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10-18 00:59:38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페달을 밟던 여름들
영화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리뷰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걸어서는 닿을 수 없는 드랭블루아
- 같은 선에 서있는 앙토니와 아신. 같은 계층인 두 사람
- 앙토니의 짝눈, 외모 변화가 가지는 의미
- 아빠의 바이크, 자켓의 의미. 엔딩 해석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And Their Children After Them, 2024)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페달을 밟던 여름들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성장, 로맨스
러닝타임 : 145분
감독 : 뤼도릭 부케르마, 조란 부케르마
출연 : 폴 키르셰, 앙젤리나 워레스, 질 를르슈, 사이드 엘 알라미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1992년 여름 동부 프랑스. 기어가는 벌레, 날아가는 파리 소리마저 크게 들릴 만큼 고요한 숲속 호수. 그 근처를 맴돌고 있던 15세 소년 앙토니는 지루함을 느낀다. “심심해 죽겠어.” 앙토니의 말 한마디가 정적을 깬다. 앙토니와 사촌은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보트를 훔쳐 강너머 누드비치로 향한다. 앙토니는 그곳에서 부유한 집안의 딸 스테파니를 만나 사랑을 느끼고 그의 세상에 편입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신인배우상 수상 소식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큰 관심을 받은 영화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은 다양한 계층 갈등과 소년의 사랑, 성장을 담고 있는 아름다우면서도 아릿한 이야기다.
한여름에 만난 첫사랑과 설렘, 일탈과 만취의 짜릿함, 무모한 걸 알면서도 내뻗어보는 주먹, 바이크를 타고 시원하게 내달려보는 숲길, 그 아래 흐르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록 음악. 이 영화엔 청춘의 치기와 여름의 낭만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것을 모두 전복시키는 무거운 현실의 불편함도 함께 담겨있다.
앙토니는 특별할 것 없는, 사실 평범하다기엔 조금 모자란 집안에서 자란 소년이다. 제철 공장에서 일했던 아빠는 술독에 빠져 폭력성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졌고 집안 경제를 함께 책임지고 있는 엄마는 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힘이 없는 두 부모는 바이크와 여행이라는 꿈을 접어두고 현실에 한껏 휘둘리고 있다.
아직 어린 앙토니는 이런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 고향을 떠나 텍사스로 가고 싶고 걸어서는 갈 수 없는 부촌인 드랭블루아에 사는 스테파니와 친해지고 싶다. 하지만 앙토니는 몇 번의 여름을 지나며 알게 된다. 타고난 운명을 벗어나 새로운 계층으로 편입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테파니는 앙토니와 사촌을 드랭블루아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한다. 그런데 앙토니의 집에서 드랭블루아까지 가려면 꼭 바이크가 필요하다. 앙토니는 파티를 포기할까 고민하다가 아빠 몰래 바이크를 훔쳐 타고 파티에 가기로 결심한다. 바이크를 끌고 나오는 앙토니를 발견한 엄마는 앙토니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기곰, 인생이 언제나 재밌는 건 아냐.”
앙토니는 엄마가 대체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엄마를 뒤로하고 사촌과 함께 바이크를 타고 파티로 향한다. 모르는 얼굴들 사이를 헤매던 앙토니는 스테파니와 친구들 앞에서 보란 듯 약을 한번 들이켜고는 아주 조금 그들의 세상에 녹아든다.
앙토니는 스테파니와 친해지고 싶다. 그런데 그 바람이 이루어지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앙토니는 파티에서 스테파니 무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약을 먹고 스테파니를 따라 수영장에 뛰어든다. 그리고 스테파니 무리가 무시하는 유색인종 아신에게 발을 걸기까지 하며 그들과 친해지려 한다. 하지만 스테파니는 앙토니가 붙여준 담배를 물고는 금방 파티 주최자 시몽과 함께 사라지고 앙토니가 한 발자국 다가가 키스를 시도하자 그를 밀쳐내며 거리를 벌린다. 앙토니는 나름 열심히 노력했지만 파티가 끝난 후 남은 건 도난당한 바이크의 빈자리뿐이다.
앙토니는 소외된 집안의 아들, 스테파니는 부유한 집안의 딸이다. 두 사람 사이엔 가난한 집안과 잘 사는 집안이라는 계층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어린 앙토니는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스테파니에게 사랑을 표현하지만 매번 다른 이유로 실패한다.
앙토니와 스테파니가 들판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 두 사람은 앙토니가 살고 있는 가난한 동네와 스테파니가 살고 있는 부유한 동네를 주제 삼아 이야기를 나눈다. 앙토니는 가난한 동네엔 나체족 집시들이 캠핑카에 모여 살고 있다고 운을 뗀다. 이때 스테파니는 자신도 어릴 때 할머니와 잠시 그 동네에 살았는데, 그때 스테파니의 아빠가 담장을 쳐서 들판에 있는 나체족을 안 보이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스테파니와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확실히 분리되어 있음을, 그 동네에 사는 앙토니와 스테파니 또한 가까워질 수 없음을 알려주는 말이다.
앙토니와 아신은 파티에서 처음 만난다. 앙토니는 부잣집 백인 아이들에게 무시당하고 있는 아신에게 발을 걸며 자신은 그와 다른 계층의 사람임을 주장한다. 그런데 앙토니에겐 슬픈 일이지만 사실 앙토니와 아신은 ‘소외된 사람’이라는 같은 계층에 위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계층은 두 사람의 아빠 세대부터 이어진다. 앙토니와 아신의 아빠는 제철 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였고 노동자와 이민자로 상위층보단 하위층에 속한 삶을 살아왔다. 아빠들과 다른 시대를 살아온 앙토니와 아신은 이런 접점이 없어 일찍 친구가 되지 못하고 서로를 오해했을 뿐이지, 결국 두 사람의 삶은 비슷한 길로 흘러간다.
바이크 사건 이후 앙토니와 아신은 오해를 쌓아간다. 앙토니에게 앙심을 품은 아신은 바이크를 불태워 돌려주고 화난 아빠에게서 도망친 앙토니는 다른 바이크를 타고 그를 찾아가 총을 겨눈다. 겁먹은 아신은 오줌을 지리고 앙토니를 반드시 죽일 거라 다짐한다.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이 서있는 바닥을 보면 중앙에 그어진 선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보통 두 사람을 충돌시키거나 그들의 다름을 표현하는 경우엔 선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을 갈라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팽팽한 대립이 일어나는 신임에도 불구하고 앙토니와 아신을 같은 선 위에 나란히 세워놓는다. 앙토니와 아신이 같은 선 위에서, 같은 계층의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이런 연출은 이후 96년에 앙토니의 아빠 파트리크가 호수로 들어가 자살하는 장면에서 다시 찾아볼 수 있다. 가족의 곁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실감한 파트리크는 삶을 끝내기 위해 스스로 호수로 걸어들어간다. 이때 위에 있는 달빛이 물에 반사되어 마치 파트리크가 그 달빛 위를 걸어가는 듯한 그림이 만들어진다. 아신은 그걸 지켜보다가 파트리크가 사라지자 그가 걸었던 달빛 방향을 그대로 따라 걸으며 그를 구하려 한다. 물이 깊어지자 뒤돌아 빠져나오긴 했지만 아신 또한 파트리크와 비슷한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걸 암시하는 듯한 장면이다.
앙토니는 짝눈이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92년, 사촌은 “네 짝눈 때문에 여자들이 도망친다”라고 앙토니에게 장난 어린 디스를 한다. 앙토니는 그에 딱히 반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헛소리 말라는 듯 받아칠 뿐이다. 이때 앙토니는 앞머리를 길게 길러 자신의 짝눈을 반쯤 덮어두고 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앙토니에겐 외적인 변화가 생긴다. 사춘기를 상징하는 여드름의 흔적이 점점 옅어지고 머리는 점점 짧아진다. 그러면서 앙토니는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된다. 그는 마지막 여름이었던 의가사 제대 직후 스테파니에게 차였을 때, 처음으로 자신의 짝눈을 제대로 의식하고 만져본다. 정말 짝눈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건가? 생각하는 것처럼.
앙토니의 짝눈은 그의 외적인 특징이기도 하지만 그가 가진 가난, 그의 계층을 상징하기도 한다. 짝눈을 머리카락으로 덮고 있던 92년의 앙토니는 자신의 가난과 집안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테파니에게 끝없이 사랑을 표현하고 도전하고, 아신과 같은 낮은 계층의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다.
94년 여름. 16세의 앙토니는 머리를 조금 짧게 자른다. 앙토니는 여전히 스테파니에게 구애를 하긴 하지만 스테파니가 받아주지 않자 이전에 자전거 앞을 막아세웠던 바네사를 찾아가 관계를 가진다. (바네사는 이웃사촌으로 앙토니와 같은 계층에 있는 사람이다.) 그래도 이때의 앙토니는 자신을 쫓아오는 무언가에서 도망치거나 사랑하는 것을 쫓는 모습을 보여준다.
96년 여름. 18세가 된 앙토니는 군 입대를 위해 머리를 짧게 깎는다. 재회한 앙토니와 스테파니는 육체적 관계를 나누지만 구경꾼들에 의해 중단된다. 스테파니는 바로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고 앙토니는 헤드라이트를 따라 멀어지는 스테파니를 지켜보고만 있다.
98년 여름. 앙토니는 오랜만에 사회로 나와 사촌과 그의 아내, 아신, 스테파니를 만난다. 사촌은 부유한 뒤립씨 딸 클레망스가 아닌 다른 여자와 결혼해 가정을 이뤘고 아신도 누군가의 남편이 되어있었다. 두 친구를 만난 후 앙토니는 아빠의 바이크를 훔쳐타고 드랭블루아에 가던 날처럼 아신의 바이크를 훔쳐타고 스테파니를 찾아간다. 하지만 스테파니는 우리의 사랑은 네 상상일 뿐이라며 단호하게 희망의 불을 꺼버린다. 계층을 넘기 위한 앙토니의 마지막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앙토니는 짝눈을 쓰다듬으며 자신의 계층, 현실을 확실히 인식한다. 그리고 지금껏 애써 품어온 희망을 포기하겠다는 듯이 훔친 아신의 바이크를 돌려주겠다는 연락을 남긴다.
아빠의 바이크, 자켓이 의미하는 것
앙토니는 바이크를 타고 달리며 자유로움과 희망을 느낀다. 시원한 바람과 그 뒤를 따라오는 새로운 삶을 향한 설렘. 그는 바이크를 타고 스테파니를 향해, 미래를 향해 달린다. 앙토니의 아빠도 언젠간 그런 삶을 살았을 것이다. 바이크를 타고 자유로움과 희망을 느끼던 삶.
하지만 아빠는 자신의 계층을 바꾸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아들은 아빠의 자켓을 입고 언젠가 아빠가 달렸을 그 숲길을 달린다. 그들(어른들)뒤에 남겨진 아이들은 그들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 세상이 변해 누드 비치는 누드 비치가 아니게 되었고 도시를 이끌었던 제철공장은 문을 닫는 변화가 생겼지만 사람들 간의 계층은 여전히 견고하다.
앙토니가 아빠의 바이크를 훔쳐 파티에 가던 날처럼 계층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즐거운 인생을 살면 좋을 텐데, 엄마의 말처럼 인생이란 언제까지나 즐거울 수 없는 것인가 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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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패는 어떻게 완성되는가?
(2024년에 쓴 글을 포스팅한 것이다.)
12.12 사태에 대해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봤다. 한국 역사를 다룬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아파서 보기를 망설이곤 했지만, 그럼에도 극장에 발을 들이고 말았다. 어떤 분노는 기억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재미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고, 연출은 더 말할 것도 없다. 2시간 반이나 되는 짧지 않은 러닝 타임 동안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 아주 세련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탁월했다.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를 감상할 때면 언제나 '역사를 왜곡하거나 악인을 지나치게 미화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를 하곤 하는데, 적어도 이 영화에 한해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불필요한 자극 없이 그 당시의 무력함과 분노를 충분히 끌어내는 힘도 있다. <서울의 봄>의 탁월한 점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나는 영화 속에서 '전두환'(극 중 이름은 '전두광')이 묘사된 방식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1. 부패는 어디서 싹트는가?
전두환과 같은 독재자에 대해 다룰 때, 우리는 부패에 관해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부패란, '정치, 사상, 의식 따위가 타락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타락이란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 잘못된 길로 빠지는 일'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람을 '바른 길에서 벗어나게' 할까? 흔히 사람들은 타락이 아주 거창한 계기에 의한 것이라고 상상하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타락은 대개 아주 사소한 이기심에서 자란다. 내 것, 내 밥그릇, 내 사람을 챙기고자 남의 희생에 눈감는, 그런 종류의 욕심 말이다.
'전두광'과 '노태건', 그리고 그들이 세운 '하나회'도 다르지 않다. 거창한 명분이 있을 것만 같지만, 그들이 그토록 활개를 쳤던 이유는 손 쉽게 힘과 지위, 명예를 얻고자 했기 때문이다. 소위 그 당시의 '엘리트'를 자처하면서, 비슷한 욕심을 가진 사람들끼리 손을 잡고 삼삼오오 모여다니면서. 질나쁜 깡패들이 그러했듯이. 그건 '정석적이고 도덕적인' 길보다 훨씬 쉽고 간편했을 것이고, 이것이 그들이 기꺼이 타락했던 이유이리라. 그들이라고 어디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몰랐으랴마는, 어쨌든 그들은 그 모든 불의에 눈을 감다 못해 그것을 직접 이끌어 나가길 택했다.
하나회라는 카르텔에 대한 충성심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 집단 속에서 얻을 수 있는 '떡고물'이 먹음직스러웠을테니까. 다가올 이익에 대한 어떤 기대 혹은 약속은 마치 마법처럼 소속된 사람을 홀리곤 한다. 나치당과 히틀러에 현혹된 옛 독일의 국민들처럼, '우리'를 챙기고 '남'을 배척하는 사이 사람은 도덕과 정의에 무감해지고, 잔혹해진다. 나와 내 가족, 내 친구를 챙기는 그들의 지극히 이기적인 이타심 속에 부패의 씨앗이 자라난 것이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된다는 말이 있듯, 부패의 씨앗은 쉬이 자란다. 부패는 그것에 눈감거나 당연시 여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힘을 얻고, 빠르게 몸을 부풀린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 다다라서는 결코 사소하지 않은 경지에 이르고 만다. 이 사소한 부패가 모이고 자란 결과가 바로 전두광과 하나회다.
부패와 불의에 대해 논한다면 정의에 대해서도 논해야 마땅할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는 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를 말한다. 다시 말해, 정의는 개인 간의 관계와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하는 '바른 길'을 말한다. 그러나 앞서 말한 이유들에 의해 사람들은 너무나 손쉽게 이 '바른 길'을 벗어나고 만다. 정의를 지키는 것이 어려운 건 이 때문이다.
극중 이태신은 이러한 정의를 지키고자 하는 인물이다. 그는 그저 그 자리에서 그가 해야 할 일을 하고 마땅히 그러해야 할 것을 지키고자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부패는 너무나 하찮은 이유에 기인하고, 그래서 쉽게 눈감게 되니까.
2. 참, 멋없는 부패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탁월한 점은 '부패'의 멋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렇다. 우리는 많은 영화 속 '매력적인 악역'에 열광하곤 하지만, 실상 악당은 '멋있지 않다'. 그들은 치졸하고, 추악하고, 저열하다. 전두광은 그 모든 멋없음을 아주 탁월하게 표현한 캐릭터다.
극 중 전두광의 '쿠데타 계획'을 한번 살펴보자.
전두광은 자신의 부패에 가담하지 않은 육군참모총장을 제거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명분이 필요했다. 명분 없는 혁명은 결코 인정받을 수 없을 테니까. 그래서 그를 모함하기로 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살해 공모자로 만듦으로써. 그러나 참모 총장은 그보다 지위가 높았고, 그를 체포하려면 더한 공권력이 행사되어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대통령의 승인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또 대통령의 승인을 받으려면 일정한 절차를 통해 올려야 하므로 참모 총장이 그 사실을 모를 수 없게 되고, 그가 이 모든 일에 대비하게 되면 상황이 곤란해진다. 그래서 전두광이 선택한 것은, 그 모든 절차와 상식을 무시하고 참모 총장과 대통령 승인을 동시에 받는 것이었다. 자신과 하나회의 인맥과 군대를 활용해서! 그것은 지극히 단순하고, 우악스럽고, 폭력적인 발상이었다.
계획만으로도 기가 막히는데, 계획을 이행하는 과정도 엉망진창이다. 한밤중에 대통령을 세 번이나 찾아가 떼를 쓰지 않나, 강경하게 나오는 이태신의 작전에 일희일비하질 않나. 치밀하지 못하게 세워진 계획 위에 하나회는 우왕좌왕하고, 학연, 지연, 혈연 따위로 끌어모은 권력과 병력으로 뚫린 구멍을 땜질하기에 바쁘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게 '먹혔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망설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들이 전두광의 길이 더 낫다고 생각하거나, '어쩔 수 없다'고 판단했으니까. 그 부패와 악의를 묵인한 대가는 처참했지만, 그때 그들은 그걸 알지 못했을 것이다. 알았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거나. 또 한편으로는 전두광의 악의가 너무나 비상식적이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시민과 아군을 기꺼이 인질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는 상식적인 사람이 '사람'보다 '정의'를 우선시하지는 못하리란 것을 알았고, 그것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모든 사건이 일단락되고, 마침내 승리를 거머쥐었을 때, 전두광은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며 승리에 고취된다. 그것은 그가 벌인 그 모든 일이 그 개인의 '배설된 욕망'에 기인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추저분스러운 환희였다.
3. 오랫동안 곱씹을 수 있는 웰메이드 영화
영화는 노골적인 폭력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폭력의 위압과 위협을 보여준다. 우리는 인물의 대사와 상황, 미장센을 통해 '평화와 친선'을 가장한 씬들의 이면에 강압적이고 우악스러운 폭력이 자리함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면서 그 폭력을 미화하지 않고, 하찮고 추악한 것임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심각한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영화 곳곳에서 활약하는 재치있는 유머들도 눈에 띈다. 악당들의 하찮고 치졸한 면면들을 풍자하는 그 장면들은 단순히 웃기려고 넣은 것이 아니라, 상당히 고심해서 넣은 영화적 장치로 보인다.
몇몇 반복되는 대사들을 포착하는 것도 이 영화를 감상하는 재미있는 방법일 것이다. 가령 아래 두 대사는 전두광과 이태신, 둘 모두의 입에서 나온 말인데, 대사는 같지만 그것이 내뱉어지는 상황과 경위, 인물들의 생각이 달라 극적인 대비를 준다.
'니편 내편이 어디있습니까. 대한민국 육군은 모두 한 편입니다'
'가려거든 여기서 나를 쏘고 가라' / '쏠 거면 쏴라. 갈 길이 바쁘다.'
위 대사는 전두광과 이태신 모두의 입에서 나왔지만 그것이 함의하는 바는 다르다. 전두광이 말하는 '우리(육군 등)'는 언제나 '나(전두광)'을 향해 있지만, 이태신의 '우리'는 그가 소속된 집단, 나라를 지키고 시민들을 보호하는 군 전체를 향한다. 같은 말을 해도 전두광은 과장되고 꾸며낸 거짓을 말하지만 이태신은 그렇지 않다. 그것이 이 두 인물의 차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여러 의미에서 아주 잘 만든 영화다. 여러 번 곱씹으며 생각하게 된다. 내가 속한 곳에는 어떤 불의와 부정이 있을까? 나는 그것을 알고 있을까? 혹시라도 내가 그것에 동조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같은 것들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둘러보고, 더 바른 길을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날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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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살아 있는 <여성국극>
일본에서 생활 할 당시 ‘다카라즈카’ 문화를 알게 되었다. 전 배역 모두 여성들이 맡으며, 그들은 어릴 적부터 양성되고 그 명맥이 아직까지 탄탄하게 이어져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도 이와 같은 문화가 있는지 몰랐다. 그 명맥이 얇고 희미했기 때문일까?
<정년이>라는 웹툰과 드라마를 통해 여성국극 문화에 대해 어느정도 인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웹툰과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에 그 문화가 현재까지 있는 지는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명맥은 다큐멘터리 제목처럼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해보였다.
여성국극 제작소의 박수빈, 황지영 배우는 무형문화재 조영숙 선생님의 배움 아래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유수연 감독은 처음에는 조영숙 선생님의 이야기로 다큐를 만들려고 하다가 그 옆의 젊은 여성 국극 배우 박수빈, 황지영 배우의 이야기에 더 집중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번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다큐는 과거보다는 현재 여성국극이 ‘어떠한 상황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그 상황은 좋지 않다. 두 배우들의 무대는 민속촌, 마을 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잔치 등 여성국극을 불러주는 곳만 있다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러나 관객들은 공연을 보다가 나가거나 무심하게 지나치는 장면들이 나온다. 안쓰러운 장면이면서 또한 현실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 둘은 굴하지 않고 여성국극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과거 여성국극의 영광의 시대 때 활약했던 배우들과 함께 ‘레전드 춘향전’ 무대를 기획한다. 이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접대 장면이었다. 박수빈 배우는 이 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접대를 한다. 그 과정은 매우 녹록치 않아보였다. 바로 앞에서 여성국극을 비판하기도 하고 이 공연을 만드는 이유 조차도 회의적인 반응들이었다. 그러나 박수빈 배우는 굴하지 않고 그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이 공연을 만들기 위해 여성국극 공연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를 보여줬다.
그외에도 춘향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하지 말라는 연로 배우들의 말과, 춘향 역은 누구보다 여성스럽고 살을 빼야한다는 이야기에 머쓱해지는 순간들도 많았지만 공연의 결과는 멋지고 아름다웠다. 확실히 레전드 배우들은 시간이 많이 지났고 체력도 예전같지 않지만 그 힘은 늙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둘은 안산시에 협력을 받아 전문 예술인단으로 소속되어 활동하고 현재까지도 활동중이다. 여성국극이 현재 어떠한 상황인지 알려주고 그 명맥을 이어가려는 두 배우와 감독의 노력이 좋았다. 영화적으로 아쉬운 점은 중간 중간 나오는 배우들의 그다지 큰 연관성을 느낄 수 없는 인터뷰와 ‘레전드 춘향전’ 공연이 꽤 길게 느껴졌다. 공연실황이 유튜브에 전부 올라와 있는걸로 알고 있는데 공연 실황을 보여주기 보다는 여성 국극이 그래서 판소리랑 다른 것이 무엇이고 현재까지도 여성국극이 살아남아야하는 이유를 좀 더 알려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감독의 전작은 여성국극에 대한 설명에 집중했다면 이번 작품은 현재 여성국극의 배우들의 이야기에 집중을 한 것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초반에 등장만 살짝 등장하는 여성국극에 대한 유래와 각 역할에 대한 설명으로는 이번 다큐멘터리로 여성국극을 알게된 관객들에게는 깊은 몰입감을 주기 어려웠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여성국극이니까 좀 더 ‘여성’에 대한 이야기에 방점을 찍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마지막으로 남겨본다.
*씨네랩 초청을 통해 관람 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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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BO 슈퍼히어로 영화 <배트걸>에 레슬리 그레이스 낙점!
<인 더 하이츠>에 출연한 레슬리 그레이스(Leslie Grace)가 HBO 맥스의 슈퍼 히어로 영화 <배트걸>에서 바바라 고든 역으로 공식 캐스팅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레이스는 <그녀들을 도와줘>와 <파이브 피트>에 출연한 헤일리 루 리차드슨(Haley Lu Richardson), <도라와 잃어버린 황금의 도시> 주연 이사벨라 메르세드(Isabela Merced) 그리고 <사채왕 피그>와 <좀비랜드: 더블 탭>에서 열연을 펼친 조이 도이치(Zoey Deutch) 등 강력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캐스팅됐다고 합니다.
<나쁜 녀석들: 포에버>을 연출한 듀오인 아딜 엘 바르비와 빌랄 팔라 감독이 <배트걸> 연출을 맡을 것이며, 또한 <범블비>와 <더 플래시>를 담당한 크리스티나 호드슨이 각본을 맡을 예정입니다. 촬영은 올해 11월에 시작할 것이며, <배트걸>의 최종 개봉일은 아직 정해진바 없다고 합니다.
레슬리 그레이스의 첫 주연은 존 추 감독이 연출한 워너 브라더스 영화 <인 더 하이츠>에서였습니다. <인 더 하이츠>는 21세기 최고의 천재 예술가로 불리는 린-미누엘 미란다의 뮤지컬 작품을 각색한 영화이며, 국내에서는 5만 명이 넘는 관객 수를 불러 모은 경험이 있습니다. 한편, 그레이스는 극 중 스탠퍼드 대학에 진학한 동네의 자랑인 ‘니나’ 역을 선보이며 많은 관객들의 눈도장을 찍은 신예 배우이기도 합니다.
<인 더 하이츠> 개봉 전, 그레이스는 해외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에게 자신의 첫 영화가 개봉하게 되어 긴장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녀는 “저는 영화 세트장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어떤 것도 언급할 수 없다”라고 말하며, 영화 제작팀과 함께 출연한 주연 배우들이 자신을 편하게 대해준 것이 매우 감사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레이스는 할리우드의 성배라고 불리는 만화책(comic book)의 각색을 이끌어 슈퍼 히어로의 주인공이 될 예정입니다. 해외 엔터테인먼트 뉴스 업체인 데드라인 할리우드(Deadline Hollywood)가 처음으로 그레이스의 <배트걸> 캐스팅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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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고니스트를 프로타고니스트로
조정이라는 종목을 통해 극한 경쟁의 세계를 다룬 <더 노비스>는 홍보 문구대로 <위플래쉬>의 박자 감각을 따라가며 <블랙 스완>의 내면 갈등을 묘사한다. 알렉스(이사벨 퍼먼 분)는 영화 후반부까지 프로타고니스트의 위치에서 관객의 공감을 유도하지만 후반부에서 알렉스가 팀 내에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알렉스가 결국에는 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는데 알렉스라는 캐릭터가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희한한 일이기도 하다. 알렉스는 지독하지만 조정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어보이거나 조정을 통해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려는 캐릭터가 아니다. 알렉스는 그저 자신이 갖고 태어나지 못한 재능을 갈망하며 노력으로 이기려고 하는, 승리 자체가 그 목적인 인물이다. <위플래쉬>의 앤드류(마일즈 텔러 분)나 <블랙 스완>의 니나(나탈리 포트먼 분)는 최고의 자리를 갈망했지만 내부로 침잠했던 반면 알렉스는 외부로 그 화를 돌린다. 재능에 대한 갈망이라는 목마름은 어느 분야에서든 최고의 재능을 가질 수 없는 많은 관객들에게(최고라는 단어가 수많은 이들 가운데 최정점에 이른 극소수를 이르는 말이니 대다수의 관객은 필연적으로 최고가 아닐 수밖에 없다)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다.
그럼에도 알렉스가 호감을 사기에 쉽지 않은 캐릭터임은 자명해 보인다. 알렉스는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하지도 않았고 조정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나 사연도 없다. 오히려 대통령 장학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자금난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고 조정에 대한 사연은 거의 비춰지지 않는다. 전공 또한 조정과는 거리가 먼 물리학이고 이마저도 본인이 가장 못하는 과목이기에 전공으로 선택했다는 희한한 답변을 내놓는다. 알렉스의 사연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최정점 그 자체를 향한 갈망에 천착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조교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시험 답안지를 가져가는 행동이나 단순히 잘난척하는 동급생이 보기 싫었다는 이유로 우등반을 떠나지 않고 최우등 졸업에 도전했다는 사연은 관객의 공감을 사기 어렵다. 영화 내내 무표정과 분노를 오가는 알렉스는 집착의 화신에 가깝다. 영화 초반부에는 이런 모습이 성실성으로 비쳐지기 때문에 관객의 응원을 얻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알렉스의 집착이 불러오는 파국에 관객은 어리둥절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은 여전히 최고의 위치에 서본 경험이 없는 이가 대다수이므로 알렉스의 시선에 공감하게 된다. 알렉스의 갈망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은 초조함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연출이다. 알렉스의 손가락 소리나 로잉 머신에서 기록을 확인하는 장면 등은 공포영화에 가깝게 표현됐다. 알렉스에게 있어 조정 대표팀에 든다는 것은 단순한 목표를 넘어 삶의 이유에 등치된다. 즐거운 학교 생활을 위해 조정 클럽에 가입하거나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가기 위해 조정을 하는 등 조정이 목적이 아닌 수단에 불과한 다른 조정 클럽원들과는 달리 알렉스는 조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취에 집착한다. 로잉 머신에서 연습하다가 요실금을 한 알렉스는 팀원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망상에 시달리기도 하고 첫 경기에서 지고 난 후에는 자신의 실수로 팀원이 졌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알렉스는 타인의 평가에는 민감하지만 팀원을 존중하지 못하는데 이는 조정 경기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드러난다. 운동에 재능을 타고난 제이미(에이미 포사이스 분)와의 포지션 경쟁에서 팀원들이 제이미와 경기할 때 더 열심히 노를 저었다고 믿는 알렉스는 공정하지 않았다고 열변을 토한다. 하지만 팀 스포츠라는 특성상 팀원의 존중을 얻는 것 또한 경쟁력의 일부라고 한다면 알렉스의 패배는 불공정의 결과가 아니다.
알렉스의 시선에서 공감을 유도하던 연출은 중반 이후 선로를 틀어 알렉스의 약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공정해 보이지 않던 경쟁은 알렉스의 성격적 결함에 따른 결과였을 뿐이고 팀원들의 적대감은 연출로 가릴 수 없을 만큼 눈에 띄게 드러난다. 영화 후반부에 이르러 호수 합숙훈련 기간이 다가오면 이제 알렉스의 문제점은 관객이 무시할 수 없는 정도로 발전한다. 누가 봐도 조정 실력이 아닌 팀 플레이를 확인하는 합숙 훈련은 즐거운 분위기를 띠다가 알렉스의 기록에 대한 문의로 삽시간에 반전된다. 기록을 재느냐고 다그쳐 묻는 알렉스에게 코치는 마지못해 싱글 기록을 잴 거라고 말해주지만 관객은 이미 알렉스가 호수 합숙훈련을 통과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알렉스가 대표팀에 들기를 응원하게 되는데 많은 관객이 끊임없는 갈망에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대통령 장학금을 받고 아침마다 홀로 싱글 보트 훈련을 할 만큼 성실한 알렉스가 대표팀의 자리 하나를 따내지 못하다니 가혹하지 않은가. 특히 극심한 경쟁에 시달리는 한국 관객에게 알렉스의 패배는 관객의 패배나 마찬가지다.
<더 노비스>가 혹여 한국에서 더 공감받는 영화라면 그 이유는 팀 활동 경험이 유독 적은 한국의 교육환경 탓일 공산이 크다. 팀 스포츠가 발달한데다 우수한 학생임을 증명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스포츠 클럽에서의 활동인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개인의 경쟁이 두드러지는 학업 경쟁력이 입시에서 우선순위가 된다. 따라서 팀 스포츠에 익숙하지 않고, 공산주의가 망한 이유를 알려면 대학생들의 팀 프로젝트를 보라는 말이 유행하는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알렉스에게 공감하기 쉽다. 팀이란 서로를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서로에 대한 존중은 필요하다는 제이미의 대사는 그래서 날카로운 지적으로 돌아온다. 제이미이기보다는 알렉스이기 쉬운 한국의 입시 환경에서 잉태된 아이들은 그래서 최고가 되지 못하고 최고에 대한 갈망만을 품게 된다. 나의 시선에서는 알렉스를 제외한 다른 팀원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쉽지만 타인이 보는 나는 알렉스와 비슷할 가능성이 더 높다. 특히나 입시에 대한 공정성이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지금 관객은 알렉스라는 안타고니스트를 프로타고니스트로 여기고 조정이 아닌 승리를 염원하는 알렉스를 응원하게 된다.
어두운 새벽 강에서 다른 팀원을 물 속으로 밀어넣고 번개가 치건말건 제이미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질주하는 알렉스를 보는 카메라는 마지막으로 알렉스의 공허함에 주목한다. 알렉스를 조용히 응원하던 관객은 결말에 이르러 묘한 서글픔을 경험하고 승리를 향한 비뚤어진 갈망이 낳은 허무함을 목도한다. <4등>을 비롯한 많은 영화에서 한국 사회의 비뚤어진 경쟁이 사회 구조의 문제만으로 묘사되어 왔지만 <더 노비스>는 그것만이 문제가 아님을 지적한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구조에 맞서 개인 또한 경쟁보다 공동체에 속한 개인으로서 경쟁 자체에 맞서야 함을 은유하는 <더 노비스>는 알렉스의 공허한 눈빛을 마지막으로 서사를 마무리한다. 알렉스를 프로타고니스트로 여겼던 관객은 이제 안타고니스트로 돌아온 알렉스의 눈에 비친 자기 자신을 독대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본 리뷰는 씨네랩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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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10월 첫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고 있습니다.외출하실 때 외투 꼭 챙기시고, 모두들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컴백홈> 개봉주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공조2: 인터내셔날> (-)▶ 4주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공조 2: 인터내셔날>이 700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 영화에서 3번째로 누적관객수 600만 명을 넘은 영화이며, <탑건: 매버릭>이 600만 관객을 넘어선 것보다 빠른 속도로 600만을 넘어섰습니다.
주말 동안 (10월 7일- 10월 9일) 관객 수 22만 3,649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52만 5,777명을 돌파하였습니다.
2. <인생은 아름다워> (▲1)▶ 이전보다 한 단계 상승한 2위를 차지한 <인생은 아름다워>. 흥겨운 노래와 감동적인 스토리와 함께 호평이 이어지며 흥행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 같다.
주말 동안 (10월 7일 ~ 10월 9일) 관객 수 16만 8,228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8만 71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정직한 후보2> (▼1)▶ 블랙코미디 영화로 주목을 받았던 <정직한 후보>의 관객 수가 약 2분의 1 정도 줄어들면서
주말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이번 주는 한 단계 더 낮아진 순위를 예상한다.
주말 동안 (10월 7일 ~ 10월 9일) 관객 수 13만 5,83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9만 5,450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21회 예측 이벤트는 <컴백홈>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컴백홈> 주말 스코어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컴백홈>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 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59%, 여성 41%로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3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그다음으로 20대, 40대, 50대, 10대 순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습니다.
▶한 주 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컴백홈>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30대 초반 남성과(169,596명)과 40대 초반 여성(163,061명)이었습니다.
또한 <컴백홈>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8.7%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컴백홈>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 떡잎 학교> (-)▶ 미스터리 장르로 관객을 모은 짱구 극장판이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관객을 모았습니다.
주말 동안 (10월 7일 ~ 10월 9일) 관객 수 12만 8,158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8만 9,21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스마일> (NEW)▶ 전 세계 호러 팬덤을 열광케 만든 영화 <스마일>. 판타스틱 페스트 개막작 상영 후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주말 동안 (10월 7일 ~ 10월 9일) 관객 수 3만 19,24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만 8,919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Smile>이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새로운 영화들이 개봉하여 기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던 영화들의 순위가 하락하였습니다.
주말 동안(10월 7일 ~ 10월 9일) <Smile>의 매출액은 17,600,000 (한화 약 250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 역시 동일합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9월 16일 ~ 2022년 9월 18일)1. <스마일> 1,760만 달러 (누적 4,989만 달러)2.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 1,150만 달러 (누적 1,150만 달러)3. <암스테르담> 650만 달러 (누적 650만 달러)4. <더 우먼 킹> 530만 달러 (누적 5,412만 달러)5. <돈 워리 달링> 347만 달러 (누적 3,845만 달러)...씨네픽의 10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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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7회 크리틱스 초이스 TV드라마 부문 <오징어 게임> 주요 3개 부문 후보선정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2022년 '제27회 미국의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의
주요 후보작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는 미국 방송영화비평가협회에서 선정하는 시상식으로
비평가들이 선정하는만큼 권위있는 시상식이라고 알려져있습니다.
올해 TV드라마 부문에 <오징어 게임>이 드라마 시리즈상, 드라마 시리즈 남우주연상(이정재),
그리고 외국드라마상의 총 3개 부문 후보에 올라서 화제가 됐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주요 부문 후보작들을 함께 살펴보실까요?
작품상
1.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 <틱,틱!..붐!>
3. <파워 오브 도그>
4. <듄>
5. <돈 룩 업>
6. <코다>
7. <리커리쉬 피자>
8. <킹 리차드>
9. <나이트메어 앨리>
10. <벨파스트>
▶ 정말 쟁쟁한 후보작품들이 많습니다. 얼마전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가 발표가 됐는데요. <듄>은 골든글로브에 이어 크리틱스 초이스에도 작품상 후보에 올랐으며,
아마 이번 아카데미/오스카의 작품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감독상
1. <리커리쉬 피자> (폴 토마스 앤더슨)
2.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온)
3. <듄> (드니 빌뇌브)
4.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티븐 스필버그)
5. <나이트메어 앨리> (기예르모 델 토로)
6. <벨파스트> (케네스 브래너)
▶정말 감독상 후보군들도 쟁쟁합니다. 주목할 점은 <파워 오브 도그>의 제인 캠피온 감독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감독상 재대결 매치입니다.
1993년에 <피아노>를 연출한 제인 캠피온 감독과 <쉰들러 리스트>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다시 만났습니다. :)
남우주연상
1. <시라노> (피터 딘클리지)
2. <맥베스의 비극> (덴젤 워싱턴)
3. <킹 리차드> (윌 스미스)
4. <틱, 틱!...붐!> (앤드류 가필드)
5. <파워 오브 도그> (배네딕트 컴버배치)
6. <피그> (니콜라스 케이지)
▶ 오랜만에 남우주연상 후보로 돌아온 <피그>의 니콜라스 케이지입니다. 피터 딘글리지 배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배우들이 오스카 후보나 오스카 수상의 전적이 있는 배우들인데요.
과연 이번 크리틱스 초이스에서는 어느 배우가 수상할지 기대가 됩니다.
여우주연상
1. <타미 페이의 눈> (제시카 차스테인)
2. <하우스 오브 구찌> (레이디 가가)
3. <잃어버린 딸> (올리비아 콜먼)
4. <빙 더 리카르도> (니콜 키드먼)
5. <리커리쉬 피자> (알레나 하임)
6. <스펜서> (크리스틴 스튜어트)
▶<리커리쉬 피자>의 알레나 하임 배우가 수상을 할지 기대가 되는데요. 후보에 오른 배우들이 모두 상을 받을 만한 자격과 실력이 있지만,
씨네랩의 예상으로는 <하우스 오브 구찌>의 레이디 가가의 수상이 유력하지 않나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남우조연상
1. <벨파스트> (제이미 도넌)
2. <빙 더 리카르도> (J.K 시몬스)
3. <하우스 오브 구찌> (자레드 레토)
4. <벨파스트> (키어런 하인즈)
5. <파워 오브 도그> (코디 스밋 맥피)
6. <코다> (트로이 코처)
▶ <파워 오브 도그>의 코디 스밋 맥피는 정말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쟁쟁한 남우조연상 후보 중에서 <벨파스트>의 2명의 배우들이 후보에 올랐네요.
남우조연상 수상도 <벨파스트>의 배우 중 한명이 수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우조연상
1. <벨파스트> (커트리나 발프)
2.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아리아나 드보스)
3. <킹 리차드> (안저뉴 앨리스)
4. <파워 오브 도그> (커스틴 던스트)
5.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리타 모레노)
6. <매스> (앤 다우드)
▶여우조연상 후보는 꽤 낯선 배우들이 많아보이지만, 올해 모두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훌륭한 배우들입니다.
씨네랩은 조심스럽게... <파워 오브 도그>의 커스틴 던스트의 수상을 예측해봅니다.
앙상블 연기상
1. <벨파스트>
2. <돈 룩 업>
3. <파워 오브 도그>
4.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5. <리커리쉬 피자>
6. <더 하더 데이 폴>
▶ SAG의 앙상블 연기상처럼 크리틱스 초이스에도 연기 앙상블상이 있네요. 아무래도 배우들의 합을 주요 수상 기준으로 보는 바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는 작품이 수상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벨파스트>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수상 가능성이 높을 것 같네요 :)
각본상
1. <리커리쉬 피자> (폴 토마스 앤더슨)
2. <돈 룩 업> (애덤 맥케이, 데이빗 시로타)
3. <벨파스트> (케네스 브래너)
4. <킹 리차드> (자흐 바일린)
5. <빙 더 리카르도> (애런 소킨)
▶ 감독들은 본인이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죠? 봉준호 감독도 대표적인 케이스이구요.
<리커리쉬 피자>의 폴 토마스 앤더슨도 천재 감독이자 각본가로 유명한데요. 폴 토마스 앤더슨 VS 애런 소킨 VS 애덤 맥케이의 삼파전이 예상됩니다.
각색상
1.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온)
2. <잃어버린 딸> (매기 질렌할)
3.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토니 커쉬너)
4. <듄> (존 스파이츠, 드니 빌뇌브, 에릭 로스)
5. <코다> (시안 헤더)
▶올해는 <파워 오브 도그>가 평단의 엄청난 칭찬을 받으며 올해 영화의 다크 호스로 평가 받습니다.
<파워 오브 도그>의 제인 캠피온 VS <잃어버린 딸>의 매기 질렌할 감독이 대결이 눈에 띄는데요. 아! <듄>의 드니 빌뇌브 감독도 있네요. 각색상 후보군들도 정말 쟁쟁해서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외국어 영화상
1. <드라이브 마이 카> (일본)
2. <신의 손> (이탈리아)
3. <플리> (덴마크)
4.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프랑스)
5. <A 히어로> (스페인)
▶ 올해 외국어영화상 후보도 정말 쟁쟁합니다. 가장 주목할만한 영화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인 것 같습니다.
올해 정말 많은 평단과 관람객의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외국어영화상까지 수상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씨네랩의 전신인 하이,스트레인저의 공동배급 작품입니다. 정말 자랑스럽고 기쁜 소식입니다! :)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 중에 있으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크리틱스 초이스 외국어 영화상의 수상도 간절히 기대해봅니다!
<오징어 게임> TV드라마 부문 총 3개 부문 후보
▶마지막으로 올 한해 전세계 콘텐츠 시청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자랑스런 대한민국 콘텐츠 <오징어 게임>의 크리틱스 초이스 후보 선정 소식입니다.
크리틱스 초이스는 영화 뿐만 아니라 TV드라마 부분의 수상도 진행되는데요. <오징어 게임>이 바로 드라마 시리즈상, 드라마 시리즈 남우주연상 (이정재), 외국 드라마상 등 총 3개 부문에 올랐습니다.
정말로 축하드리며. 1월 9일 수상도 간절히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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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나병의 영화정보 #8? ?영화 제작사가 궁금하다고?!?
?씨나병의 영화정보 #8? ⠀ ?여덟 번째 주제? ⠀ ?영화 제작사가 궁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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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정우, 김남길 주연 범죄 스릴러 "브로큰" / 동생이 살해된 밤의 비밀 / 적절한 액션과 반전이 살아있는 결말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브로큰"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따로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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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빅토리> 티저 예고편
빅토리적 사고 💭 세상이 멸망해도 우리는 "춤"춘다💃. 모두를 들썩이게 할 #빅토리 티저 예고편 대공개🎶 이혜리 X 박세완 X 이정하 X 조아람 🍿 [빅토리] 8월 14일 극장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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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로스트 도터> 어워즈 예고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올리비아 콜맨 주연 [로스트 도터] 어워즈 예고편 최초 공개! 전 세계 37관왕 베니스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 아카데미시상식 각색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후보! "이 영화는 대단한 업적이다" 극찬에 극찬을 이어가는 걸작 [로스트 도터] 7월 14일 대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