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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GUMI2025-09-04 16:02:31

존 윅 세계관 속 또 다른 불꽃

– <발레리나>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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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윅> 세계관에서 ‘착한 킬러’라는 말은 모순처럼 들린다. 은퇴를 결심한 존 윅(키아누 리브스)조차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에 세상의 모든 킬러들에게 쫓기는 사냥감이 되어버린다. 이 세계에서 과거를 지운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영화 속 “I am working on it(지금 노력 중이야)이라는 짧은 대사는 그 불가능을 깨닫는 순간에도 발버둥치고 싶은 마음, 그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지막 의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 결심이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존 윅>시리즈를 경험한 관객들은 안다.

 

 

 

결국 존 윅이 깨닫는 건 복수 이후에도 자신이 여전히 그 세계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이 룰과 관계망은 자발적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허락과 조건, 혹은 죽음을 통해서만 끊어진다. 영화 <발레리나> 속 이브(아나 데 아르마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향한 복수심으로 살아왔고, 그 집념은 그녀를 조직의 규칙마저 깨뜨리게 만들었다. 그 선택은 옳은가, 아니면 자신을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는가. 이 질문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며, 관객을 한동안 붙잡아 둔다.

 

 

 

[첫 번째 감정] 이브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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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분노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아버지를 잃은 순간부터 시작된 감정은 그를 킬러의 세계로 끌어들인 원동력이자 족쇄였다. 다른 이들은 이브의 변화를 만든건 이브에게 찾아온 운명이라 포장하지만, 실상 모든 길은 이브 자신이 선택한 것이다. 그녀가 만든 방향 위에 주변 인물들이 엮였을 뿐이다. 이 분노는 이브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배하며, 복수라는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달려가게 만든다. 영화 내내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는 이브의 모습에서 그 의지를 볼 수 있다.

 

 

 

이 강력한 감정의 절정은 후반부 화염방사기 시퀀스에서 폭발한다. 불꽃이 뿜어져 나가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그녀 내면 깊숙이 응축된 분노의 형상처럼 보인다. 마치 모든 것을 불태우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선언같이 보이기도 한다. 이 장면은 영화 속 모든 액션 장면을 통틀어 가장 감정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다. 이 액션은 이브라는 인물의 감정의 끝자락이자, 앞으로 되돌릴 수 없는 길로 들어서는 입구다. 똑같이 화염 방사기를 들고 공격하는 킬러가 무척 강력해 보이지만, 이브가 전혀 기죽지 않는건, 아마도 그 분노 때문일 것이다.

 

 

 

존 윅이 그녀를 이해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누구보다 깊은 분노가 어떤 길을 만들고, 또 그 길이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안다. 비탈길이 가득한 사이비 종교 본거지를 오르내리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적을 제거하는 이브의 모습은 단순히 누군가를 죽이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행위처럼 보인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분노가 때로는 생존의 다른 이름일 수 있음을 느낀다.

 

 

 

 

 

[두 번째 감정] 존 윅의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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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존 윅은 주인공이 아니다. 하지만 이브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래서 가장 가까이서 그녀를 말리고자 한다. ‘바바야가’라 불리며 킬러 세계에서 벗어나려 했던 그는, 복수의 길이 얼마나 끝이 없고 허무한지를 체감했다. 그렇기에 이브에게 멈추라고 말하는 장면엔 이브가 멈추지 않을 걸 알면서도, 그래도 여기서 멈췄으면 하는 마음이 동시에 떠오른다. 하지만 존 윅의 말 속에는 이미 체념이 섞여 있다. 그 역시 이브가 돌아서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건 이미 존 윅이 걸어온 길이다.

 

 

 

존 윅이 다른 킬러와 구분되는 지점은 ‘공감’이다. 아내와의 삶은 그에게 다른 종류의 감정을 남겼고, 그것이 그를 더 인간적으로 만들었다. 공감은 이 세계에서 약점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마지막까지 싸울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이브는 아직 그 감정의 깊이에 닿지 못했지만, 복수의 끝에서 결국 존 윅이 선 자리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이브도 그 공감능력을 얻게 되지 않을까.

 

 

 

또한, 존 윅의 공감은 단순한 동정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자로서의 연대감이자, 자신과 닮은 이를 바라보는 두려움이다. 그는 이브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보고, 그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알기에 안쓰러워한다. 이 감정은 영화가 전하는 또 다른 메시지로 확장된다. 폭력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힘이 아니라, 누군가의 공감과 손길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다. 존 윅은 폭력을 이용해 그 상황을 벗어나려 애쓰는 사람이지만, 결국 그 모든 폭력을 멈춰야 다시 조용한 삶으로 돌아가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있다. 이브는 그런 존 윅의 길을 그대로 걷고 있다.

 

 

 

 

 

[세 번째 감정] 윈스턴의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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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이안 맥쉐인)은 콘티넨탈 호텔의 지배인이자, 이 세계에서 가장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냉정하고 규율에 철저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의외의 온기가 있다. 이브를 돕는 장면, 특히 어린 시절의 그녀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은 그 복잡한 내면을 엿보게 한다. 그는 룰을 깨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인간적인 선택을 한다.

 

 

 

그가 콘티넨탈 호텔이라는 중립지대를 만든 이유는 단순한 비즈니스만이 아니다. 살육과 복수가 지배하는 세계 속에서 최소한의 안전지대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 공간은 총성 대신 침묵이 허락되는 몇 안 되는 장소이며, 그것이 윈스턴이 지키려 한 평화의 방식이다. 시리즈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방식이 점점 따뜻하게 느껴지는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차갑기만한 킬러의 세계에서 윈스턴의 존재는, 어쩌면 그 자체로 이 세계를 지탱시키는 힘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따뜻함은 그를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세계관의 균형추로 만든다. 냉정함과 온기가 공존하는 인물, 그 복합성 덕분에 윈스턴은 다른 캐릭터들과 차별화된다. 그의 존재는 이브와 존 윅 모두에게, 그리고 관객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아무리 잔혹한 세계라도, 그 안에 온기를 품은 사람이 존재한다면 완전히 무너지는 일은 없다는 것.

 

 

 

 

<존 윅>과 어깨를 나린히 하는 여성 액션 시리즈의 탄생

 

 

 

<발레리나>는 <존 윅> 시리즈의 스핀오프로서, 원작의 액션과 세계관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인물을 통해 감정의 결을 확장하려 한다. 총격전과 근접전, 그리고 후반부의 화염방사기 시퀀스까지, 액션 설계는 탄탄하다. 특히 공간을 활용한 액션과 동선 설계는 원작 팬들에게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다만, 여성 킬러라는 설정에서 기대했던 서사적 차별점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존 윅의 서사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전개는 신선함을 조금 떨어뜨린다. 그러나 이는 스핀오프라는 한계 안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히려 이를 발판 삼아 후속작에서 더 뚜렷한 개성을 보여줄 가능성이 남아 있다.

 

 

 

렌 와이즈먼 감독은 스턴트맨 출신은 아니지만, 다수의 액션 영화 연출 경험을 바탕으로 원작의 무드를 해치지 않는 연출을 선보였다. 아나 데 아르마스는 날렵하고 세련된 액션을 소화하며 주연으로서의 존재감을 입증했고, 키아누 리브스, 가브리엘 번, 노먼 리더스, 안젤리카 휴스턴 등 조연 배우들도 서사의 완성도를 높였다. 현재까지의 흥행 성적은 안정적인 출발을 보였으며, 앞으로의 <존 윅> 세계관 확장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준다. 큰 스크린에서 관람할수록 액션의 박력과 세계관의 디테일이 더욱 살아난다.

작성자 . RABBITGUMI

출처 . https://brunch.co.kr/@moviehouse/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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