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2023-12-11 00:39:12
2023 서울독립영화제 후기 (2)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백탑지광>
4.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국내에선,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 이 원작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로 가장 잘 알려진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타 작품들을 워낙 재미있게 봤던 터라, 기대를 안고 가장 먼저 티켓팅에 도전한 영화이다. 역시나 좋았고, 전작들과는 색다른 느낌을 주는 이야기였다.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가 끝난 후 진행된 시네토크에서,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에서 시작해서 픽션으로 끝나는 영화’라고 하신 평론가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이보다 이 영화를 더 잘 설명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자연을 보호하고자 하는 거주민, 그리고 그 반대쪽에 서서 어떻게든 글램핑장을 건설하려는 회사 직원들의 이야기. 와중에 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엔딩에 이르러서는 충격적인 장면이 묘사된다. 어떠한 순간순간들이 문학적으로 다가와 좋았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말을 아껴야겠다. 정보없이 봤을 때 오는 놀라움이 크다)
광활한 풍경, 유머러스한 대화, 그리고 오프닝이 정말 볼만하다.
그리고,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5. 백탑지광 (감독 장률)
영화 <군산:거위를 노래하디>, <경주>, <춘몽>으로 잘 알려져 있는 영화감독 장률. 이번 영화 <백탑지광>은 한 편의 시를 닮았다.
영화 <군산>과 <경주>
영화 <춘몽>과 <백탑지광>
백탑은 그림자가 지지 않아요
영화 제목 '백탑지광'에서의 백탑은 베이징에 있는 탑으로, 그림자가 지지 않는다. 이는 곧 한 등장인물이 '우리에겐 그림자가 없다'라고 상대에게 말하는 것과 연결된다. 각자의 아픔과, 말 못할 서러움들을 내면에 꾹꾹 눌러담고 있어서일까.
속에 자리한 그늘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은 각자의 힘으로 묵묵히 생을 버텨내고 있다.
내가 안아줘도 될까요?
용기내어 이렇게 물어보며 자신의 그림자를 꺼내 보인다. 조금은 다른 모양일지라도,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포갠다.
너의 그림자와 나의 그림자를 겹쳐본다.
괴로움, 죄책감, 고독감 모두. 나의 아픔과 너의 아픔까지도.
그 순간에는 조금 쓸어내릴 수 있을 것만 같다.
마음껏 봤고 마음껏 좋아했다.
12월의 압구정 cgv의 온기를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영화인들 틈에 끼어 12월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출석했던 서울독립영화제. 2024년에는 또 어떤 좋은 영화들을 만나게 될까. 영화가 가진 힘을 믿으며 앞으로의 2024년도,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좋아해야겠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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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다>에게 주어진 질문과 소통의 노래라는 답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는 아빠 '프랭크(트로이 코쳐)', 엄마 '재키(말리 매트린)', 오빠 '레오(다니엘 듀런트)'와 세상을 이어주는 막내딸 '루비(에밀리아 존스)'. 어느 날 그녀는 남몰래 호감을 품고 있던 '마일스(퍼디아 월시 필로)'를 따라간 합창단 연습에서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노래에 대한 열정을 발견한다. 마찬가지로 루비의 재능을 알아본 합창단 선생님 '빌라로보스(에우헤니오 데르베스)'는 그녀와 마일스의 듀엣 콘서트를 준비하고, 그녀에게 버클리 음대 오디션에 지원할 기회를 준다. 그러나 그녀 없이는 생업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들은 루비의 선택을 두고 고민에 빠지고, 루비는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 살면서 처음으로 가족이나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진심을 전달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한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미국 극영화 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비롯해 4관왕을 달성하고, Apple TV+와 2,5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된 시안 헤더 감독의 <코다>는 기본적으로 모범적인 음악 영화다. 십 대 소녀가 자신의 꿈을 이해하거나 응원해주지 않는 부모님과 갈등을 빚는 가족 드라마와 아웃사이더인 주인공이 인싸인 학교 친구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점차 가까워지고 장애물이었던 모종의 오해까지 풀면서 사랑을 이루는 하이틴 로맨스의 흐름을 착실히 따라간다. 특히 어선 조업 중 노래와 리듬에 몸을 맡기는 루비의 첫 등장만 봐도 정석적이고 반듯한 영화의 전개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한 소녀가 본업과 관련이 없는 음악이라는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는 <비긴 어게인>과 <싱 스트리트>, <스타 이즈 본>과 같은 영화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그러나 <코다>의 진가는 이처럼 모범적인 면모가 영화를 결코 뻔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특히 마냥 평범해 보이는 요소인 노래에 여름날 햇빛을 닮은 감동을 담아내면서 힐링 영화로 발돋움하는 게 인상적이다. 그 중심에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자녀인 '코다(CODA, Childern Of Deaf Adults)'라는 루비의 정체성, 그리고 뜬금없이 합창단에 들어가고자 하는 루비에게 친구인 거티가 건네는 "너 노래해?"라는 질문이 있다. 언뜻 듣기에 거티의 질문은 단순히 노래라는 걸 부를 줄 아느냐고 묻는 듯하다. 그러나 루비가 겪은 코다로서의 경험과 만나는 순간 이 질문은 들리는 것 이상의 의미, 곧 소통과 불통의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우선 영화가 묘사하는 루비의 삶과 경험은 '통역'이라는 단어 하나로 축약할 수 있다. 루비 없이 그녀의 가족과 다른 사람들은 소통하지 못하며, 이는 일상의 위기로 이어진다. 당장 배 위에서 루비의 주된 역할은 해경 및 다른 어선들과의 무전 담당이다. 배 아래에서도 그녀는 잡은 물고기의 경매가를 흥정하고, 물고기 판매 방식을 둘러싼 회의에서 가족들의 의견을 대표로 전달한다. 그런 그녀가 조업에 나서지 않자 프랭크와 레오는 무전을 받을 사람이 없어서 해경에게 제지당하며, 그들은 회의장에서 안건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남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통역으로 살아온 루비는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말하는 것을 꺼리고, 타인의 이야기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가족과 사회 양쪽 세상을 이어주면서도 동시에 양쪽 모두에게 배척받는 존재였기 때문에 그녀는 진정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단순한 메신저에 불과하다. 당장 농인인 가족들과 루비는 삶의 기준이 다르다. 식사 자리에서 틴더 어플을 사용해도 아무 제지를 받지 않는 오빠와 달리 그녀는 식탁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무례하다고 혼난다. 또 그녀는 가족들이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만들어내는 온갖 소음에 홀로 괴로워하며, 자신의 말에 그다지 귀 기울이지 않는(못하는) 가족들로부터 자신이 점차 소외되어 간다고 느낀다.
한편 가족 너머의 사회에서도 그녀는 괴짜다. 학교에 처음 간 날 친구들과 달리 농인처럼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는 등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유로 루비는 놀림을 받는다. 멸시와 조롱 때문에 그녀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자 그로 인해 그녀는 또다시 놀림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그녀는 양쪽 세상 모두와 점진적으로 단절되어 간다. 이는 루비가 마일스와 쌓인 오해와 감정을 푸는 장면이 그녀가 어선 조업 문제를 두고 가족들과 의견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한 대가를 맛보는 모습과 교차되는 이유다. 상반된 분위기의 장면이 엇갈리면서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한 위기는 가장 극적으로 조성된다.
이때 영화는 커뮤니케이션의 매개체이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말할 줄 모르던 한 소녀에게 탈출구를 선물한다. 바로 노래다. 일단 그녀에게 노래는 자신만의 감정과 사연을 기록하고 표현할 수 있는 일기장이다. 가족들이 음악과 노래를 들을 수 없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온전히 남길 수 있었다. 물론 동시에 아픈 기억을 상기시키는 흉터이기도 하다. 처음 합창단 연습에 간 루비는 노래를 부를 차례가 되자 연습실에서 도망쳐 버린다. 처음으로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자 자신이 말한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말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던 그녀의 트라우마는 반복된다.
하지만 그 흉터는 이내 치료를 위한 거울이 된다. 노래를 통해 마침내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남들에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들릴까 봐 노래를 망설이는 루비에게 음악 선생님인 미스터 브이는 노래하는 목소리보다 그 목소리에 담긴 이야기가 소중하다고 이야기한다. 또 루비가 예쁘게 노래하려고 애쓸 때 그는 당장 예쁘지 않더라도 분노, 실망, 좌절처럼 그녀가 애써 숨기고 마음속에 가두려는 감정을 모두 노래에 털어놓아야 비로소 노래에 힘이 생긴다고 가르친다. 이처럼 레슨을 받으면서, 또 노래를 부르면서 그녀는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줄 준비를 마친다.
이는 영화가 서두에 던진 "너 노래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루비의 이야기라는 특별한 맥락 안에서 위 질문은 단순히 노래한다는 행위의 유무를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노래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된다. 그렇기에 루비가 마일스와 쌓인 오해를 풀고자 그를 자신이 혼자 노래하던 호수로 데려라고, 음대에 진학하겠다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와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질문에 대한 답이 되며, 그녀의 노래는 따뜻한 울림을 선사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코다>는 진정으로 노래하게 된 루비의 변화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의 노래를 들어야 할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대화와 소통은 말하는 사람과 말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것을 듣고 이해하는 사람까지 있어야 진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화자의 표현과 그 내용이 진실될 때 소통이 더 용이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도 주목하여 그녀의 성장과 노력, 그리고 진심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닿는지에도 주목한다.
그래서 루비가 무대 위에 올라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순간, 카메라는 루비보다도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 특히 그녀의 가족을 주시한다. 노래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딸이 노래한다는 사실도 믿지 못하던 아빠 프랭크는 다른 관객들의 박수세례와 눈물을 통해서 비로소 그녀의 노래가 갖는 힘을 인식한다. 그러고는 집에서 루비가 노래할 때 그녀의 목을 만져서 울림을 확인하고, 입모양을 보면서 가사를 확인하며, 눈물을 보면서 노래에 담긴 진심을 확인한다. 이때 영화는 루비가 무대 위에 있을 때 영화 관객에게도 숨겼던 노랫소리를 그제야 들려주며 루비와 그녀의 가족이 진정으로 서로의 속마음을 이해하는 순간의 임팩트를 극대화한다.
이렇게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법을 배우고, 또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게 하는 루비의 노래는 그녀에게만 필요했던 탈출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비록 모든 사람이 루비와 같은 코다는 아니지만, 다양한 이유로 그녀가 겪는 것과 유사한 불통의 문제를 현실의 삶 속에서 공유하기 때문에 그녀의 노래에 더욱 공감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너 노래해?"라는 질문은 루비의 시점에서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들에게 주어진 질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루비가 자신의 이야기로 노래하는 거 봤지? 이제 너는 어떤 노래를 부를 거야?"라고 묻는 것처럼.
A(Acceptable, 무난함)
코다의 노래를 빌려 모든 이들의 불통과 소통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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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뤽 다르덴 & 장 피에르 다르덴, 로제타 (1999)
뤽 다르덴 & 장 피에르 다르덴, 로제타 (1999)
- 와플 왕국 노동자의 평범한 삶
karenine
# 이야기를 시작하며
살면서 아주 가까운 누군가로부터, '당신은 어른다운 부모를 두어서 좋겠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대학생 때부터 집을 뛰쳐나가 그야말로 신입생 때부터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친구였다. 나는 그에 비해 관심도 애정도 통제도 많은 부모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사실은 배부른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실 감각도 있으면서 아이를 적당히 외롭지 않게 할 수 있는 부모가 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아버지는 성실한 사람이다. 아버지의 성실함은 할아버지로부터 왔다. 할아버지는 60대 초반이 될 때까지 일을 하셨고 65세에 뇌졸중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중간에 크게 아팠을 때 빼고는 한 번도 쉬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 그렇게 아프고 힘들었을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엄마는 장례식장에서 아버지가가 새벽에 우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성실한 노동자 집안의 맏이인 나는, 고학력 실업자가 된 이후로 아무도 눈치 안주는 데도 눈치가 보인다. 예컨대 코로나 시대에 청년 취준생이 29만 명이라는 뉴스를 아버지와 차를 타고 가면서 라디오에서 듣는 일은 참 불편한 일이다. 결국 다른 뉴스가 나올 때까지 우리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가 오늘도 아침을 먹고 약간은 무거운 표정으로 출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무슨 부업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사하게도 누군가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기도 했고 내가 직접 지원하기도 했다. 없는 시간을 내서라도 열심히 쓸 것이다. 뿌듯함은 잠시였고, 앞으로 내가 벌린 일을 수습할 생각에 아찔했다. 어릴 적엔 작가, 글 노동이라 함은 멋들어진 서막을 열면서(예컨대 등단, 문학상 수상, 등등) 시작하리라 예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로제타가 뒷문을 통해 리케의 자리를 몰래 염탐하듯이 궁상맞고 은밀하게 시작되었다. 그녀는 리케의 자리를 바라보는 순간에, 언젠가는 사장의 여러 와플 가게들 중 하나의 점장이 되리라는 상상을 했을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메이저 지면에 기고하리라는 섣부른 야망을 가지면서 내 기분은 점차 상승했다가, 다시 땅에 내려앉았다.
# 로제타가 겪는 윤리적 각성
딸에게 양육자 구실을 하지 못하는 엄마를 둔 로제타(에밀리 드켄)의 삶은 매일이 진창 같은 전쟁이다. 그리고 그 전쟁은 맨몸으로 싸우는 육박전이다. 사실 로제타의 가장 큰 적군은 엄마임을 알 수 있다. 그녀는 로제타가 남이 준 생선을 버리려고 할 때 딸에게 칼을 들이미는 '어미'다. 유아적이고 파렴치하며, 사창가의 여인 같기도 하고 돌아온 탕자 같기도 한, 그러나 무엇보다도 로제타의 생모, 어머니, 엄마.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이 내 인생의 가장 큰 적이라는 사실은 인생의 가장 큰 비극이다.
로제타가 "나는 엄마랑 달라 Moi, c'est pas toi (*직역하면 난 엄마가 아니야.)"라고 선언하며 만들어가는 삶의 궤적은 철저하게 스토익하고 윤리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 영화는 카메라 기법부터 어지러울 정도로 현장감을 그대로 가져오는 리얼리즘(핸드-헬드) 기법을 쓰고 있다. 반면 로제타의 삶의 태도에 있어서만큼은 감독의 목소리를 은연중에 대변하는 것과 같은 교훈적일 정도로 엄격한 태도를 취한다. 그래서 인물은 마치 순교자의 일생을 기록한 것처럼 의지로 가득 차 있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룩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것이 인물을 고지식하고 때로 비인간적으로 느껴지게 하며, 로제타라는 인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형성한다.
이 심리적 거리감이 철저히 전복되고 깨지는 것은 극 후반부이다. 영화 초반부부터 로제타는 이미 어떤 윤리적 각성을 한 소녀이다. 소녀는 엄마의 삶의 방식을 보고 겪으며 절대로 '엄마처럼 살아가는 건 안 된다'라는 뚜렷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사회로 나갔을 때 더 넓은 층위의 문제에 직면한다. 자신을 돕고자 하는 리케(파브리지오 롱기온)의 선의를 어디까지 받아야 하는지, 비슷한 처지나 좀 더 나은 처지인 그가 동료인지 잠재적 경쟁자이자 적인지를 로제타는 아직 판단하지 못한다. 동료 노동자는 그녀에게 자리를 뺏을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자 적이다. 지난 직장에서 경영상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동료의 모함 때문에 그렇게 허무하게 해고되었다고 믿고 있는 것처럼.
J'ai une vie normale (나는 평범한 삶을 산다)
그런데 리케가 엄마와의 몸싸움 때문에 잃어버린 장화를 주었을 때, 로제타는 그날 밤 비로소 그를 '친구'라고 부른다. 머릿속에 생존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 찬 소녀에게는 집에서 재워주는 것도, 오토바이로 태워서 데려다주는 것도, 토스트를 구워주는 것도 아닌, 자신의 생존품인 장화를 주는 사람이 가장 고마운 사람일 것이다. 전쟁통에서 군화를 잃어버려 행군을 못하는데 군화를 도로 찾아준 이에게 느끼는 전우애랄까. 그런데 리케의 사정은 다르다. 로제타가 리케의 눈을 안 마주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때, 리케가 그녀에게 인간적인 호감 이상의 감정이 있다는 것을 로제타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눈치를 챘을 것이다.
위에서 로제타에게 갖게 되는 이상한 심리적 거리감은 후반부에 가서 어떤 강렬한 사건들의 연속으로 휘몰아치고 부서진다. 로제타는 장화를 준 리케가 물에 빠졌을 때 '나 말고 저 사람이 대신 물(진창)에 빠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고민을 잠시 한다. 어쩌면 본능적으로 그를 밀어버렸던 것 같기도 하다. 영화에서 가장 가슴 아픈 현실인 것은 계산대에 있는 사장의 돈을 훔칠지 고민하는 것도 아니고 와플을 빼돌려서 수익을 남길지 고민하는 것도 아닌, 내 생존을 위해 다른 노동자를 그 자리에서 악의적으로 제거해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라는 점이다.
로제타는 남의 것을 훔치고 구걸하는 게 나쁜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철두철미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의 존엄을 해치지 않으면서 독립적으로 살아가야겠다는 의지로 투철하다. 또한 카라반(트레일러)의 유목 생활을 청산하고 보통의 삶으로 정착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정작 타인의 선의를 어떻게 돌려줘야 하는지, 같은 노동계급의 동료와 어떻게 공존하고 연대를 이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각성은 로제타가 한 번도 맞닥뜨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는 늘 대체되는 사람이었으므로.
리케가 해고되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로제타는 자신이 당했던 '부당한' 해고를 리케에게 덮어 씌움으로써 자신이 당했던 피해에 대한 복수에 성공한다. 갑자기 <복수는 나의 것>의 송강호 대사가 떠오른다. ("너 착한 놈인 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 너 죽이는 거 이해하지?") 그리하여 그녀는 꿈에 그리던 생산-판매라인의 가장 끝에 오르게 되고, 생전 가장 많은 돈을 만져보게 된다(갖게 된단 소린 아니다). 그러나 사장에게 얻은 신뢰도, 안정적이고 그럴듯한 직장도, 일하면서 그녀의 입가에 걸린 작은 미소도, 리케가 눈앞에 한번 나타나는 순간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지게 된다.
# 밥벌이의 즐거움과 슬픔
이 영화는 와플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벨기에 출신의 감독들이 만든 영화에 와플이 주연으로 나오는 것은 차라리 어떤 유머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감독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네 벨기에 하면 솔직히 와플밖에 모르지? 와플 말고 벨기에에 대해 아는 게 있나? 그런데 와플 왕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삶은 사실 이렇단다.'
와플은 영화 속 다양한 상황에서 등장한다. 첫 등장은 로제타가 해고당하고 얼굴이 벌게져서는 씩씩거리며 와플을 먹는 장면이다. 출근길에 사람들이 하나씩 사가는 아침 대용으로도 나오고, 직장에서 갓 잘렸어도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 하는 음식이 바로 와플이다.
영화는 특별할 때 먹는 디저트로서가 아니라, 일용할 양식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상품으로서의 와플을 보여준다. 이로써 관객들은 와플 생산-판매 라인에 대한 모든 것을 보게 된다. 나는 벨기에 사람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 왠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일상식인 김밥이나 토스트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벽부터 재료를 준비하고 김밥을 마는 분주한 아침. 출근하는 손님들의 손에 하나씩 들려가는 김밥들과, 철컥 소리가 나며 열고 닫히는 계산대의 소리. 이것은 벨기에식 밥(빵?)벌이에 대한 가장 전형적인 초상화이자 그 뒷단의 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 지에 대한 성찰과 고발이다.
호흡이 가빴던 도입부에 비해, 와플가게 사장(올리비에 구르메)이 로제타에게 일을 알려주는 장면은 평화롭기까지 하다. 어떨 때 우리는 지긋지긋한 집안에서 벗어나 노동의 리듬 안에서 가장 큰 평화를 찾기도 한다. 로제타의 경우, 그녀에게 버거 워보이는 밀가루 포대를 제법 잘 들어서 반죽에 능숙하게 섞는다. 언뜻 세대에서 세대로 전수되는 어떤 노동의 배움에 대해서 보여주면서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것도 잠시, 로제타는 사장 아들에게 또 밀려나고 만다.
재미있는 점은, 영화는 로제타 눈에 비친 와플집 사장, 즉 소부르주아지의 고단함 또한 응시하고 있다. 이것이 다른 영화에서 굉장히 양극화된 계급 묘사와는 사뭇 달랐다. 이미 12개의 점포를 가지고 로제타의 삶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을 살 것 같은 사장도 실은 무거운 밀가루 포대의 무게 앞에서 쩔쩔맨다. 그 또한 매일같이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또한 사장은 부양 의무가 있는 책임감 있는 부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식을 위해 성실한 노동자를 해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이렇듯 밥벌이에서 어떤 선택의 순간들은 매일같이 찾아온다. 마음이 불편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려야 되는 선택들이 있고 그것이 우리를 지치고 찌들게 만든다.
참고로 올리비에 구르메는 몇 년 뒤 <아들(2002)>이라는 다른 다르덴 영화에서도 소년들에게 목공일을 가르치는 역할로 나온다. 이 때도 무뚝뚝하지만 은근히 마음은 약하고, 자신의 상처와 지친 삶을 내색하지 않고 내면에 간직한 사람의 역할이 정말 잘 어울렸다.
# 다르덴 영화가 유머를 다루는 방식
슬프고 처참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임에도, 나는 이 영화가 유머를 잃지 않았음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 유머는 아주 머쓱해지는 뚝 끊김, 갑작스러운 포즈(pause)에서 나온다.
리케네 집에 갔을 때 리케는 그 어색한 공기 속에서 어떻게든 아이스 브레이킹을 해보려 하지만 좀처럼 로제타는 장단을 맞춰주지 않는다. 리케는 음악을 연주하고 들을 만큼 아주 약간은 숨 쉴 틈이 있는 삶을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아주 법대로만 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암시한다.
하지만 이윽고 우리는 그에게 변변한 진짜 음반도 하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본인이 직접 녹음한 연주 테이프를 들으며 어떻게든 흥을 돋우려는 이 남자아이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로제타는 못 이기는 척 리케가 연주한 이상한 드럼 곡에 맞춰 춤을 춘다. 흥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할 찰나, 갑자기 음악이 뚝 끊긴다. '어, 내가 여기서 틀린 것 같아.' 그리고 연주는 다시 시작되지만 한번 끊긴 '무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베스트 3 안에 꼽을 수 있다.
로제타가 진 삶의 무게는 밀가루포대-엄마-가스통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모든 무거운 것들 앞에서 로제타는 한 번씩 무릎을 꿇고 쓰러진다. 마지막 결말 부분의 그 안타까운 순간마저도, 영화는 절묘한 순간에 포즈(pause)를 주면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로제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갑자기 가스가 끊기는 장면이다. 죽으려고 할 때까지 가스통을 사서 끌고 와야 한다니. 영화는, 죽을 권리도 돈을 지불해야 살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강렬한 쓴웃음을 짓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리케의 얼굴을 정면으로 안 보여주는 것은, 로제타를 구원한 사람이 리케, 즉 남성-노동자라는 메시지를 넘어서기 위한 것이라고 짐작한다. 로제타가 마지막으로 삶은 달걀의 껍질을 깨듯, 그녀의 내면에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각성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깨달음 끝엔 후회의 쓴맛과 현실에 대한 절망이 뒤따른다. 역설적으로 그러한 깨짐을 통해서 로제타는 자신의 과거와, 또 타인인 리케와도 화해를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로제타의 두 눈빛을 통해 그녀가 아직 포기하고 싶지 않음을, 아직 자신만의 무인도에서 죽을 힘을 다해 구조 신호를 쏘아 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마치며
<로제타> 영화가 나온 이후 벨기에 정부의 로제타 플랜은 반짝 효과를 내고 몇 년 만에 사라졌다고 한다. 지금 정부가 청년 정책 하며 내놓는 취업지원금이나, 이런저런 임시변통의 대책들도 저렇게 별 효과 없이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질 게 뻔하다.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는 각자가 견디고 자구책을 만드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까진 이 광활한 진창을 없애기 힘드니 최대한 덜 빠지도록 조심하고 자신의 몸과 정신을 드라이로 말리듯이 항상 건조하게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가 준 가장 큰 교훈이 그것이 아니던가. 극악한 환경을 만들어놓았으니, 알아서 생존하시오.
가끔 현실이 팍팍할 때 이 영화를 꺼내어 볼 것 같다. 그 이유는? 에밀리 드켄의 출중한 연기나 블랙 유머 코드 때문에? 아니면 나를 물웅덩이에 밀쳐버리는 엄마가 없으니 차라리 감사한 마음이 들어서? 나는 왠지 '진짜 일을 하고 싶어'라는 그녀의 대사를 되새기기 위해 이 영화를 다시 볼 것 같다.
'진짜 일'이란 당최 무엇인가. 최근에 친구랑 통화를 하다가, 친구가 너는 사랑에 있어서 더 원(the one), 일종의 운명적인 사랑이 있냐고 물은 적 있다. 나는 속으로 워너원도 아니고 그게 뭐냐고 생각했으나, 내 속마음은 반반인 것 같다.
친구 말마따나 일에도 나만의 더 원이 있을까? 일찌감치 어떤 직업에 소명 의식을 찾은 사람들이 갑작스레 부럽다. 그래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진짜 일'을 찾느라 분투하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것이, 어떨 때는 아무 일이든 좋으니 일감만 달라고 하다가도 일하게 되면 좀 더 큰 욕심을 품는다. 아무리 같은 돈을 받아도 뒷단의 구질구질한 일은 하기 싫고, 내가 가진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고, 남에게 해를 주지 않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 운명적인 사랑을 찾는 것보다 차라리 그런 일을 찾는 것이 어렵겠다 싶다.
덧, 글을 쓴다고 아직 집에다 말하지 않았다. 그 돈을 버느니 본업에나 충실하라는 말을 들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걸 상상하니 욱하는 마음이 들지만 로제타의 구제불능 엄마를 생각하면서 참아야겠다.
[Eurofilm 6. 벨기에, 프랑스]
<이미지 출처>
www.bonjourtristesse.net/2010/12/rosetta-1999.html
www.simbasible.com/rosetta-movie-review/
https://www.etsy.com/listing/192831475/rosetta-limited-edition-movie-poster
https://www.ioncinema.com/reviews/criterion-collection-rosetta-blu-ray-review2020년 11월 23일 감상 / 2020년 11월 25일 씀.
* 본 콘텐츠는 브런치 karenine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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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 영화 대전, 과연 승자는?
한국 개봉 3주 만에 관객 수 200만 명을 돌파하며, 극장 전반을 견인한 <분노의 질주 9: 더 얼티메이트> (F9)가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6월 25일 북미 개봉을 앞둔 '분노의 질주' 시리즈 제9편은 5월 19일 전 세계 최초 개봉 이후 총 2억 5천만 달러 (한화 약 2780억 원) 를 벌어들였는데요. 특히, 중국 매출이 2억 300만 달러로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입니다. 블록버스터 중에서도 특히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어야 하는 시리즈인 만큼, 당연히 손익분기점 돌파를 위해 이를 뛰어넘는 북미 수익을 기대해야 하는데요. 개봉 전 북미 외 기타 박스오피스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기에 북미 시장도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모두가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할리우드의 경우, 2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낸 파라마운트 사의 <콰이어트 플레이스 2>를 제치고 개봉 버프를 등에 업은 또 다른 공포 영화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가 1위를 차지하였는데요. <컨저링 3>는 북미 3,102개의 극장에서 2400만 달러 매출을 올리며, 많은 이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기록을 세우며 극장 박스를 지켜냈습니다. 이는, 워너브라더스의 <컨저링 3>가 이미 HBO Max에서 ‘추가금’ 없이 공개되었기에 더 놀라운 기록이기도 합니다. 현재, 워너브라더스 측은 <컨저링 3>의 HBO Max 시청 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제작비 4000만 달러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이미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올리며 시리즈 (스핀 오프 포함) 전체 수익을 18억 달러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컨저링 3>로 인하여 잠시 2위로 하락했던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북미에서 올린 경이로운 수익 8800만 달러를 포함하여 전 세계 총 1억 38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요. 아직 시들지 않은 인기를 보이고 있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다시 <컨저링 3>를 제치고 weekly 박스오피스 1위가 될 거라는 전망입니다. 이러한 북미 흥행에 힘입어 아직 개봉하지 않은 한국 시장을 포함한 기타 시장의 흥행까지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특히,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의 공포 명작 <여고괴담>과 같은 주에 개봉하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얼마나 많은 박스를 차지할지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공포 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여타 지역과는 다르게 중국 시장에서는 디즈니의 <크루엘라>가 개봉일인 일요일 하루에만 약 20억 원을 벌어들였다고 하는데요. 이는 팬데믹 이후 개봉한 디즈니 영화 가운데, 개봉일 수익 850만 달러를 기록한 <뮬란>에 이은 2위의 기록이며,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과 <소울>보다 앞선 기록입니다. 워너브라더스와 마찬가지로 디즈니 또한 현재 디즈니 플러스 내 시청 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보도를 통해 현재 <크루엘라>를 향한 관심이 매우 뜨겁다고 전했습니다.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디즈니는 곧바로 <크루엘라> 속편 제작을 발표했는데요. 올 7월 개봉될 디즈니-마블의 <블랙 위도우>까지 가세한다면 디즈니의 주가가 조금은 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연,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바 있는 <캐시트럭>이 개봉하는
이번 주 박스오피스 순위는 어떻게 될지! [씨네픽]을 통해 예측해보시길 바라면서!
영화로운 한 주의 시작 보내시길 바랍니다 :)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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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얕은 명과 아주 짙은 암
압구정 문지기
강남구 압구정동의 어느 날. 대국이 형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지앞이 넓다. “안녕. 거기서 일하면서 불편한 거 없어?” “사장님. 여기를 이렇게 하면 대박 난다니까!” “오늘 머리 바꿨네!” 대국이 형은 오늘도 압구정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간섭하고 있다. 이 양반은 하는 일이 없나? 정답. 대국이 형은 그냥 백수다. 다른 사람한테 자기를 소개할 때 ‘사업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직업이라곤 없다. 남에게 건네는 명함은 ‘조기축구회 회장’이라는 타이틀 뿐. 아내는 왠지 없는 듯 보이고 딸과는 떨어져서 살고 있다. 집은 예전에 살던 아파트가 아닌 조기축구회 사무실이다.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내실은 비어있는 대국이 형. 사람들도 겉으로는 대국이 형에게 반가운 척 하지만 내심 그렇게 유쾌하게 그를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다.
다시 현재로 시점을 돌린다. 압구정동에서 아는 지인들을 만난 대국. 어느 식당에서 미정과 대화하고 있다. 한 성형외과 의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오빠. 그거 알아? 건달 조태천 걔가 성형외과 사업을 하려는 거. 그리고 그 사업에 박지우라는 의사가 있대. 지우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대국. 지우는 예전에 잘 나가던 성형외과 의사였다. 그러나 성형외과 안에서 일하던 간호사의 배신으로 면허가 정지되어 야인 생활을 지속하고 있었다. 아. 쟤가 좀 하는 애구나. 그런데 어디서 봤는데? 머리를 굴리는 대국. 그래. 그랬었지. 대국의 고등학생 시절, 같은 반이었던 친구의 동생이었다. 어렸을 때 자주 봤었어! 걔가 그럼 그렇지! 무릎을 치는 대국. 지우에게 접근한다. “야. 나 대국이 형인데. 나한테 아이디어가 있어. 한국에서 시도 한 번도 안 했던 거야.”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
<범죄도시 2>가 개봉한 지 6개월 정도 지났다. '마블리' 마동석 배우가 신작을 발표했다. 글쓴이가 아는 마동석 배우는 그야말로 슈퍼스타다. 파이기의 부름을 받아 <이터널스>에 출연해 마블 영화 크레딧에도 이름을 올렸다. 아직도 안젤리나 졸리랑 같이 같은 장면에 나왔던 게 신기하다. 또 <범죄도시 2>로 팬데믹 이후, 극장가 최고 흥행작의 원톱 주연을 맡았다. 상업적으로만 필모그래피의 분기점을 잡았을까? 이 배우가 <부산행>과 <베테랑>을 기점으로 인지도를 얻기 전에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부당거래>에도 출연했던 경력이 있다. 서서히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인기를 끌어올린 마동석. 2022년 12월의 현재, 그에게 주어진 '흥행 보증수표'라는 타이틀은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당연하지. 그만큼 잘 된 작품이 많으니까.
<압꾸정>은 이 마동석이라는 이름의 네임드 파워를 전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첫 번째. 마동석 배우 연기 잘한다. 새삼 영화 보면서 마동석 배우 연기 잘한다고 느꼈다. 일단 초입부에서 대국은 실없는 캐릭터성을 관객에게 서서히 쌓아 올린다. 우리가 아는 마동석 배우는 무력이 강한 캐릭터다. 영화의 후반부에 대국의 싸움실력에 대해 묘사되긴 하지만 전반부는 이를 뒤집는 장면이 있다. 마동석 배우는 이를 정확히 이해라도 한 듯 영화에서 마석도와는 다른 캐릭터를 보여준다. 일례로 지우를 설득하는 장면이 있다. 지우에겐 두 가지 페널티가 있다. 이 두 페널티를 대국이 해결해주는 듯한 묘사가 영화에서 제시된다. 이 문제들을 대국이 전적으로 그의 방식으로 해결한다. 여기서 한 문제는 전적으로 그이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었고, 다른 문제는 대국의 내면을 묘사하면서 중반부에 회수된다. 여기서 마동석 배우는 두 해결 방식에 차이점을 두며 후자에서 이야기에 임팩트를 주는 연기를 보여준다. 대국은 말을 잘하는 캐릭터다. 이 때문에 좀 비정상적인 캐릭터가 굉장히 쉬워 보이는 화법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곤 한다. 이 '두루뭉술하게' 라도 넘어갈 수 있는 이유는 마동석 배우의 연기력 때문이었다. 역시 베테랑은 클래스가 다르다.
또 영화는 마동석 배우의 캐릭터 '마블리'를 적극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누가 봐도 싸움 잘하게 생긴 외모의 마동석 배우. 이를 살리듯 실제 트레이너 출신이었다는 점이 그의 필모그래피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러니까 오히려 귀여운 모습이 더 부각된다. 영화는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마동석의 귀여움을 강조한다. 태천을 만나 자기 자신을 어필하는 모습, 눈 반짝이며 사업 아이디어에 설명하는 모습 등등 관객석에서 '귀여워!'라고 말할 장면이 많다. 그리고 전적으로 이 영화의 코미디 요소는 마동석 배우의 능청맞음에 의존한다. 이건 그냥 영화를 1분 이상만 봐도 안다. 저런 외모에 저런 코디를 하면서 관객을 설득시킬 수 있는 것은 마블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 반대 측면에서 대국의 무력을 묘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저런 덩치에 싸움 못한다고 하면 더 이상하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 꼭 저런 애 한 명쯤은 있었다. 이를 현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만든 세팅일까? 영화에서 액션이 아예 없진 않다. 역시 마동석 배우의 캐릭터성을 잘 활용한 셈이다.
슈퍼히어로의 사이드킥
그렇게 마동석 배우의 특성을 경제적으로 활용한 영화. '<범죄도시> 제작진 참여'라는 포스터 문구는 다른 점에서 빛을 발한다. 바로 <범죄도시> 시리즈에 출연했던 조단역들이 영화에 출연한다는 점이다. 일단 가장 마지막 시퀀스에 브로커로 등장하는 인물이 누군지는 적지 않겠다. 마동석의 필모그래피를 이야기할 때 뺄 수 없는 인물이다. 이 사람을 제외하고, <범죄도시 2>에서 '최용기' 역을 맡았던 차우진 배우, '장 씨 형제'의 일원을 맡았던 김찬형 배우, '유종훈' 역을 맡았던 전진오 배우가 줄현한다. '빅 펀치 엔터테인먼트'라는 소속사 이름을 보여주듯 '범죄도시'에서 봤던 이름과 얼굴을 보여주는 것은 너무 좋았다. 어떤 배우는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맡았던 역의 정반대를 맡은 지점이 재밌기도 했다. 이렇게 톱스타의 이름값이 중요한 영화에 카메오라도 출연해야 이름을 알리는 것 아니겠어? 위에서 언급했던 배우들이 다들 연기를 잘하는 것은 뭐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조단역이 아니었던 정경호, 오연수, 오나라 배우도 연기가 좋았다.
돌림노래
이렇게 마동석 배우의 이미지를 잘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 영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처럼 한 인물의 성공담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재는 2022년이다. 이 영화가 굉장히 올드하고 식상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글쓴이는 일단 올해 개봉했던 <킹메이커>, 2006년에 개봉한 <라디오스타>와의 차이점이 어떤 것이 있을까를 주안점으로 두고 영화를 봤다. 딱히 없다. 소재만 다르다. 그런데 인물 갈등구조나 캐릭터의 세팅이나 굉장히 전형적인 패턴에 의존해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래서 영화 내내 신선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없다. 아. 중간에 오나라 배우를 필두로 한 뮤지컬이 나오는데 그건 그나마 신선했다. 그 외의 것들은 '이 사람이 진짜 흑막일 거야' 싶은 그대로 흘러간다. 초반부 대국과 지우가 힘을 합치겠지. 그럼 둘이 협업을 해야겠지? 그럼 대국이 자기 인맥이 넓으니까 인맥을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할 거야. 그런데 저거는 말이 안 되는데? 그럼 후반부에 회수가 된다. 돈 갖고 하는 사업인데 둘이 엄청 예민할 것 같은데? 그대로 영화 안에서 묘사된다. 아무리 웃음과 감동을 목표로 둔 영화라고 해도 창작자의 오리지널리티가 없이 얕게 흘러가는 건 좀 너무했다.
이야기의 내적인 측면을 제외하고, 영화의 강점은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라고 볼 수 있다. 솔직히 영화는 그게 전부다. 일단 이를 이야기하기 위해 세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극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은 네 명이다. 미정, 지우, 오연서 배우가 맡은 규옥이다. 영화의 시놉시스와 예고를 읽은 분들에게 '이 사람 어떤 캐릭터 일 것 같아요?'라고 물으면 바로 설명이 딱 흘러나올 것 같다. 미정은 성격 좋지만 실력은 없는 그런 사람. 지우는 얕은 사회성으로 대국이라는 기회를 놓칠 사람. 규옥은 왠지 신비로운 매력을 품기는 냉미녀. 그리고 이게 끝이다. 영화는 이 캐릭터들의 개성을 살리지 않았다. <육사오>에서 박세완 배우가 맡은 '연희'와 고경표 배우가 맡은 '천우'의 이름이 기억나는 것과는 다르다. 그냥 단지 마동석 배우의 존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사람들의 캐릭터성을 희생한 느낌이 좀 있다. 그중 최고는 오연서 배우가 맡은 '규옥'이다. 극 중에서 규옥이 있는 에스테틱 샵의 손님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여기서 규옥이 갖고 있는 비밀이 공개된다. 이 비밀은 영화에서 아~무 연관이 없다. 그리고 오히려 이 비밀이 후반부 전개에 걸림돌같이 느껴진다. 아니 그럼 그걸 이용해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은 것이다. 심지어 오나라 배우가 맡은 '미정'은 거의 존재감이 없다. 오나라 배우가 코미디 연기로 어찌어찌 존재감을 채우긴 하지만 미정이 뭘 했는가?라고 하면 '과연 가장 중요한 조연으로 불릴 만 한가'에 대해 의문점이 있다. 이렇게 캐릭터 세팅에서 희생한 것이 많기 때문에 대국이라는 인물도 뭔가 매가리가 없다. '마석도'에게서 볼 수 있었던 강력한 액션과 코미디. 우리가 마동석 배우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볼 수 있었던 '마블리'의 상큼 발랄함. 진작에 봤던 내용을 두 번 보기 때문에 이야기의 허술함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이럴 거면 그냥 <범죄도시 2>를 다시 보지 왜 이걸 만든 걸까? 하는 의문이다.
허술한 이야기
이렇게 마동석이라는 톱스타에게 의존했다고 해서 이야기의 구멍이 가려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예상대로 쭉쭉 흘러가는 이야기. 그렇게 좋은 쪽으로만 흘러간다면 이야기의 현실성이 떨어진다. 인생이란 원래 안 좋은 일도 일어나곤 하니까. 대국과 지우 사이에 갈등이 일어난다. 이 갈등 세팅은 굉장히 자극적이다. 엄연히 인물들이 범죄를 일으킨 것이기 때문이다. 이 범죄를 만드는 데 있어 극에서 어떤 인물들이 배신한다. 여기서 인물의 감정선에서 섬세하지 못했던 것은 아쉽다. 이에 대한 암시가 몇 개 있긴 하지만 '설마 이거를 위해서?' 싶은 것이 후반부에 그대로 이어진다. 떡밥을 뿌리는 방식이 조악한 느낌? 또 좀 내면의 내실이 없어도 사업가로서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대국, 무려 의사인 지우의 인물 세팅을 다 뒤엎을 정도로 의심 없이 쉽게 지나간다.
또 영화에서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화재 사고가 있다. 이 화재를 위해 필수적으로 제시돼야 한 준비물들이 있다. 대국의 준비물을 묘사하는 방식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을 떠돌려 특정 장소에 가는 대국. 이 인물들을 따돌리는 과정이 치밀한가? 에 대한 건 당연히 의문이다. 또 따돌리고 난 다음의 시간이 지나치게 길게 묘사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대국과 갈등을 겪는 어떤 인물의 준비물도 허점이 많다. 이 인물의 원래 성격 묘사에 의존하는 걸 좀 넘어선 느낌? 이 갈등에서 특정 인물이 갖는 감정선이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영화의 설득력이라는 측면에서 큰 약점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또 두 캐릭터의 속성을 제외하고, 화재 자체에 대한 CG처리는 많이 조악하다. 뭔가 타고 그을린다는 느낌이 없다. 대놓고 컴퓨터 그래픽 같아 깔끔하지 못한 뒷심이 느껴진다. 영화에서 이 화재가 지나가고 제시되는 진한 감동이 감독이 가장 말하고자 하는 부분일 텐데, 후반부의 이야기가 엉성하다 보니 후반부에 감정이입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과거에 개봉했을 법한
이게 만약에 3년 전인 2019년 12월에 개봉했다 하더라도 올드하다는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 그럴만하다. 영화에서 부분 부분 제시되는 낡은 구석은 깔끔하지 못한 완성도에 기름을 붓는다. 대국의 액션신, 가장 첫 번째 시퀀스에 등장하는 카메오, 극후반부 두 인물 연출. 배달 앱을 극에서 어떻게 다루는가? 에 대한 방식. 대국의 무식함. 미정 캐릭터를 보여주는 방식. 극에서 티가 안 나려고 해도 날 수밖에 없는 뭔가 예전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이야기가 과거를 다뤘다고 해서 영화의 모든 것이 올드할 필욘 없다. 오연서, 정경호, 마동석 배우의 팬이라고 해도 이런 이유를 들어서 보라고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오연서 배우? 아~~ 주 예쁘게 나온다. 정경호 배우? 무슨 20대 중반의 모델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마동석 배우? 역시 멋있는 배우다. 오나라 배우? 수상 축하드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올드한 영화의 흐름때문에 장점보단 단점이 더 많이 느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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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 같은 사랑 사랑 같은 요리 따뜻한 음식의 탄생!
시놉시스
도댕은 주방의 나폴레옹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동반자인 외제니가 곁에 있다. 도댕이 외제니에게 거듭되는 구애를 하지만 외제니는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20년 동안이나 요리를 함께 해온 도댕과 외제니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레시피 연구에도 도움이 되었지만 외제니는 몸이 아프다. 도댕은 그런 외제니를 보고 걱정하지만 언젠가 청혼을 할 예정이다. 과연 이 둘의 요리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아티스트 같은 요리 드셔볼래요?
도댕은 지금의 주방장이 되기까지 꽤 험난한 과정을 겪었다. 외제니도 어머니가 파티시에였으나 빨리 돌아가셨고 요리법만 배워서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한편 이들의 조수이자 비올레트의 외조카인 폴린이 요리와 미식에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걸 외제니가 재빨리 캐치하면서 폴린의 부모에게 요리사가 될 재능이 높은 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폴린의 부모는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외제니가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죽고 나자 음식을 더 이상 만들지 않는 도댕에게 찾아와 폴린을 맡아달라고 한다.
왜냐하면 폴린이 견습생으로서 자질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한 번 맛을 보면 무슨 재료가 들어갔는지 맞추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폴린이 도댕의 견습생으로 들어간다.
진정한 요리란 무엇일까? 도댕이 폴린에게 말하길 그 음식에는 수십 년간의 문화가 담겨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숙성된 김치처럼 오래오래 익혀두면서 배움과 함께 익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진정한 셰프가 되기 위해서는 도댕처럼 유라시아의 왕세자의 만찬에 초대받아서 8시간 동안 만찬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 그 방법이 굳이 아니어도 셰프가 되기 위한 길은 그렇게 쉽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이 영화는 요리와 미식에 다루고 있지만 도댕과 외제니의 사랑을 다루기도 한다. 인간의 가치 중에 사랑만큼 친숙한 것도 없을뿐더러 요리에도 먹는 사람들에 대한 진실한 사랑이 첨가되듯이 그만큼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도댕과 외제니의 사랑도 오래 가지 못한다. 20년 동안 동반 지기로 음식 레시피를 연구하며 쌓아 올린 공로도 있는데 외제니는 결혼 후 얼마 안 돼서 사망한다.
도댕도 그 이후로 이틀 동안 음식도 안 먹고 술만 마셔댔지만 20년의 동반자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는 건 정말 버티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그 심정이 이해가 가는데 이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도댕과 외제니가 가을에 결혼하자고 했을 때 외제니가 도댕에게 묻길 당신의 아내인가? 아니면 당신의 요리사인가라는 질문을 한다. 그런데 도댕의 대답은 자신의 요리사라고 말한다. 그만큼 도댕은 요리와 음식에 대해 열정이 가득했으며 외제니를 정말 사랑하지만 그렇게 큰 동반자라고 보지 않은 듯하다.
다만 도댕은 외제니를 파트너 이상으로 사랑했다. 그래서 그녀가 죽은 후에도 큰 후회는 있었지만 요리 연구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렇게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도댕의 친구들도 외제니를 아티스트(예술가)라고 한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프렌치 수프>라는 영화는 프랑스의 맛난 음식들을 보여주며 공복에 보면 안 된다는 영화 평가도 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진정한 미식가의 길은 무엇이고 셰프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를 요리사 견습생이 보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도댕과 외제니의 짧은 사랑도 흥미로웠지만 20년간 외제니도 부담감이 컸을 것이다. 그 부담감은 심적 부담이 넘쳐서 가끔씩 쓰러지는 형태로 발생했으나 사랑으로 조금이라도 극복이 가능했으니 말이다.
20년간의 요리 연구에만 몰두한 서로의 동반자인 도댕과 외제니의 사랑을 그린 영화!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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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일주일 중 가장 힘든 수요일 Hump Day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4월 셋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정세랑 작가, <스타워즈: 비전스> 시즌 2 집필
ⓒ 디즈니+<보건교사 안은영> <지구에서 한아뿐> <시선으로부터,> 등을 쓴 정세랑 작가가 디즈니+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 <스타워즈: 비전스> 시즌 2의 작가로 합류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스타워즈: 비전스>는 옴니버스 단편 형식의 애니메이션으로 영화 <스타워즈>에서 다루지 못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정세랑 작가는 스튜디오 미르와 루카스 필름과 함께 <어둠의 머리를 벨 수 있다면> 에피소드에 참여하였습니다. 시즌 2는 한국, 영국, 프랑스 등 9개국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참여한 작품입니다.
정유미X이선균 <잠>, 칸영화제 초청
ⓒ 네이버 영화17일 오전 11시(현지 시각) 비평가주간 집행위원회에서 영화 <잠>을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공식 초청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잠>은 유재선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이며, 이야기는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으로 시작됩니다. 비평가주간 집행위원장은 <잠>을 "센세이셔널한 영화"라고 평했습니다. 이로써 제76회 칸영화제에서 상영하는 한국 영화는 <잠>, 송강호 주연의 <거미집>, 홍사빈과 송중기 주연의 <화란>까지 총 3편입니다.
공포 영화 <컨저링>, 드라마로 제작
ⓒ 네이버 영화한국에서 226만 관객을 기록하고 그 해 최고의 공포 영화로 선정되었던 <컨저링> 시리즈가 드라마로 제작됩니다. 드라마에 대한 세부 사항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화에서 확립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영화 <컨저링> 시리즈의 경우, 지난해 10월 시즌 4 제작을 발표했으며, 지난 1월 시나리오 집필에 들어갔습니다.
생 로랑, 영화 제작사 설립 발표
ⓒ Saint Laurent
패션 브랜드 생 로랑이 영화 제작을 위한 자회사 '생 로랑 프로덕션'을 설립하고, 짐 자무시, 데이빗 크로넨버그, 페드로 알모도바르, 왕가위, 아벨 페라라, 가스파 노에,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신작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칸국제영화제에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를 포함해 두 편의 영화를 선보인다고 합니다. 생 로랑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안토니오 바칼렐로는 "옷보다 더 영구적인 매체인 영화를 통해 생 로랑의 비전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이다. 어떤 면에서는 시즌 컬렉션보다 더 큰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허광한 주연 <메리 마이 데드 바디>, 대만 박스오피스 1위
ⓒ ㈜리안컨텐츠
배우 허광한이 신작 <메리 마이 데드 바디>로 기존의 이미지를 180도 뒤엎는 연기 변신을 선보였습니다. 영화는 혈기 넘치는 형사 우밍한(허광한)과 억울하게 죽은 영혼 마오마오(임백굉)의 본 적 없는 인간과 귀신의 독특한 공조 수사를 다룬 코믹 액션 블록버스터입니다. 영화는 대만 현지에서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하였습니다. <메리 마이 데드 바디>는 오늘 5월 17일 CGV에서 단독 개봉됩니다.
<퀸메이커>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
ⓒ 넷플릭스
<퀸메이커>가 공개 후 3일간 1,587만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하고, 12개국 TOP 10 리스트에 오르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배우 김희애, 문소리 주연의 <퀸메이커>는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던 황도희가 정의의 코뿔소라 불리며 잡초처럼 살아온 인권변호사 오경숙을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입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 서울-부산-제주까지 재내한
ⓒ 네이버 영화
2023년 개봉작 흥행 1위에 오르며 관객들의 압도적인 호평을 얻고 있는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300만 관객이 넘으면 다시 한국을 찾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는 4월 27일(목)부터 30일(일)까지 한국을 찾을 예정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국내 관객들의 열띤 성원에 보답하고자 서울, 부산, 제주까지 방문할 예정입니다. 또한, 서울 GV 행사에는 5월 개봉 예정인 한국어 더빙판 성우가 깜짝 등장을 예고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씨네랩이 들려드리는 오늘의 씨네뉴스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느덧 일주일에 반절이 지나갔네요. 곧 주말이 다가오니 조금만 더 힘내서 시간을 보내봅시다!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HIZY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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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넷플릭스 10개국 1위 전세계를 휩쓴 영화 길복순
결말포함된 영상이니 시청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영화 길복순 넷플릭스에서 바로 시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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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이름은] 정재헌 성우님의 타키 연기 드디어 공개!! 너의 이름은 명장면 황혼의 시간을 재연해봤습니다(feat. 황보, 라이언)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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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
정재헌 성우님의 비공식(?) 타키 연기를 감상해봐요!!
*열악한 녹음 환경에서도 열연을 해주신 정재헌 성우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더빙 음성과 영상이 원본 감성 그대로 깔끔하게 살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더빙 영상에 깔린 배경음악으로 Firefly Piano님께서 커버 음악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곡 감사합니다^^
Firefly Piano 유튜브 채널 : ? http://bit.ly/SubscribeFireflyPiano
해당 커버곡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75Lxu...
출연
황보 라이언 정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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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카시오페아> 메인 예고편
“괜찮아…” 한마디에 눈물샘 폭발! 안성기 X 서현진 애틋한 부녀 열연 모두의 마음을 울릴 아주 특별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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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스페셜 티저 영상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MCU의 새로운 멀티버스가 온다,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스페셜 티저 영상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