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4-10-25 18:19:50
아주 긴 예고편 속 고가의 장난감들, <해피엔드>
가진 만큼 필요없는 장난감은 있을 수 없다. 에브 역시 마찬가지다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피엔드 Happy End, 2017 | 프랑스 외 | 드라마 | 107분
감독: 미카엘 하네케
아주 긴 예고편 속 고가의 장난감들, <해피엔드>
아주 긴 예고편
난 엄마한테 완전 질렸어. 징징거리면서 모든 사람을 열 받게 해.
아빠는 벌써 몇 년 전에 떠났어. 그는 그걸 견디기 힘들었나 봐.
이젠 내가 그걸 감당해야 해.
에브는 엄마의 우울증약을 먹은 햄스터가 죽어가는 모습을 sns에 올리며 말한다. 아주 시니컬하게 자신에게 닥친 현 상황을 제시한다. 소파에 누워 발작을 일으키는 엄마를 휴대폰에 담으면서 "구급차 불러야겠다."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계획적으로 엄마를 잃을 예정인 아이가 내보인 이 태연한 행위는 <해피엔드>가 앞으로 써 내려갈 충격적인 이야기의 예고편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에브는 드디어 엄마에게서 벗어나 아빠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된다. 대저택에 살면서 누릴 수 있는 건 모두 누리며 살 수 있는 로랑 가문에 드디어 입성한 것이다. 부가 아닌 안전한 울타리가 필요해 아빠를 따라갔지만, 에브는 그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한다.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 아빠와의 공간은 허울만 좋은 곳이었고 아이는 여전히 '혼자' 삶을 살아가야만 했다.
로랑 가문의 눈에만 보이지 않는 존재로 전락한 에브. 치매 환자 할아버지(조르주), 교양만 떠는 고모(앤), 실속 없는 반항아 사촌(피에르), 거짓말쟁이 아빠(토마스), 멍청한 새엄마(아나이스)에게 에브는 잠시 있다 갈 손님에 불과했다. 엄마의 죽음으로 로랑 가문에 정식 일원으로 들어왔음에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에브는 핸드폰을 들고 로랑 가문의 몰래카메라를 자처한다.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서 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니까. 아이는 직접 로랑 가문의 감춰진 사실을 들춰내며 자신의 삶에 사랑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음을 확실히 깨닫는다. 할아버지는 기회만 되면 자살을 계획하고, 고모는 오로지 '나'의 세계를 완벽히 구축하기 위해 가족은 안중에도 없다. 고모의 아들은 매번 말썽을 일으키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아빠는 끊임없이 다른 사랑에 빠져버리고, 새엄마는 부르주아 가문의 며느리에 만족하며 더 이상의 삶의 고민을 끝낸다.
그토록 원했던 가족의 이상적인 모습은 에브의 손에 의해 진실이 폭로되며 산산조각 난다. 안타깝게도 아이가 본 로랑 가문의 민낯은 너무나 익숙한 그림이었다. 징징거리던 엄마의 얼굴과 다르지 않았고, 죽은 햄스터를 손으로 찔려보던 자신과 소름 돋게 똑같았다. 그들과 다른 선상에 있는 줄만 알았던 에브는 사실 로랑 가문의 3세대 공주였다. 이런 잔인한 깨달음에도 영화는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어주지 않는다. 쉽게 끝날 이야기가 아니다. 끝이 없는 미로에 갇힌 건 관객이 아니라 로랑 가문이다. <해피엔드>의 출구 찾기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사건이 아닌 인물들의 삶만 들여다봐도 가슴이 꽉 막힌 기분이 들 것이다. <해피엔드>는 뚜렷한 해결책도 없는 예고편을 아주 길게 만들고도, 어둠에 가려진 진실과 비밀을 냉철하게 제시한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극사실적으로 보여주는 현실이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비싼 장난감의 탈출
로랑 가문에서 인간적인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덜 비정상적인 인물을 찾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은 아니다. 가족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이중적인지 파헤치는 에브도 사실 그들과 같은 범주에 있는 인물이니까. <해피엔드> 속 로랑 가문은 모두 고가의 장난감들이다. 따라서 그들은 절대 서로를 버리지 않는다. 더 많은 이의 눈에 모범이 되어야 하고, 기품 있게 전시되어야 하며, 가족의 비극은 또 하나의 우아한 에피소드가 돼야 한다. 강박적인 그들의 가치는 아무리 땅바닥에 내리 꽂혀도 살아남는다.
그것이 비싼 장난감을 자처하는 그들의 무시할 수 없는 가치이자 힘이다.
할아버지는 제대로 큰 자식 하나 없는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한다. 치매란 강력한 질병을 갖고 있음에도 그는 가족이란 '거대한 전시장'에서 나가야만 한다. 그러나 그가 가진 것이라곤 아무짝이 쓸모없는 돈뿐이다.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고 자식들처럼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과거 병상에 누워있던 아내를 직접 하늘나라에 보낸 그 강력하고도 유일했던 힘은 홀로 로랑 가문의 마스코트로 남게 되면서 모두 잃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그는 저녁 식사 때마다 싸우는 딸과 손자는 물론이고, 머저리인 아들의 바람기와 언제 버려질지 모르는 두려움에 떠는 손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며느리를 보며 죽음을 갈망한다. 할아버지는 딸이 자신의 결혼식을 망치려 드는 손자의 손가락을 부러트리는 것도 온몸이 묶인 채 제일 앞 좌석, 1열에서 감상해야 했다.

에브는 엄마가 처방받은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한다. 아빠가 결국 자신을 버릴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비싼 몸값으로 책정된 아이는 마음대로 죽을 수 없다. 할아버지가 매번 실패했던 것처럼 에브 역시 자유로운 삶을 가질 수 없다.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싶어도 그럴 수 없고, 버려진다 하더라고 도망갈 수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휠체어에 탄 할아버지의 삶은 자신의 암묵적인 미래로 점쳐진다.
"모두 잘 될 거야. 걱정하지 마."란 아빠의 말에 이미 신뢰를 잃은 에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비극 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할아버지를 보면서 어떻게 자신의 다음 스텝을 구상할까. 에브는 적어도 그보다 더 많은 선택과 행동을 할 수 있다. 어릴 뿐더러, 몰래 카메라 경험으로 보고 배운 것이 넘쳐 난다. 폭력적이기만 했던 학습 효과가 얼마나 클까. 사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 분명한 건 바다로 휠체어를 밀며 들어가는 할아버지를 보고 난 후에 벌어지는 에브의 행동이 <해피엔드>의 진정한 끝맺음이 될 거란 점이다. 그러나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는 대저택이 있는 한 로랑 가문에선 쓸모없는 장난감은 있을 수 없다. 가진 만큼 더 필요한 게 그들이니까.
긴 예고편인 <해피엔드>가 결코 해피엔딩을 그릴 수 없는 이유다.
Relative contents
-
- <맬컴과 마리> 말다툼 그 자체가 드러낸 영화의 진정성
1. 지난 2월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맬컴과 마리>는 단출하다. 등장인물은 남녀 주인공 단 2명이다. 영화의 배경은 집 안팎을 멀리 벗어나지 않는다. 흔한 회상 장면 하나 없이 하룻밤 동안 이루어지는 '맬컴(존 데이비드 워싱턴)'과 '마리(젠데이아 콜먼)'의 대화가 사건의 전부다. 그래서 영화감독인 맬컴과 배우 지망생이었던 마리 간에 말싸움과 화해, 또 다른 말싸움과 화해, 그것들이 반복될 뿐이다. 흔한 플래시백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 화면으로 장식되어서 화려한 영상을 즐기는 재미도 없다. 그러나 기교 없이 두 사람이 살아온 상이한 세계의 충돌을 진한 감정선에 담은 <맬컴과 마리>는 오히려 그렇기에 영화적인 영화다.
2. <맬컴과 마리>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으로 시작한다. 자신의 영화를 세상에 선보인 맬컴은 평론가들의 호평과 관객들의 박수 세례에 매우 들뜬다. 반면에 마리는 무슨 이유에선가 기분이 좋지 않다. 축하주를 들자는 맬컴의 제안에, 평론가들의 평가와 대화를 들려주는 맬컴의 목소리에 그녀는 도통 집중하지 못한다. 맬컴은 마리의 태도에, 마리는 그 이유를 짐작조차 못하는 맬컴의 모습에 화가 나면서 둘은 길고 긴 말다툼의 시작을 알린다.
사실 이러한 오프닝은 로맨스 영화에서 빠지기 어려운 클리셰다. 현실에서도 적지 않게 경험할 수 있는터라 보는 사람을 순식간에 홀리기는 하지만 흔한 로맨스, 멜로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이 말싸움의 발단을 보여주는 방식은 이 작품이 한 커플의 갈등 그 이면을 보여주고자 하는 영화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둘은 분명 한 공간에 있지만 동시에 한 공간에 없다. 웬만해서는 컷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몇 분간 두 주인공은 방과 거실, 부엌과 거실, 거실과 테라스 등 서로 다른 공간에 있다. 부엌과 거실을 좌우로 오가는 카메라 사이에는 창문틀과 같이 세로로 그어진 선이 그들 사이를 갈라놓는다. 서로의 거리, 음악과 같은 방해물 때문에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제대로 된 대화도 되지 않는다. 이후 반복되는 듯 조금씩 달라지는 둘의 대화는 왜 둘 사이가 분리되어야 했는지, 그리고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하나씩 짚어 나간다.
3. 둘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서 언쟁을 벌인다. 맥 앤 치즈를 먹을지 말지로 시작된 둘의 대화는 이내 맬컴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에서 평단의 평가 내용에 대한 의견 교환으로 이어진다. 맬컴이 자신을 감사 소감에서 빼놓은 것에 대한 마리의 불만, 영화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 과거에 만났던 이성과 그들의 과거사가 그 뒤를 따른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영화를 둘러싼 말다툼이다. 구체적으로는 영화에 대한 의견의 충돌, 이 언쟁의 내용이 작품에 부여하는 통일성이 흥미롭다. 맬컴은 자신의 영화를 두고 흑인 여성이 미국의 의료제도 내에서 감내해야 하는 젠더 폭력을 다루는 진정한 걸작이라고 평가한 비평가를 신랄하게 욕한다. 그는 영화에는 정치적 메시지가 필요하지 않고, 단지 "마음과 찌릿함"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화낸다. 영화가 한 인물을 어떤 미스터리 안에 녹여내는지 그 아이디어와 기교가 정치적의 의도에 앞서야 한다면서.
그러자 마리는 맬컴에게 말한다. 너에게는 그 마음에 있어야 할 진정성이 없다고. 너도 내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고, 나의 아픈 기억과 추악함을 아름답게 바꿔 놓으면서 내가 스스로 목소리를 낼 기회를, 내 진정성을 드러낼 기회를 없앴다고. 영화가 그 자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열을 내는 맬컴에게 그조차도 그 사실을 상쇄하려고 유식한 척하는 거라고 일갈한다. 영화가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예술 형태인 이상 그도 이미 정치적 의도와 메시지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모순을 일깨운다. 배우 지망생에 불과한 자신과 달리 그가 대학을 나오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시작한 영화감독이라는 점에서 인종 문제와 별개로 사회적 기득권이라는 정체성을 대변하고 있음을 꼬집는다.
4. 이때 영화를 둘러싼 갈등을 창문 삼아 둘의 말다툼을 다시 들여다보면, 맬컴과 마리의 대화는 둘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정체성의 대립이자, 그것들의 단면을 조각조각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다. 평론가의 비평에서 시작되어 다시 그 비평으로 되돌아오는 그들의 언쟁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정체성 중 하나만을 강조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격렬한 토론의 장이기 때문이다. 둘은 흑인이라는 정체성 안에 묶여 있지만 남녀, 대학 경험의 유무, 기득권과 비기득권, 영화감독과 배우 지망생 등 다양한 정체성의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같은 문제에 대해서 결코 같은 관점에서 대화할 수 없다. 맬컴이 마리에게 감사 인사를 하지 않거나 그녀를 캐스팅하지 않은 일도 각자에게 전해지는 무게감은 천지차이다. 결국 영화가 보여주고자 한 진정성, 맬컴과 마리의 외양으로 드러난 진정성은 일원화할 수 없는 수많은 정체성의 차이인 것이다.
영화는 이러한 정체성들의 충돌, 한 개인의 인생과 또 다른 개인의 인생이 총체적으로 충돌하는 과정을 맬컴의 말마따나 실로 영화적으로, 멋진 아이디어와 기교로 담아낸다. 우선 흑백으로 촬영된 영화는 인종문제에 감춰지기 쉬운 수많은 정체성의 갈등을 보다 명백하고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세상이 전부 흑백인 세계에서 배우들의 피부색보다는 배우들의 입으로 전달되는 내용 그 자체에 더 주목이 간다.
스크립트를 쓰는 맬컴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는 와중에도 하나하나 말로 설명하는 것에 비해 마리가 잠깐의 소극을 보여주며 맬컴에게 자신의 심정을 이해시키는 방식 역시 그 자체로 영화적이다. 영화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에는 심금을 울리는 대사와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배우의 연기력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저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두 주인공 사이에 오가는 대사, 표정, 제스처 안에 녹여내는 것 역시 그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가장 진정성 있게 풀어놓는 방식으로 보인다. 그 결과 미니멀한 연출을 만난 젠데이아 콜먼과 존 데이비드 워싱턴의 연기력은 더욱 빛난다.
5. 2시간에 걸친 격렬한 언쟁은 맬컴과 마리가 거듭 싸우는 와중에도 거듭 키스와 스킨십을 서로에게 퍼부은 것처럼 화해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서로를 잡아먹을 것 같던 상처 주는 말들의 형언으로 가득하던 영화의 결말은 아무런 대사 없이 조용하다. 화해하는 모습을 원경에서 뒷모습만 잡을 뿐이다. 어째서일까.
서로가 감추어 두었던 모든 이야기들을 후련히 털어냈기 때문은 아닐까. 비로소 서로의 세계와 상황을 인식하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발자국을 내딛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더 이상의 대화, 폭언, 언쟁, 고함이 없어도 진정으로 서로에게 감사함을, 존중을, 사랑을 전달할 수 있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마치 영화가 온전히 맬컴과 마리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로 영리하고 신선하게 만들어진 것처럼. 동시에 가감 없이 정치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모두 낼 수 있었던 것처럼. 그렇기에 이처럼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온 두 사람의 충돌을 진정성 안에 써 내려가는 <맬컴과 마리>는 실로 영화적인 영화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사랑싸움의 이면에서 벌어진 진정성 있는 인생, 영화, 세계의 충돌과 화해
-
- 로건 럭키 - 스티븐 소더버그
로건 럭키 - 스티븐 소더버그
제목이 조금 특이하다 싶었고, 애덤 드라이버 얼굴이 보여서 재미있을 것 같아 보기 시작했는데, 이게 왠걸. 영화를 보고 나서 찾아보니 감독이 스티븐 소더버그였네. 어쩐지, 연출 솜씨가 대단히 훌륭했는데, 혹시 코언 형제의 손길이 닿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아, 이렇게 말하면 소더버그 감독이 기분 나쁘겠구나.
스티븐 소더버그라면, '오션스' 시리즈로 유명하지만, 나는 그의 데뷔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부터 봤고, 최근에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사이드 이펙트'였다. '사이드 이펙트'는 몇 번을 봤는데, 볼 때마다 흥미진진한 영화다.
그런 스티븐 소더버그가 만든 영화였으니, 모르고 봤지만 '로스트 인 더스트'와 '친절한 금자씨'의 착한 버전을 결합한 듯한 기분 좋은 영화다. 등장하는 배우만 해도 알고보면 어마어마한데, 의외로 단역으로 나오는 것도 재미있다.
'007' 주인공 다니엘 크레이그와 영화 끝부분에 엄청 멋지게 나오는 힐러리 스웽크가 그렇다. 배우들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고, 시나리오가 뛰어나다. 시나리오는 레베카 블런트인데, 이 이름은 가명이고 '줄스 애스너'가 본명이다. 특이하게도 시나리오는 이 영화 한 편 뿐이고, 영화감독이자 배우가 본업이다. 주로 TV시리즈 쪽에서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웨스트 버지니아에 사는 주인공 지미 로건(채닝 테이텀)은 성실하게 일하던 직장에서 해고당한다. 그가 다리를 전다는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의자에 앉아 기계를 조작하는 일이라 다리를 저는 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지만, 그의 상관은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해고 사유가 된다고 했다. 더 정확하게는 '보험 고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지미는 아내와 이혼하고 따로 살고 있지만, 가까운 곳에 살고 있고, 엄마와 함께 사는 딸 세이디를 만나는 시간이 유일하게 행복한 시간이다. 지미의 아내는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해 살고 있지만, 양육권과 공동소유의 주택 문제가 남아 있고, 딸이 중간에 있어 딸을 데리러 갈 때마다 얼굴을 본다.
지미는 학생 때 잘 나가던 미식축구 선수였고,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졸업하고 평범한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가 갑자기 해고당한 것이다. 지미는 동네 술집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동생 클라이드를 찾아간다. 클라이드는 왼쪽 팔꿈치 아래가 없다. 중동에 파병나갔을 때 부상당했고, 지금은 한쪽 팔로 바텐더 노릇을 하고 있다.
클라이드의 부상에 관해서 나중에 진실이 드러나는데, 원래 클라이드는 뛰어난 투수였다. 그의 실력이면 내셔널리그에서도 가장 유망한 선수가 분명했는데, 형인 지미가 풋볼을 포기하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클라이드가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자원해서 군인이 되어 중동에 나갔다가 부상당한 것이다.
로건 집안은 징크스가 있는데, 뭔가 하는 일마다 잘 안되고, 악운이 겹친다는 것이다. 1983년 매기 이모가 로또에 당첨되었는데, 복권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바람에 그 엄청난 행운을 날려버린 것이다. 할아버지 다이아몬드 사건, 삼촌 감전 사고, 아버지가 사고를 당해 보험금을 받았는데, 그 직후 엄마는 병이 나서 앓아 누웠다. 지미는 다리를 다쳤고, 클라이드는 팔목을 날려버렸다. 유일하게 아무 일도 없이 건강한 사람은 막내 멜리 뿐이다.
클라이드가 일하는 술집에서 이야기를 하던 지미는 동생을 놀리는 사내들과 한바탕 싸움을 하고, 클라이드에게 '콜리플라워'라고 외치고 떠난다. 다음날 클라이드는 형이 만들어주는 아침을 먹으면서 '콜리플라워'에 대해 말한다. 이미 모든 계획을 세워 놓고 있었던 지미는 클라이드와 함께 레이싱 경기장의 금고를 털자고 말한다.
이 경기장은 매립지 위에 지은 거라서 씽크홀이 발생하는데, 지미는 이 공사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일할 때, 지하 통로를 통해 현금이 오가는 파이프를 보았고, 그때부터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지미와 클라이드는 감옥에 있는 조 뱅을 만나러 간다. 조 뱅(다니엘 크레이그)은 폭파전문가로, 지미 형제와 안면이 있다. 지미는 조 뱅을 설득해 함께 일하기로 한다. 조 뱅은 함께 일하되, 자기의 두 동생도 팀원으로 넣어야 한다고 말한다.
클라이드는 편의점을 자동차로 밀고 들어가 체포되고, 징역 90일의 비교적 가벼운 판결을 받고 '먼로 교도소'에 수감된다. 여기에는 앞서 면회한 '조 뱅'이 있었다.
지미는 딸 세이디를 데리고 막내 멜린이 일하는 미용실에 왔다가 바깥에서 우연히 한 여성을 만나는데, 자선단체에서 일하는 실비아는 같은 학교 후배라고 밝힌다. 하지만 지미는 그가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해고 당한 회사에 짐을 가지러 간 지미는 공사가 일찍 끝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감옥에 있는 동생 클라이드에게 계획을 일주일 앞당기자고 말한다.
레이싱 경기장의 대형 금고에서 일하는 글리마는 택배로 생일케이크를 받는다.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지만, 글리마는 고맙게 생각하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케이크를 나눠 먹는다. 글리마에게 케이크를 보낸 사람은 미용실에서 일하는 멜리인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들의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는다. 어떤 경로든 멜리는 글리마가 레이싱 경기장의 대형 금고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조 뱅의 두 동생은 늦은 밤, 씽크홀 공사장으로 들어가 노출되어 있는 현금수송 파이프를 통해 바퀴벌레를 안으로 들여보낸다. 이 계획은 낮에 글리마에게 케이크를 보낸 것과 연결되는 내용이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한 직원들은 대형 금고 안에서 어제 먹었던 케이크에 바퀴벌레가 잔뜩 붙어 있는 걸 보고 기겁하고, 해충 관리회사 직원을 불러 소독한다. 이때 소독하는 직원이 조 뱅의 두 동생이다. 이들은 작업을 마치고 지미에게 전화해서 '코드 핑크'가 떴다고 말한다. 지미는 멜리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조 뱅은 감옥 동료 네이먼에게 제안을 한다.
연중 가장 큰 레이스가 펼쳐지는 날, 지미는 계획을 실행한다. 먼저, 감옥에서는 교도소장이 식당 점검을 하러 나오고, 모두 문제 없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조 뱅이 갑자기 토하고, 병원으로 실려간다. 교도소 병원에서 조 뱅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하고, 그곳에서 일하고 있던 클라이드와 만나 탈옥한다. 이들은 교도소를 드나드는 수송트럭 아래쪽에 나무관을 짜서 붙이고, 그 속에 들어가 숨는다.
감옥에서는 네이먼이 동료들과 함께 폭동을 일으킨다. 교도소장은 '코드 레드'를 선언하고, 교도소를 외부로부터 차단한다.
식당에서 간수 몇 명을 포로로 잡고 농성하는 네이먼과 동료들은 요구조건을 내건다. 폭동의 이유가 웃기는데, 교도소 도서관에 '왕좌의 게임' 5권이 없다는 것이었다. 교도소장은 죄수들이 원하는 책을 곧 구입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네이먼은 6권과 7권도 가져오라고 말한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책을 달라는 것인데, 교도소장이 아무리 설득해도 이들은 믿지 않는다. 오히려 식당의 폐쇄회로를 차단하고, 창문까지 모두 막은 다음 불을 지른다.
지미는 조 뱅의 두 동생을 깨워 레이싱 경기장으로 가라고 독촉한다. 경기장 바깥에 도착한 두 사람은 통신망이 있는 외부 건물에 폭탄을 제조해 터뜨리고, 경기장 상가의 통신망이 차단된다. 카드결제가 안 되면서 현금만 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현금은 곧바로 파이프를 타고 대형금고로 모인다.
조카 세이디를 학교에 데려다 준 멜리는 이혼한 새언니의 남편 차를 훔쳐 어느 주유소 앞에서 기다린다. 이 주유소는 교도소를 드나드는 수송트럭이 항상 멈추는 장소를 멜리가 미리 확인해 둔 곳이다. 조 뱅과 클라이드는 수송트럭 바닥에서 내려와 멜리의 차로 옮겨탄다. 알고 보니 멜리는 스피드광이었다. 영화 초반에 이미 멜리가 과속했다는 말이 지미의 이혼한 아내의 말로 나왔지만, 멜리는 차에 대해서도 잘 알고,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조 뱅과 클라이드는 지하 공사장으로 내려가고, 미리 와 있던 지미와 합류한다. 조 뱅은 젤리, 소금, 펜 같은 평범한 물건들을 조합해 폭탄을 만들어 내는데, 이 장면은 '브레이킹 배드'에서 마약을 만들어내는 화학교사 월터 화이트를 뛰어 넘는, 대단한 화학 지식을 보여준다. 조 뱅은 화학식을 벽에 써가며 이 물질들이 결합해서 어떻게 폭발 효과를 내는지 지미와 클라이드에게 설명한다. 그렇게 튜브를 타고 들어간 폭탄이 터지고, 이들은 다시 튜브를 통해 돈을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대형금고에 있는 돈을 빼내기 시작한다.
돈은 쓰레기 봉투에 담아 밖으로 빼내는데, 조 뱅의 두 형제가 맡는다. 이들이 쓰레기차에 돈봉투를 싣고 나가는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 잠깐의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출입문이 열리지 않도록 만든 것도 지미였다.
돈을 다 밖으로 빼낸 이들은 조 뱅과 클라이드가 다시 멜리의 차에 타고 먼로 교도소 근처 소방서에 대기한다. 교도소에서는 네이먼이 식당에 불을 지르고, 화재 신고를 하자 소방차가 출동하고, 조 뱅과 클라이드는 소방차에 숨어 교도소 안으로 들어간다.
멜리는 다시 학교로 돌아와 조카 세이디의 머리를 만져주고, 조 뱅은 교도소 병원 침대에 여전히 누워 있으며, 지미는 세이디의 학교 발표회에 참석한다. 세이디는 원래 부를 노래 대신, 존 댄버의 노래 Take Me Home Country Roads 를 부른다. 이 노래는 영화 전편에 흐르며, 특히 지미가 즐겨 듣는 노래여서 세이디에게도 의미가 있다.
방송에서 경기장 강도 뉴스가 나오고, 경찰과 FBI가 투입된다. FBI 요원 세라(힐러리 스웽크)는 영화 뒷부분에만 나오지만, 영화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멋진 역할을 보여준다. 세라 요원은 교도소장을 만나 감옥에 있던 조 뱅을 면회한 사람이 지미와 그 동생 클라이드라는 사실을 말한다. 이들은 조 뱅을 두 번 면회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클라이드가 편의점을 차로 들이박고 감옥에 들어온 사실을 밝혀낸다. 하지만 교도소장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한다.
세라 요원은 지미의 핸드폰과 자동차를 추적하지만, 핸드폰은 요금을 내지 않아 정지 상태였고, 자동차는 구형이라 GPS 수신기가 달려 있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90일이 지나면 클라이드가 출옥한다-교도소에서 나오는 클라이드를 멜리가 마중한다. 클라이드는 '국가보훈처'가 찍힌 큰 가방을 하나 받는데, 관객은 내용물을 볼 수 없지만, 그게 돈이라는 건 누구나 안다.
강도 당한 돈은 트럭에 담겨 발견되었고, 뉴스에서는 이들이 '촌뜨기 강도단'이라고 이름 붙인다. 즉, 갖지도 못한 돈을 털었다는 것이다.
조 뱅도 형기가 만료되어 교도소에서 나오고, 클라이드가 일하는 술집을 찾아간다. 조 뱅은 지미의 소식을 캐묻지만 클라이드는 지미가 어디 살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조 뱅도 뉴스에 나오는 소식을 듣고, 빼돌린 돈이 전부 트럭에 실려 있는 걸로 알고 있었다.
조 뱅의 집에 누군가 삽을 놓고 가는데, 조 뱅은 잠시 생각하더니 마당의 큰나무 밑을 파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지미와 클라이드가 교도소로 조 뱅을 만나러 갔을 때 나온 이야기와 연결된다.
그 사이 FBI의 수사는 종결되는데, 돈을 도난당한 '스피드웨이'에서는 보험금을 받아서 만족한다고, 더 이상 수사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한다. 결국 피해자가 없는 셈이 된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돈이 어떻게 빼돌려지는가를 보여준다. 단역에 불과했던 멜리가 큰 역할을 한다. 결국 이 모든 계획은 지미에서 시작해 클라이드, 멜리 세 남매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춘 것이다.
지미는 자신의 계획에 도움을 준 네이먼, 실비아, 글리마에게 선물을 보낸다. 지미는 엄청난 돈을 숨겨 놓고도 평상의 생활을 그대로 유지한다. 지미는 실비아를 만나고, 멜리는 조 뱅과 데이트를 하며, 클라이드는 술집에 처음 온 세라-바로 그 FBI 요원-를 만난다.
영화를 보고 떠오르는 생각은, 지미가 왜 '스피드웨이' 회사의 대형 금고를 털 생각을 한 것일까였다. 그가 갑자기 해고를 당했기 때문에 화가 나서? 이혼한 아내와의 법정 싸움에 필요한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려고? 술집에서 싸운 건방진 레이싱 회사 사장 때문에? 아니면 그 모든 것들이 뒤섞여서?
사건이 발생하고 6개월이 지나 공식적으로는 사건이 종결되었지만, 세라 요원은 이 사건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세라 요원이 술집에 나타난 것은, 앞으로도 이야기가 계속 진행될 것이며, 지미를 비롯한 동료들이 조금만 실수하면 체포당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영화는 훈훈하게 마무리되지만, 세라 요원을 보여줌으로써, 결말을 열어 둔 것이다.
지미는 대기업이 번 돈을 훔치고, 대기업은 잃어버린 돈을 보험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된다. 세라 요원이 스피드웨이 사장에게 하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잃어버린 돈의 총액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보험금을 산정할 수 있는가. 이들은 막대한 자본이 움직이는데 서로의 이익이 되는 쪽으로 행동한다.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만, 그 돈 역시 자기 돈이 아니며, 거액의 보험금이라 해도, 전체로 보면 푼돈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시나리오가 좋은 영화는 많은 제작비를 들이지 않아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다. 여기에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능력 있는 감독의 연출이 결합하면,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가 탄생한다.
-
- 나의 일 순위는 나여야만 해
제목의 '위국(違国)'이라는 단어는 직역하면 '어긋난 나라'라는 뜻이다. 그러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어긋난 나라에서 쓰는 일기'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다. 왜 어긋난 나라인지는 영화 속 마키오와 아사의 불편한 동거를 보면 쉽게 알아차릴 수가 있다.
그저 다른 것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그 무엇 하나도 끝까지 양보하려 들지 않는 양쪽의 지독한 고집이 서로를 끝끝내는 어긋나게 만들어 버린다. 보통이라면, 남들이라면 대체로 웃으면서 그러려니 넘어갈만한 지점들도 꼭 짚어내어 기어이 불편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 두 사람의 일반적인 생활 패턴이라 할 수 있다.
눈대중으로는 얼추 맞을 것 같은데, 기묘할 정도로 결정적인 곳에서 맞지 않는 이들의 성향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답답함을 유발한다. 칼각으로 접히는 수건이나, 틈새에 딱 들어가는 청소기같이 어딘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영상들이 있다면, 이 영화는 그의 정 반대다. 항상 삐걱거리고 맞아떨어지는 구석이 없는 둘의 사이는 그야말로 '위국'이다.
"어른이 친구가 있는 건 처음 봤어."
아사는 이모를 보며 자신이 알고 있던 어른의 범주가 굉장히 좁았음을 알게 된다. 어른이라면 응당 이럴 것이라는 기대감과 선망이 사라지자, 그들 역시 인간에 불과하다는 뻔하고 지루한 진실만이 남는다. 하지만 이모인 마키오는 그런 것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주거나, 어른의 위상을 돋보이게 해줄 만한 행동보다는 '모든 어른이 그렇지는 않다'라는 것을 쉽게 인정할 따름이다.
"이모가 반대할까 봐 그랬어."
자신의 친구조차 쉽게 대하지 못하고 버벅대는 이모를 보는 아사의 심리는 조금씩 바뀌어간다. 세상 모든 어른의 기준이 자기 엄마였기에, 처음에는 모든 행동거지를 조심하려고 애쓴다. 밴드부에 가입한다고 하면 혼날까 봐, 말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을 통해 아사가 엄마에게 꽤나 압박을 받으며 자랐다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엄마나 선생님과는 다른 어른 군상을 통해 아사는 조금 더 자유를 만끽하는 쪽으로 변화되어 간다.
"나는 네 엄마가 될 수는 없어."
아사의 불안감과 외로움을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마키오였지만, 정작 아사를 가장 불안하고 외롭게 하는 것도 마키오였다. 아사는 마키오에게 자신이 첫 번째이지 않은 것, 마키오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신이 더욱 빛나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가장 빛나지 않더라도, 부모님과 있을 때는 언제나 자신이 우선순위였던 삶이 처참히 무너지면서 겪는 일종의 상실감일 것이다. 혼자가 될 때마다 '엄마였다면' 하고 되뇌지만 정작 그런 엄마가 자신을 홀로 남겨두고 죽어버린 것에 대한 원망이 뒤섞여 아사는 혼란스럽다.
"너와 나는 다른 주체니까. 네 인생은 네가 살아야 해."
그런 아사에게 마키오는 잔인하고 냉담하게 말한다. 엄마가 네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으며 나 역시 마찬가지고, 모든 선택에 대한 책임은 네가 져야 한다는 것을. 그 말을 다르게 번역하면 '넌 결코 내 첫 번째가 될 수는 없어'라는 뜻과도 같다. 그리고 그건 모든 인물들에게도 통용된다. 마키오에게 첫 번째는 언제나 자기 자신이니까. 결국 마키오는 은연중에
"너를 가장 먼저 떠올리고 첫 번째로 사랑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닌 너야."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엄마가 남겼던 일기를 보고 아사는 학교도 빠지고 할머니 댁으로 도망가 버린다. 아사는 자신이 생각한 엄마와 남들이 알고 있는 엄마는 많이 달랐던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엄마'가 아닌 '코다이 미노리'라는 한 명의 사람에 대해서 알아가고 인정하는 과정에서 아사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엄마에게도 결국 자신이 첫 번째는 아니었다는 것.
엄마가 했던 말과 행동들이 자신을 위했다기보다는 본인을 위한 것이었음을 느낀다. 그제야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슬퍼할 수 있게 된 아사. 마키오 이모의 품에 안겨 울면서 '과거가 바뀌었다면 어땠을까'라고 상상한다. 타임머신을 만들어보라는 마키오의 말에 아사는 질문을 던진다.
"그럼 만나지 못했으려나."
"누굴?"
표면적으로는 이모인 마키오를 두고 한 말이었겠지만, 더 깊숙이 파고든다면 말 그대로 '어긋난 나라'를 의미한다. 기묘하고 이상하게 어긋난 세상을 만났기에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었고, 그로 인해 한층 성숙한 '어른'으로 한 발자국 다가갈 수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영화를 보며 아쉬웠던 것은 아사와 마키오의 이야기에만 집중하여 감정선을 끌어냈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부분이다. 물론 그 주변인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불필요한 요소가 다소 존재한다고 느꼈다. 의도나 상징이 짙은 부분들에 있어서 영화의 맥락에 어긋나는 생뚱맞은 이야기를 한다고 느껴 약간 불편했던 것 같다. 그저 보여주기식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더 그랬던 것 같고.
그렇게 이것저것 다 뒤섞은 바람에 영화를 보고 나서도 큰 주제와 메시지가 명확히 전달되지 않았다. 원작이 10권으로 구성된 순정만화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내용적으로 각색이 있어야 할 터인데, 곁가지들을 애매하게 남겨놓은 것이 영화 감상 방해의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일본 특유의 감수성만큼은 잘 살린듯한 영화였다.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 받아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
- 3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다들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3월의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콘텐츠'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
.
.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NEW)
▶ 3월 9일 개봉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예상과 다르게 <더 배트맨>을 뛰어넘고, 1위 자리를 차지하였습니다. 그동안 어둡고 강렬한 분위기의 영화에 출연하던 최민식 배우가 처음으로 감성적인 영화를 맡아 관객들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주말 동안 (3월 11일~13일) 관객 수 13만 987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4만 619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이번 주에 기대작인 <스펜서>와 <문폴>이 개봉하기 때문에 1위 자리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 줄거리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 그는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아간다.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학생들의 기피 대상 1호인 ‘이학성’은 어느 날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뒤 수학을 가르쳐 달라 조르는 수학을 포기한 고등학생 ‘한지우’(김동휘)를 만난다. 정답만을 찾는 세상에서 방황하던 ‘한지우’에게 올바른 풀이 과정을 찾아나가는 법을 가르치며 ‘이학성’ 역시 뜻하지 않은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2. <더 배트맨> (▼1)
▶ 1위를 계속 유지할 것 같던 <더 배트맨>이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로 인해 2위로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주말 동안 (3월 11일~13일) 관객 수 11만 108명을 동원됐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73만 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지난주 주말과 비교했을 때
약 20만 명이 증가했습니다. <더 배트맨> 역시 이번 주 개봉작으로 인해 순위에 변동이 생기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3. <극장판 주술회전0> (-)
▶ <극장판 주술회전0>은 지난 주말에 이어 3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예상과 달리 <언차티드>보다 <극장판 주술회전0>이 한 순위 앞섰습니다.
주말 동안 (3월 11일~13일) 관객 수 2만 8724명을 동원됐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4만 748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저번 주 주말보다 약 7000명의 관객 수가 떨어졌으며, 좌석 판매율 또한 0.9가 하락했습니다.
▶ 씨네픽의 이번 주 91회 예측 이벤트는 한국판 굿 윌 헌팅,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박스오피스 스코어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먼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영화 <더 배트맨>의 실제 관람객 연령과 성별에 따른 관람 추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성과 3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제90회 씨네픽 주말 박스오피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한 주동안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이 결과를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 한 주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40대 여성이었습니다.
또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약 14%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과 우승 상금을 수상한 분에게 모두 축하와 감사의 말씀 전해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89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언차티드> (▼2)
▶ 박스오피스 4위는 바로 톰 홀랜드가 주연을 맡은 액션 영화 <언차티드>입니다.
주말 동안 (3월 11일~13일) 관객 수 1만 332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71만 명을 돌파하였습니다.
1~2위를 유지하던 <언차티드>가 4위로 떨어지게 되었는데요. 다음 주에도 5위권 안에 남아있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5.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더 무비: 월드 히어로즈 미션> (NEW)
▶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나가사키 켄지의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더 무비: 월드 히어로즈 미션>입니다.
주말 동안 (3월 11일~13일) 관객 수 1만 2748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만 563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이번에 4위를 차지한 <언차티드>와 관객 수 차이는 약 570명으로 크게 차이 나지 않고, 좌석 판매율의 경우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더 무비: 월드 히어로즈 미션>가 더 높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저번 주와 마차 간지로 <더 배트맨>이 차지했습니다.
주말 동안(11일~13일) 북미 기준 주말 매출액 $66,000,000 (한화 약 816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누적 매출액은 $238,520,826 (한화 약 2950억)를 달성했습니다.
영화 순위는 저번과 모두 동일하지만, 전체적으로 주말 매출액이 감소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3월 11일 ~ 2022년 3월 13일)
1. <더 배트맨> 6600만 달러 (누적 2억 3852만 달러)
2. <언차티드> 925만 달러 (누적 1억 1335만 달러)
3. <도그> 534만 달러 (누적 4780만 달러)
4.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407만 달러 (누적 7억 9228만 달러)
5. <나일 강의 죽음> 250만 달러 (누적 4078만 달러)
.
.
.
씨네픽의 3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3월 셋째 주도 매일 행복하고 안전한 하루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
- [JIFF 데일리] 프랑스식 조소가 가득한 욕망의 가면무도회
24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 상영작으로, 독특한 자신만의 시선을 담아내며 ‘카페 벨에포크’, ‘미스터 앤 미세스 아델만’ 등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배우이자 감독인 니콜라스 베도스의 신작 영화 위선의 종말을 올해 JIFF 나들이 첫 선택으로 관람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프랑스식 위트 섞인 블랙 코미디를 상당히 좋아하기에 선택했는데, 역시나 세상을 비웃는 독특한 시선이 러닝타임 내내 보는 이들의 가슴을 후벼파며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가장 무도회를 뜻하는 원제 ‘MASQUERADE’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 구성과 전개는 언제 끝났을 지 모를 정도로 몰입감을 주었는데, 이런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챙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빠른 국내 개봉일 확정을 바라며, 영화제를 통해 미리 만나본 작품의 후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그녀가 말하는 걸 모두 믿지마”
시놉시스: 매력적인 댄서 아드리앵은 오토바이 사고로 경력이 엉망이 되고, 나태함으로 자신의 젊음을 낭비한다. 아드리앵의 삶은 음모와 자신의 성적 매력을 이용한 사기를 벌이며 살아가는 마고를 만나면서 변화한다.
예고편│Trailer
원제: MASQUERADE, 영제: Mascarade│감독·각본: 니콜라스 베도스
출연진: 피에르 니네이, 이자벨 아자니, 프랑수아 클루제, 마린 백트, 로라 모란테, 엠마뉴엘 드보스 외 다수
장르: 범죄, 드라마, 코미디│상영 시간: 134분
국가: 프랑스│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평점: 왓챠피디아 3.3, IMDB 6.5
24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상영작
“모두가 쓴 가면 뒤 타락한 진실은 알 수 없다”
‘달과 6펜스’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 겸 극작가 윌리엄 서머셋 모옴의 명언 중 “프랑스 리비에라는 부정한 사람들에게 밝은 곳”이라는 인상적인 문구로 문을 연 작품은 흥분한 시몽이 아드리앵과 마고를 방문한 뒤 들리는 한발의 총성으로 시작됩니다. 사고로 무용수를 그만두고 나이 든 여자들의 남자친구이자, 노리개로 삶을 살아가는 아드리앵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싱글맘 마고, 그의 파트너이자 유명 여배우 마르타, 이들의 먹잇감이 된 중년의 부동산 사업가 시몽, 모든 계획의 조력자 줄리아까지 부를 향해 얽히고 설킨 사람들의 이야기가 법정 증언들을 통해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점으로 흐릅니다. 각자의 생각으로 구성된 장면들은 계획이 얼마나 치밀했는지 숨겨진 진실에 접근하며 원동력이 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비열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합니다.
부에 심취한 자들과 쟁취하려는 자들로 분류된 작품 속에서 아드리앵과 마고는 삶의 동질감은 물론, 살기 위해 멀리했던 사랑에 빠져 공동된 목표를 쟁취할 계획을 수립합니다. 자신들이 제일 잘 아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마르타, 시몽을 조종할 수 있을거라는 조롱 섞인 자신감은 냉정하리만큼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적어도 결말까지는 두 사람의 아름다운 미래를 연상시킵니다. 그러나 반전의 엔딩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누구보다 양쪽 부류의 욕망을 잘 파악하고, 활용할 줄 아는 줄리아를 통해 강력한 한방을 남깁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계획된 연기였던 것인지 알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을 말입니다.
피에르 니네이, 이자벨 아자니, 프랑수아 클루제, 마린 백트, 로라 모란테 등의 프랑스를 대표하는 초호화 캐스팅은 이러한 욕망의 덫에 빠진 등장인물들을 통해 진심을 감춘 채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변합니다. 일정 부분에서 2008년 ‘비스티 보이즈’도 떠오르기도 하지만 니콜라스 베도스의 필력이 담긴 프랑스식 풍자와 조소는 삭막함만이 흐르는 비극적인 현대 사회를 제대로 비웃습니다. 늘 이용당하고 치명적인 약점이 되는 낭만이라 일컫는 사랑이 사라져버린 시대에 대한 씁쓸함이 짙게 내려앉은 프랑스 영화 위선의 종말이었습니다. 개봉이 언제될 지 모르겠지만, 이런 스토리를 좋아하신다면 강력 추천드려보고 싶네요. :)
한 줄 평 : 사랑이라는 미끼의 벗어날 수 없는 욕망의 덫에 걸린 사람들
-
- 스크린을 넘어 폭발하는 상상매직
대중문화에서 'N차 관람'은 흥행을 판가름하는 주요 척도 중 하나다. 요즘 공개되는 새 영화, 뮤지컬, 연극 등 홍보문구에서 너도나도 'N차 관람' 워딩을 사용하지만, 이 중 진짜배기는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 가운데 찐 N차 관람 욕구를 샘솟게 만드는 신작이 등판했다. 바로 영화 '위키드'다.
영화 '위키드'는 유명 소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서쪽 마녀를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로 자신의 진정한 힘을 발견하지 못한 엘파바(신시아 에리보)와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발견하지 못한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의 우정을 그린다.
'위키드'의 명성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만든 뮤지컬은 미국 브로드웨이 역대 흥행 2위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한국에서는 이미 4차례(내한 1회, 한국 라이선스 3회) 무대에 올렸을 정도로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 한국어 더빙판은 뮤지컬에 출연했던 배우들(박혜나, 정선아, 고은성, 남경주 등)이 참여할 정도.
영화는 동명 뮤지컬의 이야기 및 주요 넘버를 따라간다. 뮤지컬과 마찬가지로 서쪽 마녀의 죽음을 기뻐하는 오즈 시민들의 축제와 함께 '악한 자, 넌 위키드(No One Mourns the Wicked)'로 오프닝을 장식한다. 이후 오즈 세계의 통치자가 된 착한 마녀 글린다와 사악한 마녀 엘파바의 과거 이야기로 회상한다. 원작 뮤지컬 극본가 위니 홀츠먼이 영화 각본에 참여해 원작의 색을 유지하면서 적절한 각색으로 영화만의 특색을 잘 살렸다.
원작 있는 작품을 영화로 각색할 시, 원작을 어떻게 재현할지가 관건인데 뮤지컬 팬들의 걱정을 단번에 불식시킨다. 900만 송이의 형형색색 튤립을 직접 심어 구현한 먼치킨 랜드와 58톤에 달하는 동심 가득한 에메랄드 시티행 기차, 그리고 놀이공원 광고를 연상케 하는 에메랄드 시티 내부 등 흡사 '해리포터' 시리즈에 비견될 환상적인 비주얼과 영상미를 자랑하기 때문. 그중 피예로 왕자(조나단 베일리)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돌아가는 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함께 선보인 군무 넘버 '춤추듯 인생을(Dancing Through)'은 '위키드'에서 손에 꼽을 만하다.
특히 주인공 엘파바, 글린다 역을 맡은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선보이는 연기와 노래, 춤은 압권이다. 신시아 에리보는 짙은 내면 연기와 감탄사를 연발케 하는 가창력을 바탕으로 초록 마녀 엘파바 그 자체가 됐다. '위키드'를 발판으로 글로벌 '파퓰러' 배우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세계적인 팝스타로 사랑받아온 아리아나 그란데 역시 폭발적인 가창력과 사랑스럽고 유머 넘치는 연기로 글린다 캐릭터를 소화하며 '인간 파퓰러'로 자신을 뽐낸다.
두 사람의 케미가 정점을 찍은 마지막 시퀀스이자 대표 넘버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는 '위키드'의 화룡정점이다. 적절한 슬로모션과 관객들을 압도하는 가창력이 더해지니 마치 엘파바가 무대의 한계를 뛰어넘어 스크린 밖으로 날아오르는 듯한 전율을 선사한다. 그야말로 "오즈메이징"하다.
두 주연 배우 외에도 조나단 베일리, 에단 슬레이터(보크 역), 양자경(마담 모러블 역), 제프 골드브럼, 피터 딘클리지(염소 딜라몬드 교수 목소리 역) 등이 신스틸러를 완벽하게 수행하며 자기 몫을 해낸다. 또 뮤지컬 '위키드' 초연 당시 엘파바&글린다를 연기한 이디아 멘젤&크리스틴 체노워스까지 카메오로 깜짝 출연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160분 러닝타임이 순삭되는 걸 경험할 것이다.
★★★★
-
-
-
- 영화 <유체이탈자> 티저 예고편
"누가 진짜 나인지 모르겠어요."
교통사고 현장에서 눈을 뜬 한 남자.
거울에 비친 낯선 얼굴과 이름,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 또 바뀌었어. 낮에도 바뀌더니 밤에도 또"
잠시 후, 또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난 남자.
그는 12시간마다 몸이 바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기 시작한다.
그가 12시간마다 몸이 바뀌었던 사람들, 가는 곳마다 나타나는 의문의 여자까지.
그리고, 이들이 쫓고 있는 한 남자. ;강이안'
"이제 알게 됐어. 내가 뭘 해야 되는지"
모두가 혈안이 되어 쫓고 있는 '강이안'이 바로 자신임을 직감한 남자, 자신을 찾기 위한 사투를 시작하는데 ..
진짜 나를 찾기 위한 본능적 액션이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