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롬2023-08-29 10:35:53
아련한 전설이 지는 과정
<물꽃의 전설>(2023)
<물꽃의 전설>은 바닷가에 몸담으며 어느덧 87년 경력을 지닌 현순직 해녀와 서울에서 헤어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제주 막내 해녀로 활동하기 시작한 채지해 해녀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제주 바닷속 자세한 풍경과 제주 해녀의 모습을 순수하게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감정의 교차를 아우르게 만든다.
※본 영화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으로 참석했습니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련하다. 제주 바다에서 해녀 생활을 하는 현순직 해녀는 어느덧 87년의 경이로운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꿰차고 있는 제주 바다의 지리와 해산물 상식, 채집 실력은 얼마나 오랜 세월을 바다에 지냈는지 느낄 수 있다. 그녀의 볼기는 제주 바다 구역 중 '들길여' 깊은 곳에 있는 물꽃처럼 아름답게 붉었고, 그녀의 반짝이는 눈동자는 햇빛에 비친 바다의 윤슬처럼 반짝거렸다. 이제는 바다가 곧 현순직 해녀고, 현순직 해녀가 바다가 되었다. 해녀 생활을 은퇴하고도 그녀는 항상 바다를 바라보고, 바다를 챙기기에 바쁘다. 그녀와 바다의 관계는 아련하다.

<물꽃의 전설>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제주 바다를 보여주고 있다. 해에 따라 바뀌는 제주 바다의 모습은 백색화되고 있었다. 푸른빛을 내뿜고 다양한 색감의 해산물이 가득했던 바다는 예전 빛을 잃어 처량하고, 뿌연 바다가 되었다. 공장 오염수로 보말과 미역이 사라지고, 건강한 이끼도 없어지며 이끼를 먹어야 할 해산물들도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변해버린 바다로 인한 해녀의 고충과 쓸쓸해진 바다 모습은 비슷해 보이기도 하다. <물꽃의 전설>은 환경오염으로 인해 변화하는 바다의 모습을 보이며 관객들에게 경각심과 안타까움을 선사한다.

해녀를 촬영하는 장면은 몰입도를 더한다. 바다에 떠 있는 듯한 장면과 바닷속 잠수 풍경은 관객이 제주 바다에 있는 듯한 기분을 전한다. 그 밖에도 다양한 제주 풍경과 정감 있는 채도는 따뜻함이 묻어 나온다. 바닷속을 잠수하는 해녀들처럼 <물꽃의 전설>은 부감 촬영이 도드라진다. 멀리 보이는 제주 자연과 조그맣게 보이는 인물들의 모습은 자연의 위대함이 엿보이는 순간이기도 하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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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섹시한 자동차 강도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제가 오늘은 조금 신나고 빠른 음악과 스피드의 환상의 콜라보를 가진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를 가지고 왔어요!~
요즘 추워서 집에 꽁꽁 싸매고 있을 때 경쾌한 음악과 드라이브를 대신 만족할 수 있는
대리만족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스토리는 별로이지만, 음악과 액션이 적절하게 잘 어우러져 많은 분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한번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줄거리부터 결말까지! 살펴볼게요~
기본정보장르 : 액션, 범죄, 코미디, 스릴러, 로맨스감독 / 각본 : 에드가 라이트출연진 : 안셀 엘고트, 릴리 제임스, 케빈 스페이시개봉일 : 2017.09.14평점 : 8.41스트리밍 :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기획의도애틀랜타의 은행과 공공기간들을 연쇄적으로 털고 있는 어느 강도단.전속 도주 운전수로 일하고 있는 베이비(안셀 엘고트). 어릴 적 사고로 생긴 청각 장애 때문에생기는 이명을 없애기 위해 항상 아이팟과 이어폰을 가지고 다니며 음악에 심취해 있는 베이비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의 드라이버다.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강도단을 나오려고 하지만, 강도단의 수간인 박사가베이비의 천재적인 능력을 이용하고자 다시 팀으로 합류하는데...여담영화 베이비 드라이버는 개봉 직후 토마토 신선도 100%를 한동안 유지하면서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성공적인 실적을 거두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화끈한 카레이싱에 어울리는 음악이 훌륭했다는 점이다. 음악을 적절한 장면에 잘 활용하면서 호흡이 딱딱 맞아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았다.후기 및 결말일단 베이비 드라이버결말 부터 살펴보자면...베이비는 경찰과 무기 밀매 조직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며 힘들게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마음이 그래도 착했던 박사는 차와 돈을 건네받고 박사는 죽었습니다. 베이비는 가까스로 도망치지만, 결국에는 붙잡혀 25년형 선고를 받고 감옥에 가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5년 후 가석방을 받은 베이비는 교도소에 나와있는 데보라를 만나며 오픈카를 타고 떠나게 됩니다.이 영화는 엄청 단순하지만! 음악과 액션의 환상적인 조합으로 음악 액션 영화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재미있는 영화였다.영화는 내용을 중점을 두기보단 액션, 음악, 카레이싱! 이 3가지의 조합에 포커스를 두면 참 좋은 영화이며 여기서 스토리를 깊게 살펴보면... 보지 마! 눈 감아~ 그래도 평점 8점대로 정말 준수한 영화를 가진 베이비 드라이버 영화!~신나는 드라이브 떠나고 싶을 때 대리 만족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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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국내 박스오피스]
디즈니 100주년 영화 <위시>가 개봉 첫 주말 44만 관객을 동원하며 1위에 올라섰습니다.
한편 <노량: 죽음의 바다>는 400만 명을 돌파하면서 2위, <서울의 봄>은 총 관객수 1250만명을
기록했고, 대한민국 최초 41일 연속 일일 관객 수 10만 이상 동원, 총 217회 차의 무대인사를 기록하여
기존 영화계의 흥행 기록들을 갈아 치웠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티모시 샬라메 주연 <웡카>가 다시 한 번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전 세계 매출액 4억 6000만
달러를 넘겼습니다. <웡카>는 개봉 첫 주말 1위에 올랐으나 2주차 주말엔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에
밀려 한 계단 주저 앉았습니다. 그러나 3주차 주말에 다시 박스오피스 정상을 되찾고 4주차 주말에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한편 제임스 완 감독의 새로운 공포영화 <나이트 스윔>이 2위,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이 3위에 머물렀지만 글로벌 박스오피스 2억 6천만불을 넘긴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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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자유롭고 싶은 우리,둘의 결말
*이 글은 시사회 초대받은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다들 적당히 참으며 지낸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일어나서,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이유 모를 불편한 상황을 견딘다. 그러다가 문득 하늘을 보며 떠있는 구름과 흘러가는 바람의 자유를 부러워한다. 이제 자유롭고 싶은 우리에게 한 가지 결말을 알려 줄 영화 '우리,둘'을 소개한다.
영화 '우리,둘'
영화 '우리,둘'은 복도를 사이에 둔 집에서 이웃으로 지내는 70대 두 여인 '니나(바바라 수코바)'와 '마도(마틴 슈발리에)'의 사랑을 다룬다. '니나'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로마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길 제안하지만, '마도'는 자녀들의 반응을 신경 쓰느라 연인과의 계획을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한다. 결국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한 채 '마도'가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자유롭게 만날 수 없는 그들의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가고 '니나'는'마도'를 되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영화'우리,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미리 만나보세요▼
'마도'를 향한 '니나'의 행동은 나이 든 여성에게 기대하는 온화한 할머니와 다르다. '마도'를 돌보게 된 간병인 몰래 집에 들어와 사랑을 속삭이거나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간병인이 '마도'의 딸에게 오해받도록 자동차를 부순다.
어떤 방법도 서슴지 않는 그녀는 사랑 앞에서 누구보다 솔직하며 때론 거칠고 폭력적이다. 영화'우리,둘'로 데뷔한 필리포 메네게티 감독은 '니나'와 '마도'를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한 명의 자유로운 인간으로 설명한다."I wanted to show age for what it is, with wrinkles and everything,
while also showing that you can be 70 with wrinkles and still be alive and kicking."
주름이 있는 나이를 그대로 보여주면서,당신이 주름이 있는 70세도 되어서도 여전히 살아있고 발길질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감독은 그들의 상황을 긴장감 있는 전개로 풀어내며 로맨스 영화의 클리셰를 깬 실험적인 연출을 시도한다. 일단 영화의 시작부터 자유분방하다. 검은색과 흰색의 원피스를 입은 두 소녀가 나무를 사이에 두고 숨바꼭질을 한다. 흰색을 입은 소녀가 나무 뒤에서 갑자기 사라지고 검은 옷의 아이는 누군가를 잃어버린 듯 이름을 부른다. 아이의 목소리는 까마귀 소리에 가려져 관객에게 들리지 않는다. 음침한 화면과 점점 더 커지는 까마귀 소리가 어우러져 기괴한 분위기가 흐른다. 이후에도 영화는 현장음을 최대한 강조하여 사건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팽팽한 리듬감을 유지한다.
또한, 스릴러 영화에서 들을 법한 효과음을 곁들이거나 '니나'의 집에서 스산하게 촬영된 조형물은 영화 장르를 고민하게 한다. 게다가 '마도'가 말할 수 없는 상태로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는 장면의 극단적인 클로즈업은 오싹한 기분마저 든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까?
영화의 결말에서 그들은 자유를 찾기 위해 대가를 치른다. '니나'의 집은 난장판으로 변하고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잃는다. '마도' 역시 두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럼에도 그들은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치를만한 대가였다는 듯 행동한다.
우리의 자유도 '니나'와 '마도'의 자유만큼 어렵고 무겁다. 자유를 얻는 대가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 한다면, 누군가의 비난을 받는다면,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면, 과감하게 자유를 선택할 수 있을까?적당히 견딜 수 없는 아침이 찾아올 때, 우리의 결말이 새롭게 쓰여질 것이다.
참고 자료: Nick levine, 'Two of Us, the Queer Love Story That Addresses Cinema’s Problem With Age', AnOther,
https://www.anothermag.com/design-living/13466/new-film-two-of-us-a-covert-queer-love-story-with-a-tw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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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도시'로는 성공, '콘크리트 유토피아'로는 실패
사랑하는 수나
이 영화의 주인공은 망가진 세상 한가운데에 살고 있는 지완(이준영)이다. 활을 메고 있는 지완. 눈앞에 악어괴물이 보인다. 활시위를 당긴다. 악어에게 적중한다. 죽은 것 같다. 악어에게 다가가는 지완. 하지만 악어가 갑자기 살아나서 지완에게 달려온다. 질겁하는 지완. 근처에 있는 차에 잽싸게 숨는다. 위기에 처한 지완을 도와주는 건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남산(마동석)이다. 악어의 목을 자른 남산. 악어 사체를 가지고 가서 마을 사람들과 식량을 나눈다. 남산 덕에 위기를 넘긴 지완. 지완과 남산은 가족 이야기도 함께 나누는 친한 사이다. 지완이 턱없이 어린 탓에 둘이 친구야?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 남산은 정이 많다. 한편 지완이에겐 짝사랑하는 여자 애가 있다. 바로 수나(노정의)다.남산은 어릴 때 수나의 목숨을 살려준 적이 있어 안면이 있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지완의 연애 이야기는 남산과 대화하기에 적합하다. 남산에게 수나 이야기만 하는 지완. 이 두 사람에 일상에 큰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수나가 양기수(이희준)에게 납치된 것이다. 무너진 세상. 남산과 지완, 그리고 또 다른 손님이 기수 일당의 본거지로 직진한다.
형은 좀비를 찢어
<황야>는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한 영화에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을 200% 활용한다. 우리가 마동석 배우에 대해 알고 있는 것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무엇일까? 바로 그가 액션스타라는 점이다. <황야>는 마동석 배우가 구현 가능한 액션을 전부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각종 ‘~파이팅’이 다 있다. 총기액션, 나이프파이팅, 맨손 격투 등 온갖 방식으로 나쁜 놈들을 두들겨 팬다. 영화 줄거리도 이 액션 역량을 다 보여줄 수 있게끔 짜여 있다. 가령 빌런 무리들에겐 특별한 점이 있다. 이 부분을 주인공 일행이 금방 간파한다. 그러나 이 약점을 공략하기 전엔 계~속 싸울 수밖에 없는데 영화는 이 과정을 마동석 배우의 액션연기로 채웠다. 그리고 디스토피아라는 설정은 주인공 남산이 총기에 쉽게 다가갈 수 있음과 동시에 나쁜 놈들이 활개 치기 좋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권력이 없기 때문에 그런데, 이런 자잘한 요소들을 나름 근거를 제시하며 살려 액션 보는 맛이 좋다. 이 액션이 와일드하기만 하면 뭔가 맥이 빠질 것이다. 이에 당위성이 생긴 폭력 묘사가 극의 재미를 돋군다.
그리고 이 영화가 나름 ‘마동석 액션영화’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인다. 바로 이은호 역을 맡은 안지혜 배우의 등장이 이것의 근거다. 후술하겠지만 이 영화가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설정 자체를 잘 살린 편은 아닌 것 같다. 이것 때문에 생기는 이야기의 느슨함을 안지혜 배우의 액션연기로 끌고 간다. 처음부터 영화가 연출로 이 인물이 ‘중요해!’라고 강조한 것이다. 가령 이 이은호 캐릭터가 처음 등장할 때 장면을 보면 강렬하다. 사실 영화의 줄거리에서 이은호 캐릭터가 이렇게 등장할 이유가 크게 있는 건 아니다. 장영남 배우가 맡은 캐릭터 처럼 초반부에 등장해도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이야기에서 관객이 신선함을 느껴 주의를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영화가 관객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연출을 보여줬다. 이후에도 <황야>의 이은호는 이 신선한 동력을 충분히 이행한다. 글쓴이는 첫 번째 공간을 바꾸고 나서 이 인물 중심으로 테이크를 길게 짠 장면을 최고로 뽑는다. 확실히 허명행 감독이 무술감독 출신이라 어떻게 해야 생동감이 사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이 배우의 이 장면은 여태까지 본 한국영화의 여성 캐릭터 액션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다.
용감한 시민
글쓴이는 이준영 배우를 좋아한다. 왜? 이 분 잘생겼는데 연기도 잘한다. <D.P>와 <마스크걸>에서 양아치 연기를 생각해 보면 뭔가 스테레오 타입의 나쁜 놈 같으면서도 자기만의 색이 굵었다. 그러나 글쓴이는 두 드라마보다 <용감한 시민>에서의 연기를 더 좋아한다. 이 <용감한 시민>에서 한수강이라는 인물 역시 액션이 중요했는데 시원시원하게 잘 소화한다. 본작 <황야>에서도 똑같이 액션연기를 보여주는데, 남산과 안지혜와는 다른 결의 액션을 보여준다. 이 두 인물과의 차이점을 눈 크게 뜨고 보면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는데 글쓴이는 이준영 배우가 디테일을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여기는 황궁아파트
사실 액션만큼이나 이 영화에서 중요했던 것은 디스토피아 묘사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세계관을 공유한 작품답게 이 영화에서 핵심으로 작용하는 것은 대지진이다. 대지진이 일어난 지구. 당연히 온 세상은 폐허가 됐다. 시각적인 묘사에 있어 이 난장판을 잘 묘사했냐? 고 묻는다면 글쓴이는 잘했다고 생각한다. 노란색으로 색감을 뺀 부분이나 무너진 건물을 구성하는 적지 않은 요소들까지 나름 상상력이 돋보이는 장면이 보인다. 하지만 글쓴이가 이렇게 글을 쓰면서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부산행>과 겹쳐 보이는 점이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가 폐허가 된 세상을 묘사하는 데에는 좋았지만 고유의 색이 흘러넘친다고 보긴 어렵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디스토피아 묘사가 개성이 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어떤 관객들에겐 비판 요소로 읽힐 수도 있다.
어디서 봤는데
사실 이 영화에 대해 글쓴이가 가장 아쉽다고 느끼는 부분은 문제 해결 방식이다. 이 영화의 플롯을 대략적으로 써보겠다. 주인공이 있다. 이 주인공을 둘러싼 세상은 온갖 나쁜 놈들 천지다. 나쁜 놈이 나쁜 짓을 한다. 푸근하지만 주먹 하나는 살벌한 주인공이 이 나쁜 놈들을 때려잡는다. 우리는 비슷한 플롯을 알고 있다. 바로 ‘범죄도시’ 시리즈다. 마동석 배우가 속해있는 빅펀치 엔터테인먼트가 제작에 참여했다는 시그니처를 못 보고 지나가도 ‘이거 그거 아닌가’ 느낄 수 있을 만큼 <황야>가 개성이 뚜렷한 영화는 아닌 것 같다. 물론 마동석 배우가 가진 매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그러라고 캐스팅한 것 아닌가? 하지만 글쓴이는 ‘범죄도시’ 시리즈와의 기시감을 문제 해결 방식에서만 근거를 찾고 싶지 않다. 바로 영화 중반부에 등장하는 어떤 캐릭터가 있다. 이 캐릭터는 수많은 빌런들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이는데, 마동석 배우의 전작에서 이와 비슷한 인물이 있었다(심지어 유행어가 돼서 인기도 끌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 <황야>를 보고 생각한 점 중 하나는 이야기가 텅 비어 보인다는 점이다. 왜? 이 영화는 무언가를 시도하려다가 말았다. 이 시도하다 만 것은 장르적인 특성이다. 우선 이를 설명하기 위해 시리즈의 전작인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대해 써볼 것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파트라는 공간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한국사회를 탐구한다. 이 아파트를 둘러싼 사람들을 양분해서 ‘한국 사람들은 이곳(아파트)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까’를 관찰하는 것이다. 이 시도는 분명 의도가 있다. 바로 공동체가 지켜야 할 윤리의식을 한 집단 하의 두 사람(명화/영탁)을 중심으로 관객에게 질문한다. 이것을 왜 아파트라는 배경을 통해 질문할까? 바로 우리 한국사회는 사는 곳으로 서로에게 편견과 혐오를 표현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연출을 통해 사회문제를 드러내는 방식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외국영화 중 <블레이드 러너 2049>나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도 각각의 철학적인 물음을 건네는 영화다.
하지만 이 <황야>에는 그런 장르적인 특성이 안 보인다. 물론 몇 번 시도는 한 것 같다. 양기수(이희준) 배우의 캐릭터의 대사 몇 줄이나 영화에서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을 보면 분명 어느 부분에 대해 지적하고는 있다. 하지만 이 대사 몇 줄 빼고는 문제를 심화시킨다거나 하는 장치가 많이 부족하다. 단지 주인공 일행을 위기에 더 밀어놓는 것 말고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아파트 안과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묘사하면서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던 것과는 정반대로 이 <황야>의 내적 논리는 플롯 안에서 구조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인물들이 하는 몇 마디로 끝낸다. 이렇게 나사 빠진 토대 위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사건의 끝마무리가 깔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느껴졌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마무리가 된 것이다.
반쪽짜리 성공
이러다 보니 이 영화가 굳이 디스토피아라는 배경을 가져온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만약 이게 범죄도시 7쯤 돼서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뒤집어 패버리는 마석도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면? 솔직히 그렇게 큰 차이를 느끼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영화의 기획의도에 구멍이 생기는 결함이 된 것이다.
반대로 영화의 액션은 시원시원해서 좋았다. <범죄도시 2>의 액션이 극찬받았던 이유는 사운드 덕분이다. <황야>는 <범죄도시 2>처럼 사운드를 살리고, 또 촬영에서도 카메라를 흔들지만 나름 동선도 잘 포착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허명행 감독이 액션 하나는 정말 잘 살렸기 때문에 글쓴이는 <범죄도시 4>가 기대된다. 뭐 어차피 이 영화 각본 쓴 사람이 <범죄도시 4> 각본 쓴 것 아니잖아? 드라마가 어떻게든 보완이 됐을 테니 K-채드 스타헬스키(<존 윅 4>의 감독)가 허명행 감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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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극장과 같은 영화 <더 랍스터>
1. ’더 랍스터’의 첫 번째 세계인 호텔은 커플이 되지 못하면 동물이 되는 곳이다. 극단적인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진 세계이기도 하다. 주인공 데이비드는 이혼을 하고 호텔에 들어온다. 데이비드는 커플이 되지 못할 시 스스로 랍스터가 되길 원한다. 100년 가까이 살고, 무한한 번식을 하고, 귀족처럼 푸른 피를 가졌다는 이유에서 말이다. 어찌됐든 데이비드는 동물이 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이성에게 구애를 하거나, 커플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인 ‘공통점’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느 날 문득 ‘감정이란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감추는 것 보다 더 어렵다’라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작정한 듯 찔러도 피 한방울 날 것 같지 않은 냉정한 여성에게 ‘비정한 여자의 말투와 짧은 머리가 마음에 든다’고 구애를 하기 시작한다.
물론 자기도 냉정한 척하는 모습을 보인다. 감정을 감추는 일이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또 아니어서 여성과 커플은 성사 되지만 형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모습 그녀 앞에서 그는 끝까지 연기하지 못하고 포기한다. 이 세계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없는 감정 또한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사회의 시스템에 100% 순응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그러기에는 마음이 너무 약한 사람이었거나, 자기 자신을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은 아닐까 싶다.
2. 데이비드는 호텔을 뛰쳐나와 숲 속으로 오게 된다. 이 곳은 자유로운 삶은 보장받는 대신, 사랑을 금지하는 곳이다. 호텔의 세계와는 다른 극단적인 이분법의 세계이다. 여기서 데이비드는 아이러니 하게도 근시라는 ‘공통점’이 있는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절대적으로 사랑을 금지하는 숲 속의 리더에게 사랑이 발각되고 근시의 여성은 시력을 잃게 된다. 공통점이 사라진 데이비드는 다른 공통점을 찾게 된다. 결국 숲 속으로부터 도망쳐 도시로 오게 되고, 그 또한 자신의 시력을 잃게하여 사랑의 매개체의 ‘공통점’을 유지하려 한다.
3. 커플이 된다는 것은 사랑을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사랑은 보이지 않고 그저 동물이 되지 않기 위해 기계적으로 공통점을 찾고 커플이 되려한다. 현실 안에서 사랑하기에 앞서 조건을 궁금해한다. 나와 어느 정도 비슷해야 하겠고, 수준이 비슷한 수준의 사람을 만나야 행복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비슷하게도 현실의 우리도 사회가 정해놓은 행복의 기준을 ‘진짜 행복’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4. 호텔도 숲 속도 모두 정해 놓은 시스템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중간을,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의심하지 않고 아무런 반감없이 시스템에 맞춰 사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를 보여주는 영화인 것 같다. 행복을 그리고 사랑을 정해진 시스템에 맞춰 살면 편할 수도 있겠지만 정해진 시스템과 정해놓은 사회적인 강요에서 조금씩 벗어나 자신만의 행복을 찾을 때 진정한 행복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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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 [After Life]
영드 / 영국 / 가슴뭉클 / 영국 드라마 / 일상 / 유쾌 / 가족 / 이별 / 따뜻 / 시즌 1~2 / 넷플릭스 드라마
아내를 떠나보낸 남자가 일상을 버텨내는 이야기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 [After Life].
30분 이하인 짧은 호흡의 에피소드 6편으로 이뤄진 이 영드는 짧은 호흡과 상반된 깊은 울림을 주는 드라마다.
아내를 너무 사랑해서 떠나간 아내를 따라가고 싶지만
아픈 아버지와 돌봐야 하는 개 한 마리가 남자의 삶을 붙잡고 있다.
사별 이후의 삶을 보너스라 여기며 하고 싶은 일은 뭐든 하는 남자는
보통 사람이라면 차마 하지 못하는 냉소적인 말을 거침없이 해댄다.
속살을 숨기기 위해 가시를 세우는 고슴도치처럼 심술궂은 사람처럼 보이려 한다.
하지만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 [After Life]를 끝까지 보게 된다면 너무나 따뜻한 사람인 이 남자를 누구나 사랑하게 될 것이다.
존재감 없는 우체부
성 노동자
요양원에 있는 아버지
이들을 대하는 그의 자세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심술을 부리지만 우체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성 노동자인 여자와 진심으로 친구가 되고,
요양원에 있는 아버지를 매일 찾아뵙는다.
남자 외에도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거절 못하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가진 처남
노숙하는 우체부
자신의 삶에 당당한 성노동자
어떤 놀림에도 꿋꿋한 친구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직장에 입사한 신입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람 중 가장 얼간이인 상담사까지.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 [After Life]은 악역 없이 재미있는 드라마다.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 [After Life] 시즌 2 중에서
" 리사와 같이 했던 일들을 그리워하는 줄 아는데, 그건 나 혼자 하고 기분 풀면 돼. 사람들은 결정적인 걸 놓치고 있어. 난 리사와 같이 했던 일들이 그리운 게 아냐. 난 리시와 아무것도 안 했던 게 그리워. 무슨 말인지 알지? 그냥 집에 앉아 있기. 외출 안 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대화조차 없어도 그렇더라도... 아내가 있는 공간에 앉아있던 거."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 [After Life] 시즌 2 마지막 화에서 나왔던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배경음악 2곡
Dave Thomas Junior ★ Silence
Sufjan Stevens ★ The Only Thing
* 본 콘텐츠는 블로거 나이브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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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지옥의 정점에서 세상의 종말을 외치는 쏭남 그리고 종말을 외칠 기력도 남지 않은 황구라 두 소녀의 급발진은 박채린의 유학 소식으로부터 시작됐다. 우릴 지옥으로 내몰고 한국을 떠? 그 X 앞길을 막을 수 없다면, 두고두고 거슬릴 기스 정돈 낼 수 있겠지! 그런데… 오히려 우리가 박채린의 구원이라니? 이게 무슨 불온한 소리람? 구원? 누가 누굴? 믿어? 누가 누굴! 복수가 구원이 되어버릴 위기에 처한 쏭남과 황구라의 지옥행 수학여행기! 오키오키!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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