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 K2023-06-02 10:12:08
생각보다 긴 예열을 거치면 화끈하게 폭발한다!
영화 <더 프라이스 위 페이> 리뷰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을 아는가?
<고질라: 파이널 워즈> 같은 일본에서의 블록버스터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과 같은 B급 매니아들의 취향을 정통으로 저격하는 속칭 쌈마이의 귀재라 불리는 감독이다.
이후로도 <다운레이지>, <도어맨>, 죠 단테, 데이빗 슬라이드, 믹 개리스, 알레한드로 브뤼게 감독과 같은 호러 영화의 거장들과 함께한 옴니버스 영화 <나이트메어 시네마> 등 자신의 스타일을 계속 선보여왔다.
현재 기준(2023.06)으로 그의 최신작인 <더 프라이스 위 페이>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미드나잇 패션 섹션에서 소개되었다.
필자는 보통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하면 3대 영화제 초청작을 위주로 보는데, 그래서 그런지 대다수가 예술성이라 솔직히 연속으로 보면 힘이 들때가 있는건 사실이다.
그럴 때 가끔씩 이런 작품(?)으로 환기를 시키는데 그 환기에 딱 적절한 작품이었다.
전당포 강도 두 명은 강도가 성공할 찰나에 총격전이 일어나 인질로 전당포 손님이었단 한 여자를 잡고 도망친다.
그들은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한 농가에 숨게되지만, 경찰에게 체포되는 것보다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나게 된다는 "슬래셔 영화".
본 영화는 슬래셔 장르로 진입하기까지의 예열이 예상보다 길게 느껴지는 편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슬래셔 장르로 진입하는 순간 화끈하고 창의적인 고어가 관객들을 반겨준다.
마치 악인전마냥, 선과 악을 대결이 아닌 악과 악의 대결로서, 누가 더 광기가 있는가, 누가 떠 똘끼(?)가 있는가 승부하며 펼쳐지는 강렬한 슬래셔 씬들이 예열까지의 지루함을 한번에 잊게 해준다.
할로윈,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 등 여러 슬래셔 장르의 오마주와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의 세련되고 화끈한 연출이 잘 어우러지는 킬링타임 무비의 수작이라 평할 수 있다.
아쉽게도 현재로서 한국 수입 소식은 들리지 않지만.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 작품이 의외로 소수 개봉이나 VOD로 수입이 잘 된 편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이번 작품도 충분히 수입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
그것도 2차 시장에서 아주 좋아하는 호러 영화니.
*이 글은 원글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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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중국 자본은 대리석을 타고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대리석 오디세이(A Marble Travelogue)
Netherlands, Hongkong, France, Greece/2021/99min/션 왕 감독 작품
그리스와 중국. 별다른 접점이 생각나지 않는 조합이다. 그러나 사실 두 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서로 가까운 관계다. 카메라로 ‘대리석’만 좇아도 둘이 얼마나 가까운지 금세 드러난다. 영화 〈대리석 오디세이〉를 따라가 보자.
나무로 뒤덮인 그리스의 한 초록색 산. 그곳에 거대한 쥐가 파먹은 듯한 패인 자국이 있다. 대리석 채굴의 흔적이다. 그리스는 엄청나게 많은 대리석을 중국으로 수출한다. 중국의 경제 수준이 향상되면서 ‘고급’ 취향, 즉 대리석 선호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으로 수출된 커다란 대리석은 공장식 작업장에서 조각되어 중국의 부호, 테마파크, 심지어 유럽과 미국에까지 팔린다. 대부분 유명한 그리스 조각상을 모방한 것들이지만 ‘짝퉁’이라고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중국의 대리석 조각상 수요는 그리스인 조각 장인을 중국으로 이주하게 할 만큼 엄청나다. 대형 작업장에서 중국인 직원들의 작업을 꼼꼼히 살피며 지시하는 그리스인 조각가가 말한다. “이건 오직 중국에서만 가능한 일이에요(Only China can do)!”
대리석은 무엇 하나 버려지지 않고 알뜰히 활용된다. 대리석상을 조각하는 과정에서 생긴 하얀 가루는 별도로 모아 다른 물질을 첨가한 후 조그만 주형틀로 들어간다. 우리가 전 세계 곳곳에서 마주하는 기념품 가게에서 판매되는 조그마한 액세서리를 생산하는 공장에 있는 주형틀 말이다. 영화에는 프랑스 파리, 미국 하와이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중국의 가난한 노동자들이 그곳으로 수출될 하얗고 조그만 대리석 액세서리를 색칠하며 꿈을 키우는 장면이 나온다. 액세서리 공장에는 어린이 노동자도 많다. 매우 조그만 장식품에 색을 칠하는 세밀한 작업이기에 아이들도 엄마를 따라 나와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노동은 기쁨보다는 소외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들이 받는 터무니없이 적은 임금으로 파리와 하와이에 갈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국제적 관광지의 모습을 담은 악세사리 채색 노동을 하는 아이들은 아마 자신들이 색칠하는 풍경으로만 파리와 하와이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마저도 공장 한편에 있는 채색하는 기계가 머지않아 아이들의 노동을 대체할 것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그리스는 중국 일대일로의 핵심국 중 하나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된 그리스는 중국의 막대한 자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점차 강화하는 중이다. 그리스 길가 곳곳에서는 중국어를 손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 투자를 부추기는 말이다. 그리스와 중국은 자본을 매개로 매우 긴밀하게 엮여 있다. 영화에는 ‘문화 사절단’을 자처하며 다양한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그리스인 쌍둥이 자매의 모습도 나오는데,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 역시 그리스인의 생존이 중국 자본에 달려 있음을 보인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A Marble Travelogue’다. 직역하자면 ‘대리석 여행-로그’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오디세이’가 들어간 한국어 제목이 더 적합해 보인다. 그리스 최고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여행기(《오디세이》)가 중국 자본을 매개한 대리석의 여정으로 다시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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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매주 월요일 오후 1시, 씨네픽과 함께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와 관객 스코어를 알아보는 시간이 돌아 왔습니다. 오늘은 10월 8일 부터 10일까지의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와 스코어를 알아보도록 할게요!
씨네픽은 영화 박스오피스 예측 어플인만큼 유저들이 직접 개봉 영화의 박스오피스와 스코어를 예측하실 수 있습니다. 씨네픽을 통해 재미는 물론, 상금도 함께 받아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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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10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시작하겠습니다. GOGO~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007 노 타임 투 다이> 2021.9.29 개봉 (개봉 2주차)
주말 관객수 – 212,818명 (10월 8일 ~10일)
누적 관객수 – 981,231명
좌석 판매율 – 10.1%
다니엘 크레이그, 라미 말렉 주연, 6년 만에 전 세계 국내 최초 개봉한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저번 주에 이어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98만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했습니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관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감독 캐리 후쿠나가)는 지난 주말(8~10일 기준)에 21만 2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요. 개봉 첫 주 주말 관객 수(38만 명)에 비하여 다소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번 주는 거뜬히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가 10월 13일 수요일 개봉 예정인 관계로 앞으로의 박스오피스 1,2위 순위의 변동이 예상됩니다.
2위. 보이스 / 2021.09.15 (개봉 4주차)
주말 관객수 – 84,998명
누적 관객수 – 1,270,416명
좌석 판매율 – 10.6%
2위는 변요한 김무열 주연의 범죄액션 영화 '보이스'가 차지했습니다. '보이스'(감독 김선 김곡)는 같은 기간 8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누적 관객 수 127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여전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3위. 기적 / 2021.09.15 개봉 (개봉 4주차)
주말 관객수 – 42,636명
누적 관객수 – 610,008명
좌석 판매율 – 9.7%
3위는 박정민 임윤아 주연의 힐링영화 '기적'이 계속해서 3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기적'은 지난 주말 4만 2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누적 관객 수는 61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씨네픽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씨네픽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에 참여해주신 참가자 중의 정답자는 총 73명입니다.
이는 참가자 전체 중 21.6%에 해당하며, 정답을 맞추신 모든 분들께 우승자 상금 20만원의 혜택이 주어졌습니다.
모든 참가자분들과 정답자분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씨네픽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비율]
▶씨네픽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에 참가한 사용자 중 무려 86%의 유저 분들이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박스 오피스 순위 1위로 예측한 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4위.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 / 2021.09.15개봉 (개봉 4주차)
주말 관객수 – 12,986명
누적 관객수 – 171,393명
좌석 판매율 – 13.5%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대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앞질러 박스 오피스 4위를 차지했습니다. 무려 지난 주에 비해 2계단 상승했는데요. 관객 수는 1만 2천 여명, 누적 관객 수는17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한글날 연휴를 맞아 많은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예상됩니다.
5위. 용과 주근깨 공주 / 2021.09.29 개봉 (개봉 2주차)
주말 관객수 – 12,100명
누적 관객수 – 47,804명
좌석 판매율 – 10.0%
지난 주와 동일하게 5위는 호소다 마모루의 신작 애니메이션 ’용과 주근깨 공주‘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과 같이 나란히 4,5위에 올랐는데요.
앞으로 애니메이션 강세가 계속 이어질지 궁금해지네요. :)
[북미 박스오피스 소식]
10월 8일 북미 개봉한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개봉 첫 날 북미에서만 $56,007,372 (한화 약 669억)을 벌어들이며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했습니다. 지난 주말(8일~10일)까지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박스오피스 1위는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차지했으며, 누적매출액은 $56,077, 372(한화 약 669억)입니다.
같은 날 기준 북미 박스오피스 2위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입니다.
주말 박스오피스 매출액은 $32,000,000(한화 약 383억)을 기록했으며, 누적 매출액 $141,665,616(한화 약 1694억)을 기록했습니다.
뒤를 이어 <아담스 패밀리 시즌2>가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했으며 전 주 대비 매출액은 약 42% 감소했으며, 누적매출은 $31,140,891(한화 372억)입니다.
4위와 5위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그리고 <더 매니 세인츠 오브 뉴어크>가 차지했습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주말 매출액 $4,200,000(약 50억)을 기록했으며 누적매출액 $212,456,765(약 2,540 억)을 기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매니 세인츠 오브 뉴어크>는 주말매출액 $1,450,000(약 17억), 누적매출액 $7,407,052(약 88억)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007 노 타임 투 다이>와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박스오피스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이 개봉예정인 만큼 앞으로의 추이가 정말 기대가 되는데요.
그럼 다음 주도 씨네픽은 재미나고 알찬 박스오피스 소식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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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의 연속, 맥락 없음의 반복
"드라마에서 큰 강점을 보였던 배우 윤시윤, 영화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영화관에 들른 건 단지 그 이유에서였습니다. 윤시윤 배우의 연기를 스크린에서 본 적이 없어 궁금했습니다. 그는 예상대로, 아니, 예상보다 더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긴 하나, ‘찌질한 호구’ 연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이것은 제가 이 영화에 관해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칭찬입니다.
대단한 창작 활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방자까의 영화리뷰’를 쓰면서 나름대로 지켜왔던 원칙이 있습니다. “이왕이면 좋은 점을 보려고 하자.”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에 서린 노고를 몇 마디 말로 폄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번만큼은 그 원칙을 지키지 못하겠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개인적으로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웠던 영화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의 몇 가지 포인트들을 짚어봅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2월 7일(화)에 진행된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의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는 2023년 2월 8일 국내 개봉했습니다.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
Love My Scent
소설, 연극, 음악, 영화의 공통점은 모두 이야기를 다루는 창작물이라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영화는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른 장르와 차별점을 갖죠. 그래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영화가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을 논하며 영화를 평가하고는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이러한 평가마저도 불가능한 작품입니다. 이야기 그 자체에 허점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는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에게 받은 향수를 뿌리고 모든 사람의 첫사랑이 되어버린 '창수'가 사랑이 낯선 여자 '아라'의 마음을 얻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자꾸 '-게 되다'는 수동 표현을 쓰게 되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어떤 상황에 놓이거든요. 우연이 계속되고, 맥락 없음은 반복됩니다.
이 이야기는 어느 돈 많은 회장님이 향수를 뿌리면 자신이 상대방의 첫사랑으로 보이는 향수를 만들라고 지시하며 시작합니다. 연구진은 향수의 효능이나 실험의 목적을 밝히지도 않고, 평범한 사람 몇 명에게 무작위로 향수를 쥐여주고 몰래 실험을 진행하죠. ‘창수’는 그 실험 대상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굳이 이렇게 불법적인 방법으로 실험을 강행하는 이유가 뭘까요? 제품 개발 이후, 불법적인 유통 경로로 마법의 향수를 판매하기 위해서?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악의 목적으로? 아닙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향을 개발해 치매를 앓는 회장님의 부인이 젊은 시절 회장님의 얼굴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였죠.
개인의 사사로운 목적을 위해 평범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강행한다는 설정부터 이미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여기까지는 사건의 전개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설정으로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 향수를 실험 대상 ‘창수’에게 건네는 장면을 보고, 잠시나마 이 영화를 이해해주려 했던 제가 미워졌죠. 연구진은 귀가하는 ‘창수’를 냅다 뒤쫓다가 이벤트 회사에서 빌린 듯한 스모그 머신으로 길거리에 갑자기 연기를 흩뿌리고는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이런 멘트를 날립니다. “인생이 달라질 기회! 잡고 싶지 않나?" 귀가 중에 대뜸 이런 구한말 멘트를 들으면, 대개는 깜짝 놀라거나 어이없어하며 자리를 뜰 겁니다. 하지만 지독히 착하고 오지랖 넓고 호구 같은 남자 ‘창수‘는 아리송해하면서도 향수를 넙죽 받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꿈이라고 생각하며 잠이 들죠.
⊙ ⊙ ⊙
그래요, 이것도 넘어갈 수 있습니다. 웃기는 데 실패한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넘어갈 수 있습니다. 순진한 ‘창수’는 그 향수를 뿌리고, 찌질한 호구에서 모든 이의 첫사랑으로 거듭납니다. 매일 버스에서 마주치는 ‘아라’도 그중 한 명이 되죠. 그런데 여기서 또 의문점이 생깁니다. 길거리에서 향수 냄새를 얼핏 맡은 사람도 좀비처럼 '창수'를 쫓아올 만큼 강력한 이 향수는 왜인지 창수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준일', '복길')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첫사랑이 없어 떠올릴 사람이 없다면 '아라'처럼 사랑에라도 빠져야 하는데, 그런 양상도 없습니다.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예외가 된 거죠.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설정들은 이처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것들이 참 많습니다.
어쨌든 '아라'와 사랑에 빠진 '창수'는 또 갑자기 의문의 남성으로부터 네가 한 짓을 알고 있다는 협박을 받습니다. 협박남은 '창수'에게 향수에서 시작된 사랑이 진짜 사랑이겠느냐는 질문을 던지죠. 착하고 순수한 '창수'는 '아라'의 마음을 조작했다는 죄책감과 고민에 사로잡힙니다. 하지만 애초에 '창수'는 '아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불순한 의도로 향수를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가짜 연기와 함께 등장한 이상한 사람이 공짜로 준 향수를 그냥 뿌린 것뿐입니다. 그게 첫사랑 유발 향수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죠. 그런데 바로 그날, 하필 첫사랑이 없었던 '아라’가 그 향을 맡은 겁니다. '창수'는 그날 이후에 '아라'의 마음을 얻기 위해 향수를 쓴 적도 없고요. 그러니 관객은 ’창수‘가 왜 저렇게 벌벌 떨며 긴장하고 괴로워하는지 공감하기가 어렵습니다. 당연히 협박범의 협박도 전혀 무섭지 않습니다. '창수'에게는 귀책 사유가 없거든요. 게다가 이 의문의 남성이 향수의 제조자이면서 '아라'의 전 남자친구라니요? 긴장감을 유지해야 할 이야기는 줏대 없이 흐물거리는데, 우연과 맥락 없음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쓸데없이 그 힘을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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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듦새보다 더 저를 화나게 했던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영화 전체를 뒤덮은 PPL입니다. 영화관에 들고 가는 메모장에 이 작품에 등장하는 PPL 제품을 적으며 작품을 보았을 만큼,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에는 노골적인 PPL이 다수 등장합니다. 주인공 ‘창수’의 직업은 대놓고 자동차 딜러입니다. 이 영화에 쉐보레 자동차가 등장한 시간을 다 합치면 족히 십 분은 될 겁니다. 삶에 치여 제대로 된 양복 하나 사입지 못하는 ‘창수’는 작품 속에서 장비를 단단히 챙겨 캠핑을 두 번이나 갑니다. 거기서 육개장도 두 번이나 먹습니다. ‘창수’가 사는 곳은 서래 더 하임. 건물 전경과 로고를 하도 많이 보여줘서 외워버렸습니다. ‘창수’와 ‘아라’의 사랑이 맺어지는 곳은 하필 아쿠아플래닛 광교점입니다. 데이트 삼아 수족관 곳곳을 한참 보여줘서 평생 아쿠아플래닛은 안 가봐도 될 것 같습니다.
PPL을 최대한 많이 넣으려고 대본을 수정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의 과도한 PPL. 영화 제작을 위해서는 이런 식의 투자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건 잘 알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요? 관객은 돈을 내고 영화를 보러 가는데, 광고 영상만 잔뜩 보고 나오면 안 되죠.
더불어 이 영화가 코미디를 사용하는 방식도 전체적으로 한숨이 나옵니다. 스토리 흐름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억지 개그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캐릭터(’복길’)를 넣는가 하면, 어떻게든 웃음을 터뜨리려는 대사를 잔뜩 넣어서 가뜩이나 맥락 없는 이야기를 더 흐트러뜨려 놓죠. 그런데 저도 사람인지라, 웃으라고 넣어둔 개그 요소에 어쩔 수 없이 웃음이 터지기도 하더군요. 그러나 전혀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작 이런 개그에 웃어버린 저 자신에게 짜증이 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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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이 영화를 강하게 비판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 영화의 장점을 찾기가 도무지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한국 영화의 평균을 낮추는 이런 작품이 앞으로는 부디 줄어들기를 바라서였습니다. 잘 안되면 OTT에 팔아넘길 요량으로 PPL을 점철시켜 대충 찍어내는 영화, 이제는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점점 비싸지는 영화표 값이 아깝지 않은 영화가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Summary
삶에 치여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본 남자 ‘창수’. 낯선 이에게 받은 향수를 뿌리자마자 여자들이 달려든다. 가족에 치여 누굴 좋아해본 적도 없는 것 같은 여자 ‘아라‘. 어느 날, 매일같이 타던 버스에서 나는 향기에 두근대기 시작한다. ‘창수’에게 이끌린 ‘아라’는 영문도 모른 채 사랑에 빠지고, 서툴러도 조금씩 사랑을 키워나가던 그때, 갑작스럽게 등장한 전 애인 ‘제임스’가 폭로한 ‘창수’의 비밀! 내가 사랑에 빠진 게, 향수 때문이라고?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임성용
출연: 윤시윤, 설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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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군분투
- 이 리뷰에는 영화의 주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관람하지 않은 분들은 영화를 보고 읽어주세요.
우리 모두에게 큰 보호막이 되어주는 가장 중요한 존재는 엄마일 것이다. 출산 전 엄마의 자궁에서 10개월을 보내며 생명을 지원받고, 태어나서는 먹고 마시고 잠에 드는 그 모든 과정의 보살핌을 받는다. 태어난 이후 성인이 될 때까지 20년 정도의 기간 동안 부모라는 보호막 아래에서 자라나는 아이는 그때에야 비로소 세상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전까지 엄마라는 큰 울타리가 아이가 자라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존재이고, 무조건적으로 믿을 수 있는 존재이다. 심지어 어른이 된 이후에도 그 전보다는 영향력이 줄어들지만 엄마라는 존재는 한 사람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어쩌면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에게 해주는 모든 보살핌은 일종의 봉사라고 할 수도 있을것이다.특별한 대가 없이 자신이 사랑으로 키운 그 아이를 향한 마음은 그것의 대가가 전혀 없다고 할지라도 지속된다.아이가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아이가 자신을 의지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고 또 다른 지원을 해주려고 노력한다.어떤 경우에는 그 마음이 강해져 아이를 향한 집착이 되기도 하고, 그 집착이 지속되면 아이와 대립하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아이가 청소년기가 되었을 때, 그 대립은 커지고 서로에 대한 애증은 심화된다.
모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런>
영화 <런>은 모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마 다이앤(사라 폴슨)은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있는 딸 클로이(키에라 엘런)와 함께 살고 있다. 당뇨병, 천식, 하반식 장애 등 다양한 질병을 가지고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딸을 돕기 위해 다이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클로이는 극 중에서 내년이면 대학교에 갈 나이가 된 상황이고 원하던 대학의 합격 통지서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런 클로이에게 다이앤의 존재는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자신을 보살피는 엄마에게 의지하면서 고마움을 느끼는 인물이다.
클로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그래서 집 안에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시설과 계단을 편하게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다. 영화 초반 집안에서 클로이와 다이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실제로 장애가 있는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이 어떤 모습일지를 짐작하게 한다. 사실 영화 초반 클로이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는 목적도 있지만, 영화의 중반 이후 집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집의 구성과 배치, 그리고 클로이의 생활 동선을 미리 알고 있는 관객은 집안에서 벌어지는 장면에 더욱 긴장하게 된다.
영화는 첫 장면에서 엄마 다이앤의 출산 장면을 보여준다. 사산이 될 뻔한 아이를 겨우 살려내 인큐베이터에 넣었으나 그 아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사실 스릴러 영화 장르를 많이 본 관객들이라면 그 아이의 생존 여부는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런>은 다이앤이 의료진들에게 아이가 살 수 있는지 물었을 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장면이나, 현재 다이앤이 학부모 회의에 참석했을 때, 자신의 딸에 대한 의견을 낼 때 건조한 태도를 보여주는 장면 등을 통해 후반부 다이앤의 캐릭터가 어떤 식으로 변화될지에 대한 암시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엄마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딸
클로이가 엄마가 장을 봐 사 온 물건들을 뒤적거릴 때 처방받은 약통을 발견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긴장을 유발하기 시작한다. 그 약은 클로이가 아플 때 먹던 약이 아니다. 게다가 그 약통의 겉에는 엄마 다이앤의 이름이 쓰여있다. 작은 초록색 알약이 야기한 마음의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클로이가 계속 그것에 대해 추적하게 만든다. 엄마의 활동 일정과 동선을 알고 있는 그는 영리하게 엄마가 추적할 수 없는 방법으로 그 약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애쓴다.
사실 많은 관객들은 다이앤에게 동정과 위로를 주고 싶을 것이다. 장애아를 키웠고, 그에 대해 어느 정도 차가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해할 정도로 그는 딸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희생했다. 그런데 엄마가 딸을 위해 했던 모든 행위들이 드러난 이후, 심지어 딸을 방안에 가두었을 때 관객들의 마음은 요동친다. 이 영화가 가진 힘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우리가 가장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엄마라는 존재가 실제로는 흔히 생각하는 선한 존재가 아니었을 때, 집이라는 공간은 지옥이 된다.
장애를 가진 클로이가 집안에서 최선을 다해 엄마로부터 벗어나려 노력하는 것은 꽤 긴장감이 있다. 그가 창문을 기어서 넘어가고 또 과학적 지식을 이용해 다른 방으로 탈출하는 모습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엄마에게서 벗어나려는 필사적인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사실 클로이 입장에서 엄마를 벗어난다는 것은 큰 모험이다. 그간 받았던 모든 지원들을 포기해야 하며, 혼자 세상 밖으로 걸어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유를 속박하는 그 존재로부터 탈출을 결심한다.
독립 직전의 딸과 엄마가 가질 수 있는 감정을 긴장감으로 표현한 영화
영화 <런>은 독립하기 직전의 딸과 엄마의 관계로 해석할 수도 있다. 20년간 자식 뒷바라지를 했던 엄마가 아이의 독립을 바라보며 기대감과 아쉬움을 한꺼번에 느끼고, 아이는 그저 독립된 생활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사실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무언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엄마의 입장에서 자식을 볼 때 그런 복잡한 감정이 들 수도 있다. 그런 복잡해진 엄마를 보는 아이는 그렇게 변한 엄마가 무섭고 두려워질 수도 있다. 자신의 자유로운 독립을 막는 존재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런 엄마와 딸 간의 애증의 시기를 아주 단순하고 짜임새 있는 스릴러 장르에 대입에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다이앤 역할을 맡은 사라 폴슨은 드라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나 넷플릭스 <래치드> 같은 시리즈에서 두각을 보였던 배우다. 그는 차갑고 도회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또 반면에 여리고 지적인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연기가 가능한데, 특히 차가운 악역 연기는 단연 발군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차가운 엄마 연기를 매우 잘 표현하고 있어 영화의 긴장감을 높인다. 딸 클로이 역을 맡은 키에라 엘런은 독립을 원하는 딸 역할을 맡았는데, 실제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이동하는 모든 장면은 매우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스릴러 영화로 약간의 반전과 좁은 공간에서의 추격 장면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Rabbitgumi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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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들어는 봤나, 인간을 창조한 코요테의 이야기
Summary
송유관 공사로 조상의 땅을 잃을 위기에 처한 아메리카 대륙의 아이들. 아름다운 대지에 얽힌 코요테와 인간의 창조와 욕망, 파괴와 조화의 이야기를 되살려낸다. (출처: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Cast
감독: 아론 가우더
한국인에게는 가수 이름으로 더 익숙한 동물 코요테(Coyote)는 늑대와 개를 조금씩 닮은 육식 동물입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코요틀(Coyotl)이라고 부르던 것이 오늘날 코요테가 되었다고 하죠. 그래서인지 아메리카 원주민의 구전설화 속에는 코요테가 자주 등장합니다.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 <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도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코요테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말하기를, 최초의 인간을 만든 창조주가 글쎄... 바로 이 코요테랍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땅이 품고 있는 신비한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만난 이 작품, 어린이들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의 세계를 펼쳐주고, 어른들에겐 깊은 울림과 생각거리를 전하는 <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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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는 조상의 땅을 지키려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외화로, 아메리카 원주민의 신비로운 창조 설화를 내화로 하는 액자식 구성의 영화입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창조 설화는 실로 신비롭습니다. 태초의 세계에는 진흙으로 피조물을 만드는 노인, 일명 '창조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땅, 나무, 강, 동물 등 이 세계를 구성하는 물질들을 만들어 나갔죠. '창조자'가 꿈꾸는 세상은 아름답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역시 아름다워야 마땅한 그의 꿈속에 영악한 '코요테'가 나타납니다. ‘코요테’의 네 개의 영혼이 꿈속의 평화를 깨자 '창조주'는 그를 꿈 밖의 현실 세계로 쫓아내 버립니다.
'코요테'는 '창조자'의 손끝에서 탄생한 다른 피조물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냥과 육식의 욕망을 추구하고, 그 결과로 최초의 살상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내죠. 육식의 대상이 필요했던 그는 '창조주'의 진흙을 훔쳐다가 생명체까지 만들어 냅니다. '창조자'가 만든 피조물과 달리, '코요테'의 것은 어쩐지 미숙하고 어설픈 형상입니다. 다른 동물들처럼 털도 없고, 발톱도 없죠. 맘대로 생명체를 창조한 사고뭉치 ‘코요테’에게 진노한 '창조주'는 어떻게든 그들을 책임지라고 명합니다. 털과 발톱 없이 미숙하게 태어나는 생명체. 그렇습니다, '코요테'가 창조한 것은 바로 최초의 인간이었습니다.
인간을 만드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도 '코요테'는 '창조주'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계속해서 세상에 없던 개념과 감정들을 만듭니다. 네 개의 목숨으로 대가를 치러가면서 말이죠. 그렇게 세상에는 사냥, 육식, 살상, 도난, 유혈, 죽음, 파괴, 한기 등의 개념이 생겨납니다. 안전하게 살아가던 생명체들은 이러한 개념들을 피해 자신을 스스로 돌보는 형태로 진화하게 되죠. 그렇게 이 세상을 이루는 대자연과 생명체가 만들어졌다고 영화는 설명합니다.
⊙ ⊙ ⊙
이 이야기가 신비로운 이유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창조 설화와 그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인간은 아담이고, 아담의 갈비뼈에서 이브가 탄생하는 창세기의 설화 말입니다. <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에서도 창세기의 창조 설화에 해당하는 인류가 나오기는 합니다. 다만, ‘코요테'가 최초의 인간을 만들기 전에 얼기설기 만들어 생명력을 채 갖지 못한 채 바다에 버려진 진흙 덩어리가 다른 대륙으로 떠밀려 가 아담이 되었다고 설명하죠.
아아, 정말 흥미롭고 색다른 관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곰이 사람이 된 단군신화가 있듯이 서양에는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있는 거라고, 그것을 유일한 진실처럼 여겨왔습니다. 창조 설화에 권력의 주도권을 잡은 지배자의 논리가 스며들 수 있다는 사실을 그만 놓치고 있었죠. 만물의 근원인 하나님을 백인으로 형상화하는 것에도 그저 막연한 의문만 품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진실은 다층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직 이것만이 진실이라고 단언한다면, 그것은 절대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죠. 대중문화, 특히 어린이들이 많이 보는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은 이러한 진실의 다층성을 염두에 두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를 만든 아론 가우더 감독도 아메리카 원주민의 창조 설화를 다룬 애니메이션 작품이 전무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죠. (그는 <포카혼타스>를 아메리카 원주민을 제대로 다룬 애니메이션이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많은 작품이 창세기를 모티브 삼아 이야기를 만드는데, 아메리카 원주민의 창조 설화를 모티브 삼아 이야기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 작품은 그러한 면에서 영화사의 대단하고 훌륭한 발자취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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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는 관객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를 도처에 숨김없이 내걸고 있습니다. '창조주'와 '코요테'가 만든 세계는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곳입니다. 생명체들은 하나의 원을 이루고, 그들의 근본은 대초원에 있습니다. 말썽꾸러기 '코요테'의 횡포로 인해 사냥, 육식, 살상, 도난, 유혈, 죽음, 파괴, 한기 등의 개념이 생겨났지만, 작용-반작용이라는 우주의 법칙에 따라 순환, 탄생, 온기, 책임감, 규칙, 동반자 등의 개념도 같이 생겨났죠. 영화는 이처럼 대자연과 생명체가 공존하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의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세상에는 원주민을 미개하다고 여기고, 시혜적 태도로 바라보는 경향성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도 과연 그들을 미개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운 좋게 공유하고 있는 세상에서, 거대한 그물의 한 가닥으로 살아갈 뿐이라는 인식은 오늘날의 진보적인 환경운동가들의 외침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어쩌면 시혜를 받아야 할 쪽은 황폐한 공사장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선글라스를 끼고 에어팟으로 통화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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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는 이야기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작화와 애니메이션의 평면적 특징을 활용한 연출도 감각적이라 보는 맛까지 출중한 영화입니다. 어른과 어린이 모두 충분히 즐기며 볼 작품이죠.
영화관에도 자리를 채운 몇몇 어린이들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 이런 이야기를 접한다면, 영원하지 않은 지구의 수명을 조금이나마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어른으로 자라지 않을까요? 거대한 자연 속에서 겸손하게 살아가는 어른으로 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살아갈 이 땅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른인 우리가 먼저 그런 마음을 가져야만 하겠습니다.
Schedule in SICFF
2023.09.17(일) 롯데시네마 은평 4관 17:30
2023.09.18(월) 롯데시네마 은평 7관 19:00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기간: 09월 13일 - 0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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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렷한 선과 악 그리고 수퍼 히어로 마동석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선악구도로 나뉘지 않는다. 물론 각자 가지고 있는 경계가 어느 정도는 있지만 그것이 명확하게 나누어지지는 않기에 판사의 심판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흔히 등장하는 사이코패스나 살인자는 물론 악인이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이해하기보단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보고 사회적으로 동일한 악인이 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여전히 존재하는 악인을 없애는 방법일 것이다. 그 모든 것 이전에 수많은 악인들을 잡아내는 형사들이 있다. 형사들은 판사의 판단을 받기 전에 가장 의심되는 용의자를 가려내고 잡아낸다. 어찌 보면 악인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바로 그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수많은 범죄가 그들을 거쳐간다. 희미한 선악구도 속에서도 형사들은 최대한 그 안개를 걷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영화 <범죄도시>는 마석도 형사(마동석)와 그 팀의 이야기를 담았던 범죄 영화였다. 선악구도가 꽤 분명하게 나뉘어진 이 영화는 약간은 때가 묻은 마형사를 등장시켜 최악의 악인을 쫓게 만든다. 깡패들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던 마형사가 완전히 깨끗한 형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악인들이 더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정리했다. 여기에 아주 악독한 악인이 등장하면서 그는 모두의 영웅이 된다. 엄청난 덩치와 파워는 달려드는 악인들을 나가떨어지게 했다. 또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그 악인을 잡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까지 한 팀으로 만들었다. 결국에 가장 나쁜 악인 중의 악인인 장첸(윤계상)을 잡아냈을 때 관객들이 느낀 건, 악인을 처벌했다는 통쾌함이었다. 그게 후속 영화를 만들어낸 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편의 이야기를 변주해 만든 두 번째 시리즈
<범죄도시2>는 1편의 이야기 방식을 그대로 따라간다. 이번에도 영화의 악인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전편이 그랬단 악인을 먼저 보여주며 영화적 긴장감을 높인다. 이 영화의 악인 강해상(손석구)은 베트남에서 한국인을 납치해 돈을 뜯어내고 그 사람을 죽여 실종 상태를 만든다. 우연히 베트남 출장에 간 마형사가 강해상이라는 존재를 우연히 알게 되고 그를 추적하는 과정이 영화에 담겼다. 특히나 이번 영화는 선악구도가 더 명확해졌다. 1편에서 약간은 때가 묻은 듯했던 마형사는 이번 2편에서는 좀 더 정의로운 모습으로 나온다. 전편의 마형사가 어느 정도는 현실적인 모습이었다면 이번 영화의 마형사는 좀 더 수퍼영웅에 가까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전편과는 다르게 마형사가 크고 작은 범죄자들과 대결을 벌일 때 마형사가 상대를 가격하면 큰 음향효과가 추가되어있다. 그래서 마형사가 타격하고 상대가 나가떨어지면 느껴지는 관객들의 통쾌함도 극대화되어있다. 그러니까 선악구도를 명확히 하고 마형사를 좀 더 선한 인물로 조정하여 선이 악을 물리칠 때의 쾌감에 집중한 것이다. 그래서 마형사와 그의 팀이 활약할 때 관객은 든든함을 느끼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악인들을 물리칠지 기대하며 보게 된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타격감은 앞으로 이어질 <범죄도시>라는 시리즈가 좀 더 수퍼영웅 장르로 뻗어나갈 것임을 암시한다.
1편의 이야기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이야기적으로는 기시감이 많이 든다. 베트남 로케이션을 활용하고 영화의 빌런을 바꾸었지만 악인을 우연히 만나고 그를 추적하는 과정 그리고 마지막 한정된 공간에서 마형사와 빌런이 격투를 벌이는 모습도 1편과 거의 흡사하다. 그런 점을 본다면 이 영화는 몇 가지 요소를 제외하고는 전편의 구조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전편과 다른 새로운 이야기는 담기지 않았다.
이 영화의 빌런인 강해상은 전편의 장첸과 마찬가지로 과거 그만의 사연이 등장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장첸보다 더 과거를 보여주지 않는 인물이다. 강해상은 장첸보다는 좀 더 순하게 보이지만 한 번 돌진하면 엄청난 에너지로 달려가는 인물이다. 그래서 전반적인 빌런의 느낌은 장첸보다는 덜 인상적이지만 무섭다는 느낌을 주는 건 그만이 가진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를 위해 몸을 키우고 서늘한 눈빛을 보여주는 배우 손석구의 연기가 강해상이라는 악인을 좀 더 공포스럽고 무서운 인물로 만들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빌런 강해상은 영화에서 유일하게 마형사와 대적하게 되는 인물이다.
수퍼히어로 마형사가 주는 통쾌함
영화 <범죄도시2>는 목적이 분명한 영화다. 극장에서 팝콘을 먹으며 선이 악을 물리치는 과정을 즐기게 하는 것이 바로 그 목적이다. 이야기나 캐릭터의 특성은 전편에 비해 조악해졌지만 선과 악을 보다 명확히 하고 잔인함은 조금 덜어내면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영화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게 문턱을 낮췄다. 영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마형사는 한국의 수퍼영웅으로 탈바꿈하였고 그가 주먹을 날릴 때마다 정의가 실현되는 느낌을 받게 한다. 코로나로 지친 관객들에게는 꽤 위로가 되는 영화다. 현실에서는 애매한 선과 악의 구분이 적어도 이 영화 안에서는 명확하다. 이야기 구성 자체도 복잡하지 않고 특별한 반전도 없다. 그래서 더욱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마형사 역할의 배우 마동석은 이미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마블 영화 <이터널스>에서 무서운 주먹을 보여준 적이 있다. 이번 영화에서 그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그가 맡은 한국영화의 배역 중 가장 강력한 영웅으로 거듭난다. 앞으로 시리즈가 계속 이어진다면 꽤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캐릭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범죄도시>의 마형사는 그가 맡은 여느 영화들 중에서 그에게 가장 잘 맞는 캐릭터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상용 감독은 이번 영화가 연출 데뷔작이다. 과거 <범죄도시> 1편에서 조연출, <롱 리브 더 킹:목표 영웅>에서 조감독을 맡았었다.
많은 관객들이 다시 극장을 찾아 즐길 수 있는 영화 <범죄도시2>는 절대 선 마형사와 그의 팀이 활약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담는다. 마형사가 등장할 때 느껴지는 든든함은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경찰에게 느끼고 싶은 감정일 것이다. 현실과는 다른 판타지 같은 설정이지만 적어도 영화를 보면서만은 선이 악을 물리치는 모습을 보며 그 희열을 즐길 수 있다. 앞으로 꽤 많은 관객들이 마형사의 타격감을 즐기려 극장을 찾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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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gumi의 영화이야기 유료 뉴스레터에도 영화 <범죄도시2>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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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딜리버리 - 아이빼고 다 가진 금수저 부부 VS 아이빼고 다 부족한 MZ커플의 위험한 거래
*해당 리뷰영상은 영화배급사 마노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저작권 협의가 진행되어 제작된 영상입니다
유산 상속을 위해 아이가 필요한 금수저 부부 ‘귀남’(김영민)과 ‘우희’(권소현).
계획 없는 임신을 해서 난감해진 개털 백수 커플 ‘미자’(권소현)와 ‘달수’(강태우).
‘미자’와 ‘달수’는 생활고로 인해 안타까운 결심을 하고, 하필 ‘귀남’이 있는 산부인과를 찾게 된다!
그리고 ‘우희’의 아버지 ‘태식’(동방우)을 속이기 위해 금수저 부부는 임신 사기극을 계획하는데…
올 가을 가장 버라이어티한 공동 태교가 시작된다!
11월 20일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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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필 정체를 숨기고 조용히 지내던 동석이형을 건드린 깡패 ㅋㅋㅋ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에취한다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allwey01
사용중인 이어폰 : 저지연 무선이어폰 GTW270 hyb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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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트위스터스> 파이널 예고편
역대급 토네이도와의 정면승부🌪 예상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다! [트위스터스] 파이널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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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러브 어페어 :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 30초 예고편
소설가를 꿈꾸는 막심은 시골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사촌 형의 여자친구 다프네에게 자신의 복잡한 연애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편 막심의 이야기를 듣던 다프네 역시 남몰래 간직했던 자신의 연애담을 슬그머니 꺼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