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2-26 10:02:39
2월 다섯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 드디어 개봉!

여러 차례 개봉일을 변경하여 영화팬의 마음을 애타게 했던 <미키 17>이 드디어 개봉합니다!
<미키 17>은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어 세계를 놀라게 했던 <기생충> 이후,
봉준호 감독의 첫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으며, 로버트 패틴슨, 마크 러팔로, 토니 콜렛 등
할리우드 스타의 출연 소식을 알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미키 17>은 하나의 SF이면서 코미디이기도, 인간 휴먼스토리이기도 하니까
관객들이 그냥 그 자체로 편안하게 즐겼으면 좋겠다."라는 소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키 17
Mickey 17

개요: 모험 | 미국 | 137분
감독: 봉준호
주연: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아키에, 스티븐 연, 토니 코렛, 마크 러팔로
개봉: 2025.02.28.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줄거리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A Complete Unknown

개요: 모험 | 미국 | 137분
감독: 제임스 맨골드
주연: 티모시 샬라메, 에드워드 노튼, 엘르 패닝, 모니카 바바로, 보이드 홀브룩
개봉: 2025.02.26.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줄거리
문화적 격변기, 무명 뮤지션 밥 딜런은 음악을 하기 위해 뉴욕을 찾는다.
그곳에서 놀라운 공연을 펼치게 된 밥 딜런은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하고, 당대의 뮤지션들과도 교류하면서 서서히 인기를 끌어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멈추지 않고 새로운 삶을 노래하고자 하는 밥 딜런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뉴포트 페스티벌에서 충격적인 무대를 펼치는데…
시대의 아이콘에서 세기의 전설로!
반항하는 청춘들의 아티스트 밥 딜런의 노래가 울려퍼진다!
첫 번째 키스
1ST KISS

개요: 드라마 | 일본 | 124분
감독: 츠카하라 아유코
주연: 마츠 다카코, 마츠무라 호쿠토, 요시오카 리호, 모리 나나, 릴리 프랭키
개봉: 2025.02.26.
배급: 메가박스중앙㈜

줄거리
오늘, 내 남편이 죽습니다.
이혼 위기의 칸나(마츠 타카코)는 남편 카케루(마츠무라 호쿠토)를 갑작스런 사고로 잃고 하루 아침에 혼자가 된다.
슬픔을 느끼기도 전에 그녀는 업무에 몰두해야만 하고 늦은 시간, 급한 업무 연락을 받고 다시 출근하던 중 이상한 터널로 향한다.
터널을 지나는 순간 15년 전, 처음 남편을 만난 때로 돌아왔다는 걸 깨닫게 된다.
15년 전, 그와 다시 마주친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데…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No Love Lost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91분
감독: 에르완 르뒤크
주연: 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 셀레스트 브룬켈
개봉: 2025.02.26.
배급: (주)엣나인필름

줄거리
“아빠, 엄마를 지금도 사랑해?” “없는 사람을 사랑할 순 없어”
17년간 딸 로자의 전부가 되어준 다정한 싱글대디 에티엔. 미술을 사랑하는 딸의 재능을 응원하며,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온 마음을 다해 로자를 키워왔다.
어느 날, TV 속에서 마주친 익숙한 얼굴. 떠나간 로자의 엄마는 잊고 있던 과거를 일깨우며 평온했던
두 사람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서로가 전부였던 두 사람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서로의 마음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되는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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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담했던 영화 그러나 임팩트있던 작품
애초 넷플릭스용으로 만들어졌던 영화 '승부'는 2년여 만에 스크린에 걸렸다. 출연 배우에 관한 이슈에서부터 실화라는 점까지 관객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한 포인트가 여럿 있던 작품이다.
어쩌면 영화보다 당시 상황이 더 극적일 수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는 있었다.
승부는 조훈현 9단이 제자 이창호를 기르는 과정과 둘 간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조훈현 9단은 우리나라 바둑계에 한 획을 그은 자로서 넘사벽의 수준이었지만, 그의 모든 것을 배워간 제자 이창호는 청출어람의 정수를 보여준다.
스승은 제자의 수준을 '이 정도'라고 가늠했지만, 숨죽인 잠용은 그보다 몇 수 더 나아가 있었다. 비록 스승이라 할지라도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너는 나의 자부심이었다는 말.
네 바둑을 두라는 말.
내 자식처럼 키워온 제자를 그렇게 스승은 세워준다.
누군가는 그러한 스승을 두고 제자를 주눅 들게 만들었다고도 비난하지만, 결국 제자는 스승을 능가하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며 그 누구도 스승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자리에 올려놓는다.
그것이 스승에게 배운 제자의 마땅한 도리일 터.
입단만 시킬 마음으로 데려온 게 아니라는 말은 스승은 제자에게서 수많은 것을 보았다는 뜻일 거다.
그것이 스승이 제자에게 거는 기대이며, 그것까지 만들어주는 것이 스승일 거다.
내게 있어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는 스승과 제자였다.
스승은 자신의 스타일로 가르치지만, 제자가 그 모든 것을 빨아들인 뒤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가져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러한 바램과 달리 혹여나 제자가 잘못 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도 바라보게 된다.
그것은 모두 자신이 키운 제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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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인지 자작인지 뭣이 중헌디
조금도 의심할 여지없이 이름마저도 '응 네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나 영국 출신!' 이렇게 얘기하는 것만 같은 넷플릭스의 <브리저튼>. 19세기 영국판 <가십걸>이라고 해서 시대극이나 사극을 좋아하는 편이라 가볍게 보기 시작했다. 그전에 <에밀리, 파리에 가다>와 <루팡>을 보고 넷플릭스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있었던 상황이기도 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 포함 모두들 시즌 2가 얼른 다시 돌아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시즌 1의 여덟 편을 보는 내내, 나는 브리저튼 집안 8남매 중 다섯째인 엘로이즈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재미있게 보면서도 아래와 같은 의문들이 지속적으로 떠올랐다.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결혼에 목숨을 걸어야 하지?'
'왜 남자들은 저렇게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사는데 여자들은 못하지?'
언니인 다프네가 런던 사교계에 데뷔하여 좋은 신랑감을 찾기 위해 가면을 쓰고, 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참아내는 것을 보며 엘로이즈는 언니처럼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앞서고, 결혼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공부와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시대가 시대이고 고증을 착실히 한 작품인지라 어쩔 수 없겠지만, (근데 그래 놓고 왜 굳이 다인종으로 캐스팅했는지는 잘 이해가 안되기는 함) 수많은 무도회에서 여자들은 춤을 신청하는 카드를 받아야지만 남자들과 춤을 출 수 있다. 남자들만 선택권을 가지고 있고 여자들은 선택받기를 기다려야 한다. 아, 물론 남자들에게 '어서 나에게 춤추자고 신청해!' 압박을 넣을 수는 있다. 그리고 남자들이 관심 있는 여성에게 구애하기 위해 집으로 찾아가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마찬가지로 남자들만 여자의 집에 방문할 뿐, 여자들이 먼저 발을 떼는 장면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장면들은 특정 문화나 관습, 풍습이 후대까지 굉장히 길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줬다. 다른 나라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주변은 아직까지도 여자들이 먼저 고백을 하거나 프러포즈를 하는 것에 대해서 위의 관점에서 해석을 한다. 여자가 먼저 말을 꺼낼 만큼 매력이 없다거나, 혹은 멋지다거나라는 식으로 평가를 한다. 그 기저에는 아무래도 호감의 표시나 프러포즈는 남자가 먼저 하는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런 생각들이 혹시 인간의 유전자에 박혀있어서 절대 빼낼 수 없는 건가 싶을 정도이다.
결국 우리의 1등 신붓감 다프네는 왕족 다음으로 높다는 공작의 부인이 된다. 조건만 최고인 게 아니라 둘은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기까지 하니 일단 다프네의 결혼은 성공한 듯 보인다. 계속 보다 보니 당시 귀족 여성들이 왜 그렇게 결혼에 목을 매었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녀들은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지 않는다. 그녀들은 단지 공작부인 혹은 자작부인, 이렇게 누군가의 부인으로 불릴 뿐이다. 쓰고 보니 '취집'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당시의 시대 배경을 생각하니 앞서 가졌던 의문들이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정도로 정리가 되었다. 실제 그 시대에 영국에서 살며 <제인 에어>를 쓴 샬럿 브론테와 그녀의 자매들도 처음에 편견 때문에 남성 이름의 필명을 써서 책을 출간했을 정도라고 하니 그 당시의 시대상이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그녀들을 정상 참작해주자.
우리나라는 은장도가 있을 정도로 여성이 순결이나 정조를 지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가치처럼 여겨졌다. 나는 이게 유교문화에서 파생된 것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영국 귀족 사교계에서도 떠받들어지는 가치였다. 미혼 여성들은 정원에 남자와 단 둘이 있기만 해도 스캔들에 휩싸여 혼사길 막힐 걱정을 해야 한다. 이 외에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안의 가장은 엄마가 아닌 첫째 아들인 점, 귀족 여성들의 생계와 삶의 질은 남편에게 달려있다는 점, 혼전임신이 굉장한 흠으로 여겨지는 점 등 여러 가지들이 내가 지금 사는 세상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앞서 말한 관습이나 풍습이 19세기와 21세기, 영국과 한국이라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듯하다. 좋다 나쁘다 혹은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이렇게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서 다 비슷한 걸 보면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마지막에 다프네는 본인을 괴롭혔던 가면을 벗고, '척'하지 않고 살기로 한다. 진실되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본인이 쓴 가면을 벗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프네는 물론 결혼과 출산을 인생의 과업으로 여기지만, 나름 주먹도 날릴 줄 아는 여성이었다. 내 남편이 공작인지 자작인지보다 중요한 건,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지점에서 다프네에게는 본인의 부모님처럼 아이들을 낳고 잘 기르면서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었던 것이다. 반대로 엘로이즈는 피아노와 자수를 배우는 대신, 공부를 하고 글을 쓰고 싶어한다. 이 고민에는 정답이 없으니 다프네와 엘로이즈처럼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가면 그뿐이다. 내 해답도 찾아가고 있는 중! 가볍게 볼 수 있는 로맨스인 줄만 알았는데, 보고 나니 의외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 작품이었다. 얼른 시즌2가 나오길!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윤캔두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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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고민과 외로움, 아픔들이 담겨있는 영화 8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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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 ‘라라랜드’.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배우 지망생 ‘미아’, 서로 사랑하며 각자의 꿈에 다가서기 위해 수많은좌절을 견뎌내야만 한다.
CINEPICK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미술상, 주제가상, 음악상 6개부문 수상한 작품으로 이외에도 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다시피 한 작품입니다.
음악과 현대적인 감각의 영상을 통해 194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의 고전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8마일
생산직 노동자 B. 래빗'은 공장에서 번 푼돈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고, 래퍼가 되는 꿈을 꾸지만, 연습할 시간도 녹음할 기회도 나지 않는다. 돈과 꿈을 얻기위해 랩배틀에 참가해야만 하는데..
CINEPICK
에미넴의 실제 언더그라운드 시절을 모티브로 해 만든 것으로 2003년 제 75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수상작입니다. 에미넴은 당시 흑인들이 주를 이루던 힙합씬에서 당당히 올라와 미국을 대표하는 래퍼로 자리 잡았으며 기존 머니스웩을 외치는 래퍼와 달리 사회비판과 디스, 재치있는 라이밍 위주의 랩을 뱉는 전설적인 래퍼로 힙합 역사상 12주 연속 빌보드 1위를 한 명실상부 에미넴의 최고 히트곡 lose yourself가 이 영화의 ost로 최초 공개 되었습니다.
디태치먼트
새로운 학교에 배치된 기간제 교사 헨리. 문제아들만 모여있는 학교는 교사도 학생도 서로를 포기한 암담한 상황. 그러나 때로는 엄하고 때로는 부드러운 헨리의 모습에 학생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게된다.
CINEPICK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디태치먼트>는 미국사회의 학교를 현실적으로 스크린에 담아내며 제목처럼 교사와 학생 사이의 벽, 소통의 부재, 마음의 거리를 과장하지도 미화시키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작품입니다.
레이디 버드
자유로운 영혼 레이디버드, 그녀는 집 근처 대학교대신 “문화가 있는”동부의 명문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한다. 이로인해 엄마와 대립하게 되고 몰래 원하는 대학교에 지원서를 넣게된다
빌리엘리어트
탄광촌에 사는 11살 소년 빌리. 빌리는 우연히 발레를 접하게 되고 아빠 몰래발레를 하던중 선생님께 로얄발레학교 오디션을 권유받는다.빌리는 자신이 원하는 꿈에 다가설 수 있을까?
CINEPICK
영국 영화계에서 엄청난 대박을 친 영화로 대처리즘과 시대의 변화로 인한 영국 북부 탄관총의 몰락의 플롯을 가지고 가고있습니다.
틱, 틱... 붐!
식당 웨이터로 일하는 존은 뮤지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작곡에 매진한다. 하지만 중요한 공연을 며칠 앞두고 일들이 겹쳐 삶은 위태로워지고 존의 30살 생일은 다가고 있다
프란시스 하
27살 뉴요커 프란시스. 무용수로 성공하겠다는 거창한 꿈을 꾸지만 현실은 몇 년째 평범한 연습생 신세일 뿐이다. 직업도, 사랑도, 우정도 무엇 하나 쉽지 않은 그녀는 과연 당당하게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족구왕
대학교 복학생 만섭이는 공부와 취업대신 캠퍼스 퀸 ‘안나’와 ‘족구’에 빠져있다. 급기야 총장에게 족구장을 만들어 달라고 하고 만섭이로 인해 대학교내 족구열풍이 불자 ‘캠퍼스 족구대회’가 열리게 되는데!
"우리에겐 젊은이들을 이끌어줄 책임이 있어요 그들이 무너져 내리지 않고 낙오하지 않고 하찮은 인생이 되지 않도록 말이에요"
-디태치먼트-
"남들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같다고 생각해요"
-족구왕-
혹시 어떤 꿈을 꾸고 계시나요? 어떨 땐 직접적인 위로의 말보다 같은 상황이 놓여진 주인공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죠. 꿈이 아니더라도 일 때문에 힘들거나 지쳐있는 상황이라면 위의 8편 영화들을 추천 드립니다. 해답이 되진 못하더라도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길 바라며 오늘의 큐레이션 마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고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영화 큐레이터 AMY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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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잘사주는 예쁜 누나>가 사랑과 갈등을 보여주는 방식
<봄밤>을 분석한지 어느덧 세 달, 안판석 감독님과 김은 작가님의 첫번째 히트작, <밥 잘사주는 예쁜 누나>를 보았다. 독특한 제목과 당시는 흔하지 않았던 올드팝의 사용으로 가히 2018년 최고의 화제작이었다 칭해도 지나치지 않은 드라마. <봄밤>의 방영 당시 <밥누나>의 자기 복제라는 비판이 꽤나 있었는데, 안판석 사단의 배우들이 대거 공통출연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연출, 감정선과 캐릭터, 주제의식 모두 상이하여 그러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글에서는 <밥누나>가 영상연출을 통하여 사랑과 갈등을 보여주는 방식을 중점적으로 탐구할 것이며, 곁가지로 <봄밤>과의 차이점, 그리고 두 드라마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안판석 감독님의 연출 세계 또한 언급할 예정이다.
<밥누나>는 멜로 이전에 궁극적으로 윤진아라는 인물의 성장기이기 때문에, 첫화의 상당한 부분을 윤진아의 'status quo'를 확립하는 데에 사용한다. 드라마의 오프닝이 본인이 근무하는 커피회사 분점의 검수 작업을 하는 진아의 모습이라는 점은 이를 확연히 드러낸다. 직장에서의 오프닝이 끝난 후 드라마는 곧바로 진아와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드러낸다. 진아는 다른 마음을 품은 것이 분명한 남자친구를 만나러 나가며 큰 돈을 들여 새로운 구두와 원피스를 산다. 3개월 할부를 해가면서까지, 발에 맞지 않는 구두를 신어가면서까지 만난 남자친구는 진아에게 이별을 고한다. '곤약같다'는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이유를 대며 말이다. 그 후에 이어지는 소꿉친구 경선과의 대화에서 경선은 진아가 무색무취같은 여자라고 말한다 (손예진 배우님이 무색무취,곤약같은 여성이라니.............이는 정말 미스캐스팅이 아닌가 도대체 누가 손예진을). 그렇다- 극이 시작하기 전 우리의 주인공 진아는 롱 원피스를 사고도 비치색 스타킹을 받쳐입는 여자, 무색무취, 즉 본인의 특징이나 색을 찾지 못한 채 삶을 살아가는 인물인 것이다. 드라마에서 주연 윤진아를 맡은 손예진 배우님은 제작발표회에서 진아가 '30대 여성의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고 언급한다. 진아의 회사업무, 출근풍경, 집의 반복으로 채워진 1화의 반 가량은 시청자가 이러한 진아의 일상을 따라가며 자연히 진아라는 인물에 동화되게 하며, 진아가 빠진 매너리즘의 늪을 대리경험하게 만든다. 2화에서 <Save The Last Dance For Me>와 함께 길게 이어지는 경선과의 별것없는 대화 또한 이의 연장선이다.
이러한 진아의 견고하고도 단조로운 세계는 준희의 등장으로 큰 변화를 맞이한다. 3년만에 처음 마주하는 진아와 준희를 카메라는 긴 호흡의 샷들로 포착한다. 정면 롱샷-미디움샷-그리고 ELS의 부감으로. 모두 직선으로 걸어가는 회색 역사에서 유일하게 자전거를 타고 원형으로 빙빙 도는 준희는 갑자기 등장한 준희가 진아의 일상에 등장한 설렘이자 파문임을 시각화한다.
준희가 진아에게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는 극적 장치는 1화의 끝에도 등장한다. 진아는 1화 내내 남자친구와의 데이트를 위해 산 하이힐, 업무용 검은 힐 등 자신의 발에 맞지 않는 구두를 신고 불편해 한다. 그러한 진아가 준희와 있을 때 비로소 편안한 운동화로 갈아신고, 준희는 진아가 길에서 신발을 갈아신는 것을 돕는다는 점은 준희가 진아의 status quo를 변화시킬 인물이라는 것, 그리고 진아의 가장 편안한 모습을 이끌어내는 인물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같은 빌딩의 직장에 다니며 준희와 진아의 관계는 전과는 달리 묘해지는데, 이는 준희, 승철과 세영이 엘레베이터에서 저녁 약속을 잡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준희는 진아가 남자친구와 다시 만난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보란듯이 진아 앞에서 세영과 저녁 약속을 잡는다. 이때 준희-승철과 세영-진아의 미디움 투샷이 반복되는데, 세영-진아의 투샷에서 세영은 화면의 왼쪽에, 진아는 세영보다 조금 더 카메라와 가까우며, 화면의 오른쪽에 위치한다. 사람의 눈은 자연적으로 화면의 왼쪽보다는 오른쪽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세영은 rule of third의 왼쪽 라인보다 조금 더 바깥쪽으로 치우친 곳에 위치하는 반면, 진아는 오른쪽 라인과 비교적 가까이 위치하여 안정적인 스팟에 서 있다. 이러한 화면 구성의 원리를 통해, 세영과 준희의 대화동안 진아에게 포커스가 맞춰있지 않아도 시청자들은 외려 그들의 대화를 신경쓰는 진아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출처 티빙 <밥잘사주는 예쁜 누나> 2회 갈무리]
진아의 회사에 비상사태가 난 탓에 세영과의 저녁 약속은 파토가 나고, 진아와 준희는 다음 날 따로 저녁을 함께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이 비 덕에 진아와 준희는 설레는 시간을 보낸다. 단순히 신경쓰이는 상대에서 설레는 상대로 발전해 가는 두 남녀의 감정을, 카메라는 슬로우 모션과 화면을 꽉 채우는 웜한 프랙티컬, 그와 어울리는 빨간 우산을 통해 시각화한다. 드라마의 간판 씬이라고 할 수 있는 '빨간 우산' 장면은 대부분이 슬로우 모션으로 촬영되었다. 유일하게 슬로우가 아닌 장면은 진아와 준희가 골목이 끝나는 부근, 택시를 잡는 대신 조금 더 걷기로 결정하고 온 길을 되돌아가는 롱샷 하나뿐이다. 진아와 준희를 중점으로 전경은 도로를 지나다니는 차가, 후경은 등불이 가득한 골목길이 채운 이 와이드샷은 슬로우 모션으로 기록한 반짝이는 순간이 결국 일상 속에 존재함을 시청자들에게 상기한다.
3회에 등장하는 진아와 준희의 첫 데이트 시퀀스에서 또한 비슷한 문법이 등장한다. 데이트가 끝난 이후 함께 걸어가는 둘의 모습은 LS->CU 앞모습과 LS 뒷모습으로 담긴다. 주제곡 <Something in the Rain>, 슬로우 모션 롱테이크는 살짝씩 부딪히는 둘의 팔, 진아의 어깨에 손을 두를지 말지 수차례 망설이는 준희의 바디 랭귀지와 합쳐져 시작하는 사랑의 설렘과 망설임을 그대로 전달한다.
<봄밤>이 와이드한 샷에 담긴 주인공들의 바디 랭귀지와 클로즈업의 자제를 통해 사랑의 감정을 드러냈다면, <밥누나>에서는 슬로우 모션, 타이트한 얼굴 샷과 인서트를 통해 '사랑'을 시각화한다. 진아와 준희의 회사에서 비밀 데이트 시퀀스에서 펜을 마주잡고 그림을 그리는 손, 슬로우 모션 미디움 샷을 사용한 연출, 3화 차 안에서 손을 잡을까 망설이는 진아와 준희의 손, 그리고 진아의 얼굴 클로즈업. 이러한 샷구성들은 주인공들의 미묘한 기류와 설렘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썸만 타던 준희와 진아는 3화의 말미 드디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준희와 진아는 비밀스레 손을 잡는데, 주변 사람들이 화면을 채운 더티 미디움 클로즈업으로 타이트하게 담은 두 주인공들은 시청자와 주인공들만 아는 서로의 감정을 강조하는 동시에 사람들에게 숨겨야 하는 둘 관계의 특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와 반대로 <밥누나>에서 대부분의 감정적 대립 상황은 와이드한 롱테이크로 연출된다. 롱테이크 안에서 인물들의 블로킹을 통해 샷 사이즈가 변화하는 식이다. 12화 진아가 선을 본 후 경선과 대립할 때, 경선이 호텔로 들어오고(LS), 진아가 경선을 따라 들어와 경선과 마주보기까지(MS Profile) 블로킹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둘의 다툼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지막 포지션인 미디움 샷으로 유지된다.
같은 회차 준희와 경선이 다툴 때도블로킹 변화를 거쳐 미디움 투샷에 안착한 샷은 둘의 다툼을 끝까지 하나의 샷으로 담는다. 두 샷 모두 경선은 카메라에 옆모습 혹은 뒷모습을 보이고, 이는 시청자가 주인공의 표정에 집중하도록 한다.
재회 후 진아가 준희를 찾아가 그동안의 설움을 토로하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진아의 미디움 샷과 준희의 리버스로 구성된 씬에서 진아의 미디움 샷은 진아가 화를 내고, 뒤로 돌아 준희의 현관으로 향하자 진아를 따라 일어선 후 진아에게 화를 내는(MLS) 준희의 모습까지를 롱테이크로 담는다. 하나의 샷이 실질적으로 대립 장면의 오프닝과 엔딩의 역할을 모두 하는 셈이다. 이후 준희의 집을 나선 진아가 비를 맞으며 감정을 추스리는 장면 또한 미디움 롱샷으로 연출되었으며, 이는 인물의 갈등과 감정에 지나치게 가까이 가지 않는 <밥누나>의 연출 철학을 다시금 강조한다.
씬에 여러 인물이 등장할 때에도 드라마는 같은 방식을 고수한다. 준희의 아버지-진아-준희가 대립하는 씬 역시 세 인물의 동선 변화를 통해 원 테이크로 촬영된다. 씬은 진아와 준희 아버지의 대화를 롱샷으로 열고, 그를 발견하고 걸어가는 준희를 멈춰세워 시작되는 말다툼을 담은 진아-준희의 미디움샷으로 이어진다. 후에 준희가 프레임 아웃하고, 준희 아버지는 진아 쪽으로 걸어온다. 씬과 샷은 진아-준희의 대립보다는 와이드한 미디움샷으로 담긴 진아-준희 아버지의 대화로 마무리된다.
<봄밤>이나 <밥누나>를 보기 전, 드라마는 샷의 분절과 배열을 통해 인물의 의도와 감정을 전부 내놓아 보여주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 때문에 나의 샷리스트는 언제나 아주, 아주 많은 샷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안판석 감독님의 드라마를 분석하며 시청자들에게 숨을 쉴 공간과 선택지를 주는 연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두 드라마에서 배운 점이 굉장히 많다. 연출을 하며 혼란스러울 때, 앞으로 나는 그 두 드라마로 돌아갈 것 같다. 기본에 충실하자, 는 마음으로 마치 경전을 읽듯이 말이다.
[14회 준희-진아의 갈등 (MLS/준희 MS/감정을 감추고 모진 말을 하는 진아는 조금 더 타이트한 MS)]
지금까지 <밥누나>의 디테일한 샷구성을 분석했다면, 이제부터는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연출과 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봄밤>이 그러하듯이 <밥누나> 역시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계절의 계절감을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채도가 낮고 창백한 주변의 톤은 인물들의 의상과 어우러져 우리나라의 회색 겨울을 잘 드러낸다. 물의 윤슬, 거울이나 유리에 비친 상 등 리플랙션을 이용한 샷들이나 서울의 건물들을 이용한 화면을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사선 구도가 유독 자주 쓰이는 것 또한 이러한 겨울의 계절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본다. 창백한 배경의 색감, 사선의 차가운 구도와 리플랙션은 강한 hallation의 필터와 맞물려 대비적으로 다양한 컬러와 높은 콘트라스트/따뜻한 톤의 화면을 가진 로맨틱한 씬들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창백한 색감과 사선 구도/서울의 아파트와 고층건물을 이용한 샷들]
안판석 감독님은 종영 후 인터뷰에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장르를 구분할 수 없는 그저 '인생 이야기'라고 말씀하셨다. 한 사람의 인생을 더듬어 보려면 가족, 교우, 직장관계와 사랑을 다뤄야 하고, 그것이 새끼줄처럼 꼬여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길을 가게 되는 '인생'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멜로인 동시에 궁극적으로 윤진아라는 여성의 성장담인 이 드라마는 그래서 진아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진아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 평범한 일상의 풍경 속 촘촘히 느린 스탭으로 쌓아올린 주인공 윤진아의 삶 속에서 사랑의 순간은 조금 더 높은 콘트라스트로, 조금 더 따뜻하고 선명한 슬로우 모션으로 기록된다.
[마지막 화 준희와 진아의 재회]
사랑은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수많은 일상의 순간을 잡아 서로의 평전을 쓰는 것이라는 드라마의 기획 의도는 그렇게 시청자들의 마음에 가 닿는다. 또 안판석 감독의 손 안에서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한국의 풍경-밤의 거리, 아파트 단지-은 낭만을 머금은 채 재탄생하고, 그는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삶에도 묘한 기대를 불어넣는다.
모르는 일이다. '드라마를 통해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사랑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싶다'는 감독님의 바람처럼 시청자들의 일상에 가닿은 울림과 기대가 그들이 삶을, 혹은 사랑을 바라보는 방식을 영원히 바꿔 놓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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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姓)을 찾아 스스로 새장을 박차고 나가는 해방 서사
1. 주제
이 영화의 주제는 ‘진정한 자유는 본래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다‘ 라는 것이다. 왕실 안, 상황 별로 입어야 하는 옷마저 정해져있는 구속과도 같은 삶을 사는 주인공 ‘다이애나’가 자신의 성(姓)이자 정체성인 ‘스펜서’를 찾아가는 이야기인 파블로 라라인의 영화 <스펜서>. 한시라도 몸을 담그고 살 수 없을 정도의 압박 그 자체의 왕가 세계인 ‘샌드링엄 하우스’와 ‘스펜서’의 모든 옛 추억이 담긴 ‘샌드링엄 파크 하우스’. 크리스마스에 그 두 공간에서 요동치는 스펜서의 내면을 다룬다. 여왕은 텔레비전에서 ‘자유 국가’라며 자유의 의미에 관한 연설을 하지만, 정작 왕실 안에서 자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오죽하면 다이애나가 아들에게 규칙을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하는 것은 ‘기적’이라 칭할 정도이다. 영화 초반부, 어릴 적 고향임에도 길을 잃어 혼란스러웠던 다이애나는 샌드링엄 하우스 근처에 도착하여 아버지 외투가 입혀진 허수아비를 보고 이제 조금씩 기억이 난다는 말을 한다. 그렇게 영화 후반부, 허수아비에 입혀져있던 아버지의 외투를 가져오는 행위는 아버지의 성 ‘스펜서’로 살던 시절, 즉 자유를 되찾아 오는 의미가 돋보인다.
2. 모티프
1) ‘꿩’과 ‘총’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길바닥에 널브러진 ‘꿩’의 시체를 로우앵글의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군용차량에 아슬아슬하게 밟힐 듯하지만 피해 간다. 마치 아슬아슬한 다이애나의 상황처럼 말이다. 왕가에서는 그저 ‘재미로’ 유희를 위해 하는 일들이 있다. 그리고 그 ‘재미’는 매번 다이애나를 옭아맨다. ‘몸무게 재기’ 그리고 ‘꿩 사냥’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꿩’은 재미를 위해 길러져서 총을 맞아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 내내, 다이애나는 사냥(유희)을 위해 길러진 이 ‘꿩’처럼 길러진 미물로써 묘사된다. 영화 중반부, 붉은 옷을 입은 다이애나가 카메라에 둘러싸인 시점샷은 파파라치들에 둘러싸인 대중의 사냥감 다이애나 역시 유희의 도구로써 사용됨을 명확히 보여준다. 총으로 꿩을 겨누는 것이 파파라치가 다이애나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과 겹쳐진다. 극중 다이애나는 문학 작품에서 객관적 상관물과 같이 ‘꿩’에게 자기 자신에 빗대어 말을 걸기도 한다. “날아가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그래서 영화 후반부, 다이애나가 아버지의 외투를 걸친 채 두 팔을 새처럼 들어 올려 사냥 중인 아들과 군인들 앞에 서서 상황을 어그러뜨리는 장면이 마치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를 벗어나는 꿩처럼 보이는 것이다. 자유를 찾기로 결심하고 행하는 신에서 다이애나가 ‘꿩’에 투영되어 극적으로 묘사되었다. 롱 샷으로 다이애나와 두 아들이 손을 잡고 뛰는 모습을 팔로잉하는 샷은 관객에게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2) 검은색 8번 당구공
영화 중반부. 광각으로 당구대를 사이에 둔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의 거리감이 드러나는 신, 당구대에 아주 정교하고 계산적으로 공들이 놓여있다. 리버스 샷에서 두 인물 모두 정중앙에 위치하고 아주 천천히 달리 인하며 숨을 조여온다. 찰스 왕세자 앞에 날카롭게 삼각형으로 놓인 붉은색 공들은 다이애나의 모든 가능성이 다 찰스 왕세자 손안에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찰스는 진짜 나의 모습과 그들이 찍는 내 모습, 두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다이애나에게 검은색 8번 공을 굴린다. 그리고 8번 공을 잡은 다이애나가 검은 공을 떨어뜨리는 걸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당구는 검은색 8번 당구공을 홀 안에 넣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하지만, 이 8번 공이 당구대 밖으로 떨어지는 것은 애초에 둘의 게임은 찰스 왕세자로 승자가 정해져있는 공평하지 않은 게임이고, 공을 떨어뜨리는 것은 다이애나가 더 이상 그 게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행위이다.
3) 진주 목걸이와 앤 불린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진주 목걸이는 다이애나에게 채워진 목줄과도 같다. 이 진주 목걸이는 찰스의 내연녀 커밀라와 같은 것이다. 다이애나는 극 중 꾸준히 제인 시모어 책을 읽는다. 간통은 헨리 8세가 했지만, 정작 간통을 저질렀다는 누명을 쓰고 처형당한 ‘앤’과 자기 자신을 빗대어 보고, 그녀의 환영을 자주 마주한다. 영화 중반부, 식사 자리에서 여왕과 찰스 왕세자가 다이애나를 감시하듯 바라보는 다이애나의 시점샷이 반복되고 앤 불린의 환영이 나타난다. 연주되는 음악 역시 격정적으로 고조되며 숨통을 조여와 다이애나는 진주 목걸이를 뜯어 씹어 삼키는 환상을 본다. 그렇게 다이애나는 식사 때마다 음식물이 입에 들어오자마자 게워낸다. 다이애나의 시점샷은 영화 중반부, 크리스마스 당일 세인트폴 성당 앞에서도 볼 수 있다. 복잡한 다이애나의 마음이 투영되듯 핸드헬드로 찰스 왕세자의 내연녀 커밀라에서 찰스 왕세자로 초점이 맞는다. 반복적인 시점샷은 불안정한 다이애나의 심리를 극대화한다. 영화 클라이맥스, 옛 추억이 담긴 샌드링엄 파크 하우스에서 자살을 고민하던 운명적이고도 위험한 상황, 어둠 속에서 ‘앤 불린’ 의 환영이 나타나 말한다. 남편이 내연녀와 똑같은 초상화를 자신에게 선물했다고 말이다. 뜯고 도망치라는 앤의 음성이 들리자, 다이애나가 발레를 하고 싶던 어린 시절부터 자유로이 춤을 추는 시퀀스가 이어진다. 그렇게, 본래 자신에게서 자유를 찾고 결심을 하는 순간, 진주 목걸이를 뜯는다. 올가미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자유를 되찾은 것이다.
4) 차 번호판
영화 초반부, 고향임에도 불구하고 다이애나는 길을 잃은 채 샌드링엄 하우스를 찾기 위해 차를 몬다. 정체성이 혼란스러웠던 다이애나의 내면이 현실 상황에 투영된 듯이 말이다. 그러고는, 내내 혼란스럽고 어두운 표정으로 “Where Am I?”라는 대사를 내뱉는다. 자신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물음, 마치 다이애나 자신에게 말하는 것과 같다. 초반부, 붉은 체크무늬 재킷을 입은 채 길을 잃은 다이애나는 ‘G580SGT’ 번호판의 차를 운전하고 있다. 운전하는 다이애나의 모습은 롱 샷으로 잡혔고, 영국 특유의 구름 낀 날씨에 탁한 색감을 띈다. 야외임에도 자동차에 햇빛과 조명이 거의 비추는 양이 적어 콘트라스트가 낮은 차분하고 글루미한 분위기다. 외화면에서는 격식 있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다이애나는 지도를 바라보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을 뿐이다. 그리고, 별장 근처에 다다랐을 때, 갓길에 사선으로 세운 다이애나의 차. 그때의 차 번호판은 ‘J548LRP’이다. 하늘은 구름에 완전히 뒤덮여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콘트라스트가 거의 없고, 인물들의 얼굴 역시도 그림자가 거의 지지 않아 창백하게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칙칙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후반부, 꿩 사냥에서 아이들을 데려온 캐주얼한 진과 플랫슈즈 차림의 다이애나가 왕실 안에서 출발할 때의 번호판은 ‘J548LRP’이지만, 왕실에서 벗어난 직후 차의 번호판은 ‘G580SGT’이다. 롱 샷으로 다이애나와 그녀의 아들들이 질주하는 자동차를 잡고. 구름 낀 날씨임에도 햇빛이 스펜서와 아이들이 탄 차를 비춰 활기찬 분위기를 형성한다. 심도가 얕지 않지만, 가운데 빛이 강하게 반사되는 차를 탄 다이애나와 아이들에게 초점이 간다. 내화면에서 ‘All I Need Is A Miracle’ 틀어 자유롭게 노래 부르며 드라이브한다. 이제는 정확한 행선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이애나는 확신에 가득 찬 모습으로 아들에게 말한다. “Trust me.” 이제까지 본 중에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 초반부 고향에서 왕실로 들어갈 때는 ‘G580SGT’에서 ‘J548LRP’, 후반부 왕실에서 나올 때는 ‘J548LRP’에서 ‘G580SGT’이다. 진정한 스펜서의 정체성은 ‘G580SGT’, 통제받고 억눌린 다이애나의 삶은 ‘J548LRP’에 빗대고 있는 것으로, 인물의 긍정적인 변화를 직관적으로 그려낸다.
3. 결론
이 영화는 왕실에서 일거수일투족 구속받는 주인공 다이애나가 ‘진정한 나 = 스펜서’, ‘자유’를 결심하는 이야기이다. 호화로운 식사 자리에서 한 번도 마음 편히 식사를 한 적 없는 스펜서가 아들 둘과 도망쳐 나와 간 곳은 다름 아닌 패스트푸드점 ‘KFC’이다. 다이애나에겐 이런 ‘평범한’ 자기 의지로 할 수 있는 식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스펜서’가 자신을 투영한 존재 ‘꿩’과 ‘앤 불린’ 그리고 그녀를 옭아매던 ‘진주 목걸이’와 ‘검은색 당구공’ 마지막으로 가장 직접적으로 다이애나의 진정한 정체성인 ‘스펜서’를 드러내는 번호판 ‘G580SGT’까지. 영화 전반에 깔려있는 이 모티프들이 ‘자유로운 자신의 정체성’라는 하나의 주제 의식을 탄탄히 구축하고 있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다이애나 비의 일생을 잠시나마 체험하고 싶다면, <스펜서>를 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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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데일리] 인디고 걸스의 노래를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
저는 뮤지컬은 좋아하지 않지만, 주크박스 뮤지컬은 상당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러한 성향을 갖게 된 데에는 아무래도 <글리>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오래된 명곡을 새롭게 편곡하거나 의외의 곡들을 매쉬업하여 극에 삽입하는 것이 <글리>가 음악을 대하는 방법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이러한 <글리>의 감성을 되살린 작품을 감상했습니다.
글리터와 둠
Glitter & Doom
Summary
인디고걸스의 상징적인 곡들로 풀어낸 환상적인 여름 로맨스 뮤지컬. 뮤지션 '둠'과 자유분방한 '글리터'는 첫눈에 사랑에 빠져 함께 도망칠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29일은 정말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기에 충분한 시간일까? (출처: 제천국제음악영화제)
Cast
감독: 톰 구스타프슨
출연: 알렉스 디아즈, 알란 카미시
<글리터와 둠>은 1987년 데뷔하여 포크 음악과 펑크락을 결합한 음악을 선보인 인디고 걸스의 음악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낸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입니다. 이 뮤지컬 영화에는 오직 인디고 걸스의 음악만을 사용해 이야기를 전개하겠다는 외고집이 보입니다. 작품 속에는 'Closer to fine', 'World falls', 'Get out the map' 등의 노래가 적재적소에 쓰이는데요. 조금만 보아도 캐릭터와 장면을 만들어 놓고 인디고 걸스의 노래를 붙인 것이 아니라, 인디고 걸스 노래의 가사와 분위기에 맞춰 이야기를 구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중 음악을 활용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인디고 걸스를 잘 알아야만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노래 가사와 짜맞추기 위해 넣은 장면들도 튀거나 어색하지 않게 세심하게 만들었으며, 편곡 자체가 완결성을 갖추어 무척 세련되기 때문인데요. 특히 '1 2 3 & Leads & I'll change'과 같이 여러 곡을 하나로 매쉬업하여 각기 다른 캐릭터의 상황을 표현하는 시퀀스들은 이야기의 선봉에서 이끄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면서도, 주크박스 뮤지컬의 매력을 온전히 보여줍니다.
주크박스 뮤지컬이 처음인 사람도 금세 빠져들 수 있도록 만인에게 익숙한 사랑, 꿈, 가족을 주제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 또한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요인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가족의 테두리에 갇혀 있는 '글리터'와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가족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 자신을 가둬 버린 '둠'입니다. 극과 극의 두 사람이지만, 그들에게는 꿈이 가로막힌 상태라는 공통점이 있죠. 여느 사랑이 그렇듯 두 사람은 어느날 갑자기 우연히 사랑을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꿈과 가족에 관한 갈등을 해소하는 여정이 <글리터와 둠>의 주된 이야기입니다. 익숙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굉장히 뻔해 보이는 이야기는 인디고 걸스의 노래와 어울리게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남다른 생기를 얻습니다.
익숙함과 뻔함의 자리를 메우는 또 다른 요소는 독특한 영화적 편집입니다. 이 작품은 음악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 동안에도 다양한 편집 기법을 활용해 지루할 틈 없는 화면을 관객에게 선사합니다. 씨네21 송경원 편집장은 과거 뮤지컬 영화인 <라라랜드>에 대해 "영화인 척하는 실황 공연"이라고 평한 적이 있는데요. 적어도 이 작품은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오직 영화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모습들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독특한 성격의 캐릭터나 판을 뒤집어 놓는 반전이 없더라도 소소한 이야기들을 지루하지 않게 펼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제게, <글리터와 둠>은 짜릿한 전율을 선사하기도, 예상치 못하게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정상성의 범주라는 건 없다는 듯 퀴어들이 잔뜩 등장하는 점도, 간만에 떠오른 <글리>의 추억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었지요. <글리>의 '커트'와 '블레인'처럼 탁월한 연기와 노래, 그리고 케미스트리로 극을 더 흥미롭게 만든 두 명의 배우를 새로 알게 되어 기쁘기도 합니다. 아직도 <글리> 사운드 트랙가 돌아가고 있는 제 음악 스트리밍 앱에 <글리터와 둠>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앨범이 새로이 추가된 채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습니다.
9월 7일(토) 20:00 제천시문화회관
9월 9일(월) 19:00~20:54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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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낫아웃> 티저 예고편
고교 야구부 유망주 광호는 프로야구 드래프트 선발에서 탈락한다.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대학 진학을 원하는 광호. 하지만 광호의 선택은 동료들과 보이지 않는 갈등을 만들고, 기댈 곳이 없어진 광호는 친구 민철과 함께 가짜 휘발유를 판매하는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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