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롬2023-08-29 10:35:53
아련한 전설이 지는 과정
<물꽃의 전설>(2023)
<물꽃의 전설>은 바닷가에 몸담으며 어느덧 87년 경력을 지닌 현순직 해녀와 서울에서 헤어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제주 막내 해녀로 활동하기 시작한 채지해 해녀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제주 바닷속 자세한 풍경과 제주 해녀의 모습을 순수하게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감정의 교차를 아우르게 만든다.
※본 영화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으로 참석했습니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련하다. 제주 바다에서 해녀 생활을 하는 현순직 해녀는 어느덧 87년의 경이로운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꿰차고 있는 제주 바다의 지리와 해산물 상식, 채집 실력은 얼마나 오랜 세월을 바다에 지냈는지 느낄 수 있다. 그녀의 볼기는 제주 바다 구역 중 '들길여' 깊은 곳에 있는 물꽃처럼 아름답게 붉었고, 그녀의 반짝이는 눈동자는 햇빛에 비친 바다의 윤슬처럼 반짝거렸다. 이제는 바다가 곧 현순직 해녀고, 현순직 해녀가 바다가 되었다. 해녀 생활을 은퇴하고도 그녀는 항상 바다를 바라보고, 바다를 챙기기에 바쁘다. 그녀와 바다의 관계는 아련하다.

<물꽃의 전설>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제주 바다를 보여주고 있다. 해에 따라 바뀌는 제주 바다의 모습은 백색화되고 있었다. 푸른빛을 내뿜고 다양한 색감의 해산물이 가득했던 바다는 예전 빛을 잃어 처량하고, 뿌연 바다가 되었다. 공장 오염수로 보말과 미역이 사라지고, 건강한 이끼도 없어지며 이끼를 먹어야 할 해산물들도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변해버린 바다로 인한 해녀의 고충과 쓸쓸해진 바다 모습은 비슷해 보이기도 하다. <물꽃의 전설>은 환경오염으로 인해 변화하는 바다의 모습을 보이며 관객들에게 경각심과 안타까움을 선사한다.

해녀를 촬영하는 장면은 몰입도를 더한다. 바다에 떠 있는 듯한 장면과 바닷속 잠수 풍경은 관객이 제주 바다에 있는 듯한 기분을 전한다. 그 밖에도 다양한 제주 풍경과 정감 있는 채도는 따뜻함이 묻어 나온다. 바닷속을 잠수하는 해녀들처럼 <물꽃의 전설>은 부감 촬영이 도드라진다. 멀리 보이는 제주 자연과 조그맣게 보이는 인물들의 모습은 자연의 위대함이 엿보이는 순간이기도 하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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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금주에는 색다른 시도를 꾀한 영화들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기존의 스파이 영화의 문법을 비틀어, 피지컬로 승부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암호 해독가인 주인공을 내세워
'지능캐'만의 새로운 액션을 선보일 <아마추어>부터 로비 윌리엄스의 전기영화를 어디서도 보지 못한 페르소나로
만들어낸 <베러맨>, AI 소재를 전면으로 내세운 <귀신들>, 이수혁 배우의 연기 변신이 눈에 띄는 <파란>까지!
다음 주엔 또 어떤 영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마추어
The Amateur
개요: 액션 | 미국 | 123분
감독: 제임스 하위스
주연: 라미 말렉, 레이첼 브로스나한, 로렌스 피시번
개봉: 2025.04.09.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줄거리
어느 날, 사랑하는 아내가 살해당했다. 내가 소속된 CIA는 침묵했고 진실은 묻혔다. 나는 프로 킬러도, 현장 요원도 아니다.
암호를 풀던 내가 이제는 복수를 설계한다. 놈들을 반드시 찾아내서 똑같이 갚아줄 것이다.
컴퓨터나 두들기는 범생이, 총 한 발 못 쏘는 ‘아마추어’라고 생각했겠지만,
내가 잘하는 게 뭔지 알기나 해? 복수를 위한 설계가 시작된다!
베러맨
Better Man
개요: 뮤지컬 | 영국 | 136분
감독: 마이클 그레이시
주연: 로비 윌리엄스, 조노 데이비스, 스티브 펨버튼, 앨리슨 스테드먼
개봉: 2025.04.09.
배급: CJ CGV
줄거리
“나는 나를 넘어선다” 더 나은 나, IT’S SHOWTIME!
어릴 때부터 노래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로비는 보이밴드 ‘테이크 댓’으로 데뷔해 영국 전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인기가 커질수록 각종 사건사고로 멤버들과 갈등을 빚고 결국 팀을 탈퇴한다.
화려한 솔로 복귀에 성공하지만, 내면의 상처와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간다.
로비는 ‘더 나은 나’가 되기 위한 싸움을 시작하는데...
<위대한 쇼맨>감독의 뮤직 판타지 비틀즈 이후 가장 성공한 슈퍼스타가 온다!
귀신들
GALATEA
개요: SF | 대한민국 | 83분
감독: 황승재
주연: 이요원, 찬희, 정경호, 백수장, 오희준, 이주실, 조재윤, 김강현
개봉: 2025.04.09.
배급: 영화로운 형제
줄거리
인간 형태의 AI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어떤 용도로 주문하시겠습니까?
먼저 떠난 가족, 헤어진 연인, 그리운 친구, 아픈 나를 간병해 줄 보호자, 아니면 나보다 월등히 뛰어난 또 다른 나...
모두 보고싶은 이들, 혹은 희망적인 그 누군가를 기대하겠지요?
하지만 때론 상상은 또 다른 현실을 불러옵니다. 치매를 앓는 노파에게 찾아온 어린 아들은 대뜸 거금을 요구하고,
AI들이 N백년째 인간 대신 아파트 대출금을 갚고 있지만 신도시는 계속 생겨납니다. 또한 길냥이처럼 버려진
애완용 AI들의 처리 문제로 인간들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죽기 전에 자신을 대체할 AI에게 자신의 정보를
업데이트 해야하는 의무가 생기는, 불과 몇 년 뒤,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뉴스들을 미리 들여다봅니다.
다가올 미래, 다들 준비하고 계십니까?
파란
LOST
개요: 미스터리 | 대한민국 | 105분
감독: 강동인
주연: 이수혁, 아윤경, 권다함, 김현, 임영주,
개봉: 2025.04.09.
배급: ㈜메리크리스마스, ㈜삼백상회
줄거리
“너를 만나, 살고 싶다…”
폐섬유증으로 죽어가던 국가대표 사격선수 윤태화(이수혁)는 폐이식 수술을 받고 살아난다.
뺑소니 사고를 내고 시체를 유기한 살인자, 바로 아버지의 폐를 이식 받고서.
죽기보다 더한 죄책감에 사고 피해자의 딸 권미지(하윤경)를 찾아 나선 태화는 우연히,
금은방에서 미지가 자기 결혼예물을 훔치는 것을 보게 되고 그걸 눈감는 것으로 속죄하려 한다.
하지만 뜻밖에도 미지가 그날의 진실을 밝히며, 대신에 자기 엄마를 같이 찾으러 가자는 제안을 하는데…
뒤바뀐 가해자의 아들, 피해자의 딸.. 어긋난 운명에 총구를 겨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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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정과 긍정 사이, 작별과 만남 사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그렇게 유난을 떨어?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나 자신에게 반문할 수 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찬란했던 순간, 나 역시 있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내 글을 옮기고 싶었다는 메일을 봤을 때나 선거에 참여했던 기억은 그 누구의 것들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것이다. 또 있다. 정신병에 신음하던 순간. 이걸 이겨내기 위해 했던 노력들. 그것도 나의 기억 속에서 빛나는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아무와도 맺지 않은 약속에 관한 것이다.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생각이 따르는 대로. <시네마 천국>을 쓰려고 했던 본래의 계획을 부숴 새롭게 다른 걸 쓰고자 한다. 난 21살이 돼도, 22살이 돼도, 23살이 되고 만남은 쉬운데 이별은 너무나도 어렵다. 떠나보낸다는 건 필연적으로 많은 후회를 풀게 되니까.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으니 나를 더 괴롭게 만든다. 난 그래서 약속했다.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하는 걸로. 그게 어떤 방식이든, 또 무엇이든.
<졸업>은 이별에 관한 영화다. 러닝타임이 22분 정도인 짧은 단편영화다. 또, 제주대학교 영화동아리 <시네필>이 처음으로 제작한 작품이기도 하다. 멀쩡히 돌아가는 메가박스도 영업 종료시킬 정도로 제주는 영화를 제작하기에 그렇게 원활한 곳이 아니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작품 중에 기억에 남는 거 그나마 <낙원의 밤> 정도? 근데 그것도 올해 나와서 그렇지 대부분 해녀에 횟집에 썼던 소재만 써서 영화 소개에 '제주'만 들어가도 접는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같이 스무스하게 녹아들게 만들 순 없는 걸까?
이 작품 <졸업>은 제주라는 장소적 특성을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제주라는 장소가 영화와 찰떡이다. 뭐 이건 필연적으로 이 사람들이 제주대학교 재학생들이니까 제주에 대한 이해도가 높겠지? 그리고 텀블벅으로 150만 원인가 받고 제작한 작품인데 비행기 타고 장소 섭외하고 그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될 것이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자는 이런 장소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이해도를 십분 잘 활용한다. (물론 이것을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상실의 이미지'가 제주의 바닷소리, 풍광과 함께 시너지가 잘 나는 편이다. 혼자서 바다를 걸어본 적이 있는가? 바다는 넓고 행복한 사람들은 주위에 한가득인데 나 혼자만 덩그러니 있으면 외로움이 심해진다. 이렇게 낯이 애매하게 진 바닷가에서 두 친구가 손을 잡고 걷는 장면이 있다. 그 대화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내가 그렇게 행동했으면 달라졌을까?' 하는 가정일 것이다. 친구 중 한 명인 예원이는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이 대화는 현실성이 없다. 대사만 봐도 현실의 허전함을 강조할 수 있는데, 바다는 보여주고 배경은 페이드 아웃하는 연출법으로 통해 인물들이 상실로 인해 어떻게 고통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연출이다. 이렇게 이런 처연함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제주라는 장소적 특성(바다, 일몰의 아름다움)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결합해 영화의 무거운 정서를 이끌어나간다.
또 이 영화는 성숙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이별. 어렵다. 이 '이별, 어렵다.'라는 말을 쓰자마자 생각나는 얼굴들이 있었다. 근데 진짜 그 사람들이랑 이별한다고 하면 인생이 어려워질 것 같다. 이 이별이라고 하면 사별도 있고 결별도 있고 뭐 가지각색으로 있겠지. 근데 이별이 정말 아픈 이유는 행복했던 추억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떻게 잊어. 난 그것들을 잊으라고 한다면 격하게 싫다고 반응할 자신 있다. 가슴에 품어라. 마음으로 잊어라. 말은 쉽지. 근데 그게 쉽게 되면 사람이 아니다. 인간의 기억이 그렇게 쉽게 잘라낼 수 있으면 기계지 그게. 내 주치의 선생님도 '생각은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한 적이 있으니 정신건강의학적으로도 보장된 사실인 것이다. 물론 나는 '잊으라'라고 독려하는 이별에 관한 영화들을 좋아한다. 잊어버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잊으라는 뭐 그런 거.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이제 그만 끝낼까 해>와 같이 '이젠 정말 앞으로 나아가는 거 어때?'라는 말은 나에게 또 다른 힘이 되었다. 반대의 맥락에서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 <매그놀리아>인데, 이 작품은 인물이 완벽하게 잊어서 성장하는 순간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냥 엔딩신에 여자 주인공이 빙긋이 웃는 장면으로 영화를 끝낸다. 이 <졸업>은 후자의 태도를 보여준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순간으로 돌아가 계속해서 물을 수밖에 없다. 그게 최선이었니? 그게 됐다면 넌 내 옆에 있었을까?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리움이 심해져 사람을 더 아프게 할 것이다. 그 상처들을 무조건 잊는다는 게 과연 능사일까. 아닐 것이다. 돌아본다는 건 완벽하게 지나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매일이 고통스러운 인물에게 어려운 문제다. 그 사람을 정말 사랑했으니까 그렇게 자주 뒤를 돌아볼 것일 테니까. 아쉬우니까 미련이 생기는 것이니까. 이 영화는 삶에서 계속되는 난제에 대해 '니 잘못 아니야. 고마웠어'라는 말 한마디를 건넨다. 단적으로 딱 잘라서 잊으라는 말보다 더 사람 냄새가 나는 화법을 쓰는 것이다. 나는 상실의 아픔을 잊기에는 너무 어리다. 그게 지금의 나에게 아주 소중한 원동력이 되는 것인데, 그걸 다 잊기에는 나는 여전한 애새끼다. 이런 나 자신을 긍정해줘서 좋았다.
물론 아쉬운 지점이 있다. 중반부 와랑와랑에서 두 주인공이 술 마시는 장면에서 남자가 '너 그거 정신병이야'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근데 내가 아는 정신질환 중에 지나간 일을 돌이켜보며 힘들어하는 병 같은 건 없다. 각본의 사려 깊음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얼핏 보면 디테일이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사항이나 호흡이 느리다는 호불호 갈림의 요소도 영화의 진정성을 살린다는 점에서 왜 단점으로 지적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히려 강점이 되는 부분인 것이다. 좋은 예술이 뭘까? 나는 영화를 분석적으로 보는 것에는 재주가 없다. 그냥 좋으면 좋다고 감상을 풀어쓰는 사람이다. 이 <졸업>은 풀어서 쓰기 좋은 작품이다. 사람의 마음도 분석적으로 다 보기엔 어렵지 않나.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디테일한걸 굳이 풀지 않는다. 애초부터 어렵기 때문이다. 이별, 작별. 뭐 그런 순간들을 풀어쓰기에는 다들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는 날 것의 대사들과 이미지들로 인물들의 내면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근데 사실 생각해보면 그게 우리가 뭘 보고 좋다!라고 느끼는 이유 아닌가? 이런 연출법은 <메기>나 <꿈의 제인>에서 봤던 방식이다. 따라서 한국 독립영화들을 많이 봐 자연스레 배운 연출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누구나 마음속에 잊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살아온 것에 비해 사소한 것들을 놓쳤다는 회한에 사실 일상이 많이 아쉬운 사람이다. 그래서 아직 몇 가지를 이별하지 못했다. 또 내가 정말 사랑했던 순간들이 나를 떠나고 있는 것 같다. 불안한 게 많은 내 성격이라 지레짐작으로 겁을 먹은 것일 수도 있겠지. 근데 점점 예감이 현실이 된다는 생각은 나를 더 괴롭게 만든다. 이런 나에게, 또 우리에게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나는 '그냥 그것들 다 잊지 말아라'라고 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단적으로 잊고 산다는 것은 더 비현실적인 것 같다. 그러니까 평생 마음에 품고 살아 정말 그 회한이 필요한 순간이 올 때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들에게 쓰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픔을 아픔이라고 생각하면 아픔이겠지. 난 근데 그것 때문에 내 즐거운 시간이 생겼다고 생각해서 잊고 싶지 않다. 정해종 시인의 시 구절이 생각난다. <엑스트라>에서 이 시인은 '더 이상 지나간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지 마라'라고 썼다.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지나간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마라. 그 대신, 지금 나와 함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해라. 그게 우리를 만드는 모든 것이겠지. 난 정말 멀어지고 싶지 않은 것들이 분명해서, 아직도 여기서 살고 이곳에서 행복함을 느낀다. 이별을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고 싶다. 그게 만남과 이별을 긍정하는 아주 좋은 방식이 될거라고 믿으니까. 뭐 확신할 순 없지만 각본가가 이 극을 썼던 방식이자 내가 글을 쓰는 이유고 이 뭐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바탕이다.
현재 '시네필'의 유투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EWNJ4JOK5M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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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워 오브 도그>서부극이라서 가능했던 강렬한 퀴어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25년 미국 몬타나, 거대한 목장을 운영하는 '필(베너딕트 컴버배치)'은 막대한 재력은 물론 위압적이고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어느 날, 그의 동생 '조지(제시 플리먼스)'는 '로즈(키얼스틴 던스트)'와 그녀의 아들 '피터(코디 스밋 맥피)'를 가족으로 맞이한다. 동생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분노한 필은 피터를 볼모로 삼아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자신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사랑이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자신에게 되돌아 올 것임을 깨닫지 못한 채.
서부극 하면 늘 떠오르는 몇몇 장면들이 있다. 석양을 배경으로 말을 타는 카우보이가 방랑자 내지는 보안관과 펼치는 결투. 서부를 개척하는 이주민들과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려는 원주민의 대립과 갈등. 서부개척시대와 시대적 배경이 겹치거나 이어지는 남북전쟁이나 노예제와 같은 이슈의 등장 등등.
이러한 클리셰를 기대한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실망스러울 것이다. 서부개척시대가 끝나가던 1925년을 배경으로 하기에 서부극다운 상징적인 클리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드라마), 감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제인 캠피온 감독의 작품이 여전히 뛰어나고 아름다운 서부극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익숙한 장면은 없어도 서부극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며, 퀴어영화의 요소를 더해 그 본질을 유려하면서도 색다르게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서부극의 본질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특히 이분법적 관점의 묘사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동부의 이주민이 금광을 비롯한 자연을 개발하고 착취하며 원주민의 영역을 침범한 서부개척시대는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세계가 충돌하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당장 <파워 오브 도그> 속 배경만 봐도 그렇다. 마음껏 뛰놀아야 할 소들은 목장 안에 갇혀 있고, 들리지 않는 말굽소리는 자동차 엔진 소리가 대신하며, 평원에는 철도가 들어온다. 자연의 영역은 인간과 문명에게 잠식당하고, 광활한 서부에는 점차 안정적인 질서가 자리 잡는다. 그래서 서부극은 선과 악, 삶과 죽음, 자연과 문화, 무지함과 교육, 야만과 문명, 남성과 여성처럼 상이한 세게의 총체적 대립을 묘사하기에 용이하다.
<파워 오브 도그>에서 두 세계와 관점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지점은 캐릭터들이다. 소를 몰고 가던 필이 평원에 누워있는 소 시체를 보고 탄저균이 옮을 수 있으니 절대 만지지 말라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강조하는 것은 단적인 예시다. 로즈와 조지 부부가 조지의 부모님, 주지사 부부가 참석한 저녁 파티 장면처럼 대비되는 인물상을 통해 무지함과 교육, 야만과 문명의 경계선을 확실하게 그어버리기도 한다. 서부에서만 지내온 로즈는 교양 넘치는 대화에 전혀 끼어들지 못한다. 그녀는 피아노 연주를 부탁받지만 도시 출신 손님들 앞에서 지나치게 긴장해 연주를 망친다. 파티에 꼭 참석해달라는 조지의 부탁을 무시한 필은 씻지도 않고 연회복도 입지 않은 채 식사자리에 난입해 손님들을 당황시킨다.
이때 수많은 대립 구도 중 캠피온 감독이 유달리 관심을 기울이는 대목은 남성성과 여성성의 대립이다. 이는 필과 로즈, 필과 피터의 첫 만남에서부터 알 수 있다. 목장의 주인이자 카우보이의 리더로서 마초적 가치를 중시하는 필은 창백한 피부를 지닌 피터의 유약함을 조롱하면서 피터가 만든 종이꽃을 불태운다. 이를 목격한 로즈가 피터를 걱정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도 필은 남자애를 약하게 키우면 안 된다면서 자신의 강인함을 더욱 뽐내려고 한다. 로즈가 조지와 결혼해 한 집에서 살게 되자 필의 행동은 더욱 거칠어지고 조롱의 강도도 더해진다. 로즈는 필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피난처로 술을 선택하고, 피터도 필 앞에서는 제대로 걷지조차 못하다. 이렇게 영화는 남성성과 여성성 간의 일방적인 충돌 양상을 그려낸다.
흥미로운 것은 남성성의 대변자인 필이 정작 동성애자이자 누구보다도 여성스러운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동생이 자신의 곁을 떠나거나 자신에게 소홀하면 불안해하고, 종이꽃을 만들던 피터처럼 섬세하게 기타를 연주할 줄 안다. 그는 자신에게 승마를 알려주고 카우보이의 삶을 가르쳐준 브롱코 헨리를 사랑했고, 그 애정을 항상 간직해 왔다. 결국 필에게 카우보이들을 장악하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마음 여린 동생을 향한 조롱, 지나치게 마초적이고 남성적이었던 그의 언행은 상실감을 가리지 위한 포장지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처럼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갖는 필의 성적 지향은 그를 모순적이고 양면적인 인물로 만들기도 한다. 영화가 묘사하는 또 다른 경계들까지 무너뜨리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일대학교에서 고전학을 전공한 필은 서양적 관점에서 볼 때 문명의 시작을 심도 있게 공부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그는 문명과 거리가 먼 카우보이로서의 삶과 정체성을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추구한다. 그에게 말, 카우보이, 자연, 언덕과 그림자, 이 모든 자연은 브롱코 헨리를 떠올리게 하는 대상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은 문명과 도시 안에 안주하기보다는 루이지애나를 탐험하며 태평양까지 향했던 메리웨더 루이스와 윌리엄 클라크의 정신을 동경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동성애적 성향을 지닌 필이라는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서부극 속 영웅들인 존 웨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같은 전형적인 영웅처럼 느껴진다. 서부극의 영웅은 농장과 황야를 오가고 이주민과 원주민의 특성을 모두 가지면서 두 세계 사이의 경계를 오간다. 두 세계 사이의 긴장, 충돌, 모순을 보여주고 둘 사이를 매개한다. 브롱코와의 사랑의 흔적을 아무도 올 수 없는 내밀한 숲 속에 숨겨두는 이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는 사랑을 매개로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두 세상을 그려낸다. 동성애자로서 자신과 닮은 이들을 조롱하고 탄압하고 짓밟아야 스스로의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당시의 시대적 모순을 보여준다. 그저 총을 쏘지 않고 결투를 펼치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파워 오브 도그>는 서부극이기에 가능한 퀴어영화다.
이에 더해 <파워 오브 도그>는 전형적인 서부극의 영웅인 필의 파트너로 피터를 내세우면서 서부극의 서스펜스를 조성함과 동시에 퀴어영화적 요소를 심화시킨다. 창백한 피부를 지녔고, 테니스도 잘 못 칠 뿐 아니라 말 타는 법도 모르는 피터. 그러나 피터는 필요하면 언제든 눈 깜짝하지 않고 토끼를 죽이고 해부할 수 있는 담력을 지닌, 의외로 강인한 인물이다. 즉, 피터 역시 필처럼 서로 다른 세계 사이에 걸쳐 있는 인물이고, 그 모순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그는 필이 숨겨 왔던 가장 내밀한 공간을 찾아내 수 있고, 필만이 볼 수 있었던 개 모양의 그림자를 언덕 위에서 발견해낸다.
그런데 영화는 두 남성의 공통점으로부터 오히려 가장 큰 차이를 끄집어내며, 그 대조가 낳는 묘한 감정선을 통해 액션이나 결투 하나 없이 강렬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이 긴장감은 영화 제목으로부터 찾아볼 수 있다. '파워 오브 도그(Power of Dog)'는 "내 생명을 칼에서 건지시며 내 유일한 것을 '개의 세력(Power of Dog)'으로부터 구하소서"라는 내용의 시편 22장 20절 속 표현이다. 이때 '나'를 필로 본다면, 그를 위협하는 개의 세력은 그의 동성애적 성향을 받아주지 않는 세상이며 그를 구할 수 있는 것은 그의 파트너가 되어줄 수 있는 피터의 존재다. 그래서 필은 피터를 강하게 밀어냄과 동시에 그를 눈여겨본다. 하지만 피터에게 개의 세력은 따로 있다. 어머니와 함께 필에게 모욕과 위협을 당해온 피터에게 칼과 개의 세력은 필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격적인 태도 밑에 숨은 사랑과 열정의 감정으로 다가오는 필과 달리, 피터는 사랑을 가장한 냉철함을 유지한 채 필에게 다가간다. 필은 피터에게 승마를 알려주고 애정의 증표인 밧줄을 만들어 주지만, 피터에게 이 모든 것은 자신과 어머니를 구할 날카로운 칼날로 보인다. 즉, 둘의 접점은 선악의 경계마저도 불분명하기에 더욱 긴장되고 강렬한 것이다. 단적으로 보면 피터는 선이고 필은 악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더 과장되게 포장해야 했고, 자신 본연의 모습과 정체성을 감춘 채 스스로를 잠그고 살아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필은 단순히 평면적인 악인으로 규정되지도 않느다. 그래서 둘이 함께 하는 장면은 정적이지만 도저히 눈을 뗄 수 없고, <파워 오브 도그>는 서부극이기에 강렬한 퀴어영화가 된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연명하던 서부극에 섬세하고 감성적인 새 숨결을 불어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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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코난 오브라이언이 제97회 오스카 시상식의 진행자를 맡게 되었습니다. 심야 코미디 쇼의 MC가 오스카의 진행을 맡은 것은 처음입니다. 코난 오브라이언은 발표와 함께 “미국이 요구했으니 이제 현실이 됩니다: 타코벨의 새로운 치즈 차루파 수프림. 그리고 또 다른 소식으로, 제가 오스카 진행을 맡게 됐습니다.”라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당초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 진행자 듀오설이 거론되었지만, 이들은 제안을 거절했고, 아카데미는 믿을 만한 코미디언 존 멀레이니에게 진행을 요청했지만 그 역시 거절했다고 합니다.
제97회 오스카 시상식은 2025년 3월 2일 일요일 돌비 극장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워너 브라더스, <기생충> 배급사 CJ ENM과 협력 예정
워너 브라더스 모션 픽쳐스 그룹이 <기생충> 배급을 맡았던 CJ ENM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워너 브라더스와 CJ ENM이 각각 보유한 라이브러리의 작품들을 공동 개발, 투자, 배급하며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작가와 감독 구성, 캐스팅 등 주요 창작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워너 브라더스의 작품을 한국어로 리메이크할 경우, CJ ENM이 주도적으로 리드 스튜디오 역할을 맡아 제작을 이끌게 되며, 반대로 CJ ENM의 작품을 영어로 리메이크할 경우 워너 브라더스가 리드 스튜디오로 참여해 협업을 진행합니다.
리메이크된 작품의 배급은 CJ ENM이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터키 지역을 담당하고, 그 외 글로벌 시장은 워너 브라더스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계획이라 밝혔습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 데이비드 린치, 악화한 건강 상태 밝혔다
감독 데이비드 린치가 ‘People’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 흡연으로 인해 폐기종 진단을 받았으며 이제는 항상 집에 머물러야 하고, 짧은 거리만 걸을 수 있으며, 산소통을 항상 휴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폐기종으로 생활하는 것은 힘들다. 방을 가로질러 걷는 것조차 힘들다. 마치 머리에 비닐봉지를 쓰고 돌아다니는 느낌이다”라며 악화한 건강 상태에 대해 답했습니다.
린치의 폐기종 진단은 8월에 처음 공개되었고, 동시에 그가 영화 제작에서 은퇴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영화 세트장을 매우 그리워한다고 밝히면서도, “미래에는 원격으로 감독을 시도해볼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했습니다.
<왕좌의 게임>, <엑스맨: 다크 피닉스> 소피 터너, 새로운 '라라 크로프트'로 낙점
소피 터너가 <툼레이더>의 라라 크로프트 역할을 맡게 되었으며, 피비 월러-브리지의 리부트작에 출연하기 위한 공식 협상 중에 있다고 ‘Deadline’이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소피 터너와 루시 보인턴이 안젤리나 졸리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이전에 연기했던 라라 크로프트 역을 두고 오디션을 보았다고 합니다. 에마 코린과 맥켄지 데이비스도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두 사람은 오디션을 거부했다고 전했습니다.
아마존 TV의 책임자 제니퍼 살키에 따르면, ‘툼 레이더’는 내년 초 촬영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플리백>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피비 월러-브리지는 총괄 프로듀서를 맡을 뿐만 아니라 전편의 각본을 쓰고 일부 에피소드를 직접 연출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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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디즈니의 새로운 프린세스 실사영화 <백설공주>가 북미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에 왕좌에 올랐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백설공주>는 북미에서 4,300만 달러, 해외에서 4,43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세계 개봉 수익 8,739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습니다.
당초 1억 달러 이상의 글로벌 오프닝 수익을 기대한 바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입니다.
2억 7,000만 달러의 높은 제작비로 흑자 전환을 위해서는 최소 7억 달러 이상을 벌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연 <백설공주>도 앞서 개봉했던 디즈니의 실사영화 <무파사: 라이온 킹>처럼 무서운 뒷심을 보여주며 안정적인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한편, 케이트 블란쳇, 마이클 패스벤더가 주연으로 나선 <블랙 백>은 개봉 2주 차에도 한 단계 더 올라서며 북미 박스오피스 2위에 안착했습니다.
개봉 주말 대비 42% 감소에 그치며 꾸준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시 순위권에 돌아온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현재까지 전 세계 4억 80만 달러를 벌어들여 올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1억 8,000만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를 고려하면 기대만큼의 흥행 성적을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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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고통스러워도 죽음이 있기에 그 고난도 끝이 있는 법이다.
세상의 모든 물질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삶과 죽음은 공존하면서부터 모든 생명체에게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법칙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죽음이란 목적지에 굴복하고 말지만 더 가지기 위해 남들보다 노력하고 경쟁하며 필사적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영화 <숨>은 인간의 근본적인 물음인 죽음에 대해 깊게 성찰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장례지도사는 매일 장례식을 치루기 전에 망자들의 육체를 염을 하며 그들의 생전 모습을 관찰하곤 한다. 사람들이 60대가 돼서 찾아올 때 두 부류가 있는데 부자는 더 가져가지 못해서 괴로워하며 경직되어 죽어간다는데 가난한 자는 편히 극락 간다고 한다. 그럼에도 장례지도사들은 매일매일 시체들을 어루만지고 닦고 하여 죽은 자의 넋을 기린다.
원래 인간의 삶은 고통인 걸까? 넝마꾼이라는 파지를 하루 종일 주워 생활을 하는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가슴이 뭉클했다. 그 할머니는 한때 사업에 성공했지만 어느 날 사업의 실패로 인해 남의 집 지하에 살며 하루를 근근이 벌어먹는 삶을 살고 있는데 넝마꾼이라는 단어가 주는 그 의미가 할머니의 말대로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삶을 말하는 듯했다.
빌어먹을 삶도 인생이지만 할머니는 꿋꿋이 파지를 주워 하루 1000원 안팎의 돈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렇지만 전기세와 가스비도 내지 못하는 실세이다.
인생도 쉼이 필요하다. 장례지도사는 자신의 아내와 함께 장례 일을 매일 하면서 쉬는 날이 업었다고 한다. 하늘도 바라보고 나무도 바라보고 자연 풍경도 느끼고 싶었다고 한다. 부부는 절에 가면서 그동안 살아왔던 세월의 의미들을 되새긴다. 죽음을 어떻게 바라볼지 현명한 죽음은 무엇이고 어떤 게 잘 죽는 건지 말이다. 그런데 장례지도사 부부도 여러 생각들을 했는데 나이 80이 되면 내가 해볼 것 다 해보고 살았는데 굳이 삶을 연명할 필요가 있냐고 서로 묻는다.
장례지도사 부부가 말하길 인간의 일부만 자신의 과업을 알아 행하고 죽지만 대부분은 모르고 살며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삶이란 그 목적을 모르는 여정이라고도 한다.
영화 <숨>에 불교, 기독교 같은 종교가 등장하는데 대중적인 인류의 종교이자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는 걸 알려주는 사후 보험이다. 넝마꾼인 할머니도 자신의 죽음 이후에 하느님이 지으신 천국의 큰 집에 들어간다는 믿음을 목사로 통해 듣고 지금은 매우 힘들게 살고 있지만 사후에는 그렇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굳건히 한다.
불교를 믿는 장례지도사 부부도 인간의 욕심과 허영심이 고통을 낳는다고 보고 조금 더 내려놓는 삶과 남들과 함께하는 인생을 살아가고자 불상 앞에 다짐한다.
인간이 죽고 고스란히 떠난 흔적은 누가 치울까? 그 흔적들과 부패물을 치우는 유품정리사는 그 현장을 목격하며 청소하고 그 집을 다시 사람이 살 수 있게 만들어 놓는다. 고인의 마지막 흔적을 지우면서 고인이 간직한 것들을 유족들에게 넘겨주는 유품정리사를 보며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죽음과 오랫동안 방치된 죽음이 엄청 많다고 생각했다.
유품정리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그런 죽음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는 것과 그런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이 고인에게 주는 눈초리들을 치워주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서 장례지도사의 마지막 대사가 생각났는데 권력을 행사하며 잘 사는 사람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어느 사람이건 결국 죽으면 작은 관에 자리된다는 대사이다. 어차피 죽음 이후까지 모든 것을 못 가져가면서 어느 사람들은 남들 것을 빼앗고 누려왔었나? 그 사람들마저 죽으면 자신이 가진 것마저도 가져가지 못하는데 정작 자신들은 평생을 자만하고 있을까?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그래서 삶도 고통스럽지만 죽음이라는 마지막 목적지가 있어 그 끝을 평안하게 보낼 수 있는 게 아닐까라고 필자는 생각했다. 사후세계는 아무도 모르지만 <숨>을 보며 인간의 모든 것이 살기 위하고자 함이고 죽음의 공포를 방지하기 위해 더 나은 세상이 있다고 믿는 게 아닌가 싶다.
죽음은 인간의 가장 큰 평안이자 불멸의 안식처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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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 보다 조금 나아진 공조, 멋진 FBI요원을 더하다
?Rabbitgumi 입니다!
공조 2편이 개봉을 했어요.
현빈과 유해진의 합이 잘 맞았던 영화죠.
이번에는 다니엘 헤니가 미국 요원으로 등장합니다.
윤아가 던지는 유머도 꽤 타율이 높은 편이죠.
유일하게 명절 직전 개봉한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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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팬서의 죽음 이후 과연 매력적인 영웅이 탄생했을까
?Rabbitgumi 입니다!
채드윅 보스만의 죽음으로 영화 블랙팬서에도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어요.
1편에서 겨우 세팅이 되었는데, 다시 2편에서 재세팅이 필요한 상황이죠.
이번에 2편이 개봉을 하게 되었는데 이번 영화가 마블 페이즈4의 마지막 영화에요.
그래서 더욱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던 영화였죠.
마블 페이즈4가 스파이더맨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고만고만 했거든요.
이번에 개봉한 블랙팬서도 아주 좋다고 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나쁘지 않은 영화인건 분명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체 리뷰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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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치와와> 예고편
치와와가 죽었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녀의 진짜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또래 친구들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였던 '치와와'가 크리스마스를 얼마 앞두고 토막살인 된 상태로 도쿄만에서 발견된다.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 치와와의 친구들은 함께 자주 가던 술집에 모여 그녀를 추억한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명확해지는 것은 아무도 치와와의 본명, 출신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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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공기살인> 메인 예고편
"저는 아내와 자식을 죽인 살인자입니다" 재난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의 일상! 진실을 밝혀야만 한다