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yun2023-11-13 22:49:47
고독정식보단 시끌시끌 투게더지
영화 '더 마블스' 리뷰
쓸쓸한 고독정식을 먹는 것보단 시끌시끌하지만 투게더가 더 보기 좋다는 걸까. 솔로보다 팀이 낫다고 '더 마블스'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너무 재미없고 유치하게 풀어낸다는 게 아쉽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 5의 3번째 영화이자 캡틴 마블의 두 번째 실사영화인 '더 마블스'는 우주를 지키는 최강 히어로 캡틴 마블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가 초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모니카 램보(티요나 팰리스), 미즈 마블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과 위치가 바뀌게 되면서 의도치 않게 새로운 팀플레이를 펼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실 캡틴 마블 캐릭터 설정이 다른 캐릭터들보다 압도적인 능력치를 지닌 '먼치킨'에 가깝기 때문에 재밌게 구성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크리족 리더이자 빌런인 다르-벤(자웨 애쉬튼)이 자신의 나라 할라를 구원하기 위해 사용하는 아이템 퀀텀 뱅글과 그로 파생된 점프 포인트 여파로 캡틴 마블, 모니카 램보, 그리고 미즈 마블이 서로 엮이게 되는 스토리로 밸런스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풀버전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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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주 최신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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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SINKHOLE , 2021
싱크홀 재난 국내 최초 영화화!!
지하 500m로 집과 함께 떨어졌지만 생존본능과 긍정 에너지를 장착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싱크홀"이 개봉을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진행형 재난인 싱크홀 현상을 국내 최초로 영화화한 작품이죠
108층 초고층 주상복합빌딩에서 벌어지는 화재를 다룬 영화 '타워'로
518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형 재난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김지훈 감독이 연출을 맡아
지하 500m 싱크홀의 세계를 스크린에서 선보입니다 .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의 유쾌한 시너지로 '싱크홀'을 완성시키는데요
고난도 액션은 물론, 유쾌한 케미까지 완벽한 합을 자랑하는 연기 앙상블로 올여름 관객들에게 풍성한 재미를 선사할 것입니다.
올여름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도심 속 초대형 싱크홀
첫번째 추천영화 "싱크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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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가이 Free Guy , 2021
라이언 렌놀즈가 새롭게 돌아왔다!
영화 "프리 가이"는 자신이 ‘프리시티’ 게임 속 배경 캐릭터라는 것을 깨닫게 된 은행원 ‘가이’가
곧 파괴될 운명에 처한 ‘프리시티’를 구하기 위해 한계 없는 히어로로 거듭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 '리얼 스틸',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 '컨택트' 등을 연출하고 제작한 숀 레비 감독의 작품인데요
'데드풀' 시리즈 라이언 레놀즈가 유니크한 히어로 ‘가이’를 맡아 유쾌한 웃음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새롭고 독특한 히어로 스토리, 현실과 가상 세계 ‘프리시티’를 오가며 펼쳐지는 인터렉티브 서바이벌 액션
두번째 추천영화 "프리가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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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톨 : 함정 The Toll , 2019
공포영화 매니아들이 기다리던 영화
영화 "더 톨:함정"은 늦은 밤 홀로 우버에 탑승한 ‘캐미’와 수상한 우버 택시드라이버 ‘스펜서’가
정체불명의 사고로 으슥한 숲 한가운데 발이 묶이며 겪게 되는 극한의 심리 서스펜스를 예고하는 공포물입니다.
장르영화 대표 영화제인 시체스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초이스를 받은 화제작입니다.
우버 운전사와 손님이 벗어날 수 없는 도로에 갇혀 무한루프 공포를 만드는
초자연적인 공포와 극강의 심리 서스펜스!
세번째 추천영화 "더톨:함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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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들 Assassins , 2020
전 세계가 경악한 김정남 암살사건의 전말이 밝혀진다!
영화 "암살자들"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두 여성에게 피살당한 사건을 재구성해 암살의 실체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암살사건의 사망자가 북한 최고 지도자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라는 사실도 충격적이었지만,
이 사건이 전 세계를 경악에 빠트린 건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범하고, 놀랄 만큼 치밀한 암살의 방법이었다는 거죠
누군가에 의해 완벽하게 설계된 치밀한 기획, 섬세한 연출, 자연스러운 연기
그리고 놀라운 결말 네 박자를 고루 갖춘 한 편의 영화 같은 암살 프로젝트를 파헤칩니다
CCTV 영상의 극적 활용을 통해 극강의 리얼 라이브 다큐멘터리로 완성된
네번째 추천영화 "암살자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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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여름 Midsummer Madness , 2020
현실 고민을 새로운 감각으로 포착한 청춘 이야기!
영화 "생각의 여름" 은 2030세대의 현실 고민을 MZ세대의 감독이 청춘다운 새로운 감각으로 포착해,
동년배의 청년 세대에게 청량한 위로를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공모전에 제출할 마지막 시를 못 끝내고 뒹굴대는 시인 지망생 현실이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영감을 얻어가는 한여름의 컬러풀한 기행을 담은 작품인데요
지난해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서 호평 받았으며,
2030세대의 현실을 새로운 감각으로 포착한 신예 김종재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우리 시대의 젊은 작가 황인찬 시인의 시 5편이 이야기에 스며들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독립영화 스타배우 김예은 그리고 곽민규, 한해인, 오규철, 신기환의 시너지 넘치는 캐스팅
그리고 청춘을 위한 위로의 선물 같은 영화
다섯번째 추천영화 "생각의 여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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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
감독: 대니얼 콴, 대니얼 쉐이너트
출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제이미 리 커티스 등
장르: SF, 액션, 코미디
상영시간: 139분
개봉일: 2022.10.12
세무조사 받다 멀티버스 영웅된 ssul
젊어서 남편과 미국으로 이민을 와 세탁소를 운영하며 힘겹게 가정을 꾸려나간 '이블린(양자경)'. 애인 문제로 매사 부딪히는 딸 '조이(스테파니 수)', 딸을 못마땅해 하는 아버지, 그리고 현실감 없고 소심한 남편 '웨이먼드(키 호이 콴)' 때문에 이블린은 매우 지치고 예민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세탁소의 세무조사를 받던 날, 깐깐하고 매서운 조사관 '디어드리(제이미 리 커티스)'는 이블린의 엉터리 세무 신고를 지적하며 그녀를 극한으로 몰아세운다. 겨우 몇 시간의 재검토 시간을 얻어 돌아가려던 찰나 다른 우주에서 온 '알파 웨이먼드'가 눈앞에 나타나고, 이블린은 하루아침에 멀티버스의 위기로부터 세상과 가족을 모두 구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무작정 빠져든 멀티버스 세계관
스토리의 기발함과 독특한 연출 방식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세탁소의 세금 문제로 인해 다툼을 겪다가 갑자기 다중우주의 이야기로 진입하다니. 예측 불허한 전개로 인해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혼란이 가중되는 줄거리이지만 내재된 메시지를 통해 이 말도 안 되는 스토리에 설득력을 입히고, 극중 인물의 심리를 현혹시키는 원형의 베이글처럼 관객들은 이 다차원의 세계가 가진 블랙홀 같은 마성에 빠져들게 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우주가 존재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세는 티끌에 불과하다는 다차원 설정은 MCU의 멀티버스 세계관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설정에 대한 사전 학습을 요구했던 것과 달리 본작은 멀티버스에 대한 적확한 이해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즉, <닥터 스트레인지>는 ‘멀티버스’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소재였던 반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는 작품의 의미를 흥미롭게 전달하기 위한 배경적 장치로서 채택되었기 때문에 비현실적이고 판타지적인 내용을 뚜렷한 이해 없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초반에는 ‘웨이먼드(케 후이 콴)’의 속사포 같은 설명에 ‘이블린’처럼 당황을 금치 못했지만 ‘디어드라(제이미 리 커티스)’에게 펀치 한 방을 날리며 돌아버린 세계에 적응한 그녀처럼 순식간에 ‘이블린(양자경)’의 차원 여행에 몸을 싣게 된다.
범우주적 상상력의 결정판, 무한한 우주 속 양자경의 존재감
영화가 우주를 다루는 방식은 오히려 마블 히어로 작품보다 과감할 지도 모르겠다. ‘이블린’은 악의 세력과 맞서기 위해 다른 차원의 있는 자신에 능력을 끌어 쓰는데, 레드카펫에 선 화려한 여배우의 모습부터 철판 요리사, 유명 가수로 성공한 자신, 심지어 손가락이 핫도그 모양으로 진화한 우주까지 수많은 형태의 ‘이블린’이 등장한다. 하물며 인간의 영역을 넘어 장난감 인형, 그림, 돌멩이의 모습이 되기까지 하는 변화무쌍한 우주의 충돌은 ‘대니얼스’ 감독의 상상력이 절정을 발휘하는 순간이며 혼란보다는 시각적인 흥미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이 혼란의 중심에 선 ‘이블린’을 연기한 ‘양자경’ 배우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뒤죽박죽으로 등장하는 다중우주 속에서의 캐릭터 변신에도 그는 마치 1인 다역을 소화하듯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양자경'이 아니었다면 그 누가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었을까. 고국을 떠나 해외에 정착하고, 쿵후 액션을 소화할 수 있으며 월드 스타로 큰 사랑을 받기까지 한 여러 우주 속 '이블린'의 모습은 배우 '양자경'의 삶과도 크게 닮았다. '이블린'이 곧 '양자경'의 인생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는 캐릭터이기에 작품 속 배우가 대체불가능한 존재로 느껴지는 것일 터이다.
사랑과 강인함이 품은 진정한 강인함
아스트랄한 연출, 스토리의 괴이한 설정과는 별개로 작품에 담긴 주제의식은 의외로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무한의 우주를 돌고 돌아 이 작품이 하고 싶었던 말은 결국 사랑과 다정함의 설파다. 극중 빌런으로 통한 ‘조부 투파키’는 어머니로부터 받은 어긋난 사랑으로 인해 생성된 딸 ‘조이’의 또다른 인격과도 같다. '조부 투파키'를 발견한 '이블린'은 겁에 질려 도망가기는커녕 내 딸에 씌인 악마 같은 녀석을 없애기 위해 쿵후로 무쌍을 찍고, 순발력을 발휘해 다른 우주의 자신에게 접속해 싸우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끌어다 쓴다.
하지만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싸움은 아니었다. '조부 투바키'는 곧 체념과 좌절을 상징했다. 어차피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며 세상에 염증을 느낀 존재에게 힘으로 찍어 누른다는 것이 통할 리가 없다. 현재 '이블린'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세탁소는 세금 문제로 영업 중단이 되기 직전이고, 미국으로 온 아버지는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남편은 이혼을 말하고, 딸과는 소통 단절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인생에 환멸을 느낀 '이블린'은 야구 배트를 들고 세탁소에 창문을 깨부순다.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그런데,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인정 따위는 베풀 것 같지 않았던 조사관 '디어드라'가 갑자기 일주일의 여유 시간을 준다고 한다. 늘 문제를 일으킬 줄만 알던 남편이 무슨 수로 해결했을까. 단지 다정하고 친절한 말을 건넸을 뿐이라고 한다.
'이블린'은 딸과의 싸움을 끝내기 위해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처음으로 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고 진심을 이야기하며 그 어떤 우주에 가더라도 너를 구할 것이라는 엄마의 사랑을 전한다. 이솝우화 속 차디찬 바람이 아닌 따뜻한 햇살이 나그네의 옷을 벗겼듯 다정함과 사랑을 통해 악의 존재와의 싸움을 종결시킨 것이다. 이는 다른 우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돌덩이가 된 우주에서는 낭떠러지로 몸을 던진 딸을 따라서 함께 몸을 내던지고, 여배우가 된 '이블린'은 다시 '웨이먼드'를 택했으며 핫도그 손가락을 가진 또다른 그녀는 연인 '디어드라'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딸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엄마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 단절되어 있던 두 사람의 완전한 소통을 위해 온 우주를 돌고 돌아 왔지만 이 말도 안 되는, 험난했던 판타지적 여정이 오히려 감동 포인트가 된다. 수많은 우주를 돌고 돌아야 한대도, 절벽 아래 몸을 던져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는 엄마의 뜨거운 마음. 그토록 열망하던 멋진 인생을 사는 자신의 모습을 포기하면서까지 딸을 위해 혼신을 다해 싸우는 '이블린'의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 이 좌충우돌 난리통 속에도 어느샌가 눈물 한 방울을 뚝뚝 떨어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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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언론 시사회에 초청 받아 작성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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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시, 그리고 사랑의 방식
대도시, 그리고 사랑의 방식
과거 한국 영화계에서도 퀴어적 요소를 담은 작품들이 간혹 등장했지만, 비주류적인 코드로 소비되거나 단편적인 묘사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으며, 때로는 터부시 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OTT, 드라마, 영화, 웹툰 등 다양한 플랫폼의 확장으로 글로벌하고 젊은 관객층과의 접점이 넓어지면서 보다 입체적이고 퀴어 프렌들리한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탄생한 영화가 바로 <대도시의 사랑법>이다. 이 작품은 퀴어적 요소만을 부각하거나 심오한 메시지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특성을 살려 유쾌하고 경쾌한 젊은 에너지를 한껏 발산한다. 특히, 대도시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청춘들의 사랑과 고민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특정한 정체성에 국한되지 않고 보편적인 감정선을 구축해냈다. 그 덕분에 20대의 치열한 나날을 지나오며 ' 사랑 '을 해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컷 / NAVER
영화 속에서 묘사된 대도시는 단연 ‘서울’이다. 서울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거대한 도시로, 면적만 놓고 보면 런던, 베이징, 뉴욕, 싱가포르, 도쿄에 이어 여섯 번째로 크다. 하지만 동시에 인구밀도는 보면 베이징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밀집도를 기록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즉, 서울은 거대한 도시임과 동시에 사람과 사람이 끊임없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공간이다. 서로의 퍼스널 스페이스조차 지켜기가 쉽지 않은 이곳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공존하며 사랑을 해 왔다.
화려한 외피 속 고독이라는 내피
준수한 외모 덕에 ‘인싸’로 오해받기 쉬운 재희와 흥수지만 그들의 속사정은 다르다.“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과 어긋난다. 자유로운 유러피안 타입의 재희는 남들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행동한다. 하지만 바로 그 태도 때문에 동기들의 조롱과 수군거림의 대상이 되며 소외된다. 반면, 흥수는 다소 방어적인 태도로 학교생활을 영위한다. 교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관찰자처럼 멀찍이서 재희를 바라볼 뿐이다. 영화 초반에는 주변에서 재희를 두고 비아냥거려도 쉽게 동요하지 않는 듯한 흥수지만, 일련의 사건을 통해 재희와 가까워지면서 종국에는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서로에게 달음박질치는 ‘찐친’이 된다. 두 사람의 심리적 거리감이 변화하는 과정을 비교하며 영화를 보는 것도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다.
두 사람을 이어준 일련의 사건은 무엇일까? 여느 날처럼 청춘을 불태우던 재희와 흥수는 자연스럽게 클럽에서 마주쳤다. 하지만 흥수는 재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흥수가 누군가와 열렬한 애정 행각을 나누던 순간을 재희가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날, 재희는 처음으로 흥수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흥수는 자신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며 날을 세웠고, 한동안 ‘아웃팅’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한국 사회는 종종 ‘다름’을 존중하기보다 고쳐야 할 문제로 간주하며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태도는 때로 폭력적이고 무례한 침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흥수가 재희를 경계한 이유도, 아마도 그가 겪어온 침범의 경험에서 비롯된 방어 본능 때문이었을 것이다. 폭력적인 시선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흥수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기 자신뿐이었는지도 모른다.
“네가 너인 게 어떻게 네 약점이 될 수 있어.”
흥수가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함에도 재희는 그런 흥수의 내면을 알아봐 준 유일한 벗이다. 이 대사는 겉으로는 세상사에 무심하고 대범한 듯 보이는 재희가 실은 타인의 불가침 영역을 존중할 만큼 세심한 인물임을 보여준다. 자유롭고, 무심하며, 대범하면서도 쿨한—온갖 미사여구로 재희를 묘사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는 과거 학교 폭력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인물이다. 결국, 그가 보여주는 겉모습은 일종의 감투와도 같다. 흥수와 재희 모두 각자의 내면을 지키기 위해 저마다의 외피를 두른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화려한 도시,그러나 피할 수 없는 고독–<Nighthawks>와 <대도시의 사랑법>
Nighthawks, Edward Hopper, 1942,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영화<대도시의 사랑법>에는 화려하지만 고독한 대도시의 정서가 깔려 있다.그래서 영화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이 떠오른다. 그는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미국 사회의 부흥기를 조명한 화가로, 그림자와 빛을 활용한 명암 표현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뉴욕'이라는 대도시의 변화를 주로 그렸지만,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웅장한 도시의 풍경보다 그 속에서 외롭게 존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미국의 사회과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이 1950년 대에 발표한 저서 『고독한 군중』을 보면 그 비밀이 조금씩 풀리는 듯하다. 리스먼은 미국인은 소속된 집단에서 소외될까 불안해 늘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신경을 쓰는 타인지향적인 특징을 보인다고 했다. 이에 내면으로는 고립감과 갈등을 느껴 고독한 군중이 된다고 말했다.”1)
특히Nighthawks(1942)는 고독하고 차가운 도시의 밤과, 따뜻한 색감으로 채워진 가게 내부가 ‘안과 밖’을 기준으로 완벽한 명암 대비를 이루는 작품이다.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 역시 어딘지 모르게 외롭고 고독해 보인다. 그럼에도, 차가운 바깥 풍경과 대비되는 가게 안에서 멀찍이 모여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미약한 온기와 안도감까지 느껴지는 듯하다. 위 작품은 2차 대전 이후 냉전 체제와 경제 대공황이라는 근현대사적 배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시대적 배경을 제외하더라도, ‘고독’이라는 감정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흥수와 재희를 관통하는 정서이기도 하다. 이는 인간이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을 한 세기를 거쳐 증명한 셈이다. 그렇기에 클럽은 도시에서 가장 화려한 빛이 가득한 곳이자 고독을 도파민으로 회피할 수 있는 두 사람의 도피처, 엑시트(Exit)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성애적 사랑 틀 밖에서 존재하는 두 남녀
영화 속 두 사람은 찐친으로 자연스럽게 함께 살림을 시작한다. 흥수 말처럼 "서울에서 방세가 얼만데!" 서로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며 성향도 잘 맞는 상대를 찾았다면 그보다 더 좋은 하우스메이트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때때로 크고 작은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두 사람의 관계를 두고 재희의 법조인 남자친구는 끊임없이 의심을 품고, 흥수의 어머니는 종교의 힘으로 ‘흥수의 병’이 나았다며 기뻐한다. 이러한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두 사람은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결국 긴 시간 동안 서로의 곁을 지키며 의리 있는 친구이자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주었다.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향하면서 재희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흥수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두고 내적 갈등을 겪던 어머니와 얽힌 실타래를 풀고 나아간다. 이맘때 두 사람은 고독했던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며 한 층 더 성숙해진다.
예식장에서 흥수가 Miss A의 Bad Girl Good Girl을 추는 장면을 보며 왠지 모르게 콧등이 시큰거렸다. 재희를 누구보다 잘 아는 흥수가 어떤 마음으로 이 곡을 선곡하고 무대를 준비했을지 절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마 절친의 결혼식에 참석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았을까.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 앞에 서 있는 친구을 떠나보낸다는 아쉬움과 슬픔 속에서도 그를 유쾌하게 보내주려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짠했던 것 같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두 남녀의 전통적인 에로스적 사랑이 아닌, 정신적이고 우정에 가까운 타입의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요즘처럼 일반인 남녀의 연애가 콘텐츠로 소비될 만큼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된 상황에서, 이 작품은 기존의 남녀 관계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구 콘텐츠에서는 ‘게이 판타지’ 요소를 포함한 작품들이 종종 등장하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조차도 본격적으로 다뤄진 사례가 많지 않다. 앞으로 더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한국 영화 속에서 조명되길 기대한다.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와 <room in brookyln>
Edward Hopper, Room in Brooklyn (1932), Artchive, https://www.artchive.com/artwork/room-in-brooklyn-edward-hopper-1932
출가외인이 된 재희가 떠난 후, 흥수는 다시 홀로 그 집으로 돌아왔다. 에드워드 호퍼의 Room in Brooklyn (1932)이 연상되는 시퀀스이기도 하지만, 흥수의 모습에는 ‘고독’보다 오히려 ‘여유’가 스며든 듯하다. 마치 20대의 불안과 혼란을 지나 30대의 어른스러운 여유를 갖게 된 것처럼. 이제 그는 가장 편안한 공간에서 원하던 일을 시작하고, 한때 격없이 청춘을 공유했던 재희와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는다. 그 모습에서 마침내 청춘이라는 장막이 완전히 내려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서글프지는 않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두 사람이기에.
동시에, 어떤 형태로든 각자의 길을 걸으며 사랑할 이 땅의 모든 재희와 흥수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 살아낼 거라고.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Love in the Big City, 2024)>
한줄평: 고독까지 안아주는 우정, 그 또한 사랑이다.
평점: ★★★★
각주표기: 중앙일보, 「'혼자'를 좋아하는 사람과 '외로운' 사람의 차이」,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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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벗어날 수 없는 상실의 늪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아픔 중 가장 사무치는 고통은 상실에 대한 고통이다. <톡 투 미> 이후 다시금 상실이라는 소재로 극장가를 찾아온 필리포 감독의 공포영화는 한층 더 잔인하고 슬픈 서사로 무장한 채 관객을 맞이하게 되었다. 사실 공포라는 장르는 죽음을 기반으로 하는 장르다. 죽은 자들이 살아 돌아오는 좀비물, 죽음의 공포와 맞서야 하는 슬래셔물, 죽음에서 벗어나려는 컬트물 등 어쩌면 너무 당연했기에 잊고 있었던 소재이기도 하다. 우리와 가깝고도 먼 이 죽음을 필리포 감독은 그간 어떻게 다뤄왔을까?
사실 <브링 허 백>의 경우 개봉 예정작인 <톡 투 미>의 속편을 제외한다면 그들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일관성 있는 필모를 쌓고 있는 셈인데 적어도 이 두 편의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라면 한 가지 사실은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죽음에 의한 상실은 때로 누군가를 미치게 한다는 것. <톡 투 미> 속 '미아' 는 엄마의 자살을 받아들이지 못한 십 대 소녀이다. 생전 영매술사의 손이었다던 조각을 매개로 죽은 자들을 본 이후 미아는 악령들에게 시달리게 되고 결국 그들에 의해 현실과 환상의 괴리를 이기지 못한 채 최후를 맞는 인물이다. 영화 전반에 걸쳐 금기시 되던 '90초를 넘기지 말 것' 을 진즉 어겨버린 그녀였기에 마치 악령들에 의해 살해 된 것처럼 묘사되나 사실 영화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여러 인물의 대사나 행동을 통해 사실 미아가 상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원흉은 물론 생과 사의 매개체였던 조각이었을지 모르나 악령들에게 있어 죽음에 사로잡힌 미아의 영혼은 이미 죽음으로 끌어들이기 좋은 먹잇감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브링 허 백>은 어떨까.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위탁모 '로라'의 집으로 향하게 된 '파이퍼'와 '앤디' 남매의 시점으로 시작되는 영화엔 역시나 상실의 고통이 기저에 깔려있다. 하지만 <브링 허 백>은 <톡 투 미>가 보여주었던 매개로 인한 파멸 그 이상의 이야기를 전개하며 좀 더 상실이라는 키워드에 가까이 접근한다.
딸 '캐시'를 잃은 위탁모 로라는 남매 중 유난히 장애를 가진 파이퍼에게 지극한 정성을 보인다. 샐리 호킨스가 분한 로라라는 인물은 어쩐지 앤디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영화의 전개상 마냥 다정한 인물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로라의 집으로 이사 온 첫 날부터 그녀는 앤디의 핸드폰을 훔쳐보거나 노골적으로 시각장애인이었던 자신의 딸을 파이퍼와 겹쳐보는 등 심리적 거리감을 잔뜩 벌려둔 채 앞으로 그녀가 벌일 난장판으로 관객을 미리 끌어들인다. 그렇기에 관객은 더더욱 로라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오래 전 떠나보낸 강아지를 박제 해 집 한 켠에 둘 정도로 무언가를 떠나 보내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가 다름 아닌 딸의 죽음을 받아들였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상상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불편한 동거가 진행될 수록 관객은 로라뿐 아니라 그녀의 아들인 '올리버'를 경계하며 긴장 속에 놓여지는데 올리버가 보여주는 기행과 간간히 보여주는 파운드 푸티지를 통해 그녀가 일종의 의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초반부부터 알 수 있게 된다. 즉 로라와 올리버로 장르적 재미를 살리는 동시에 상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그녀가 어떠한 방식으로 남매를 갈라놓으려고 하는지 그 과정 자체가 보여줄 충격과 고통에 보다 집중 할 수 있도록 선택한 전개 방식인 것이다.
<톡 투 미>와 마찬가지로 <브링 허 백>에도 역시 매개가 등장한다. 일전에는 추정컨대 박제 당한 영매사의 손이었다면 이번에는 살아있는 아이 올리버이다. 관객은 올리버의 존재가 껄끄럽다.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집을 배회하거나 스스로를 상처 입히는 등 확실히 기이한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아이' 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전반에 걸쳐 올리버로 지칭되던 아이가 사실 '버드' 라는 이름을 가진 실종 아동이며 이는 사실 로라가 딸 캐시를 죽음으로부터 데려오기 위해서 매개체로 삼은 아이였다는 것이 아마 해당 영화의 가장 충격적인 소재가 될 것이다. 상실의 고통으로 인해 총 세 명의 아이가 고통 받고 있는 이 전개 속에서 영화는 재차 로라의 상실에 주목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영화는 <톡 투 미>가 그러했듯 어떤 현상에 대한 극복을 제시하기 보다 그 현상이 끝까지 갔을 때 벌어지는 비극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 비극의 가장 큰 희생양인 앤디는 극 중 파이퍼의 이복 오빠로 친 아버지에게 폭행 당한 트라우마와 더불어 죽음을 목격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소년이다. 미아와 가장 닮아있기도 한 캐릭터이지만 그녀와 한 가지 확실히 다른 점을 꼽자면 앤디에게는 지켜야 할 동생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못해 로라의 집에서 그의 아버지가 보여준 차별적이고도 폭력적인 행동과 대치되는 듯한 로라의 행동을 견디면서 앤디는 끝까지 여동생을 지키고자 한다. 상실이라는 공통의 트라우마를 기반으로 공고해진 남매는 타자 로라에 의해 와해되지만 악령의 예언을 빗겨가게 하기 위해 그에 반항을 시도한 이들로 그려지기도 한다. 아빠와 로라, 두 어른을 향한 아이들의 반항이 성공적으로 그려지진 않았을지라도 적어도 앤디와 파이퍼, 버드 라는 세 인물 중 앤디를 제외한 두 아이가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어쩌면 해당 영화가 끔찍함으로 무장하고 있을지라도 이들이 상실의 늪에서 빠져나갈 수 있으리란 점을 시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다른 아이 캐시는 극 중 이미 죽은 상태로 등장하나 어쩐지 의식의 마지막 도중 급하게 '엄마'라고 외치던 것이 캐시는 아니었을까 하는 여지를 남긴다. 버드의 몸 안에 갇혀 자신을 끔찍이도 사랑했던 엄마가 두 남매를 완전히 와해시키는 것을 보고 의식이 성공할즈음에 어쩌면 엄마를 일깨우고자, 말리고자 고군분투했던 또 다른 아이였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영화의 많은 부분은 설명보다는 보여주기를 택한다. 의식의 과정이나 어디서부터 오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길 택함으로 보다 로라와 파이퍼 남매에게 집중 할 수 있는 전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다만 생과 사의 매개체인 버드가 식이라는 행위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아이의 몸에 영혼이 비어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 해당 영화에서 중요 상징으로 등장하는 원은 생과 사가 흐려지는 공간의 안팎이라는 경계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끝내 상실의 원 안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인물들과 그 밖으로 벗어난 인물들의 차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던 앤디는 솔직함을 의미하는 남매의 수식어 '자몽'을 끝내 파이퍼에게 전달하지 못한채 죽음을 맞는다. 그가 미지막으로 파이퍼에게 남기고자 했던 말, 지난 과거로부터 벗어나고자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으며 그럼에도 널 사랑한다는 사실이 끝내 로라가 끌어들인 상실의 늪 안에 갇혀버리고 만 것이다. 로라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내에서 독보적인 안타고니스트로 등장하는 로라는 원 안팎으로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나 이미 의식과 무의식 모두를 상실에 사로잡혀버린 인물이다. 그녀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 원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어쩌면 로라의 최후는 예정되어 있었던 것일지 모른다. 반면 도망에 성공한 파이퍼는 물론 버드 역시 힘겨울 것을 알면서도 원 밖으로 나가 구조 된다. 영화는 말한다. 그들은 상실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연이은 상실이었음에도 분명 파이퍼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은 그저 비행기를 타고 다른 곳으로 향하는 여정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오빠에게서 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로라라는 인물의 상실은 자신 뿐 만 아니라 다른 이들까지 끌어들이는 지독한 우울의 늪이자 구덩이로 묘사된다. 마치 공명하듯 자신과 같은 우울을 갖고 있는 이를 찾아내 어떻게든 그곳으로 끌어들이려 했지만 앤디는 결국 파이퍼를 그런 운명으로부터 도망치게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도 처절하다. 온 몸이 흙 투성이가 되고 고통에 몸부림쳐야 벗어날 수 있는 끔찍한 기억들이다. 하지만 그렇게 원 밖을 벗어나야 한다. 망자에, 상실에, 트라우마에 자신을 가두지 않기를 영화는 말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더욱 끔찍하고 슬픈 이야기였으나 결국 죽음에 사로잡혔던 <톡 투 미> 속 미아와 달리 <브링 허 백>이라는, 마치 로라의 절규와도 같은 제목의 영화는 아이들이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상실의 힘보다 사랑의 힘이 더 크기에, 스스로를 그리고 너를 구원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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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이야기가 새롭게 쓰여져 다른 옷을 입는 마법
사람 마다 다르겠지만, 좋아했던 영화의 리메이크 소식이 들려오면 겁이 덜컥 겁이 난다. 혹시나 애정 했던 그 영화가 잘못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 영화를 사랑했던 시간들마저 훼손될까봐 영화가 개봉될 때까지 조마조마하다. 그래서 좋아했던 영화의 리메이크작은 찾아 보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우연히 본 영화가 너무 좋았는데, 리메이크작임을 알게 된 순간 덕질이 시작된다. 원작을 찾아보고 차이점과 공통점을 분석하고, 그 영화의 원작이 또 있는 경우에는 또 깊이 들어가 원작 소설이나 웹툰, 웹소설을 찾아 보는 기쁘고 즐거운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영화 <소울메이트>는 단연코 후자다. 1998년 처음 만난 ‘하은’과 ‘미소’가 10대를 지나 어른이 되기 까지의 시간을 담고 있어,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20년전 청춘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소재와 소품들 그리고 제주도와 서울이라는 장면과 물리적인 거리감들, 그 사이를 채워주는 주인공들의 섬세한 감정은 당연히 오리지널일 것 이라고 생각했는데, 매운 맛의 원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더 열심히 탐구하게 된 영화다.
초등학생 시절,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하은’은 조금은 자유롭게 엉뚱한 ‘미소’의 전학으로 처음 만나게 된다. 그림을 좋아했던 둘은 서로 그림을 그리며 가까워 졌고, 제주도에 미소만 남겨두고 떠난 엄마 대신 하은의 부모님과도 가깝게 지내며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소울메이트가 되어간다. 시간이 지나 2004년 고등학생이 된 두 사람. 하은의 첫사랑 ‘진우’가 나타면서 조금씩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미소는 학교를 그만두고 제주도를 떠나려하고, 하은은 그런 미소를 붙잡을 수가 없다. 그렇게 헤어진 미소는 서울에서, 하은은 제주도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어른이 되어간다. 거칠고, 때로 각박하고, 자유로운 미소의 삶. 단정하고 차분하고 안정적인 하은의 삶은 닮은 구석도 닿을 곳도 없어 보인다.
사랑과 배려가 때로 더 큰 오해를 가져오기도 하고, 자격지심으로 비뚤어져 버리기도 한 복잡한 감정과 사건사이에서 진실과 진심에 다가가는 과정이 가슴 아프게 그려진 영화다. 원작으로 알려진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대만 금마장영화제에서 역대 최초로 공동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연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쉽게 <소울메이트>가 <안녕,나의 소울메이트>를 리메이크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의 원작은 따로 있다.
중국의 작가 칭산이 2000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칠월과 안생>인데, 소설 발표 후 2002년에는 만화로, 2011년에는 연극으로 각색되었고, 이후 2017년에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라는 영화로 제작되면서, 중국에서 엄청난 흥행을 하게 된다. 그 후 2019년 소설의 제목 그대로 <칠월과 안생>으로 무려 53부작의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소울메이트>는 그 이후 2023년에 개봉되었다. 원작 소설의 문장도 섬세하지만, 단편소설이기 때문에 원작에서는 심리나 생각 등이 자세히 표현되어 있지 않아, 오히려 영화가 더 좋았다는 평도 많다.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확실한 편이고, 두명의 친구가 각기 다른 성격과 환경에서 성장해가며 겪는 스토리가 조금은 격동적이라 그런지 단편 소설이 이토록 다양한 장르로 확대 재생산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사례를 보여준 것 같다. 특히 다른 콘텐츠로 만들어 지는 과정에서, 채널과 시리즈의 길이, 혹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설정이 변화하는 과정을 볼 수도 있어서 각 콘텐츠를 유심히 본다면 콘텐츠를 좋아하거나, 혹은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하나의 이야기가 새롭게 쓰여져 다른 옷을 입고,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것. 이것이 바로 ‘리메이크작의 묘미’ 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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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 또 구하러 와줘
SYNOPSIS.
무성영화 시대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스턴트맨 ‘로이’는 같은 병원에 입원한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와 친구가 되고, 매일 다섯 무법자의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를 해준다. 이야기는 현실과 상상이 뒤섞이면서 ‘알렉산드리아’를 신비의 세계로 데려간다.
POINT.
✔️ '우리는 모두 펩시를 마시죠' 하면서 전세계를 오가는 축구공을 담았던 옛날 광고를 아시나요? 그 광고의 감독이 전세계를 오가는 이야기를 담아온 영화를 기대하시면 됩니다. 전세계 18개국에서 촬영했다네요.
✔️ CG를 쓰지 않고 촬영한 전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모습은 딱 지금 극장에서 보아야 합니다. "압도적인 영상미"라는 진부한 표현에 고개를 끄덕이는 경험.
✔️ 두 주연 배우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리 페이스의 목소리와 표정, 그리고 실제로 대본 속 상황이 사실인 줄 알고 연기했다던 카틴카 언타루의 모습.
✔️ 이야기와 영화에 바치는 헌사. 이야기 혹은 영화가 나를 "구했다"고 느낀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사랑하실 수밖에 없을 것.
끝나는 순간 시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지는 영화가 있다. 여러 의미에서 이 영화도 그러하다. 장엄한 세계 곳곳의 풍광을 배경으로 풍성한 이야기가 겹겹이 펼쳐진다는 점에서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 하며 처음 볼 때와, 영화를 이미 보고 내용을 알고 볼 때 다른 감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흑백 "영화" 같은 장면들. 멈춘 듯한 풍경 속에서 슬로우가 걸린 역동적 몸짓들. 이는 타이틀 이후 병원의 장면들로 이어진다. 병원의 아이들 또한 멈춘 듯한 풍경 속에 있다. 어떤 아이는 고요하게 눈망울에 슬픔을 올리고, 어떤 아이는 악 쓰듯 우는 곳에서, 알렉산드리아만이 아이들이 고유하게 갖는 감각을 유지한 채 병원을 두루 탐험하고 있다.
그곳에서 로이와 알렉산드리아는 서로를 발견한다. 그림자가 거꾸로 맺히는 것을 보며 (언젠가 영화가 될 이야기를 찾듯) 헤매고 있던 알렉산드리아와, 그의 이름에서 알렉산더 대왕의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로이는, 어떻게 보면 영혼이 닮아 있는 사람들이다. 어디서든 이야기를 찾아내고야 마는 사람들. 언제든 앉은 자리에서 곧바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들. 애쓰지 않아도 이야기를 캐낼 수 있고, 상상 속에서 장엄한 풍경까지 그려낼 수 있는 사람들.
그러한 존재들이라고 해서 세상살이가 녹록하다는 보장은 없다. 로이는 이야기에 기꺼이 뛰어들었다가 상처 입고 절망한 존재다. 두 사람 모두 추락(the fall)을 경험하면서 이 병원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들의 추락은 단순히 신체의 추락과 부상만이 아닌, 이야기의 실패와 거기서 기인하는 영혼의 절망과도 연결되어 있다. 로이는 영화 판에서 더이상 스턴트를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사랑의 서사도 실패했다. 알렉산드리아는 아직 너무 어린 탓에 아버지와 집을 잃은 모종의 사건을 온전한 서사로 정리하지 못한 채, 조각난 상처를 어딘가에 안고 있다. 서로를 발견한 것은 어쩌면 이들 안의 추락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이야기는 곧 의기투합한다. 로이는 절망으로 가는 길에 도움을 받고자, 알렉산드리아에게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려준다. 이야기 속 악당, 이름부터 끔찍하다는 뜻인 오디어스(odious)는 이야기 초입에서 마치 신과 같은 속성을 갖는다. 무소부재(omni-present)하고 전지전능하다. 전심으로 가리고 막아도 뚫고 들어오며(인도인), 사람을 지배하고(오타 벵가), 법과 제도 위에 군림하며(루이지), 내밀한 소망까지도 모두 알고 있다(찰스 다윈). 더 끔찍한 것은 오디어스 본인에게 아무 유익이 없는, 나비 날개 같은 소망을 부수는 행위를 굳이 하는 자라는 점이다. 오디어스는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오는 불행, 추락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오디어스의 뜻대로 서로를 죽고 죽이는 대신 각자의 특기를 살려 오디어스에 저항한다. 그러나 온전한 절망, 온전한 추락으로 향하겠다는 마지막 '소망'마저 좌절되면서, 로이는 자신의 절망을 이야기에 투영하고 오디어스를 향한 저항은 허무하리만큼 쉽게 끊어져 간다. 잔인한 죽음을 차례차례 목도하며, 로이는 그 죽음이 자기 차례까지 오기를 기다려 이야기를 끝내려 한다.
그때 알렉산드리아가 이야기에 뛰어든다. 로이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을 즐겁게 듣고 있었지만, 알렉산드리아도 그림자로 장난을 치고 눈을 한쪽씩 깜빡거리며 언젠가 영화가 될 것들을 일상에서 보는 존재였다. 더 이상 구하러 올 사람이 없는 이야기에 씩씩하게 뛰어든 알렉산드리아는 로이를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반복해서 사랑을 말함으로써, 그리고 이야기 속 투영된 로이의 존재(She loves "you")를 명명함으로써 이야기를 구원한다.
이야기 속에서 짐승 소리를 내며 무수하게 몰려들었던 오디어스의 부하들은 물론, 신의 속성을 가진 것처럼 느껴졌던 오디어스 본인조차 결국 한 작은 사내가 된다. 절망은 결국 걷어낼수록 작아져 마침내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크기가 된다.
그렇다면 절망을 걷어내고 우리를 구하는 것은 누구인가. 해피엔딩이 없는 이야기라면 기꺼이 그 안에 뛰어들어 스스로 해피엔딩을 만들어내는 존재. 서사를 사랑해서 세상을 구하는 존재. 이야기 안에 자기를 다 던지는 존재. 설령 실패하더라도 다시 서로를 명명하여 끝내 다시 살아가게 하는 존재.
누군가에게는 영화로, 누군가에게는 영화에 전심을 다한 (스턴트 배우를 비롯한) 영화인으로, 누군가에게는 이야기로, 또 누군가에게는 사랑으로... 읽힐 그 존재. 영화 <더 폴>은 우리에게 그 존재를 데려온다. 때로는 패기 있고 멋지지만 때로는 좌절하며 쓰러져도... 괜찮다. 우리 안의 짐승 같은 절망이 나를 어둡게 덮칠 때, 기꺼이 나의 이야기에 뛰어들어 나를 구해줄 무언가(혹은 누군가)가,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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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는 사랑의 표현 / 파도가 지나간 자리
-bgm Sad Emotional Piano - AShamaluev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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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경관의 피> 1차 예고편
경찰 잡는 경찰의 위험한 수사. 조진웅X최우식의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강렬한 범죄드라마 [경관의 피] 1차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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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괴짜들의 로맨스> 30초 예고편
강박증을 앓고 있는 두 사람은 우연한 만남으로 거울처럼 닮은 서로를 알아본다ㅏ.
썸에서 사랑 마침내 소울메이트가 된 이들,
우리,평범하게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의 세상 안에서 우리는 모두,괴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