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엘2023-09-02 17:02:40
어쩌면 차박은 위험할 수도 있다?
<차박 - 살인과 낭만의 밤> 시사회 영화 후기
시놉시스
수원과 미유는 결혼 1주년을 맞은 부부이다. 둘은 결혼 기념 여행으로 산으로 가서 차박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차박을 하려고 할 때 이상한 사람들만 자꾸 나타나고 차박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결국 차박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실종 사고가 발생했다는 아까 만난 의문의 남자의 말이 떠오른다. 한편 미유는 수원에게 아까 그 실종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혹시 토막 살인범이 나타나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수원은 산 높은 곳까지 올 리가 없다며 다독인다. 그러나 차 안에서 잠든 사이에 미유는 수원이 없어졌다는 걸 알게 된다.
큰 걱정을 하는 미유가 수원을 찾기로 하는데 그녀의 앞에 가면 쓴 살인마가 나타나 죽이려고 한다. 과연 차박을 한 곳에서 수원과 미유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미유에게는 수원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는데 그건 바로 아는 남자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안 수원은 자신만의 계획을 짜서 미유와 함께 차박을 하는 것을 유도하고 가면 쓴 살인마와 미유가 아는 남자를 불러 사건을 일으켰다. 둘의 사랑은 변함없는 사랑이지만 어긋나버린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아내의 외도를 바라본 남편의 관점에서 복수심이 불타오른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 영화에서는 차박이라는 일상생활에서 있을 수 있는 일들을 담아서 공포심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영화의 형인혁 감독은 로맨스와 스릴러를 합친 영화라고 한다. 근데 스릴러보단 로맨스의 비중에 조금 더 두었다고 기자 간담회에서 밝혔다.
딱히 완전히 스릴러 장르라고 보기는 어렵고 로맨스물이 첨가된 장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미유 역을 맡은 김민채 배우는 포틀랜드 호려 영화제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김민채 배우가 선보이는 호러 연기와 수원 역을 맡은 데니 안 배우의 감미로운 발라드 노래도 볼 수 있다.
또한 의문의 남자 역을 맡은 홍경인 배우의 스산한 모습도 이 영화를 보는데 매력을 더한다.
차박 - 살인과 낭만의 밤은 대형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저예산으로 만든 스릴러 영화이다. 그래서 만약 9월 영화 중에 연인끼리 스릴러와 로맨스물을 결합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차박을 이용한 스릴러+로맨스 영화!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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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경악하게 만든 작품
실험적인 예술관&독특한 철학으로 주목받는 벨기에 출신의 현대미술가 '빔 델보예'는 살아있는 사람의 등에 타투를 새긴 '팀'과 돼지를 이용한 '아트 팜' 연작으로 전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만든 충격 웰메이드 아트 스릴러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제77회 베니스 영화제 2관왕에 빛나는 화제의 아트 스릴러 <피부를 판 남자>인데요. 영화만큼이나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실제 예술 작품과 그것을 탄생시킨 천재적인 예술가의 존재를 지금부터 같이 확인해볼까요?
잇츠 CINE PICK!!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 영화상 후보에 오르며 평단과 관객들의 극찬을 받은 영화 <피부를 판 남자>가 전 세계 예술계를 충격에 빠뜨린 실제 예술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습니다. 올 12월 개봉을 앞둔 <피부를 판 남자>는 악마 같은 예술가에게 자신의 피부를 팔아 자유, 돈, 명예를 얻지만 '살아있는 예술품'으로 평생 전시되는 '샘'의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은 아트 스릴러인데요.
돼지의 살갗에 각종 명품 로고와 디즈니 캐릭터를 타투로 새기거나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덤프트럭, 삽에 정교한 패턴을 새기기도 하고 인간의 소화기관을 재현한 '똥 만드는 기계'를 만드는 등 현대미술게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과 실험적인 시도를 이어가는 벨기에 미술가 '빔 델보예'의 2006년 작품 '팀(Tim)'이 바로 영화 <피부를 판 남자>의 실제 모델입니다.
국내 예술 애호가들에게도 개인전과 초대전을 통해 소개된 적 있는 '빔 딜보예'는 40대 남성 '팀 스타이너'와 계약을 맺고 약 2년간에 걸쳐 등에 타투를 새기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두 사람이 맺은 계약에는 타투를 새기는 것뿐만 아니라 미술관에서 벗은 등을 관람객들에게 전시하는 일까지 포함되어 있었기에 '팀'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예술 작품'이 되어야만 했는데요. 이후 독일의 아트 콜렉터 '릭 라인킹'에게 판매된 '팀'은 그가 죽은 뒤 등 가죽을 벗거 액자에 넣는 것까지 행하는 '빔 델보예'와의 계약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소름 끼친다는 감정은 상대적이다"라며 개인적은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 후보로 지목된 적이 있는 실력파 감독 카우타르 벤 하니야는 이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피부를 판 남자>를 통해 자본주의의 민낯과 현대 예술의 경계,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까지 다양한 질문을 던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1%를 기록하며 프레시 마크까지 획득한 <피부를 판 남자>는 관객들을 매혹시키는 스타일리쉬한 연출과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예측불가 스토리로 "단 10분! 오스카에 오른 이유를 깨닫는 시간"(RogerEbert.com), "자유, 돈, 예술, 국경, 단 4개의 키워드로 완성된 미친 세계관"(NPR) 등 만장일치에 가까운 극찬을 받으며 올해를 빛낼 웰메이드 아트 스릴러로 등극했는데요. 영화엔 '모니카 벨루치'가 열연을 펼쳐 또 한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충격 실화 바탕 아트 스릴러 <피부를 판 남자>의 개봉을 기다리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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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같은 일은 사실 현실에서 자주 일어나는 편
쫑알쫑알
쫑알쫑알. 주인공 잭의 집에는 소음이 잦아들지 않는다. 말 겁나 많다. 수다 떠는 아이들. 잭에겐 아이들이 세 명 있다. 부인까지 다섯 명인 가족. 남편의 직업은 대학교수다. 히틀러를 연구하고 있는 아버지 잭. 학교에 출근하며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내는 전업주부로 별다른 직업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인문학자인 아버지를 둔 때문인가. 잭의 가족은 사이가 다들 좋지만 대화할 때마다 ‘왜?’에 집착하며 말꼬리를 잡고 있다. 이 ‘왜?’라는 질문은 거의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아마 답을 정해놓고 서로 질문을 하고 때문은 아닐까. 인생은 예상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다. 그런데 항상 부정적인 일은 내가 생각한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잭의 가족은 항상 ‘왜?’를 물으며 산다.
그날은 다른 날과 그렇게 다르지 않은 날이었다. 아버지 잭은 동료 교수의 부탁을 받았다. 엘비스 프레슬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말에 열변을 토하고 집에 온 날이었다. 가족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만약에? 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며 살고 있었다. 갑자기 사고가 일어난다. 독극성 물질이 탄 차량에 추돌사고가 일어나 미국이 위험에 빠졌다. 당황하는 사람들. 공기에 길게 노출되면 생명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도망쳐야 할 것 같다. 끔찍한 재난.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잭 가족이 위축되는 것이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만약에?'의 가능성이 현실이 된 지금 잭 가족은 처해있는 문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잭은 과연 그와 그의 가족을 둘러싼 불안함에 맞대응할 수 있을까?
제목 값 톡톡히
영화에서 귀가 트였던 건 소음 연출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소음을 묘사한다. 영화에서 중요한 단어는 '만약에' 그러니까 불안이다. 또 군중이라는 키워드다. 둘의 종속관계를 이야기해보면 '불안하기 때문에 군중이 된다'라는 의미와 상통한다. 일단 주인공 잭에게 의미가 있는 세팅은 두 인물이다. 히틀러를 연구하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팬이라는 설정이다. 전자는 나치라는 군중을 이끌어 전 세계를 비극에 몰아넣었던 인물이다. 후자는 자기를 지지하는 군중으로 만든 인물이다. 이 둘 아니어도 군중을 만들 수 있는 집단은 계속해서 묘사된다. 일단 영화에서 언론이 굉장히 중요하게 묘사된다. 자동차로 가득 찬 도로를 봐도 군중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학생들도 군중이다. 이 인물들은 불안하지 않기 위해서 함께 모인 것으로 보인다.
또 불안이라는 소재는 극에서 노아 바움백의 창의성이 부여된 지점이기도 하다. 영화 초반부부터 끝까지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초반부 그레타 거윅이 맡은 '바바'는 불안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냥 아무 일도 없이, 권태로 지속되는 삶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바. 바바는 이 주인공 가족 중에서 가장 불안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겉으로 드러내는 빈도수는 적지만 이를 연출이나 연기에서 힘을 주는 지점이 있다. 바바가 불안함에 떠는 방식은 능동적인 불안이라고 칭할 수 있다. 불안하기 때문에 직접 행동으로 옮겨서 해소하려고 하는 문제 해결 방식이 극에서 반복된다. 이는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핵심 소재와 가장 큰 관련이 있다. 또 빈도수가 가장 많은 불안에 떠는 인물은 잭과 바바의 아이들이다. 정말 하루도 쉴 틈 없이 계속 같은 패턴의 이야기만 반복한다. 이는 영화에서 두 부부와 관련된 기저에 깔린 불안을 묘사하는데 효과적이다. 아이들 캐릭터가 하는 말을 들으면 되게 말장난 같아도 어느 정도는 기괴한 이미지를 풍기던 것이 이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두 인물과는 다르게 잭이 겪는 불안은 지식인형 불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 편으로는 이성에 근거해서,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불안함의 실체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 이에 대한 인물의 이중적인 태도를 묘사하려고 한 시도가 보인다. 환영 연출이 그에 대한 근거라고 생각한다.
소재가 갖는 힘
영화에서 긍정적으로 말하고 싶은 부분은 소재가 갖는 힘이다. 영화에서 주제를 나타내는 키워드로 불안과 군중이 뽑혔다면 이야기 전개를 위한 소도구로는 역시 '알약'과 '죽음'을 꼽고 싶다. 전자 알약은 영화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주원인이 된다. 알약을 먹는 모습을 보고 엄마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닐까 의심하는 아이들. 아닌 척 하지만 이런 아이들을 지켜보며 아내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의심하는 남편. 그리고 왜 아내가 알약을 먹을 수 없었는가? 에 대한 이야기까지. 후반부에는 남편이 이 알약을 왜 얻고 싶어 했는지를 묘사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한다. 이는 알약이라는 소재에 대한 이해도와 상상력을 적절하게 잘 구현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영화의 강점이라 생각이 든다.
또 죽음이라는 키워드는 이중적인 느낌이 있다. 죽음이 뭘까? 여러분도 알고 글쓴이도 알다시피 사람의 삶을 마감하는 일이다. 이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좋을 리가 없다. 아직 우리 삶엔 남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인물의 속성은 극에서 서스펜스가 되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제시한다. 또 반대로 코미디로 작동하는 부분도 있다. 극에서 인물들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왜? 이는 독성 물질이 공기 중에서 떠다니는 것과 관련이 있다. '혹시나'가 실제가 되어버린 상황. 이 덕에 부정적인 생각이 그대로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느낌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인물들이 과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글쓴이 입장에선 재밌었다. '너도 저 입장에 처하면 저렇지 않을까요?' 아니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이 인물들이 겪고 있는 불안이 과연 이 상황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든다. 환경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 이 인물들은 그냥 원래부터 그런 변화에 예민한 사람인 것이다.
섬세한 손길
극에서 좋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영화의 섬세한 연출 덕이었다. 영화 초반부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잭이 동료 교수의 초대를 받고 강의에서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이때 촬영이나 대사를 주고받는 방식이나 엘비스 프레슬리와 히틀러의 공통점을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연출이 돋보였다. 두 인물이 각기 다른 갈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이 둘의 차이점이 군중들의 차이점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진다. 또 영화 전반적으로 인물의 의사소통 방식이 '만약에'를 전제로 깔고 있다는 것은 각본가의 집중력이 나타나는 부분이었다. 시각적인 묘사가 아니더라도 인물들의 대사로 극의 긴장감을 이끄는 뚝심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섬세한 연출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바바 캐릭터의 묘사 방식이다. 바바라는 캐릭터는 마음씨가 약한 캐릭터다. 사실 마음 약한 캐릭터는 길거리에 나가도 흔히 찾을 수 있는 인물의 특성이다. 그러나 왜 이 인물이 마음씨가 약하나? 와 영화의 핵심 소재를 흡착한 방식은 확실히 색다르다. 정말 엉뚱하지만 철저하게 인물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그레타 거윅의 역량이 돋보인다. 감독 출신이라 그런가? 그러나 섬세한 터치가 아쉽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잭 캐릭터다. 잭의 감정선이 극후반부에 갑작스럽게 마무리된다고 생각들 기도 했다. 아주 조금의 설명이라도 더 붙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또 극에서 아이러니를 다루는 방식도 좋았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아이러니는 여러 종류가 있다.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에 대한 아이러니, 가족관계에 대한 아이러니, 재난을 대응하는 방식에 대한 아이러니, 군중의 속성에 대한 아이러니까지. 영화에서 끝없이 제시되는 아이러니는 이야기에서 계속해서 반복된다. 이 영화의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 아마 여기일 것으로 보인다. 이 역설을 '작위적이다' 혹은 '자연스럽다'라고 느낄지가 극 관람에 주요 포인트가 생각해본다. 작위적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영화의 감상 난이도가 올라갈 것이다. 또한 후반부에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서히 쌓아 올린 아이러니는 극후 반부의 특정 장면을 통해 해소된다. 아이러니가 겹겹이 쌓여있는 것을 영화에서 반복되는 한 소재로 주파한 것이다. 이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다섯 명의 얼굴이 기억나는 이유기도 하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
태어난 이상 사람들은 다 죽게 되어있다. 예외는 없다. 영원한 건 없으니까. 걱정이 많은 우리. 어떤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삶이 허무해진다. 어차피 다 죽을텐데. 그런데 영화는 이 허무한 명제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긍정한다. 그 반대로 이 두려움과 허무함에 대응하는, 우리 일상의 한 구석을 확대해서 묘사한다. 일상은 프라이드 치킨같은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먹는 것 자체로도 행복할 수 있는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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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실을 극복하기 위한 고뇌와 성장
* 영화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2022)
감독: 라이언 쿠글러
출연: 레티티아 라이트, 루피타 뇽오, 다나이 구리라, 안젤라 바셋, 윈스턴 듀크 등
장르: 액션, SF, 드라마
상영시간: 161분
개봉일: 2022.11.09
‘바스트 신이시여, 시간이 없어요.’
‘트찰라’의 병세가 악화되자 와칸다는 비상 국면을 맞이한다. ‘슈리(레티티아 라이트)’는 하나 뿐인 오빠를 살리고자 애쓰지만 엄마 ‘라몬다(안젤라 바셋)’는 ‘트찰라’가 선조들의 곁으로 떠났다는 말을 슬픔과 함께 전한다. 와칸다 국민들은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가족을 잃은 ‘슈리’와 ‘라몬다’는 슬픔에 젖는다. 그로부터 일 년 후, ‘라몬다’가 여왕의 자리에 올랐지만 강한 통치자를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외부에서는 와칸다의 자원을 호시탐탐 노린다. 미국 정부는 비브라늄 채굴선을 보내 이를 탐하지만 탈로칸의 공격으로 제지 당하고, 이를 계기로 탈로칸의 국왕 ‘네이머(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는 비브라늄을 지키기 위해 와칸다에게 협력을 강요한다. ‘슈리’는 정부의 비브라늄 탐지기를 만든 ‘리리 윌리엄스(도미니크 손)’를 찾아 상황을 해결해 보려 하지만 탈로칸과의 오해가 불거지면서 와칸다는 다시 한 번 최악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채드윅 보즈먼’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인해 ‘블랙팬서’는 시리즈의 중심이 되어야 할 주인공을 잃었다. ‘채드윅 보즈먼’은 후속작 출연을 앞두고 있었지만 병세가 악화 되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제작진은 급히 각본을 전부 수정해야만 했다. 무엇보다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주연 없이 조연들로만 구성된 작품으로 보일 가능성이 컸다. ‘슈리’와 ‘오코예’ 정도를 제외하면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가 많지 않고,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등장하는 ‘아이언 하트’나 ‘네이머’는 아직 서사조차 알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무엇보다 ‘블랙팬서’라는 타이틀을 걸고 가는 작품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블랙팬서’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그의 빈 자리를 느낄 새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우선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죽음과 함께 시리즈에서 퇴장한 ‘채드윅 보즈먼’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속편이다. <블랙 위도우>나 <호크 아이> 같은 최근의 MCU 작품들이 전임자의 노고를 기리기는 커녕 세대교체만을 부각하면서 골수 팬들로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들어왔는데, 본작만큼은 전임자의 흔적을 빠르게 지우려 하기 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트찰라’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과 슬픔의 감정을 끌고 간다. ‘트찰라’의 크나큰 존재감을 애써 부정하지 않는 셈이다. 누군가는 오프닝 시퀀스의 장례식 장면 이후 정적이 나올 때 그에 대한 추모를 마칠 수도 있고, 혹자는 ‘라몬다’가 ‘트찰라’의 상복을 태울 때, 그도 아니라면 모든 고뇌와 성장의 과정을 끝마친 후에 비로소 오빠를 보내줄 수 있게 된 ‘슈리’처럼 영화의 마지막까지 상실감을 끌어안은 채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다. 극중 인물들이 순차적으로 추모를 마치고 현실을 견디며 살아가게 되는 것처럼 관객도 자유롭게 각자의 속도에 따라 천천히 그의 존재를 떠올리기도 하고, 추억 속으로 떠나 보내게 만든다. 중간중간 갑작스레 등장하는 개그 신들이 억지스럽게 흐름을 깨는 경향이 있지만 슬픔이라는 감정이 작품 전반을 감싸고 있어 ‘트찰라’에게 바치는 헌정 영화로서는 손색이 없다.
‘트찰라’가 와칸다의 통치자로서 어깨에 지고 있던 무게는 ‘슈리’와 ‘라몬다’, ‘오코예’, ‘나키아’ 등 그의 곁을 지키던 여성 캐릭터들에게 자연스레 배분되었다. 여왕으로서 위기의 와칸다를 통치하게 된 ‘라몬다’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비중으로 등장하며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연기해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준다. 특히 국제 회의장에서 강경한 연설로 모두를 압도하는 장면과 ‘슈리’를 지키지 못한 ‘오코예’에게 울분을 터뜨리는 감정 연기는 압권이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슈리’가 납치되었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던 ‘오코예’의 눈물 또한 인상적이다. 우리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당시 핑거 스냅으로 ‘트찰라’가 사라지던 순간 눈앞에서 주군을 잃은 ‘오코예’의 처참한 표정을 기억한다. ‘폐하’를 연신 외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오코예’는 이제 ‘슈리’마저 보호하는데 실패했다는 생각에 왕실을 수호하는 장군으로서 자괴감과 패배감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물론 작품의 핵심이 되는 캐릭터는 ‘트찰라’의 유일한 여동생 ‘슈리’다. ‘슈리’는 오빠가 살아있을 때만 하더라도 장난기와 유쾌함이 가득한 영락 없는 십 대 소녀였고, 어린 천재 과학자로서 전장의 뒤편에서 와칸다의 기술을 책임 지는 존재였다. 자신의 기술로 오빠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 다짐했지만 끝내 살려내지 못했고, 아들의 상복을 태우며 슬픔을 털어내고자 했던 엄마와 달리 상실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 놓인 ‘슈리’는 더욱 벼랑 끝으로 몰린다. 미국 정부로부터 비브라늄을 지키기 위해 협력을 요구하는 ‘네이머’의 압박, 자신 때문에 쫓기는 신세에 처한 ‘리리 윌리엄스’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결국 탈로칸이 와칸다를 치는 바람에 벌어진 어머니의 참극까지. 심해에 숨겨진 탈로칸의 아름다운 광경을 본 뒤로 탈로칸에 대한 마음이 우호적으로 변하던 찰나 눈앞에서 ‘라몬다’를 수장시킨 ‘네이머’에게 극한의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네이머’에 의해 각성한 ‘슈리’의 행보는 여러 편에 걸쳐 ‘트찰라’가 보여주었던 성장 서사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폭탄 테러로 아버지를 잃고 ‘버키’를 향해 복수심을 불태우며 앞 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던 ‘트찰라’의 모습은 어머니를 잃은 울분으로 탈로칸과의 전쟁을 단행하는 ‘슈리’의 거침없는 태도는 굉장히 비슷하다. ‘네이머’를 쓰러뜨리기 위해 인공 허브를 만들어 스스로 ‘블랙팬서’가 되는 ‘슈리’는 의식을 통해 어머니나 가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눈앞에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닌 ‘에릭 킬몽거’였다. 복수심에 왕의 자리에 오르고자 했던 ‘에릭 킬몽거’처럼 ‘슈리’ 역시 ‘네이머’를 죽이겠다는 일념 하에 ‘블랙팬서’가 되었기에 그의 모습에서 한때 오빠의 자리를 위협했던 자가 비춰졌다는 방증이었다. 처음부터 좋은 통치자가 되고자 했던 ‘트찰라’와 달리 ‘슈리’는 복수와 용서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하지만 끝내 어머니의 영혼을 만나며 오빠와 같은 선택을 내린다. ‘블랙팬서’가 되고자 했던 목적은 ‘트찰라’와 달랐으나 결과적으로 동일한 길을 걷게 되었다는 점에서 남매의 성장 서사는 닮았으면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 ‘슈리’는 여러 가지 갈등 상황에 놓이지만 고뇌 끝에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감정적인 극복을 이뤄내는 과정을 그리며 그의 성장사를 심도 있게 표현했다.
‘트찰라’의 빈 자리가 큰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단지 그의 공백만으로 작품이 아쉬운 것은 아니다. 2시간 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 비해 액션의 비중이 부족하고, 액션 연출 스케일이 작고 미흡한 부분이 많다. 탈로칸과 와칸다의 전쟁이라는 소재만으로 충분히 스릴감 넘치는 장면을 그릴 만도 한데, 역대 마블 영화 중 손꼽힐 정도로 전투신의 재미가 떨어진다. 특히 해상에서 펼쳐지는 후반부 액션신은 근접샷 위주로 구성된 탓인지 긴장감이 떨어지고, 감탄을 자아낼 만한 장면이 단 하나도 없다. 내년에 공개될 마블의 드라마 ‘아이언하트’를 위한 끼워팔기가 의심되는 ‘리리 윌리엄스’의 등장도 뜬금없기만 하다. 억지스럽게 등장 명분을 만들기는 했지만 ‘아이언하트’가 등장하지 않았더라도 작품이 진행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리리 윌리엄스’가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개그신은 특히 엄숙한 분위기를 끌고 가던 작품의 흐름을 해치기만 했다. 제2의 ‘아이언맨’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중요한 캐릭터이지만 액션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뚜렷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훌륭한 치고 빠지기를 보여주었던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의 데뷔전과 크게 비교가 되었다.
이야기 외적으로는 분명 단점들이 존재하지만 주제의식이 선명하게 담긴 스토리만큼은 훌륭하다. ‘트찰라’는 떠났지만 그럼에도 와칸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직 남아있다. 탈로칸과 와칸다의 전쟁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자. 마야 문명을 대표하는 ‘탈로칸’과 아프리카 문명에서 비롯된 ‘와칸다’의 뿌리에는 분명 미국을 비롯한 서구 문명의 핍박이 존재한다. ‘네이머’는 어머니의 터전을 빼앗은 서구 세력을, 와칸다의 여왕 ‘라몬다’는 비브라늄을 강탈해 더 강한 무기를 만들 생각 밖에 없는 미국 정부를 증오한다. 즉, 와칸다와 탈로칸은 같은 적을 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선량한 국민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전쟁을 치른 것은 같은 상대에 맞서 협력해야 할 와칸다와 탈로칸이다. 이는 서양의 강대국이 약소국을 멋대로 휘젓는 사이 소수자 문명 내에서 각종 분쟁이 벌어지는 역사와 크게 닮았다. 피해를 준 대상은 따로 있지만, 다치고 피를 흘리는 것은 결국 약자들이다. ‘네이머’와 ‘탈로칸’의 등장은 단순히 ‘와칸다’의 반동 인물로서 존재하기 위함이 아닌 서구 문명 사이에 끼인 소수자 문명의 국가들이 불필요한 싸움으로 고통받았다는 피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장치로서도 기능한다. 오락적인 면모는 줄어들었을 지 몰라도 마블은 ‘블랙팬서’ 시리즈를 통해 ‘트찰라’를 추모하는 것은 물론 연작이 진행되어야 할 당위성을 메시지를 통해 전파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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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나리> 오스카 입성!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노미네이트 발표
영화 <미나리> 오스카 입성!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노미네이트 발표
2021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최종 노미네이트 후보를 발표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난 2월, 9개 시상 부문의 예비후보 10개 작품을 선정해 발표했다. '쇼트리스트'(shortlist)로 불리는 예비후보는 작품상, 연기상 등 주요 부문 외로 최우수 국제극영화상을 비롯해 장편 다큐멘터리, 단편 다큐멘터리, 분장, 음악상, 주제가, 단편 애니메이션 라이브액션 단편 등 9개 부문에 한정해 선정한다. 이후 10개 작품 가운데 본상 수상을 겨룰 최종 후보작 5편이 선정되며, 예비후보 발표 당시 <미나리>는 음악상, 주제가상 부문에 선정되며 오스카 최종 입성의 기대를 모았다.
재미교포 2세 정이삭(리 아이작 정·43) 감독의 영화 <미나리>는 이번 최종 발표에서 작품상/남우주연상(스티븐 연)/여우조연상(윤여정)/감독상/각본상(이상 정이삭)/음악상(에밀 모세리) 등 총 6개 부문의 최종 노미네이트됐다. 예비후보에 있던 음악상뿐만 아니라 각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리면서 앞으로 이들의 수상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 <미나리>의 오스카 입성을 기념하며, 수상 후보에 오른 각 6개 부문에 대하여 과연 어떤 경쟁작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는지 확인해 보자.
1. 작품상(BEST PICTURE)
더 파더(THE FATHER)
주다스 앤 더 블랙 메시아(JUDAS AND THE BLACK MESSIAH)
맹크(MANK)
미나리(MINARI)
노매드랜드(NOMADLAND)
프라미싱 영 우먼(PROMISING YOUNG WOMAN)
사운드 오브 메탈(SOUND OF METAL)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THE TRIAL OF THE CHICAGO 7)
2. 감독상(DIRECTING)
토마스 빈터베르그(Thomas Vinterberg) - <어나더라운드(ANOTHER ROUND)>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 - <맹크(MANK)>
정이삭(Lee Lsaac Chung) - <미나리(MINARI)>
클로이 자오(Chloe Zhao) - <노매드랜드(NOMADLAND)>
에머랄드 펜넬(Emerald Fennell) - <프라미싱 영 우먼(PROMISING YOUNG WOMAN)>
3. 남우주연상(ACTOR IN A LEADING ROLE)
리즈 아메드(RIZ AHMED) - <사운드 오브 메탈(SOUND OF METAL)>
채드윅 보스만(CHADWICK BOSEMAN)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MA RAINEY'S BLACK BOTTOM)>
안소니 홉킨슨(ANTHONY HOPKINS) - <더 파더(THE FATHER)>
개리 올드만(GARY OLDMAN) - <맹크(MANK)>
스티븐 연(STEVEN YEUN) - <미나리(MINARI)>
4. 여우조연상(ACTRESS IN A SUPPORTING ROLE)
마리아 바카로바(MARIA BAKALOVA) -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BORAT SUBSEQUENT MOVIEFILM)>
글렌 클로즈(GLENN CLOSE) -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
올리비아 콜맨(OLIVIA COLMAN) - <더 파더(THE FATHER)>
아만다 사이프리드(AMANDA SEYFRIED) - <맹크(MANK)>
윤여정(YUH-JUNG YOUN) - <미나리(MINARI)>
5. 각본상(ORIGINAL SCREENPLAY)
주다스 앤 더 블랙 메시아(JUDAS AND THE BLACK MESSIAH)
미나리(MINARI)
프라미싱 영 우먼(PROMISING YOUNG WOMAN)
사운드 오브 메탈(SOUND OF METAL)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THE TRIAL OF THE CHICAGO 7)
6. 음악상(ORIGINAL SCORE)
Da 5 블러드(DA 5 BLOODS)
맹크(MANK)
미나리(MINARI)
뉴스 오브 더 월드(NEWS OF THE WORLD)
소울(SOUL)
<미나리>는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맹크>에 이어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또한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4개 부문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은데 이어 한국 배우가 연기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수상여부와 관계없이 최초의 타이틀이 가져다주는 역사적인 의미를 갖게 됐다.
한편, 제 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2021년 4월 25일(일) 진행된다.
씨네랩 에디터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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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유불급(過猶不及)
영화를 모두 관람한 후 우선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본 작품에 대한 다양한 평들이 나오겠구나.'였다. 개인의 성향, 개인의 신념, 생각 등에 의해 판단이 모두 갈릴 수 있을 법한 작품이라고 생각되었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가 지금과 같이 뜨거운 감자로 여겨지는 데에는 영화가 이처럼 객관적인 영화의 뚜렷한 잣대로 평가받기 보단 주관적 개인의 판단에 의해 평가받는 것이 영화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뮤지컬 영화라는 특성을 지닌다. 대사를 하는 중 뮤지컬 넘버로 이어져 군무와 각종 안무들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넘버의 리듬과 가사의 주제를 통해 해당 씬에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가 개봉하기 전 본 작품의 OST와 넘버에 관해서도 큰 이슈가 되었고, 칸 영화제에서 이에 관해 찬사가 이어졌다고 들은 바 있다. 필자의 관점에서도 굉장히 인상적인 넘버가 많았으며, 그 안에서의 주제나 군무를 통해 인물의 변화나 상황의 변혁으로 인해 인물이 위치가 변했을 때 행할 수 있는 행동의 변화를 알아가는 점이 영화의 큰 매력이었다.
그럼에도 필자의 생각에 다만 아쉬운 점은 물론 모든 넘버를 끝낼 때에 있어서 무조건 화려히 끝내거나 넘버의 엔딩을 깔끔히 마무리시킬 필요는 없지만 좀처럼 모든 많은 넘버들이 마무리된지도 모를만큼 순식간에 다음 씬으로 넘어가 종료되거나 디졸빙을 통해 화면을 암전시킨 후 다음 씬으로 넘어가는데, 이런 부분만큼은 영화를 진심으로 즐기는 데엔 지장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몇몇 넘버의 등장 또한 다소 무리가 되었다고 생각될 만큼 예상치 못한 구석이 있는데, 이 또한 그런 뮤지컬의 문법적인 것들을 영화가 100% 따라줄 필요는 없지만 이 점 또한 필자에게 있어 영화를 충분히 즐기기엔 제한되었다.
최근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트렌스젠더와 LGBTQ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되었고, 최근 그래미 시상식에서의 레이디 가가의 트렌스젠더 지지 수상소감 또한 또다른 논쟁의 중심지가 되었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는 기본적으로 이 지점을 가리켜 주제를 형성하였고, 그 주제를 통해 인간의 인생에 관해서 질문을 던지며 동시에 트렌스젠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를 촉구하는 듯한 영화적 자세를 취한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속 '에밀리아 페레즈'는 과거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수장이었지만 여자가 되고 싶어 "리타"를 만나 여자가 되었을 때 만든 이름이다. "에밀리아"로서의 인생을 스스로 꿈꿔왔고, 온갖 역경을 헤쳐나가며 이루어냈지만 남자였을 때 낳은 아이들과는 함께 하고 싶지만 아빠나 엄마의 칭호가 아닌 고모의 칭호로만 지낼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현실과 전 아내에게도 죽음을 위장하였기에 스스로의 변화된 모습을 그녀에게 말할 수도, 더 가까이할 수도 없는 복잡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트렌스젠더인 인물이 처한 상황, 뭐든 할 수 있는 동시에 뭐든 하기 애매해져버린 한 인간을 보여주게 되는데 굉장히 현실적이면서 처연하게 보여준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가 흥미로운 점은 트렌스젠더이면서 레즈비언인 "에밀리아"라는 인물의 이야기에 무작정 두 가지 소재를 이용한 돌림노래를 구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에밀리아"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삶을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맞이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행하고자 스스로 멕시코의 시신을 수습하는 협회를 만들어낸다. 협회 활동을 하면서 과거의 어두웠던 삶을 청산하려 했지만, 남아있던 지난 삶의 흔적들은 작품이 종료될 때까지 그녀의 발목을 잡고, 그녀가 바라고 행하고자 하는 것들에 제약을 걸고자 했다. 작품 속 "에밀리아"를 성전환시키기 위해 "리타"가 찾은 의사가 "리타"와의 대화를 통해 전한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의사는 "리타"에게 단순히 몸을 변화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말을 전한다. 영화는 이 지점을 기점으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드러내는데, 작품은 과거 삶을 청산하고자 몸과 신체를 변화시킨 그 인물이 과연 그 삶을 청산할 수 있는지, 그 삶의 흔적들과 발자취들에게서 벗어나 용서를 빌 수 있는가를 이야기한다.
"리타"의 존재와 역할이 또한 굉장히 작품 내에서 인상적이다. 멕시코인이면서 동시에 여자라는 이유로 내려진 사회의 수갑은 변호사가 되었지만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고,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일에 깊은 회의감을 가졌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에밀리아"의 과거 삶의 이름인 "마니타스"의 의뢰는 그녀를 멕시코시티에서의 동네 변호사에서 런던 상류층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성공한 변호사로 변신시켜주었다. 어쩌면 "에밀리아"만큼이나 영화는 "리타"에게도 2번째 삶을 제시하고, 그렇게 바뀐 상황 속 그녀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는 식의 이야기를 펼친다. 이후 장면 속 과거 삶 속 사람들을 다시 만난 "리타"는 그녀에게 잘 보이고자 알랑방귀 뀌는 그들에게서 인간혐오심을 느끼며 본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넘버를 선보인다.
결국 영화는 인간에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인간이 과연 달라질지, 그 말로는 어떻게 될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마무리로 던진다. "에밀리아"의 전처인 "제시"는 "에밀리아"가 남편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그녀에게서 벗어나 새 살림을 차리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야반도주를 하다 그녀가 모든 계좌를 동결시키자 "에밀리아"를 납치하여 협박한다. 그러자 "리타"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무장한 이들을 동반해 협상 장소로 찾아가지만 총격전이 벌어지고 말았고, 어지러운 상황 속 정신을 차린 "에밀리아"는 "제시"에게 사실을 고한다.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제시"는 결혼 예정자가 "에밀리아"를 차량에 싣고 운전을 해 함께 도망치려 할 때 차를 세우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게 되고, 차량은 결국 전복되어 모든 이들이 사망하게 된다. 결국 모든 이들이 사망하고, "에밀리아"의 자식들은 "리타"에게로 향했고, 멕시코 시티의 많은 사람들이 멕시코 시신 수습 협회를 이끌었던 "에밀리아"의 비고를 함께 추모하며 영화가 막을 내린다.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이전 삶의 흔적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갱생받은 삶을 통해 결국 그 사람은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일까? 영화는 이런 질문에 인물들의 말로를 보여주면서 관객 스스로 그 선택지들을 통해 답을 내리게끔 유도한다. 영화적으로 한번쯤 다루었으면 했던 것들, 다룸으로써 전세계 관객들이 한번쯤 이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하는 것들에 대해 영화는 거침없이 달려나가 임무를 수행한다.
다만 필자가 본 작품에 대해 심히 고민이 되고, 생각이 많아졌던 이유는 바로 영화의 복잡성 때문이다. 마치 몸에 좋고, 맛에 좋은 수 만가지의 식재료를 모두 긁어모아 음식을 만들려했지만 결과적으론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거 같은 느낌을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잊을 수 없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좋은 영화, 명작의 반열에 들어설 영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메시지와 주제를 관객에게 내던지고, 그저 제시함으로써 그만일 것이 아닌 관객의 손을 꼭 잡고 주제를 안내하고, 메시지까지 관객이 지치지 않고 도달할 수 있게끔 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본 작품의 경우 전자에 속한다고 생각되었다. 물론 너무 좋은 소재이고, 파격적인 소재였으며, 그 안의 OST나 넘버들이나 배우들의 연기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고 생각되었지만 그럼에도 이 모든 장점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하나의 작품으로 소화시키는 과정이 굉장히 어색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위의 언급과 같이 호불호의 영역이고, 개인적 견해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필자의 기대가 컸던 것인지 다소 아쉽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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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썸머 필름을 타고! (2020)
썸머 필름을 타고!
감독: 마츠모토 소우시
출연: 이토 마리카, 카네코 다이치, 카와이 유미 등
장르: 로맨스, 청춘, SF
상영시간: 97분
개봉일: 2022.07.20 (국내 개봉일 기준)
걸작으로 남을 우리들의 여름
주인공 ‘맨발(이토 마리카)’은 청춘 로맨스에 열광하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무협 시대극에 마음이 끓어오르는 여고생. 영화 동아리에서 자신이 쓴 <무사의 청춘>이 탈락하고 ‘카린’의 러브 스토리가 제작되면서 친구들과 함께 아쉬움을 달랜다. 그러던 중 우연히 극장에서 자신이 상상한 주인공의 모습에 딱 맞는 소년 ‘린타로(카네코 다이치)’를 발견하게 되고, 그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다. 절친 ‘킥보드(카와이 유미)’와 ‘블루 하와이(이노리 키라라)’, 그리고 영화 제작에 필요한 재능을 갖춘 다른 친구들을 모아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한다. 하지만 의문의 정체를 가진 ‘린타로’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맨발의 영화 제작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귀여운 청춘물에 SF 한 스푼
십 대의 청춘과 여름이라는 싱그러운 계절, 그리고 언제나 좌충우돌한 사건이 펼쳐지곤 하는 고등학교 동아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실패하기 어려운 조합이다. 2000년대 일본 하이틴 로맨스 영화의 클리셰로도 볼 수 있는 뻔한 구성이기는 하지만 <썸머 필름을 타고!>는 범상치 않은 주인공들의 캐릭터와 함께 몇 가지 장르를 함께 섞는다. 시대극 마니아인 주인공은 2020년대인 현재 완벽히 비주류로 자리잡은 사무라이 영화를 기획하고, 주인공으로 출연하게 된 소년은 영화가 사라지고 없는 먼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나타났다. 청춘 로맨스 소재에 시대극과 판타지적 요소가 섞이니 스토리가 정신 없어 지기는 했지만 난장판이기에 더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십 대 소년소녀의 이야기를 뻔하지 않고 다채롭게 그릴 수 있었다. 어디로 튈 지 가장 알 수 없으면서도 말도 안 되는 것도 과감하게 해낼 수 있는 시절이 아닌가. 물론 SF 요소를 대사를 통해서만 대강 해치우려는 연출이 미흡하기는 했지만 작품이 가진 귀엽고 통통 튀는 매력에 취해 그마저도 눈감을 수 있게 된다.
사랑은 영화를 타고
극중 맨발이 쓴 <무사의 청춘>은 우정과 갈등 사이를 오가는 두 사내의 이야기를 다룬 시대극이지만, 그 작품 속 주인공은 감독인 ‘맨발’의 삶과 맞닿아 있다. 맨발은 마지막까지 영화의 결말을 어떻게 맺을지 정하지 못하고 끝없는 고민에 시달린다. 미래에 영화가 사라지게 된다는 ‘린타로’의 말이 그의 열정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 못지 않게 열정을 갖고 촬영에 임하는 린타로의 진심을 듣고 맨발은 라스트 신에서 두 명의 무사가 서로 싸우지 않고 함께 나아가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는 다른 세계에서 온 린타로에 대한 사랑이 싹트고 그와 함께 계속 나아가고 싶은 맨발의 속마음과도 같다. 하지만 축제 상영회 당일, 영화의 엔딩 장면이 나오기 직전에 맨발은 상영을 중단해 버린다. 이제 와서 결말을 다시 찍고 싶다는 맨발의 의견에 따라 두 명의 무사가 최종 결판을 벌이는 장면을 다 같이 부랴부랴 준비한다. 그리고 감독이 아닌 또다른 주인공으로서 린타로 앞에 칼을 들고 맞서는 맨발. 이는 미래에서 온 린타로 때문에 벌어질 타임 패러독스를 막으려면 <무사의 청춘>의 파일을 삭제해야 하고, 린타로를 좋아하지만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은 맨발의 심리 변화에서 비롯된 행동일 것이다. 아픈 결투 끝에 성장하는 무사의 청춘처럼 맨발은 린타로에게 느낀 감정, 그리고 환상일 수만은 없는 현실에 정면으로 맞선다. 청명한 여름의 계절, 사랑과 우정 그리고 꿈에 대한 열정을 모두 경험하고 성장한 ‘맨발’이 곧 한 명의 사무라이였던 셈이다.
필름을 타고 맺어진 ‘린타로’와 ‘맨발’의 사랑은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었지만 영화가 맺어준 두 사람의 끈끈한 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 맨발의 첫 작품을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게 큰 도움을 준 린타로는 훗날 맨발이 거장 감독으로 성장하게 될 최초의 계기를 만들어주었고, 맨발은 영화가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린타로에게 영화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심어주었다. 두 사람은 더 이상 같은 시간대에 있지 않지만, 각자의 시공간에서 뜨겁게 교감했던 영화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고 영화를 만드는데 그 감정을 한없이 쏟아냈을 것이다. 누구보다 영화를 사랑하는 두 남녀가 만나 잠깐의 신기루 같았던 사랑을 경험하고, 그 사랑을 자신의 꿈과 목표로 이어 나간다는 것이야 말로 건강한 청춘 로맨스가 아닐지.
영화 속 맨발에 빗대어 본 과거의 나
영화를 진심으로 애정하고, 동아리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맨발의 모습은 고등학교 시절의 내 모습과도 제법 닮았다. 나는 그 당시 방송부와 영상제작 동아리 소속이었고, 영화를 촬영해본 적은 없지만 공모전에 제출하기 위한 영상들을 여러 편 찍었다. 맨발의 우당탕탕 영화 제작기를 보며 한 가지 인상깊었던 부분은 아무도 그에게 화를 내거나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맨발의 팀원들은 대부분 영화와 거리가 먼 친구들이었지만 길어지는 촬영 시간에도, 같은 장면을 수십 번 촬영하는 감독의 태도에도, 제작비를 벌기 위해 시키는 이삿짐 센터 아르바이트에도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그리고 맨발 또한 자신을 도와주러 온 친구들에게 단 한 번도 미안해 하지 않는다. 나도 과거에 동아리에서 영상을 찍을 때 거의 대부분 주변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언제나 촬영 시간은 길어지고, 스케줄은 빡빡하기 마련이라 늘 친구들에게 미안해 했고, 같은 장면을 수차례 찍어야 할 때는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그 친구들 역시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다들 바쁜 시간을 쪼개 참여한 거라 은근히 눈치를 주었다.
맨발과 나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얼핏 보면 맨발이 학교 안에서 아무나 스태프로 기용한 것 같지만, 사실 친구들의 재능을 미리 캐치하고 각자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역할만을 배분했다. 그리고 주인공이 영화에 미쳐 있는 것처럼 친구들 모두 야구, 조명, 천문학, 검도 등 다들 한 번쯤은 무언가에 제대로 빠져본 적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친구들은 자신과 비슷한 맨발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본인들의 능력을 인정해 준 맨발에게 불평하지 않는다. 오히려 맨발 못지 않게 영화 촬영을 즐기고, 맨발 또한 친구들이 이번 여름의 청춘을 자신에게 완전히 빌려 주었음을 알고 있다. 맨발의 꿈과 열정을 존중하는 여러 친구들과 그들에게 잊을 수 없는 18세의 여름을 선물한 맨발의 우정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다. 물론 역할에 딱 맞는 친구들이 나타나준다는 것은 천운이기에 어느 정도 영화적 설정이 가미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나는 친구들을 섭외할 때 맨발처럼 세심한 접근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맛있는 걸 사준다든가 물질적인 대가를 제공하려 했을 뿐 내 진심을 솔직하게 털어놓거나 그들이 참여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았다. 곁에 좋은 친구들을 둔 맨발이 부럽게 느껴지면서도 과거에 부족했던 내 자신의 모습을 왠지 모르게 되새겨 보게 된다.
영화의 종말, 왠지 가능할 것 같다는 씁쓸함
요상하게 생긴 타임머신을 타고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감독(맨발)의 데뷔작을 보기 위해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다는 설정은 판타지 그 자체다. 하지만 미래소년 린타로가 살고 있는 시공간에 더 이상 영화가 실존하지 않다는 것만큼은 생각보다 억지스럽지 않다. 2022년인 지금도 영상 콘텐츠의 트렌드는 점점 더 짧은 길이의 영상들로 변화해가고 있다. 사람들은 3분짜리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것보다 30초 남짓 되는 틱톡, 릴스 영상들을 즐겨 보고, 예능이나 드라마도 한 회를 통으로 감상하기 보다는 15~20분 정도의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짧게 감상한다. 주변을 살펴보면 지루함이나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유튜브 요약 영상을 통해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다. 내가 구식인 걸 수도 있지만, 고작 10여 분짜리 편집 영상을 봐 놓고는 어떻게 자신이 그 작품을 봤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씁쓸하게도 이게 현실이고, 앞으로는 영상 트렌드가 더욱 짧아질 것이라는 의견에도 매우 동의한다. 몇 십 년 후 미래에서 온 린타로의 세계에서는 영화가 단 10초 길이에 불과하다는 설정은 다소 극단적일 수는 있어도 아예 불가능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래에 영화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영화에 대한 꿈을 놓지 않는 맨발 같은 사람도 있고, 영화가 사라진 세계에서도 여전히 과거의 작품들을 보며 향수에 젖어 사는 린타로 같은 사람도 분명 계속해서 남아있을 것이다. 대사는 '사랑해' 뿐인 단순한 러브스토리가 더 잘 먹히는 2020년대에 시대를 역행하듯 흑백 사무라이 영화를 찍는 이들의 모습은 영화란 본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렇게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자들이 우리 곁에 계속해서 남아준다면, 영화의 종말이라는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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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사람과의 하루가 매일 반복된다면?
*해당 영상은 씨네 랩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팜 스프링스’의 시사회를 다녀온 뒤 제작한 영상입니다.
“오늘은 어제고, 내일도 오늘이에요…” 인생 최고의 날로 기억될 멋진 결혼식이 열리는 팜스프링스의 리조트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남자 나일스에게 오늘은 100만 번째(?) 결혼식일 뿐이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세라가 나일스의 세상에 개입하면서 똑같았던 하루는 늘 특별한 오늘(!)이 되는데… 진짜 내일 없이 사는, 두 남녀의 썸머 코믹 로맨스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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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에 가려진 서사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그린 나이트” 후기입니다. 난해하지만 쿠키영상이 있습니다. *아래 네이버지식백과에 나온 원작시에 대한 해설을 참고하고 영화를 감상하신다면 판타지와 원작을 비교하면서 충분히 영화를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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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최악의 악> 메인 예고편
숨을 멎게 하는 액션부터 예측불가 스토리까지! 지창욱X위하준X임세미 [최악의 악] 메인 예고편 공개 9월 27일, 오직 디즈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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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 여자를 본 사람 있나요?> 예고편
90년대 초 세르게이와 키라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헤미안 커플이었다.
그들은 영화를 사랑하는 인텔리였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하고 로맨틱한 스토리는 힘든 드라마로 변했다.
키라는 다른 도시, 다른 삶, 다른 사랑을 향해 도망쳤다.
하지만 세르게이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남아 이혼 후 머지않아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후 여전히 아름답고 성공한 키라는그녀의 마음을 영원히 세르게이에게 주었기 때문에 더 이상 행복할 기회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