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샤2024-12-09 00:18:45
석탄의 온기를 머금은 아름다운 손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리뷰
연말연시의 달뜬 분위기 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채우는 것은 무엇일까? 지나간 한 해를 아쉬워하는 마음도 크겠지만 '내년은 올해보다 낫겠지, 조금은 더 행복하겠지'라고 되뇌며 두꺼운 먼지로 뒤덮인 희망의 자리를 쓸고 닦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이에게는 희망을 떠올리는 짧은 순간조차 호사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쉴 틈 없이 불행의 융단폭격을 견뎌야 하는 그에게 필요한 것은 그의 손을 잡아 줄 다른 사람의 손이다.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단 한 사람의 손이 미술품 복원가처럼 섬세한 손길로 부스러진 영혼을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1985년, 아일랜드의 소도시에서 아내, 다섯 딸과 함께 살면서 석탄을 파는 '빌 펄롱(킬리언 머피)'. 그는 단조롭고 평온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커다란 상처를 품고 있다. 그 상처는 수십 년이 지나도 아물지 않아서 시도 때도 없이 그를 엄습해 그의 수면을 방해하고 급작스러운 눈물을 유발한다. 빙하의 크레바스(crevasse, 빙하의 표면에 생긴 깊은 균열)처럼 깊은 상처를 지닌 그가 어떻게 타인에게 온정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천애고아가 된 그를 윌슨 부인과 네드 아저씨가 보살펴 주었기 때문이다. 빌의 유년 시절은 그에게 평생 동안 잊지 못할 트라우마를 남긴 동시에 곤경에 처한 타인을 도저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게 만들었다.

빌이 사는 아일랜드의 소도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과 이름을 아는 작은 공동체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에는 수녀원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수녀원 내부에서 발생하는 사건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귀를 닫고 입을 닫는다. 오직 빌만이 고통받는 소녀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며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삽으로 석탄을 푸고, 포대에 담고, 운반하느라 빌의 손은 늘 거무튀튀하지만 그의 손은 이 세상 그 누구의 손보다 맑고 따듯한 손이다.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빌처럼 마음이 여린 사람이 어떻게 이처럼 거대한 용기를 낼 수 있었는지 찬찬히 보여준다. 빌의 마지막 선택은 진정한 크리스마스 정신이 무엇일지 곱씹게 만든다.

'빌 펄롱' 역을 맡은 킬리언 머피뿐만 아니라 수녀원장 '메리' 역의 에밀리 왓슨, 빌의 부인 '에일린'을 연기한 에일린 월쉬, '사라' 역의 자라 데블린 등 주조연들의 연기 앙상블이 빛난다. 정중동의 카메라 워크는 특정 공간과 인물들의 관계성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여러모로 마음이 무거운 연말이지만 빌처럼 사심 없는 이타심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합친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끝)
* 씨네랩의 초청으로 12월 4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이처럼 사소한 것들>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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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듄' 리뷰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습니다.
**주로 영화 자체의 이야기보다는 세계관에서 파생되는 생각을 쓰겠지만,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SF 영화에서 던지는 주제의식은 언제나 미래지향적일까? 21세기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지금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듄은 이런 생각들이 자유롭게 떠올랐던 영화였다. 나는 정확하게 그런 이유 때문에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 내가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를 신뢰하는 이유는 경계 없는 사유의 여지를 만들어두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원작 소설에서도 내가 생각했던 부분의 이유가 나오는지는 모르겠으나 나온다면 영상화를 굉장히 잘 해낸 것이라 생각한다. 실물로 구현해낸다고 했을 때 원작에 구체적으로 묘사된 내용을 표현하는 것보다 구현하기 어려운 건 저 세계관에서 통용되는 상식이나 통념, 구조를 시각화하는 일이다.
이게 말이 쉽지 단지 몇 마디로 퉁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인물들의 대사나 자막 몇 개로 설득할 수는 없다. 극 중에 등장하는 사건-대화-도구를 종합해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 사고방식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면 관객들은 그 세계에 몰입한다. 스크린이라는 벽을 넘어서 주인공의 여정에 함께하는 느낌을 받는다. 여기서 드니 빌뇌브 감독은 긴 호흡으로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길다는 특징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도 있었다. 나는 이야기 자체를 까다롭게 고르지 않는 편이라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지만 주변에선 몰입이 아예 어려웠다고 말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내가 이 영화에 재미를 붙이고 몰입할 수 있었던 근거는 영화에서 묘사하는 사회 구조에 있었다. 영화에는 제국과 공작, 남작과 같은 작위가 등장하며 향신료와 '상호 간의 계약'을 이야기한다. 나는 이 지점이 영화를 이해하는 핵심적인 키라고 생각한다. 유럽의 봉건제 구조를 SF 배경으로 옮겨놓았다. 귀족 집안 사회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역학 관계의 현실감이 굉장히 핍진했다. 현실 세계의 역사를 상징으로 치환해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 소설을 읽어보면 더욱 명확해질 거 같지만, 이런 이유로 배경은 익숙하지 않아도 인물들의 행동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했다.
저 봉건적 구조의 작동 원리를 안다면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가주인 레토 공작의 행동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봉건제는 계약을 통해 형성되는 주종 관계다. 유럽의 봉건제는 아시아의 봉건제와는 다르기에 레토 공작의 행동도 그런 배경을 염두하고 보면 이해가 쉽다. 그가 함정임을 알면서도 임무를 수행했던 이유는 충성과는 거리가 멀다. 아들인 폴의 생모인 레이디 제시카와의 관계도 그렇다. 그녀는 레토 공작의 연인이지만 부인은 아니다. 정략혼인은 봉건적인 정치 체제 아래에서 동맹을 확보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니까 레토 공작은 부인의 자리를 비워둘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사건이 벌어지는 배경은 머나먼 미래지만 그 사회를 이루는 구조는 고전적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생각해보면 SF를 다루는 다양한 문학이나 영상 작품들을 보면 꼭 '은하 제국'이 등장한다. 각 행성마다 지적 생명이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서 은하계를 다스리는 제국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다. SF 세계 속의 정치 체계가 전제군주정이라는 점은 어떤 의미가 있지 않을까. 만약 행성 간 여행이나 이동이 자유로워지는 시점이 오게 된다면 우리가 소속감을 느끼는 집단의 규모도 달라질 것이다. 행성 단위로 주거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생활양식이나 사고방식에 차이가 발생할 것이고 국가라는 단위의 인식 체계 또한 바뀔지 모른다. 혹시 모르지 그때가 되면 한국 사람이라는 설명보다 '지구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자유로운 이동의 수준에 따라 수많은 시스템이 바뀐다. 성간 이동의 연료가 되는 스파이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갈등을 다룬 이 장대한 서사시는 그래서 매혹적이다. 이권을 중심으로 인물 간의 당위와 목적이 명확하게 엿보인다. 저 스파이스의 유통권을 쥐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렇기에 유통시켜야만 한다 '스파이스는 흘러야 한다'. 성간 이동이 어려워지면 궁극적으로는 저 체제를 유지하는 게 어려울 테니까. 그만큼 귀중한 자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권력이 명확하게 집중되어 있어야 한다. 자원의 생산부터 정제, 활용까지의 과정이 막히면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민주정, 공화정은 행성 규모의 생명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체제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듄을 보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소설 '은하영웅전설'도 생각이 나고 게임 '크루세이더 킹즈' 시리즈도 생각이 났다. 은하영웅전설을 통해서는 카리스마를 지닌 걸출한 한 인물에 집중해서 정치 체제를 고찰해볼 수 있고 크루세이더 킹즈를 통해서는 가문의 존속을 위해 감당해야 하는 것들을 알아볼 수 있다. 아무래도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이라고 생각하고 보니 그런 작품들이 떠올랐다. 이 시리즈 자체가 거대한 프로젝트인 만큼 이번 편은 주인공인 폴의 기원을 다루고 있지만 앞으로 나올 내용에는 정치적인 내용이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우주 사극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근사한 영화였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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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달, 작가, 밀수꾼, 첩보요원 조인성 그는 대체!
[극장]에서는 밀수꾼, [디즈니+] 에서는 첩보요원! 조인성 배우는 캐릭터의 폭이 다양하고 넓은 배우 인데요. 첩보원, 밀수꾼, 작가, 영화와 드라마 로맨스, 액션까지 못하는게 없는 보기만해도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조인성의 대표 필모그래피 같이 함께 살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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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는 우여곡절 끝에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을 만나 핵심 라인을 타고 승승장구 하게 된다 정권이 교체되는 중요한 시기, 새로운 판을 짜며 기회를 노리던 이들 앞에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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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외상에는 병적으로 집착하며 호들갑을 떨지만 마음의 병은 짊어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 사랑을 되짚어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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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으로 고립된 낯선 도시, 대한민국이 UN가입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시기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는 일촉즉발의 내전이 일어난다. 통신마저 끊긴 그 곳에 고립된 대한민국 대사관의 직원과 가족들은모가디슈를 탈출하려 하는데
밀수
평화롭던 바닷가 마을 군천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해녀들. 그러던 어느 날,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오고 사람들은 서로를 속고 속이며 거대한 밀수판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무빙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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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울의 아들 / Son Of Saul
/ 줄거리 /
시체처리반 일명 '존더코만도'인 사울은 주검이 된 자신의 아들을 발견하고
아들의 장례를 제대로 치뤄주기 위해 시체를 빼돌리고, 랍비를 찾아나선다.
/ 영화의 특징 /
이 영화는 1.37:1 비율의 화면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카메라의 시선은 사울의 뒷모습을 쫓는다.
이러한 화면의 비율은 나치수용소의 폐쇄적인 느낌을 극대화시켰으며
사울의 뒤를 쫓는 카메라워킹은 우리가 사울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들며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시체들을 계속 '토막'이라고 칭하며 인간존엄성이라는 것이 없는
나치수용소의 실체를 제대로 보여준다.
/ 간단한 고찰 /
1. 사울은 왜 그토록 아들의 장례를 치루어주기 위해 노력했는가?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을 나무토막다루듯이 처리하던 사울은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죄책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아들을 위해 제대로 된 장례를 치루어 줌으로써 평소 갖고 있던 죄책감을 덜고, 단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된 장례를 치루어 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
아들을 위한 기도와 장례지만 그 사이에 평소에 자신이 처리해 왔던 모든 사람들 그리고 무고한 희생을 당한 사람들을 위한 마음이 있지 않을까 싶다.
2. 그 아이는 진짜 사울의 아들일까?
영화를 보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아들의 장례를 치루어지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여지지만, 이게 과연 부성애일까?
내 생각에는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영화 중간중간에 사람들은 사울에게 '너는 아들이 없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말에 사울은 정확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회파하거나, '아니, 지금 내 와이프의 아들은 아니고 중얼중얼' 하며 횡설수설한다.
또한, 수용소의 특성상 그리고 사울의 처지를 미루어 보았을 때 아무리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이라 하여도, 아들이 다시 죽임을 당할 때 그렇게 멍한 표정으로 바라 볼 수 있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울은 왜 그 아이를 자신의 아들이라 생각하고, 장례를 치루어주기 위해 자신뿐만아니라 동료들 마저 희생시켰을까?
위에서 말했다시피 자신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그리고 '아들의 장례'라는 것이 사울에게 있어서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나가기 위한 삶의 목표의식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3. 마지막장면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이를 보고 환하게 웃은 이유?
위에서 말했다시피, 아들이 사울의 진짜 아들이 아니었다면
사울이 장례를 치루어 주고자 한 아이는 사울의 죄책감과 목표의식등이 투영된
대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꼭 그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들에게도 투영가능하지 않을까.
따라서 내 생각에 그 아이는 강에서 감정투영의 대상이었던 아이를 잃고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사울에게 보여진 새로운 감정투영의 대상이었고,
사울의 의미 모를 환한 미소는
' 너라도 탈출할 수 있어서 (혹은 살아서) 다행이야'
하는 의미를 담고 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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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키즈 크리에이티브 2
클린턴은 기숙사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10살인 어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크리켓 골든 트로피를 얻었던 만큼 크리켓을 잘했다. 기숙사에서 키가 큰 아이가 자신을 괴롭히고 비하하는데 클린턴은 자신의 화를 참으며 과거에 트로피를 손에 쥐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클린턴은 기숙사 학교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아이이다. 식당에 빌린 돈이 많아 갚지를 못해 밥도 못 먹고 선생님도 클린턴을 소외시키고 만다. 이런 극악의 상황에서 자신과 같은 전학생을 본다. 그 전학생도 말수가 적고 소외당하는 아이지만 클린턴은 그 애와 친해지고 싶어 한다. 기숙사에서 힘든 시간을 겪은 클린턴에게 기회는 있을까?
제인은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8살 어린이다. 하지만 그녀를 키우던 엄마가 우울증으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게 되어 할머니 집에 맡겨지게 되자 싫은 감정을 내보인다. 할머니는 그런 제인에게 양파 파이를 만들어주고 레시피도 공개하지만 싫증이 난 제인은 집 뒤뜰에 있는 숲에 가게 되고 길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눈을 뜨자 자신 앞에 보이는 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고 거대한 몸집의 큰 거인이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도망치려 하는데... 이 거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아의 소수 민족인 아제리 민족은 유목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여성들과 아이들은 글자를 못 읽기에 학교에 가지 못한다. 그러던 중에 파샤의 딸인 귀네쉬는 글자를 읽고 공부를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귀네쉬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파샤의 자랑스러운 딸이 될 수 있을까?
어린이들이 미래의 중요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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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육십에 성폭행을 당하면 벌어지는 일, 영화 <갈매기>
갈매기 (Gull, 2020)
제작 : 한국, 드라마 │ 감독 : 김미조
출연 : 정애화(오복), 장유(남편), 고서희(큰딸), 김가빈(막내딸)
등급 : 15세 관람가 │ 러닝타임 : 75분"아 이 언니가 나이 먹고 왜 이래?"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건 뭘까. 딸 셋을 낳고 시장 좌판에서 몇십 년을 억척스럽게 일해온 ‘오복’은 이른바 나이 먹은 여성이다. 그녀는 배운 건 없지마는 생선을 팔아 딸내미들을 모두 대학공부까지 시켰다는 긍지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오복의 또 다른 이름은 평범한 어머니다. 나 하나를 키우기 위해 32년간 궂은일 마다 않고 살아온 울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딸의 혼사를 앞둔 어느 날, 오복은 시장 사람들과 술을 기울이다 수모를 당했다. 밤이었고, 술에 취했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떠난 뒤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오복은 육십이 넘어 그런 일을 당한 것에 무어라 쉽게 정의 내리지 못한다. 그저 ‘사과를 받아야 할 일’쯤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의 억울함보다, 딸의 혼사에 방해가 될까, 남편에게 괜한 신경 거리가 될까, 시장 사람들한테 수치가 될까를 먼저 고민한다. 오복은 그렇게 며칠을 끙끙 앓으며 가족들 몰래 산부인과를 찾고, 가족들 몰래 피 묻은 이불을 빨고, 범인의 영업장에 가서 수족관을 깨버리는 것 정도로 이 일을 덮으려 생각했었다.
그러다 처음으로 큰 딸에게 사실을 털어놓았을 때, 그래 놓고도 괜한 말을 했다며 곧바로 후회하면서도, 큰딸이 경찰에 신고할 것을 제안하자 오복은 처음 용기를 얻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신고는 신고일뿐. 목격자도 증인도 없는 외로운 상황 속에서 오복은 자신이 성폭행당했음을 증명할 방도가 없다.
우리 엄마 세대의 여성에게도 미투는 유효한가 ?
60대 여성이 자신의 성폭행 사실을 세상에 털어놓는 과정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비교적 괜찮은 시대에 태어났다고. 내 동의 없이 이루어진 부적절한 스킨십을 언제든 ‘추행’으로 고발할 수 있는, 내가 입 밖으로 꺼내기만 한다면 나 같은 여성들의 지지가 언제든 뒷받침될 수 있는 세상에 태어났음에 때때로 감사할 때도 많다. 하지만 그건 2021년을 살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 여성’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까. 우리의 엄마들은? 육십이 넘어 일찍이 폐경을 한 우리 엄마들 세대의 여성들에게도 과연 그럴까? 영화 속 오복을 보니 그런 것 같지가 않다.
부끄럽게도 나 또한 한 번도 엄마 나이대 여성의 성폭행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엄마는 내게 조심하라고 하는 사람이었지, 당신이 조심해야 할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엄마는 언제나 거대하고 굳건해서 엄마가 누군가의 성범죄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배제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들도 성폭행을 당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오복이 그랬던 것처럼 가족에게 상처가 될까 봐, 나이 먹고 부끄럽게 왜 이러냐고 할까 봐, 그렇게 성폭행 피해 사실을 숨겨온 엄마들이 내 생각보다 많을지도 몰랐다.
성범죄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젊은 여성에게는 물론, 생식기능이 전혀 없는 소아부터 노년의 여성에게까지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전방위적 범죄다. 문제는 우리 사회 성범죄 의식의 범주가 ‘젊은 여성’에 포커싱 되어있는 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젊은 여성들은 언제든 ‘미투’로 지지받고 상대를 수장시켜버릴 수 있는 반면, 나이 든 여성들은 왜 이런 사실을 함구하는 데에 익숙할까 하는 것이다.
우리 엄마도 언제든 당할 수 있는 일
“우리말로 한강에 배 한번 지나갔다고 생각해” 라던 오복의 시장 동료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남의 눈치만 보다가 나는 언제 챙기냐”던 오복의 말도 그래서 서러웠다. 바야흐로 힘 있고 당당한 여성들이 세상을 이끄는 세상이다. 그러나 그 세상이 우리 밀레니얼 세대 여성의 전유물만은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는 소리 내면 안된다던 시대적 굴레에 갇혀, 또 엄마와 아내라는 프레임에 갇혀 목소리를 내기 힘든, 중년 이상의 여성들에게도 용기와 힘이 전해져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 바람과는 달리, 오복은 자신의 피해사실을 결국 증명해낼 수 없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보리색 모닝을 끌고 엄마의 억울함을 벗기려고 곁에 머문 건 오복의 두 딸들이었다. 이 영화는 여성을 위한, 그 속에서도 우리 엄마 세대 여성의 용기에 대한 헌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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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리만족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푸드트립 영화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가슴은 뛴다.
나 어렸을 때도 그랬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렇고,
늙어서도 그럴 것이다.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My Heart Leaps Up - Willaim Wordsworth)
2010년 영국 BBC에서 방영된 TV 시리즈 "The Trip"을 영화화한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트립 투 잉글랜드>는 잉글리쉬 듀오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의 먹고 마시는 여행기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립 투 시리즈'는 단순 먹방을 넘어선 예술적인 영화이기도 한데요. 시리즈 1편인 <트립 투 잉글랜드>에서는 영국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삶을 좇았고, 속편인 <트립 투 이탈리아>에서는 마찬가지로 영국 낭만파 시인 '바이런'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을 그려냈기에 관객의 '지적 만족감'까지 채워줄 수 있는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시! '트립 투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유럽의 아름다운 풍광 아래에서의 펼쳐지는 미슐랭 투어가 아닐까 싶은데요. '유럽'은 물론 해외 여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영화를 통해 더 큰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식당들이 '미슐랭' 스타를 받은 식당인 것도 한몫하지만요)
그중에서도 시리즈의 시작인 <트립 투 잉글랜드>는 음식이 맛없는 나라 1위! 라는 편견을 깨줄 수 있는 영화이기에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영국에서 미식 여행이 가능해? 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사실 영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식당들이 많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없을 뿐, 식당과 요리사는 잘못이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영국의 미식탐험가 듀오가 Mukbang을 펼친 6곳의 식당을 살펴볼까요?
잇츠 CINE PICK!1. The Inn At Whitewell별이 하나도 둘도 아닌 5개 짜리 호텔에서 즐기는 미식은 어떨까요? 영국 북서부의 랭커셔주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인 이곳은 직접 기른 채소와 허브를 활용하여 재료의 맛을 한껏 살린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인데요. 무려 엘리자베스 여왕이 80번째 생일을 맞아 점심 식사를 한 곳으로 큰 화제가 되었던 식당입니다.
2. Hipping Hall중세시대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곳은 유서 깊은 5성급 호텔이지만 시대 흐름까지 잘 캐치한 모던한 식당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먹방 듀오가 다녀간 이후, "Hipping Hall" 측에서 직접 그들이 고른 코스와 더불어 약간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전해 주었는데요. 인텔리전트 먹방 듀오가 고른 6코스 메뉴는 이렇다고 합니다.
Hand dived Scallops (again!), Roasted Cauliflower Purée, Caper Emulsion
Confit Pork Belly, Roast Langoustine, Langoustine Bisque
Roast Halibut, Potato Espuma, Mussel Chowder
Roast Saddle of Holker Hall Venison, Parsnip Purée, Creamed Cabbage, Wild Mushrooms
Pre-Dessert
‘Rhubarb and Custard’3. L'Enclume제철 식재료를 활용하여 최상의 요리를 선사하는 이곳은, 지역의 특색은 유지한 채 모던함까지 갖춘 곳으로 무려 미슐랭 2스타를 받은 식당이기도 합니다. 산과호수로 둘러싸인 지역이자 워즈워스가 사랑했다고 알려진 Lake district 에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오감만족 여행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4. The Angel at Hetton요크셔 지역의 5성급 호텔에서 즐기는 영국 오리지널 요리는 다르다! 요크셔 푸딩은 영국 음식이 맛없다는 편견을 버리게 하는 요리이기도 한데요. 지역색이 매우 강한 것으로도 잘 알려진 요크셔 지역은 특히 지역 전통 음식이 유명한 곳입니다. 영국 내 먹잘알 도시 요크셔 내 TOP 이라는 이곳은 비주얼부터 다르네요~
5. Holbeck Ghyll'자연 속에서 즐기는 미식 여행' 이라는 트립 투 시리즈의 컨셉에 매우 걸맞는 이 식당은 산과 호수를 내려다보며 파인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호텔 겸 식당입니다. 마치 풍경화 같은 창 밖 풍경을 보며 마시는 와인 한 잔이야 말로 그들이 일상을 벗어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사치 아닐까요?
6. The Yorke Arms요크셔 지역의 또 다른 호텔! Yorke Arms 입니다. 영화는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흔적을 따르고 있지만, 요크 지역은 사실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브론테 자매'의 "폭풍의 언덕"의 배경지가 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영국 듀오의 만담이 전부인 고요한 곳에서 그들은 음식에는 정해진 규칙이 없다는 요크 암즈의 신념에 따라 매우 특별한 음식을 즐깁니다.
짧은 여행을 의미하는 trip인 만큼
우리도 이들의 여행이 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들 역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하는 동안만큼은
우리가 잠시 wanderer 가 되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니까요
이 시리즈를 보는 동안은 잠시 현실로부터 벗어나 보는 건 어떨까요?
트립 투 시리즈와 함께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세요.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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