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4-11-15 16:57:27
나 역시 자인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 <가버나움>
아이의 손에 칼을 쥐게 한 것은, 그가 피를 보겠다는 선택을 한 것은-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있습니다.
<가버나움> Capernaum, 2018 제작
레바논 외 | 드라마 | 2019.01.24 개봉 | 15세이상관람가 | 126분
감독: 나딘 라바키
나 역시 자인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 <가버나움>
이 영화는 이오아나 유리카루의 <레모네이드>(2018),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2004), <어느 가족>(2018), 션 베이커의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와는 분명 다르게 다가온다. 나열한 영화 속 주인공들을 모두 만났다 자부해도 <가버나움> 속 자인과의 만남을 ‘익숙하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직접 보지 않으면, 미디어에서 떠들어대는 ‘15분의 기립박수’와 ‘각종 영화제에 초청받았다’는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없지도 모른다. <가버나움>은 어느 리뷰에서도 완벽히 해석할 수 없는 작품이다.

‘가버나움’은 성서에 등장하는 도시로, 예수가 축복하는 동시에 인간의 욕심에 의해 처참히 무너져 내릴 거라 예언한 곳이다. 성서에서는 ‘축복’과 ‘멸망’을 함께 품고 있는 마을이지만, 자인이 사는 곳은 오직 ‘멸망’만이 존재한다. 감독의 가버나움은 기적보다, 혼돈에 초점을 맞췄다.
<가버나움>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각자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가난은 그들에게 지독한 굶주림과 끝없는 노동을 강요한다. 대부분은 자신에게 주어진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지만, 유일하게 자인의 부모만이 기구한 인생에 절망하기만 한다. 자식들에게 아무런 힘이 없는 이름을 던져주고 거리로 내쫓는다. 우리가 자인에게서 일말의 희망도 기대할 수 없는 까닭은 함께 사는 부모가 여전히 젖병을 물고 신세 한탄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혼돈 속에 갇힌 자인을 복잡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의 색 바랜 빨간 신발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다.

사하르(여동생)가 생리를 시작하자, 자인은 불안함을 내비친다. 그녀도 떠나간 다른 여동생처럼 남자에게 팔려갈 것이 분명했다. 그 주도권은 자신의 부모가 휘두를 것도 아이는 알고 있었다. 끝내 자인은 여동생을 가게 주인에게 빼앗기고 만다. 지키겠다 맹세한 오빠의 절실함은 부모의 매질로 손쉽게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집을 나와 무작정 버스를 타고 떠난 자인은 바퀴맨 복장을 한 할아버지를 따라 작은 놀이동산에 내린다.
놀이동산, 그곳은 아이에게 주어진 새로운 세상일까? 페인트가 다 벗겨진 놀이기구를 통해 짐작했겠지만, 역시 아니다. 하지만 자인은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 너무나 자신과 똑같은.
아이는 식당에서 일하는 라힐과 그녀의 딸 요나스를 만난다. 요나스를 집에서 돌보는 것으로 자인은 라힐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다. 나무판자들이 간신히 바람을 견디고 있는 판자촌에서 아이는 또다시 동생을 성심성의껏 돌본다. 비극에 비극이 더해지는 순간에도 그들은 내내 웃고 있고, 우린 말 못 할 고통을 느낀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에는 너무나 익숙한 하루일 뿐이었고 미소마저 사라지게 할 여유가 없었을 뿐이었다.
가버나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자인만이 아니다. 불법체류자 라힐 역시, 딸과 안전한 삶을 살기 위해 새로운 신분증을 구해야만 한다. 비극 속에 살고 있지만, 그들은 생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순식간에 라힐이 경찰에 잡히고, 자인은 요나스와 긴 기다림을 함께 하다 결국 불법 신분증을 만드는 어른에게 속아 요나스를 두고 집으로 향한다. 출생신고서를 가지러 집에 온 그 순간, 사하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불행이 끊임없이 두 사람을 덮쳐오지만, <가버나움>은 이를 너무나 태연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한다.
그렇게 자인은 법정에 서서 순순히 자신이 한 충격적인 행동을 읊는다.
여동생의 남편을 칼로 찔렸음을.

절망스럽지만, 자인이 간신히 암흑을 찢고 나와 처음 마신 건 엄마의 모유가 아니라 술이었을 것이고, 처음 눈을 떠 본 것은 밤마다 헐떡이는 부모의 옆모습이었을 것이다. 일찌감치 깨달았겠지.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열두 살로 추정되는 아이는 부모를 고소하기 전까지 그 권리가 자기에게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부모는 아이의 앙상한 신체를 때리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끝내 아이를 자기의 손으로 가버나움에 가둬버린다. 더 충격적인 건, 그들이 끊임없이 가버나움 안에서 새 생명을 갈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자인의 손에 칼을 쥐게 한 건, 가난에 힘입어 현실을 부정하는 법밖에 모르는, 무능력하면서 요란하기만 한 부모의 만행 때문이다. 따라서 자인이 법정에 서서 ‘가난이 아닌 부모를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 건 당연한 결과다. 모든 걸 통달한 어린아이의 나지막한 선언이 이 작품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도 다니지 못했던 아이가 스스로 삶의 고난과 슬픔을 터득했음에도 가족은 불완전하다 못해 제대로 형성되지도 않았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었던 자인에게 가족은 더 이상 가족이 될 수 없었고, 아이는 선택한다. 부모를 버림으로써 자신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기로.
그렇게 밝은 웃음을 지으며 다시 시작한다.
<가버나움>는 감각적인 장면 전환과 역동적인 스토리, 실제 빈민가에서 캐스팅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완성된 수작이다. 그 덕에 필자는 쉽게 감동할 수 없었다. 물론 감동과는 아주 먼 이야기지만, 이 작품을 ‘레바논의 고립된 현실에 직격탄을 날리는 영화’라고만 정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확신한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나 역시 자인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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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편지' 이야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편지 쓰는 걸 좋아하시나요?
디지털 기기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은 많지 않지만,
화면 너머의 정갈한 글씨보다 손으로 쓴 삐뚤빼뚤한 글씨에서 더 진심이 느껴질 때가 있죠.
그래서일까요? 여전히 많은 영화에서 '편지'는 매우 중요한 소재로 쓰이곤 한답니다.
오늘은 가슴 절절한 연애편지부터 인생의 지혜를 전해주는 따뜻한 편지까지!
다양한 편지가 등장하는 아름다운 영화 5편을 소개해 드릴게요.
시월애(2000)
A Love Story
ⓒ 익스트림무비
우편물을 부탁하는 편지로부터 시간을 거스르는 사랑까지
감독: 이현승
출연: 이정재, 전지현 등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판타지
러닝타임: 94분
단역 전문 성우 은주(전지현)는 1년간 살던 바닷가의 집 '일마레'를 떠나며 우편함 안에 다음 주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남긴다. 그러나 그 편지는 시간을 거슬러 은주보다 먼저 '일마레'에 살았던 건축가 성현(이정재)에게 전달되고, 편지를 통해 서로의 아픔을 나누는 사이가 된 두 사람. 급기야 성현은 자신을 알지 못하는 과거의 은주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미래의 은주는 헤어진 애인을 잊지 못하고 과거의 성현에게 자신과 그가 헤어지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은주를 사랑하게 된 성현은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러 가는 길에 사고를 당하게 되고, 성현이 자신의 부탁 때문에 사고를 당함을 알게 된 은주는 사고를 막기 위해 성현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가 늦지 않게 그 편지를 받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영화의 제목 '시월애'는 한자로 썼을 때 '時越愛'로, 직역하면 '시간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아름다운 비주얼로 호평을 받은 동시에 영화제, DVD 등을 통해 해외로 수출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 2000년대 초에 한국영화 팬덤을 이끌었던 주역으로 손꼽히며, 2006년 할리우드에서 <레이크 하우스>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하였다.
성현에게 보내는 은주의 편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사람들이 가까워지면
점점 더 기대를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보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들 너무 멀리 있어요.
2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나요?
그냥 약속을 잊으신 거면 좋겠어요.84번가의 연인(1987)
84 Charing Cross Road
ⓒ MUBI
도서주문 편지에서 시작된 20년의 우정
감독: 데이비드 휴 존스
출연: 앤 밴크로프트, 안소니 홉킨스, 주디 덴치 등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00분
가난한 작가인 헬레인 헨프는 대단한 독서광으로 읽고 싶은 고전들을 싸게 사 보기 위해 영국 런던 84번지에 있는 중고책방에 편지로 책을 주문한다. 이를 계기로 서점 직원 프랭크 도엘과 평생을 정신적 교류를 나누는 정신적 연인이 되어 편지로만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 때론 귀한 책 한 권에 함께 감동하고 때론 분노하면서 사소한 주변 얘기도 곁들며 가며 인생을 논할 수 있었던 건 프랭크, 헬레인 두 사람 다 따뜻한 인간애와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정신, 여유롭고 유머가 풍부한 점에서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프랭크가 죽기까지 영국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헬레인은 프랭크가 죽고 난 후 어느 날 문득 그녀가 그토록 동경했던 그 서점에 가서 감상에 젖는다.
뉴욕의 무명작가와 런던의 고서점 관리인이 실제로 1949년부터 무려 20년 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책 <채링크로스 84번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영화의 대부분이 두 사람 간에 오간 편지글로 채워져 있으며, 긴 세월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만큼 영화 속 사건들에 당대의 역사 또한 고스란히 녹아 있어 더욱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프랭크에게 보내는 헬레인의 편지
전 고전 작품을 즐겨 읽는 가난한 작가인데
이곳엔 제가 원하는 책이 없어요.
있어도 가격이 비싸죠.
찾고 있는 책의 목록을 동봉합니다.
목록 중 5달러 이하의 책이 있다면
이 편지를 주문서로 여기시고
그 책들을 제게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헬레인 헨프 드림.윤희에게(2019)
Moonlit Winter
ⓒ 네이버 영화
오랫동안 하지 못한 말, 나도 네 꿈을 꿔.
감독: 임대형
출연: 김희애, 김소혜, 나카무라 유코 등
장르: 멜로/로맨스
러닝타임: 105분
"윤희에게, 잘 지내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윤희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편지. 편지를 몰래 읽어본 딸 새봄은 편지의 내용을 숨긴 채 발신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여행을 제안하고, 윤희는 비밀스러웠던 첫사랑의 기억으로 가슴이 뛴다. 새봄과 함께 여행을 떠난 윤희는 끝없이 눈이 내리는 그곳에서 첫사랑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는데…
여러 단편영화들을 통해 국내외 다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임대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두 번째 장편영화.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굵직한 내공을 보이고 있는 김희애와 나카무라 유코가 주연으로 함께했으며, 개봉 이래로 팬덤 '만월단'까지 만들어내며 호평일색을 받았다. 국내의 여러 퀴어 영화들 중에서도 젊은 세대가 아닌 부모 세대의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장점이다.
윤희에게 보내는 쥰의 편지
잘 지내니?
오랫동안 이렇게 묻고 싶었어.
너는 나를 잊었을 수도 있겠지.
벌써 20년이나 지났으니까.
갑자기 너한테 내 소식을 전하고 싶었나 봐.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지 않니?
뭐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질 때가.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9)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 네이버 영화
미처 전하지 못한 진심
감독: 데이비드 핀처
출연: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등
장르: 판타지, 멜로/로맨스, 드라마
러닝타임: 166분
1918년 제1차 세계 대전 말 뉴올리언스, 80세의 외모를 가진 사내아이가 태어난다. 그의 이름은 벤자민 버튼. 부모에게 버려져 양로원에서 노인들과 함께 지내던 그는 자신이 시간이 지날수록 젊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고, 12살이 되어 60대의 외모를 가지게 된 그는 어느 날 6살 소녀 데이지를 만난 후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잊지 못하게 된다. 청년이 되어 세상으로 나간 벤자민은 숙녀가 된 데이지와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비로소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벤자민은 날마다 젊어지고 데이지는 점점 늙어가는데…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가 집필한 단편 소설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을 원작으로 제작한 영화. <세븐>, <파이트 클럽> 등을 연출한 데이비드 핀처가 감독으로 참여했으며, 아름다운 영상미와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인생영화로 꼽는 작품이다.
딸에게 보내는 벤자민의 편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에 너무 늦은 건 없단다.
내 경우엔, 너무 이른 건 없다고 할 수 있겠지.
꿈을 이루는 데 시간제한은 없단다.
원한다면 언제든 새롭게 시작해도 돼.
네가 자랑스러워하는 인생을 살기 바란다.
혹시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거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강인함을 갖기 바라마.캐롤(2016)
Carol
ⓒ 네이버 영화
단 한번, 겨우 전한 진심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등
장르: 멜로/로맨스
러닝타임: 118분
1950년대 뉴욕, 맨해튼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루니 마라)와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케이트 블란쳇)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을 느낀다. 하나뿐인 딸을 두고 이혼 소송 중인 캐롤과 헌신적인 남자친구가 있지만 확신이 없던 테레즈, 각자의 상황을 잊을 만큼 통제할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감정의 혼란 속에서 둘은 확신하게 된다. 인생의 마지막에, 그리고 처음으로 찾아온 진짜 사랑임을…
<재능 있는 리플리>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린 범죄 소설의 대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쓴 자전적 소설이자 유일한 로맨스 소설인 <소금의 값>을 원작으로 한 영화.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며 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고, 영화의 계절적 배경인 겨울만 되면 재상영을 할 정도로 국내 팬층이 두텁기로 유명한 작품이다.
테레즈에게 보내는 캐롤의 편지
우연이란 건 세상에 없어요.
모든 건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에요.
차라리 일찍 이렇게 된 걸 감사히 여겨요.
당신도 언젠가 내 마음을 이해하게 될 거예요.
그날이 오면, 그곳에서 당신을 반겨줄 나를 떠올려 줘요.
영원한 일출처럼 우리 앞에 펼쳐질 삶과 함께.
하지만 그때까지는 만나지 않기로 해요.
난 할 일이 많아요. 당신은 훨씬 많겠죠.
나는 당신의 행복을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어요.
그러나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이네요.
당신을 놓아줄게요.서로의 사랑을 확인했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헤어져야만 했던 캐롤과 테레즈.
그런데 이런 영화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편지지 세트가 있다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지금 바로 텀블벅에서 진행되고 있답니다.
바로 영화 취향 커머스 플랫폼 [클로저]에서 기획한 [클로저 투 캐롤] 프로젝트!
잠깐! [클로저]는 또 뭐고, [클로저 투 캐롤]은 또 뭐냐구요?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제가 바~로 설명해 드릴게요!
[클로저]는 영화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영화를 만지고, 향을 맡고, 맛을 보기도 하며,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나누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영화를 더 가까이 더 오랫동안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영화로 발견하는 취향 커머스 플랫폼'이에요.
[클로저] 팀에게 <캐롤>은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해요. 좋아하는 영화 속 장면들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서 갖고 싶은 물건들을 만들고 싶었으니까요. [클로저 투 캐롤]은 클로저 팀의 이러한 마음을 듬뿍 담아서 구성품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특별하답니다. 영화 <캐롤>의 팬이라면 누구나 소장하고 싶을 상품들을 지금 바로 소개해 드릴게요.
https://tumblbug.com/closertocarol
오늘도 유용한 정보가 되었기를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따뜻하고 건강한 주말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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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고 평범한 동거
이상하고 평범한 동거
<대도시의 사랑법> 포스터에는 남자 하나, 여자 하나가 얼굴을 맞대고 있다. 두 사람 사이 로맨스를 기대하며 극장에 들어가는 관객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두 사람의 양방향 로맨스가 아니다. 애초에 그럴 수 없다. 헤테로 여성과 게이 남성의 만남. 두 사람의 낯선 동거가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재희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흥수는 남들 눈에 띄기 싫어하는 벽장 게이다. 교집합이 없어보이는 두 사람은 우연히 클럽 거리에서 마주친다. 타이밍이 좋지 않다. 흥수는 대학 전공 교수와 키스를 하던 중이었다. 당황한 흥수는 자리를 피하지만 이내 불안해진다. 보편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가 어떻게 취급되는지 이미 엄마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다. 그러나 흥수의 걱정과 달리 다음 날 마주친 재희는 오히려 흥수를 감싸준다.
어떻게 네가 너인 게 네 약점이 될 수 있어
재희는 흥수의 성 지향성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흥수는 흥수고, 재희는 재희다. 사회의 정상 프레임 안에 자신을 가둘 필요가 없어진 흥수는 재희에게 조금씩 마음을 연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재희의 자유로움은 그녀의 약점이 된다. 대학에서 재희는 소문의 대상이 되고, 사람들은 그 소문으로 그녀를 재단하고 비난한다. 원치 않은 아이를 갖게 된 재희에게 의사는 ‘이게 당신 삶의 결과’라며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 하지만 재희 곁에는 흥수가 있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하는 공통 경험을 가진 둘은 서로를 보듬으며 성장한다.
하지만 둘의 작은 공동체가 영원할 수 없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안전하지 않다. 남자와 여자의 동거를 향한 사회적 시선 때문에 재희는 자신의 연인에게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다. 흥수의 사랑에는 연인 관계라는 사실을 들킬 수 있다는 두려움이 따른다. 결국 두 사람의 동거 사실이 밝혀졌을 때, 재희와 흥수의 공동체에 금이 간다. 그들의 바깥에 존재하는 세상으로부터의 공격이 원인이다.
남들 눈엔 이상해 보일 수도 있는데, 우리는 하나도 안 이상해요. 우리가 이상해?
재희는 다시 흥수를 만난다. 외부의 적이 그들의 공동체를 파괴시키고, 그들 개인마저 파괴시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역시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 ‘우리’로 묶일 수 있는 공동체는 연대를 통해 형성된다. 재희는 재희고, 흥수는 흥수다. 그들은 이제 ‘우리’의 의미를 안다. 재희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기 위해 흥수가 왔다. 20대 대부분을 함께 견뎌온 그들 공동체의 끝이 다가온다. 흥수도 조만간 감출 필요가 없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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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들의 공감을 200%로 끌어낸 영화 3편!
- 출처: 네이버 영화
청춘들을 위한 사계절 힐링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제보자>의 임순례 감독이 4년 만에 돌아온 작품으로 시험, 연애, 취업 등 하나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멈추고 고향에서 새로운 봄은 맞이하기 위한 '혜원'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임순례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도시에 사는 모두가 지치고 피곤해 보일 뿐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며 “다르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새로운 환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리틀 포레스트>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고, 팔다 남은 도시락으로 연명하며 준비한 임용고시에서 떨어진 혜원은 몸도 마음도 허기져 고향인 시골 마을로 돌아온다. 혜원은 이곳에서 스스로 키운 작물들로 직접 제철 음식을 만들어 먹고, 오랜 친구인 재하, 은숙과 정서적으로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간다. 영화는 이 세 친구를 통해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휴식과 위로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에게 "천천히 가도 된다"고 이야기 해주기도 한다. 영화 속 주인공은 이십대 청춘이지만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은 숲'과 같은 따뜻한 위로와 휴식을 선사하기도해 많은 관객들의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좀 더 과감한 청춘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소공녀>는 전고운 감독의 장편 입봉작으로 2017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2018 부일 영화제 신입감독상, 2018 대종상영화제 시나리오상 등 다양한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은 작품이다. 영화 <소공녀>는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미소'에게는 단골 바에서 마시는 하루 한 잔의 위스키, 담배, 그리고 남자친구 한솔이 삶의 위안이지만 새해가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오르는 물가 때문에 취향을 고수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게 되고 결국 어느 '취향'도 포기할 수 없어 대신 집을 포기하고 하루하루 친구 집을 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월세빵을 빼고 과거 밴드를 함께했던 친구들의 집을 돌며 미소는 "집이 없는게 아니라 여행 중인거야.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라고 말한다. 이처럼 영화 <소공녀>는 좋아하는 것들이 비싸지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현대판 소공녀 '미소'의 이야기를 통해 소확행, N포세대 등 청춘의 삶을 대변하는 영화로 주목받았다. 전 감독은 미소라는 캐릭터에 대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선택하는 용감한 인물"이라고 설명하며 "누구나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니까 미소라는 캐릭터에서 위안을 받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요즘 우리가 처한 현실 그리고 젊은 세대의 현재를 보여주는 영화 <소공녀>는 긍정적인 캐릭터와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더해진 결과, 영화는 갑갑한 현실에 갇히는 대신 차별화된 시각을 제공해준다.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은 차가운 현실 속, 세 청춘이 만나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청춘 성장 드라마로 전혀 연관성이 없는 세 청춘이 우연히 만나 자신들의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재기발랄하게 담아냈다.
언제나 잔고 제로인 미생 '민규'는 자신이 마주한 세상을 진실하게 바라보고 이 이야기들에 공감한다. 어린 시절 캐나다로 피겨 유학을 떠났다가 은퇴를 하고 돌아온 '한나'는 인생 1막이 종료되었다는 것에 조금 우울해하지만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프랑스 입양인 '주희'는 그녀를 항상 괴롭혀 오던 친엄마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렇듯 냉혹하게만 느껴지는 현실을 살아가지만 쉽지 않은 여정 속에서 밝게 피어나는 21세기 청춘들의 모습을 그려나간다.
영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은 냉혹하게만 보이는 한국 사회 속에서 꿈을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이 겪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사회의 모습과 우리 스스로를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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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생각하면
수많은 영화 중에 떠오르는 영화가 있어요
바로,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인데
여기서 조정석의 코믹한 연기와 신민아의 러블리한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리며 더욱더 재미있게 봤던 영화인데요
그럼,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리뷰 시작해 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로맨틱 코미디
감독 : 임찬상
각본 : 김지혜
출연진 : 조정석, 신민아
개봉일 : 2014년 10월 08일
평점 : 8.39
스트리밍 : NETFLIX
기획 의도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정말 결혼하면 다 이래?!
4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대한민국 보통 커플, 마냥 행복할 줄만 알았던 달콤한 신혼생활도 잠시 사소한 오해와 마찰들이 생기며
'결혼의 꿈'은 하나둘씩 깨지기 시작하는데...
이 결혼, 과연 잘 한 걸까?
도대체 말이 안 통하는 철부지 남편 '영민' 사사건건 잔소리만 늘어나는 아내 '미영'
정말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왜 이렇게 힘든 걸까?
상상하고 꿈꿔 온 결혼,
그 이상의 ' 속'깊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담
영화<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1990년 박중훈, 최진실 주연의 원작 영화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최적화되어 있는
조정석의 믿고 보는 연기력과 신민아와의 러블리한 조합은 상상 이상으로 케미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후기 및 결말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결말
미영(신민아)와 4년차 연애 중인 영민(조정석)은
그녀에게 청혼을 하며 행복한 신혼의 맛을 본다.
알콜달콩만 할 줄 알았던 결혼 생활에서
영민은 시인이 되기 위해 더더욱 글쓰기에 매진하며 미영에게는 무뚝뚝해지기만 해진다.
미영은 배가 아파 응급실에 실려갔지만,
다행히 큰 병은 아니었지만 영민에게 화가 난 미영은 그에게 헤어지자고 말하고, 그러다 영민과 미영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서로 화해하며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풋풋하고 달콤한 이야기만 있어야 하는 신혼 생활에서 점점 시간이 갈수록 서로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는 것을 너무 현실 그대로 잘 반영하여 녹여낸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이다.
재미있게 울고 웃고 싶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찾는다면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추천하고 싶다.
8점 대의 높은 평점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조정석의 능청스러운 초반 연기력에
영화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한줄평 : 사랑해 미영, 미안해 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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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에게 관람을 권함
7★/10★
지푸라기가 깔린 사무실에 제복을 입은 한 남자가 앉아 있다. 밖에서는 누군가가 문을 두르리며 문을 열라고 소리친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남자를 부르는 소리가 점차 커진다. 사무실 안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가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한다. 창틀 위로 올라간다. 몸을 던진다. 즉사한다.
스탈린 치하 소련에서 비밀경찰로 일하는 볼코노고프 대위는 ‘쿵’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자신과 함께 반역자를 고문하던 소령이 죽은 채 늘어져 있다(소령 사무실의 지푸라기는 고문자의 피가 바닥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깔린 것이었다). 건물 밖으로 나온 다른 대원들은 소령 근처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해산시키고 소령의 시신을 수습한다. 볼코노고프가 건물 위를 올려다보자 누군가 고개를 내밀고 괜한 소란을 내지 말라는 의미로 입에 검지를 갖다 댄다. 볼코노고프는 직감한다. 상황 파악을 마친 그는 빠르게 결단한다. 문서 하나를 들고 건물과 조직을 탈출한다. 경찰은 바로 대위를 쫓기 시작한다. 대위의 주변 인물과 동료들은 볼코노고프가 반역자를 대하던 방식으로 심문받는다. 당과 조직의 충성스러운 하수인이었던 볼코노고프는 하루 아침에 자신이 좇던 반역자가 된 것이다.
과거 언젠가, 볼코노고프는 반역자들이 왜 끝까지 잘못을 부인하고 결백을 주장하는지 궁금하지 않느냐는 상관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천진한 얼굴로 자기 나름의 생각을 말하는 그에게 상관이 웃으며 말한다. 그들이 진짜 결백하기 때문이라고. 그럼 왜 결백한 사람들을 부러 반역자로 몰아 처벌하는 걸까? 그들이 ‘믿을 수 없는 분자’들이기 때문이다. ‘예비 간첩’에 대한 예방 조치로서 의심 분자들을 척결하는 게 그들의 일이라는 것이다. 당이 반역자라 지목하면 그 사람은 반역자가 된다. 자살한 소령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 볼코노고프의 차례다.
때문에 볼코노고프는 애초에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탈출할 때 챙긴 서류를 들고 자신이 고문해서 받아낸 ‘자백’으로 처형당한 사람들의 유족을 찾는다. 그들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다. 지금껏 자행되어온 반역자 처벌이 아무런 근거 없는, 공포를 낳기 위한 기계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기 자신이 반역자로 몰림으로써 분명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볼코노고프의 모습과 그를 좇는 비밀경찰 조직원을 교차로 담아내며 긴장감을 자아낸다.
서사의 핵심은 볼코노고프가 과연 진정한 용서를 구하고 그를 밑절미 삼아 구원받을 수 있느냐다. 당연히 쉽지 않다. 파시스트도 버텨낸 아빠가 당신네들은 견디지 못했다는 한 피해자 가족의 말이 알려주듯, 용서를 구하는 일은 자기가 저지른 일이 야기하는 죄책감이 주는 통렬한 고통을 마주하는 일, 즉 자기 자신의 영혼을 찾아나서는 일이기도 하다. 체제의 당위성을 방패 삼아 마비된 채 잠자고만 있던 그의 영혼이 깨어나자 오랜 기간의 침묵이 고통스러운 윤리적 비용을 청구한다. 하지만 볼코노고프는 도망치지도 포기하지도 않는다. 어쨌든 그는 가해자고, 그보다 더 큰 고통을 겪어온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용서에는 둘 이상이 필요하다. 용서를 구하는 자와 용서하는 자가 있어야 한다. 용서를 갈구하는 볼코노고프의 여정이 쉽지 않은 건 그의 윤리적 각성이 야기하는 고통 때문이기도 하지만, 용서해주겠다는 사람의 부재 때문이기도 했다. 영화에는 경찰에 쫓기며 만신창이가 된 볼코노고프가 한 아파트에서 경찰에 의한 고문으로 반역자로 몰려 피해를 당한 주민이 있는지를 묻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사람들은 볼코노고프를 철저히 외면한다. 괜히 그와 엮였다가 불상사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들을 잃은 한 남자는 볼코노고프를 보듬는 척하며 그를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한다. ‘대중독재’라는 개념에서 알 수 있듯이, 권력자의 폭력적 의지 관철은 독재의 한 축일 뿐이다. 독재는 그런 권력자에게 소극적‧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대중이 있어야만 완성된다.
언젠가 한 역사학자에게 한국은 유독 가해자의 반성과 성찰이 없는 나라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근현대사 내내 반복되었던 경찰과 군대의 폭력이 지금까지도 횡행한 시대인데도 ‘부역자인 내가 반성하고 용서를 구한다’는 이야기가 지나치게 적다는 것이다. 즉 우리에게는 볼코노고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그를 기꺼이 품어줄 대중의 용기도 필요하다. 용서를 구하는 볼코노고프의 용기를 외면하거나 악용한 사람들과는 달라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금 ‘공산주의자’, ‘빨갱이’, ‘체제 위협’ 등의 말이 난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과거로 흘려보냈다고 생각했던 시대가 우리가 뽑은 최고 권력자의 호명을 통해 다시금 소환된 것이다. 여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영화 속 비밀경찰이 그러했듯, 의심 가는 사람들을 모조리 범죄자 집단으로 몰아간다. 볼코노고프의 비극을 막으려면, 이런 유의 구분선 긋기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한번 전선이 만들어지고, 그에 기반한 폭력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이를 되돌리기 위해 치러야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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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체적 가스라이팅 사회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아내가 계속 이혼을 요구하면 자살하겠다고 협박하는 남자가 있다. 그는 아내 하퍼를 ‘사랑’한다. 그래서 하퍼가 이혼을 언급하자 물건을 때려 부수고, 핸드폰을 빼앗아 하퍼가 친구와 나눈 문자를 검열하고, 저항하는 하퍼의 얼굴에 주먹질을 한다. 그럼에도 이 ‘사랑’이 끝내 종결될 위기에 처하자 그는 아내와의 약속을 실천한다. 아파트를 둘러싼 창 형태의 펜스 위로 뛰어내려 처참한 몰골로 죽은 남자는 그의 소원대로 아내에게 트라우마‧죄책감의 형태로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영화 〈멘〉은 끔찍한 일을 겪은 하퍼가 시골의 저택으로 휴양을 떠나는 데서 시작된다. 한적한 데 위치해 근사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주는 저택은 몸과 마음이 지친 하퍼에게 최적의 장소인 듯 보인다. 집을 빌려준 남자도 다소 괴짜 같은 구석이 있긴 하지만 친절하게 집 구석구석과 마을에 관한 설명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첫 산책에서부터 이상한 일이 생긴다. 발가벗은 남자가 먼 곳에서 가만히 하퍼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 하퍼는 께름칙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친구와 통화하며 이 이야기를 들려주다 깜짝 놀라고 만다. 발가벗은 남자가 집까지 찾아와 하퍼를 쳐다보고 심지어 집 안에까지 들어오려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하퍼가 신속하게 대응한 덕에 경찰이 빠르게 출동하고 남자는 스토킹 혐의로 연행된다.
이상한 일은 반복된다. 이번에는 마을의 교회가 무대다. 숨바꼭질 놀이를 하자는 소년의 제안을 거절하자, 그가 다짜고짜 하퍼에게 욕설을 날린다. 뒤이어 등장한 목사도 이상한 건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달래주는 듯 접근해 하퍼가 마음을 열고 자기 사연을 들려주지만, 목사는 이내 남편이 하퍼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사과할 기회를 주었느냐고 하퍼를 추궁한다. 남편의 행동이 ‘옳은 일’은 아니지만 ‘사형’을 당할 만한 일도 아니지 않냐며 남편의 죽음이 그를 너무 거세게 몰아붙인 하퍼 탓이라는 투로 말하는 것이다. 잔뜩 화가 난 하퍼는 마을의 술집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다. 자신을 스토킹했던 발가벗은 남자가 아무런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풀려났다는 소식을 들었고, 사건을 담당한 경찰도 뭐 그리 심각하게 구냐는 듯 하퍼를 대했기 때문이다. 첫 만남 때부터 성희롱성 농담을 지속하는 집주인도 점점 하퍼의 신경을 긁는다.
인터넷, 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시골이라는 조건은 하퍼를 추궁하며 몰아붙이는 남자들에게는 최적의 조건이다. 그들은 자신의 환경적, 육체적 우위를 바탕으로 계속 하퍼를 옥죄여 온다. 밤이 깊어가고, 불안과 분노에 휩싸인 하퍼는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남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없는 괴물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 하퍼를 직접적‧폭력적으로 단죄하려 든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남자가 죽은 하퍼 남편의 분신인 양 하퍼를 해치려 하는 것이다. 하퍼는 겁에 질려 도망 다니는 와중에도 정신을 잃지 않고 칼을 들고 자신을 해하려는 하나인 동시에 여럿인 남자들에 저항한다. 삽입 ‘당하는’ 대신 칼로 그들의 몸에 ‘삽입’하여 부상을 입히는 등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그로테스크한 형상으로 변하여 끊임없이 서로를 ‘출산’하는(즉 여성혐오를 재생산하는) 남자들에게서 하퍼는 극한의 공포를 느끼지만 결코 그에 굴복하지 않는다. 중간에 환각에 빠져 남자들의 목소리‧욕망에 무릎 꿇을 뻔한 위기를 맞기도 하는데 끝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싸움을 이어간다.
하퍼가 겪은 모든 일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실존적 경험과 관련이 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집착과 폭력을 휘두르면서도 여성에게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말라고 소리치는 남자(남편), 능글맞은 표정으로 웃으며 성희롱 ‘농담’을 일삼는 남자(집주인), 남자의 폭력이 ‘여자 탓’은 아니었는지 의심하는 남자(목사), 자기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여자에게 다짜고짜 욕하는 남자(교회 소년), 발가벗은 몸으로 여자를 공포에 떨게 하는 남자(스토킹 범), 그리고 이 모든 걸 대수롭지 않은 일 취급하는 남자(경찰) 등등. 하퍼를 몰아붙이는 이 사람들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이들은 개별 남성으로 존재하지만 여럿이 모였을 경우 문화규범, 사회제도가 되기도 한다. 전방위로 하퍼를 둘러싼 이(것)들은 하퍼에게 총체적 가스라이팅을 시도한다. 하퍼가 살아남는 방법은 단 하나. 칼을 들고 절대 자기 상식을 포기하지 않는 것뿐이다.
성경‧신화적 모티프를 과잉 차용하여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진다는 점, 여성 주인공의 감정을 리얼하기보다는 상황적으로 연출해냈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굳건하게 버티고 선 하퍼의 용기와 그가 맞서는 세계의 모습을 SF, 공포 장르로 절묘하게 그려낸 영화의 긴장감은 전반적으로 빼어나다. 〈멘〉은 남자들(Men)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개별 여성의 공포란 무엇인가를 고민케 하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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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티저 예고편
《폭싹 속았수다》, 3월 7일 넷플릭스에서 시청하세요: https://www.netflix.com/title/81681535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3월 7일부터 4주간 공개,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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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청춘열애> 메인 예고편
뛰어난 실력과 아름다운 외모를 갖춘 무용수 리마이.
작은 도시를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만을 바라는 원차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조직에 얽혀 불법 행위에 가담하게 된 펑쯔.
한 편의 영화 같은 인생을 살기를 꿈꿨던 세 청춘의 사랑, 고난 그리고 성장에 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