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06 12:29:44
1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대작 영화의 대가 마이클 만의 복귀작 <페라리> 개봉

2025년을 맞이한 지 어느새 일주일이 지난 지금!
신년을 맞은 극장가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금주에는 대작 영화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대표적인 감독 마이클 만의 신작 <페라리>부터 ‘천재 작가’라고 불리우는 아사노 이니오의 SF 만화를 원작으로 한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1>, <히든페이스>에 이어 빠르게 차기작으로 돌아온 박지현 주연의 <동화이지만 청불입니다>, 세계적인 팝 스타 퍼렐 윌리엄스의 이야기를 레고 무비로 담은 <피스 바이 피스>까지 고루고루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번 주 관객의 선택을 받게 될 영화는 무엇일까요?
페라리
FERRARI

개요: 드라마 | 미국, 이탈리아, 영국 | 131분
감독: 마이클 만
주연: 아담 드라이버, 페넬로페 크루즈, 쉐일린 우들리
개봉: 2025.01.08.
배급: CJ ENM

줄거리
1957년, 전세계를 뒤흔든 '페라리'의 충격 실화가 드러난다!
파산 위기에 놓인 '엔초 페라리'. 회사 존폐의 기로에서 사사건건 충돌하는 아내 라우라. 아들 피에로를 페라리 가로 인정하라고 압박하는 또다른 여인 리나.
평생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지기 직전인 1957년 여름, 이탈리아 전역 공도를 가로지르는 광기의 1,000마일 레이스 '밀레 밀리아'에서 엔초 페라리는 판도를 뒤집을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는데...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1
Dead Dead Demon's Dededede Destruction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20분
감독: 토모유키 쿠로카와
주연: 이쿠라, 아노, 타네자키 아츠미, 시마부쿠로 미유리, 오오키 사에코, 와키 아즈미, 시라이시 료코
개봉: 2025.01.08.
배급: (주)올랄라스토리, 롯데컬처웍스(주)롯데시네마

줄거리
정체불명 초거대 우주 모함 도쿄 상공 출현! 내일 지구가 폭망해도 오늘을 즐기는 하이텐션 고교 라이프! 3년 전 그날 이후 조용하지만 착실히 멸망은 진행 중…
아이도 어른도 아닌 우리, 일상도 비일상도 아닌 그때. 모든 게 불확실했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선명했습니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절대적’이란 것!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FORBIDDEN FAIRYTALE

개요: 코미디 | 대한민국 | 109분
감독: 이종석
주연: 박지현, 시원, 성동일
개봉: 2025.01.08.
배급: ㈜미디어캔, ㈜영화특별시SMC

줄거리
동화 작가가 꿈이지만 현실은 불법 음란물 단속팀 새내기인 ‘단비’는 스타 작가를 찾던 성인 웹소설계 대부 ‘황대표’와 우연한 사고로 노예 계약을 맺게 되면서 하루아침에 19금 소설을 쓰게 된다.
생전 접한 적 없는 장르를 집필하는 데 난항을 겪던 ‘단비’는 음란물 단속을 하다 권태기에 빠진 선배 ‘정석’의 응원과, 친구들의 생생한 경험담에 힘입어 어느새 자신도 알지 못했던 성스러운 재능을 발견하게 되는데…
피스 바이 피스
Piece by Piece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93분
감독: 모건 네빌
주연: 퍼렐 윌리엄스, 스눕 독, 스웬 스테파니, 켄드릭 라마, 저스틴 팀버레이크
개봉: 2025.01.08.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제 이야기를 레고로 만들면 쩔거 같지 않아요?”
창조의 귀재, 현존 최고의 아티스트 ‘퍼렐 윌리엄스’ 제이 지, 켄드릭 라마, 저스틴 팀버레이크, 스눕 독의 샤라웃을 받은 음악의 신 그가 하는 모든 것은 모두 작품이 된다!
레고로 그려내는 ‘퍼렐윌리엄스’의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가 온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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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라는 상속자에게 들려주는 편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석유 터져 나온 오세이지족 보호구역, 미국 서부 오클라호마. 오세이지족이 부자가 된 이 땅에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 ‘어니스트 버크하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타난다. 오세이지족의 친구로 명성을 쌓은 삼촌 '윌리엄 킹 헤일(로버트 드 니로)'의 사업을 돕기 위해서.
택시 기사로 오클라호마에서의 삶을 시작한 어니스트. 어느 날 그는 ‘몰리 카일리’(릴리 글래드스톤)를 승객으로 만나고, 곧장 사랑에 빠진다. 몰리 역시 어니스트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들은 부부의 연을 맺는다.
하지만 그들의 결혼 생활은 이내 난관에 부딪힌다. 윌리엄이 조카를 통해 몰리와 그녀 가족의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으려는 음모를 실천에 옮겼기 때문. 몰리의 어머니와 자매가 하나 둘 죽어 나가는 가운데, 어니스트는 아내와 유산을 두고 잔인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스코세이지가 스코세이지 하다
<플라워 킬링 문>은 1920년대 오클라호마에서 발생한 오세이지족 살해 사건을 다룬 영화다. 1870년대에 오세이지족은 캔자스 보호구역에서 강제 이주를 당했고, 결국 오클라호마에 보호구역을 매입했다. 이후 1890년대에 오클라호마 보호구역에서는 석유가 발견됐고, 석유 채굴권을 오세이지족 전체가 공유함에 따라 오세이지족은 벼락부자가 됐다.
하지만 오세이지족은 이내 자기 재산을 강탈당했다. 미국 정부가 도입한 후견인 제도 때문. 백인 남성이 오세이지족 은행 계좌를 관리하고, 미국 정부가 석유 로열티를 대신 맡으면서 오세이지족 자본을 노린 범죄가 난무했다. 이 난리통 중에는 백인에게 가족 모두를 잃은 오세이지족 여성의 사연도 있었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데이비드 그랜의 동명의 논픽션에 기반해 그 비극의 시작과 끝을 차분히 비춘다.
소재만 봐도 <플라워 킬링 문>은 스코세이지다운 영화다. 그는 <갱스 오브 뉴욕>, <택시 드라이버>, <아이리시맨> 등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그들의 흥망성쇠를 통해 미국 역사의 역설을 성찰했다. '아메리칸드림'이 과연 자랑할 정도로 떳떳한지 질문을 던지면서. 이는 아메리카 원주민과 백인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이 가장 스코세이지다운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근본적인 시작점으로 되돌아간 셈이므로.
사랑과 상속의 줄다리기
<플라워 킬링 문>의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오클라호마에 온 어니스트가 몰리를 만나고, 삼촌 빌의 지시 하에서 몰리의 가족을 살해한 후 유산을 차지하는 이야기가 전반부다. 이후 FBI가 등장해서 어니스트와 빌의 범죄 행각을 추적하고 법정에 세우는 이야기가 후반부를 채운다. 이때 스코세이지는 전반부에 힘을 준다. 범죄 스릴러의 쾌감 대신 백인과 원주민의 드라마에 주목한다.
특히 어니스트와 몰리의 멜로가 핵심이다. 어니스트가 몰리를, 몰리가 어니스트를 사랑한 것은 분명하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영화는 두 남녀의 사랑 기저에 다른 감정을 깔아 둔다. 욕망과 두려움이다. 돈을 욕망하는 남편, 그런 남편에 대한 두려움. 부부가 사랑을 지키기 위해 각자 내면의 괴물과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이 3시간 넘도록 반복된다. 영화는 그들이 마지막 선택을 내리는 찰나에 비로소 대미를 장식한다.
더 나아가 영화는 이뤄질 수 없는 부부 관계를 통해 미국이라는 국가의 근간을 드러낸다. 사랑, 욕망, 두려움의 근원에는 '상속'이 있다. 오세이지족의 유산을 상속받겠다는 빌과 어니스트의 야욕. 영화는 그 야욕이 단순히 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는 지난 세월 스코세이지의 필모그래피를 채운 문제의식과도 일맥상통한다.
'미국'이라는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정작 공동체이자 가족의 일원이 된 사람들을 짓밟는 모순. 그에 힘입어 만들어 낸 '미국'이라는 사회적 자본. 그 자본을 상속받은 지금의 미국까지. 영화는 미국의 자본축적이 피와 불의의 역사였다고 가감 없이 말한다. 그래서일까? 오세이지족 사람들이 만들어낸 꽃과 미국의 첫 번째 성조기가 겹쳐 보이는 마지막 장면은 아름답지만, 처연하다.
미국인도, FBI도 아닌 오세이지족의 눈으로
물론 <플라워 킬링 문> 속 자성의 메시지는 자칫 뻔할 수도 있다. 미국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는 작품은 한 둘이 아니니까. 그러나 이 영화의 메시지는 유달리 날카롭게 폐부를 찌른다. 오세이지족의 관점을 빠뜨리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어니스트가 화자인 것과는 별개로, 영화는 범죄자와 형사 사이에서 자칫 가려지기 쉬운 피해자를 조명하고자 노력한다. 그 덕분에 메시지에도 최대한의 진정성이 담겼다.
오프닝이 대표적이다. 영화는 오세이지족 구역의 생활상을 비춘다. 오클라호마에서 석유가 터지고, 부유해진 이들. 양복을 입은 그들은 백인 기사를 거느리며 자동차를 타고,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며, 골프를 치며 시간을 보낸다. 이 몽타주는 이질적이라서 더 의미심장하다. 필름 속 오세이지족은 다른 미디어에서 흔히 접한, 통념 속에 갇힌 아메리카 원주민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석유라는 행운 덕분에 손에 쥔 부를 미국인다운 방식으로 즐기는 모습일 뿐이니 지극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논리적 귀결과 달리 이 몽타주는 여전히 이질적이다. 나도 모르게 아메리카 원주민을 '미국인'에서 배제하는 편현합의 발로 대문이다. 이는 스코세이지의 의도처럼 느껴진다. 영화가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 백인들의 익숙한 이데올로기를 파괴하면서 앞으로 들려줄 이야기의 진수를 암시한 셈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영화는 잊혔고, 잊힐 수밖에 없는 오세이지족의 생활상을 가능한 자세히 기록하려 한다. 템포를 과하게 잡아먹는 게 아닌가, 극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인가 싶을 정도다. 예를 들어 오세이지족 언어는 날 것 그대로 영어 자막 없이 삽입됐다. 그들의 장례, 결혼, 유아세례 비슷한 기념 풍습도 스크린 위에 재현된다. 심지어 오세이지족이 믿는 사후세계도 등장한다.
필연적인 호불호
다만 <플라워 킬링 문>은 결코 상업 영화라고 할 수 없다.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모든 부분이 대중성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러닝타임만 해도 그렇다. 3시간 26분에 달하는 분량 덕분에 영화는 어니스트, 몰리, 빌의 변화를 사냥개처럼 포착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 분량 때문에 영화의 접근성은 자연히 높아진다. 후반부에 FBI가 등장하며 템포를 끌어올리는 등 탁월한 완급조절을 자랑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스코세이지 영화를 많이 접했다면 전제적인 스토리텔링과 구성, 주제가 익숙하기에 더 지루한 느낌도 있다.
기술적인 측면도 마찬가지다. 와이드 한 촬영법, 롱테이크와 이동하는 카메라 장면 덕분에 인물의 감정선과 영화의 주제에는 힘이 실린다. 다만 그로 인해 고전 영화와 현대 영화가 섞인 느낌도 든다. 자칫 올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시나리오가 변경됨에 따라 배급권이 파라마운트에서 애플 티비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파라마운트의 결단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
배우들의 연기도 호불호가 갈린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로버트 드 니로는 안정적이다. 다만 충격적이지는 않다. 특히 디카프리오의 경우 본인이 극을 주도할 때 빛나는 배우이기는 하지만, 이번만큼은 <장고: 분노의 추적자> 속 '캘빈 캔디' 같은 역할을 맡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어니스트' 역을 선택한 디카프리오 대신 FBI 형사 '톰 화이트'를 연기한 제시 플레먼스의 존재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래도 조연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누구보다도 '몰리'를 연기한 릴리 글래드스톤이 눈길을 잡아끈다. 사랑과 두려움이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지만, 그 싸움을 숨기려 최대한 애쓰는 인물을 표정만으로 표현해 낸다. 그 감정선을 따라가기 위해 얼굴을 보다 보면 마치 모나리자 그림을 보는 것처럼 신비롭고 매력적이다.
끝내 기대치를 넘어서는 엔딩
하지만 예상을 벗어나는 엔딩 덕분에 <플라워 킬링 문>의 호불호는 이내 잊힌다. 영화는 남은 이야기를 에필로그 형식으로 보여주려 한다. 주요 인물이 재판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줄 차례이므로. 대부분의 영화는 이 순간을 익숙한 방식으로 처리한다. 실제 자료 화면이나 사진에 자막을 더하는 식으로.
스코세이지는 다르다. 그는 직접 영화에 출연한다. 단순히 모습을 비추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무대 위에 올라 낭독극의 화자가 된다. 감독 본인의 음성으로 인물들의 남은 이야기를 직접 들려준다. 낭독을 통해 영화가 보여준 이야기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듯하다.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지난날을 반성하는 이야기. 앞으로도 같은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작점을 잊지 않겠다는 이야기.
이에 더해 스코세이지다운 방식으로 영화의 위기에 스코세이지가 대처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영화는 결국 이야기라고. 설령 달라지는 일은 없더라도 이야기를 만들고, 들려주고, 보여주는 게 이야기꾼의 유일한 역할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마블 영화를 테마파크라고 지적하며 서사를 들려주는 '시네마'의 공간이 줄어드는 세태를 비판했던 것처럼. <플라워 킬링 문>의 끝이 어느 때보다도 노장의 진심으로 가득한 마무리인 이유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마지막 낭독 덕분에 완성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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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스터 헌터 / Monster Hunter, 2020
게임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는 흥행이 안된다는 징크스가 조금씩 깨지고 있습니다.
<수퍼 소닉>이나 <명탐정 피카츄>까지 성공하는 작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다음 후속작들에서도 이어나갈지는 모를 일인데요.
그런 점에서 <레지던트 이블>의 시리즈는 게임 원작 영화들에게는 가장 본받아야 하는 실사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2002년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총 6편의 영화로 나왔고, 특히 마지막 6편은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할 만큼 성공 사례로 남겨져 있는데요.
그렇기에 이들 부부가 작업하는 게임 원작의 영화 <몬스터 헌터>에 거는 기대는 컸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레지던트 이블>시리즈가 흥행은 성공했지만, 평가는 그에 반비례하기에 어느 정도 감안하고 봐야 합니다.
근데, 영화 <몬스터 헌터>는 영화의 호불호를 넘어서는 논란에 휩싸입니다.
북미 개봉에 앞서 중국에서의 개봉이 1일 만에 중단되었는데요.
그 이유는 양손으로 눈을 찢으며 "Chinese, Japanese, Dirty Knees, look at these."라고 운율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인종차별"이 포착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국에도 1억 달러를 넘긴 <크루즈 패밀리: 뉴 에이지>와 <소울>의 중국 흥행이 5000만 달러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고요.
그렇게, 북미에서 개봉해 현재까지 총 수익 $21,559,714로 제작비 6000만 달러의 절반도 못 벌고 있으니 마지막 후속작 예고를 머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몬스터 헌터>를 그것도 IMAX로 본 느낌은 어땠는지? - 영화의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는 한 사막에서 행방불명된 군인들의 행방을 조사하는 이들을 보여줍니다.
그러던 중, 뜬금없이 사막에 번개를 동반한 폭풍이 몰아치고 이에 빨려 들어가고 맙니다.
이곳이 어딘가 정리도 안되는 가운데 본적도 없는 괴물이 이들을 향해 공격하는데...
1. IMAX로 본다는 것에 영화관에 감사히 여기세요.
블로그에 있는 1년 전 오늘을 살펴보니 "코로나19"가 게시글에 나오는데요.
극장가에 "코로나19"가 덮치면서, 개봉이 줄어진 장르는 큰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장르입니다.
국내 영화에는 <백두산>이 마지막이고, 외화로는 최근 <원더 우먼 1984>가 있었지만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볼거리보다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죠.
그렇기에 관객들이 느끼는 "블록버스터"에 대한 갈증은 저에게만 있지 않을 겁니다.
해당 영화를 IMAX로 봐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몬스터 헌터> "시원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볼거리들을 빵빵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제목에서도 쓰여있듯이 괴물에 중점을 둔 영화는 외양 말고도 설정에도 신경을 썼다는 것이 보입니다.
마치, "좀비"가 출연하는 이야기에는 감염이 일어나는 조건처럼 괴물들의 규칙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유지시켜주는데요.
그런 점에서 영화는 "디아블로스"는 땅에 있는 괴물이지만 진동이나 소리에 민감하고, "네르스큐라"는 햇빛에 약하고, "리오레우스"는 이번 끝판왕이나 불을 뿜는 준비가 약점들을 관객들에게 공지합니다.
이를 알려주므로 관객들도 해당 이야기에 점점 몰입시키는 것이죠.
2. 근데, 예상한 거라 조금 다른데?
그러나 영화는 전반전과 후반전에 보여주는 분위기가 달라 이에 맞춰나가는 것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극 중 초반은 괴물의 추격도 있지만, 극의 분위기는 "네르스큐라"라는 괴물이 주도합니다.
해당 괴물들이 나오는 장면들을 살펴보면, 거미처럼 먹이를 칭칭 감안두고 어두운 땅굴에서 사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특히, 어두운 땅굴에서 보여주는 시퀀스에서 "점프 스케어"도 종종 보여주니 "액션 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꽤나 으시시한 "호러 영화"에 놀랄 겁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토니 자"가 맡은 "헌터"가 출연하면서, 달라집니다.
영화는 이들이 합심해 "디아블로스"를 잡는 과정으로 전개하는데, 이에 대한 드라마는 앞서 괴물의 설정보다 촘촘하지 못합니다.
말이 안 통해 서로의 입장을 말하지 못해 이후 싸우는 개연성까지 이해하나 이를 "초코렛"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당황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어리숙한 발음으로 "초코렛"을 하는 모습은 예전 한국전쟁에서 미군들에게 해온 "give me chocolate(기브 미 초코렛)"을 연상케합니다.
지나치게 예민하게 보는 것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논란이 있기에 그렇게 보이게 되더군요. 물론, 이런 과정들을 거친 영화 <몬스터 헌터>는 앞서 언급한 볼거리들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3. 역시, 이야기는 거들 뿐인가?
예상하지 못한 호러의 느낌과 순탄치 않은 전개를 끝내고 보여주는 <몬스터 헌터>의 액션은 기대했던 대로 보여줍니다.
원작 게임도 다양한 무기들로 괴물을 잡는 콘셉트라 주인공이 지난 쌍검을 제외하더라도 활, 태도 등 많이도 등장합니다.
근데, 이번 영화에서 게임과 달라진 점은 "이 세계"로 드나듬으로 현재 세계의 무기들까지 더해져 화끈한 폭발들을 연쇄적으로 보여주는데요.
초반 "디아블로스"에는 기관총과 RPG도 있지만, 자동차로 추격전이 대표적이며 이후 "리오레우스"와는 폭파되는 탱크와 헬기들이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이렇게, 큼직큼직한 볼거리에는 아쉬움이 없지만 한껏 인중을 찌푸리고 보는 이야기나 캐릭터들은 아쉬움이 생깁니다.
앞에서 보여준 논란 아닌 논란도 있지만, 이후 "영어"를 쓰는 "제독"과의 만남도 급하게 이뤄져 아쉬운데요.
아무래도, 게임과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이 세계의 설정 때문에 새로이 이야기들이 추가된 것이 보입니다.
하지만 깊게 다루지는 못할뿐더러 엔딩에서 보여주는 협업을 보아도 이들의 관계가 역시, 생각보다 깊지 않아 납득 가기가 어렵더군요.
그리고, 일명 '빻빻이"로 알려진 "접수원"과 게임에서도 밥해주는 고양이 "아이루"가 빠르게 퇴장한 것은 원작 팬들에게는 아쉬운 처사가 아닐까요. (무엇보다 "접수원"이 그리 이쁘게 나왔는데 말이죠)
※ 후속작에서 잡은 괴물을 미리, 공개하는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처럼 끝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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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2회 한국퀴어영화제' 톺아보기
제 22회 한국퀴어영화제에서 2편의 장편과 3편의 단편을 봤다. 자막의 질, 작품성이 아쉬운 영화도 있었지만 감각적이며 섬세한 작품도 있었다. 아래는 그에 대한 간략한 리뷰.
날 유명하게 해!┃Make me famous┃장편
에드워드 브레진스키. 퀴어, 노숙자 등의 이질적이면서도 친연적인 집단이 함께 거주한 로워 이스트 사이드 출신의 게이 예술가. 비슷한 환경에서 작업했으나 키스 헤링, 바스키아 등과 달리 부각을 나타내지 못한 예술가. 에이즈, 마약 등 죽음의 소용돌이 속에서 예술 작업을 진행했던 예술가. 폐결핵으로 유럽의 한 호텔에서 사망했다고 알려졌으나 사망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생존설이 돌았던 예술가. 명성을 갈구했으나 '고작' 부유한 웨이터가 자신의 주요 후원자였던 데 분노했던 예술가. 설치 미술의 일환으로 전시된 도넛을 먹어버린 일화로 남다른/확고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선보였던 예술가. 죽은 지 한참 후인 2007년에야 뉴욕 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전시된 예술가. 생전에 마땅히 받았어야 할 관심을 받지 못한 예술가. 술을 마시면 괴팍하게 변해 변덕을 부리며 주변인을 위협하기도 했던 예술가. 동료, 주변인들의 인터뷰와 당시 자료로 복원되어 1970년대 후반과 80년대 뉴욕 예술의 중요한 일원이었음을 뒤늦게 인정받은 예술가. 지끈거리면서도 매력적인, 매혹을 잃지 않는 예술가를 기리는 다큐멘터리.
눈동자 너머┃Two eyes┃장편
세 시대의 퀴어 사랑을 계보화하는 영화. 첫 번째는 개척시대가 배경으로 선주민 마을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는 화가와 그를 가이드해준 선주민 남자 사이의 사랑이다. 아메리카 선주민들의 다양한 젠더 스펙트럼을 보여주기도 한다. 두 번째는 긴장하면 말을 더듬는 수줍음 많은 백인 소년이 솔직하고 당당한 흑인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자기 내면의 퀴어성을 발굴한다는 이야기다. 세 번째는 자살 충동을 겪는 퀴어 소년과 그를 위로해주는 선배 퀴어가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는 과정을 다룬다. 영화의 원제는 두 개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퀴어라는 의미를 담은 표현이다. 세 시대의 사랑을 엮어내는 영화의 다소 작위적인 시도, 이젠 익숙해져버린 퀴어 재현을 짜깁기한 듯한 느낌 등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날의 허무┃Thing among day┃단편
클럽 바텐더로 일하는 평범한 몸매와 얼굴의 게이 남성. 아버지는 타투한 그의 몸을, 학교 공부를 하고서도 웨이터로 일하는 그를, 독립을 선언하고도 방값을 빌려달라는 그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데이팅 앱으로 만난 원나잇 파트너와 랏슈를 사용하며 쓰리섬을 즐기는 주인공. 그러나 이런 만남마저 그에겐 위안이 되어주지 못한다. 그들이 자꾸 원치 않는 촬영을 강요하기 때문. 게이가 느끼는 일상적 공허함의 단편을 포착한 영화.
고양이 밥시간┃I should feed my cat┃단편
중년의 게이 남성인 주인공은 데이팅 앱으로 원나잇 상대를 모색한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만나러 간 남자는 언젠가 그룹 섹스 모임에서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영 마음에 들지가 않는다. 약물을 사용하는 켐섹스를 즐기는 그는 남자의 애정을 갈구하고, 남자는 마지못해 응한다. 그러고는 그의 집을 나오자마자 앱에서 상대를 차단한다. 공허한 상태로 도착한 도시의 어딘가. 사실 그곳은 주인공이 일부러 전 애인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찾아간 곳이었다. 초라한 자신과 달리 잘 나가는 그를 보며 그의 공허함의 깊이는 더해진다. 결국 집에 도착해 밥을 많이 했다는 핑계로 친구를 초대하는 남자. 그리고 그의 어깨 위의 고양이. 고양이는 오늘 하루 남자가 곤란한 상황에 있을 때마다 적당한 핑계가 되어주었다. 더 있어 달라는 원나잇 파트너, 함께 시간을 보내자는 전 애인의 마뜩잖은 요구를 들을 때마다 ‘고양이에게 밥을 줘야 한다’는 핑계를 댔던 것. 그러나 사실 이는 핑계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고양이만이 그를 진정으로 위로해주었기에.
무명의 남자┃L’homme Inconnu┃단편
한적한 바닷가로 휴양을 떠난 중년의 남성 소설가.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젊은 이성애 커플. 소설가는 젊은 남자를 관음하며 소설의 영감을 얻고 활기를 되찾는다. 젊은 여자를 살해하고 젊은 남자를 독점하기도 한다. 사랑과 일 두 영역에서 모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환상이었을까? 학교로 돌아온 남자는 과거의 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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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코패스와 사이코패스의 만남
3분 추천
스포일러가 싫은 사람이라면 전작을 보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이사벨 펄먼 배우에 대한 논란이 많았으나, 역시 연기력으로 압살해버린다.
전작에 대한 연결성이 짙어서 전작을 본 사람에게는 기대만큼의 값어치를 한다.
후기길게 말할 필요 없는 확실한 스릴러 영화. 이미 반전 요소를 알만한 사람은 다 알 만큼 유명한 영화라서 프리퀄로 어떻게 재미를 줄까, 보기 전부터 기대가 앞섰다. '대체 저 아이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 뭘까'를 궁금해했던 게 전작이라면, 이번 [오펀 : 천사의 탄생]에서는 '대체 저 비밀을 어떻게 숨길까'가 관건이었다.가족을 속이고 장악해가는 에스더를 기대했는데, 예상외의 반전이 등장하며 순식간에 영화에 빠져들었다. 솔직히 반전이 설득력 있지는 않지만, 빠른 전개 덕분인지 중후반 흡입도가 확 높아졌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이사벨 펄먼의 얼굴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영화 초반에는 얼굴이 너무 변해서 어색하긴 하지만, 집중하다 보니 눈에 익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게다가 내용이 내용인 만큼 오히려 광기에 젖은 성인의 모습이 좀 돋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포일러 있음*
딸이 죽었음에도 아들을 싸고도는 엄마를 보니 이전에도 딸이 행복하진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트리샤에게는 자식보다는 안정된 가족이 더 중요했던 것이겠지. 그보다 더 앞선 것은 남편에 대한 애정이었을 테고. 그렇게 생각하니 이미 죽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딸을 데리고 온 그 속셈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내가 진짜 딸이라면 가출했을지도.
흥미로웠던 건, 에스더의 특이한 그림 기법이 앨런에게서 배운 것이라는 점이다. [오펀 : 천사의 비밀] 편에서 에스더의 숨은 비밀을 드러내고 충격을 주었던 요소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것 말고도 에스더의 러시아 억양이나, 정신병원에서 받은 성경 책이나, 옷 입는 취향 같은 것들이 등장해서 전작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다.
이렇게 보니 그녀가 어떻게 정신병원에 들어오게 된 것인지도 궁금해졌다. 이보다 더 앞선 이야기를 찍는 건 이제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가능하다면 찍어줬으면 좋겠다. 오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포영화이기도 해서. 이번 편은 평이 극명하게 갈리고 별로라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꽤나 재밌게 봤다.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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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알콜, 약물중독에서 벗어난 배우들, 추천영화 3편
"이 끔찍해 보이는 문제들을 극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어려운 것은 결정하는 것이다."
감옥에 갈 정도로 구제 불능의 중독자였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어린 시절 아버지인 배우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가 마리화나를 피워보라고 권하면서 처음 마약을 접했다고 합니다.
중독되는건 순식간이지만 벗어나는건 오랜 시간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만 벗어날 수 있는데요. 오늘은 약물, 알콜중독에서 벗어난 배우들의 말과 함께 알콜중독을 다루고 있는 영화 세편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알콜중독을 다룬 영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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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데일리] 음악으로 현실을 바꾸는 천 명의 락커들
감독: 아니타 리바로리 / Anita Rivaroli
출연: Fabio Zaffagnini, I Mille, Dave Grohl, Foo Fighters
시놉시스: 천 명의 이탈리안 뮤지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의 목표는 푸 파이터스의 ‘Learn To Fly’를 함께 연주하고 그들을 초대하는 것이다. '천 명의 락커, 하나의 밴드'는 하나의 사운드를 위해 천 명이 합을 맞추는 과정을 담으면서도 연령, 직업 등이 전부 다른 개별 멤버들의 스토리도 놓치지 않고 조명한다. 누군가의 꿈이 현실이 되는 과정은 언제 봐도 즐거운 일. 음악을 사랑하고 연주 자체를 즐기는 이들의 거대한 에너지가 영화 곳곳을 빈틈없이 메운다.
흔히 록 음악은 반항의 도구이자 저항 정신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퀸과 같은 유명 밴드들도 말년에는 항상 스타덤과 반골 정신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했듯이. 지금도 Linkin Park, Maroon 5처럼 시대를 풍미한 밴드들은 언제나 록의 반항 정신을 잃고 평범한 팝 음악으로 선회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와 비판 사이를 헤어 나오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록 음악은 연주자 혹은 밴드 하나하나의 개성이 유독 온전히 빛나야 하는 장르처럼도 보인다. 관현악단처럼 대규모 연주자가 함께하는 록 음악은 쉽게 연상되지 않는다. 일사불란함과 분업화는 록 음악에 기대하는 선율도 아니며 록 음악의 정체성에서 벗어나는 듯한 위화감마저 안긴다. 하지만 여기, 17회 제천국제영화제의 국제경쟁부문 대상작이자 올해 제천국제영화제에서 다시 한번 상영된 '천 명의 락커, 하나의 밴드'는 그러한 고정관념을 떨쳐내라고 이야기한다.
천 개의 다양성이 만들어낸 하나의 하모니
평범한 지질학자였던 파비오는 어느 날 놀라운, 혹은 미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천 명의 사람이 모여서 밴드 음악을 연주하면 어떨까? 자신이 사랑하는 밴드인 푸 파이터스의 'Learn to Fly'를 천 명이 함께 연주하고 노래한다면 푸 파이터스를 이탈리아로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그의 아이디어는 바로 실행에 옮겨진다. 최소한의 실력만 되면 통과되는 온라인 오디션을 통해 사람들을 모집한 후 체세나의 한 평원에 그들을 모은다.
하지만 그들의 합주는 쉽지 않다. 3~5인조 밴드만 하더라도 합주를 위해 숱한 피와 땀을 쏟아내는데 천 명의 합주이니 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엉망진창이었던 연주도 한때, 드럼을 시작으로 기타와 베이스, 보컬까지 마침내 합이 맞기 시작하면서 천 명으로 이루어진 밴드는 가슴과 배가 둥둥 울리는 노래를 완성한다. 그리고 이들의 하모니는 그들이 생각한 것 이상의 나비효과를 끌어 냈다. 유튜브에서의 뜨거운 반응을 시작으로 파비오의 아이돌이었던 푸 파이터스의 리더인 데이브 그롤과의 만남, 푸 파이터스의 체세나 콘서트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합주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사건을 만들었다.
천 명의 개인들이 외친 록 음악의 정체성
그러나 천 명의 락커들이 만들어낸 합주, 그리고 하모니의 힘은 단지 그 연주의 규모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천 명의 합주는 그 개개인들로부터 진심을 얻기 때문이다. 천 명의 리허설을 보여주기 전에 카메라는 체세나까지 모여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짚는다.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생업을 유지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는 선장부터,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실업자,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던 이들이 체세나의 평원에 집결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 삶에서 음악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털어놓는다. 음악이란 무엇인가? 그들에게 음악은 현실의 매서움을 보여주면서도 현실을 극복할 힘을 주는 존재다. 프로 뮤지션이 아닌 그들에게 음악은 돈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음악을 포기하지 않는다. 기타와 드럼 스틱을 놓지 않는다. 설령 어릴 적 꿈을 이루지는 못했더라도, 그 꿈을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자칫 매서울 수 있는 현실의 풍파까지도 견뎌낼 수 있는 뿌리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 명의 락커가 만든 하모니는 단지 웅장한 선율이 아니다. 그들은 합주하면서 하나의 밴드를 이룬다. 음악적인 측면을 넘어서서. 같은 꿈을 꾸었지만 포기했던 아픔을 공유하는 이들이기에 단 한 곡에 불과한 합주만으로도 순식간에 원 팀, 원 밴드를 이루며 서로를 보듬을 수 있다.
환상이 아닌 현실의 힘이 되는 음악
이들의 합주에 담긴 의미는 영화의 시작과 끝에서 더욱 명징하게 대비된다. 자신들의 아이돌을 콘서트장으로 불러오기 위해 외딴 평원에서 즐겁게 연주했던 이들. 그들은 실제로 푸 파이터스가 이탈리아에서 콘서트를 열고, 자신들을 초대하고, 그 자리에서 ‘Learn To Fly'를 함께 노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한다.
그러나 영화가 끝날 때 그들은 이제 푸 파이터스의 자리를 대신한다. 본인들이 콘서트의 한가운데에 선다. 그들이 푸 파이터스의 연주에 열광했듯이, 자신들에게 열광하는 관객들 사이에서 천 명으로 이루어진 밴드는 다시 합주한다. 각자의 이유로 음악을 할 수 없거나 멀리 해야 했던 락커들은 이제 음악과 한 몸이 되고, 함께 연주하는 천 명과 하나 되며, 콘서트장의 관객들은 물론 유튜브와 영화를 통해 자신들을 마주한 이들과도 함께 하나의 밴드를,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주는 합주를 완성한다.
영화의 첫 노래인 푸 파이터스의 'Learn To Fly'와 마지막 노래인 라몬즈의 'Blitzkrieg Bop' 가사를 살펴보면 천 명의 락커가 어떻게 음악을 통해 현실을 바꾸고 있는지가 더욱 잘 보인다. 음악으로 먹고살 수 없는 상황에서 막연하게나마 "현실로부터 자신을 구할 새로운 삶을 꿈꾸며 높이 날기를 꿈꾸던(Now, I'm lookin' to the sky to save me. Lookin' for a sign of life... Make my way back home when I learn to fly high)" 이들. 그러나 이제 그들은 "헤이 호, 이제 가자(Hey ho, let's go)"라는 구호를 외치며 "차가운 현실을 뚫고 진격해 나갈 수 있다는(They're going through a tight wind... The Blitzkrieg Bop) 자신감과 열정으로 가득하다.
과연 음악과 영화를 쫓아 제천에 모인 우리들의 모습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그야 물론 자기 자신만이 알 것이다. 단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이라면, 79분의 러닝타임이 지난 후라면 누구든 잠시나마 현실에 맞설 뜨거운 의지를 지닌 1001번째 락커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Schedule in JIMFF
'천 명의 락커 하나의 밴드' 2022-08-13 16:30 레스트리 리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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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농구의 질감을 가지고 돌아온 슬램덩크
?Rabbitgumi 입니다!
만화 슬램덩크의 극장판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했습니다.
송태섭의 서사를 중심으로 북산과 산왕의 전국대회 경기를 보여주고 있죠.
산왕과의 경기가 무척 흥미롭게 전개되는 영화인데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저의 간단한 리뷰를 영상에서 말씀드릴게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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