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5-02-14 11:56:04
캡틴 아메리카 4 | 반등했지만 비상하지는 못한 MCU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의 방패를 물려받고 캡틴 아메리카로 거듭난 '샘 윌슨'(앤서니 매키). 하지만 그의 앞에는 새로운 위험이 닥쳐온다. 소코비아 협정으로 어벤져스를 궁지에 몰았던 '로스'(해리슨 포드) 장군이 미국 대통령이 된 것. 로스는 인도양에 자리 잡은 티아무트 섬에서 채굴된 새로운 금속 아다만티움을 둘러싼 국제 분쟁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그 목으로 샘에게 어벤져스 재창설을 제안하며 협력을 요청한다.
하지만 둘은 쉽사리 손잡지 못한다. 백악관 테러의 배후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 2대 팔콘 '호아킨 토레스'(대니 라미레즈)와 함께 수사에 나선 샘은 이내 '리더'(팀 블레이크 넬슨)의 음모를 발견한다. 뇌에 스며든 헐크의 피 덕분에 초인적인 계산 능력을 얻은 그가 약속을 안 지킨 로스에게 복수하려 했다는 것. 그 사이 티아무트 섬 분쟁은 전쟁으로 치닫고, 분노를 참지 못한 로스는 '레드 헐크'로 변할 전조를 보이기 시작한다.
MCU, 마침내 반등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루소 형제의 MCU 복귀 뉴스는 멀티버스 사가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자인이나 다름없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캐릭터를 못 살렸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퇴장한 주요 캐릭터의 후계자 중 자기만의 서사와 매력을 보여 경우는 많지 않았다. 자연히 이전 작품이 그리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 같은 인피니티 사가의 후속담에 관객들이 호응한 이유였다.
MCU만의 매력도 잃었다. MCU의 핵심은 시리즈 간의 연계였다. 한 영화 속 사건이 다른 영화에 영향을 끼치는 연쇄작용은 다른 프랜차이즈에서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쾌감이었다. 그런데 멀티버스 사가는 각자 자기 일을 해결하기 바쁜 영웅들만 비췄다. 토니 스타크처럼 시리즈를 오가는 구심점도, 인피니티 스톤이나 타노스 같은 궁극적인 목적지도 명시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데드풀과 울버린> 이후 약 8개월 만에 공개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이하 <캡틴 아메리카 4>)는 상술한 두 문제에 대해 설득력 있는 답안을 제시하는 듯하다. 그 중심에는 두 인물이 있다.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 샘 윌슨은 차별화된 매력과 상징성을 증명하며 성공적으로 재데뷔했다. 미국 대통령이 된 로스는 흩어진 MCU의 이야기 중 일부를 묶어냈다. 이에 힘입어 MCU도 마침내 반등의 기틀을 마련한 듯 보인다.
샘 윌슨의 증명
캡틴 아메리카의 정체성을 한 단어로 말하자면 '자유', 구체적으로는 '정치적 자유'다. 1편 <퍼스트 어벤져>에서 스티브 로저스는 나치와 하이드라에 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영웅이었다. 2편 <윈터 솔져>에서는 모든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으로 전 세계를 통제하려 한 하이드라와 맞서 싸웠다. 3편 <시빌 워>에서도 미국 정부와 유엔, 동료 절반과 척을 지면서까지 어벤져스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즉, 스티브 로저스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를 제외하면 정부 뜻대로 움직인 적이 없었다. 비록 이름은 누구보다도 미국 정부의 하수인처럼 느껴지지만, 그에게는 개개인의 자유가 최우선 가치였다. 자유에 뒤따르는 책임도 개인이 온전히 짊어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유를 억압하려는 정부의 개입에는 일관되게 반대하는 슈퍼히어로였고, 정부에 소속되지 않은 어벤져스의 이상을 상징했다.
샘은 자신이 스티브의 신념과 이상을 계승했음을 증명해 낸다. 일례로 로스가 어벤져스 재창설을 부탁했을 때도 샘은 정부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사야 브래들리(칼 럼블리)'를 무작정 백악관 테러 범인으로 몰아간 처사에 항의하는 의미였다. 샘이 리더의 음모를 알아채고, 전쟁을 막은 것 역시 진정한 자유를 추구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가 로스 대통령의 압력에 굴하는 대신 독자적으로 움직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리더의 계략 때문에 의도치 않게 레드 헐크로 변한 로스를 샘이 저지하는 장면 또한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자격을 증명한다. 샘은 레드 헐크 안에 있는 로스의 자유의지를 신뢰했다. 로스가 헐크에게 저지른 과오를 씻고, 딸 '베티'(리브 타일러)에게 속죄하려는 열망이 진심이라고 믿었기에 레드 헐크를 설득해 로스로 되돌아오게 할 수 있었다. 이는 <윈터 솔져>에서 버키를 믿고 그에게 자기 목숨을 맡겼던 스티브의 선택과 다르지 않다.
같게 또 다르게
그와 동시에 <캡틴 아메리카 4>는 '버키'(세바스찬 스탠)의 입을 빌려 샘 윌슨만의 상징성과 매력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옳다고 믿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은 스티브 로저스는 믿음의 상징이었다. 그렇기에 <윈터 솔져>에서 쉴드의 일반 요원들은 그의 연설에 용기를 얻어 하이드라와 총격전을 벌였다. 이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그보다 능력이 뛰어난 다른 히어들이 그의 지시를 따르는 이유이기도 했다.
샘 윌슨은 다르다. 그는 혈청도 맞지 않았고, 초인적인 정신력을 지니지도 못한 평범한 군인이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티브를 도우며 옳다고 믿은 신념을 따르는 과정에서 어벤져스의 일원으로, 더 나아가 캡틴 아메리카로 거듭났다. 즉, 그는 누구나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고 옳은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다. 타고난 리더였던 스티브보다는 동반자에 가까운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달라진 액션 스타일은 두 캡틴 아메리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방패를 활용한 액션은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공통점을 보여주지만, 더 아크로바틱 한 액션은 차이점을 암시한다. 대인 액션 시퀀스에서 샘은 스티브보다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스티브와 달리 힘만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는 없기 때문. 슈퍼 솔저는 아니어도 스티브의 신념을 이어가려는 샘의 노력이 액션의 차이점에도 녹아있는 셈이다.
로스라는 연결고리
샘이 캡틴 아메리카의 자격을 증명하는 사이, 로스 대통령은 MCU의 유산을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의 플롯은 샘과 마찬가지로 증명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한다. 로스는 헐크에게 군대를 보내고, 어벤져스를 감옥에 보냈던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그의 변화는 정치적 측면과 개인적 측면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 지점에서 <캡틴 아메리카 4>는 서로 다른 시리즈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던 과거 MCU를 연상케 한다.
로스의 플롯 중 정치적 측면은 <이터널스>의 후폭풍과 직접적으로 연계된다. 인도양의 섬이 되어버린 티아무트에서는 비브라늄보다 단단한 금속 아다만티움이 발견된다. 이에 로스는 일본, 인도, 프랑스 등과 평화 조약을 체결하고자 한다. 티아무트 섬을 남극처럼 중립지대로 놔두고, 아다만티움을 지구촌이 공유하자는 것. 로스는 호전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백악관 테러에도 불구하고 가급적 대화를 통해 조약을 체결하고자 애쓴다.
로스의 변화는 개인적 측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캡틴 아메리카 4>는 <인크레더블 헐크>의 유산을 활용해 그의 부성애를 부각한다. 로스는 한때 브루스 배너의 연인이었던 딸 베티와의 화해를 염원하고 있으며, 그전에는 차마 죽을 수 없어서 리더에게 심장병 치료를 받았다고 고백한다. 그 과정에서 리더의 계략 때문에 레드 헐크로 폭주하기도 하지만, 그에 맞는 죗값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히어로로 변모할 가능성까지 보여준다.
즉, <캡틴 아메리카 4>는 인피니티 사가의 후일담이자 멀티버스 사가의 연결고리인 셈이다. 마침내 MCU다운 영화를 보는 듯하고, 극 중 삽입된 여러 복선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벤져스 재창설이라는 떡밥이 등장하고, 쿠키 영상에서 <어벤져스: 둠스데이>와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를 암시함에 따라 마침내 멀티버스 사가의 목적지가 보이기 때문. 마치 10여 년 전 MCU를 보는 듯한 향수를 자극하는 장치다.
양날의 검
그러나 로스를 전면에 내세운 선택은 양날의 검이다. 우선 진입장벽을 높인다. <캡틴 아메리카 4>는 <인크레더블 헐크>와 <팔콘과 윈터 솔져>의 연장선상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문제는 두 작품 모두 접근성이 낮다는 것. 전자는 MCU가 인기를 얻기 전인 2008년에 개봉했고, 후자는 디즈니+ 드라마이기 때문. 초반부에 뉴스 형식으로 정보가 제공되더라도 두 작품을 보지 않았으면 극 중 상황을 즉각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영화의 밀도도 낮춘다. 슈퍼히어로 영화는 빌런과 히어로의 대립이 고조될 때 클라이맥스의 쾌감이 극대화된다. 그런데 샘과 리더는 각자의 이유로 로스와 갈등을 빚을 뿐, 정작 서로 대립하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티아무트 섬에서 샘과 로스의 대립이 일단락된 순간, 영화는 긴장감이 꺾인다. 로스와 리더의 플롯이 남은 가운데, 샘의 역할이 애매해지는 것. 그 결과 레드 헐크와 샘의 충돌도 비록 눈은 즐겁지만, 뒷북처럼 느껴진다.
리더와 <시빌 워> 속 제모 남작을 비교해 보면 문제가 더 명확하다. 두 빌런은 그림자 속에서 암약하며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가짜 미끼를 던져주고, 주인공끼리 싸우게 만든다. 그러나 리더와 달리 제모는 캡틴 아메리카에게 원한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와 아이언맨을 분열시키는 전개는 복수라는 맥락 안에서 개연성이 있었고, 서스펜스를 끝까지 유지하는 원동력이 됐다. 정확히 <캡틴 아메리카 4>에서 빠진 스토리라인이다.
더 나아가 기시감도 극대화된다. 영화가 늘어짐과 동시에 지난 시리즈를 답습한 장면이 드러기 때문. 일례로 백악관에서 이사야가 도주하는 시퀀스의 연출과 타이밍은 <윈터 솔져>에서 버키가 닉 퓨리를 저격한 후 도주하는 장면을 빼닮았다. '사이드와인더'(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가 도로에서 샘을 급습하는 장면, 리더가 군사 기지 지하에 숨어 있다는 설정도 마찬가지다. 이는 오마주를 넘어서서 자가복제에 가까워 보인다.
비상까지는 부족한 한끗
그 외에도 <캡틴 아메리카 4>는 이전 시리즈에 비해 완성도가 한끗 부족한 순간이 적지 않다. 액션 연출이 대표적이다. 물론 확실한 장점도 있다. 캡틴 아메리카와 팔콘이 일본 해상자위대 및 세뇌된 미 해군과 펼치는 공중전에서는 최근 MCU에서 보지 못한 역동감이 느껴진다. 빠른 속도감과 레드윙을 활용한 신선한 연출 덕분이다. 레드 헐크도 <어벤져스> 1편과 2편에서 보여준 헐크의 위용만큼 파괴적인 액션 시퀀스를 선보인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라는 제목에 비하면 전반적인 액션 연출은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대인 액션, 육박전 장면에서는 카메라 워크나 편집 속도가 한 템포씩 늦다 보니 주인공들의 움직임에서 박력이 덜 강조된다. 군사 기지 지하 복도에서 군인들과 샘, 호아킨, '루스'(쉬라 하스)가 한 데 뒤엉키는 액션 장면을 <윈터 솔져>나 <시빌 워>의 액션 시퀀스와 비교해 보면 부족함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숱한 재촬영의 여파도 가리지 못했다. 주요 캐릭터 중 일부는 중요성에 비해 분량이 적다. 일례로 로스의 안보 보좌관이자 레드룸 출신 블랙 위도우인 루스는 스티브-샘-나타샤처럼 샘, 호아킨과 팀을 이루는 데도 활약이 미미하다. 전개도 편의적이다. 레드 헐크가 샘에게 갑자기 설득되거나, 사이드와인더가 손쉽게 샘에게 협력하는 식이다. 기존 촬영분과 재촬영분을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 후반부 전개를 섬세하게 다듬지 못한 흔적이다.
종합하면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새로운 <퍼스트 어벤져>에 가깝다. 기존 클리셰에 기대면서 완성도는 일부 포기하더라도, 세계관의 핵심 인물을 성공적으로 데뷔시키며 시리즈와 유니버스의 기반을 다졌다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달리 말하자면 반등에 성공했을 뿐, 아직 날아오르지는 못했다고 할 수도 있다. 결국 두 후속 타자, <썬더볼츠*>와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의 어깨가 여전히 무거워 보인다.
Acceptable 무난함
날아오르기에는 아직 출력이 부족한 캡틴 아메리카와 MCU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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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생일인 배우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9월 30일, 바로 오늘! 오늘이 바로 생일인 배우 분들이 여럿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오늘 생일인 배우가 나온 드라마 혹은 영화를 추천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오늘 생일인 배우가 나온
드라마 혹은 영화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각시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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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삶에 지친 우리들에게 시원한 한방을 선사할 한국판 슈퍼히어로 각시탈의 대활약을 그려낼 드라마.
이름없는 영웅의 운명을 택했기에 목숨 같은 사랑을 버려야 했던 남자.
그리고 그를 지키려 했던 여자의 영영 사무칠 애절한 사랑 이야기
cine pick!
허영만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로 방영 시기 수목 드라마 중 가장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였다.
제13회 대한민국 국회대상에서 올해의 드라마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KBS 연기대상에서는 4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굿 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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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소아외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문의들의 노력과 사랑을 담은 휴먼 메디컬 드라마,
cine pick!
유수의 드라마 시상식에서 17개 부문에서 수상한 작품이며,
미국, 일본, 터키에서 리메이크를 할 정도로 인기를 끈 작품이다.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메이즈 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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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기억, 거대한 미로로 둘러싸인 낯선 공간
모든 기억이 삭제된 채 의문의 장소로 보내진 ‘토마스’'.
‘토마스’는 미로에 갇힌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상황의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매일 밤 살아 움직이는 미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죽음의 존재와 대립하며,
지옥으로부터 빠져나갈 탈출구인 지도를 완성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미로의 문이 열리고 그들은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cine pick!
제임스 대시너의 3부작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한국에서는 누적 관객 수 28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하며 박진감 넘치는 영화로 미스터리 스릴러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면 꼭 추천드립니다.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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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묘 이장을 위해 흩어져 지낸 오남매가 오랜만에 모이며
세기말적 가부장제와 작별을 고하는 이야기.cine pick!
국내부터 해외까지 다양한 영화제에서 관심이 폭발했던 작품이다.
'배우들의 합이 돋보이는 가족 드라마'라는 극찬을 받기도 하였다.
한낮의 피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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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으면 괴롭지만 자꾸만 신경 쓰이는 가족과의 예기치 못한 캠핑 여행,
막막한 미래와 잔뜩 구겨진 인생 속 청춘들의 치기 어린 여행
혼자여도 괜찮은 줄만 알았던 나를 찾아가는 여행까지…cine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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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이야기를 담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인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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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꿈에 들어가 생각을 훔치는 특수 보안요원 코브.
그를 이용해 라이벌 기업의 정보를 빼내고자 하는 사이토는
코브에게 생각을 훔치는 것이 아닌, 생각을 심는 ‘인셉션’ 작전을 제안한다.
성공 조건으로 국제적인 수배자가 되어있는 코브의 신분을 바꿔주겠다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고,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최강의 팀을 구성, 표적인 피셔에게 접근해서 ‘인셉션’ 작전을 실행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들과 마주하게 되는데…cine pick!
크리스토퍼 놀란이 10년간 시나리오를 쓰고 다듬었던 작품으로 독창적인 스토리와 더불어 치밀하게 짜인
이야기 구성이 많은 이들로 하여금 영화를 보게 만들었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OST도 굉장히 호평을 받았다.
은주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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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제멋대로 꼬인 셀프휴직녀 '심은주'가 셀프 인테리어에 눈뜨며
망가진 삶을 회복해가는 인생 DIY 드라마 '집도 인생도 셀프수리 중! 행복 시작!'
cine pick!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은주의 방>은 소위 말하는 착한 드라마로
자극적이지 않아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알고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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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못 믿어도 연애는 하고 싶은 여자 유나비와 연애는 성가셔도 썸은 타고 싶은 남자 박재언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cine pick!
<알고있지만,>에서 솔지완 커플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서지완 역의 윤서아 배우!
발랄하고 통통 튀는 매력적인 연기를 볼 수 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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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찰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 '레이'님의 콘텐츠입니다. 출처는 하단의 주소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은 일반 관객이 이해할 수 없는 범주를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에서 멈추는 카메라는 현실과 극의 경계에 머물며 관객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도달한다. <언노운 걸>, <소년 아메드>와 같은 영화들은 다르덴 형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도, 극중의 배경에 대해 몰라도 이해하는 데 거의 지장이 없다. 대단히 일반적인 관객을 상정하는 이들 카메라는 그러면서도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선에 머문다. <토리와 로키타> 속 토리(파블로 실스 분)와 로키타(졸리 음분두 분)에게 벌어지는 폭력은 유혈사태와는 거리가 멀고 로키타를 클로즈업하여 폭력을 가리거나 로키타에게서 거리를 둠으로써 폭력을 간접적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로키타를 향한 폭력은 토리에게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거나 폭력의 사후에 발견된다. 폭력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으면서, 그리고 피해자의 감정적인 모습을 포착하지 않으면서 관객에게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는 고단수의 관찰은 한편으로는 폭력으로부터 관객을 무감각하게 유리시키기도 한다.
성폭력을 위시한 폭력을 묘사할 때 묘사자는 2차 가해와 폭력 포르노로부터 끊임없이 스스로를 검열해야 한다. 폭력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내지만 때로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되기도 하고 모방범죄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폭력을 묘사하기 위해 진행된 촬영 과정에서 재연 배우가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에서 카메라는 결코 포르노의 선을 넘지 않지만 관객의 다소 냉담한 반응을 감수해야 하기도 한다. 영화상 로키타가 겪는 첫 성폭행은 대단히 간접적으로 묘사되기에 일부 관객은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마저 있다. 흥미롭게도 로키타가 겪는 성폭행에 대한 묘사는 서사가 진행되며 직접적인 묘사로 나아가는데(그러면서도 카메라는 로키타에 대한 섹슈얼한 시선과는 거리가 멀다), 관객의 시선과 토리의 시선이 일치해간다. 일부 둔한 관객은 알아차리기조차 쉽지 않은 첫 성폭행 장면에서 토리는 아예 배제되어 있다.
토리와 로키타의 현 상황에 대해서만 묘사하던 카메라는 영화 초중반이 되어서야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드러낸다. 토리에게는 발급된 체류증이 로키타에게는 발급되지 않았고, 따라서 토리와 로키타는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로키타가 체류증을 정말 발급받아야 하는 상황인지, 이 둘이 친남매가 맞기는 한지, 로키타가 돈을 부친다는 부모는 친부모인 것인지 카메라는 현실적인 영역에는 결코 들어서지 않는다. 카메라의 관심은 오직 합법적으로 벨기에에 머물 수 없는 로키타와, 로키타와 헤어져야 하는 토리가 겪는 폭력적인 상황 뿐이다. 즉 다르덴 형제의 카메라는 정치적인 영역으로 전력을 다해 발을 내딛지 않는다. 체류증이 발급되지 않은 로키타와 헤어져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토리의 질문은 로키타를 향한 온정적인 시선을 요청하는 듯 보이지만 정작 로키타의 상황은 정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토리의 질문은 로키타에 대한 그리움으로써 묘사될 뿐 로키타의 체류증에 대한 당위성으로 이용되지 않는다.
최종적으로 다르덴 형제의 카메라가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어디인가. 체류증이 필요한 이들에 대한 온정적인 시선인가, 이들을 둘러싼 역사적인 혹은 현실적인 문제들인가. 카메라는 이들 중 어디에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며, 오직 약자를 이용하려는 가해자의 뒷모습만을 끊임없이 쫓아 들어간다. 토리와 로키타는 합법적인
앵벌이노동이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너무나도 쉽게 불법적인 아르바이트에 동원된다. 이들이 발을 들인 공간은 애초에 불법이므로 그보다 더한 폭력이 발생하더라도 공권력의 개입은 도리어 위협이 된다. 이는 공권력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 토리와 로키타가 경찰을 보자 오히려 피하려고 하는 장면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폭력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카메라는 사실은 폭력의 막다른 골목을 향하고 있는 셈이다.카메라가 관객의 온정적인 시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유는 지극히 합리적이다. 일반인의 온정이 아닌 정치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토리와 로키타의 상황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언뜻 정치적인 선으로 넘어가지 않으려 애쓰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의 시선은 사실은 가장 정치적인 상황을 상정한다. 토리가 질문을 퍼붓는 면접관조차도 이들을 돕고 싶어하지만 규정이 변경되지 않는 이상 로키타는 체류증을 발급받을 수 없다. 다르덴 형제의 전작들, 특히 <언노운 걸>의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의사 제니(아델 에넬 분)가 진료 시간이 끝나 더 이상 진료하지 않아 발생한 의료사고는 제니의 잘못으로 치부될 수 없다. 언뜻 개인의 잘못들로 점철된 것만 같은 사회는 사실은 집단적인 오류에 기반하고 있으며, 다르덴 형제의 카메라는 역설적으로 가장 개인적인 곳으로 렌즈를 들이대어 이를 폭로한다.
한쪽 다리를 다쳐 토리와 함께 모래 언덕을 하강하는 로키타의 모습은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신체의 일부만을 다쳤을 뿐이지만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진 로키타에게 남은 선택지는 토리만을 보내거나 토리와 함께 급속도로 하강하는 것이다. 로키타와 하강하기를 선택한 토리에게는 아직 두 다리라는, 즉 체류증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하지만 스스로 도망칠 수 없는, 즉 체류증이 없는 로키타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이들을 비추는 카메라는 그저 멀리서,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없는 관객의 시선을 대변할 뿐이다.
*본 리뷰는 씨네랩의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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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꼿꼿한 송혜교, 날아오른 임지연
* <더 글로리 파트1>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더 글로리 파트1 (2022)
감독: 안길호
극본: 김은숙
출연: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정성일, 박성훈, 차주영, 김히어라, 김건우 등
방영횟수: 8부작
장르: 범죄, 드라마
공개일: 2022.12.30
재벌 2세 후계자와 불우한 여고생의 사랑, 신부의 운명을 갖고 태어난 소녀와 신적인 존재의 운명 같은 사랑, 갑자기 영혼이 뒤바뀐 스턴트맨과 기업 오너의 티격태격 로맨스, 목숨을 뛰어넘은 의사와 군인의 비현실적인 러브 스토리. 내가 지금껏 보아왔던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는 줄곧 이런 이야기들이었다. 언제나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써 왔고, 클리셰 범벅인 구조를 말의 맛을 살린 대사로 매력적으로 구현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작품의 개연성이나 완성도와는 별개로 거의 모든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한 것을 보면,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 재미 하나만큼은 충분히 보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순정만화 같은 오그라드는 대사나 고루한 캐릭터 설정, 판타지 못지않은 비현실적인 전개 때문에 눈살을 찌푸린 적이 적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내가 ‘김은숙’ 작가의 작품을 빼놓지 않고 보는 이유는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극을 보게 만드는 확실한 재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 역시 대성공을 거둔 이후에도 스스로의 역량에 안주하려 하지 않았고,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며 도전에 성공한 것은 물론, 작품성 면에서도 호평을 받는 성장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미스터 션샤인>은 ‘김은숙’ 작가가 틀에 박힌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만 쓸 수 있다는 편견을 깨부쉈지만 가장 최근작인 <더 킹: 영원의 군주>는 스타 작가 반열에 오른 후 단 한 번도 실패를 겪지 않았던 그에게 처음으로 뼈 아픈 작품이 되었다. <도깨비>와 <상속자들>로 이미 그와 함께 영광을 누린 적 있던 톱스타 ‘이민호’와 ‘김고은’을 기용했음에도 화제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특히 극본에 대한 혹평이 자자했다.
한 번의 쓰디쓴 패착은 ‘김은숙’ 작가를 각성시켰다. 주특기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버리고 처음으로 장르물을 택한 그는 ‘학교폭력’을 소재로 독한 복수심을 품은 주인공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역사적인 의미에서의 교훈과 인물들 간의 절절한 로맨스를 통해 희로애락을 느끼게 해주었던 <미스터 션샤인>으로 한 번의 반전을 일으켰던 것처럼 다시 한 번 스스로의 필력을 쇄신하는데 도전을 한 셈이었다. <태양의 후예>로 쌍방에게 영광을 안겨주었던 ‘송혜교’를 다시 한 번 캐스팅 했고, ‘이도현’, ‘염혜란’, ‘임지연’, ‘박성훈’ 등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연기력을 인정 받은 배우들과 막강한 한 팀을 꾸렸다.
‘김은숙’ 작가가 처음으로 시도한 피카레스크 장르물 <더 글로리>는 그의 장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인물들 간에 주고받는 티키타카와 언어유희를 활용한 대사, 그리고 극 자체의 재미는 국내에서 ‘김은숙’ 작가를 따라올 사람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데, 새로운 장르를 시도했음에도 작가 특유의 장점은 그대로 묻어난다. <더 글로리>가 작품성 면에서 대단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넷플릭스 흥행 1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온갖 커뮤니티에서 드라마에 대한 언급이 수도 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술술 읽히는, 김은숙의 재밌는 각본은 이번에도 통했다는 방증이다. 본격적인 사건들의 실마리가 풀리기 직전인 8화를 기준으로 드라마를 두 파트로 나눈 것도 영리한 판단이었다. 8화까지 정주행을 빠르게 마친 시청자들은 3월까지 목이 빠져라 다음 파트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되었으니.
작품의 재미와는 별개로 완성도 면에서 비판을 받는 부분은 복수극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가 너무나 순진하다는 것이다. <더 글로리>는 복수 하는 자와 당하는 자의 팽팽한 긴장감을 끌고 가야 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동은(송혜교)’의 계획이 술술 풀리기만 하고, ‘연진(임지연)’과 그의 친구들은 맥 없이 당하기만 해서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평면적인 캐릭터 또한 지적되고 있는데, 피해자인 ‘동은’과 가해자인 ‘연진’ 무리가 분명한 선악 구도를 형성하면서 가해자들에게 일말의 동정의 여지나, 개별적인 서사를 부여하지 않았고 재력과 사회적 명성을 갖췄음에도 ‘동은’의 복수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만을 나열했다는 것이다. 악인들의 무능함이 부각되다 보니 ‘동은’의 계획이 상대적으로 쉽게 실행되는 것처럼 보이고, 복수의 전면에 나서는 일이 많지 않아 쾌감 또한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와 같은 비판점이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깊게 공감이 되지는 않는다. 피해자인 ‘동은’이 17년간 품고 살았던 복수의 칼날을 가감 없이 펼쳐 나가는 전개만으로도 카타르시스는 충분하다. 애초에 가해자들의 무능함을 떠나 20대와 30대를 바쳐 치밀한 계획을 세운 ‘동은’을 당해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로지 복수 하나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달려온 ‘동은’이 가해자들을 말려 죽이고자 마련한 수는 한둘이 아닐 것이고, 따라서 ‘동은’의 복수가 다른 어떤 것으로부터 방해 받지 않고 착착 이뤄지는 것은 개연성을 해치지 않는 전개일 것이다. 무엇보다 ‘연진’과 ‘재준’은 피해자인 ‘동은’을 제대로 기억조차 하지 못할 정도의 인간말종들이다. 이들은 십 수 년 전, 동급생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으면서도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으며 17년만에 재회한 ‘동은’은 그들에게 여전히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존재다. 따라서 ‘동은’이 복수심을 갖고 제멋대로 날뛴다 한들 그들에게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기에 함께 힘을 합쳐 ‘동은’에게 맞서기는커녕 그룹 내에서의 분열만 일으킨 것이다. 8화의 엔딩 장면에서 ‘연진’이 ‘동은’이 살아온 흔적과 복수심의 크기를 비로소 알게 되었으니, 가해자들이 전력을 다해 ‘동은’과 싸우는 것은 아마 2부의 핵심적인 스토리가 될 것이다. 따라서 1부만을 두고 관습적인 설정을 지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더 글로리>가 복수극으로서의 쾌감은 물론 목표를 갖고 전력질주하는 주인공의 행동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력에 있다. 특히 주특기인 멜로 드라마 속 예쁜 캐릭터를 벗어나 남은 것은 독기 뿐인 학교폭력 피해자 ‘동은’으로 분한 ‘송혜교’는 연기 변신에 대한 꿈을 제대로 성취했다. 생명력을 완전히 잃은 듯한 눈빛, 복수심과 설움이 서려 있는 메마른 표정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힘은 차분하면서도 단단하다. 특히 냉정을 잃지 않겠다는 차가움 속에서도 슬픔이 엿보이는 표정들은 ‘동은’이 오랜 세월 얼마나 고된 시간을 견뎌 왔는지를 조금이나마 짐작케 한다.
‘송혜교’가 묵직하게 극의 무게중심을 잡아준 덕분에 악역을 맡은 배우들에게는 제대로 놀 수 있는 판이 깔아졌다. 데뷔 10년만에 첫 악역에 도전한 ‘임지연’은 극중 가장 눈부신 연기 성장을 보여준다. 그동안 왜 단 한 번도 악역을 맡지 않았는지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악에 받힌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완벽하게 해석하여 대중에게 매력적인 캐릭터로 보이게끔 만들었다.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마저 욕을 먹을 수도 있는 희대의 악인을 맡았음에도 ‘임지연’에 대한 호평이 연신 이어지는 것은 배우의 연기력이 그만큼 훌륭했기 때문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귓가에 톡톡 쏘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감정 변화에 따라 자유자재로 뒤바뀌는 표정, 그리고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에서의 위압감은 작중 최고의 연기력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거 그가 출연한 작품들을 보며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제서야 나도 그에 대해 오랫동안 갖고 있던 편견을 깰 수 있게 되었다.
복수극은 장르 특성상 강렬함을 선보이는 악역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이 조명 받기 쉬운데, 이를 감안하더라도 악역을 소화한 배우들의 연기력은 대체로 뛰어나다. 특히 적은 분량이지만 ‘연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신예은’은 잔인한 학교폭력의 주동자가 되어 얼굴을 갈아 끼웠다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로 소름 돋는 연기를 선보여 극 초반부에 큰 임팩트를 남겼다. ‘임지연’이 첫 악역으로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남긴 것처럼 ‘신예은’도 처음으로 선역을 벗어나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릇된 신앙심과 폭력 사이에서 모순을 일삼는 마약 중독자 ‘이사라’로 분한 ‘김히어라’는 걸쭉한 욕설과 약쟁이 특유의 초점 없는 눈빛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재력을 갖춘 가해자들과 달리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며 자존심을 굽히고 근근이 살아가는 ‘최혜정’을 연기한 ‘차주영’은 주요 빌런들 중 가장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여 배우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주말극 도련님 캐릭터를 완전히 떨쳐낸 ‘박성훈’, 외모적으로 가장 큰 폭의 변신을 시도한 ‘김건우’까지 하나같이 악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를 연기함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매력적인 해석이 더해져 시청자들로 하여금 단순히 욕 하면서 보는 것을 넘어 해당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매료되게끔 만든다.
배우들의 명연기로 인해 <더 글로리>는 하나의 성공적인 캐릭터 쇼가 되어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지만, ‘학교폭력’이라는 무거운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극에 내재된 주제의식에 좀 더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본작에는 학생들이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 학교라는 공간의 사각지대에서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잔혹한 학교폭력을 고발하고자 하는 기획의도가 담겨있을 것이며 피해자의 이야기를 통해 학교폭력의 잔혹성과 심각성에 대한 경종을 울리려는 목적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작가가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중시 여겼던 부분이 ‘나는 아무 잘못이 없어’라는 기조를 ‘동은’이 잃지 않는 것이었으므로 당해 마땅한 피해자는 아무도 없으며, 가해자와 방관자들이 얼마나 악한 존재인지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두었을 것이다.
1화를 보고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뜨거운 고데기로 ‘동은’의 신체를 지지는 잔인한 학교폭력 장면이 너무 자극적이면서도 보기 괴로울 정도로 적나라하게 표현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작품을 감상하는 피해자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줄 수도 있고, 단순히 작품의 재미를 위해 폭력적인 장면을 플래시백으로 여러 차례 활용했다는 점에서 주제의식을 작품 흥행에 이용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출 방식에 문제가 있었을 지는 몰라도 고데기 학폭 사건은 어디까지나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소재이며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의 수위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더 글로리> 관련 영상 클립에서 댓글로 ‘김은숙’ 작가에게 학교폭력의 실태를 고발하는 작품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는 댓글을 단 학폭 피해자가 적지 않은 것을 보면, <더 글로리>의 학교폭력 연출 방식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실제 학교폭력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끔찍한 폭력의 현장을 온전히 마주하여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학교폭력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극중 피해자에게 그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는 시스템에 속한 교사, 학생, 학부모들은 학교폭력과 절대적으로 무관할 수 없는 대상인만큼 구조화된 폭력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느끼도록 만드는 게 중요할 것이다. 만일 <더 글로리>를 보며 불편함을 느끼는 ‘연진’과 ‘재준’ 같은 사람들이 몇 명이라도 존재한다면, 적어도 작품의 기획의도가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피해자를 기억조차 못하고, 본인이 가해자였던 사실조차 잊은 채 이 드라마를 그저 재밌게 보고 있는 가해자라면 ‘동은’의 표현을 빌려 한 마디 전해주고 싶다. ‘천천히 말라 죽어 보자. 사는 동안은 지옥일 테니까.’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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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콤한 자기반성, 유쾌한 송별회
"내가 구세주구나. 내가 마블의 예수님이었어(I am the Messiah. I am Marvel Jesus)."
현시점에서 무너져가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구원할 구세주는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이었다. 아무도 하지 못한 MCU의 자가당착을 이번 편을 통해 신랄하게 지적했고, 거침없는 19금 드립과 '똘끼'로 승화해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MCU에서 가장 시끄러운 히어로와 가장 과묵한 뮤턴트가 함께 나오는 '데드풀과 울버린'. 이미 우리의 울버린(휴 잭맨)은 7년 전 영화 '로건'을 통해 아름답게 퇴장했기에 이를 어떻게 재등장시키려고 할까 반신반의했다. 영화 시작부터 생각지도 못한 '파묘'(?)와 함께 엔싱크의 'Bye Bye Bye'에 맞춰 지저분하게 포문을 열어젖히며 데드풀다운 매력을 뽐낸다.
히어로 생활에서 은퇴한 후 평범한 중고차 딜러로 살아가던 데드풀이 예상치 못한 거대한 위기를 맞아 모든 면에서 상극인 울버린을 찾아가는 이야기지만, 사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어른들의 사정(?)에 대한 스토리가 녹아있다. 5년 전 마블 스튜디오를 소유한 월트디즈니컴퍼니가 20세기폭스를 인수하면서 '엑스맨'부터 '데드풀2'까지 수많은 IP를 얻게 돼 MCU 세계관을 확장할 기회를 가졌고, 실제 '더 마블스'의 쿠키영상에서 어벤져스와 엑스맨이 하나로 합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데드풀은 영화 외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영화 안으로 끌어들인 뒤, 제4의 벽을 허무는 특유의 코미디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어벤져스에 합류하길 애원한다던지 폭스를 떠나 디즈니랜드로 갈 거라며 욕설을 내뱉고, 붕괴된 20세기폭스 로고 앞에서 화려한 액션을 선사하는 점 등등이 그렇다. 이전 시리즈에서 단순히 장난쳤던 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 유머를 구사한다.
그러면서 MCU의 실수를 매콤한 맛으로 반성한다. '로키' 시리즈를 통해 처음 등장한 TVA(시간관리국)가 '엔드 게임' 이후 MCU의 핵심 콘셉트인 멀티버스를 대변하고, 새 우주를 창조하고 사라지게 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이들이 이번 작품에서 탐욕과 무능으로 전 우주를 위기로 몰아넣는다는 점은 최근 마블 스튜디오가 무리하게 멀티버스 콘셉트를 내세웠다가 관객들에게 외면받으면서 추락하고 있는 현 실태를 풍자한다. 이렇게 러닝타임 내내 대놓고 멀티버스를 비난하면서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낸다.
이와 함께 데드풀, 울버린의 '혐관 서사'를 통해 '낙오자들의 여정'을 그린다. 어벤져스에 합류하지 못해 좌절감으로 가득한 데드풀과 술독에 빠져 사는 울버린, 각 평행세계에서 버림받고 쓸모없는 존재들이 가는 폐기처리장 격인 보이드에 당도해 자신들의 운명과 비슷한 이들을 만나 2군 리그를 형성한다. 캡틴 아메리카가 아닌 '판타스틱4'의 휴먼 토치(크리스 에반스)나 엘렉트라(제니퍼 가너),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 갬빗(채닝 테이텀) 등 MCU의 아픈 손가락들이 뭉쳐 빌런 카산드라 노바(엠마 코린)에 맞서 세계 종말을 막는다.
어벤져스처럼 모든 슈퍼히어로 영화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데드풀이 어벤져스 같은 "중요한 사람"이 되기를 꿈꿨지만 그렇지 못했던 것처럼 완전히 망해 버린 영화도 많지만, 이들은 누군가에게 여전히 영웅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진 못했지만, 모두 중요한 작품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수많은 인원이 참여해 일궈낸 결과물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이 지점을 건드리면서 뭉클하게 만든다. 동시에 '엑스맨' 시리즈를 중심으로 20세기폭스가 제작한 MCU를 향한 유쾌한 송별회를 전하기도 한다.
물론 '엑스맨' 시리즈를 포함해 20세기폭스에서 만든 MCU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데드풀과 울버린 두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다면 영화를 관람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어 페이즈 4 이후 MCU 영화들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데드풀이 MCU의 유일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슈퍼히어로라는 걸 최대한 활용한 액션을 구사한다. '데드풀2'가 재생 능력 외에 슈퍼 파워를 가지고 있지 않은 데드풀 액션의 한계를 보여줬다면, 이번 편에선 '최고의 엑스맨' 울버린을 등장시켜 더 현란하고 더 잔혹한 액션으로 이 시리즈의 한계를 넘어선다. 단순히 화려하고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상극인 두 캐릭터가 티격태격하며 호흡을 맞춰 가는 과정에 액션을 입혀 퀄리티가 매우 높다. 이는 '엑스맨' 시리즈 팬들을 향한 팬서비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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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든 못하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영화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이 영화라고 자부할 수 있다. 바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다. 제목만큼이나 굉장히 긴 여정과 포스터만큼이나 화려한 소재를 잘 버무려 놓았다. 그저 지나가는 시간을 넘기지 않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의 집합체로 변환시켜 사소함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시간이었다. 그것이 우연이라고 하더라도 수많은 선택들이 이곳으로 이끌었음을 잘 표현해주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소개한다.
세탁소를 운영하며 힘겹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에블린에게는 남편과 딸이 원하는 다정함과 따뜻함보다는 우직함으로 가득했다. 자신이 처한 문제에 집중하고 있었던 에블린이 그 사실을 알리가 없었고 들이닥치는 세무당국의 조사에 임하게 된다. 그때부터 멀티버스에 연결되어 수많은 자신의 삶을 짧은 시간 내에 경험하게 되고 '조부투파키'의 지구 침공을 막기 위해 싸워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누구에게 말해도 믿지 않을 이야기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과연 그는 충격적인 사실을 딛고 '조부투파키'를 막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수많은 다른 우주의 나와 나를 연결하며 현재의 나보다 더 좋은 세계의 에블린을 발견한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좋은 세계는 서로가 없어야 행복한 세계였으며 현재의 에블린이 실패했기에 성공한 세계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듭된 버스점프로 인해 무의미함과 부질없음을 느끼는 것도 잠시 소중한 무언가를 발견한다. 그리고 소홀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미안함 뿐만 아니라 사랑을 표하며 후회가 그동안 잊고 지냈던 '긍정'과 '다정함'을 불러와 다른 길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던 에블린에겐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현재가 있었다는 것을 관객으로 하여금 보여준다.
인생의 사소한 결정이 여러 갈래의 길을 만든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지만 지금의 삶을 살아가다 보면 잊게 된다. 영화로서 표현되지 않았다면 이 삶이 아닌 것을 상상하는 것조차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택으로 인해 정해진 길이 만들어진다 라는 소재의 '미스터 노바디'가 생각나기도 해서 현재의 순간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한 영화를 만나 반가웠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모든 곳의 모든 것을 한 번에 무엇이든 못하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참으로 멋지다. 영화에서 그랬듯 '옳음'이라는 상자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현실에서도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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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심'에 집중한 새로운 배트맨
어떤 피해를 받으면 그것에 대한 앙갚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 피해나 감정적 손실이 크던 작던, 받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속에는 그 상처를 다시 돌려주는 복수를 생각하게 된다. 과거 고대 사회에는 이런 사적 복수가 공공연하게 행해졌다. 그러다 점차적으로 사회가 발전하고 법이 제정되면서 공적으로 벌하는 형태의 모습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다툼이 커지기 시작하면 법적인 형태로 고소나 고발을 하기도 한다. 상대가 범죄자라면 경찰과 검찰, 법원 같은 공적기관을 통해 상대의 죄에 대해 벌을 받게 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잘 구성된 법 체제 안에서도 모든 감정이 다 치유되지는 않는다. 개인 간의 작은 피해들은 다시 크고 작은 복수로 돌아오기도 하고, 큰 범죄의 가해자라고 할지라도 법의 구멍을 잘 파고들면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을 피할 수도 있다. 그렇게 발생한 억울한 피해자들은 분노의 감정을 더욱 느끼게 되고, 어떤 방식으로든 그 피해에 대한 복수를 하려고 무척 애쓰게 된다. 그렇게 복수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시야는 좁아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 복수를 위해 사회 시스템의 눈에서 벗어난 복수를 택하기도 한다. 그건 안전하지 않은 범죄지만 복수에 눈이 멀어버리면 그것을 똑바로 보기 어렵다.
새로운 배트맨이 가진 강력한 감정, '분노'와 '복수심'
영화 <더 배트맨>은 개인적인 복수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공포심과 분노를 다룬다. '공포'라는 감정은 이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트릴로지인 <다크나이트> 시리즈에서 다뤄진 적이 있다. 이 시리즈에서 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은 어릴 적 박쥐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었고, 그 공포심을 극복하면서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배트맨이 가진 힘으로 탈바꿈시킨다. 그러니까 '공포'는 그에게 내재된 힘이자 이용할 수 있는 좋은 무기로 변경되었다. 이번에 새롭게 리부트 된 <더 배트맨> 속 브루스 웨인(로버트 패틴슨)이 가진 강력한 감정은 '분노'와 '복수심'이다.
영화 속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 활동을 한 지 2년 정도 된 초보 히어로다. 과거 시리즈의 배트맨이 그렇듯, 그는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기고 상대방의 공포를 이용해 상황을 장악하고 주도한다. 그는 고든 형사(제프리 라이트)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고담시의 범죄를 해결하는 일종의 탐정 역할을 하고 있다. 브루스 웨인이 이렇게 고담시의 범죄 소탕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복수심'이다.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부모님에 대한 복수를 하는 방법으로 찾은 것이 바로 고담시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범죄를 소탕하는 일이다. 어찌 보면 그는 배트맨이라는 가면을 쓰고 난 이후, 사적인 복수의 감정을 공적인 일에 쓰고 있는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공적인 일을 행하는 듯하지만, 사실상 개인적 복수를 하기 위해 배트맨이라는 가면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약간은 복수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회 주요 유력인사에게 테러를 하는 리들러(폴 다노)는 아주 직접적으로 배트맨을 향해 수수께끼를 내기 시작한다. 리들러에 희생당하는 사람이 하나씩 늘어날수록 그 수수께끼는 배트맨의 과거를 향한다. 이 리들러의 수수께끼는 다음 희생자가 누구인지를 추리하게 만들고 그것의 단서가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인 토마스 웨인이 행했던 활동과 연관되어있다. 그래서 리들러를 추적하면 할수록 배트맨은 더욱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놓인다. 리들러는 배트맨의 복수심과 공포를 역으로 이용하여 시종일관 그를 자신의 게임에서 꼭두각시 역할을 하게 만든다. 이렇게 리들러의 연쇄살인과 브루스 웨인의 과거가 함께 얽히면서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는 긴장으로 가득 찬 추리극으로 진행된다.
빌런 리들러가 던지는 수수께끼가 몰고 온 혼란
이번 <더 배트맨>에서는 '복수'라는 감정을 문제적으로 제시한다. 사건 추적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셀리나 카일/캣우먼(조 크라비츠)은 친구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그만의 추적을 한다. 전형적인 사적 복수를 행하려 하는 셀리나를 막는 배트맨은 그 자신이 행하는 '복수'의 행위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셀리나와의 관계와 셀리나의 행동을 보는 배트맨은 자신도 하고 있는 복수라는 행위의 목적에 대해 다시 고민을 하게 된다. 그가 가진 분노가 복수라는 것을 행하게 만들었고 그 복수가 공적 시스템을 이용해 진행하고 있지만, 그것이 정말 옳은 일인지를 시종일관 생각한다. 단순히 분노에 사로잡혀 복수라는 사적 행위를 완성하는 것보다 자신이 들어간 사회 시스템 안에서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행해야 하고 분노를 어떤 방향으로 해소시켜야 할지가 이번 배트맨 영화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모든 배트맨 시리즈가 그렇듯 고담시는 사회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 틈은 온갖 범죄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게 만드는데,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펭귄(콜린 파렐)과 팔코네(존 터투로)다. 이들은 고담시의 음지를 장악하고 있는 조직을 대표하는 인물이고, 배트맨이 시종일관 상대하는 조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더 배트맨>에서는 이 모든 악당을 비롯해 배트맨조차 리들러의 게임 안에서 자신들조차 모르게 이용당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만큼 이번 영화에서 악당 리들러는 그만의 방식으로 고담시의 음모를 파헤치고 정의를 실현하려는 자로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3시간을 꽉 채운다. 일반적인 액션 히어로 영화와는 다르게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의 근본적인 고민으로 다시 돌아간 영화는 액션보다는 추리에 좀 더 방점을 찍으면서 악당 리들러가 벌이는 연쇄살인을 해결하는 배트맨의 추적 과정을 찬찬히 보여준다. 긴 상영시간 동안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은 배트맨이 가진 고민과 매끄럽게 맞물리며 그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펭귄, 팔코네 같은 악당 캐릭터들이 리들러의 게임 안에서 소비된 느낌이 있다. 하지만 펭귄과 팔코네를 일종의 ‘사회 틈을 파고들어 이득을 취한 존재’로 활용하면서 고담시 전체 시스템에 대한 고발을 하는 듯한 메시지를 준다. 여기에 배트맨의 활동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더해지면서 리들러의 범죄의 큰 틀이 군더더기 없이 담겨 긴장감을 극대화 시킨다.
과거 배트맨과 차별화시키며 탄생시킨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
영화를 연출한 맷 리브스 감독은 세 시간이 넘는 영화안에 브루스 웨인이 가진 고민을 담고 리들러의 살인 게임을 통해 사회 시스템의 부조리까지 담아내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과거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이나 <혹성탈출:종의 기원>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 <더 배트맨>에서도 전반적인 긴장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캐릭터의 심리적인 고민을 잘 담아냈다. 특히나 과거 시리즈의 배트맨이 했던 고민과 겹치지 않게 '복수심'을 활용하여 새로운 느낌의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복잡한 사건이 연달아 이어지지만 이 모든 것이 적절하게 이야기 속에 배치되면서 영화의 집중도를 흐리지 않도록 연출되었다.
마이클 키튼, 크리스찬 베일에 이어 세번째로 배트맨 솔로 영화의 주연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은 젊은 배트맨에 무척 잘 어울린다. 그가 가진 조금은 유약하고 퇴폐적인 이미지는 그가 겪는 영화 속 브루스 웨인의 혼란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캣우먼 역을 맡은 조 크라비츠도 배트맨과 좋은 케미를 보여주며 그만의 캣우먼이 가진 당당한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나 리들러 역을 맡은 폴 다노는 아주 선한 이미지지만 약간 정신 나간 듯한 미소를 보여주며 영화에서 강력한 악당 연기를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 배트맨의 '복수'는 가야 할 방향을 보기만 했을 뿐 어떤 식으로 배트맨이 그것을 행해야 할지를 명확히 보여주지는 않는다. 아마도 브루스 웨인 이라는 인물이 배트맨 역할을 하는 동안에 계속 하게될 질문이자 고민이 될 것이다. <다크나이트>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배트맨이라는 가면을 언젠가는 벗어야할 시점이 올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번 <더 배트맨>은 분노심을 가지고 있는 브루스 웨인의 성장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전 시리즈에 비해 좀 더 젊어진 브루스 웨인은 아마도 향후에 이어질 다음 시리즈에는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 사이에서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금 긴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브루스 웨인의 고민을 확인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그가 행하는 '복수'에 대한 생각이 변해가는 과정을 극장에서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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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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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배트맨>
https://www.youtube.com/watch?v=bYZ_a7_aw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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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정반대의 성격이지만
우연한 계기로 친구가 된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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