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4-11-04 19:37:57
안아주고 싶은 등짝
영화 <연소일기> 리뷰
SYNOPSIS.
"나는 쓸모없는 사람일까?"
한 고등학교 교실의 쓰레기통에서 주인 모를 유서 내용의 편지가 발견된다. 대입 시험을 앞두고 교감은 이 일을 묻으려고 하고, 정 선생은 우선 이 편지를 누가 썼는지부터 찾아보자고 한다.
"일기야, 안녕? 오늘부터 매일 일기를 쓰기로 했어"
편지와 학생들의 글씨 모양을 비교하던 정 선생은 편지 속 한 문장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 든다. 열심히 쓰다 보면 바라던 어른이 될 거란 믿음으로 써 내려간 열 살 소년의 일기. 정 선생은 일기를 읽으며 묻어뒀던 아픈 과거와 감정들을 마주하고, 학생들을 위해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POINT.
✔ 홍콩 금마장영화제 신인감독상 수상작
✔ 독특하게도 부산국제영화제 리퀘스트시네마로 첫 선을 보였는데, 평이 좋았습니다
✔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이 길 잃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되는 영화, 감정의 에너지가 커다랗게 전해지는 영화. 전 요즘 이런 영화가 참 좋더라고요.
✔ 경쟁을 일상으로 여겨 온 한국인이라면, 다소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이 있어요
✔ 10살 소년을 연기하는 황재락 배우의 얼굴이 오래 아른거릴 거예요
✔ 11월 13일 개봉
영화 <연소일기>는 계단을 올라가는 아이의 이미지에서 시작한다. 높이를 가늠해 보며 계단을 오르고, 옥상에서 소리를 질러 보는 아이의 등짝. 영화는 이제부터 아이 삶을 따라가며 몇 번의 상승과 하강을 그려낼 것이다.
또 한편에는 '정 선생'이 있다. 영화는 현재의 정 선생과 과거의 아이를 교차해 보여준다. 기억과 현실 사이, 과거와 현재 사이 매개가 되는 것은 어느 날 정 선생의 학교에서 발견된 유서 비슷한 편지이다. 스스로가 쓸모 없는 사람인 것 같다는, 그래서 사라져도 빨리 잊힐 것이라는 말. 그 말은 정 선생을 10살 아이의 일기장으로 데려간다.
정 선생을 잡을 때마다 카메라는 계속해서 불안하게 흔들거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턱을 괴거나 엎드리거나 칠판을 보고 있는 학생들의 마음에는 어떤 생각들이 고여 있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10살 아이는 폭력적인 세계를 살아간다. 이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터져 나갈 것 같은 외로움과 괴로움의 시기 안에 있다.
(언제든 우리의 현재가 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신의 현재가 괴롭든 괴롭지 않든) 우리는 과거에 누구나 한 번 이상 괴로움을 겪었다. 형태와 깊이는 제각각이지만, 어떤 것은 금방 잊히고 어떤 것은 영영 생채기로 남지만, 그래서 오늘 우리의 얼굴에서 어제의 괴로움이 다 읽히지는 않지만,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 정 선생의 동료 교사들만 보아도 그렇다. 그들에게 유서 비슷한 편지는 공허한 문장으로만 읽힌다. 어릴 때 한번쯤은 하는 생각이라면서. 그들에게도 익숙한 문장이라는 뜻이다. 기억 속에 문장의 기표는 남아 있지만, 그 뒤에서 터져 나갈 것 같았던 기의들은 잊혔다.
그러나 정 선생은 10살 아이의 일기장이 떠올라 버린 이상 그렇게 쉽게 놓을 수 없어, 상담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본다. 유서 편지의 문장과 똑같은 일기장 속 문장을 끈으로 삼아, 교차 편집된 과거에서 10살 아이가 연필로 써내려간 일기장의 기억을 펼쳐 보여준다.
일기를 쓰게 된 계기도, 일기 속 문장들도... 10살 아이의 세상은 녹록지 않다. 필연적으로 부모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 나이다. 남들 눈에 비춰지는 성과에 집착하는 아버지와 그 옆에서 히스테릭해져 가는 어머니, 아이와 다르게 뭐든 잘 해내는 동생의 모습은 다소 도식적으로 그려졌지만, 10살 아이의 캐릭터가 선명하여 그 단점을 상쇄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황재락이 연기하는 10살 아이 요우제를 사랑하게 된다. 아이는 비록 공부를 잘 못하지만,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데에 재능이 있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문구를 좋아하는 걸로 보아, 공부 아닌 다른 데 재능이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버지는 10살 요우제의 재능을 헤아려 보지 않는다. 그에게는 메트로놈에 딱딱 맞는 것만이 올바른 음악이다. 정해진 박자 바깥의 풍성함은 그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정답이 아니라면 모두 틀렸다는 그의 독선은 가족을 차별과 폭력으로 물들인다. 그 독선적 세계 또한 카메라에서 계속해서 흔들린다.
부모의 편협한 시야 안에서, 10살 아이의 세상은 조금씩 쪼그라들고 무너진다. 보고 있노라면 이 일기가 10살 아이의 세상이 무너져간 기록이라는 생각도 든다. 정 선생이 유서의 주인공을 찾아 헤매는 순간에도 일각에서는 폭력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세계를 보며, 얼마나 많은 세상이 이렇게 무너지고 쪼그라들고 있을까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요우제라는 10살 아이에게 맞춰진 소실점은 수많은 아이들에게로 투사된다.
그 구도 안에서, 이 영화가 관객에게 실어 나르고자 한 감정이 묵직하게 전달되어 온다.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특히 골목 사이로 아이들이 뛰는 장면에서, 카메라 앵글을 따라 세상이 뒤집힐 때, 우리는 비로소 메트로놈 박자 바깥의 세상을 느낀다. 무너지지 않은 세상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느낀다. 거기에는 기꺼이 손 내미는 다정함, 함께 보내는 시간, 솔직하게 터놓은 마음이 있다. 그것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고 절절한 마음을 담아 던지는 영화다.
영화를 보며 심규선의 <살아남은 아이>가 떠올랐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살아남은 아이인지 모른다. 유서를 발견해도 어린 시절 한번쯤 해보는 생각 아니냐고 말하는 교사들도, 독선적인 형태의 성취만을 인정하는 아버지도, 그런 아버지에게 맞추는 데 눈물도 인생도 쏟아낸 어머니도... 사실 그들 또한 과거의 어느 순간, 터져 버릴 것 같은 외로움과 괴로움을 넘어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른다.
불쏘시개처럼 나를 자꾸만 헤집어대는
어린 시절의 아름답지만은 않던 기억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라 지금의 네가 되는지
들춘 기억에 귀엣말처럼 속삭여주고 싶다 (...)
너는 살아남은 아이 미움과 무관심 속에서
이 어둠은 너의 별빛을 더 환하게 할 뿐 꺼트릴 순 없어
너는 살아남은 아이 눈물의 반짝임 모아서
저 은하수처럼 흐르며 또 살아갈 거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영화는 영화일 뿐인데, 자꾸 현실의 아이들이 떠오른다. 우리 모두가 그런 시기를 넘어 바라던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다면. 가끔은 뒤늦은 후회의 눈빛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해도, 그럼에도 다시 시작해볼 수 있는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다면. 그런 소망을 품고, 옥상에 선 아이의 등짝을 끌어안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마 내 안의 <연소일기>에는 그런 문장들이 적힌 페이지가 있을 것이다. 차마 끌어안지 못하고 놓쳐버린 등짝들이. 지금이라도 끌어안고 싶은 등짝들이.
이 영화를 마주한 당신의 <연소일기>에서는 어떤 페이지가 펼쳐질까. 이 영화는 누군가의 어린 시절 일기인 동시에, 당신 내면의 일기장을 부드럽게 펼치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겨줄 것이다. Time still turn the page라는 이 영화의 영어 제목 그대로. 과거에 덮어두고 온 상처 투성이 일기더라도, 오랜 시간 흐른 후에 다시 페이지를 고이 넘길 수도 있는 법이니까. 넘어간 페이지에서 다정한 마음을 가득 끌어안고 상영관을 나올 당신의 모습을 그려 본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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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행위를 통해 서늘한 질문을 던지는 '클럽 제로'
새로운 선생님
이 영화의 주인공은 미스 노백(미아 바시코브스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 미스 오백. 엘리트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 학생들에게 건강한 식습관을 전달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다. 다방면으로 채운 수많은 수업 도구들. 이 미스 노백의 풍부한 준비성은 학생들의 주목을 끌었다. 노백의 수업을 듣는 아이들. 수업을 듣는 이유는 각기 다양했다. 누구는 장학금을 받고 싶었고, 어떤 아이는 다이어트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소한 이유에서 학생들이 청강하게 된 시작한 이 수업은 점점 더 광기를 표출하기 시작한다. 아연실색하는 부모님과 선생님들. 하지만 이 광기에 브레이크는 없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고(씨네랩 감사합니다!) 가장 먼저 떠올린 작품은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한국인에게 서려있는 집에 대한 강박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러면서 집에 대한 이야기와 어떤 영화로서의 맥락이 서로 겹쳐 보인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이 <클럽 제로>는 먹는다라는 소재와 ‘그 어떤 영화’로서의 맥락을 겹치고 있다. 특히 여주인공 미스 노백이 아이들에게 갖는 이미지가 그런데, 인물들이 갖고 있는 결함을 노백이 채우는 듯한 묘사가 이 맥락으로서의 이미지를 더 한층 강화시킨다.
이런 비유가 그냥 단지 있어 보이려고 넣은 건 아니다. 물론 엄태화, 제시카 하우스너 감독님에게 진짜 ‘그냥 넣으셨나요’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글쓴이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지적하는 것이 집이 그만큼 한국인들에게 필수적이라는 비유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클럽 제로> 역시 마찬가지다. 먹는다는 행위를 인간의 어떤 모습과 대비하고 싶었는지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비유는 인류의 필수조건을 충족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현대인들에게 '먹는 것'에만 한정 짓는 것이 아닌 맹신과 불신을 다뤘다는 점에서 중요한 설정이 되는 것이다.
이 다른 텍스트(맥락)를 가져온 감독의 의도는 시각적인 측면과도 이어진다. 이 영화는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잘 짜인 미장센으로 이루어져 있다. 웨스 앤더슨이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를 짜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야기의 근거에 미장센을 두는 것이다. 이 이유는 웨스 앤더슨이 관점에 대해 다룬 영화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아름답게 묘사하는 것도 중요한 연출 방식이었다. 이런 식의 비유가 1대1로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미장센이 이야기의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는 유사한 점이 있다고 느껴진다. 이 영화를 우화같이 연출해야 이 맥락과 닿는 부분이 있는데, 이 맥락으로 읽는 것의 토대가 되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어떤 책 몇 권이 떠오른다.
사운드의 힘
이 영화에서 강박적인 미장센도 인상 깊지만 그거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사운드다. 이 영화는 시/청각적으로 관객을 압박한다. 감독의 연출력이 빛을 발한 경우가 되는 것이다. 특히 '험~'하는 소리는 여러 관객에게 인상 깊을 것이다. 왜 이 장면들이 기괴할까? 이는 감독이 영화의 소리들을 전부 장악했고, 그 나름대로 통제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청각적인 측면에서는 감독이 섬세한 분인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소리를 넣어야 관객이 기괴하게 느끼고 영화의 생동감도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한 섬세한 연출력 덕분이기도 하다.
또 위에서 쓴 바와 같이 청각적인 것만큼이나 시각적인 요소에 집중하기도 했다. 이는 웨스 앤더슨 같은 강박적인 미장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먹는 행위를 어떻게 묘사했는지도 주의 깊게 볼 만하다. 이 역시 영화의 모든 언어를 통제한 감독의 연출력이 강점이 되는 부분이다. 반대 측면에서 약간 역겹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인데 <더 웨일>을 생각하면 쉽게 머릿속에 이 모습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서늘한 질문
이 영화에서 약간 현실성이 없다고 느낄만한 부분이 있다. 바로 아이들이 아-무 의심 없이 미스 노백에게 현혹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부분이야 말로 영화의 핵심이다. 이 영화는 앞에서도 적었듯 하나의 우화처럼 연출했다. 우화처럼 연출했다는 점은 이야기에서 우리 인류의 모습을 일반화하겠다는 의미다(<별주부전>에서 게으른 인간상에 대해 이야기했던 바와 유사하게). 아이들이 가진 각기 다른 결핍과 이를 주체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모습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시면서 '이건 핍진성/개연성의 문제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것보다 '감독이 왜 이런 장면을 넣었을까'라고 생각하시는 걸 추천한다.
문과생에게 미적분 같은 느낌
이렇게 <클럽 제로>는 우화 같은 이야기로 라이프스타일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는 예술영화가 우리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단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이 영화가 가진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영화 분명 쉽다. <애스터로이드 시티>나 <보 이즈 어프레이드>처럼 고난도의 예술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 두 영화만큼이나 굉장히 심오하고 난해하게 느낄 부분도 몇 있다. 이 장면에서 그냥 일반적인 예술영화를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글쓴이는 영화를 좀 보는 사람에게 오히려 추천하고 싶다. 사실 이 영화는 예술영화가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예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난해할 수 있어도 꼭 보면 좋을 영화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의 힘에 강세를 뒀기 때문에 뭔가 다른 구멍도 느껴진다. 이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이, 특히 촬영과 관련된 부분이 깔끔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먹는 행위와 우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방식은 감독의 의도가 느껴진다. 그런데 촬영에서 시각적으로 보기가 편하지는 않았다. 이 역시 기괴한 시청각적인 요소의 일부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굳이 이 부분에서까지 이런 표현법이 들어갔어야 했는가? 는 의문점이다. 영화에서 날것의 흔적이 난다는 것이, 미장센의 완성도가 뛰어나지는 않았다는 관점에서 비판하고 싶은 부분이다. 감독님에게 '의도가 있었나요'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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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벤져스가 연 새로운 시작!
언제 적 마블인가? 기대를 모았던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폭망하고, 또 다시 도약 실패를 한 시리즈의 앞날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어벤져스: 둠스데이> 제작 발표와 로다주, 루소 형제의 만남, 새로운 <판타스틱 4> 시리즈가 나온다는 기대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썬더볼츠*>의 중요성은 커졌다. 앞서 소개한 계획을 이행하고 스토리를 발전시키러면 확실한 브릿지 역할은 물론, 도약 발판이 꼭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마블은 이 임무를 갖고 루저들을 불러 모았다. 과연 이번 미션은 성공했을까? 아니면 실패했을까?
직장인이라면 매일 같은 일을 하는 이들이라면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지긋지긋하다 못해 공허함을 느끼는 옐레나(플로렌스 퓨)를 이해할 것이다. 직접 세상을 구하는 일도 아닐뿐더라 CIA 국장 발렌티나(줄리아 루이드라이퍼스)가 시킨 비밀 업무의 흔적을 없애는 일이기에 그녀가 느끼는 보람이나 성취율은 0%. 언니의 죽음 이후 자신의 삶의 목표가 사라지고 마음 구멍이 커진 옐레나는 숨만 쉬는 삶을 살아갈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어두운 비밀이 세상에 공개될 위기에 처한 발렌티나는 옐레나에게 그 흔적을 모두 없애라고 명령한다. 문제의 장소에 간 그녀는 그곳에서 U.S. 에이전트(와이어트 러셀), 고스트(해나 존-케이먼), 태스크마스터(올가 쿠릴렌코)를 만난다. 그리고 의문의 남자 밥(루이스 풀먼)과도 조우한다.
| 마블이 개설한 우울증 치료 모임?<썬더볼츠*>는 기존 마블 영화와 다르게 거창한 영웅담을 늘어놓지 않는다. 대신 문제 많고 힘들었던 삶을 보낸 주인공들의 상처 극복과 성장담을 채운다. 옐레나를 비롯해, U.S. 에이전트, 고스트. 레드 가디언(데이빗 하버), 윈터솔져(세바스찬 스탠)의 공통점은 루저이자 외톨이다. 저마다 가슴 한 켠에 트라우마가 있고, 씻을 수 없는 그 기억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어벤져스와 달리, 멋진 영웅도 아닌 이들은 사람들의 응원과 갈채를 받기는커녕, 음지에서 그 누구의 환영을 받지도 못한 채 활동한다.
이런 그들이 발렌티나의 계략에 의해 만나고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이면서 엉겁결에 팀이라는 구색을 맞춘다. 평생 혼자 활동했던 이들이 서로 합을 맞추기에 불협화음이 나지만, 그 험난한 과정을 거치며, 이해와 공감, 배려를 통해 결국 하나의 팀이 된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모이고 팀을 이뤄가는 과정이 마치 우울증 모임 멤버들의 모습과 겹친다는 점이다. 병명은 다르지만, 저마다 아픔을 가진 이들이 비슷한 경험을 소개하고 듣고, 나누는 과정은 그 자체로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는 것처럼, 이들 또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아픔이 아물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리고 그 자체가 영화의 동력이 되어 함께 세상을 구하고 동료를 지키며, 비로소 팀의 끈끈함을 만드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 빌런은 센트리가 아닌 각자의 트라우마!앞서 소개했듯이 <썬더볼츠*>의 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 한 편의 심리극을 보는 듯한 이 작품은 마블 영화인지를 새삼 확인하게 할 정도로 이전 작품과 그 궤를 달리한다.
이 방법은 기존 팬들에게 낯섦을 전하는 등의 위험부담이 있지만, 제이크 슈레이어 감독은 이를 밀고 나간다.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을 통해 루저들의 성난 모임을 주최한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이 반쪽 영웅들에게 이식한다.
이 요소가 인물들에게 착 달라붙는 건 바로 공허함에 있다. 특히 옐레나는 마음에 큰 구멍이 있는데, 이는 사랑하는 언니의 부재에 따른 상실감에서 비롯한다. 이를 더 크게 확장한다면 어벤져스(영웅)가 사라진 세상을 사는 이들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부재와 공허함은 시리즈마다 언급되어 왔다. 하지만 그 쓰임은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한 작은 요소로써 활용되는 것에 그쳤다. 전작과 다르게 이번 영화는 그 공허함을 전면에 내세워 2시간 동안 진득하게 치유하는 과정을 선보인다. 특히 밥의 등장은 영화의 주제를 부각하며 각 인물들의 거울치료처럼 느껴진다.
불우한 가정환경에 마약 중독자까지 된 밥은 인체 실험을 통해 결국 무한한 힘을 가진 센트리가 된다. 하지만 그의 불안정한 마음과 아물지 않은 상처로 인해 어둠에 잠식되고, 보이는 사람들 모두 사라지게 만든다. 결국 옐레나와 루저 영웅들은 센트리를 막기 위해 서로 연대한다. 흥미로운 건 이들의 싸움이 결국 센트리의 내적 환경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힘든 세상 속에서 공허한 마음에 무엇을 채우는가에 따라 자신의 힘을 이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영화는 강조한다.
| 스스로 빛을 내는 뉴 어벤져스(z~~)의 탄생!결과적으로 이 내적 치유는 우울증에 시달렸던 루저들이 다시 살아갈 힘을 전한다. ‘가장 강한 적은 자기 자신’이라는 말처럼 자신의 가장 어두운 면과 마주하고 이겨내는 그 과정은 기존 마블 영화에서 보지 못한 감동을, 더불어 자신을 믿어주는 이들과 그 과정을 함께 했다는 점 또한 격한 위로를 전한다.
물론, 어벤져스의 부재에 따른 아픔과 이를 이겨내는 이야기가 새롭다는 건 아니다. 여전히 이 작품도 어벤져스의 자장 안에 갇혀있다. 더불어 극 중 옐레나와 센트리의 관계는 나타샤(스칼릿 조핸슨)와 헐크(마크 러팔로)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고 센트리의 무기인 어둠을 퍼뜨려 사람을 사라지게 하는 염력은 타노스의 핑거 스냅으로 사람들이 사라지는 공포와 맞닿아 있다. 여기에 철학적인 키에르케고르 등 철학적인 메시지는 때때로 거리감을 두게 만드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그럼에도 고무적인 건 이 영화를 통해 마블이 비로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가장 인간적인 루저들을 통해 말이다. 스스로 빛을 낼 수 없었던 이들이 함께 손을 잡고 어둠을 몰아낸 그 경험을 함께하며 서로를 빛내주는 모습은 (구) 썬더볼츠* (현) 뉴 어벤져스(z~~)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극 중 많은 사람이(샘 윌슨 포함) 이들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마음속 어둠에 잠식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이들이라면 그 자체로 영웅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변했고, 영웅도 변했다. 이제 뉴 어벤져스(z~~)를 맞이해야 하는 우리가 변할 차례다.
덧붙이는 말: 확실히 액션의 맛은 떨어진다. 하지만 내적 갈등에 따른 자신과의 싸움은 흥미롭다. 옐레나 역을 맡은 플로렌스 퓨가 극 중심을 잡는데, 감정 연기가 너무 좋다. 역시 믿고 보는 배우라니까. 제발 체중 관련한 부정 이슈로 태클 걸지 마쇼~~ ㅎㅎ쿠키는 2개다. 첫 번째는 피식 웃게 만들고, 두 번째는 가슴을 뛰게 만드는 영상이 기다리고 있다. 역시 쿠키는 마블이 젤로 맛있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평점: 3.5 / 5.0
한줄평: 짭벤져스를 통해 이제야 도약 지점을 찾은 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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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치 않는 진실 위로 쏟아지는 새로운 조각들
스틸워터 (Stillwater, 2021)
개봉일 : 2021.10.06 (한국 기준)
감독 : 토마스 맥카시
출연 : 맷 데이먼, 아비게일 브레스린, 카일 코탄, 디애너 듀나건, 로버트 피터즈
변치 않는 진실 위로 쏟아지는 새로운 조각들
올 10월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두근거리는 달이다. <듄>, <베놈>같은 많은 영화팬들이 기대하고 있는 영화와 함께 사랑하는 배우 맷 데이먼의 영화가 2편이나 개봉하는 달이기 때문이다.
<그린나이트>를 보며 시대극의 새로운 매력을 느끼고, 개봉 소식이 들리자마자 쭈욱 기다렸던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그리고 지금 후기를 쓸 이 영화 <스틸워터>가 2주의 텀을 두고 연달아 개봉하다니. 거의 한 달 내내 영화관에서 맷 데이먼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득 담고, <포드 V페라리> 이후로 거의 2년 만에! 스크린에서 맷 데이먼을 만났다.
<스틸워터>는 함께 사는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고향 땅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도시의 교도소에 갇힌 딸의 무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실제로 유학 중 살인 혐의를 받아 4년간 복역했던 아만다 녹스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탄생한 이 영화는 추리 영화이자 주름진 가족 영화, 그리고 아버지로서, 온전한 나로서 성장을 거듭하는 주인공의 성장 영화다.
진실을 쫓는 발걸음
마르세유라는 여유롭고 맑은 도시 속에 똑-떨어진, 이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이방인 빌 앨리슨은 딸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적은 편지를 읽고, 딸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말도 통하지 않는 도시와 차가운 시선들에 맨몸으로 부딪힌다. 견고하게 짜여져있던 ‘유죄’라는 벽에 조금씩 금이 가는듯 보이더니, 언제부턴가 새로운 사건의 조각들이 빌의 머리위로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한다.
언제나 내 딸은 무죄일 거라고 믿었지만 제대로 된 증거가 없어 교도소 안에 갇힌 딸을 바라보기만 해야 했던 아버지 빌은 이제야 정말 아버지다운 일을 할 시점이라고 느꼈는지, 아니면 이 일을 할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건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건의 실마리를 붙잡는다.
완전한 진실보단 나와 우리의 평화를 위해
<스틸워터>는 앨리슨이 연루된 사건의 진실과 분명한 선과 악의 구분보다는 빌이 바라는 평화. 즉, 이 부녀 사이의 진전과 아버지의 원초적인 부성애에 집중한다.
고강도의 육체 노동직을 소화하며 어느새 거친 얼굴을 갖게 된 아버지와 아버지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딸. 고된 하루를 다시 버티기 위해 손대선 안될 영역에 기댔던 아버지와 그런 그를 증오했던 딸. 사랑하는 딸을 지키지 못했던 아버지와 최대한 멀리 떠나고 싶었던 딸.
앨리슨의 바람대로 두 사람은 미국에 있는 스틸워터(고향)와 프랑스의 마르세유에서 각자의 이유로 발이 묶인 채 긴 시간을 보낸다. 빌은 지금껏 무력하게 딸의 죄를 함께 지고 살아왔지만, 이번엔 정말 딸을 구해내겠다고 이제는 무능력하고 믿지 못할 아버지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내 딸과 우리를 위해서라면 누가 범인인지, 어떻게 이 사건을 풀어가야 할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앨리슨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할 뿐이다.
맷 데이먼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캐릭터, 빌
주인공 ‘빌’을 맡은 맷 데이먼의 우직한 연기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거칠지만 그렇다고 투박하지 않게 깊은 감정선을 파내려 가는 그의 연기와 감정의 흐름을 든든히 떠받쳐주는 멋진 목소리에 완전히 홀려버렸던 시간이었다.
130여 분의 러닝타임과 앨리슨의 사건, 마르세유에서 만난 버지니와 마야와의 에피소드를 숭덩숭덩 썰어놓은 이야기의 흐름에 다소 지루함을 느꼈다는 후기도 있었지만, 빌의 심경 변화와 앨리슨의 사건을 함께 풀어가려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앨리슨의 사건만을 다뤘다면 ‘빌’이라는 캐릭터가 이만큼 빛나지 못했을 것이다.
실수와 후회를 잔뜩 쌓은 아버지, 아버지를 미워하지만 그 밖엔 믿을 사람이 없는 딸. 그리고 낯선 나라에 떨어진 두 사람의 조력자가 되는 소중한 인연들과 이방인을 차갑게 비웃는 차별적인 시선들. 이 영화의 중심이 되는 사건은 거리를 넓히고 싶었던 부녀의 틀어진 사이, 잘못된 사회의 차별과 시선, 잘못된 사랑과 극단적인 선택이 낳은 결과물이었다. 사건의 전말, 빌과 앨리슨이 앞서 풀어내지 못했던 마음들을 함께 풀어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힘차게 파보길 추천한다.
스틸워터 시놉시스
진실을 파고들수록, 비밀은 깊어진다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갇힌 딸의 무죄를 입증할 마지막 기회를 위해 나서는 아빠 '빌'
사건의 실체에 가까워질수록 예기치 못한 사실을 알게 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아버지의 조금 늦은 부성애
빌은 아내가 자살한 후 일과 술, 약에 홀려 긴 세월을 보낸다. 앨리슨을 보살펴준 건 빌의 어머니 샤론이었고, 그는 약 때문이었는진 몰라도 경찰에 한 번 잡혀갔던, 그리 아름답지 못한 과거도 갖고 있다. 빌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하자 샤론과 앨리슨은 술이나 약에 취한 상태냐고 묻는다. 지금껏 빌이 이들에게 어떤 가족이었는지, 이 대사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빌도 자신이 좋은 아버지가 아니란 걸 안다. 그래서 계속 일자리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술을 끊고, 아주 멀리 떨어진 도시 마르세유까지 앨리슨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그 도시에서 "아빠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딸의 진심을 아주 직관적으로 듣게 된다. 그는 그간의 실수를 만회하려 노력하지만 계속 꼬여버리는 사건 앞에서 짧은 절망을 느낀다. 하지만 아버지를 제외하면 기댈 곳이 없는 딸 앨리슨과 자신을 마치 아버지처럼 따르는 마야를 보살피며 조금 늦게 발현된 부성애를 불태운다. 빌은 앨리슨이 좋아하는 색과 옷 스타일 같은 작은 정보 하나조차 모르고 있는 아버지였지만, 그가 늦게나마 태워낸 부성애는 거짓이 아니었다.
간절함에 밀려 틀어진 방향성
‘어떤 방식을 써서든 앨리슨의 무죄를 입증하겠다.’는 게 빌의 최종적인 목표다. 빌은 버지니의 도움을 받아 파티가 있었던 바의 사장과 전직 경찰을 만나고, 위험한 동네인 칼리스테를 휘젓는다. 그리고 끝내 범인으로 추정되는 아킴을 지하실에 가두게 된다.
버지니는 아무 아랍인이나 잡아넣으라는 바 사장을 보고는 인종 차별주의자라고 몸서리를 치며 빌과 잠깐의 대립구도를 만든다. 그 상황에서도 빌은 ”그저 내 딸을 위한 일“이라며 고집을 꺾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빌이 칼리스테에서 좌절을 한 번 맛보고 버지니와 마야의 집에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결과만을 향해 돌진하던 걸음을 좀 늦췄나 싶었는데, 그는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아킴을 보자마자 다시 방향성을 꺾어 맹렬한 추적을 시작한다.
온전한 해결법이 아닌 걸 알면서도, 잘못되어 가고 있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결국 앨리슨의 무죄는 입증되었지만 잘못된 방향성을 선택한 빌은 다시 하나의 사랑을 잃고 만다. (사실 내 자식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게 부모의 마음이니 그의 선택을 질타할 생각은 별로 없다. 그래도 내 자식은 지켰으니까..?)
가난한 학생과 부자 학생
<스틸워터>는 딸의 무죄를 향해 달리는 아버지의 발걸음을 중심에 두고, 사건의 일부 조건들을 겉으로 떼어내 사회에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인종차별적 행동들과 편견들을 이야기한다.
아킴이 살고 있는 동네 칼리스테는 마약거래가 빈번히 일어나는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이다. 아킴은 조금 포장하자면 거친 동네, 나쁘게 말하자면 버려진 동네에 가까운 그곳에서 살아온 아랍인 청년이다. 아킴을 찾기 위해 방문했던 바의 사장은 아랍인 학생들을 보고 원숭이 놈들이라 칭하고, 누구를 감옥에 잡아넣든 어차피 언젠가 죄를 지었을 것이라며 차별적인 말들을 뱉어낸다.
앨리슨의 주변인이었던 교수 또한 앨리슨이 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잘 살아온, 교육받은 학생이라 생각하고 앨리슨의 연인이었던 아랍계 학생 리나를 가난한 학생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둘의 사이를 애초에 어울릴 수 없었던 사이라 단정 짓는다.
빌은 시추기의 등장으로 당장 밥벌이가 어려워진 상황에 처해있으며, 앨리슨이 어렸을 때 또한 항상 땅굴을 파며 어렵게 생활을 이어왔다. 미국 출신 백인이라는 딱지에 따라붙는 카우보이라는 조롱과 혼자 잘 살아온 이기적인 놈이라는 편견은 칼리스테에 방문한 빌을 위험에 빠트리기도 한다.
여러 인물들의 대사 속에 은근하게 녹아있던 차별과 편견, 그리고 그에 따른 위험요소들에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이 꽤나 많았다.
”진실은 없어요. 이야기뿐이죠.“
결국 이 사건의 마무리에 진실은 없이 떠도는 이야기와 결과만 있을 뿐이다. 리나는 살해당했다. 하지만 앨리슨이 죽인 건 아니다. 앨리슨은 벗어나고 싶다고만 이야기했지 리나를 살해한 적은 없다. 이 말들은 진실이긴 하다. 하지만 다른 진실의 조각들은 조용히 묻혀버린다.
뒤이어 어떤 이의 흔적이 나왔다. 앨리슨은 진범이 아니다. 등등 여러 이야기가 떠돌았지만 진실은 밝혀지지 않는다. 당사자들만 알고 있을 뿐.
스틸워터로 돌아온 빌은 스틸워터의 모든 게 달라 보인다고 말한다. 사실 변한 건 없는데, 그의 눈엔 모든 게 달라 보이는거다. 묻혀있던 진실이 전부 밝혀진 건 아니지만 앨리슨이 아닌 다른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얼핏 모든 게 뒤바뀐 것처럼 보이는 이 사건처럼 말이다.
바뀐 건 없지만 바뀌어버린 사건. 무거운 사건을 겨우 들어옮겨 맞이한 이 결말이 마냥 시원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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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이 있다는 행복과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
영화 <말모이>의 배경이 일제강점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조선어학회의 사전만들기 과정이라는 사실 역시 알고 있어서 약간 흔히 말하는 국뽕의 노선을 타거나 신파로 흐르면 어쩌나 굉장히 걱정했으나, 평론가들의 ’착한 영화‘라는 평답게 그런 요소들은 잘 걷어낸 작품이었다.
영화 <말모이> 시놉시스
까막눈 판수, 우리말에 눈뜨다! vs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 ‘우리’의 소중함에 눈뜨다!
우리말이 금지된 시대, 말과 마음이 모여 사전이 되다.
1940년대 우리말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경성. 극장에서 해고된 후 아들 학비 때문에 가방을 훔치다 실패한 판수. 하필 면접 보러 간 조선어학회 대표가 가방 주인 정환이다.
사전 만드는데 전과자에다 까막눈이라니! 그러나 판수를 반기는 회원들에 밀려 정환은 읽고 쓰기를 떼는 조건으로 그를 받아들인다. 돈도 아닌 말을 대체 왜 모으나 싶었던 판수는 난생처음 글을 읽으며 우리말의 소중함에 눈뜨고, 정환 또한 전국의 말을 모으는 ‘말모이’에 힘을 보태는 판수를 통해 ‘우리’의 소중함에 눈뜬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바짝 조여오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말모이’를 끝내야 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말모이>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글을 읽는 즐거움을 표현하다
글을 읽고 쓸 줄 몰랐던 판수는 조선어학회의 일원이 되면서 글을 배우게 된다. 처음에 이걸 왜 하나 싶으면서도 우선은 아들의 학교 회비를 내기 위해 꾸역꾸역 공부를 이어나간다. 억지로 시작한 공부였지만 조금 익힌 글자만으로도 길거리의 간판을 읽으며 신나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아이들이 차를 타고 갈 때마다 간판을 읽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내가 가르친 것도 아닌데 괜한 뿌듯함이 들었다.그리고 <운수좋은날> 소설을 읽으면서 펑펑 우는데, 정말 슬픈 소설을 읽으며 펑펑 우는 판수를 보면서 되려 웃음코드로 이용하는 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출의 센스에 박수를 쳤다. 그만큼 글을 읽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판수를 통해서 너무나도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우리의 가치
영화 <말모이>는 초반 엘리트주의적인 조선어학회의 수장인 정환의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민중보다는 전문지식인의 말을 더 귀기울이는 편이다. 엘리트들의 참여가 더디게 흐르자 판수는 자신의 지인을 통해 정환에게 큰 도움을 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환은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의 의미를 확신하고, 판수와 함께 사전 편찬에 몰두한다.
사투리를 몹기 어려울 때 판수의 도움을 받으면서 잘난 것 없는 민중의 도움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잡지의 광고물을 보고 쌈짓돈과 단어의 풀이를 편지로 보낸 수많은 조선 사람들을 보면서 백성의 힘이 얼마나 큰지 ’우리의 가치‘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식민지배를 받은 나라 중 거의 유일하게 자국어를 회복한 나라
사실 몰랐다. 영화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우리나라는 식민지배를 받은 나라 중 거의 유일하게 자국어를 회복한 나라라는 글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사실 한국어를 쓰고 있으니 다른 식민지배를 당한 국가들도 자연스럽게 자국어를 회복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거의 없었다. 필리핀의 공식언어는 영어고, 인도 역시 공용어는 영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각각 지배를 받았던 포르투갈어과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뭉클하면서도 뿌듯했달까? 영화의 마지막 글가지 이렇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할 줄 몰랐다. 지금 쓰고 있는 한글을 당연하게 생각해썼는데 일제 지배 기간 동안 사라졌던 언어였고, 그걸 회복하기 위해 지키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던 선조들이 있었음을 깨닫게 해줘서 이 영화를 착한 영화라 모두들 평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 <말모이>는 잔잔한 감동과 뿌듯한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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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듄> 3부작 마무리 계획을 밝힌 드니 빌뇌브 감독과 오는 8월에 개봉할 <오펜하이머> 비하인드 소식까지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오펜하이머> CG없이 핵 폭발 실험 장면 구현
다음달 15일 개봉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신작 <오펜하이머>가 모든 장면에 CG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많은 작품들이 CG를 사용하는 데 반해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가 진행된 로스앨러모스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하면서도 CG를 단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첫 주에만 3000억 매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은 14~16일 전미 5620만 달러를 벌어들여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 수치는 해당 시리즈 중 3번째로 높은 기록이며 제작비는 약 2억9000만 달러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초고도 AI가 탄생하고, 이 AI를 누구도 손에 쥘 수 없게 이선 헌트가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바비> 개봉 첫 주 3위로 출발
<바비>가 공개 첫 날 <미션 임파서블:데드 레코닝 PART ONE>과 <엘리멘탈>을 넘지 못하고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했습니다.<바비>는 20일 오전 7시45분 현재 예매 순위에서 5위대에 머무르며 흥행예측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배우 겸 감독인 그레타 거윅이 연출을 맡았고 마고 로비가 '바비'를, 라이언 고슬링이 '켄'을 연기했습니다.
<듄> 3부작 마무리 계획을 밝힌 드니 빌뇌브 감독
최근 외신에 따르면 드니 빌뇌브 감독은 오는 11월 북미 개봉 예정인 <듄: PART2>에 이어 <듄: 메시아>로 3부작을 마무리할 계획임을 전했습니다. 21년 개봉한 <듄>은 드니 빌뇌브 감독이 그려낸 뛰어난 디자인과 한스 짐머가 빚어내는 훌륭한 사운드의 조합으로 제 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 미술, 시각효과, 촬영, 편집, 음향수상등 상을 휩쓸었습니다.
기자 조여정 X 살인마 정성일의 만남영화 <인터뷰>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는 14일 이렇게 밝히며 "오는 17일 첫 촬영에 들어간다"고 했다. <인터뷰>는 특종이 간절한 베테랑 기자 '선주'에게 11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영훈'이 인터뷰를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물이며 조여정이 선주를, 정성일이 영훈을 맡는다고 합니다.
샤이니 15주년 특집<마이 샤이니 월드> 9월 개봉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샤이니 데뷔 15주년 기념영화 <마이 샤이니 월드>가 9월 개봉한다고 합니다.다양한 미공개 콘텐츠들과 샤이니 여섯 번째 단독 콘서트 <샤이니 월드 VI 퍼펙트 일루미네이션>의 공연 실황 일부, 콘서트 비하인드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해 보는 'LATEST CINE NEWS’였습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댓글과 좋아요 콕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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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사과의 무게
[SICFF] 사과의 무게
영화 <라스는 웃음버튼> 리뷰
감독] 에이릭 새터 스토르달
시놉시스] 11살 아만다는 새로 전학 온 다운증후군이 있는 라스를 특별히 돌봐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놀랍게도 아만다는 라스와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지만, 친구들 사이에 속하기 위해 라스를 배신하게 된다. 이로 인해 아만다는 라스와 다른 친구들까지 모두 잃게 된다. 용서 받기 위해, 아만다는 용기내어 자신을 드러내고 진정한 자신이 되어야 한다
#스포일러 유의#
그의 시각으로 세상을 함께 바라보는 것
영화 라는 웃음버튼에서 아만다는 새로운 학기를 맞이해 고학년으로써 신입생과 짝꿍이 될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선생님으로부터 색다른 제안을 받는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라스라는 친구가 전학을 오는데 아만가가 짝꿍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처음에 아만다는 이 상황을 탐탁지 않아 한다. 또래 집단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이 시점에서 자신과 조금은 다른 라스가 자신의 짝꿍이 되었을 때 자신에게 벌어질 미래의 일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친구들 앞에서 라스의 짝꿍을 아만다라고 소개하며 아만다와 라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해리포터를 좋아하니 친해지기 쉬울 것 같다고 말해준다. 그렇게 서로 짝꿍이 된 라스와 아만다. 아만다는 라스에게 곁을 내주려 하지 않지만 라스는 천천히 아만다에게 다가간다. 조심스럽게 자신의 집에서 같이 놀자며 집을 초대를 하고, 그곳에 라스의 아빠와 라스의 행복한 마법 놀이를 보며 아만다도 그들과 함께 즐겁게 어울리기 시작한다.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어버린 라스와 아만다. 아만다는 라스에게 마음의 문을 열면서 라스의 언어인 마법언어로 라스와 소통을 시작했고, 라스의 세계에서 라스의 시각으로 그와 함께 놀이를 시작한다. 영화 라스는 웃음버튼은 아만다와 라스가 친해지는 이 모습을 통해 우리가 누군가와 친해질 때 각자의 세계가 융합되어감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사과의 무게
서로에게 편안하고 함께 있을 때 즐거운 존재가 된 라스와 아만다. 하지만 라스는 자신의 마법 언어를 학교에서도 사용하길 바랐고, 아만다와 이 과정에서 조금씩 부딪히게 된다. 아만다의 입장에서는 마법 언어가 학생들의 놀림을 받을 것이라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이 난 라스는 춤을 추다가 마법언어를 외쳐버리고, 흥분한 라스를 진정시키기 위해 아만다는 어쩔 수 없이 자신 역시 마법언어를 쓰고 만다. 그래서 모두의 웃을 사버리게 되고, 이 보든 상황이 영상으로 녹화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완지라는 폐쇄형 블로그에 그동안 라스의 모습을 올리고 있었다. 사이버불링이 시작된 것이다. 아만다는 이를 알게 되자 선생님에게 말을 하겟다며 당장 그 블로그를 없애라고 하지만 오히려 그들은 라스와 함께 노는 아만다의 사진과 영상을 게시하겟다며 협박을 한다. 또래집단으로부터의 배척이 무서웠던 아만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진과 영상을 그들에게 넘기게 되고, 결국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이 찍은 라스의 웃긴 사진이 공개되며 라스에게도, 학교의 모든 이들에게도 실망을 안기게 된다.
완전히 혼자가 되어버린 아만다. 그녀는 오랜시간 라스에게 전화도 하고, 집에도 직접 착아가지만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진심을 전할 방법은 라스의 언어로 라스의 방식대로 그에게 진심을 다해 사과하는 것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를 위해 일단 아만다의 오랜 친구들에게 찾아가 그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연극을 준비하고, 성탄제에서 라스가 만든 마법의 언어로 된 공연을 하면서 라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얼마나 진심 어린 사과가 중요한지 잘 보여주고 잇었다. 그저 말 뿐인 ‘미안해’가 아닌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그 표현의 방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잘못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무게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었다.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기에 사과의 무게를 알려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영화 라스는 웃음버튼은 어린 아만다의 진심어린 사과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고, 되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들의 뻔뻔함에 부끄러운음 느끼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상영시간표>
2024. 9. 5. (목) 19:00 롯데시네마 은평 1관
2024. 9. 8. (일) 14:00 롯데시네마 은평 6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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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묘 - 굿판을 깔아준 베테랑 선배들과 칼춤을 추는 젊은 천재 후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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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내에 이도현 배우가 맡은 배역(봉길)의 이름을 '봉림'이라고 잘못 표기해둔 부분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조금더 유의하여 영상 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전부 잘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나와서는 안될 것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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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당? 미리 본 소대원들? 라떼극장 EP.0死 R?
영화 흥신소 -(아이스)라떼극장 EP.04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공포영화를 보며 무더위를 날려버리자
정체불명의 무전을 받고 실종자 수색에 나선 소대원들
점점 불길한 일들이 발생하는데...
시공을 초월한 택배에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는 영화 '알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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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브리타니아> 공식 예고편
저주받은 땅이자 드루이드의 영역 카이사르조차도 두려움에 떨며 회군했던 브리타니아를 정복하기 위해 로마의 장군 아울루스 플리우티우스가 병력을 이끌고 상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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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킹메이커> 티저 예고편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네 번 낙선한 정치인 ‘김운범’ 앞에
그와 뜻을 함께하고자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찾아온다.
열세인 상황 속에서 서창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선거 전략을 펼치고
‘김운범’은 선거에 연이어 승리하며,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서게 된다.
대통령 선거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고 그들은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던 중 ‘김운범’ 자택에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로 ‘서창대’가 지목되면서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치열한 선거판,
그 중심에 있던 두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