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5-08 17:27:03
[JIFF 데일리] 물망초의 꽃말을 아세요?
<메이저 톤으로>

메이저 톤으로(The Major Tones)
잉그리드 포크로펙
Argentina, Spain | 2023 | 102min | DCP | Color | Fiction | Asian Premiere
겨울 방학의 어느 날, 열네 살의 아나는 어릴 적 사고로 팔에 이식한 금속판이 모스 부호로 된 이상한 메시지를 수신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나를 잊지 마세요.
Don’t forget me.
이름부터 잊지 말아달라는 하늘색 꽃, 물망초(勿忘草)의 꽃말이다.

‘방 천장의 별을 따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열네 살의 소녀, 야나. ‘엄마’가 끼어들 공간은 없어 보일 정도로 유달리 화목해 보이는 부녀 사이는 오늘도 “이상 전선 무”인 듯싶다. 어딘가로부터 수신한 소리를 그대로 내뱉는 주인공과 그 소리를 악보로 받아적는 친구 사이에도 불완전함은 느껴지지 않고, 소녀의 인생은 굴곡 없이 잘 흘러갈 듯하다.
이윽고, 주인공 야나의 팔에 난 큰 흉터가 ‘그렇지 않아’라고 “뚠-뚠” 소리치며 이 빈틈없는 공간에 균열을 내버린다.

어릴 적 사고로 팔에 이식한 금속판에서 모스부호일 수도, 노래일 수도 있는 신호를 수신한다는 이 판타지 영화롤 보는 내내 최근 개봉한 한국의 성장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같은 듯 다른 두 작품은 소녀와 모스부호라는 공통 소재를 전자는 한국의 ‘입시’를 통해, 후자는 사회적 이슈를 통해 풀어낸다.
잉그리드 포크로펙 감독은 GV에서 아르헨티나의 현실에 판타지 요소를 가미한 ‘전통 판타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하며, 동시에 한 여자아이의 성장 서사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이는 ‘야나’가 뛰어다니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시 안팎과 특히 열두 시가 넘은 야심한 밤에 ‘야나’에게 ‘시 경계는 건너지 않으니 내려서 걸어가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택시 기사의 말을 통해 매우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씁쓸한 현실 속 담담한 ‘야나’의 모습에서 어딘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지는 <메이저 톤으로>는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기억하면서도 그 기억에 침몰되지 않고 간직하며 살아낼 수 있다는 희망을 찾아간다.
그리고, 영화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대상을 거머쥐며 ‘잉그리드 포크로펙’ 감독이 있는 아르헨티나 영화계 역시 희망차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5 BULL.T
9 Windmill
등 모스부호를 통해 알아낸 단어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의 끝은 영화가 아닌 ‘엔딩크레딧’에 있으니, 만약 이 작품이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다면,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 상영관 내에 불이 켜지더라도 자리를 지키고 엔딩크레딧 속 꽃말까지 감상하길 바란다.
국제경쟁 - <메이저 톤으로> -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스케쥴
2024.05.03(금) 17:00 | CGV전주고사 7관 (244) *GV
2024.05.06(월) 13:30 | CGV전주고사 7관 (527) *GV
2024.05.10(금) 13:30 | CGV전주고사 7관 (922)
씨네랩 에디터 Cammie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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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교섭 |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영화 교섭 결말 후기 줄거리 쿠키 | 실화를 담아보았지만? | 황정민 X 현빈 주연
요즘 극장에 교섭 VS 유령 VS 아바타 VS 슬램덩크 치열한 대결을 하고 있어요. 저는 그 중에서 교섭을! 선택해서 봤는데... 아?... 내 실수 였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슬램덩크를 봤어야 했지!! 하면서 리뷰 써봅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드라마, 액션, 스릴러, 시대극, 버디, 모험
감독 : 임순례
출연진 : 황정민, 현빈, 강기영
개봉일 : 2023년 01월 18일
평점 : 6.32
기획 의도
중동에서 납치된 한국인을 구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의 이야기 "어떤 경우라도 희생자를 안 만드는 게 이 협상의 기조 아닙니까?" 세계 공인 여행금지 국가 중 최악으로 악명 높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선교사들이 피랍되는 사건이 터졌다.
교섭 전문이지만 이번에 처음 아프가니스탄으로 가는 외교관 재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현지 사정에 능통한 국정원 요원 대식과 함께 인질을 구하기 위해 작전을 세운다.
여담
영화 교섭은 민감한 소재를 가지고 만든 영화로써, 억울하게 탈레반에게 잡힌 것이 아닌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 알려주기 위해 영화를 만들어서 그런지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린다. 개봉 당시 유령과 큰 기대를 모았으니, 두 영화다 관람객 평점이 좋지 못하여 난항을 겪고 있는 중이다.
후기 및 결말
영화 교섭의 결말을 살펴보자면 교섭 전문가인 황정민이 직접 탈레반 소굴 안으로 들어가 협상을 진행하며 한치에 물러섬 없는 정직한 수 싸움을 이겨 피랍되어 있는 한국인들을 구출해 내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가 다 끝난 후 예전에 이 사건이 엄청 큰 이슈화 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사가 집중 됬던 적이 있다. 아무래도 그 이야기를 영화로 다시 재각색하여 만들다 보니 호불호가 당연히 있을 수 밖에... 무엇보다 교섭을 한다는 주제로 교섭 -> 실패 -> 교섭 -> 실패 무한 반복을 2시간을 늘려서 더욱더 그런 것 같다.
영화 교섭은 쿠키영상은 없지만, 시즌 2를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이 있었다. 과연 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속에서 교섭 2가 나올까?! 극장가에 재미있는 영화가 안 나와 박스오피스 1위 하고 있긴 한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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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아웃 왔을 때 마음을 밝혀줄 명대사들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쳐있다면, 혹은 너무 달려왔다면
쉬어가며 보기 좋은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천국으로 가기 전 머무는 중간역 림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이곳에 7일간 머물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골라야 한다. 림보의 직원들은 그 추억을 짧은 영화로 재현해 그들을 영원으로 인도하는데… 영원히 머물고픈 순간, 당신 인생엔 있습니까?
대학 강사인 가장 리차드는 본인의 절대무패 9단계 이론을 팔려고 엄청나게 시도하고 있지만 별로 성공적이지 못하다. 이런 남편을 경멸하는 엄마 쉐릴은 이주째 닭날개 튀김을 저녁으로 내놓고 있어 할아버지의 화를 사고 있다. 헤로인 복용으로 최근에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는 15살 손자에게 섹스가 무조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전투 조종사가 될 때까지 가족과 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들 드웨인은 9개월째 자신의 의사를 노트에 적어 전달한다. 이 콩가루 집안에 얹혀살게 된 외삼촌 프랭크는 게이 애인한테 차인 후에 자살을 기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방금 퇴원한 프로스트 석학이다. 마지막으로 7살짜리 막내딸 올리브는 또래 아이보다 통통한(?) 몸매지만 유난히 미인대회에 집착하며 분주하다. 그러던 어느 날, 올리브에게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쟁쟁한 어린이 미인 대회인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 출전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리고 딸아이의 소원을 위해 온 가족이 낡은 고물 버스를 타고 1박2일 동안의 무모한 여행 길에 오르게 된다. 좁은 버스 안에서 후버 가족의 비밀과 갈등은 점점 더 커져만 가는데.. 할아버지와 올리브가 열심히 준비한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의 마지막 무대는 가족 모두를 그들이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변화시키게 된다. 과연 후버 가족에겐 무슨 일이 생긴 것 일까?
테헤란 시 외곽의 톨게이트. 라디오에선 끊임없이 지진의 비극이 흘러나오고 있다. 집과 가족을 잃은 많은 사람들이 구호물자를 기다리고 있으며 부모를 잃은 수많은 아이들을 입양해줄 것을 호소한다. 1990년 이란을 할퀸 대지진 소식에, 황급히 돌아온 키아로스타미. 그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출연했던 소년들의 생사를 확인 못해 초조하다. 하지만 코케마을로 가기 위한 도로는 자동차의 행렬로 꽉 막혀있고 길은 어렵기만 하다.
샛길을 돌아 마주치는 사람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포스터를 보여주고 아이들이 살아있는지를 물어보지만 모든 것이 폐허가 된 채 그 날의 삶조차 힘겨운 사람들은 아무도 답변해주지 않는다. 감독의 차 뒷 좌석에 앉아 여정을 함께 하던 어린 아들은 지친 나머지 잠이 들고... 바위 더미에 묻힌 집들, 가족을 몽땅 잃고 고아가 되어버린 아이들, 가족이 전부 죽었다고 말하면서 물지게를 지는 할아버지. 이들이 만난 생존자들은 그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눈물은 이미 말랐고 그들은 또 다른 삶을 꾸려간다.
차는 점점 더 코케마을에 가까워지고 그들은 우연히 [내 친구...]에 할아버지 역으로 출연했던 루히씨를 만난다. 그들을 반기며 자신의 집으로 이끄는 노인. 그 지진 속에 노인은 살아남았고 집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마드는? 네마자데는? 그 사랑스런 눈동자의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미국에 이민 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은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남편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로 인해 대혼란에 빠진다. 그 순간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모든 능력을 빌려와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어려서부터 뒤만 돌아보면 졸졸 따라오는 남자…는 없어도 고양이는 있었다! 남자들은 모르는 마성의 모태묘녀(猫女) 사요코. “올해야 말로 결혼! 얼굴은 보지 말자!”라는 목표를 세워두고 씩씩하게 생활하지만 햇볕 드는 툇마루 너머로 보이는 건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같이 살아준 고양이들의 다재다능한 특기 덕분에 생계를 유지하며 고양이 렌트와 돌아가신 할머니 불상 앞에서 대화하는 것이 그녀에겐 일상의 전부이다. 감히 모태묘녀에게 전생이 매미였다느니, 여자가 키가 커서 남자에게 인기가 없다느니 느닷없이 나타나 상처만 주고 사라지는 이상한 이웃집 아줌마 때문에 사요코는 인간 남자에 대한 욕구가 불쑥! 하지만 혼자여도 외로움에 사무치지 않을 수 있는 건, 바로 마음의 ‘구멍’을 쏙 메워주는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이 늘 옆에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사요코는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 리어카에 고양이들을 싣고 돌아다니며 외친다. “외.로.운 사람에게~ 고양이, 빌려드립니다~”
뇌종양 진단을 받은 마틴과 골수암 말기의 루디는 같은 병실에 입원한다. 시한부 판결을 받아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공통점 외에는 전혀 다른 성격의 두 남자. 단 한번도 바다를 보지 못한 루디를 위해 마틴은 그와 함께 바다로 향하는 생애 마지막 여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여행을 위해 그들이 훔친 차는 100만 마르크가 들어있는 악당들의 스포츠카였던 것. 뜻밖의 돈을 얻게 된 이들은 천국의 문턱에서 그들이 평소 하고 싶었던 소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악당과 경찰의 추격 속에 그들의 여행은 위태롭게 흘러 가는데… 15년 만에 스크린에 재현된 90년대 최고의 명작과 20세기 최고의 음악! 생의 마지막 순간, 천국을 향한 두 남자의 뜨거운 여행!
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는 꿈에 그리던 최고의 밴드와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게 된 그 날,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탄생 전 영혼들이 멘토와 함께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면 지구 통행증을 발급하는 ‘태어나기 전 세상’ ‘조’는 그 곳에서 유일하게 지구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시니컬한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링컨, 간디, 테레사 수녀도 멘토되길 포기한 영혼 ‘22’ 꿈의 무대에 서려면 ‘22’의 지구 통행증이 필요한 ‘조’ 그는 다시 지구로 돌아가 꿈의 무대에 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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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도 주인공일 수 없는 아메리칸드림의 잔혹한 설계도
8★/10★
전쟁 중인 유럽을 탈출해 미국에 도착한 유대인 건축가 라즐로가 한 성매매 업소에서 남성 성노동자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난 그런 쪽 아니야’라고 웃으며 대답하는 장면은 그가 훗날 마주할 해리슨의 끔찍한 성폭력을 예감하는 것이 아닐까. ‘이쪽’과 ‘저쪽’의 구획에서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지 선언할 권리를 박탈당한 채 해리슨에게 강제로 자리를 부여받는 라즐로가 느낄 비감이 도입부의 이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나는 느꼈다.
재능 있는 유대인 건축가가 이주 후 미국 하층부를 전전하다 한 거부의 눈에 들어 대형 프로젝트를 맡은 후 종내에는 영광을 얻는다는 이 영화의 줄거리는 우리가 이미 여러 영화에서 본 이방인의 성공 스토리와는 결이 다르다. 노인이 되어 휠체어에 탄 채 자신의 업적을 기념하는 전시에 참석한 그의 얼굴은 피로해 보인다. 라즐로 부부를 떠나 이스라엘로 향한 조카 조미아가 정작 라즐로 삶의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에 무대 위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삼촌의 업적을 설명하는 대목은 그의 피로감에 공허함을 더한다.
‘성공한 유대인’이 있는 것은 맞다. 그들의 성취는 종종 아메리칸드림의 증거로 전시된다. 그러나 그 성공은 아름답지 않았다. 지적 허영과 과시욕, 속물적 근성의 화신, 즉 가장 미국적인 인물인 해리슨은 라즐로를 자신의 자랑스러운 수집품 정도로 대우하고, 라즐로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자 술 취한 그를 강간한다. 그는 라즐로에게 “넌 그저 밤거리 매춘부야”라고 말한다. ‘선’을 넘지 말라는 선언이다. 라즐로 프로젝트의 철학과 예산이 자신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자 미국 사회의 주인은 돈이며, 그 돈을 가진 사람은 나라는 점, 즉 자신은 성 구매자이며 너는 성 판매자라는 점을 라즐로에게 극한 모욕을 주는 방법으로 선포하는 것이다. 라즐로는 그 충격에 휩싸여 더욱 자신의 예술적 목표(혹은 해리슨의 야망)인 건축물에만 집착하고 자신이 쌓아 올린 건축물에 유폐된 듯 영혼을 강탈당한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라즐로는 걸작을 창안했으나 영혼을 상실했고, 미국식 속물주의를 대변하는 해리슨은 사건이 폭로된 이후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으며, 늙고 지친 라즐로를 기념하는 행사에서는 과거 그를 떠난 조카가 확신에 찬 얼굴로 숙부의 업적을 칭송한다.
이 영화가 아메리칸드림의 오욕에 관한 문제 제기라는 인상을 받은 건 그래서다. 이 세 사람이 이루는 구도에서는 누구도 온전한 아메리칸드림의 주인공일 수 없다. 자수성가했다는 자부심으로 예술에 대한 심미안 없이 뭐든 돈으로만 하려는 해리슨도, ‘걸작’을 만들었으나 생기를 잃어버린 라즐로도, 홀연히 등장해 숙부의 성취‘만’ 이야기하며 뒤늦게 자신이 라즐로의 혈육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조미아도.
영화가 한창 건축이 진행 중일 때 고통받던 라즐로를 비추다가 갑자기 수십 년의 세월을 거슬러 노쇠한 라즐로의 얼굴로 점프하는 것은 아메리칸드림에 영광은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적 설계의 일환일 것이다. 사람들은 완성된 건축물만 본다. 그 이면의 설계도를 상상하지 않는다/못한다. 그러나 영화는 반대로 ‘라즐로의 아메리칸드림’에서 완성물이라 할 그의 건축물과 그로부터 피어나는 영광의 순간들을 뺀 채 그 영광의 설계도만 보여준다. 누군가의 장식품으로서만 예술가일 수 있었던 이방인, 그런 이방인 예술가들이 없었다면 구축되지 않았을 미국이라는 허상, 설계 과정의 문제는 덮고 결과물만 바라보며 찬사를 보내는 사회가 이방인의 아메리칸드림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누구도 주인공일 수 없는 아메리칸드림의 잔혹한(brutal) 설계도 말이다. 라즐로가 ‘아름다움의 견고한 본질’을 추구하는 브루탈리스트였다는 점은 이 설계도가 품은 역설을 더한층 도드라지게 한다. ‘사람은 죽어도 예술은 남는다’는 통념 혹은 진실 앞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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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성애라는 금기에 갇힌 욕망을 마주하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로스트 도터>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그리스로 혼자 휴가를 떠난 대학 교수 '레다(올리비아 콜맨)'. 바닷가에서 유유자적하던 그녀의 눈에는 마찬가지로 해변에 놀러 온 젊은 엄마 '니나(다코타 존슨)'가 계속해서 들어온다. 딸 엘레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딸과 잠시 떨어진 사이에 꽤나 힘들어하는 니나의 모습을 보면 레다는 자신의 두 딸을 떠올리기 시작하고, 그렇게 평화롭던 레다의 휴가에 조금씩 균열을 생긴다. 그러던 어느 날, 늘 그렇듯이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던 차에 갑자기 엘레나가 실종되고, 레다는 해변가 숲에서 그녀를 찾아 니나에게 되돌려 보낸다. 그리고 레다는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과거의 자신(제시 버클리)'을 니나와 겹쳐 보면서 상념과 혼란에 빠져든다.
<다크 나이트>, <크레이지 하트>, <나의 작은 시인에게> 등에 출연한 배우 매기 질렌할의 연출 도전작인 <로스트 도터>. 소설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잃어버린 사랑>을 영상화한 작품인 <로스트 도터>는 감독의 데뷔작인 것을 고려할 때 상당히 화려한 실적을 자랑한다. 이 영화는 2021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후,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다만 수상실적이 주는 강렬한 인상에 비해 <로스트 도터>의 도입부는 좋게 말하면 평이하고, 나쁘게 말하면 재미가 없다. 그리스로 휴가를 온 레다가 숙소에 짐을 넣고, 바닷가에서 햇살을 쬐며 책을 읽고, 바다를 보며 식사하는 장면들은 대체 왜 이 작품이 찬사를 받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평화롭고 또 지루하다. 그나마 몇몇 관광객들과의 불화, 해변가 카페 아르바이트생인 '윌(폴 메스칼)'과의 대화만이 그 지루함을 견딜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러나 평이함이 폭풍전야의 고요함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제목에 걸맞은 사건이 발생함과 동시에 영화는 마치 이 순간을 위해 감추어 왔다는 듯이 강렬한 서스펜스가 자아내는 격랑의 소용돌이 속으로 관객을 빠뜨린다.
그 중심에는 인형이 있다. 해변가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니나는 딸 엘레나를 잃어버리고, 레다는 다른 해변가 관광객들과 함께 그녀를 찾아 나선다. 해변 옆 숲에서 그녀를 발견한 레다. 그녀는 니나에게 엘레나를 돌려보내는 한편, 엘레나가 들고 다니던 인형을 남몰래 가져간다. 흥미로운 것은 엘레나의 인형이 레다의 현재와 과거 사이를 이어주는 가교가 된다는 점이다. 레다가 충동적으로 훔친 후 극진히 돌보는 이 인형은 수십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던 그녀의 죄책감과 모성을 포기했던 과거에 대한 회한을 스크린으로 불러온다.
젊은 시절 교수가 되기 위해 학업에 열중해야 했던 레다는 첫째 딸 비앙카에게 자신이 아끼던 인형 미니 마마를 물려준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가 일반적으로 인형에 담긴 긍정적인 의미가 아닌 부정적인 의미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보통 인형은 부모의 사랑이 담긴 선물이다. 그러나 인형에는 동시에 부모를 괴롭히거나 방해하지 말고 알아서 시간을 보내라는 속뜻도 담겨 있다. 사랑의 증표로 보이면서도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단절됨을 의미하는 이중적인 물건인 것이다. 실제로 엄마의 속뜻을 알아챈 비앙카는 서운함과 미움을 인형에게 표출한다. 이에 레다는 인형을 아끼지 않는 비앙카에게 오히려 화를 내며 인형을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고, 인형은 도로 위에서 산산이 부서진다. 이렇게 부서진 인형은 아이와의 관계를 끊어버린 엄마 레다의 모성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바로 이 순간을 기점으로 <로스트 도터>는 단순히 '딸을 잃어버린' 이야기가 아닌, '딸을 포기하는' 이야기가 된다. lost가 lose의 과거형인 만큼, 단지 딸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딸을 포기했던 이야기에 관한 것으로 읽어낼 수도 있다. 엘레나의 인형이, 그리고 부서져 버린 레다와 비앙카의 인형이 바로 그 계기다. 실제로 인형을 만남과 동시에 레다는 막 엄마가 되어야 했던 과거의 자신을 회상하고 마찬가지로 처음 엄마가 된 니나와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그리고 옛 기억과 새로운 만남 사이에서 영화는 모성애라는 이름의 금기가 숨기고 있던 여성의 욕망을 가감 없이 스크린에 펼쳐놓으며 평화롭던 이야기에 긴장감과 불편함을 불어넣는다.
이때 <로스트 도터>에서 긴장감과 동시에 불편함이 느껴지는 것은 세 엄마의 교집합이 고루한 엄마의 이미지를 다방면에서 파괴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제시 버클리의 젊은 레다는 딸들과의 전화가 그녀를 지루하게 하고, 그녀 또한 딸들을 재밌게 만들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다정다감한 어머니의 이미지를 파괴한다. 올리비아 콜맨의 레다는 아이들을 떠날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며 펑펑 울고, 이런 그녀는 희생적인 어머니 상과는 거리가 멀다. 다코타 존슨의 젊은 엄마 니나는 결혼 후 가족과 완전히 어울리지 못하다 보니 자신의 존재감을 잃은 채 방황한다. 그녀는 아이를 낳고 육아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는 어머니상에 들어맞지 않는다. 이때 세 엄마의 교집합은 희생 대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이기심이며, 그렇기에 그들은 고정된 이미지 안에서 각자의 이유로 괴로워한다.
이처럼 다른 것을 욕망하면서 동시에 어머니가 될 수 없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것은 레다와 니나의 관계 쉬이 형성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니나의 고모를 필두로 니나의 가족들은 레다를 의심한다. 그들은 자신이 타고난 엄마가 아니란 걸 인정하고, 어머니가 희생정신으로 무장해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하는 레다가 니나를 추동할 수 있음을 안다. 그래서 니나의 가족은 그녀가 레다와 함께 있는 매 순간을 방해하며 레다를 유달리 이상한 사람으로 만든다. 일례로 레다는 영화관에서 난동을 부리는 남자들에게 항의하지만, 그들은 관리인이 올 때만 조용히 하며 그녀가 유달리 예민한 인물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레다는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과거의 자신을 니나와 겹쳐보기 시작한다. 니나 또한 레다에게 결혼과 육아에 지친 자신을 고백한다. 여기서 영화는 외도라는 소재를 이용해 그들의 연대에 임팩트를 준다. 물론 외도와 불륜 그 관계 자체를 긍정하지는 않으며, 젊은 레다와 니나 모두 이것이 잘못된 관계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애인의 존재는 단순히 섹스가 아니라 아이들과 육아로 인해 사라질 듯한 자신들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기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레다가 자신의 학문적 능력과 업적을 알아주는 하디 교수와 사라에 빠지고, 니나가 자신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인정해주는 윌과 눈이 맞는 이유다. 이렇게 레다는 휴가지 바닷가에서 만난 한 여성과의 관계 안에서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딸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사연을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모성애의 가치와 중요성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당장 레다가 만들어낸 니나와의 연대와 관계는 분노, 질투, 회한, 죄책감이 뒤얽힌 레다의 감정 때문에 붕괴된다. 피 흘리는 레다가 두 딸과 통화하는 마지막 장면은 이기적인 엄마였던 레다마저도 결국에는 완전히 모성애에 담긴 의미를 온전히 파괴하거나 거부하지는 못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 영화의 가치는 비록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일시적으로나마 모성애를 둘러싼 금기를 파괴하는 데 성공한 것 그 자체에 있다. 사실 모성애는 그간 인류를 지탱해 온 신화 중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당장 그리스 신화의 가이아를 비롯해 수많은 고대적 여신들의 역할이 출산을 통한 우주와 생명의 창조로 여겨졌다. 이처럼 인간에게 여성의 출산, 그리고 이후 어머니가 되어가는 여성의 변화는 항상 신성시되었고,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되는 질서로 여겨졌다.
이때 모성애가 성스럽고 거룩하게 여겨진 것은 그것이 그 자체로 금기이기 때문이다. 부정하고 위험하거나 성스럽고 거룩한 금기의 대상은 인간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금기가 특정한 의미 체계와 사회 질서를 설정하기에, 카오스(Chaos)를 초래하려는 욕망은 통제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사회적 금기는 범람하는 강물을 제어할 둑을 쌓듯이 인간의 삶을 추동하는 욕망이 표출될 통로였다. 아이를 기르는 데 최선을 다하기를 바라는 모성애라는 금기가 자신만의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욕망을 통제하며 희생을 요구하듯이. 대신 모성애라는 금기가 만든 통로 안에서 여성은 엄마가 되어 새로이 정체성을 획득하고, 그 안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듯이. 이렇게 금기는 욕망으로 인한 일상의 해체를 막으며, 이는 모성애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러한 안정성은 일시적으로 파괴될 때 역설적으로 재확인되고 강화된다. 금기를 위반하는 것은 안정적으로 구축되었던 일상을 헤집어놓으며 그간 허용되지 않은 경험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위반은 안정된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일상의 근간이 되는 금기의 존재에게 더 강한 권위를 부여한다. 강렬한 축제를 통해 일탈을 맛본 후에 일상적 삶에 더 집중할 수 있듯이 금기를 일시적으로 깨고 표출된 욕망은 도리어 삶을 안정적으로 만든다. 이는 불륜의 장소로 낙점된 레다의 휴가 숙소에서, 엄마로서의 자격을 던져버리고자 했던 니나와 그런 니나에게 공감해주던 레다 간의 연대가 깨어지고, 레다의 휴가도 끝나며 그들이 다시금 각자의 엄마로서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로스트 도터>는 여성이 고통 속에서 자녀를 포기하더라도 죄책감에 빠지는 대신 온전한 행복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렇기에 희생적인 모성애가 지탱하던 안정된 세계가 주던 평화로움은 이기적인 모성애와 일탈로 인한 불안정성과 긴장감을 거쳐 다시금 회복된다.
이는 매기 질렌할 감독이 “엄마, 연인, 여성으로서 느낀 은밀한 감정들이 책 속에 표출되었다. 기이하고 고통스럽지만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을 느꼈다”라고 말한 것과 맞닿아 있다. 영화는 특정한 모습의 엄마를 묘사하지 않는다. 처음으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숨 막히는 압박을 느끼는 엄마의 모습도 긍정하고, 그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찾는 엄마도 긍정하며, 그 순간들을 견뎌낸 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하고 자부하기도 하는 엄마의 모습도 긍정한다. 그래서 <로스트 도터>는 성별에 따라, 아이의 유무에 따라, 육아 경험의 정도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서로 다른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는 영화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어떤 모습의 엄마에 자신이 가깝든 간에, 모성애라는 금기를 깨는 이들의 용기를 부정할 수는 없을 거라는 점이다. 이렇게 <로스트 도터>는 모성애를 둘러싼 신화에 도전하며, 그 금기에 숨겨져 있던 격동의 현실을 스크린 위로 끄집어 올린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모성애라는 금기의 명암 사이에 숨어 있는 폭풍우를 끄집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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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사된 민주주의의 촌극과 물음
7★/10★
*영화의 결말을 포함한 글입니다.
2006년. 부탄에 느닷없이 민주주의가 하사되었다. ‘쟁취’가 아닌 ‘하사’다. 부탄 국왕이 백성들을 위한 ‘선물’로 민주주의 도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모의 선거가 진행된다. 하지만 실무를 맡은 선거 담당관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주민들에게 민주주의에 관한 체화된 개념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자유와 평등을 강조하는 파란 당, 산업 발전을 강조하는 빨간 당, 보존을 강조하는 노란 당을 두고 모의 선거를 진행하는데, 노란 당이 95퍼센트를 득표한다. 노란색이 왕실의 색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그를 얻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은 그 대상과 함께할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한다. 그래서 상상한 미래가 현실로 도래했을 때 기꺼이 만끽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거라도 내 생활과 연결되어 있다고 상상해본 적이 없는 거라면, 그 가치는 빛을 발하기 어렵다. 부탄에서의 민주주의처럼 말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선거는 마을에 갈등을 일으킨다. 평화롭게 지내던 한 가족이 모의 선거 때 어떤 정당을 지지할 것인지를 두고 대립한다. 소수파를 지지하는 아버지와 그 자녀는 마을과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다.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하는 ‘최고의’ 정치 제도인 민주주의가 되레 없던 갈등을 초래한 것이다. 적어도 부탄의 시골 마을에서는, 민주주의가 평화와 행복을 파괴했다.
시골 마을의 평화로운 풍광과 정취를 배경으로 한 잔잔한 분위기와는 달리, 영화의 물음은 날카롭다. 마을에 선거를 가르치러 온 담당관들은 민주주의가 ‘좋은 것’이라고 확신한다. 민주주의가 ‘현대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확신한다. 선진국 대다수가 민주주의를 취한다면, 민주주의는 좋은 것이라고. 서구 중심적 발전주의 사고의 발로다. 단 하나의 선형적 기준을 만들어놓고 모든 역사를 욱여넣어 특수성을 소거하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영화의 첫 번째 질문, 즉 ‘보편적이고 현대적인 민주주의는 절대선인가’라는 물음이다.
또 다른 이야기 축이 있다. 국왕이 민주주의 도입을 발표하자, 한 노승이 제자에게 총을 구해오라 시킨다. 제자는 총기 수집가 미국인과의 경쟁 끝에 마을 주민이 가진 총을 구해 노승에게 간다. 노승은 총을 들고 부처님의 깨달음을 기리며 만든 탑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옆에 파놓은 구덩이에 총을 던진다. 그 위에 탑을 쌓자고 제안한다. 민주주의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면, 이미 하사되어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면, 증오‧고통‧갈등의 상징인 총을 땅에 묻고 그 위에 탑을 세워 새로운 깨달음의 시대를 열어가자는 제안이다.
어떻게든 총을 되찾기 위해 주변을 얼쩡거리며 골몰하던 미국인 총기 수집가는 어안이 벙벙하다. 얼결에 자유세계와 민주주의의 ‘리더’인 미국인이라며 칭송받는 그는 어떻게든 그 총을 갖기 위해 많은 돈을 썼다. 그는 돈과 물질만 있으면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수집가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에 잠식되어 망가졌다는 현실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돈에 먹힌 민주주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그가 끝내 총기를 갖는 데 실패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목적한 바를 이루는 효율적인 방법도 아니다. 대조적으로, 노승은 쟁취하지 않은 하사된 민주주의일지라도 어떻게 받아들이고 만들어갈지에 따라 위대해질 수도 있다는 역설적 가능성을 상징한다.
돈에 굴복한 민주주의와 하사된 민주주의의 가능성 사이의 이 대조는 민주주의가 마주하는 날로 혼란스러워지는 작금의 현실에 소박하고 정다운 질문을 던진다. 서구 중심적, 발전주의적 시간성 비판에 민주주의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버무려 갈등을 조정하고 화합하는 것으로서의 민주주의를 다시금 상상케 하는 것이다. 물론 이 질문만으로 ‘자유세계’의 병든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는 나이브한 태도일 테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질문이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절망적 현실을 비추는 환상 속 거울로써의 역할 정도는 할 수 있는 질문이지는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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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의 상처와 온기, 그 선명한 기록
치열한 생존 눈치싸움 –〈우리들〉이 포착한 아이들의 세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만들어진다. 친한 친구들끼리 무리가 형성되고, 소속과 배제의 논리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아무렇지 않게 오가던 말 한마디, 우연히 엿듣게 된 대화, 한순간의 표정 변화만으로도 관계의 역학이 흔들린다. 영화 **〈우리들〉(2016, 윤가은 감독)**은 이 미묘한 감정을 치밀한 시선으로 포착하며, 아이들의 세계가 얼마나 치열한 눈치싸움 속에서 형성되는지를 보여준다.
표류하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붙들 수 있는 끈
영화는 친구 관계의 본질을 집요하게 탐색한다. 주인공 선은 새 학기를 앞둔 여름방학, 전학 온 지아와 가까워지면서 처음으로 ‘친구를 만든다’는 감각을 경험한다. 그러나 방학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왔을 때, 관계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무리에 속하지 못한 선과 새롭게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지아는 미묘한 감정의 줄다리기를 이어가며, 서로를 밀어내기도 하고 붙잡기도 한다. 윤가은 감독은 이를 통해 ‘우리’라는 집단 안에 속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과, 그 과정에서 상처받는 개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우리들의 시선 – 낮은 눈높이에서 본 세계
〈우리들〉이 돋보이는 지점은 아이들의 시선을 정확히 포착하는 촬영 방식이다. 카메라는 철저히 주인공들의 눈높이에 머물며, 어른들의 세계를 배제한 채 또래 집단 안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또한 긴 롱테이크와 자연광을 활용한 촬영 기법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이런 연출 방식은 단순한 아동 영화가 아닌, ‘어린 시절’이라는 시기를 살아본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끌어낸다.
〈우리들〉이 남긴 여운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왕따 이야기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쁜 아이’도, ‘착한 아이’도 없다. 선과 지아,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아이들은 그저 ‘우리’가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칠 뿐이다. 영화는 누군가를 배제하는 집단의 잔인함을 고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집단 안에 속하고 싶어 하는 개인의 절박함을 이해하는 따뜻한 시선을 견지한다.
결국 〈우리들〉은 특정한 세대를 위한 영화가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지나온 순간을 정밀하게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어린 시절의 감정을 여과 없이 담아낸 이 영화는, 우리 각자가 거쳐 온 길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그럼 언제 놀아? 친구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친구가 때리고.. 나 그냥 놀고 싶은데!
선의 동생인 윤이가 한 말이다.그러게 말이다. 우리는 그때 서로가 서로를 아프게 했는지. 우리는 왜 그게 잘 안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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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 보다 조금 나아진 공조, 멋진 FBI요원을 더하다
?Rabbitgumi 입니다!
공조 2편이 개봉을 했어요.
현빈과 유해진의 합이 잘 맞았던 영화죠.
이번에는 다니엘 헤니가 미국 요원으로 등장합니다.
윤아가 던지는 유머도 꽤 타율이 높은 편이죠.
유일하게 명절 직전 개봉한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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