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3-10-22 22:40:24
재즈의 황홀함 속으로
영화 리뷰 <블루 자이언트>
재즈의 황홀함 속으로
영화 리뷰 <블루 자이언트>
감독] 타치카와 유즈루
출연] 야마다 유키, 마미야 쇼타로, 오카야마 아마네
시놉시스] “세계 최고가 될 거야, 반드시” 언제나 강가에서 홀로 색소폰을 불던 고등학생 ‘다이’는 세계 최고의 재즈 플레이어에 도전하기 위해 도쿄로 향한다. “실력이 안 되면 같이 안 할 거니까” 우연히 재즈 클럽에서 엄청난 연주 실력을 뽐내는 천재 피아니스트 ‘유키노리’를 만나 밴드 결성을 제안하고, “나도 드럼을 칠 수 있을까?” ‘다이’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평범한 대학생이던 ‘슌지’가 열정 가득한 초보 드러머로 합류하면서 밴드 ‘JASS 재스’가 탄생한다. “전력을 다해 연주하자! 분명 전해질 거야” 목표는 최고의 재즈 클럽 ‘쏘 블루’! 10대의 마지막 챕터를 바친 JASS 재스의 격렬하고 치열한 연주가 지금,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스포일러 유의#
선이 강조되는 작화
영화 블루 자이언트는 3D 애니메이션이 주름잡는 이 영화 세계에서 2D의 매력을 아주 강하게 내뿜고 있는 작품이다.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아주 강하게 받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생동감 넘치는 재즈의 모습을 만화 속에서 볼법한 날카로운 작화로 그 쨍한 재즈의 느낌이 더욱 배가 될 수 있었다. 이 작품이 3D로 제작됐다면 이런 강렬한 느낌은 받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영화 블루 자이언트는 기승전결이 매우 뚜렷한 작품이어서 그 뚜렷함이 2D인 만화적인 작화가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공간감과 양, 질감이 잘 드러나는 3D였다면 영화가 전달하고자 했던 ‘날카로움’이 강력하게 관객에게 전달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선이 강조되는 만화적인 작화를 통해서만 용인이 되는 그 감성이 마지막 클라이막스 때 더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고, 피아노와 색포폰, 드럼의 활기와 리듬감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토록이나 전율을 주는 재즈라니
재즈는 사실 클래식과 달리 정박에 박자를 맞추지 않아서 실제 치는 사람의 곡 해석과 즉흥연주에 따라 많이 갈리는 편이다. 그래서 세부 장르도 너무 다양하고 마이너한 취향으로 대변되고는 한다. 하지만 영화 블루 자이언트 속 주인공 JASS는 그런 어려운 재즈가 아닌 사람들이 그저 좋아하고 열광할 수 있는 재즈 그 자체를 살리기 위해 연주를 한다. 어려운 기교, 세부 장르에 갇히지 않고 그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장르로 거듭나야 한다는 게 앞으로 재즈 연주가가 가져야할 미덕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재즈 연주가를 꿈꾸는 다이는 세계 치고의 의미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연주가라고 말한다. 그런 그의 열정이 전해져서 일까. 엘리트주의였던 유키노리와 음악의 음도 모르던 슌지의 마음을 움직이며 JASS라는 한 팀을 만든다. 그리고 그들이 연주하는 재즈는 날서고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적어도 열정의 불씨를 마음에 새겨주는 연주를 한다. 필자 역시 영화를 보는 내내 저렇게 열정적인 다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오갔었다. 그들이 연주하는 재즈에 그들의 노력과 감정이 다 드러나다 보니 2시간 내내 재즈를 들으며 환호하고 눈물을 흘리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재즈를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접하는 사람이더라도 재즈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재즈의 환상적인 이야기를 영화 블루 자이언트에서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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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끝없는 Why + 영화의 미래를 논하다.
제 25회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즈"부문 페드로 코스타 감독의 "불의 딸들"
그리고 "시네필전주"부문 빔 벤더스 감독의 "룸666".
두 작품은 '페드로 코스타 + 빔 벤더스' 함께 묶여 상영되었습니다.
페드로 코스타 "불의 딸들"
시놉시스: 포고 화산 폭발로 인해 어린 세 자매는 뿔뿔이 흩어지지만 그들은 노래한다. 우리는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 어찌하여 살아가고 고통을 받게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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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출신의 감독인 페드로 코스타가 선보이는 Experimental short(실험적인 숏 필름)로, 현재 그가 유럽에서 투어 중인 Canción de Pedro Costa 박물관 전시의 일부입니다.
9분밖에 되지 않는 매우 짧은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1951년 카보베르데 섬의 포구 산에서 발생한 화산폭발에서 시작합니다.
코스타는 한 화면에 세 명의 여성, 아델라이드, 클로틸드, 이로디나가 비아지오 마리니의 "파사칼리아 (Opus 22)" 편곡을 노래하는 서로 다른 컷 세개를 함께 배치하여 보여줍니다.
화면 속 여성들은 끊임없이 "왜?" 라는 물음을 본인 스스로에게, 후대에게, 그리고 관객들에게 던집니다.
또한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에 짧은 다큐멘터리 클립을 삽입하여, 관객들에게 또 다른 방식으로 "왜?"라는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이처럼 끝없는 "Why?"를 통해 감독은 관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라는 단순한 질문을 넘어 "우리가 무엇을 해야되지?"라는 물음까지 던집니다.
이처럼 그의 실험적인 영상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상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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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벤더스 "룸 666"
시놉시스: 1982년 칸 영화제, 전반적으로 암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영화의 종말을 피할 수 없다는 느낌이 곳곳에 퍼져 있다. 호텔 마르티네즈의 666호실. 고다르, 파스빈더, 스필버그, 안토니오니, 헤어조크 등의 감독들이 질문에 맞춰 대답한다. "영화는 곧 사라질 언어, 곧 죽어갈 예술인가?"
1980년대 텔레비전과 새로운 촬영기술, 장비 등의 등장으로 영화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습니다.
영화의 존폐가 걸린 변화.
이에 감독 빔 벤더스는 1982년 깐느영화제 당시 호텔의 666번방을 빌려 동료 감독들에게 "영화의 미래"에 대해 인터뷰를 하게됩니다.
프랑스영화 거장 장뤽고다르,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이탈리아 영화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등의 세계 각국의 감독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는 곧 사라질 언어, 곧 죽어갈 예술인가?"
이에 서로다른 견해를 보이는 감독들.
그들의 견해는 크게 몇가지로 나뉘어집니다.
1.영화는 죽을 것
영화감독인 나조차도 더이상 보지않는 영화를 미래에 누가 보겠냐며 약간은 회의적인 태도.
텔레비전이 더 재미있음.
영화는 너무나 짜여진 것이고, 진실된 캐릭터가 없다고 강조.
연극도 죽고, 소설도 죽었듯 이제 영화도 죽을 것이라고 보는 입장.
2.영화는 지속적일 것
텔레비전의 것들은 이야기가 없으므로 우리의 진실된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와 다른 것이라고 말합니다.
멀리서 큰 것을 바라보는 것과 가까이서 작은 것을 바라보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으므로, 영화인들이 텔레비전의 등장에 크게 두려워 할 필요없다라는 입장.
혹은 '디지털이나 자기 필름등 새로운 영화촬영 기법들을 수용하고 활용하여 발전하는 시선'에서 영화의 지속을 논함.
3.영화가 죽지는 않지만 성장하기 쉽지 않을 것
텔레비전 덕분에 보다 폭 넓은 영화의 보급이 이루어졌지만, 이에 반해 국제 경제적 인플레이션이 생김. 이제 점점 영화에 투자하는 비용들이 더 비싸 질 것이고, 그것이 영화제작에 발 목을 잡을 것임. 영화를 망치는 것은 기술 발전도, 감독도 아닌 영화를 제작하는데 'Yes or No'를 할 수 있는 권력자들이다.
4.필름 안쓰는 영화는 영화가 아니야!
필름을 안쓰는 디지털 영화는 취급하지 않고, 디지털로 영화를 제작하지도 않을거라는 입장.
5.영화 기술 개발? 오히려 좋아.
필름(Pellicule)로 영화를 찍는것은 너무 복잡하고 어렵고 번거롭다.
이럴바엔 디지털? 오히려 좋을 수도.
과연 어떤 감독이 어떤 의견을 냈을까요?
그리고 그들은 얼마나 정확하게 영화의 미래를 내다보았을까요?
이처럼 "영화의 미래"를 두고 비슷하면서도 다른 의견을 가진 감독들의 시선을 알아볼 수 있는 영화 "룸 666"입니다.
씨네랩 소속 기자로 제 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여한, 강예림 기자였습니다.
상영일정:
CGV 전주고사 3관 2024.05.03 11:00
CGV 전주고사 3관 2024.05.05 18:00
CGV 전주고사 2관 2024.05.10 10:30
영화제 일정:
2024.05.01-2024.05.10
"불의 딸들" 페드로 코스타 감독 인터뷰 참조: https://filmmakermagazine.com/123828-interview-pedro-costa-the-daughters-of-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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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동기부여 영화 추천, 내게 힘을 주는 영화 10편
내게 힘을 주는 영화 10
저마다 힘들고 의지가 떨어질 때 동기를 부여받을 만한 친구, 영상, 영화, 취미와 같은 것들을 여러 번 꺼내 볼 것이다.
종종 자극이 된다거나 힘을 주는 영상들을 유튜브에서 저장하고 다시 꺼내보기도 하는데, 영화도 마찬가지다. 특히 정말 좋아하는 영화는 몇 번이고 다시 봐도 언제나 힘을 준다.
요즘 상황도 상황인지라 상반기 취업문도 줄어들고, 여행도 못 가고, 경제도 좋지 않은 지금 모두가 보면서 힘을 얻을 수 있는 영화들을 가져와보았다. 영화의 순서는 국내 개봉일 순으로 작성했다!
■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1989
감독: 피터 위어
출연: 로빈 윌리엄스(존 키팅 역), 로버트 숀 레오나드(닐 페리), 에단 호크(토드 앤더슨), 조쉬 찰스(녹스 오버스트리트)
개요: 드라마 | 미국 | 128분 | 12세 관람가
줄거리: 미국의 명문 웰튼 아카데미의 새 학기 개강식. 이 학교 출신인 존 키팅 선생은 새 영어 교사로 부임한다. 첫 시간부터 선생은 '카르페 디엠'을 외치며 파격적인 수업방식으로 진행하는데. 닐은 키팅 선생을 캡틴이라 부르며 따르게 되고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서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닐과 그 친구들은 굉장히 엄격한 학교의 규율을 어기고 서클에 참여하면서부터 키팅 선생을 통해서 참된 인생이 무엇인지 조금씩 느끼게 되는데...
첫 번째 영화는 1989년도에 제작된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언급되고 있는 <죽은 시인의 사회>다. 아마 보지 않았을지라도 제목을 아는 사람들이 정말 많을 것이다. 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대사이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카르페디엠'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며 가르침을 주는 키팅 선생의 대사이다. 좋은 스승을 만나며 배우게 되는 인생을 느낄 수 있는 너무나도 유명한 명작이다.
■ 가타카 Gattaca, 1997
감독: 앤드류 니콜
출연: 에단 호크(빈센트 프리맨 역), 우마 서먼(아이린 카시니), 알란 아킨(Det.휴고), 주드 로(제롬 유진 모로우), 로렌 딘(안톤 프리맨), 고어 비달(조셉), 어네스트 보그나인(카사르)
개요: SF,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106분 | 15세 관람가
줄거리: 근 미래 유전자 조작을 통한 시험관 수정으로 우성 인자만을 보유한 자식을 낳을 수 있는 시대에 조작을 받지 않고 태어난 빈센트. 그는 심장 질환 확률이 99%에 예상 수명이 31살 밖에 되지 않는다. 우성인자만을 보유하고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우주 항공 회사 가타카가 꿈인 빈센트는 모두의 만류에도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꿈을 대신할 우성인자인 유진 모로우와 만나며,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우주 항공 회사에 들어가게 되는데.
두 번째 영화는 이 추천 목록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자, 정말 많이 보아왔던 <가타카>다. 정말로 극한의 상황에서도 절대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노력하는 빈센트의 모습을 보면서 항상 영화지만 저런 대단한 인물이 있다는 자극을 받아왔었다. "모든 게 가능해"라며 자신의 의지와 행동력을 보여준 빈센트와 "넌 내게 꿈을 빌려줬어"라고 말하는 유진 모로우(주드 로)의 모습을 보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블로그에 리뷰를 쓴 적도 있는데, 나의 인생 영화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 록키 발보아 Rocky Balboa, 2006
감독: 실베스터 스탤론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록키 발보아 역), 버트 영(폴리), 마일로 벤티밀리아(록키 발보아 주니어)
개요: 액션, 드라마 | 미국 | 102분 | 12세 관람가
줄거리: 최고의 헤비급 챔피언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한 록키. 록키의 즐거움은 화려했던 자신의 복싱 경기 얘기를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것. 어느 날, TV에서 현재 헤비급 챔피언인 매이슨 딕슨과의 가상 경기를 중계한다. 상상 이외의 인기를 끈 이 경기는 실제로 록키에게 경기를 제안하고, 록키는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일생일대의 대결을 앞두고 오랜 친구이자 트레이너인 듀크와 아들의 도움을 받아 훈련을 시작한 록키. 젊은 챔피언 복서 메이슨에 맞서 마지막 경기를 펼치는데.
세 번째 영화는 정말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OST 'eye of the tiger'가 나오는 영화 <록키 발보아>다. 아마 이 영화를 몰라도 안 들어본 사람이 없을 듯하다. 이 영화는 록키의 마지막 시리즈 작이기도 하며, 실베스터 스탤론을 다시 한번 영화 속의 록키 발보아처럼 일으켜 세운 영화다. 이미 은퇴한 선수였던 만큼 나이가 들었고 젊은 시절처럼 멋진 몸은 아니지만 은퇴하거나 혹은 실패한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스포츠 영화만의 땀과 열정, 승부를 통한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는 영화다.
■ 행복을 찾아서 The Pursuit of Happyness, 2006
감독: 가브레일 무치노
출연: 윌 스미스(크리스 가드너 역), 제이든 스미스(크리스토퍼), 탠디 뉴튼(린다), 브라이언 호우(제이 트위스틀)
개요: 드라마 | 미국 | 117분 | 전체 관람가
줄거리: 한물 간 의료기기를 팔며 돌아다니는 세일즈맨 크리스 가드너는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며 돌아다니지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결국 아내까지 집을 떠나고 길거리로 나앉게 된다. 하지만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그에게 인생 마지막 기회가 다가온다.
네 번째는 이 주제나 행복에 관한 주제라면 빠지지 않는 영화가 있는데, 바로 <행복을 찾아서>다. 지금은 훌쩍 자라버린 제이든 스미스의 역인 크리스토퍼와 크리스 가드너가 지하철 화장실에서 자는 장면이 정말로 안쓰럽고 많은 이들에게 인상적인 장면이었을 것이다. "못할 거야라는 말을 믿지 마"라며 아들에게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다짐을 하는 크리스 가드너. 인생 기회인 인턴을 위해서 진심을 다해서 노력하는 모습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동기를 부여해 줄 충분한 영화다.
■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Lazy hitchhikers' tour de europe, 2013
감독: 이호재
출연: 이호재, 이현학, 하승엽, 김휘
개요: 다큐멘터리 | 한국 | 105분 | 12세 관람가
줄거리: 스스로를 잉여인간이라고 부르는 네 명이 잉여로운 20대를 보내기 위해 단돈 80만 원과 카메라 한 대만 들고 유럽행 비행기를 탄다. 잉여 넷은 숙박업소 홍보영상을 찍어주고 무료 숙식을 하면서 1년간 유럽을 일주하겠다는 야망과 동시에 자신이 정말 좋아했던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파리에 첫발을 내딛는데. 처음 계획과 달리 이들을 찾아주는 곳은 없고 아무런 소득 없이 이탈리아 로마까지 히치하이킹을 떠나고, 계속 이어가던 이들에게 기회가 찾아오는데.
다섯 번째 영화는 다큐멘터리 영화 형식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다. 같은 이름과 컨셉인 예능 프로도 나왔던 이 영화는 정말로 네 명이 여행을 떠나고 벌어지는 일들을 카메라 한대로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단돈 80만 원을 들고 그들이 유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일들이라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하나하나 목표들을 달성해나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당장 시작해야 할 것만 같은 동기부여를 준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과 같이 20대에 이 영화를 본다면 무엇이든 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길 것이다.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감독: 벤 스틸러
출연: 벤 스틸러(월터 미티 역), 크리스틴 위그(셰릴 멜호프), 숀 펜(숀 오코넬), 셜리 맥클레인(에드나 미티)
개요: 모험, 드라마, 판타지 | 미국 | 114분 | 12세 관람가
줄거리: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월터 미티.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상상'을 통해서 특별한 순간을 꿈꾸는 그에게 폐간을 앞둔 라이프지의 마지막 호 표지 사진을 찾아오는 미션이 생긴다. 평생 국내를 벗어나 본 적 없는 월터는 문제의 사진을 찾아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등을 넘나들며 평소 자신의 상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어드벤처를 시작한다.
여섯 번째 영화는 정말로 동기부여 영화에 절대 빠지지 않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그저 국내에서 상상으로만 해왔던 일들을 용기를 내서 헬기에 뛰어들며 현실로 받아들이는 월터. "아름다운 순간이 오면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라는 대사와 같이 월터가 경험하는 인생의 전환점을 보며 동기 부여를 받을 수 있는 영화다.
■ 위플래쉬 Whiplash, 2014
감독: 데이미언 셔젤
출연: 마일즈 텔러(앤드류 역), J.K. 시몬스(플렛처)
개요: 드라마 | 미국 | 106분 | 15세 관람가
줄거리: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각오인 음대 신입생 앤드류는 우연한 기회로 누구든지 성공으로 이끄는 최고 실력자지만, 또한 동시에 최악의 폭군인 플렛처 교수에게 발탁되어 그의 밴드에 들어간다. 폭언과 학대 속에 좌절과 성취를 동시에 안겨주는 지독한 교육방식은 천재가 되길 갈망하는 앤드류의 집착을 끌어내며 그를 광기로 몰아넣는데...
일곱 번째 영화는 악마와 같은 스승과 광기에 휩싸이게 된 제자의 <위플래쉬>다. 폭군 교수인 플렛처는 자신들의 제자들을 정말 극한의 상황까지 밀어붙이며 재능을 터트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만의 성공 비법이라고 할까. 물론 그 노력에 폭언과 학대는 덤이다. 하지만 이런 극도의 자극을 버텨내며 끝까지 살아남은 자는 광기와 함께 성공만이 남는다. 자칫하다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엄청난 자극으로 터져버린 광기의 드럼 소리와 미친듯한 몰입력을 경험할 수 있는 영화다.
■ 주토피아 Zootopia, 2016
감독: 바이론 하워드, 리치 무어
출연: 지니퍼 굿윈(주디 홉스 목소리 역), 제이슨 베이트먼(닉 와일드), 샤키라(가젤), 이드리스 엘바(보고), 알란 터딕(듀크 웨셀턴), J.K. 시몬스(시장 라이언하트)
개요: 애니메이션, 액션, 모험, 코미디, 가족 | 미국 | 108분 | 전체 관람가
줄거리: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 1위, 주토피아에서 연쇄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 주토피아 최초의 토끼 경찰관 주디 홉스는 48시간 안에 사건 해결을 지시받자 뻔뻔한 사기꾼 여우 닉 와일드에게 협동 수사를 제안하는데.
여덟 번째 영화는 너무나 귀엽고 매력 있는 캐릭터 투성이인 <주토피아>다. 애니메이션 영화지만 단 한 번도 없었던 토끼 경찰이 되기 위해서 "내가 최초가 되겠네!"라고 말하며 노력하는 주디. 작고 힘이 약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디는 당당히 노력하여 경찰이 되고 실종 사건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활약한다. 주디의 행동이 주는 동기부여도 물론이고 여러 캐릭터들의 매력과 OST를 통해서 힐링도 받을 수 있는 영화다.
■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2016
감독: 존 카니
출연: 페리다 월시-필로(코너 역), 루시 보인턴(라피나), 잭 레이너(브렌든), 마크 맥케나(에먼)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 아일랜드, 미국, 영국 | 106분 | 15세 관람가
줄거리: 코너는 전학을 가게 된 학교에서 라피나를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라피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밴드를 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한 코너는 급기야 뮤직비디오 출연까지 제안하고 승낙을 얻는다. 행복한 기분도 잠시 코너는 어설픈 멤버들을 모아 '싱 스트리트'라는 밴드를 급 결성하고 집에 있는 음반들을 찾아가며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다. 첫 노래로 라피나의 마음을 움직인 코너는 그녀를 위해 최고의 노래를 만들고 인생 첫 번째 콘서트를 준비하는데...
아홉 번째 영화는 향수를 자극하는 영상미와 좋은 노래들이 정말 많은 <싱 스트리트>다. 지난 음악 영화에서도 추천을 했었는데, "적당히 해서는 안 돼"라고 말하며 제대로 노래를 만들게 되는 청춘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코너가 내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받을 수 있는 영화다.
■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ビリギャル, Biri Gal, Flying Colors, 2015
감독: 도이 노부히로
출연: 아리무라 카스미(쿠도 사야카 역), 이토 아츠시(츠보타 선생님)
개요: 드라마 | 일본 | 117분 | 12세 관람가
줄거리: 친구들과 재밌게 노는 것이 인생의 낙이었던 사야카는 공부와 담을 쌓은 문제아로 학교에서 낙인찍힌다. 하지만 그녀를 절대적으로 응원해 주는 엄마와 초긍정 츠보타 선생을 만나 우등생도 가기 힘들다는 명문대 진학을 도전하기로 하는데. 동서남북이 뭔가요?라며 질문을 하던 사야카의 최고 반전! 아직도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고 있는 사야카의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열 번째 영화는 일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여서 더욱 신기한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다. 이 영화는 아마 수험생들에게 조금 더 힘이 되고 자극을 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긴 수험 시간 동안 온전히 자신 혼자서 의지를 유지한다는 것은 힘든 일인데, 주변에 응원해 주는 좋은 사람들이 많은 힘을 줄 것이다. "의지가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며 응원해 주는 츠토야의 응원을 바탕으로 자극을 받아 노력하는 사야카를 보면서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는 영화다.
영화 인스타를 시작한 이유 중에 하나가 좋은 장면이나 대사들을 저장해두고자 하는 목표도 있었는데, 종종 다시 보면 힘이 나는 장면들이 있다. 이 10개의 영화가 아마 그런 영화들 중에 더 동기부여가 되는 영화들이었다.
왓챠 - <가타카>, <위플래쉬>,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싱 스트리트>,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넷플릭스 - <행복을 찾아서>
두 곳 모두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죽은 시인의 사회>, <주토피아>
둘 다 없는 - <록키 발보아>
이 목록 외에도 동기부여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영화들이 있다면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저의 리뷰나 원하시는 작품이나 추천 주제가 있다면 이 또한 댓글로 남겨주시면 정말 감사합니다! ?
* 본 콘텐츠는 블로거 담아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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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사랑은 어려워
하이틴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알 것이다. 주인공들이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특별한 감정들을 알아차리는 과정들을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어른들의 욕망 가득한 눈빛이 아니라, 세상에 진짜 사랑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확인해가는 과정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으른의 연애'라는 것들이, 때로는 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때 청소년들의 사랑이야기는 얼마나 상큼한가.
이번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 참여하면서 청량감 같은 것들을 느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여름밤에 평상에 앉아서 수박을 퍼먹었던 날이 떠오른다. 이제는 열대야를 견딜 수도 없고, 평상 같은 게 있을리 만무하며 수박은 한 통에 2만 원 한다.
이따금 누구를 좋아하는 일이 왠지 죄스러웠는데, 죄의식의 근원은 당연히 모른다. 마르케스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에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경이를 맛보지 않고 죽을 생각"을 하지 말라는 대사가 있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너무도 추상적이다. 어쩌면 나는 죽지도 못하는 게 아닐까?
그러니, 일찍이 사랑을 찾아 떠나는 아이들이 있다.
안우연 학생은 아주 어릴 때부터 모든 여자들에게 거절만 당해왔다. 이럴수가. 맨날 차이고 차이고 또 차인다. 어른인 나의 눈에는 왜 차이는지 알 것 같은데... 안우연 학생은 모르는 듯하다.
혼자 짝사랑하는 여학생에게 종이학 천 마리를 접어주고, 웬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주고... 스크린 밖에 안우연 학생이 있다면 더 이상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에 안우연 학생이 있다면 스웨덴에는 수네(sune)가 있다. 수네는 거의 아기 때(?)부터 소피와 연인사이이다. 소피와 수네의 가족은 미드소마 기간에 미슐트라는 작은 마을에서 여름축제를 즐기기로 한다. 미슐트는 여름축제가 유명하고, 메이트리에 링을 만들어 운명의 짝을 찾곤 한다.
수네는 영화 속 장면에 감화를 받아 소피를 찾아가는데, 영화처럼 샴페인과 굴을 싸들고 간다. 하지만 소피는 피자를 좋아하는 아이이다. 우리의 우연이가 일방적으로 케이크를 만들어 가듯이. 그래서 "이거 네 거야." "내 거 아니야." "네 거라니까?"와 같은 상황을 만들어내고 차이듯이 수네 역시 장렬하게 차인다.
우연이는 어딘가에 운명 같은 사랑이 우연이를 기다리고 있어, 그 사랑을 만나기만 하면 상처받지도, 헤어지지도 않을 거라고 믿는다.
수네는 소피와 결혼까지 할 마음으로 여름축제를 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엄마아빠가 여름축제에서 만나 결혼했다는 사실 때문에 반드시 여름축제에서 소피를 고리에 걸어야 하는 것이다. 우연이가 운명이 있다고 믿는 것처럼 수네도 운명을 믿는다.
우연이는 운명탐지기를 만든다(엄청난 실력자이다). 운명탐지기는 운명의 신호를 따라 우연을 인도한다. 우연은 우연히(아마도 그런 이유로 작명한 듯하다) 여자아이를 만나는데, 탐지기가 알려주지 않았으므로 운명이라 생각하지 못한다. 이 여자아이는 이유도 없이 우연을 따라나선다.수네는 소피의 떠난 마음을 돌려보고자 미슐트에 사는 아이 알렉스와 작당모의를 한다. '질투심 유발' 따위의 뻔한 술수이다. 알렉스는 당뇨 환자이고, 마을의 지분을 각각 1/3씩 가진 레즈비언 엄마들이 있고, 그들은 지금 이혼한 상황. 알렉스는 수네를 돕는 대신, 나머지 지분 1/3을 가진 수네의 엄마가 알렉스의 엄마들 중 누구에게도 집을 팔지 말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여름축제를 열어야 소피를 잡을 수 있다고 크게 착각한 수네는 엄마에게 축제를 열어주는 쪽에 집을 팔라고 설득하는 배신을 때리고야 만다. 모든 것이 들통나고, 소피는 축제를 다른 친구네 집에서 보내겠다며 떠나버린다. 수네는 영화 속 장면처럼 소피를 따라가지만 소피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하이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결국엔 다 잘 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연에게 운명적인 사랑이 곧 찾아올 거라는 것도 알고, 수네와 소피가 화해할 거라는 것도 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 그리고 순수하고 풋풋한 장면들이 하이틴 영화의 묘미이다.
'이렇게 사랑하는 나!'에 매몰되지 않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해 주는 것이 성숙한 인간의 사랑일 것이다. 청소년기는 더욱이 자기중심성이 강한 시기라 자신의 사랑이 이 세상 제일가는 절절한 사랑인 줄 안다. 자기 마음대로 학을 접어주고, 케익을 만들고, 좋아하지도 않는 굴을 선물하는 것이 사랑이고,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우연이도, 수네도 점점 어른이 되어가면서 내가 주고 싶은 게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두 영화를 보면서 여러모로 아차 싶을 때가 많았다. 나는 어른이지만 아직도 사랑이 어렵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사랑이 쉬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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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원작 퀴어 영화 下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소설 원작 퀴어 영화' 큐레이션,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카우보이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브로크백 마운틴>부터
2022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에 빛나는 <파워 오브 도그>까지!
원작이 된 소설과 함께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브로크백 마운틴(2005)
Brokeback Mountain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눈부신 만년설로 뒤덮인 8월의 브로크백 마운틴 양 떼 방목장에서 여름 한 철 함께 일하게 된 두 청년 '에니스(히스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할)'은 오랜 친구처럼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다 그들의 우정은 친구 이상으로 발전하지만 두 사람은 낯선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다시 만날 기약도 없는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우연히 4년 만에 다시 만난 '에니스'와 '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일 년에 한두 번씩 브로크백에서 만나 함께 지내기로 하는데... 20년간 짧은 만남과 긴 그리움을 반복한 그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CINE PICK!
<브로크백 마운틴>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두 명의 카우보이 사이에서 싹트는 동성애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대만인 감독인 이안이 연출을 맡아 해당 작품으로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였으며, 주연을 맡은 배우 제이크 질렌할, 히스 레저, 조연을 맡은 앤 해서웨이, 미셸 윌리엄스의 섬세한 연기와 호흡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두 남자의 애절한 멜로드라마 서사가 훌륭할 뿐만 아니라 감독의 뛰어난 연출,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영상미 있는 작품으로 주목받았습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브로크백 마운틴>의 원작은 무자비하고 혹독한 자연을 배경으로 거칠고 폭력적인 인간 본성을 날카롭게 포착해 비틀어 내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애니 프루가 쓴 동명의 단편 소설로, 작가의 다른 작품인 《진흙탕 인생》과 더불어 오헨리 단편소설 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품입니다. 출간 당시 《Close Range: Wyoming Stories》라는 단편 모음집에 수록되어 있었으며, 한국에서는 영화가 유명세를 탄 후 번역본이 나와 원제목 대신 《브로크백 마운틴》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습니다.
모리스(1987)
Maurice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20세기 초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우연히 만나게 된 모리스와 클라이브는 낡은 관념의 무료한 대학 생활 속에서 서로에게 해방감을 줄 수 있는 존재로 발전해 가고, 누구보다 가까웠던 두 사람의 우정은 서서히 사랑의 감정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사랑 하나면 모든 걸 버릴 수 있는 모리스와 그 모든 걸 잃는 게 두려운 클라이브의 사랑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CINE PICK!
<모리스>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한 제임스 아이보리가 연출하고 제임스 윌비, 휴 그랜트 등이 출연한 1987년 영화입니다. 국내에는 무려 32년이 지난 2019년에 개봉하였는데, 1980년대 당시에는 국내 검열이 매우 엄격해 정식으로 개봉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임스 윌비가 '모리스'를, 휴 그랜트가 상대역 '클라이브'를 맡아 191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주인공 모리스의 성숙과 사랑을 그려냈습니다. 제44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 출품되어 남우주연상, 감독상, 음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영화 <모리스> 1914년 완성되었으나 당시에는 범죄시되었던 동성애를 다루고 있어 1971년 작가 사후에 출판된 E.M. 포스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집안의 바람대로 케임브리지에 입학한 영국 중산층의 한 평범한 젊은이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과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당시 현실 속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했던 결말을 통해 그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인습과 제도를 비판하였습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
Blue Is the Warmest Color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여느 소녀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 ‘아델’(아델 엑사르코풀로스 분)은 빈칸들로 점철된 미래의 답을 찾고 있는 문학소녀이다. 피에르 드 마리보의 소설 <마리안의 일생>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아델’ 앞에 어느 날 파란 머리의 대학생 ‘엠마’(레아 세이두 분)가 나타난다. 단지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스치며 지나친 인연이지만 그날 이후 ‘아델’과 ‘엠마’는 서로를 기억하게 된다. 미지의 사랑을 꿈꾸는 ‘아델’, 현실의 사랑을 이끄는 ‘엠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델’과 ‘엠마’는 서로에게 이끌린다. 미술을 전공한 ‘엠마’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캔버스 안으로 ‘아델’을 초대한다. ‘아델’은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엠마’로 인해 이전에는 몰랐던 뜨거운 감정을 느끼게 되고, 평온하기만 했던 ‘아델’의 삶은 뒤흔들리기 시작한다.
CINE PICK!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튀니지계 프랑스인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가 연출한 레즈비언 에로티시즘 영화입니다. 2013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만화 원작 영화, LGBT 영화로 최초 수상, 배우와 감독이 함께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파격적인 성 묘사로 논란과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주연을 맡은 아델 엑사르코풀로스와 레아 세이두의 리얼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원작은 2011년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독자상'을 수상하며 많은 만화제에서 주목받았던 쥘리 마로의 그래픽 노블《파란색은 따뜻하다》입니다. 주인공 클레망틴이 15세에 처음으로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겪는 심리적 불안감, 혼란을 매우 섬세하게 그리고 있으며 중반부에 들어서면서부터 광장에서 스쳤던 '파란 머리 소녀'를 만나며 느끼는 첫 만남의 설렘, 욕망, 질투 등이 표출되며 동성이나 이성이나 다를 바 없는 인간의 보편적인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애틋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작가의 부드러운 그림체와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색의 표현력이 매력인 작품입니다.
싱글맨(2009)
A Single Man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1962년, 대학교수 조지(콜린 퍼스)는 오랜 된 애인 짐(매튜 구드)의 죽음에 힘들어한다. 하루아침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그는 외로움과 상실감에 젖어, 죽음보다 더한 일상을 시작한다. 자신의 본질을 속이고 살아가는 조지에게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 찰리(줄리언 무어)가 있다. 찰리는 애인의 죽음에 힘들어하는 조지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과의 하룻밤을 제안하고 삶을 정리하려는 조지 앞에 제자 케니가 접근한다. 우연과도 같은 하룻밤을 보내며 조지는 새로운 삶을 위해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삶의 이유를 상실했던 한 남자의 찬란한 하루가 펼쳐진다.
CINE PICK!
<싱글맨>은 제작 당시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톰 포드의 감독 데뷔작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정서적으로 방황하는 남자의 일상을 묘사한 영화입니다. 2009년 66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주연을 맡은 콜린 퍼스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영화 자체는 무겁고 건조하게 흘러가나 디자이너가 만든 영화인 만큼 훌륭한 영상미와 감독이 직접 디자인하고 초이스 한 영화 속 콜린 퍼스의 패션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특히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영상의 색채인데, 주인공 콜린 퍼스의 감정 상태에 따라 영상의 전반적인 색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영화 <싱글맨>은 영미 현대문학의 주요 작가 중 한 명인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이셔우드는 동성애자임을 숨기지 않고 활동한 첫 세대이자, '퀴어'를 대표하는 인물로 동성애자 인권에도 크게 기여한 작가입니다. 소설, 희곡, 시나리오, 산문, 번역 등 다양한 저서를 남겼으며《싱글맨》의 경우 이셔우드가 소설 속 조지와 같은 나이인 58세에 발표한 작품으로, 사별의 여진을 견디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의 하루를 그리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순간을 진중한 성찰과 섬세한 문장으로 채우며, 담담하고 절제된 감정과 통렬한 분노, 슬픔이 부딪히며 빚는 삶의 결을 세심하게 포착해 낸 것으로 평가받는 수작입니다. "하고자 한 대로 구현된 유일한 작품"이라고 밝히며 작가가 가장 아끼는 글로 꼽기도 하였습니다.
대니쉬 걸(2015)
The Danish Girl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1926년 덴마크 코펜하겐. 풍경화 화가로서 명성을 떨치던 에이나르 베게너(에디 레드메인)와 야심 찬 초상화 화가인 아내 게르다(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이자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파트너이다. 어느 날, 게르다의 아름다운 발레리나 모델 울라(엠버 허드)가 자리를 비우게 되자 게르다는 에이나르에게 대역을 부탁한다. 드레스를 입고 캔버스 앞에 선 에이나르는 이제까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날 이후, 영원할 것 같던 두 사람의 사랑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고, 그는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CINE PICK!
<대니쉬 걸>은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한 덴마크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국의 전기 드라마 영화입니다. <킹스 스피치>, <레미제라블>로 잘 알려진 톰 후퍼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에디 레드메인과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각각 주인공 에이나르/릴리와 그의 아내인 게르다를 맡아 열연을 선보였습니다. 색감을 적절히 활용한 영상미가 마치 화가인 주인공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 매우 아름답다는 평을 받았으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미술상, 의상상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영화 <대니쉬 걸>의 원작은 21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데이비드 에버쇼프가 2000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입니다. 코펜하겐, 드레스덴 그리고 파리를 배경으로 한 작가의 첫 번째 소설로,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로 뽑히는 등 평단의 찬사를 얻은 작품입니다. 세상을 놀라게 한 덴마크 화가 에이나르 베네게르 부부의 실화 이야기를 담아 1920년 성적 방황, 서로에게 헌신하는 부부에 대한 진실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파워 오브 도그(2021)
The Power of the Dog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1925년 미국 몬타나, 거대한 목장을 운영하는 필(베너딕트 컴버배치)은 막대한 재력은 물론 위압적이고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어느 날 그의 동생 조지(제시 플리먼스)가 로즈(키얼스틴 던스트)와 그의 아들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동생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분노한 필은 로즈의 아들을 볼모로 삼아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자신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CINE PICK!
<파워 오브 도그>는 전작인 <피아노>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제인 캠피온이 감독하고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코디 스밋 맥피가 주연을 맡은 2021년 영화입니다. 제78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고 작품, 각색, 남우조연, 여우조연, 촬영, 편집, 프로덕션 디자인, 음악, 음향상 후보에 오로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며, 서부극에 대한 완전히 다른 방식의 접근과 진정한 정체성을 숨겨야 하는 배타적인 사회와 이로 인해 만들어진 해로운 남성성에 대한 고찰이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미국 작가 토머스 새비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유년 시절을 목장에서 보냈으며, 때의 경험이 훗날 그에게 풍부한 소재가 되어 주었습니다. 소설《파워 오브 도그》는 작가가 어린 시절 양아버지 집안에서 겪은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해 1967년 발표하였으며, 평론가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받은 데 비해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 합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저자 애니 프루는 해당 작품을 가리켜 토머스 새비지의 최고 걸작이라고 칭하며, '한 편의 심리 연구이자, 혐오라는 형태로 분출되는 억압된 동성애를 다룬 비범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소설을 원작으로 한 퀴어 영화 다섯 편을 정리해 보았는데 어떠셨나요?
앞으로 더 재미있는 콘텐츠로 찾아뵙기를 약속드리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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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극장가는 할리우드 오리지널 시리즈 VS 스핀오프 열풍!
2021년 극장가는 인기만점의 할리우드 오리지널 시리즈와 다채로운 스핀오프 영화들이 대거 등장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시리즈와 스핀오프 작품 모두 전작의 인기와 팬층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어느정도의 흥행 성적을 예상하고는 하는데요. 이번엔 과연 어떤 작품들이 침체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믿고 보는 오리지널 시리즈 !
<콰이어트 플레이스 2>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킬러의 보디가드 2>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먼저, '소리 내면 죽는다'라는 독특하고 신선한 설정으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은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속편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오는 6월 16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전편에 이어 일상의 작은 소음만으로도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더 넓은 세계관과 확장된 스케일 강력해진 서스펜스와 액션으로 무장해 예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입니다. 또한 <분노의 질주> 9번째 시리즈인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5월 19일 전 세계 최초 국내 개봉해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 특유의 통쾌하고 짜릿한 쾌감과 함께 전작의 기록을 뛰어넘은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컨저링>시리즈 중 가장 거대한 규모로 제작된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는 6월 3일 개봉해 더위를 날릴 역대급 공포를 선사할 예정이며, 이밖에도 6월 23일(수) 개봉을 앞두고 있는 <킬러의 보디가드 2>를 통해 개성만점 캐릭터와 찰진 유머를 선보였던 전편에 이어 한층 강력한 웃음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익숙한 듯 새로운 매력의 스핀오프 !
<스파이럴>
<크루엘라>
<블랙 위도우>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한편, 오리지널 시리즈 열풍에 맞서 쟁쟁한 스핀오프 영화들 또한 극장가를 찾아올 예정입니다. 지난 5월 12일(수) 개봉한 '쏘우' 시리즈의 첫 스핀오프 <스파이럴>은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다양한 이스터에그로 관객들에게 쫄깃한 긴장감과 함께 '쏘우' 시리즈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어 5월 26일(수) 개봉한 디즈니 라이브 액션 <크루엘라>는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에 등장한 빌런을 주인공으로 한 프리퀄 영화로 차별화된 스토리와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매력 넘치는 캐릭터를 선보이며 많은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랜 기다림 끝에 7월 개봉하는 마블 스튜디오의 2021년 첫 액션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는 '어벤져스'군단의 히어로 '블랙 위도우'의 솔로무비로, 알려지지 않은 그녀의 과거 이야기가 등장해 많은 영화 팬들의 기대를 더욱 높일 예정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여고괴담> 시리즈가 12년만에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로 새롭게 돌아온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는데요. 시리즈물과 스핀오프 작품 모두 어느정도의 기대와 재미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전작의 향수 또한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름의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리는 6월,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되신다면 올 상반기 극장가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에너지 넘치는 시리즈물&스핀오프 작품들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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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개들의 왕이 행한 어떤 기적
이 글은 씨네랩에서 초대 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 주의
감독: 뤽 베송
출연진: 케일럽 랜드리 존스, 조조 T. 깁스
시놉시스: 어느날 밤, 한 심리학자는 유치장에서 만난 붉은 드레스의 남성을 상담한다. 그의 이름은 '더글러스'. 200마리가 넘는 개를 키우며 '도움이 필요한 이를 돕는다'는 그는 심리학자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학대 받던 과거와 힘겨웠던 장애인으로서의 삶, 그리고 그가 그 도시의 '다크 히어로'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털어 놓는다. 한 사회에서 개인의 비극적인 삶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세련되고 흥미진진한 스릴러의 형식으로 풀어낸, 거장 '뤽 베송'의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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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인생에 끔찍한 비극이 몰아닥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인간 개인은 속수무책으로 그러한 불행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숱한 비애와 비탄에도 분명히 끝은 있을텐데도 그것에 시달리는 그 순간만큼은 그것은 영원할 것만 같고, 그로 말미암아 사람의 마음에는 깊은 좌절과 원망, 분노가 깃든다. 그 재앙이 차라리 천재지변이라면 차라리 낫다. 그건 '어쩔 수 없었던 일'일테니까. 그러나 그것이 사람에 의한 것이라면 어떨까? '피할 수 있었지만 피하지 못한' 재앙을 맛보았을 때, 사람은 외롭고 억울해진다. 원망은 사람과 사회와 하늘로 향하고 무엇보다도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다. 애석하게도 사람이 사는 곳에는 언제나 그런 재앙이 있고, 그래서 우리의 도시에는 언제나 비참이 도사린다. 이러한 비참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우리는 우리에게 닥친 비극적 운명의 멍에를 어떻게 벗을 수 있을까?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그리고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아래에서부터 소개할 뤽 베송의 신작, <도그맨>에서 이러한 사회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재앙과 그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며 벗어나고자 한 인물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1. 철장에서 자란 소년이 '도그맨'이 되기까지
어린 '더글러스'(이하 '더그')는 유년 시절의 어느 일부를 철장에서 보냈다. '투견으로 쓰일 개에게 먹이를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지극히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이던 아버지의 광기는 집안 어디에서나 도사렸다. 형은 아버지처럼 되어가며 가족을 감시했고, 어머니는 결국 그를 이기지 못하고 떠났다. 그러나 더그는 완전히 고독하지는 않았다. 그의 곁에는 개가 있었으므로. 더그에게 개들은 그와 같은 아픔을 경험하고 서로를 보듬어주는, 그의 유일한 가족이었다. 개들은 언제나 그의 곁을 지켰다. 그가 아버지의 학대 끝에 반신불구가 된 후에도, 그가 도움과 위안이 필요할 때면 언제나. 그런 그가 소위 '도그맨'이 된 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https://youtu.be/CKHtgQzY3js?feature=shared
소년은 자랐고, 더는 그 끔찍한 집에 살지 않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학대의 흔적은 남았다. 다리를 쓸 수 없었고, 다리를 쓰지 못한다는 것은 단순히 걷지 못한다는 것 이상의 것을 의미했다. 각박한 인간 세상은 '걸을 수 있는 사람'에 맞춰져 있으니까. 더그에 대한 사회의 취급은 길 위를 떠돌아 다니는 유기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디트 피아프의 명곡 '군중'의 노랫말에서처럼, 세상은 그에게 환희를 주었지만 곧 그를 거두어가버렸으므로 그는 절망과 분노를 이겨내는 방법을 익혀야 했다.
그래서 그는 원래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로 한다. 금요일에는 트렌스젠더 바의 '에디트 피아프'가 되었다. 연기를 하고 분장을 했다. 비참이 깃든 얼굴 위로 분칠을 하고, 찰나 같은 순간 동안 바로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노라면, 사람들은 비로소 그를 '걷지 못하는 사람' 이상의 누군가로 보았다. 언젠가 짝사랑하던 연극 선생님의 말처럼, 셰익스피어의 세계에서는 그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그러지 않은 날에는 '도그맨'이 되었다. '도그맨'은 불행한 개들과 사람을 거두고 도왔다. 그가 합법적으로 남을 도울 길은 흔치 않았으므로 그의 방식은 적지 않은 경우 합법의 영역 밖에 있었다. 그래서 위험했고, 그래서 때론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며, 이윽고는 그의 운명을 끝을 향해 달려가게 했지만, 어쨌든 그는 그 일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2. 불행이 있는 곳에 신은 개를 보낸다
이러한 '도그맨'의 삶은 예수의 공생애와 닮아 있다. 그는 가장 더러운 개 철장에서 나고 자랐다. 장애는 그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없게 했고, 그래서 그는 더욱 고난 길을 걸어야만 했다. 그렇게나 고생했으면 사람을 미워할 법도 한데, 개들에게서 숭고한 사랑을 배운 더그는 가장 외롭고 힘든 이들을 위해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부의 재분배'라는 명목으로 값나가는 것들을 좀 훔치긴 했으니 숭고한 의미만으로 그 일을 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테지만, 그가 보인 관용 또한 숭고하지 않다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다크히어로를 움직이게 한 동인은 '돈'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과 동감이었으니까. 그것은 대단히 숭고한 마음이 아닌가.
이러한 기독교적인 메타포는 영화의 말미에서 절정에 이른다. 인생의 모든 것을 고한 더글러스는 그의 벗들로 말미암아 유치장을 벗어난다. 휠체어에서 일어난다. 꺼져가는 생명을 붙잡고 비틀비틀 걷는다. 앉은뱅이를 고친 예수의 기적처럼. 그리고 마침내 외친다.
'저는 떠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개들의 왕은 마침내 땅 위로 쓰러진다. 등 뒤에 거대한 십자가 그림자를 드리운 채. '대가는 치러졌고, 아픈 과거는 잊었다. 그 자리에는 어떤 후회도 남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그의 자식, 개들만이 그의 곁을 지킬 뿐이다.
https://youtu.be/4r454dad7tc?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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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그맨>은 불행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의 인생은 험준하기 그지 없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 안에서 아가페적인 사랑을 찾는다. 비록 그의 생은 마감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사랑이 지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는 그를 비롯한 많은 이들을 비참하게 만든 세상에 대해 과격한 방식으로 저항한다. '홍길동'이나 '로빈훗'처럼 가진 자의 부를 재분배하고 가혹한 이를 응징하는 그의 방식은 그 옛날 로마 제국에 저항하던 급진혁명파인 '젤롯당'이 연상되기도 하고, '눌린자, 포로된 자'에게 기꺼이 다가갔다는 예수에 대한 묘사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도그맨'을 사랑을 위해 알려지지 않은 혁명을 해 온 혁명가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사랑과 혁명. 이것은 어쩌면 영화가 제안하는 '비극을 이기는 법'일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가 더글라스처럼 개를 부릴 수도 없을테고, 불법적인 일을 일삼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낮은 이들에게 기꺼이 사랑을 베풀고 우리가 처한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솎아내려는 시도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길 위를 떠도는 유기견들의 사정이 나아지게 하기 위해 개를 '사지 않고' 입양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고, 장애인을 위한 법안이 통과되게 하기 위해 말 한 마디라도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의심이 가더라도 한번 해 보자. 그런 소소한 베풂이 이어지다보면 언젠가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 개를 다루는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개가 폭력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아서 좋았다. 뤽베송 감독은 아주 어릴 때부터 개를 키웠다는데, 그런 감독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거 같다.
++) 다양한 음악이 삽입되었는데, 특히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들이 더글러스의 삶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영화를 보기 전후에 한번씩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상영 일정]
[부산국제영화제 10.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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