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11-22 15:55:25
실제 알콜, 약물중독에서 벗어난 배우들, 추천영화 3편
"이 끔찍해 보이는 문제들을 극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어려운 것은 결정하는 것이다."
감옥에 갈 정도로 구제 불능의 중독자였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어린 시절 아버지인 배우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가 마리화나를 피워보라고 권하면서 처음 마약을 접했다고 합니다.
중독되는건 순식간이지만 벗어나는건 오랜 시간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만 벗어날 수 있는데요. 오늘은 약물, 알콜중독에서 벗어난 배우들의 말과 함께 알콜중독을 다루고 있는 영화 세편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알콜중독을 다룬 영화 3]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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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장의 카메라는 미끄러지고 넘어져도 멈추지 않는다
8★/10★
〈노 베어스〉에는 세 개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첫 번째는 이란의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의 이야기다. 반체제 인사로 분류돼 출국금지 상태(이는 영화 속 영화 속 설정일 뿐 아니라 영화 밖 감독의 현실이기도 하다)인 그는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에서 촬영 중인 영화를 찍는 중이다. 출국금지 조치로 원격으로 디렉팅할 수밖에 없는 그는 인터넷이라도 끊기면 작업을 이어갈 수 없다. 그나마 촬영장에서 가까운 국경 마을에 머물며 어찌어찌 촬영을 이어가기는 하지만 감독이 촬영 현장에 없다는 건 여러모로 이상하고 불편한 일이다. 마을 사람들 역시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그와 연루되었다가 괜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고, 그의 말과 행동이 마을의 전통과 어긋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파나히가 연출하는 영화의 주인공 박티아르와 자라다. 이들은 영화 안에서도, 현실에서도 유럽으로의 밀항을 꿈꾼다. 감독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이야기 역시 현실에 걸쳐 있다(영화 ‘밖’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라를 연기한 배우 미나 카바니는 노출 연기를 했다는 이유로 포르노 배우로 비난받아 10년째 망명 중이다). 영화 속에서, 박티아르는 자라를 위한 위조 여권을 구하지만 자신의 여권을 구하지는 못하고, 자라는 박티아르를 두고 혼자 떠날 수는 없다고 선언한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밀항을 시도하려는 두 사람이 자신의 계획을 파나히에게 밝히자 감독은 이 과정을 촬영하게 해달라고 제안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자라의 위조 여권만 구해지자 그녀는 박티아르를 두고 갈 순 없다며 자신이 극 중에서 내린 선택을 반복한다. 그러고는 희망 없는 현실에 좌절해 자살한다.
마지막은 파나히가 머무는 마을의 남녀 솔두즈와 고잘 이야기다. 고잘은 마을의 전통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결혼할 남자가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도시에서 대학을 다니다 반정부 시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퇴학당한 솔두즈와 사랑에 빠진다. 마을 사람들은 둘의 수상한 기류를 눈치챈다. 그러고는 파나히에게 사진을 요구한다. 틈틈이 마을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찍어온 그의 카메라에 솔두즈와 자라가 연인이라는 증거가 담겼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파나히는 자기 카메라에 두 사람의 모습이 찍히지 않았다고 거듭 말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 심지어 코란에 손을 얹고 맹세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한다.
세 이야기의 중심에는 카메라가 있다. 파나히에게 카메라는 코란만큼 신성하다. 마을 사람들의 맹세 요구에 코란 대신 카메라로 자기의 증언을 촬영하겠다고 말하는 그에게, 카메라는 진실을 보증하는 가장 권위 있는 도구다. 정부의 핍박에도 영화 촬영을 이어가는 것 역시 그가 카메라에 부여하는 의미를 짐작하게 해준다. 그러나 파나히 카메라의 권위는 자꾸 흔들린다. 박티아르와 함께 밀항하는 것이 좌절되자 자라는 파나히의 카메라를 비난한다. 박티아르의 여권이 가짜인 것을 속이고 자신만 출국하는 것을 카메라에 담는 일은 억지 희망 강요일 뿐이라는 일갈이다. 이는 파나히의 카메라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아닌 감독이 원하는 진실을 담아내는 수단이라는 고발이기도 하다. 카메라에 담아내고 싶은 감독의 지향이 어떻게 현실을 배반하는지를 톺는 자기 성찰적 장면이다. 파나히가 카메라에 담은 진실은 누군가를 위험하게 만들기도 한다. 파나히의 카메라에 솔두즈와 고잘의 사진이 담겼을지도 모른다는 마을 사람들의 의심은 극심한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마을 사람들에게 파나히의 카메라는 ‘진실을 숨기는’ 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자파르 파나히는 카메라로 부당한 현실을 드러내고 변화를 촉구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의 복잡한 지층 속에서 그의 카메라는 작위적 미래를 그려내는 수단일 때도 있고, 폭력을 유발하는 촉매일 수도 있다. 파나히 역시 이를 알고 있다. 극 영화와 자전 다큐멘터리의 성격이 혼재된 이 영화에 그가 자기 작업의 한계를 적극적으로 소환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진실과 자유의 위대한 수호자이고 싶은 생각이 없다. 권력자의 허황된 위협을 상징하는 곰은 존재하지 않음(‘no bears’)을 고발하는 고고한 저널리스트이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는 현실의 질곡 속에서 의도치 않은 효과가 나더라도, 그저 카메라로 무언가를 해나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졌을 뿐이다. 국경을 넘다 총에 맞아 사망한 솔두즈와 고잘의 시신을 지나쳐 마을을 떠나던 중 그가 브레이크를 밟는 장면으로 영화가 마무리되는 건, 앞으로도 현실의 늪에서 허우적대더라도 자신이 추구하는 윤리를 카메라로 말하길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곰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는 위안이 되지 않는다. 위안은 미끄러지고 넘어지더라도 곰 없는 길을 카메라에 담아내길 멈추지 않겠다는 파나히의 의지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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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담아, 뜨거운 안녕
* <인생은 아름다워>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인생은 아름다워 (2022)
감독: 최국희
출연: 류승룡, 염정아, 옹성우, 박세완
장르: 뮤지컬, 드라마
상영시간: 122분
개봉일: 2022.09.28
내 생애 마지막 생일, 첫사랑을 찾아줘!
자상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남편 ‘진봉(류승룡)’과 무뚝뚝하고 철 없는 자식들을 뒷바라지 하느라 오랜 세월 자신을 잃은 채 살아온 ‘세연(염정아)’. 어느 날 병원에서 2달 시한부 인생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런데 웬걸. 남편이라는 사람은 아내가 곧 죽는다는데 여전히 자신을 종 부리듯 하고 걱정이나 따뜻한 말 한마디조차 건네지 않는다.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생일마저 가족들에게 무시당한 ‘세연’은 ‘진봉’에게 마지막 생일 선물로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다. 당당하게 으름장을 놓는 아내의 고집을 꺾을 수 없던 ‘진봉’은 결국 ‘세연’의 첫사랑을 찾아 그들의 찬란했던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국내 첫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안전한 각본 선택
<인생은 아름다워>는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로 ‘이문세’, ‘이승철’, ‘토이’ 등 많은 세대가 즐겨 들었던 유명 가수들의 음악을 뮤지컬 넘버로 활용했다. 아직 국내에서 뮤지컬 영화는 성공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시도만으로도 큰 도전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실험적인 장르를 시도한 대신 각본은 전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안전한 가족 드라마를 택했다. 두 주인공이 로드무비처럼 전국 곳곳을 다니며 장소에 깃든 과거를 추억하고, 그 시기에 유행했던 명곡을 해당 신의 뮤지컬 넘버로 사용해 스토리와 음악의 편안한 결합을 이뤄낸 점은 호평할 만하다. 그저 맥락 없이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 인물들의 서사에 걸맞게 음악을 활용해 뮤지컬 신에 설득력을 더하고, 대사와 노래의 전환이 매끄럽게 이어져 화려한 퍼포먼스와 신나는 뮤지컬 넘버가 분위기 환기를 톡톡히 해낸다.
작위적인 캐릭터 구성, 그럼에도 훌륭한 염정아의 연기
개봉 전 우려했던 뮤지컬적 연출은 의외로 준수했으나 장르 특성상 감성적인 요소를 터치해야 하기 때문인지 캐릭터 설정이 다소 작위적이다. 특히 ‘류승룡’이 연기한 ‘진봉’이라는 인물은 영화의 중반부까지 시한부인 아내에게 지독하게 못되게 구는 비호감으로 비춰진다. 생일날 술에 취해 들어와 선물이랍시고 손가락 하트를 내밀고 옷이 덜 말랐다며 셔츠를 툭 던지는 행태는 충격을 금치 못할 정도다. 이는 불쌍하고 억울한 처지에 놓인 ‘세연’의 감정에 관객들이 이입할 수 있는 일종의 장치일 터. 하지만 제아무리 이들이 젊을 적에 열렬한 사랑을 했다 할지라도 현재 ‘진봉’의 행동들을 보고 이들의 사랑에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 감정에 호소하기 위한 어쩔 수 없이 반영한 설정이라 감안하더라도 정도가 지나쳤다. ‘진봉’의 이러한 모습들 때문인지 아빠 못지 않게 엄마를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는 두 자녀는 그나마 귀엽게 봐 줄 만한 수준이었다.
작품의 진주인공 ‘세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임신한 아내에게 굶으라는 소리나 했던 남편과 20년 넘게 함께 산 그에게 대체 무슨 사랑이 남은 걸까. 감독은 ‘세연’의 불쌍한 처지를 강조하기 위해 캐릭터를 과도하게 수동적으로 만들었고, 다른 가족들에겐 매몰차고 신경질적인 성격을 부여했다. ‘세연’의 안타까움을 강조할수록 결말부에 가족들의 슬픔과 후회는 더욱 커질 것이고, 비극적인 상황에 관객들을 감정적으로 이입시킴으로써 눈물과 감동을 유도한 것이다. 차라리 ‘세연’이 초반에 신용카드로 명품 코트를 지르고 지긋지긋한 집구석을 나가버렸다면 어땠을까. 감독은 그녀를 마지막 버킷 리스트조차 남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성으로 만들어 버렸고, 아련하고 풋풋했던 첫사랑의 추억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열 일곱의 첫사랑을 엇갈린 관계로 그림으로써 결국 ‘세연’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은 ‘진봉’ 뿐이라는 것을 부각한 셈이다. 하지만 앞서 아내를 향한 감정적인 학대를 일삼는 ‘진봉’의 행동들을 지켜보게 해놓고 어떻게 이들의 사랑을 아름답게 보란 말인가.
영화는 후반부에 가서야 급하게 ‘진봉’이 사실은 아내를 생각하고 걱정하고 있었음을 꺼내 놓는다. 겉으로는 화를 내고 툴툴거렸지만 사실은 아내의 소원을 들어 주기 위해 뒤편에서 애를 썼다는 ‘츤데레’로 포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캐릭터의 비호감적 속성을 상쇄시키려는 시도로 느껴질 뿐이며 스토리의 진부함을 떨쳐내지 못한다. 시한부를 알게 된 이후 남편이 뒤에서 챙겨줬다고 한들, 그동안 받았을 ‘세연’의 상처는 지워낼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입하기 어려웠던 캐릭터 설정과는 별개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눈물을 쏟는 감정신부터 어디로 튈지 모르는 푼수 끼 넘치는 코믹한 면모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뽐낸 ‘염정아’의 연기력만큼은 눈부시다. 엄마의 시한부 소식을 알게 된 후 전화를 건 자식들의 목소리에 엉엉 소리 내어 우는 ‘세연’의 눈물에 많은 관객들이 눈시울을 붉혔고 출중한 실력은 아니지만 진솔한 감정을 담아 노래한 담백한 목소리에 기쁨과 슬픔을 모두 느꼈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성량과 안정적인 가창력을 지닌 ‘류승룡’이 뮤지컬 신에서 중심을 잡아주었다면 ‘염정아’는 절륜한 연기력과 놀라운 몰입감으로 작품 전체를 이끌었다.
시대 고증보다는 뮤지컬적 연출에 집중
두 주인공의 10대부터 50대까지의 이야기가 모두 등장하는 만큼 작중 다양한 시대상이 배경으로 나온다. 하지만 감독이 시대 고증에 심혈을 기울인 것 같지는 않다. 가령 대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시기는 1980년대이지만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난 90년대 초반의 배경으로 활용된다. 90년대 초반 대학생이었을 두 주인공의 의상 또한 1970년대 배경의 <써니>를 연상케 할 정도로 촌스럽다. 이는 뮤지컬 영화의 장르적 특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무대의상처럼 원색의 화려한 의상들과 시대착오적인 스타일링을 택한 게 아닐까 싶다.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IMF’ 등 198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시대를 짐작할 수 있는 사건들은 단지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 줄 배경으로 활용될 뿐이며 고증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은 것을 보면 배경 자체에서 큰 의미를 끌어낼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단지 그 시기를 경험했던 관객들로 하여금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기능적 요소로 쓰일 뿐이다.
음악으로 아름답게 포장, 장르적 도전에서만 건진 의미
캐릭터의 구성과 스토리 자체에는 부족함이 많지만 전형적인 가족애의 이야기가 가져다 주는 감동은 유효한 듯하다. 시한부라는 설정상 신파적 요소가 강한 부분이 있지만 해당 장면에서 관객이 눈물을 터뜨릴 수 있다는 것은 평상시에 가족에게 잘하고, 존재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하는 고루한 메시지가 아직까지 먹힌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평소 아내에게 무심했던 중년의 남편, 엄마의 뒷바라지를 당연하게만 여겼던 철없는 자녀들에 속하는 사람들이라면 작중 가족들의 이별에 감정적으로 이입하는 바가 남다를 것이다.
낡은 스토리에 춤과 노래가 색깔을 입혀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후반부에 무거운 감정을 질질 끌고 가지 않고, 소중한 사람들이 모인 파티에서 함께 ‘뜨거운 안녕’을 노래한다는 것은 이 작품이 뮤지컬 장르의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부분이다. 슬픔에 잠식되지 않고 유쾌한 멜로디에 모두의 사랑을 담아 ‘세연’을 떠나 보냄으로써 그녀의 덧없던 인생에 한 줄기 아름다움을 덧씌운다. 끝내 반전은 없었지만 영화가 음악을 통해 형성한 감흥은 관객으로 하여금 ‘그래도 세연의 인생은 아름다웠지’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그녀와의 쿨한 이별을 받아들이게 한다.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의 시도는 좋았으나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걸작의 이름을 빌려올 것이었다면 음악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한 것이 아닌 아름다운 이야기로 승부를 봤어야 하지 않을까. 추억의 명곡과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뮤지컬’ 영화에 대한 편견을 지우기에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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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지는 믿음과 가치들 속에서
스포일러 주의!
<브루탈리스트>는 홀로코스트의 상흔을 안고 미국으로 상륙한 라즐로 토스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라즐로는 자신의 사촌인 아틸라와 만나 함께 건축 일을 하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리 밴 뷰런 부자의 계약 파기로 인해 곧장 사업이 망해버리고 이에 배신감을 느낀 아틸라는 라즐로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그렇게 외로이 노동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어느 날, 과거에 자신을 나무랐던 해리슨 리 밴 뷰런이 라즐로를 찾아온다. 라즐로가 만든 서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의 잠재력을 알아본 해리슨은 라즐로에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브루탈리즘 건축물을 하나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건축물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우여곡절의 이야기를 담은 브래디 코베 감독의 드라마 영화다.
<브루탈리스트>의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이라고 한다면 상영 시간이다. 자그마치 3시간 35분. 관객의 허리와 엉덩이를 고통스럽게 하는, 오히려 돈을 받고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극악무도한 시간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과연 215분을 견딜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일까? 내 대답은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렇게 3시간이 넘어가는 영화는 최대한 간추리고 간추린 3시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쓸데없이 상영 시간이 긴 영화를 몹시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있어서 <브루탈리스트>는 최대한 상영 시간을 줄여보려는 투쟁이 엿보인다. 라즐로가 홀로코스트를 통해 겪은 일들이나 가족사 같은 부분은 자세하게 다뤄지지 않고 대사 몇 줄로 간단하게 치고 넘어간다. 라즐로가 자신과 갈라진 아내와 조카를 미국으로 데려오는 과정도 변호사가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대사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이런 빠른 진행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지만 이와 동시에 <브루탈리스트>의 단점이 여기서 기인하기도 한다.
<브루탈리스트>는 기본적으로 라즐로 토스라는 주인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캐릭터들을 도구처럼 다룬다. 1947년에서 1980년까지의 방대한 시간 속을 살아가는 라즐로를 비추기에도 버겁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러 문제들이 속출한다. 해리슨이 라즐로를 강간하는 장면은 너무 갑작스러워서 잠깐의 충격 이후 당혹감이 앞선다. 이후에 해리슨이 자신의 악행이 밝혀지자 어딘가로 도피하는 행적 역시 쉽게 이해하기 힘들고 왜 라즐로로 시작한 2부가 해리슨으로 마침표를 찍는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에필로그에서 조카 소피아가 "중요한 건 과정이 아니라 목적지였다."고 말하는 대사는 목적지를 쫓아야만 했던 이민자와 관객을 위로하는 부분이지만 이전까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감정적인 울림이 생각보다 크지가 않다. 오히려 캐릭터가 하는 말이 아니라 캐릭터의 입을 빌린 감독의 말이라는 인상이 더 크다. 고든이라는 흑인 캐릭터 역시 탐구할 지점이 많은데도 개인의 서사나 라즐로와의 관계가 깊이 있게 그려지지 않고 그저 라즐로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로 이용된다. 긴 러닝타임에도 채워내지 못한 이런 공백들은 <브루탈리스트>를 아쉬워지게 만든다.
그렇다면 <브루탈리스트>는 아쉬운 영화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러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브루탈리스트>는 상당히 뛰어난 수작이다. 가장 탁월한 부분은 오프닝이다. 혼란스러운 어둠 속에서 수많은 인파를 뚫고 거꾸로 뒤집힌 자유의 여신상을 보며 환호하는 라즐로. 캐릭터의 과거사와 이후에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복선, 작품의 주제까지 한 번에 담아낸 명장면이다. 자유의 땅인 줄 알고 밟았으나 정작 뒤집혀 있는 자유의 여신상.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에서 라즐로의 믿음과 가치는 연이어 뒤집히고 비틀린다. 친구 이상의 존재처럼 보였던 아틸라는 자신의 사업이 망하자 라즐로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배신한다. 해리슨을 만나고 라즐로는 자신이 원하는 건축일을 시작하려 하지만 자본의 한계, 자신을 아니꼽게 바라보는 사람들, 자신의 의견을 묵살하는 다른 건축가까지 가세하며 건축가로서도 위태로워진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은 영양실조를 겪어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고 틈만 나면 고통을 호소하며 비명을 내지른다. 상황이 이러니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지도 못해서 급기야 담배와 마약에 의존하고 만다. 심지어 이후에는 아예 해리슨에게 건축을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들은 데 이어서 능욕까지 당한다. 라즐로는 러닝타임 내내 끝없이 무너진다.
이런 처지를 만든 <브루탈리스트>는 비틀리는 믿음과 가치가 자리한 땅에서 그럼에도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건설하고자 했던 한 인간을 비춘다. 브루탈리즘이 단순한 건축 양식 이상으로 사회의 억압과 차별에 대한 저항의식을 품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소재 선정부터가 다분히 의도적이다. 여기서 라즐로의 대척점에 있는 해리슨의 행적이 흥미롭다. 해리슨은 자신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탐욕으로 가득 찬 인물이다. 자신의 자본을 남용하고 라즐로에게 폭력을 저지르다가 이후 모든 사람들 앞에서 해당 악행이 밝혀지는 것으로 몰락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넘쳐나는 자본을 무분별하게 소비하고 베트남전에서의 전쟁범죄가 밝혀져 민심이 바닥을 기었던 5-60년대 미국을 보는 것 같다. 이런 면에서 보면 왜 해리슨이 저런 기행을 저질렀고 왜 도피하는 방식으로 행적이 마무리됐는지가 납득된다. 이런 점에서 <브루탈리스트>는 작중에서 미국으로 대표되는 억압과 차별에 맞서 우뚝 서고자 했던 브루탈리즘의 저항의식을 고스란히 부활시킨 영화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연이어 무너져 왔던 사람들에게 위로와 헌사를 보내기도 한다. 단순히 아메리칸드림의 현실을 마주한 이민자 개인의 이야기로 끝날 수도 있었으나, 시대를 뛰어넘어 현재에까지 무사히 안착한 보편적이면서 탁월한 드라마다.
<브루탈리스트>는 3시간 35분을 기꺼이 투자하여 볼만한 훌륭한 작품이다. 비록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캐릭터들과 다급하게 마침표를 찍으려는 결말부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이 영화가 긴 시간에 걸쳐 기어이 내뱉으려는 진심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가 없다. 혹시 자신이 무너진 것 같다거나, 목적지에까지 도달하지 못했다고 느낀다면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위로와 뭉클함을 이 영화를 통해서 전해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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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코로나 백신 미접종자는 본사 출입 못해
델타 변이 확산으로 미국의 대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있는데요. 전 세계 최대 OTT 플랫폼 회사인 넷플릭스 또한 백신 의무화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 스트리밍 전문 대기업은 사무실에 들어오는 모든 직원에게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 새로운 규정에는 본사 방문자들도 포함될 것이라고 합니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업무를 위해 잠시 들리는 방문자라도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7월, 이미 할리우드 스튜디오 최초로 미국 전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과 관련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제작진에게 예방 접종을 의무화한 바 있죠. 이러한 규칙은 배우, 감독 그리고 제작진들이 일하는 영화나 텔레비전의 부분들을 일컫는 새로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산업 용어인 ‘Zone A’에서의 모든 사람들을 포함했습니다.
노동절 이후, 넷플릭스는 재택 근무에서 사무실 정상 근무로 변환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현재 상황으로 보아서는 그러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도 사무실은 백신을 접종했을 경우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지만, 직원들은 당분간 재택 근무를 계속 시행할 수 있을 예정입니다. 참고로 현재 대부분의 인력이 원격으로 일하는 반면, 소수의 직원들은 대유행 기간 동안에도 이 스트리밍 회사의 본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북미 대기업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백신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월트 디즈니사는 직장인 및 비노조 근로자(non-union hourly employees)들이 그들의 작업 공간에서 일하기 전에 백신을 완전히 접종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월마트도 직원들이 사무실로 돌아오려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죠. 구글의 경우, 출근 재개 시점을 9월에서 10월 18일로 늦췄습니다.
또한, 넷플릭스가 사무실을 두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는 코로나 확신을 위해 마스크 의무화를 다시 실시했다고 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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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상실감을 극복하는 방법
가족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삶을 살아간다. 비록 조금 관점과 사상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대화와 이해심으로 그 방향을 맞춰나간다. 어쩌면 태어나면서 맺어지는 가족과의 관계는 끊어지기 어려운 관계이고 그런 점에서 좀 더 이해하려는 마음이 더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이에게 가족이 생기는 건 엄마의 뱃속에 자리한 순간부터다. 일방적으로 생성된 그 관계는 출산의 과정을 거쳐 현실 세계에서도 계속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삶을 이어나가다 보면 큰 상실감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 상실감은 가족 전체를 흔들고, 각자가 바라보는 방향을 흔들어 놓는다.
갑자기 찾아온 상실감은 어떤 경우에는 가족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그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게 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경우에는 가족을 흩어놓기도 한다.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고 극복해 나가느냐가 그래서 중요하다. 갑자기 찾아온 상실감을 극복하는 방법은 사실 정해져 있지 않다. 각자가 그 상황을 어떤 방식으로 직시하고, 또 어떤 방향으로 걸어 나갈지를 결정하고 나면 그 뒤에는 천천히 그 어려운 상황을 회복해 나갈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은 더 단단해지고, 비록 다른 방향을 보았더라도 다른 곳에 서있던 가족을 이해하게 된다.
아이를 잃은 부부의 상실감과 회복에 대해 다루는 영화
영화 <그녀의 조각들>은 출산 과정에서 아이를 잃은 부부와 그 주변 가족의 상실감과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특히 영화는 아내 마사(바네사 커비)와 남편 숀(샤이아 라보프)이 바라보는 길이 어떤 식으로 달라져가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초반 출산일이 임박한 마사와 숀의 관계는 매우 좋아 보인다. 출산에 대한 기대감과 아이를 빨리 보고 싶은 설레임으로 가득한 그들은 출산 신호가 오자 조산사를 집으로 부른다. 그들은 병원보다는 집에서 조산사와 가정 출산을 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그렇게 영화는 초반 30분 동안 그들이 진통과 출산하는 과정을 아주 세세하게 관객에게 전달한다.
출산의 과정은 대체적으로 안전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는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은 전문 인력이 있는 병원에서 출산을 한다. 개인적으로 출산을 하더라도 영화에서처럼 전문적인 조산사가 그 과정을 옆에서 돕는다. 출산의 과정에서 많은 부분은 부부가 원하는 부분이 반영된다. 영화 <그녀의 조각들> 속 마사와 숀도 병원보다는 집에서 출산하는 것을 선호했고 그 방법을 부부가 선택했다. 그들의 방법 선택부터 출산의 최종 단계까지 무언인가가 잘못된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영화는 그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한다.
원하던 조산사는 아니지만 꽤 친절하고 전문적으로 보이는 다른 조산사가 왔고 단계별로 출산 과정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어 마사와 숀은 큰 어려움 없이 아이를 출산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지 몇 분 되지 않아 아이는 숨을 쉬지 못했고 구급요원을 불렀지만 아이가 거둔 숨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영화가 이렇게 초반 30분 동안의 출산 과정을 아주 디테일하게 다루는 이유는 이것이 주인공 마사와 숀의 심리상태를 변화하게 하는 아주 큰 사건이기 때문이다. 30분의 그 과정을 보고 나면 사람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다를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그 일련의 출산 과정들에 대한 판단을 온전히 관객의 몫으로 넘긴다.
비극적인 일 이후 서로 다른 대처 방식을 보이는 부부, 마사와 숀
출산 장면이 끝난 이후에야 영화 제목의 타이틀이 나오는데 영화를 보던 이들은 안타까움을 먼저 느낀다. 그리고 나서는 앞에서 본 사건에 대한 잔상을 통해 그것에 대해 판단하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전개되는 영화의 다음 이야기는 그 일의 원인 규명에 대한 일보다는 부부가 그 일이 벌어진 이후 대처하는 모습에 대한 것이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두 갈래로 나뉘어 각기 다른 방향을 본다. 다르게 말하면 각자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먼저 마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출산 전 하던 활동을 이어간다. 사무실에 출근하고, 마트에서 장을 본다. 반면 남편 숀은 아이를 잃었다는 슬픔에 잠겨 울음을 터뜨리고, 그 일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 애쓴다. 그의 노력은 결국 그것이 누구 때문인지 책임을 돌리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두 사람이 대처하는 방식 중 어떤 것이 더 옳은 것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각자의 방법으로 그 일을 잊고 털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인데, 각자의 방식이 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관계에도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기 자신을 보고 혼자의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 마사는 아이의 사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부검의의 말을 그저 말없이 듣고 있지만, 숀은 원인 없는 결과가 어디 있냐면서 화를 낸다. 마사는 자신의 안을 들여다보며 조각들을 맞춰가는 반면, 숀은 외부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여러 번 충돌한다. 그러면서 이 둘의 관계는 깨질 듯 말 듯 아주 위태로워 보인다.
영화 속에는 또 다른 시선이 등장한다. 바로 마사의 엄마 엘리자베스(엘런 버스틴)가 그녀의 딸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딸이 그 일의 책임이 마사 자신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주려 노력한다. 그래서 그는 그 모든 책임을 조산사의 실수로 돌리려 애쓴다. 주로 법적 투쟁을 통해 조산사를 처벌하려는 노력이다. 엘리자베스는 그 일을 함으로써 자신의 딸이 좀 더 편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숀과 함께 마사를 설득하려 애쓴다. 그의 이런 시선은 어쩌면 제 3자로서 자신이 지켜낸 소중한 딸의 아픔을 최대한 덜어내려는 엄마의 모습인지 모른다. 영화는 이런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엘리자베스와 마사의 충돌과 관계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마사의 심리를 정확히 전달하는 배우 바네사 커비의 연기
영화는 출산 장면을 길게 보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중반에는 마사의 심리 상태와 주변 인물들의 심리를 보여준 후, 법정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마사는 긴 고민 끝에 그만의 해결방법을 찾는다. 그런 과정에서 어떤 관계는 깨지고 어떤 관계는 다시 더욱 단단해진다. 그가 여러 가지 일을 겪는 동안,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심리적인 변화 과정이 매우 설득력 있게 표현되어 있는데, 그것을 전달하는 것은 바로 배우 바네사 커비의 연기력이다. 그저 액션 블럭버스터 영화의 주연 정도로만 생각했던 바네사 커비는 이 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력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한다. 눈물과 아픔을 억누르고 감정적인 반응을 내색하지 않으면서 그 상황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마사의 심리를 정확히 표현한 그는 작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연기가 훌륭했다는 사실을 증명받았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울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이후에는 관객들도 회복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완전한 회복은 아닐지라도 그다음 발걸음을 옮겨갈 수 있을 정도의 기운을 영화가 전달하고 있다. 주인공 마사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사과향은 그에게 선물처럼 다가왔다가 아프게 떠났다. 하지만 그 사과향은 완전히 그를 떠나지 않는다. 그녀의 기억 속에, 그녀의 사진 속에 그리고 그녀의 엄마인 엘리자베스의 기억 속에도 자리하며 마사의 다음 발걸음을 가볍게 할 것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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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조각들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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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너를 사랑한다는 것
해길랍 (海吉拉, Hijra in Between, 2018)
개봉일 : 2021.03.31 (한국 기준)
감독 : 채밀결
출연 : 허광한, 요애녕, 임의잠
그저 너를 사랑한다는 것
해길랍(海吉拉, 히즈라). 여성의 성 정체성을 갖고 있는 생리적인 남성 계층을 뜻하는 말. 남자이면서 여자의 정체성을 가진, 남자이기도 여자이기도 한 사람.
처음엔 <해길랍>이라는 영화 제목의 뜻을 모르고 허광한 배우만을 바라보며 이 영화를 골랐더랬다. 예고편으로 공개된 영상들의 분위기도 그렇고, 시놉시스 상으로도 그렇고 당연하게도 달달한 첫사랑 이야기쯤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 영화는 당연함의 범위가 아닌 색다름의 범위로 빗겨나간다.
새로운 소재와 영화의 초반부의 결은 상당히 좋다. <해길랍>은 허광한이라는 배우를 보며 가장 먼저 기대하게 되는 이미지를 온전히 만족시켜주며 한순간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 새로운 소재와 다소 가파르게 마무리되는 결말은 끝내 진한 호불호라는 결과를 낳게 되어 그 부분이 조금 아쉽다. 짧은 러닝타임의 탓도 있겠지만 초반부 로맨스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버린 느낌이랄까. 끝이 애매모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고, 그냥 허광한을 보시라.. 말하고 싶다.
해길랍 시놉시스
등굣길 버스 안, 반짝이는 서로에게 반한 ‘탕셩’과 ‘완팅’은 가슴 뛰는 첫사랑을 시작한다. 서로의 세상이 되어가던 어느 날, 충격적인 사고로 ‘완팅’은 한 통의 편지와 ‘탕셩’만 남겨둔 채 곁을 떠난다. 몇 년 후, ‘탕셩’ 앞에 새로운 친구 ‘류팅’이 등장한다. 낯선 익숙함에 잊지 못했던 감정이 자라나는데…
* 아래 내용부터는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원탕셩과 완팅은 등굣길에 매일 같은 버스를 탄다. 서로에 눈에 띈 두 사람은 무방비로 첫사랑에 빠지고 벅찬 두근거림을 느끼며 서로를 알아간다. 하지만 완팅의 사고와 동시에 이들의 첫사랑은 깨져버리고, 끝나지 않는 그리움만이 남은 시점에 새로운 모습을 한 인연이 다가온다.
자신의 모습을 비관하며 "이런 모습으론 널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하는 완팅과 "어떤 모습이든 사랑할게."라고 말하는 원탕셩. 상대방을 너무도 사랑하기에 사랑할 수 없다고, 사랑하기에 그마저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두 사람. 결론은 다르지만 결국엔 '사랑'이라는 한 방향으로 향하는 이들의 마음이 온전하게 하나가 될 수 있을까?
하나의 사랑을 향해 달려가던 중 커다란 갈림길을 만난 청춘의 흔들림이 미세한 진동을 타고 전해진다. 저주 같은 현실 앞에서도 너라는 사람을 사랑하기로 마음 먹는다는건 어떤 기분일까. 잘 상상되지 않는다.
또 다른 사랑의 모습을 보다.
모두가 지겨울 만큼 외쳐대는 사랑이란 건 무엇일까. <해길랍>은 청춘 남녀 3명을 통해 대부분의 사랑이 아닌 특별한 사랑을 그려낸다. 소심하지만 인연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착한 소녀 완팅,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진 완팅의 오래된 친구 시전, 용기 있게 첫사랑을 시작하고, 첫사랑을 잊지 못해 기다리고 있는 소년 탕셩. 세 사람은 아주 잠시지만 사랑의 라이벌이 되기도 하고, 빛나는 청춘을 함께 한 둘도 없는 절친 사이가 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감정을 선사하는 혼란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우정이라 생각했던 감정이 사랑이 되기도 하고 사랑이었던 그를 향한 감정이 먼 거리감으로 변하기도 하고, 다시 용기를 내 한걸음 다가서기도 하고 도망치기도 한다. 탕셩, 완팅, 시전은 우정과 사랑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영원할 거라 생각했던 사랑과 우정이 완팅의 변화와 함께 깨져버리고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던 각자의 정체성은 사정없이 흔들린다. 그리고 흔들림 끝에 만난 새로운 갈림길에서 세 사람은 용기를 짜내 마음이 이끄는 길로 향한다.
왠지 어색해진 사이 속에서 완팅의 변화는 사랑이란 감정을 더욱 명확히 정의해 줄 행운이었을지, 저주였을지 모르겠다. 이 이야기에서 단 하나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건, 세 사람 모두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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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9월 1주 신작 영화
[WEEKEND CHOICE MOVIE] #왓챠#왓챠신작 #왓챠영화
#다만악에서구하소서 #파이널컷 #담보 #또하나의약속 #솔트 #피로미나의기적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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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리뷰] 인간 캡틴 아메리카의 나름 의미 있는 중2병
어벤져스의 가장 큰 두 축은 누가 뭐래도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다. 그러니 이 둘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심화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지독한 중2병을 앓은 이유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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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슈퍼노바> 메인 예고편
여기, 우리의 별이 머물렀다.
오랜 시간 서로의 구세주이자 사랑하는 연인,
그리고 최고의 친구로 지내온 ‘샘’(콜린 퍼스)과 ‘터스커’(스탠리 투치).
기억을 잃어가는 ‘터스커’와 그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샘’은
마지막 여행을 떠나게 된다.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여행이 끝나갈수록,
그들의 감정은 점차 고조되는데…
차마 사라지지 못하고 우주를 떠돌 마음의 파편,
그곳에 가장 빛나는 사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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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영화의 거리> 메인 예고편
영화 로케이션 매니저와 감독으로 부산에서 재회한 선화와 도영.
헤어진 연인에서 일로 만난 사이가 된 이들의
끝났는데 끝난 것 같지 않은
쎄한 fall in 럽케이션 밀당 로맨스가 시작된다!
♥ <영화의 거리> fall in 럽케이션 키워드 가이드 ♥
* 장르/배경: 로맨스, 현대물, 코미디, 전문직
* 관계: 연인>일.만.사, 재회물, 오래된 연인, 엇갈림, 밀당, 첫눈에 반한
* 여자 주인공: 로케이션매니저, 사이다녀, 능력녀, 유쾌녀, 우월녀
* 남자 주인공: 영화감독, 츤데레남, 뇌섹남, 능력남, 계략남, 후회남
* 이럴 때 보자: 헤어진 연인이 일로 만난 사이가 된 리얼 이불킥 로맨스가 보고 싶을 때
* 공감 대사: “니 진짜 사람 속 헤집어놓는데 뭐 있네. 여기 왜 다시 왔는데”
“일단 사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일한 땐,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