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채원2025-02-11 21:00:39
반복 속 파동을 그리다
영화 <잔느딜망>리뷰
저녁 식사를 위한 재료를 준비하는 한 여성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 <잔느 딜망 (Jeanne Dielman, 23 Commerce Quay, 1080 Brussels)> 은 아들과 함께 생활하는 잔느의 3일간의 일상을 드러낸다. 롱 -테이크로 인물의 반복되는 일상을 천천히 쫓고, 첫째 날, 둘째 날과 같은 시간적 표지도 직접적으로 등장 시키는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반복되는 듯 날마다 조금씩 변주 되어 등장하는 잔느의 일상은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여느 때와 같이 흘러가는 일상 중 그녀에게 찾아온 작은 파동과 미묘한 균열을 감지할 수 있게 한다.
앉아있는 잔느의 뒤로 비치는 창살이 있는 찬장과 그녀가 집안으로 들어가기 전 거치는 수많은 문들, 집 내부까지 <잔느 딜망>에는 다양한 창과 문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외출 후 돌아오는 길, 공동 현관의 우체통을 지나 창살이 있는 여러 겹의 문을 닫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잔느의 모습은 아들과 함께 지내며 매춘으로 생활을 이어 나가고,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가정적 행위를 반복하는 현재 자신의 삶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가 닫는 여러 겹의 문들은 그녀가 스스로를 현재의 일상에 갇히게 만든 새장처럼 보이기도 하며, 내부로 향하며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통로의 문을 닫는 행위로서 잔느가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다른 삶으로 향하고 꿈꾸려는 가능성을 닫는 행위처럼 보이기도 한다. 잔느는 매춘부 생활을 통해 생계를 이어감으로써, 매춘은 그녀에게 사랑하는 아들과의 삶을 유지해 갈 방법이자 생계를 이어갈 수단이 된다.
아무리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라고 해도 마냥 달갑지 만은 않을 매춘의 행위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다름 아닌 그녀의 집 안방이다. 보통 집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공간으로 외부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는 가정적인 공간으로 여겨지는 반면, <잔느 딜망>에서 잔느의 집은 아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평온한 공간인 한편, 매춘의 행위가 이뤄지고 아들의 말을 통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함이 부정 당하게 되는 공간으로서, 외부의 시선이나 관음적인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보호받을 수 없는 공간으로 나타난다. '창'은 히치콕의 <이창>에서처럼 어떤 대상을 응시하는 관음적인 시선을 돕는 도구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이와 같이 잔느의 집으로 향하는 통로에 놓여진 문들을 비롯해 부엌에 앉아있는 그녀의 뒤로 보이는 창살이 있는 찬장과 그녀가 안방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열리고 닫히는 문 등 <잔느 딜망>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창'과 '문' 은 그녀가 스스로 그녀를 가두고 제한한 그녀의 삶을 보여주는 동시에 위험에 노출된 매춘부로서의 그녀의 삶을 느끼도록 하고, 이러한 점은 그녀의 집이 사적이고 안락하기보다는 무방비하게 노출된 상태라는 것을 극대화 시킨다.
한편, 잔느를 응시하는 관음적 시선은 극 중 인물의 시선, 혹은 극 내부에 존재하는 불특정한 시선뿐만 아니라, 극 밖에서 그녀를 응시하고 있는 관객의 시선이 될 수도 있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은 카메라의 시선과 동일시되어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그녀의 3일간의 일상을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스크린 밖에서 자신의 삶을 지켜보는 관객과 카메라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데, 이는 스크린이라는 창을 통해 관객이 그녀의 일상을 일방적으로 관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영화는 관객에게 참여자의 위치 대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인물을 관찰하는 관찰자로서의 위치와 특권적 관점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잔느 딜망>은 잔느의 삶을 반복적이고 단조로우며 평범하게 비추는 한편, 조금씩 변주되는 매일의 행동을 통해 인물의 미묘한 심경 변화와 일상 속 균열을 느끼게 하는데, 이러한 변주는 크게 표현되지는 않을지언정 같은 루틴이 반복될 것으로 생각했던 관객의 예측을 깨트림으로써 예상치 못한 그녀의 행동 변화에 집중하게 하고, 변주가 있기 전까지 일어나는 반복은 집안일, 식사와 같은 재생산의 굴레에 놓인 여성과 그 지속시간을 느끼게 만든다. 한편, 영화에서 등장하는 창살이 있는 '창'의 이미지는 히치콕의 <이창>을 떠올리게 하며, 매춘부라는 직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강한 모성애를 보여주는 모습은 오영강의 <신녀>를 연상하게 만든다. 그렇게 <잔느 딜망>에서 잔느라는 여성의 3일간의 일상은, 단조롭고도 위태롭게, 사적인 동시에 공개적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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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피커] 촬영팀 세컨드 / 학생에서 현장으로
촬영 5년 차, 막내에서 시작해 이제는 촬영팀 세컨드가 되어 열심히 현장을 누비고 있는 촬영팀 형정훈님. 지난 인터뷰 이후, 7월 6일에 방영을 시작한 tvN 드라마 <감사합니다>에서 촬영팀 세컨드로 참여 중이라고 하는데요. 드라마를 보면서 괜히 더 반갑고 가깝게 느껴지더라구요.
오늘은 촬영팀을 꿈꾸는 많은 분이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를 여쭈어보았어요. 영화를 만드는 일을 꿈꾸던 학생에서 OTT 제작 현장에서 실제 작품을 만드는 것에 참여하기까지 형정훈님의 지난 시간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Q. 요즘은 독학으로 시작하는 1인 크리에이터도 많지만, 제작팀으로 촬영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 같아서, 꼭 촬영 혹은 영화 전공을 해야 하는지 궁금하더라구요.
A. 만약 제대로 내가 이 일에 관심이 있다, 이 일이 해보고 싶다면 전공 관련된 공부나 대학교 이런 곳에서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 이 일에 관심이 있어서 학교가 아니라 현장으로 바로 투입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전공을 거치지 않고 오시는분 중에 저보다 더 일찍 시작하고 어린 나이에 워크플로를 이해하시고 뛰어난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0에서 시작한다고 봤을 때 저는 전공을 하면서 카메라에 관해 공부하고, 직접 촬영감독으로써 앵글을 잡고 작품을 만들어 본 경험이 좋았어요. 제 말이 정답이 아닐 수 있는데, 저는 정말 많은 도움을 느껴서 전공하는 걸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Q. 사실 영화 제작에 많은 분야가 있잖아요. 그런데 특별히 ‘촬영’을 선택한 계기가 있으실까요?
A. 우선 대학교 진학할 당시에는 연출 전공이었어요. 연출 전공을 희망해서 글도 써봤는데 ‘ 아 나는 연출은 하고 싶은데 글은 못 쓰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누군가 작가가 있다면 내가 그 글을 받아서 연출하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너무 어린 나이에 그런걸 생각했던 것조차 너무 웃겼던 것 같아요. (웃음) 제가 현장을 봤을 때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촬영 감독님이었던 것 같더라구요. 연출 감독님은 배우들과 디렉팅이라던지 모든 분야에 신경을 쓰고 있어서, 오히려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촬영 감독님이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걸 보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저거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보다 촬영이 재미있고, 작품을 할 때마다 저의 실력이성장하는 걸 보면서 촬영 감독을 꿈꿨던 것 같아요.
Q. 학교에서 여러 경험을 하면서 길을 구체적으로 그리게 된 거네요. 그래서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는 전공을 추천했군요. 시간을 거슬러 영화전공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도 궁금해요.
A. 학생 때 ‘정말 이 직업을 하고 싶다’라는 뚜렷한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공부하고 성적에 맞춰서 대학을 가는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스펙도 열심히 쌓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게 없었던 거죠. 고등학교 3학년이 되니까 이제 슬슬 장래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는데...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기도 한데, 그 당시에는 전공보다 ‘학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교가 어디 있을까 고민하는 상황이었어요. 그즈음에 인천 아시안 게임 자원봉사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기자분께 느껴지는 에너지가 좋더라구요. 그래서 ‘아, 기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신문방송학과를 검색해 보니까 커트라인이 너무 높은거예요. 그래서 조금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영화를 공부하는 친구가 “내신 성적 비율보다 면접 비율이 높은 영화과가 낫지 않아?”라는 말을 해서, 자연스럽게 영화과를 준비하게 되었어요. 그때는 저는 신문방송학과나 영화 영상학과나 비슷한 계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부터 영화 좋아했잖아. ‘ ‘아버지와의 추억이 어렸을 때부터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거였잖아’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는 나름 영화관의 에티켓을 어린 나이부터 알고 있었다는 자부심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영화라는 게 어린 나이에 멋있어 보였어요. ‘나 영화해.’ ‘나 예술해.’ 이런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게 멋있어 보여서 그렇게 시작했던 것 같아요. (웃음) 돌아보면 우연히 운 좋게 시작한 직업이 저에게 잘 맞고 행복을 느끼며 일을 해서요. 그 당시에 저에게 영화과를 제안해 준 친구에게 정말 고맙네요.
Q. 그럼, 엄청 영화가 하고 싶었던 시네필은 아니었겠네요
A. 네, 어릴 때는 시네필은 전혀 아니었어요. 그냥 아버지가 보고 싶은 영화를 따라가서 보는 정도. <해운대> <디 워> 그런 영화 있잖아요. 누구나 보는 영화들.
Q. 그럼, 영화는 대학교에 가서 많이 보게 된 건가요?
A. 대학교 입시 준비를 할 때 영화를 진짜 많이 봤고 대학교 가서는 처음에는 찍느라 바빠서 영화를 안 봤는데 찍기 시작하다 보니까 레퍼런스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느꼈기에 그 당시에는 영화를 찾아서 봤던 것 같아요.
Q. 입시 준비하면서 보는 영화나, 연출 공부에 도움이 되는 영화는 일반 관객이 봤을 때 좋은 영화랑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혹시 촬영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영화를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A. 어려운 질문이네요. 촬영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영화는 정말 많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봉준호 감독님의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굉장히 좋게봤습니다. 로저 디킨스 감독의 <1917>,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버드맨> 작품도 좋은데, 저는 기술력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감히 제가 따라 할 수 없는 영화다’ 그런데 특히 <기생충>이 좋았던 점은 촬영이 보이지 않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관객들이 ‘와 이 영화 촬영 진짜잘했다’라고 생각이 드는 영화도 좋지만, 제가 원하는 영화는 관객들이 촬영이 보이지 않는 영화를 찍는 게 목표였거든요. <기생충>에서수많은 무빙이 있고 수많은 앵글이 바뀌는데 이 무빙들이 ‘어? 카메라가 이렇게 움직인다’가 아니라 관객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이동시켜주는 무빙들이 정말 많은 거예요. 그걸 보고, 제가 많이 착안했던 것 같아요. 아, 보여주고 싶은 장면들을 컷이나 이런 게 아니라 무빙이나포커스 이동으로써 관객들의 시선을 이동시켜 줄 수 있는 게 좋은 촬영인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 홍경표 촬영 감독님 작품을 그때 찾아봤던 것 같아요.
Q. 촬영 감독이 가져야 할 덕목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제가 졸업 영화도 찍고 그 외 작품들도 찍으면서 느꼈던 건 ‘포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는 것이었어요. 저는 포기를 잘하는 사람이 촬영을잘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항상 컷마다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건 맞지만 모든 현장이 그렇듯이 시간에도 쫓기고 어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본인이 계획한 게 무너져 내리는 상황이 생기는데, 그럴 때 본인이 이건 포기하면 안 된다. 이건 포기해도 된다. 라는 결정을빨리 내릴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인물에 대한 바스트샷을 찍는데, 무빙이 살짝 못 따라온 거예요. 근데 사실 찍는 사람만 보이는 정도의 실수인데 예전이었으면 ‘아, 이거 안 된다’라고 연출 감독님이나 배우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 무빙이 지금 마음에 안 들었다. 한 번만 더 가자’라고 이야기했을 텐데, 연차가 쌓이면서는 전체를 조금 더 보게 된 것 같아요. 제작 시간을 고려해 보면 이 영화, 작품을 완성 시키는 게 더 우선이기 때문에 ‘이 바스트샷보다 내가 그 뒤에 힘써야 할 부분이 있으니까, 거기에 더 집중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그 컷에 대한 욕심을 포기를 했는데 나중에 편집을 붙여놓으니까 괜찮은 거예요. 그 부분을 사용하지도 않았고 그 부분을 만약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배우들의 감정을 따라가는 걸 원했기 때문에 어느 순간 집중을 하다 보니까 그게 안 보이는 거예요. ‘아, 내가 이걸 포기를 한 게 잘한것 같다’라고 생각을 했던 거죠. 그 이후에도 포기를 하냐 안 하냐에 대한 결정을 빨리 내리고 했던 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Q. 포기에 대한 결정을 빨리 내려야 한다니, 어렵고 책임감이 따르는 선택이네요. 혹시 감독님의 MBTI는 뭔가요?
A. 대학생 때는 ENFP가 나왔었는데 졸업하고 일을 하면서 INTJ로 바뀌었어요. (웃음) 아무래도 객관적이어야 하는 시선들도 많이 필요하고, 촬영 현장에서는 항상 모든 상황에 대해 계획을 해야 하거든요. 제가 지금 모시고 있는 감독님한테도 항상 듣는 게 이런 상황이 놓였을 때연출 감독님한테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라고, 말할 때, 그것 말고도 두세 가지의 대안을 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항상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계획적으로 사람이 변한 게 아닌가 싶어요. (웃음)
우연히 관심을 가지게 된 일이 즐겁고 행복해서, MBTI마저 바뀌어 버린 형정훈님.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열심히 영화를 보고, 원하는 촬영 방법에 관해 공부하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위해 촬영감독으로써 해야 할 일과 책임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이제 영화를 볼 때 기술적으로 잘 찍은 촬영과 관객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촬영이 어떻게 다른지 눈여겨보게 될 것 같아요. 다음 주엔 실제 촬영 현장에서 겪은 에피소드들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다음 주도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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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차박은 위험할 수도 있다?
시놉시스
수원과 미유는 결혼 1주년을 맞은 부부이다. 둘은 결혼 기념 여행으로 산으로 가서 차박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차박을 하려고 할 때 이상한 사람들만 자꾸 나타나고 차박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결국 차박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실종 사고가 발생했다는 아까 만난 의문의 남자의 말이 떠오른다. 한편 미유는 수원에게 아까 그 실종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혹시 토막 살인범이 나타나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수원은 산 높은 곳까지 올 리가 없다며 다독인다. 그러나 차 안에서 잠든 사이에 미유는 수원이 없어졌다는 걸 알게 된다.
큰 걱정을 하는 미유가 수원을 찾기로 하는데 그녀의 앞에 가면 쓴 살인마가 나타나 죽이려고 한다. 과연 차박을 한 곳에서 수원과 미유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미유에게는 수원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는데 그건 바로 아는 남자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안 수원은 자신만의 계획을 짜서 미유와 함께 차박을 하는 것을 유도하고 가면 쓴 살인마와 미유가 아는 남자를 불러 사건을 일으켰다. 둘의 사랑은 변함없는 사랑이지만 어긋나버린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아내의 외도를 바라본 남편의 관점에서 복수심이 불타오른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 영화에서는 차박이라는 일상생활에서 있을 수 있는 일들을 담아서 공포심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영화의 형인혁 감독은 로맨스와 스릴러를 합친 영화라고 한다. 근데 스릴러보단 로맨스의 비중에 조금 더 두었다고 기자 간담회에서 밝혔다.
딱히 완전히 스릴러 장르라고 보기는 어렵고 로맨스물이 첨가된 장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미유 역을 맡은 김민채 배우는 포틀랜드 호려 영화제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김민채 배우가 선보이는 호러 연기와 수원 역을 맡은 데니 안 배우의 감미로운 발라드 노래도 볼 수 있다.
또한 의문의 남자 역을 맡은 홍경인 배우의 스산한 모습도 이 영화를 보는데 매력을 더한다.
차박 - 살인과 낭만의 밤은 대형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저예산으로 만든 스릴러 영화이다. 그래서 만약 9월 영화 중에 연인끼리 스릴러와 로맨스물을 결합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차박을 이용한 스릴러+로맨스 영화!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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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최근 유튜버들이 20년 전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 신상을 잇달아 공개하면서
'밀양 사건'의 모티브가 된 <한공주>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6월 2주차 씨네뉴스 함께해요.현대차x손석구x문병곤 <밤낚시>
현대자동차가 자체 제작한 단편 영화 ‘밤낚시’가 오는 14일 개봉합니다. <밤낚시>는 전기차 충전소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한 사건과 반전 스토리를 다룬 휴머니즘 스릴러로 배우 손석구가 출연 및 공동제작을 맡으며 화제에 올랐습니다. 또한 지난 2013년 <세이프>로 한국인 최초 칸 영화제 단편경쟁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문병곤 감독이 11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으며,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조형래 촬영 감독이 참여하여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경규 수입 영화 <이소룡-들> 포스터 공개
세기의 아이콘 이소룡 사망 후, 세계 곳곳에서 포스트 이소룡이 되려는 ‘이소룡-들’이 등장하던 시절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이소룡-들>이 캐릭터 포스터를 공개했습니다. 영화는 시체스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초청받은 작품이며, 데이비드 그레고리 감독의 <이소룡-들>은 리샤오룽(이소룡)이 구축한 영화 세계가 그의 사후에도 전 세계 대중의 열광 속에서 팽창하는 과정을 조명합니다.
한공주 OTT에서 역주행
20년 전 ‘밀양 사건’ 이 최근 다시 주목을 받으며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 <한공주> 가 OTT 역주행을 그리고 있습니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이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과 근황을 차례로 공개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결과로 2014년에 개봉한 독립영화가 차트 역주행하는 건 이례적인 사건입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출품작 2천674편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사무국은 오는 9월 제20회 영화제 공모작이 총 2천674편이 출품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영화제보다 705편이 늘며 역대 최다 출품 수를 기록했으며, 100여 편을 엄선해 상영할 예정입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오는 9월 5일부터 10일까지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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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대한 관점 • <머티리얼리스트>
(스포일러 포함)
<머티리얼리스트>가 홍보되었던 맥락은 여성 1인 남성 2인 구도의 전통적 삼각관계 구도와 뉴욕이라는 화려한 도시에서 사랑을 찾는다는 것이다. 루시(다코타 존슨)은 잘 나가는 커플매니저이며, 그녀는 가난해서 헤어진 옛 남자친구 존(크리스 에반스)과 '유니콘'이라 불리는 완벽한 남자 해리(페드로 파스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된다. 이런 플롯은 한 마디로 전형적이다. 우디 앨런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가지는 기대는 비슷한 류의 로맨틱 코미디 장르 영화와 달랐는데, 셀린 송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알콜로 소독된 깔끔함
셀린 송 영화는 차분하고 조용하다. 셀린 송 영화의 남자들은 소리지르지 않는다. 여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우아하다. 음악은 미니멀하고 그마저도 많이 들리지 않는다. 공간은 깔끔하고 세련되었다. 그러니까 군더더기가 없다. <머티리얼리스트>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존과 싸우다 대뜸 차 밖으로 나가버린 루시는 길 한복판에서 말다툼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들의 말은 씹히거나 저는 부분이 하나도 없고 관객에게 한 글자 한 글자 다 잘 전달된다. 다른 차들의 클락션 소리도 음소거되었다. 루시가 가장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장면이기도 한데, 여기에는 격정이 없다. 루시가 가난하게 태어났고 가난하게 자라, '가슴을 엘 만큼 부자인' 남자를 원한다고 말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코타 존슨이 네포 베이비로 가난 없이 자랐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렇게 살아온 존슨의 얼굴빛과 몸짓과 말투와 눈빛이 루시라는 캐릭터와는 잘 맞지 않는 느낌이 든다. 어떤 영화 속 인물이 가난하게 태어났고 가난하게 자랐다고 말한다면, 관객은 그것에 설득되어야 한다. 그런데... 설득이 되지 않았다.
설득되지 않는 논거들
영화를 구축하는 주요 사건들 중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의뢰인 소피가 당한 성폭행 사건이다. 모든 요소가 평범하게 우수하고 특별한 강점이 없어 데이트에 번번이 실패하는 의뢰인 소피는 루시가 가장 좋아하는 의뢰인이다. 그런데 소피는 루시의 중매로 만난 마크 P라는 남자에게 데이트 중 성폭행을 당한다. 루시는 이 사건으로 크게 무너지고 일을 잠시 쉬게 된다. 우선 데이트 중 성폭행은 현실에서든 영화에서든 충분히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영화가 성폭행이라는, 이견을 제시할 수 없는 너무나 큰 사건을 제시함으로써 이 급전개(급 갈등 만들기)에 따라 붙는 질문을 차단하려고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냉소와 염세의 화신 같아 보이는 루시에게 감정적 충격을 안겨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한 사건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키 크는 수술이다. 초반에 이 수술은 가볍게 언급되고, 여자들이 남자를 볼 때 빠지지 않는 조건이 키라는 것은 반복되고 강조된다. 루시는 해리의 상처를 보고 그가 키 크는 수술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해리는 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남자가 아니었다. 루시는 이 사실을 알게 된 직후 이별을 고하는데, 여태껏 느껴왔던 해리에 관한 기시감이 자신의 객관적인 상품 가치를 키우기 위해 노력해 왔음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이별 통보의 타이밍은 해리를 상처주기에 너무나도 적절해서 경악스럽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내내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던 해리라는 남자가 가장 아름다워 보일 때는 루시 앞에서 자신의 원래 키대로 다리를 굽히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 키 수술이 성폭행 사건처럼, 다소 도구적으로 끼워넣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만약 해리의 캐릭터가 더 자세히 표현된다면 설득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은 영화의 관심사가 아닐 터.
그녀가 '딜'을 외칠 때
루시가 커플매니저를 그만두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며 결말이다. 그녀는 영화 내내 자기 의뢰인들의 '스펙'을 재며, 그에 대한 고충도 토로한다. 결국 그녀가 선택하는 남자도 스펙 면에서 완벽한 해리가 아니라 그녀의 마음이 가리키는 존이다. 이런 관점 자체는 특별하달 것이 없다. 그렇지만 셀린 송이 수미상관으로 끼워 놓은 원시시대의 '최초로 결혼한 사람들'을 보면 송은 처음부터 이런 일반적이고 보편적이고 근본적, 근원적인 사랑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 오프닝에서 원시시대 남자는 자루에 돌로 된 도구들과 풀꽃다발을 가지고 여자에게 다가간다. 결말에는 여자의 부른 배가 보인다. 행복한 두 사람의 얼굴. 현대의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으며 그건 나쁜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 깔끔하고 세련된 영화는 의외로 처절한 질문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왜 그는 나를 선택했는가?’ <머티리얼리스트>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이 있다. 루시와 해리는 고급 식당의 원형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아 있다. 루시는 돈도 많고, 화도 내지 않고, 잘생겼고, 몸도 좋으며 어디 하나 걸리는 부분이 없는 완벽한 이 남자가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 궁금해 한다. 그녀는 거래 전 체크해야 할 사항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당신은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요. 당신이 25살과 만난다면 10년 후에도 그녀는 지금의 내 모습일 거에요.” 그녀가 판단했을 때 이 계약은 한 쪽에게 너무 수지가 맞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계약을 고집하는 상대방에게 자신이라는 상품의 실제 가치를 고지해야만 한다. 그래야 정당하니까. 사모펀드 매니저인 해리는 더욱 가관인 답변을 내놓는다. “나는 당신의 무형 자산을 보고 투자하는 겁니다. 잠재력이 아주 큰.” 이 ‘무형 자산’이라는 말은 루시의 취향, 경험, 역사를 의미할 것이다. 루시는 그가 사랑에 대하여 그녀와 같은 관점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거래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이 관점은 후에 루시가 해리를 차 버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인상적인 장면은 어느 정도는 우울하도록 계산되었다. 회색이 한 방울 섞인 파랑의 느낌이다. 음악은 아주 간결하고 비관적인 느낌마저 든다. 영화의 주인공인 두 남녀가 연애하기로 결정하는 장면인데도 말이다. 기존의 로맨틱코미디 장르가 소재로 삼은 ‘계약 연애’, 혹은 ‘연애 계약’의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다. 바로 이런 것들이 셀린 송의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다. <패스트 라이브즈>도 즐거운 사랑 영화가 아니었다. 그 영화는 잃어버리고 떠나온 것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머티리얼리스트>는 무엇에 관한 이야기일까. 한 사람이 돈이 아닌 다른 의미를 향해 다가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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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빠진 것처럼>, 단순한 화면 공유를 넘어 공간과 감각의 공유로
영화 <사랑에 빠진 것처럼>은 출처 없는 목소리를 제시하며 해당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은 채 어딘가 비어있는 듯한 화면으로 시작한다. 키아로스타미는 공백을 통해 관객이 영화에 개입할 수 있는 틈을 열어주고 싶었던 것일까? 화면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 중 정작 목소리의 주인공은 없는 듯 하고, 과연 발화자는 누구인지 관객의 궁금증은 증폭된다.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단발머리 여자가 카메라 앞으로 자리를 옮겨 앉음으로써 비로소 화면은 채워진 듯한 느낌이 들고, 곧이어 화면이 전환되며 드디어 출처 없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드러난다. 그녀는 아키코라는 대학생으로 콜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어느 날 히로시는 아키코에게 홀로 살고 있는 타카시의 집에 방문하라고 제안하고, 할머니가 올라오시는 날이라며 몇 차례 거절을 반복하던 아키코는 결국 할머니와의 만남을 외면한 채 타카시의 집으로 향한다. 타카시의 집으로 향하는 택시 안, 아키코는 할머니가 남긴 음성메시지를 듣는다. 그런 아키코를 따라 이어폰으로 타고 들어오는 할머니의 음성메시지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외면했다는 미안한 마음과 더불어 그 다정한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는데, 이러한 감정은 영화가 창조한 아키코와의 동일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V.F. 퍼킨스의 주장에 따르면, 인물과 관객을 동등한 조건에 두는 것은 동일시를 창조하고 강화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사랑에 빠진 것처럼>에서 아키코는 마지막 음성메시지가 끝날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자리에 앉아 음성메시지를 듣는데 이는 아키코라는 인물을 시각적, 청각적 수행만 가능한 관객과 동등한 조건에 두는 것이며, 이로써 영화 속 인물과 관객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된다. 즉, 영화는 인물과 관객을 동등한 처지에 위치시킴으로써 아키코와 관객의 동일시를 창조하고, 관객은 그러한 동일시를 통해 아키코의 감정에 이입하며 영화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등장인물과 관객을 동등한 조건에 둠으로써 동일시를 창조하는 예는 히치콕의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창>에서 부상으로 인해 휠체어에 가만히 앉아 이웃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제프리와 <마니>에서 화장실 벽에 기대어 바깥소리를 엿듣고 있는 마니가 그 예시다. 앞서 발생한 아키코와 관객의 동일시는 그녀가 탄 택시가 역 근처에 다다랐을 때 관객 또한 아키코와 같이 고개를 쭉 내밀고 창가에 바싹 붙어 할머니가 정말로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느끼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또한, 이 장면에서 택시는 역에 안정적으로 정차하는 것이 아니라 원형의 도로를 따라 계속 주행하는데, 이때 중간에 정차한 차와 뛰어가는 행인으로 인해 아키코의 시야에서 할머니가 기다리는 동상의 아랫부분이 일시적으로 가려지기도 하며 창밖에 나무들과 차 창틀, 가로등들은 아키코가 할머니에게 근접하는 동안 계속해서 할머니의 모습을 드러내고 감추기를 반복함으로써 영화는 할머니가 그곳에 서 있다는 걸 대놓고 보여주지 않는다. 이러한 선택을 통해 영화는 관객이 보고 싶은 것을 한번에 드러내주지 않음으로써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관객이 영화에 참여하게 만들고, 원형의 도로는 할머니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주위를 뱅뱅 맴돌기만 하는 아키코의 심정을 부각한다.
아키코가 타카시의 집에 들어설 때, 그의 집에서는 수화기 너머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키코가 도착하자 타카시는 들고 있던 수화기를 내려놓고 스피커폰으로 전환하는데, 이를 통해 관객은 아키코와 함께 수화기 너머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며, 초조하고 난처한 타카시의 감정에도 이입하게 된다. 타카시는 걸려온 전화에 응답하기 바빠 아키코를 제대로 맞이하지 못하고, 그녀가 집 안을 활보하는 동안에도 전화를 붙들고 안절부절못한다. 타카시는 애써 통화를 마무리 지으려 해보지만, 발신자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심지어는 다른 화제로 새거나 본론을 잊기도 하는데, 타카시와 마찬가지로 관객 역시 그러한 상대의 전화를 끊지 못하고 계속해서 들으며 타카시의 초조하고 답답함에 공감하게 된다. 아키코는 타카시가 준비한 음식도 먹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려 한다. 타카시는 그녀를 방 밖으로 유도하려 하지만 아키코는 도통 말을 듣지 않고, 카메라도 그녀처럼 고집스럽게 방 안을 떠나지 않는다. 이때 거실에 있는 전화가 울리고, 화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들려오는 소리는 관객이 얼른 전화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가서 전화를 끊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한다. 한편으로 이것은 고집스럽게 방 안을 지키고 있던 카메라를 타카시를 따라 방 밖으로 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 타카시가 전화를 끊기 위해 방을 나서자 카메라도 그제서야 방 안을 벗어난다. 마찬가지로 잠시 후, 거실로 나온 타카시와 관객을 다시 아키코가 있는 방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 역시 방 안에서 울리는 전화벨이다. 화면 밖에서 들려오는 전화벨은 반복적으로 들리는 소리를 중단시키고 싶다는 관객의 욕구를 자극하고, 타카시가 전화선을 뽑아둠으로써 전화벨이 또 울려 잠들어 있는 아키코를 깨울 것 같다는 걱정과 긴장감은 일시적으로 해소된다.
<사랑에 빠진 것처럼>은 다양한 시각, 청각 장치를 활용하며 관객이 영화 속 인물과 사건이 실제로 그러하다고 믿고 개입하도록 한다. 어쩌면 <사랑에 빠진 것처럼>은 영화가 가진 그 제목에서부터 관객의 참여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제목 끝에 모양이 서로 비슷하거나 같음을 나타내는 격 조사 ‘처럼’ 을 더함으로써 그것의 의미는 어딘가 모호해지고, 관객은 등장인물 중 누가 사랑에 빠진 것인지, 그 인물이 정말 사랑에 빠진 것인지, 아니면 그냥 그런 척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증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사랑에 빠진 것처럼>은 제목을 비롯해 작품 속에서 전화와 음성메시지, 창문과 같은 다양한 시청각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관객에게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영화를 “감각하고 참여할 것”을 제시하며 퍼킨스가 ‘순수한 반응’이라고 했던 어떤 것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한다. 관객은 단순히 감상하는 것에서 나아가 영화를 경험하며, 그것과 ‘공간과 감각을 함께 공유’하는 것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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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스포일러 주의!!!!!
"아무도 없는 숲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날까?"
파랑의 우울에 관해서 써볼까 한다. 드라마가 끝나고 난 뒤, 나는 파랑이가 별이라고 생각을 했다. 파란 별이 표면온도가 가장 높다는 말도 있으니까.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마지막에서야 자신을 봐달라는 식으로 밝게 빛나다가 폭발해서 사라져버린 별.
파랑이가 연극으로 선택한 작품은 신파랑이 보내는 마지막 신호였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꺼져가는 태양 또한 파랑이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로봇 세 명은 파랑이가 기다리고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마지막 인류학자가 정말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나는 태양이 왜 꺼져가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 질문을 했다면 아마 이런 대답이 돌아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더 이상 자신의 춤이 닿으리라 생각하지 못하겠고, 더 이상 자신의 춤을 봐줄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 그의 춤이 닿지 않는다는 것은 그가 연극을 준비하면서 느꼈을 것이다. 아무도 그의 결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아무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파랑이가 마지막으로 극단의 일원들을 만나고 다녔을 때, 닿지 않은 것이 아닌 머리카락을 태워 억지로 끊어버린 것이었단 걸 알았을 때 파랑이의 눈빛은 … 정말 깊고 어디론가 빠져버릴 것 같았다.
파랑이의 집 또한 나에게는 굉장히 인상 깊었다. 야외에는 어지럽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어지럽게 뒹굴고 있었다. 하지만 집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텅 비어있다. 나는 그것이 파랑이의 내면 같다고 생각했다. 파랑이의 우울한 파랑으로 가득 찬 것 같이, 퍼런 색의 소주병으로만 가득 차 있다.
파랑이는 모든 사진에서 항상 웃고 다녔다고 했다. 사실 나는 파랑이가 왜 계속 웃고 다녔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속은 너무 고칠 수 없이 망가져 겉옷이라고 주섬주섬 꺼내 입었던 것일까? 돈도 없고 망가져서 자신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약도 사지 못하고 근육통약으로 어영부영 상처를 덮었다. 그 사이사이 빈틈으로 우울의 파랑이 물 밀려오듯이 밀려왔다. 결국에는 죽을 사람이란 걸 알았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난 후 적어도 나에게는 닿았다고 말하고싶다.
우리는 각자 닿을 일 없이, 각자의 궤도를 떠도는 별들이다.
별과 별 사이 수억 광년의 거리.
속삭이듯 말해서는 평생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난 온 몸으로 춤을 춘다.
그 별의 당신에게는 아직 판독 불가의 전파에 불과하겠지만,
언젠간 당신의 안테나에 닿길 바라며,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춤을 춘다.
- 파랑이의 연출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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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의 속도 후기/일본의 오제 국립공원/봇카의 일상/ 개입하지 않아서 더 진솔한 영화/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다큐멘터리
영화직관하는남자 영직남의 "행복의 속도"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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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메인 예고편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가 편한 진아.
사람들은 자꾸 말을 걸어오지만, 진아는 그저 불편하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의 1:1 교육까지 떠맡자 괴로워 죽을 지경.
그러던 어느 날, 출퇴근길에 맨날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죽음 이후, 진아의 고요한 일상에 작은 파문이 이는데…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우리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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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언프레임드> 티저 예고편
최희서 감독의 <반디>는 엄마와 함께 사는 소녀 반디의 사연을 담았다. 떠난 사람의 빈자리를 보듬는 사려 깊은 태도가 돋보인다. 손석구 감독의 <재방송>은 이모와 조카의 짧은 동행을 따라간다. 함부로 위로하는 대신 무심한 척 상대의 마음을 쓰다듬는 원숙함이 신뢰를 더한다. 박정민 감독의 <반장선거>는 초등학교 반장선거를 소재로 마치 범죄영화처럼 흥미진진한 전개를 펼친다. 아이를 동심의 대상으로 포장하지 않는 시선이 흥미롭다. 이제훈 감독의 <블루해피니스>는 취업준비생이 주식에 얽히면서 일어난 일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