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6-24 10:14:03
6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1조원 넘긴 올해 최고 흥행작 <인사이드 아웃2>
<인사이드 아웃2>가 전 세계 총매출액 1조원을 넘기며 올해 최고 흥행작에 올랐습니다.
국내는 개봉 2주차 400만 명을 넘겼고, 북미 누적 매출액 3억 돌파, 북미 외 전세계에서 7억 달러를 넘기며
기록 경신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수요일 개봉 관례를 깨고 금요일 개봉한 <하이재킹>은 48만 명의 관객 수를 모으며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고,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원더랜드>를 밀어내고 3위에 올랐습니다.
한편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나쁜 녀석들: 라이드 오어 다이>가 장기 흥행을 이어가며 2위,
조디 코머, 오스틴 버틀러, 톰 하디 주연의 미국 중서부 오토바이 바이크 모임의 이야기를 다룬 <더 바이크라이더스>가 3위에 올랐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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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로운 순간을 담은 영화 8선
영화… 좋아하세요?
당연한 말이지만, 저는 참 좋아하는데요.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 중 가장 마지막 단계가 바로 ‘영화를 찍는 것’이라 말했던 프랑수아 트뤼포처럼
바로 여기, 영화를 사랑하다 못해 직접 영화를 찍기로 결심한 이들이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활동했던 영화 연구소를 담은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부터
곧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싱글에이트>까지!
온 힘을 다해 영화를 찍고, 사랑한다고 외쳤던 이들을 담은 영화 8편을 준비했습니다.
이 영화들을 보고 나면 문득 여러분도 영화를 찍고 싶어질지도 몰라요!
줄거리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금요일 방과 후. 학교 최고의 인기인 키리시마가 배구부를 그만뒀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평온했던 교내가 술렁이기 시작한다. 배구부원들과 친구들은 혼란에 빠지고, 서서히 이들의 감정에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그러던 중 키리시마와는 가장 먼 존재였던 영화부 마에다가 움직이게 되고, 이야기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줄거리
난생처음 극장에서 스크린을 마주한 순간부터 영화와 사랑에 빠진 소년 ‘새미’. 아빠 ‘버트’의 8mm 카메라를 들고 일상의 모든 순간을 담기 위해 열중하던 새미는 우연히 필름에 포착된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되고 충격에 휩싸인다.
진실을 비추는 필름의 힘을 실감한 새미에게 크고 작은 삶의 변화가 일어나고 엄마 ‘미치’의 응원으로 영화를 향한 열정은 더욱 뜨거워져만 가는데…
줄거리
시대극 찐 팬으로 영화감독을 꿈꾸는 고교생 ‘맨발’. 영화 동아리에서 자신이 기획한 <무사의 청춘>이 탈락되자 직접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절친 ‘킥보드’, ‘블루 하와이’와 드림팀을 결성한다.
우연히 극장에서 만난 미래에서 온 의문의 소년 ‘린타로’를 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한 ‘맨발’은 꿈에 그리던 촬영을 시작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는데…
줄거리
1978년 스타워즈를 보고 흥분한 고등학생 히로시와 그의 절친 요시오, 사사키는 8mm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카메라 가게 직원의 제안으로 ‘시간 역행’을 주제로 한 SF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오랜 짝사랑인 나츠미를 여주인공으로 내세우려는 히로시의 열의와 함께, 학교 축제에서 상영을 목표로 이들의 청춘 가득한 영화 만들기가 시작된다.
줄거리
90년대 초, 시네필들의 공동체인 '노란문 영화 연구소' 회원들이 30년 만에 다시 떠올리는 영화광 시대와
청년 봉준호의 첫번째 단편 영화를 둘러싼 기억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영화
줄거리
황홀하면서도 위태로운 고대 도시, '바빌론'에 비유되던 할리우드.
'꿈' 하나만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이를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강렬하면서도 매혹적인 이야기
줄거리
1931년 프랑스 파리의 기차역, 역사 내 커다란 시계탑을 혼자 관리하며 숨어 살고 있는 열두 살 소년 휴고.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휴고에겐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고장 난 로봇 인형만이 가진 전부다. 아버지의 숨겨진 메시지가 있을 거라 믿으며 망가진 로봇 인형을 고치려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휴고는 어느 날 인형 부품을 훔쳤다는 이유로 장난감 가게 주인 조르주에게 아버지의 수첩을 뺏기고 만다.
조르주 할아버지의 손녀딸 이자벨의 도움으로 로봇 인형의 설계도가 담긴 아버지의 수첩을 되찾으려는 휴고는 떠돌이 아이들을 강제로 고아원에 보내는 악명 높은 역무원의 눈에 띄게 되고, 애타게 찾던 로봇 인형의 마지막 열쇠를 가지고 있던 건 다름 아닌 이자벨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줄거리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영화감독 ‘살바도르 말로’. 약해진 몸과 마음으로 활동을 중단한 채 지내고 있다.
그는 32년 만에 자신의 영화를 다시 보게 되고, 미워했던 주연 배우 ‘알베르토’를 오랜만에 찾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와 조우하게 되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되는데..
강렬했던 첫사랑, 찬란했던 욕망, 괴로웠던 이별, 가장 솔직한 거장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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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마침내 돌아온 영웅들
1. '슈퍼맨(헨리 카빌)'의 비명 소리가 온 세상에 울려 퍼진다. 지구의 모두가 슬픔에 잠긴 사이 '배트맨(벤 에플렉)'과 '원더우먼(갤 가돗)'은 앞으로 닥쳐올 위기를 직감한다. 지구의 수호자가 죽었음을, 자신을 저지할 최후의 보루가 사라졌음을 깨닫고 행성을 파괴할 무기 '마더 박스'를 차지하기 위해 지구를 침공할 '스테픈울프(키어런 하인즈)'와 그 흑막인 '다크사이드(레이 포터)'의 존재를 눈치챈 것이다. 이에 그들은 슈퍼맨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의 유지를 지켜내기 위해 새로운 영웅인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과 '사이보그(레이 피셔)', '플래시(에즈라 밀러)'를 찾아 나선다.
팬들의 큰 기대 속에 마침내 공개된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에 대해 영화 리뷰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의 평론가들은 다음과 같은 총평을 내렸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감독의 비전에 맞게 확장되는 거대한 장면들로 제목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며, 이 영화가 존재할 수 있도록 노력한 팬들을 만족시킨다(Zack Snyder's Justice League lives up to its title with a sprawling cut that expands to fit the director's vision -- and should satisfy the fans who willed it into existence)."
평가대로 팬들이 만족할 장면, 확장된 거대한 장면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잭 스나이더 특유의 슬로 모션에 담긴 각 히어로의 능력과 역할을 최대한으로 부각하는 액션,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의 연장선상에 위치한 Junkie XL의 음악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1.33 대 1의 화면비율을 통해 전달되는 감독 특유의 다크한 영상에는 수많은 스펙터클과 상징들이 빼곡하다. 기존에 <어벤져스> 속 히어로들의 코스튬만 바꾼 듯 보였던 등장인물들도 커진 분량 안에서 각각의 개성과 매력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 새롭게 디자인된 빌런들 역시 거대한 위압감을 선사하며 선과 악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유지한다.
2. 그렇다면 이 환상적인 볼거리들, 거대한 컷들이 성공적으로 구현해냈다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비전은 과연 무엇일까? 이 답을 찾기 위해서는 잠시 시선을 전작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영화가 슈퍼맨이 둠즈데이에게 찔려 사망하는 <배트맨 대 슈퍼맨>의 결말로부터 곧장 이어지는 만큼, <배트맨 대 슈퍼맨>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를 이해할 때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가 갖는 진짜 의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분노로 시작한다. 가장 사랑하는 친구 파트로클로스를 잃은 아킬레우스는 그 분노를 거름 삼아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를 죽인다. 그의 시체를 전차로 끌고 다니며 모욕한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자신의 막사를 찾아온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를 만난 그는 변한다. 프리아모스의 용기와 부성애에 감명받은 그는 역시 아들을 사지에 내보낸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낀다. 이에 아킬레우스는 그리스와 트로이의 휴전을 제안하고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주며, '일리아스'는 헥토르의 장례식으로 끝난다.
'일리아스'의 흐름을 <배트맨 대 슈퍼맨>은 정확히 따른다. 고담시의 수많은 범죄자와 맞서 싸우다가 가장 친한 친구인 로빈을 잃은 배트맨. 그는 어느 날 하늘에서 나타나 도시를 파괴하는 슈퍼맨을 보며 그동안 쌓아온 분노를 폭발시킨다. 이에 그는 슈퍼맨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그의 발목에 줄을 묶어 온갖 고통을 준 끝에 그를 죽이려고 한다. 그러나 단지 죽여야 할 대상으로 보던 슈퍼맨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목격한 그는 먼저 세상을 떠난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리며 슈퍼맨과 휴전하고, 더 큰 위험인 둠즈데이에 맞서 싸운다. 그리고 전투에서 사망한 슈퍼맨의 장례식에서 저스티스 리그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3. 약간의 순서만 바뀐 채 일리아스의 서사를 반복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나면 <배트맨 대 슈퍼맨>이 <저스티스 리그>를 위해 남긴 두 개의 주춧돌을 알아볼 수 있다. 하나는 <배트맨 대 슈퍼맨>이 사실상 분노에 가득 찼던 배트맨이 아킬레우스처럼 인간성을 되찾아 가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배트맨의 대적자였던 슈퍼맨은 헥토르와 프리아모스가 보여줬던 것처럼 사랑, 희생, 용기와 같은 고결한 인간성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슈퍼맨의 죽음을 계기로 배트맨이 저스티스 리그를 만든다는 결론은 곧 인간다움을 잃게 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는 단독 영화에서 언제나 사랑의 힘을 강조했던 원더우먼이 배트맨과 함께 하기로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로 돌아와 보자. 새로운 <저스티스 리그>가 기존 버전으로부터 가장 차이를 보이는 대목은 세 명의 히어로, 아쿠아맨, 플래시, 사이보그의 서사가 보충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잭 스나이더 감독이 전작부터 만들어 온 큰 그림이 온전해진 결정적인 이유다. 왜냐하면 세 히어로는 비록 정도는 다를지언정 전작에서의 배트맨처럼 제각기 분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아쿠아맨은 자신을 버리고, 신경을 쓰지 않은 어머니이자, 아틀란티스의 왕 아틀라나에게 분노해 아틀란티스의 일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억울하게 쓴 누명을 풀기 위해 범죄학을 공부하는 플래시는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는 그에게 크게 실망한다. 사이보그 역시 일하느라 바빠서 자신의 미식축구 경기에 오지 않고, 어머니와 자신의 교통사고도 막지 못한, 심지어 자신을 끔찍한 기계와 결합시킨 아버지를 향한 분노를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배트맨과 원더우먼을 만나며 그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간다. 분노와 실망감을 떨쳐내고 슈퍼맨이 상징하는 인간에 대한 희망, 그리고 그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아틀란티스가 스테픈 울프에게 공격당한 후 아틀란티스인들의 간청으로부터 그들의 절실함을 느낀 아쿠아맨은 슈퍼맨의 유지를 받들겠다던 배트맨을 떠올리고, 어미니의 오지창과 함께 그에게 합류한다. 플래시는 화만 유발하던 "너만의 미래를 만들어라"라는 아버지의 말로부터 세상을 구할 기회를 잡는다. 사이보그는 아버지의 희생을 눈앞에서 목격하며 그의 사랑을 깨닫고, 그가 기대대로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한 영웅의 길을 걷는다. 이처럼 새로운 <저스티스 리그>는 <배트맨 대 슈퍼맨>의 결말로부터 곧장 이어지면서 전작의 서사를 계승함과 동시에 더욱 확장시킨다.
4. 그렇기에 잭 스나이더의 촬영본 중 4분의 1 가량만 활용된 조스 웨던 감독의 기존 <저스티스 리그>에서 각각의 플롯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고, 영화의 짜임새가 부족해 보였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가족사로 인해 중간에 하차했던 2017년의 <저스티스 리그>는 각 히어로의 서사가 부족하고, 6명의 히어로가 하나의 팀으로 묶이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으며, 슈퍼맨의 부활을 비롯해 중요한 에피소드들이 짜임새 있게 구성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에 5명의 히어로가 슈퍼맨을 바라보며 인간에 대한 분노와 실망, 그로 인한 비인간적인 면모로부터 벗어나는 서사로 연결된 이번 작품은 다르다. 그들만의 힘으로는 지구와 모든 인간을 말살하겠다는 스테판 울프를 막을 수 없었던 이유, 그들이 인간의 고결함과 희망의 상징인 슈퍼맨을 되살려야겠다고 결심한 계기, 히어로인 슈퍼맨보다 한 인간인 클라크 켄트를 잊지 않았던 로이스 레인이 부활한 그를 설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전개 등은 큰 그림 안에서 물 흐르듯 유려하게 이어진다.
이처럼 '일리아스'와 <배트맨 대 슈퍼맨>의 이야기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반복, 변형하는 각 인물의 서사와 플롯이 제자리를 찾아 가자 잭 스나이더의 비전은 화려한 액션과 Junkie XL의 웅장한 사운드트랙과 더불어 큰 전율을 선사한다. 이에 더해 로이스 레인을 잃고 분노로 타락해 지구를 파괴한 슈퍼맨에 맞서 조커를 비롯한 빌런과도 손잡은 배트맨이 등장하는 에필로그는 반복, 변형, 확장되던 히어로들의 이야기가 전복될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대케 하며 취소된 속편에 대한 아쉬움과 일말의 희망을 동시에 자아낸다.
5. 물론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에는 엄연히 한계가 있다. 우선 상술했듯이 전작인 <배트맨 대 슈퍼맨>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에 미리 관람하지 않은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2017년에 개봉한 저스티스 리그를 보지 않은 관객의 입장에서도 어떤 장면이 편집되었고, 어떠한 내용이 달라졌는지를 비교하는 재미가 하나 줄어든다.
슬로 모션이 남발되는 경향은 호불호가 갈릴 여지를 남기고, 개그 씬처럼 흐름을 끊는 장면들이 있다 보니 총 6개의 에피소드와 한 개의 에필로그로 구성된 4시간 2분의 분량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플래시가 아이리스 웨스트를 구하고, 사이보그가 자신의 능력을 하나씩 시험해보는 것과 같이 영화 전개에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 장면들도 리듬을 잡아먹는다. 또한 배트맨의 악몽, 빌런들의 집합인 인저스티스 리그를 만들려는 렉스 루터의 음모, 새로운 캐릭터인 마션 맨헌터의 등장 등은 DC 영화와 코믹스 팬들이 아니라면 흥미를 느끼기 어려운 사족처럼 보일 수 있다.
6. 한편 영화 외적으로도 주목할 지점이 있다. 사실 제작 도중에 교체된 감독의 촬영본으로 완전히 재편집한 영화가 공개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DVD나 블루레이를 출시할 때 감독판 혹은 확장판을 공개하는 것과는 또 다른 경우다. 이는 소비자인 팬덤의 강력한 요청과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며, 앞으로의 반응에 따라 소비자와 제작자의 역학 구도가 뒤바뀌는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수 있다.
특히 스티븐 스필버그, 크리스토퍼 놀란과 같은 스타 감독이 아니라면 편집권이 제한되어 감독의 구상이 온전히 발현되기 힘든 할리우드 시스템에 균열이 가해진 사례라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영화 팬들에게 상업적인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도 단지 트렌드를 쫓는 것 대신 다양한 색깔을 지닌 감독들의 비전이 온전히 빛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심어주는 것이다. 그 결과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몇몇 두드러진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탕자로서 수많은 팬들에게 축제나 다름없는 귀환을 알린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고대하던 잭 스나이더와 DC의 명예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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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긍정의 농도, <어나더 라운드>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담겨 있습니다.
어나더 라운드 Another Round 2020
덴마크 | 116분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
긍정의 농도, <어나더 라운드>
<어나더 라운드>는 '결핍'에서 출발한다. '부족하다', '사라졌다', '무언가가 없다'란 의미로는 결핍을 설명할 수 없다. 결핍은 단순히 뭔가를 잃었다며 슬퍼하는 감정 따위가 아니다. 인간에게 결핍은 갖고 있던 것을 자기 자신을 포함해 타인에게 빼앗겨 더는 가질 수 없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마치 이미 내뱉은 숨을 다시 빨아들이려는 시도와 같달까. 분명 있었지만 없고, 당연하다 여긴 마음을 질책하는. 자의든 타의든 '나'를 지탱하던 힘이 사라진 자리를 상실로 채우는 게 바로 결핍이다. 결핍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따라 삶의 과정과 끝이 달라진다.
여기 삶의 의미를 잃은 중년 남성 사인방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선생님들이란 점이다. 그들은 모든 사람에게 학생들의 불량한 수업 태도보다 선생님으로서 가져야 할 카리스마와 수업 역량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직업적인 문제는 사실 부가적인 사항에 속한다. 역사를 가르치는 마르틴(매즈 미켈슨)과 체육 선생님인 톰뮈, 심리학 선생님 니콜라이, 음악 선생님 페테르가 가진 진짜 결핍은 '나'란 껍데기 안에 숨긴, '삶의 가치관과 신념이 명확했던 과거를 과거로 둔 자아'에 있다.
출처: 영화 <어나더 라운드> 스틸컷 (다음)
그 자아는 기본적으로 지루하다. 아니 열정도 자존감도 차갑게 식어 지루해졌다.
마르틴의 아내는 그에게 "처음 만났을 때의 마르틴은 아니야"란 말로 그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가끔 열정이 없어 보인다는 학생의 말에 바로 받아치지 못한 건, 가장 가까운 사람인 아내한테도 항변하지 못한 이유와 다를 바 없다. 마르틴의 결핍은 무관심과 현실 타협의 교집합으로 탄생했고, 스스로 가정에서조차 웃음 한 번 짓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는 지루하다는 말을 넘어 자신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한탄한다. 그리고 욱한 마음에, 될 대로 되란 심보로 술병을 학교에 반입한다. 니콜라이의 생일날 들었던,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는 이론(스코르데루의 가설)을 직접 실행하기 위해서.
마르틴은 술 한 모금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한 채, 수업에 들어간다. 결과는 대만족.
180도 달라진 마르틴에, 친구들은 물통에 물이 아닌 술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들은 분명한 목적과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을 명시하며 얼토당토않은 실험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가치 있는 연구'로 탈바꿈한다. 삶을 다시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란 의미부여도 빠지지 않는다. 철없는 어른들의 일탈이 영화 첫 장면에 등장하는 젊음의 상징(호수 경기)과 대비되는 건 당연하다. 시간을 족쇄라 탓하는 전자와 인생 자체를 열정과 생기로 가득 채운 후자는 다르니까. 물론 <어나더 라운드>가 건넨 젊음이란 키워드는 나이를 의미하지 않는다.(영화가 제시한 젊음은 첫 장면에서부터 명확히 풀이된다.)
출처: 영화 <어나더 라운드> 스틸컷 (다음)
이성의 끈인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기와 변화의 주인공, 술병을 옆구리에 낀 채로 세상 당당하게 학교와 집에 출근하는 네 명의 중년 남성. 재미있고 어느 때보다 생기 넘친 삶을 살게 된 이들은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놀라게 한다. 오래전부터 남편이 가족에게 마음을 닫았다고 생각했던 마르틴의 아내 역시 마르틴의 입가에 도는 웃음에 행복한 눈물을 흘린다. 마르틴은 비로소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가족에게 무심했으며, 오랫동안 외로움과 무력감에 젖어있었음을 깨닫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술을 통해서 말이다.
육아의 덫에 빠진 니콜라이, 이혼한 뒤 살아있기에 사는 톰뮈,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페테르까지, 회의감과 알 수 없는 패배감에 절여있던 친구들은 다시 널뛰는 심장박동에 취해 조금씩 선을 넘기 시작한다. 물론 이 역시 '연구를 위한' 정직한 목적의식에서 출발한다. 음주를 건강한 자아 찾기를 위한 실험으로 속인 학교 선생님들의 만행은, 결핍을 채우겠단 목적 아래 방향을 잃고 한 명씩 제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더 큰 결핍을 만들어낸다. 마치 모든 걸 집어삼키는 블랙홀처럼.
출처: 영화 <어나더 라운드> 스틸컷 (다음)
새로운 자극이 위험한 칼날이 되는 순간.
<어나더 라운드>는 네 명의 인물이 기존에 각자 갖고 있던 결핍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궁극의 카타르시스와 진정한 해방을 경험하기 위해 농도 측정기를 버리고 술을 제한 없이 마셨던 친구들은 알코올 중독이란 기로(현실)에 놓이게 된다. 그 결과 그토록 끈끈하게 뭉쳐 진행했던 연구는 주변인들의 신뢰와 함께 끝없이 하늘 위로 비상하던 풍선이 펑! 터지면서 막을 내린다.
결핍이 강력한 독이 되는 순간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괜히 우리가 '가슴 한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다', '가끔 외롭고 무력해 우울하다', '밥을 맛있게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와 같은 철학적이면서도 순식간에 사람을 무너지게 하는 감정적인 말에 익숙할까. 중요한 건, 너무 늦지 않게 원래 자신의 트랙으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그들은 정확히 0.05%를 유지했던 날을 되짚어보며 무엇이 자신들을 다시금 힘차게 일어나게 했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그러니까 그들을 다시 움직이게 한 '결정적 전환점'을 찾아야 한다.
'인생을 사는 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출처: 영화 <어나더 라운드> 스틸컷 (다음)
정말 0.05%의 술기운이었을까. 용기, 희망, 설렘, 흥분, 재미, 벅참은 아니었을까.
그동안 잊고 있었던 수많은 날것의 감정이 아니었을까. 잃어버렸던 삶의 목적, 나아가 키에르케고르의 말처럼 꿈일 수도 있다. 젊음은 꿈이며 사랑은 꿈의 내용이란 그의 말은, 누구나 언제든 젊음을 가질 수 있단 얘기니까.
우린 늘 결정하고 선택한다. 그리고 책임진다. 결정과 선택이 출발점이라면 책임은 종점이다.
'다시 출발할 수 있는' 종점. 그렇기에 책임지는 일은 성장한다는 의미이고,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는 희망을 뜻하며, 더 큰 의미로 삶의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웃집 앞에서 이마에 피를 흘린 채 잠에서 깬 마르틴과 침대에 어린 아들처럼 오줌을 싼 니콜라이가 마주한 책임은 알코올 중독자가 돼버린 톰뮈에게 주어진 책임과는 달랐다. 그러나 그들은 함께 추락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톰위가 추락을 멈추는 법을 택하지 않았을 뿐이다. 톰위의 자살은 알코올 중독자의 어두운 미래 중 한 예로 극단적이며 자극적이지만, 영화가 건넨 표면적인 메시지에 불과하다. 비슷해 보이는 인생은 있어도 똑같은 사람은 없는 법이다. 누군가의 결말은 될 수 있지만, 그게 나인 이유는 없는 것처럼.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치고 아내에게 용서해 달라고, 사랑한다고 고백한 마르틴의 용기가 마음을 찡하게 만드는 건 <어나더 라운드>가 준 0.05%의 진짜 힘이다. 우아하면서도 격정적인 그의 춤이 완벽한 노래와 만나 한 편의 짧은 뮤지컬로 펼쳐질 때 우린 마르틴을 감싸고 있는 긍정의 농도가 딱 0.05%란 사실을 눈치챈다. 각자에게 필요한 긍정의 농도가 있으며 이를 찾아가는 과정이 삶을 제법 풍요롭게 할 거란 기분 좋은 예감까지 더하고 나면, <어나더 라운드>의 엔딩은 완성된다.
출처: 영화 <어나더 라운드> 스틸컷 (다음)
기본적으로 결핍은 허무와 고독을 동반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오기를 가슴 깊숙이 불어넣어 외면하거나 회피할 수 없게 만든다. 완생이란 목표를 가진 인간을 끊기지 않는 트랙에 던져놓는 것이다. 그 안에서 우린 이 모든 질주가 '선택과 책임의 쳇바퀴'란 사실을 깨닫고, 이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게 아닐까. 마지막 기회란 말은 없다. 잃은 것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고, 얻은 것을 언제든 잃을 수 있다고 여기는 자에게만, 결핍은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무기로 기능할 것이다. 긍정의 농도를 조율하듯이.
<어나더 라운드>는 알코올 중독에 한정된, 머물러 있는 단순한 작품이 아니다.
따라서 누구에게나 필요한, 좋은 영화다.
멋진 인생, 멋진 밤. 이 얼마나 멋진 여정인가. 남들이 하는 말은 집어치워.
난 지금 너무 황홀해. 왜냐면 난 지금 터지고 있으니까.
-'What A Life'_Scarlet Pleasure (마지막 엔딩 삽입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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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겨진 명작] 권력의 뒷면을 가감 없이 드러낸 명작
바이스
감독 아담 맥케이
출연 크리스찬 베일
네이버 평점 : 8.50 / 10 (네티즌 평점 기준 참여인원 300명)
왓챠 평점 : 3.7 / 5 (참여인원 4175명)
개인 평점 : ★★★★★ (5 / 5)
바이스 리뷰 3줄 요약
1. 미국 정치에 관한 블랙 코미디 영화
2. 아카데미 8개 골든글로브 6개 노미네이션으로 작품성, 연기력 등 모두 검증된 영화
3. 쿠키 영상 있음
<바이스>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바이스>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마지막은 만우절 포스터
Vice
1. 악덕, 부도덕, 악(opp. virtue); 비행, 부패, 타락 행위; 악습, 악벽(惡癖)
2.(조직·제도·문체·성격상의) 결함, 약점
Vice-president
1. 부통령
네이버 영어사전Vice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 제목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미국 부통령 딕 체니의 이야기라는 것
두 번째는 부도덕적이고 부패한 정치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영화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후 부시 대통령으로 축약) 집권 당시 부통령으로 활동했던 딕 체니라는 인물에 대한 영화이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미국 정치에 대해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딕 체니라는 이름조차 처음 들어봤었다.
이때까진 이렇게 파국으로 치닫는 영화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지....
표면적으로는 딕 체니의 생애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사실 딕 체니의 미국 정치 대 환장 파티를 보는 느낌이다.
본격적으로 내용을 소개하기에 앞서 감독과 배우들을 살펴보면
감독은 아담 맥케이로 전작 빅 쇼트에서도 미국을 금융위기로 몰아넣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역시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전적이 있다.
보통 정치, 경제 관련 내용은 기반 지식이 없으면 어렵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은데
아담 맥케이 감독은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으로 영화 속에 내레이션을 첨가하여 영화 진행 도중에 어려운 용어나 관련 지식들을 친절히 설명해준다.
바이스에서도 역시 완전히 같은 방식의 연출이었으며 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아담스, 스티브 카렐은 전작 빅 쇼트에서도 출연했던 배우들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 외에도 쓰리 빌보드에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셈 록웰이 합류하며 짱짱한 배우 진을 자랑했는데
사실 빅 쇼트 때 라이언 고슬링에 브래드 피트까지 출연했던걸 생각하면 배우 섭외력이 미쳐 날뛰는 감독이 아닐까 생각된다.
화려한 배우진과 검증된 감독 외에 바이스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점은 바로 아카데미 분장상 수상이다.
물론 훌륭한 배우들이 소름 돋는 연기력을 뽐내고 있는 것도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주지만
현실과 구분이 안될 정도의 분장은 이 영화가 실화라는 점을 강하게 인지시킨다. 영화 중간중간에 실제 연설 장면들을 넣어두었는데 몇몇 장면은 전혀 구분할 수 없었다.
아래 주요 출연 배우들의 사진과 실제 인물사진을 직접 보고 비교해보면 얼마나 대단했는지 한눈에 보인다.
특히 부시 대통령 역할의 샘 록웰은 부시 대통령이 직접 와서 찍었다고 했어도 믿었을 정도의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딕 체니 / 크리스찬 베일 [출처: 구글 이미지]
조지 W. 부시 / 샘 록웰 [출처: 구글 이미지]
린 체니 / 에이미 아담스 [출처: 구글 이미지] 도널드 럼즈펠드 / 스티브 카렐 [출처: 구글 이미지]
그 외 배우들과 실제 모습 / 부시 행정부 주요 인사 [출처: 익스트림 무비]
그 외 배우들과 실제 모습 / 딕 체니의 두 딸 [출처: 익스트림 무비]
할리우드 대표 고무줄 몸매로 유명한 크리스찬 베일은 역시 이번에도 큰 체중 변화로 완벽히 딕 체니가 될 수 있었는데 이제 살을 찌우고 삭발하는 건 기본 세팅인가 보다.
이전에도 아메리칸 허슬에서 20KG을 찌우고 탈모 있는 졸부 역할을 하더니 이 형은 맛 들인 게 분명하다.
바이스 촬영 직후 모습 / 최근 골든 글로브 시상식 모습 [출처: 구글 이미지]
심지어 이번 촬영 때는 5번의 심장마비를 겪은 딕 체니를 연기하기 위해 심장마비에 대해서 분석해두었다가 촬영 도중 감독인 아담 맥케이에게 자세히 설명해주었는데
감독이 실제로 운동 중에 이상한 증상을 느끼고 크리스찬 베일의 설명이 떠올라 빠르게 병원으로 가는 덕에 위험을 피했다고 하니 그의 치밀한 연기 준비가 어디까지 뻗어나가는 건지 무서울 지경이다...
이렇듯 맛깔난 연출과 싱크로율 100%의 분장, 혼을 갈아 넣은 듯한 연기로 완성된 바이스에 대해 본격적으로 리뷰를 시작해본다.
※스포 주의※
(약 스포) 바이스 메인 예고편
(이후 이어지는 내용에는 무자비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작성자의 생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이스는 크게 2개의 챕터로 나뉜다. 딕 체니의 생애를 다룬 영화 전반부와 부통령직을 제안받으면서 시작되는 후반부이다.
첫 번째 챕터를 보고 나면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오는데 이후 후반부 스토리는 거대한 쿠키 영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때문에 영화관 포스터에는 바이스에 2개의 쿠키 영상이 있다고 적어두었더라.
후반부까지 모두 끝난 뒤 나오는 진짜 쿠키 영상 또한 영화의 핵심적인 내용을 품고 있어서 다 보고 나면 매우 알차게 관람한 느낌이 든다.
사실 부통령이 되기 이전의 딕 체니는 꽤나 괜찮은 인물처럼 비친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전형적인 입지전적인 인물이랄까.
그는 고등학교 시절 잘 만난 여자 친구를 따라 예일대에 입학했으나 방탕한 생활로 두 번의 낙제와 함께 학교를 그만둔다.
이후 전봇대에 올라타 일하며 하루 벌고 하루 사는 엉망진창인 딕 체니의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만나 결혼까지 이어진 아내 린 체니가 그런 딕 체니를 바꿔놓았다.
사실 딕 체니가 처음에 정치에 입문해서 권력과 명예를 얻은 것은 대부분 린 체니에게 권력자의 아내라는 권위를 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실제로 딕 체니 또한 자신이 부통령까지 올라가는 데에 있어 린 체니의 역할이 컸음을 인정했다.
그는 이렇듯 아내의 인정과 가족의 안정을 위해서 모든 노력을 쏟는 사람이었다. 일례로 공화당임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인 둘째 딸 메리 체니를 위해 동성 결혼에 대한 찬성 입장을 펼쳤으며 이후 차기 대권 주자로 나오려다 포기하게 되는 배경에도 메리 체니에게 쏟아질 질타를 걱정해서 스스로 물러나는 자세를 취한다.
이렇듯 성공한 삶과 행복한 가정을 모두 이룬 딕 체니는 글로벌 석유회사 홀리 버튼의 CEO로서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었는데...
부시 대통령이 갑자기 그를 러닝메이트로 영입하며 무지막지한 권력자로 탈바꿈한 것이다.
(예고편에서는 편하게 갈비나 뜯으면서 물어보던데 부시도 이때까진 몰랐겠지...)
이후 부통령으로서 딕 체니는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위해 매우 강경한 입장을 펼치는 그야말로 강인한 이미지로 표현된다.
그렇지만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그가 이렇듯 모든 권력을 손에 쥐고 있었음에도 전면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인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는 진짜 권력이 무엇인지 알고 있던 인물이라 생각된다.
그는 부시 위에 있었지만 부시를 무시하지 않고 존중했으며 모든 권력을 부시와 함께 나누었다.
다만 대통령의 주변 인물을 모두 자신의 인사로 채움으로써 부시를 전면에 내세우고 본인의 권력을 맘껏 휘두른 것으로 여겨진다.
그뿐만 아니라 마케팅 전문가를 기용해 여론에 대한 반응을 조사함으로써 언론은 이렇게 다루는 것이라는 언론의 마술사 급 행보를 보인다.
이런 딕 체니의 야망이 터져나가는 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9.11 테러가 터지던 순간인데...
9.11 테러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선과 의견이 있겠지만 딕 체니는 거기서 외부의 적을 이용한 미국 내부 여론의 결집과 비상시 행정부의 강한 권력 강화를 보았나 보다.
영화 속에서 보이는 딕 체니의 행보를 보면 아마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강대국이라는 미국의 힘을 그것도 대통령이라는 강력한 권한을 이용해 최대한 있는 힘껏 휘두를 때 어디까지 부수고 빼앗을 수 있는지 궁금했던 인물이었던 것 같다. (부통령이라지만 아무도 안 믿는다. 아마 부자 대통령이라 부통령인가 보다)
실제로 막강하게 휘둘러댄 힘은 강대국인 미국이 휘청거릴 정도였지만 끝끝내 버텨낸 것을 보고 역시 강대국임을 입증했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이라크전과 사담 후세인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데 딕 체니 눈에 가장 만만하고 맛있어 보이던 나라가 이라크였나 보더라.
9.11 테러로 광분한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이 있던 아프가니스탄과 전쟁까지 이어지게 되는데 여기까지는 별문제 없는 보복 전쟁이었다.
다만 아프간 옆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이라는 독재자가 세상모르고 독재 정치에 정신이 팔려서 많은 헛짓거리를 하는 중이었는데
이에 딕 체니는 이라크까지 오사마 빈 라덴과 엮어서 악의 축으로 지정해버린다.
그때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담 후세인은 UN까지 받아들이며 미국이 주장하던 대량 살상 무기가 없음을 피력했지만
전쟁은 원래 일으키는 게 더 쉽다고 UN 승인 없이 미국은 이라크 침공에 나선다.
이 사건이 이후 수많은 이라크 파병 미군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딕 체니를 권력의 정점에서 끌어내렸으며 새로운 테러단체인 ISIS 탄생까지 영향을 끼치는 무지막지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생각해보면 악의 축 악의 축 하더니 진정한 악의 축 IS를 만들어내셨다.....
이런 국제적인 사건들 외에도 딕 체니 행정부는 다양한 법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재해석해서 상식 밖의 행동들을 감행하는데.
영화 속에서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마치 입맛에 맞는 메뉴를 고르는듯한 장면으로 풍자한다.
그들은 재해석을 통해 써먹기 좋은 다양한 법들을 입맛대로 모두 주문하고 맛보며 권력을 즐긴다.
이를 통해 모든 미국인의 개인 정보와 이메일을 수집하고 위험인물들은 잡아서 무자비하게 고문하였고, 심지어 무고한 시민들도 테러리스트로 의심하고 잡아서 고문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 사건에 관해서 영화 마지막에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딕 체니는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조금의 후회도 죄책감도 없었다.
그는 테러로 희생당한 사람들이 있고 무고한 사람 한 명을 희생시켜서 그런 테러를 막을 수 있다면 자신을 몇 번이고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말을 한다.
이를 보고 딕 체니는 철저하게 강경한 공화당의 대변인이었고 그러한 사람들의 최정점이면서 최전방에 있었던 인물이었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든 생각은 정치인은 좋은 정치인 나쁜 정치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각자 어떤 무리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딕 체니가 정말 뛰어난 정치인이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펼쳤던 다양한 정책들의 여파가 아직까지 공화당 내에 남아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는 철저하게 남을 위한 힘을 최선을 다해 휘두르던 인물이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이로써 영화 바이스의 리뷰를 끝마치며 한 작품에서 이렇게 연기력, 사회문제, 재미를 모두 만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기에 기회가 된다면 꼭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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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치 있는 코미디 <드림>이 재미없는 이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엄마의 사기 범죄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축구 선수 '홍대'(박서준).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화를 참지 못해 대형 사고를 내고, 경기 출전 금지 징계를 맡는다. 이에 홍대는 홈리스 풋볼 월드컵 감독을 맡아 이미지를 개선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선수 선발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현실에 찌든 다큐멘터리 PD '소민'(아이유)은 없는 듯 있는 각본을 들이대며 실력이 아닌 사연 순으로 선수를 뽑자고 협박 아닌 권유를 한다. 골문 안으로 공을 보내는 법도 모르고, 체력은 엉망이며, 반칙만 잘하는 선수들도 도움은 안 된다. 그렇지만 홍대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에게도, 소민에게도, 선수들에게도 월드컵 출전이라는 꿈은 소중하니까.
<드림>, 익숙하지만 어색하다
<스물>과 <극한직업>으로 흥행 감독 반열에 오른 이병헌 감독. 그의 무기는 신선함이었다. 한국 코미디 영화의 공식을 파괴하는 도전 정신 덕분에 그의 이야기는 설령 뻔해도 새로웠다. 쉴 새 없이 쏘아붙이는 웃음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2010년 홈리스 월드컵을 모티브로 삼은 <드림>에서도 그의 장기는 유효하다. 빠른 템포로 주고받는 홍대와 소민의 티키타카는 살아 있다. 조연 한 명 한 명으로부터 코미디를 뽑아내는 실력도 여전하다. 홍대와 '범수'(정승길), 범수의 애인 사이에서 발생한 삼각관계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전반부는 부자연스럽다. 쏟아지는 대사는 재치가 있지만 재미가 없다. 마치 자기 스타일을 과시하려는 집착 또는 강박 같다. 후반부는 정반대다. 웃음 대신 신파가 중심이다. 전반전은 웃음, 후반전은 감동이라는 한국 영화 공식을 차용했다.
사실 신파는 문제가 아니다. 스포츠와 성장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잘 살려낼 수만 있다면 적절한 선택이다. 하지만 정작 감동과 눈물은 공허하다. 그러다 보니 앞선 코미디와 잘 조화되지 않는다. 의아한 대목이다. 이병헌 감독은 단순히 잘 웃기기만 하는 감독이나 작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연민과 공감에 바탕을 둔 웃음
그의 필모그래피를 추려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주인공을 향한 연민이다. 주인공을 연민하는 관객은 자기 현실을 그에게 은연중 투영한다. 그러다 보면 코미디는 일회성 웃음이 아니다. 현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웃으면서 털어버리자고 격려하는 치유의 장이다. 영화관 밖 현실은 힘들어도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아픔도 별일 아니라며 웃을 수 있다는 것. 이병헌 표 코미디의 진가다.
<스물>은 이십 대 남성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기껏 간 학교에서 뭘 할지 모르는 대학생,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재수생, 대학 진학도 포기한 채 꿈을 찾아 방황하는 백수까지. '헬조선'이라는 말이 한창 유행하던 당시 사회적으로 정해진 트랙대로 사는 데 지친 청년들의 솔직한 심정을 담았다. 주인공들의 바보 같은 연애사와 한심한 행동에 관객들이 마음 놓고 웃을 수 있었던 진짜 이유다. 병맛 넘치는 섹드립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성과다.
<극한직업>도 마찬가지다. 작중 가장 웃긴 대목을 하나만 꼽으라면 치킨집 장면을 고를 수 있다. 위장만 하려던 형사들이 정신 차려보니 실제로 치킨집을 운영하며 좌충우돌하는 모습. 이 또한 남 일이 아니기 때문에 웃겼다. 문과를 나오든 이과를 나오든 종착역은 치킨집이라는 자조적인 유머가 퍼져 있는 사회였기에 가능한 웃음이었다. 즉, <극한직업>은 그저 형사물에 코미디만 버무린 게 아니었다. 승진은 막히고 생활고를 겪는 직장인의 비애를 치킨집을 배경으로 한 코미디였다. 그래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연민과 현실이 사라진 <드림>
그런데 <드림>에서는 연민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전작과 달리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인데, 정작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 않다. 홈리스 월드컵에 나간 선수들을 보자. 그들은 투혼을 보여줬고, 인기 팀에 뽑히면서 좋은 성과를 냈다. 흘린 땀과 피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문제는 그 후다. 그들의 변화를 보여줄 때 영화는 편의적이다. 모든 문제가 손쉽게 해결된다. 집이 없어 딸과 함께 밥도 못 먹던 아버지는 호주 유학을 떠나는 딸과 행복한 미래를 기약하며 이별한다. 계란빵 하나도 사치인 남자친구는 애인과 계란빵을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게이라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난 아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알 수 없다.
러닝타임이 지날수록 소민이라는 캐릭터가 붕 뜨는 이유도 같다. 첫 등장은 좋다. 그녀는 예상을 빗겨 나가는 염세적인 대사와 행동으로 무장해 이병헌 표 티키타카의 재미를 잘 살려낸다. 하지만 카메라는 정작 그녀의 현실을 보여주지 않는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계약직 PD의 일상은 대사로만 나온다. 이번 다큐멘터리가 마지막 기회인 이유도 잘 보이지 않는다. 가족사나 선수로서의 굴곡이 모두 묘사된 홍대와는 다르다. 스포츠 영화로 장르가 바뀐 후반부에서 소민은 카메라를 든 관찰자일 뿐이다.
그러니 화려한 조명과 현란한 카메라 워크로 무장한 결말은 어색하다. 홍대는 관중이 가득한 그라운드에 축구 선수로 복귀한다. 멋진 플레이를 연달아 보여주는 홍대는 이날 경기에서 의심할 여지 없는 주인공이다. 관중석에는 홈리스 선수들과 가족이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 그 옆에는 소민이 연예인처럼 세팅한 채 앉아 있다.
인위적이다. 현실적인 맥락이 보이지 않는다. 고민 하나를 해결하자마자 곧장 주인공에게 입대라는 고비를 던져주던 전작과는 다르다. 마치 꿈같은 성공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신파를 사용해도 감동은 크지 않다. 연민이 없는 웃음도 입가를 순식간에 떠난다.
재치는 있지만 재미는 없는 이유
영화도 어색함을 아는 눈치다. 감추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우선 리듬이 부자연스럽다. 아무리 찰진 티키타카가 장점이라지만 너무 빠르다. 물론 빠른 템포가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기는 한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모든 캐릭터를 다 챙길 수는 없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일례로 홍대는 사고를 치고, 다큐멘터리 출연을 결정하고, 소민을 만나고, 팀원들을 설득한다. 이 장면들은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인물의 감정선은 생략되거나 가볍게 스쳐 지나간다. 홍대, 범수, '인선'(이현우) 정도만 예외다.
스포츠 영화로 바뀐 후반부에서도 무리수를 둔다. 홈리스 월드컵 경기를 묘사할 때 영화는 경기 자체의 연출보다는 해설자의 멘트에 더 집중한다. 실제로 경기 내용은 코미디에 가깝게 묘사된다. 반면에 해설자는 이 경기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왜 감동적인지를 하나하나 직접 알려준다. 스포츠 영화라면 경기 자체가 감정을 끌어올리고 해설은 그 순간을 짚어주는 조력자여야 하지만, 역할이 바뀌어 있다.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가 경기 내용을 충실히 묘사해 선수들의 감정 변화를 보여준 것과는 상반된다.
이는 현실적인 맥락과 공감할 여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을 타개하려는 고육지책이나 다름없다. 전반부에서는 현란한 말솜씨로, 후반부에서는 눈물로 문제를 가리는 셈이다. 작중 웃음과 울음 모두 다소 가볍고 공허한 이유다. 그러다 보니 <드림>은 아쉬움이 크다. 이병헌 감독의 재치는 여전하나, 전작과 같은 재미는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Poor 형편없음
연민이 사라지고 현실을 놓치자 재미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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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존재하지 않는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
존재하지 않는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
영화 <아침이슬-‘세뇌’라는 스티그마> 리뷰
감독] 금선희
시놉시스 ] 이 프로젝트에서 “구(舊)-귀국자”란 1954년부터 1984년도에 걸쳐 진행된 귀국사업 (혹은 북송사업)을 통해 북한으로 이주했으나 최근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재일조선인들을 의미한다. 구(舊)-귀국자들은 현대 일본 재일조선인 공동체 내에 설 자리가 없다. 또한 그들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수용소에 끌려갈까 두려워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상에 그들의 얼굴을 담을 수 없었기에 나는 무수한 자료들에서 찾은 푸티지를 사용해 세 개의 스크린으로 구성한 비디오 작업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자이니치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된 것은 지난 2018년 한 연극을 통해서였다. 연극 <혼마라비해?>라는 작품에서 재일동포, 자이니치들이 받는 차별과 정체성을 다루고 있었는데, 그렇게 잠시 잊고 있었던 자이니치의 존재를 이번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아침이슬-‘세뇌’라는 스티그마 시놉시스를 보면서 다시 떠올랐고, 연극이 아닌 실제 그들의 삶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백석 메가박스로 향했다.
어디에도 없는 국가를 국적으로 가진 이들
영화 아침이슬-‘세뇌’라는 스티그마는 일제강점기 시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70년에 달하는 긴 시간을 담아내고 있다. 재일조선인들이 일본에 넘어가게 된 계기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되고 1954년부터 1984년까지 진행된 귀국사업과 이후 북한을 탈출해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자이니치, 재일동포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영화 초,중반까지는 자막과 영상자료들을 위주로 보여주고 딱히 등장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후반부에 들어서 북한에 있다가 탈출하여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한 남성의 나레이션이 펼쳐진다. 그의 담담한 독백을 들으면서 든 생각은 과연 그들이 조국이라고 느끼는 나라는 어디일까? 였다.
그들은 재일조선인, 즉 조선이 국적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어진 후 조선은 이제 이 세상에 없는 국가다. 하지만 재일동포들은 제일조선인으로 일본 내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일본인이 아니지만 일본어를 모국어로 구사하고, 자신의 아버지 고향은 경상북도이지만 귀국사업을 통해 갈 수 있는 모국은 단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북한이다. 일본과 남한, 그리고 북한이라는 세 나라의 정체성 속에서 과연 제인조선인들은 자신의 뿌리를 어디라고 생각할지, 여기서 오는 혼란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증과 함께 안타까움이 동시에 들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에는 없는 국가를 국적으로 삼고 타국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애환을 어찌 가늠할 수 있을까.
침묵 속에 감춰진 구술의 힘
장장 30년간 진행된 대규모 북송사업. 수많은 재인조선인들이 북한으로 이주했지만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취재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아니기에 북에서의 그들의 삶을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그렇게 그들의 삶은 거대한 침묵 속에 자리잡았고,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역사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듯 했다. 북한을 탈출하여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재일조선인들 역시 자신과 북에 남은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침묵을 지키며 살아간다.
현대사에서 식민과 냉전, 분단의 아픔을 몸소 겪으면서 그들의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주체들이 얼마나 있을까? 위안부, 만주사변, 관동대학살, 4.3사건 등 식민과 냉전, 분단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고 그 피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 더불어 당시 사건들이나 만행들을 객관적으로 기록해놓은 경우가 거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훼손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피해의 이야기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 힘든 편이다. 여기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인 바로 ‘구술’이다. 당시 사건을 실제로 경험했던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서 오랜 침묵을 깰 수 있다. 영화 <아침이슬-‘세뇌’라는 스티그마>는 이러한 구술이라는 요소를 영화 후반에 잘 풀어낸 작품이었다.
삼 남매의 막내였던 주인공은 재일조선인으로서 북송사업을 통해 북한으로 이주했다가 다시 일본으로 탈출한 인물이다. 식민지 시대의 설움과 함께 일본에서의 차별, 그리고 북한 사회 정치 체제를 몸소 겪은 사람으로서 덤덤하게 자신의 인생을 독백으로 풀어낸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국가의 국적자로서 일본에서 태어나 북한으로 이주했고, 대기근으로 인해 북한을 탈출한 그는 일본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 과정에서 누나는 정신병원에서 죽고, 일본으로 함께 돌아온 형은 범죄를 저질러 일본에서 추방된다. 일본인 어머니를 두었기에 추방될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재일조선인이었던 그들은 일본에서 일본인으로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는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말이 일본어지만 일본에서 한 존재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삶에 대해 말로써 표현한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지 못했던, 역사가 침묵으로 일관했던 존재들이 스스로 말함으로써 모두에게 잊혀졌던 ‘자이니치’의 삶을 이렇게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지만 역사 소용돌이를 그대로 경험한 ‘자이니치’의 삶에 대해 풀어낸 영화 <아침이슬-‘세뇌’라는 스티그마>. 그 속에서 구술의 힘이 기존의 역사가 다루지 못했던 부분을 어떻게 채워줄 수 있는지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시간표
2022-09-24 13:30
메가박스 백석 컴포트4관
211
2022-09-27 16:30
메가박스 백석 컴포트4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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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엔드크레딧 끝나고 제대로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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