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 K2023-06-02 10:12:08
생각보다 긴 예열을 거치면 화끈하게 폭발한다!
영화 <더 프라이스 위 페이> 리뷰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을 아는가?
<고질라: 파이널 워즈> 같은 일본에서의 블록버스터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과 같은 B급 매니아들의 취향을 정통으로 저격하는 속칭 쌈마이의 귀재라 불리는 감독이다.
이후로도 <다운레이지>, <도어맨>, 죠 단테, 데이빗 슬라이드, 믹 개리스, 알레한드로 브뤼게 감독과 같은 호러 영화의 거장들과 함께한 옴니버스 영화 <나이트메어 시네마> 등 자신의 스타일을 계속 선보여왔다.
현재 기준(2023.06)으로 그의 최신작인 <더 프라이스 위 페이>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미드나잇 패션 섹션에서 소개되었다.
필자는 보통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하면 3대 영화제 초청작을 위주로 보는데, 그래서 그런지 대다수가 예술성이라 솔직히 연속으로 보면 힘이 들때가 있는건 사실이다.
그럴 때 가끔씩 이런 작품(?)으로 환기를 시키는데 그 환기에 딱 적절한 작품이었다.
전당포 강도 두 명은 강도가 성공할 찰나에 총격전이 일어나 인질로 전당포 손님이었단 한 여자를 잡고 도망친다.
그들은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한 농가에 숨게되지만, 경찰에게 체포되는 것보다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나게 된다는 "슬래셔 영화".
본 영화는 슬래셔 장르로 진입하기까지의 예열이 예상보다 길게 느껴지는 편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슬래셔 장르로 진입하는 순간 화끈하고 창의적인 고어가 관객들을 반겨준다.
마치 악인전마냥, 선과 악을 대결이 아닌 악과 악의 대결로서, 누가 더 광기가 있는가, 누가 떠 똘끼(?)가 있는가 승부하며 펼쳐지는 강렬한 슬래셔 씬들이 예열까지의 지루함을 한번에 잊게 해준다.
할로윈,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 등 여러 슬래셔 장르의 오마주와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의 세련되고 화끈한 연출이 잘 어우러지는 킬링타임 무비의 수작이라 평할 수 있다.
아쉽게도 현재로서 한국 수입 소식은 들리지 않지만.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 작품이 의외로 소수 개봉이나 VOD로 수입이 잘 된 편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이번 작품도 충분히 수입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
그것도 2차 시장에서 아주 좋아하는 호러 영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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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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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지만, 엔드크레딧 직전 숨넘어가는 반전씬이 있습니다.
폭풍오열은 아니어도 밀려온 감동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을듯 합니다~#강하늘, #천우희, #로맨스, #멜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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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퍼스트 에이전트 (King's Man, 2021) 영화리뷰 - 실제 역사와 비교
+셰익스피어, 영국 군대, 왕의 남자
-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영화정보
제작사: 20세기 폭스, 마브 스튜디오, 클라우디 프로덕션
배급사: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장르: 액션, 스릴러
감독: 매튜 본
제작: 매튜 본, 데이빗 리드, 애덤 볼링
각본: 매튜 본, 칼 가이듀섹
원안: 매튜 본
출연진: 해리스 디킨슨, 레이프 파인스, 젬마 아터튼, 다니엘 브륄, 자이먼 혼수, 스탠리 투치 외
음악: 헨리 잭맨
개봉일자: 2020년 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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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괴물> 메인 예고편
"괴물이거든요" 돼지의 뇌를 이식한 인간은 인간일까, 돼지일까? ?제 76회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사카모토 유지 각본, ?故사카모토 류이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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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 티저 예고편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런던 소호로 온 '엘리'는 매일 밤 꿈에서 1960년대 소호의 매혹적인 가수 '샌디'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매료된다. '엘리'는 '샌디'에게 화려한 삶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꿈은 점점 악몽이 되어가고 '샌디'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유일한 목격자가 된 '엘리'. '샌디'를 죽인 범인은 '엘리'의 시간 속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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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강제당하는 노인들
노인이 주인공인 두 영화가 같은 날(2월 7일) 개봉했다. 한국 영화 〈소풍〉과 일본 영화 〈플랜 75〉. 플롯, 캐릭터, 감성, 질감 등 많은 것이 다른 영화지만 두 영화에는 공통점도 있다. 우리 사회가 ‘노인’이라는 기표의 내용을 어떻게 채우고 있는가? 노인은 그 앞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두 영화가 공유하는 질문이다. 지금껏 살아온 삶의 맥락이 소거된 채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다는 자괴감만 남은 현실. 이것이 과연 노인에 대한 온당한 대우일까? 두 영화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변하는지를 따라가보자.
먼저 〈소풍〉이다. 여성 노인 은심의 집에 갑자기 아들네 가족이 들이닥친다. 사업상 어려움을 겪는 아들은 은심의 보험이나 집을 처분해 목돈을 마련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파킨슨병이 시작되어 몸에 불편을 느끼면서도 아들이 이때다 싶어 요양원 이야기부터 꺼낼까 봐 이를 전하지 않은 은심은 때마침 찾아온 고향 친구 금순을 따라 6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고향에서는 금순과 우정을 더 단단히 다지고, 고향을 야반도주하듯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마주하며, 자신을 짝사랑했던 태호와 재회해 지금껏 누리지 못한 행복한 시간을 만끽한다. 그러나 행복 속으로 불쑥불쑥 끼어드는 노환과 질병은 이들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일깨운다. 은심과 금순은 얼마 남지 않은 생애 동안 자신이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그 일을 매듭 지은 후 소풍을 떠난다.
그들이 마무리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자식에게 부담 주지 않기다. 영화는 계속 부모에게 무언가를 바라기만 하는 자식들을 부정적으로 재현한다. 노인들이 기댈 데 없이 홀로 건강을 돌봐야만 하는 현실의 문제를 담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두 노인은 결국에는 자식들에게 가진 것을 모두 넘겨준다. 사업이 망해 고꾸라지는 아들(은심), 평생 한 번이라도 가족과 아파트에서 살아보고 싶은 장애인 아들(금순)은 두 노인이 자식들에게 모든 재산을 넘기는 근거가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간 소풍의 장소. 바다 옆, 아름답지만 날카롭게 깎인 절벽에서 은심과 금순은 손을 잡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들의 발걸음이 자식에 대한 ‘책무’를 다했다는 뿌듯함을 만끽하기 위함인지, 해야 할 일을 다 했으니 친구와 함께 세상을 등지겠다는 뜻인지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영화는 마무리된다. 자녀의 문제를 ‘해결’했으니 노환과 질병이라는 자기 문제에서는 자식에게도, 국가에서도 받아낼 것이 없다는 듯 홀가분한 얼굴이다. 그러나 노인이 가족과 사회 모두에게 ‘부담’이기만 한 사회에서 이들의 삶이 ‘소풍’일 수 있을까? 노인에게 행복한 삶이 가능함을, 그들의 고난이 사적인 영역에 방치되었음을 보여준 영화는 두 노인의 강요된 퇴장을 ‘아름답게’ 포장하여 자신이 제기한 비판적 함의를 재빠르게 회수한다. 모든 걸 퍼주고도 ‘부담’이 되길 거부하는 노인의 삶을 아름다운 ‘소풍’에 비유함으로써 말이다.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을 더한 〈플랜 75〉에서도 노인이 사회의 ‘부담’인 건 마찬가지다. 영화는 울분에 찬 청년이 노인을 살해하는 범죄 현장과 범인이 자살하며 스스로를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노인 돌봄에 필요한 ‘비용’에 청년 세대가 극단적 반감을 가지는 것은 미래의 일도, 일본만의 일도 아니라는 점에서 섬뜩한 오프닝이다. 사회 갈등이 증폭되자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한다. 정책 이름은 ‘플랜 75’. 75세 이상 노인 중 신청자에 한해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내용이다. 기묘한 정책이다. 정책은 공공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플랜 75는 공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을 사적으로 책임지라는 일에 공적 권력을 동원한다.
78살의 미치는 고민이 깊다. 혼자 사는 그는 호텔에서 청소하며 생계를 이어왔는데 최근 고령의 노동자가 작업 중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비슷한 일이 재발할까 두려운 호텔에 의해 해고당한다. 고령이라는 이유로 재취업은 쉽지 않다. 게다가 미치의 집은 철거를 앞두고 있다. 그러던 와중 정부는 플랜 75가 큰 정책적 효과를 거두었다는 데 고무되어 신청자 연령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한다. 결국 미치는 플랜 75를 신청한다. 여기서 우리는 〈소풍〉과 같은 질문을 마주한다. 자식에게 모든 걸 넘겨주고 아무런 공적 부조를 받지 못하는 삶을 ‘소풍’으로 포장하는 일은 자발적인가? 플랜 75, 즉 죽음을 선택하는 미치의 결정은 자발적인가?
두 영화에서 세 노인이 내린 선택은 강제된 자율이다. ‘노인을 부양하는 데는 비용이 들고, 그건 우리 모두에게 부담이야’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존경받는 노인’으로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하려면 내려야만 하는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다. 왜 국가가 노인을 방치하냐고 항의하는 자는 미래 세대를 걱정하지 않는 ‘이기적’ 노인이 되도록 이미 담론 지형이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존엄’하고 ‘품위’ 있는 마무리는 강제된 역할 기대 혹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소풍〉과는 달리 〈플랜 75〉에서는 미치가 마지막 순간에 결정을 철회하고 삶을 이어가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리고 이 장면의 배경을 은은하게 빛나는 햇빛으로 하여 노인을 ‘비용’, ‘부담’이 아닌 ‘인간’으로 대하는 사회의 모습을 상상케 한다. 같은 주제를 다루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는 두 영화는 노인이 ‘비용’이자 ‘부담’인 시대의 분위기를 공통적으로 포착해낸다. 〈플랜 75〉의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이 실제로 도래하기 전에 〈소풍〉이 그려내는 현실을 다르게 해석하고 풀어낼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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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너머 세계 속으로… 스웨덴] 잔 아래의 세계
계급도를 그릴 때 피라미드형이 가장 자주 쓰이는 것처럼, <슬픔의 삼각형>에서도 계급이 있는 곳에 삼각형이 있다. 삼각형은 물질적이고 직관적인 이미지로 등장해 추상적이고 의식적인 단계까지 진화한다. 삼각형, 즉 계급이 등장할 때 항상 배경에 반복되거나, 불쾌한 소리가 낮게 깔린다.
칼과 야야가 차 안에서 다툴 때, 차의 와이퍼가 계속 움직이며 괴상한 소리를 낸다. 이때 둘의 대화를 클로즈업 쇼트로 연달아 보여주는 것이 아닌, 탁구공이 핑퐁하는 것처럼 둥글게 움직이며 둘의 사이에 있는 와이퍼까지 훑고 지나간다. 영화 속에서 카메라는 주로 작품과 현실의 경계를 이어주는 도구로 작용하지 카메라 자체가 인격적인 의미를 가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위 장면은 마치 둘 사이 가운데에 있는 사람이 둘을 번갈아 쳐다보는 듯한 효과를 준다. 칼과 야야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카메라까지 삼각형의 구도가 완성되며 칼과 야야 사이의 계급을 표시한다.
칼과 야야가 크루즈 갑판에 누워서 직원을 볼 때, 야야의 앞에서 직원이 웃통을 벗는 걸 질투한다. 칼과 직원 사이에 있는 위계가 드러나는 장면이며 칼의 특권 의식에서 출발한 질투가 강해질 때 날아다니던 파리는 한 마리에서 두 마리로 늘어난다. 이후 치프에게 직원의 행동을 이야기하러 들어올 때 파리 하나가 같이 따라 들어온다. 이후 파리는 사라지고 야야를 위한 약혼반지를 고를 때 태엽이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일반적인 피라미드형의 계급도에서 최상층이 권력을 상징한다면 <슬픔의 삼각형>에서는 전경이다. 야야와 칼이 식당에서 사장을 처음 만났을 때, 부자 둘이 한 앵글에 잡히고 남은 꼭짓점은 후경의 직원이 채운다. 꼭짓점의 한 축을 담당하던 직원이 사라지자 바로 다른 직원이 나타나 그 축을 채운다. 이는 권력의 삼각형이 완성될 수 있던 건 직원과도 같은 피라미드의 아래에 위치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임을 암시한다.
크루즈에서 직원과 부자가 동등한 위치에 서 있던 한 씬이 있는데, 직원이 수영하도록 종용하던 장면이다. 언뜻 보면 둘이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운데의 접힌 파라솔 여전히 권력이 작용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부자의 종용으로 모든 직원들이 미끄럼틀을 타게 된다. <슬픔의 삼각형>은 곳곳의 물건들로도 삼각형을 표현해 내는데, 여기서 가장 직접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게 미끄럼틀과 와인잔이다. 일단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서는 최상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까지가 미끄럼틀의 완성이다. 삼각형의 꼭대기로 올라가 휴식할 수 있었지만, 그걸 가능케한 것도 최상층의 사람이고, 이 휴식은 일시적으로 그들은 다시 선장과의 저녁파티 준비를 위해 미끄럼틀을 미끄려져 내려와야 한다.
미끄럼틀을 통해 내려오게 된 것은 직원들 뿐만이 아닌데, 이후 이어진 선장과의 저녁에서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며 저녁파티에 간 상류층들은 구토와 똥물에 빠지게 된다. 그들의 허세와 권력은 가장 더러운 곳으로 떨어지며 권력의 삼각형은 깨진 것처럼 보인다. 이때 그들의 권력은 아직도 공고함을 보여주는 것이 와인잔이다.
상류층들이 싸지른 토사물들을 치우는 건 직원들이다. 이때 한 직원이 깨진 와인잔을 치우는데 와인잔은 영화의 거의 초반부터 계속 등장해왔다. 와인잔은 끝으로 갈수록 좁아지며, 물을 채우면 물을 채운 부분이 삼각형처럼 보인다. 또한 와인 자체로도 부의 속성을 가진다. 이 장면에서 와인잔은 완전히 박살나 깨진 것이 아닌, 잔을 잡는 목부분만 깨져있으며 안에 담긴 와인은 멀쩡하다. 직원을 자신이 잘라놓고 그 사실을 회피하고, 청소할 수 없는 돛을 가지고 트집잡으며 토사물과 인분에 뒹구는 더럽고 바보같은 권력자들임에도 권력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토와 똥으로도 뒤집히지 않았던 삼각형이 뒤집히는 건 섬에서부터다. 무인도에 표류한 상황에서 최우선되는 건 생존으로, 유일하게 생존에 필요한 능력을 갖춘 아비게일이 권력을 쥐게 된다. 권력 구조가 재설정됨에 따라 기존의 ‘부’라는 권력 구조에 속하던 명품 시계들은 가치가 없어보인다. 그러나 이후 아비게일의 팔에는 부자들의 소유였던 명품 시계들이 매여져 있다. 무인도라는 공간으로 배경이 바뀌고, 권력 구조가 재설정되었음에도 무인도인줄 알았던 리조트의 뒤편처럼 여전히 생존은 부라는 권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쉽게 뒤집혀버린다.
마지막 장면, 리조트의 엘리베이터를 본 아비게일은 영원한 권력을 위해 야야를 향해 돌을 치켜든다. 생존의 가치가 사라진 순간 다시 부의 권력에 편입되어 삼각형 밑바닥에 자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카메라는 아비게일과 야야 대신 어딘가 급하게 뛰어가는 칼을 비춘다. 칼의 목적지나 이유가 나오지는 않지만, 관객은 자연스럽게 칼. 아비게일과 야야의 삼각관계를 떠올리게 된다.
반복되어 제시된 삼각형이 관객에게 구도나 물건을 통해 삼각형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 인물의 삼각관계를 통해 삼각형을 떠올릴 수 있게 만들기까지가 영화의 완성이다. 아비게일이 야야를 죽이더라도, 칼이 어딘가에서 도망치거나 무언가를 쫓더라도 그들이 삼각관계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또한 우리 머릿속에 공고히 자리잡은 삼각형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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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깨달아가는 그 작은 순간들
1990년대 중반 뉴욕의 따뜻한 정취와 시대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의상과 메이크업으로 레트로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리뷰입니다. 미국 작가 조안나 래코프가 2014년 출간한 자서전 ‘My Salinger Year’을 원작으로, 2013년 〈라자르 선생님〉으로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고 제36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최우수캐나다작품을 수상한 필리프 팔라도 감독이 각색을 맡아 2020년 열린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이지요. 20대의 주인공이 꿈을 찾아 성장하는, 어떻게 보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로 지난주 배급사 시사회를 통해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마이 뉴욕 다이어리〉 출연진, 줄거리 정보
수잔나, 당신은 작가입니까?
미국 버클리에 살던 20대 작가 지망생 조안나, 방학을 맞아 잠시 뉴욕에 사는 친구 제니의 집에 머물다 그곳의 분위기에 심취해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결심합니다.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선 일자리가 필요했고, 마침 인력사무소를 통해 작가 에이전시에 취직, 지적이고 똑 부러지는 상사 마가렛의 업무 보조일로 그녀가 담당하는 작가들과의 일정 조율과 그중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에게 온 팬 레터를 파쇄하고 팬들에게 편지를 받지 않는다고 답장하는 일을 주로 하게 됩니다. 그렇게 매일 똑같은 답장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답답해하던 어느 날, 샐린저가 30년 만에 출간하는 책과 관련된 일을 맡게 되면서 단지 유선으로의 대화이지만, 작가임을 깨닫게 해주며 글쓰기를 독려하는 그의 말에 용기를 얻게 되는데...
예고편 │Trailer
https://tv.naver.com/v/23976657
원제 : My Salinger Year│감독·각본 : 필리프 팔라도│원작 : 2014년 조안나 래코프의 동명 소설│출연진 : 마가렛 퀄리, 시고니 위버, 팀 포스트, 더글러스 부스 외 多│장르 : 드라마│상영 시간 : 101분│개봉일 : 2021년 12월 9일│국가 : 캐나다, 아일랜드│등급 : 12세 관람가│평점 : 로톤 토마토 신선도 71% 팝콘 65%, IMDB 6.4, 메타 스코어 50점│시청 가능 서비스 : 현재 극장 상영 중(9일부터)
신입과 대표,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
트렌디하고 책임감이 넘치는 에이전시 대표 마가렛에는 오랜만에 찾아온 시고니 위버가 역시 관록을 보여주며 탄탄한 연기력으로 부드럽지만 단호한 카리스마를 가진 캐릭터를 선보입니다. 여기에 주인공 조안나에는 넷플릭스 〈조용한 희망〉, 근래 〈세버그〉 등에서 조금씩 입지를 다지고 있는 마가렛 퀄리가 맡아 대선배 앞에서도 크게 위축되지 않은 매력을 발산하며 신입사원의 풋풋함과 패기를 드러내주죠. 더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어주지만 실루엣과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제3의 주인공 J.D. 샐린저(팀 포스트)의 매력은 관람한 후 자연스럽게 그의 책을 읽고 싶게 만들고 이들이 함께하는 90년대 뉴욕 문학계의 향수와 거리를 재현한 풍경 또한 이야기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려 줍니다.
조안나, 하루에 15분이라도 글을 쓰세요
젊은 시절을 지나온 관객이라면 누구나 그려봤을법한 자신만의 이상향이 있을 것이고, 5개 국어를 구사하며 전 세계를 여행하는 작가를 꿈꾸는 주인공의 모습에 금방 빠져들어 꿈을 위해 뉴욕 생활을 단박에 결정하는 단호함에 박수를 쳐줄 수 있을 듯합니다. 물론 사회 초년생의 패기로 치부될 용기이지만, 원작자 본인이 오래된 작가 에이전시 ‘해럴드 오버’에서 1년여간 일했던 경험을 엮은 회고록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당시 자신의 느꼈던 현실적 감정들이 잘 녹아들어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찬란하게 빛났던 그 시기를 잘 묘사해 주죠.
일정 부분에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리실 듯한데, 개인적으로는 적은 분량에도 주인공에게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은 얼굴 없는 작가 제리 때문에 〈인턴〉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벤이 생각났습니다. 그만큼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인물들의 관계, 분위기 등은 추워진 날씨를 녹여줄 만큼 따뜻했고, 결말에 이르러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각성하는 장면에서 무한한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되죠. 아마도 인터넷에 글을 쓰거나 출간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대목에서 많은 공감을 하실 듯하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흘러가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시련이나 고난이 없이 무난히 흘러가는 것에 너무 잔잔하다라 볼 수 있지만, 그마저도 90년대 배경의 뉴욕에 기분 좋게 보실 수 있을 듯합니다. 저야말로 슬럼프 아닌 슬럼프였는데 이걸 보고 다시 한번 파이팅을 외쳐보는 계기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네요. 즐거운 밤 되시고요, 이상 글쓰는 식팔이 모모파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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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믹으로서도 좀비로서도 영화로서도 낙제
이수성 감독은 1년에 장편을 1~2편씩 꾸준히 공개할 정도의 다작 감독이다.
한국 감독중에 이런 케이스는 성애 영화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을 제외하면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또한 장르도 다양하게 시도하는 편인데, 주력으로 하는 에로, 액션, 코미디 뿐만 아니라 스릴러, 드라마 장르도 때때로 시도할 정도이다.
이번 강남좀비는 대뷔작인 미스터 좀비 이후 다시 좀비 영화로 돌아왔다.
원래 개봉은 작년 12월 이었음에도 개봉을 미뤘는데, 이번에는 극소규모 개봉후 직행하는 지난 영화들과는 다르게 작품에 자신이 있기에 개봉 연기를 택한건가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헛된 기대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우선 각본이 매우, 정말 처참하다.
영화는 코로나, 유튜버의 활성 등 현시대에 화제가 되는 주제들을 혼합시켰지만 주제의 성찰은 일체 보이지 않고 수박겉핥기 수준이라 의미 없는 수준에 불과하다.
영화의 주연인 지일주 배우는 연기 경력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이러한 이유는 각본의 문제가 크다고 본다.
대사들도 과하게 인위적인 부분이 많아 몰입을 해치는 부분도 많다.
또한 좀비를 심각하게 편의주의적으로 다뤘는데, 좀비의 이동 속도나 감염 속도, 내구도, 반응등이 너무 제각각이고 심지어 좀비 한명은 낙법까지 써서 싸우니, 관객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이러한 각본 때문에 표방한 장르인 코믹도 웃기지 않다.
개그들도 전체적으로 유치한데다가, 그나마도 초반 이후로 코미디 요소는 사실상 없어진다 봐도 무방하다.
웃은 적이 딱 한번 있는데, 그것마저도 폭소가 아닌 피식 수준이다.
코미디 장르를 다작한 감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수준이다.
또한 편집도 좀비 장르에 적합한 스피드한 편집이 없이 너무 평범하다.
일반 드라마 장르라고 봐도 무방할 수준으로 카메라 움직임은 후술하겠지만 허술한 분장과 미술을 더욱 티나게 만든다.
이어서 분장과 미술도 정말 허술하다.
저예산임을 감안해도 말이다.
좀비 분장이라곤 색깔도 티가 나서 웃음이 나올 정도의 가짜 피와 렌즈를 낀게 전부이다.
조연은 그나마 분장에 더 신경을 써준것이 보이는데, 피부 손상과 같은 것은 가짜 티가 많이 나는 등 여전히 아쉬움이 보이고 엑스트라들은 정말 아쉬울 정도이다.
또한 작중 대다수(사실상 전부)를 차지하는 배경인 상가의 경우 너무 깔끔해서 어색하다.
피가 묻거나 파손된 기자재가 일체 안보여, 마치 좀비만 인위적으로 갑자기 데려다 둔 느낌이 든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좀비 영화를 좋아한다.
아포칼립스부터 밀실 계열까지 정말 다양한 작품을 보는 편이다.
좀비 장르 특성상 저예산이 많기에 아쉬운 작품이 많다는 걸 감안하고 평가하는 편이지만, 강남좀비는 그 중에서도 낙제점이다.
영화 포스터에 따르면 일명 "코믹좀비액션"을 노린 영화이다.
하지만 영화는 코믹도, 좀비도, 액션도 잡지 못했다.
이수성 감독의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도전정신은 칭찬하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영화 하나의 퀄리티에 집중하는 자세를 가져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언젠가 그 도전정신이 비평적 측면에서도 인정받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받아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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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흥행하는데엔 뭔가 이유가 있지 않겠냐?"
<범죄도시4>의 엄청난 흥행질주. 영화는 5일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게 되었는데요.
다가오는 연휴와 겹쳐 흥행이 가속도를 붙어 천만관객을 넘길것으로 예상됩니다.
영화 <범죄도시4>가 개봉 5일만에 관객 4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개봉작 중 최단기 흥행이며 손익분기점을 첫 주에 넘기게 되었습니다. <범죄도시4>는 개봉 초기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올해 두 번째 천만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이며 다가오는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비롯해 5월 4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일간의 어린이날 황금연휴에 극장가의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젠데이아 X 조쉬 오코너 X 마이크 파이스트 주연의 <챌린저스>가 공개 첫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만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으로 테니스 선수 세 명의 삼각관계를 그립니다. 2위는 <언성 히어로> 3위는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가 차지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cine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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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거진에 담긴 따뜻한 인생 한 편,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The French Dispatch, 2021)
개봉일 : 2021.11.18. (한국 기준)
감독 : 웨스 앤더슨
출연 : 틸다 스윈튼, 프란시스 맥도맨드, 빌 머레이, 제프리 라이트, 애드리언 브로디, 베니시오 델 토로, 오웬 윌슨, 레아 세이두, 티모시 샬라메, 리나 쿠드리
매거진에 담긴 따뜻한 인생 한 편,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영화
국내에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가장 유명한 감독, 웨스 앤더슨. <개들의 섬> 이후 3년 만에 공개된 그의 신작 <프렌치 디스패치>는 이제껏 봐왔던 그의 작품 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가장 닮아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서 공개된 <프렌치 디스패치>의 배경 일러스트와 여러 스틸컷들을 보자마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호텔과 색감이 자연스럽게 연관되어 떠올랐고, 이 영화는 ‘가장 웨스 앤더슨스러운 영화’가 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아주 행복할 만큼 착-맞아떨어졌다.
이 두 작품은 외적인 부분뿐만이 아니라 웨스 앤더슨 감독이 담아낸 작품 속 메시지 또한 서로 닮아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구스타브와 제로의 우정, 오랜 시간 한 장소를 지켜낸 그들의 인생에 대한 존중을 표하는 작품이라면 <프렌치 디스패치>는 가상의 매거진인 ‘프렌치 디스패치’를 운영했던 편집장 아서와 매거진에 글을 기고한 작가들. 즉 열정과 따뜻한 마음을 지닌 저널리스트들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작품이다.
글을 사랑하고, 글을 쓰는 사람을 존중하며 오랜 시간 ‘프렌치 디스패치’라는 주간지를 만들어온 편집장 아서와 저명한 필진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프렌치 디스패치의 마지막 발행을 앞두고 시작된다. ‘내가 죽으면 매거진도 발행을 중지한다.’라는 아서의 유언을 따라 프렌치 디스패치라는 매거진 또한 죽음(마지막 발행)을 준비하게 된다. 오래 이어져온 길고 긴 매거진의 역사가 끝나는 기념적인 마지막 발행본에 어떤 특종을 실을 것인가. 편집장실에 모인 저널리스트들은 각자의 특종을 이야기하며 고민한다.
웨스 앤더슨스러운 영화
‘웨스 앤더슨스럽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을 전부 다 보지 않고 아주 일부만 봤다 하더라도 이 말이 무슨 뜻인지 확 체감이 될 것이다. 이전까진 ‘웨스 앤더슨스러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두 가지만 추천한다면 <로얄 테넌바움>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이야기했는데, <프렌치 디스패치>를 보고 나선 생각이 바뀌었다. <프렌치 디스패치>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그만큼 이 영화는 ‘웨스 앤더슨스러움’의 끝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감각이 엿보이는 색감과 이야기의 구성과 더불어 배우들의 열연과 매력 또한 이 영화의 ‘웨스 앤더슨스러움’을 가득 충전한다. 웨스 앤더슨 사단이라고도 불리는 빌 머레이, 애드리언 브로디, 오웬 윌슨, 틸다 스윈튼 배우와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의 색감에 완벽하게 물든 레아 세이두, 티모시 샬라메, 리나 쿠드리, 제프리 라이트 배우 등. 훌륭한 배우들이 웨스 앤더슨 감독이 그린 아름다운 세계를 가득 채운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는 매거진의 특성을 알맞게 살린 영화로, 각각의 주제를 가진 4개의 챕터로 이뤄진 옴니버스식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저널리스트들이 준비한 에세이와 3가지 특종. 그리고 쇠락과 사망에 대한 챕터까지.
사건들 사이에 연관성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이러한 구성을 다소 산만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으나, 나는 이 부분이 더 큰 장점으로 와닿았다. 필진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담아낸 색다른 세상 이야기를 보며 여러 세계를 한곳에서 만나보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모든 이야기가 매력적이었고, 하나의 이야기를 볼 때마다 “아.. 저런 미학적 세계에서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 “내 시간을 저 세계에 넣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를 볼 때마다 매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저 세계에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고)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1회차 관람이 아닌 다회 관람을 추천한다. 1회차 관람 때는 초반부에 와르르 쏟아지는 정보량과 수많은 인물들, 눈을 깜빡이기 아까울 만큼 아름다운 요소들로 가득찬 화면에 정신이 혼미했는데, 여러 번 반복해 보면서 그제서야 각 캐릭터의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무심하게 ‘No Crying’ 던지던 아서 편집장의 작은 행동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며 영화의 엔딩을 더 감동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에 담긴 모든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관람할 가치가 있다. 영화에 담긴 색감과 미술 장치들, 컷의 구성, 캐릭터들의 디테일 등을 눈에 담기만 하더라도 엄청난 영감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언제 멈추든 상관없이 모든 순간이 작품이다.
프렌치 디스패치 시놉시스
20세기 초 프랑스에 위치한 오래된 가상의 도시 블라제 다양한 사건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미국 매거진 ‘프렌치 디스패치’ 어느 날, 갑작스러운 편집장의 죽음으로 최정예 저널리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마지막 발행본에 실을 4개의 특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당신을 매료시킬 마지막 기사가 지금 공개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도시의 성쇠, 희로애락. 모든 것을 함께 한 프렌치 디스패치
매거진 프렌치 디스패치는 아서의 편집장 부임과 함께 '피크닉' 대신 '프렌치 디스패치'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는다. 이 매거진은 아서와 함께 탄생했고, 그의 유언에 따라 마지막을 맞이한다. 많은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도시의 여러 이야기를 담은 프렌치 디스패치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준비를 시작한다.
프렌치 디스패치는 도시의 성장과 함께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모아 한곳에 엮어낸다.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훑어보는 도시 여행기를 시작으로 정신 병동에 갇힌 천재 예술가의 비밀, 이 도시에 오랜 시간 이어져온 공화당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겁 없이 커다란 게임을 시작한 청년들의 도전기, 아주 오랜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경찰서장의 아들 납치 사건,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엮어낼 수 있도록 매거진을 만들어준 훌륭한 저널리스트 아서의 일대기까지. 프렌치 디스패치 매거진은 아서와 이 도시의 일대기이자 글을 쓰는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 준 버팀목이다.
알고 보면 다정한 편집장 아서와 그를 따르는 필진들
세 편의 특종과 부록에 해당하는 도시 에세이 한편으로 이뤄진 이야기가 착착 줄 맞춰 지나가고,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해당 호를 준비하며 필진들의 글을 읽는 아서의 모습이 함께 보인다
무심한 표정으로 'No Crying'을 강조하던 아서의 모습을 보면 다정함 같은 건 없을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이만큼 따스한 마음을 가진 편집장이 또 없다. 그리고 필진들도 자연스레 아서의 말을 따른다.
아서는 원고의 양이 예상을 훌쩍 웃돈다는 이야기를 듣고 원고를 쳐내는 대신, 매거진 인쇄에 들어갈 용지의 부수를 늘리는 선택을 하고, 마감을 앞둔 채 문밖으로 나오지 않는 작가를 재촉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린다.
말없이 타자를 두드리고 있는 크레멘츠 옆에 쌓인 몇 장의 바삭한 토스트, 조심스레 들리던 아서의 노크 소리와 적당한 거리에 위치한 의자. 손짓을 한 번 한 후 불편한 기색 없이 타자기를 두드리는 크레멘츠. 다른 기자가 제안한 수정사항은 바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아서의 한마디는 바로 수긍하는 세저랙. 낯선 도시의 차가운 창살 안으로 건네진 입사 지원서와 한 권의 책. 매거진의 발행 중지와 함께 문제없을 만큼 챙겨주라는 보너스에 대한 언급까지. 편견 없이 따뜻한 편집장의 시선이 느껴지는 요소들이 영화 곳곳에 스며있다.
글과 함께한 일생
<프렌치 디스패치>는 도시의 수많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켜온 친구 같은 매거진 '프렌치 디스패치'와 그를 지탱했던 저널리스트들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매거진의 탄생과 죽음을 모두 함께한 편집장 아서와 그를 따랐던 훌륭한 작가들. 아서의 죽음을 확인하고 한곳에 모인 작가들은 마지막 기사로 편집장의 부고문을 쓰기로 결정한다. 매거진이 만들어지기 전 그의 삶부터 프렌치 디스패치의 탄생과 편집장으로서의 행보까지. 각자가 보고 느껴온 아서의 이야기가 편집장실 안에 가득 차고, 탁탁-경쾌한 타자기의 소리와 함께 부고문이 조금씩 완성된다.
아서는 평생을 글을 읽고, 모으며 작가들과 함께 살아왔다. 글과 사람을 사랑하던 저널리스트의 죽음은 또 한편의 글이 되어 프렌치 디스패치에 실린다. 아서의 일대기는 발행이 중지된 매거진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그를 사랑하던 작가들이 써낸 글 속에서 말이다.
부고문이 실린 마지막 발행본을 함께 읽을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프렌치 디스패치가 발행되는 저 가상의 도시에 살아봤다면 참 즐거웠을 텐데, 괜스레 마음이 찡해지는 엔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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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와 당신의 이야기 영화 후기 / 로맨틱 멜로 드라마 / 믿고 보는 강하늘 / 특별출연 미쳤다!! / 학원담임 김성균도 짱 멋짐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지만, 엔드크레딧 직전 숨넘어가는 반전씬이 있습니다.
폭풍오열은 아니어도 밀려온 감동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을듯 합니다~#강하늘, #천우희, #로맨스, #멜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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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스맨 퍼스트」 100% 실제역사 기록으로 보는 영화리뷰 |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영화리뷰 with 역사 |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리뷰 | 킹스맨 요약 리뷰 |
?킹스맨:퍼스트 에이전트 (King's Man, 2021) 영화리뷰 - 실제 역사와 비교
+셰익스피어, 영국 군대, 왕의 남자
-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영화정보
제작사: 20세기 폭스, 마브 스튜디오, 클라우디 프로덕션
배급사: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장르: 액션, 스릴러
감독: 매튜 본
제작: 매튜 본, 데이빗 리드, 애덤 볼링
각본: 매튜 본, 칼 가이듀섹
원안: 매튜 본
출연진: 해리스 디킨슨, 레이프 파인스, 젬마 아터튼, 다니엘 브륄, 자이먼 혼수, 스탠리 투치 외
음악: 헨리 잭맨
개봉일자: 2020년 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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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괴물> 메인 예고편
"괴물이거든요" 돼지의 뇌를 이식한 인간은 인간일까, 돼지일까? ?제 76회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사카모토 유지 각본, ?故사카모토 류이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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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 티저 예고편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런던 소호로 온 '엘리'는 매일 밤 꿈에서 1960년대 소호의 매혹적인 가수 '샌디'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매료된다. '엘리'는 '샌디'에게 화려한 삶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꿈은 점점 악몽이 되어가고 '샌디'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유일한 목격자가 된 '엘리'. '샌디'를 죽인 범인은 '엘리'의 시간 속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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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강제당하는 노인들
노인이 주인공인 두 영화가 같은 날(2월 7일) 개봉했다. 한국 영화 〈소풍〉과 일본 영화 〈플랜 75〉. 플롯, 캐릭터, 감성, 질감 등 많은 것이 다른 영화지만 두 영화에는 공통점도 있다. 우리 사회가 ‘노인’이라는 기표의 내용을 어떻게 채우고 있는가? 노인은 그 앞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두 영화가 공유하는 질문이다. 지금껏 살아온 삶의 맥락이 소거된 채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다는 자괴감만 남은 현실. 이것이 과연 노인에 대한 온당한 대우일까? 두 영화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변하는지를 따라가보자.
먼저 〈소풍〉이다. 여성 노인 은심의 집에 갑자기 아들네 가족이 들이닥친다. 사업상 어려움을 겪는 아들은 은심의 보험이나 집을 처분해 목돈을 마련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파킨슨병이 시작되어 몸에 불편을 느끼면서도 아들이 이때다 싶어 요양원 이야기부터 꺼낼까 봐 이를 전하지 않은 은심은 때마침 찾아온 고향 친구 금순을 따라 6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고향에서는 금순과 우정을 더 단단히 다지고, 고향을 야반도주하듯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마주하며, 자신을 짝사랑했던 태호와 재회해 지금껏 누리지 못한 행복한 시간을 만끽한다. 그러나 행복 속으로 불쑥불쑥 끼어드는 노환과 질병은 이들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일깨운다. 은심과 금순은 얼마 남지 않은 생애 동안 자신이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그 일을 매듭 지은 후 소풍을 떠난다.
그들이 마무리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자식에게 부담 주지 않기다. 영화는 계속 부모에게 무언가를 바라기만 하는 자식들을 부정적으로 재현한다. 노인들이 기댈 데 없이 홀로 건강을 돌봐야만 하는 현실의 문제를 담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두 노인은 결국에는 자식들에게 가진 것을 모두 넘겨준다. 사업이 망해 고꾸라지는 아들(은심), 평생 한 번이라도 가족과 아파트에서 살아보고 싶은 장애인 아들(금순)은 두 노인이 자식들에게 모든 재산을 넘기는 근거가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간 소풍의 장소. 바다 옆, 아름답지만 날카롭게 깎인 절벽에서 은심과 금순은 손을 잡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들의 발걸음이 자식에 대한 ‘책무’를 다했다는 뿌듯함을 만끽하기 위함인지, 해야 할 일을 다 했으니 친구와 함께 세상을 등지겠다는 뜻인지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영화는 마무리된다. 자녀의 문제를 ‘해결’했으니 노환과 질병이라는 자기 문제에서는 자식에게도, 국가에서도 받아낼 것이 없다는 듯 홀가분한 얼굴이다. 그러나 노인이 가족과 사회 모두에게 ‘부담’이기만 한 사회에서 이들의 삶이 ‘소풍’일 수 있을까? 노인에게 행복한 삶이 가능함을, 그들의 고난이 사적인 영역에 방치되었음을 보여준 영화는 두 노인의 강요된 퇴장을 ‘아름답게’ 포장하여 자신이 제기한 비판적 함의를 재빠르게 회수한다. 모든 걸 퍼주고도 ‘부담’이 되길 거부하는 노인의 삶을 아름다운 ‘소풍’에 비유함으로써 말이다.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을 더한 〈플랜 75〉에서도 노인이 사회의 ‘부담’인 건 마찬가지다. 영화는 울분에 찬 청년이 노인을 살해하는 범죄 현장과 범인이 자살하며 스스로를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노인 돌봄에 필요한 ‘비용’에 청년 세대가 극단적 반감을 가지는 것은 미래의 일도, 일본만의 일도 아니라는 점에서 섬뜩한 오프닝이다. 사회 갈등이 증폭되자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한다. 정책 이름은 ‘플랜 75’. 75세 이상 노인 중 신청자에 한해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내용이다. 기묘한 정책이다. 정책은 공공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플랜 75는 공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을 사적으로 책임지라는 일에 공적 권력을 동원한다.
78살의 미치는 고민이 깊다. 혼자 사는 그는 호텔에서 청소하며 생계를 이어왔는데 최근 고령의 노동자가 작업 중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비슷한 일이 재발할까 두려운 호텔에 의해 해고당한다. 고령이라는 이유로 재취업은 쉽지 않다. 게다가 미치의 집은 철거를 앞두고 있다. 그러던 와중 정부는 플랜 75가 큰 정책적 효과를 거두었다는 데 고무되어 신청자 연령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한다. 결국 미치는 플랜 75를 신청한다. 여기서 우리는 〈소풍〉과 같은 질문을 마주한다. 자식에게 모든 걸 넘겨주고 아무런 공적 부조를 받지 못하는 삶을 ‘소풍’으로 포장하는 일은 자발적인가? 플랜 75, 즉 죽음을 선택하는 미치의 결정은 자발적인가?
두 영화에서 세 노인이 내린 선택은 강제된 자율이다. ‘노인을 부양하는 데는 비용이 들고, 그건 우리 모두에게 부담이야’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존경받는 노인’으로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하려면 내려야만 하는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다. 왜 국가가 노인을 방치하냐고 항의하는 자는 미래 세대를 걱정하지 않는 ‘이기적’ 노인이 되도록 이미 담론 지형이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존엄’하고 ‘품위’ 있는 마무리는 강제된 역할 기대 혹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소풍〉과는 달리 〈플랜 75〉에서는 미치가 마지막 순간에 결정을 철회하고 삶을 이어가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리고 이 장면의 배경을 은은하게 빛나는 햇빛으로 하여 노인을 ‘비용’, ‘부담’이 아닌 ‘인간’으로 대하는 사회의 모습을 상상케 한다. 같은 주제를 다루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는 두 영화는 노인이 ‘비용’이자 ‘부담’인 시대의 분위기를 공통적으로 포착해낸다. 〈플랜 75〉의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이 실제로 도래하기 전에 〈소풍〉이 그려내는 현실을 다르게 해석하고 풀어낼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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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너머 세계 속으로… 스웨덴] 잔 아래의 세계
계급도를 그릴 때 피라미드형이 가장 자주 쓰이는 것처럼, <슬픔의 삼각형>에서도 계급이 있는 곳에 삼각형이 있다. 삼각형은 물질적이고 직관적인 이미지로 등장해 추상적이고 의식적인 단계까지 진화한다. 삼각형, 즉 계급이 등장할 때 항상 배경에 반복되거나, 불쾌한 소리가 낮게 깔린다.
칼과 야야가 차 안에서 다툴 때, 차의 와이퍼가 계속 움직이며 괴상한 소리를 낸다. 이때 둘의 대화를 클로즈업 쇼트로 연달아 보여주는 것이 아닌, 탁구공이 핑퐁하는 것처럼 둥글게 움직이며 둘의 사이에 있는 와이퍼까지 훑고 지나간다. 영화 속에서 카메라는 주로 작품과 현실의 경계를 이어주는 도구로 작용하지 카메라 자체가 인격적인 의미를 가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위 장면은 마치 둘 사이 가운데에 있는 사람이 둘을 번갈아 쳐다보는 듯한 효과를 준다. 칼과 야야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카메라까지 삼각형의 구도가 완성되며 칼과 야야 사이의 계급을 표시한다.
칼과 야야가 크루즈 갑판에 누워서 직원을 볼 때, 야야의 앞에서 직원이 웃통을 벗는 걸 질투한다. 칼과 직원 사이에 있는 위계가 드러나는 장면이며 칼의 특권 의식에서 출발한 질투가 강해질 때 날아다니던 파리는 한 마리에서 두 마리로 늘어난다. 이후 치프에게 직원의 행동을 이야기하러 들어올 때 파리 하나가 같이 따라 들어온다. 이후 파리는 사라지고 야야를 위한 약혼반지를 고를 때 태엽이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일반적인 피라미드형의 계급도에서 최상층이 권력을 상징한다면 <슬픔의 삼각형>에서는 전경이다. 야야와 칼이 식당에서 사장을 처음 만났을 때, 부자 둘이 한 앵글에 잡히고 남은 꼭짓점은 후경의 직원이 채운다. 꼭짓점의 한 축을 담당하던 직원이 사라지자 바로 다른 직원이 나타나 그 축을 채운다. 이는 권력의 삼각형이 완성될 수 있던 건 직원과도 같은 피라미드의 아래에 위치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임을 암시한다.
크루즈에서 직원과 부자가 동등한 위치에 서 있던 한 씬이 있는데, 직원이 수영하도록 종용하던 장면이다. 언뜻 보면 둘이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운데의 접힌 파라솔 여전히 권력이 작용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부자의 종용으로 모든 직원들이 미끄럼틀을 타게 된다. <슬픔의 삼각형>은 곳곳의 물건들로도 삼각형을 표현해 내는데, 여기서 가장 직접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게 미끄럼틀과 와인잔이다. 일단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서는 최상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까지가 미끄럼틀의 완성이다. 삼각형의 꼭대기로 올라가 휴식할 수 있었지만, 그걸 가능케한 것도 최상층의 사람이고, 이 휴식은 일시적으로 그들은 다시 선장과의 저녁파티 준비를 위해 미끄럼틀을 미끄려져 내려와야 한다.
미끄럼틀을 통해 내려오게 된 것은 직원들 뿐만이 아닌데, 이후 이어진 선장과의 저녁에서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며 저녁파티에 간 상류층들은 구토와 똥물에 빠지게 된다. 그들의 허세와 권력은 가장 더러운 곳으로 떨어지며 권력의 삼각형은 깨진 것처럼 보인다. 이때 그들의 권력은 아직도 공고함을 보여주는 것이 와인잔이다.
상류층들이 싸지른 토사물들을 치우는 건 직원들이다. 이때 한 직원이 깨진 와인잔을 치우는데 와인잔은 영화의 거의 초반부터 계속 등장해왔다. 와인잔은 끝으로 갈수록 좁아지며, 물을 채우면 물을 채운 부분이 삼각형처럼 보인다. 또한 와인 자체로도 부의 속성을 가진다. 이 장면에서 와인잔은 완전히 박살나 깨진 것이 아닌, 잔을 잡는 목부분만 깨져있으며 안에 담긴 와인은 멀쩡하다. 직원을 자신이 잘라놓고 그 사실을 회피하고, 청소할 수 없는 돛을 가지고 트집잡으며 토사물과 인분에 뒹구는 더럽고 바보같은 권력자들임에도 권력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토와 똥으로도 뒤집히지 않았던 삼각형이 뒤집히는 건 섬에서부터다. 무인도에 표류한 상황에서 최우선되는 건 생존으로, 유일하게 생존에 필요한 능력을 갖춘 아비게일이 권력을 쥐게 된다. 권력 구조가 재설정됨에 따라 기존의 ‘부’라는 권력 구조에 속하던 명품 시계들은 가치가 없어보인다. 그러나 이후 아비게일의 팔에는 부자들의 소유였던 명품 시계들이 매여져 있다. 무인도라는 공간으로 배경이 바뀌고, 권력 구조가 재설정되었음에도 무인도인줄 알았던 리조트의 뒤편처럼 여전히 생존은 부라는 권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쉽게 뒤집혀버린다.
마지막 장면, 리조트의 엘리베이터를 본 아비게일은 영원한 권력을 위해 야야를 향해 돌을 치켜든다. 생존의 가치가 사라진 순간 다시 부의 권력에 편입되어 삼각형 밑바닥에 자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카메라는 아비게일과 야야 대신 어딘가 급하게 뛰어가는 칼을 비춘다. 칼의 목적지나 이유가 나오지는 않지만, 관객은 자연스럽게 칼. 아비게일과 야야의 삼각관계를 떠올리게 된다.
반복되어 제시된 삼각형이 관객에게 구도나 물건을 통해 삼각형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 인물의 삼각관계를 통해 삼각형을 떠올릴 수 있게 만들기까지가 영화의 완성이다. 아비게일이 야야를 죽이더라도, 칼이 어딘가에서 도망치거나 무언가를 쫓더라도 그들이 삼각관계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또한 우리 머릿속에 공고히 자리잡은 삼각형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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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깨달아가는 그 작은 순간들
1990년대 중반 뉴욕의 따뜻한 정취와 시대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의상과 메이크업으로 레트로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리뷰입니다. 미국 작가 조안나 래코프가 2014년 출간한 자서전 ‘My Salinger Year’을 원작으로, 2013년 〈라자르 선생님〉으로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고 제36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최우수캐나다작품을 수상한 필리프 팔라도 감독이 각색을 맡아 2020년 열린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이지요. 20대의 주인공이 꿈을 찾아 성장하는, 어떻게 보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로 지난주 배급사 시사회를 통해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마이 뉴욕 다이어리〉 출연진, 줄거리 정보
수잔나, 당신은 작가입니까?
미국 버클리에 살던 20대 작가 지망생 조안나, 방학을 맞아 잠시 뉴욕에 사는 친구 제니의 집에 머물다 그곳의 분위기에 심취해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결심합니다.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선 일자리가 필요했고, 마침 인력사무소를 통해 작가 에이전시에 취직, 지적이고 똑 부러지는 상사 마가렛의 업무 보조일로 그녀가 담당하는 작가들과의 일정 조율과 그중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에게 온 팬 레터를 파쇄하고 팬들에게 편지를 받지 않는다고 답장하는 일을 주로 하게 됩니다. 그렇게 매일 똑같은 답장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답답해하던 어느 날, 샐린저가 30년 만에 출간하는 책과 관련된 일을 맡게 되면서 단지 유선으로의 대화이지만, 작가임을 깨닫게 해주며 글쓰기를 독려하는 그의 말에 용기를 얻게 되는데...
예고편 │Trailer
https://tv.naver.com/v/23976657
원제 : My Salinger Year│감독·각본 : 필리프 팔라도│원작 : 2014년 조안나 래코프의 동명 소설│출연진 : 마가렛 퀄리, 시고니 위버, 팀 포스트, 더글러스 부스 외 多│장르 : 드라마│상영 시간 : 101분│개봉일 : 2021년 12월 9일│국가 : 캐나다, 아일랜드│등급 : 12세 관람가│평점 : 로톤 토마토 신선도 71% 팝콘 65%, IMDB 6.4, 메타 스코어 50점│시청 가능 서비스 : 현재 극장 상영 중(9일부터)
신입과 대표,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
트렌디하고 책임감이 넘치는 에이전시 대표 마가렛에는 오랜만에 찾아온 시고니 위버가 역시 관록을 보여주며 탄탄한 연기력으로 부드럽지만 단호한 카리스마를 가진 캐릭터를 선보입니다. 여기에 주인공 조안나에는 넷플릭스 〈조용한 희망〉, 근래 〈세버그〉 등에서 조금씩 입지를 다지고 있는 마가렛 퀄리가 맡아 대선배 앞에서도 크게 위축되지 않은 매력을 발산하며 신입사원의 풋풋함과 패기를 드러내주죠. 더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어주지만 실루엣과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제3의 주인공 J.D. 샐린저(팀 포스트)의 매력은 관람한 후 자연스럽게 그의 책을 읽고 싶게 만들고 이들이 함께하는 90년대 뉴욕 문학계의 향수와 거리를 재현한 풍경 또한 이야기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려 줍니다.
조안나, 하루에 15분이라도 글을 쓰세요
젊은 시절을 지나온 관객이라면 누구나 그려봤을법한 자신만의 이상향이 있을 것이고, 5개 국어를 구사하며 전 세계를 여행하는 작가를 꿈꾸는 주인공의 모습에 금방 빠져들어 꿈을 위해 뉴욕 생활을 단박에 결정하는 단호함에 박수를 쳐줄 수 있을 듯합니다. 물론 사회 초년생의 패기로 치부될 용기이지만, 원작자 본인이 오래된 작가 에이전시 ‘해럴드 오버’에서 1년여간 일했던 경험을 엮은 회고록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당시 자신의 느꼈던 현실적 감정들이 잘 녹아들어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찬란하게 빛났던 그 시기를 잘 묘사해 주죠.
일정 부분에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리실 듯한데, 개인적으로는 적은 분량에도 주인공에게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은 얼굴 없는 작가 제리 때문에 〈인턴〉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벤이 생각났습니다. 그만큼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인물들의 관계, 분위기 등은 추워진 날씨를 녹여줄 만큼 따뜻했고, 결말에 이르러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각성하는 장면에서 무한한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되죠. 아마도 인터넷에 글을 쓰거나 출간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대목에서 많은 공감을 하실 듯하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흘러가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시련이나 고난이 없이 무난히 흘러가는 것에 너무 잔잔하다라 볼 수 있지만, 그마저도 90년대 배경의 뉴욕에 기분 좋게 보실 수 있을 듯합니다. 저야말로 슬럼프 아닌 슬럼프였는데 이걸 보고 다시 한번 파이팅을 외쳐보는 계기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네요. 즐거운 밤 되시고요, 이상 글쓰는 식팔이 모모파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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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믹으로서도 좀비로서도 영화로서도 낙제
이수성 감독은 1년에 장편을 1~2편씩 꾸준히 공개할 정도의 다작 감독이다.
한국 감독중에 이런 케이스는 성애 영화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을 제외하면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또한 장르도 다양하게 시도하는 편인데, 주력으로 하는 에로, 액션, 코미디 뿐만 아니라 스릴러, 드라마 장르도 때때로 시도할 정도이다.
이번 강남좀비는 대뷔작인 미스터 좀비 이후 다시 좀비 영화로 돌아왔다.
원래 개봉은 작년 12월 이었음에도 개봉을 미뤘는데, 이번에는 극소규모 개봉후 직행하는 지난 영화들과는 다르게 작품에 자신이 있기에 개봉 연기를 택한건가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헛된 기대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우선 각본이 매우, 정말 처참하다.
영화는 코로나, 유튜버의 활성 등 현시대에 화제가 되는 주제들을 혼합시켰지만 주제의 성찰은 일체 보이지 않고 수박겉핥기 수준이라 의미 없는 수준에 불과하다.
영화의 주연인 지일주 배우는 연기 경력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이러한 이유는 각본의 문제가 크다고 본다.
대사들도 과하게 인위적인 부분이 많아 몰입을 해치는 부분도 많다.
또한 좀비를 심각하게 편의주의적으로 다뤘는데, 좀비의 이동 속도나 감염 속도, 내구도, 반응등이 너무 제각각이고 심지어 좀비 한명은 낙법까지 써서 싸우니, 관객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이러한 각본 때문에 표방한 장르인 코믹도 웃기지 않다.
개그들도 전체적으로 유치한데다가, 그나마도 초반 이후로 코미디 요소는 사실상 없어진다 봐도 무방하다.
웃은 적이 딱 한번 있는데, 그것마저도 폭소가 아닌 피식 수준이다.
코미디 장르를 다작한 감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수준이다.
또한 편집도 좀비 장르에 적합한 스피드한 편집이 없이 너무 평범하다.
일반 드라마 장르라고 봐도 무방할 수준으로 카메라 움직임은 후술하겠지만 허술한 분장과 미술을 더욱 티나게 만든다.
이어서 분장과 미술도 정말 허술하다.
저예산임을 감안해도 말이다.
좀비 분장이라곤 색깔도 티가 나서 웃음이 나올 정도의 가짜 피와 렌즈를 낀게 전부이다.
조연은 그나마 분장에 더 신경을 써준것이 보이는데, 피부 손상과 같은 것은 가짜 티가 많이 나는 등 여전히 아쉬움이 보이고 엑스트라들은 정말 아쉬울 정도이다.
또한 작중 대다수(사실상 전부)를 차지하는 배경인 상가의 경우 너무 깔끔해서 어색하다.
피가 묻거나 파손된 기자재가 일체 안보여, 마치 좀비만 인위적으로 갑자기 데려다 둔 느낌이 든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좀비 영화를 좋아한다.
아포칼립스부터 밀실 계열까지 정말 다양한 작품을 보는 편이다.
좀비 장르 특성상 저예산이 많기에 아쉬운 작품이 많다는 걸 감안하고 평가하는 편이지만, 강남좀비는 그 중에서도 낙제점이다.
영화 포스터에 따르면 일명 "코믹좀비액션"을 노린 영화이다.
하지만 영화는 코믹도, 좀비도, 액션도 잡지 못했다.
이수성 감독의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도전정신은 칭찬하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영화 하나의 퀄리티에 집중하는 자세를 가져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언젠가 그 도전정신이 비평적 측면에서도 인정받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받아 참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