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롬2021-04-11 16:19:36
우리는 사랑받았기 때문에 사랑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
⭐⭐⭐⭐⭐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로, 아내(루니 마라)와 별거 중이다. 타인의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너무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 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를 만나게 된다.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이해해주는 ‘사만다’로 인해 조금씩 행복을 되찾기 시작한 ‘테오도르’는 점점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Al
영화는 '인공지능'의 소재를 가지고 줄거리가 이어가지는 로맨스 영화다. 보통 '인공지능'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인 '차가움', '냉정함'이 있다면 이 영화는 이러한 선입견을 무시하는 의외로 따뜻한 영화이다. 그렇다고 또 직접적인 로봇의 등장도 아니고 음성으로 등장하는 Al이므로 시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아닌 청각적인 부분에서 흥미를 돋는다.
색깔
주인공인 테오드로는 소화하기 힘든 밝은 계열의 의상을 입는다. 아마 화려한 외면과는 다른 우울한 내면을 비교하고자 표현한 거 같지만, 점차 사만다를 만나며 그 밝은 계열의 색상처럼 로맨스가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나 주인공의 모습들이 환해진다. 왠지 모를 행복감이 든다.
주제
'사랑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사랑'등의 기본적이면서도 원초적인 주제를 담았다. 복잡미묘하면서도 다시 보면 간단명료한 주제인 '사랑'을 정말 잘 표현한 영화이지 않나 싶다. 게다가 인공지능을 넣다보니 그 주제가 보다 특별하게 느껴지는 영화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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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주제, 3부작 시리즈 영화 모음 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하나의 주제로 각기 다른 이야기를 그린
3부작 시리즈를 제작한 감독의 영화를 추천해보려고 하는데요!
오늘 한번 정주행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3부작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낭만 3부작
ⓒ 다음 영화
자끄 드미 감독의 '낭만 3부작'
자끄 드미의 낭만 3부작은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현재 대부분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명칭이다.
1부는 1961년 작품 <롤라>, 2부는 1964년 작품 <쉘보르의 우산>, 3부는 1967년 작품 <로슈포르의 연인들>로 이어져있다. 세 작품 모두 뮤지컬 영화로 자끄 드미의 특별한 색감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거리 3부작'
ⓒ 네이버 영화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은 말죽거리 잔혹사를 시작으로 약 10년에 걸친 프로젝트였다.
'길거리 위' 남자들의 주먹을 다루며,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처럼 제목 속에 '거리'가 겹쳐 '거리 3부작'이라는 이름을 정하게 되었다.
1부는 2004년 작품 <말죽거리 잔혹사>, 2부는 2006년 작품 <비열한 거리>, 3부는 2014년 작품 <강남 1970>로 이어져있다.
세 작품 모두 싸움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며 <강남 1970>을 제외하고는 모두 호평을 받았다.
'복수 3부작'
ⓒ 네이버 영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원래 기획되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친절한 금자씨> 이후 평론가 사이에서
'복수 3부작'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세 작품 모두 복수를 다루고 있어 '복 수 3부작'이라고 칭하기 시작했다.
1부는 2003년 작품 <복수는 나의 것>, 2부는 2003년 작품 <올드보이>, 3부는 2005년 작품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져있다.
앞서 말했듯이 세 작품 모두 '복수'를 주제로 다루고 있지만, 시사하는 바는 완전히 다른 영화이다.
오슬로 3부작
ⓒ 네이버 영화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오슬로 3부작'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오슬로 3부작'은 노르웨이 오슬로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일컫는 말입니다.
1부는 2006년 작품 <리프라이즈>, 2부는 2011년 작품 <오슬로, 8월 31>, 3부는 2022년 작품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로 이어져있다.
2000년대 부터 2010년, 2020년대까지 가장 오랜 시간 작업한 시리즈가 될 것 같다.
영화마다 오슬로의 아름다운 전경을 확인할 수도 있으며, 특히 아직 개봉안 한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현재 관객들에게 화제를 모으며
기대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청춘 3부작'
ⓒ 네이버 영화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
이전 3부작과 달리 이번 3부작은 감독이 직접 '청춘'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3부작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2016년 작품 <동주>를 시작으로, 2부는 2017년 작품 <박열>, 3부는 2018년 작품 <변산>으로 이어져있다.
<동주>가 청춘 3부작의 동기가 되었다고 밝혔으며, 이후 제작된 청춘 시리즈 모두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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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청설>이 기분 좋은 출발을 했습니다. <베놈: 라스트 댄스>를 밀어내고 누적 관객 수 23만 명을 돌파하며 주말 관객 수 1위에 등극하였습니다. 그러나 손익분기점이 약 120만 명이기에 앞으로의 추이가 중요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이 가볍게 보러 오기 좋은 영화인만큼 금주 성적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한편, <베놈: 라스트 댄스>가 주말 관객 수 16만 명, 누적 관객 수 150만 명으로 2위를, <아마존 활명수>가 주말 관객 수 7만 명, 누적 관객 수 52만 명으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북미에서는 누적 수익 1억 달러를 돌파한 <베놈: 라스트 댄스>가 여전히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2위를 차지한 <The Best Christmas Pageant Ever>는 바바라 로빈슨의 1972년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장난꾸러기 여섯 형제가 교회에 몰래 들어갔다가 마을의 연례 크리스마스 연극의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코미디 배우 피트 홈즈와 앤트맨 출연진 주디 그리어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아트하우스 영화의 명가 A24가 제작하고 휴 그랜트가 출연하는 스릴러 공포영화 <Heretic>이 3위에 올랐습니다. <Heretic>은 잘못된 문을 두드려 사악한 미스터 리드(휴 그랜트)와 마주하게 된 두 젊은 선교사들이 그와의 치명적인 생존 게임에 휘말리며 신앙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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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일 | 맛을 알 수 없는 매튜 본표 스파이 비빔밥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가상과 현실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동감 넘치는 첩보 소설 '아가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엘리'(브라이스 D. 하워드).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그녀에게도 고민이 하나 있다. 새로운 책의 마지막 챕터가 좀처럼 써지지 않는다는 것. 이에 그녀는 머리도 식히고, 꼼꼼한 독자이자 조언자인 엄마 '루스'(캐서린 오하라)의 아이디어를 들을 겸 집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하지만 기차 안에서 습격당한 엘리는 돌연 나타난 조력자이자 현실 스파이인 '에이든'(샘 록웰)에게서 자기가 만든 스파이 '아가일(헨리 카빌)'을 겹쳐 보기 시작한다. 간신히 목숨을 지킨 엘리는 그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의 소설이 실제 사건을 예견하는 바람에 여러 차례 물 먹은 첩보 조직 '정보국'이 그녀를 노리기 시작했다는 것. 그렇게 엘리는 상상만 하던 첩보물 세계에 발을 내딛는다.
<아가일>, 실패한 스파이 비빔밥
비빔밥. 한식의 대표주자다. 기내식으로도, 해외 한식당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식이섬유까지 한 번에 섭취할 수 있어서 웰빙 음식으로도 잘 알려졌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집에 남은 여러 반찬을 활용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기는 '조화'로부터 나온다. 밥, 나물, 고기 등을 단순히 섞었다면 사실 특별한 맛이 아니다. 각 재료의 맛이 날 뿐이다. 그런데 소스가 더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고추장이나 간장 베이스 소스가 여러 재료 사이에 일체감을 형성한다. 공통의 맛 안에서 각 재료의 맛이 더 다채롭게 살아나기도 한다.
매튜 본 감독의 신작 <아가일>은 첩보물의 비빔밥이 되고자 한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재료를 한 데 섞었다. <007>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설정과 주인공, <제이슨 본> 시리즈를 차용한 이야기를 더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느낌이 강한 팀 액션도 간간히 등장한다.
문제는 재료를 조화롭게 섞지 못했다는 것. 매튜 본 특유의 B급 연출은 위 재료를 아우르지 못한다. <킹스맨>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 나머지 신선하지 않고, 안일하며, 과하기 때문. 그렇게 <아가일>은 이도저도 아닌 실패한 비빔밥이 되어 버렸다.
제임스 본드의 창조자를 재해석하다
<아가일>에서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재료는 <007> 시리즈다. 매튜 본의 전작을 고려하면 놀랍지 않다. <킹스맨> 시리즈에서 이미 제임스 본드의 클리셰를 비트는 연출로 자기 역량을 뽐낸 바 있으므로. 보드카 마티니를 고집하는 고급스러운 젠틀맨 스파이라는 이미지를 역이용하면서.
매튜 본이 재해석한 <007>의 핵심은 '환상의 공유'에 있었다. <킹스맨>의 주인공인 에그시. 그는 귀족도 상류층도 아닌 평범한 노동 계층 청년이다. 그런 그가 제임스 본드 같은 젠틀맨 스파이로 거듭나고, 세계를 구하며, 스웨덴 공주와 결혼까지 한다. 관객이 마음 한 편에 품고 있을 신분 상승, 계층 상승이라는 환상을 건드렸기에 <킹스맨> 1편은 강렬했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아가일>의 접근법도 유사하다. "평범한 내가 알고 보니 첩보원?"이라는 환상을 건드린다. 환상을 풀어내는 방식도 비슷하다. 제임스 본드로부터 에그시를 만들었듯이, <007> 시리즈 원작자 이언 플레밍을 본 따 엘리를 만들었다. 이언 플레밍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실제로 영국군 첩보부에서 근무한 바 있다. 이처럼 매튜 본은 실전 경험이 있는 첩보물 작가의 성별만 바꿔서 자기만의 이언 플레밍, 엘리를 창조한 듯 보인다.
제이슨 본의 발자취를 뒤쫓다
이에 더해 매튜 본은 엘리를 '제이슨 본'의 세계에 빠트린다. 1편 <본 아이덴티티>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시리즈의 핵심은 기억과 정체성이었다. 자기가 CIA 비밀 프로그램 소속 첩보원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지내던 제이슨 본. 그는 기억을 하나 둘 찾아가며 양심의 가책에 빠진다. 그는 자기가 죽인 사람들의 유가족을 찾아가 진심 어린 사죄를 건넨다. 더 나아가서 비윤리적인 작전을 허가한 조직의 수뇌부에게 복수한다.
엘리는 제이슨 본의 행적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가상의 스파이 아가일의 활약상을 그려낸 첩보 소설 '아가일'을 집필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세를 떨치는 엘리. 하지만 그녀의 소설 내용을 눈여겨본 첩보 조직 '정보국' 국장 '리터'(브라이언 크랜스턴)는 그녀를 악용할 음모를 꾸민다.
리터의 계략으로 인해 목숨을 건 추격전을 펼치기 시작하는 엘리. 그 과정에서 그녀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는다. 난데없이 나타나 그녀를 도와준 요원 에이든이 과거 연인이었다는 것. 기억을 잃은 제이슨 본에게 조력자 니키 파슨스가 있었듯이. 더 나아가 본인 역시 엘리트 스파이였고, 여러 악행을 저질렀다는 기억도 되찾는다. 이에 그녀는 CIA를 무너뜨리려 한 제이슨 본처럼 리터에게 복수하기 위해 정보국에 잠입하기로 결정한다.
달리 말해 <아가일>의 이야기는 <제이슨 본> 시리즈 속 주인공의 성별만 바꾼 결과인 셈이다. 물론 그 맛을 희석시키려는 노력이 곳곳에 엿보이기도 한다. 자기 조직 내에 적이 있다는 첩보물의 대표 클리셰를 또 한 번 활용한다. 오프닝과 엔딩 시퀀스를 장식하는 액션의 경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처럼 팀원들의 호흡이 빛나는 대목이다.
비슷한 맛이 반복된다
문제는 상이한 재료에 공통의 맛을 더해줘야 할 소스다. 맛이 특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맛 자체도 심심하다. 일단 <아가일>은 매튜 본의 대표작인 <킹스맨> 시리즈의 그림자 안에 갇혀 있다는 인상을 떨치지 못한다. 액션이 대표적이다. 엘리가 스케이트를 타고 펼쳐 보이는 격투씬은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에서 주인공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라스푸틴과 펼친 액션과 겹쳐 보인다.
구체적인 액션 연출도 다시 보기 같다. 리타의 수하들과 복도에서 펼치는 액션 시퀀스는 진행 과정부터 카메라 구도에 이르기까지 <킹스맨> 1편을 똑 닮았다. 로맨스 음악에 과장된 액션을 더한 B급 감성 연출도 '위풍당당 행진곡'에 맞춰 사람들 머리가 터져나간 명장면의 하위호환에 불과하다. 이미 경험해 본 맛을 고집하다 보니 굳이 이 비빔밥을 먹어야 할 이유를 찾기가 퍽 어렵다.
그렇다고 혀를 사로잡을 만큼 맛이 강렬하지도 않다. 12세 관람가이다 보니 매튜 본 특유의 유혈 낭자함이 사라졌다. 매튜 본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한 장면을 경쾌하게 풀어내는 데 특출 난 감독이다. 잔혹한 상황과 유쾌한 연출의 간극이 커질수록 이율배반적 쾌감이 극대화되는 구조다. <킹스맨> 1편 속 교회 액션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아가일>에서는 정작 그 맛을 찾을 수 없다.
재료도 잘못 배합했다
소스도 특별하지 않은 가운데, 재료 배합도 호평을 받기는 어렵다. 영화가 구조적으로 균형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아가일>의 핵심은 두 개의 반전이다. 그런데 첫 번째 반전이 영화 중반 이후에나 등장하다 보니, 그때까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힘이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엘리가 새 책을 좀처럼 쓰지 못해 고민에 빠진 도입부, 스파이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는 초반부의 템포가 유독 떨어지는 느낌이 강하다. 엘리는 조력자 에이든에게서 자기가 만든 캐릭터 아가일을 겹쳐 본다. 이는 작가 엘리의 현실과 첩보원 엘리의 현실 간의 가교를 만들려는 시도지만, 매끄럽지는 않다. 기차 내부 액션이나 런던 추격전을 그 일환으로 활용하지만, 상술했듯이 본 작의 액션은 임팩트가 약하기 때문이다.
매튜 본은 <킹스맨> 시리즈를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이미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킹스맨: 더 트레이터 킹>과 <킹스맨: 골든 서클>의 속편인 <킹스맨: 블루 블러드>가 제작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킹스맨을 등장시키는 <아가일>의 쿠키 영상만 놓고 보면 이 작품은 <킹스맨> 세계관을 보강하기 위한 퍼즐 조각 아닌가 싶기도 하다. <킹스맨> 시리즈는 20세기 중반을 다루지 않았는데, <아가일>이 이 빈틈을 채우기 위한 프로젝트의 시작일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아가일>을 보고 나서는 매튜 본의 큰 그림이 불안할 따름이다. <아가일>의 속편이 나와도, <킹스맨>과 연계가 돼도 다르지 않다. 같은 맛만 반복해서는, 단골 장사도 쉽지 않아 보이니까. 심지어 그 맛이 익숙해질 뿐만 아니라 약해지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Poor 형편없음
이제는 <킹스맨>을 벗어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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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자의 역사는 '모두'의 이야기다
이민진 작가가 집필한 동명소설을 드라마로 제작한 애플TV+ '파친코'는 공개된 뒤, 국내에서 많은 이목을 끌었다. 그동안 한국 근현대사 중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다룬 국내 미디어물은 많았으나, 국외 제작진과 글로벌 OTT 플랫폼(애플TV+) 속에서 한국(+한국계) 배우들이 중심으로 담아냈던 사례는 '파친코' 이전에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시즌 1에만 무려 1000억 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제작비를 투입한 '파친코'는 공개되자마자 단번에 화두로 떠올랐다. 3월 25일 유튜브로 공개된 1회는 조회 수 천만 뷰를 가뿐히 넘어섰고, 4년 전에 한국어 버전으로 발간된 원작 소설은 절판을 앞두고 역주행하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국서 접할 수 있는 OTT 중에선 후발 주자 격인 애플TV+ '파친코'로 틈새를 공략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파친코'를 향한 인기와 호평은 한국에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해외 주요 매체들은 '파친코'의 수준 높은 연출력과 서사, 연기력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 로튼 토마토 신선지수 98%, 메타크리틱 점수 87점을 기록하는 등 작품성을 검증받았다. 이에 힘입어 애플TV+ 측은 '파친코' 시즌 2로 확장했다.
'파친코'가 화제의 콘텐츠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레 제작 비하인드도 대중에게 알려지고 있다. 4대에 걸쳐 80년간 일본에서 살아가는 재일교포의 삶을 다룬 '파친코'에 영화/드라마 제작에 손을 내민 곳은 애플TV+ 이외에도 많았다.
그러나 원작자 이민진 작가는 다른 러브콜을 거절하고, 애플TV+와 계약을 맺었다. 제일교포인 주인공을 다른 인종(백인)으로 바꾸자고 제안한 다른 곳들과 달리, 유일하게 애플TV+만 이 작가의 요구사항에 따라 원작 그대로 따라갔기 때문이다.
최근 '킹덤', '기생충', '미나리' 등 웰메이드 작품들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아시아인의 위상이 예전과 달라지긴 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미국을 포함한 서양 주류사회는 의도적으로 아시아인을 배척해왔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아시아인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었다. 선자(김민하/윤여정)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을 백인으로 설정하려고 했던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단순히 백인으로 각색해야 무조건 돈벌이가 되고 먹힌다는 의미로 접근한 건 아닌 것 같다. 한국의 아픈 근현대사부터 1980년대가 주요 시대적 배경인 '파친코' 속에서 다른 문화권에도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 쉽게 드러났다.
'파친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이름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선자의 남편 백이삭(노상현)과 그의 형 백요셉(한준우)부터 선자의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소지 아라이), 그리고 선자의 손자이자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진하)까지 성경에 언급된 핵심 인물들의 이름을 차용했다. 그렇다, '파친코'는 기독교 코드를 한국 근현대사에 녹여낸 것이다. 원작자인 이민진 작가 또한 성경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파친코' 속에 기독교적 메타포가 눈에 띈다.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이 시작되면서 점점 조선인들이 먹고살기 힘들었던 1910년대, 선자의 모친 양진(정인지)은 선자가 태어나기 전 무속인을 찾아간다. 당시 태어난 아이들의 사망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 이때 무속인은 "아가 생길 기다. 이 아는 살려 주실 기다. 꼭 살아가 대를 잇고 손을 이을 기다"라고 말을 건네는데, 이 장면은 성경의 누가복음 1장을 떠올리게 한다.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그가 큰 자가 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일컬어질 것이요 주 하나님께서 그 조상 다윗의 왕위를 그에게 주시리니. 영원히 야곱의 집을 왕으로 다스리실 것이며 그 나라가 무궁하리라. -누가복음 1장 31절~33절-
다시 첫 회 도입부를 장식한 양진과 무속인의 대화 장면으로 돌아가면, 이 장면 구성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수태고지'와 닮아있다. 언뜻 샤머니즘으로 아이가 점지되길 비는 것처럼 보이나, 기독교적인 메타포가 깔려 있는 셈이다. 동시에 양진은 신으로부터 아이를 선물 받은 성모 마리아, 예언된 아이 선자는 신과 사람 사이에 중개자 역할을 하는 '선지자'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점으로 '파친코'의 메인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선자네 가족 4대는 성경 속 인물들의 이름을 빌려 쓴 것을 넘어 행적도 상당 부분 투영되어 있다. 한 예로 한수(이민호)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선자는 죽을 뻔한 이삭을 살린 뒤, 그와 남녀관계를 뛰어넘어 종교를 기반 삼은 동반자 관계를 맺으며 함께 일본 오사카로 건너간다. 이는 막달라 마리아의 행보를 떠올리게 만든다.
동시에 이삭은 소설에서 호세아의 삶을 살겠노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을 구해준 선자를 정죄하지 않고 사랑으로 감싸준다. 세속적인 면을 버리고 종교적인 용서와 믿음을 실천하는 것까지 호세아가 갔던 길을 그대로 답습한다.
선자와 이삭의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아들 모자수(모세)와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도 그렇다. 고대 히브리인을 이집트로부터 독립하게 만든 모세처럼 조선인들을 일본에서 탈출시키진 못했으나, 파친코로 부를 축적한 자이니치들을 대변하는 인물 격으로 등장한다. 모세가 당시 고대 히브리인을 대표하는 리더였던 것처럼 말이다.
이스라엘 왕국의 흥망성쇠를 동시에 맛봤던 솔로몬을 닮아, 백솔로몬은 1989년 최절정을 찍었다가 버블경제로 인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일본을 살았던 인물을 대변한다. 또 그가 유학생활을 했던 미국은 그 시기에 중산층이 몰락하던 시기를 맞이했다. 그 격동기를 경험한 세대들이 솔로몬으로 압축된 셈.
드라마로 제작돼 한국에서 관심받기 전, 소설 '파친코'는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작까지 진출했다. 이는 이민진 작가가 한국의 근현대사를 미국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성경과 이민의 역사를 적절하게 녹여내 큰 공감대를 형성한 공이 컸다.
특히 한국인 이름을 가지고 한국에서 나고 자란 선자는 한국과 기독교 가정을 연결 짓는 인물인데, 이는 미국인이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아이덴티티(기독교, 원주민, 뿌리를 중시, 이민자 출신)에 모두 부합하고 있다.
이어 선자와 이삭 부부가 종교 때문에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다는 설정은 17세기 기독교 원리주의 목적 하나만으로 영국을 떠나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바다를 건너 신대륙에 발을 디딘 청교도들, 그들의 후예가 건국한 미국의 건국사와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여기에 선자 가족을 포함해 나라를 잃고 일본으로 건너와 일본인들에게 핍박받고 착취당하는 수난기는 구약성경 내용과 같은 결을 띤다. 이 과정에서 일본인들이 더럽다고 여긴 자이니치들이 꿋꿋이 버텨내며 뿌리를 내리는 건 고난과 역경을 거쳐 탄생한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후예들을 암시한다. 이러니 한국 근현대사를 따르지 않고, 서양인으로 각색하려는 제안들이 들어왔던 것이다.
결국 '파친코'가 한국을 넘어 다른 문화권에서도 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건 오직 한국인들과 재일 교포 만이 공유할 수 있는 아픈 역사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도 일어났던 역사와 사건 등이 여러모로 겹쳐 보였던 것이다.
그 지점을 이민진 작가가 영리하게 성경을 차용해 '파친코'의 서사 속에 녹여낸 것이다. 그는 일본에서 살았던 당시, 재일교포들이 겪는 차별을 고발하고 싶었고, 이것이 '파친코'의 출발점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 문제를 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이해하고 공유해 같이 분노하기 위해 다른 문화권 코드를 잘 융합시킨 셈이다. '파친코'를 읽는 모든 이들이 한국의 역사와 재일교포에 과몰입시키고 싶었던 그의 목적은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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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 학교는'부터 '킹덤: 아신전'까지,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시리즈 라인업
'지금 우리 학교는'부터 '킹덤: 아신전'까지,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시리즈 라인업
이래서 넷플릭스는 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라인업을 보고도 끊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데요. 넷플릭스에서 2021년에 공개되는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시리즈의 라인업과 함께 해당 작품들의 공식 스틸 이미지들을 공개했습니다. 하나같이 다 기대되는 작품들인데,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더 가슴이 뛰는데요. 넷플릭스가 마음먹고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 넷플릭스의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총 9개의 오리지널 시리즈의 공식 스틸 이미지가 공개되었는데요. 아직까지 구체적인 공개일자가 공개된 작품은 없기 때문에 표기는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2021년 말 혹은 늦어도 2022년 초에는 9개의 작품들 전부 공개될 것 같네요. 그럼 올해 어떤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시리즈들이 팬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줄 준비를 하고 있는지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미지 출처: Netflix Korea
<킹덤: 아신전>
연출: 김성훈 감독
출연: 전지현, 박병은
K-좀비, 한국 드라마의 우수함을 본격적으로 세계에 알리는 작품이었죠. <킹덤> 시리즈의 외전이라고 할 수 있는 <킹덤: 아신전>입니다. 지난 <킹덤> 시즌2 엔딩에 잠깐 등장한 것만으로도 그 존재감을 뽐냈던 배우 전지현이 맡은 캐릭터 '아신'이 이번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북방 여진족 부락의 후계자 아신과 생사초의 비밀을 다루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연출: 이재규 감독
출연: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또 하나의 넷플릭스, 한국, 좀비 조합입니다. 웹툰을 즐겨보시는 20~30대 분들이라면 아마 이 작품도 많이들 기억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바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연재됐던 네이버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입니다. 개인적으로 웹툰 입문을 이 작품으로 하게 됐고, 좀비라는 장르에 본격적으로 재미를 느끼게 해줬던 작품이라 실사화가 확정됐을 때 정말 기뻤던 기억이 있습니다. 메가폰은 <베토벤 바이러스>, <더 킹 투 하츠>, <완벽한 타인> 등을 연출한 바 있는 이재규 감독이 맡았다고 합니다. 부디 잘 나와줬으면 좋겠네요.
<마이 네임>
연출: 김진민 감독
출연: 한소희, 박희순, 안보현, 김상호
이번에 공개된 스틸 중에서 가장 강렬한 스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해 최고 시청률 28.4%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종영했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여다경' 역을 맡으며 존재감을 뽐냈던 배우 한소희가 그때와는 180% 다른 이미지로 돌아왔는데요. 한소희는 이번 작품에서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히기 위해 언더 커버가 되는 주인공 '지우' 역을 맡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4월 공개됐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의 김진민 감독이 이번 작품의 메가폰을 잡으면서 넷플릭스와의 호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
연출: 김성호 감독
출연: 이제훈, 탕준상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청년 '그루'와 어느 날 갑자기 그의 후견인이 된 '상구'가 유품정리업체를 운영하면서 죽은 이들이 남긴 마지막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을 그렸다는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입니다. 안정감 있는 연기력으로 베테랑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제훈과 <사랑의 불시착>으로 눈도장을 찍은 탕준상이 각각 상구와 그루를 연기했는데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김성호 감독이 이번 작품의 메가폰을 잡았다고 합니다. 마음 따뜻해지는 그런 힐링 드라마가 나올 것 같습니다.
<D.P.>
연출: 한준희 감독
출연: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또 다른 드라마 <D.P.>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품인데, 김보통 작가님의 웹툰 <D.P. 개의날>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라고 하네요. <D.P.>는 대한민국의 여느 평범한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군복무를 하던 이등병 '준호'가 어느 날 군무이탈 체포조가 되어 탈영병을 쫓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그리는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군대를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군복무를 하고 오신 분들이라면 공감 가는 부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대세 배우 정해인이 주인공 준호 역을 맡았고, 김성균, 손석구, 구교환 등 작품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습니다. 연출을 <차이나타운>, <뺑반>의 한준희 감독이 맡았다고 합니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연출: 권익준 PD, 김정식 PD
출연: 박세완, 신현승, 영재, 민니, 한현민
이번에는 시트콤입니다. <남자 셋 여자 셋>, <논스톱>의 권익준 PD와 <하이킥>, <감자별>의 김정식 PD가 공동 연출을 맡은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인데요. 서울의 한 대학 국제 기숙사에 살고 있는 다국적 학생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청춘을 담은 시트콤이라고 합니다. 시트콤 장인들이 참여한 작품인 만큼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그런 한국형 시트콤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지옥>
연출: 연상호 감독
출연: 유아인, 박정민, 김현주, 원진아, 양익준
이 작품도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요. 바로 <부산행> 연상호 감독과 <송곳>의 최규석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지옥>입니다. 연상호 감독은 직접 메가폰을 잡기도 했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 그리고 그들과 마주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합니다. 원작을 모르는 분들이라도 캐스팅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할 것 같은데요. 유아인을 필두로 박정민, 김현주, 원진아, 그리고 양익준이 출연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30대 남자 배우들 중에서 최근 가장 좋은 폼을 보이고 있는 유아인과 박정민이 주연을 맡았네요. 거기에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까지 있고요. 공개 전에 원작 웹툰도 챙겨 봐야겠습니다.
<오징어 게임>
연출: 황동혁 감독
출연: 이정재, 박해수
오징어와는 거리가 먼 두 미남 배우 이정재, 박해수가 출연한 <오징어 게임>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이정재가 실직한 가장 '기훈' 역을, 박해수가 회사 자금을 유용하다 위기를 맞게 된 '상우' 역을 맡았다고 합니다. 참가자들은 어마어마한 상금이 걸려있는 만큼 목숨 역시 내걸어야 하는 극한의 서바이벌 게임 참여하게 된다고 하네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을 연출한 바 있는 황동혁 감독이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았습니다.
<고요의 바다>
연출: 최항용 감독
출연: 공유, 배두나, 이준
마지막까지도 엄청난 캐스팅이네요. 공유, 배두나, 이준이 주연을 맡았고 정우성이 제작을 맡은 드라마 <고요의 바다>입니다. 이 작품은 최항용 감독이 지난 2014년에 발표한 동명의 단편 영화를 장편 시리즈로 확장한 것인데요. <고요의 바다>는 사막화로 인해 물이 부족해진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에 의문의 샘플을 회수하러 가는 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고요의 바다>는 지금까지 소개한 작품들 중에서 가장 도전적인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한국에서도 우주를 배경으로 한 멋진 SF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공유님은 점점 더 멋있어지는 것 같습니다.
"본 콘텐츠는 네이버 블로거 리쓰남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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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주의자 킬러의 차가운 복수가 슬픈 이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암살 목표물을 감시하는 '킬러(마이클 패스밴더)'. 자는 시간도, 음식도, 심지어 심박수까지 철저히 통제하며 암살 대상을 기다리던 그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타깃을 저격하는 데 실패한다.
처음으로 임무에 실패한 나머지 극도로 당황하며 간신히 은신처로 돌아간 킬러. 그러나 그 사이에 킬러의 '아내'(소피 샤를로치)는 보복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고 만다. 이에 그는 아내를 공격한 두 명의 암살자 '짐승'(살라 베이커)과 '전문가'(틸다 스윈튼), 공격을 주도한 '변호인'(찰스 파넬)과 '의뢰인'(알리스 하워드)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는다.
즉시 여느 때처럼 냉철한 계획을 실천에 옮기는 킬러. 그러나 이번만큼은 완벽주의자 킬러도 뭔가 다르다는 걸 알아차린다. 그가 그 어느 때보다 심리적으로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기 때문.
데이비드 핀처의 노르딕(?) 누아르
데이비드 핀처가 12번째 장편 영화 <더 킬러>로 3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에도 넷플릭스의 손을 잡았다. 프랑스 작가 알렉시스 놀렌트의 그래픽 노블 원작을 <세븐>의 각본가 앤드류 워커가 각색했다. 무려 20여 년 전부터 마음에 둔 작품이라 하는데, 그 의지에 상응하는 결과물이 나온 듯하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고, 제80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으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관객을 만났다.
<더 킬러>는 여러모로 의외의 영화다. 핀처의 첫 누아르 영화라는 점이 새삼스럽다. 낯설기도 하다. 누아르 영화치고 전체적으로 건조하다. '킬러'는 심리적으로 좀처럼 동요하지 않는다. 차갑기도 하다. 킬러의 복수극을 5개 챕터로 나누어 보여줄 정도로 계획적이다. 그러다 보니 <조디악>, <나를 찾아줘>에 비해 임팩트가 약하다. 화면이 전환되는 몇몇 순간을 제외하면 핀처에게 기대하는 현란한 편집 솜씨도 부각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중요한 내용은 언제나 와플 사이에 감춰져 있기 마련이다. 핀처가 감정을 분출시키지 못하는 감독은 아니니, 왜 애써 감정선을 숨기려 하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건조함과 냉정함 사이의 행간을 들여다보면 핀처의 노림수는 이내 모습을 드러낸다. 답은 간단하다. 소설 같다. 비록 프랑스 작가의 원작을 영화화했지만, 마치 한 편의 북유럽 소설 같다. 더 구체적으로는 데이비드 핀처만의 노르딕 누아르에 가깝다.
관건은 암살 작전이 아닌 암살자
물론 <더 킬러>의 주인공은 탐정도 경찰도 아닌 암살자다. 북유럽도 배경이 아니다. 파리, 도미니코 공화국, 뉴욕 등 다양한 장소가 나오지만 북유럽은 없다. 그럼에도 <더 킬러>에서 노르딕 누아르의 그림자가 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영화의 톤과 매너 때문이다.
우선 사건이 아닌 인물 중심이라는 특징이 눈에 띈다. 노르딕 누아르에서는 셜록 홈즈 같은 뛰어난 탐정이 없다. 평범한 경찰이 주인공이다. 형사의 한계와 고충. 경찰 시스템과 사법 제도의 한계. 가해자와 피해자의 과거와 심리가 얽혀가면서 비로소 사건을 보여준다. <더 킬러>도 마찬가지다. 암살 작전은 중요하지 않다. 킬러가 죽이려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를 고용한 고객의 목적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핵심은 암살자다. 킬러의 내레이션이 빈 공간을 차지한다. 파리에서 암살 작전을 준비하는 챕터 1이 대표적이다. 이 챕터에서는 킬러 외에 다른 목소리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살인이 갖는 의미. 암살을 하기 위해 필요한 철칙과 조건들. 때로는 냉소적이고 궤변 같기도 한 그의 상념으로 가득하다. 마이클 패스밴더의 킬러를 보면서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가 떠오르는 건 우연이 아닌 셈이다. 마침 패스밴더가 영화 <스노우맨>에서 '해리 홀레'를 연기한 적도 있고.
강박증이라는 공통점
이때 킬러에게 초점을 맞추면 유달리 도드라지는 지점이 있다. 강박증이다. 그는 완벽주의자다. 표적이 묵는 호텔 방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으려 한다. 눈을 뜨자마자 표적을 관찰하기 위해 잠잘 때도 테이블 높이를 창문과 맞춰 둔다. 저격 시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항상 심박수를 체크한다. 밥도 효율적으로 먹는다. 햄버거에서 번을 빼고 단백질 위주로 영양분을 섭취한다. 목표를 위해 끝없이 기다리고, 유지하고, 인내한다.
이 강박증은 마냥 남 일이 아닌 것 같기에 흥미롭다. 업무의 강도가 높고, 비윤리적인 점만 빼면 그의 일은 일반 직장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자기 본연의 리듬 대신 일에 맞춘 일상도 낯설지 않다. 제이 그리피스가 <시계 밖의 시간>에서 지적한 대로다.
분업화된 자본주의 시스템이 확립된 후 사람들은 삶에서 자율성과 창조성을 지운채 시계와 알람에 맞춰 살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시간 맞춰 칼같이 일어나고, 자기가 세운 계획을 완벽하게 이행해야 마음이 놓이는 킬러와 현대인을 분리해 말하는 건 무의미해 보인다.
동정과 연민 끼어들지 못하는 킬러의 세계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더 킬러>의 복수극은 평범하지 않다. 자기 세계의 모순을 발견했지만, 외적 가치를 이미 내면화했기에 끝내 떨쳐내지 못하는 환자의 치유기에 가깝다. 그가 외부 세계를 대하는 방식의 변화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챕터 1에서 핀처는 킬러의 시점과 청각만을 강조한다. 카메라는 그의 시점을 비추고, 음악과 소음도 그의 귀에 들리는 대로 울려 퍼진다. 달리 말해, 그의 세상에는 그만이 존재한다.
이를 확대하면 분리되고 고립된 사람들의 세계가 나타난다. 여러 파편이 있다. 런던에서도 파리에서도 뉴욕에서도 사람들은 선글라스를 낀 독일인 관광객에게 관심이 없다. 설령 그가 아마존을 이용해 살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긴다 해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다들 비슷비슷하게 표준화된 일상을 영위한다. 맥도널드와 스타벅스처럼.
이 세계에서는 동정과 연민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코인에 눈이 멀어 자기가 죽이려 한 킬러가 복수를 위해 찾아와도 의뢰인은 그 이유조차 짐작 못하는 사회이니까. 킬러의 내레이션이 동정과 연민보다 냉정함과 계획을 우선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가득한 이유다.
바로 이 지점에서 <더 킬러>는 더더욱 노르딕 누아르 같다. 노르딕 누아르의 특징 중 하나가 시대상의 충실한 반영이기 때문. 노르딕 누아르 작가는 사회를 고발한다. 소설 속 지명, 연도, 현장에 대한 묘사까지 무엇 하나 놓치지 않는다. 마치 거울처럼 사회상을 반영한다. 핀처도 마찬가지다. <더 킬러>를 통해 자본과 권력으로 치환될 수 없는, 인격의 존엄성 같은 고유한 영역이 존재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복수의 성공이라는 비극
그러면서도 <더 킬러>는 일말의 희망을 간직한다. 수십 번 반복했던 작업인데 킬러는 자꾸 실수를 범한다. 변호사, 짐승, 전문가, 의뢰인으로 타깃을 좁혀가는 사이 살인은 공허해지고 의미 없이 흘러간다. 무엇을 위한 복수인지, 자신마저 납득하지 못할 위기를 맞는다. 그 사이로 불길이 튀어나오며 장르적 쾌감도 조금 깃든다. 줄곧 냉정하고 건조하던 영화는 온 집안을 부술 것처럼 처절한 액션 시퀀스를 선보인다.
그러면서 킬러가 바라보는 세계는 조금씩 변한다. 서서히 남의 이야기가 들리고 보인다. 특히 전문가와의 대화가 정점이다.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마주 앉은 킬러와 전문가. 전문가가 묻는다. 이 직업에서 회의를 느껴본 적이 언제냐고. 일을 하면서 언제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해 봤냐고. 그 순간 킬러는 흔들린다. 조각상 같던 그가 위스키를 단숨에 비워 버린다. 단답이지만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물론 그는 자기 세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애써 외면한다. 계획대로는 아니더라도 완벽한 삶을 복구해낸다. 하지만 곱씹어 보면 복수극은 마냥 기쁘지 않다. 언제나 완벽하려는 자기 노력이 그럴 가치가 있는지 의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심은 언제나 꼬리에 꼬리를 물기 마련이다. 킬러의 마음에 깃든 이 건조한 희망의 존재는 큰 액션이나 제스처 없이도 틸다 스윈튼의 존재감이 압도적이고, 많은 대사 없이도 패스밴더의 연기가 일품인 이유다.
핀처가 보는 현대인
어떤 면에서 극 중 킬러는 <소셜 네트워크> 속 마크 저커버그처럼 보이기도 한다. 페이스북 CEO로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연결하는 허브의 중심에 선 그.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는 외톨이다. 절친도, 동업자도, 심지어 변호사마저 그를 떠났다. 그는 전 여자친구에게 친구 신청을 보내고, 받지 못할 답을 처량하게 기다린다. 자기가 만든 세계에서 고립된 후에야 자기가 놓치고 산 게 뭔지 어렴풋이 깨닫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는 킬러의 차가움과 냉철함이 장르적 쾌감을 거쳐 쌀쌀하게 이어지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즉, 킬러는 암살자이기 이전에 비극적인 현대인의 초상을 비추는 인물이다. 언제나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는 도로 청소차나 쓰레기 수거차는 킬러와 현대인의 삶을 함축하는 듯하다. 에릭 메서슈미트 촬영 감독의 영상미, 애티커스 로스와 트렌트 레즈너의 음악과 어우러지면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겨냥한 문제의식과 메시지는 스크린을 뚫고 나와 관객에게 직관적으로 전해진다.
결국 데이비드 핀처는 킬러의 일상을 장르적으로 접근하는 척하면서 하나의 거울을 가져다 놓는 셈이다. 나르시시즘 섞인 킬러의 독백와 업무 과정을 통해 화면 너머의 자기 자신을 보도록 유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것이야말로 곱씹어 볼 가치가 있는 <더 킬러>의 발견이 아닐까 싶다. 어떤 장르든 핀처는 영화를 잘 만든다는 증명뿐만 아니라.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핀처, 패스밴더, 스윈튼 팬 모두가 사랑에 빠져 곱씹을 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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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공삼칠 리뷰 - 이름을 빼앗긴 소녀, 지옥에서 희망을 되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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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영상은 홍보마케팅사를 통해 저작권 협의가 진행되어 제작된 영상입니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 발견한 가장 빛나는 만남”
열아홉 윤영은 엄마와 단 둘이 살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한다.
친구들처럼 학교에 가고 싶기도 하지만, 얼른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공장에서 일하는 청각 장애가 있는 엄마를 편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뿐.
착한 마음과 성실한 의지와는 상관없이 뜻밖의 사고는
윤영을 피해자에서 살인자로 돌변시켜 교도소에 몰아넣고
‘윤영’이라는 이름대신 ‘이.공.삼.칠.’이라는 수감번호로 불리게 만든다.
더 이상 절망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10호실 동료들은 윤영을 지켜주기 위해 희망의 손길을 내미는데…
반드시 돌려줄게 너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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