, 미싱까지 별게 다 있는데 이 공간이 박물관이 아니라, 지금 살아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너무 흥미롭고 신선했습니다. 쓸데없이 명랑한 폰트로 '레트로', '빈티지'를 외치는 가짜 감성이 난립하는 시대에, 이토록 우아하고 아름다울 수가 있다니요. 그러나 이 공간이 이미 무너졌다는 것, 무너지는 내내 저는 SNS로 소식을 접하고 이름을 보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슬퍼집니다.
다른 하나, 두 번째는 시장님의 무능입니다. 영화고 극장이고 다 떠나서, 지방 소멸 걱정 안되십니까? 저는 되게 걱정되거든요. 그래서 한 도시에 이런 관광자원이 있다는 거 정말 잘 다듬어볼 만한 자산이라 생각하는데, 불법을 동원해서 무너뜨린 이런 일은 역사적 오명으로 남지 않겠습니까. 시장님도 아직 젊으신 편인데, 이게 꼭 시장님 사후 먼 미래에 대한 우려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방법도 앞으로는 다시 고려해 보시면 어떨까요? 꼭 시민을 이렇게 절박하게 몰아내야만 합니까?
그리고... 영화고 극장이니까 조금 더 첨언하는데요. 제발 도움이 안 될 거면 방해라도 하지 마세요. K콘텐츠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정작 K콘텐츠 만들어가는 사람을 방해하는 '개저씨'가 시장님만 계신 건 아닌데요. 당신들의 근시안적 시선에 대단한 지원이나 조언 바라지 않으니, 그냥 있는 지원 끊어내는 바보 짓이나 하지 말고 차라리 가만히 계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 해봅니다.
제가 103분 동안 너무 궁금해서 열심히 머리를 굴려봤거든요. 정치를 잘 모르는 제 머리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서요. 혹시, 아주 혹시라도 이게 그 유명한 '전임자 지우기'는 아니겠지요? 지자체 캐릭터 열풍을 선도한 어떤 동물 캐릭터가 최근에 무슨 못생긴 곡식 캐릭터로 대체된 곳이 있는데, 거기에 대한 사람들 해석이 그랬거든요. 참고로 이건 전임자 지우기가 되지 않아요. 캐릭터나 극장 같은 건 잘됐을 때 사람들에게 절대 정치인 이름으로 남지 않습니다. 남을 거라고 생각하셨다면 자의식 과잉이세요. 그냥 캐릭터 이름, 극장 이름만 기억하지, 그런 걸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걸 이렇게 순리를 거슬러 가며 무너뜨린다? 그 정치인 이름만 오명으로 남는 거예요.
이미 무너뜨린 극장은 시장님 멱살을 잡고 탈탈 흔들어도 다시 돌아오지 않겠죠. 저는 이제 와서 억지를 부리자는 게 아닙니다. 다만 이번 일은 우리가 뼈아프게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불통 행정이 얼마나 큰 상실을 불러일으키는지. 그에 맞서는 시민의 연대는 얼마나 힘이 있는지.
네, 이 일은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앞으로 행정의 무능과 불통을 기억할 때 이 일을 사례로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름 길이길이 남기시게 된 것 축하드립니다. 지난 지방선거가 2022년이었죠. 2026년까지는 아직 조금 더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바라건대 더 이상의 오명은 남기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시민들과 적극 소통하시고 위법 행위 근절하셔서, 반전의 이름으로 남으실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동료 시민으로서, 시장님의 안녕을 빌며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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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21] 따뜻한 정서가 은은히 담겨있는 영화 미나리
미국 이민자들의 정착 과정에 있는 한 한국인 가족의 삶을 다루는 미나리가 개봉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벌써 극장 관람한 관객만 30만이 넘었어요.
왜 이 영화가 이렇게 좋은 반응을 보일까요?
아마도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정서 때문일거에요.
군데군데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요소들이 있어서 각기 공감하는 지점은 다르겠지만 두루두루 공감할 수 있는 영화죠.
무엇보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에요.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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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챌린저스 - 젠데이아의 매력이 가장 빛나는 테니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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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코트 밖, 진짜 경쟁이 시작된다! 스타급의 인기를 누리던 테니스 천재 ‘타시’(젠데이아)는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하고 지금은 남편 ‘아트’(마이크 파이스트)의 코치를 맡고 있다. 연패 슬럼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아트’를 챌린저급 대회에 참가시킨 ‘타시’는 남편과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이자 자신의 전 남친인 ‘패트릭’(조쉬 오코너)를 다시 만나게 된다. 선 넘는 세 남녀의 아슬아슬한 관계는 테니스 코트 밖에서 더욱 격렬하게 이어지는데… 결승전 D-DAY, 가장 매혹적인 랠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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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카시오페아> 메인 예고편
“괜찮아…” 한마디에 눈물샘 폭발! 안성기 X 서현진 애틋한 부녀 열연 모두의 마음을 울릴 아주 특별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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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위왓치유> 티저 예고편
평범한 집처럼 꾸며진 3개의 세트장,
12살로 설정한 페이크 계정을 만들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 선 배우들.
계정 계설과 동시에 전 세계 남성이 접촉해왔으며
열흘 간 나체사진 요구, 가스라이팅, 협박, 그루밍 등을 시도하는 남성은 총 2,458명이었다.
그리고 우린 그 중 21명과 대면하게 된다.
범죄의 형식이 온라인으로 확산된 언택트 시대.
성에 대한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아동·청소년들에게 일어나는 충격적인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한다.
그리고, 가해자들의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디지털 성범죄자 검거 프로젝트
<#위왓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